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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고 보는 배우, 윤여정의 선택은 옳았다
- 배우 윤여정의 출연작들이 연일 호평을 얻으며 그녀의 남다른 혜안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라도')은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지푸라기도'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노리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작품 속 윤여정은 기억을 잃은 노모 '순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3월 개봉하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이하 '찬실이는')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에 이어 제63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 제22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15회 오사카 아시안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으로 화제를 낳았다. '찬실이는'은 '복'많은 찬실이의 인생 극복기를 그린 작품으로, 윤여정은 정 많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았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고 따뜻한 ‘복실’ 할머니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어 배우 한예리, 스티븐연과 함께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따라 미 아칸소주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한국을 넘어 윌 패튼, 스콧 헤이즈, 노엘 케이트 등 해외 배우들과 그녀의 연기 호흡이 기대를 모은다.
- 2020-02-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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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아줌마’ 옥금 씨, 신바람 났다!
-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의 톤도 내용도 화창하다. 꽃 핀 개나리처럼 밝다. 전공은 미나리 농사. 청초하기로 개나리에 맞먹을 미나리와 자신이 딱 닮았단다. 미나리의 억센 생명력, 그걸 집어 자신의 정신적 초상으로 여기는 거다. 미나리의 초록처럼 싱그러운 시절은 아쉽게도 이미 몸에서 떠났다. 그러나 이옥금(62) 씨가 누리는 귀농생활은 베어낸 자리에 다시 싹눈이 돋는 미나리처럼 싱싱하다. 농사란 정한(情恨)의 사업이다. 흠뻑 정을 쏟아도 일쑤 허무한 결산이 돌아오는 게 농사이니까. 그러나 미나리 농군 옥금 씨는 구슬피 우는 일 한 번 없이 쾌속 직진했다. 미나리 농사를 시작한 첫해부터 오붓한 결산을 봤으며,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거침없이 질주할 게 빤하다는 게 아닌가. ‘뭐시라? 그럼 나도 미나리 농사에 뛰어들어볼까나!’ 이렇게 솔깃해하며 미나리를 믿고 귀농에 용기를 내는 이가 있다면 그는 머잖아 싱긋 웃을지도 모른다. 썩 유능한 작목을 선택했다는 안도감으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옥금 씨의 믿을 만한 귀띔에 따르면, 개중에 유망하면서도 수월한 게 미나리 농사라는 게 아닌가. 물론, 남의 흉내만으로 덩달아 성취할 수는 없는 게 농사다. 야무진 자립 의지와 노력, 그리고 속 깊은 꾀주머니가 필요하다. 행운을 배달하느라 늘 업무에 바쁘신 천사의 내방도 필요하다. 여하튼 농사 초보자에게 미나리만큼 대견한 작물이 다시없다는 게 옥금 씨가 주는 금쪽같은 힌트다. 그녀 자신이 일련의 성취를 이룬 본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미나리 연간 매출액 약 7000만 원 흔히 남편의 근사하고도 집요한 꼬드김에 따라 부부 귀농이 이루어진다. 옥금 씨의 경우는 달랐다. 옥금 씨가 먼저 남편 정덕근(69) 씨를 유인했다. 아마도 신혼 첫 밤의 속삭임처럼 자못 감미로운 유혹이지 않았을까. 지루한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인간의 고유한 의무인 평온한 삶을 구가하자, 피로에 찌든 두 사람의 영혼에 생기를 부여해보자는 요지의 제안을 했던 모양이다. 거기엔 아무런 먹구름이 없었다. 해서, 은퇴 이후의 나날을 다소 따분하게 보냈던 덕근 씨는 노년의 신세계가 멋들어지게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마침내 아내와 함께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저 멀지 않은 곳에서 희양산의 우뚝한 바위 봉우리가 눈부신 빛을 뿜는 경북 문경군 가은읍의 변두리께 시골로. 그게 10년 전의 일이었다. “제가 원래 여행을 좋아했어요. 문경으로 귀농한 것도 여행 중에 만난 문경 산수에 반한 호감 때문이었지요. 명산이 많아 어딜 보나 아름다운 지역이니까요. ‘문경’(聞慶), 즉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지명의 뜻도 아주 기분 좋더라고요.” “귀농하자마자 미나리 농사를 시작했나요?” “처음 한동안은 오미자 농사를 했어요. 오미자가 문경의 명산물이거든요. 지역의 대세를 따랐던 셈이죠. 그런데 전지(剪枝) 작업을 비롯해 모든 게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나 부부 둘 다 키가 작아 오미자 덩굴을 지지대 위에 올려주는 작업이 엄청 힘들더군요. 남편의 불평불만마저 심해져 자칫하면 이혼 법정에 설 것 같은 상황이기도 했어요.(웃음) 이래저래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미나리로 바꿨지요.” 미나리엔 두 종류가 있다. 물속에서 길러 뿌리째 생산하는 물미나리와, 밭에다 재배해 잎자루를 수확하는 밭미나리. 옥금 씨는 비닐하우스를 지어 밭미나리를 기른다. 경지 면적은 1200평. 그간의 연간 매출은 평균 6000만~7000만 원이며 이것의 70%가 순소득이란다. 미나리 재배 첫해부터 이런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니 놀랍다. 더욱 기똥찬 건 연중 작업기간이 다만 두어 달이라는 점. “미나리 농사의 매력은 한둘이 아니에요. 우선은 첫해부터 수익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생산까지의 작업 과정도 단순하고, 다년초라서 한 번 심으면 과수처럼 해를 이어 계속 수확이 됩니다. 농약이나 농기계가 필요한 일도 아니고요.” “연중 작업기간이 불과 두어 달이라 했죠? 그 이상은 생산이 어려운가요?” “연중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늦겨울과 초봄 사이 두어 달만 집중해도 채산성이 좋기에 그리 하고 있어요. 이 시기엔 잡초도 거의 없어 일이 한결 쉽지요.” “판로 문제는? 