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3년 후인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이 길어진 만큼 각종 질병에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특히 치매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과도 같을 것이다.
중앙치매센터는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 814만여 명 가운데 84만여 명이 치매 환자라고 밝혔다. 이미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인 셈이다. 특히 요즘같이 봄철 미세먼지가 자주 찾아오는 시기에는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치매 유형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들 수 있는데, 미세먼지는 이 두 가지 치매 발생률을 모두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 신경세포 속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기능장애를 일으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중 탄소 덩어리가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반응할 경우 이러한 현상이 훨씬 빨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스웨덴 캐롤린스카대학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유발해 혈관성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이 5년간 대기오염과 치매의 관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도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가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졸중, 뇌출혈 등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미세먼지가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치매 증상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유입이 잦은 봄철일수록 시니어들은 치매에 대해 경계하고 의료진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치매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돼 화열(火熱)이 쌓이는 경우와 심신이 허해 기력이 쇠한 경우, 담음(痰飮)이라고 하여 체내에 축적된 불순물이 체액의 순환을 방해할 때도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뇌와 오장육부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치매 치료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전신의 신경과 혈관들이 잘 기능하도록 침, 약침, 한약 처방 등 전인적인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우선 침 치료를 통해 경직된 근육을 이완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경혈에 놓아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도록 한다. 여기에 기억력 개선 및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공진단 등 한약을 복용하면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공진단의 뇌 신경세포 재생 효과는 연구 논문을 통해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신뢰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손상된 뇌 신경세포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의 공동 연구에서도 쥐 실험을 통해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의 치매 예방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뇌허혈(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피 공급이 부족한 상태)을 유발한 쥐들을 대상으로 미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육공단을 먹인 쥐들의 평균 미로 통과 시간이 그렇지 않은 쥐들보다 두 배가량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예방 관리에 힘쓰는 것도 필수적이다. 봄철 치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내 습관으로는 환기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졌을 때 환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휘발성 화학물질이 실내에 쌓이면 인체에 오히려 더 유해하다. 또한 외출 후에는 꼼꼼히 샤워를 하고 외투 등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거나 자주 세탁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시니어들의 경우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만큼 일부러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와 신체를 움직일 필요가 있다. 주 3회 이상 산책과 맨손체조 등 운동을 하고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보다는 독서, 일기 쓰기, 악기 연습 같은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바람직하다. 두뇌 작용을 촉진하는 DHA가 풍부한 푸른 생선, 견과류 등을 평소에 자주 섭취하는 것도 좋으며, 뇌혈관 질환 관리를 위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치매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노후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행복한 노년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라면 치매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봄처럼 생기 있는 노후 생활을 위해 일상 속 다양한 활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생활화하도록 하자.
뇌 활력을 높여 치매 예방하는 지압법
노궁혈 지압 ‘노궁혈’ 지압은 정신 안정과 불안감 해소,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는 혈자리다. 노궁혈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을 때 중지가 닿는 곳에 위치한다. 10초씩 3번 지그시 눌러주거나 문질러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압기를 활용하거나 손 안에서 호두알을 굴려 노궁혈을 자극해주면 건망증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회혈 지압 백 가지 혈이 모인다는 뜻의 ‘백회혈’을 지압해주면 불면증, 어지럼증, 치매 예방 등에 효과적이다. 백회혈은 양쪽 귀와 코끝에서 올라간 선이 만나는 곳이다. 이 부분을 손끝으로 30초간 지압하면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뇌의 피로를 풀어준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은 상태로 머리 주변을 같이 마사지해주면 더욱 효과가 좋다.
열일곱 살 시츄 초롱이는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가족이다. 집 안 곳곳에 초롱이 물그릇이 놓여 있고, 깜빡임이 덜해 시력 저하를 막는 전등이 설치돼 있다. 벽에 뚫린 통로 덕분에 초롱이는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 책상 밑 공간’을 편히 드나들 수 있다. 미끄럽지 말라고 집의 바닥재에는 코팅까지 했다. 집이란 ‘가족’의 행복에 맞춰 구성되는 공간이다. 노견이 행복한 집에서는 노인도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성호 교수를 만났다.
