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곳에 있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늘 다르다. 갈 때마다 바닷빛은 새롭고 숲은 바람결의 맛이 또 다르다. 섬 전체가 여행길이고 단 한 군데도 빠뜨릴 수 없는 천혜의 경관이다. 섬 속에 딸린 자그마한 섬들이 또한 볼거리이고, 유구한 세월이 담긴 생태 숲과 치유와 명상의 숲도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소소한 힐링 코스와 제주의 자연을 간 김에 모두 마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게으른 여행이 제맛이므로.
제주는 서부권과 동부권으로 나뉜다. 동서남북으로 빙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우왕좌왕할 수도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여유롭게 힐링하려면 동선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걷기 좋은 길을 다 욕심낼 일도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다 먹을 수도 없다. 에너지를 막 쓸 나이도 아니고, 2~3일 정도 제주의 바람결 따라 몸을 옮긴다. 이번엔 제주 서쪽이다.
은빛 일렁임, 새별오름
제주 애월의 평화로를 달리다 보면 봉긋하게 삼각형으로 솟은 동산이 눈에 들어온다. ‘와~ 제주구나’ 이런 생각이 확 드는 순간이다. 얼핏 거대한 고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서 제주는 바다를 먼저 떠올릴 수 있으나, 이제는 이렇게 억새가 반짝이는 오름이나 둘레길이 제주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제주 서부 중산간 오름 지대의 저녁 하늘에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도 예쁜 새별오름이다. 해발 519.3m라고는 하나 경사를 겁낼 정도는 아니다. 굳이 정상까지 꼭 가야 할 일도 아니고. 오름길에 억새의 숲을 마음껏 누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산 위로 오르면 분화구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여럿임을 비로소 보게 된다. 멀리 한라산과 비양도도 볼 수 있으며 상쾌함의 절정이다. 탁 트인 새별오름의 전망과 바람결에 은빛 털북숭이처럼 일렁이는 억새 물결의 군무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 오름에 올랐으니 잠깐 머무르면서 실컷 바람을 맞아야 제맛이다.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제주의 대표 축제인 들풀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이곳 새별오름이다. 여행 기간이라면 꼭 경험해볼 만한 축제다.
제주의 건축 기행, 방주교회와 본태박물관
여행 중에 찾아가는 전시장은 유난히 행복감을 준다. 이런 여유로움이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뿐 아니라 다니다 보면 비가 오거나 악천후를 만날 때가 없으란 법 없다.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이럴 때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 실내와 실외가 각기 다른 공간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건축 예술의 멋을 보게 된다.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지어진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물 위로 교회가 떠 있고 노을이 담기기도 하는 시각적인 묘미를 보여준다. 이런 독특한 풍경으로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개인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조용하고 신성한 시간 속의 여행이다. 교회 옆으로 수(水)·풍(風)·석(石) 뮤지엄, 포도호텔도 들러볼 만하다.
중문 위 중산간에 위치한 본래의 형태를 뜻하는 본태박물관, 건축의 철학자라 일컫는 안도 다다오(Ando Tadao)의 건축이다. 제1전시관 한국 전통 수공예품, 제2전시관 현대 예술 작품 등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진다. 공간들이 얽힌 듯 미로 속을 걷는 듯하다. 잠깐씩 길을 잃을 뻔했다. 파격적인 느낌의 공간과 복잡하게 연결된 길에서 알 수 없는 느낌에 빠져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 기왕이면 조금 공부하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으로 제주 동쪽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도 특별하다.
자연 친화적 건축 속에서 명상의 시간을 가질 만하다. 저지리의 현대미술관과 공공수장고, 승효상 건축가의 추사관이나 미스터밀크, 정기용 건축가의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조민석 건축가의 오설록 티 뮤지엄 다도 체험관, 박현모 건축가가 지은 애월의 빵집 ‘버터 모닝’ 등. 제주 섬의 자연과 멋스럽게 어우러지는 다양한 건축물 덕분에 제주의 건축 기행이 따로 있을 정도다.
길에서 만난 평화 순례자의 교회, 명월국민학교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는 순례자의 교회는 올레길 13코스에 위치한다. 덥거나 추울 때, 마음이 외로울 때 한경면 외딴집처럼 저편에 예쁜 교회가 보일 것이다. 신앙인이 아니라 해도 고개 숙여 좁은 문을 통과해 한 번쯤 쉬어갈 수 있도록 제주의 벌판에서 기다리는 듯하다. 여행 중에 거리낌 없이 들어가 3평 남짓의 작은 기도처에서 조용히 묵상에 잠겨 평안히 머물다 나올 수 있다. 정신없는 세상 속에서 잠시 기도하고 차분히 비워내고, 작음이 주는 커다란 느낌도 담아올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명명된 지 오래지만 여기는 명월국민학교다. 이미 폐교한 지 30년이라고 했다. 명월리 마을회가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여행자들에게 그 옛날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로 만들어냈다. 삐걱대는 낡은 복도 바닥을 밟으며 걸어 들어간 교실은 아기자기한 소품 갤러리가 되었고, 색다른 분위기의 카페가 되었다. 너른 운동장에는 앞마당에서 뛰어놀듯 아이들은 자유롭고 어른들은 추억을 더듬는다. 이곳의 운영 수익은 마을에 환원되어 마을 발전 기금으로 쓰인다.
낙천 아홉굿마을의 의자공원
여러 가지 의자들로 공원을 이룬 곳, 예쁘고 신기하고 다양한 의자들이 무수하다. 앉아보거나 쉬기도 하고,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새 오래 머물게 된다. 올레길 13코스 중간 지점의 의자공원은 아홉 개의 샘이 있다 하여 아홉굿마을로 불리는 곳에 자리한다. 천 개가 넘는 의자에 앉아 바쁘거나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시간이다.
이윽고 한낮의 햇살이 옅어지며 뉘엿뉘엿 하루가 저물 때. 협재해수욕장을 옆으로 끼고 차귀도를 향해 달린다. 옛날 송나라 호종단이라는 사람이 제주 땅의 지맥을 끊기 시작했는데, 차귀도의 지맥과 수맥을 끊어놓고 돌아가려 할 때 한라산 날쌘 독수리가 이들이 탄 배를 침몰시켰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섬이다.
저무는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이날따라 조금 이르게 해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조금 더 가야 하는데 3, 4분 정도 늦게 차귀도 해안에 들어선 까닭이다. 도중에 어디든 무조건 내려서 바닷가로 뛰어 내려갔더니 이미 중간쯤 해가 떨어지고 있다. 밤낚시에 몰두한 강태공은 낚싯줄을 던지고, 잔잔한 바다 위로 고깃배가 지나가는 풍경이다. 멈춰 서서 넋을 잃을 수밖에.
적당히 드리운 구름과 고요함 속으로 일몰이 진행되는 중이다. 하늘과 바다가 순간순간 달라진다.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이 바다에 닿을락 말락 한다.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숨죽여 보다가 오메가 현상을 이루는 경이로운 찰나를 맞는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제주의 차귀도에선 이런 벅찬 순간을 기대할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거나 수려한 산세에 파묻혀 보았다면 한나절쯤 호젓하게 고즈넉해보는 시간도 가져볼 만하다. 더구나 깊어가는 계절에 오랜 세월을 지키고 있는 울창한 숲은 가슴속 깊이 풍성함을 준다. 지리산은 전남과 전북, 경남의 5개 시군에 걸쳐진 거대하게 넓은 면적의 웅장한 산이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전북 남원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있는 고을 남원. 남원에는 오래된 마을마다 아름드리 당산나무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아름다운 숲을 본다. 여행길에 한나절 쉬어가기, 계절 따라 쉬어갈 이유가 달리 있겠지만 지리산 아래 남원골의 숲은 마을과 함께 있어서 따뜻한 정취를 전한다. 숲을 찾아가는 테마 여행이라고나 할까.