생산이 쉽더라도 판매조차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게 가장 중요한 대목이죠. 즙으로 가공하지 않는 한 저장 판매가 불가능해 생물로 즉시 팔아야 하는 게 미나리이니까. 저는 밭을 살 때 일부러 차량 내왕이 많은 도로변을 택했어요. 관광지구 문경을 드나드는 관광객들이 직접 재배 현장을 구경하고 시식까지 겸할 수 있도록 찻길 가에 간이식당이 딸린 농장을 조성한 게 주효했지요. 지인들을 통한 택배 판매나 SNS 마케팅도 겸해왔지만 현장 판매가 참 재미있어요. 주말이면 허리에 찬 전대가 순식간에 불룩해지던걸요.(웃음)”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밤낮없이 식은땀을 흘리기 쉬운 게 농사다. 물정에 어두운 귀농인의 시련은 더 자심할 수밖에 없다. ‘하이고, 이건 뭐 모래성을 쌓는 거 아녀?’ 그런 푸념이 푸짐하게 터져 나올 수 있는 것. 하지만 옥금 씨는 까딱없다. 오미자로 초기에 잠시 죽을 쑨 것 외엔 순풍을 만난 돛배처럼 길찬 행보를 거듭해왔다. 이게 오로지 자력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란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적극 거들어준 대목이 많다는 게 아닌가. 멘토를 붙여주고 판로를 함께 모색하는 식으로. 올봄부터는 관에서 주도하는 ‘문경 미나리삼겹살 식당 단지’에 미나리를 납품할 예정이며, 공급 물량의 지속을 위해 미나리를 연중 생산할 계획이다. “사견이지만, 제가 파악하기로는 전국의 미나리 농가들이 대체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 같아요. 경북 청도군에 이어 미나리 농업 특화지구로 부상하고 있는 문경군으로 귀농한 건 행운이었지요. 애초 농사에 전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빠져들었어요. 귀농 이후 할일이 많아졌지, 사귄 사람 많아졌지, 갈 곳과 오라는 곳 많아졌지, 이모저모 즐거워요.” 고충은 낙관적 근성으로 해결했다 신바람 났다, 옥금 씨. 예상하지 못한 고난으로 어혈이 든 심정으로 헤매기 쉬운 게 귀농생활. 그러나 그녀에겐 무관한 얘기다. 두루두루 즐거운 일 속에서 활갯짓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과 기쁨을 느낀다는 게 아닌가. 이는 옥금 씨가 몹시 사랑해 마지않는 희양산의 정기를 받은 덕택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신이 스스로 기른 활달한 기상의 정기를 받은 덕이라 봐야 할 것 같다. 타고난 근면성, 낙관적인 근성, 거침없는 사교성을 겸비했으니, 한마디로 어느 물에 던져놔도 물방개처럼 능숙히 활개칠 성향이지 않겠는가. 게다가 딱 부러지게 대찬 투지마저 타고났다. 귀농 초기, 그녀는 여기저기서 몇 번 맞붙었단다. “귀농인들에게 던지는 눈초리부터 차가운 게 시골 분위기입니다. 초기에 저는 세 차례 들었다 놨다, 원주민들과 싸워 이겼어요. 한번은 공무원들과도 싸웠지요. 농지원부 관련 일처리에 너무도 미온적이라 분통을 터트렸던 건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일단 책상을 탕탕 치며 ‘면장 나오라고 해!’라고 버럭버럭 고함을 치라고요. 그래 그대로 했더니 비로소 태도를 바꾸더라고요.(웃음)” “원주민 한 사람과 싸우고 나면 마을 전체가 돌아앉을 수 있지요. 미운 털이 박힐 걱정은 하지 않으셨나?(웃음)” “통과의례를 피할 수는 없지요. 충돌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긍정적 관계의 조성을 앞당겼다고 봐요. 뭐 사실, 저의 단점은 인정합니다. 매사 너무 적극적이라는 거!” “문경군 귀농귀촌협의회장으로도 활동했죠? 조용하고 한가한 시골 생활을 계획했던 처음의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살아온 셈인가요?” “별안간 방향이 달라진 게 사실이지요. 그런데 일이 즐거워 집 안에만 박혀 있긴 힘들더라고요. 이왕 시골에 온 김에 남들과 어울려 더 즐겁고 더 보람찬 일을 찾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누를 수가 없어서.”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남들의 유익까지 생각했다는?” “남들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 결국은 저 자신에게 보람으로 돌아오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지인들이 일손을 필요로 할 경우엔 무조건 달려갑니다. 불편하고 험한 일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게 저의 특질이기도 해요. 예전엔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을 자주 했는데 그때에도 주로 오지를 누볐지요. 그런 여행이 삶의 본질 같은 걸 사색하게 하니까.” 귀농을 통해 자연 속에 살다 보니 이젠 딱히 여행 충동을 느끼지도 못한단다. 가만히 바라보면 주변의 자연 풍경이 경이로워 이미 이색이며 충분한 사색의 재료이기 때문에. “삶의 본질? 그걸 뭐라고 보죠?” “황량하고 쓸쓸한 게 인생의 본질 같아요. 그러나 다 긍정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가급적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것. 그런 걸 자주 생각해요. 제가 한번은 국수집을 차려 즐거웠어요. 문경 아줌마들이 모이는 수다방을 만들고 싶어 한 그릇 가격을 3000원으로 정해 문턱을 낮췄지요.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어요. 어휴, 남녀노소 손님이 어찌나 많던지 남편의 원성이 하늘에 뻗치던걸요.” “박수가 아니라 원성이?” “일을 거들던 남편이 질려 나가떨어진 겁니다. ‘이거야 원, 농사도 힘들어 죽을 맛인데 내가 국수까지 말아야 하느냐? 이젠 정말 못 살겠다!’ 그런 비명을 지른 거예요. 냉큼 가게를 접었지요. 하하하!” 투덜이 남편은 하나뿐인 길벗 옥에 티라 할까. 옥금 씨의 미끈한 시골생활에도 폐단이 있다. 남편과 앙앙불락 실랑이가 잦았으니 말이다. 이는 사실 간단한 ‘티’가 아니라 토네이도의 전조일 수 있었지만 용한 곡예로 어렵사리 넘어온 것 같다. 내외는 한집에 살면서도 3년째 별거하고 있다. 옥금 씨는 안채에, 덕근 씨는 별채에. 이렇게 소가 닭 보듯이 사는 게 서로 속 편하단다. 규격화된 부부 시스템에서 진취적으로 벗어나 호젓하게 개체의 인권과 자유를 누리기에. 용무가 있을 때면 상대의 주둔지로 면회를 가겠지. 영치금을 넣어주듯이 간간이 풍미 넘치는 별식을 넣어줄지도 모르겠다. 잠이야 창문을 톡톡 두드리는 달빛이 있으니 한 이불을 덮지 않아도 될 테지. 아직 불후의 저작을 내지는 못했지만 옥금 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해 시(詩)로 등단도 했다. 덕근 씨는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서 항공교통관제 공무원으로 35년을 근무하다 퇴직했다. 사회와 이웃을 교란한 적 없는 이 무고한 사람들은 제각각 억울하다고 하늘에 대고 탄원서를 쓴다. 할 만한 일이라는 일은 모두 찾아 나를 쏟아 부음으로써 명랑 사회 건설에 이바지하는 게 무슨 죄냐고 옥금 씨는 툴툴거린다. 반면, 덕근 씨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날이면 날마다 나를 일에 처박아 골병들게 하느냐고 투덜거린다. 