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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와 현대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불의 도시 ‘바쿠’
- 신과 신화, 인간들의 이야기가 풍성한 코카서스 3국의 첫 번째 여행지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다.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첫 여행지가 됐다. 먼저 한국엔 코카서스 3국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다. 모스크바, 이스탄불, 카타르 혹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국제공항을 경유해서 가야만 한다. 둘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적대국이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국경 통과가 불가능하다. 셋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운행한 침대열차 1등 칸에 타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아제르바이잔이 실크로드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었다. 세계에 몇 곳 없는 동서양 문화의 완충지대에서 출발해 유럽 문화의 변방을 향해 서쪽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기 때문에 ‘바쿠’라는 도시를 제대로 처음 본 것은 다음 날 아침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흐린 하늘 옅은 구름 아래로 반듯하게 서 있는 황갈색 사각형 빌딩들, 민트색 둥근 아치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고풍스런 정취의 건물들이 창밖으로 보였다. 동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라는 거대한 캔버스가 희미한 푸른 잉크로 물들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여행이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솟아 있는 바쿠의 상징, 플레임 타워(Flame Tower)도 눈에 들어왔다. 바쿠는 구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의 고건축과 현대 건축물들(플레임 타워,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사유의 길 12세기에 지어진 벽이 둘러싸고 있는 유서 깊은 ‘이체리 셰헤르’(Icheri Sheher)는 바쿠의 구도시다. 커다란 성문을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서니 오랜 세월 밟히고 마모되어 반짝이는 돌로 포장된 길이 열렸다. 서유럽의 도시처럼 위대한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광장은 아니다. 사람과 시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길들이 성 안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골목은 관광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사유의 길이 도시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큰길가 양쪽으로는 상점과 식당들이 죽 늘어서 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이 묵었다는 ‘카라반세라이’(Caravanserai)다. ‘물탄 카라반세라이’를 비롯해 16세기에 지어진 ‘부카라 카라반세라이’ 등 역사적 건축물들이 이곳이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옛날 이토록 먼 길을 어떻게 이동해 여기까지 왔는지 상상이 안 되지만, 곳곳에 실크로드의 흔적들이 보인다. 시간이 흘러 그 카라반세라이는 기념품 판매점과 고급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바쿠의 중세를 만나다 바쿠의 구도시 중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12세기에 지어진 ‘메이든 타워’(Maiden Tower)다. ‘처녀의 망루’라는 뜻을 지녔다. 바쿠 왕의 딸 메이든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이곳에 감금당하자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바쿠 왕이 감금한 여동생이 수치심으로 투신했다는 전설도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 성벽이 부서지거나 외부 세력에 정복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탑은 직경 16.5m, 높이 29.5m 규모의 원통형. 성벽의 두께는 5m나 된다. 탑 꼭대기는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탑 위에 올라서니 구시가지와 카스피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스피해를 넘어온 바람의 숨결을 느끼면서 다음 일정을 위한 휴식을 가졌다.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매다 도착한 곳은 ‘시르반샤 궁전’. 15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 건축 양식의 진주로 불린다. 왕궁과 건물들이 균형감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궁전으로 가는 골목을 걸을 때 어디선가, 신을 부르는 듯한 애절한 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 길게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아잔’(이슬람 사원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따라가 보니 이슬람 사원 ‘무하마드 모스크’(Muhammad Mosque)가 나타났다. 성의 바깥 서쪽에는 성곽길을 따라 바쿠에서 첫 번째로 조성된 ‘필라모니야 공원’(Filarmoniya Park)이 있다. 주변에는 노란색 건물의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예술 박물관’, ‘음악 재단’이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은 100년 전 유럽풍 스타일로 지어진 극장으로 운치를 더해준다. 오래된 성벽에 기대어 숲을 안고 있는 공원은 언제든 지친 여행자의 등을 쓰다듬어줄 것만 같다. 곳곳에서 공연을 하고, 한 레스토랑에서는 탱고 파티가 한창이다. 사랑에 취해, 춤에 취해 있던 커플이 카메라를 든 여행자를 보고 포즈를 취해준다. 계획에 없었던 장면들. 여행하면서 만나는 득템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생의 피로를 씻어주는 경험이다. 예술을 존중하는 나라 아제르바이잔은 페르시아인을 중심으로 코카서스인과 튀르크족이 병합되는 과정을 거쳐 11세기에 셀주크 튀르크에게 정복당했다. 이때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크족에 동화돼 완전히 튀르크화됐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언어의 80%는 터키어다. 그래서 터키와는 ‘한 민족 두 나라’로 불리고, 아제르바이잔 언어를 ‘아제르바이잔튀르크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은 언어와 문자, 문학작품을 매우 존중한다. 도시 곳곳에 시인의 동상이 있다. 특히 성의 주 출입구인 동쪽 성문 밖에는 아제르바이잔의 국민 시인이자 신비주의자인 ‘니자미 간자비’(Nizami Ganjavi)의 동상이 세워진 기념 공원이 있다. 다섯 편의 서사시 ‘하므사’(Khamsa)를 발표하면서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이 됐다. 기념 공원 바로 앞에는 ‘니자미 문학 박물관’도 있다. 이슬람식 문양과 디자인을 주로 사용한 건물이다. 건물 2층에는 유명 문인 6명의 동상이 있다. 이들 동상 때문에 박물관은 마치 성전 같은 분위기다. 바쿠의 로데오 거리는 이 박물관 앞에서 시작된다. 바쿠의 현재로 들어가는 길이다. 가성비 좋은 고급 레스토랑과 블링블링한 카페, 유명 브랜드 숍들이 이어지는 보행자의 거리다. 저녁이 되면 수많은 사람이 나와 밤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인종, 국적, 나이, 언어가 달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결을, 사물의 결을, 세상의 결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다른 영혼의 결을 안아줄 줄 안다. 이곳에는 여행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소매치기, 강도, 도둑질 같은 경직된 단어도 없었다. 바쿠의 속살들 구 소련 치하에 있었던 영향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젊은이는 많았다. 영어를 하든 못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친절’이다. ‘28 May 광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한 아가씨가 도와줄 일 없냐고 먼저 물어왔다. 예약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할아버지는 200m 정도를 걸어 숙소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줬다. 이곳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코카서스 3국 중 아제르바이잔의 물가가 가장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2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커피 한 잔은 3.0AZN(약 2100원), 슈퍼에서 파는 와인은 4.0AZN(약 2800원)쯤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0.2AZN, 약 140원) 등 대중교통비는 놀랄 정도로 싸다. 전철은 2개 노선에 정류장도 많지 않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바쿠의 속살을 보려면 전철역에서 파는 충전식 바쿠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봐야 한다. 바쿠의 로데오 거리 끝으로 지나가는 큰 대로를 건너면 카스피해를 끼고 바쿠만을 따라 엄청 길고,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바로 ‘불바르 공원’(Bulvar Park)이다. 공원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카스피해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공원 안에는 여객선 터미널, 요트 정박장, 대형 쇼핑몰, 국립 카페 박물관, 아즈네프 광장, 대형 회전 관람차인 ‘바쿠 아이’, 대규모 고급 호텔 등 새 시설들이 호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첫눈에도 공원 조성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음이 짐작된다. 하지만 뭐가 문제일까? 바로 앞 바다에서 원유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데…. 카스피해 보석에서 유럽 보석으로 카스피 해변과 근해에는 영화나 사진에서 많이 본 석유시추 시설이 곳곳에 있다. 지하를 뚫기만 하면 기름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나 많이 매장돼 있는 석유를 처음 유럽으로 가져가 막대한 부를 쌓은 이가 있다. 바로 노벨상으로 유명한 스웨덴 사람 ‘노벨’의 형이다. 그가 이 지역에서 석유를 발굴하고 정유소, 송유관, 원유소 등을 개발해 바쿠의 석유산업이 발전했다. 바쿠의 경제기반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쿠 시는 1884년 비잔틴 양식으로 지은 ‘노벨형제석유사’(브라노벨)의 복지시설 건물을 ‘노벨 박물관’으로 바꿔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현재는 이곳에서 생산된 석유를 바쿠에서 시작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1769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보내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제이한 항구까지 이어진다. ‘Baku’, ‘Tbilisi’, ‘Ceyhan’ 세 도시의 약자를 따서 ‘BTC 파이프라인’이라 부른다. 카스피해에서 생산된 원유가 BTC 파이프라인을 거쳐 지중해로 가고 이곳에서 다시 유럽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불바르 공원의 중심인 ‘무감 센터’(Mugam Center) 건너편에는 ‘업랜드 공원’ 정상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 승강장이 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면 바쿠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보았던 플레임 타워가 보인다. 3개의 타오르는 불꽃 형상을 한 건물의 높이는 190m. 6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3년에 완공했다. LED조명을 설치한 건물 외곽은 형형색색의 불꽃을 보여주며 화려한 쇼를 한다. 이제 바쿠는 ‘바람의 도시’에서 ‘불의 도시’가 되었다. 그 랜드마크가 플레임 타워다. 타워 옆 바쿠만과 카스피해가 한눈에 보이는 공간에 ‘순교자의 길’이 있다. 우리나라의 현충원처럼 전쟁 때(주로 소련이 붕괴할 때 일어난 독립운동) 희생된 사람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분쟁’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순교자의 탑’도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 옆에 추모 공간을 마련한 깊은 뜻을 헤아리며 카스피해와 바쿠의 야경을 감상했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정신 여행이 끝나면 바쿠는 어떤 도시로 기억될까? 아름답거나 시각적인 즐거움만 제공한 도시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신을 향해 인간이 엎드리는 곳, 자그마한 모스크가 있다. 바쿠의 현재를 상징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여성 건축가로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다. 우리나라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그녀가 디자인했다. 그래서일까. 친숙한 느낌이다. 건물의 경이로운 비정형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각형 건물이 가득한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바람에 흐르듯 우아하게 굽이치는 곡선이 숨통을 트이게 했다. 물결도 연상됐다. 멀리서 비탈진 광장의 초록과 물을 배경으로 놓고 봤을 때는 연체동물의 패각이 떠올랐다. 그 껍데기 집에 인간과 세계를 따스하게 감싸는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듯했다.