남원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멀리 들판 속에 섬처럼 숲이 자리 잡은 게 보인다. 100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 서어나무숲은 그렇게 산과 들과 마을에 깃들듯 존재감을 보여준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 조화가 아름답다. 아름답기로는 올해의 아름다운 숲으로 산림청이 실시하는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기도 했다. (산림청이 (사) 생명의 숲 국민운동 • 유한킴벌리(주)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우리 생활 주변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어 알리기 위한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는 숲이 가진 경제, 환경, 문화 자원적 가치를 깨닫고, 숲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목적이다)
지리산 운봉 자락의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으로 가는 길은 들판을 달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가 마을 골목쯤에서 멈췄다. 마을 속 논과 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쭈뼛거리며 이곳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그럼 걸어가 보지 뭐 하고 조금 걸었다. 골목을 걷다가 보니 주민이신 할머니께서 마당에 앉아 혼자서 콩 타작을 하고 계셨다. 곁에 가서 나도 쪼그리고 앉아 서어나무숲을 물어보니 "아이고, 길을 잘 못 들었네, 저 짝으로 람천 둑길로 차를 몰고 가면 서어나무숲 쪽 가는 길이 있는데 기왕 여기로 왔으니 걸어서 요기로 넘어가 봐요"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뒷문과도 같은 곳으로 넘어가니 계절의 청취가 가득 고여 있는 숲이 거기 있다.
빼곡한 서어나무숲의 세상이다. 숲에 바람이 불어 쏟아지듯 낙엽이 우수수 날린다. 발아래로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나무의 뿌리발육이 드러나 있다. 숲속에 들어 친구들과 숲 놀이를 하는 사람들, 두 손 꼭 잡은 다정한 부부의 모습, 그 숲의 풍경이 된다. 나무의 줄기가 튼튼하여 근육질과 같다는 의미로 근육질 나무라고도 불리는 서어나무. 여름엔 숲 그늘이 15℃ 안팎으로 주민들과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남원의 핫플이다. 숲에서 멀리 바라보면 지리산의 서북 능선이 흐른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에 속하는 마을이고 바래봉 둘레길의 출발지이다.
이백면 닭뫼마을 숲
서어나무숲을 나와 20분쯤 달리면 닭뫼마을이 나온다. 알을 품고 있는 닭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닭뫼마을은 1455년 단종 왕위찬탈 반대로 낙향한 순흥 안씨 조상이 이 마을을 이루며 만든 숲이다. 한적함과 고즈넉함이 최고다. 들판의 강한 북풍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그리고 마을을 지나는 섬진강 지류의 범람으로 인한 재난예방의 기능도 겸하는데 이런 숲을 비보림이라고 한다.
마을에서는 예로부터 이 숲에서 떨어지는 낙엽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신성시한다고 전한다. 조상들의 지혜가 스민 마을 오솔길의 고즈넉함이 힐링을 불러온다. 느릅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 등으로 70여 그루의 수목들이 주변 들판과 마을을 바라보는 듯한 정경이 느긋하고 푸근하다. 둑길 위로 거대한 나무들의 행렬이 아름다운 닭뫼마을 숲이다. 남원시에서 동쪽으로 지리산 허브밸리로 가는 방향으로 있다. 남원시 이백면 닭뫼마을 숲이 우수상인 공존상에 선정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남원 용성고등학교 숲
찾아가기 쉬운 남원 시내의 용성고등학교에도 아름다운 숲이 있다. 숲이 있는 학교로 매일 다니는 학생들은 그 아름다움이 그저 당연한 듯하다. 숲이 어느 쪽인가 물어보니, 숲요? 하더니 아, 저거요? 한다. 새롭게 조성되었거나 인공적 멋이 아닌 오랜 세월을 견뎌온 천혜의 자연과 사람의 보존 노력으로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입구 한쪽에 숲을 이루고 있다. 푸른 노송과 삼나무, 메타세쿼이아... 봄이면 벚나무가 눈부시다고 한다. 숲이 있는 학교로 근처의 주생초등학교도 있다. 생명력 넘치는 나무와 숲이 있는 학교에서 여유와 창의성을 배우며 숲과 더불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성은 훗날 나무를 닮아가지 않을까 싶다. (2006년 아름다운 숲 제7회 우수상 용성고등학교 숲, 장려상 주생초등학교 숲)
자연과 공존하는 지리산 기슭 평지 사찰 실상사(實相寺)
가을의 지리산을 생각하며 실상사도 떠올리게 된다. 흔히들 사찰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거나 산 위로 올라가는 위치에 자리 잡는 게 흔한 예이다. 실상사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지리산 기슭의 평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일단 절에 찾아들기 쉽다. 돌장승이 버티고 있는 입구를 지나 천왕문을 들어서면 곧장 사찰 내부에 들어선다. 이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경내로 입장하는 경험도 특별하다.
실상사는 통일신라의 승려 홍척이 창건한 사찰이며 사적이다. 전북 남원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금산사의 말사이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이곳에 절을 세우지 않으면 이 땅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간다 하여 이를 막기 위해 이 절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실상사는 지리산 평화연대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인드라망 공동체. 모든 실상이 연결된 유기적 공동체라는 걸 가치로 창립되어 실상사를 중심으로 대안적 살림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또한 국보와 보물이 많은 사찰이면서 생태화장실로도 유명하다. 요즈음의 좋은 화장지나 비데와는 사뭇 다른 생태뒷간이라니 무슨 말일까 할 것이다. 휴지나 물 대신 톱밥 뒤처리로 청결을 유지하고 배설물 발효 후 퇴비로 사용하는 생태적 순환 원리의 구현을 실천하는 일이다.
넓은 평지에 펼쳐진 오랜 건축의 멋을 일단 한눈에 둘러본다. 띄엄띄엄 아담한 전각들과 석등 사이로 웅장한 삼층석탑과 보광전의 고즈넉함에 차분해진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와 경내의 나뭇잎을 날리는 걸 보니 계절이 깊어지고 있다. 실상사는 남원의 황금들판 한가운데 나지막한 담장으로 두르고 묵직하고 자비로운 기운을 퍼뜨리는 듯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승방 문고리에는 밭으로 나간 스님의 적삼 위로 실상사에서만 받아볼 수 있는 햇볕을 들이붓는다.
계절이 끝나가는 오래된 나무들이 절 마당을 내려다보고 지리산이 사찰을 에워싼 모습이 든든하다. 뒤편 텃밭 주변으로 노래처럼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환경과 패션을 결합한 신개념 패션쇼에 시니어 모델들이 나섰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신당동 르돔에서 진행된 ‘FASHION for ECO with EMA’가 성료했다.
이번 행사는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라는 주제로 (주)엘리트모델에이전시(EMA)와 K-패션의 리더 와이쏘씨리얼즈(Whysocerealz), 트리플루트(TRIPLEROOT)가 함께 기획했다. 패션쇼뿐만 아니라 MUD의 댄스 퍼포먼스, 나무 심기, 바자회 등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시선을 끌었다.
패션쇼의 또 다른 특이점은 무대에 오른 모델들이 모두 시니어모델이라는 점이다. 엘리트모델에이전시는 시니어모델 전문 에이전시이자 아카데미다. 시니어모델들은 패션쇼의 의미가 좋아 적극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패션쇼의 의상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책임졌다. 즉, 환경보호를 주제로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의미를 더했다.