초롱이를 위한 집의 모든 시설은 초롱이 아빠이자 초롱이의 반려인간 김 교수가 직접 고안한 것들이다. ‘초롱이에게 좋은 건 사람에게도 틀림없이 좋다’는 굳은 철칙의 발현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휴먼 애니멀 본드’(Human Animal Bond) 개념을 강조했다. 동물과 사람, 두 주체 모두 행복해야 유대로 인한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왜 입양하려고 할까요? 대다수 사람들은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답해요. 실제로 사람이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 사랑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죠. 재밌는 건 강아지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상호 유대적인 관계가 동물과 사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가 보는 이상적인 반려동물 양육은 주인과 애완동물이라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반려로서의 상호 돌봄이다. 사람이 개를 돌보는 것 같지만 사실 개도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고양이를 보호해주는 것 같지만 고양이로부터 보호받는 측면이 있기 때문. 김 교수 역시 동물복지 전문가로서 여러 반려동물 돌봄 및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비슷한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다. 우울증 때문에 두문불출하던 어르신이 강아지를 기르면서 안정을 되찾고, 강아지를 매개로 주변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 말이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책 찾아야
반려동물과의 유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집단은 외로운 사람, 특히 독거노인들이다. 그러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을 들이는 순간 이들은 취약계층이라는 이름의 벼랑 끄트머리에 놓이고 만다. 유대가 끈끈하게 형성됐지만 서로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 위험 상태까지 치닫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가 칭하는 취약계층이란 단순히 경제력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반려동물 돌봄 문제에서의 취약계층은 동물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거동이 불편해 충분히 산책시키기 어려운 상태거나, 양육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노인들은 대표적인 취약계층에 속한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신체·경제적 조건이 미달인 경우가 많아, 입양 후 얼마 안 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취약해진다는 것.
그는 이미 유대를 맺고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취약계층을 탓하는 대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취약하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상태지만 환자는 아니잖아요. 손 잘 씻고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면, 즉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면 감염되지 않을 거예요. 비용 면에서도 예방주사가 치료비보다 훨씬 싸지 않나요? 동물복지도 마찬가지예요. 취약점을 조금만 메워줘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을 테고, 이건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유익한 흐름이 될 겁니다.”
가성비 좋은 복지, 동물 돌봄 지원
김 교수는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9년 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던 때에 비하면 동지가 제법 늘어나 뿌듯한 마음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듣는 척도 안 했어요. ‘사람한테 쓸 돈도 없는데 동물한테 돈을 쓰라니 미쳤냐’는 소리나 들었죠. 3년쯤 지나니까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다며 찾아오고, 사회복지사들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찾아오더니, 이제는 기업 측에서 자문을 구하러 와요. 최근 4~5년 사이 의식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죠.”
그는 곧 마당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봉사단을 꾸릴 예정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장례 지원 봉사단을 만들어,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상실의 아픔을 다스릴 수 있도록 상담 등을 지원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반려동물 돌봄에 대한 지원은 가성비 좋은 복지 수단이므로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
그는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반려동물 돌봄 품앗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끼리 산책 모임을 갖거나, 급한 일 있을 때 반려동물을 맡아 돌봐준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자택에 머물며 나이 들길 원하는 시니어 트렌드와 겹치면서도 그가 자주 언급하는 커뮤니티 케어의 사례와 흡사하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도시락 배달 봉사할 때 반려동물용 사료를 같이 챙겨드려요. 이 봉사를 동네 사람들이 하면 안부 인사라도 한 번씩 더 주고받게 되고, 서서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동네 커뮤니티가 살아나는 거거든요. 소소하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TIP] 고령자 위한 양육 단계별 ‘반려동물 노노(老老) 케어’
01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상황과 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꼭 반려동물을 들여야겠다면, 고령 반려인에게 적합한 반려동물을 택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려견 종류는 로봇 강아지다.
02 나이 든 반려동물을 돌볼 때
ㆍ진료 및 치료비 지출을 고려해 여유자금을 미리 준비하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일찍 반려동물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반려동물 나이가 일곱 살을 넘기면 반드시 정밀 건강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이후 매년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치과, 안과 검진을 받으며 건강검진 기록을 잘 정리해 보관하도록 하자. 이외에도 식습관이나 배변 상태, 작은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야 한다.
