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2014년 6월 기준)만 하더라도 월간 판매량 20위권 안에 드는 도서 중 9권이 ‘해독(주스)’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만큼 디톡스(detox) 열풍이 불었다. 건강 관련 종편 프로그램과 연예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된 ‘해독 주스’의 영향이었다. 그렇다면 근래의 풍경은 어떨까? 지난 1년 동안의 건강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0권에서 뽑은 주요 키워드를 통해 알아봤다.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자료제공 교보문고
주요 키워드 하나, ‘백세’
베스트셀러 100권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책의 제목은 다. 백세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백년’이라는 수식어는 더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이밖에도 10위 , 33위 등 장수시대를 반영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순위에는 없지만 , 등 여러 건강 도서에 ‘백세’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 둘, ‘셀프(self)’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의 3분의 1(총 33권)을 차지하는 주제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도서의 70%가량은 운동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책들의 제목이나 소개 글을 살펴보면 ‘홈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2위 , 7위 , 16위 등).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의 줄임말인데, 피트니스센터나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에서 헬스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24위 , 34위 , 43위 등 독자 스스로의 실천을 촉구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종편 프로그램 건강 정보를 맹신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도서 역시 자신의 건강상태 등에 따른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겠다.
주요 키워드 셋, ‘통증’
근육, 척추, 무릎, 목 등 통증 완화와 관련한 치료, 운동, 스트레칭, 지압 방법 등을 소개하는 도서가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다(10위 , 38위 , 55위 등 총 11권). 질환을 소개하는 도서 중에는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다. 중장년 대표 만성질환 중에서는 ‘당뇨’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30위 , 51위 등 총 7권). 주요 성인병 중 하나인 ‘고혈압’에 대한 도서는 100위권 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 ‘암’ 관련 도서는 94위 , 98위 등 4권 중 3권이 90위권 아래 머물렀다. 당뇨와 암에 대한 도서는 주로 완화 식품이나 식이요법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추세다.
주요 키워드 넷, ‘속 건강(inner health)’
겉으로 드러나는 건강 외에 호르몬이나 정신, 마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관리하는 도서들이 적지 않다. 전체 목록 중 5위인 와 22위 , 37위 , 40위 등이 그 예다. 이밖에도 60위 , 89위 , 90위 등 마음의 건강까지 살피는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건강도서 Top 100 ✽제목(저자)
1 백년 허리(정선근), 2 주원홈트(김주원), 3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박서희), 4 닥치고 데스런(조성준), 5 호르몬 밸런스(네고로 히데유키), 6 헬스의 정석: 근력운동 편(수피), 7 주원홈트 100(김주원), 8 NEW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9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나가오 가즈히로), 10 속근육을 풀어라(우지인), 11 헬스의 정석(수피), 12 닥치고 데스런 우먼스(조성준), 13 다리 일자 벌리기(에이코), 14 마흔 식사법(모리 다쿠로), 15 기적의 3분 시력운동 달력(히비노 사와코), 16 스미홈트(박스미), 17 약보다 울금 한 스푼(서재걸), 18 지방의 역설(니나 타이숄스), 19 속편한 식도 이야기(SOK 속편한내과 네트워크), 20 필라테스 아나토미(라엘 아이자코비츠), 21 죄수 운동법(폴 웨이드), 22 하루 15분 기적의 림프 청소(김성중), 23 지방의 누명(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24 내 몸을 비워야 내가 산다(이우재), 25 한혜진 바디북(한혜진), 26 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장민제), 27 병원 없는 세상, 음식 치료로 만든다(상형철), 28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곤도 마코토), 29 뱃살부터 빼셔야겠습니다(최성우), 30 당뇨약 끊기 3개월 프로그램(신동진), 31 눈은 1분 만에 좋아진다(콘노 세이시), 32 태초 먹거리(이계호), 33 마흔부터 시작하는 백세운동(나영무), 34 내 약 사용설명서(이지현), 35 나는 몸신이다: 하루 5분 생활건강법(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36 세 손가락 지압혈(야나모토 마유미), 37 장내세균 혁명(데이비드 펄머터), 