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유병률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위암, 대장암 순서였는데, 폐암은 10만 명당 발생자 수가 2위인 위암에 비해 11%가 높은 253.7명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암종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암으로 전문의들이 ‘폐암’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암이 고령층에게 골칫거리인 이유는 뭘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金周祥·46)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시니어에게 폐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고령층에 폐암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를 묻자 김주상 교수는 “시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예상한 답변과는 달랐다. 담배나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 흡연이나 오염물질도 원인으로 작용하죠. 과거에는 이런 오염물질이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했어요.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왜 폐암을 일으키는지 밝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장기간 폐가 독성물질과 접촉하면서 DNA에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이에요. 시간이 문제였던 것이죠. 다른 암에 비해 발병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발병이 많습니다. 또 그간 다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던 질환들이 조금씩 정복되면서 폐암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작용을 했고요.”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가에서 담배 매출이 정점을 찍고 난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환자 증가가 최고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국내에 적용하면 폐암 환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연을 했다고 해서,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일부 종류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견되는 이유도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이외의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죠. 아궁이에서 나는 연기나 요리할 때 발생되는 물질들이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 중 선암은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EGFR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월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지만, 최근 2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월 30만 원 내외로 줄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는 화합물 등 폐암 유발인자가 섞여 있어요. 주거지역을 옮기지 못하면 가끔 청정지역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폐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폐암이 가장 무서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26%. 10대 암 중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물론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조사된 11.3%보다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숫자이지만, 위암(75.4%)이나 유방암(92.3%), 전립선암(94.1%)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치다.
사망까지 1년밖에 안 걸리는 폐암도 있어
김 교수는 폐암의 문제점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서 발견된 경우에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폐암 중 소세포폐암이 더 심각합니다. 성장이 아주 빨라요. 보통 CT나 엑스레이와 같은 진단 장비로 확인 가능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후 발견 가능한 시점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정도로 성장하는 데도 3개월밖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기(1기~2기)가 3개월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완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생에서 사망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자각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을 이야기한다. 간혹 폐의 가장 꼭대기 쪽에 암이 발생하면 어깨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오십견 등 일반적인 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깨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의 시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이가 쉬운 것도 문제다. 폐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가 되는데 그중 치료가 어려운 뇌나 뼈에 전이가 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뇌에 전이가 되면 의식에 문제가 생겨 정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척추 등에 암이 발생하면 신경에까지 영향을 줘 하반신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골절이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골절이 일어나면 뼈가 붙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고령자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아야
반면 조기발견이 이뤄진다면 예후는 희망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좋으면 90세 이상의 고령에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제 환자 중에 96세에 폐암수술을 받고 백순 잔치까지 하신 환자분도 있어요. 우리 국민은 대부분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어요.”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저선량 CT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 장치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선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촬영을 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고령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검진을 해볼 것을 권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위내시경, 대장암을 찾기 위한 대장내시경처럼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아직 고려 중이다. 폐암에 관한 연구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나이 들면 폐 이상 증상에 예민해져야
폐와 관련한 질환 중 시니어에게 심각한 게 폐암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에 폐 관련 질환만 4가지가 꼽혔다. 폐암, 폐렴, 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호흡기 질환이 쉽게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엑스레이를 자주 찍어봐야 합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큰 병이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행운(?)은 종종 있습니다.”
그 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암 환자 중 생약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체력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사먹지 못한 유기농 제품이나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야채만 먹게 되면 장염을 유발해 되레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적정량 먹어주면 좋습니다. 간혹 좋은 공기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어요.”