ㆍ극도로 춥거나 더운 날씨에는 산책을 피하고,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부딪힐 수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미끄러운 바닥에 카펫을 까는 등 집 안 환경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ㆍ반려동물을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온·오프라인 지인들을 만들어두자. 혹은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나 지원을 활용하라. 주변에 도움 청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ㆍ반려동물 동반 시설(요양원이나 시니어 하우징 등)을 찾아보자. 해당 시설의 반려동물 관련 규정과 비용을 꼼꼼히 확인해 가장 적합한 곳이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ㆍ반려동물과 가급적 시간을 많이 보내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여행을 다니며 추억 쌓기를 권한다. 평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고 소통하는 것도 잊지 말자.
03 요양원 입소나 장기 입원 등으로 반려동물과 헤어져야 할 때
ㆍ믿을 만한 지인을 미리 확보해두도록 하자. 반려동물과 헤어진 후에도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면 더욱 좋다. 절대 온라인 광고나 인수업체에 비용을 내고 동물을 보내면 안 된다. 혹 입양을 보내게 된다면 신중하게 판단하고 반드시 입양비를 받아야 한다.
ㆍ반려동물을 보낼 시설을 찾는다면 공신력 있는 동물보호단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 중에서 선택한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인식해 애완동물이라 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심적 친밀감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신문이나 광고에서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는 현재, 동물들은 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참고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한겨레 애니멀피플)
작은 몸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한결같이 나만 바라보는 반려동물은 우리 마음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성별, 외모, 장애, 경제력 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며 비판하거나 질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강아지, 고양이, 새와 같은 동물을 인생을 나누는 ‘반려’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인구로 환산하면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펫 택시, 전용 유치원, 장례 서비스, 원격 양육 서비스 등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전문가들은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2015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방송사마다 동물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 동물 콘텐츠가 넘쳐난다.
반려동물의 긍정적 효과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1인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동물은 사람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이자 가족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심리와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9년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을 기르는 청장년 1인 세대보다 노인 부부 세대가 더 높은 심리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스트레스 감소, 대화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이 노인들의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장기간 생활하면 기억력 감퇴와 인지 능력 저하 등을 늦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해서다. 미국 플로리다주 제니퍼 애플바움(Jennifer Applebaum) 박사가 50세 이상 1300명의 인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53%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느렸다. 애플바움 연구원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과 스트레스 감소의 생리학적 측정(코르티솔 수치 및 혈압 감소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사이에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반려동물이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초기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 치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원에서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애니멀 테라피’를 실시하고 있다. 애니멀 테라피란 동물을 통한 치료 방법을 말한다. 활용되는 동물로는 개, 고양이, 돌고래, 소 등 다양하다. 예컨대 난독증 환자의 치료법 중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있다. 난독증 환자들은 자신이 더듬거리는 것에 대해 깊은 열등감이 쌓여 있거나 주눅 들어 있는 등 평소 자신감이 약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은 존재인 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낮아진 자신감을 올려주고, 점차 말을 더듬는 증상을 완화하는 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유기 동물 문제 해결과 노년층의 건강 회복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올해부터 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은 지자체가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 노인의 심리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
노년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보통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정들었던 동물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식처럼 기른 반려견, 반려묘가 죽어 큰 슬픔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고 반려동물을 향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 극도의 우울, 무기력, 자책 등의 감정을 동반할 수 있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실시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를 보면,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의 과반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을 꼽았다. 우울증(19.5%),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죽음에 대한 분노(7.9%) 등이 뒤를 이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대상이 떠난 후 밀려오는 그리움과 상실감은 당연하지만, 이를 잘 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관련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의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이별하며 슬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수습 절차나 방법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산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통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한다. 