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독 간호사 출신 영수 트램보우스키(83) 씨는 매주 월요일이면 초등학생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딸네 집으로 향한다. 트램보우스키 씨가 사는 함부르크에서 딸이 사는 뉘른베르크까지 기차와 버스를 타고 무려 100km를 이동해야 하지만,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힘든 줄 모른다는 그녀다.
“딸이 학교 선생님이라 다른 워킹맘에 비해 퇴근이 이른 편입니다. 보통 2시 전후로 끝나죠. 그런데 손주들이 점심시간 전후로 하교하니까 그 사이에 봐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또 가끔 딸이 학회에 참여하거나 취미활동으로 오케스트라 모임에 가야 할 때 역시 제게 도움을 요청하죠. 딸네 집에 안 갈 때는 아들네 손주들을 돌보러 가기도 합니다.”
트램보우스키 씨는 딸 슬하 자녀 둘과 아들 슬하 자녀 넷, 총 여섯 명의 손주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돌보고 있다. 가장 큰 손녀인 파울라가 올해 23세이니, 예순 이후부터 20여 년간 황혼육아에 참여해온 셈이다. 여섯 손주를 본다 생각하니 노후의 여유가 있을까 싶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 또한 독립적으로 일궈내고 있었다.
“주말마다 교회에 가야 하고, 여성회 모임도 있고, 매일 운동도 가야 해요. 손주 보는 것도 좋지만, 제 즐거운 노후까지 포기하며 매진하지는 않습니다. 자녀들도 항상 사전에 시간을 두고 스케줄을 알려주는 편이고요. 아주 가끔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할 때도 제가 할애 가능한 선에서만 도우려 하고 있어요.”
20년 동안 손주들을 돌보면서 황혼육아를 대가로 자녀들에게 받은 보수는 전혀 없다. 오히려 금전적 지원은 그녀가 더 하는 편이다.
“남편이 은행원으로 은퇴했고, 저도 간호사로 오래 일한 덕분에 연금과 노후 자금이 넉넉한 편이에요. 애들한테 나가는 돈은 말도 못 해요. 매달 여섯 손주 보험료도 내고 있고, 갈 때마다 큰 손주들은 용돈도 주니까요. 작은 애들 저금통에도 꼭 얼마씩 넣어주고 옵니다. 자식들이 따로 금전적으로 신경 써주지는 않지만,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가끔 손주들이 제게 편지나 선물을 주는데 그게 넘치는 보상이 되죠.”
트램보우스키 씨는 손주들을 일컬어 노후의 선물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오히려 최근에는 손주들이 장성하며 그녀가 도움을 받을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남편이 치매로 세상을 떠났는데, 손주들마저 돌보지 않았다면 노후가 많이 적적했을 거예요. 요즘은 심심하다고 하면 손주들이 와서 놀아주기도 해요. 친구처럼 문자도 주고받고,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처럼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보면 앞으로는 제가 손주들의 돌봄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혼자라도 외롭지 않고 든든합니다. 노후에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자산이 있을까요?”
(현지 취재=독일 함부르크)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노인 혐오를 감추지 않는 혐로(嫌老)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활동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이금룡 상명대 노인학 교수는 12일 열린 실버문화포럼에서 ‘실버세대의 특성과 노년기 문화활동 예술의 의미’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금룡 교수는 “최근 노인의 삶은 활기차고 열정적이 되었지만, 우리 사회의 통념과 제도는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적극적인 문화예술 활동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60세부터 80세까지 12시간씩 일이 아닌 여가 보내야 한다면 8만7600시간이 남은 셈”이라며, “현재 노인 세대의 여가가 안고 있는 소극적 태도와 특정 취미로의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실버문화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2022 실버산업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된 행사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16개 시도 문화원을 기반으로 한 기관으로 향토문화와 지역 문화의 발전을 위해 활동 중이다.
포럼에선 구민정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 교수의 강연도 이어졌다. 구 교수는 ‘실버문화의 특성과 활동사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50+세대는 결심하면 사회 전체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될 것을 자각하고 연대한다면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노년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진행된 대담에서 노년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 노년기 여가 확산의 방향성, 문화분야 노후 준비와 생애 설계 등에 대한 현안을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오는 22일까지 대국민 홍보 챌린지, 문화나눔한마당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가 개최된다.
100세 시대에 인생을 즐기면서 살면서 사회생활도 하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아직까지 사회단체 참여 경험이 있는 고령자는 30%를 넘지 않고,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고령자도 50%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44.0%이며, 사회단체 참여 경험이 있는 고령자는 28.7%로 나타났다.
먼저 ‘인간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고령자는 44.0%인데, 이는 2년 전보다 0.6%p 낮아진 응답률이다. 전체연령대의 인간관계 만족도 응답(52.8%)과 비교해도 8.8%p 낮다. 연령대별로 보면, 65~69세가 45.3%로 가장 만족도가 높았고, 그 뒤를 70~79세(44.3%), 80세 이상(41.4%)이 이었다.
다만, 인간관계 중 하나인 가족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2020년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만족하는 고령자는 51.3%로 지난 10년간 3.6%p 증가한 수치다. 특히 고령자의 61.9%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 만족했고, 지난 10년간 2.6%p 증가했다. 그러나 남자는 만족이 증가했지만 여자는 불만족이 증가했다. 자녀와의 관계에 만족하는 고령자는 70.4%이며 지난 10년간 7.5%p 증가했다.
사회적 관계망은 어떨까. 2021년 기준으로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는 고령자는 69.1%이며, 이는 지난 10년간 2.4%p 감소한 결과다. 그런가 하면, 고령자의 70.1%는 우울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으며, 지난 10년간 2.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1.7%p 감소한 반면, 여자는 5.1%p 증가했다.
