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MZ의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5년생, Z세대는 1996년 이후 출생자들을 일컫는다. MZ세대에 대한 분석과 견해는 넘쳐나는데 모두 남의 이야기였다. MZ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서, 정작 MZ세대의 이야기는 없었다. 1992년생 고광열은 그래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기성 언론의 기사, 연구기관 보고서, 국내외 논문, MZ세대를 다룬 책들까지. 자료를 끌어모은 뒤 주변 밀레니얼 친구, Z세대 동생을 붙잡고 물었다. “너네 정말 이렇게 생각해?”
회식은 싫다. 점심 회식도 예외가 아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퇴근 시간 후 30분~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무료봉사’로 여겨 질색한다. 먹고살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만 회사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나와 친구들 사이의 나는 엄연히 다름을 선포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친구의 생일에 교통정리 경광봉이나 멜로디언 줄 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선물한다. 주식, 가상화폐 코인 수익률을 신경 쓴다지만 저축만 고집하는 부류도 많다. 공유주택(셰어하우스)과 차량 구독 서비스는 소유하지 못해 고르는 차선책이다.
책 ‘MZ세대 트렌드 코드’의 서술 방식은 가차 없다. 그들이 회식을 좋아하게 만들 방법은 없다고 단정 짓고, 회사의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너를 착취하겠다’와 동일하게 여기는 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MZ세대 고광열은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기성세대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이 경제력을 갖고, 근무 중인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하는 요즘이다. 미우나 고우나 고객이요, 부하직원이며, 이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요즘 것들 아닌가.
MZ, 왜 그렇게 생각해?
그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워라밸(Work-life Balance)’, ‘현재 중심’, ‘거리두기’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1990년대생 사회 초년병이 늘어나면서 주목받았다. MZ세대에게는 회사보다 개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 정시 퇴근이 당연하고, 회식은 개인 시간을 잡아먹는 숙적이며, 회사 사람들과는 필요에 의해 함께하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싫어한다. 그의 회사생활 또한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이였다. 그 역시 잦은 회의와 회식, 기저에 깔린 과도한 집단주의가 불편했다.
다들 군말 없이 하던 일들이 왜 MZ세대에게만 불편 요소로 전락한 걸까. 그는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온라인의 발달로 인한 수평적 사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 활용이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정보 격차가 줄어들고, 나이와 경력이 주는 정보 권력 역시 희미해진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연로자(年老者)를 원로(元老)로 우대한 이유 역시 축적된 정보와 경력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활용이 능숙한 ‘디지털 원주민’ 젊은 세대가 정보력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수평적 사고를 가진 MZ세대는 회사와 단순히 돈과 능력을 주고받는 상호 계약 관계를 맺었다고 여긴다. 제공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 공정하므로 회사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퇴사한다. 그 역시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기업이나 공단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40대나 50대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날아드는 질문은 가볍고 단순하다. 젊은 사람들이 정말 코인을 많이 하느냐, ‘쓸데없는 선물 주고받기’를 실제로 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궁금해하시는 것들은 대체로 기사에서 일반화하는 것들이에요. 20대 전부가 코인을 한다는 둥,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유주택을 선호한다는 둥 설명하는 그런 글들이요.”
그가 MZ세대를 대표해 같은 세대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여기에 있다.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기성세대의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여겼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들을 모아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진짜 이렇게 생각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어요. 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고요.”
MZ세대가 쓰는 같은 세대 이야기라 더 수월하리라 판단했다. 게다가 당시 마케팅 업무를 맡았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도 마케팅 분야의 접근법이 녹아들었다. 마케팅은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 그들이 원하는 걸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성세대가 MZ세대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신입사원 MZ세대의 뇌 구조와 트렌드, 문화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탄생했다.
지금, 나, 돌고 돌아 워라밸
현재에 집중하는 성향 역시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회생활은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회사가 ‘이 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기성세대가 보기에 영 쓸데없는 것에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한다.
“1990년대생이 현재만을 생각한다고 비난해서는 안 돼요. 청년들의 성향은 보통 기성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거든요.” 성장사회는 겪어본 적도 없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회가 적다 못해 없는 수준. 기회의 부재는 포기로 이어진다. 소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구도에서 1990년대생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향이 개인주의로 발현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그는 못 박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생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답했다. 63.1%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불호나 거절 표현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기를 원할 뿐이다.