와이쏘씨리얼즈 이성빈 디자이너는 ‘FASHION for ECO with EMA’를 연 배경에 대해 “트리플루트와 EMA와 함께 행사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콘셉트에 대한 논의 중 ‘ECO’, ‘친환경’, ‘지구를 살리자’의 콘셉트로 하면 어떨까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모두 동의해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쇼를 두개의 파트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 vs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로 나눴고, 반전되는 무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쇼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서 “그동안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모르고 살았다. 제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이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쇼에서는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에 대해 일회용 컵으로 커피 마시기, 텀블러·물티슈·치약 과다 사용, 유튜브 과다 시청 등을 언급했다. 반대로 ‘일상생활 속 지구 지키기’에 대해서는 전기 절약, 계단 사용, 헌 옷 기부, 손수건 사용 등 일상에서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성빈 디자이너는 “이번에 쇼를 준비하면서 배운 게 많다. 당장 평소에 사용하는 일회용 컵부터 친환경 소재로 바꾸게 됐다. 포크·나이프, 포장재, 완충재, 봉투 등도 마음만 먹으면 모두 친환경 소재로 바꿀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트리플루트 이지선 디자이너는 “환경과 패션의 만남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작은 행동들을 실천해 변화를 희망했다. 모든 실천은 나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신 100분께 감사드린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 우리의 취지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알렉스 강 EMA 대표는 “단순히 즐기는 패션쇼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의미 있는 패션쇼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패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지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될 때 더 많은 의미와 멋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환경보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도 시니어모델들과 함께 친환경적,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패션쇼를 기획하려고 한다”면서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특유의 시원한 어투로 말을 던진다. 2030 여성 쇼핑 광고에 시니어 모델인 윤여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꽃무늬 카디건을 즐겨 입고, 고소한 흑임자 디저트를 즐긴다. 가방에는 고운 색의 전통 매듭 키링이 달려 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할머니집 장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개 봉황이 반짝인다. ‘할메니얼’이라 불리는 2030이다.
할머니 취향 즐기는 ‘할메니얼’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1982년부터 2000년생을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흑임자·인절미·쑥 등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고, 펑퍼짐한 꽃무늬 스커트나 엉덩이를 덮는 카디건을 즐겨 입는 등 할머니의 취향을 즐기는 밀레니얼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멋과 우아함을 뜻하는 ‘시크’(Chic)를 결합한 ‘그래니 시크’,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옛것을 세련되게 즐기는 밀레니얼의 부상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이었다. 70만 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였다. ‘발효 보리건빵’, ‘달콤바삭 누룽지 과자’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오란다, 연근부각, 두부스낵, 꿀약과 등이 순위에 들었다.
밀레니얼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대는 단백질이 들어갔거나 칼로리가 낮은 과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운동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질 정도로 밀레니얼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팥, 인절미, 흑임자, 쑥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식재료다. 밀레니얼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맛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할머니가 즐겨 먹던 간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에게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 패션’도 유행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으로 B급 감성을 표방한다. SNS에는 ‘그래니룩’(Granny Look), ‘할미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인기다.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3개월간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라인과 주름치마 등 과거 유행하던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매듭 공예품, 전통 무늬 스마트폰 케이스 등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화려한 플라워 패턴 벽지 등이 유행하는 등 할메니얼 열풍은 음식,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 인기
배우 윤여정은 지그재그 광고 티저에서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13초짜리 이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본편 광고인 ‘니들 맘대로 사세요’ 편의 조회수는 47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이번 지그재그 광고 모델 인지도는 93%로 매우 높았으며,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 비율은 41%에 달했다. ‘매우 구입 의향이 생김’이라는 답변도 33%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2021년 4월에 선보였는데, 이달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상승했으며, 론칭 이래 최고 일간 사용자 수와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0대 시니어 모델이 2030 쇼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패션이든 인생이든 왔다 갔다 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할메니얼 열풍에 힘입어 2030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첵스 팥맛’을 신 메뉴로 출시하면서 64년 차 배우 김영옥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배민 오더’ 광고에는 배우 문숙이 등장하고, 리더스코스메틱의 바이럴 영상에는 배우 강부자가 나온다.
밀레니얼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들의 멋을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멘토로 삼기도 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세련된’ 할머니가 트렌드로 거듭나는 이유다.
섬이니까 늘 감싸주는 바다가 있다. 마을마다 바람막이처럼 산이 든든하다. 너른 평야는 풍요한 사계절을 보여준다. 긴 역사를 품은 유적과 숨 쉬는 자연의 강화 섬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거길 걷기만 해도 이름이 붙는 여행길이 반기는 곳, 강화 나들길이다.
강화나들길은 20개 코스가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각 코스별 특색이 담긴 도보여행 길을 걷는 맛은 가히 중독이다. 무엇 하나 지루할 틈 없다. 코스마다 오랜 시간이 담긴 자연 속으로 사람이 걸어간다. 지형상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던 돈대와 유구한 역사 이야기, 고인돌이나 옛 건축물, 갯벌 위로 저어새가 나는 생태 이야기, 들녘의 바람길 따라 해가 지는 포구마을까지 이 땅의 멋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걸을 수 있는 도보여행 길이 펼쳐진다.
가을이다. 이번에는 강화나들길 16코스인 서해황금들녘길이다. 가을 길이라면 누렇게 곡식이 익어가고 갈대숲이 일렁이고 온 누리에 뿌려지는 가을 햇살과 기왕이면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불어주는 곳을 떠올려 본다. 그런 곳이 있을까 싶지만 이곳 서해황금들녘길이 가을 길로 딱 맞춤 코스다. 걸으며 강화 스탬프 투어를 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course16. 서해황금들녘길 -창후리 선착장- 망월돈대- 계룡 돈대- 용두레 마을- 황청 저수지- 망양 돈대- 외포 여객터미널 - 거리 13.5km / 소요시간 대략 4시간 / 난이도: 하
가을 하늘 아래 청정자연, 창후리 포구의 힐링
창후리 포구 가까이 갈수록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갯내음이 반긴다. 예전엔 강화의 교동섬을 가려면 이곳 창후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이제는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왕래가 편리해졌지만, 창후리 앞바다가 삶의 터전이던 주민들에겐 뱃길이 끊겨 상권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인적이 뜸해진 창후리 작은 포구엔 가을을 맞아 가게마다 갓 잡아 쏟아낸 생새우가 산더미였고 소금에 버무리는 풍경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반쯤 물이 빠진 한적한 앞바다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뒷모습만으로도 여유롭다.
황금빛 너른 들 따라 망월돈대와 계룡 돈대
가을 들녘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길이 눈앞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다. 넓디넓은 강화 들판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망월돈대와 계룡 돈대가 자리 잡았는데 그 길 끄트머리에 망월돈대가 있다. 하점면의 망월돈대는 드넓은 망월 평야 속에 놓여있어서 찾아가는 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실 망월 평야는 애초엔 바다였다.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 천도가 이루어졌고 갑작스러운 이주로 늘어난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다. 망월 평야 역시 간척을 한 땅이다.
황금들녘을 마음껏 누리며 지나다 보면 가끔씩 도보여행자들이 좀머 씨처럼 묵묵히 걷는 걸 본다. 어쩌다 그 사이로 라이딩족들이 휙휙 지나가기도 한다. 논 옆으로 드문드문 정미소나 미곡창고와 같은 커다란 건물이 들녘의 풍경으로 한 몫 한다. 아예 들판에서 바로 탈곡을 하고 도정을 하느라 분주히 기계가 돌아가는 걸 볼 수도 있다. 강화의 너른 들판에서 밥맛 좋기로 이름난 강화 섬쌀이 이렇게 생산되는 것이었다.
