“나 27만 원 없으면 안 돼. 먹고살기 힘들어.” 정부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축소한다고 하자 노인들의 울분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27만 원 짜리 질 낮은 일자리’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와 직결되는 일자리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축소와 노인 빈곤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지난 8월 정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노인 일자리 수는 82만 2000개다.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 줄어든다. 대신 정부는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2020년 기준)은 40.4%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빈곤율 개선 효과가 적었던 공공형 일자리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년간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 규모가 두 배 급증했다. 노인 일자리가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의 공공형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고학력 은퇴 노인들이 원하는 일자리 수요에 부적합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예산안에 노인 단체들은 반발했다.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노인 빈곤 심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결국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저소득층 어르신은 민간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 공공형 일자리는 올해 규모만큼은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공공형 vs 민간형·사회서비스형
정부는 고령화 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공공형, 민간형, 사회서비스형 사업이 있다.
참여 노인은 유형에 따라 나이와 학력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1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 효과 분석 연구’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한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6세였다. 민간형은 71.8세, 사회서비스형은 71.6세로 비교적 젊었다.
학력을 보면 공공형 참여자는 초졸이 46.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학은 19.6%로 뒤를 이었고, 대졸은 2%에 그쳤다. 시장형과 사회서비스형도 초졸이 각각 34.6%, 37%로 많았지만 공공형보다는 10%포인트 이상 적었다. 고졸은 각각 25.5%, 22.2%였고, 대졸은 각각 6.8%, 6.7%였다.
가구 소득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공공형 참여자의 기초연금 소득인정액은 평균 41만 7299원이었다. 민간형은 64만 5791원, 사회서비스형은 57만 7214원으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공공형 참여자는 나이가 많고 학력이 낮은 저소득층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참여자는 정부가 대상자로 원하는 고학력의 은퇴 노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공공형 참여자에 비해 나이가 적고 고학력에 소득·자산의 여유가 있는 노인이다.
노동조합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총장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줄이고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저소득층 노인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현종 사무총장은 “노인 일자리가 2004년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이 65세 정도였다. 20년이 지나면서 평균 연령이 10년 이상 높아졌다. 그분들한테 시장에 나가 민간 업체와 경쟁하고 이겨서 소득을 얻으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사회서비스형은 민간 일자리가 아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와 성격이 똑같은데 돈은 두 배로 번다. 다만 일자리와 관련된 경력이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서비스형을 할 수 있는 노인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잘 살았고 노후 준비도 어느 정도 되어 있다”면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저소득층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노인 세대 안에서 빈부 격차 또한 커진다”고 덧붙였다.
공공형 일자리, 보충 연금으로 봐야
사회·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줄이려는 이유는 ‘세금을 축내는 질 낮은 일자리’로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복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도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노인이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및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해 참여하는 봉사활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국민연금을 못 받는 노인이 50%가 넘는다. 저소득층 노인들은 기초연금 하나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다. 매달 기초연금으로 30만 원을 받고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면 27만 원을 번다. 57만 원 정도의 소득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다”라면서 “노인 일자리를 소득 보충, 노동의 대가로 봐서는 안 된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보충 연금 성격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곤이 오고 있다’의 저자 신명호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신명호 소장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노후의 소득 보장 제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연금의 사각지대가 넓고 소득 대체율도 낮기 때문인데,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 게 노인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소장은 “예전부터 공공형 일자리는 예산 낭비고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사실은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에 생계 지원 급여를 줘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줄 수는 없으니까 일을 하게 하는 형식을 취해서 돈을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명호 소장과 고현종 사무총장은 노인 빈곤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 그중에서도 공공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노인 일자리는 사업별로 신청자를 받는다. 그러다 보면 일부 사업에 사람들이 몰려 진짜 일자리가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들이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통합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해서 저소득층 노인을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안정적인 노년기를 위해 퇴직연금 연금수령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병국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퇴직연금 연금 수령 유인 관련 세제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오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퇴직연금 연금 수령 유인 세제를 참고해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 유인 강화를 위한 세제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노인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에 달한다. OECD 평균인 14.3%의 3배 수준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 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 소득대체율이 현저히 낮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제안하는 적정 소득대체율(70%)보다 크게 떨어지는 21.3%(2020년 기준)를 기록했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연금화 필요성을 제언했다. 오 연구위원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를 위한 퇴직연금 역할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연금화’하기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세제는 근로자 본인 부담분 및 운용수익, 사용자부담분으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산 축적분이 적어 연금 수령에 대한 세제 지원 효과도 적다. 연금 수령 유인이 미흡해 일시금 수령이 여전히 선호되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현재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 감면, 저율 분리과세 등의 혜택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소금공제율은 50.3%다. 실효과세율은 일시수령 시 4.4%며 연금수령 시 이보다 더 적은 1.2%로 추정된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계좌 39만 7270개 중 4.3%(1만6984개)만이 연금 방식으로 수령됐다.
