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범위와 쓰임새가 확산되고 있는 존재, ‘셀러브리티’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해서 태어나고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는가? 위상을 계속 유지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에 응답하는 책이 나왔다.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의 신간 ‘셀럽시대’이다.
‘셀럽시대’는 문화예술과 스포츠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심지어 정치 영역에까지 ‘셀럽’의 존재감과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셀러브리티와 명성 연구의 이정표가 될 방대한 종합 학술서이다.
바야흐로 누구나 ‘명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인스타그램, 틱톡, 릴스와 같은 개인화된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성 언론, 홍보 대행사, 홍보 담당자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자신을 소구하거나 홍보해 유명해질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명사와 명성에 관한 연구는 사회, 심리, 문화,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 ‘셀럽시대’는 이러한 필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며, 미디어와 SNS의 범람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을 위한 ‘명사학’ 및 ‘명성학’을 집대성하고 있다.
김정섭 교수는 책의 집필을 위해 3년간에 걸쳐 명성론과 명사론의 학습과 관리 전략 마련에 필수적인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물을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동서양 명사들의 명성 관련 자기 성찰과 발언들을 풍부하게 수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셀럽과 전문가들을 심층 조사·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그들 중 가치와 위상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일부를 직접 인터뷰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다.
심층 분석(‘인터뷰’와 ‘포커스’ 코너)의 ‘포커스’ 대상에는 방탄소년단, 이성민 배우, 김연아 전 선수, 인터뷰 대상에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세연 전 의원, 철학자 강신주, 시인 나태주,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부회장, 배우 양미경, 가수 고(故) 구하라, 최나연 프로 등 각 분야의 명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명사들의 언명(言明)에는 각자 인생의 금자탑을 쌓는 과정에서 겪은 인생의 영욕과 부침, 그리고 숨겨진 달콤쌉쌀한 사연과 깨달음이 오롯이 배어 있다.
또한 책에는 국내에서 엔터테인먼트가 학문의 영역에서 미처 논의되지 못하던 시절 케이컬처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학문화에 시동을 걸어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김정섭 교수의 평소 고민이 집약되어 있다. 김 교수가 오랜 세월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하위 범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스타 연구의 확장판이자 종착지라는 의미를 갖는 이 책은 셀럽을 비롯한 다양한 위치에 있는 독자들이 더 깊고 더 실천적인 성찰과 수양을 하기 위해 매일 들여다볼 만한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제1부 이론과 데이터 통찰’과 ‘제2부 수양과 실천 컨설팅’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제1부는 학술적 통찰에 초점을 두고 명사와 명성에 대한 동서양 학자들의 다양한 이론과 데이터, 각종 연구 결과물의 세계를 깊이 분석하고 탐구해 제시했다. 제2부에서는 명사라면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 수양하고 실천할 것인지 그 기법과 전략적 지혜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김정섭 교수는 K-컬처, 아티스트, 스타 연구에 집중해 왔다. 아울러 ‘경향신문’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방송영상저널리즘스쿨 원장, 문화부·인사혁신처·환경부·고용노동부 정책 자문·평가위원, 대통령 연설 자문위원, 한국거래소 상장심사위원, ‘2022 한국케이블TV방송대상’ 심사위원장, KTV 방송자문위원,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아프리카의 중심 국가 모로코에는 60여 개의 골프 코스가 있어, 최근 새로운 골프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각광받고 있다. 2018년 10월에 개장한 미쉬리펀(Michlifen Resort & Golf Hotel, 파72, 6671m, 6055m)은 잭 니클라우스가 무려 5번이나 직접 와서 세심하게 설계한 북아프리카 최초의 IMG 관리 골프장이다.
삼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스위스
원래는 바위였던 부지 위에 골프장을 만들어 매우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페어웨이와 작은 바위들이 한데 어우러져 링크스만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가 거의 없어 더욱 그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스 외부는 산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특히 삼나무가 가득하다.
삼나무는 레바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공으로 심은 것이고, 이곳은 자연적인 삼나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미쉬리펀(Michlifen)은 현지어로 ‘큰 눈발이 날리다’(Big Snow Flakes)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골프장의 가장 큰 특징은 위치다. 이곳이 위치한 도시는 모로코의 이프란(Ifrane)으로, 페스(Fez)와 메크네스(Meknes)를 잇는 아틀라스 산맥을 등지고 있어 모로코에서는 작은 알프스로 불리는 곳이다. 모로코라 하면 더운 기후와 사막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빼곡한 침엽수림과 설경, 호수까지 즐길 수 있는 웅장한 경치를 자랑한다.
빠른 그린 스피드에 당황
그린 스피드가 12피트를 넘어, 이보다 빠른 곳에서는 못 쳐본 것 같다. 그린의 엘러베이션도 심해서 볼을 세울 수 없을 정도였으며, 더욱이 오후 늦게는 바람이 불면서 그린이 건조해져 그린 스피드가 더 빨랐다.
페어웨이는 켄터키블루와 윈터 그래스인 라이그래스를 9월 중순부터 식재했으며, 그린과 티잉 구역에는 벤트그래스를 식재했다. 파크랜드 타입이며 링크스의 모습도 보인다. 해발 1650m에 지어져 거리가 일반 코스보다 더 나갈 수 있다.
9번 홀 티잉 구역 앞은 바로 천 길 낭떠러지다. 멀리 그린 왼쪽으로 크고 멋진 클럽하우스가 있다. 슬라이스는 곧 절벽 아래다.
16번 홀에 와서야 비로소 포레스트가 나타난다. 허허벌판만 나오다 이 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17번 홀(파3, 161m, 137m)과 18번 홀(파4, 384m, 346m) 왼쪽으로는 거대한 절벽이, 오른쪽으로는 그린 오크 숲이 이어지면서 천하의 멋진 장면을 연출해낸다.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진다. 두 홀의 티잉 구역에서 멀리 보이는 클럽하우스는 동화 속에 나오는 언덕 위의 집처럼 환상 그 자체다. 페어웨이는 너울거리는 셰이핑을 보여주며 살며시 오르막 홀로 그랜드 피니시다. 이처럼 광활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감동을 안겨주는 홀이 얼마나 있었던가.
골프호텔은 71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을 갖췄다. 30m 길이의 실내외 수영장, 헬스클럽,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스파와 온천, 그리고 레스토랑이 있다. 최고급 대리석과 원목으로 꾸며진 호텔은 명품 가구와 도자기가 곳곳에 장식되어 있어 5성급이라는 명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으로 월드 골프 어워즈(World Golf Awards) 시상식에서 모로코 최고의 골프호텔, 2022년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호텔로 선정되었다.
“명사들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움직이며 우리 의식 세계를 지배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명성의 본질과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명성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인간의 ‘명성’(名聲)과 각계의 ‘명사’(名士)를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이 주제를 깊이 연구했다. 그는 관련 이론·데이터 분석, 수양·실천 컨설팅 전략의 발굴 제시는 물론, 각계 명사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학술적 통찰을 끌어냈다. 본지가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입수해 창간 특집으로 독점 게재한다. 연구 결과물은 ‘셀럽시대’(한울엠플러스)란 책으로 오는 5월 출간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식당에서 사진을 보고 경탄하며 ‘칠리치즈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해요. 그런데 실제로 나오면 양념이 풍부하고 느끼한 그걸 다 먹어야 하냐는 부담감을 느껴요. 그때 ‘일반 감자튀김’을 시켰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후회하죠. 인간에게 명성이란 바로 이런 존재예요.”
‘그릿’(Grit, 2016)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가 2021년 2월 28일 미국 팟캐스트 ‘프리코노믹스 라디오’에 나와서 한 얘기다. ‘명성’은 자아실현 욕구를 지닌 인간의 본능이자 인생의 성공 가도에서 간절하게 그리는 꿈이다. 동시에 앤절라 더크워스의 말처럼 ‘약’과 ‘독’이란 양면성을 지녔다. 명성은 인생 경험과 성과의 소산이자 자신을 웃고 울게 만든 가치이기에 깊은 통찰력과 혜안을 지닌 시니어들에게 더욱 친숙한 어휘다. 명성은 사회적으로 신뢰와 참여를 촉진하고, 정치적으로는 투표율과 지지를 견인하며, 경제적으로는 그 존재량이 희소해 ‘관심경제’는 물론 명성에 대한 선망, 추종, 숭배를 극소수에 집중시키는 ‘슈퍼스타 경제학’을 구성한다. 인터뷰에서 문인·철학자는 대체로 명성을 경계하고, 정치인·경제인·의료인은 능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적극 활용론을 강조했으며, 예술인·체육인은 조건부 활용론에 방점을 두었다.