망월돈대는 들판의 둑 옆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돈대가 약간의 높이가 있는 해안가의 언덕쯤에 놓인 것과는 달리 갯가 낮은 지역에 설치되었다. 외적이 수로를 타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방비책이다.
가을에 망월돈대에 가면 강화의 가을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들판은 물론이고 천혜의 갯벌이 어찌나 고스란한지. 그 갯벌 위로 꽃처럼 자라난 염생식물이 붉게 퍼져있다. 갈대와 가을꽃으로 뒤덮인 한적한 그 제방으론 도보 여행자들이 서너 명 걸어오는 게 보인다. 돈대 좌우로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둑은 강화 나들길 16코스인 창후리 선착장과 황청리 용두레 마을로 이어진다.
멀지 않은 곳의 계룡 돈대도 들녘에 위치해 있다. 계룡 돈대는 망월 평야의 독립된 고지 위에 있어서 전망이 좋다. 현재 강화도에는 53개소의 돈대가 남아있는데 계룡 돈대는 조선 숙종 때 설치된 구조물이다. 돈대 위에 서면 양쪽으로 바다와 평야가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조망이다. 바다에서 작업하는 어민의 모습과 갯벌 위 군락지를 이루어 피어난 붉게 물든 칠면초, 서해의 가을 풍경이 잔잔하고 평화롭다. 이곳에서 조금 전 망월돈대에서 만났던 일행들을 또 만났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인사는 즐겁다. 황금 들녘은 끝없고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난 갈대와 들꽃은 반짝이는 가을볕에 더없이 예쁘다.
호젓한 마을에 잠기다, 용두레마을과 황청 저수지
할아버지들의 구수한 전승민요 용두레질 노랫가락이 들녘으로 퍼지고 예부터 맑은 물이 흘러 큰 인물이 난다는 용두레 마을, 주변으로 석모도와 서해가 보인다. 마을에서 보는 노을이 일품인 마을이다. 들판의 농로엔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몇 마리 학이 이삭을 쪼고 있다.
곧 이어지는 내가면의 황청 저수지는 낚시터로 조성되어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강태공들을 위한 좌대가 즐비하다. 깊은 산과 노송들로 아늑한 저수지 제방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과 들판이 고즈넉하다.
언덕 위 숲 속 망양 돈대와 외포항의 갯내음
이제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의 막바지다. 외포항을 내려다보는 곳에 세워진 망양 돈대는 고려 삼별초와 인연이 깊다. 역사적으로 삼별초의 항쟁은 고려를 예속화하려는 몽고의 정책과 종속적 위치로 특권을 유지하려던 일파들에게 항거한 병사들의 항쟁이다. 결국 진도로 떠나가는 것은 쫓겨가는 길이었고 거기서 다시 제주로 떠나면서 항쟁의 불꽃은 꺼져만 갔다. 그렇게 삼별초가 떠났던 외포항에 400년이 넘어서 들어선 돈대가 망양 돈대다.
망양 돈대 오르는 길에 '삼별초군호국항몽유허비'라고 새겨진 삼별초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다. 뒤에는 비석을 세운 취지가 새겨져 있다. 그 옆으로 제주와 진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과 진돗개 조형물이 우뚝하다. 진도군이 삼별초 호국 항몽의 역사를 바탕으로 자매결연을 맺고 진도군민이 진돗개상을 기증했다.
유허비 뒤편 경사진 언덕길을 올라가면 정사각형에 가까운 널찍한 망양 돈대가 숲에 둘러싸여 있다. 이제 외침의 불안 따윈 없지만 역사적 의의를 알게 하는 돈대와 강화나들길의 의미를 이렇게라도 되새겨 본다. 그 옛날 삼별초가 출항했던 물 빠진 앞바다에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돈대 저편 외포항 바닷가 마을엔 오늘을 살고 있는 여행자들이 오간다. 선선한 가을을 맞아 해산물과 젓갈을 찾는 이들로 외포리 수산물 직판장이 분주한 모습이다.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들녘을 걷고 살아있는 갯벌을 곁에 둔 생태마을을 지났다. 가끔씩 바다와 논둑 사이 풀숲에 앉아 몸과 마음을 열고 자연과 소통을 하던 한나절, 강화의 자연이 나를 보듬어주고 역사가 말을 건네 오던 시간들. 오롯하게 강화를 만끽할 수 있는 하루다. 창후리 여객터미널부터 외포 여객터미널에 이르는 비순환형 강화나들길 16코스 서해황금들녘길의 종료 스탬프를 찍는다.
간밤에 내린 비로 배롱나무꽃이 많이 떨어졌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꽃을 보기란 참 애매하다고는 하나 배롱나무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어도 붉은 꽃을 보여준다. 요즘 하는 말로 핫핑크 색감이다.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피고 지는 식물, 강한 생명력으로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화려한 꽃 호강을 선사한다. 배롱나무꽃을 보려거든 서천이다. 서천의 해안도로를 달리면 배롱나무꽃 길이 우리를 맞아주고 전통 건축과 어우러진 꽃 무리가 운치를 더한다.
빗소리는 주룩주룩 빈 당에 가득한데 / 낮 꿈을 막 깨고 나서 붓을 바삐 찾노니 / 마음이 맑아 절로 사사로운 뜻 없는지라 / 더위 한 번 식혀준 은혜 하늘에 감사하네.
고려 삼은 중 한 분인 목은(牧隱) 이색 선생의 시를 찾아보았다. 충남 서천의 문헌서원은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은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창건 연대는 1594년이고 당시 이름은 효정사였다. 그 후 정유재란으로 소진되었으나 이전하여 광해군 때 문헌(文獻)이라 사액받았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고종의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졌으나 뜻있는 유림들이 복설하였고, 문헌서원 역사마을 조성사업에 따라 현재에 이르렀다.
배롱나무꽃과 함께하는 서원의 품격
서천 솔바람길을 따라 이색 선생 동상이 보이는 정원이 평온하다. 서원의 홍살문을 넘으면 연지 위 경현루의 반영이 잔잔히 흔들린다. 예스러움이 은은한 연못은 배우 박보검이나 유아인이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잔디밭을 걸어 외삼문인 진수문과 정면의 진수당에 들면 양쪽으로 유생 숙소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문헌서원(文獻書院)이라는 현판은 진수당 마루 안쪽으로 걸려 있어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뒤편 돌계단으로 오르면 떡하니 장판각이 중심 잡듯 위치한다.
담장 따라 효정사, 교육관, 영모재, 그 길 안으로 목은 선생의 영정을 보관하는 영당(影堂)을 따로 앉혀 아늑하다. 이색의 선비 정신과 성리학, 그리고 풍류가 깃든 기린산 중턱의 묘소를 바라보며 세월을 거슬러 보는 시간이다. 산수 좋은 수려한 자연 속을 산책하다 보면 옛 어른의 멋과 정취, 정신과 자연관의 교감에 빠진다.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힐링 여행지다. 숲이 감싼 산줄기 뒤편으로 선비의 기개를 닮은 듯 쭉쭉 뻗어 울창한 소나무가 든든하다.
