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 혹은 배우가 한국 땅을 밟기 위해서는 성우 배한성(78)의 목소리를 거쳐야 했다. 가제트나 맥가이버, 콜롬보 외에도 영화 ‘아마데우스’(1985)의 모차르트, ‘대부’ 3부작의 주연 배우 알 파치노, 배우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레드포드, 성룡 등. 1966년 동양방송(TBC) 2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그는 목소리로 시대를 제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에서 듣던 것과 똑같다고요? 그러면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름 석 자만으로 생김새를 떠올리고, 대표적인 대사까지 읊을 수 있는 성우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목소리가 곧 명함인 성우 중 배한성은 독보적이다. 가제트, 맥가이버, 형사 콜롬보. 세대에 따라 기억하는 목소리는 다르지만 모두 배한성 성우가 소화해 새롭게 탄생시킨 배역들이다. 성우로 활약한 시간만 어언 56년이지만, 그는 추억 속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여전히 재치 있고 엉뚱했다.
‘타고난 배우’의 철학
그가 애니메이션과 외화 판을 호령하던 시절에는 제작사 측에서 직접 성우들을 만나곤 했다. 성우의 연기와 원작의 결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과정을 통과해야 성공적으로 더빙 작업을 거쳐 방영할 수 있었다. 제작사가 특히 신경 쓰는 작품은 감독이 직접 찾아와 성우의 연기를 듣고 판단하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이 까탈스럽게 구는 경우가 많아 더빙 자체를 포기하는 성우도 더러 있었다. 애니메이션 ‘컴퓨터 형사 가제트’(1987)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그는 나름대로 연구한 코맹맹이 목소리의 가제트를 감독 앞에서 선보였다. 결과는 불합격. ‘가제트 형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당신과 가제트 형사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통역사한테 잘 전해달라고 부탁하고서 감독에게 말했어요. ‘프랑스 말은 한국어와 어감이 다르다. 프랑스어의 뭉실뭉실한 어감만을 살리기 위해 부드러운 말씨로 연기한다면 가제트라는 인물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요. 감독이 잠자코 듣더니 연기를 다시 해보라고 하더군요. 준비해온 연기를 다시 하니까 그제야 ‘당신의 연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라면서 OK 사인을 줬어요. 그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감독이 한마디 하더군요. ‘You are born to be an actor.’(당신은 타고난 배우군요.)”
감독의 지시, 원작에 구현된 인물만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에 따라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이었으며 영화배우를 꿈꿨던 그로서는 칭찬이 남다르게 느껴졌을 터. 더불어 애니메이션이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만능 로봇팔을 꺼내던 가제트의 목소리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최애’(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동양방송(TBC)에서 방영한 ‘야망의 계절’(1978)과 ‘태양의 계절’(1979)의 주인공 루디 조다쉬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떠올리는 작품이나 인물은 아니다.
고개를 갸웃할 수 있으나 그로서는 명분이 충분하다. 데뷔 후 장편 영화 시리즈의 주연을 처음 맡은 작품으로,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기 때문. 게다가 소설가 강유일의 한줄평은 신인 성우의 심금을 울렸다. ‘보통의 외국 영화들은 더빙 성우가 외국 배우의 덕을 보는데, ‘야망의 계절’과 ‘태양의 계절’은 피터 스트라우스(루디 조다쉬 역)가 배한성의 더빙 덕을 봤다.’ 그 뒤로도 몇십 년째 성우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이상 가슴 뛰고 뿌듯한 평가를 받아본 적은 없단다. 수많은 배역 중 루디 조다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음성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어수룩한 코맹맹이 형사(드라마 ‘형사 콜롬보’)부터 기괴한 웃음소리의 천재 음악가(영화 ‘아마데우스’), 가업을 멀리하려다 결국 비정한 대부가 되어버리는 남자(영화 ‘대부’), 무저항 독립운동으로 인도의 국부로 추앙받는 간디(영화 ‘간디’)까지. 이외에도 특별히 애정하는 배역 하나를 꼽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작품을 소화해냈다. 그는 이 모든 역할을 다 다르게 연기해냈다고 자부한다.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임하는 성우는 흔치 않다. 그런 그를 보며 친구들은 ‘배한성은 예나 지금이나 배극성이다. 아직도 극성을 떤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란다.
“가제트는 가제트대로, 모차르트는 모차르트대로, 베토벤은 또 베토벤대로 다르게 연기를 해야 해요. 배우는 같아도 다른 영화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면 그에 맞게 새로운 목소리를 내야 하고요. 모니터링을 하고 계속 연구해야 하니 사실 나 스스로는 좀 고단했지요. 하지만 이만큼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잖아요. 더빙이 단순한 녹음이 아니라 대중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면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밖에 없지요.”
‘배극성’의 더러운 대본과 골동품
흥미와 목표를 향한 ‘극성’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영화를 좋아하는 그는 돈이 없어도 담치기를 해서 초등학생 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57)를 세 번이나 봤을 정도다. 장래 희망을 영화배우에서 성우로 수정한 뒤,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성우 시험을 봤다. 고졸자 이상만 응시할 수 있어 육촌 형 졸업장까지 빌렸다고. 지금 생각하면 엉뚱하기 그지없는 행동인데, 당시의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채 시험장에 들어섰다. 불합격 통지서를 받는 바람에 크게 실망했지만, 성우를 향한 열정을 해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어요. 당시엔 데모도 많고 거리에 대자보나 성명서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지나가다 벽보에서 ‘목소리 성’(聲) 자만 봐도 성우 생각이 나서 미친놈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아직도 후배들에게 ‘성우 일을 하려면 이 정도로 미쳐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 말고는 글자만 봐도 가슴이 뛸 정도로 미쳐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그가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성우라는 일 자체에 미쳐서 살았던 성우 배한성을 대변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영화 더빙을 앞두면 영화 원본 테이프와 대본을 미리 받아와 눈이 빠지도록 봤다.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내 대본에 적어두기 위함이다. 어찌나 메모를 많이 했던지 방송가에선 배한성의 대본이 더럽기로 유명할 정도였다.