최근에는 오랜 친구를 폐기물로 처리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합동 화장을 진행하거나, 반려동물 장례 시설을 이용하는 추세다. 동물 장묘업체는 반드시 이동식 장묘업체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업체여야 한다. ‘e동물장례정보포털’(eanimal.kr)을 통해 합법적인 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반려동물을 부탁할 곳도 고민해야 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내 강아지를 돌봐줄까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해 반려동물 신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주인인 ‘위탁자’가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수탁자’인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한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인 ‘사후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에 필요한 양육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자신의 유산을 일부 상속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유언장이 있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비교적 명확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비해 반려인 사망 시 반려동물에게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돌연사, 고독사, 사고, 질병 등에 의해 반려인을 잃고 홀로 남을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페루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마카는 슈퍼푸드로 불리며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우주항공국 나사(NASA)에서는 우주인 식품으로 마카를 선정했을 정도. 원산지인 페루에서는 마카를 야채로 먹지만, 건조 분말 외의 수출은 금지된다.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마카 품종을 연구해 직접 재배하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봄이 오는 4월, 생마카의 수확 시기가 다가오면서 마카의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잉카 제국, 귀족 건강을 책임진 마카
무, 순무와 비슷하게 생긴 마카는 기원전 16세기 무렵부터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됐다. 과거에는 무척 귀한 약재처럼 교환되었으며 잉카 제국 시대에는 귀족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안데스 고지에는 건강한 노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카를 일상적으로 먹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1980년대 이후 글로벌푸드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페루에서 생산되는 생마카는 해외로 수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현지에서 마카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연구하고 재배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진행되었고, 생마카가 재배되긴 하지만 중국산 마카가 많아지면서 재배 농가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30년의 연구를 통해 생마카 재배가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산 생마카를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다. 마카는 1년에 한 번만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마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는 수확을 시작하는 4월 말부터다. 이후에는 장기 보관을 위해 분말의 형태로 가공된다.
슈퍼푸드로 면역력 높인다
마카가 가지고 있는 ‘아답토젠’이라는 물질은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올려주는 항스트레스성 자연물질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인삼과 홍삼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천연 강장제 역할을 한다. 또한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우울증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옐로마카에는 아미노산을 비롯한 약 스무 가지의 고농도 필수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아미노산은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성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또 각종 비타민 등의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데 체내 해독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탄수화물 함량이 가장 높은 종이다.
블랙마카는 전체 마카의 3%밖에 안되는 희귀종으로,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 골밀도 증가, 남성 호르몬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의 알카로이드와 덱스트린 성분이 정자의 활동성 개선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레드마카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의 함유량이 다른 마카보다 높다. 갱년기 여성 호르몬 균형에 효과적이며 전립선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마카 어떻게 먹을까?
페루에서는 생마카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다. 마카는 매운 맛이 나면서도 단 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파리는 샐러드로 먹는다. 뿌리의 경우에는 구워서 먹거나 구워서 잼이나 스프를 만든다. 마카를 구우면 매운 맛이 날아간다. 혹은 가루를 내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쓴다.
일본에서는 마카를 아주 얇게 썰어서 붉은 고기와 함께 섭취한다. 혹은 강판에 갈아 생선회와 함께 먹기도 하고 날계란을 올린 계란밥과 함께 섞어 먹는다.
마카의 경우 매운 맛이 강해 생으로 먹기 조금 어려울 수 있어 보드카, 럼, 진 등 도수가 높은 증류주로 담가 먹기도 한다. 혹은 피클로 담가 먹을 수 도 있다.
분말 고를 때 주의할 점
우리나라에서는 생마카 보다 마카 분말 제품이 대중화 되어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말 제품을 고를 때에는 성분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 중에서도 마카마이드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봐야 한다.
식물을 가공한 제품을 선택할 때는 추출, 착즙, 농축 분말이라고 표기된 것이 좋다. 일반 마카분말보다는 마카추출분발 성분이 더 좋다는 의미다. 생마카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면 일반분말이고, 대량의 마카를 농축한 뒤 추출해 분말로 만들면 추출분말이다. 농축 과정에서 전분기가 제거 되 흡수율이 더 높다. 또한 젤라틴화 분말이라면 더욱 흡수가 잘 되는 분말이다. 이 때 원료의 품질을 회사가 보증한다는 의미의 WCS 표기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인 만큼 장기 복용을 생각한다면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산화규소, 스테아린산마그네슘 등의 화학첨가물은 특히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제품을 만들 때 첨가되곤 하는데, 속쓰림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마카의 매운 맛을 중화하기 위해 합성첨가물이 들어가 있는지도 확인해보자. 이산화티타늄, D-소르비톨 등 맛과 향을 내는 감미료와 착향료 역할을 한다. 이산화티타늄의 경우 국제암연구소에서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는 성분이다.
