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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 개막…오만석 홍보대사
- 종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정관스님)이 주관하는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 ‘청춘의 바다’가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마채숙 종로부구청장,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스님을 비롯한 홍보대사 배우 오만석과 정혜선, 황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성대한 개막식을 올렸다. 이날 개막한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는 오는 10일까지 5일에 걸쳐 대학로 종로마루홀에서 10개의 다양한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 4회째를 맞은 서울시니어연극제는 올해 ‘청춘의 바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시니어 연극인들이 발현하는 역동과 배우로서 걸어갈 새로운 길의 큰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개막식 기념공연은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미디어 퍼포먼스로 개성있고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여 관람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주요 내빈 소개 및 축사 △연극제 추진위원 인사 △홍보대사 오만석 배우 인사 △심사 기준 설명 △제막식 순으로 진행됐다. 경쟁부문 경연 무대에서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지하철 두더지’를 시작으로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이건 어디서도 듣지 못할 이야기 보따리’ △소하노인종합복지관 ‘노인, 새가 되어 날다’ △마포문화재단 ‘둘둘둘’ △부산강서노인복지관 ‘옹고집전’ △부산수영구노인복지관 ‘홍도야 우지마라’ △사근동노인 복지관 ‘사근동에서, 웃음 꽃 피는 우리들의 이야기!’ △서울노인복지센터 ‘훨훨 간다’ △울산북구노인복지관 ‘청아!’ 등 다채로운 작품이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극단 해오름 전문 연극단 초청 공연을 통해 볼거리를 더 할 예정이다. 시상은 대상·최우수상·우수상으로 3개 단체, 최우수연기·연출상·연기상 개인 3명, 입상 6개 단체이며 10일 폐막식에서 시상한다. 연극제 심사기준은 윤시향 심사위원장이 개막식을 통해 소개하였으며 표현력, 연출기술, 작품 완성도 등 5개의 분야로 심사한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2023년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로 성장해 오는 과정 속에서 시니어 연극인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4년 만에 열려 더욱 화려해진 제4회 서울시니어연극제를 통해 아마추어 연극인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사는 오는 10일 오후 2시 폐막식에서 폐막선언과 시상식 등으로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 2023-11-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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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테크리스토’·‘렌트’ 등 화려한 귀환…11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생명의 기념비 일정 12월 2일까지 장소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이브’는 나의 생명에 대한 기념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서진 생명, 죽음에 임박했던 생명을 다시 한번 쌓아 올리고 싶었어요.” - 최만린 ‘생명의 기념비’에서는 조각가 최만린(1935~2020)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인 ‘이브’ 시리즈를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복원을 마치고 돌아온 ‘이브 58-1’이 3년 만에 공개됐다. ‘이브’라는 표제가 붙은 작품들은 한국전쟁을 겪은 예술가의 생명을 향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로잉 작품은 조각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이브’ 시리즈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폐허 속에서도 생명을 찾아내고자 하는 최만린의 의지가 드로잉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최만린의 작업을 연결하여 만든 한승훈의 영상 작품 ‘선명한 꿈’(2023)을 비롯해 ‘이브’와 관련된 아카이브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최만린의 작품 외에도 김창렬의 ‘물방울’, 임응식의 ‘나목’ 등 한국전쟁을 겪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도 소개되어 당시의 상황을 함께 증언해준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일정 12월 3일까지 장소 부산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미디어, 입체,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가들이 협력해 인간에 의한 환경재해 심각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인간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전시다. 현대미술가 고상우, 금중기, 김창겸, 플로라 보르시의 작품 21점이 전시됐다. 고상우는 디지털 회화로 야생 동물을 표현했고, 금중기는 동물 조각품을 통해 인간 활동과 기술 문명의 발전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김창겸은 전통 문양의 꽃과 동물 형상을 활용한 3D 애니메이션 영상, 오브젝트를 결합해 만다라 우주를 창조한다. 사람과 동물의 특징을 하나의 자화상에 결합한 플로라 브로시의 작품은 두 생명체 사이의 유대감을 강조한다. ●Stage ◇몬테크리스토 일정 11월 21일 ~ 2024년 2월 25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권은아 출연 이규형, 서인국, 고은성, 김성철, 선민, 이지혜, 허혜진 등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특히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의 소설을 더욱 충실하게 구현하는 방향으로 스토리를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극의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은 이규형, 서인국, 고은성, 김성철이 맡아 연기한다. 촉망받는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는 그의 지위와 약혼녀를 노린 주변 인물들의 음모로 14년간 옥살이를 한 끝에 탈출한다. 그리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꾀하는데, 스스로 빠진 파멸의 길에서 용서와 화해,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된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한다. ◇컴 프롬 어웨이 일정 11월 28일 ~ 2024년 2월 18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소영 출연 남경주, 서현철, 고창석,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장예원 등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가 국내 초연된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테러로 인해 비행기 수십 대가 갠더에 불시착하고 주민들이 7000명가량의 승객과 협력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류애와 공동체의 힘을 통한 치유의 이야기는 감동을 전해줄 전망이다. 경력 40여 년의 1세대 스타부터 젊은 대세까지 총출동하는데, 모든 배우가 1인 2역 이상 소화하는 것은 물론, 각종 음향 효과까지 직접 구두로 해낸다. ◇렌트 일정 11월 11일 ~ 2024년 2월 25일 장소 코엑스 신한카드 아트리움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 출연 백형훈, 장지후, 정원영, 배두훈, 김환희, 이지연, 김수연, 김호영, 조권 등 브로드웨이 극작가 겸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뮤지컬 ‘렌트’가 3년 만에 돌아온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0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후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2011년까지 공연됐다. 9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20년에 공연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조기 폐막되는 일을 겪었다. 당시 ‘역대 최고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은 터라 아쉬움을 더했다. 이에 지난 시즌 멤버와 더불어 새로운 멤버까지 총 24명의 배우가 다시 감동의 무대를 펼친다.