당시 번역 작가가 적은 외화 대본에는 대사만 적혀 있을 뿐, 주인공이 어떤 표정으로 무슨 행동을 하며 대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반면 그의 연기에는 주인공이 애인을 기다리며 동동거리는 발끝, 고민할 때마다 입맛 다시는 습관 같은 작은 요소들이 녹아 있다. 지저분한 대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국인 배우 속에 한국인이 들어앉은 것 같다’는 호평을 듣는 비결이다.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데에는 취미도 한몫 거든다. 고미술품, 고가구나 올드카를 수집하면서 빚어진 미적 감각이 연기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분명히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노년에 친구로 두면 좋은 직업인 중 하나로 골동품 수집가를 꼽습니다. 미적 감각이 살아나니 삶이 풍부해져서 지루하지 않고 좋다는 거죠. 저 역시 오래전부터 골동품에 관심을 갖고 수집한 덕에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급스러운 배역, 고급 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심미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둘 다 중년 남성이라도 동네 아저씨나 한 나라의 수상 혹은 왕족을 연기할 때는 분명 다르게 표현해야 하지 않겠어요?”
즐거운 빚을 갚기 위하여
요즘 그는 일주일에 두어 번 녹음을 한다. 그 외에 들어오는 제안은 최대한 후배들에게 넘기는 편이다. 이제는 나이가 있고, 한창 활동하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스케줄이 적으니 한가하게 사는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외부 강연도 쉬지 않고 나가고, 건강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
기존에 하던 경영 공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시 정지된 상태다.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이제 그는 새로운 걸 벌이는 대신 벌여놓은 것을 잘 정리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중 하나는 ‘우리말 더빙 법제화’다. 한국성우협회의 이연희 이사장이 물꼬를 튼 것인데, 인터뷰한 당일 저녁에도 송도영, 송도순 등 유명 원로 성우와 관련 미팅 일정이 잡혀 있을 만큼 활발히 논의 중이다. 성우들 주머니만 채우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요즘은 영화를 수입해도 제작비를 줄이려고 번역 자막만 달아요. 자막 작업이 성우를 고용해서 더빙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드니까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눈으로 보는 대신 귀로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시각장애가 있을 수도 있고, 노화로 인해 시력이 나빠졌을 수도 있지요. 시각장애인에 노인 인구까지 합치면 그 수가 천만 명은 된다고 해요. 그래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는 더빙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 위해 대한노인협회나 시각장애인연합회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성우로서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방법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언해피’한 시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 성우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혜택을 누린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의 전성기는 라디오 드라마와 TV 외화 시리즈가 일반인이 누릴 수 있는 오락거리의 전부였던 시절과 겹친다. 남다른 노력과 재능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 성우 배한성도 없었겠지만, 오디오 콘텐츠가 수많은 오락거리 중 하나로 전락해버린 오늘날에 비하면 좋은 시절을 누린 것도 맞다. 후배들의 앞날과 성우라는 직업의 미래를 위해, 그는 마음에 진 ‘즐거운 빚’을 갚고 있다.
배한성 성우는 예나 지금이나 지루하게 멍때리는 시간이 아깝고, 틈날 때마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한다. 외부 강연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은 바를 알려주기도 한다. 역시나 메모해뒀던 글귀를 자주 활용하는데, 노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老인도, no인도 아닌 know인이 되겠다’는 문구를 꼭 인용한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고 해서 머리나 몸을 편하게 두지 말고 계속 공부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의 생애 내내 그러했듯, 솔선수범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다짐이자 조언이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한 제자가 ‘이제는 나이를 먹었으니 쉬엄쉬엄 사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자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결승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서 천천히 가거나 멈추면 되겠냐’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젊을 때처럼 신기록을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생산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매사 고민하고 공부하며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
“결혼 생활은 쪽팔림의 연속이에요. 서로가 서로한테 쪽팔려요. 쪽팔려도 가장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거라는 그러한 믿음 하에 쪽팔림을 그냥 겪고, 또 그걸 겪으면서 감당해나가는 겁니다.”
6월 6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MBC)에서 5년째 문자로만 소통하고 신체적·정서적 접촉이 전혀 없는 부부에게 내린 솔루션 말미에 나온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쪽팔림의 역사
실제로 부부의 삶이란,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부모가 자식한테, 자식이 부모한테 끊임없이 쪽팔려 하는 시트콤 같습니다. 품위와 체면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비단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불편한 진심을 끄집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굴욕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관계도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그랬듯이요. 내 치부와 허물을 붙잡고 죽음으로 몰고 가기보다 때로는 당당하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쪽팔릴 준비 되셨습니까? 마음 미장공 열 번째 이야기는 쪽팔릴 줄 아는 용기를 북돋우면서 시작합니다.
안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
어느 아름다운 저녁, 행복에 겨워 오페라에 심취해 있던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 갑자기 재채기를 한 그는 앞자리에 앉은 상급 관리 브리잘로프 장군의 민머리와 목덜미에 침이 튀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괜찮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그는 다음 날 접견실까지 찾아가 또 사과를 합니다. 일방적이고 계속되는 사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당사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일 아니니 괜찮다고 지나간 것을 기어이 들쑤시고 후벼 파서 상대와 자신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짓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왔을까요. 섣부른 판단과 고정관념, 선입견으로 일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사랑은 쪽팔림의 결정판
지난 추석 연휴에 케이블방송에서 영화 ‘접속’(1997)을 봤습니다. 아직 개인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PC통신 대화방의 상대인 줄 모르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 앉아 있던 두 주인공(한석규, 전도연 분) 사이에 한 청년이 손잡이를 잡고 섭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왜소한 체격의 그 남자는 물건을 팔 거라는 승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말이 유독 서툴고 어눌하지만 창피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말버릇을 고쳐보려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쪽팔림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마법이 아닐까요.
쪽팔려서 좋은 것들
버스에 안내원이 있던 시절 “여기서 내려요!” 이 말을 못 해서 내려야 할 곳을 몇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까? 기어드는 목소리로 부들부들 떨지라도 쪽팔림을 불사해야 하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첫 발표를 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윗사람한테 신랄한 평가를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려면 역시 쪽팔림을 이겨내야 합니다. 쪽팔림을 장벽으로 여겨서 주저앉을지, 징검다리로 생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자문해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사랑도 일도 일단 저질러볼까요. 이럴 때 ‘아니면 말고’와 ‘싫으면 말고’ 정신이 도움이 됩니다.