화학첨가물과 합성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제품들은 NCS라는 표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6無, 8無’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의 경우 언급한 화학첨가물 이외의 다른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성분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마카가 몸에 좋다고 해서 과다하게 먹을 경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면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임산부나 수유중인 여성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달 말부터 5세부터 11세 사이의 소아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
전희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은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정부는 그간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던 5세부터 11세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전국 1200여 개소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3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예약은 이달 24일부터, 접종은 31일부터 시작된다. 전 2차장은 “우리보다 앞서 접종을 시행한 해외국가에서 그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고 전체 확진자 중 11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어서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기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가운데 11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15.4%이다.
이들은 한국화이자제약의 ‘코미나티주’를 백신으로 맞는다. 청소년용 백신과 유효성분이 같지만 용량이 1/3으로 줄어들었으며, 청소년용과 구분하기 쉽게 뚜껑과 테두리 색을 달리했다.
코미나티주 백신을 맞은 5~11세 소아는 1차 백신 접종 3주 뒤 2차 접종이 가능하다. 중증 면역 저하 어린이는 4주 뒤 3차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해당 연령대 어린이들은 코미니타주 백신 2차 접종 일주일 뒤 90.7%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중증으로 번질 확률이 74% 줄었다”고도 분석했다. 이미 백신을 맞은 청소년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반응을 보인 것.
심근염 등 부작용 보고가 존재하나 현재까지는 경미한 수준에 그친다. 두통이나 피부가 붉게 변하는 경미한 이상 반응이 대부분이며,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나 사망은 없었다.
정부는 우선 면역력이 낮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소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기초접종 완료 후 3개월이 경과한 12~17세 청소년에 대한 3차 접종도 오 늘부터 시작된다.
한편 지난달부터 18세 이상 고위험군 18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3차 접종을 완료한 면역저하자 130만 명과 요양병원·시설에 있는 입원·입소자와 종사자 50만 명이 대상이다. 3차 접종 이후 4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접종할 수 있지만, 해당 병원이나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3개월 이후부터라도 접종 가능하다.
정부는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을 4차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4차 접종 위험 대비 이득을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14일 4차 접종 시행 계획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는 일반적으로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과 사망위험이 높지 않다”며 “면역저하자와 요양병원·시설은 3차 접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이 감소돼 최근 누적 위중증 위험비, 사망 위험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접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군 이외의 대상에 대한 4차 접종은 아직까지 추가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유행상황에 대한 부분과 위험, 이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상처 없이 매끈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유독 아프고 쓰라린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꺼내기조차 쉽지 않고, 내 책임 같아 품에 안고 살았을 과거의 상처. 어떻게 치유하고, 독립하는 게 좋을까?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지만, 상처를 품에 안고 사는 사람의 마음속 어둠은 해소될 길 없이 번져만 간다. 이럴 때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일상을 벗어나 고요한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에는 마음에 쌓인 불순물이 쏟아지겠지만 어느새 감정 분출이 끝나고 치유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올 것이다.
과거를 마주하는 글·그림
과거의 나와 독립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고, 내면을 마주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두려움을 발설할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장은 우울, 불안, 무기력,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처방한다. 박 소장이 30여 년간 심리상담자로 활동하며 가장 먼저 쓰게 하는 글감은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다. 10분이나 20분 정도로 시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글을 쓰도록 한다. 망설임을 줄여 최대한 빨리 내면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그러면 욕하며 무시했던 사람들만 ‘죽도록 미운 당신’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 집을 나간 엄마, 실은 사무치게 그리웠던 이들을 대상으로 꽁꽁 숨겨뒀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외에도 박 소장은 ‘내 인생이 서러운 100가지 이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미처 하지 못한 말’, ‘자기 비난 실컷 하기’ 등의 글제를 제시했다.
