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문의에게 묻는다] 신중년 우울증 Q&A
- “뭔가 신나는 일을 하고 싶은데, 만사가 귀찮아진다. 예전에는 귀엽기만 하던 손주 녀석들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드라마도 재미가 없다. 잠도 잘 못 이루고, 밥도 맛이 없다. 살아서 뭐하나 괜스레 이상한 생각도 든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우울증. 한림대성심병원 정신의학과 홍나래 교수가 속 시원히 풀었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 우울증은 왜 찾아올까? 대개 우울증은 힘든 일을 겪은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별한 어려움 없이도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신체적 변화나 사회적 역할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인 신중년 시기에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우울증이 오게 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날까? 신중년 우울증은 성인기의 우울증과는 증상이 조금 다른 경우가 많다. 성인기 우울증은 기분이 가라앉고 스스로 우울하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신중년 우울증은 흥미 있는 일들이 없고 다 귀찮고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잠이 오지 않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흔히들 화병의 증상이라 여기는 가슴 답답함, 화기나 한기가 드는 증상, 소화 불량, 두통이나 어지러움, 여기저기 나타나는 저림이나 통증 등의 증상이 노인성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체 증상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신체적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반복하기보다는 우울증은 아닌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면담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기분에 빠지게 되나? 예전에는 귀엽기만 하던 손주들도 시끄럽고 귀찮게만 느껴지고, 재미있어서 매일 챙겨 보던 드라마도 재미가 없고 꼭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지만, ‘당장 죽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살아서 뭐하나’, ‘그냥 자다가 이대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부질없어 보이고 ‘왜 이렇게 살아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치매와 증상이 유사하다던데 구별이 가능한가? 우울증이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를 ‘가성 치매’라 부르기도 한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가성 치매와 진짜 치매의 증상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치매 검진을 위해 병원에 왔다가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 후 호전되는 환자들도 많다. 대개 신중년 우울증에 의한 가성 치매 환자들은 무조건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진짜 치매 환자들은 질문에 열심히 대답을 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과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우울 증상들이 먼저 나타나는 사례가 많고 우울 증상이 호전되면 치매와 유사한 증상도 없어지게 된다. 정신과 약물치료는 어떻게 되나?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는 뇌의 병이다 보니 그 치료에 있어서도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진단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반드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 중 항우울제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되돌려 주는 약물이기 때문에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약물이고, 중독이 되거나 내성이 생길 위험성이 전혀 없는 약물이다. 강제로 기분을 올려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가벼운 우울감의 경우에는 기분 전환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약물 치료를 받는 중에도 생활 조절을 같이 하면 더 빠르고 큰 효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고, 햇빛을 맞으며 하는 운동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간혹 술의 힘을 빌려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술은 뇌에 우울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 규칙적인 생활,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받은 스트레스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족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사실상 은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역할이 줄어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가족 내에서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은 경험들도 우울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가 된다. 때문에 ‘우리 가족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안의 대소사 결정에 있어서 같이 상의해 나가면 ‘내가 아직도 이 집안의 어른으로 역할을 잘 하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을 갖게 할 수 있다. 혼자 생활하는 신중년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 추세에 맞춰 주말이나 저녁 시간 등을 이용해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해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 홍나래 교수 한림대 성심병원 조교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정회원,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노인정신건강 인증의, 외국인 진료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진료 담당교수 선정, 2015 경기도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 발전대회 정신건강증진 유공 표창 수상
- 2015-07-15 11:15
-
- 100세시대 고령사회와 미래과학 주제 '2014 대학민국 의학 엑스포' 개최
- 대한의사협회가 고령사회와 미래의학을 주제로 한 ‘2014 대한민국 의학 엑스포’를 개최한다. 오는 27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그동안 3년마다 의사회 위주로 진행해온 학술총회를 엑스포로 전환한 것이다. 이전까지 의협 종합학술대회가 의사회나 학회를 모아 그들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의료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과도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됐다. 28일에는 ‘2018, 고령사회를 극복한다’를 주제로 고령사회의 주된 이슈인 장수, 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노인평가의 방향에 대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아울러 노인증후군, 심혈관 질환, 치매, 근골격계 질환, 노인 실금 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등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고령체험관이 설치돼 노화됐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등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뇌미인: 치매 걸리지 말고,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되자’, ‘노인들의 원하는 건강관리는 무엇인가?’, ‘무엇이 성공노화인가?’ 등 일반인을 위한 16개 건강강좌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 대한의학회 김동익(연세대학교 영상의학과 교수)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처럼 학회를 모아 놓고 장소를 제공하는 형태의 종합학술대회는 의미 없다”며 “고령사회를 맞아 의료인에게 필요하지만 다른 학술대회에서는 수용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의사는 물론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일반 국민들까지 함께 공유하는 장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의학으로 고령사회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학 엑스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풍성한 콘텐츠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흘 내내 코엑스에서 강의를 듣고 체험을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며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미래 의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 2014-06-24 11:36