- 2023-11-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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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따라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부산 이바구길
- ‘지역 문화유산 순례기’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후원으로 제작됩니다.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지역N문화는 한국문화원연합회와 지역문화원이 함께 발굴한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서비스하는 지역문화포털입니다. 기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지역N문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열차에서 내려 북적이는 부산역 역사를 빠져나온다. 역 광장을 가득 채운 건 가을 햇살이다. 그것은 체로 거른 듯 맑아 상큼하다. 발길에 절로 탄력이 붙는다. 부산역 맞은편 초량동 골목엔 ‘이바구길’이 있다. 부산 동구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옛날 동네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동네의 근현대 문화와 풍속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다. 이바구길 초입엔 ‘구 백제병원’이 있다. 국가등록문화재로 ‘근대건조물’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서양식 건물이다. 그런데 외관이 범상치 않아 도드라진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지은 건물이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멀쩡한 외모를 유지한 게 아닌가. 100년 풍상에 시달린 건축이라면 보통 낡은 기미를 풍기게 마련이다. 시들고 삭은 기색으로 시간의 횡포를 웅변하거나 고색창연한 운치를 돋우기 십상이다. 그러나 애초 워낙에 잘 지은 덕분일까, 이 4층짜리 적벽돌집 외형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당대의 첨단 건축 기법을 통해 등장한 건물인 걸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부는? 아쉽게도 원형을 많이 잃었다. 1972년에 발생한 화재로 많은 것이 잿더미로 스러졌다. 외부와 달리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한 탓에 피해가 컸다. 이후의 보수 작업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건물주는 원형을 복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벽면과 바닥의 형태는 물론 천장을 도배한 그을음까지 그대로 놔두었다. 기본이 원체 튼실해 뼈대까지 손볼 필요는 없었다. 이를테면 벽체 거죽이 얼마나 단단한지 콘크리트못 하나 박아 넣을 수 없었다니 말 다했다. 현재 이 빈티지한 건물 1층엔 카페가 있다. 묵은 세월이 새겨 넣은 신비감까지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생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투박함과 묵직함에 예술적 디테일, 나아가 건물 역사의 스케일까지 가세해 민감한 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2층엔 창비출판사가 차린 복합문화공간 ‘창비 부산’이 있다. 저 옛날의 백제병원은 외과의사 최용해가 지은 대형 사립병원이었다. 그런데 건물의 용도 변화 여정이 다채로워 흥미롭다. 개업 5년이 지난 1932년, 최용해는 기묘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일본으로 야반도주를 했다. 그러면서 건물은 동양척식회사로 넘어갔다. 이후 ‘봉래각’이라는 이름의 청요릿집이 들어섰다. 중일전쟁이 터지면서는 일본군 장교 숙소로 쓰였다. 해방 직후엔 부산 치안사령부 건물로, 1950년엔 중국 임시대사관으로,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엔 개인에게 불하되면서 예식장으로 바뀌었다. 이후의 양상은 생략하더라도 어지러울 지경으로 변동이 잦았던 걸 알 만하다. 말하자면 ‘구 백제병원’은 부산의 사회사와 풍속사가 압축파일처럼 내장된 건물이다. 따라서 보존할 가치가 있다. 모든 게 변한다는 걸, 흘러가고 지나간다는 걸, 세상에서 나그네 아닌 게 없다는 걸 일깨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승도 추락도, 기쁨도 슬픔도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이련만, 고정불변의 것으로 바라보는 착시와 오해를 교정하라 묵시하는 곳일 수도 있다. 아슬아슬한 ‘168계단’이 품은 사연 이바구길을 따라 이제 언덕으로 올라간다. 언덕을 움켜쥐고 빼곡히 들어앉은 집들이 보인다. 간혹 새집도 섞여 있지만, 주로 자그맣고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간신히 숨을 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곳은 삶의 변방이었다.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천신만고한 생활이 펼쳐졌던 곳이다. 의지가지없던 피란민들은 이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피란민뿐이랴. 부두 노동자, 자갈치시장 일꾼, 공장 근로자, 영세상인 등 중심부에서 소외된 서민들이 초량동에서 비지땀을 쏟으며 간절한 삶을 꾸렸다. 이바구길은 이렇게 유적처럼 남은 과거사의 명암과 요철을 이바구하는 길이다. 동네에 고인 문화적 요소를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가시적으로 재구성한 문화재생 테마길이다. 볼거리는 충분히 많다. 발목 잡힌 듯 딱 멈추게 되는 건 ‘168계단’ 앞에서다. 좁고 길고 가파르기 짝이 없다. 허공에 펼친 사다리처럼 아슬아슬한 계단이다. 산동네 사람들은 이 험악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면제받지 못한 채 생활을 도모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 아래 있었던 우물물을 퍼 나른 루트였으며, 노동의 피로를 한잔 술로 달래고 휘청휘청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들의 발길에 닳고 닳은 계단길이었다. 희망을 품고 고역을 감수했던 주민들의 일상이 계단에 비쳐 먹먹하다. ‘168계단’ 옆에는 ‘김민부 전망대’가 있다. 부산에서 출생해 31세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공간이다. 그의 시는 빼어났으나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거의 잊힌 시인이 됐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로 알려진 게 고작이다. 일찍이 김민부 시의 천재성을 증언한 논자들이 다수였지만 정작 그는 궁핍에 시달렸다. 시는 현실의 중력을 벗어나 높이 날았으나 종단엔 실존의 비애로 무너졌다. ‘김민부 전망대’에 오르거든 그의 이름을 가슴으로 한번 호명해볼 일이다. 참으로 반가운 건 부산에서 ‘김민부 문학제’가 연례행사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속세란 더러 경박하지만 야박한 것만도 아니다. ‘168계단’을 거쳐 언덕 중턱에 이르면 ‘유치환의 우체통’을 만날 수 있다. 부산 동구에서 살다 타계한 유치환 시인을 추모하며 만들었다. 마음에 둔 이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과거나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여도 좋겠다. 발길은 이제 ‘문화공감 수정’에 닿는다. 일제가 조선 침탈의 교두보로 삼았던 부산엔 일본식 가옥이 여럿 있다. ‘문화공감 수정’은 개중 번듯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지은 일본식 전통 목조주택이다. 창호 문양 같은 세부 장식의 다양성,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급변하는 실내 공간 구성이 특징적이다. 한옥과 달리 복도 공간을 정교하면서 활달하게 구사한 대목 역시 일식의 전형이다. 이모저모 본때 있게 지은 집이다. 관리 상태도 최상이다. 전국에 적산가옥(敵産家屋, 자기 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 소유의 집)이 남아 있지만 이곳처럼 잘 보존된 집이 드물다고 한다. 1943년에 지어진 이 집은 해방 뒤 한국 사람에게 불하된 뒤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정으로 쓰였다. 2007년에 이르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적산가옥을 쳐다보기조차 싫어했다. 부끄러운 역사의 잔재로 인식해 철거나 개조를 능사로 삼았다. 그러나 적산가옥을 모조리 없애버린다면? 그럼 일본 정부가 반색하지 않을까? 침략의 증거물이 사라지니까.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가 겹으로 엉겨 있는 ‘문화공감 수정’은 캄캄했던 전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이곳 내부는 기능성과 미학으로 빼어나다. 온통 유리창을 낸 전면으로 들이치는 정원 풍경도 수려하다. 한때 이곳은 카페 공간으로 소비되었다. ‘인스타 핫플’로 유명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상징성이 흐려졌는데, 2021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역사 전시공간으로 전환했다. 