그림을 이용한 치유 방법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카툰캠퍼스가 여러 노인 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하는 ‘시니어 만화창작학교’에서는 2014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화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물이나 인물 그리는 법, 소묘 등 그림 그리기 수업 외에도 스토리 전개 수업이 포함된다. 어릴 적 사용했던 소품 그리기,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면 그리기 등 주제를 던져 이야기를 유도하는 식이다. 이 과정은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이자 앞으로의 인생 방향을 알려주는 현명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현상규 강사는 “어르신들이 열심히 살아왔던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며 정체성을 다지는 것은 물론, 참여자들 간에 격려와 공감을 주고받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몸으로 하는 내면 위로
신비롭고 종교적인 수행법으로 인지되던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 갈 경제적·물리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간편하게 마음을 가다듬기 위함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명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고요한 음악을 배경으로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자연 소리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매일 예뻐지는 주문 등 샤머니즘 요소가 담긴 명상 음악도 있다. 이는 불면증 치료, 생활 습관 교정, 자존감 회복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유튜브 명상이 인기를 끌면서 전문 ‘명상 유튜버’가 등장할 정도다. 명상 문화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애플·나이키·페이스북·인텔·위워크 같은 많은 기업이 사내 명상센터를 개소하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내 명상 인구는 최근 5년간 3배 정도 늘어났다.
미국을 기점으로 확산된 치유 방법의 하나로 춤 치료, 댄스 테라피(Dance Therapy)가 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댄스 테라피의 신체적·심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 사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춤이 사람의 보행 속도, 균형성 개선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효과를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방암을 앓고 있던 60세 최순덕 씨는 “우울감과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던 중 우연히 만난 훌라댄스 덕분에 네 번의 항암 치료와 서른세 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딜 수 있었다”며 마음의 병을 이겨낸 사연을 풀어냈다. 남희경 명지대학교 예술심리치료학과 겸임교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감정은 가장 먼저 ‘몸’으로 나타난다. 몸은 마음이 사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불안하면 몸이 경직되고, 우울하면 무기력해진다. 또 화가 나면 압력솥처럼 끓어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말이 필요하다면, 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몸을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몸을 기반으로 마음을 돌보는 것에 대해 조언했다.
●Exhibition
◇박수근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출품작은 174점으로 박수근 전시 사상 최대 규모다. 전시는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됐다.
유화 7점, 삽화 원화 12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박수근 작품 33점 중 31점이 출품됐는데, 그중 ‘세 여인’, ‘마을풍경’, ‘산’ 등 3점은 최초 공개작이다.
미국 미술관에 소장됐던 ‘노인들의 대화’(1962년), ‘귀로’(1964년)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박수근의 은사인 오득영 유족이 소장해온 ‘초가’를 비롯해 개인 소장품 ‘웅크린 개’, ‘노상의 소녀’ 등도 첫 공개 작품이다. 2007년 5월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8년간 한국 미술 최고가 자리를 지킨 ‘빨래터’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해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가야인, 바다에 살다
일정 2월 6일까지 장소 국립김해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가야 유물 570여 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1부 ‘남해안의 자연환경’, 2부 ‘관문: 타고난 지리적 위치’, 3부 ‘교역, 가야 제일의 생업’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각종 유물을 통해 바다에 깃든 가야 문화의 다양성, 개방성, 역동성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특히 바다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가야인의 발자취를 집중 조명했다. 또 옛 김해만의 자연경관 복원에 대한 연구 성과는 물론이고 남해안 일대에 축적된 고고학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해상왕국’으로도 불리는 가야 문화의 특성을 관람객이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Book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에디 제이쿠·동양북스)
저자 에디 제이쿠는 1920년생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의 인생을 집약해놓은 회고록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에디 제이쿠는 19세이던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약 7년 동안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의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십 번 넘겼다. 부모를 가스실에서 잃고, 나치 간수가 되어 수용소를 관리 감독하는 대학 동기도 만나고,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며 민가에 도움을 청하다 다리에 총을 맞기도 했다. 특히 수용소 안에서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서 중노동을 해야 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가 책 안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참혹한 일을 겪었지만 에디 제이쿠는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운이 오더라도 자신의 삶을 사랑해보세요”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 집에 가서 당신의 어머니를 꼭 안아주세요’, ‘내가 누군가에게 베푼 작은 친절이 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등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얘기한다. 이 책은 그가 100세가 되던 해인 2020년에 출간된 후 호주 아마존 1위에 올랐고 미국, 영국 등에서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면서 전 세계 37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2021 올해의 자서전상, 2021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유럽에서 대한민국만세(송일국·상상출판)
배우 송일국이 유럽에서 삼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를 직접 찍고 글로 쓴 유럽 여행 화보 에세이다. 1년간 생활한 프랑스부터 스위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아이슬란드까지 총 8개 나라의 여행기가 실렸다.