38 등뼈 실학(이시가키 히데토시), 39 힘콩의 푸쉬업&스쿼트 100(유석종), 40 운동화 신은 뇌(존 레이티), 41 요가 아나토미(레슬리 카미노프), 42 닥치고 데스런 Basic(조성준), 43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마이클 로이젠), 44 최수봉 교수의 당뇨병 이제 끝! (최수봉), 45 마법의 림프 순환 다이어트(배은정), 46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47 그레인 브레인(데이비드 펄머터), 48 근육운동가이드 프로페셔널(프레데릭 데라비에), 49 스트레칭이라도 하셔야겠습니다(최성우), 50 1일 5분 평생 통증 없이 사는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시마자키 히로히코), 51 당을 끊는 식사법(니시와키 순지), 52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박성규), 53 당신의 눈도 1.2가 될 수 있다(해럴드 페퍼드), 54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여에스더), 55 통증 잡는 스트레칭(문훈기), 56 포니의 스타일 메이크업 북(박혜민), 57 디스크 권하는 사회(황윤권), 58 뷰티 페이스 요가(다카츠 후미코), 59 몸신의 바른 몸 3분 교정 체조(박숙희), 60 놓아버림(데이비드 호킨스), 61 요가 디피카(B.K.S.아헹가), 62 하루 한 끼 당뇨 밥상(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63 이기는 식단(노박 조코비치), 64 클린(알레한드로 융거), 65 치아 절대 뽑지 마라(기노 코지), 66 림프의 기적(박정현), 67 스탑 스모킹(알렌 카), 68 1일 3분 인생을 바꾸는 배 마사지(나가이 다카시), 69 물만 끊어도 병이 낫는다(최용선), 70 필라테스 바이블(노수연), 71 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박스미), 72 최고의 당뇨병 식사 가이드(차봉수), 73 의식 혁명(데이비드 호킨스), 74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는 셀프 PT(김동현), 75 상위 4%를 만드는 1등급 다이어트(강태은), 76 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이희재), 77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이제성), 78 바른 몸이 아름답다(남세희), 79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하비 다이아몬드), 80 2주 만에 복근 만들기(제이제이 박지은), 81 코어 운동 가이드(강창근), 82 새로 만든 당뇨병 희망 프로젝트(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83 당질 제한식 다이어트(에베 코지), 84 힘콩의 재미어트(유석종), 85 약 대신 주스(유승선), 86 내 몸 사용설명서(TV조선 ‘내 몸 사용설명서’ 제작팀), 87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황윤권), 88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전홍준), 89 웃음혁명(김영민), 90 치유와 회복(데이비드 호킨스), 91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함익병), 92 달지 않은 명품 효소 만들기(김시한), 93 스트레칭 아나토미(아놀드 G. 넬슨), 94 명의 하정훈 교수의 갑상선암 두려움 없이 맞서기(하정훈), 95 남자는 힘이다(맛스타드림), 96 최고의 암 식사 가이드(노성훈), 97 정아름의 핫바디 멘토링(정아름), 98 유방암을 이기는 참 좋은 음식(한국유방암학회), 99 편강 100세 길을 찾다(서효석), 100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클린턴 오버)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여고 입학하자마자 필자의 단짝이었던 현미는 얼굴도 예뻤지만 배려심도 많아 객지 생활 하던 시골촌뜨기인 나를 인천의 백전화가 있는 대궐 같은 집으로 데려가서 보니 친구 가정환경의 화목함에 감탄하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만하시며 꽁보리밥과 칼국수로 끼니를 때우던 우리 집과는 정반대로 맛난 음식에 우아하게 홈드레스를 입으신 친구엄마가 어찌나 미인이신지. 그리고 형제들은 얼마나 예쁘고 우애가 좋은지 지금생각해도 어렴풋이 자상하고 화기애애했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향수병에 걸린 필자를 다독이며 이끌어주던 그 친구가 학교졸업 후 동생들을 데리고 시골집에 놀러 왔는데 우아는 도망가 버리고 커다란 양푼에 열무김치와 고추장 보리비빔밥과 팔꿈치로 연기로 인한 눈물을 닦으며 장작불로 미나리부침개를 부쳐 주어도 맛나게 먹어주던 예쁜이들의 안타까운 생각이 떠오른다.
결혼 후 삶에 지쳐 어깨가 축 늘어질 때도 간간히 전화로 위로를 해주던 벗이었건만 한동안 인생의 시련 속에 깊은 쓴맛을 보면서 난 친구와의 연락이 끊어 졌다.
“여러분은 똥통학교에 왔다고 실망하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던 교장선생님의 직설적인 말씀에 우린 더욱 흐느끼며 꿈에 부풀었던 여고시절 입학식은 그렇게 눈물바다로 되고 말았다.
시험제였던 인천지역이 우리가 입학할 때는 소위 말하는 ‘뺑뺑이’로 전환하며 우린 최하위 학교로 배정되었기에 ‘안갈 수도 없고 가자니 뭔가 억울하고’ 하는 생각으로 여고시절을 시작했다.
월요일이면 악마의 주초고사가 우리를 괴롭혔고 대학이라는 목표와 함께 책을 베개 삼아 머리에 붙이면 공부를 잘할까 싶어 책을 베고(?) 누웠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안 보이면 친구옆구리를 찌르며 컨닝을 했던 그때,
‘방학동안 있었던 슬픈 일’의 방학과제를 동생의 마지막 슬픈 모습을 원고지위에 써내려간 나의 사연을 윤리선생님께서는 연로하신 모습으로 서글프게 읽어 주셨다. 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모두 눈물바다였고 선생님은 송도유원지로 소풍을 가거나 학교에서 간간이 만나 뵐 때도 항상 따스한 말씀과 격려로 이끌어 주셨다. 그 이후로 선생님 덕분에 난 서서히 슬픔과의 이별을 시작했다.