위암은 대장암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종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이런 잘못된 편애(?)는 세계적인 수준이기도 하다. 세계암연구재단(World Cancer Research Fund International)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전 세계 위암 발병 통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추세는 아시아 지역에서 공통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에 이어 몽골이 2위, 일본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위암에 더 많이 노출되는 이유는 뭘까.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소화기내과 강민정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 아시겠지만 짠 음식이 가장 문제입니다.” 강민정 과장은 위암의 원인으로 짠 음식을 지목했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젓갈류나 김치, 찌개 등 대부분의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g 정도로 서양인들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또 최근 많이 먹고 있는 가공 육류는 질산염 함량이 높은데 체내에서 발암 물질인 질산나이트로소 화합물을 만들어 위암 발병을 높여요. 특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에 구운 고기나 생선, 훈제 음식에 들어 있는 PAH(다환방향족탄화수소) 역시 위암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와 함께 몽골, 일본이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이해가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염장 음식을 즐기는 나라이고, 몽골의 대표 음식인 허르헉이나 수태차 역시 소금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한국에서 나는 식재료가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요리법의 문제이지 재료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였다. 기본적으로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해서 먹는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담배의 니코틴도 주요 원인
또 하나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바로 흡연이다. 담배를 피울 때 체내로 흡수되는 니코틴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흡연자들이 ‘식후 담배는 소화제’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최근 유산균 음료의 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헬리코박터균도 문제다. 헬리콥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 점막에 서식하며 상피세포를 손상시킨다. 염증을 일으켜 위암뿐만 아니라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림프종 등을 발생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위염 환자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면 위암 발병률이 3~5배 높아진다. 한국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꽤 높은 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16세 이상 한국인 중 54.5%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 균주의 증가에 따라 국내 헬리코박터균 치료에 대한 성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 삼제 요법의 경우 국내에서 지난 15년간 제균율을 분석하였을 때 2010년 이전에는 80% 이상의 제균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70% 이하의 제균율을 나타내 항생제 내성률이 걱정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과의 관계가 적지 않기 때문에 궤양 등과 함께 발견되었다면 반드시 제균할 것을 추천합니다. 약제를 복용하여 헬리코박터균 제균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별다른 증상 없이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을 때다. 균의 발견만으로 치료를 원한다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제균 치료를 해도 환자가 이후에 문제를 제기하면 병원 측이 치료비를 전액 보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위·십이지장궤양, 위 말트(MALT) 림프종에 걸린 환자,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를 한 환자만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
위암을 가장 간단하게 치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라고 강 과장은 조언한다. 강 과장이 위암과 관련해서 ‘위 내시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암 조직이 커지지 않고 가장 안쪽 점막(mucosa)에만 자리 잡고 있을 땐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크게 개복할 필요도 없이 내시경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빠르면 1박 2일 안에 치료가 끝나고 암 환자들이 무서워하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치료도 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문제는 조기 위암(early gastric cancer)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에요. 자각증세가 없거든요. 위암으로 인한 메슥거림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부분 위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예요. 결국 초기에 암을 발견하려면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을 받아 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내시경 검사가 완벽한 만능은 아니다. 강 과장은 경우에 따라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내시경 검사라고 설명한다.
“흔적이 거의 없는 조기위암이나 진행성 위암 중 점막에 변화가 없는 보우만(Borrmann) 4형은 내시경으로 간혹 놓칠 수 있으며 조직학적으로 분화도가 나쁜 암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의 추적 관찰이 중요합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40세 이상이 되면 1~2년에 한 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 관련 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을 앓은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발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 일찍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위암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이에 있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가장 초기단계에서 치료를 받으면 96%가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암세포가 위장을 뚫고 나와 위장 주변의 장막을 침범한 상태에서 위장 주변 림프절 1군에도 퍼져 있는 3A기라면 5년 생존율은 50%로 낮아지고, 이보다 더 퍼져 대동맥 주위의 림프절이나 뼈, 폐, 간 등에 퍼져 있는 4기라면 10%로 더 떨어진다.
]먹어서 치료하려는 생각 변해야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을 때는 위의 하단을 잘라내 소장과 연결한다. 그러나 위를 살릴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자랐거나 윗부분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져 있거나, 암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암화학요법, 즉 항암제 투여를 진행한다.
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절제하더라도 거의 정상적인 삶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 위가 없다고 해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장기적인 영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 과장은 설명한다.