쪽팔릴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아니 젊을 때야 뭔 짓을 못 해.’ ‘내가 그 나이만 됐어도 그 정도는 껌이지.’ 이런 말로 주저하고 쭈뼛거리며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쪽팔릴 줄 아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렇다면 쪽팔리는 상황은 어떤 때일까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는 부끄럽거나 치욕스러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려고 할 때,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그 마음먹은 바를 행동으로 옮길 때라야 비로소 쪽팔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걸림돌로 의식하지 않고 일을 도모하는 당신은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왕이면 모양 빠지지 않고 근사하게 쪽팔리는 비법은 없을까요?
근사하게 쪽팔리는 방법
•내가 실수한 것은 화끈하게 인정합니다.
•약속에 늦었을 때는 반드시 사과합니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묻습니다.
•사랑과 감사 표현도, 친구랑 만남도 내가 먼저 제안합니다.
•조언이나 의견을 먼저 구합니다.
•‘그 나이에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고, 질문하고, 고백하고, 고맙다 하고, 제안한다고 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훨씬 쪽팔리고, 면이 안 서는 짓입니다. 나이를 빌미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말리거나 막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뭘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존심 살리고 자존감도 높이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죽어도 못 하겠다면 하다못해 인터넷 검색을 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게이션대로 운전해도 헤매고 있을 때 아직도 주유소에서나 주변 사람한테 묻지 않습니까? 예에 통달한 공자도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고 합니다. 풍습과 관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요. 그러니 묻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일입니다.
‘근자감’에 희망을 준 사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인 말이 ‘근자감’입니다. 지난 50년 가까이 수학계 난제로 남아 있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대수기하학의 한 갈래인 호지(Hodge) 이론을 통해 증명해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동안은 과대망상이다, 허세다, 만용이다 하며 비웃음을 사거나 조롱감이 되었던 신조어가 바로 근자감입니다. 그런데 근거 있는 자신감도 줄이면 근자감이 될 텐데 왜 줄여서 부르지 않는지, 허 교수 얘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나 입상 경력 같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여러 가지 불운한 일이 겹쳐서 힘든 과정을 만나고 그 근거를 잃게 될 경우 쉽게 부서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정에 놓일 때도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합니다. 근자감은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근자감이야말로 쪽팔림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바탕이자 에너지가 아닐까요. 이것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없더라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자신감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간절해집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얼굴이 예뻐서, 내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방황을 해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부모 마음도 근자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쪽팔림을 당당하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틈과 흠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빛
부서진 조각을 모은다 해도 온전히 합칠 순 없다
(중략)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든 틈은 있기 마련
빛은 그곳으로 들어오리니
우리에게 ‘I’m your man’이란 노래로 알려진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입니다. 그가 1992년 발표한 ‘송가’(Anthem)의 이 노랫말은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불교 명상 지도자로 유명한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은 허술하게 쌓은 것 같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는 법이 없습니다. 커다란 현무암 사이에 생긴 틈이 바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돌 사이 빈틈이 담장을 살리고 금이 간 틈새로 빛이 들어오듯, 사람 사이의 틈과 거리가 관계를 숨 쉬게 하고 살리게 하는 묘책이 아닐까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있는 구슬 하나를 꿰어 넣는다고 합니다. 그 구슬을 ‘영혼의 구슬’(Soul Bead)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최고급 카펫을 짤 때 아주 작은 흠 하나를 굳이 짜서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 부르는 이 행위는 ‘영혼의 구슬’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완벽할 수 없으며 불완전한 존재라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빈틈이나 흠결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 맙시다.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완벽한 잣대를 내려놓은 채 ‘근자감’을 등에 업고 ‘쪽팔릴 줄 아는 용기’로 무장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당신이 지닌 틈과 흠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올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현대 사회의 빅 이슈 저출산과 고령화.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는 정책들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여전히 아이 돌봄 문제는 조부모가 해결사다. 한편 최근 고령화 속도에 따라 생산연령인구를 15~64세에서 최대 69세까지 늘리자는 추세다. 그러나 앞선 정황에 따라 일각에서는 생산인구로 활동 가능한 베이비붐 세대가 육아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즉 이제는 ‘노후·육아 양립’을 위한 정책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 황혼육아 실태를 보여주는 귀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바로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KICCE)에서 2015년 내놓은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이하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다. 그 안에는 국내 조부모의 육아 실태를 비롯해 관련 지원 사업 및 정책 제안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놀랍고도 아쉬운 부분은 7년 전 해당 연구 이후 여타 기관에서 규모 있는 후속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과거 내용과 현재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조부모 양육실태 연구’에 따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6%, 하루 육아 시간은 7시간대,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1%였다. 이와 비교해 올해 본지가 진행한 황혼육아 실태조사를 보면 ‘비자발적’ 육아 참여율은 72%, 하루 육아 시간은 약 7시간,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6%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따지고 보면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찾기 어렵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2011년 처음 도입된 광주광역시 ‘손자녀돌보미’ 제도와 서울 서초구 ‘조모돌보미’(현 손자녀돌보미) 사업을 다뤘는데, 현재 시·구 단위에서 이뤄지는 조부모 관련 수당 정책을 시행하는 기관은 두 곳이 전부다. 2015년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본부장 역시 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에 강남구에서도 손주돌보미 사업을 시범 운영했어요. 이듬해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2015년에 돌연 중단하게 됐죠. 어린이집 미이용 자녀 양육자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과 중복 지원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에서 ‘사업 불수용’을 결정한 거예요. 이후에도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이 없는 건 아마 조례로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관련 근거법이 명확하지도 않고, 일부 육아수당과 내용이 겹친다는 등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으니까요. 자칫 수당을 명목으로 황혼육아를 부추기거나 부정 수급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예나 지금이나 자녀에게 양육비를 받는 조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자식을 도우려고 하는 건데 경제적 부담을 주기 미안하단 거죠. 그러니 이 부분을 사회적으로 국가가 인정해주고 지원해줌으로써 조부모가 당당하게 육아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년부터 시행하는 서울시 조부모 돌봄수당
제자리걸음을 하는 황혼육아 정책에 최근 고무적인 소식이 들렸다. 바로 올해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내 조부모(친인척) 돌봄수당 지급 계획안이다. 개괄적인 내용은 ‘조부모 등 4촌 이내 가까운 친인척에게 아이를 맡기거나 민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 월 30만 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해당 정책에 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10명 중 7명가량이 ‘적절한 편’이라고 답했다(75.6%). 지원 기간이나 금액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관련 정책이 생긴 것 자체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로 읽힌다.