집에서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한다며 항상 도자기 그림을 휴일이면 그린다던 연미,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며 기타를 가져와 노래를 불러주었던 그 친구는 ‘주부가요열창’이란 프로에 나와 입상을 할 정도로 수준급의 노래를 불러 연미 친구에게 멋지게 잘 보았다며 통화도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끊어진 소식이 아련하다.
예비고사를 치른 후 일명 ‘땅꼬마’파 다섯명 친구들은 추운 겨울의 크리스마스를 자유공원에 가서 달달했던 연인들이나 친척들한테 장갑 낀 손을 호호 불며 찹쌀떡을 강매 아닌 강매를 하며 한 개 한 개 팔아 모은 돈으로 영종도의 고아원을 방문하였었다.과일과 과자 음료수 등을 사서 무거운지도 모르고 양손가득 몇 박스를 들고 방문하여서는 동생들과 게임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과수원길’을 함께 부르고 또 어린동생들에게 재롱도 부리고 함께 놀며 좋은 일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은 지금 전국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때의 작은 마음으로 요즘엔 독거어르신께 안부전화를 드리며 삶의 소통을 시작하고 있다.
백세시대인생의 굴레를 멋지게 채색하며 살다보니 풋풋했던 여고시절은 삶의 밑거름이 되어주고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은사님, 그리고 친구들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보고 싶습니다.
시간처럼 오묘한 것도 없다. 공간은 정직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만, 시간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시간은 강물을 닮아서 때로는 폭포처럼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어떤 때는 평탄한 지형을 흐르는 잔잔한 강물처럼 지루하기도 하다. 때로는 가뭄에 드러난 강바닥처럼 별일 없이 왜소하게 흐르다가도 어느 때는 장마로 부풀어 올라 모든 것을 휩쓸어 가듯이 도도하게 흐르기도 한다.
한때 과학 시간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에 등장하는 시간의 개념을 배우면서 무척 신기하고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모든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과학적으로도 다르다는 것이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 시간이 멈춘다는 데에서는 머리 회전도 멈추었다.
시간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늙었다는 증거라고 하지만 사실 젊은 날에 이런 시간의 비밀을 읽어내기에는 지나치게 우리 몸이 뜨겁고 혈기 왕성했다. 시간과 한 몸이 되어 뒹굴 때는 시간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을 관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야만 비로소 시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이미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병신년이 서녘 하늘가로 꼬리를 감추고 사라지면서 정유년이 밝았다. 그렇지만 광장 촛불로 촉발된 시간의 과잉은 새해의 담장을 무시하고 정유년의 정결한 아침 마당으로 넘쳐흐른다. 인간이 설치한 인위적 시간의 칸막이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는 것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인류가 그토록 애써서 쟁취한 시간의 분절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넘쳐나는 시간의 흙탕물 속에서도 순결한 새해 소망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시간이 비록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슬퍼하지 말고 새해에는 살을 빼야 한다. 그것이 비록 작심삼일(作心三日)일지라도 우리는 새해 아침 자신과 약속해야만 한다. 새해도 주머니가 두둑해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주머니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그것이 시간에 대한 예의이다.
눈 덮인 새하얀 들판을 보듯 새해 아침은 그렇게 정결했으면 좋겠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첫발자국을 찍고 싶다. 새해는 그렇게 시작하고 싶다. 늘 단골로 다니는 을지로 냉면집을 찾아가다 보면 을지로 3가 못 미쳐 시비가 하나 서 있다.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김종길 시인의 라는 시다. 올해는 유독 그 시비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었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는 젊고 어린 세대들의 마음에 고운 이빨이 돋기를 기원한다.
초록빛 자연의 싱그러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6월이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이나 해산물을 맛보는 것이 좋은데, 이맘때면 푸른 생기로 가득한 채소를 먹는 것이 제격이겠다. 익히거나 양념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라면 더욱 좋다. 유기농 쌈 채소와 구수한 보리밥, 숯불장작구이까지 즐길 수 있는 ‘산촌보리밥’을 소개한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자연을 보고, 먹고, 즐기다
높은 빌딩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면 흙과 나무, 파란 하늘이 조화를 이룬 ‘산촌보리밥’을 만날 수 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우거진 나무와 형형색색 꽃들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맛집이라 해서 찾아갔지만 꽃 사진을 찍거나 나무 그늘에서 쉬는 이들이 더 눈에 띈다. 맛있는 밥을 먹으며 배도 채우고 자연을 벗 삼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이곳만의 매력이다.
자연과 더불어 있는 만큼 유기농 쌈 채소 제공은 물론, 음식에 간을 할 때도 인공조미료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상추를 비롯해 케일, 로메인, 적겨자, 청겨자, 치커리, 적근대 등이 쌈용으로 나오는데 경기도 광주시 서하리의 자연농원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채소라고 한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제공하는 쌈의 종류가 조금씩 바뀐다. 반찬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데, 건강을 위해 저염으로 준비한다. 핵심 재료인 된장은 공산품이 아닌 해마다 직접 담근 것을 사용한다. 가게 뒤뜰에 가면 구수한 장을 숙성하는 장독들을 볼 수 있다.