바로 영당 뒤편 노거수 두 그루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을 풍성하게 피워 올린다. 전통 건축의 지붕 위로 진분홍 배롱나무꽃 무리가 몽글몽글하다. 지난밤의 비바람으로 이미 많은 꽃이 떨어졌지만 배롱나무의 강한 생명력은 계속 이어진다. 아무리 꽃이 붉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대단한 권력 또한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귀라는 꽃말의 배롱나무꽃은 7~9월까지 계속 꽃을 피워서 백일홍 나무라고도 불린다. 무려 석 달 열흘 동안 피어나니 비바람에 꽃을 좀 떨구었기로서니 그저 슬플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지대에 의지한 채 노구를 딛고 서서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문헌서원의 배롱나무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
문헌서원 옆 전통 한옥 숙소
이렇게 고즈넉한 곳에 짐을 풀고 하루나 이틀쯤 쉬며 돌아보는 소도시 여행은 휴식이 된다. 하룻밤 묵어갈 숙소로 문헌서원 전통호텔이 서원 입구에 있다. 정부와 서천군의 전통역사마을 조성사업계획에 따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지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옥마을 형태다. 나무를 이용한 서까래와 온돌, 돌을 이용한 기단, 문풍지가 정겨운 두 겹 곁문을 열면 친환경자연 속에 스미듯 지은 옛 가옥의 따스함이 다가온다. 안온하게 스며든 햇살을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가만히 쉴 수 있는 시간은 가히 ‘득템’이다.
한옥 스테이를 할 경우 미리 예약하면 식사도 가능하다. 문헌 전통 밥상은 모두 지역 제철 농수산물을 사용해 만든 신토불이 건강식이다. 상쾌한 새벽 산책 후 한옥 마당을 내다보며 받는 소박하고 정갈한 아침 밥상은 추천할 만하다.
한산 모시와 소곡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산 모시 짜기. 전통의 맥을 잇고자 서천에서는 모시풀을 처음 발견한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관을 개관했다. 모시관 담장 아래 푸릇하게 자라고 있는 모시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시관에서 모시의 모든 것을 관람한 후, 모시 체험과 중요무형문화재 전통직조기능 보유자의 시연 공방도 볼 수 있다. 모시 짜는 여인상이 있는 정원 아래 너른 마당에서는 여행자들이 투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옛날 백제 유민이 나라를 잃고 한을 달래기 위해 빚어 마신 백제 궁중 술이라고 전하는 한산 소곡주. 보통 추수가 끝난 가을에 빚어서 100일 동안 땅에 묻는다. 술이 독해서 며느리가 젓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취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서 엉금엉금 긴다는 일화는 물론, 조선 시대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전해 내려오는 소곡주다. 취해도 좋을 가을이다.
솔바람 숲 맥문동과 서해 갯벌
다시 꽃구경, 서천의 장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장항 송림 산림욕장이 나타난다. 방풍림만으로도 압도한다. 수령 50년 이상 된 해송이 하늘을 가려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해송 아래 온통 보랏빛 맥문동 물결이다. 이곳에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공기 밀도 걱정 없이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해솔밭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기벌포 장항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바다 위로 우뚝하다. 15m 높은 상공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상쾌한 시간 속에 서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이곳 이름이 기벌포 해전 전망대인데 백제의 마지막 해전지였다. 발아래로 해송림이 있고 눈앞에는 서천 바다 갯벌이 있다. 멀리 서해 근대산업의 중흥을 이끈 장항제련소도 보인다.
레트로 장항 골목 여행과 서천 맛집
옛날 기찻길을 지나 장항 골목 여행의 묘미도 쏠쏠하다. 편하게 레트로 흐름대로 놀거나 시대극처럼 양산 예쁘게 쓰고 느린 감성으로 즐기는 여행도 어울릴 듯한 곳이다.
장항에 맛집들이 즐비한 6080 음식 골목 맛나로(路). 특히 홍어탕과 아귀찜이나 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군데 있으니 그중에서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바로 맛집이다. 탕에 향긋한 미나리가 푸짐하다. 식사 후 맛나로 옆 골목을 걷노라면 레트로 분위기가 솔솔 난다. 라테 위에 달고나 듬뿍 얹은 달고나 라테를 먹을 수 있는 명물 카페도 빠뜨릴 수 없다. 때에 따라 체험도 가능하다.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지역사회 살리기를 위한 건강한 일꾼 역할을 자처했다.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전통 횟집 또한 장항 부근에 많다. 매일 공급되는 제철 해산물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소박한 물회 한 상으로도 바닷가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이제 홍원항 전어가 제철이다.
자본주의의 서사는 부를 통한 욕망의 충족을 축으로 한다. 그러나 돈만으로 욕망과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던가. 의식주의 흐뭇한 향유에서 나아가 내면의 허기까지 채우고서야 삶이 즐거워진다. 이 점에서 미술은, 또는 미술관은 꽤 쓸모 있는 방편이다. 그러나 흔히 미술관을 따분한 장소로 여긴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쉽고 만만해 보이는 미술관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여기에선 미술과 일상의 간극이 좁아진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생활밀착형 미술관이다. 가볍게 커피 한잔 마시러 갔다가 예술을 덤으로 포식할 수 있는 곳이니까.
화이트블럭은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에 있다. 헤이리는 문화예술마을이다. 세상의 관습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버릇이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뭉쳐 조성한 이색 마을로 파주의 대표적 문화 브랜드다. 이곳의 길들은 구불구불 연신 휘어진다. 속도와 직진을 숭상하는 풍속에 한 방 먹이는 형국이다. 바닥재로 쓰인 도로의 벽돌 틈새로 돋아난 풀들은 이 공동체 마을 주민들이 생태 환경 유지에도 신경을 썼음을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건물들은 저마다 다른 형상과 개성으로 도드라진다. 이 역시 의도된 구성이다. 모든 도시에 만연한 구조의 획일성에 반기를 든 셈이다.
헤이리는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으며, 느낄 것 많은 문화예술지구다. 미술관, 박물관, 작가들의 작업실, 공연장, 서점, 아트숍, 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상업 거리로 변질됐다’고 읽는 눈들도 있지만 사람들 북적이는 곳의 상행위야 필연이며, 그 행태는 어디서나 요란한 법이다. 미감을 돋우는 디자인을 입힌 건물들에 들어앉은 영업집들이 그다지 거슬릴 게 없더라는 얘기다. 사실 헤이리의 명물은 건축물인데 몇 가지 수칙에 따라 조성됐다. 건물 높이는 3층 이하로, 건축 재료는 콘크리트와 목재와 철 등으로 제한했다. 외부 도색도 배제 사항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화이트블럭은 다소 일탈을 감행해 지어진 집이다. 헤이리의 개성 넘치는 건물 대부분이 노출콘크리트 양식을 지니고 있는데 이 미술관은 유리를 주조로 외부를 마감한 게 아닌가.
화이트블럭은 2011년에 개관했다. 사각형 박스 형상의 지상 3층 건물 외관은 매우 수려해 돋보인다. 외벽 일부엔 하얀 알루미늄 하니컴 판넬을 붙였지만 대부분 커튼월 유리창으로 치장해 유려하다. 벽이되 투명 벽이니 내부가 밖으로 훤히 드러난다. 건물 안에 배치된 사물의 모습과 앉았거나 움직이는 사람들의 동향이 내비친다. 통째 외부로 열린 집이다.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개방적 공간이다. 이런 소통을 사람에 적용하면? 숨긴 속셈으로서가 아니라 탁 터놓은 마음과 마음의 교류? 무릇 밖으로 환하게 열린 모든 것들은 당당해서 아름답다.