서울시 아이돌봄담당관 돌봄공동체팀 담당자는 “기존 손주돌봄사업을 시행 중인 광주광역시, 서초구 사례 및 보건복지부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보육실태조사’ 등을 참고해 사업 내용을 마련했다”며 “특히 현행 아이 돌봄 서비스의 틈새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출발, 36개월 이하 영아 양육의 경우 혈연 돌봄을 선호하는 양육 현실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 ‘조부모(육아 조력자) 돌봄비 지원 사업’ Q&A
△지원 대상자는 누구인가?
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둔 서울시 거주 중위소득 150% 이하의 양육 공백이 있는 가정으로, 육아 조력자가 월 40시간 이상 돌볼 경우.
△지원 금액은 얼마이고, 신청은 어떻게 하나?
영아 1명당 매월 30만 원(2명 45만 원, 3명 60만 원)으로 최대 12개월 지원.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거주지 관할 동 주민센터 및 온라인을 통해 진행 계획.
△월 40시간은 어떻게 산정했고, 증빙 방법은 무엇인가?
한 달 중 맞벌이 가정에서 통상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평일 20일 기준 하루 2시간을 최소 수행 조건으로 보았음. 증빙 방법은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실시 등 효율적 수행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
△정책 시행 전 논의할 부분이 남았다면?
돌봄 수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방안 및 촘촘한 세부 지원 절차 마련 계획. 이용 가정의 다양한 양육 여건 및 시행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사례를 검토해 반영할 예정.
이윤진 본부장은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아직 구체화할 항목이 몇몇 더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수치나 내용은 적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당 정책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대상이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인데, 이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한지 살펴봐야겠다. 물론 조부모마저 안 계시는 가정도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했겠지만, 부정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하면 처음엔 대상을 좁히고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정책 시행으로 조부모에게 더 많은 육아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해 조부모 외 친인척도 양육에 참여하게끔 설계했다”며 “혈연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정에 대해서는 민간 서비스 이용을 지원해 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본 사업을 통해 돌봄 공백 가정의 경제적 부담 완화로 양육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후·육아 양립 위한 다양한 정책 필요
통상적으로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인데, 발달 단계상 만 1세는 여전히 양육자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시기다. 길지 않은 이 기간마저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최근 벌어진 코로나19 사태나 아동 학대 문제 등으로 어린 자녀를 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는 가정이 많다.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조부모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육아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기관 확충 정책이 황혼육아 부담을 덜어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수당 정책은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볼 수 있다. 즉 손주 양육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조부모의 현실이라면, 조부모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뒷받침돼야 할 테다.
이 본부장은 “요즘 조부모들은 충분히 생산가능인구로 활동 가능한 체력과 능력을 지녔다. 손주돌보미처럼 일정 기간의 양성교육을 거쳐 어떤 사업의 틀 내에서 수당을 책정한다면, 그들도 더 당당하게 육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부모가 단순히 육아만 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손주돌보미 인력을 추후 황혼육아 가정에 멘토로 활용하거나, 양성교육 지도자로 성장시키거나, 관련 사업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생산활동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조부모 손자녀 양육 지원 정책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며, 이는 장차 고령화 사회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노령 인구에게 일자리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원조 팝페라 월드스타’이자 국민 애창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원곡 가수로 알려진 세계적 팝페라 테너 임형주가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라는 타이틀로 이달 12일(수)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이번 콘서트에는 뉴저지 신포니에타 음악감독 출신의 마에스트로 이태영의 지휘와 코리안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함께 할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는 서울특별시 산하 25개 자치구에 거주 중인 코로나19 관련 의료진, 자원봉사자, 구급대원, 관계공무원 등의 ‘국민 영웅’들에게 티켓 기부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주교서울대교구와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총괄후원을 통해 진행되는 이번 기부는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자 마련되었으며, 공연 관람을 원하는 신청자에 한해 티켓을 제공할 예정이다.
임형주의 소속사 ㈜디지엔콤은 공연의 제목을 ‘평화콘서트’로 정한 점에 대해 “완벽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 대감염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요즘”이라며 “오랜기간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UN,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활약한 바 있는 임형주가 수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비롯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 발매될 자신의 팝페라 정규 8집 ‘Lost In Memory’(잃어버린 추억 속으로)와 동명의 타이틀을 부제로 붙임으로서 새 앨범의 발매를 기념하는 의미도 함께 살렸다는 후문이다.
임형주는 이번 공연에서 이태영 마에스트로의 지휘와 50인조의 ‘코리안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완벽한 호흡을 자랑할 예정이다. 1960~1980년대 한국음악계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패티김, 펄 시스터즈(배인숙), 트윈폴리오(윤형주, 송창식) 등과 같은 국민 가수들의 대표 대중가요들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선구자’, ‘비목’ 등 정규 8집의 수록곡들은 물론 임형주를 위해 작곡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꽃 한 송이’까지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클래식, 팝, 재즈, 뮤지컬 등 장르를 총 망라한 팝페라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으로 알려져 뜨거운 호응이 예상된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의 ‘2022 산레모 국제 신인 가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팝페라가수이자 테너 박종수(HUNKTENOR)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배출한 예능인 겸 작곡가 유재환(UL)이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한다. 더불어 해당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세계평화를 위한 기금으로 지정 기부 될 예정으로 밝혀져, 관객들에게 여러모로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음악회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
총괄후원을 담당한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천주교서울대교구 산하의 비영리 NGO 단체로서 해외 원조 및 국내 각종 불우이웃 지원사업, 장기기증, 자살예방 등 생명 존중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경촌 주교는 “코로나 시기에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긴급 모금과 지원을 진행해왔다”라며 “이번 기회로 마음을 위로하는 ‘천상의 목소리’의 소유자 임형주와 함께 코로나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분들을 초대하는 ‘평화콘서트’를 총괄후원하고, 서울시청과 협의해 공연 티켓 기부를 진행하여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공연의 티켓은 인터파크, 예스24, 예술의전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절찬 예매 중에 있다.