“위절제술 후 가장 흔한 혈액학적 장애는 빈혈입니다. 비타민 B12 결핍보다는 철분 결핍성 빈혈이 더 흔한데 그 이유는 수술 후 비타민 섭취 부족과 수술로 십이지장을 우회하여 흡수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 비타민 D와 칼슘 흡수 장애로 골다공증이 올 수 있습니다. 메슥거림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역류성식도염이나 알카리역류위염 때문이죠. 또 쌀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소장으로 바로 넘어가서 나타나는 급격한 인슐린 증가도 문제가 돼요. 갑작스럽게 인슐린이 증가하면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 오한이 나고 메슥거릴 수 있어요. 이를 의사들은 덤핑증후군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드시길 권합니다. 장기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히 수술 후 6개월 정도는 조심하시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강 과장 역시 의료 현장에서 다른 의사들이 겪는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민간요법이나 정체 모를 건강식품들이다.
“환자가 의사의 치료 외에 다른 방법에 의지하고 있다면 치료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섭취하는 음식이나 약재에 양약과 동일한 성분이 있을 수 있고, 간 건강을 악화시켜 정작 꼭 필요한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고요. 치료를 위해서는 무작정 무언가를 먹어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두렵지 않은 암이 없겠지만, 그중 대장암은 중년 남성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암 중 하나다. 지난해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순으로 발병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던 위암을 대장암이 역전한 것이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 조사에서도 대장암은 위암을 넘어섰다. 발병률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중년 남성에게 대장암은 왜 위험한지, 또 어떤 대처가 필요한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최성일(崔成一· 47)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만약 배 안에서 자신이 걸려야 하는 암을 하나 골라야 한다면 어떤 암을 고르시겠어요. 저는 주저하지 않고 대장암을 고를 겁니다.”
최성일 교수가 재미있는 질문으로 운을 뗀다.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선 고르기는커녕 상상도 하기 싫은데 최 교수는 자신 있게 대장암을 선택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하는 전문의라도 자신을 직접 수술할 수는 없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장암은 간암 췌장암, 위암, 담낭암 등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착한 편이에요. 못된 암들과는 좀 달라요.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도 느리고,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속도도 늦어요. 잘 대비하면 예방도 가능하고요. 그러니 암 중에는 양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이 가장 무서운 암 같은데 의외의 설명이다.
술자리가 대장암을 부른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흡연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서구식으로 변한 식습관이다. 과거 한국인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었다.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서구식 음식문화가 유입되면서 육류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최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육류 소비도 늘었고 고지방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이러한 음식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과 관계가 있어요. 사람의 변에는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문제는 식이섬유가 많은 식생활로 배변이 자주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육식 중심의 식사가 이뤄지면서 변이 몸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에요. 대장의 점막이 발암 물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병도 잦아진 거죠.”
최 교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장암 발병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올 초 국립암센터가 발간한 자료 을 살펴보면 남자의 대장암 발생률이 10만 명당 63.8명으로 여성(42.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른 암종과 비교해도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남성은 술자리가 잦은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회사 일을 하다 보면 회식이나 술자리가 많죠. 사실 술은 대장암과 직접적인 큰 관계는 없어요. 같이 먹는 음식들이 육류 중심의 탄 음식이라 문제가 돼요.”
대장암의 원인은 용종
대장암 발병의 중심에는 용종이 있다. 식생활이나 흡연 등이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면 직접적인 원인은 용종이다. 최 교수는 용종으로 대장암 발병 가능성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용종은 대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작은 혹이에요. 용종 중에서 선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암으로 발전합니다. 작은 선종이 1cm 정도까지 자라는 데는 약 3년이 걸려요. 2cm가 되는 데는 3~4년이 걸리고요. 암으로 발전할 때까지 대략 5년 이상 걸리는 셈이죠. 재미있는 건 용종 하나에서 대장암 발병 확률을 대략 1%로 봐요. 2개가 생겼다면 2%. 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떼어냈다면 다시 0%가 되고요. 물론 크기나 모양도 중요하죠.”
대장암 발병에 용종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가족성용종증(家族性茸腫症)이란 병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결장에 무수히 많은 용종이 돋아나는 이 희귀병은 수많은 용종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률 100%로 판단한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 가슴의 예방적 절제를 선택한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처럼, 이 병이 발병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 역시 20대 성인이 되면 결장을 모두 제거한다. 예방적 절제를 하는 셈이다.