◇오십부터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좋다(오츠카 히사시·한스미디어)
“50대는 무한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민한다.” 저자는 수십 년간 50대 1만 명의 이야기를 듣고 ‘후회하지 않고 50대를 사는 법’을 정리했다. 50대는 ‘인생의 디톡스 기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일, 업적, 인간관계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50년을 계획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필버그의 말(스티븐 스필버그·마음산책)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74년부터 2021년까지 48년 동안 그의 인터뷰 스물한 편을 소개하는 책에는 ‘죠스’, ‘쉰들러 리스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유명 영화의 제작기도 포함돼 있다. 또한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그의 개인적 삶까지 담았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일정 2월 25일 ~ 3월 13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질 마으
출연 안젤로 델 베키오, 막시밀리엉 필립, 엘하이다 다니, 젬므 보노 등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인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구, 부산 공연에 이어 서울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지난해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유료 점유율 99%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가 원작이다. 추한 외모의 꼽추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그 안에서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시기의 사회상과 이교도들의 갈등, 부당한 형벌제도, 인간의 욕망, 삶과 죽음까지 다각도로 담아내며 시대를 뛰어넘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뤄진 ‘성스루’(Sung-through) 작품의 백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로, 낭만적인 음악과 다양한 장르의 안무, 30톤의 거대한 무대 세트가 감동을 전해준다.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난 세기의 역작이다.
◇프리다
일정 3월 1일 ~ 5월 2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추정화
출연최정원, 김소향, 전수미, 리사, 임정희, 정영아 등
‘프리다’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이는 첫 중소극장 작품이다.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멕시코의 위대한 여성 화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그린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았지만, 자신의 지난한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추정화 극작가는 프리다의 마지막 생애를 쇼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형식으로 풀어낸다. 또한 주인공 프리다 칼로 역에 배우 최정원, 김소향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였다.
◇B클래스
일정 2월 25일 ~ 5월 15일
장소 브릭스씨어터
연출 오인하
출연 최정헌, 이지현, 지호림, 김찬종, 노태현, 류찬열, 한선천 등
2017년 초연 이후 매 시즌 관객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연극 ‘B클래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연극의 배경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만 갈 수 있는 예술인 양성학원 ‘사립 봉선예술학원’이다.
B클래스에 속한 학생 네 명이 실력이 아닌 능력과 조건만으로 평가받는 봉선예술학원의 기준을 넘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합동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청춘의 자화상이 큰 울림을 안겨줄 예정이다.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79). 국내외에서 축하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예정대로 연극 '라스트 세션'의 무대를 소화하고 있다.