한편, 임형주는 지난 2021년 5월 개신교 신자에서 천주교 신자로 개종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부터 현재까지 cpbc 가톨릭평화방송 FM 라디오 종합음악프로그램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의 메인 DJ 로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4시에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하루하루를 계획하며 살지 않는다. 거대 담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그 과정을 즐긴다. 그의 과학 이야기에 약 9만 명의 사람들이 열광하지만, 그는 “내 삶은 우연과 우연의 중첩일 뿐”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과학을 전하는 원종우 작가 이야기다.
‘파토’(Pato)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원종우 작가의 이력을 쭉 듣다 보면 맥락을 잡기가 쉽지 않다. 철학도, 록 뮤지션, 대중음악 운동가, 칼럼니스트, 정치사회 논객, 음모론 전문가, 다큐멘터리 작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그를 수식하는 말이다.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런던 칼리지 오브 뮤직&미디어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이후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 ‘딴지일보’ 편집장 및 논설위원 역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 ‘과학과 사람들’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는데, 그의 답은 한결같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어요.”
거대 담론을 농담처럼 던지는 과학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거대 담론이라 불릴 만한 과학 이야기를 농담을 섞어 쉽게 전달하는 팟캐스트다. 2019년 말 기준 누적 1억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구독자 수는 약 9만 명,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약 8만 명에 달한다. 사람들에게 과학을 더 쉽게 알리고 싶었던 원종우 작가가 2013년 ‘과학과 사람들’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시작한 채널이다.
철학을 공부하고 록 음악을 하던 그는 어떻게 과학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걸까? 그의 과학 사랑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한 살 무렵, 당시로서는 거금인 4000원을 주고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라 불리는 어마무시한 두께의 책 ‘코스모스’를 샀다.
“당시에는 대중교양 과학 서적이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 아무리 똑똑하대도 그 책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어요? 대신 예쁜 컬러의 우주 그림이 많았고, 1부는 스토리가 재밌었죠. ‘코스모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학책들을 찾아 읽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가 팟캐스트를 시작할 즈음에는 대중 과학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다루는 것 같은 ‘바닷속에서 상어를 만났을 때 건전지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나, 맥가이버처럼 ‘무엇이든 고치는 과학’ 같은 접근이었다. 과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던 셈인데, 원 작가는 반대로 바라봤다. 특히 인문학 대중화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문학이 대중화될 때 두 가지 소비 방식이 있었어요. 수박 겉핥기처럼 가볍게 다루거나, 청중이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방식. 둘 다 좋은 소비는 아니죠. 쉬운 과학은 오히려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거대 담론을 편하게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과학은 스토리지만 어떤 건 수학이고 어떤 건 실험이잖아요. 대중이 이걸 100%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그래도 그 안에서 딱 한 가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꼭 가져갔으면 했어요. 과학으로 인문학 이야기를 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팟캐스트에서 제가 지향했던 부분이에요. ‘자, 지금부터 내가 거대 담론을 말할 거긴 한데, 듣는 사람은 과학하고 앉아있네 같은 시선으로 들었으면 해’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가 팟캐스트에서 다룬 상대성 이론 이야기만 모두 합해도 8시간 분량이다. 양자역학은 더 많은 분량의 오디오가 있다. 내용도 어려울 수밖에. 하지만 그는 그 안에 핵심이 있다고 강조한다. “핵심을 받아들이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되면서 눈이 열려요. ‘유레카’를 외치는 것처럼요. 제가 과학을 통해 느꼈던 경외감, 놀라움, 충격, 그리고 세상을 일상적인 경험 이상으로 이해하게 된 지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는 전문가의 입을 통해 거대 담론을 설명하면서 청중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중간에서 통역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교수가 열심히 설명을 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다면 ‘나는 바보인가’ 싶을 수 있잖아요? 그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제가 중간에서 ‘사실 몰라도 돼요’라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청중은 긴장을 풀게 되죠. 그러다 보면 정말 이해하는 사람도 생겨요.”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시대
미디어 채널이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시대다. 팟캐스트가 흥행한 이후 유튜브와 같이 개인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대중을 상대하는 개인이 늘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자 그는 더 이상 통역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쩌면 ‘어려운 과학 이론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그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다.
“제가 연구자는 아니다 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스스로 한계를 느꼈어요. 이제는 대중 앞에 나서는 연구자도 늘었고요. 과거에는 연구자가 대중을 상대하면 ‘연구할 시간도 없으면서 한가하네’ 같은 안 좋은 시선도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요.”