또한 고령자의 28.7%는 사회단체 참여 경험이 있는데, 전체연령대 참여율(35.8%)보다 7.1%p 낮았다. 친목 및 사교 단체에 참여하는 경우가 55.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종교단체(43.0%), 취미‧스포츠 및 여가활동(33.3%) 순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5.2%로 2년 전(6.5%)보다 1.3%p 감소했으며, 전체연령 참여율(8.4%)보다도 3.2%p 낮았다.
그런가 하면, 고령자는 주말(휴일) 여가생활(복수 응답)로 주로 동영상 시청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응답률이 무려 88.3%를 차지했으며, 휴식은 77.5%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6년간 동영상 시청은 5.2%p, 휴식은 26.2%p 증가했다.
더불어 고령자는 자신의 여가 활용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족도 조사 결과 보통 55.3%, 불만족 27.5%, 만족 17.2% 순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10년간 만족은 4.3%p 증가한 반면 불만족은 5.6%p 감소했다.
고령자가 여가생활에 불만족한 사유는 경제적 부담 43.8%, 건강·체력문제 33.3% 순이었다. 지난 10년간 경제적 부담은 16.3%p 감소한 반면, 건강·체력문제는 3.7%p 증가했다.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고령자 88%가 여가활동으로 동영상 시청을 한다고 나왔는데, 매년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고령자분들은 가족을 부양하느라 삶을 즐기지 못한 터라 여가에 대한 개념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고령자분들은 평생을 일하고 자식들을 양육하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 또한 부모님을 부양했기 때문에 자신들도 노인이 되면 그렇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노후의 삶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신기원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자와 신중년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대는 차별되고,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이제 50대, 60대가 된 분들은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삶을 즐기면서 살려고 한다. ‘액티브 시니어’(은퇴 이후에도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라는 말도 나왔다”라면서 “그래서 이번 통계에서도 스스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나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인권침해나 차별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8.7%로, 장애인, 이주민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조사 결과, 국민들은 특히 60세 이상이 노인차별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침해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 조사에서 60세 이상은 13.7%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타 연령대의 2배 수준이다.
마네의 인상주의나 피카소의 입체주의 그림을 처음 본 당대 사람들은 ‘예술이 아니다’, ‘낙서에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 시간이 흐른 뒤 대중은 그들을 ‘창시자’라 일컬었고, 작품들을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듯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이들은 저마다 산통을 겪는다. 그리고 여기, 모바일 아트로 미술계에 한 획을 긋겠다는 남자가 있다. 국내 최초 모바일 아티스트 정병길(69) 씨다.
어떠한 창조적 본능이나 이끌림 같았다. 정병길 씨가 그림을 그린 까닭 말이다. 학창 시절 다른 숙제는 거들떠보지 않다가도 그림이나 공작(工作) 과제는 눈을 반짝이며 해냈다. 슥슥 휙휙 그렸다 하면 사생대회 1등은 떼놓은 당상. 뛰어난 실력에 담임선생님이 미대를 권유한 적도 있었다. 물론 뜻이 없진 않았지만, 당시엔 다른 꿈이 더 앞섰다. 우장춘 박사처럼 훌륭한 육종학자가 되어 농촌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꿈으로 끝나버렸다. 아버지의 지병으로 가세가 기운 탓이었다. 원하는 전공보다는 장학금을 주는 농협대학을 택했고, 곧장 밥벌이를 시작했다. 3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화실까지 마련해가며 붓을 놓지 않았다. 그에게 그림이란 목표로 하는 꿈보다는 오래 지니고픈 로망이었기에 쉬이 접지 못했을 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도 여느 직장인처럼 인생 1막을 정리할 때가 다가왔다.
“농협 지점장까지 하다가 2010년에 은퇴했어요.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그만두고도 2~3년 더 일할 자리를 마련해줬거든요. 앞으로 30~40년은 더 살 텐데, 당장 몇 년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겠더라고요. 눈 한번 질끈 감고 일자리를 사양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써볼 요량이었죠.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이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그것도 무명인이 문예활동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여긴 게 큰 착오였죠.”
박수 받은 창직, 현실은 맨땅에 헤딩
정병길 씨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재주도 남달랐다. 당초 그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해 원고료로 생활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다. 은퇴 후 1년 동안 칩거하며 쓴 글을 ‘내 아이 이웃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라는 책으로 내놓았다. 2년 뒤엔 두 번째 책 ‘이젠 아빠를 부탁해’를 펴냈다. 주변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 그림으로는 ‘상하이아트페어’, ‘대한민국미술대전’, ‘행주미술대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개인전도 열며 초석을 다져나갔다. 하지만 그 역시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유명 작가가 아니니 결국 홍보 문제다 싶더군요. 신문 광고도 몇 번 냈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죠. SNS를 배워 직접 홍보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관련 강의를 듣다 만난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이 모바일 미술 앱을 소개해줬습니다. 태블릿 PC에 떠듬떠듬 그려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당시 강사에게 매주 새로운 그림을 그려 보여줬더니, 모바일 미술을 업(業)으로 삼아보면 어떻겠냐 하더라고요. 그게 창직의 신호탄이 된 셈이죠.”