명성은 ‘약’과 ‘독’ 양면성 지녀 경계해야
‘풀꽃 시인’ 나태주는 2015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꼽은 바 있는 ‘풀꽃(1)’을 썼다. 시구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인데, 그는 이 시에 대한 폭넓은 사랑으로 ‘국민시인’으로 떠올랐다. 나태주 시인은 ‘명성’에 대해 “전적으로 남이 알아주고 평가해주는 고귀한 가치”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명성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버리고 아첨하고, 반칙하며, 사술(詐術)을 부리며 아등바등하는 것은 거부했다. 심지어 신춘문예 당선이나 등단에 조급증을 갖거나 빨리 쓰려고 하는 문단 후배들까지 꾸짖었다.
그는 “명성은 유효기간이 매우 짧은 데다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영혼을 망가뜨리기 쉬우므로 존엄과 품위가 가미되어 더 가치가 있는 ‘명예’를 중시한다. 명성은 물로 씻으면 금방 지워져버리는 젊은이의 ‘화장’과 같고, 명예는 경륜 있는 노인들이 갖는 가슴속 숨겨진 ‘흉터’처럼 잘 드러나지도 않고 잘 지워지지 않아 영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과 인문학을 인간의 삶에 투영해 저술과 강연을 통해 날이 선 언어로 소통을 확대해왔다. 그는 명성을 절대 추구해서는 안 될 ‘노예의 가치’로 보았다. 그는 “철학과 인문학의 견지에서 명성 추구는 주인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닌, 타인이 원하는 삶을 따라가야 하는 ‘노예의 전략’”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명성을 추구하는 삶은 자기 목소리를 잃고, 자신의 삶도 없고, 허깨비 같은 것을 좇는 것이기에 결국은 꼭두각시의 삶을 사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초래하는 부작용에 초점을 두었다.
정치인 정세균(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내 헌정사 최초로 여야의 정당 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를 모두 역임해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의원(6선), 장관(산업자원부), 원내대표도 지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같은 일종의 세평(世評)이지만, 명예는 본인 성과에 대한 자신의 가치판단과 자부심의 척도다. 명성은 반드시 공적으로 좋은 의미를 지닌 일에 열정을 발휘해 얻는 경우에만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한보청문회’(1997년)에서 한보의 로비 자금을 거절한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일약 명사로 부상한 이후 지금껏 겪은 성찰을 집약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우러러보는 ‘정치인 명사’가 되려면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맡은 공직의 무게를 온전히 떠안으며 일하는 ‘책임의식’, 정성과 투명성을 기본으로 국민을 받드는 ‘신뢰성’, 매사 분별력을 발휘하며 신사 숙녀처럼 처신하는 ‘품격’이 몸에 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정직해야 명성 쌓아”
‘카리스마 리더’ 김종인(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내로라하는 경세가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관·학의 풍부한 경험 축적은 물론 ‘차르’란 별칭, ‘직업이 비대위원장’이란 비유가 말해주듯 강한 소신과 뚝심으로 진보에서 보수를 망라하는 정당을 모두 이끌었다. 그는 “명성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에게 목숨과 같고, 국민 앞에 서서 정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갖고 이를 드높여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없으면 국민에게 피해만 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의 명성 축적과 유지의 기본 요소는 정직성, 일관성, 신뢰성인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치적 경륜과 지략이 풍부해 ‘정치 9단’으로 불린다. 그는 “정치인은 오늘을 잘해서 내일을 사는 사람이다. 국민의 인정(認定)을 받아야 명성을 얻고, 그 명성을 기반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고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에, 명성은 정치인에게 존재 자체이자 전부”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얻으려면 철두철미하게 지식을 쌓고, 국가 사회와 국민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미래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등의 자기계발을 하고, 하루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향력, 기능, 효과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매개체인 언론을 하늘같이 알고 받들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신혼여행 이후로는 아내와 여행 한번 같이 못 갔을 정도로 정치 행위 그 자체를 즐기며 사적 자아와 공적 자아를 아예 동일시(同一視)하며 살았다”라고 회고했다.
김세연 전 의원(청년정치학교 운영자, 3선 의원)은 ‘36살의 집권당 최연소 당선’이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정계에 입문해 개혁보수와 우파혁신을 주창한 ‘청년정치 리더’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명성은 오직 정치인 본인의 의도나 의사와 무관하게 공직에 대한 열정적·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그 결과물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외려 명성과 거리를 둘 때 좋은 정치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명성을 위해 일하면 공적인 의사결정에 중대한 왜곡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지향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되고, 그런 욕망이나 의도를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한시적으로 위임된 권한과 권력을 사유물인 양 착각한 나머지 여의도 정가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명성 지향’, ‘명예 지향’의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거부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관된 목표·방향성 갖고 혁신경영”
차석용 LG생활건강 전 대표이사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조직, 제품, 서비스 혁신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 2022년 말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18년간이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기업과 CEO의 명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소비자들의 명민한 감각과 반응으로 시시각각 정확하게 측정되는, 영예롭고도 두려운 양면적 존재”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그는 “기업과 CEO는 소비자를 ‘진정한 보스’로 모시고 기업의 증진을 위해 분명하고 일관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혁신경영에 몰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CEO로서 LG생활건강에서 강조한 기업과 제품의 명성 증진 전략은 정직, 진정성, 신뢰, 디테일(세심함과 정확함)이었다.
이종천 ‘다나딸기농장’ 대표(충남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는 독보적인 반전의 귀농 성공신화를 쓴 ‘딸기왕’으로 농업계와 지역사회에서 명성이 높다. 이종천 대표는 “농민의 명성은 자신이 재배한 작물이 말해준다. 저에겐 풋풋하고 탐스러운 저 딸기가 그걸 상징한다. 온갖 정성, 노력, 풍상, 고초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묘미는 자연과 함께 인생을 즐기며 향긋한 결과물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딸기 특구’이자 딸기 수출 전진기지인 충남 논산의 성공한 농업인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위촉한 농업 후계자를 교육하는 현장의 교수로 활동하며 농촌의 미래를 가꾸는 데 헌신하고 있다. 건설사 임원 출신인 그는 퇴직하고 시작한 통신 서비스 사업의 실패 후 무작정 귀농해 8년간 딸기 농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현재 비닐하우스 딸기 재배동 7개 동과 딸기 육묘장 2곳, 청년귀농장기교육장과 딸기현장실습교육장을 함께 운영하며 연 7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성은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
서울 용산의 ‘메이플라워/술술상점 용산’ 정미희 대표는 최근 SNS에서 매우 뜨거운 유명인사다. MZ세대 CEO로서 뛰어난 외적 매력을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미식 탐방, 새벽시장 장보기, 술 시음과 술집 탐방, 여행과 골프 체험기 같은 일상적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게시해 인기를 끌면서 ‘SNS 셀럽’으로 떠올랐다. SNS를 한 시대의 문화로 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다. 정 대표는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2022년 1월 20일 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명성은 불편함도 크지만, ‘존재감 미약한 편안함’보다 ‘존재감 뚜렷한 불편함’이란 나의 취향을 충족시킨다. 사업보다 친교에 도움이 된다. 수상한 접근을 하는 ‘가짜 친구’도 많이 생기긴 하지만 일생을 함께할 친구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대표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서울 잠실)은 ‘경추·요추 부위 내시경 수술(수술 경력 9000건)의 명인’이다. 김 원장은 “의사의 명성은 환자를 사랑으로 극진히 돌봤는지에 대한 자화상 같은 척도다. 그것은 오직 환자와 직결되며, 환자를 떼놓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의사는 신뢰와 사랑을 토대로 사력을 다해 환자를 보살펴야 한다. ‘좋은 의사’, ‘훌륭한 의사’, ‘명예로운 의사’의 출발점도 이와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의사가 명의(名醫)란 명성을 얻으려면 환자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공감 능력’과 ‘좋은 인품’,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뛰어난 실력’, 환자에 대한 ‘치료 의지와 자신감 표출’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대 출신으로 군의관 시절 선구적인 내시경술 수련과 아프간 의무부대 참전, 척추 전문 병원인 우리들병원 수련원장과 의무원장, 우리들의료재단 부이사장을 거쳤다. 그는 “높은 명성을 지닌 의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오만, 그리고 그것의 연쇄반응으로 나타나는 게으름과 나태함”이라고 지적했다.