- 2020-01-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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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빛 겨울 노을을 슬그머니 담아 온 지중해 여행
- 창밖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겨울밤에 따뜻한 솜이불 속으로 몸을 담그는 순간 느껴지는 행복감. 그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겨울 여행의 맛이다. 뻔한 새해맞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겨울 여행에 갈증을 느꼈다. 그때 하나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중해는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황금빛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곳…” 레몬 향 실린 따스한 바람과 지중해가 반사한 겨울 햇살이 내 영혼을 포근하게 적셔줄 것 같았다. 오렌지빛 겨울 노을을 가슴 속에 슬그머니 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크레타섬’이다. 겨울에 만난 크레타 섬 크레타(Creta) 섬은 그리스 본토와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각각 300km 떨어진 정확히 중간 지점에 있다. 그리스에서 다섯 번째 큰 섬으로 제주도 면적의 4.5배 크기다. 아테네의 피레우스(Piraeus) 항구에서 밤 페리선을 타고 크레타 섬으로 향했다. 밭이랑을 세우듯 하얗게 물이랑을 일으키는 파도를 밤새도록 넘어 이른 새벽에 크레타의 이라클리온(Heraklion) 항구에 도착했다. 지중해의 겨울은 날씨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람과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지만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겨울바람이다. 살갗을 쓰다듬어주는 바람이 피부에 착착 달라붙었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나왔다. “아! 바람 좋다.” 잠시 후 새벽 여명과 함께 나타난 야자수와 파릇파릇한 나무들은 멀리 동쪽에서 찾아온 여행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라클리온의 중심지는 베니젤로(Venizelos) 광장이다. 광장 가운데 있는 1600년대에 만든 사자분수를 중심으로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주변에 있다. 비수기여서인지 문을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밤이 되자 광장 주변은 물론 골목길에 있는 작은 카페와 바까지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다가 어두워진 후에서야 이렇게 나타나는지 놀라웠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밤이 하얗게 새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이곳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긴 겨울밤 내내 공감과 소통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중해의 겨울밤은 하얀색 이야기의 성(城)이다. 겨울 석양을 맞이하기 위해 바닷가 길을 걸었다. 해안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예쁜 카페 거리가 아니라 황갈색 바위의 방파제 길을 걸었다. 길 중간에서 1500년대에 만들어진 ‘베네치아 요새’를 만났다. 크레타 섬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지어진 군사시설이다. 겨울 지중해는 해 질 녘 주황색 하늘을 나에게 선사하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 오면 여름을 기다리는 섬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참았을 것이다. 방파제에 앉아 한숨을 쉬며 파도로 해변을 핥는 겨울 바다를 지켜보았다. 바다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바다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포근함이 밀려왔다. 미노스 문명의 크레타 섬, 크노소스 궁전 크레타 섬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 영향을 준 미노스 문명의 중심지였다. 시내에 있는 ‘이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에는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청동기 시대 미노스 문명의 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으로 갔다. 겨울이라 관광객도 거의 없이 한산해서 여유롭게 궁전을 둘러볼 수 있었다. 크노소스 궁전은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그리스 전설 속의 반은 인간, 반은 황소였던 ‘미노타우로스’가 살았다는 전설로 유명한 곳이다. 미로 같은 건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만한 규모와 구조였다. 서로 연결된 방이 무려 1,400개라고 한다. 벤치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궁전에 얽힌 인물과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꿰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만나다 크레타섬 출신으로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화가 ‘엘그레꼬’, 가수 ‘나나 무스끄리’와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뽑을 수 있다. 이라클리온을 둘러싼 성벽 위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가 있다. “최후의 유혹”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그리스정교회와 로마가톨릭으로부터 파문을 당했기 때문에 공동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성벽 위에 있었다. 바람 부는 성벽 위, 그의 묘는 소박했다. 묘비의 글처럼 죽어서도 욕심내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평한 돌과 묘석 그리고 나무 십자가 그것이 모두였다. 묘비에는 그의 소설에서 따온 유명한 문장이 새겨져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욕심과 욕망을 버리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라는 그의 외침이 바람에 실려 귓가를 맴돌았다. 자유를 갈망하며 거칠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지금의 자리가 그의 영원한 안식처로 선택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조금 떨어진 곳에 니코스 카잔차키스 문학의 동료이자 사랑을 알려 준 두 번째 부인 엘리니의 묘가 있다. 그녀의 묘 역시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묘 주변을 둘러볼 때 벤치에 앉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파리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페르(Ferr)’였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공부했었다는 그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크레타 섬을 정말 좋아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의 문학과 그의 외침 ‘자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롭지 못해서 더 자유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시간, 사연이 오가는 겨울의 항구 크레타 섬에서 이라클리온 다음으로 큰 도시는 하니아(Chania)다. 이곳 역시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았었다.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작은 예쁜 항구다. 하니아는 이라클리온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3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하니아로 가는 도로는 해변을 따라가는 풍경이 아름다운 길이다. 가는 내내 올리브 나무가 지천에 깔려있는 구릉지들이 바다와 함께 길옆으로 함께 달린다. 크레타 섬에는 30,000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올리브 관련 상품들이 특산품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하니아 베네치아 항구의 작은 카페에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중해의 겨울 햇살이 내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항구는 배만 오가는 곳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과 시간, 사연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안에 나의 시간도 있었다. 지금까지 나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해 왔는지 크고 작은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르바의 말처럼 매사를 정밀하게 재는 저울 한 벌을 내 안에 가지고 있었다. 이제 저울을 버릴 때다. 필요한 건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 지중해 섬 여행 정보 Tip (아테네에서 크레타 섬 가는 방법 중심으로) -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에서 페리를 타면 된다. ‘미노안 라인’과 ‘블루 스타 페리’ 두 개 노선이 있으며 크레타 섬까지는 9시간 정도 걸린다. - 피레우스(Pireaus) 역까지는 지하철(Metro) M1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 피레우스 항구 입구에는 배를 타는 각 게이트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 - 예약서를 페리 타는 게이트(Exit)에 있는 부스에서 탑승권으로 교환하면 된다. 혹은 직접 구매해도 된다. ▪ 미노안 라인 예약 홈페이지 www.ferries.gr/ ▪ 블루 스타 페리 예약 홈페이지 www.bluestarferries.com ※ 크레타 섬 외에 산토리니 등 다른 섬을 가기 위한 예약과 승선도 동일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 겨울철에는 숙박비, 렌트비 등 모든 요금이 절반 정도로 싼 편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으면 배가 출항을 못 해 발이 묶여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겨울철 지중해 섬 여행은 반드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정이어야 한다. △ 크레타 섬 추천 먹거리 베니젤로 광장 꼬치구이 전문점