그것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말이다. 덕근 씨는 괜스레 아내의 꾐에 코 꿰여 애초 기대했던 시골이라는 낙원은커녕, 만고에 허무한 지옥에 풍덩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씩 웃으면 해맑은 표정이 드러나는 이 순둥이 남자는 낙원을 찾아 모퉁이를 돌다가 왕퉁이 벌에게 쏘인 격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옥금 씨는 고고싱! 어디까지나 직진이다. 인생이란 저마다 외로운 별처럼 홀로 광을 내야만 하는 고독 드라마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가 이젠 남편을 완전 포기했어요. 남편 역시 저를 도저히 뜯어고칠 수 없는 여자라는 걸 명석하게 알아차린 것 같아요.(웃음) 그러자 살짝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아요. 연민이라 하나? 그런 감정도 생기고요. 알고 보면 남편이 엄청 착한 사람이거든요.” 유유상종할 게 드문 연이라는 걸 귀농하고서야 알았단다. 그러나 근 한평생을 동행한 남편이란 앞에도 없었고 뒤에도 오지 않을 하나뿐인 길벗. 그걸 인정하고 이젠 연민으로 남편을 보듬을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옥금 씨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일 생각으로 꽉 차 있다. “이 좋은 시골을 놔두고 왜 아비규환 같은 도시에서들 살까요? 요즘 저는 어떻게 해서든 도시 주부들을 한 트럭씩 실어다 1주일이라도 시골 체험을 하게 할 생각에 골몰해 있어요. 귀농을 유도하기 위해.” 이옥금 씨가 주는 Tip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용기를 내라. 이것저것 재다 보면 세월만 축난다. 어떻게든 기어이 살아남겠다는 결심이면 길이 열린다. •시골에 으리으리한 집을 짓지 말자. 이웃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팔기도 어렵다. •사전에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귀농지를 결정하자. 농사는 지역 환경이 중요 변수이니까. •유아독존할 게 아니라면 경치 좋다고 깊은 산중에 올라가 살지 마라. 눈길이나 빗길에 구르기 십상이다. 3년쯤 지나면 다 내려온다. 좋은 경치야 슬슬 근방을 찾아다니며 즐기면 된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 2020-02-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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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물 없는 한식은 없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한식은 탕반(湯飯) 음식이다. ‘반’은 밥이다. ‘탕’은 국물을 뜻한다. 우리는 국물 없는 밥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 밥상에는 밥과 국이 있고, 반찬을 더한다. 밥과 국은 우리 밥상의 기본이다. “일본에서도 밥과 국을 같이 먹더라”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 등에서도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종류가 한정적이다. 아침 밥상의 ‘미소시루(일본 된장국)’ 정도다. 낮이나 밤의 밥, 술자리에서는 흔하지 않다. 아침에 먹는 국 한 종지 정도다. 한식 밥상은 국의 향연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늘 “오늘 저녁은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했다. 우리 밥상은 밥과 국을 빼고는 성립하기 힘들다. 웬만한 밥상에는 늘 국이 등장한다. 국, 밥, 김치만 있는 밥상도 즐겁다. 탕반 음식은 우리의 핏속에 녹아 있는 음식문화다. 국도 여러 종류다. 고깃국, 생선국, 각종 채소국, 이도 저도 아닌 된장국까지 국물 없는 밥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한여름철에는 근대국과 아욱국을 따로 끓인다. 얼핏 보면 비슷한 아욱과 근대. 그러나 국으로 끓이면 그 맛이 각별하다. 콩나물, 미나리, 무, 시금치, 각종 시래기와 우거지까지. 한반도의 국물은 끝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탕, 국물이 없는 밥상은 ‘국물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인간관계를 끝낼 때도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밥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기본이 국물이다. “넌 앞으로 국물도 없다”는 말은 인간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최소한의 것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이 없는 밥을 먹으면 목이 메었다. “국물도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는 매정한 표현이다. 국물의 기본 국물의 기본은 ‘대갱(大羹)’이다. 대갱은 고기 곤 국물, 고깃국물이다. ‘대’는 크다는 뜻과 더불어 으뜸, 시작, 바탕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무런 양념이나 부재료인 채소 없이 국을 끓이면 대갱이다. ‘대갱’은 중국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오래전에는 매실과 소금으로 기본적인 양념을 대신했다. 대갱은 ‘매실이나 소금 양념’도 하지 않는, 고기를 곤 국물이다. 맛을 따질 일은 아니다. 맛이 있으면 양념한 화갱을 찾을 일이다. 국물에 채소나 양념을 넣으면 ‘화갱(和羹)’이다. 중국에는 화갱이나 대갱 모두 사라졌다. 화갱은 그나마 중식 코스 요리 중, 각종 채소를 넣고 생선이나 고기를 더한 국물 음식이 남아 있다. 한식에는 아직도 대갱이 살아 있다. 곰탕이 대갱이고, 제사상의 곰국, 곰탕이 바로 대갱의 변형이다. 우리 밥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화갱이다. 채소에 고기를 넣고 끓여도, 채소만으로 끓여도 화갱이다. 고깃국, 채소, 생선이나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한 것이 모두 화갱이다. 한국 사람들의 밥상에는 화갱이 늘 자리한다. 시래깃국, 김칫국, 배춧국, 뭇국, 시금칫국, 토란국, 아욱국, 근대국 그리고 해조류를 넣은 미역국, 톳을 넣은 국, 몸국(모자반국)과 해산물을 이용한 북엇국 등 숱한 국물 음식들이 그것이다. 곰탕과 설렁탕 곰탕과 설렁탕은 비슷한 음식이다. 약 100년 이상 곰탕과 설렁탕은 경쟁하고, 상대의 장점을 서로 더했다. 두 국물은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곰탕은 ‘고기를 곤 국물’이다. 쇠고기 양지 부위를 중심으로 푹 곤 국물은 반가의 음식이기도 하다. 서울이나 나주 등에서 곰탕이 유행한 이유도 간단하다. 서울, 한양은 궁궐이 있었던 도시다. 각종 관청도 많았다. 