현재 주요국들은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인출 세제 벌칙 부과, 연금 수급 방식별 세제 차등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덴마크 등은 미리 정해진 연금 수급 가능 연령 이전에 중도 인출할 경우 가산세·고율과세·한계세율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덴마크·호주·스위스는 일시금 수급에 대해 직접적인 세제 불이익을 부여하거나, 연금 수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부여한다.
오병국 연구위원은 “주요국은 퇴직연금의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중도인출 세제 벌칙 부과, 연금 수급 방식별 세제 차등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기능 강화를 위해 해외사례를 참조해 연금수령 유도를 위한 세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연구위원은 세제 개선 방안으로 △10년 초과 연금 수령 선택 시 퇴직급여 사용자 부담금 감면 확대 △연금소득 저율 분리과세 한도 확대 △중·저소득층 연금 수령 시 보조금 지원 △퇴직연금 중도인출 세율 상향 등을 제언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이 많이 생기고 있다.
100세 시대에 발맞춰 변하는 어르신 지원 정책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노후소득 보장 지원】
· 기초연금 22년 기준 소득 하위 70% 노인 대상 월 최대 307,500원 지급
〈신청 방법〉
- 방문 신청: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 또는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신청 가능
- 온라인 신청: 복지로 복지서비스 신청에서 신청 가능
· 노인 일자리
- ’22년 기준 84.5여만 개(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일자리 제공
〈신청 방법〉 수행기관별 참여자 모집 시 방문 신청 또는 노인일자리여기, 복지로를 통한 온라인 신청
【노인장기요양보험】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께 가정이나 입소 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활동 등 지원
· 대상 : 3가지 충족 신청 가능
① 65세 이상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
②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자
③ 장기 요양 등급자
※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 운영센터에서 등급 판정 신청
· 지원(급여) 종류
- 재가급여 :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하여 신체 및 가사 활동 지원
- 시설급여 : 요양 시설에 입소하여 신체활동, 심신 기능 유지 향상 지원
- 특별현금급여 : 도서 벽지·지역 등 기관 이용이 어려울 시 15만 원 지급
〈신청 방법〉 인정 신청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 신청
【취약노인 돌봄】
·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 방문 또는 그룹 프로그램 참여 등의 형태로 안전·안부 확인, 사회참여, 생활교육, 이동 및 가사 지원
〈신청 방법〉
① 서비스 이용 자격이 있는 본인이나 대리인(배우자,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그 밖의 이해관계인) 신청 가능
②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 신청 가능
③ 직접 방문이 불가할 경우, 전화, 우편 또는 팩스 신청 가능
·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 가정에 ICT 기기를 설치해 안부 확인, 응급 상황 시 119 연계, 노래·뇌 운동·스트레칭 영상 등 건강·정서 지원
〈신청 방법〉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 지역센터 및 수행기관 방문 신청
【봉사 사회활동 지원】
· 노인 자원봉사 : 지역사회에서 활동 중인 노인 자원봉사단 지원, 수요처 발굴
· 경로당 : 여가·건강 관리·교육 등 프로그램 보급 및 냉·난방비 등 지원
【건강관리 지원】
· 예방접종 65세 이상 보건소, 병·의원에서 폐렴구균 및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연 1회)
· 치매관리
-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 진단, 1:1 사례관리, 가족 지원
- 60세 이상 저소득(기준 중위 소득 120% 이하) 치매 노인 대상으로 약제비(월 3만 원 한도) 지원
〈신청 방법〉 주민등록 주소지 관할 치매안심센터 서비스 신청
· 틀니·임플란트 지원
65세 이상 틀니·임플란트 비용 건강보험 적용, 본인 부담률 30%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노인 빈곤 상황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공적연금 미가입자, 저소득자 등을 중심으로 주택연금 지원을 확대하면 노후 빈곤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정책제안 보고서 ‘조세재정브리프’ 129호가 1일 발간됐다. 전병목 선임연구위원의 ‘노후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주택연금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발췌‧요약한 내용이 담겼다.