‘내 역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그는 과학만큼이나 좋아하지만 한참이나 미뤄두었던 ‘픽션 쓰기’에 도전한다. 그렇게 나온 책이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다. 과학적 근거 위에 쌓아 올린 8개의 픽션이 실린 책이다. 각 픽션의 앞뒤에는 ‘앞설과 뒷설’을 달아 과학적 이해를 도왔다. 그는 픽션을 통해 생각해볼 지점을 남겼다. 영원히 죽지 않는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죽음이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한다거나, 자의식이 없는 AI만이 지구에 남아 살고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과학기술의 장점을 알지만, ‘인간에게 영생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공지능이 정말 자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책에서 다룬 주제들로 한참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하다가, 원 작가는 앞으로 12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0년을 산다는 게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120세의 모습으로 죽는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천천히 늙는다는 뜻이죠. 안티에이징의 연구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쥐 실험에서는 실제로 노화를 역전시키기까지 했어요. 쥐를 젊게 만든 거죠. 만약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우린 정말 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인류는 그런 기술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길게, 더 젊게 살 거예요. 좋게 말하면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고요. 문제는 그 시간의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죠. 그러니 그동안 어떻게 살 것인지 물을 수밖에요.”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인간은 언젠가 죽지 않을까.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Well-dying) 개념이 나오는 이유다. 그에게 웰다잉에 대해 묻자 특유의 유머가 나왔다. “웰다잉의 반대는 배드 리빙 앤드 다이(Bad Living & Die)일 텐데요. 안 좋게 오래 살다가 안 좋게 죽는 거죠.(웃음) 모두가 느끼는 공포일 텐데요. 웰다잉에 대해서는 시야를 조금 더 넓고 멀리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지금 50대니까 7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고 남은 생을 생각할 때는, 현재가 아니라 20~30년 뒤의 세상을 생각해야 해요. 그때는 또 얼마나 기술이 발전해 있겠어요? 연금, 기본소득 같은 개념도 오늘의 관점이 아니라 문제가 닥칠 미래 시점에 어떤 기술, 과학 등이 주변에 있을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야 해요. 사회는 거기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또한 AI나 로봇의 발전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노화를 눈치 보지 않는 노년기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상상했다. 원 작가의 아버지는 올해 94세다. 지난해만 해도 정정했던 분인데, 올해 들어 컨디션이 안 좋아졌다. 자식들이 돌봄을 자처했지만 아버지는 오로지 어머니의 돌봄만을 허락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나이도 87세. 노노(老老) 케어다. 결국 요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버지가 ‘남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일 거라 생각한다.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수용자’가 되는 거잖아요. 이럴 때 AI, 로봇, 기계가 충실히 역할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로봇 앤 프랭크’라는 영화를 보면 이런 상황이 아주 잘 나타납니다.” ‘로봇 앤 프랭크’는 따분한 전원생활을 하는 프랭크에게 아들 헌터가 ‘VGC-60L’이라는 로봇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인간을 돕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를 그렸다.
“상상을 해볼까요. 노인들은 아침잠이 없어 3, 4시면 일어나죠. 아무리 가족이 나를 잘 챙겨도 새벽 3시에 밥을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로봇은 항상 곁에 있고 부르면 원하는 걸 해결해줘요. 그렇다고 뒷말을 할 걱정도 없고요. 내가 돌봄을 받는데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게 굉장히 큰 부분이에요. 심지어 그냥 만사가 귀찮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꺼버리면 돼요. 로봇의 내면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생긴다는 거죠.”
과학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이런 과학기술을 누구나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영생을 주는 기술이 나왔을 때 10억 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책정되는 거예요. 소위 빈익빈부익부라는 양극화 개념이 단순히 건강이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까지 이어지는 거죠. 돈이 있으면 살고 돈이 없으면 죽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회를 낙관적으로 봐요. 유동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서브프라임 사태라든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중간중간 에러가 생기지만, 인류는 모두가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게끔 조직된 생명체입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초연결 시대에 인류는 하나의 유기체가 되었죠. 인류는 공도동망(共倒同亡)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려면 결국 기술은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될 겁니다.”
스스로 일궈놓은 나만의 세계
노화를 늦출 수 있다면, 정말 120세까지 살게 된다면, 50세에 은퇴해도 70년이라는 세월을 더 보내야 한다. 살아온 시간 이상을 보내야 할 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원 작가는 ‘나만의 세계를 꼭 일구시라’ 당부했다.
“이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나이가 120세여도 신체는 50세일 수 있죠. 그러면 그 사람은 50세의 능력치로 일하면 돼요. 노인이 많아진다고 무조건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겠죠. 과학기술이 이런 성과를 낸다면 사회는 그에 맞춰 움직일 거예요. 노화로 인해 일하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겁니다. 다만 그 기술이 적용될 때까지 우리는 늙어가잖아요. 이 시기를 살아갈 시니어들은 내가 경제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그 시간을 살아갈 내가 일궈놓은 세계가 있어야 해요.”
뭐라도 좋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는 악기 연주를 적극 추천했다. 오랜 시간 기타를 연주한 그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내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을 해보세요. 남이 알아주고 몰라주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악기는 손가락이 고장 나거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계속 늘어요. 어제보다 낫고, 내일 되면 오늘보다 낫습니다. 마흔이 넘은 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를 칩니다. 그러니 좀 더디게 늘겠죠. ‘이걸 계속할까?’ 묻더라고요. 무조건 하라고 했어요. 20년 뒤에는 동네에서 피아노를 가장 잘 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 거라고요. 피아니스트 될 거 아니잖아요.(웃음) 무엇보다 스스로 연주할 수 있는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 역시 음악을 다시 해 앨범도 내고 연주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안 되어도 그만이다. 그저 그 과정이 좋다고. 하루를 계획하며 살지 않는다곤 했지만 꿈이 궁금했다. 그의 꿈은 ‘세계 평화’다. 무언가를 꿈꿔야 한다면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흑인과 백인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가치’를 꿈꿨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오늘도 그는 농담처럼 거대 담론을 던진다.
종로구 탑골미술관(관장 희유)은 22일(목)부터 10월 15일(토)까지 탑골미술관 첫 미디어아트 기획전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No time to spare)를 개최한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이한 전시로, 미디어 아티스트 5팀의 작품을 통해 ‘시간’을 주제로 어르신의 축적된 삶의 서사를 재조명한다.
탑골미술관은 디지털 매체에 대한 스트레스가 문화 예술 향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감각할 수 있는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맥락에서 복합적인 전시를 향유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예술적 가능성을 찾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삶의 여정으로서 개인이 갖는 ‘시간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노인 혹은 노인 주변부에 머무른 이들,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감각을 살피고자 한다. 미디어를 매개로 미디어가 갖는 매체성, 그를 둘러싼 개인의 서사, 몸이 품고 있는 시간을 재조명함으로써 전시의 시간이 경유하는 길로 관객을 유도한다.
전시 제목인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의 생애 마지막 선집 ‘No Time to Spare’를 참고했다. 우리의 삶에서 할 일이 없는 시간이란 없고, 그 때문에 남겨둘 시간도 없다는 책의 표현에서 늙고 스러지는 대신 끈기 있고 명료한 삶의 시간을 보내는 노인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이 겹겹이 쌓여 몸의 지식을 갖고 있는 노인에게 남겨둘 시간은 없다. 전시는 이러한 ‘이야기의 시간’을 경유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축을 만들고 있다.