궁중의 제사를 모시는 종묘가 있고 공자의 제사를 모시는 성균관, 대성전이 있다. 제사에는 귀한 쇠고기를 사용한다. 공식적으로 쇠고기 도축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곰탕을 비교적 흔하게 사용했다. 서울, 한양의 곰탕집들은 이런 쇠고기 소비문화를 뒤따른 것이다. 나주 곰탕도 마찬가지다. 나주는 큰 도시였고 큰 관청, 관사가 있었다. 역시 향교가 있고 외부 손님들의 방문도 잦았다. 한양 도성에도 외국에서 온 사신과 외부 관리들의 방문이 잦았다. 역시 쇠고기 소비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나주 곰탕, 진주냉면이 발달한 까닭이다. 설렁탕은 출발부터 다르다. 곰탕이 고기 곤 국물이라면 설렁탕은 뼈와 내장 곤 국물이다. 때로는 소머리를 곤 국물도 더했다. 오늘날 서울 인근 경기도 몇몇 곳에 소머리 국밥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설렁탕을 만들 때 소머리도 이용했다. 그 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 바로 소머리 국밥이다. 오늘날의 설렁탕에는 쇠고기도 더한다. 양지나 우둔살의 일부, 업진살 등을 넣는 설렁탕 전문점도 많다. 곰탕의 장점을 받아들인 결과다. 출발은 곰탕과 다르다. 내장, 소 머릿고기 등을 사골, 잡뼈 곤 국물에 더했다. 이른바 ‘부산물’들이다. 부산물은 정육의 대칭어다. 곰탕은 정육에서, 설렁탕은 부산물에서 출발했다. 육개장과 닭개장 닭은 개체가 너무 작다. 가정에서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닭은 귀한 달걀을 낳는 존재. 그나마 풀과 벌레가 흔한 여름철과 달리 추운 겨울에는 먹이가 마땅치 않았다. 봄에 병아리에서 시작, 늦가을 대부분 닭을 ‘정리’했던 이유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 급격히 발달한 주막에서 개장국을 끓인 것은, 그나마 개가 개체가 크고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내내 개장국은 주막의 주요 메뉴였다. 개장국은 ‘개고기+장(醬)+국[羹, 갱]’이다. 개고기는 일상으로 먹는 상식(常食)이었다. ‘명의록(明義錄)’은 정조대왕 즉위 원년(1776년)에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 완성한 책이다. 정조의 대리청정을 반대했던 홍인한, 정후겸 등을 사사한 과정 등을 기록했다. 할아버지 영조를 대신해서 대리청정했던 세손, 정조대왕이 즉위한 직후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반대하고 궁궐에 자객을 침투시킨 반대파를 엄벌한 것이 정당했음을 밝힌 책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드라마 ‘이산’과 영화 ‘역린(逆鱗)’의 소재가 되었다. ‘이산’과 ‘역린’에 공히 정조 암살을 위해서 자객이 궁궐에 침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반대파에 의한 정조 시해 시도는 있었다. ‘명의록’의 공초(供招) 기록에 의하면 전병문, 강용휘 등 범인들은 궁궐에 침투하기 전 ‘궁궐 밖 개 잡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 거사 실패 후 남대문 언저리로 도주, 다시 ‘개 잡는 집’에서 만난다. 사건 수사기록인 공초에 아무렇지도 않게 ‘궁궐 밖 개 잡는 집’, ‘남대문 언저리 개 잡는 집’이라고 기록한 것을 보면 18세기 후반에는 한양 도성 곳곳에 개 잡는 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개장국은 저잣거리 주막의 평범한 음식임을 알 수 있다. 1670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안동 장 씨 할머니의 ‘음식디미방’에도 나온다. 개장국은 반가, 저잣거리를 따지지 않고 널리 퍼져 있었다. 조선시대 말기와 일제강점기에는 육개장과 설렁탕 등으로 바뀐다. 육개장은 ‘육[肉=쇠고기]+개장국’이다. 즉, 쇠고기로 마치 개장국같이 끓인 음식이 육개장이다. 나중에 등장하는 닭개장은 ‘닭고기+개장국’ 형태의 음식이다. ‘닭계장’으로 쓴 것은 틀렸다. 닭개장이 맞다. 개장국이 사라진 것은 청나라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인 결과다. 청나라는 유목, 기마민족이다. 개의 존재가 농경민족인 우리와는 다르다. 개는 동반자 때로는 생명의 은인이다. 청나라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우리도 청나라 문화를 받아들인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저잣거리에서도 개고기를 피하는 이들이 생긴다. 조선시대 말기 소의 생산량도 늘어나고 국가의 금육 정책도 힘을 잃는다. 나라가 망한 일제강점기, 금육은 허물어진다. 쇠고기를 더한 육개장과 쇠고기로 끓인 곰탕, 소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끓여낸 설렁탕이 널리 퍼진다. 한반도의 국물 음식 중 으뜸은 곰탕, 설렁탕, 육개장 그리고 육개장을 중심으로 변형된 해장국들이다. 선지해장국과 뼈다귀해장국이 있다. 선지에 각종 채소를 더한 것도 등장하고 장터에서 간단히 만들어 내놓았던 장터해장국도 선보인다. 한반도만의 국물 문화 전 세계 모든 문명국에는 라면이 있다. 동남아, 중동, 유럽, 미국,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 라면을 먹지 않는 나라는 드물지만, 라면 국물을 알뜰하게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서 라면을 먹었던 이들은 “듣기와는 달리 일본 라면이 짜더라” 말한다. 당연하다. 일본인들은 라면 국물을 우리처럼 알뜰하게 먹지 않는다. 일본은 면 중심으로, 우리는 국물 중심으로 라면을 먹는다. 면을 먹는 이들은 면에 국물이 배어든 맛을 즐긴다. 우리는 라면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다. “나트륨이 많은 국물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은 허망하다. 우리는 ‘국물도 없는’ 음식을 싫어한다. 면보다는 국물에 만 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야 속이 후련하다.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수반(水飯)도 마찬가지다. 물에 만 밥. 입맛이 없거나 간단한 상으로 손님을 접대할 때 정식으로 수반을 내놓았다. 왕(성종)도 즐겨 먹었고, 아버지 묘소에서 간단하게 수반을 먹었다는 기록을 남긴 왕도(정조) 있다.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후 일상적으로 먹는 나물국, 생선, 고깃국, 개장국과 설렁탕, 곰탕, 육개장 그리고 라면과 수반까지. 한반도만의 독특한 국물 문화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회삿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KBS2 ‘생생정보통’, MBC ‘찾아라! 맛있는 TV’,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 ‘한국 맛집 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 등이 있다.