전병목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높은 빈곤율과 함께 높은 주택보유율을 보여, 주택연금으로 인한 노후빈곤 완화 가능성이 상당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빈곤율은 43.6%(2016)인데 만해 부동산 보유 가구 비중은 73.2%(2019)로 높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가입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공적연금의 가입 여부, 주택자산 비중 등이 유의미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1세대 1주택 및 공시가격 9억 원 제한 요건을 완화하면 주택연금 가입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는 주택연금과 개인연금의 조세지원액을 비교한 결과 격차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연금은 연금소득 100원당 11~15원의 조세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주택연금은 1.6~2.2원 수준에 그쳤다는 것.
이에 전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형평성 있고 비용 대비 효과적인 고령자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연금 가입요건 완화, 재산세 감면 인상 또는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0~12세 자녀를 키우는 서울시민 2005명 대상)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84.7%가 돌봄 기관을 이용해도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맞벌이 가구의 주요 돌봄 조력자(중복 응답)는 ‘조부모·기타 친족·이웃’(영유아기 56.9%, 초등기 41.7%)이 가장 많았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조부모’라는 의미다. 인생 2막을 손주 육아로 시작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각 가족, 그리고 조부모 사이에서 황혼육아는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돌봐요
성역할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꾸리는 데 남녀 역할이 따로 없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전국 4490가구, 8358명 대상)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완화되고 있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2.1%에서 29.9%로 떨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에 대한 동의 비율은 17.4%로, 6년 전 2016년의 53.8%에 비해 큰 감소세다.
이러한 흐름은 조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경기, 인천 거주 만 55세 이상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할아버지가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여성이 아이 돌봄 노동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 스마트해진 조부모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돌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양육의 주체가 부모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의 발달 상태와 성향에 따른 맞춤형 육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부모 역시 관련 교육을 수강하거나 책, TV 등을 통해 ‘요즘 육아’를 공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해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라인을 통해 육아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추세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서도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해 육아 정보를 얻는다는 조부모가 대부분(72.7%)이었다. 최근 인기 있는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TV 프로그램을 찾아본다는 이는 48.6%에 달했다. 잡지나 책 등 인쇄 매체를 이용한 정보 습득은 30.9%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손주 돌봄은 부모와 조부모의 화합이 중요하다”며 “서로 양육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손주 육아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의 ‘부모’가 아닌 ‘조부모’임을 잊지 않아야 하며 아이의 안전, 식사, 수면 등 최소한의 역할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손주 사랑도 통 크게!
현재 조부모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구매력이 막강하다. 과거의 조부모 세대와 달리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소비자 정책 동향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가구당 평균 387만 원으로 전체 소비자 월평균 소득의 약 66.5%에 이른다. 지출 역시 약 261만 원으로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할 때 전체 소비자의 82.4%에 이르는 수치다.
고령자 세대에 새로 편입한 조부모들은 스스로가 활동적인 소비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력한 구매력으로 손주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장난감 시장의 ‘큰손’ 역시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이 2018년 장난감·교육 완구·인형 등 어린이날 대표 선물 품목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 구매량이 3년 전보다 품목별로 최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4월 한 달 동안 장난감 전체 품목에 대한 50~60대 구매량 또한 2015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구매 신장률이 7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41%로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마음 못 따라가는 체력
자녀를 돕기 위해 손주를 맡아주는 일이 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 이른바 ‘손주병’을 호소하는 조부모도 증가했다. 이미 한 번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손주를 돌보는 데 능숙할 수는 있지만, 자녀를 기르던 당시와는 달리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을 터. 황혼기에 접어드는 조부모는 육아 과정에서 아이를 안고 눕히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며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손목 스트레칭과 보호대 착용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더불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있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평소보다 2.5배에 달하는 압력이 전달된다. 여기에 10kg 이상 되는 아이를 업고 있다면 하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깨워주고, 연골에 좋은 음식 및 영양제를 챙기면 더욱 좋다”며 “한방에서는 연골 보호를 위한 약재로 모과를 쓰는데, 이는 무릎 연골 보호 및 뼈 건강, 근육통 완화에 효과를 보인다”고 조언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근 고령화 속도에 따라 기존 64세에서 최대 69세까지 생산연령인구로 포함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때문에 황혼육아로 인해 조부모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즉 ‘노후 육아 양립 정책’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다.