장독을 모아놓은 곳 앞에서는 그윽한 숯 연기가 피어오른다. 참나무 장작 바비큐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자부하는 구이용 숯은 향이 좋은 오대산 참나무를 사용한다. 국내산 생삽겹살과 오리에 신안 천일염을 뿌려 먹기 좋게 구워 낸다. 낮에는 쌈 채소와 함께 숯불구이 정식으로 맛보고, 저녁에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단품(삼겹살 바비큐 400g-2만5000원, 오리 바비큐 한 마리 4만5000원/반 마리 2만5000원)으로 즐기기 좋다.
쌈 채소와 보리밥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정식 메뉴를 찾는 이가 많다. 곁들여 먹는 고기 메뉴에 따라 훈연제육정식(1인 1만3000원), 숯불구이정식(1인 1만5000원), 떡갈비정식(1인 1만8000원)으로 나뉜다. 선택한 고기메뉴와 함께 유기농 모둠 쌈, 보리밥, 무청시래기, 굴비, 각종 밑반찬을 제공한다. 직접 만든 된장으로 맛을 낸 무청시래기는 산촌보리밥만의 별미다. 굴비는 영광 법성포 현지에서 배송한 것을 사용해 담백하게 쪄서 조리한다. 그 외 제철 식재료로 간간하게 양념한 밑반찬은 깔끔한 맛으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식 이외 메뉴도 다양하다. 몽글이 순두부(강릉심층수 두부 5000원), 더덕냉채(8000원), 미나리전(7000원), 해물파전(1만2000원), 도토리묵(1만원), 두부김치(1만5000원) 등이다. 얼핏 등산 후 즐겨 먹는 음식들과 겹치는데, 가게 인근 경치를 바라보며 곁들이면 비슷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정식에 나오는 숯불구이, 제육구이, 떡갈비도 따로 주문 가능하다.
식사 후에는 앞마당에 마련된 전통차(매실차, 대추차 등)와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가게 입구 건너편에는 벤치와 테이블 등이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데, 우거진 나무 그늘 안에서 여유롭게 쉬었다 가기 좋다. 꽃을 좋아한다면, 주인장이 직접 꾸며놓은 야생화 화단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꽃을 찾아온 벌, 나비, 산새를 만난다면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75-7
문의 031-721-6909
영업시간 11:00~21:30 연중무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으로 찾아갈 것을 추천. 분당선 서현역에서 자동차로 10분 소요)
벚꽃이 지면서 무성한 초록빛 잎만 남겼다. 반면 잎을 먼저 선보인 철쭉이 그 자리를 메운다. 우리 인생사와 비슷하다. 먼저 되었다고 으스댈 일이 아니고 늦다고 투덜댈 일도 아니다. 야산 언저리에는 앵초 미나리냉이꽃이 수줍게 자리를 지킨다. 그야말로 꽃들의 잔치다. 다른 꽃 부러워하는 일 없이 다들 제멋에 겨워 피었다 진다. 인생도 이들과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눈에 꽃을 담다 보니 영화 가 눈을 끈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타이틀이 무척 시적이면서 왠지 숙명적인 느낌이 들어 사뭇 슬픈 느낌이 든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지칭했다는 이 말은 미인을 뜻하기도 하지만, 조선 시대 기생을 일컫는 말이었다. 조선 시대는 아니지만, 1940년대 아직 기생이라는 신분적 굴레를 벗을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인의 숙명이 가슴을 친다.
전반부의 꽃같이 화려한 기생의 의상과 더없이 맑은 소녀들의 우정이 지나치게 밝고 고와서 빛나는 사금파리를 보듯 오히려 불안을 더한다. 그 두 소녀는 국악인 ‘정가’의 맑은소리를 타고난 정소율(한효주)과 노랫가락이 심금을 울리는 서연희(천우희)다. 여기 그 시대 최고 작곡가 김윤우(유연석)가 소율의 애인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그런데 기생이면서 예인인 소율과 연희가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을 만나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두 소녀의 우상인 이난영은 정가보다는 유행가에 알맞은 목소리를 극찬한다. 당시 윤우도 자신의 역작 ‘조선의 마음’을 부를 사람으로 소율이 아닌 연희를 택한다. 결국, 윤우는 연희에게 곡도 주고 마음도 준다.
철석같이 믿었던 애인의 배신에 소율은 윤우의 사랑을 되찾으려 연희같이 유행가 가수가 되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세속적 권력의 논리로 운명에 대적하려는 비극을 내포한다. 그녀는 결국 끝까지 지키려던 정조를 버리고 일본 경무국장의 애첩이 되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의 맑은 정가 소리를 헌신짝 내버리듯 던져버린다.