“배우에게 명성은 삶의 기적과 고귀”
‘대장금 한류’의 주역 양미경 배우는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 상궁’ 역을 맡아 드라마가 국내는 물론 동남아·중동 지역까지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로 부상했다. 양미경 배우는 “‘명성’은 삶의 기적이며 고귀(高貴)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명성(名聲)은 이름이 소리가 나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 소리는 선(善)함을 바탕으로 인고의 노력과 울림을 통해 영롱한 새벽이슬처럼 만들어진 것이기에 ‘명성은 고귀’하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0년간 연기를 통해 맑고 선한 성정, 곱고 단아한 이미지를 각인하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를 구축해온 명성과 관록에서 나온 통찰이다. 라마단(Ramadan) 기간에도 ‘대장금’을 시청할 정도로 경이적인 시청률(90%)을 나타낸 이란에서 2009년 5월 그를 ‘국빈’(國賓)으로 공식 초대했다. ‘대장금’이 2015년 홍콩에서 방영되었을 때 시민의 약 절반인 328만 명이 시청(최종회 최고 시청점유율 50%)해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난 팬들이 몰렸다. 그는 “‘대장금’ 출연 당시 홀연히 찾아온 에너지처럼 새로운 차원의 명성을 느꼈다. 그것은 매우 강한, 삶에서 흔히 만날 수는 없는 특별한 에너지였다”라고 술회했다.
‘골프 여신’ 최나연 프로는 우리나라 ‘여성 골퍼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라는 명성을 안겨준 원동력은 전적으로 태생적 자질인 강력한 도전정신과 성취욕이다. 나는 일관성과 꾸준함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 골퍼로 골프사에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매력·저력’을 완비한 골퍼로 ‘롱 아이언 샷의 명수’이자 ‘골프계 최고 얼짱 스타’로 불렸다. 2004년 11월 데뷔 후 18년간 미국여자골프(LPGA) 최고의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2012)은 물론 LPGA 대회에서만 우승 9회, 준우승 12회, 3위 7회의 저력을 보여준 뒤 2022년 말 전격 은퇴했다. 그는 “‘우승’과 ‘준우승’의 차이는 집중력, 경험, 실력, 운(運)이란 4가지 요소가 경기 당일 어떻게 최적의 조합을 이뤄 경기력으로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를 잘하려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4가지 요소를 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 골퍼’들이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겸손한 성품, 끊임없는 실력 증진 노력, 선수 자신에 대한 믿음이란 3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명성,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들어”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지국장은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명성을 갖고 있다. 그는 “명성이란 사람을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겸손하게 만드는 두려운 것이다. 내가 기자로서 유명해졌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은 이메일과 SNS를 통해 내가 쓴 기사에 대한 공감과 긍·부정의 평가가 쏟아지던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명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려움이 앞서 균형감각 유지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32년 차 기자로서 ‘AP통신’ 기자 시절인 1999년 9월 30일 영구적으로 묻힐 뻔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2000년 한국인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구 언론계에서 ‘언론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탐사보도 부문)을 받아 명사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나를 만든 힘은 강한 성취욕과 성실성이다. 노근리 사건의 취재는 어떤 피해자가 쓴 논픽션 실록의 출판이 당시의 참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책 내용에 두려움을 느낀 출판사에 의해 거부되고, 한미 양국이 피해자들을 외면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밝혔다.
KBS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계에서 경쾌한 에너지와 톡톡 튀는 매력을 갖춘 ‘MZ세대 아이콘 뉴스앵커’로 통한다. 그는 “나에게 명성은 방송사에서 일을 더 열심히, 더 잘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인이자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공영방송 KBS의 ‘KBS 뉴스 9’(주말) 뉴스 진행을 맡고 있다. 박지원 아나운서는 “방송을 하는 사람에게는 누가 프로그램을 봐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나한테도 그것이 일할 때 항상 열정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사로 인정받을 만한 유능한 앵커가 되려면 첫째 기사를 보고 핵심을 파악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 깊게 질문하는 능력, 둘째 명쾌하고 유려한 전달력, 셋째 진행 능력과 같은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BTS, “기본적인 것, 결과에 따른 신뢰”
한편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을 한몸에 받은 피겨 스타 김연아는 언론 매체를 통해 명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11월 미국 패션 잡지 ‘페이퍼’(PAPER)와의 화보 인터뷰에서 글로벌 스타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높아진 명성에 뒤따르는 부담감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명성이 주는 부담감이 큰가?’란 질문에 대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저는 요즘 사명감으로 살고 있어요. ‘완벽해야 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들, 결과에 따라오는 신뢰를 기억하며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죠”(제이홉),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지민), “압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슈가), “여전히 우리는 무대 위에서 정말 잘하고 싶어요”(리더 RM)라고 각각 답했다.
김연아는 명성의 유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경험을 털어놓음으로써 운동선수가 갖는 명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19세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3년 전 (나에 대한) 관심이 없었을 때는 혼자 외롭게 싸웠다”라고 울먹였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거둬 명사가 된 후에는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러다 보니까 좀 불편한 건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행복한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라고 소회를 내비쳤다.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첫 순서는 ‘상담편’이다.
Episode_1 “대기업 출신인 나더러 중소기업을 가라고요?”
재취업은 전 직장과의 연장선이 아니다. 회사 규모는 물론, 그에 따른 직급이나 직무, 역할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전 직장의 명성에 얽매이는 구직자가 적지 않다는데.
진행자 상담하러 오는 구직자들의 과거 직군별 유형이 있나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그럼요. 대기업 생산직 퇴직예정자 대상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는데요. 일단 번아웃을 많이 호소하시고, 1년 정도는 쉬고 싶다고들 하세요. 그러고 난 뒤에 뭐 할 거냐 물으면, 절대 중소기업은 가지 않겠다고 해요. 대기업에 대한 자부심도 크시고, 그 타이틀을 버리기 쉽지 않으신 거죠. 사실 공백기가 생기고 취업 시장에 나오면 중소기업도 어렵거든요. 열심히 인식 개선을 해드리려 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아무래도 대기업은 교육이나 연수 기회가 많은 편이죠. 오히려 그만큼 (회사)안에서만 머무는 시간이 많아 바깥 상황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그래도 생산직에 계셨던 분들은 지게차운전기능사 같은 자격증이라도 따놓으시는 편이에요. 사무직은 학력도 높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차·부장급 출신이 많은데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 외에 개인이 주도적으로 경력 목표를 설정하거나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이력서에 쓸 만한 내용은 있는데 실상 성장은 더딘 거죠.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대기업이나 공무원 출신 분들의 특징은 일단 직장 백그라운드(배경)가 너무 좋았다는 거죠. 근데 회사의 명성을 자신의 전문성이라 오해하는 분이 많아요. 그 백그라운드 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말이죠.
미경 엔지니어 직군은 전문성이 너무 뛰어나다 보니 컨설턴트 이야기를 잘 듣지 않더군요. 너희가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더 잘 아냐 이거죠. 특수 분야에 계셨던 분들을 상담할 때는 사전 공부가 많이 필요해요.
성희 저는 작년에 대전에서 고경력 과학자분들을 만났는데요. 정말 희소한 인력이거든요. 결국 이분들의 기술이 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 해석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취업 시장에서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성철 안 그래도 제가 그동안 만나왔던 분들을 토대로 출신 직군별 구직자 특성을 적어봤어요. 맞는 말인지 들어보시고 아닌 건 말씀해주세요. ① 공무원이나 군인 출신, 부지런하고 학구적이지만 유연성 부족함 ② 대기업 출신, 기업 후광에 기대어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함 ③ 중소기업 출신, 다양한 경험을 보유했으나 추후 소기업 등으로 재취업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자신감이 하락함 ④ 금융기관 출신, 고임금자가 많아 눈높이가 높고 자신감도 높음 ⑤ 교사 출신, 컨설턴트를 가르치려 들고 자신을 과대 포장함 ⑥ 고기술 경력자, 자존심이 높고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영역이 좁아 보편적인 재취업이 어려움, 그에 따라 자칫 우울해하기도 함. 자, 어떤가요?
미경 성희 영희 맞아요, 맞아요. 공감합니다!
Episode_2“실업급여 타고 좀 쉬다 보면 누가 연락하지 않겠어요?”
청년층 못지않게 퇴직자에게도 취업 공백이 생기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퇴직 후 1~2년은 재취업을 위한 골든타임. 안일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기다린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진행자 퇴직하고 리프레시할 겸 1~2년 쉬었다가 컨설턴트를 찾으면 늦은 걸까요?
미경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번아웃이 온 경우가 많거든요.