‘모바일 미술’(아트)이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그림 앱을 이용해 창작한 미술이나 예술을 말한다. 물감, 붓, 캔버스나 이젤 등이 필요 없고, 그 덕분에 별도로 화실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이나 SNS상에 작품을 게시하거나, 출판물에 사용하기도 하고, 캔버스나 종이 등에 출력해 유화나 수채화처럼 전시할 수도 있다. 그런 모바일 미술이 정병길 씨에겐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친김에 정보를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입소문을 탄 장르였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전무했다. “옳거니!” 창조적 본능이 되살아났고, 그렇게 개척자의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당시 모바일 미술을 가르치는 학원도, 선생님도 없었어요. 거의 독학으로 기법을 습득하고 펜업(삼성전자 그림 공유 서비스) 도움을 받았죠. 작품을 만들어 뭔가 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 분야를 알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어요.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고 SNS에 강좌 정보를 올렸더니 수요가 꽤 있더군요. ‘그러면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결론이 섰죠.”
그렇게 ‘모바일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탄생시켜 이를 개념화하고, 강좌와 전시를 통해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시대가 발전하며 모바일 미술용 앱과 플랫폼이 더욱 다양해졌고, 관련 툴(Tool)이나 출력 기술이 정교해지며 이 분야는 상승세를 탔다. 혹자는 찰나의 아이디어가 운때 맞았다 여길지라도, 이는 나름의 안목을 갖고 꾸준히 노력했기에 얻은 선물과 같다. 그 성과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시니어 IT 일자리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이라는 결실도 얻었다.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척자의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에요. 미술계는 기득권의 장벽이 높고 굳건하니까요. 그런데 과거 예술 분야 개척자들을 보면, 대부분 목숨 걸어가며 단초를 마련하잖아요. 저는 아직 모바일 미술 때문에 목숨까지 건 적은 없지만, 돈은 참 많이 까먹었습니다.(웃음) 노후에 도움 되려고 한 일인데 오히려 리스크가 될까봐 걱정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 말이 와닿더라고요. ‘안전한 길은 위험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안전하긴 해도 뭔가 즐거움이 없잖아요. 그거야말로 노후 리스크죠. 그래서 기왕 시작한 거 최대한 부딪혀보려 합니다.”
‘NFT, 줌’ 신기술과 만나는 모바일 아트
현재로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투자하며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장차 모바일 아티스트가 촉망받는 직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대 과제인 셈이다. 현재 작품을 판매하거나 저작권료로 얻는 소득은 높지 않다. 그보다는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직업을 알리는 강의를 통한 수입이 주가 된다. 여타 예술처럼 경매에서 작품의 우수성을 평가받아 높은 금액이 책정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구조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생소한 분야인 데다, 작품의 고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가령 일반적인 경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단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지만, 모바일 미술은 완성된 그림 파일을 종이나 다른 소재에 계속해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바일 미술의 가치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판화 역시 여러 장 찍어낼 수 있잖아요. 대신 한정된 수량을 제작하고, 찍는 순서대로 숫자 표기와 서명을 남기죠. 가령 판화 아래 1/10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10개 찍은 작품 중 첫 번째 에디션이라는 뜻이에요. 그렇게 판화의 개념으로 가치를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또 실크스크린 판화는 판면의 구멍에 잉크를 넣어 찍는데, 이 기법으로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죠. 같은 방법으로 모바일 미술은 완성된 작품이라도 툴을 이용해 색이나 요소를 수정하고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쉽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그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개념을 접목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근래 디지털 수집품 거래가 활발해지며, 이러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도구로 NFT가 사용되고 있다. 미술 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추세다. 모바일 미술 작품의 경우 파일 형태로 저장돼 NFT로의 변환이 용이하다. 정병길 씨 역시 이러한 장점을 살려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신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 집중한 아이템은 바로 ‘줌’(Zoom,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이다. 주로 방과후교실이나 사회교육원 등에서 모바일 미술을 가르쳤는데, 코로나19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줌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첩하게 태세 전환을 하고 기술을 익힌 그는 이제 줌에 관해서도 반전문가가 됐다. 최근 2년 사이 ‘줌을 알려줌’, ‘줌 활용을 알려줌’이라는 줌 활용서를 두 권이나 펴냈으니 말이다. 물론 줌 역시 모바일 미술과의 접점을 꾀하고 있는 그다.
“제 목적은 모바일 미술의 매력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건데, 그동안 시공간의 제약이 많았거든요. 특히 섬이나 농어촌에 사시는 어르신처럼, 문화 수혜 격차를 겪는 지역민에게 줌으로 모바일 미술을 전파하려고 해요. 또 그런 분들도 모바일을 통해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줌 전시회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꼭 전에 없던 무언가를 해야만 창의적인 건 아니에요.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접목하느냐에 따라 창작과 창직이 가능하다고 봐요. 자신의 재능이나 관심 있는 분야를 신기술과 잘 연결 지으면 누구든 저처럼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정병길 씨는 2020년 설립한 모바일아티스트협동조합을 통해 체계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고, 장차 자격증 발급 절차 등도 논의해볼 방침이다. 그런 그가 모바일 아티스트로서 갖는 최종 목표는 분명했다. 바로 ‘모바일 아티스트가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을 이루는 것. 어쩌면 자칫 거대한 포부처럼 들리겠지만, 그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요즘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해 가수들의 한류 열풍이 대단하잖아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동네마다 곳곳에 노래방이 즐비한 나라도 없을 거예요. 그렇게 일상에 스며든 예술이 결국 거대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봐요. 노래방에서 노래하듯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미술을 접한다면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우리 동네 가수처럼, 우리 모두 저마다 작은 예술가가 되는 거죠.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가슴속 예술 감수성을 깨우고 자유롭게 표현해야 삶이 풍요로워져요. 많은 중장년이 모바일 아트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중에도 그의 손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20초 남짓한 짤막한 순간에도 무언가를 스케치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간을 무위(無爲)로 흘려보낸 기자가 이유를 묻자 그 또한 목표라 답한다. 어딜 가든 획 하나라도 긋고 오는 게 목표라고. 그 말을 들으니 수많은 획이 켜켜이 모여 언젠가 미술계에 큰 획을 긋게 될 정병길 씨의 모습이 더 선명히 그려졌다. 문제는 시간. 하지만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조급함이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기에 아직 인생은 늦지 않았으니까.