지원 대상자는 누구인가?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150% 이하의 양육 공백이 있는 가정으로, 육아 조력자가 월 4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지원 금액은 얼마이고, 신청은 어떻게 하나?
영아 1명당 매월 30만 원(2명 45만 원, 3명 60만 원)으로 최대 12개월 지원.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거주지 관할 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을 통해 진행 계획.
월 40시간은 어떻게 산정했고, 증빙 방법은 무엇인가?
한 달 중 맞벌이 가정에서 통상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평일 20일 기준 하루 2시간을 최소 수행 조건으로 보았음. 증빙 방법은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실시 등 효율적 수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
정책 시행 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면?
돌봄 수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 및 촘촘한 세부 지원 절차 마련 계획. 이용 가정의 다양한 양육 여건 및 시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반영할 예정.
황혼육아 지원책, 이런 건 어떨까?
❶ 조부모 육아휴직제도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실시하는 정책으로, 법으로는 규정돼 있으나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한국 맞벌이 부부에게 적합하다. 부모는 계속 근무하고 조부모가 대신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비용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❷ 일하는 조부모 육아·일 양립 정책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노년에도 일자리를 희망하는 조부모가 많다. 일하는 조부모가 갑자기 손자녀를 돌봐야 할 경우 일정 기간 휴직을 허락하는 등의 제도를 고안해볼 수 있다.
❸ 조부모 손주돌보미 어드바이저
실제 호주에서 손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조부모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노인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도 꼽힌다. 조부모 양성교육 및 지원을 받은 이들에 한해 재교육을 받거나 상담 등을 통해 ‘조부모 어드바이저’로 활동할 기회를 준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현대 사회의 빅 이슈 저출산과 고령화.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정책들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여전히 아이 돌봄 문제는 조부모가 해결사다. 한편 최근 고령화 속도에 따라 생산연령인구를 15~64세에서 최대 69세까지 늘리자는 추세다. 그러나 앞선 정황에 따라 일각에서는 생산인구로 활동 가능한 베이비붐 세대가 육아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즉 이제는 ‘노후·육아 양립’을 위한 정책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 황혼육아 실태를 보여주는 귀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바로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KICCE)에서 2015년 내놓은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이하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다. 그 안에는 국내 조부모의 육아 실태를 비롯해 관련 지원 사업 및 정책 제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놀랍고도 아쉬운 부분은 7년 전 해당 연구 이후 여타 기관에서 규모 있는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과거 내용과 현재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에 따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6%, 하루 육아 시간은 7시간대,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1%였다. 이와 비교해 올해 본지가 진행한 황혼육아 실태조사를 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2%, 하루 육아 시간은 약 7시간,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6%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따지고 보면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찾기 어렵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2011년 처음 도입된 광주광역시 ‘손자녀돌보미’ 제도와 서울 서초구 ‘조모돌보미’(현 손자녀돌보미) 사업을 다뤘는데, 현재 시·구 단위에서 이뤄지는 조부모 관련 수당 정책을 시행하는 기관은 두 곳이 전부다. 2015년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본부장 역시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에 강남구에서도 손주돌보미 사업을 시범 운영했어요. 이듬해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2015년에 돌연 중단하게 됐죠. 어린이집 미이용 자녀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과 중복 지원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불수용’을 결정한 거예요. 이후에도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이 없는 건 아마 조례로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관련 근거법이 명확하지도 않고, 일부 육아수당과 내용이 겹친다는 등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으니까요. 자칫 수당을 명목으로 황혼육아를 부추기거나 부정 수급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예나 지금이나 자녀에게 양육비를 받는 조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자식을 도우려고 하는 건데 경제적 부담을 주기 미안하단 거죠. 그러니 이 부분을 사회적으로 국가가 인정해주고 지원해줌으로써 조부모가 당당하게 육아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부터 시행하는 서울시 조부모 돌봄수당
제자리걸음을 하는 황혼육아 정책에 최근 고무적인 소식이 들렸다. 바로 올해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내 조부모(친인척) 돌봄수당 지급 계획안이다. 개괄적인 내용은 ‘조부모 등 4촌 이내 가까운 친인척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민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 월 30만 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해당 정책에 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10명 중 7명가량이 ‘적절한 편’이라고 답했다(75.6%). 지원 기간이나 금액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관련 정책이 생긴 것 자체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로 읽힌다.