돌고 돌아 워라밸이다. 영화 취향이 다른 애인에게도 함께 보길 강요하지 않고 ‘혼영’(혼자 영화 보기)을 택한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집단주의와 단체생활을 상대적으로 꺼린다. ‘모두 다 함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소외되거나 희생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불가피한 비효율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고 있어서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회사보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자세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세 가지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요. 모두에게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나씩 떼어서 너도 이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다 그렇다고 대답할걸요?”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마음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책에서도, 연단에 서서도 이 점을 꼭 짚고 넘어간다. ‘요즘 애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정도로 그냥 받아들이기를 추천하는 그의 조언은 퍽 현실적이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는 MZ세대에게 일을 맡길 땐 이직 시 경력 증명에 도움 될 것이라고 설명해야 효과적이고, 맥락 없고 선을 넘나드는 B급 감성 유머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재 개그’를 남발하거나 선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식이다. 일반화는 금물이니 그의 조언이 불문율도 아니다. 까다롭고 별나지만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참고했던 자료 중 MZ세대를 ‘바람직한 몬스터’에 빗댄 분석이 기억에 남아요. 진화심리학 용어로, 과거와 전혀 다른 특질을 갖지만 결국 사회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개체를 뜻하죠. 별나지만 결국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어요.”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 1년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이제는 은행 업무, 쇼핑, 병원 예약 등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의 강산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을 위해 디지털 문해 교육을 하는 김광자, 이근석 강사를 강북 모두의 학교·평생학습관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시니어들에게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용법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직원과 대면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은 일상에서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받는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디지털 활용 능력이 우수하고, 장노년층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50+ 세대를 전문 강사로 양성하고 있다. 김광자(68), 이근석(61) 씨는 디지털 문해 교육 50+강사단으로서 각 지자체를 다니며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에 대해 교육한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디지털 이방인이 돼버린 시니어들의 상황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자신 있는 사람도 키오스크 앞에선 식은땀
많은 직업 중 왜 하필 디지털 강사를 택했는지 묻는 말에 이 씨는 과거의 경험을 털어놨다.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키오스크 앞에 딱 섰는데, 도통 헷갈리더군요. 차분히 살펴보려 해도 뒤에 사람들이 서 있으니 마음만 급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났어요. 전자공학을 전공해 기계 조작은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아니었죠. 자신 있는 사람도 위축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디지털 소외 계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사단에 지원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나이 들수록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문화, 경제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소외와 우울감·고립감의 심화를 겪을 것이라 우려한다. 디지털 문해 교육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셈이다.
“에이, 그거 배워서 뭐 하시게?”
곳곳에 늘어나는 키오스크, 어딜 가든 찍어야 하는 QR코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고 종이에 글씨를 적는 것이 익숙한 시니어들은 몇 번을 사용해도 헷갈릴 수 있다. 이런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김 씨는 “처음엔 다들 가족에게 물어봐요.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 자녀나 손주에게 물으면 처음 한두 번은 차근차근 알려주죠. 그렇지만 다들 바쁘기도 하고 따로 사는 분들이 많으니 만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그것만 가르쳐줄 순 없잖아요. 결국 ‘엄마가 그런 거 배워서 뭐 하시게. 그냥 오는 전화나 잘 받으셔’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죠”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나이 들면 손이 점점 건조해져요. 스마트폰 터치도 인식이 잘 안 돼요. 저는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보통 자녀나 손주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요. 대놓고 ‘손이 건조해서 그래요’라고 하면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오늘 날씨가 건조해서 터치가 잘 안 먹을 수도 있으니 손가락을 호 불어서 눌러보세요’라고 돌려서 말해요. 나도 남 일 같지 않으니까” 라며 공감했다.
말동무에 건강관리까지 해드려요
이들은 문해 교육이 단순 정보 전달뿐 아니라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후 어르신들은 우올과 고립감을 많이 느끼세요. 수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기도 하지만 오는 길에 햇볕도 쬐고, 수업 중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면서 우울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서로 누가 더 잘하는지 은근한 경쟁도 즐기시더군요. 저희가 어르신 건강이 어떤지도 살필 수 있죠. ‘어르신 자세를 보니 허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병원에 가보세요’ 하고요.”
덧붙여 “장점이 많아요. ‘내가 제일 못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오는 게 중요해요. 운동 삼아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재미를 붙이면 귀찮을 정도로 저희한테 질문도 많이 하시고, 감사하다고 직접 장문으로 문자도 보내세요. 요즘 식의 소통법을 배우는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니어들을 가로막던 디지털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공감’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세종대왕이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창제했듯 말이다.
QR이 신분증을 대신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음 날 원하는 물건이 집 앞으로 온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창구에 갈 필요 없이 모바일로 송금이 가능하다. 버스에서는 현금이 사라졌다. 덕분에 일상은 편리해졌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시니어는 막막하다. 디지털 양극화 속에서 살아가는 시니어를 조명한다.
팬데믹은 새로운 사회의 분기점이 됐다. 이전까지 디지털은 새로운 ‘기술’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생존’과 연결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해 코로나19가 불어닥치면서 발생한 마스크 대란이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면서 약국 등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젊은 층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거나, 재고량을 알려주는 앱을 통해 마스크를 구매했다. 이와 달리 디지털에 서툰 노인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수급 사각지대에 놓였다.