전시는 인공지능 로봇, AR, 인터랙션 설치 등 노진아, 다프네 라이트(Daphne Wright), 무진형제, 아르동(남기륭), 우박 스튜디오 총 5팀의 미디어 아티스트 작품을 과거 흔적의 시간과 현재의 이야기로 나눠 소개한다.
노진아와 다프네 라이트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관객과 감정적으로 교감하며 현재의 이야기를 담는다. 노진아의 시간이 쌓여 학습된 인공지능 로봇 ‘나의 기계 엄마’는 상황에 맞는 표정과 말을 인간과 유사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작가와 엄마의 시간은 켜켜이 쌓여 현실과의 연결 관계를 만든다.
이와 달리, 다프네 라이트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낯선 외모와 순서를 뒤바꾼 발화 방식을 택해 몰입을 위한 관계를 끊어낸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과 함께 소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감정적 공감을 현재로 이끌고 있다.
무진형제, 아르동(남기륭), 우박 스튜디오는 시간의 과거, 흔적을 발견하는 데 주목한다. 먼저 아르동(남기륭)은 사물 간의 관계를 묘사하며 과거 시간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애장품이 갖는 개인의 서사를 바탕으로 사물의 시간성을 눈과 귀, 몸을 통해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무진형제는 오랜 시간 개인의 몸과 언어로 기억되는 장소를 자연스럽게 담아 삶의 흔적을 살피고, 그 순간을 함께하길 제안하며, 시간의 감각과 물성을 연결하여 흔적을 발견하고 퍼내길 반복한다. 끝으로 우박 스튜디오는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자체에 주목하며 과거 시간의 쌓임을 신체 데이터로 치환하여 보여준다. 주름, 목소리 등 수집된 신체 데이터는 나를 증명하는 고유한 인증서로 발급된다. 이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이며, 작품의 시간 또한 그 자체로 의미를 만들 수 있게끔 구성하고 있다.
전시는 서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주변 참여적 시선을 함께 갖고, 전시의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2일에는 몸에 새겨진 흔적을 찾아 디지털 인증서로 발급하는 우박 스튜디오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10월 14일(금) 오후 2시에는 아르동 작가와 함께 애장품에 얽힌 스토리를 공유하고, 이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이미지로 바꾸기) 해보는 ‘애장품의 대화’가 준비돼있다. 10월 15일(토) 오후 1시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이번 전시의 디자인을 맡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학생들과 디자인 자문을 맡은 ‘일상의실천’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실천을 위한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탑골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는 희유스님은 “이번 탑골미술관의 첫 미디어아트 전시를 통해 그동안 서울노인복지센터 어르신들이 미디어아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깨고, 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작품을 느끼고 감각하며 다양한 예술 경험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탑골미술관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국내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 인구가 60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시도경찰청별 전체 교통사고,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보행자 교통사고는 9893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601명, 부상자는 94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교통사고는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 중 노인 보행자 사고 사망자는 601명으로 20.6%에 달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이 노인이었던 셈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보행자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이 57명 중 18명(31.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광주가 49명 중 15명(30.6%), 서울이 240명 중 69명(28.8%), 경남이 252명 중 63명(25%) 순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12조의 2에 의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장 등이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이 2900개소에 달하지만, 지역별 지정현황을 보면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국에서 노인보호구역이 가장 많이 지정된 곳은 충남으로 692개소가 설치된 데 반해, 세종은 6개소에 불과했다. 노인보행자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게 집계된 대전의 경우 124개소, 광주는 54개소, 서울은 175개소, 경남은 100개소에 불과해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은희 의원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어르신들의 교통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하거나 느린 보행속도로 인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어르신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나 최근 보행 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을 조사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사고 잦은 곳에 대한 안전시설을 확충하는데 각 지자체와 유관부처가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현재 24%에서 44%로 대폭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1호 가입 기업인 ㈜페이도커뮤니케이션즈를 찾아 기념행사를 하고, 직원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페이도커뮤니케이션즈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하며, 교육 콘텐츠 개발업 회사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이 낮아 근로자의 노후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적립금을 잘 운용하여 든든한 노후 자금으로 되돌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아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가 미흡한 30인 이하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촉진하고 근로자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을 적립해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용하고 그 수익을 근로자의 퇴직급여로 지급한다.
기금 조성을 위해 사용자는 근로자의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매년 근로복지공단에 적립금으로 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근로자는 개별 부담금을 추가 납입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4월 14일 제도 시행 이후 주거래은행(우리은행)⋅자산운용기관(미래에셋증권·삼성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전산 구축 작업을 거쳐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적립금은 근로복지공단이 전문 자산운용기관의 기술을 활용하여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여 운용한다.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을 발판 삼아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현재 24%에서 앞으로 44% 수준으로 대폭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현재 300인 이상 근로자가 근무하는 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은 90.8%에 달한다.
고용부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아기 위해 3년간 사용자 부담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설정하였으며, 근로복지공단의 퇴직연금 누리집이나 모바일앱을 통하여 ‘온라인, 무서류, 무방문’ 가입 신청이 가능하게 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중소기업(8.5만개소)을 대상으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로의 전환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을 일컬어 실버테크(Silver Tech)라 한다. 과거엔 기술이 좋아도 사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친화력이 강한 시니어가 늘면서 실버테크도 더욱 각광받는 추세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화두인 만큼, 치매를 비롯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예방에 쓰이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봤다.