영희 마냥 쉰다고 리프레시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대개 퇴직하고 실업급여 받는 몇 개월 동안은 쉬겠다는 분이 많은데요. 그러다가 정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요. 꼭 전투적인 구직 활동을 하라는 건 아니에요. 운동을 한다거나, 요리를 배워본다거나, 기존에 결핍됐거나 못 해본 영역을 채워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떨어졌던 심리적 자원도 채워지고, 구직 활동에 긍정적 에너지로 쓰일 수 있습니다.
성희 당장 자기개발을 시작하기보다는 춤이든 낚시든 뭐라도 몰입하는 시간을 보내시는 걸로 충분하다고 봐요. 아무것도 안 하시고 단절해서 집에만 계시는 게 제일 위험합니다.
성철 공무원들은 퇴직하고 1년 동안 공로연수를 받아요. 그거 끝나고 나면 또 실업급여를 몇 개월 받고요. 그렇게 1~2년 동안 특별히 뭘 안 해요. 60세에 퇴직해서 결국 62세쯤에나 구직 활동을 하는데, 그땐 너무 늦죠. 근데 막상 그분들에게 교육받으시라 하면 신경질 내요. 그래서 저는 일단 ‘노시라’ 하고 대신 그 사이 생애설계도 받아보고, 여생이 기니까 뭐 하면 좋을지 검색도 좀 해보시라 해요. 막상 1년 놀잖아요. 그럼 미쳐요. 알아서들 나오십니다.
진행자 당장 전투적인 구직 활동은 미루더라도 바깥 활동은 좀 하시라는 거죠?
영희 네, 정보가 엄청 중요하거든요. 어디라도 가야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정보도 얻고 기회도 생기니까요. 아무리 스펙이 좋은 분이라도 1~2년 공백 거치면 재취업 연결은 쉽지 않아요.
성철 바깥으로 나와보면 딱 알게 되죠. 나만 놀고 있었구나. 다들 뭘 하고 있네? 근데 한편으론 이런 사람들도 많아요. 어디선가 연락이 오겠지. 같은 회사 다녔던 선배나 후배가 같이 일하자고 하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허송세월 보내는 경우도 상당해요.
영희 근데 연락이 안 오죠. 지혜로운 분들은 퇴직 전에 경력 목표를 설정하고 자격증이나 훈련을 미리 준비해요. 제가 만난 분 중에 재직자인데 구직자 대상 교육을 듣고 싶다고 사정해서 넣어드린 적이 있거든요. 건설업 종사자였는데, 드론 수업을 듣고는 관련 자격증 4종을 모두 따셨죠. 요즘은 건설업계에서도 안전관리 측면에서 높은 빌딩이나 댐 등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구조물에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전망을 이해하신 거예요. 그렇게 해서 퇴직하고 한 달 만에 취업에 성공하셨답니다. 물론 이런 사례는 많지 않지만요.
성희 결국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상담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다음 단계로 행동을 옮기는데, 아무런 선택도 못 하시고 시간만 보내다 가는 경우도 많아요. 좀 전 사례자 역시 스스로 교육을 듣겠다, 자격증을 따겠다, 이런 의사결정이 빨랐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성철 맞습니다. 저는 이런 구직자도 봤어요.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시키는 건 잘하니까 나더러 뭘 할지 알려달라는 거예요. 근데 그건 고등학생 때나 가능한 얘기죠.
성희 유망 직종이나 괜찮은 자격증 하나만 찍어달라는 분도 계셨어요. 막상 그 하나를 말씀드려도 실행에 옮기진 않으시더군요.
성철 직장에 종속돼 눈치 보며 지낸 세월이 길어서일까. 주도적으로 하는 힘을 잃은 거 같기도 해요.
Episode_3“이력서요? 컨설턴트가 대신 써주는 거 아닌가요?”
마음이 급한지, 의지가 부족한지, 쉽게 취업 정보를 얻어가려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무리한 요구에 성의 없는 태도까지 보인다면? 컨설팅의 가치는 떨어지고 재취업은 멀어지고 만다.
진행자 컨설팅 과정에서 어떤 상황이 가장 난처한가요?
성희 오시자마자 다짜고짜 뭐 해줄 수 있냐고, 내가 당장 갈 곳을 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도 안 해주시고 말이죠.
영희 마음을 여는 게 우선이고 참 중요한데, 라포(상호 신뢰관계) 형성이 쉽지 않아요.
미경 게다가 속으로 컨설턴트를 테스트하는 경우도 많죠.
성철 맞아요. 나한테 뭘 해주는지 봐서 나도 내 것을 보여주겠다, 이런 거예요.
성희 네, 확실히 경계하시는 분들이 있긴 해요. 때론 기 싸움도 벌어지죠.
미경 기관마다 다니면서 컨설턴트를 간 보는 분도 많아요.
성희 결국 가장 난처한 건, 구직자가 개방하지 않는 상황이에요. 가령 5회 진행하면 거의 끝나갈 때쯤 마음을 터놓는 분도 계세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오시는 분들은 그만큼 얻어가는 부분이 있으리라 봐요.
진행자 그럼 컨설턴트를 찾아가기로 했다면,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영희 저는 고객분들에게 사전에 이력서를 준비해 방문하시도록 공통적으로 요청 드려요. 그것이 그 고객분의 재취업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때도 있어요. 완벽한 이력서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컴퓨터로 프린트하여 방문하시든 문구점에서 이력서 양식을 구입해서 손으로 작성해서 오시든 어떤 형태로라도 작성해서 방문하는 고객분과 아닌 분은 큰 차이가 있어요. 빈손으로 오는 분들은 ‘취업까지 오래 걸리겠구나’ 생각해요. 그만큼 간절함이 덜하다는 건데, 어떻게 질 높은 상담이 이뤄질 수 있겠어요. 워크넷 잡케어 서비스나 테스트를 미리 해보셔도 좋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상태 파악도 되고, 진단 결과를 상담 자료로 쓰면 더 효율적인 컨설팅이 가능하죠.
진행자 무성의한 분들이 오면 컨설턴트들도 의욕이 떨어지죠?
성희 숙제 같은 거 안 해오시면, 아 저분은 다음엔 안 오시겠구나 싶죠.
성철 태도와 자세의 문제니까요.
영희 사실 중장년은 잠재력이 높은데, 그 안에 오래 쌓인 안 좋은 습관이나 행동도 섞여 있잖아요. 그래도 태도가 좋으면 취업 가능성을 높여갈 수 있죠.
성철 안 좋은 태도 중 하나는 ‘나이 탓’ 하는 거예요. 나이 때문에 떨어졌을 거야, 이 나이에 무슨 자격증? 그런 나이 탓은 안 하셨으면 해요. 또 남의 눈치 보는 것도 삼가야 해요. ‘이 일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주변 시선을 의식하느라 컨설팅해주는 직업을 탐탁지 않아 하기도 해요.
미경 그런 눈치는 보지 않되 네트워킹을 많이 하면 좋아요.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무조건 나가서 많이 만나라. 안에서 취업 사이트만 들여다보면 결국 찾을 수 있는 건 경비, 청소, 보험영업, 다단계 이런 것뿐이에요. 그런 상황에 놓이면 더 자존감이 떨어지죠.
성희 근데 참 안 나가려고들 하시잖아요. 특히 남자분들은 상대와의 스몰토크에도 부담을 많이 느끼시고요.
성철 저도 그렇지만 한국 중년 남성 특성상 그게 쉽지 않아요. 자기 외로움이나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잘 못 해요. 그러다 한번 터지면 난리 나죠. 우리 컨설턴트 중에서도 중년 남성분들이 펑펑 우시는 걸 본 경우가 많아요. 어쩌면 그만큼 자기 얘기를 할 곳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영희 취업을 하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상담을 통한 건강한 자아 회복도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상담하면 가능한 한 그 분의 강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컨설턴트가 그 사람 본연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응원함으로써 내면에 에너지가 가득 차게끔 돕는 거죠. 그런 마음가짐이 재취업 과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트로트 열풍이 2022년 연말부터 다시금 불고 있다. 트로트 열풍은 2019년 ‘미스트롯’, 2020년 ‘미스터트롯’이 방영되면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송가인과 임영웅이라는 스타가 배출됐고,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 트로트 열풍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오디션은 물론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시청자의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이다. 트로트 열풍이 다시 뜨거워질 것이라는 예상 또한 많지 않았다. 지금의 열풍은 TV조선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촉발됐다. 두 프로그램의 어떤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미스터트롯2’ VS ‘불타는 트롯맨’
새로운 트로트 스타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비슷한 듯 다른 두 프로그램은 뜨거운 대결 구도를 펼치고 있다. 사실 이 대결 구도는 방영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 중심에는 ‘불타는 트롯맨’의 서혜진 PD가 있다.