옳은 결정이다. 정정숙 부산동구문화원 원장대행 “부산 동구는 부산 문화의 본산지다” ‘부산 동구를 알면 부산 전체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역사와 문화 측면에서 동구에 유형・무형의 많은 자산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구엔 인적・물적 유입은 물론 문화 교류의 통로인 부산역과 부산항이 있다. 정정숙 문화원장대행은 이와 같은 정황을 근거로 ‘동구가 부산의 뿌리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동구는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한 이래 명실상부한 부산의 관문으로 기능했다. 부산역 역시 문화자산을 축적하는 문물의 유입 경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교통의 발달과 더불어 동구의 문화가 성장했으며, 여기에서 나온 에너지는 부산 전역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며 확산됐다. 동구의 문화는 한마디로 부산 문화의 본산이자 압축판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구에 있는 증산에서 유래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동구의 문화 파워를 대표하는 공간을 꼽는다면? “동구의 히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은 문화재생 테마 골목길인 ‘이바구길’이다. 이 길은 부산시가 2011년부터 추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탄생했는데, 매우 재미있고 매력적인 곳이다. 꼬불꼬불 연달아 이어지는 골목길을 오르내리며 만날 수 있는 풍경과 명소마다 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다. 길을 걸으며 과거를 만나고, 그러다 문득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이바구길 인근에 있는 차이나타운과 연계해 답사하면 한층 즐겁다.” 31세에 요절한 천재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김민부 문학제’가 부산에서 운영되고 있어 반가웠다. 문학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다시피 한 이름이라서. “김민부 시인은 우리 동구의 수정동에서 태어났다. 그의 시혼을 기리기 위해 이바구길에 ‘김민부 전망대’를 조성했지만 미흡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공간 확장이나 시인을 재조명하는 문학 행사 활성화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부산동구문화원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을 소개해달라. “우리는 25개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특히 ‘노래교실’이 인기다. 무려 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노래를 즐긴다. 옛 추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반응이 좋다.” 예술 프로젝트 ‘꿈의 오케스트라 부산’을 운영하는 목적과 성과도 궁금하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문체부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 사업으로 전국 여러 곳에서 펼쳐진다.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동구문화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불우 청소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한국형 모델이다. 음악의 힘으로 사회에 희망을 부여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단원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초2부터 고2까지 60명, 음악감독 1명, 강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성과는 매우 크다. 정기 연주회와 작은 연주회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며 밝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 다행스럽다. 이 아이들 중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나올 수도 있을 테고.”
- 2023-11-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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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다양한 문화적 욕구 반영, 행복한 노후 만들어”
-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한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2023 실버문화포럼에서 고령자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번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 인구로 편입되면서 욕구가 다양해졌다면서 이들의 특성에 맞춘 문화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주최하고,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실버문화포럼 ‘실버 두 잇! 꽃대를 꿈꾸며’가 27일 서울 마리나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포럼 사회는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가 맡아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개회사에서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는데, 노년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이미지가 있어 ‘실버’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그보다는 영-올드(young-old) 세대로 살아가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본다. 꽃대가 되어 꽃을 잘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도리어 인정받고 존경받는 노년 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실버 세대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포럼의 시작을 알렸다. 김종훈 이투데이피엔씨 대표 역시 개회사를 통해 “인류학자들이 평균수명을 120세로 전망한다는 건 상당수가 130세까지도 살 것이라는 의미로 노년기의 신체나이도 젊어지고 있다. 실버 세대를 노인이 아니라 이제는 인생 2막을 꿈꾸고 가꾸는 ‘후기청년’ 세대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포럼에는 세대 간 벽을 허물고 꿈과 문화, 세대를 잇고 엮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제는 후기청년이 된 실버세대가 꼰대가 아니라 청년들이 피울 꽃을 받쳐줄 꽃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문화 경험이 활기찬 노년 만들어 김태웅 회장과 김종훈 대표의 축사에 이어 기조강연과 3명의 연사 강연이 이어졌다. 기조강연을 맡은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말했다. 박영란 교수는 “최근 노화를 이야기할 때 ‘창조적 노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문화적 관점에서 노화를 본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 창의적 활동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질병 예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노년기 문화적 활동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국내외의 다양한 고령자 문화 활동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10년 안에 인구 절반이 50대가 된다는 것이 현실이고 향후 문화 활동에 대한 욕구나 수요가 폭발할 텐데 이를 수용할 인프라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할 일이 많다. 100세 시대에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문화적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고령자뿐 아니라 몸이 아픈 고령자도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내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확실한 것은 무엇보다 다양한 베이비부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양한 문화 활동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에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대상 세분화 전략을 통한 실버 문화정책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노인 문화 정책이 어느 시점까지 와 있으며, 해당 정책 수혜자인 고령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 강연이었다. 