노인은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과 더불어 디지털 취약계층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4대 취약계층 중 노인이 가장 디지털에 취약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노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8.6%로 4대 취약계층 중 가장 낮았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0%가량 증가했으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기간에 한 번도 꼴찌를 탈출하지 못했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도 심하다.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주요 회원국에서도 세대 간 디지털 격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세대 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16~25세의 디지털 문제해결 능숙도는 60% 이상인 반면, 55~65세의 경우 5% 이하였다. 인터넷 사용 물품 구매율도 젊은 세대(16~24세)는 80%가 넘지만, 노인 세대(55~74세)의 경우 20% 수준에 불과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양극화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세대 내 격차와 심리적 장벽
세대 ‘간’ 격차도 발생하지만, 세대 ‘내’의 격차도 존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층은 정보화 수준에 따라서 디지털 소외형, 저역량·저활용형, 적극 활용형으로 나뉜다. 디지털 소외형(24.7%)은 접근 및 활용 수준이 모두 낮았고, 반대로 적극 활용형(39.1%)은 전반적으로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높았다. 저역량·저활용형(36.2%)은 접근 수준은 높았지만, 역량과 활용 수준은 낮은 편이었다.
김남숙 숭실대 교육대학원 평생교육·HR D 전공 전임교수는 “디지털 기기 이용 유형에 따라서 맞춤형 교육 여건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1인 여성 노인과 같이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분들에게는 기기 보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높은 노인들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디지털에 대해 심리적 장벽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50% 이상이 스스로 새로운 기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과 정보 노출에 대한 두려움을 디지털 이용의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조력자가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소외형과 저역량·저활용형의 약 80%는 PC 및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때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윤정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은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디지털 기기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정책적으로 디지털 기기 역량을 꾸준히 익힐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차만별 키오스크… 가입조차 어려운 전자상거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사회 전반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으나,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은 처음 비대면 거래를 할 때 회원 가입 및 로그인, 용어 이해, 기기 조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를 어려워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고령자의 51.4%가 단계의 복잡함을 키오스크 이용 시 어려움의 1순위로 꼽았으며, 다음 단계의 버튼을 찾기 어려움(51%), 뒷사람에게 눈치 보임(49%) 순으로 어려워했다. 윤 연구원은 “빠른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디지털 기기 보급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다. 키오스크는 장소나 기기마다 인터페이스 구성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사용 시 혼란을 가중하는 요소이므로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키오스크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다. 다이소는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한 셀프 계산대와 현금 계산대를 같이 운영 중인데, 키오스크 조작이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계산대 옆에 키오스크 조작을 안내하는 종업원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 씨는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보다 현금 결제를 선호한다. 젊은 사람들은 키오스크를 곧잘 이용하지만, 어르신들은 어려워하시기에 자세히 여러 번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현금 결제를 자주 한다는 시니어 박모 씨는 “늘 현금으로 결제하는 게 익숙해서, 다소 과정이 복잡해 보이는 셀프 계산대는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도 비슷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경험이 있는 고령 소비자의 79.9%는 스마트폰을 이용했는데, 이용 시 단계별로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달랐다. 특히 ‘회원 가입 및 로그인’, ‘포인트 적립 및 쿠폰 사용’, ‘결제’, ‘쇼핑 사이트·앱 찾기 및 설치’ 순으로 어려워했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시니어 장모 씨는 “얼마 전 집에 놀러 온 자녀의 도움으로 G마켓에 회원 가입을 했다. 최근에 혼자 앱을 사용해 옷을 사려고 했는데, 결제 방식이 복잡해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대신 주문을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사라지는 현금과 사람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노인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현금 없는 버스가 등장했다. 서울시는 10월 1일부터 8개 시내버스 노선을 대상으로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 중이다. 버스 탑승 현금 이용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금 승객 비율은 2010년 5.0%에서 2019년 1.0%로 내려갔고, 지난해 0.8%를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이용객 중 어르신의 비중은 10% 남짓으로 추정된다. 잘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지하철 탑승 시 사용하는 시니어패스 카드도 버스 탑승할 때 사용할 수 있다”라며 “현금 승객 저하와 더불어 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시범 운영 중인데, 앞으로 9개월간 현금 없는 버스의 효과를 다각도에서 살펴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시범 노선의 버스를 운행 중인 김모 씨는 “현금 없는 버스 운영 전에도 하루에 현금을 내는 이용객은 2~3건에 불과했다. 시범 운영 후 현금을 내려고 하는 승객은 하루에 1건 정도가 다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박모 씨는 “승객의 70%가 노인인데, 카드를 이용하는 분이 많다. 다만 여전히 현금을 이용하는 분이 종종 있어서 돈통을 아예 없애는 것은 힘들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어려움에 봉착한 시니어도 생겼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금융거래 미경험자의 50%는 창구를 통한 거래를 선호했다. 여전히 대면 업무에 익숙한 것이다. 온라인 금융거래를 해본 고령자의 90%는 계좌조회, 이체와 같은 간단한 금융 업무만 진행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점포 수는 올해 6월 기준 6326개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대신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무인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을 통해 진행되는 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도 고령 소비자들은 영문명, 이메일 주소 등 개인 정보 입력을 위한 키보드 조작을 어려워했다”라고 말했다.