- 2019-09-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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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저녁 식탁
- 대전 유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후 늦게 장바구니 하나 들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한 시간 후면 남편 퇴근시간과 얼추 맞아 떨어지니 만날 시간과 장소를 카톡으로 보냈다. 무엇을 살지 작정하진 않았지만 내 눈에 푸성귀 하나가 자꾸 들어왔다. 미나리다. 저녁엔 미나리 전과 막걸리를 식탁에 올려볼까 싶었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린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스스로 기특(?)했다. 나는 밭에서 자라는 손가락 한 뼘 길이의 향이 진한 돌미나리를 골랐다. 내 옆에서는 다른 손님이 무장아찌를 비닐에 대여섯 개 정도 담아 값을 흥정하는 중이었다. “하나 더 줘요. 단골로 오는데.” “큰 건 안돼, 쩌~기 째깐한 거 하나만 가져가.” 무장아찌를 놓고 두 사람의 오가는 얘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마나 맛있기에 장아찌를 저렇게 많이 살까싶어 손님한테 내가 넌지시 물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입맛 없을 때 괜찮지. 매운 고추 쫑쫑 썰어서 깨소금하구 참기름 살짝 둘러 먹으면 맛있어~.”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무장아찌다. 나는 5천원을 내고 돌미나리 한 봉지와 손바닥만한 무장아찌 한 개를 받았다.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가 돌아서는 내게 당부하듯 말한다. “장아찌 간이 삼삼한 께 짠기(짠맛)를 따로 빼지 말구, 한 번 씻어서 먹기만 하면 되야.” 미나리와 무장아찌라니. 두 가지 다 먹고 싶어 산 건 아니다. 사 놓고 보니 남편 식성에 맞춰 산 게 되었다. 파장 분위기가 되면서 여기저기 떨이로 내놓는 물건들 값이 반 이상으로 내려간다. 혹시나 무거운 짐을 들었을까 싶어 남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집으로 가면서 저녁엔 미나리전과 막걸리를 먹을 거라고 하니 남편은 그렇잖아도 장에서 미나리를 사고 싶었는데 마누라 번거롭게 할까봐 말을 안했단다. 미나리를 물에 담그니 점점 생기가 돈다. 부침개를 하기엔 양이 너무 많아 반은 데쳐서 새콤달콤 무치기로 한다. 지글지글 부친 미나리전과 막걸리로 입가심을 하는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린다. 술은 딱 한모금만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나. 그 뒤에 오는 맛은 맛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라 술 한모금 뒤에는 물잔으로 술을 대신한다. 데친 미나리를 무치려고 다진 파와 찧은 마늘, 매실청을 넣었다. 주방에 서서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씽크대 선반 문을 열었다. 소금, 설탕, 고춧가루 등 양념통들이 올망졸망 모인 칸에 깨소금이 들어있는 유리병이 보였다. 그 병을 꺼내려면 병 위에 올려놓은 또 다른 병을 치워야 했다. 그 순간 병 하나가 손쓸 새도 없이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치며 뚜껑이 열렸다. 아마 지난번에 뚜껑이 덜 닫힌 것 같았다. 병은 주방 씽크대와 남편이 앉아있는 식탁, 그리고 냉장고를 둥글게 구르며 깨소금이 몽땅 쏟아졌다. 남편이 안 됐다는 듯 말했다. “병을 층층이 쌓으면 위험하다고 지난번에도 얘기했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때도 치워야지 했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오늘 드디어 사단이 났다. 남편은 막걸리를 먹다 말고, 나는 미나리 초무침을 하다 말고 바닥에 깔린 깨를 쓸고 정리했다. 친정어머니가 국산 참깨 볶은 거라고 따로 챙겨준 건데, 그 깨를 쓰레기통에 넣는 마음이 쓰렸다. 미나리 초무침은 깨소금 없이 식탁에 올렸다. 무장아찌를 잘 씻어 채를 썰었다. 한 개 집어먹으니 오독오독 씹는 맛이 정말 괜찮다. 아주머니 말대로 짜지 않고 삼삼하다. 고추를 쫑쫑 썰어 참기름을 두르고 나니 깨 없는 아쉬움이 더 크다.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와, 당신 이런 거 별로잖아. 어찌 장아찌가 눈에 들어왔담?” 누가 ‘촌놈’아니랄까봐. 남편은 어릴 때 자주 먹던 장아찌라며 반색했다. 하긴 나도 이제 그 짭짜름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은근한 ‘촌맛’이 좋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막걸리와 미나리전, 거기에 무장아찌가 있는 식탁에서 기분이 업 되면 나오는 남편의 흥얼거림이 집 안으로 번진다. 덩달아 나도 상승되는 기분이다. 깨소금이 가 다 쏟아져 한 톨도 넣지 못했지만 또 다른 깨가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 2018-05-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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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미나리, 가지, 참소라의 효능
- 온통 먹을 것 천지다. 들과 밭은 언제 겨울을 겪었냐는 듯 갖가지 식재료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재료는 제철에 맞춰 먹는 게 좋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5월 밥상을 장식할 식재료 중 챙겨서 먹을 만한 것과 그 음식이 갖는 효능에 대해 알아봤다. 미나리 미나리는 무침과 볶음, 탕 등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한의학에서는 수근(水芹)이라고도 하는데 머리를 맑게 해주고, 대장과 소장을 잘 소통시키며, 갈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먹으면 대하(帶下)증 같은 부인병에 좋다. 또 황달, 혈뇨 등을 치료해주며 어린아이의 토사곽란(吐瀉霍亂; 구토와 설사가 함께 오는 증상)도 멈추게 한다. 미나리를 갈아서 만든 즙은 몸속에 잠복해 있는 열을 없애준다. 그러나 미나리를 식초랑 같이 먹으면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에게 사랑받는 채소 중 하나. 가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보라색 색소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강력한 항산화제가 포함되어 있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가지를 가자(茄子)라 부른다. 찬 성질을 지닌 식물로 몸의 열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몸에 열이 많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으나,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체할 수도 있다. 또 많이 먹을 경우 여성의 자궁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가지 뿌리는 동상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 쓰인다. 참소라 바다에서 나는 참소라는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먹거리다. 특히 비타민A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참소라에 들어 있는 독특한 성분 중 하나는 이노시톨이다. 이노시톨은 비타민B 복합체 중 하나인데, 특히 간 건강과 빈혈에 좋은 비타민 B12가 가득 들어 있다. 또 타우린 성분이 많아 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이나 병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이 소화에 부담이 될 때는 참소라로 국물을 내 마시는 것도 좋다.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사랑받는다. 참소라를 먹을 땐 부족한 식이섬유소를 보충해주면 좋은데 양배추, 양상추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는다. #제철음식 #가지 #참소라 #미나리