초록나무들 무성한 실외 공간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낭만적인 카페 풍경이 좍 펼쳐진다. 하늘과 수목이 들이치는 통유리 창가에 앉아 커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그들은 이 순간 평온하리라. 가슴 기슭에 슬픔을 지녔거나 기쁨을 가졌거나, 향기로운 차 앞에서는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곳이 미술관 카페임을 알게 해주는 조형물이 놓인 실내는 세련미가 넘쳐 감성을 일깨운다. 온통 하얀 칠을 입힌 내벽과 기둥으로 이미 밝은 공간이지만, 바깥에서 범람처럼 들이치는 빛의 행렬로 더 밝다. 그러라고 유리 커튼월로 외벽을 채웠다. 자연 채광의 볼륨과 묘미를, 시시각각 달라지는 광량에 따라 변하는 공간의 생기를 만끽할 수 있는 거다.
화이트블럭은 미국건축가협회(AIA)가 주관하는 ‘건축디자인상’을 받은 바 있다. 설계자는 건축가 박진희와 홍존. 그렇다면 설립자는? 기업인 출신의 예술 애호가 이수문(화이트블럭 대표)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국내 사립미술관치고 적자에 허덕이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니까 이수문 대표는 무모한 도전임을 뻔히 알면서 미술관을 설립한 셈이다. 아마도 미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열광이 그를 추동한 것 같다. 번듯하게 키워낸 회사를 인생 황혼기에 정리해 마련한 자금으로 화이트블럭을 꾸렸으며, 요즘은 화이트블럭보다 한결 규모가 큰 대형 미술관을 천안에 조성하고 있다. 그는 화이트블럭을 추진하며 설계자에게 ‘멋을 추구하기보다 재미와 편리를 담은 건물’을 지어달라 했다. ‘화가들이 전시회를 하고 싶어 할 미술관’을 주문하기도.
전시실은 2, 3층에 있다. 현재 이종무 화백(1916~2003)의 ‘산에서 산산이’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종무라는 이름이 생소한 이들도 많겠다. 이는 작품성은 빼어났으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한 이종무의 처신에서 기인한 현상일 수 있다. 그는 올곧은 수준에서 나아가 ‘꼬장꼬장하고 고지식한’ 인물이었다. 명망을 쟁취하기 위한 화단 일각의 아귀다툼에도 초연했으니, 그가 관심을 가진 건 다만 작품의 됨됨이 그 자체였을 테다. 이렇게 되면 진심으로 알아주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의 작품이 성찰과 관조의 수단이었음에 경의를 느낀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처럼 개결한 풍모로 일관한 이종무의 만년 작품 다수를 내걸었다. 온통 산을 주제로 한 풍경화들이다. 말 없는 말로 생의 비의(秘義)를 전하는 산. 희로애락으로 점철되는 인생 레이스의 막다른 골목 끝에 우뚝 서서 사람을 보듬어주는 산. 이종무는 화구를 챙겨 들고 무시로 산을 찾았다. 산의 음성을 듣거나 산을 닮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한평생에 걸쳐 모은 생각들을 산의 뜻에 견주어 캔버스에 풀어놓았으리라. 덤덤하나 깊고, 군더더기 없으나 겹겹의 상념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을 두고 미술평론가 이경모는 이렇게 썼다.
‘시점의 다양화, 색과 빛의 우아한 조화, 구상성과 추상성의 융합, 현실 공간과 이상 공간의 어울림은 매우 실험적인 접근 방식이며, 이건 이종무 그림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화이트블럭은 초록나무들 무성한 실외 공간까지 거느려 한결 호감을 준다. 건물의 인공미와 정원의 자연미를 연결해 조화로운 풍경을 빚어낸 미술관이다. 노랑꽃창포와 희거나 붉은 수련이 흐드러진 연못, 그리고 저 너머의 푸른 숲까지. 눈으로 쓸어 담을 수 있는 자연이 숱하다. 다시 말해 예술과 자연을 반죽해 순수하고 담백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미술관이다. 작다고 깔보지 마소! 화이트블럭이 하는 말이 그렇다.
전통주란 전통적인 양조법을 계승 및 보존해 빚는 술을 말한다. 흔히 전통주 하면 막걸리를 떠올리고, 그 외의 전통주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전통주의 종류는 다양하고 즐기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전통주 시음회, 전통주 직접 만들기 등 전통주를 재미있게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전통주는 ①주류 부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 ②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③농어업 경영체 또는 생산자단체가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지역 특산주)을 말한다. 종류로는 막걸리(탁주), 약주, 소주, 과실주, 일반 증류주, 리큐어 등이 있다.
3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1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3%가 최근 음용한 전통주는 막걸리였다. 모든 연령층이 막걸리를 제일 많이 마셨는데, 그중에서도 50대 남성의 68.8%, 50대 여성의 67.6%가 막걸리를 마셨다고 답했다. 50대가 마시는 전통주는 막걸리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
더불어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 25~34세 여성은 ‘요즘의 주류 트렌드’, ‘정성 들여 만드는 이미지’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35~44세 남성은 예전에는 ‘저렴한 술 이미지’였다면 요새는 ‘고급 술’이라고 답했다. 즉 전통주는 트렌디하면서도 귀한 술로 평가된다고 할 수 있다.
STEP 1. 전통주와 쉽게 친해지기
맛 보며 체험하는 방법
전통주 입문 첫 단계로 전통주갤러리부터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 홍보 공간이다. 지난 4월 강남에서 북촌으로 이전했다.
전통주갤러리는 방문객이 연간 10만여 명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다섯 주종(탁주,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 주류)의 500여 가지 전통주를 상설 전시한다. 우리술품평회 수상작, 찾아가는 양조장 제품, 대한민국 식품명인 술 제품, 품질인증 제품, 새롭게 소개되는 전통주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월별 추천주, 계절별 우리술 등 다양한 특별기획전과 특별시음회를 운영한다.
전통주 시음회 중장년에게 ‘인기’
특히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매일 상설시음회를 개최한다. 전문가가 선정한 이달의 술 5종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매일 7차례 상설시음회가 진행되는데(2회는 영어로 운영), 한 회당 최대 6명이 함께한다. 소요 시간은 20~30분이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시음회를 진행하며, 전통주 5종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각 전통주의 맛과 향, 특징은 물론 탄생 배경이나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전통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설명을 재밌게 들을 수 있다.
또 참석자 모두는 태블릿PC를 지원받아 각 술의 당도, 산미, 향, 색 농도 등을 평가하는 시음 노트를 작성한다. 시음하면서 ‘당도가 높다’, ‘산미가 강하다’ 등을 음미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중도가 높아진다.
남선희 전통주갤러리 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다가 4월부터 다시 시음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참여하시는 분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사실 온라인 예약이 어르신들께는 어려운 일 같지만 생각보다 어르신의 참여율도 높다. 비율로 따지면 50대 이상 참여율은 15%에 이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전통주는 무엇일까. 남 관장은 “아무래도 막걸리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탁주를 즐기시는 것 같다. 요즘 나오는 탁주는 도수가 6%에서 12%로 맛도 도수도 다양하다. 그래도 역시 어르신은 전통적인 막걸리의 맛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진짜 술맛을 선호하는 분들은 고도주의 증류주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선희 관장은 “예전에 비해 전통주의 종류와 맛, 그리고 개성이 다양해졌다”면서 우리술에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2000종이 넘는 우리술이 유통된다고. 그러면서 “우리술은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다”며 양조장 투어나 와이너리 방문 등의 여행을 추천했다.
전통주는 현재 국내외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러한 역사는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6년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여주인공 한예슬이 막걸리를 많이 마신 것이 계기가 돼 해외에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남 관장은 “저는 우리술의 장점이자 단점이 로컬화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땅도 넓고 쌀도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 10년 후에는 미국 현지에서 만든 막걸리를 먹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면서 전통주의 세계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STEP 2. 전통주 직접 만들어 먹자!