윤소영 박사는 “우리나라 고령자의 문화·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혜자인 고령자를 문화를 향유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서 기조강연에서 박영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령자도 문화적 생산자일 수 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 문화 정책은 장기적으로 수혜자가 원하는 방식 또는 그들의 잠재적 욕구를 끌어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60세에 갑작스럽게 이전에 해오지 않던 것을 새롭게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내 몸에 문화 나이테를 새겨야 한다. 일 경력뿐 아니라 레저 경력도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생애주기에서 후반기에 들어섰을 때 여가 경력과 축적된 문화 자본이 발현된다. 중요한 건 문화적 경험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령층을 세분화하고 문화 지원 전략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는 ‘문화여가 산업을 통해 발견한 베이비부머의 문화적 욕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준엽 대표는 “먼저 액티브 시니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액티브 시니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만 떠올리지만, 시장에서의 액티브 시니어는 좀 달랐다. 시니어에게 여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이를 누군가 도와준다면 크든 작든 지불 의사가 있는 사람’이 액티브 시니어라고 본다”면서 “이들의 문화적 욕구는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다.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을 선사 받는 것이다. 이들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잠재적 욕구도 정말 크다. 전국에 500개 정도의 문화 인프라가 있는데 한 달에 수용 가능한 시니어는 4만 명이 채 안 된다. 1500만 명이 넘는 시니어 인구 중 오프라인에서 여가를 즐기고 싶은 이들은 10% 남짓으로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이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욕구는 높으나 그것을 만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문화 공급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여가를 제안하고 있다. 트렌드를 잘 읽고 보여주는 OTT처럼 문화 공급자들도 시니어의 경험을 넘어서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소영 과천문화원 팀장은 ‘실버 두 잇! 우리는 꽃대 현장 사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유소영 팀장은 운영하고 있는 ‘경험 공유 학교’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유 팀장은 “딴짓하기 워크숍, 서로의 이슈를 들어보는 이슈 워크숍, 나비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마을 잡화 활동, 낙서 예술 학교 등 프로젝트 5개를 운영하면서 어르신들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마을 잡화 활동으로 지역 곳곳에서 설문조사를 다니던 한 어르신은 실버기자단에 들어갔다더라”면서 “이렇게 꽃대가 될 어르신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더 좋은 에너지를 내는 것 같다. 지역 활동가, 청년 활동가, 컨설턴트 선생님, 한국문화원연합회, 과천문화원 등이 경험을 공유할 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고령자의 문화 활동은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고령자의 문화적 취향은 굉장히 다양하고 이를 반영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해서 한 집단으로 묶어 같은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도, 사는 방식도, 사는 사람도 다 다른 다양한 개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나 지원, 정책 등이 이들의 다양성을 세분화해서 반영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 2023-10-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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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 막 올라… 참여 열기 ‘후끈’
- 어르신의 대표 축제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이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이 27일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막이 올랐다. 문화의마당은 개막식 전부터 뜨거웠다. 다양한 부스가 ’문화교류한마당’을 일찌감치 채우고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문화교류한마당’에는 5개 카테고리 60여 개 부스가 참여했다. 컬처로드는 16개 시·도 문화원연합회가 자리를 빛냈다. 각 문화원연합회는 지역 특색을 담은 노년문화활동을 알리며 각종 체험을 유도했다. 제주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는 귤로 하르방 만들기 체험, 경상남도문화원연합회는 가리비 껍데기로 공예품 만들기 체험, 전라남도문화원연합회는 나주 부채 만들기 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전라북도문화원연합회는 수준급의 수채화 전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림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사업’을 대표하는 수행단체 15곳의 문화활동 사례로 꾸며졌다. 에듀로드는 어르신 대상의 문화·건강·일자리·정책 정보를 제공했고, 비즈로드는 어르신 대상 여가, 콘텐츠, 4차 사업 분야의 다양한 기업 및 단체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조이로드에서는 최근 노년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 체험존과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야외보드게임인 실버마불이 마련돼 체험하려는 시민으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출근 전 잠시 들렸다는 여의도 직장인 A씨는 “노후 준비를 위해 둘러보고 있다”면서 “시니어 비즈니스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고령자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는 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오후 들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아마추어 예술가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이 무대에서 장기를 자랑하며 각지의 활동 성과를 나누는 중이다. 동시에 서울마리나에서는 실버문화포럼도 열리고 있다. 실버문화포럼은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는 본격 소통 프로그램이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축제는 오는 28일까지 계속된다. 부스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을 맞는다. 전국 각지 문화예술 활동 성과를 알리는 공연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이어진다.
- 2023-10-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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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화 시대, 여가 문제 '어떻게?'… 실버문화포럼, 27일 개최