- 2018-05-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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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으로 손쉽게 차린 5월의 제철 한상
- 봄기운 가득 머금은 제철음식으로 입맛도 돋우고 건강까지 챙겨보는 것 어떨까? 반찬 배달 앱을 이용한다면 더욱 손쉽게 한상차림이 완성된다. 대표적인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을 통해 근사한 밥상을 주문해봤다. 상품 제공 배민찬 식기 협찬 덴비 코리아 ◇ 메뉴 정보 참소라 해파리냉채 쫄깃한 참소라를 더한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인 해파리냉채. 1인분 300g. 8000원 생취나물 말리지 않아 촉촉하고 신선한 생취나물 무침. 2~3인분 100g. 3500원 스윗칠리 가지튀김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가지튀김에 곁들이는 매콤달콤 칠리소스. 1~2인분 400g. 8000원 미나리와 매콤삼겹구이 매콤한 삼겹살과 아삭하게 씹히는 향긋한 미나리의 만남. 1~2인분 500g. 1만1000원 양배추쌈 + 땅콩쌈장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양배추와 각종 너트로 맛을 낸 쌈장. 1~2인분 320g. 4800원 ◇ 앱으로 톡톡, 맛있는 반찬이 집 앞에 짠! 한때 우스갯소리로 아내가 멀리 여행을 가면 커다란 솥에 사골을 한가득 끓여놓는다 했다. 홀로 식사하는 남편이 요리 솜씨가 없으니 사골로 끼니를 때우라는 것. 떠나는 아내도, 매번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남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반찬도 배달이 가능한 시대. 스마트폰 앱만 잘 활용하면 매일 신선하고 맛좋은 반찬을 쉽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글 이지혜 기자 사진 제공 배민찬 STEP1. 배민찬 앱으로 반찬 주문하기 ➊ ‘배민찬’ 앱 무료 다운로드 ➋ 회원가입 및 로그인 가입 시 휴대 전화 번호 인증. 추후 카카오톡 아이디로 로그인 가능. ➌ 반찬 고르기 카테고리별 리스트 중에서 반찬을 고르거나 메인 페이지 상단 돋보기 아이콘을 눌러 재료나 반찬 이름 등을 검색해 원하는 메뉴를 찾는다. ➍ 상세정보 살펴보기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상세정보 페이지에는 음식 가격, 상태(반조리, 완조리), 용량, 에디터 별점, 맛내기 포인트 등이 담겨 있다. ➎ 배송 정보 입력하기 배달할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고 나서 대략적인 배송 정보(수량, 금액 등)를 확인 후 ‘배송받는 날’을 입력한다. 일회성 구매도 가능하고, 주 단위로 원하는 요일에 정기배송 서비스로도 받아볼 수 있다(일부 제품 제외). ➏ 결제하기 배송지 주소 입력 후 결제를 진행한다. 신용카드 또는 무통장입금이 가능하다. 정기배송의 경우 각각 배송될 때마다 신용카드에서 금액이 자동결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STEP2. 맛있게 먹기 완조리 상태로 배송되는 반찬의 경우 별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포장을 뜯은 뒤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몇몇 반조리 제품은 배송 포장에 적힌 매뉴얼(또는 앱 상세페이지에서 확인)에 따라 조리해 먹는다. 요리라기보다는 데우고, 익히는 정도의 수준이니 손맛이 없어도 괜찮다. 깨나 파, 고추 등 고명을 올리거나 예쁜 접시에 담아내면 손님맞이용 반찬으로도 손색없는 비주얼이 완성된다. ◇ 5월의 제철 식재료, 어디에 좋을까? 온통 먹을 것 천지다. 들과 밭은 언제 겨울을 겪었냐는 듯 갖가지 식재료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식재료는 제철에 맞춰 먹는 게 좋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5월 밥상을 장식할 식재료 중 챙겨서 먹을 만한 것과 그 음식이 갖는 효능에 대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도움말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원장 ➊미나리 미나리는 무침과 볶음, 탕 등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한의학에서는 수근(水芹)이라고도 하는데 머리를 맑게 해주고, 대장과 소장을 잘 소통시키며, 갈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이 먹으면 대하(帶下)증 같은 부인병에 좋다. 또 황달, 혈뇨 등을 치료해주며 어린아이의 토사곽란(吐瀉霍亂; 구토와 설사가 함께 오는 증상)도 멈추게 한다. 미나리를 갈아서 만든 즙은 몸속에 잠복해 있는 열을 없애준다. 그러나 미나리를 식초랑 같이 먹으면 치아를 상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➋참소라 바다에서 나는 참소라는 지방이나 탄수화물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먹거리다. 특히 비타민A가 풍부해 건강에도 좋다. 참소라에 들어 있는 독특한 성분 중 하나는 이노시톨이다. 이노시톨은 비타민B 복합체 중 하나인데, 특히 간 건강과 빈혈에 좋은 비타민 B12가 가득 들어 있다. 또 타우린 성분이 많아 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에도 도움이 된다. 노인이나 병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이 소화에 부담이 될 때는 참소라로 국물을 내 마시는 것도 좋다. 지방이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사랑받는다. 참소라를 먹을 땐 부족한 식이섬유소를 보충해주면 좋은데 양배추, 양상추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는다. ➌가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에게 사랑받는 채소 중 하나. 가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보라색 색소에는 ‘안토시아닌’이라는 강력한 항산화제가 포함되어 있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에서는 가지를 가자(茄子)라 부른다. 찬 성질을 지닌 식물로 몸의 열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몸에 열이 많거나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으나,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체할 수도 있다. 또 많이 먹을 경우 여성의 자궁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가지 뿌리는 동상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 쓰인다.