최 교수가 선택할 만한 암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 발생 여부를 확인하면 큰 문제없이 대장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또 자라는 속도도 느려 대장내시경 검사 간격 동안 손을 못 쓸 정도로 자랄 위험도 거의 없다. 암으로 진행된다 해도 수술, 항암 치료로 치료가 잘 되는 암종이다. 전이암도 적극적 치료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대장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위험한 암은 사망률이 높아 환자를 만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죠. 다만 문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첫 검사 결과가 좋다고 안심하면서 10년, 15년 동안 다시 검사를 받지 않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암종별 국가암검진수검률 자료를 살펴보면 다른 암 검진을 받은 국민은 40% 전후를 기록했지만,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26% 전후밖에 안 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장내시경 검진이 번거로운 것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식은 물론이고 장을 깨끗하게 비워내기 위해 약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의 문제 중 하나는 육안으로 이뤄지다 보니 검사하는 의사의 숙련도나 용종의 위치에 따라 간혹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보안 카메라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것처럼 장의 주름 사이에 용종이 숨어 있으면 찾기 어렵다.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자각증상 느끼면 이미 늦어
혹시 자가진단을 통해 암 발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 교수는 “자가진단이 가능할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경고한다.
“ㄷ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생긴 결장 중에서 환자의 오른쪽에 위치한 상행결장은 항문에서 거리가 멀어 출혈이 생겨도 변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대신 변 색깔이 검게 변하죠. 심한 경우 배를 만지면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반대편의 하행결장은 상대적으로 좁고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암 발병으로 인해 혈변이 생기거나 변이 가늘어집니다. 심한 경우 장이 막히기도 하죠. 이에 반해 중간 부분인 횡행결장에는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치료는 당연히 암을 잘라내는 절제술이 첫 번째로 선택된다. 암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결장을 절제하는데 결장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도 완벽히 제거해야만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결장을 절제하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가 많지만 최 교수는 “수술한 사실도 까먹을 정도”로 큰 후유증은 없다고 말한다. 다만 대장을 통한 수분 흡수가 이뤄지지 않아 변이 묽어진다.
그러나 결장이 아닌 직장에 암이 발생하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특히 그 위치가 항문과 가까운 자리라면 더 심각해진다. 항문을 제거하고 복부에 인공항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료진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문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항문까지 잃는 환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수술 후에는 항암 치료가 진행된다. 결장에 생긴 대장암은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항암제를 통한 항암화학요법으로 시행한다. 직장에는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제를 통한 화학적 치료에 대해 두려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최 교수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고민이 탈모입니다. 항암제를 쓰면 머리 빠질까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치료를 거부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나 대장암 치료와 재발 방지에 쓰이는 항암제는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항암 치료는 수술 후에도 몸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완치가 어려운 환자라도 항암 치료는 계속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암의 진행을 늦추기도 하고, 의료진과의 계속 만날 수 있어 장 막힘이나 천공 등 중대한 합병증 발생을 초기에 알 수 있어요. 환자가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고요.”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민간요법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맹신해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없기를 당부했다. “암 질환에 대한 오해로 치료를 거부하고 근거 없는 시술을 하는 환자도 있어요. 그러다 치료시기를 영영 놓칠 수도 있습니다. 암 수술을 했다고 갑작스럽게 육식을 끊을 필요는 없어요. 육식에도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니까요. 또 운동이나 건강한 식단만큼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입니다.”
한국영화에서 신성일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뺄 수 있을까?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10.12~ 21)에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독보적 아이콘, 신성일의 회고전이 ‘한국영화 회고전’을 통해 선보였다. , , , 등 신성일이 주인공을 맡은 500여 편의 영화 중 8편을 엄선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했다. 최근 폐암 3기 판정을 받아 항암 치료 중인 신성일은 회고전 기간 내내 활발한 모습으로 영화제 현장을 누비며 팬들과 소통했다.