서울시 아이돌봄담당관 돌봄공동체팀 담당자는 “기존 손주돌봄사업을 시행 중인 광주광역시, 서초구 사례 및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보육실태조사’ 등을 참고해 사업 내용을 마련했다”며 “특히 현행 아이 돌봄 서비스의 틈새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출발, 36개월 이하 영아 양육의 경우 혈연 돌봄을 선호하는 양육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 ‘조부모(육아 조력자) 돌봄비 지원 사업’ Q&A
△지원 대상자는 누구인가?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150% 이하의 양육 공백이 있는 가정으로, 육아 조력자가 월 4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지원 금액은 얼마이고, 신청은 어떻게 하나?
영아 1명당 매월 30만 원(2명 45만 원, 3명 60만 원)으로 최대 12개월 지원.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거주지 관할 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을 통해 진행 계획.
△월 40시간은 어떻게 산정했고, 증빙 방법은 무엇인가?
한 달 중 맞벌이 가정에서 통상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평일 20일 기준 하루 2시간을 최소 수행 조건으로 보았음. 증빙 방법은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실시 등 효율적 수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
△정책 시행 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면?
돌봄 수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 및 촘촘한 세부 지원 절차 마련 계획. 이용 가정의 다양한 양육 여건 및 시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반영할 예정.
이윤진 본부장은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아직 구체화할 항목이 몇몇 더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수치나 내용은 적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당 정책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상이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인데, 이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겠다. 물론 조부모마저 안 계시는 가정도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했겠지만, 부정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하면 처음엔 대상을 좁히고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책 시행으로 조부모에게 더 많은 육아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해 조부모 외 친인척도 양육에 참여하게끔 설계했다”며 “혈연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민간 서비스 이용을 지원해 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본 사업을 통해 돌봄 공백 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로 양육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후·육아 양립 위한 다양한 정책 필요
통상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인데, 발달 단계상 만 1세는 여전히 양육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길지 않은 이 기간마저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코로나19 사태나 아동 학대 문제 등으로 어린 자녀를 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는 가정이 많다.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조부모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육아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기관 확충 정책이 황혼육아 부담을 덜어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수당 정책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볼 수 있다. 즉 손주 양육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조부모의 현실이라면, 조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뒷받침돼야 할 테다.
이 본부장은 “요즘 조부모들은 충분히 생산가능인구로 활동 가능한 체력과 능력을 지녔다. 손주돌보미처럼 일정 기간의 양성교육을 거쳐 어떤 사업의 틀 내에서 수당을 책정한다면, 그들도 더 당당하게 육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부모가 단순히 육아만 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손주돌보미 인력을 추후 황혼육아 가정에 멘토로 활용하거나, 양성교육 지도자로 성장시키거나, 관련 사업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생산활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조부모 손자녀 양육 지원 정책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장차 고령화 사회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노령 인구에게 일자리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국 65세 이상 고령자 3명 중 2명은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하지만, 고용률은 3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65~79세 고령자 중 54%는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65세 이상 고령자의 노후준비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과 배우자 부담이 65.0%로 압도적이었다. 3명 중 2명이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한다.