“모지스 할머니로 잘 알려진 미국의 국민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5세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곤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놓은 작품만 1600점이 넘는다고 해요.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에 그렸다고 하고요. 그분의 삶은 제게도 큰 영감과 희망을 줍니다. 제가 힘을 얻었던 모지스 할머니의 말을 독자분들께 공유하고 싶네요. 여러분,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육아의 최전선에 있는 조부모들은 손주 돌봄이 자신의 건강, 인간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양육을 맡으면 아이의 정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맞벌이 부부의 경제적 부담 또한 줄어들 수 있지만, 체력과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 조사’
ㆍ조사 기간 : 2022년 7월 29일~8월 4일 ㆍ조사 대상 : 손주를 돌보는 55~69세 조부모 302명
ㆍ조사 기관 : 한국리서치 ㆍ조사 방법 : 온라인 설문 ㆍ표본 오차 : 신뢰수준 95.0%, ±5.64%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 돌봄이 피곤하다’(87.5%)고 토로했다. 육아 시 느끼는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신체적 한계’가 63.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개인 시간 부족(55%) △정신적인 스트레스(25.8%) △육아 정보 지식 부족(22.5%) △자녀와의 갈등(22.2%)이 뒤를 이었다.
조부모들은 손주를 돌보는 대신 ‘여가와 취미’(67.9), ‘친구와의 교류’(49.3%)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주수산나 연세대학교 BK21 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경제 개발기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아 축적한 자산을 바탕으로 노년기에도 문화 공연이나 전시, 여행을 즐기기를 원하는 특성이 있다”며 “손자녀 양육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의 한계가 생기고, 그 자체가 손자녀 양육을 하기 싫은 이유이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되찾는 것이 보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손주 육아를 하며 ‘친구나 지인’(39%)과 소원해졌다고 밝혔다. 더불어 ‘배우자’(19%), ‘자녀’(18%), ‘며느리 또는 사위’(13%), ‘다른 자녀’(11%) 등과 멀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정서선택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사람은 점차 나이가 들어 생애 후반으로 갈수록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닫고, 자신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조부모들은 친구나 지인 관계보다는 가족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주 교수는 “어떤 영역을 선택하느냐는 개인과 가족의 상황, 가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시가 일상에서 필요한 각종 전자증명서를 한 곳에서 수령·제출할 수 있는 앱(어플리케이션) ‘서울지갑’의 기능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서울지갑’에서 전자증명서 신청 및 발급까지 가능해진다.
비대면 공공서비스 앱 ‘서울지갑’은 민원 서비스 담당 포털 ‘정부24’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약 250여 종의 각종 증명서를 수령·제출할 수 있다. 또한 공공복지서비스 신청 자격 여부도 증명서류 제출 없이 바로 확인 가능하다.
‘서울지갑’ 앱을 통해 발급 받을 수 있는 전자증명서는 △주민등록표등본 △주민등록표초본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 △건강·장기요양 보험료 납부확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예방접종증명서 △병적증명서 총 7종이다.기존에는 ‘정부24’에서 전자증명서를 신청·발급받은 후 ‘서울지갑’ 앱에서 수령 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서울지갑’ 앱에서 민간인증서를 사용해 모바일 전자증명서 형태로 발급받아 제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게 된다.
또 서울시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도 모바일 전자증명서 형태로 ‘서울지갑’에 수령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현재 발급 가능한 전자증명서는 △수도요금 납부 증명서 △보육교사 수료증 △서울시 행정지원인력 사용증명서 등 6종이다.
한편,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교육 수료증도 개별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할 필요 없이 ‘서울지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은 서울시민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와 평생학습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5060의 인생 설계를 지원하고, 행복한 노후 준비를 위한 교육 과정을 지원한다. 개인정보보호교육 등 법정의무 교육, 외국어, 자격증 같은 전문 강의부터 인문학, 문화예술, 취미생활 같은 강의까지 약 800여개의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물의 흐름을 따라 일렁이는 형형색색의 수초들, 그리고 그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 일상의 많은 자극을 잠시 멀리하고 수족관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은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취향대로 돌과 유목, 다양한 수초로 어항을 꾸미고,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이 늘었다. 여행도 운동도 즐거움이 잠시뿐이라면, 실내에서 꾸준히 즐길 취미로 ‘아쿠아스케이핑’은 어떨까?
수경 예술, 아쿠아스케이프는 Aqua(수중)와 Landscape(풍경)의 합성어로 이를 제작하는 행위를 아쿠아스케이핑(Aquascaping)이라 부른다. 다소 비주류적인 취미였지만 최근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멍’(물을 멍하니 바라본다는 뜻의 신조어)으로 마음의 안정을 노리거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실내에서 즐길 취미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올해 수산 양식, 수산업 경영 분야 등 아쿠아스케이프에 대한 기초 지식과 실무 능력을 익힐 수 있는 내용의 교과서를 개발할 정도다.
AGA, IAPLC, KIAC 등 아쿠아스케이프 수조를 예술적 조형물로 심사하는 국제 대회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대회에서는 수조를 촬영한 사진을 출품하면 심사위원들이 기술력, 독창성, 분위기, 장기 유지 가능성 등을 종합해 심사한다.
스무 해 동안의 ‘덕질’
수경 예술의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원하는 크기의 수조를 준비하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바닥재를 깔고 각종 장식을 배치한다. 그 후 나무에 수초를 끈으로 엮는다. 여과기 및 기타 장비를 설치하고 물을 넣은 후 2주 정도 지나 수초가 자리 잡으면 물고기를 투입한다.