성공적 노화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이제 디지털은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전까지는 하나의 선택 사항이었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앞서 마스크 대란에서 살펴본 것처럼 디지털 격차가 만드는 사회적 불평등은 노인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단순한 PC 보급과 이용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빠른 변화에 발맞춰 콘텐츠의 이해와 활용, 정보 공유, 소통과 참여 등이 강조되는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서울시는 어르신 맞춤형 스마트폰을 보급하고 있으며,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월 2만 원 이하의 요금제를 제공한다. 올해 연말까지 서울 시내 삼성디지털프라자 34개소를 방문하면 가입할 수 있다. 한편 ‘어디나 지원단’을 통해서 디지털 기기 역량 강화 교육도 하고 있다. 이 지원단은 ‘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의 줄임말로, 강사와 교육생이 모두 중장년이며 일대일로 만나 진행하는 눈높이 맞춤 교육이다. 또한 로봇 ‘리쿠’를 활용해 스마트폰 이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아울러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요금 정산 등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마련해 키오스크 연습을 할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 중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노인의 성공적 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지적 유연성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이 높았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개방적 태도를 뜻하는데, 열린 마음을 가진 노인일수록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궁극적으로 리터러시 수준이 높을수록 성공적 노화를 측정하는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노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능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효능감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유능성을 증명하는 수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디지털은 생존과 성공적 노화를 위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제 디지털에 무능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보는 시대다.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의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한참을 기다려 수수료까지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반대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식당에서 무인 기기(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 매장에서 상주하는 직원을 아예 없애거나 혼잡 시간대엔 무인 주문기로만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타임’을 운영하기도 해 직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처럼 노인들에게는 디지털 세상의 진입 장벽이 높게만 느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 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 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울 수 있는 ‘키오스크 체험존’을 마련했다. 체험존에서는 음식 주문, 티켓 발매, 증명서 발급 등을 연습해볼 수 있다. 스스로 체험이 어려운 노인들은 설치된 기관의 사회복지사, 디지털 강사가 직접 돕는다. 체험존 위치는 스마트폰, PC로 네이버에 접속해 ‘스마트 서울맵’을 치고,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도시 생활지도→키오스크 체험존’을 차례로 눌러 확인할 수 있다. 혹은 서울시 디지털포용팀에 문의해도 된다.
서초구에서 개발한 앱인 ‘서초톡톡C'를 활용해 집에서 연습할 수도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서초톡톡C를 검색해 무료로 다운로드한 다음 무인민원발급기, 패스트푸드, 고속버스, ATM기, KTX 발권, 병원 등 상황별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서초구 관계자는 “우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힘든 경우가 많다”며 “인기가 좋은 강좌는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 수업”이라고 밝혔다. 정보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는 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업이 가장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강동구 등 노인복지시설에서는 지난해 말 AI 로봇 ‘리쿠’를 도입했다. 리쿠는 노인들에게 터치나 스크롤 같은 기본적인 작동법은 물론 카카오톡에서 친구를 검색하거나 사진을 전송하고 메시지 알람을 끄는 방법도 알려준다. 리쿠는 단순한 음성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감정, 성향을 학습해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술을 탑재했기 때문에 대화가 가능하고,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배움터’에는 디지털 소외와 정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있다. 노인들이 집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온라인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강좌 내용, 일시, 장소 등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뒷방 늙은이’를 거부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젊은 층 못지않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이 ‘덕질’에 뛰어들며 새로운 ‘엄마·삼촌 팬’ 문화를 만들고 있다. 시작은 MZ세대와 비슷했지만 남다른 재력과 소비력으로 차원이 다른 덕질을 보여주는 ‘오팔 세대’를 들여다봤다.
요즘 어른들은 뭔가 다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남은 인생을 수용하는, 그저 나이 들어버린 존재가 아니다. ‘노(NO)노(老)’를 외치며 활발한 사회활동과 네트워킹으로 정체성을 찾고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이들은 바로 오팔 세대다.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는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 개띠 ‘58’과 발음이 같고, 은퇴 이후에도 삶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세대의 다채로운 행보가 다양한 색을 담고 있는 보석 ‘오팔'과 닮았다는 의미다.