권번에서 함께 배우던 기생들이 부러워하던 소리를 버리고 남의 것을 흉내 내는 것은 변심한 애인을 되찾기만큼 힘들고 절망적이다. 잃은 것을 찾으려는 급급한 마음은 소율을 점점 불행의 늪으로 빠뜨린다. 결국,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소율은 연희를 따라 윤우도 죽고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연희를 쫓는다. 최근 발굴된 연희 앨범을 자기 것이라며 연희 역할까지 한다.
비극과 멜로의 차이는 작지만 분명하다. 주인공의 비극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하면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느냐의 여부이다. 마지막 거짓 공연장에서 만난 PD는 “진정 저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사랑은 거즛말이’였어요.” 라고 말한다.” 그것은 죽기 전 윤우가 어쩔 수 없는 변심을 용서하라는 의미로 소율에게 준 곡이다. 이 지점에서 경계선이 애매해진다.
영화는 맑은 정가의 소리와 목포의 눈물, 사의 찬미 등으로 이어져 뮤지컬만큼 다채롭고 화려하다. 성예람 작곡에 조선 중기 문신 김상용의 시조를 붙인 정가 ‘사랑은 거즛말이’는 가슴을 파고들며 에인다. ‘사의 찬미’ 또한 시대를 담고 영화의 결말의 복선으로 알맞다. 진실에 맞닥뜨려 꽃다발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해어화와도 어울리며 사랑의 상징인 꽃, 피었다가 시드는 사랑의 실체 등으로 중의적 의미를 나타낸다.
박흥식 감독은 당시 역사 속에 기생의 삶을 빌어 사랑과 인생에 대해 여러 생각을 영화 속에 담으려 한 것 같다. ‘사랑은 거짓말’ ‘그렇게 좋은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요?’ ‘헛된 나를 잊는 대신 부디 너만은 잊지 않기를····’ 등의 대사 속에 품은 의미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한 가지 주제로 쭉 끌어가는 힘이 옅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영화가 거의 그렇듯이 마치 뷔페를 차려 놓고 관객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먹으라는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이 스타시스템으로 귀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흥행 여부를 떠나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한 바 크다. 남자 배우들의 ‘브로맨스’에 기대는 흥행 공식을 떠나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것은 그런 면에서 모험적이며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다. 한효주의 눈물 연기와 천우희의 애절한 목소리는 영화를 살리는데 한몫을 했다. 눈물에 섞인 ‘사랑은 거즛말이’ 곡조가 지금도 가슴속에 바람처럼 잦아들며 기어코 한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고들 한다. 음력 6월과 7월 사이 초복, 중복, 말복이 있는 삼복기간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 나라사람들은 복날이면 평소보다는 더 특별한 음식을 먹어 몸보신을 하려 한다. 하지만 매년 복날이 찾아오면 예외 없이 삼계탕만을 찾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이미 체력은 저 밑까지 떨어진지 오래고, 복날만 되면 들리는 “삼계탕 먹으러 가자”라는 말은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올해만큼은 좀 더 특별한 보양식으로 몸도 마음도 재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반의 여름 보양식 '임자수탕'
# 재료
기본 재료: 닭 1마리, 대파 1대, 마늘, 생강, 녹말가루, 밀가루, 소금, 흰 후춧가루
들깻국 재료: 들깻가루 1/2컵, 닭 육수 3컵, 소금, 흰 후춧가루
쇠고기완자 재료: 다진 쇠고기 50g,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달걀
고명 재료: 달걀, 미나리 6줄기, 오이 1/4개, 표고버섯 1장, 붉은 고추 1개, 잣 1/2큰술
# 만드는 법
1. 손질한 닭과 대파·마늘·생강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면포를 이용해 맑게 걸러둔다.
2. 삶은 닭살은 결대로 찢어 다진 마늘·소금·흰 후춧가루로 밑간하고, 걸러낸 육수는 차게 식혀 기름을 제거한다.
3. 들깨는 닭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고운 채에 걸러 깻국을 만들고, 소금과 흰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4. 다진 쇠고기는 밑간을 하고, 직경 1.5cm 크기로 완자를 빚어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진다.
5. 씨를 뺀 오이와 붉은 고추, 표고버섯을 2cm, 3cm의 골패모양으로 썰고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말갛고 매끄럽게 데쳐낸다.
6.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미나리 초대를 붙여 밀가루,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지고, 황백지단을 만들어 같은 골패모양으로 썰어둔다.
7. 준비한 그릇에 닭고기와 오이·표고·붉은 고추·미나리 초대·완자·잣 등을 넣고 시원한 들깻국을 부어 완성한다.
"품격있게 즐겨라." 최고급 호텔 보양식.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진귀보양탕'
가격: 진귀보양탕 24만원, 수라상차림 1人 30만3000원(진귀보양탕 포함)
재료: 오골계, 전복, 도가니, 홍삼 등 몸에 좋은 최상의 재료를 진국으로 푹 고아 원기회복에 탁월한 고급 보양식
효능: 소화 흡수, 회복기 환자, 동맥경화, 고혈압에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미네랄,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원기 회복에 최고라 할 수 있다.