일반적인 수족관의 경우 어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면, 수경 예술은 수초가 중심이 된다. 수중 식물의 ‘서식 환경’이 더 강조된 형태다. 다양한 자연 소재를 통한 조형미를 추구함과 동시에 어류가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독특한 작업이다.
박기민 작가는 수초, 돌, 유목 등을 활용해 수조의 환경을 아름답게 제작하는 사람, 아쿠아스케이퍼다. 2018년 KAC(한국아쿠아스케이핑 콘테스트, 현 KIAC) 특별상, 2019년 KAC 2위와 KAPS(한국관상어산업박람회) 수초 디스플레이 부문 은상을 거머쥐었다. 수경 예술 쪽에서는 꽤 알려진 전문가다. 이 분야에서 굵직한 이력을 가진 그도 처음엔 물고기 몇 마리 키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전주에서 식당을 하셨어요. 3m짜리 어항이 두 개 있었는데, 그때부터 자연스레 물고기에 관심이 갔어요. 직장에 다니면서도 물고기를 키웠죠. 물고기만 있으니 텅 빈 어항이 허전해 보여서 어떻게 꾸밀까 찾아보다 아쿠아스케이프라는 걸 알게 됐어요. 벌써 20년 정도 됐네요.”
관상어에 대한 관심이 그 주변으로 퍼져 수조의 구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 작가가 ‘물생활’(물고기를 키우는 취미를 뜻하는 신조어)을 시작할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아쿠아스케이프 교육 과정이 없었다. 대신 수경 예술의 기반이 마련된 일본의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그는 일본에 출장 갈 때마다 틈틈이 수족관이나 수족관용품 숍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일본에는 수족관용품 브랜드 ADA(아쿠아 디자인 아마노)가 있었어요. 창립자는 다카시 아마노인데, 자연 풍경 사진작가였죠. 사진을 위해 우연히 물속에 카메라를 넣었던 게 ‘물생활’의 시작이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물속 풍경을 조금 더 아름답게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ADA가 수초와 물고기가 최적의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조명, 흙, 비료, 여과 시스템 등 다양한 재료를 개발했고, 각종 대회도 개최하면서 기반을 많이 닦아뒀어요.”
박 작가가 꼽는 수경 예술의 매력은 무수히 많다. 편한 시간 일부만 투자해도 아름다운 수조를 유지할 수 있고, 어떤 자연환경을 조성할지 고민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예쁜 관상어까지. 이들이 번식하면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배설물이나 알레르기, 소음, 산책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물고기가 노는 모습을 관찰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삶의 원동력이 된 물생활
이 때문인지 박 작가의 물 사랑은 취미를 넘어 더욱 짙어졌다. 결국 마흔네 살이 되던 해, 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수족관용품과 관상어를 취급하는 ‘아쿠아리스모’를 창업했다. “40대 중반인 데다 원래 직업과는 다른 분야라 새로운 도전이 망설여졌어요. 아내도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죠. 한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치열하게 임했어요.”
취미가 직업이 된 후, 그는 소재의 구도와 배치에 대한 기본기를 다시 닦기 위해 건축학도 시절 전공 책을 펼쳤다. 관상어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회 출품을 위해 사진 공부도 했다. 생물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전문가라도 모든 종류를 골고루 잘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물마다 좋아하는 수질이 다르고 남들과 같은 제품으로 세팅하더라도 지역마다 수질에 차이가 있으므로 미생물의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수초가 만족할 수 있는 신비의 비료는 없으므로 수초들을 하나씩 관찰하면서 특정 영양분 결핍에 따른 증세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쿠아스케이핑이 취미라면 키우고 싶은 물고기의 특성만 알아두면 되지만, 직업으로 하다 보니 연구할 게 많아요. 다양한 수초와 물고기를 한 번에 관리하다 보니 종류에 따라 맞춰야 할 물의 온도나 수질이 조금씩 달라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물고기들이 아프면 어떤 원인으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수산 생명 질병학도 공부했어요.”
반지하에서 시작한 ‘아쿠아리스모’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어느새 번듯한 2층짜리 건물에 입주했다. 박 작가는 현재 전국 각지 물생활 입문자들의 지표가 돼주고 있다. “관상어를 키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수경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순간이 오죠. 20년 전 저처럼요.”
이 작업에 적응하고 나면 한 단계씩, 막연히 품어왔던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면 된다. 이때 필요한 건 기다림과 인내다. 2주 정도 지나야 수초가 자리 잡고, 물속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수경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기다림 또한 취미를 향유하는 과정일 터. 기다림의 미학을 진정으로 느낄 순간이다.
초보 아쿠아스케이퍼를 위한 Tip
1 수조 조경을 시작할 때 소일바닥재, 조명, 이산화탄소 발생기, 여과기가 필요하다. 영양분이 함유된 소일바닥재와 조명, 이산화탄소 발생기는 수초의 성장을 돕는다. 여과기는 물의 흐름을 만들어 물이 부패하지 않도록 한다.
2 사육할 물고기의 종류와 원하는 수조의 스타일을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생물의 유형에 따라 수조의 크기, 수조 내의 수질 상태, 필요한 장비와 식물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3 수조를 세팅한 후 수초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2주 정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물고기를 성급하게 넣으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분진이 떠오른다. 수조 속 생태 환경이 천천히 안정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4 초보자라면 구피나 네온테트라를 추천한다. 구피는 단색과 줄무늬 등 종류도 다양하고 수질에도 크게 민감하지 않다. 네온테트라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과 잘 어울려 살기 때문에 여러 종을 함께 키우고 싶을 때 적합하다.