“너네만 덕질하니? 엄마도 삼촌도 한다”
최근 오팔 세대 사이에서 ‘덕질’이 화제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았던 덕질이 전 세대로 퍼지고 있다.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분야는 연예인, 게임, 만화, 음식, 반려동물 등 매우 다양하다.
오팔 세대의 덕질은 MZ세대 못지않다. ‘내 가수’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은 무조건 본방 사수다. 관련 기사도 부지런히 확인한다. 음원 결제도 서슴지 않는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연령대별 음악·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율은 20~40대가 71%인 데 비해 5060세대는 101%로 크게 늘었다.
오팔 세대는 MZ세대 덕질의 필수인 ‘스밍 총공, ‘조공’, ‘기부 서포트’, ‘굿즈 구매’ 같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스밍 총공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고자 특정 시간에 일제히 해당 곡을 듣는 것을 말한다. 조공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보내는 행위다. 기부 서포트는 스타와 팬덤 이름으로 기부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굿즈는 사진과 DVD, 각종 소품 등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상품이다.
“이것이 어른의 덕질이다”
바야흐로 트로트 르네상스다. 2019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 흥행을 계기로 그동안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치부돼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가 오팔 세대 덕에 가요계에서 다시 급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있다. 그의 팬클럽 ‘어게인’은 오팔 세대만의 팬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덕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MZ세대 팬들과는 다르다. 팬카페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며 댓글을 단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났지만 익명성 뒤로 숨지 않고 서로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다. 송가인이 한참 어린 딸이나 손녀뻘이라도 ‘가인 님’, ‘가인 씨’라고 부른다. 말도 잘 놓지 않는다. 송가인의 SNS에는 “송가인 님 덕에 힘을 얻고 있어요”와 같은 존칭 문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아이돌 SNS에서는 “언니 보고 벽 부수다가 우리 집 원룸 됐어”, “오빠는 경마장 가지 마. 말이 안 나오니까”와 같은 요즘 유행하는 ‘주접 댓글’을 볼 수 있다.
남다른 조공 문화도 눈에 띈다. ‘건강이 최고’라 생각하는 오팔 세대 팬들은 송가인에게 홍삼, 참치회, 산낙지 같은 건강식품을 박스째로 선물한다. 브랜드 의류나 액세서리보다는 몸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돋보인다.
미스트롯 흥행을 디딤돌 삼아 2020년 출격한 ‘미스터트롯’은 ‘엄마 부대’라는 새로운 광풍을 일으켰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6월 16일 임영웅의 생일을 기념하며 ‘착한 덕질’의 표본을 보여줬다. 전국적으로 선풍기 100대 기부, 취약아동 생계비 지원, 저소득 어르신 무릎인공관절 수술 지원 등 릴레이 나눔 캠페인을 이어갔다. 또 서울부터 부산까지 팬클럽·지역연합이 모여 전국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릴레이 광고를 진행했다. 전국의 영웅시대가 서울 지하철역 생일 전광판 광고를 보러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구매 대란 만든 삼촌 팬
오팔 세대는 ‘뒷방 늙은이’를 거부한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이 없다. 덕질도 이런 활동 중 하나다. 오팔 세대는 소비 력이 남다르다. 최근 브레이브걸스에 빠진 ‘삼촌 팬’들이 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해체를 앞두던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올해 초 역주행을 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보통 역주행은 반짝인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인기를 계속 이어가며 대세로 떠올랐고,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브레이브걸스의 잠재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삼촌 팬의 활약이 컸다. 통 큰 팬 일화도 끝없이 나온다. 한 팬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라는 별명을 가진 유정의 꼬북칩 광고 계약을 기원하며, 과자회사 주식을 3000만 원어치 매수했다.
주방용품 브랜드 해피콜은 브레이브걸스를 내세운 마케팅을 시도해 ‘쁘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해피콜에 따르면, 프로모션을 시작한 5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자체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0% 늘었다. 해피콜 자체는 물론, 주방용품 시장 전체로도 기록적인 수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브레이브걸스 삼촌 팬들은 일단 제품을 구매하고 본다. 멤버가 사용하는 제품은 일단 산 뒤 해당 업체에 ‘여성만 쓸 수 있는 거냐’고 나중에 문의하는 식이다. 이처럼 브레이브걸스가 광고하는 상품은 삼촌 팬 덕에 매출이 2~4배 이상 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덕질의 순기능
덕질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트로트 열풍으로 보는 오팔 세대의 부상과 팬덤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팔 세대에게 덕질은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팔 세대는 덕질을 시작하고 인생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4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임영웅의 ‘찐팬’ 68세 홍경옥 씨가 소개됐다. 그의 방에는 응원봉과 포스터, 그립 톡, 머그잔, 가방, 우산 등 임영웅 굿즈가 300개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생활용품 굿즈도 임영웅 얼굴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전혀 쓰지 않고 모셔두고 있다.