신성일 야외 사진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10월 13일은 ‘신성일의 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신성일을 회고하는 행사가 많이 열렸다. 영화의 전당(부산시 해운대구) 앞마당에서 펼쳐진 ‘신성일 야외 사진전’ 리본 커팅을 시작으로 영화 (김수용 감독·1967) 관객과의 대화,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등이 이어졌다.
오후 2시 야외 사진전 오픈식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신성일은 단상에 서자마자 故 김기덕 감독(1934~2017)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김기덕 감독이 만든 62편의 작품 중 32편에 출연한 신성일. 김기덕 감독이 자신과 같은 폐암 3기 수술 후 20일 만에 유명을 달리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폐암 3기 선고를 받고 방사선 치료 중인 신성일은 “10월 25일 방사선 치료가 끝나는데 건강도 많이 회복됐다”며 “모두들 건강 챙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를 본 뒤 잃어버린 두 개를 찾았다
한국영화 회고전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신성일’의 첫 번째 영화로 (김수용 감독·1967)가 상영됐다. 김승옥의 소설 을 영화한 것으로 김승옥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각색까지 도맡았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는 영화 의 김수용 감독과 신성일이 함께 나와 영화에 대한 추억담을 꺼내놓았다.
정정한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 김수용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2회짼데 다른 사람들 다 했는데 신성일씨가 어찌 지금 회고전을 하냐”면서 “아마 상황이 이렇게 되어(신성일의 병세를 두고) 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영화제만큼은 원로 영화인들이 가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마지막 장면의 신성일 연기를 언급했다. “세월이 다 지나갔지만 저 사람 실력 있는 배우였다”며 극찬했다. 당시 두 번째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윤정희에 대해서도 “그때 참 촌스러웠다”며 “신성일씨가 메이크업과 속눈썹을 다 봐줬을 것”이라고 말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이날의 주인공 신성일은 “내 나이 딱 서른 때 찍은 작품이었다”, “정작 너무 바빠 이 영화를 지금까지 못 봤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를 보면서 잃어버린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가 요즘 잃어버린 것이 많은데 영화에서 차고 나온 시계가 굉장히 좋은 시계입니다. 롤렉스 백금 시계였는데 3년 전에 도둑맞았어요. 그때는 쉽게 수입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어서 극동 필름 차태진 사장이 일본에서 사다준 결혼선물 시계입니다. 현재 시세로는 한 몇 억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끼고 나온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반지입니다. 두 개 다 도둑맞아서 이제 저에겐 없지만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눈으로라도 찾았으니까요.”
나는 배우의 삶이 좋다
신성일은 한 기획사의 제안으로 내년 봄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몸이 많이 회복돼 촬영할 수 있게 됐다”며 “따뜻하고 행복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우리 세대와 디지털 세대, 인공지능 세대인 손자 세대가 따로 살지만 한 가족을 이루고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진행이 잘돼 영화제에서 작품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성일은 배우의 삶을 산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배우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이지만 서울대학교에 떨어진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경남고등학교 출신으로 나름대로 큰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배우가 됐어요. 영화배우가 됐기 때문에 4·19혁명 같은 큰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화 찍느라 바빠서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의식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더라면 시위 현장에 있었겠죠. 내 후배나 선배들 고문당하고 붙들려 들어가서 골병들었습니다. 대신 우리는 그런 속에 영화를 찍었습니다. 김수용 감독도, 정진우 감독도 그렇고요. 우리 작품이 매번 검열에 다 걸리니까 대신 청춘 영화를 찍고 현대문학을 찾아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 좋아질 것을 예상했지만 또 다른 군부가 들어섰어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고요. 당시 제게 정치판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만 고사했습니다. 그때 만약 갔더라면 국회의원 세 번 정도 하고 이 자리에는 있을 수 없겠죠.”
신성일은 마지막으로 “관객 앞에 설 수 있기에 영화배우로 살아온 것이 거듭 고맙고 많은 얘기를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서 배우로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어 늦은 밤 해운대 파크 하얏트에서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에는 신성일과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윤정희를 비롯해 임권택, 이장호, 안성기, 한지일, 허기호 등 영화계 원로가 참석해 회고전의 밤을 축하해주었다. 또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부산 출신 박태호 작가가 만든 액터스 체어를 신성일에게 증정했다.