- 2018-05-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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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에 가다
- 전남 장흥은 남쪽 끝머리쯤에 위치해 있어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막상 떠나보니 일일생활권의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렇지만 장흥은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너무나도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 땅에 남아있는 예술혼과 사람들의 진득한 인정이 더 머물고 싶게 하던 곳이었다. 가끔 막연히 생각만 하던 곳을 가게 되면 더 애착을 가지고 눈여겨보게 된다. 당연히 자기만의 여행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과 궁금한 것,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을 우연처럼 잘도 찾아낸다. 그렇게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고 길을 떠나게 된다. 장흥이 그랬다. 장흥 산하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인 옛이야기들이 잘 알려진 곳들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누구나 쉽게 여러 군데를 찾아서 갈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아직 덜 알려지고 조금은 독특한 이곳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묘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들어가 본 는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원도리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흥교도소가 용산면 어서리 마을 자울재 아래로 새롭게 건립되어 이전했다. 1975년부터 2015년까지 죄수들의 수감시설이었던 이전의 건물이 용도가 폐지된 것이다. 그래서 남겨진 텅 빈 교도소가 새롭게 재탄생되려는 계획 중에 있었다. 지금은 그곳이 국유재산으로 속해있는데 아직은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 전남소방본부 청사와 한약진흥재단 시설을 유치한다. 그리고 뉴콘텐츠 플랫폼 전시관, 세계 속 한류 문학관, 생활 속 갤러리 등의 복합 문화 예술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곧 개방되면 지역경제의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근래엔 영화나 드라마 속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최근엔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자주 볼 수 있다. 배우 지성이 열연했던 드라마 에 등장하던 교도소가 바로 이 곳이다. 재소자들이 살벌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머물던 방과 더 어두웠던 징벌방이 그대로 있다. 기술을 익히는 작업실과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운동장과 수용자들끼리 은밀한 거래를 하던 벤치와 계단에 앉아보기도 한다. 건물 높이 올라 감시탑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깥세상은 별 일 없다는 듯이 들판은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학교도 보인다. 교도소 담 밖으로는 유명한 장흥 미나리 논이 있다. 드라마 피고인에서 지성이 분노의 탈출을 하던 들판이다. 외에도 ,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 , 최근의 까지 영화와 드라마 배경의 촬영 명소로 부각되었다. 촬영 기간 동안에 죄수복을 입은 많은 연기자들이 장흥 시내를 활보하는 진기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긴장감이 동반되는 공간이 소위 깜드(깜방 드라마)로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이다. 이렇게 옛 장흥교도소가 문화와 예술로 탈바꿈하여 주민들은 물론이고 찾아오는 여행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된다. 어두웠던 분위기였던 장흥교도소가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채워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 2018-02-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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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인의 요리 배우고 싶으시죠?
-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떡국과 함께 먹으면 좋을 나박김치 만드는 비법을 배울 기회를 가졌다. 강남역 근처 한국전통식품문화관에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매주 토요일마다 명인들에게 한국전통식품 비법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지정한 식품명인들과 함께 술이나 한과, 김치, 장류 등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 우리 전통식품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한편, 전통 식문화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난 토요일엔 식품명인 제38호 유정임 명인과 함께 나박김치 만들기 체험과 명인의 비법으로 만든 무말랭이 시연이 있었다. 김치 명인으로 유명한 유정임 명인은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어 반가웠다. 유정임 명인이 무말랭이를 만드는 방법은 남달랐다. 보통은 무를 썰어서 말리는데, 유정임 명인은 무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다. 무를 소금에 절이는 명인의 비법은 특허를 낼 정도로 창의적인 방법이다. 소금에 절인 것을 조금만 건조하면 보다 맛있는 무말랭이가 완성된다는 명인의 말에 참가자들은 열심히 메모를 했다. 비법도 배우고 맛깔스런 레시피도 전수 받았다. 명인이 만든 아삭아삭 맛있는 무말랭이를 맛보며 집에 돌아가서 명인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무말랭이를 만들면 과연 이 맛이 날까, 기대에 찬 눈치였다. 무말랭이 시연을 마친 후 곧 나박김치 체험에 들어갔다. 명인들은 다들 대대로 내려오는 나름의 비법을 가지고 가장 맛있고 신뢰할 만한 식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정임 명인의 나박김치 비법은 파프리카와 당근이 들어간 국물이었다. 배추와 무를 소금에 살짝 절인 후 배. 미나리, 쪽파, 양파, 고추를 나박나박 썰어 단지에 담고 정해진 레시피대로 만든 국물을 단지에 담아 나박김치를 완성했다. 핑크빛이 도는 나박김치는 기품이 느껴지면서 입맛도 돌게 했다. 체험을 통해 3kg이나 되는 나박김치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체험을 마치고 2층 식품명인카페 이음에 들렀다. 카페에서는 식품명인들의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 구매도 가능하다. 또한 식품명인의 제품을 활용한 수준 높은 차와 디저트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도 있다. 함께 간 지인과 2월 신메뉴인 딸기 음료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나박김치 만드는 과정을 복기했다. 좋은 프로그램을 알게 돼 기쁘다는 지인의 말에 덩달아 행복해졌다. 명인체험프로그램은 토요일마다 열린다. 설을 연휴를 지나고 3월 3일엔 식품명인 13호 남상란 명인의 민속주 왕주, 3월 10일엔 식품명인 21호 유영군 명인의 창평쌀엿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명임체험 프로그램 외 무료 시음ㆍ시식 프로그램 등도 참여 가능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식품명인체험홍보관 페이스북(www.facebook.com/kfmcenter)이나 블로그(www.blog.naver.com/kfmcent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18-02-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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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봄이 왔다’고 선언하는 노루귀 !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epatica asiatica Nakai 꼭 1년 전인 2017년 2월 중순, 전북 정읍의 내장산을 찾았습니다. 