- 2020-01-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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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내섬에서 듣는 태고의 겨울바람 소리
- 그 섬에 서면 느리게 출렁이는 시간을 본다. 느릿한 바람 속에서 태고와 현재가 넘실거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가을이면 풍성한 갈대와 억새꽃이 군락을 이루어 눈부신 곳 ,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무인도 비내섬에서 알싸한 겨울을 맛보는 건 자신에게 때 묻지 않은 겨울을 선물하는 시간이다. 억새꽃 피어나던 섬으로 떠나는 겨울여행 충주에서 앙성면의 비내섬까지는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남한강 줄기와 함께 어우러진 섬이 보이고 벌써부터 가슴이 탁 트인다. 입구의 섬을 향한 다리를 건너서면 바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구 형식의 99만 2천㎡(약 30만 평)의 광활한 무인도가 펼쳐진다. 울퉁불퉁한 길에는 요즘 어디든 놓인 그 흔한 인위적인 데크길이나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문도 없다. 초입의 길 옆에 비내쉼터 하나 있을 뿐이다. 오지(奧地)와도 같은 비내섬의 자갈밭과 흙길을 따라 억새의 숲에 파묻힐 일만 남았다. 인적이 드물다. 한적함이 어울리는 섬이다. 언제까지나 덜 알려져서 늘 이랬으면 싶다. 숨겨놓고 나만 알고 싶은 곳, 그 섬에 들면 금방 자연 속으로 푹 잠기는 자신을 본다. 억새 사이로 난 부드러운 흙길에 사람의 발자국과 자동차 바퀴 흔적이 있다. 드넓은 갈대숲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취하는 조용한 휴식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 갈대와 억새꽃이 만발한 가을에 비해 겨울 들판에 서면 자연스럽게 차분함을 장착시켜 준다. 그 사이로 군데군데 서 있는 버드나무 뒤로 섬을 휘감아 도는 남한강 줄기가 흐른다. 산이나 들에서 주로 자라는 억새와 습지나 물가에서 자라는 갈대가 이곳에서는 사이좋게 공생을 한다. 사람들의 손 타지 않은 이런 풍경 덕분에 드라마 사극이나 사색적인 배경의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엔 이곳 비내섬과 이 지역의 탄금호 무지개길에서 촬영된 배우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방송되고 있는 중이다. 비내는 갈대와 나무가 무성해서 비어(베어) 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는 큰 장마가 지는 바람에 내(川)가 변했다 해서 비내라고 불린다는 말도 있다. 갈대숲을 지나던 마을 어르신이 “예서 뭐 볼게 있어서 이렇게 왔남? 하면서 가던 길을 익숙하게 지나가신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갈대와 억새가 무리를 이루어 일렁인다. 그 너머로 강변을 끼고 나지막한 산과 들이 배경을 이룬다. 그리고 멀리 몇 채의 시골집과 다 따낸 휑한 사과밭이 겨울 속에 오롯하다. 모든 것을 비운 사람의 멋을 떠올리며 꽃도 잎도 열매도 떨군 겨울 풍경을 본다. 우리 기억 속의 유년기의 마을 풍경처럼 아련하다. 이 모든 것이 제각각 따로 분리되어 보이지 않고 시간이 멈춘 듯 순하고 평화로운 정취로 눈에 들어온다. 발길 닿는 대로 옮기다 이토록 때 묻지 않은 이 섬에는 생태자원이 풍부하다.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으로 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자체의 입장이다. 생물의 다양성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서식·도래 지역, 지형·지질학적 가치를 위해 환경부에 비내늪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군사 훈련과 캠핑 차량 통행 등에 따른 훼손이 아직 남아있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이리저리 헤매듯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끝없이 호젓하다.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억새 수풀 사이에서 길을 잃고 싶다는 생각조차 든다. 천천히 걷다 보면 간간이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나 곤충들의 조용한 움직임이 숲의 정적을 깬다. 이곳이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비내섬 갈대밭의 자연은 우주만물이 공생하는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신경림 시인은 ‘갈대’를 이렇게 노래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한겨울이다. 실내에서만 옹송거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기 쉽다. 하루 코스로 훌쩍 떠나볼 수 있는 곳 충주 비내섬을 향해 달려보자. 그 섬의 억새 수풀 속에 서서 아스라한 태고의 겨울바람 소리를 들어보라. 뒤엉킨 머릿속이 은은하게 평정된다. 그리고 차분한 겨울 추억의 결을 하나 더 보태는 날이다. -비내섬 :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412 △가볼 만한 곳 충주 ‘중앙탑’ 비내섬에서 자동차로 20분쯤 거리에 중원 탑평리 칠층 석탑(일명 중앙탑)이 있다. 넓은 잔디밭에 사적공원(史跡公園)이 멋지게 조성되어 산책을 하거나 휴식공간으로 더없이 좋다.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국보 6호 중앙탑이 시원하게 우뚝 선 공원엔 예술적 조각 작품들을 비롯해서 야외음악당, 음악분수대, 향토민속자료관 등 볼거리가 많다. 호수 쪽으로 걷기 좋은 코스 탄금호 무지개다리가 있고, 호수 저 편에 [대한민국 중심고을 충주(CHUNG JU KOREA)]이란 글자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 나라의 중간 지점이다. 탑 주변을 벗어나면 그 옆으로 한옥이 보인다. 의상 대여소 '입고 놀까'는 중앙탑공원에서 인싸 되기 놀이마당이다. 이미 sns상에서 핫플레이스로 이슈가 되고 있다. 거길 나오기 전에 술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세계무술공원이 있다. *중앙탑: 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11 남한강 물길의 중심 목계나루, 그리고 종댕이길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지만 그 옛날 남한강 수운을 따라 물류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던 충주가 전국 동서남북 교통의 요지가 되는 역할을 했던 엄정면 쪽의 목계나루터. 오늘날 그 가치를 살리고자 복합 문화공간이 형성되었고 목계나루의 옛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다. *목계나루: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산35-8 그리고 산책 코스로 좋은 충주호 종댕이길은 1~3코스로 30분에서 4시간까지의 코스의 트레킹이 가능한 행복한 둘레길이다. 2코스의 조망대에서는 해맞이를 할 수 있고 출렁다리도 있다. *충주공용버스터미널 농업기술센터 정류장에서 514번(용관,시외버스터미널), 515번(터미널,국민은행) 버스 타고 마즈막재 삼거리 주차장 하차. 그 외에도 시내 중심의 충주 호암저수지, 관아공원은 물론이고, 잘 알려진 탄금대와 이화령을 지나 멋스러운 한지박물관과 주변의 문경까지 냅다 달려 볼 수 있다. 하루나 이틀쯤 선비의 풍류가 흐르는 곳 충주에서 겨울여행을 즐긴다면 정감 어린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충주의 맛 뭐니 뭐니 해도 사과를 빼놓고는 충주의 맛을 이야기할 수 없다. 충주의 사과 작가로 유명한 강병미 화가는 말한다. 대학교 때부터 사과를 그리다 보니 운명처럼 사과의 고장 충주에 와서 살게 되었고 이곳에서 사과 그림 작업은 당연한 일상이라고. 충주시 농업기술센터와 농업회사법인 페트라가 공동 개발한 사과빵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하면 오븐에서 직접 구워 식혀서 포장해 준다. 호두과자에는 호두가 들어있듯 사과 빵에는 당연히 충주 사과가 들어간다. 부드러운 빵 속에 상큼한 사과 필링이 입안 가득 퍼지는 맛, 따뜻할 때 더 맛있다. *애플스토리 : 충북 충주시 지현동 963 (충주휴게소, 수안보 휴게소, 주암휴게소, 수안보 상록호텔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도록 저장도 하지만, 충주에서는 다양한 제품으로도 나온다. 사과 한과, 사과 손약과, 사과 강정 외에도 사과 국수와 주스나 와인 등이 있다. 충주 버스터미널 안에 충청북도 우수 판매전시장이 있어서 귀갓길에 구입할 수 있다. 맛있는 한 끼 올갱이(다슬기)요리는 주로 충주와 괴산에서 먹을 수 있는 맛이다. 푸르스름한 올갱이국이 일품이다. 그리고 충주 부근으로 드라이브 삼아 나가면 그 산에서 나는 산채비빔밥집이 많다. 직접 발효한 효소를 넣은 양념장과 청포묵을 넣은 비빔밥의 맛. 만일 여유있게 하루나 이틀쯤 머문다면 숙소는 비내길에서 20분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앙성 탄산온천지역이 있다. 수안보 온천도 멀지 않아서 온천욕을 하며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겨울여행의 알찬 마무리다.