10년 전인 2011년과 비교하면 본인과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고령자 비중은 51.6%에서 65.0%로 13.4%p 증가했다. 반면, 자녀와 친척 지원 비중은 39.2%에서 17.8%로 21.4%p 급감했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견해는 38.3%에서 27.3%로 감소했다.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7.8%에서 49.9%로 높아졌다. 자식이 부양해주길 기대하는 고령자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본인과 배우자가 생활비를 직접 마련하는 경우 수입원은 근로·사업소득이 48.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금·퇴직금 35.1%, 재산소득 10.5%, 예금·적금 6.2% 순이었다. 고령자 대부분이 직접 일을 해서 버는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4.9%로 전년(34.1%) 대비 0.8%p 상승했다. 고령자의 고용률은 2015년 이후 상승 추세에 있지만, 15세 이상 인구 전체 고용률(60.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취업자의 산업별 비중은 사업·개인·공공 서비스 및 기타(44.0%), 농림어업(25.0%), 도소매·음식숙박업(13.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림어업, 사업·개인·공공 서비스 및 기타는 전체 취업자보다 고령층의 종사 비중이 더 높았다.
고령자 취업자의 직업별 비중은 단순노무 종사자(36.6%)가 가장 높았다. 이어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4.2%), 서비스·판매 종사자(16.8%), 기능·기계조작 종사자(14.1%)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와 비교하면 단순노무 종사자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의 비중이 매우 높고, 관리자·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자의 실업률 역시 2018년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21년은 3.8%로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2020년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소득 분배지표는 상대적 빈곤율 40.4%, 지니계수 0.376, 소득 5분위 배율 6.62배로 2016년 이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높은 수준에 해당했다.
또한 65~79세 고령자 54.7%는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12.1%p 증가한 수치다. 취업을 원하는 사유는 생활비에 보탠다는 응답이 53.3%로 가장 많았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액은 2021년 기준으로 4억 1048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6094만 원 증가했다.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 13.8%로 타 연령대에 비해 낮았다.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자는 56.7%로 지난 10년간 16.6%p 증가했다. 노후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 48.4%, 예‧적금 17.1%, 직역연금 11.1%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은 16.6%p 증가했으나, 예‧적금은 10.4%p 감소했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고령자는 43.3%로 지난 10년간 16.6%p 감소했다. 이유 1위는 ‘준비할 능력 없음’이 59.1%로 1위를 차지했다. ‘자녀에게 의탁’은 29.0%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7.8%p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 중장년층의 노후준비지수는 55.67점(100점 기준)으로, 전국(54.62점) 대비 높은 수치이기는 하나 여전히 노후 준비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후 생활비 준비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시 중장년층 50.73%가 ‘준비했다’고 응답했으나, 프리랜서와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의 응답률은 각각 44.71%, 42.31%에 그쳤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발표한 ‘중장년층 근로형태별 노후준비와 정책제언’에 따르면 서울시 중장년층이 인식하는 은퇴 연령은 평균 68.31세로, 전국 평균(69.29세)보다 0.98세 낮았다. 근로 형태 별로는 자영업자가 인식하는 노후시작연령이 69.14세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중장년 정책의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2022년 50+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중장년 노후준비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학계 및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현행 노후 준비 서비스는 주로 임금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이에 재단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 근로 형태별로 세분화된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근로 형태별 노후 준비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시사점 및 노후 준비 서비스 실행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는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란 신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적극적이며 다양한 사회적 활동 참여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은퇴 이후 경제적 노후 준비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연구 결과 근로 형태에 따라 노후 준비 현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노후 준비도는 소상공인이 가장 높았고, 비재무적 노후 준비는 상용직 임금근로자가 가장 양호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재무적 노후준비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비재무적 노후준비는 다른 집단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 및 사회참여활동 관련 노후준비지수가 좋지 않았다.