서혜진 PD는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론칭해 송가인, 임영웅 등을 배출한 스타 PD다. 대한민국을 들썩인 트로트 열풍을 서 PD가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TV조선을 떠나 MBN으로 이직한 후 제작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로 ‘불타는 트롯맨’이다.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은 방영 전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명성을 지켜야 했고, 서혜진 PD는 자신의 저력을 보여줘야 했다. 서로를 의식한 듯 두 프로그램은 방송 편성도 비슷한 시기에 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지난 12월 20일, ‘미스터트롯2’는 12월 22일 각각 첫 방송 됐다.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비슷한 시기 방영되는 것이 우려를 모은 까닭은 두 프로그램이 비슷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것은 물론 단체전과 1대1 데스 매치를 펼치는 경연 구성은 상당히 흡사하다.
반대로 두 프로그램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바로 오디션 참가자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미스터트롯2’에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유명인들이 대거 참가자로 출연하고 있다. 현재 1위를 지키고 있는 ‘장구의 신’ 박서진을 비롯해 KBS2 ‘트롯 전국체전’ 우승자 진해성, MBC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 안성준 등이 경연에 참여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신예 발굴, 원석 찾기에 집중했다. 물론 ‘팬텀싱어’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 손태진, 뮤지컬 배우 에녹 등 유명인도 있지만, 예선 1위는 무명의 신예 황영웅이 차지했다. 또한 서혜진 PD는 오픈 상금제, 응원 투표 상금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했다고 강조했다.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는 원석 발굴이고, 나아가 차세대 트롯계를 이끌어갈 뉴트롯맨의 육성이다”라며 “뜨겁게 밀려드는 팬들의 사랑을 트롯맨들이 보다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응원 투표 상금제를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라이벌 구도는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두 프로그램은 쌍끌이 흥행 중이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트로트 열풍이 다시 불붙었다. ‘불타는 트롯맨’은 첫 방송에서 8.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MBN 창사 이래 첫 방송 최고 시청률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12.2%다. ‘미스터트롯2’의 4회 시청률은 20.9%이며, 4주 연속 전 채널 1위를 달성했다.
아무래도 ‘미스터트롯2’가 대중에게 익숙하고 ‘원조’ 오디션이라는 네임 벨류를 갖고 있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불타는 트롯맨’은 시청률이 10%대이지만 선방 중이라고 평가된다. 주요 시청층인 중장년층이 MBN에서 만드는 ‘미스터트롯’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고, 리모컨을 고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거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제2의 송가인, 임영웅 누가 될까?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쌍끌이 성공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넘어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트로트 경연의 홍수 속에서 중장년 팬들은 원조가 귀환하기를 기다린 듯 하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대한민국 문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2019년 ‘미스트롯’ 방영 전까지 트로트는 변방으로 밀려난 장르였다. 트로트는 나이 든 세대가 듣는 오래된 노래라는 인식이 강했다. 음악 시장은 K-POP 가수, 특히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방영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젊은이들이 트로트를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은 중장년층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미스트롯’으로 시작된 열기는 ‘미스터트롯’에서 정점을 찍었다.
트로트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트로트 가수를 향한 팬층도 두꺼워졌다. 특히 ‘미스터트롯’ 톱7은 방송가를 장악했다. 이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임영웅은 현재 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94주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위에는 이찬원, 3위에는 김호중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한 문화 평론가는 “대형 소속사와 아이돌 구도로 인해 중장년층은 음악적으로 소외돼왔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전국 노래자랑’이나 성인가요 프로그램에서나 들을 수 있던 트로트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중장년층은 과거의 음악 상태를 돌려받았다는 보상 심리를 느끼며, 팬심을 자유롭게 드러낸 것 같다”고 짚었다.
임영웅을 비롯한 TOP 7이라는 존재는 중장년층 시청자가 직접 뽑고 성장을 지켜본 가수다. 그래서 그들을 더욱 소중하게 느끼고 열렬히 응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이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새로운 대스타를 기다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앞서 ‘미스트롯2’는 TV조선에서 2020년 12월부터 2021년 3월 사이 방영됐다. 최고 시청률 32.9%를 기록할 정도로 시청률은 잘 나온 편이었지만 화제성은 그에 비해 높지 않았다. 당시 워낙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다가 송가인, 임영웅을 이을 대스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때문에 2022년 말부터 다시 분 트로트 열풍은 매우 유의미하다. ‘미스터트롯’이라면, ‘미스터트롯’을 만든 제작진이라면 그토록 기다린 트로트 대스타를 발견할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의 격돌로 인해 트로트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그리고 트로트 대스타를 배출해내는 프로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다만 양측으로 팬심이 나눠진 것이 대스타 탄생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팬심이 송가인, 임영웅보다 낮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악조건을 뚫고 탄생한 대스타이기 때문에 대중의 인정을 더욱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과연 누가 될까.
파리 중심부에서 남서쪽 36km 지점에 위치한 르골프내셔널(Le Golf National)은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 남서쪽으로 60km 지점에 있다. 알바트호(L’Albatros, (영) Albatross)와 에글(L’Aigle, (영) Eagle) 두 개의 화려한 18홀 코스와 7홀의 이그제큐티브 코스인 와즐레(Oiselet, (영) Birdie)를 가지고 있으며, 8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편의상 영어로 표기하여 발음하기로 한다. 알바트로스 코스(파72, 6649, 5854m)는 1990년 10월, 이글 코스는 이듬해 11월에 개장했다. 위베르 슈즈노(Hubert Chesneau)와 로버트 폰 하게(Robert Von Hagge)가 피에르 테브낭(Pierre Thvenin)과 공동으로 설계했다. 2020-2021 ‘골프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82위의 명문 코스다.
알바트로스 코스의 주된 도전은 샷의 다양성이다. 이 코스는 워터 해저드와 벙커로 공격적이고 과감한 타깃 플레이를 요구하면서 링크스 코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수한 컨디션과 전략적으로 까다로운 레이아웃 덕에 유러피언 투어인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챔피언십 코스이며, 2018년 프랑스 최초 라이더컵 대회가 열렸다. 골프 코스는 미터법을 쓰고 있으며 티 박스 컬러도 다르다. 블랙-화이트-옐로-블루-레드 5개의 티 박스 순이다.
프랑스오픈 대회장으로 개장
알바트로스 코스는 1991년 프랑스오픈 대회장(Venue)으로 만들어져 중간에 두 번을 제외하고(1999, 2001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오픈은 유러피언 투어로 1906년에 시작되었으며, 2019년 103회를 맞았다. 2020년 104회 대회는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가 2021년 속행되었다.
특히 15번 홀, 16번 홀, 18번 홀은 아멘 홀의 명성을 갖고 있다. 실제 라운드를 해보니 가히 공포스런 홀이다. 15번 홀과 18번 홀은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어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린 스피드도 10피트가 넘어 속도 조절이 매우 필요하다.
각 홀은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9홀에 한 곳씩 작은 나무로 된 휴식 공간이 있다. 물도 받을 수 있어 굳이 물을 사 먹지 않아도 된다.
2번 홀(파3, 192, 141m) 티부터 그린 왼쪽을 돌아가는 전체가 큰 폰드로 그린 에지까지 어마무시한 모습이다. 샷이 짧다면 여지없이 볼은 물속에 있을 것이다. 그린 오른쪽도 세 개의 큰 벙커가 기다리고 있어 티 샷이 절대적으로 불안하다. 그린 표면만이 안전지대다. 항상 불어오는 뒷바람(Prevailing Wind)으로 그린 위에서 공을 멈추기 어렵다.
8번 홀(파3, 190, 169m) 멋진 내리막 파3 홀이다. 워터 해저드는 없지만 그린 앞과 좌우의 큰 언듈레이션과 티 박스에서 바라본 좌우의 큰 계곡을 연상케 하는 뷰는 장엄함과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그린 역시 언듈레이션이 심해 2퍼트면 성공.
11번 홀도 그린 앞 워터 해저드, 그린 뒤 벙커 등 뷰와 난이도가 환상이다.