- 2020-01-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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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즐길 만한 전시ㆍ공연ㆍ영화ㆍ도서
- ◇ Exhibition #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여 년을 재조명한다.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하는 이번 기획전은 국내 비디오 작가 6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작품에서 시작해, 1980~90년대의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과 싱글채널 비디오까지 아우르며 한국 비디오 아트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 미술’, ‘탈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등 크게 7개의 주제로 나뉜다. 기술과 영상 문화, 과학과 예술, 장치와 서사 등 이미지와 개념의 문맥을 오가며 진화해온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다각도로 살펴볼 기회다. # 매그넘 인 파리 일정 2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프랑스 파리를 주제로 한 사진전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20세기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 작가 40명의 작품 400여 점이 공개됐다. 2014년 오텔 드 빌(파리 시청)에서 처음 개최됐던 이번 전시는 2017년 일본 교토문화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앞서 열린 파리와 교토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엘리어트 어윗의 사진 40여 점으로 구성된 특별 섹션 ‘Paris’와, 파리의 패션 세계를 담은 작품 41점을 추가로 만날 수 있다. 파리의 풍경이 담긴 옛 지도와 희귀도서, 앤틱가구 등으로 꾸며진 ‘파리 살롱’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하다. #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의 판화, 유화, 드로잉 등 오리지널 작품 230여 점을 작가의 삶과 여정에 따라 총 5부로 나눠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체코 출신의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의 개인 소장품을 주축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일명 ‘무하 스타일’이라 알려진 넝쿨 같은 여인의 머리카락, 독특한 서체 등 매혹적인 아르누보 스타일의 포스터에서 작가가 고국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작품까지 총망라한다. 도슨트 운영과 더불어 체코문화원과 함께하는 미술사 강연 및 시즌 이벤트, 키즈 아틀리에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 고향 gohyang: home 일정 3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권 전시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복잡한 사회·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살펴본다. 중동에서 발생한 다양한 미술적 활동을 통해 고향을 잃거나 빼앗긴, 또는 고향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민족’이라는 관념적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기억의 구조’, ‘감각으로서의 우리’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이미지, 사운드 설치, 드로잉,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기간에는 할리드 쇼만 컬렉션의 영상 작품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시네마테크 컬렉션으로 구성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 Stage # 뮤지컬 '레베카' 일정 3월 15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엄기준, 신성록, 옥주현 등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계 콤비 미하엘 쿤체(대본·작사)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의 대표작. 영국 대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 ‘레베카’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강렬한 음악으로 전 세계 1900만 관객을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상징이 된 회전하는 발코니 신은 관객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다. # 마당놀이그 '춘풍이 온다' 일정 1월 26일까지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연출 손진책 출연 김준수, 서정금, 김미진 등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극이다. 34명의 배우와 20명의 연주자가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기생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한 한량 춘풍을 그의 어머니와 몸종이 혼쭐내고 가정을 되살린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마당놀이 특유의 세태를 꼬집는 풍자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 2020 신년음악회 일정 1월 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 정명훈 출연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라라 주미 강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경자년을 맞아 새해 첫 주 토요일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며 의미를 더한다.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으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비롯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아온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 Movie # 피아니스트의 전설 개봉 1월 1일 장르 드라마·판타지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팀 로스,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등 ‘시네마 천국’, ‘베스트 오퍼’에 이은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감독이 함께한 ‘예술과 사랑’ 3부작 마지막 편이다. 2002년 12월 개봉 이후, 22년 만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첫 정식 개봉을 확정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소설 ‘노베첸토’가 원작. 평생 바다 위에서 살며 한 번도 땅을 밟아본 적 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아름다운 영상과 황홀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봉 1월 16일 장르 드라마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등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2관왕에 이어 토론토, 뉴욕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여인과 그녀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 몽마르트 파파 개봉 1월 9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민병우 출연 민형식, 이운숙, 민병우 아버지의 인생 2막을 담은 아들의 다큐멘터리. 미술교사로 평생을 산 아버지는 은퇴 후 ‘몽마르트 거리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도전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Book #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키만소리 저·책들의정원) 엄마는 해외로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영어공부를 해서 혼자 해외여행을 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거부한 그녀는 ‘현자 씨’라 불러 달라며 가족들에게 선포한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며 ‘나다운 나’로 살고 있는 현자 씨의 홀로서기 에피소드를 웹툰과 에세이로 담았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인생 2막을 살며 못다 한 꿈을 이뤄가는 당당한 꽃중년의 모습을 그린다. #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신정근 저ㆍ21세기북스)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 이은 신정근 교수의 신작. ‘중용’의 원문 중 신중년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60개의 명문장을 엄선해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일러준다. #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수지 홉킨스 저ㆍ에프)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사랑과 조언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엄마가 떠나고 딸이 홀로 할 일들을 날짜별, 단계별로 보여주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처방전도 제시한다. # 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저ㆍ시공사) 북극에 고립된 78세 천문학자와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비행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 느낀 지난날의 사랑과 회한을 그린 소설. 극한 상황 속 인간의 고독과 복잡한 내면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 어반 우즈맨 (맥스 베인브리지 저ㆍ목요일) 우드 카빙으로 숟가락, 주걱, 도마 등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을 손수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재 구하기부터 도구 사용법, 관리법 등 초보자를 위한 목공 매뉴얼이 자세히 실려 있다.
- 2020-01-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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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별 실내 5樂 “안에서 놀면 안 춥지!"