한겨울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겨우살이, 특히 붉은겨우살이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길을 나섰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중턱 전망대에 오르자 과연 기대했던 대로 한 폭의 멋진 수묵화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각각 연한 미색과 붉은색 열매를 풍성하게 맺은 겨우살이와 붉은겨우살이가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환하게 드러나 있었던 거죠. 겨울 여행의 정취에 흠뻑 빠져 변산반도 서쪽으로 내처 달려 닿은 곳은 부안의 능가산 내소사. 벌써 10여 일 전부터 야생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꽃동무’의 전언이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차로 두세 시간 내려올 만큼 남녘이니 분명 기온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2월 초순에 꽃이 피었단 얘기가 믿기지 않았기에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내소사를 품은 능가산 자락을 겨우 10여 분쯤 올랐을까. 눈을 헤치고 피어난다고 해서 파설초(破雪草) 또는 설할초(雪割草)란 별칭으로도 불리는 노루귀가 티끌 하나 없는 선홍색 꽃을 활짝 피운 걸 보았습니다. 아~ 봄이 이미 지척이 와 있는 것을, 능가산 산중에선 벌써 봄이 시작된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날 만난 노루귀는 봄의 전령사를 넘어, 그 자체가 화창한 봄날의 화신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은 부지런합니다. 풀과 나무들은 부지런합니다. 흰 눈이 덮인 산을 보며 언제 봄이 오나, 언제나 봄이 오나 하고 안달하는 사이, 이미 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은 절로 따라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봄꽃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부지런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봄보다 먼저 피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야생화가 바로 노루귀입니다. 원래 꽃이 핀 뒤 둘둘 말려 나오는 삼각형 모양의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서 노루귀란 국명(國名)을 얻었는데, 서양인들의 눈에는 그것이 우리 몸속의 간(肝)과 닮아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학명 중 속명으로 간을 뜻하는 헤파티카(Hepatica)를 얻었고, 영어 이름은 아시안 리버리프(Asian Liverleaf)입니다. 전초(全草)라고 해봐야 키 10cm, 잎 5cm, 꽃 1.5cm 정도에 불과해 유심히 살펴봐야 겨우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작은 풀꽃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꽃 색과 깜찍하고 앙증맞은 생김새는 ‘봄 야생화의 대표 주자’로 꼽을 만큼 환상적이고 매혹적입니다. 먼저 꽃 색은 흰색에서부터 홍색과 청보라색에 이르기까지 그 변이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홍색도 연분홍에서부터 진홍색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고, 청보라색 역시 하늘색에 가까운 옅은 색에서부터 코발트블루까지 다양합니다. 단순한 흰색도 있지만, 미색에 가까운 흰색도 있습니다. 꽃 색 못지않게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드는 건 꽃줄기와 총포(꽃대 끝에서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 등에 난 무수한 잔털입니다. 볕 좋은 봄날 강렬한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노루귀의 하얀 솜털을 한 번이라도 바라본 적 있다면 ‘노루귀’의 황홀한 매력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Where is it? 노루귀의 큰 장점의 하나는 어떤 야생화보다도 개체 수가 풍부하고, 또 개화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자생지 또한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강원·경기 접경지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어 누구든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산에 오르면 볼 수 있다. 이르면 1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4월에도 꽃이 필 만큼 개화 기간도 길다. 한두 송이가 피기도 하지만, 많게는 수십 송이가 한데 뭉쳐서 핀다. 산비탈 여기저기에 만개한 노루귀는 붉은색 루비나 파란색 사파이어가 박힌 듯 화려하다. 전국의 산이 자생지이지만 야생화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수도권의 경우 화야산과 구봉도, 구름산 등이 유명하다. 남쪽에서는 포항의 운제산과 경주의 토함산, 부안의 능가산 등도 이른 봄 꽃 보러 다니는 이들의 발길이 잦다.
- 2018-02-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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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촌시장 계절의 별미
- 5호선 둔촌동 역 근처에는 둔촌 전통시장이 있다. 3번 출구 뒤편이다. 한체대 사거리까지 약 300미터가 먹자골목이다. 여러 가지 먹거리가 있지만, 특히 3번 출구 뒤 포장마차 같이 생긴 음식점들이 파는 생선 매운탕이 먹을 만하다. 11월에는 도루묵 매운탕이 제 철이다. 2만 원 정도 받는데 둘이 각각 도루묵 세 마리 정도를 먹을 수 있다. 알이 꽉 차게 밴 암컷이 맛있고 살이 탄탄한 수컷도 먹을 만 하다. 가을 무가 단맛이고 도루묵도 달아 국물 맛이 달다. 거기 미나리 향이 감칠맛을 더해 준다. 대구 매운탕이나 복 매운탕 같은 생선매운탕을 파는 일식집들이 도루묵을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단가가 너무 싸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도루묵은 맛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11월 도루묵을 냉동했다가 여름에 팔기 때문이다. 냉동한 알배기 도루묵은 알이 고무처럼 질기다. 강원도에서 군대 생활 한 사람들은 도루묵이 자주 밥상에 오르자 질렸다는 사람도 있다. 11월이면 도루묵이 알을 낳기 위해 해안에 몰려들기 때문에 가장 흔한 생선이다. 원래 바다 속 해초에 알을 낳아야 하는데 바다 속 생태계가 파괴되어 알 낳을 장소가 없어 해안에 그냥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매번 도루묵만 먹기 꺼려진다면 곰치 매운탕도 권할만하다. 흐물흐물한 육질에 국물 맛이 끝내준다. 동해안에 가면 더 맛있을 것 같지만, 현지 음식점에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서울 조미료 입맛에 길들여져서인지 둔촌시장 매운탕이 더 낫다. 11월에 잡히는 양미리도 먹을 만 하다. 알이 푸짐하다. 구워 먹거나 찌개를 끓인다. 뼈째 먹어서 칼슘도 풍부하다. 반 건조한 양미리는 프라이팬에 살짝 구우면 별미이다. 생굴이나 껍질 째 파는 석화도 제철이라 좋다. 여름철에는 독성이 있어 못 먹고 11월 들어서야 먹을 수 있는 메뉴이다. 꽁치나 청어로 만든 과메기도 제 철이다. 갑오징어도 여름철보다 육질이 탱탱하다. 날씨가 추운 것은 싫지만, 추워야 먹을 수 있어 즐겁다. 평소에도 기름기 있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육고기는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주변 지인들 중에 여러 가지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해산물이나 생선 메뉴가 적합한 것이다. 국물 없는 낙지, 쭈꾸미도 맛이 있지만, 너무 매워서 문제가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국물 있는 매운탕이 더 낫다. 둔촌시장은 맞은 편 둔촌주공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다시 새 아파트가 들어서려면 몇 년 걸릴 것이다. 그래서 요즘 가면 더 대우 받는다.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문 닫지 않고 유지되면 좋겠다. 옥의 티는 시장의 화장실 인심이 박하다는 것이다. 키를 갖고 가야 사용할 수 있는 공동 화장실이 있으나 위생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어려운 손님을 대동하기는 꺼려진다. 친한 사이끼리 가는 곳이다.
- 2017-11-22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