15번 홀(파4, 373, 345m) 멋진 내리막에 오른쪽으로 거대한 호수가 18번 홀과 공유하면서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갖고 있다. 라이더컵의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압적인 마무리 를 증명할 수 있는 시작 홀이다. 결코 짧지 않은 파4 홀이며, 기본 거리와 정확도가 요구되는 정말 골치 아픈 홀이다. 파를 기록한다면 오늘 저녁을 사야 할 것이다.
까다로운 코스 구성이 특징
16번 홀(파3, 162, 137m) 필자는 이 홀을 2번 홀과 더불어 시그니처 홀로 보고 싶다. 물론 18번 홀이 압권이긴 하지만. 필자가 숙박한 호텔에서 창문을 열면 16번 홀 그린을 맞이한다. 멋진 내리막 홀이다. 전경이 압권이다. 그린 앞과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호수, 그린 왼쪽과 그 앞으로는 벙커, 그린은 뒤에서 앞으로 내리막이다. 그저 공포스럽다. 그린에 올리는 것이 마냥 부담스럽다.
18번 홀(파4, 431, 411m) 2018년 라이더컵을 열광시켰던 그 문제의 홀이다. 프랑스어로 라훌(La Foule), 즉 ‘군중’이란 뜻이다. 이 홀을 공식적으로 시그니처 홀로 본다. 프로는 파4, 아마추어는 파5로 라운드한다. 레드 티 박스 앞 왼쪽부터 쪽 내려와 그린 앞까지 호수가 이어지며, 그린은 완벽한 아일랜드 그린을 보여준다. 게다가 페어웨이 오른쪽은 폿 벙커(Pot Bunker)들이 더해진다. 티 샷 시 위엄 있는 페어웨이는 스마트한 공략을 준비하지 않으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워터, 폿 벙커, 아일랜드 그린 등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전반 9홀은 매우 터프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후반 9홀은 어려워서 스마트하고 전략적인 라운드가 요구된다. 3만 km를 왕복해서 라운드할 만한 값어치는 충분했다.
약과 피낭시에, 쑥 브라우니, 인절미 마카롱 등 서양 디저트에 한국인의 기호를 버무린 화려한 메뉴가 각광받는 요즘이다. 반면 한국의 1세대 쇼콜라티에 고영주가 운영하는 카카오봄(Cacaoboom)은 기본을 지키는 초콜릿 전문점이다. 일에만 몰두하다 오른손 엄지가 고장 났지만, 여전히 초콜릿 기술자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초콜릿은 먹고 다니냐’ 인사 건네는 세상을 꿈꾸며.
벨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자랑하는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길리안, 노이하우스의 본고장이다. 고영주 대표는 2000년 6월, 벨기에의 PIVA 호텔학교에 입학해 정통 초콜릿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초콜릿 전문가로 활동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초콜릿의 가치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안고 카카오봄을 오픈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수제 초콜릿은 고사하고 커피 시장이 막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쇼콜라티에’라는 생소한 직업과 고급스러운 수제 초콜릿은 금세 입소문이 났다. 2017년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가 내한했을 때 초콜릿 디저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초콜릿은 카카오빈에서 얻은 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 그리고 설탕이 기본이에요. 카카오봄의 초콜릿은 식물성 유지나 합성착향료 따위가 잔뜩 끼어 있는 공장 초콜릿과는 달라요. 벨기에 전통 수제 초콜릿 기술로 매장 작업장에서 모두 손수 만듭니다. 메뉴는 벨기에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온 레시피를 바탕으로 해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기후에 맞춰 조금 변형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지키려고 하죠.”
몰두의 상흔을 읽고, 기록하다
쇼콜라티에는 일하는 시간 대부분을 몸을 숙이거나 구부리고 있다. 오십견,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손가락방아쇠증후군 등 여태껏 받은 진단명도 골고루다. 기술적인 문제 외의 고민을 나눌 동종 업계 선배나 동료, 후배가 드물다는 것도 언제나 아쉬웠다. 기술의 의미는 무엇이며, 틀이 존재하는 과자에서 허용되는 복제는 어디까지인지, 소셜 미디어에 얼마나 굴복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외로운 20년을 달려오던 차,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굽어 유연하게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인생의 위기감을 손 때문에 느끼게 될 줄은 몰랐어요. 참 내 몸을 돌보지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일을 할 때는 부족함을 느끼고 배우며 부지런히 즐겼어요. 쉬는 것도 그렇게 해야 했는데 간과했죠. 일을 할수록 피로가 쌓여갔던 거예요. 처음엔 ‘초콜릿을 둘러싼 수많은 일들은 어떻게 하지?’, ‘내 직업은 이렇게 끝인가?’ 마구 우울한 상상을 하며 뒹굴었어요.”
서툴지만 단단한 손의 습관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책을 읽었다. 자고, 먹고, 읽었다. 다양한 갈래의 책을 집 안 곳곳에 두고 집히는 대로 말이다. 책상에선 수필을, 거실에선 소설을 봤다. 내면의 분위기를 전환하고, 책 속으로 여행했다. 더불어 왼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오른손도 자꾸 써서 익숙해졌을 테니, 왼손 훈련을 통해 양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매일 일기를 쓰며 손끝에서 시작된 선이 어디로 나아가는지만 집중했다. 타자기를 두드리면 틀린 문장을 한 번에 싹 지울 수 있을 터라며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상적이고 불필요한 걱정 대신 근원적인 만족감을 얻었다. 일에 빠져 사느라 균형이 깨진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내면이 정돈되니 서툰 글씨도 점점 정갈해졌다. 갈고 닦았던 기술에 대해서도 되새김질했다. 어떤 기술자로 살고 싶은지 방향을 점검했다. 그의 왼손 이야기는 한 권으로 엮여 출간됐다. 수익금은 모두 기부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예전엔 항상 시험대에 놓인 기분이었어요. 1세대 직업인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니까요. 이제는 수제 초콜릿 업계에서도 시니어가 됐으니, 시선에서 한층 자유로워요. 후배들이 빛날 수 있도록 기술을 전할 방법을 고민해봐야겠죠. 인생의 남은 날이 더 적기 때문에 에너지를 가치 있게 쓰려고요. 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요. 할머니가 됐을 때 ‘나 의도치 않게 여기까지 왔어’라고 말하기보다, ‘순간순간 용기 내 선택하면서 살았어’라고 뿌듯하게 말하고 싶어요.”
●Exhibition
◇바티망
일정 12월 28일까지 장소 노들섬 노들서가
건물 외벽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주는 설치 예술 ‘바티망’(Ba^timent)이 국내에 착륙했다. ‘바티망’은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하며, 현대 미술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1973)의 대표작이다.
‘바티망’의 구조는 실제 건물 모양의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와 거울로 이뤄졌다. 이에 관람객이 작품에 올라서면 마치 건물 외벽에 매달린 듯한 모습이 거울에 반영된다. 더불어 관람객은 바티망 위에서 창의적인 포즈를 취하며 작품을 즐길 수 있고,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예술적인 경험에 빠져든다. ‘바티망’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 이후 18년간 런던,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 전 세계 대도시를 투어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7년 도쿄와 2019년 베이징에서 진행된 투어에는 하루 평균 4500명 이상 방문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는 한·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티망’뿐 아니라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 2009), ‘교실’(Classroom, 2017), ‘세계의 지하철’(Global Express, 2011). ‘비행기’(El Avio′n, 2011), ‘야간 비행’(Night Flight, 2015) 등 일상적 소재를 매개로 신선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가의 다양한 설치·영상·사진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에바 알머슨, Andando
일정 12월 4일까지 장소 전쟁기념관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불리는 스페인 출신 에바 알머슨(Eva Armisen)의 국내 세 번째 전시다. 3년 만에 내한한 에바 알머슨은 “한국은 항상 두 팔 벌려 따뜻하게 환영해주는 특별한 나라”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시의 테마인 ‘Andando’(안단도)는 스페인어로 ‘계속 걷다’라는 뜻으로, 전시는 에바 알머슨의 일생을 회고한다. △삶을 그리다 △가족 사전, 일상의 특별함 △사랑 △자가격리자들의 초상화 △광장 △애니메이션 △자연 △삶 △연약함과 강인함 △축하 △영감 등 총 11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드로잉, 유화, 대형 조형물, 조각 등 150여 점이 전시됐으며, 최초로 공개된 다수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다.
●Book
◇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플뢰르 펠르랭·김영사)
“당신은 한국인이라고 느낍니까, 프랑스인이라고 느낍니까?” 이 질문은 2013년 한국을 찾은 프랑스 장관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이 들은 말이다. 당시 플뢰르 펠르랭의 답은 ‘프랑스인’이었다. 생후 6개월 때 프랑스로 입양된 지 4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그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답이었다.