5 물고기가 예쁘다고 먹이를 여러 번 주는 경우가 있는데, 남은 사료가 물속에서 부패하면 암모니아가 과도하게 발생해 물고기가 죽을 수 있다.
6 관상어는 환절기 온도 변화에 따라 외부 기생충이 달라붙는 백점병을 흔히 겪는다. 물 온도를 28℃ 정도로 올려주고, 메틸렌블루 성분의 약품을 사용해 개선할 수 있다.
7 환수는 필수다. 육안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을 2분의 1 정도 남기는 부분 환수를 추천한다. pH와 물속 박테리아를 조절하며 건강한 수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기심이 많다. 원체 돌아다니길 좋아해 여행을 자주 다녔다. 흥미가 생긴 분야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공부하는 아빠’, 한의사 문성택 씨는 6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들을 만날수록 아쉬웠다. 식사만 잘 챙겨도 훨씬 나아질 텐데. 나이 들어서도 내 집, 집밥을 고집하는 부모님을 향한 걱정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버타운을 발견하자마자 생각했다. 이거다!
남편 문 씨가 아내 유영란 씨를 설득했다. 전국 실버타운 중 스무 군데를 추려낸 목록과 함께. 남편의 끈질김에 두손 두발 다 든 아내도 실버타운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견학을 다녔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직접 다녀보니 ‘노인들 가둬두고 막 대하는 요양 시설’, ‘현대판 고려장’ 정도의 취급이 말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실버타운이야말로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고도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편견 때문에 노후 거주지로 고려조차 않는 게 안타까워 동영상을 제작해 올린 것이 공빠TV의 시작이다.
처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만 해도 입주자 정원을 채운 실버타운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실버타운마다 대기자가 수두룩하다. 입주하려면 최소 몇 달, 몇 해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견학을 위해 방문한 실버타운에서 ‘공빠TV’를 보고 입주를 결심했다며 반가워하는 이들도 종종 만난다. 실버타운의 이미지 제고를 이끈 주인공, 공부하는 아빠 문 씨와 공부하는 엄마 유 씨에게 실버타운에 대해 물었다.
실버타운을 고를 때 무얼 체크해야 하나?
먼저 ‘일반 아파트형’이 아닌 ‘업체 관리형’인지 확인한다. 직접 분류하고 정의 내린 개념 중 하나인데, 업체 관리형은 운영사 측에서 고용한 직원들이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실버타운이다. 반면 아파트형 실버타운은 아파트와 똑같은 형태에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으나, 상주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이 없다. 시설만 존재할 뿐 정작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일반 아파트형은 거르는 게 좋다. 다음은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화로 전세등기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혹은 보증보험을 들 수 있는지 꼭 물어보도록 하자. 직접 방문 시엔 직원들 수가 충분히 많은지, 태도는 어떠한지도 눈여겨본다. 그 다음으로 식사가 건강식으로 운영되는지, 시설과 프로그램 운영 현황이 어떤지 체크한다. 시설만 있을 뿐 관리가 안 되거나, 막상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버타운 과대광고에 속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운영자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운영자가 누구인지, 경영 마인드가 어떠한지, 그동안 어떻게 운영해왔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경매’, ‘부도’, ‘파산’과 관련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역시 직접 방문하기다. 직원들과 입주자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실버타운 내 분위기를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안 되는 유형도 있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자신의 집과 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다. 고집 센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실버타운에 일찍 들어갈수록 더 오래 살 수 있다. 자가를 갖고 매일 직접 요리하며 밥 차려먹는 게 은근 고생스러운 일이라 늙기 십상이다. 두 번째는 경제력이 약한 분들. 부부 기준 실버타운 생활비는 월 200만~300만 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실버타운에 입주할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달 지불해야 하는 생활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알뜰실버타운, 즉 고령자 복지주택을 추천한다. 세 번째로는 공동생활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다. 실버타운에는 공동생활 공간이 무조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느낀 실버타운의 단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좁다. 보통의 실버타운 전용률은 공동생활 공간을 제외하면 50% 내외다. 높아봐야 70%인데, 이마저도 많지 않으니 입주 초반에는 생활 공간이 좁게 느껴질 수 있겠다. 나이 제한도 아쉽다. 현재 실버타운 입주가 가능한 나이는 만 60세 이상이다. 또한 보통 80~85세가 넘어가면 암묵적으로 입주가 제한된다. 실버타운은 일찍 들어갈수록 건강과 비용 모든 면에서 이득이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다면 미국처럼 만 55세로 제한 연령을 낮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비싸게 ‘느껴진다’는 점. 월 300만 원을 생활비로 한 번에 지출하려니 비싸게 느껴지지만, 자가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관리비, 식비, 운동 등의 취미 활동에 쓰이는 지출을 모두 합치면 크게 차이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버타운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만 60세 이상 인구는 약 12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세대는 고작 1만 세대에 불과하다. 즉 0.1%의 선택받은 사람만이 실버타운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실버타운에 대해 공부할수록 이 점이 가장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실버타운을 택해야 할 이유는?
독신과 부부 등 가구 형태와 무관하게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예 모르고 있거나,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유튜브로 좋은 실버타운을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알리고, 입주율을 높여서 실버타운이라는 사업 자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실버타운을 포함한 실버 사업은 사실 돈이 안 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잘 운영되는 모범 사례가 생긴다면 실버타운 공급도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버타운을 이용할 예비 입주자 입장에서도 실버타운 증가는 좋은 일이다. 양질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니까.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다면 어느 실버타운을 선택하겠는가.