자궁은 생명의 출발점, 여성성의 상징으로 꼽히는 장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말 못할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식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이야기를 꺼리는 사회 관습도 문제다. 그러나 감출 수만은 없다. 자궁이나 난소에 발생한 암은 자각증상이 발생하지 않아 병을 키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시니어 여성이 주의해야 하는 자궁 관련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서울여성병원 산부인과 장호진(蔣昊辰·38) 과장을 통해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골반장기 탈출증. 시니어의 자궁 질환에 대해 묻자 장호진 과장이 가장 먼저 꺼낸 병의 명칭이다. 흔한 자궁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이 아니어서 다소 의아했지만, 장호진 과장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은 여성의 노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젊은 여성에게도 많이 발생합니다. 오히려 폐경 이후에는 안심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반면에 골반장기 탈출증은 노화가 원인이기 때문에 시니어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산 경험 많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
흔히 자궁탈출증이라고도 불리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질 주변에 자궁을 지탱해주는 인대가 약해지면서 중력에 의해 자궁과 방광, 직장 등이 내려앉는 질환이다. 이때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자궁이 질을 통해 내려오게 된다. 심하면 자궁 입구 부분인 자궁경부나 심지어 자궁 전부가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질 밖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이 부위가 속옷에 쓸리면 출혈이 발생하고 걷기도 불편해진다. 설거지를 하고 난 후 고무장갑을 벗을 때 말려 올라와 장갑 안쪽이 노출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중년 여성의 골칫거리로 꼽히는 요실금을 동반하기도 해요. 또 증상이 진행돼 자궁이 내려앉은 상태라면 자궁적출술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재발이 잦기 때문이에요. 환자들에게는 평소에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하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잘 알려져 있는 케겔 운동입니다. 케겔 운동을 통해 인대와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골반장기 탈출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케겔운동은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 아놀드 케겔이 고안한 치골미골근 운동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질과 항문 주변에 힘을 9~10초간 준 뒤 서서히 힘을 빼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요실금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출산 경험이 많은 여성이라면 특히 골반장기 탈출증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일할 때 쪼그려 앉는 시간이 많은 여성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그늘, 난소암
적은 출산 경험이 골반장기 탈출증 발생을 낮추는 요소로 꼽히지만 반대로 불리할 수도 있다. 바로 난소암이다. 난소암 역시 여성 시니어가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 난소암은 60대 전후로 발병률이 가장 높아지고 있는 암종이다.
“출산 경험이 많은 여성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는 이유는 생리 횟수 때문이에요. 누적 생리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자연적인 무월경 기간인 임신 횟수가 많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출산율도 낮고 초경은 빨라지는 데 반해 폐경은 늦어지면서 발병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흔히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젊게 사는 중년 여성이 늘면서 폐경 시기가 변화한 것으로 보여요.”
난소암은 암종 중에서도 무서운 암으로 꼽힌다. 자각증상이 없어 병을 알아채기가 어려운 데 반해, 주변 장기로의 전이는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조기에 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초기인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70~80%에 이르지만 3기는 40%, 4기는 20% 이하까지 떨어진다.
난소암은 일반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혹이 발견되면 종양표지자 검사나 MRI를 통해 정밀검사에 들어간다. 암이 확인되었다면 이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선택된다. 최근에는 난소암과 유방암을 유발하는 새로운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헐리웃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뒤 예방적 차원에서 건강한 유방과 난소를 미리 잘라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만능 아냐
흔히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 자궁경부암도 시니어가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사람들은 TV 광고에 나오는 백신만 맞으면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장 과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암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현재 발견된 것은 약 15가지 정도 되는데, 이 중에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것은 7가지입니다. 자궁경부암의 발병 빈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쌍고점 형태를 띠는데요, 35세를 전후로 높아졌다가 낮아져 65세에 다시 높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는 65세 전후에는 백신으로 예방되지 않는 자궁경부암 종류가 늘어난다는 사실이죠.”