- 춥다고 외출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때로 발걸음을 옮겨 즐길 거리 가득한 실내 놀이터를 찾아보자. 찬바람에도 끄떡없는 테마별 실내 5樂 공간을 소개한다. 1樂 문화를 즐기다 ◇ CGV 특별 상영관 국내 최초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 ‘씨네&포레’는 영화와 숲을 테마로 한 콘셉트로 자연 친화적 스타일로 꾸며졌다. 숲속을 재현한 분위기와 더불어 영화 상영 전 피크닉타임, 캠핑 감성 메뉴, 그리너리 라운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거실에 대한 로망을 담은 거실형 극장 ‘씨네&리빙룸’은 가죽소파와 칸막이를 설치해 프라이빗한 공간을 연출했다. 각 좌석에는 개인 테이블, 쿠션, 휴대폰 충전기 등을 놓아 편안함을 더했다. 어두운 상영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실제 거실처럼 밝은 조도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씨네&포레: CGV 강변·광주금난로·천안터미널·부천점, 씨네&리빙룸: CGV 왕십리점. enjoy + ‘씨네드쉐프’는 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이어 영화 관람까지 가능하다. 상영관은 침대관인 ‘템퍼시네마’와 다양한 소파가 마련된 ‘살롱S’ 중 선택하면 된다. CGV압구정·센텀시티·용산아이파크몰 등에서 즐길 수 있다. ◇ 송파책박물관 책장의 레이어를 본뜬 외벽이 돋보이는 ‘송파책박물관’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널찍한 중앙 계단. 관람객이 쾌적하게 독서를 하거나 각종 문화 행사를 즐기도록 설계했다. ‘책을 통한 소통’을 주제로 꾸며진 1층에는 카페라운지를 비롯해 북키움, 키즈스튜디오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책 속에 들어가 바라보다’라는 콘셉트가 담긴 2층에서는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상설·기획 전시실과 미디어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사료와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날씨가 포근할 때는 야외정원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서울시 송파대로37길 77, 화~일요일 10:00~18:00 enjoy + 송파책박물관의 특별 공간은 바로 ‘보이는 수장고’다. 대부분의 수장고는 유물처럼 귀한 자료가 많아 접근이 어려운 반면, 이곳에선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의 모습과 소장품의 관리·보존 상황을 엿볼 수 있다. 2樂 자연을 즐기다 ◇ 서울식물원 지난해 개방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4번 출구와 연결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도 쉽게 방문 가능하다. 지중해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에서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야외 활동이 괜찮은 날엔 한국 자생식물로 전통정원을 재현한 야외 주제정원을 거닐어보자. 그밖에 식물문화센터, 어린이정원학교, 마곡문화관, 숲문화학교, 수변데크 등을 둘러봐도 좋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화~일요일 09:30~17:00(동절기) enjoy + 서울식물원 내 식물문화센터에서는 각종 행사와 전시 등을 통한 다양한 식물문화 체험이 이뤄진다. 온실과 보타닉홀(대강당), 식물전문도서관, 씨앗도서관, 기획·상설 전시관을 비롯해 푸드코트, 카페테리아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 식물관PH 유리온실과 닮아 자칫 식물원으로 보이는 ‘식물관PH’는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쉬는 고유한 경험의 공간’을 지향한다. 실제 사람과 식물이 더불어 활동하기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곳에선 팥배나무, 야자나무 등 100여 종의 나무들과 다육식물을 전시한 재배온실을 볼 수 있다. ‘식물관’은 식물원과 미술관을 합친 이름이다. 입장료 1만 원을 내면 식물원과 3층 미술관을 구경하고 음료 주문까지 가능하다.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34길 24, 화~일요일 11:00 ~20:00(동절기) enjoy + 식물관PH 3층에서는 12월 15일까지 도예가 한정용 서울대학교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한 기획전시 ‘Formation’이 열린다. ‘흙’이라는 집중된 소재 안에서 만듦새의 확장성을 연구하고, 그 쓰임을 바탕으로 형태를 짓는 도예의 작은 시도를 들여다볼 수 있다. 3樂 놀이를 즐기다 ◇ 숲, 숨 Gray ‘PLAY=HEALING’ 노는 게 곧 쉼임을 실현하게 해주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평일 1시간 5000원(주말 6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보드게임, 노래방, 오락실, 만화방, 안마의자, 영화 감상 등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 1잔이 공짜로 제공되고, 3시간 이용 시에는 케이크까지 함께 증정한다. 5층으로 이뤄진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다 보면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맨 꼭대기 층에는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바(bar)도 마련돼 있어 각종 모임 장소로 활용해도 좋다(대관 별도 문의).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6길 45,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제주점: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965) enjoy + 액션, 어드벤처 등 인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부터 농구, 다트, 레트로 오락기와 수준별 보드게임, 최신 코인노래방, 고급 안마의자까지 남녀노소 즐길 거리가 풍부해 누구와 함께해도 만족스럽다. 물론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VR스퀘어 화이트·그린·블루·레드·옐로 등 총 5가지 콘셉트로 나뉜 5층 공간에서 각종 VR 어트랙션(가상현실 체감형 기기)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평일 기준 어트랙션 수에 따라 BIG1 8000원, BIG3 2만 원, FREE PASS 2만9000원(3시간 자유이용)으로 나뉜다. VR 체험이 처음이라면 어지럽거나 멀미를 할 수도 있으니 1회권이나 3회권으로 먼저 이용해본 후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원하는 시간 동안 인기 콘텐츠 13종을 즐길 수 있는 VR 파티룸(평일 3만6000원)을 이용하는 게 실용적이다.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68, 일~금요일 11:00~23:00, 토요일 11:00~24:00 enjoy + 실제 사용자의 행동이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는 VR 워킹 어트랙션을 비롯해, 기계에 탑승해 운전이나 비행 등을 즐기는 VR 시뮬레이터, 근래 유행하는 VR 방탈출까지 몰입도 높은 가상현실 기기들이 설치돼 있어 다양한 VR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식물원, 식물관PH, 숲, 숨 Gray, VR스퀘어 4樂 여가를 즐기다 ◇ 통의동 보안여관(BOAN 1942) 1942년부터 2005년까지 약 60여 년간 수많은 나그네가 머물렀다 간 쉼터 ‘통의동 보안여관’은 2007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재작년부터는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숙박시설인 ‘보안스테이’를 새롭게 열었다. 북악산, 경복궁, 서촌 한옥마을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과 더불어 휴식을 극대화하는 객실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빈티지한 분위기의 외관과 실내 디자인뿐만 아니라 보안책방, 아트스페이스보안(전시 공간), 보안클럽 등 볼거리가 많아 이따금 여가를 보내기에 제격인 장소다.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화~일요일 12:00~18:00, 잔술집33 18:00~24:00 enjoy + 통의동 보안여관 1층에 자리 잡은 33마켓은 한국적 정취와 계절의 흐름을 담은 공간이다. 낮에는 차를 우리는 티 카페로 운영하고, 밤에는 크리에이터들이 공예 작가들의 작품 잔에 술을 파는 ‘잔술집33’이 되어 손님을 맞이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X 더 플라자 호텔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이하 ‘광장’)의 개최를 맞아 더 플라자 호텔과 함께 제휴 프로그램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x더플라자’를 진행한다. ‘광장’은 한국 미술 100년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내년 2월까지 만날 수 있다(과천관은 3월 29일까지). 해당 기간 호텔 클럽층 투숙 고객에게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 초대권과 무료 아트셔틀버스를 제공하는 등 편안한 휴식과 함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 플라자 호텔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enjoy + 기본 제휴 프로그램 외에 미식과 예술이 결합된 ‘코리아 모던 아트 패키지’를 운영한다. 프리미어 스위트에서 1박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한식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투어까지 누릴 수 있다(가격은 53만5000원부터). 5樂 취미를 즐기다 ◇ 상생상회 상생상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지역 중·소농을 돕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1층에는 지역물품 판매장과 카페가, 지하 1층에는 전시 홍보 및 상생공유의 장이 마련돼 있다. 전시 홍보 공간에서는 지역 축제, 특산물, 관광자원 등을 주제로 정기적인 전시를 진행하며, 국내 여행 및 귀농·귀촌 등 유용한 지역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상생공유주방은 상생상회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 ‘서로맛남’과 금요일 점심시간 셰프가 만드는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금요미식회’를 진행한다.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찾아가 보길 권한다.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9, 1층 매장 11:00~20:00, 자원홍보공간 9:00~18:00 enjoy + ‘서로맛남’과 ‘금요미식회’는 제철 식재료에 따라 매달 프로그램이 달라진다. 일정 확인 및 예약은 홈페이지(sangsaeng.seoul.go.kr)에서 가능하고, 상생상회 SNS나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 엔젤공방거리 진득하게 자리 잡고 앉아 취미를 즐기기엔 공방만 한 곳이 없다. 서울 강동구에 조성된 엔젤공방거리에는 도자기, 커피, 디저트, 플라워, 캔들, 금속,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공방이 즐비하다. 각 공방에서 판매하는 이색 공예품들은 물론 데일리 클래스나 정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공예품을 제작하거나 배울 수 있다. 서울시 강동구 성안로 일대. enjoy + 강동구 엔젤공방거리에 입점한 공방은 현재 총 18곳이다(2019년 11월 기준). 도자기 공예 수업을 진행하는 ‘베이크 포터리’(성안로 109)를 1호점으로 시작해 18호점인 애견 관련 수공예품점 ‘오늘도 예쁘구나’(성안로 43)까지 각양각색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디저트 등을 즐기고 배우는 ‘커피 플라스크’(성안로 41), ‘알라망’(성안로 75) 등을 비롯해 테라리움 DIY 공방 ‘고니네미’(성안로 47), 젓가락 예절교육을 진행하는 ‘시와저’(성안로 101), 업사이클 금속공예방 ‘메탈룸’(성안로 35) 등 취미에 따라 공방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 2019-12-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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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들뜨는 12월 추천 문화 행사