Step 01. 진단테크
◇ 치매 진단 간단하게, 알츠가드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하이’의 ‘알츠가드’(Alzguard)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선별하는 경도인지장애 자가진단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도구로 소비자의 생리학적 데이터를 측정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의 바이오마커가 특정 혈액이나 소변, DNA를 측정하듯,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IT 기기로 대상자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질환을 선별한다. 먼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받은 뒤 7가지 영역의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하면, 목소리(보이스마커), 동공 움직임(아이트래커), 심박수 변화(HRV) 등을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알츠가드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를 88% 정확도로 선별하는데, 사례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도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 순도 높은 데이터를 위해 치매안심센터나 기업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며, 차후 일반 소비자를 위한 공유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 치매 분석과 건강관리, 알츠윈
알츠하이머를 이겨내겠다는 뜻을 담은 ‘알츠윈’(Alzheimer+Win)은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 세븐포인트원의 인공지능 비대면 치매 진단 솔루션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10여 년간 3차례, 총 2000여 명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그 실효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7월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알츠윈 기반 기술의 정확도는 일반 의료진에 의한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츠윈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치매 초기에 저하되는 언어유창성 능력 등을 평가해 치매 위험 진단 시 지역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과 연결해 선별검사와 치료를 신속하게 돕는다. 아울러 네이버와 합작해 ‘알츠윈 인지케어콜’을 개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지 건강관리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Step 02. 치료테크
◇ 톡으로 인지 기능 개선, 새미톡
경도인지장애로 손상된 인지 기능의 재활과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다. 중장년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지 훈련과 더불어 인지 기능 저하 여부도 진단받을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새미톡’을 검색 후 ‘채널 추가’ 버튼만 누르면 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표적치료제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해당 서비스는 유료로 30일 9900원, 1년 5만 9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기업용 B2B 상품도 있다.
◇ 인지 훈련 로봇, 보미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약물은 없는 상태로,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는 치매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통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한다. 센터에서 활용하는 일명 손자로봇 ‘보미’는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하고, 로봇을 손자처럼 기르는 개념을 접목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인지 기능 향상을 돕는다.
실제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들이 보미를 활용한 5개 프로그램을 4주간 하루에 60분씩 이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작업 기억력이 더욱 향상된 것이 입증됐다. 보미는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밥을 주게끔 하고(미래 기억 훈련), 장 보러 가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보미가 원하는 옷을 맞게 입혀주는(시공간 능력 훈련) 등의 행위를 통해 인지력 향상을 돕는다.
Step 03. 예방테크
◇ 손쉬운 인지 훈련, 슈퍼브레인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로완’의 ‘슈퍼브레인’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각계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인지 중재 치료에 기반 하여 경도인지장애환자, 경도·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평가 신청 후 비급여 처방 및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슈퍼브레인은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Finger 프로그램)을 한국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기획했다. 재미있고 친숙한 생활 속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AI 치매 중재 시스템을 통해 인지능력 변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한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교수팀이 임상에서 인지 학습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운동, 영양, 동기 등 5개 영역에서 다중 중재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재가형(인터넷 기반)과 기관형으로 구분해 50여 개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치매 예방 관리를 위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 및 솔루션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 VR 기술로 우울증 개선, 센텐츠
가상현실과 의료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가 35주 과정으로 구성됐다. 기존 가상현실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회상요법을 접목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VR 회상요법’이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구축해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하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우울증 및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2018년 MIT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센텐츠 사용자들은 머리에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향, 계절, 풍경 등 50여 가지 스토리를 가상 경험함으로써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다. 현재 가정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에 포함하거나, 데이케이센터 등에 그룹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테크 아이템
1) 스마트 기저귀
어르신이 사용하는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기저귀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센서등과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기저귀를 언제 갈아야 하는지 알려줘 욕창이나 요로감염, 발진 등 2차 질병을 예방한다.
2) 꿈의 자전거
자전거 사이클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주행하며 기억력 증진 및 근력 향상과 치매 지연에 도움을 주는 기기다. 실내에서 사용해 안전하고, 주행 방향이나 속도 등의 조정이 가능하며, 훈련 데이터를 관리해 환자의 재활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
3) 톡톡스틱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지팡이다. 넘어지거나 낙상할 경우 지팡이가 이를 감지해 내장된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통해 SOS 전송 및 음성 도움 기능을 제공한다. 또 사전 등록한 보호자에게 위치 전송이 가능해 실종 사고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
4) 스마트 벨트
노인의 보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김광일 분당서울대 노인병내과 교수가 노인의 보행 속도 저하에 따른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활용했다. 보행 속도 외 사용자의 허리둘레, 과식 및 활동 습관 등도 확인 가능하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639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의 내년 예산은 총 34조 9923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 5797억 원 줄어든다. 고용부는 특히 고령자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공공일자리를 축소하고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대안으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유형에는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사업이 있다. 이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대폭 축소된다.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은 사실상 공공형 일자리다. 올해 노인 일자리 84만 5000개 가운데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60만 8000개였다. 내년에는 54만 7000개로 줄이기로 했다. 약 6만 개 정도의 일자리를 줄이는 셈이다.
공공형 일자리는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금연구역 지킴이 등 공익활동을 주로 한다. 평균적으로 월 30시간 일하고 임금 27만 원을 받는다.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저임금의 단순 노무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신 정부는 생산성이 높은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민간형 일자리에는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화 친화 기업이 속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노인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노인 일자리의 절대적인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다만, 직접적인 단순 노무형 일자리는 소폭 줄이고, 민간형 일자리는 조금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가져가기 위해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 일자리 확충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인 일자리는 결국 2만 3천 개 감소한다. 노인 일자리는 경제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목적도 있지만 고령화사회에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려는 복지 성격도 강하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 축소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대안은 기업에 대한 고용 지원 확대다. 고용부는 고령자 신규채용과 정년 이후 계속 고용 기업에 대해 고용장려금을 늘린다. 내년 고령자고용지원금 예산안은 558억 원(5만 3000명)으로 올해 54억 원(6000명)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도 올해 108억 원(3000명)에서 내년 268억 원(8만 2000명)으로 160억 원 증가했다.
더불어 고용부는 첨단산업 분야에 예산 4163억 원을 편성, 약 3만 6000만 명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폴리텍 등 특성화 대학을 활용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관련 학과를 25개 신설(350억 원)하고, 일학습병행센터를 10곳 신규 구축(112억 원)했다.
또한 빠르게 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해 중소기업을 위한 직업훈련카드를 1억 5000만 개 신설(357억 원)하고, 능력개발주치의가 상주하는 15개 센터도 71억 원을 들여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