홍 씨가 이토록 임영웅에게 빠져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힘든 시절을 보내며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던 때, 임영웅의 사연과 노래가 큰 위로로 다가와서다. 홍 씨의 남편은 임영웅이 아내의 웃음을 되찾아준 고마운 존재라고 밝혔다.
덕질은 세대 간 격차를 좁혀주기도 한다. 엄마의 늦은 덕질을 본 자녀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지만, 점차 부모의 취미 생활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27세 정소라 씨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는 콘서트 티케팅을 도와드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미뤄졌던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또 취소됐다. 기다린 지 1년이 넘었다. 예약 대기까지 걸어놓으며 부모님께 공연을 보여드리려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듯 많은 자녀가 부모의 취미 생활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의 팬카페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티케팅과 스밍을 하고 있다는 자녀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팔 세대도 공연 티케팅 같은 적극적인 덕질로 자녀 세대와 더욱 가까워질 지름길을 찾고 있다. 자녀들이 아이돌에 빠지거나 그들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현상을 이제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좋은날’ 회원은 유튜브 채널 ‘니나노 텔레비전’에서 “처음 하는 덕질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딸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음원 다운로드와 사이트 가입 등을 도와주면서 엄마 마음을 알게 됐다며 이해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팔 세대가 뒤흔든 팬덤 경제
오팔 세대는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며 팬덤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오팔 세대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는 등 디지털에 상당히 익숙한 세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비부머를 필두로 하는 오팔 세대의 거대한 규모와 높은 소비력 덕에 은퇴 후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이들의 문화나 행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팔 세대 덕질의 주요 동기는 ‘젊음’과 ‘향수’, 두 가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소비와 여가 활동의 주요 동기가 돼 MZ세대의 전유물이던 덕질을 모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제 성장기 동안 억제됐던 문화 향유 욕구가 은퇴 이후 불이 붙으며 과거의 문화, 가치,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친필 사인 양주잔, 실크 스카프, 돋보기 목걸이등 오팔 세대 맞춤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강좌와 학습, 여가 활동이 확산되고 삶의 단계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동호회를 비롯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세대로서 배워야 산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오팔 세대는 팬덤 문화에도 빠르게 정착했다. 서툴렀던 스마트폰 사용이나 온라인 세상에서 서로 도우며 디지털 기반 덕질의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고 있는 오팔 세대가 MZ세대를 넘어설 신소비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팬덤의 경제적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은퇴 후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젊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어 주 소비층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오팔 세대. 이들이 만드는 팬덤 경제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전 10시, 탑골공원 앞이 소란하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박 모(71)씨는 동년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원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원은 지난해 2월부터 무기한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박씨와 같은 시니어들은 여전히 탑골공원 담장 바깥에 모여 앉아 있다. 집에서 가만히 있기엔 무료하고, 아파트 단지 공원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 앉아 있기가 민망해서다.
코로나19는 그나마 시니어들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같은 시설의 문을 걸어 잠갔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시니어들의 삶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탑골공원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스마트폰으로 무료함을 달래보려 시도한다. 하지만 박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인터넷과 디지털 세상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빠르게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박씨와 같은 시니어들은 다르다. 주로 경로당과 공원, 노인복지관을 방문하며 오프라인 활동을 많이 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더디며 역량도 낮다.
2019년 기준 세계 인구의 51%에 달하는 41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정보통신기술은 현재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관여하며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모든 분야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젊은 층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이지만 시니어들에게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하는 사회 문제도 이슈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시니어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씨 또한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지만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얼마 전 친구가 끔찍이 여기는 늦둥이 아들 결혼식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100만 원을 부치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이 은행 계좌를 40년 가까이 보유했지만 인터넷 뱅킹은 할 줄 모른다. 젊은 세대가 카카오톡이나 은행 앱에서 수수료를 면제받아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송금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씨는 “은행 앱은 설치할 줄도 모르는 데다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정작 사용할 줄 모르니 그냥 교통비를 지불해서 은행에 오고, 수수료도 낸다”며 “매번 모른다고 자식한테 부탁하는 것이 무척 미안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상과의 만남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초면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난 5월 어린이 날을 맞아 손주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완구점을 찾은 박씨는 정가 10만8000원짜리 로봇을 8만6800원에 구매했다. 20%나 싸게 샀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30대 딸의 반응은 달랐다. 왜 비싸게 주고 샀느냐며 환불을 권유했다. 서둘러 완구점에 가 환불을 마친 박씨는 씁쓸했다. 박씨 딸은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를 한바퀴 훑더니,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똑같은 장난감을 6만6430원에 구매했다.