오영수는 지난 10일(한국 시각) 열린 제 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을 수상했다. 앞서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반전을 지닌 노인 역할을 소화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 받았고, 깐부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오영수는 대중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연기 경력 59년차로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베테랑 배우였다. 그가 쌓아온 연기 내공이 이번에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오영수의 수상 이후 그를 향한 축하가 쏟아졌다. 이정재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남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깐부로부터"라고 오영수의 수상을 축하했다. 오영수와 '오징어 게임'의 깐부 신을 찍을 때 촬영한 사진도 게재했다. 이병헌 또한 "This is the Frontman speaking, Bravo!"라며 극 중 대사를 이용해 센스 있는 축하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 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배우 오영수 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의 CBS방송은 "올해 골든글로브는 TV 생방송이나 스트리밍 행사가 없어 예년보다 더 조용했지만, 몇몇 스타들이 역사를 새로 썼다”며 "'오징어 게임' 스타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고 평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배우가 후보에 올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첫 번째 사례"라고 재차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독창적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순식간에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라는 명예를 얻었고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따라)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현재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를 펼치고 있는 오영수는 연극 연습 도중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연을 하는 배우 이상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스트 세션'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영수에게 축하 파티를 해준 모습을 인증하기도 했다. 사진 속 오영수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어 오영수는 11일 예정대로 공연 무대에 올랐다. 수상 이후 쏟아진 관심에 연극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은 모두 전 석 매진되기도 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택해 주목을 이끈 바 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뜻이 전해진다. 오영수는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흥행 후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 깊다"고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 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일 개막한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한 치열하고 재치 있는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 등에 대한 대화를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편, 13일 미국 배우조합상(SAG)의 발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징어 게임'은 TV드라마 시리즈 앙상블상 후보로 지명됐으며,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주연상(정호연), 스턴트 앙상블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만이 ‘나는 늙었다’고 인정했다. 노인들 상당수가 자신이 늙었음을 인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이 조사는 ‘노령담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령담론이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인식과 표현의 총칭이다. 책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에 따르면 ‘노인은 ○○하다’에 해당하는 모든 상식, 편견, 인식, 선입견이 바로 노령담론이다. 이 책은 노령담론의 정의,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함과 동시에 질문한다. 과연 노인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골칫거리이자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이며, 이러한 노령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는 노인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까?
책은 아홉 개의 키워드를 앞세워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실히 써내려간다. 모든 대답의 전제는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다. 에이지 프렌들리란 고령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과 사회의 철학을 뜻한다.
‘에이지 프렌들리’하려면 우리 사회의 고령자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수다. 저자인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진들은 현장에 나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이를 취합해 아홉 가지로 분류했다. 또한 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서유럽 국가,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중국 등 세계의 비즈니스 사례 100가지를 들어 향후 시니어 트렌드를 제시했다.
이 책에 따르면 이 시대의 새로운 노인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시설보다 집에서 늙으려 하고, 자식에게 도움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고 싶어 한다. 유튜브나 SNS에서 맹활약하며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하는 물건을 구매해 팬 카페에 인증샷을 올리고,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자칫하면 120세까지 살 수도 있는 시대’에 고령자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은 에이징 테크(aging tech)를 이용해 더 젊고 더 오래 살면서도,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에이징 프렌들리 모범국가들마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문제도 있다. 책 집필진 중 한 명인 이동우 대표 저자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와의 저자 인터뷰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는 반드시 풀어야 하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해결한 곳이 없는 문제라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일은 대안을 내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책에 소개된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의 견해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마우로 기옌 교수는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이 35억 명에 달할 것이며,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가 사라지고 세대 간의 역학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50대에서 70대의 시니어 세대는 이미 실제로 경제력을 갖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우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자'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한국 나이 79세, 연기 경력 59년차에 접어든 그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즈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제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오영수는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 부문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에서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수상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각각 TV 드라마와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지만, 한국인 배우는 오영수가 처음이다.
더욱이 골든글로브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터라 오영수의 수상은 이례적이고 유의미하다. 지난해까지 골든글로브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때문에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2021년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친 바 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최약체인 노인 참가자로 보였으나, 알고 보니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는 캐릭터로 반전을 선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오영수는 '깐부 신드롬'을 불러왔는데, 깐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해외 매체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영수는 수상 후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고맙다"라고 전했다.
오영수는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또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드라마 '선덕여왕', '무신' 등을 포함한 다수의 작품에 스님으로 출연해 '스님 전문 배우'로 통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오징어 게임'을 통해 연기 생활 58년 만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그가 묵묵히 연기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오늘날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오영수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아름다운' 삶을 사는 어른의 품격을 보여줘 인간적으로도 귀감을 싰다.
한편, 오영수는 오는 3월 6일까지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출연을 결정해 주목 받았다. 당시 오영수는 연극 출연에 대해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