-
- [창간기획 시리즈]⑧치매특별등급제를 둘러싼 따가운 시선들
-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치매특별등급제는 의료업계와 보건복지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신체 기능 중심의 중증 치매환자 위주인 현재의 등급판정체제를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조정하면서, 경증 치매환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5등급(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한다는 게 골자다. 치매 치료를 위해선 조기치매에 대한 예방과 조치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꾸준히 설파해왔던 학계에서는 환영할 일로, 도입 자체의 당위성은 명백하다. 그러나 관심과 더불어 그 주변의 잡음들이 점점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치매특별등급제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 것일까?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치매특별등급제는 그동안 치매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경증 치매환자들을 보살핀다는 세심한 세부화로서의 컨셉을 갖고 있다. 치매특별등급을 받게 되면 주간 보호, 인지활동형 방문 요양, 방문간호 서비스 등등이 제공되며, 특별등급을 받게 될 치매 환자 수는 대략 5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새로운 산업 풀 하나가 형성되는 것과 마찬가지 규모다. 치매특별등급 대상자는 요양급여 비용의 15%를 부담하면 최소 주 3회 주간보호 또는 방문요양서비스를 받게 되고, 이외에 경증치매 환자는 주간보호기관(day-care center) 이용 등 각종 돌봄서비스에 우선 대상자로 지원 받을 수 있다. 특별등급 치매 환자 수는 5만 명 이상으로 예상 치매특별등급제와 관련한 각 분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치매특별등급제 시행으로 치매 요양 수요가 2000명~4400명 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치매요양시설 충족률을 20년까지 480개를 확충해 80%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초에 열린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회에는 무려 1500명에 이르는 개원의, 봉직의들이 몰려 와 성황을 이뤘다. 치매특별등급제에 따른 의사소견서 작성 교육에 맞춰 프로그램이 편성됐기 때문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은 ▲치매의 정의 및 진단과정 ▲인지기능검사(MMSE 및 신경심리검사) ▲일상생활기능(ADL) 및 문제심리행동(BPSD) ▲치매단계(GDS 및 CDR) ▲뇌영상검사 및 치매의 감별진단 ▲치매와 관련된 법적문제 및 치매특별등급용 진단서 작성요령 등으로 구성됐다. 치매특별등급제 소견서에 대한 수가는 4만7500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존 장기요양 신청 소견서보다 높은 가격으로 설문 내용이 길고 기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새로운 영역인 만큼 의사들의 교육도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반영된 결과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개원의들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6과목 6시간 교육으로 치매 진단 가능? 그러나 7월 시행되는 치매특별등급제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곳곳에서 갈등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소견서 발급 ‘자격’에 대한 부분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자격 발급에 대해 의사의 전문 과목에 상관없이 6개 과목 6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치매라는 까다롭고 복잡한 현상에 대하여 이해하려면 세심한 판단을 위한 상당량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데, 6시간 교육을 받고 속성으로 자격을 갖게 되어 치매 평가를 진행하는 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다. 소견서의 남발 가능성도 심각하게 지적되는 문제다. 환자와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혜택을 받기 위해 증상을 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냉정하게 진단하지 못할 경우 소견서 발급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정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는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견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치매특별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기요양점수라는 게 있어서 이 점수가 45점 이상 51점 미만인 자 또는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자에게만 해당된다. 등급 판정 신청이 들어오면 공단 직원이 나가 점수를 매기게 되는데 의사소견서와 차이가 많이 나면 위원회가 열려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의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판정의 엄격함이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치매 진단의 전문성을 받아들여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게시한 6시간 교육보다 더 엄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소견서 발급 놓고 의료계와 한의학계의 갈등 재점화 여기에 의료계와 한의학계의 뿌리 깊은 갈등도 섞여 들었다.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 자격증이 한의사에게도 주어짐으로 인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8일 회원들에게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작성 자격에 한의사를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방특위는 치매 진단 자체가 현대의학의 MMSE(Mini-Mental Status Examination)를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 검사를 바탕으로 이뤄지기에 완연한 현대의학의 영역이며 이와 상관 없는 한의사가 치매특별등급소견서를 작성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현행 장기요양보험법 상 소견서 발급 자격이 의사와 한의사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 자격에는 한의사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한방 쪽도 치매 진단을 하고 있는 와중에 소견서 발급에서 한의사를 제외한다는 건 형평성 상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신경과학회 등 이해단체들의 활동이나 대책이 세워지고 있는 의료계와는 달리 한의계는 치매특별등급제 시행에 대한 대비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개원의나 한의사나 소견서를 쓰기까지 체계적인 검사를 해야 하는데 과연 제대로 검사가 이뤄질지 그리고 그러한 검사를 할 수 있는 인력은 있을지가 염려된다” 며 “치매소견서 교육이나 평가도 구체적인 절차나 체계 없이 부랴부랴 시행하는 정부의 졸속 행정이 드러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방문요양 관리자 및 요양보호사들의 교육과 평가는? 또한 치매특별등급 판정 받은 어르신들에게 방문요양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일정한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경증 치매노인의 기능악화 방지와 가족의 수발부담 완화를 위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치매특별등급 서비스 제공인력은 전국적으로 방문요양관리자 3,500명, 방문요양보호사 1만 500명이다. 치매특별등급 대상자는 경증치매 환자로 인지자극, 신체활동 등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요구돼 치매질환에 대한 추가 교육 필요한 실정에 맞춰 요양관리자 및 요양보호사들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체계적 교육과 그리고 그 이후의 관리나 평가를 어떻게 할것이며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지 여부도 지적되고 있다. 현재 치매특별등급제 자체에 대하여 반대하는 논리는 없다. 그만큼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제도 도입 초창기에 발생하는 문제들, 즉 정책입안 부문과 현장 부문에서의 괴리와 이해단체들 간의 교통정리에 관한 필요성 등이 각각의 전문성에 바탕하여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 3개월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정책 주체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집과 전문가들의 대안 제시를 통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보다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014-04-28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