이처럼 ‘요즘 세대’는 다양한 앱을 활용해 저렴한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후기도 작성해 적립금도 톡톡히 챙긴다.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식당 계정을 추가한 뒤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박씨는 매일 가던 식당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폰을 가져가서 직원이 이것저것 누르더니 “다음에 이 화면을 보여주면 서비스를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화면을 어떻게 띄우는지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한 셈이다.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 민원 창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는 비용은 1000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내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하면 500원에 발급할 수 있고, 인터넷을 이용하면 무료다.
박씨는 “필요한 서류가 있어 구청을 방문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며 “종이 한 장 짜리 서류를 발급 받으려고 30분을 기다리는 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항목이 너무 많고 눈까지 침침해 기계를 사용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70세 이상 시니어들은 현대사회의 ‘디지털 흐름’에서 소외된 많은 ‘디지털 이방인’이다.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나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이러한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 시니어들은 온·오프라인 기반의 각종 서비스에서 제외돼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이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속도가 느려서 뒷사람에게 미안함을 종종 느꼈다. 화면을 확대하기 위해서 돋보기 메뉴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뒤에 서있던 젊은이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한참 애먹었을 것 같다.” (64세 시니어 A씨)
“글자가 작아서 메뉴가 어디 있고 결제 버튼은 어디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사회적 추세니까 적응하려고 하지만, 글쎄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거라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화면을 터치하면 더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70세 시니어 B씨)
“무인점포가 너무 많아진 건 별로다. 내 뒤로 줄이 길어지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그러면 더 헤매고 버벅인다. 점원이 있는 가게가 훨씬 편하다.” (58세 시니어 C씨)
세 명의 시니어가 한 전자기기에 대해서 이용 경험을 말하고 있다. 무슨 기기에 대한 이야기인지 눈치챘는가? 신종 바이러스에 맞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주자, 키오스크(무인주문기)다.
AC(After Corona)시대 시니어, ‘에이씨’ 성질나게 만드는 키오스크
키오스크 증가 추세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크게 뛰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키오스크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판매량은 2018년 1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에 2만 대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해 국내 키오스크 예상 판매량은 3만 대로, 하루에 82대가 설치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로 식당 주문을 해본 노인 중 64.2%가 불편함을 느꼈다.
키오스크 뿐만이 아니다. 노인들은 일상 속 늘어나는 정보화 기기가 어렵기만 하다. 노인 74.1%가 온라인 중심으로 제공되는 정보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정보화 기기를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고 답했다. 키오스크보다 일찍 보편화된 ATM 기기도 노인 38.4%가 사용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이 65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복잡한 단계를 불편한 이유로 꼽는 어르신들이 51.4%로 가장 많았다.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이 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가 49.0% 같은 이유를 시니어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고령 소비자 10명을 선정해 현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모두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 지연 등으로 심리적 부담감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오스크, 정보화 시대 시니어의 ‘족쇄’에서 ‘도움닫기 발판’으로
이에 시니어도 사용하기 편리한 시니어를 위한 키오스크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격차가 노인 소외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대면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방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인시스템 확충이다. 정보격차 해소를 ‘복지’ 차원에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이 중 하나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지능정보화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고령자·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정보접근성은 누구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과기정통부장관은 주민센터, 공립 노인요양시설 등의 국가기관에 정보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 우선구매를 요청할 수 있다. 강제책은 아니지만 해당 키오스크를 구매한 자는 정부포상도 받을 수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지난달 고령층을 위한 키오스크 개선을 위해 CJ CGV와 손을 맞잡았다. 어르신들이 더 편리하게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와 분석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한다. 서울디지털재단 관계자는 “어르신과 현장직원 등 키오스크 이용자와 제공자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방향을 도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제작 중인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접근성 표준안’을 CGV 키오스크에 시범 적용한다. 그 효과를 사전에 검증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접근성 표준안’은 올해 내로 제작하고 배포할 예정이다. 영화관과 노인복지센터. 시니어에게 친숙한 장소 안 키오스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와 그 이후에도 언제든지 어르신들이 즐겁고 지내고,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경로당이 등장한다.
비대면으로 미술·치매예방교실 같은 여가와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운동이나 건강 관련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또 무인안내기와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생활지원 서비스도 제공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는 노인 복지의 주 거점인 경로당에 비대면 화상회의 기반시설(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능정보서비스를 시범 적용하는 ‘스마트경로당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올해는 대전 유성구와 경기 부천시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로당 대부분이 폐쇄됐던 것을 계기로, 경로당에 ICT 기반 비대면 인프라와 콘텐츠를 확충해 여가·복지 서비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대전 유성구는 65개 경로당에 지능형 수요관리를 접목한 비대면 여가복지 서비스, 보건소 연계를 통한 어르신 스마트 건강관리, 전자광고판(디지털 사이니지) 기반 생활정보 제공 서비스 등을 마련한다.
경기도 부천시 45개 경로당에는 가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비대면 여가복지 서비스, 보건소와 연계를 통한 어르신 스마트 건강관리 서비스, 사물인터넷 기기를 활용한 채소재배 기기 등을 제공한다.