전통주를 어떻게 만든단 말인가. 엄두가 안 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전통주는 쌀, 누룩,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술이다. 전통주의 출발점 역시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어 만드는 술)다.
일가일주, 즉 집집마다 빚던 독특한 술 문화의 다양성이 일제강점기 수탈과 주세법 등의 영향을 받아 사라졌으나, 이를 계승·발전시키려는 국가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전통주갤러리뿐만 아니라 전통주 교육기관이 늘고 있다.
전통주 교육기관
전통주 교육과 관련된 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우리술 전문인력 양성기관’ 6곳과 ‘우리술 교육훈련기관’ 16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에게는 국비 지원을 해준다.
우리술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우리술 산업을 선도해갈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6개월 이상)하기 위한 곳이다. 양조 관련 학과나 과정이 설치된 대학 또는 전문 연구소가 지정 대상이다.
우리술 교육훈련기관은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우리술 산업의 저변 확대와 건전한 술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훈련(6개월 미만)을 실시하는 곳으로, 적절한 시설 및 인력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가 대상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두 조건에 모두 속한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대표적인 우리술 교육기관으로 꼽히며, 수도권 지하철 2호선 방배역에서 5분 거리다. 전통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우리술 빚기’ 교육을 하고, 전문가로 거듭나는 ‘전통주 소믈리에’, ‘한국술 최고지도자’ 과정 등이 있다.
삼해소주 만들어볼까?
서울의 전통주 아카데미로 삼해소주 공방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명인의 전통주를 만들어볼 수 있다.
삼해소주의 故 김택상 명인은 2017년 전통식품명인 제69호로 지정됐다.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하는 ‘삼해(三亥)소주’ 제조 방식을 계승해온 것을 인정받았다.
삼해소주는 조선시대 사대부 사이에서 널리 음용되던 서울의 대표적인 소주다. 음력 정월 첫 돼지일(亥日) 해시(亥時)에 첫 술을 담근 다음, 36일 후 돼지일에 2차 덧술을 한다. 또 36일이 지난 후 3차 덧술을 한다. 이처럼 세 번 덧술을 쳐 술을 빚기 때문에 삼해주라는 이름이 생겼다. 술을 마시기까지 대략 100일이 걸려 백일주라고도 한다.
故 김택상 명인은 삼해소주 공방을 운영하면서 전통주를 알리고 제자 양성에 힘썼다. 고인이 떠난 후 김현종 대표가 삼해소주의 명맥을 잇고 있다. 김현종 대표 역시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면서 삼해소주와 인연을 맺었다. 삼해소주 공방은 지난해 북촌에서 마포로 이전했다.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술을 만들기까지 약 5개월의 과정이 걸린다. 첫 번째 날은 밑술을 한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 와서 밑술에다 1차 덧술을 한다. 덧술은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서 밑술과 같이 섞는 과정이다. 덧술을 해야 발효가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36일이 지나면 술이 익는데 바로 마시지 않고 2차 덧술을 한다. 2차 때는 누룩과 물, 그리고 1차 때와 다르게 찹쌀이 들어간다. 3차 덧술은 2차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한다”면서 “36일이 또 지나 숙성한다. 발효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맑은 약주만 건져내 증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삼해소주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 수강생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정된 날에 참석하면 된다. 김현종 대표는 반년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술이 잘 익는지 확인하고 보살펴준다.
김 대표는 “삼해소주는 굉장히 복합적인 맛이 난다”면서 “수강생들이 자신이 담근 술이 잘 익었다면서 만족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업을 거쳐간 사람만 5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김현종 대표는 “전통주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 현업이 있고 취미 생활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요즘은 중장년층보다 20~30대 젊은이들이 수업을 많이 듣는 추세라고. 전통주 관련 사업을 계획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저는 아카데미에 와서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관심 분야가 같기 때문에 금세 친해진다. 수강생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 삼해소주 아카데미 수업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강생들, 그리고 공방 사람들한테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전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 반죽을 빚고 술을 담그는 과정에 힘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술을 즐기면서 만든다는 생각이다.
전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나이가 많다고 겁내지 말고 전통주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려보자.
막걸리 키트도 있지
아직 코로나19의 여파도 있고,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여유를 즐기면서 전통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는 집에서 간편하게 전통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걸리 키트를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키트가 있다. 키트에는 쌀가루, 누룩, 효모가 들어 있다. 1일 차에 술을 담그고, 2~4일 차에 술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탄산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하루에 한두 번씩 잘 섞어주면 된다. 5일 차에 술 거르는 과정까지 거치면 완성된다. 더불어 기호에 따라 재료를 추가해 자신만의 특별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
막걸리 담다의 키트도 유명하다. 기본형부터 딸기, 바나나, 멜론까지 맛이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해오름의 통곡물 현미 하우스 막걸리 키트는 물만 부어서 하루만 숙성하면 완성된다. 우리술방 막걸리 DIY도 물만 섞어주면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막걸리 병이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앞다투어 봄꽃 개화 시기를 전하고 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산수유, 수선화, 튤립... 그리고 벚꽃엔딩까지 친절한 안내가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꽃철이다. 멀리 남녘 지방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의 기운을 맞을 수 있는 곳, 날마다 꽃이 피어나고 있는 수도권 부천의 꽃 이야기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정에 따른 변동으로 꽃 축제와 입장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필수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 꽃동산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이런 시 한 소절이 아니어도 봄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진달래꽃이다. 부천 원미산(富川 遠美山)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하다. 봄이 되면 원미산을 뒤덮는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만개한 꽃물결 속에 파묻혀 봄을 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초입에 세워진 김소월 님의 진달래꽃 시비(詩碑)를 지나 능선을 조금 오르다 보면 발아래로 저 멀리 부천 FC 스타디움이 보인다. 원미산 167m에 올라 정상의 원미정에서 내려다보는 부천 시가지와 종합운동장, 역동적인 축구장을 진달래 동산이 에워싸는 포인트에 서면 봄을 만끽하는 순간이 된다. 3월 중순경부터 약 한 달 남짓 만발한 진달래를 볼 수 있다.
♤가는 길: 지하철 7호선 부천 종합운동장 2번 출구로 나와서 500m 정도 거리에 있다. 참고로 1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우측 놀이동산을 끼고 부천 순환 둘레길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둘레길 걷기의 시작이 된다. 특히 1구간의 향토 유적 숲길은 운치 있다.
부천 자연생태공원 튤립 정원
사월과 오월 중순쯤까지 가장 화려한 색감으로 온 누리를 빛내주는 튤립을 볼 수 있는 곳, 부천 자연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 농경유물전시관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도 테마 정원과 유아 숲 체험관, 힐링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 어른 상관없이 다양한 볼거리가 가능한 문화휴식 공간이다. 코로나로 훌쩍 떠나지 못하는 수도권 시민들이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의 튤립은 고결하고 우아한 자태로 봄 햇살을 받으며 가장 강렬한 색감으로 최상의 멋을 보여준다.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튤립 꽃길을 걸으며 선명한 빨강, 노랑과 보라, 하양, 핑크 등의 화사한 꽃들을 들여다보는 행복은 오직 이때뿐이다. 이 무렵 담장 너머 목련은 이미 지는 중이고, 춘덕산에서는 부천을 상징하는 복사꽃 피는 마을답게 춘덕산 복사꽃 축제가 이어졌었다.