-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고령사회 문제 해법을 찾는 본격 소통 프로그램이 열린다. 실버문화포럼 '실버 두잇! 꽃대를 꿈꾸며'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실버문화포럼은 오는 27일, 팬투하우스(서울 마리나 4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원연합회의 ‘2023 실버문화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금융, 건강, 복지, 일자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50세 이상의 중장년에게 제공하고 있다. 포럼은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인 이호선 교수 진행으로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펼쳐진다. 기조 강연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맡는다. 박 교수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새로운 노년 문화라는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 유소영 과천문화원 팀장의 밀도 높은 발표도 이어진다. 각 발표에 대한 참여자 의견 교류 및 현장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돼 있다. 행사의 현장 실황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김종훈 편집인은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노년의 여가 활용과 문화ㆍ예술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독자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계획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가 신청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 2023-10-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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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강 따라 흐른 선연한 역사, 진주성과 촉석루, 진주검무
- 경남 진주시는 예로부터 인재 배출이 잦았던 고장이다. ‘영남 인물의 절반이 진주에서 나왔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충신이 많았다. 고려조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구국의 화신이라 일컬을 만한 이들의 비범한 행장이 이 고장에 잇따랐다. 그래 ‘충절의 고장’이다. 오늘날 충의(忠義)의 얼로 빛나는 진주의 각별한 역사성을 웅변하는 명소를 꼽자면? 단연 진주성이 아이콘이다. 임진왜란 때의 전사(戰史)와 의용의 서사를 고이 간직한 진주성을 둘러보지 않고 진주를 얘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일 수 있다. 진주성은 진주시내 강변에 있다. 성의 남벽 아래로 남강이 굽이쳐 수려한 풍광을 빚어낸다. 강물과 벼랑이 지닌 전략적 가치에 착안해 성을 구축했다. 본래 내성과 외성으로 짜인 이중구조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내성보다 규모가 컸던 외성은 스러지고 내성만 남았다. 성곽의 길이는 1790m, 높이는 5~8m에 달한다. 삼국시대 때 토성(土城)으로 축조됐던 진주성이 석성(石城)으로 거듭난 건 고려 말 우왕 때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몇 차례 고쳐 지었다. 따라서 축성의 변천사와 기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 유적으로 평가된다. 공북문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선다. 널찍하고 훤칠한 성내 공간 곳곳마다 잘 단장돼 생경한 기분을 자아낸다. 천년 고성이되 마치 신축한 것처럼 매우 미끈한 게 아닌가. 근래의 복원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걸 알 만하다. 한때는 고즈넉한 폐허와 잔해 사이에 간신히 존재했겠지만 고칠 것 고치고, 다듬을 것 다듬고, 보탤 것 보태어 회생했다. 복원사업 이전의 성내엔 민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고 한다. 그걸 다 철거해야 했다. 그러니 대대적인 복원사업이 필연이었겠다. 작업자들은 진주성의 본연과 본질에 부합하는 복원을 완수하기 위해 실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성내의 지형은 리듬이 있다. 평지와 경사지, 야트막한 언덕과 구릉지, 그리고 구불구불 이어지며 거대한 타원을 그리는 성곽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었다. 너른 잔디밭과 다양한 수목들이 초록을 뿜어 소풍과 산책을 즐길 만한 공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진주성은 어디까지나 역사의 곳집이다. 일쑤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곳이다. 수성(守城)과 승전을 꾀하기 위한 갖가지 구조물이 즐비한 곳이다. 전투 지휘소로 쓰인 서장대와 북장대, 포를 쏘았던 포루, 전공을 새긴 사적비와 순절의 넋을 기리는 사당 등이 있다.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까지 성내에 있어 답사객들의 호감을 산다.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인 진주성대첩이 벌어진 곳으로 역사에 불멸의 이름을 새겼다. 당시 장수는 진주목사였던 김시민 장군. 1592년 10월 김시민은 전라도와 이어지는 전략 요충이었던 진주를 삼키기 위해 쳐들어온 2만여 명의 왜군을 물리쳤다. 김시민이 거느린 병력은 관군과 의병을 합쳐 3800여 명에 불과했다지. 중과부적 상황이었지만 통쾌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김시민의 명민한 지략이 작동해서였다. 이를테면 그는 성 밖에 주둔한 의병들에게 왜군을 교란할 수 있는 교묘한 작전을 전개하게 했다. 성내의 부녀자들에게 남자 옷을 입혀 군사가 많아 보이게 했다. 야간엔 악공들의 피리 소리로 왜군의 심리를 교란시켰다. 지략뿐인가, 김시민은 개혁적 성향의 무장이라서 휘하를 다루는 방법에서도 관행을 타파했으니 매사 솔선수범으로 군대의 사기를 북돋웠다. 신식 병기 동원에도 신경을 썼다. 이래저래 승전은 애당초 떼어놓은 당상 같은 것이었을지도. 하지만 김시민은 전투 막판에 왜군의 총탄을 맞고 순절했다. 그때 나이 38세였다. 그가 숨을 거두자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었고, 성내 백성들의 곡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던가. 비단 김시민을 애도하는 호곡뿐이었으랴. 대첩이 끝난 자리에선 죽은 자들을 끌어안은 산 자들의 오열이 터져 나왔으리라. ‘조선왕조실록’은 당시의 참혹한 정경을 적치여산(積置如山), 즉 ‘시체가 쌓인 모습이 산과 같다’고 기록했다.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을 통해 ‘사방 30리 안에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해 가까이 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진주성은 일종의 성지(聖地)다.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킨 선인들의 역사가 선연한 게 아닌가. 전쟁에 따르게 마련인 지옥의 묵시록을 술회하는 성이라는 점에서는 반전(反戰) 메타포가 응축된 곳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전쟁이란 야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수시로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슬픈 숙명이지만. 다산 정약용이 극찬한 ‘진주검무’ 진주성 남쪽 기슭, 성곽에 인접한 곳엔 촉석루(矗石樓)가 있다. 크고 당당하고 수려한 누각이다. 한때 국보로 지정됐으나 한국전쟁 때 불에 타 지정을 해제했다. 지금의 모습은 1960년의 보수작업을 통해 얻었다. 진주성 아래로 굽이치는 남강과, 저 멀리 산야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진주성 최고의 전망대다. 조선 선비들이 풍류와 사색을 즐겼던 영남 제일의 정자다. 전투 지휘소이기도 했다. 따라서 촉석루 역시 전쟁이라는 부조리극이 낳은 상처의 전시장이기도 하다. 촉석루 아래 강변에선 진주성대첩 즈음 한 여인이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 자결, 영원히 남을 충절의 화신이 됐다. 바로 논개다. 진주 관기(官妓)였던 그의 재능은 미색으로 향기를 뿜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음인가. 시대를 읽는 냉철한 눈까지 겸비했나? 그는 기꺼이 한 몸 바쳐 한 시대의 참화에 빛을 흩뿌렸다. 촉석루 아래 강변엔 논개가 왜장과 함께 투신한 바위 ‘의암’(義庵)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어느 날 촉석루에 유람을 왔다가 ‘일개 작은 여인이 왜적의 우두머리를 섬멸하다니 이 얼마나 통쾌한가?’로 시작되는 ‘진주의기사기’(晋州義妓祠記)를 썼다. 논개의 거룩한 행장을 기리는 글이다. 다산이 진주에 와서 탄복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진주에 전승돼 오늘날까지 맥이 이어지고 있는 ‘진주검무’를 보고 찬탄했던 것. 검무는 여성 무용수들이 무사 복장을 하고 칼을 휘저으며 추는 춤이다. 촉석루에 앉아 이 춤을 감상한 다산은 참을 수 없는 흥에 겨웠나? 그는 ‘무검편증미인’(舞劍篇贈美人, 검무를 추는 미인에게 드림)이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다. 검무를 추는 여인의 매력적인 자태와 춤사위의 삼엄한 격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명편이다.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석학이었던 다산은 음악과 춤에도 조예가 깊었다. 