현재 분양 중인 롯데호텔 실버타운 1호점 VL 오시리아를 택하겠다. 고급형인 데다 막 지어진 신축 건물이고,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용률도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보증금으로 자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가평의 청심빌리지, 강남에 있고 최신축 건물을 자랑하는 더시그넘하우스도 좋다. 언급한 곳들 말고도 살아보고 싶은 곳이 많아 고민이다. 빨리 60세가 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실버타운에서 직접 살아보며 이점을 누리고 싶다.
[TIP] 공빠TV가 추천하는 시니어 유형별 실버타운
부부 동반 입주형 부부가 입지와 주변 시설, 가성비, 전용률 등 다양한 요소 중 어떤 것을 기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갈린다. 가성비와 전용률 면에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를, 입지나 대형 병원 접근성 면에서는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를 추천한다. 각종 인프라가 구축된 도심에 살고 싶거나 신축 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면 서울의 더시그넘하우스가 좋겠다.
무조건 럭셔리형 90식으로 환산한 의무식과 2인 가구 부부 기준으로 생활비를 따졌을 때 1위는 더클래식500, 2위가 삼성노블카운티다. 서울 2호선 건대입구역에 있는 더클래식500은 건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시설로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건너편에 건국대병원이 있고,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있어 실버타운으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삼성에서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 역시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행정구역은 용인이지만 수원 영통역과 가까우며 청명산과 기흥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전원형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1인 입주형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 가구에게는 입지와 가성비를 기준으로 용산 하이원빌리지,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서울시니어스 강남타워를 추천한다. 문화 시설이나 쇼핑 시설 유무,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여성 가구에게는 서울시니어스 강서타워, 성북 노블레스타워, 가평 청심빌리지가 안성맞춤이다.
가성비 추구형 보증금이나 생활비가 비교적 저렴한 전원형 실버타운이 좋다. 보증금이 저렴한 곳을 원한다면가평 청심빌리지(보증금 2000만 원), 미리내실버타운(보증금 5000만 원)이 좋다.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는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월 80만 원), 김천 월명성모의 집(월 90만 원)을 추천한다.
반려동물 동반형 현재 반려동물 동반 입주가 허용된 곳은 없다. 그러나 부산 오시리아의 롯데호텔 실버타운 1호점, VL 오시리아를 시작으로 신축 실버타운에서는 가능해질 것이다.
2030년이면 7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65세를 넘는다. 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액티브시니어들이 노인 인구로 본격 편입된다는 뜻이다. 액티브시니어는 활기차면서 생산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 생의 대부분을 도심에서 보낸 데다 내 집에서 나이 들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전원생활을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시니어타운은 이제 도심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실버타운)은 60세 이상 시니어가 거주하며 생활, 교육, 여가,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단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료 양로 시설과 노인복지주택 형태의 주거단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과거의 시니어타운이 도시 외곽에서 자연을 벗 삼아 노후를 보내는 삶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도심에서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도심형’ 시니어타운 인기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단독가구(1인 가구+부부 가구)는 78.2%에 이르는데, 자녀로부터 독립해 생활하고자 하는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고령자 단독가구는 노후 주거 환경에서 케어 서비스와 의료 안정성을 중요 요소로 꼽는다.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전원형이나 도시근교형에 비해 입주 보증금이나 생활비가 비싼 편인데도 인기를 끄는 것은 대학병원 같은 의료 시설에의 높은 접근성과 24시간 간호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액티브시니어들은 시니어타운에 들어가더라도 경제 활동, 취미·스포츠를 통한 커뮤니티, 교육·자기계발, 재능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추구한다. 식사와 생활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다. 건강을 위한 저염·저당 식단 음식부터 하우스키핑 및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가사 노동을 하지 않고 생활과 여가를 즐기며 교육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것.
도심형 시니어타운은 이런 액티브시니어의 수요를 반영해 저마다 특색을 선보이고 있다. 송도병원이 설립한 서울시니어스타워는 의료 전문 시니어타운으로 24시간 방문간호, 맞춤형 운동 처방, 저렴한 진료비 등을 제공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노블카운티는 단지 내에 어린이집과 스포츠·문화센터를 마련해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더클래식500은 대학과의 교류가 특징이다. 건국대 학생들이 입주민들에게 디지털 교육을 하기도 하고, 경험이 풍부한 입주민에게는 건국대 강단에 설 기회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대기업의 본격 실버 산업 진출 신호탄을 쐈다. 액티브시니어 중에서도 탄탄한 경제력으로 능동적 소비를 하는 베이비붐 세대인 ‘욜드’(Young Old)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타운을 제시했다.
트렌디한 ‘욜드’ 겨냥, 시니어타운 ‘VL’
롯데호텔은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을 론칭하고, 시니어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주거단지에 접목하겠다고 발표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고, 나아가 생동감 넘치는 매일을 약속한다”는 가치 아래 롯데호텔만의 서비스 노하우를 집약,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겠다는 것. 특히 최근 ‘욜드’라고 불리는 시니어의 성향에 맞춰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니어타운 VL에서는 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 주 2회 하우스키핑 서비스, 기사 동행 렌터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자녀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시니어의 생활 편의에 맞춘 것. 인근 대형 의료기관과의 연계로 전문 의료진의 개인 맞춤형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호텔 셰프가 관리하는 맞춤형 건강 식단도 제공한다. 입주민과의 교류를 위한 문화·여가 서비스도 있다. 단지 내에 도서관, 사우나, GX 등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인문학, 미술, 운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열 예정이다. 롯데JTB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요트 투어 같은 여행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시니어타운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정책을 시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 입주 예정인 첫 번째 레지던스 ‘VL 오시리아’는 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한화건설이 조성하는 메디타운에 위치한다. VL은 574세대이며, 썬시티에서 관리하는 헬스케어하우스 408세대가 함께 구성된다. 롯데호텔은 향후 역세권을 중심으로 복합단지 중심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안세진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국내 실버 산업이 2030년 168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인 만큼, 롯데호텔의 여가 산업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VL을 통해 에이지 프렌들리 시대의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0세 시대에 ‘은퇴’와 ‘노후 준비’는 중요한 이슈다. 노후 준비는 40대부터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에게 이는 쉽지 않은 사정이다. 가족 부양 때문에 노후 준비 여력이 부족한 40대들은 70대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공개된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64세 경제활동자는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41.5세부터는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40대는 스스로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인식했으나, 실제 은퇴·노후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되어 있는 40대는 15.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40대의 은퇴·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이유는 성장기 자녀 양육과 동시에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재무적 준비 부족에 ‘가족 부양’ 영향력 응답률이 30대는 35.1%였으나 40대는 57.0%로 나타났다. 50대가 되어서야 55.3%로 소폭 감소했다.