문의: 온달 02-450-4518
# 서울 신라호텔 '황실 불도장'
가격: 福코스 1人 20만원, 喜코스 1人 30만원 (황실 불도장 포함)
재료: 몸을 보양하는 귀한 식재료인 상어지느러미와 자연송이, 오골계, 관자, 화고버섯, 사삼(해삼의 일종) 등을 넣고 쪄내 깊은 맛이 일품인 보양식
효능: 국내 명사들의 단골 보양식 1호 불도장은 고단백질과 칼슘 등이 풍부하면서도 소화 흡수가 빨라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귀한 보양식. 땀을 많이 흘리거나 허약한 사람에게도 기운을 북돋워 준다.
문의: 팔선 02-2230-3366
#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여름 보양식 특선'
가격: 장어ㆍ농어코스 1人 14만5000원, *민어코스 1人 16만5000원
재료: 삼복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민어코스 요리 (전채요리 5종, 하모 맑은 국, 민어 타다키·회·유안야키·튀김·매운탕 등으로 구성)
효능: 민어는 노인이나 큰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으며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준다.
문의: 미카도 02-6282-6751
산 타기 좋은 계절입니다. 곧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고 너도나도 산으로 들로, 강으로 바다로 자기만의 휴식처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올해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과 동해 바다를 찾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엄청난 교통 체증에 오고가는 길 오히려 심신이 피로하고 짜증나는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자주꿩의다리
: 학명 Thalictrum uchiyamai Nakai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이미 지난 6월 초 연휴 당시 많은 이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보통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가는 데 네다섯 시간 이상 소요되는 교통 대란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유로와 제2자유로를 따라 경기, 강원 북부의 산과 들과 강으로 쾌적한 휴식처를 찾아 떠날 것을 제안합니다.
그곳에는 고대산과 금학산, 광덕산, 국만봉, 명성산, 명지산, 천마산,화악산 등 크고 작은 명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그 어느 곳보다 한적한 산행을 보장할 것입니다.
특히 그 산들은 손때 덜 묻은 야생화의 보고로서, 하늘나리와 털중나리 등 각종 나리꽃은 물론 돌양지꽃과 산수국, 동자꽃 등 각양각색의 여름 꽃들을 만나는 각별한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고대산 칼바위 능선에서 만나는 자주꿩의다리 군락은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장쾌한 풍광을 함께 선사합니다. 경기도 연천군 신탄리에 위치한 고대산은 등산이 허용된 남한 내 최북단 산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산 정상 고대상(해발 832m) 턱밑 사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바위 능선에 자생하며, 북으로 철원평야와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등 접경 지대를 굽어보는 자주꿩의다리를 만나는 것은 이 시기 이 일대 야생화 탐사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남으로는 금학산과 지장봉, 북대산과 향로봉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숱한 세월 분단의 현장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자주꿩의다리가 반목과 갈등, 대립과 적대감을 떨쳐내고 어서 빨리 통일을 달성하라고 채근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등 여러 꿩의다리속 가운데 자주꿩의다리는 유독 높은 산 정산 가까이 바위틈 등 척박한 환경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꿩의다리속의 다른 종들에 비해 키가 50cm 안팎으로 비교적 작습니다.
6월에서 8월 사이 한여름 폭죽이 터지듯 자잘하고 다닥다닥 붙은 원뿔 모양으로 피는 꽃은 전체적으로 흰빛이 도는 자주색을 띤다고 해서 자주꿩의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방망이 형태의 연한 자주색 수술은 많은 경우 한 송이에 40~50개가 부채살 퍼지듯 달리는 등 그 수가 매우 많지
만, 암술은 3~5개로 길이가 짧고 통통합니다.
보통 전국 어느 산에서나 높고 깊지 않은 숲에서 흔히 만나는 것은 그냥 꿩의다리 또는 산꿩의다리인데, 키가 1m 이상으로 비교적 크고 흰색의 꽃이 자잘하고 풍성하게 달립니다. 충청도 이남의 산에서는 자주꿩의다리와 비슷하지만 키가 더 크고 잎과 꽃이 더 엉성해 보이는 은꿩의다리가 자생합니다. 특히 꽃대 등 줄기의 색이 자주꿩의다리는 진한 자주색, 은꿩의다리는 녹색으로 차이가 납니다. 수술도 은꿩의다리가 더 가늘고 길어 보입니다.
자주꿩의다리를 만난 날 고대산 산행에서 돌양지꽃과 노루발풀, 산골무꽃, 털중나리도 함께 만났습니다.
Where is it?