음악과 악기를 연구해 ‘악서고존’(樂書孤存)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런 다산이 진주검무를 시로 써서 극찬했다. 진주검무는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초대 예능보유자는 ‘진주권번 출신의 마지막 예인’ 고(故) 김수악이다. 김수악이 소리를 하고 춤을 추면 목석도 들썩였단다. 춤으로 도가 튼 달인이었다. 진주검무의 맥은 오늘날 예능보유자 유영희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그는 70대에 접어들었지만 예인다운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춤사위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고. 김길수 진주문화원장 “일제강점기 때 기생 단체도 독립운동에 나섰다” 진주의 자연지리 가운데 빼어나기론 단연 남강이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굽이치는 남강의 폭은 넓고 물살은 유유해 아름답다. 예로부터 진주 사람들이 기대어 살아온 생명의 젖줄이다. 진주의 보배에 해당하는 진주성이 남강가에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진주의 역사와 문화는 남강과 함께 흘러왔다. 그렇다면 진주의 문화답사 1번지는? 김길수 문화원장은 진주성과 진주성 안에 있는 촉석루를 꼽는다. “진주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실로 많다. 그러나 진주성을 찬찬하게 답사하는 이는 드물어 아쉽다. 대체로 촉석루와 논개 유적인 의암만 훑어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진주성을 한 바퀴 도는 온전한 답사 방식을 채택하면 좋겠다. 성 안에 있는 국립진주박물관 관람과 남강변에 조성된 성 밖 산책로를 통해서도 역사의 숨결을 음미할 수 있다.” ‘의기 논개’ 역시 진주의 대표 캐릭터다. 논개의 행장이 지역 정서에 미친 영향엔 어떤 게 있을까? “일개 기녀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건 세계 역사상으로도 논개가 유일무이하다. 나라를 위하는 일엔 신분의 귀천이 따로 없다는 걸 실천한 인물이 논개이자 논개 정신이다. 따라서 지역 정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3.1만세 운동 때 진주에선 기생 독립운동 단체가 조직돼 국권 회복에 앞장섰다.” ‘진주검무’는 물론 가무악(歌舞樂)의 대가였던 고 김수악 선생의 예술은 현재 어떤 식으로 전수되고 있는지? “김수악 선생이 양성한 제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진주에서 교방예술의 맥이 면면히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 문화원은 선생의 제자들을 문화학교 강사로 영입해 강의를 맡기고 있다. 향후 ‘김수악 기념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전통 민속이 흔히 현대의 풍속에 밀려 퇴색하고 있다. 반면 진주에선 ‘진주 소싸움’의 명맥이 이어져 흥미롭다. “농업이 번성했던 과거부터 진주 사람들은 농한기에 소싸움을 즐겼다. 일설엔 진주가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역이라 신라와 백제 편으로 나눠 소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소싸움 무대로 적격인 남강 백사장이 있어 명맥 유지가 가능했던 측면도 있다.” 주요 문화원 사업을 소개해달라. “외람된 얘기지만 진주문화원은 전국 문화원 중 으뜸이라 자부한다. 지역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식견과 애착을 토대로 인화단결을 꾀해온 결과라고 본다. 중점 사업은 진주의 ‘의로운 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이다. 지속적으로 순절 의병들을 발굴, 연구해왔다.” 타지의 문화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업을 추진한다지? 이는 매우 인상적이다. “순절 의병들을 찾아내고 조명하기 위해 의병 활동이 많았던 전라도의 여러 문화원들과 손잡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든 의병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문화원은 전국 각지의 문화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문화예술 교류사업을 하고 있다. 이건 앞으로 더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 2023-10-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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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을 그리다” 불모지 일궈 ‘꽃갈피’ 만든 디자이너
- 글자를 쓰는 게 아닌 그린다고 말하는 사람. 한글 디자이너 이용제(51)의 이야기다. 활자를 연구하고 그려온 지도 어언 30년. 절반인 15년은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 그에게 활자는 생활이자 인생이며, 존재의 이유다. 50이 되던 해 탄생시킨 글꼴 ‘천명’처럼 한글을 그리고, 이를 알리는 일을 하늘의 뜻으로 여기며 자연인 이용제의 삶도 그려나가고 있다. 이용제 교수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 시절부터 글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글 디자인 분야는 불모지와 같았다. 사람들은 별다른 인식 없이 문서 프로그램에 깔린 서체들을 사용했고, 폰트 파일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한글 디자인에 관한 교과서 같은 서적도 거의 없었고, 전문 정보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기생 중 한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은 이 교수뿐이었다니, 개척자의 길을 택한 셈이다. 수십 년간 한눈팔지 않고 정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둔해서인 것 같다. 좋아하는 걸 하면 주변을 잘 안 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한편 주변은 꽤 달라졌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무료 폰트·나눔 글꼴의 등장으로 유료 폰트, 즉 돈을 내고 글꼴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점이다. 그밖에 이 교수가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일까? “참 안 변한 것 같기도 한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꽤 많이 변했더라고요. 일단 글꼴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개인도 폰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거죠. 덕분에 완성도에 신경 쓴 개성 넘치는 폰트들이 다양하게 탄생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는 저작권, 정확하게는 글꼴 사용료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는 겁니다. 예전엔 ‘폰트를 왜 돈 주고 쓰냐’라고들 했다면, 요즘엔 ‘폰트를 막 썼다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겠구나’ 여기는 것 같아요. 유통 측면에서 보면 전에는 패키지 형태 구매로 가격 부담이 있었지만, 요즘은 필요한 글꼴만 월 구독 형태로도 판매하죠.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공공재와 같은 활자, 그 본질은 ‘쓰임’ 이렇듯 기분 좋은 변화에 이 교수도 일조했을 테다. 한글 디자인에 대해서라면 대학 강단 이외에도 전국 팔도를 누비며 알리고자 했고, 관련 내용을 담은 단행본과 잡지 출판, 온라인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공유까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에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맞춤해 보이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에게 열정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해요. 어떤 강한 에너지를 발휘한다기보다는 그냥 좋아서 계속하고 있거든요. 물론 초반에는 재미있어서 좋아했는데, 이제는 이 일이 소중하고 중요해서 좋은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힘들고 괴로운 시기도 있었죠. 선배들이 ‘밥은 먹고사냐’고 인사치레할 정도로 열악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내가 힘들다고 방치할 수는 없었어요. 좋아서 이어왔지만 계속 이 길을 걷다 보니 책임감이라는 게 생기더군요. 후배들이, 학생들이 ‘저 한글 디자이너 될래요’ 했을 때 그들이 먹고살 토대는 내가 마련해줘야죠.” 아직 그가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바람’체를 만들 당시 텀블벅 펀딩을 통해 글꼴 제작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개 펀딩은 후원금을 목표로 하지만, 그보다는 한글 디자이너들의 노고와 처한 환경을 알리기 위함이 더 컸다. 