튤립 정원을 지나 나타나는 수목원은 편백 군락지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힐링의 숲이다. 천천히 걷거나 곳곳의 벤치에 앉아 봄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주상절리를 연상케 하는 폭포, 생태연못 쪽으로 가면 수생식물들과 시원하게 내뿜는 분수의 물바람을 맛볼 수 있다. 나비정원, 풍차, 귀여운 토끼나 공작새의 미니 동물원은 튤립을 보러 왔다가 자연 속의 풍경에 푹 빠지는 시간이 된다. 출구로 나가면 주변에 맛집도 즐비하다.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660(춘의동)
7호선 까치울역 1번 출구에서 3분 정도 직진
내비게이션 명칭 검색 : 부천식물원 또는 자연생태박물관
☏부천 자연생태공원 공원 조성과(032-625-3502)로 연락
백만 송이 장미원의 화려한 봄날
해마다 오월이면 장미가 온 천지에 가득했던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 올해도 여전히 피어나겠지만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혹시라도 아쉬움에 찾아가 장미원 둘레 담장 너머로 먼발치의 장미꽃들을 바라볼 만도 하다. 돌아보면서 군데군데 나타나는 장미 터널과 예쁜 포토존이 행복감을 주는 장미원이다.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은 부천시에서 1998년 150000여 그루의 장미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장미 한 그루에서 7~10송이의 꽃이 피어나기에 백만 송이의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주변의 도당산이 에워싸고 장미를 비롯한 야생화 단지와 분수대, 체력장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진 장미꽃 테마공원이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백만 송이 장미를 풍성하게 볼 수 있다.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 산 34
지하철 역곡역이나 까치울역에 내려 마을버스 013-3번
☏부천시청 공원관리과 공원관리 2팀(032-625-4854)
부천 상동호수공원의 꽃양귀비
계절별 꽃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상동호수공원. 그중에서 5~6월이면 붉은 꽃양귀비가 피어나 짙은 아름다움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준다. 부천시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공원으로 호수 근처로 나무 데크 길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람 쐬며 걷는 맛이 최고다. 또한 체육 시설과 놀이시설, 휴식 공간이 두루 잘 갖추어져 있어서 산책길에 한나절쯤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이다.
꽃양귀비 정원에 들면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붉은 양귀비와 함께 청보리가 자라나고 있다. 두 가지의 어울림을 조화롭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혹시 코로나의 여파로 꽃밭 가까이 갈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촬영하려면 망원렌즈를 지참해야 한다. 멀리 꽃구경 가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부천 상동호수공원은 수도권에서 쉽게 나설만한 곳이다.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1번, 5번 출구 역
경기 부천시 길주로 16 복사
부천 중앙공원 능소화 터널
한때는 능소화를 찾아서 저 아랫녘까지 가기도 했다. 이제는 길거리나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그 옛날 구중궁궐 속에서 다시 찾지 않는 임금이 하도 그리워 궁녀 소화는 날마다 임금의 발자국 소리에 오매불망 귀를 기울였다. 죽으면서도 담장 아래에 묻혀 님을 기다리겠다는 애절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궁녀 소화, 님의 발소리를 들으려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피어난다. 기다림의 세월이 능소화로 곱게 다시 피어났다는 전설의 꽃이다.
부천 중앙공원에 가면 능소화가 터널을 이루어 피어난다. 6월 말부터 7월 중하순까지 흐드러지게 만개했다가 툭툭 떨어지며 진다. 꽃이 지는 모습도 볼만해서 능소화 터널 아래 낙화가 뿌려져 있을 때 다시 가기도 한다. 더위와 비바람에도 흐트러진 남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꽃잎 하나씩 날리며 지는 게 아니고 미련 없이 꽃 한 송이 통째로 떨어뜨리는 게 능소화의 마지막 모습이다.
♤경기 부천시 중동 1177(부천 시청 뒤편)
트윈 도브스(Twin Doves)는 한국의 전자랜드가 운영하는 한국계 골프장이다. 2010년 9홀 개장, 2011년 11월에 27홀이 완공되었다. 골프장 내 30개의 골프텔이 준비되어 있어 골프장을 찾는 한국 골퍼들에게 매우 적합한 구조이며, 골프 지망생들의 겨울 전지훈련에도 안성맞춤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트윈 도브스 코스는 도그 레그가 거의 없고(2개만 도그 레그) 페어웨이가 넓으며, 그린이 크고 기복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그린 스피드는 매우 빨라 평소에도 9.6피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린과 페어웨이에는 모두 패스팰럼이 식재되어 있으며, 미국의 피터 루소가 설계했다.
골프장은 공항에서 30km 지점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 회원제로서 평일은 3일 전에 일반인의 부킹을 받는다. 회원 360명 중 한국인 50%, 베트남인 30%, 대만인 12%, 일본인 3% 정도라고 한다. 고객의 50%는 한국인이다.
5월 중순부터 12월까지는 우기지만 스콜성이라 라운드에는 크게 지장 없다. 날씨의 특색에 맞게 번개를 피하는 곳이 13곳이나 있어 골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성수기인 1월에는 1만 라운드를 소화하며 비수기에는 6000라운드 정도로 1년에 8만 라운드가 치러진다고 하니 연중 성업인 셈이다. 베트남골프협회로부터 베스트 클럽하우스로 선정된 바 있다. 베트남에 주로 서식하는 베트남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장면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을 그대로 웅변해주고 있다.
루나(Luna) 코스(파36, 3605야드), 스텔라(Stella) 코스(파36, 3525야드), 솔레(Sole) 코스(파36, 3614야드) 등 모두 9홀 3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코스가 시작될 때마다 티 박스 옆에 잔디로 만들어진 비둘기 로고와 코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나무가 많이 없고 중간중간 링크스풍의 모습도 나타난다.
루나 6번 홀(파4, 414야드)은 티잉 그라운드 왼쪽부터 100야드 길이의 벙커들과 링크스 풀이 어우러져 멋진 홀의 모습을 보여준다.
루나 9번 홀(파5, 555야드)은 티잉 그라운드 앞부터 큰 물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300야드 지점부터 그린 앞까지 크고 긴 호수가 도전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린 공략 시 슬라이스를 주의해야 한다.
스텔라 코스는 파3와 파5가 각각 1개씩이며 7개 홀은 모두 파4로 구성되어 있다. 키가 큰 종려나무들과 야자수가 페어웨이 양쪽으로 늘어선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남국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스텔라 8번 홀(파4, 452야드)은 오르막에 긴 파4로 투온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페어웨이 왼쪽으로 링크스풍은 물론 사막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벙커들이 줄지어 이어지며, 왼쪽으로 9번 홀이 마주하고 있다.
스텔라 9번 홀(파4, 411야드)은 살짝 내리막 홀이며, 전면 페어웨이에 무수한 벙커들이 티 샷 한 볼을 삼키려 하듯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칠 곳이 없을 정도의 모습이다. 그린 60야드 지점에서 30야드 폭의 물길이 가로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티 샷이 벙커에라도 들어간다면 세컨드 샷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때 레이아웃을 통한 끊어가기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솔레 6번 홀(파4, 442야드)은 티 박스 앞 물길이 가로질러 오른쪽 페어웨이의 그린 120야드에서 다시 왼쪽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그린 60야드 앞부터 큰 벙커가 가로막고 있으며, 벙커 앞의 물길은 크고 작은 돌들이 갈수기여서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더욱 자연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다.
솔레 7번 홀(파5, 594야드)은 길고 서드 샷을 할 때 오르막이어서 최소 630야드는 봐야 한다. 그린 앞쪽의 벙커들이 막아서고 있어 스리온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멋진 27홀 코스다. 이곳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명문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를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