플뢰르 펠르랭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특임장관으로 발탁된 후 통상·관광·재외교민 담당 국무장관, 문화·커뮤니케이션부 장관을 지내고 퇴임했다. 이후 2016년 파리에서 코렐리아캐피탈을 세운 그는 벤처 투자자로 변신, 유럽 스타트 업계의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에서 최초 출간되는 그의 첫 에세이 ‘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는 그가 프랑스에 ‘도착’한 날부터 정치인과 사업가로서의 최근 활동까지 담았다. 동시에 2013년 자신을 마치 ‘딸처럼’ 환영했던 한국인에게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성별, 배경, 경계를 이탈해 눈부신 성취를 이어가는 펠르랭의 서사는 소통과 공감으로 감동을 전달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서 ‘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를 추천했다.
◇조선의 대기자, 연암(강석훈·니케북스)
저자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연암을 기자의 원조라고 생각했다. ‘열하일기’에는 조선의 정치와 학문 풍토, 선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직설적 비판과 질타가 포함돼 있다. 연암의 기자 정신은 현재의 기자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
◇전 세계 최초로, 향기를 마신다(김용식·모아북스)
‘마시는 향기’란 천연 재료에서 나온 천연 향기를 포집한 것으로, 우리 몸에 바르거나 마실 수 있는 물질이다. 한의학 박사인 저자는 상세한 연구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시는 향기’가 건강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자 마을에 저녁이 내리는 소리(한창수·페이퍼로드)
소년 모모의 친근한 이웃들은 사실 인류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 위대한 철학자들이다. 모모는 일상 속에서 이웃들에게 인생과 세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꼈던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Stage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정 11월 5일 ~ 2023년 1월 15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연출 오루피나
출연 송일국, 이종혁, 정영주, 배해선, 신영숙, 전수경, 홍지민, 오소연, 유낙원, 김동호 등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 지망생 페기와 연출가 줄리안, 한물간 프리마돈나 도로시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96년 한국 최초 정식 라이선스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은 한국 초연 26주년을 기념한 공연으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브로드웨이 최고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은 2016년 ‘브로드웨이 42번가’로 뮤지컬에 데뷔한 송일국, 다섯 시즌 연속 캐스팅된 이종혁이 연기한다. 한때 최고의 뮤지컬 스타였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잃어버린 프리마돈나 도로시 브록 역에는 정영주, 배해선이 캐스팅됐고 새로운 캐스트로 신영숙이 합류한다. 제작자 메기 존스 역은 ‘브로드웨이 42번가’ 초연 멤버이자 역대 최다 출연 타이틀을 기록하고 있는 전수경, 그리고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홍지민이 더블 캐스팅됐다.
◇드라큘라
일정 11월 15일 ~ 2023년 1월 15일
장소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연출 노우성
출연 신성우, 안재욱, 정동하, 테이, 김진환, 유승우, 이병찬, 종형, 김법래, 이건명 등
3년 만에 돌아오는 ‘드라큘라’는 1995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유럽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1998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드라큘라의 매혹적인 스토리에 몰입감을 높이는 무대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드라큘라’에서는 신성우, 안재욱, 정동하, 테이가 드라큘라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특히 초연부터 지금까지 드라큘라 역을 연기한 신성우는 관록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아이콘 김진환, ‘슈퍼스타K’ 출신 유승우, ‘내일은 국민가수’ 이병찬, DMZ의 종형 등도 출연하며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에쿠우스
일정 11월 8일 ~ 2023년 1월 29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출 이한승
출연 장두이, 최종환, 한윤춘, 김시유, 강은일, 백동현 등
1975년 국내 초연 이후 매 공연 센세이션을 일으킨 연극 ‘에쿠우스’가 3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올해는 극단 실험극장의 창단 62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장두이, 최종환, 한윤춘, 김시유, 강은일, 백동현 등 공연계 중견 배우부터 신예 배우까지 색다른 조합의 라인업을 자랑한다.
에쿠우스(Equus)는 라틴어로 말(馬)을 뜻한다.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 알런 스트랑과 그의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정상·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근원적 고찰을 담아낸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녹색 공원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산책로가 있다. 안산시 외곽 개활지에 있는 화랑유원지다. 시월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한가하게 거니는 이들이 많다. 이름은 유원지지만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안락하다. 경기도미술관은 화랑유원지 안에 있다. 자리 한번 기차게 잘 잡았다. 풍경과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라니.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입지이기도 하다.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미술관 관람의 목적을 호주머니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 보기를 소가 닭 보듯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소란스러운 세상을 생동감 넘치는 감성으로 수용하는 눈을 얻을 수 있는 게 미술관이다. 하지만 따분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으로 외면한다. 미술관 운영자들은 이런 현실이 야속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오나가나 골똘히 고민하는 문제가 그렇다.
얼마 전에 종료됐지만, 경기도미술관을 찾아간 날엔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고민의 한 결과물이다. 미술관의 진입장벽을 낮춰 관람객을 불러들일 방법을 모색해 꾸린 기획전이니까. 유원지를 가로지르는 통행로이기도 한 미술관 야외 길에 설치작품 다수를 전시했다. 하나같이 쉽고 재미있었다.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이 오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미술이 지닌 위계와 경계를 철거해 관람객들을 포용하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한결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고자 하는 미술관 측의 선한 의도가 완연해 인상적이었다. 환경 악화로 고립된 동물들의 활로로 쓰이는 ‘생태통로’처럼, 외부 전시물 전체가 공감과 소통의 가교로 기능하고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경기도가 설립했다. 운영은 경기문화재단이 맡았다. 공립미술관답게 건물 규모부터 크고 훤칠하다. 안산시에 사는 미술 애호가들은 언제든 찾아가 무료로 손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 형성에 반색했겠다. 나는 경기도미술관에 관한 작은 기억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 미술관은 세월호 침몰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결 절절한 애도 분위기에 이끌린 건 그래서였을까. 세월호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미술관 측은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사월의 동행’ 전을 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 문제 등을 놓고 두꺼비씨름을 하고 있었다. 사립미술관도 아닌 공립미술관이 앞장서서 추모 전람회를 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학계에서는 추모시가, 음악계에서는 추모곡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술계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던 때였다. 따라서 경기도미술관의 추념 미술전이 야기한 반향이 작지 않았다. 햐! 미술관이 진정 아름다운 레퀴엠을 헌정했구나! ‘사월의 동행’ 전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눈앞에 있는 현상과 형상을 넘어 무한으로 달려가는 게 예술이다. 그러나 현실의 거대한 아픔과 슬픔에 무디다면? 눈치를 보고 공기만 살핀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정치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사월의 동행’전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전람회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들은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세상에 만연한 모순과 고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졌던 셈이다.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해
미술관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최정화의 설치작품 ‘꽃꽂이’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플라스틱으로 꽃들과 열매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다. 원색의 붉은 인조 꽃떨기가 밤에 쓴 성급한 연애편지처럼 격정적이라 강렬하다. 최정화는 한국에서 요즘 가장 바쁜 화가다. 자칭 ‘설치작품으로 설치는 사람’이다. 그는 플라스틱 폐품 등 ‘눈부시게 하찮은 것들’을 모아 이를테면 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외적 형상을 조형한다. 플라톤식으로 말하면 ‘저급한 모방’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메시지를 지체 없이 수신한다. 최정화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그럴까? 플라스틱도 제2의 자연 아닐까?” 그는 아까 얘기한 세월호 추념 전시회에선 10m 높이의 대형 설치작품 ‘검은 꽃’을 선보였다. 공기주입기로 작품에 공기를 넣어 꽃잎이 피었다 졌다 반복하게 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했다.
먼 과거에 경기도미술관 일대는 바다였다. 이후 바닷물을 밀어낸 간척지였다. 지금도 호수가 있지만 원래 물이 머문 자리였던 것. 이와 같은 역사성과 장소성에 착안해 물 공간을 디자인 요소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건축 설계를 했다. 미술관의 남쪽과 동쪽 면에 사각의 대형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움으로써 저만치에 있는 호수 경관과 연계성을 갖도록 했다. 나아가 건물을 통째 물 위에 뜬 배로 간주하고 심벌을 입혔다. 거대한 철골 프레임에 유리판을 끼워 돛대 형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예술을 싣고 삶의 대양을 항해하는 중?
국내 미술관 가운데 거의 최초로 시도된 자동 개폐식 천창(天窓) 시스템도 비범하다. 전시실에 자연광을 뿌리기 위한 채광 장치다.