실제 글꼴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이를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평생에 걸친 작업이 될 때도 있다. 게다가 영어의 경우 대소문자만 고려해 52자만 디자인하면 되지만, 자음과 모음이 어우러지는 한글은 최소 2350자에서 많게는 1만 자 이상 그려야 한다. 때론 폰트 제작비로 큰 금액을 제시받기도 하지만, 완성도를 갖출 시간 확보가 어렵다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공들이는 작업에서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바로 활자의 쓰임이다. 그게 곧 활자의 본질과 같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글자와 활자는 좀 다르죠. 활자는 인쇄를 위한 거니까요. 그런 활자 디자인에서 쓰임을 빼면 만들 이유가 없어요. 활자를 통해 어떤 글을 인쇄한다는 건 그게 지식이든 정보든 다수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잖아요. 단순히 보관이나 기록의 용도라면 필사본이나 복사본을 제작하면 되죠. 활자의 본질은 필사의 한계를 넘어서 대량으로 인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공공재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쓰임을 절대 배제할 수 없어요.” 좋은 글꼴, 가독성만 보지 말아야 쓰임을 고민하며 탄생시킨 글꼴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 선택해야 할까? 앞서 이 교수가 언급했듯 읽을거리를 염두에 둔 활자이기에 흔히 가독성을 따질 때가 많다. 가끔 가독성이 높아야 좋은 글꼴이라 평하기도 하는데, 이 교수는 다소 협소한 견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독성처럼 활자의 기능적인 부분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좋겠어요. 가령 어떤 매체나 대상에 적합한 가독성을 갖춘 글꼴만 논한다면, 대한민국에 폰트 50개 정도만 있으면 돼요. 그럼에도 우리는 왜 자꾸 새로운 폰트를 만드는 걸까요? 그건 한글 디자인도 문화이기 때문이죠. 오랜 역사 속에서 비슷한 서사의 소설이 계속 나오고 같은 장르의 노래가 계속 나오는 것처럼, 활자도 마찬가지예요. 가령 과거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옛 글자체가 있듯, 현재를 반영하는 새 글꼴도 필요한 거죠. 한글 디자인도 결국 창작인데, 문화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면 창작은 존재할 수 없어요.” 또 한 가지 사용자들이 살펴볼 부분은 ‘활자의 인상’이라 말했다. 즉 특정 글꼴을 썼을 때 나타나는 분위기나 느낌이다. 같은 글자라도 어떤 글꼴을 쓰느냐에 따라 장르와 메시지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다시 창작자의 입장으로 돌아오면, 이러한 활자의 인상을 감안해 글꼴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때론 창작자의 생각과 의식이 간접적으로 담기기도 한다. 이 교수가 만든 ‘생명’체도 그중 하나다. “창작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는 이름을 먼저 생각하고 글자를 그리는 편이에요. 그렇게 큰 틀과 방향을 마련해두고 인상을 신경 쓰며 작업합니다. ‘생명’ 같은 경우 사실 처음 떠올린 건 ‘맑은 물’이었어요. ‘그냥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 같은 글자체였으면 좋겠다. 물은 바닷물도 있고 강물도 있고 냇물도 있지만, 이건 계곡 상류에서 어떤 돌 위에 똑똑 떨어지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느낌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죠.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후 ‘생명’이라 바꾸게 됐어요. 우리는 ‘생명’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너무 쉽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죠.” 이용제를 한글 디자이너로 대중에 알린 건 ‘바람’체다. 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에 쓰이기도 했는데,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세로쓰기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세로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는 주로 가로쓰기를 하고, 의뢰받는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의심이 들더군요. 가로쓰기에 좋은 서체가 세로쓰기에도 좋을까? 가로쓰기 글꼴의 장점과 특징이 세로쓰기에도 적용될까?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탐구하고 알게 된 것들을 통해 확인해보기로 한 거죠. 이후로는 모든 작업을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로 구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세분화에 세분화를 거쳐 진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이 더 들 수밖에 없었죠. 누군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제 눈에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걸 외면하고 이전과 똑같이 작업할 순 없었어요. 창작자에게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꽃길’체가 제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습니다. 그게 세로쓰기 글꼴의 첫걸음이었으니까요.” ‘존재’의 탄생, 올해부터 다시 시작 ‘꽃길’체는 그 이름처럼 이 교수의 삶에 새로운 꽃길을 내어준 듯 보였다. 이름 붙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중년 이후 고민이나 깨달음 등을 글꼴명에 반영하게 됐단다. 그 시작은 ‘존재’였다. “예전엔 정말 작업 벌레였어요. 하루는 아내가 ‘당신 머릿속에 가족은 있냐’고 하는데, 그 말이 되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당시 어머니께서도 건강이 좋지 않으실 때였거든요. 그동안 교육자로, 창작자로 이용제는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는데, 한 가정의 자연인 이용제는 빵점이었던 거죠. 그렇게 나를 되돌아보고 고민하며 ‘존재’를 작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50세가 되던 해에 ‘천명’을 그렸어요. 흔히 쉰을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착안한 것이죠. 그 뒤에는 ‘해’(楷)를 작업했는데, 모범이라는 뜻의 한자예요. 쭉 엮어보면 ‘내 존재의 이유는 모범이 되는 활자체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나의 천명’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더군요. 한글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를 묻는다면 그것이라 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의 여생도 창작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는 이 교수다. 그는 특별히 올해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초(初)해’로 삼았다. 중년 이후 찾아온 고민들이 정리되고,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나니 뭔가 다시 출발점에 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지금껏 해온 활동을 60세 정도까지는 이어가려고 해요. 그 이후로는 직업인이나 사회인으로서의 이용제는 조금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물론 작업인, 창작자로서의 이용제는 계속될 거예요. 그건 죽을 때까지 남을 제 모습이라고 봐야죠. 계속 활자를 작업해보니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더군요. 활자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 맥이 닿은 부분도 있고요. 완성된 활자를 고쳐가며 더 완벽해지게끔 노력하고, 그 쓰임과 시대에 따라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듯 저 또한 그렇게 다듬어지고 변화해가며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가오는 한글날. 한글 디자이너에게 명절과도 같은 날일 테다. 이미 빼곡한 스케줄로 쉴 틈 없는 10월이 예약된 이 교수다. 그는 한글날을 맞아 한 가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글날을 대하는 대중의 시각을 보면, 한글을 한국어와 혼동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글을 문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음성 언어를 표기하는 하나의 도구처럼 여기는 거죠. 한글 디자이너로서 그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한글은 굉장히 뛰어난 창작의 결과인데, 애초에 창작자인 세종대왕이 누가 언제 어떻게 쓸 것이냐, 즉 쓰임을 염두에 뒀기에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저 또한 그런 세종대왕의 마음과 정신을 새기려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작자만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의미가 없죠. 제가 만든 글꼴이 사용하는 사람, 우리 사회와 문화, 나아가 자연에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그게 바로 ‘좋은 글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2023-10-0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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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문화페스티벌, 문화 예술 축제로 돌아왔다