높은 산, 그중에서도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생태 특성상 바위가 많은 산등성이에 가야 만날 수 있다. 다른 말로 땀을 흘리고 산정 가까이 올라야 자주꿩의다리와 해후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까이 서울 북한산에서도 자생한다. 국민대를 지나 북악터널 입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따라 1시간여 오르면 형제봉인데, 그 주변 바위 절벽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해 능선을 따라가면서 종종 만날 수 있다. 물론 군락지 규모나 주변 경관 등을 감안한 최고의 모델은 경기도 연천 고대산의 자주
꿩의다리. 자유로 경기도 경계 지점에서부터 100km로 거리는 다소 멀지만 언제든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1시간 반 정도로 도착할 수 있다. 모처럼 경원선 기차를 타고 가도 된다. 신탄리역에서 내려 10여 분 걸으면 고대산 입구. 3개 등산로 중 2코스를 택해 1시간여 오르면 전망이 탁 트인 바위
능선에 자리 잡은 자주꿩의다리 군락을 마주할 수 있다. 경남 합천의 가야산과 충북 괴산 이만봉의 능선 길에서도 볼 수 있다.
전문위원/야생화 칼럼니스트│김인철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서울신문사에 들어가 환경부 출입기자,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장, 행정뉴스부장, 논설위원, 제작국장 등을 지내는 등 기자로 만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http://ickim.blog.seoul.co.kr)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야생화의 생태 및 사진 촬영을 공부하
고 있다.
주꾸미·해삼 등 제철 보양식으로 입맛을 돋우는 농수산물들이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지난 달 1∼31일 해삼과 주꾸미 매출이 작년동기에 비해 각각 53%, 43%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국내산 수산물 어획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했고, 따뜻한 날씨 덕분에 출하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졌기 때문이라고 마트측은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의 산지위판 평균가격에 따르면 주꾸미 1㎏는 지난 달 2만133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13.5% 떨어졌고, 해삼은 1만1천954원으로 12.6% 하락했다.
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꾸미 물량이 부족해 태국산을 수입했는데 올해에는 국내산이 많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봄나물의 경우 지난해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생나물(23.9%), 쑥갓(20.3%), 미나리(15.8%)가 작년동기보다 많이 판매됐다.
한편 G마켓(www.gmarket.co.kr)은 지난 달 1∼30일 주꾸미와 멍게 판매량이 각각 18%, 48% 늘었다고 밝혔다.
바지락 등 조개류 매출도 89% 늘었고, 두릅·냉이 등의 봄나물 판매량은 85% 증가했다.
이밖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장어, 전복, 낙지 등 수산물과 꿀·로얄제리, 삼계탕 등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유통업계는 전했다.
“너푼너푼하게 잘 자란 곰취 잎에 된장쌈을 해서 먹는 맛은 그 싱그러움이며 쌉쌀한 뒷맛이 그만이다. 나중에 백두산에 갔다가 양념장을 쳐서 싸먹던 야생 곰취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황석영 작가의 생생한 묘사가 아니더라도 ‘봄’ 하면 ‘봄나물’이 절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봄나물은 양지 바른 곳에서 아지랑이마냥 푸릇푸릇 돋아나 겨울의 황량함을 단박에 지우며 싱그러운 색감으로 먼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조물조물 무쳐 한 입 먹었을 때의 파드득한 식감, 코끝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봄나물 특유의 향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우리의 입맛을 완전하게 깨워낸다.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따뜻한 봄기운에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신체 활동량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우리 몸에서 에너지대사에 관여해 대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과 무기질인데, 봄나물에는 이들 영양소가 풍부하다. 이처럼 봄나물은 봄철 풍미를 살려주고 나른해지기 쉬운 요즘, 우리 건강을 관리해 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
입춘이 지나고 4월까지 산과 들에 지천으로 자라는 봄나물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봄의 선물이다. 들에서 캐는 냉이, 달래, 쑥은 3월이, 고사리, 곰취, 두릅처럼 산에서 자라는 나물은 4월이 각각 제철이다.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단단한 대지를 뚫고 나온 이 강인한 나물들은 우리 밥상을 소박하지만 맛깔스럽게 바꿔주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잎에서부터 뿌리까지 버릴 것이 없는 냉이는 주로 된장국에 넣어 먹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넣어 무쳐 먹는다. 비타민 C와 A가 풍부해 요즘과 같은 환절기 감기예방은 물론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알싸한 맛이 일품인 달래는 칼륨이 많아 찌개 등에 넣어 먹으면 나트륨과 칼륨의 적정 섭취 비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봄나물은 일반 영양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성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쑥의 경우 시네올(cineol)이라는 기능성 성분을 가지고 있다. 이 성분은 항염증 효과를 가지고 있어 봄철 기침·천식 환자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쌉쌀한 맛이 일품인 참취도 그 뛰어난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참취 추출물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한 결과, 참취가 홍삼과 비슷한 수준의 우수한 면역활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밖에도 씀바귀, 원추리, 두릅, 미나리 등 10가지가 넘는 봄나물이 시중에 나와 봄을 알리고 있다. 맛은 물론 영양과 효능까지 꼼꼼하게 따져서 먹는다면 봄나물은 이 계절에 가장 좋은 건강식이 될 것이다. 봄나물로 무엇을 해 먹을지, 어떤 영양소가 많은지 알고 싶다면 농촌진흥청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http://koreanfood.rda.go.kr)에 접속해 궁금증을 해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봄이 되니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없다며 자극적인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봄철 건강관리를 생각한다면 이는 피해야 할 일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사람의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고 기운을 맑게 하는 것은 담담하고 소박한 맛이라고 한다. 나른한 봄철, 봄나물만큼 좋은 건강식도 드물 것이다.