설계자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다. 일찍이 30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해 세계 건축계에 표나게 데뷔한 인물이다. 국내에도 이미 이름난 사람이다. 경기도미술관 건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건축에 자연 요소를 적극 융합한다. 세련된 기술로 추상적인 건축 언어를 발신한다.
지하 공간으로 건축을 끌어들인 데다 ‘빛의 계곡’까지 구현한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에 착공한 지하 건물 ‘영동대교 광역복합환승센터’도 페로의 작품인데, 태양광을 흡수해 반사하는 초대형 라이트 빔을 쏴 지하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배급하는 시스템이라니 흥미롭다.
전시 공간은 2층에 있다. 방문 당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욕망을 무한 소비하는 풍속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회다. 경기도미술관의 컬렉션 중에 ‘감각적인 작품’ 22점을 골라 선보이는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재미있기론 지구 곳곳에 이름을 알린 강익중의 대형 벽화 ‘오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미술관 1, 2층 벽면 한쪽을 통째 점유한 가로 72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벽화다. 전국의 어린이 5만 명이 3×3인치짜리 나무판에 그린 그림 5만 점을 모둠으로 엮은 대작이다. 강익중은 뉴욕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습작을 했다. 퇴근길 지하철이 유일한 작업실이었으며, 지하철에서의 짧은 이동시간 중에 그림을 한 점씩 그렸다. 그렇게 해서 강익중표 ‘3×3인치 미니 캔버스 작품’이 나오게 됐다. 그는 5만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뿜는 웅장한 에너지에 심취했나? 동어 반복적인 벽화 작업을 연달아 해왔다. 작은 그림들이, 작은 꿈들이 모여 삼라만상과 우주를 이루는 장관을 보라! 강익중의 메시지가 그렇다. 그는 백남준이 제자로 인정한 유일한 화가다. 명성과 감흥은 겉돌지 않는다.
“제게 주어진 숙제를 다 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 같아요.” ‘최초의 대법관 출신 유튜버’로 유명한 박일환(71) 변호사는 40년 넘게 법조인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사이 직업에는 변화가 있었다. 판사에서 대법관을 거쳐 현재는 변호사 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삶에서 법조인이었던 시간이 아니었던 시간보다 더 긴데도 여전히 법을 사랑하는 그를 만나봤다.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에 합격,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8년 특허법원 부장판사, 2003~2005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05년 제주지방법원장, 2005~2006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2006~2012년 대법원 대법관.
박일환 변호사가 법조인이 됐을 당시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동네나 모교에 축하 현수막이 걸리던 때였다. 현재는 로스쿨도 생기고 많은 변호사가 양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일환 변호사는 “장점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특허 담당 변호사, 등기 전문 변호사 등 전문 분야를 가진 변호사가 많아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조인도 많아졌고, 중요한 법도 달라지고 있다. 박일환 변호사의 법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역사가 보인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법 공부를 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지녔기 때문일 터. 현재 박일환 변호사가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법이라는 것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옛날에 있었던 사건은 없어지고 새로운 사건이 계속 나오니 공부를 계속해야 해요. 제가 젊었을 때는 약속어음 문제, 교통사고, 산재 사고 등이 대부분이었어요. 예전에는 교통사고와 절도 사건도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블랙박스와 CCTV가 있으니까 많이 줄었죠. 대신 층간 소음 같은 신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또 IT 관련 저작권 사건들도 많이 일어나고요.”
법과 함께한 35년
경상북도 군위군 출신인 박일환 변호사는 고등학생 때 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때는 1960년대니 직업이 별로 다양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유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법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 변호사는 스물세 살의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학 동기들 중에서 시험에 빨리 합격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회사가 많이 생겼는데 종합상사가 특히 인기였다. 동기들 대부분은 회사에 취직했고, 결국 법조인이 된 사람은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일환 변호사는 연수를 받고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뒤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그때부터 판사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앞서 말했듯이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리고 ‘이왕 법원에 온 것 방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법관에 지원했다.
대법관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법관을 말한다.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대통령이 임명한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특히 대법관은 청문회도 하는데, 박일환 변호사는 탈세·위장전입·표절 등 문제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더불어 현재 박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악플을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최초의 대법관 출신 유튜버’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의 채널은 댓글 청정 구역을 유지하고 있다.
박일환 변호사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2009년부터 2011년에는 법원행정처장도 겸임했다. 그 시기를 회상하며 그는 “1년 365일 계속 일해야 한다. 판결문, 기록물 등 봐야 할 양이 매우 많다. 대법관들은 병이 많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대법관으로서 느낀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허가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대법원에 사건이 과도하게 접수돼 적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다툴 가치가 있는 사건은 선별한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사실 대법원에서는 심판만 하고 결론을 내리는데 변론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아쉽다”면서 상고허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이 1년에 2만 건 정도라고 해요.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10건 처리하기란 힘든 일이죠. 미국도 적체가 많아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했어요. 1년에 딱 100건 정도만 대법원에서 맡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상고허가제를 도입해 중요한 사건을 맡고 변론도 하게 되면 재판의 질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35년을 법조인으로 살면서 수많은 판결을 내린 박일환 변호사.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그의 대표적인 판결로는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한 것과 ‘초코파이’ 상표와 관련해 어느 회사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꼽힌다. 또 하나 제주도지사 무죄 판결이 있는데, 박 변호사는 이를 언급했다.
“2007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에게 무죄를 판결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을 적용했죠. 요즘도 그 판결이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를 수집할 때나 포렌식을 할 때 본인 확인 절차 없이 하면 위조가 가능하고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유튜버로 인생 제2막
박일환 변호사는 퇴직 후 약 1년의 짧은 휴식기를 갖고 2013년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 변호사가 됐다. 왜 변호사를 선택했냐고 묻자 “나이가 60세 넘었는데 새로운 걸 배워서 할 수도 없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불어 지금은 판사 때처럼 치열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상태로 있는 것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2018년 박일환 변호사는 딸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명은 ‘차산선생법률상식’. 과거 할아버지가 지어준 호로, 한시에 나온 표현인데 ‘저 산’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박일환 변호사가 친근하게 법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 쌓여가자 구독자 또한 점점 늘어났다. 2020년에는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실버 버튼을 받았다.
처음에는 영상 촬영을 어떻게 해야 좋은지 전혀 몰랐다. 무작정 휴대폰을 앞에 두고 영상 촬영을 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는 좋은 각도, 좋은 배경 등이 눈에 들어온다. 자막을 입히는 편집은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딸이 맡아 하고 있다. 그는 “저도 딸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준다. 상부상조하는 셈이다. 딸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 웃었다.
박일환 변호사는 자신의 딸처럼 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기 쉽게 법을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최신 이슈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명하고 관련 법을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주제를 정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구독자 대부분은 20·30대로 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제 유튜브에서 특히 많이 본 영상은 ‘농담으로 한 ‘회사 그만둘래’ 발언 후 퇴직 발령?’이에요. 실제로 회사에서 농담으로 퇴사한다고 했다가 퇴직 발령을 받은 사건을 다룬 것인데,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야기죠. 또 부모의 빚을 자식이 갚아야 하느냐, 인터넷상 명예훼손은 어디까지인가 등의 영상도 많이 보셨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고, 반응이 좋으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박일환 변호사는 60세가 넘어 70세인 현재까지도 일하고, 심지어 유튜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어쨌든 자기 직업에 전문성을 갖고 3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이런 기회도 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변호사는 은퇴 후 무료한 삶을 사는 지인들에게 유튜버 활동을 추천한다. 나름대로 신념도 있다. 유튜버 활동을 일종의 창작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즐겁고 재밌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업에서 완전히 은퇴하면 전문 유튜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반 회사에 다닌 지인들을 보면 60세까지 일한 사람이 거의 없어요. 보통 55세까지 일했죠. 그 사람들은 은퇴한 지 벌써 17년이나 지났거든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 기간을 합쳐봤자 16년인데 그에 비하면 17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길어요. 그런데 앞으로 또 17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죠. 한 80%는 그냥 건강하게 살자를 최대 목표로 두고 살아요.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해서 수익을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죠.”
박일환 변호사를 보면서 진짜 어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단지 똑똑해서, 법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에서 기품이 느껴졌다. 법과 함께 한평생 살아왔지만 사실 법이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헌법에서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조항을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목숨 내걸고 싸워라’, ‘충신이 되어라’라고 말하는데, 사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념이 인간보다 먼저일 수는 없는 거거든요. 저는 제 인생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죽을 때 편안하게 잘 죽는 일만 남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