- ◇ 가야본성 칼과 현 일정 12월 3일~3월 1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1991년 열린 ‘신비의 고대 왕국 가야’ 전시 이후, 보다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통해 복원된 가야의 얼굴을 만날 기회다. ‘말 탄 사람모양 토기’(국보 275호)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문화재 1000여 점을 선보인다. ◇ 제13회 평창송어축제 일정 12월 21일~2월 2일 장소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 둔치 송어 얼음낚시를 비롯해 송어 맨손잡이, 텐트낚시, 눈썰매, 얼음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겨울 대표 축제다. 오대천에서 직접 잡은 송어를 맛보고, 다양한 겨울 놀이도 체험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자. ◇ 캣츠 개봉 12월 24일 출연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등 뮤지컬 ‘캣츠’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레미제라블’의 감독 톰 후퍼를 중심으로 브로드웨이 최고의 뮤지컬 제작진과 명배우들이 총출동해 원작 무대 못지않은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 금난새의 크리스마스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롯데 콘서트홀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지휘 아래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하모니를 이룬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비제 교향곡 C장조 1, 2악장부터 베토벤 운명 교향곡까지 감상할 수 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크리스마스 콘서트 ‘선물’ 일정 12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오랜 시간 그를 찾아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뜻깊은 무대를 마련했다. 이번 공연은 용재 오닐이 지닌 악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해 특별함을 더했다. ◇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 축전 일정 12월 31일~1월 1일 장소 경북 포항시 해맞이광장 일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에서 매년 12월 31일부터 새해 아침까지 열리는 축제다. 해넘이와 해맞이는 물론 버스킹 페스티벌, 마당놀이, 불꽃잔치, 먹거리 및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2019-11-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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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언덕 넘어 김광석골목까지, 시간을 거슬러 걷는 길
- 대구 청라언덕으로 가는 길에 가곡 ‘동무생각’을 흥얼거렸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어릴 적 배운 노래인데도 노랫말이 또렷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근대 풍경을 묘사한 벽화 골목을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이 나타났다. 정원으로 가꾼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그림처럼 자리했다. 청라언덕은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웠다. 걷기 코스 동대구역▶ 버스▶동산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단▶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서상돈고택▶ 마당깊은집▶ 교남YMCA▶ 대구기독교역사과(구 제일교회)▶ 약령시한의약박물관▶ 진골목(종로)▶ 화교협회(화교소학교)▶버스▶ 김광석골목 청라언덕에서 부르는 연가 1890년대 조선에 들어온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들은 동산언덕을 사들여 주택, 교회, 병원을 지었다. 푸른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로 지은 주택을 휘감았다. 대구읍성 동쪽 언덕이었던 동산은 이때부터 푸를 靑(청)과 담쟁이 蘿(라) 자를 써 ‘청라언덕’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1910년경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 주택 세 채가 남아 있다. 선교사 이름을 딴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이 그것. 미국식 방갈로 형태로 지은 주택 둘레에 나무가 우거진 정원과 산책로를 조성해 이국적 정취를 더했다. 이 건물들은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0년대 전후의 서양 의료기기들과 외국인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3·1운동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챔니스 주택과 블레어 주택 사이에서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 노래비를 찾았다. 이 노래에 작곡가의 러브 스토리가 담겨 있을 줄이야. 박태준이 고교생 시절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는데, 훗날 이 사연을 들은 이은상 시인이 노랫말을 써줬다고 한다. ‘동무생각’의 ‘동무’는 동성 친구가 아닌 이성이었던 것. 청라언덕에서 계산동으로 넘어가기 위해 3·1만세운동길 계단을 내려간다. 좁고 가파른 이 계단은 1919년 대구 3·1만세운동 당시 고교생들이 일본의 눈을 피해 집결지로 이동했던 통로였다. 계단 중간쯤에 멈춰 서니 가로수 위로 우뚝 솟은 계산성당 쌍탑이 보인다. 대구의 예술가를 만나는 골목길 계단을 내려와 큰길을 건너면 곧 계산성당 앞이다. 계산성당은 100여 년 동안 이 터를 수호하듯 하늘을 향해 뾰족한 쌍탑을 얹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 눈에도 멋있어 보이는지 성당을 배경 삼아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하다. 성당 뒤쪽에는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와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이상화는 1934년부터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수많은 항일 시를 남겼다. 그가 해방된 조국을 보았다면 자신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답시를 짓지 않았을까. 두 고택 앞을 지나는 골목에는 시인 이상화,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등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다 하여 ‘예술가 골목’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이 골목에 한국전쟁 직후 대구를 배경으로 한, 한 소년의 성장소설 ‘마당 깊은 집’(1988)의 문학체험공간이 들어섰다. 이 소설은 김원일(1942~)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데 드라마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으면 3·1만세운동 때 주요 지도자들이 회의했던 대구 구 교남YMCA 회관과 1893년에 지은 대구기독교역사관(구 대구제일교회)을 만난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근대건축물이다. 한약재 향 머금은 약전골목 대구기독교역사관 옆에는 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자리했다. 2층에서는 사상체질 진단, 무료 한방차 시음, 족욕 체험, 한방비누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한방 체험을 할 수 있다. 한의약박물관 골목 일대는 한약재상이 밀집한 약전골목이다. 카페에서도 한방차를 판다. 이 골목에선 늘 한약재를 달이는 냄새가 달달하게 풍겨온다. 약전골목을 빠져나와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과거 보러 한양 가던 길, 영남대로를 걷는다. 대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약재 상점과 음식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좁은 골목길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담장 벽화가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벽화보다 눈길을 끈 것은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칼국수집이다. 대기하던 손님이 “이 집이 유명한 원조 칼국수집인데요, 빵게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맛이 기가 막혀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김이 펄펄 솟는 칼국수 찜통을 아쉽게 바라보며 다음 대구 여행을 기약한다. 넓은 종로 긴 진골목 영남대로에서 한 블록 위로 올라가면 열십자 모양의 대로인 종로가 있다. 종로 인근에 부자 동네였던 진골목과 약전골목이 있어 요정, 권번 같은 유흥 시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한약재상과 음식점, 전통시장, 백화점 등이 자리한 대형 상권을 이루고 있다. 종로에는 화교의 역사도 공존한다. 근대에 화교들이 정착해 요식업, 포목업 등을 하며 살았다. 이들은 대구 갑부 서병국의 저택을 매입해 화교협회 건물로 사용했고, 그 앞에 화교 소학교를 세웠다. 근대건축물인 화교협회 건물은 예약(053-255-0561)한 후 관람할 수 있다. 차와 사람이 뒤섞여 지나다니는 종로를 걷다 진골목으로 숨어든다. ‘진’은 ‘길다’의 경상도 사투리 ‘질다’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도 있던 골목이며, 근대에는 재력가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진골목 명소인 정소아과의원은 1937년에 지은 서양식 주택으로 소설 ‘마당 깊은 집’에도 등장한다. 노인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미도다방도 이곳 터줏대감이다. 