자궁경부암 치료는 대부분 수술로 진행된다. 병이 막 발병한 초기에는 부분절제술로 치료하지만 대부분은 자궁적출술을 선택한다. 암 진행 상태가 심각하다면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본격적인 암의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정상 자궁경부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데는 평균 12.5년이 걸려요. 평소에 건강검진만 주기적으로 하신다면 어렵지 않게 병을 발견하고 완치할 수 있습니다. 혹시 흡연자라면 빨리 담배를 끊으시는 게 좋습니다. 흡연은 자궁경부암 발생을 돕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힙니다.”
자궁경부암 검사는 간단하다. 면봉으로 자궁경부의 세포를 채취해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하면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노화와 관련한 자궁 질환의 궁극적인 치료법으로는 자중적출술이 꼽힌다. 흔히 ‘자궁을 들어낸다’로 표현되는 치료법이다. 여성에게서 자궁을 없애면 합병증이나 후유증은 없을까? 이에 대해 장 과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자궁적출이 여성성 빼앗지는 않아
“자궁이 제거된다고 해서 특별한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여성의 몸에 필요한 호르몬은 난소에서 만들어내기 때문이에요. 만약 난소까지 제거해야만 한 경우라면 갱년기가 시작될 수 있는데, 힘든 증상이 동반될 경우엔 호르몬 요법 등을 통해 치료하면 됩니다.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은 뇌혈관에 영향을 줘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폐경 직후 호르몬 요법으로 치료하면 치매 발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의 원인이 된다고 걱정하시는 분도 있는데, 흡연이나 비만보다도 오히려 유방암 유발 위험성이 낮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도 있다 한다. 여성성의 상징이 제거되면서 발생하는 심리 상태로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 과장은 “여성성을 결정하는 것은 자궁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생각과 내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치를 인정하고 믿으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갱년기 증상을 줄일 수 있는 음식으로는 콩이나 석류, 백수오, 홍삼 등이 꼽힌다. 노후에는 골밀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근력운동과 같은 무산소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조직검사 보냈어요.”
처음에는 검진을 받아보라는 후배의 권유를 그냥 무시할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센터에서 의사로 일하는 후배의 제안이 고마워 그럴 수 없었다. 약간의 치질이 있는 상황도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장내시경을 받고 난 후 후배가 의외의 말을 전했다. 조직검사라니!
그리고 며칠 후 김재규(金在圭·66)씨는 더 놀랄 소식을 듣는다.
조직검사 결과 직장암이었다.
“그때는 깜짝 놀랐죠, 암이라고 하니까. 수술을 해야 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다들 알 만한 병원으로 향했죠. 문제는 수술시기였어요. 가장 먼저 찾은 종합병원은 4개월은 기다려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고, 다른 대학병원에선 3개월 후에 수술하자고 하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고 친구들이 더 난리였어요. 어떻게 암을 안고 몇 달을 사냐고.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우연한 기회에 암을 초기에 발견했으니까요.”
30년 지기 고향 친구들이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그와 인연이 닿은 의사는 한솔병원의 정춘식(鄭春植·51) 진료원장이었다. 등 떠밀리듯 찾은 한솔병원에서 김재규씨는 한숨 돌렸다.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는 의사의 답변 때문이었다. 그렇게 잡힌 수술 날짜는 2007년 7월 11일. 정확히 10년 전이다.
가족에게 숨긴 채 수술실로 들어가다
“사실 수술날짜가 잡혔는데, 아내에게는 말도 못했어요. 딸에게도 마찬가지고요. 괜한 걱정을 할까봐요. 사업한답시고 밤마다 술에 절어 살았으니, 병 얻은 것이 내 탓인 것 같기도 했죠. 그래서 그냥 정밀 건강검진을 위해 일주일 정도 입원한다고만 말했어요. 아내는 의심했지만 적당히 둘러대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수술하는 날까지 입원실을 찾아 수선을 떨던 고향 친구들과는 달리 정작 김씨는 두렵진 않았다고 했다. 처음 선고를 받았을 땐 멍해지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낯선 이름의 병, 직장암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중년의 경상도 사나이는 링거 스탠드를 한 손에 잡은 채 뚜벅뚜벅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다. 누워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의 거짓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입원해 있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아내에게 전화로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온 아내에게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김재규씨는 자신의 병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예전에 운영하던 회사가 디스플레이 관련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기술을 가져다가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속상한 일들이 많았어요. 소위 ‘갑질’을 많이 당했죠. 그래서 화풀이하듯 술도 엄청 마셨고, 영업을 위해서 참석하는 술자리도 잦았어요. 말 그대로 몸을 혹사시킨 것이 병을 만든 것 같아요. 한번은 오징어 젓갈을 잘못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린 적이 있어요. 그때 치료해준 의사가 장 속에 여드름 같은 것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하라고 했는데 지키질 않았죠. 그것도 8년이나 말입니다.”