40대의 재무 상황은 총소득과 소비액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대는 혼자 벌고 쓰는 미혼가구가 많아 타 연령보다 총 소득(267만 원) 및 소비액(120만 원) 규모가 낮은 편이나, 30대부터는 기혼 가구가 많아지고 가구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가구 총소득과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40대의 가구 총소득은 552만 원으로 30대의 443만 원보다 1.2배 증가했다. 그러나 월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총소득보다 더 많은 1.4배 증가하면서, 부채와 저축·투자액은 소득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50대가 되어서야 소득 증가폭인 1.1배만큼 소비, 저축·투자액 등이 늘어나며 전반적인 가계 경제가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소비액을 보면 40대가 가족 부양에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00만 원이며, 식비 51만 원, 교육비 16만 원, 용돈 지급이 9만 원이다. 4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30대보다 79만 원이 오르는데 대부분 가족을 위해 썼다. 식비가 64만 원으로 올랐고, 교육비가 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용돈 지급은 16만 원이었다. 50대는 식비 61만 원, 교육비 43만 원으로 줄고, 용돈 지급이 19만 원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40대는 가족을 위한 고정 지출은 많지만 본인의 노후를 위한 저축액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40대의 노후 자금 저축 금액은 27만 원으로 월 소득 대비 저축 금액을 비교하면 4.9%로 30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현재 부담하는 지출이 많음에도 40대의 45.7%는 내년 소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도 노후를 위한 자금 준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노후 준비가 어렵다 보니 40대의 절반 이상은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40대의 57.2%가 정년인 65세 이전에 은퇴를 예상했으며, 58.4%는 정년을 넘긴 65세 이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7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할 거란 응답도 33.2%였다.
그렇다면 50~64세의 은퇴 준비 현황은 어떨까. 50~64세의 단 18%만이 현재 노후 준비 상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50~64세 경제활동자는 현재 재무적 은퇴 준비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 44~45세에는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0~64세는 노후와 관련해 ‘준비되어 있음’ 18.5%, ‘비슷함’ 37.7%, ‘준비 부족함’ 43.8%로 각각 답했다. 재무적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50~64세의 총자산은 10억 8128만 원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들의 총자산인 4억 5230만 원보다 2.4배인 6억 2898만 원 많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융 자산은 1억 6566만 원, 부동산 자산은 8억 5748만 원, 기타 자산은 5814만 원을 보유했는데, 재무적 준비가 부족한 50~64세보다 모든 항목에서 2배 이상 많았다.
재무적 준비자는 월평균 저축·투자액 175만 원 중 69만 원(39.4%)을 노후 자금을 위해 정기저축하는 반면, 준비 부족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만 원 중 13만 원(16.3%)만이 노후를 위한 저축이었다.
50~64세의 80% 이상은 ‘연금’을 은퇴 후 활용할 주소득원으로 예상했다. 재무적 준비자는 연금과 더불어 모아둔 보유 자산, 투자 수입 등을 은퇴 후 생활비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준비 부족자는 노령수당 등 공공지원을 기대하는 비중이 더 컸으며, 은퇴한 후에도 소일거리 수준의 근로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경우도 26.9%로 나타났다.
재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재무적 은퇴 준비 여부에 따른 차이가 컸다. 재무적 준비자의 60% 이상은 건강 상태, 은퇴 후 여가·취미 활동, 가족 및 지인 관계가 우수하다고 응답한 반면 준비 부족자는 비재무적인 준비 상태 역시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재무적 준비 부족자의 78.7%는 '생활비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45.0%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지원하느라'를 이유로 꼽았다. 50대에서 60대로 은퇴가 다가올수록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은 조금 줄었지만 예상치 못한 목돈 지출이 많았고,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과소평가했다는 인식도 더욱 커졌다.
그런가 하면, 전 연령대의 과반 이상이 60대 이후 은퇴를 예상하지만, 2030대의 6.4%는 30~40대에 은퇴를 고려하는 파이어(FIRE)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의 은퇴 예상 평균 연령을 보면, 50대 이전 은퇴를 꿈꾸는 조기 은퇴 계획자는 41세,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68세로 27세 차이를 보였다.
조기 은퇴 계획자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381만 원으로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보다 23만 원 더 벌었다. 이들의 78.2%는 본인의 경제력 수준이 또래와 비슷하거나 높다고 인식했으나,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42.6%가 또래보다 낮다고 생각했다.
한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전국 20~64세 경제활동인구 1만 명을 대상으로 전자우편 설문을 통해 조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됐다. 지난해 국내 경제활동가구의 월평균 총 소득은 전년 대비 3.1%(15만 원) 증가한 493만 원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486만 원)을 회복했으며, 저·고소득층 간 월평균 가구 총소득 격차는 4년 내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