오늘 저녁 장바구니를 들고 집 근처 전통시장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바구니 가득가득 봄나물을 사들고 와 갖은 양념에 무치고 된장을 풀어 끓여 가족과 함께 봄이 주는 만찬을 만끽해보자. 우리 밥상 위에 무르익은 봄을 선사하고, 가정에 활기찬 봄기운을 가득 채우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봄철엔 나른함 때문인지 보약을 지어 드시는 분들이 꽤 있다. 엄마로서, 요리연구가로서 보약도 보약이지만 때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게 보약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3월엔 각종 나물과 함께 꼭 챙겨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녹두를 갈아서 체로 걸러 가라앉은 앙금을 모아서 쑨 ‘청포묵’이다.
조선 후기에 홍석모(洪錫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청포묵은 3월에 먹는 계절음식으로 청포묵을 먹으면 여름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청포묵의 주재료인 녹두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찾아볼 수 있다.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열을 내리고 부은 것을 가라앉게 만들며 열을 식히며 숙취에도 좋다. 이렇게 효능이 뛰어난 청포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입과 눈이 동시에 즐거운 ‘탕평채’를 빼놓을 수 없다.
탕평채는 청포묵과 쇠고기, 미나리, 숙주, 홍고추, 황ㆍ백 지단, 김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먹는 전통음식이다. 다들 알겠지만 탕평채는 조선시대 영조와 사연이 깊은 요리다. 영조는 당파 간의 첨예한 대립과 정쟁을 해소하기 위해 인재를 고루 평등하게 등용하는 ‘탕평책’을 실시했는데 어느날 수라상에 나온 청포묵과 각종 재료들이 섞인 모양새가 탕평을 상징한다 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탕평채라는 이름을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선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다는 뜻을 바라는 마음에서 갖은 재료를 고루 섞은 묵나물에 탕평채란 이름을 붙였다고 기록돼 있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정치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탕평채는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 말고도 우리 조상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요리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음식을 요리할 때도 음양오행의 원리를 적용했다. 탕평채야말로 오색과 오미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대표적인 보약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청포묵과 각종 재료를 한데 무쳐 먹는 전통적인 방식 말고 좀 더 먹기 좋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이 큰 스타일로 요리해 보자. 단호박 떡과 청포묵 위에 각종 재료들을 넣어서 돌돌 말아주는 ‘단호박 탕평채말이’다.
청포묵 만들기 어렵지 않다. 요리도 과학이다. 탕평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며 아이들과 청포묵 만들기를 하면 탱글탱글 만들어진 청포묵을 보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특히, 단호박 떡을 곁들이면 노란 색감도 아름답지만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청포묵의 매끈한 식감과 사각거리는 채소와 쇠고기의 담백함 그리고 노란 단호박 떡과 초록미나리를 돌돌 말아 맛과 영양이 좋다.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배려하는 마음은 엄마의 사랑이다. 음식을 통해 가족에게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웬만한 한식 상에는 빠지지 않고 오를 정도로 친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탕평채. 이번 주말에 모처럼 가족이 다같이 모여 탕평채를 현대식으로 함께 해먹으며 가정과 세상의 화합을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1. 재료
* 청포묵 만들기: 청포묵 녹두녹말 1/2C, 물 1/2C, 소금 1/4t, 소금1/3t, 참기름1/2t
*들깨초간장 : 간장 4t, 매실청 2T, 설탕1T, 들깨가루 2T, 참기름 1t
*단호박떡: 쌀가루 200g, 삶은 단호박 30g
쇠고기 우둔살 100g, 파프리카(주황, 빨강, 노랑) 각 1개씩, 고추 2개, 달걀 2개
2. 만드는 방법
-청포녹말과 가루 분량의 일곱배 가량의 물을 부어 풀어 쑨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 불에서 뜸을 들인다
-색이 투명해질 때까지 나무주걱으로 저어준다
-어느 정도 탄력이 느껴질 때 틀에 물을 약간 넣어주고 부어준다
-실온에서 천천히 굳힌다
-미나리는 소금을 넣고 데치고 묵은 얇게 잘라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준비한다
-쌀가루에 삶은 단호박을 반죽해 면보에 설탕을 1T정도 깔고 올려 찜기에서 15분간 찐다
-장갑을 끼고 면보를 치댄 호박떡을 방망이로 밀어 길이 10cm, 폭 3cm로 준비한다
-쇠고기는 핏물을 닦고 6cm 길이로 채 썰어 양념장을 넣고 재운 뒤 볶는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지단을 부쳐 길이 5cm, 폭 3cm 정도로 채 썬다
-파프리카와 고추도 지단과 같은 크기로 채 썬다
-단호박 떡과 청포묵 위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어서 돌돌 말아준다
-도자기에 먹기 좋게 담아 초간장과 함께 곁들인다
정리=경기일보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