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가장 적기(3억 4000만 원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자로 나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강소랑 박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퇴직이란 개념 없이 계속 사업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재무적 노후준비지수가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과 자산, 재무적 노후준비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프리랜서 및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는 재무적 노후준비 취약계층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서는 응답자를 노후준비도에 따라 유형화해서 노후준비도를 진단했다. △균형준비형(재무와 비재무적 측면 모두 일정 수준 이상 준비된 유형) △비재무취약형(재무적 측면은 일정 수준 준비됐으나 비재무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형) △재무취약형(비재무적 측면은 일정 수준 이상이나 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한 유형) △준비부족형(재무 및 비재무적 측면 모두 노후준비가 미흡한 유형)으로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상용직 임금근로자의 경우 은퇴 시점 노후준비자금 추정액이 7억 6103만 9000원으로 가장 큰 액수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재무적 노후준비가 타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다만 유형별로는 ‘준비부족형’(31.8%)과 ‘균형준비형’(29.6%)이 비슷하게 나타나, 상용직 임금근로자 안에서도 직업별로 노후준비 상태의 양극화가 발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시직 및 일용직 임금근로자는 노후 필요 자금(4억 1804만 3000원) 대비 준비 자금 추정액(3억 9494만 2000원)이 낮아 재무적 노후 준비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해당 직군 내 준비부족형은 40%, 재무취약형은 28%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재무적 노후 준비도 미흡한 편으로 사회적 관계가 가장 취약했다.
프리랜서의 경우,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 다음으로 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했다. 준비부족형(36.4%)과 재무취약형(27.3%)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심각한 노후준비 부족 상태를 겪고 있었다. 비재무적 노후준비의 경우, 건강 수준은 높았으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준비는 취약했다.
재단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 형태에 따른 노후 준비 방법도 함께 제안했다. 퇴직 후에도 노후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근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의 경우, 노후 준비 지원기관을 활용해 일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시 역시 유연한 일자리 탐색 및 지원 기회, 체계적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비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경우, “노후준비 지원기관을 통해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자원봉사나 여가, 일‧활동과 연계된 평생교육과정 등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범용성이 있는 프리랜서의 경우, 직업 특성상 제2의 직장을 탐색하는 구조보다는 경력 전환 및 연계 교육훈련을 통한 1인 창업‧창작을 제안했다. 또 일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그 안에서 전문성 강화,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책임이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국내외 현황과 정책 함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책임은 국내외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현황을 점검하고, ‘서울시 50+보람일자리사업’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책임은 “서울시는 보람일자리사업을 바탕으로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정책을 통합하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국외 사례에서 보듯 단순한 사회공헌일자리 제공에서 나아가 참여자들이 스스로 지역사회 연대 및 통합을 이어갈 수 있고 지속적으로 활동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활동보상 측면에서 단순히 활동비 제공 뿐만 아니라 버스 할인이나 공공시설 할인 등 지역사회 내 혜택을 제공함으로서 서울시민이라는 소속감과 연대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50+커뮤니티 역할’을 주제로 정책연구팀의 임소현 책임이 발표를 진행했다. 연구는 중장년 1인가구의 고립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50+커뮤니티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관련 정책과 운영 중인 지원 사업의 사례와 요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 책임은 발표 말미 정책 제언으로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정책은 단순히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체계 구축 혹은 지원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종합적 지원과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 1인가구 커뮤니티 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고,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해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 중장년층 노후준비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실질적 정책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민연금과 관련해 보험료도 올리고 노후소득보장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 연금제도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기준소득월액 상한도 올려 급여 인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자부가 지난 2019년 한국의 공·사 연금제도를 국제적 관점으로 분석해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자 의뢰한 연구 결과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두 번의 연금 개혁과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 등으로 발전이 있었지만,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인한 추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리고,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해서 낼 수 있도록 의무 가입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준소득월액 상한을 높여 급여 인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조세지원으로 연금제도 내 재분배 요소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소득월액은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기준소득월액은 상·하한액을 정해둔다.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 변동률을 반영해 1년에 한 번씩 조정한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상한액이 553만 원으로 높아졌다.(2021년 7월 1일~2022년 6월 30일까지의 상한액은 524만 원)
이에 국민연금 최고 보험료는 전년 대비 2만 6100원이 올라 49만 7700원이 되었고, 최저 보험료는 전년 대비 1800원 인상돼 3만 1500원이 됐다.
이렇듯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이 높아지면 일부 가입자의 경우 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연금을 받을 때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OECD는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을 높여 더 많이 내고 그만큼 더 받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OECD가 발간한 ‘한국경제보고서 2022’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내도록 하려면 퇴직 연령을 높여야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은퇴 연령을 늦추고 그만큼 국민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고령자 계속 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 작업을 통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오르는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고 외환보유고의 달러로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단기외화자금 한도를 늘리며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것.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해외투자 종합 계획서에서 ‘해외 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환경 개선’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