한때 유학자가 많이 방문해 양반다방이라 불리기도 했다고. 골목이 긴 만큼 옛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또다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 진골목까지 둘러본 뒤 버스를 타고 방천시장 인근 김광석골목을 찾아간다. 대구에 오면 왠지 꼭 들러야 할 것 같다. 애잔한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계절, 늦가을엔 더욱더 그렇다. 김광석(1964~1996)이 방천시장 골목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이 골목이 조성됐다. 350m쯤 되는 골목 입구에서 김광석의 기타를 본뜬 대형 조형물이 반긴다. 골목 담벼락에는 한몸 같았던 기타를 품에 안고 하회탈처럼 웃음 짓던 김광석과 그의 노래들이 벽화로 되살아났다. 오토바이를 탄 김광석은 그림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실감난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을 건네는 벽화 앞에 앉아 골목으로 흐르는 노래를 듣는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오늘도 그의 노래에 위로받는다. 주변 명소 & 맛집 안지랑 곱창골목 안지랑 동네의 넓고 긴 골목 양옆으로는 곱창집이 늘어서 있다. 식당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상가 규모가 크다. 안지랑에서 곱창을 주문할 때는 1인분, 2인분 단위로 주문하지 않는다. 꼭 한 바가지, 두 바가지로 주문할 것. 한 바가지는 500g이다. 매운 양념을 한 불곱창과 곱창, 막창 등의 메뉴가 있는데 숯불에 한 번 더 구워 불맛을 더한 불곱창이 인기다. 메뉴를 고르기 어려울 땐 반반 주문을 해보자. 동인동 매운찜갈비 골목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데, 그 이유는 여름에 너무 더워서란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겠다는 전략 음식인 셈이다. 서문시장에 매운양념어묵이 있다면, 동인동에는 매운찜갈비가 있다. 굵게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새빨간 양념이 갈비를 뒤덮고 있다. 보기보다 맵진 않다. 매콤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다.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양푼에 찜갈비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낙영찜갈비, 봉산찜갈비, 싱글벙글찜갈비 식당이 유명하다. 별난 먹을거리 천국 서문시장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에는 50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대구가 패션 섬유 도시로 이름난 만큼 원단, 한복, 의류 관련 제품을 파는 매장이 많다.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납작만두, 칼제비, 삼겹살자장면, 매운양념어묵 등 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음식을 판다. 납작만두는 당면으로 만든 엄지손톱 크기의 만두소를 얇은 만두피로 감싸 지진 것이다. 매운양념어묵은 맵게 조린 어묵 위에 콩나물을 수북이 올린 것인데 아귀찜과 흡사하다. 자장면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열 조각을 올려주는 삼겹살자장면이야말로 서문시장의 독보적 아이템이다. 여행 정보 걷기 Tip • 중구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걷기 코스 ‘근대로의 여행’은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본문에 소개한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2코스 ‘근대문화골목’이다. 매주 토요일 10:00, 14:00 두 차례 무료 정기해설을 진행한다. 신청은 대구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 서문시장은 2코스 걷기 전후에 가면 좋다. 걷고 난 뒤 들를 경우 김광석골목을 먼저 둘러보고, 2코스 근대문화골목길을 역순으로 걸으면 된다. 청라언덕에서 서문시장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 2019-11-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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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시간으로의 여행
- 로마 시내에 있는 ‘포로 로마노’는 로마 제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돌과 기둥 몇 개만 남아있는 이곳이 로마 제국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유적지가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로 시간을 넘나드는 우리들의 상상력 때문이다. 이곳에 입장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 이상은 보았던 장면을 상상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포로 로마노 가운데 큰길을 행진하는 로마의 개선장군 행렬.’ 그때부터 사람들의 마음에서는 길 양쪽에서 뒹굴고 있던 돌들이 고대 로마의 공회당, 바실리카, 무녀의 집, 각종 신전으로 만들어진다. 지붕 골격과 기둥만 남은 폐허는 대리석으로 만든 아름다운 개선문으로 탈바꿈한다.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그려진 상상은 논증을 기준 삼아 과학적으로 복원한 모습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있던 것이 없어서 누릴 수 있는 감동이다. 고대 유적지를 만나는 일은 잃어버린 시간의 마력을 깨닫게 하는 시간이다. 백제는 국력이 회복되자 고구려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에는 좋으나 협소한 지역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던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수도를 옮긴다(538년). 그 후 123년 동안 사비(부여)에서 후기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늦가을에 떠난 백제 역사 유적지로의 여행은 ‘포로 로마노’에서의 경험처럼 과거를 ‘체험한’ 알찬 시간이었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사비(부여)의 새 왕궁은 부소산 기슭에 세워졌다. 그래서 현재의 관북리 유적을 왕궁으로 보고 있다. 관북리 유적의 대표 유적은 왕과 신하들이 회의하던 중심 궁전인 ‘정전’으로 추측되는 대형 건물지다. 그 외에도 목곽 수조 2곳과 연못, 지하저장시설 등의 흔적들이 있다. 왕궁의 뒤편은 왕궁의 후원이자 비상시 방어성으로 사용된 부소산성이다. 천천히 왕궁터와 부소산성을 걸으면 백제의 기품과 기상을 만날 수 있다. 왕궁터에서 산성으로 가는 길 중간에 ‘사비도성 가상체험관’이 있다. 이곳에도 잠시 들러 관람과 가상 체험을 하면 백제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산성 내부에는 낙화암과 고란사 등 백제의 전설과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부소산성에서 가장 유명한 3천 궁녀의 전설지인 낙화암으로 갔다. 낙화암은 금강의 부여 지역 구간 이름인 백마강가에 있는 높이 40m의 바위 절벽이다. 직접 가서 보니 3천 명이 떨어져 죽을 정도가 되는 지형은 아니었다. 절벽 위에 있는 백화정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보았다. 3천 궁녀의 이야기는 기록에 없는 과장된 이야기로 전해지는 전설이다. 하지만 확인 안 된 그런 이야기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들도 몇천 년 후까지 전해지는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의 품격 정림사지 부여에는 백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로 정림사지 박물관이 있다. 중국에서 들어와 일본에 영향을 준 백제 고유의 불교 문화와 정림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옆에 있는 정림사지는 사비(부여)의 중심부에 있는 사찰 터로 백제 사찰의 특징인 1탑 1금당(절의 본당) 양식으로 지어졌다. 또한, 백제의 독창적 기술인 와적기단을 적용하였다.(※ 와적기단: 건물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 층 높게 쌓은 단) 사찰 터에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은 국보 제9호로 백제 고유의 양식을 갖추었다. 석탑은 목탑의 구조적 특징을 보여주는 탑으로 높이 8.3m에 완벽한 균형미와 비례미를 갖추고 있다. 안타까웠던 것은 석탑에 당나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전승 기념 내용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정림사가 백제 왕조의 운명과 직결된 중요하고 상징적인 공간으로 존재했음을 말한다. 부여시대의 백제가 강대국은 아니었지만, 탑에 새겨진 글씨를 보는 마음은 씁쓸했다. 여행이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도 포화상태가 되면 감도가 떨어지고 피곤해진다. 그래서 가끔은 부끄러운 과거도 보고, 이름 모르는 작은 마을도 다니고, 도시의 뒷골목도 다녀 보아야 한다. 오후의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날에 빈 공간이 많은 정림사지의 가운데에 섰다. 이 넓은 터에 모든 것이 있었던 한 때를 반추해 보았다. 지금은 없는 것들이 한때는 빛났었다는 것을, 지금 빛나는 것들도 언젠가는 소멸하리라는 것을. 가을의 끝 무렵에서 만난 부여의 오랜 역사 유적지들은 나에게 성찰의 공간이 되었다. ▪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군 부여읍 관북리 33, 77. ▪ 정림사지 박물관: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 2019-11-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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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돌봄을 위한 세미나 개최
- 서울시내 거주 어르신 돌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회장 성미선)는 오는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2019년 서울시 노인종합복지관 세미나’를 개최한다. 올해는 ‘서울시 어르신 돌봄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융합전략과 노인종합복지관’이라는 주제로 오후 2시 30분부터 열린다. 이번 세미나 주제발표는 이기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지역 어르신 돌봄에서 : 민관의 연계와 협업’에 대한 논의사항을 제시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좌장으로 ‘지역 어르신 통합적 돌봄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패널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날 패널로는 김연아 교수(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이병도 서울시의회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박지은 관장(시립 노원노인종합복지관), 신화선 과장(마포구 노인장애인과), 최경애 팀장(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이 참석한다.