- 실버문화페스티벌이 4년 만에 오프라인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엔 경연이 아니다. 문화와 꿈, 세대를 잇는 문화예술 축제로 꾸며질 예정이다. 준비가 한창인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을 미리 들여다봤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023년. 노년을 중심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이 마련된다. ‘2023년 실버문화페스티벌’이다.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장의 말이다. “한마디로 즐겁게 노는 겁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즐기는 페스티벌이죠. 실버 세대가 주관하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3 실버문화페스티벌’은 10월 27일(금), 28일(토) 양일간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펼쳐진다. 2015년 시작된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지난 8년 동안 총 2206팀, 14만 2387명이 참여해 긍정적인 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9회째를 맞는 올해, 실버문화페스티벌은 기존 경연 대회 형식에서 축제 형태로 변화를 꾀했다. 어르신 문화활동을 한자리에 모아 각자의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축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전국의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성과를 보여주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긍정적인 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행사를 구성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축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샤이니스타한마당(공연), 문화교류한마당(체험 및 전시), 실버문화포럼이다. 샤이니스타한마당 샤이니스타한마당은 전국 16개 시·도 대표 어르신 단체가 꾸미는 공연으로 채워진다. 지난해까지 지역별 우수 공연 팀을 선정하는 지역 예선 형태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지역별 특색과 주제에 맞춰 지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 163개 팀, 약 4000명이 참여한 지역 실버문화페스티벌을 통해 선정된 팀의 감춰진 끼와 재능을 샤이니스타한마당에서 볼 수 있다. 문화교류한마당 문화교류한마당은 체험·전시·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체험 부스로 꾸며진다. 부스는 컬처로드, 드림로드, 에듀로드, 비즈로드, 조이로드 등 5개 카테고리로 구성될 예정이다. 컬처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 운영 지역 주관처(시도문화원연합회) 16개의 지역별 특색을 담은 문화활동 홍보부스로 채워진다. 드림로드는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 운영 노년 문화 프로그램 수행단체 15개의 문화활동을 담는다. 에듀로드는 어르신 문화 관련 일자리와 정책 관련 정보 부스로 채워진다. 비즈로드는 건강, 콘텐츠, 4차 사업 등 다양한 기업 및 단체를 둘러볼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된다. 조이로드는 서로 다른 세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감 프로그램 및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될 예정이다. 실버문화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연합회 관계자는 “노년 문화활동 교류 기회를 늘리고, 전국 노년 문화활동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노년 문화를 널리 알리는 페스티벌을 만들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실버문화포럼 실버문화포럼은 유인경 작가의 사회로 10월 27일(금), 서울 마리나에서 개최된다. 주제는 ‘실버 두잇! 꽃대를 꿈꾸다’다. 포럼에서는 실버 세대를 ‘꼰대’가 아닌 ‘꽃대’로 재정의하며, 인구의 32.6%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으로 편입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 해답을 찾아갈 예정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로 공동체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질 전망이다. 기조 강연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가 맡는다. 박 교수는 ‘100세 시대, 건강하고 활동적 노년을 위한 문화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새로운 노년 문화라는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현준엽 로쉬코리아 대표, 유소영 과천 경험공유학교 팀장의 밀도 높은 발표도 이어진다. 각 발표에 대한 참여자 의견 교류 및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돼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지방문화원진흥법(법률 제4718호) 제12조(연합회의 설립)에 의해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1962년 출범해 오랜 기간 지역 문화 진흥과 문화 향유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현재 ‘어르신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펼치며 문화를 통한 행복한 노년의 삶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 2023-10-0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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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변희봉, 췌장암 투병 끝 별세…향년 81세
- 배우 변희봉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변희봉은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한 끝에 18일 사망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변희봉은 앞서 지난 2018년 방송된 tvN ‘나 이거 참’에서 “지난해 ‘미스터 션샤인’ 캐스팅 요청을 받으면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때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며, 이후 관리를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밝힌 바 있다. 변희봉은 1963년 DBS 동아방송 성우 1기로 데뷔했으며, 이후 1966년 MBC 2기 공채 성우로 이적했다. 1970년 MBC 드라마 '홍콩 101번지'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드라마 ‘욕망’ ‘질주’ ‘1%의 어떤 것’ ‘늑대’ ‘위대한 유산’ ‘하얀거탑’ ‘공부의 신’ ‘울랄라 부부’ ‘오로라 공주’ ‘불어라 미풍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한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그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변희봉은 MBC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로 제21회 백상예술대회 TV부문 인기상을 받았으며, 영화 ‘괴물’로 제2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대중문화 각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발인은 오는 20일이며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 2023-09-18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