정부는 스마트경로당을 통해 어르신 대상의 여가와 복지 서비스 질을 한 단계 제고하고, '돌봄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어르신들이 친숙한 공간에서 스마트 기기와 지능정보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가오는 초고령 시대에 대비해 노인 복지 서비스도 디지털과 결합해 질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시범사업이 스마트경로당의 선도 사례로 자리 잡고, 국민 누구나 디지털 뉴딜·지역 뉴딜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NIA는 이 사업을 위해 18일까지 지역별 스마트경로당 서비스를 구축할 전문기업을 모집한다. 자세한 내용은 조달청 나라장터 누리집과 NIA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알뜰폰 업계가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시니어 전용 요금제를 통해 고령층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3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시니어들을 홀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 시니어들이 2G와 3G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4G인 LTE로 바꾸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공격적으로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고령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시대 흐름을 고려해, 시니어 특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니어 안심시킨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니어 특화 요금제가 거의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을 비롯해 티플러스(tplus)모바일, 유플러스(U+)알뜰모바일, 프리텔레콤 같은 알뜰폰 업체가 만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시니어 특화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고객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KT엠모바일은 올해 2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니어를 대상으로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3개를 선보였다. ‘시니어 안심 0.5G+’요금제는 월 5900원에 음성통화 300분, 문자 300건, 데이터는 0.5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시니어 안심 2G+’는 월 8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2GB까지는 최대 속도, 그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 ‘시니어 안심 4G+’는 월 1만19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는 4GB까지는 최대 속도, 이후는 400Kbps 속도로 무제한으로 이용한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만 65세 이상 신규 고객 중 약 23%가 ‘시니어 안심 2G+’ 요금제에 가입하며 가장 높은 가입률을 기록했다”며 “통화와 문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KT엠모바일은 1월 기준 80만여명이 가입자를 유치해 알뜰폰 가입자 1위 업체다. 이중 60대 이상 고객이 2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어르신 고객 비중도 높은 편이다.
KT엠모바일 관계자는 “어르신들과 상담하다 보면 요금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라며 “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이런 걱정을 크게 덜어줘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체마다 비슷한 서비스에 요금은 다른 시니어 요금제
티플러스모바일은 올해 시니어 전용 유심 요금제 4개를 출시했다. 월 2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표준’ 요금제는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나머지 3개 요금제인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 완전마음껏 시니어2G+, 완전마음껏 시니어4G+’는 KT엠모바일 상품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월 요금만 다르다.
‘데이터마음껏 시니어0.5G+’는 월 5500원, ‘데이터마음껏 시니어2G+’는 월 88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각각 400원, 100원 저렴하다. 반면 ‘데이터마음껏 시니어4G+’는 1만2100원으로 KT엠모바일 상품보다 200원 비싸다.
유플러스모바일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1GB/100분)’ 요금제는 월 4900원으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요금제 중에서는 월 요금이 가장 저렴하다. 대신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가 츨시한 요금제보다 음성통화와 문자 이용량이 3분의 1가량으로 차이가 많이 난다.
프리텔레콤은 ‘프리티시니어 2G’와 ‘프리티시니어4G’ 2개의 시니어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요금이 각각 1만1000원, 1만3200원으로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만 다르고,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는 같다.
LG헬로비전이 내놓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2GB’와 ‘유심 시니어 통화 데이터 넉넉히 4GB’ 상품도 프리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월 요금만 각각 1만3200원, 1만 8700원으로 다를 뿐 제공되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가 다른 알뜰폰 업체 상품과 같다.
이처럼 알뜰폰 업계가 선보인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다른 요금제와 비교해도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요금제에서 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시니어 요금제보다 보통 5000원에서 8000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입소문으로 꾸준하게 시니어 가입자 늘어”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대체로 번호이동을 꺼리는 편이다. 특히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화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뜰폰은 3대 이동통신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과 데이터 이용 등은 3대 이동통신사와 거의 동일하다.
알뜰폰 업체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대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서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정부가 국민들의 통신비를 줄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12년 6월에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를 ‘알뜰폰’이라고 선정해 이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올해로 68세인 강철호(가명) 씨는 "자녀에게 이 요금제를 추천 받고 바로 번호이동을 했다"며 "1만원도 안 되는 월요금으로 통화와 데이터를 제한없이 쓸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인 배경에는 이동통신재판매 특성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망을 판매하는 3대 이동통신사가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망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이를 토대로 알뜰폰 업계가 비슷한 시니어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르신들 특성 때문인지 특정 요금제에 젊은 층이 폭발적으로 가입하는 사례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입소문 등으로 시니어 상품에 가입하는 어르신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며 “데이터와 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니어 전용 요금제는 통신비 절감과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알뜰폰 본연의 취지에도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