- 2019-11-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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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과 현대를 꿰맨 창작으로 운명적 예술세계를 수놓다
- 자수로부터 출발했지만 더 창의적이고 복잡하며 섬세한 미감을 자랑하는 예술로 거듭난 실그림. 손인숙(70)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작가는 1500여 종류에 달하는 색실을 다루는 실그림의 대가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을 현대예술로 이으며 독자적인 미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예술 선진국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은 그녀의 실그림은 단순히 그림의 틀을 넘어 다양한 전통 장식 등 공예의 세계와 결합했고, 이제는 건축과의 컬래버까지 진행 중이다. 거침없는 예술가적 도전의식으로 한국 예술의 큰 숲을 수놓고 있는 그녀의 뜨거운 예술혼과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전통은 예술이 넘어야 할 무의식적 소재의 바다인 동시에 의식적으로 넘어야 할 산과도 같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숙명은 전통과 창작의 끊임없는 대화와 변형의 연속인 셈이죠.” 손인숙 예원 실그림 문화재단 작가는 우리 예술의 현재를 말할 때,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관해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일 것이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길, 바로 전통 자수를 현대예술로 승화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마음을 홀린 실그림 손 작가의 작품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곳은 다름 아닌 서구 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였다.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실그림을 감상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의 전통과 창의성이 완벽히 맞아떨어진 모습입니다. 너무나 모던하기도 하죠. 이 작품들을 볼 때면 신선한 숲속을 걸어갈 때 받곤 하는 자연의 향취가 느껴지는 듯해요.” 또한 유럽에서 가장 큰 동양미술 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관장인 소피 마카리우의 찬사도 여기에 더해질 가치가 있겠다. “한국인의 내밀한 속, 한옥의 안채를 들여다보듯 흥분됩니다. 이건 사람의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강하면서도 절제된 섬세함이 기가 막히기 때문입니다.” 소피 마카리우를 비롯한 프랑스 예술계 저명인사들의 찬사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손 작가 작품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표시로 기메박물관에서 전시를 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손 작가는 2015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 정부 후원을 요청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랑스문화원 전 다니엘 올리비에 원장, 소피 마카리우 관장은 그녀의 작품이 한국의 전통문화 자수를 예술로 승화한 놀라운 성과라며 적극 나서서 한불 수교 130주년 공식 행사 인증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프랑스의 ‘르 몽드’ 지와 ‘르 파리지앵’ 지 문화면에 손 작가의 실그림 관련 기사가 대서특필되면서 처음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6개월간의 기메박물관 전시로 성공적인 유럽 데뷔를 이뤄냈다. 250여 점이 출품된 이 전시회는 3개월 만에 8만 명의 관람객이 찾은 전시회로 기록되며 대성공리에 끝마쳤다. 이어서 프랑스의 니스동양미술관과 스위스 제네바 바우어재단 극동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현재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손 작가의 작품은 세계 각 분야 문화 예술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더 큰 문화예술의 아트코어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화가의 붓처럼 색실로 그려지다 손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자수에서 비롯됐지만 자수라고 하지 않고 ‘실그림’이라고 칭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왜 그렇게 지칭되는지 바로 깨닫게 된다. 우리가 과거에 보고 접한 자수와는 다른, 훨씬 고도화된 미술 영역의 세계를 보여주며 손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실그림이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수틀에 씌운 빈 천에 자신의 감성과 내면의 세계를 충실하게 투영해 즉흥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재료와 기법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창작 방식이다. 마치 화가가 캠퍼스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바늘이란 붓으로 실을 채색하듯 한 땀 한 땀 정직하게 실그림을 완성한다. 틀에서 벗어난 자유를 보여주며 영혼을 수놓는 것 같다. 화풍으로 보면 동양화와 서양화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이다. 이때 전통 자수의 색채와 질감은 더 깊고 풍부하게 표현된다. 일반적인 전통 자수는 100여 개 안팎의 색실을 사용하지만 그녀가 쓰는 색실은 1500여 개에 이른다. 그 숫자의 차이만 봐도 그녀가 갖는 자부심의 합당한 근거를 알 수 있다. 그녀의 실그림 작품들이 기존 전통 자수의 색채와 질감을 넘어 풍부한 미학을 선보이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추상화, 풍경화, 목공예, 보자기, 회화 보자기, 인물화, 불교미술, 풍속화, 산수화, 서예, 한방 문화, 노리개, 복식, 주머니, 열쇠꾸러미, 걸개장식, 우드아트, 물푸레나무 조형물, 장신구, 병풍,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22가지 장르를 넘나든다. 세계가 먼저 알아본 실그림 손 작가의 작품들에 쏟아지는 호평의 근거는 무엇보다도 실그림만이 창조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예술적 디테일에 있다. 자수 작품은 앞면만 아니라 뒷면도 볼 수 있다. 뒷면을 보면 작품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손 작가는 이 부분의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작품을 만든다. 그녀 작품의 섬세함은 재료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자수 뒷면에 풀칠하는, 즉 배접 과정에 쓰이는 풀은 전통 방식으로 2년여에 걸쳐 만들어진다. 인물의 머리카락을 표현할 때는 실제 머리카락을 쓰기도 한다. 목재를 쓸 때도 경도를 따져서 10년 이상 말린 통나무를 사용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작품을 대하는 그녀의 엄격한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들이며 그녀의 실그림이 해외 갤러리에서의 감탄을 유발케 하는 근거들이다. 전통 건축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자수라는 특별한 소재가 만들어내는 독자적 미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의 결에 따른 음영과 입체감까지 고려해 표현한 것이 생생한 공간감을 색다르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만든 작품의 색감과 요철감을 확실하게 감상하려면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실그림과 건축의 결합이라는 도전 실그림으로 표현한 건축물은 그녀로 하여금 실그림과 건축의 융합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무려 20여 년째 제작한 것이란다. 어느 누가 자수와 건축이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겠는가? “옛 선인들의 옷과 귀중품을 보관하던 대형 의걸이를 만들고 있어요. 흑단나무를 주재료로 해 전체를 꽃살문으로 디자인하여, 248개 서까래의 끝 부분에는 연화 문양의 실그림이 들어가게 됩니다. 몸체에는 96개의 문짝에 한국의 문살을 디자인해 단청 이미지의 실그림으로 표현했고 지붕에는 암키와 수키와가 조화를 이루며 네 귀퉁이 상단에는 용마루를 앉혔습니다. 곡선이 내려오는 처마 위에는 잡상을 얹어놓았으며 축 하단에는 운룡을 조각하고 봉황의 길을 만들어 집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하단 사방에는 건축을 지키는 해태를 조각해 대우주를 지키는 의미를 드러냈죠.” 단순히 자수틀에 수만 놓는 게 아니라 디자인한 큰 그림을 여러 영역의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내는 종합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또 다른 대작으로는 ‘수월관음도’를 들 수 있다. 수월관음도는 투명한 사라를 걸친 관음보살의 고귀한 자태가 어둠속에서 마치 달처럼 아름답게 빛나며 현신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신비롭게 묘사돼 있다. 표현기법상의 우수한 경지를 엿볼 수 있는 고려 불화 중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일본인들에 의해 대부분 해외로 유출되었고 국내에는 몇 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손 작가는 수월관음도를 실그림으로 창작해보고 싶었다. 일본 가가미신사(鏡神社)가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는 길이 419.5cm, 너비 254.2cm로 현존 불화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수월관음도는 배경 부분과 정병, 선재동자로 이어진 부분에 손상과 훼손이 더러 있어서 손 작가는 화원의 입장이 되어 상상하고 디자인하여 창작하는 게 작업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재해석한 수월관음도는 각고의 노력 끝에 길이 5m가 넘는 대작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2편에 계속)
- 2019-11-07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