김씨가 한솔병원을 선택했던 이유는 수술이 당장 가능하다는 것 말고 또 한 가지가 있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수술법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복강경수술을 선도하던 병원 중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보수적인 외과의사들은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개복수술을 고집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도 대장항문전문을 표방하는 병원은 전국에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고, 아직도 개복수술 비중이 높은 병원들도 있다.
김씨는 복강경수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복강경수술은 내시경을 닮은 장비를 몸속에 넣어 수술하는 방식으로, 절개 부위가 작고 장운동도 빨라 식사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회복속도가 빠르다. 김재규씨가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직장암은 예방과 치료가 쉬운 암
“종양 사이즈는 좀 큰 편이었지만 아직 주변으로는 전이가 안 된 2기 직장암이었습니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당시 김씨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직장암은 수술 과정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장암하고 비슷한 성향을 띠는데, 대장은 주변 장기와 붙어 있지 않은 반면에, 직장은 주변에 신경이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고 배뇨기능이나 성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김재규씨의 경우에는 다행히 종양 위치가 항문과 4cm 이상 떨어져 있어서 항문을 유지할 수 있었죠.”
직장암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항문이다. 직장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발견이 되고 성장속도도 더디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여러 암 중에서 완치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암 위치에 있다. 항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항문인 영구장루에 의지해야 한다. 영구장루는 일종의 주머니인데 옆구리로 배설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어 이곳을 통해 나오는 배설물을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지만 암 재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영구장루를 대체할 만한 획기적인 기술은 없다.
1, 2기의 직장암은 수술만으로 대부분 치료가 끝난다. 전이가 염려되거나 재발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도 하지만 드물다. 과거 2기 환자는 경구항암제를 복용하며 재발을 막기도 했다. 김씨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직장암과 대장암 치료를 위한 표적치료제 개발도 이뤄졌지만, 전이가 된 4기 환자에게만 쓰인다.
정춘식 진료원장은 직장암과 관련해 섣부른 자가진단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괜한 걱정만 늘어난다는 것이 이유다.
“직장암의 초기 증상은 몇 가지가 있긴 해요. 변이 가늘어진다든가, 혈변을 본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러한 증상이 대부분 치질 증상과 겹쳐요. 증상을 자각한다고 해도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딱 하나, 대장내시경이에요. 의사가 직접 몸속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죠. 이 방법만큼 정확한 것은 없어요.”
정 원장은 직장암과 대장암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암이라고 말한다.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대장암과 직장암 모두 예방법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해서, 발견되는 작은 용종을 제거하는 거예요. 다행히 이런 용종이 모두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고,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도 약 10년 내외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40세 이후에는 5년에 한 번 정도 대장내시경을 통해 별다른 변화가 없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겁니다. 만약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다면 위험군이므로 3년에 한 번 정도로 검사 간격을 앞당기면 그만이고요. 또 가족력이 있다면 30세 이후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아요.”
암이 생겨도 이렇게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수술을 통해 완치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수술이 잘못돼 합병증이 생기거나, 간혹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검진이 제대로 안 되는 ‘블라인드 포인트’의 종양을 놓치는 경우가 있지만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일이다.
정 원장은 “식생활도 마찬가지예요. 특별히 신경 쓰거나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그냥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생활하기를 권해요. 채식만 고집할 필요도 없고 골고루 많이 드셔서 면역력만 잘 유지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수술 후 달라진 삶
물론 수술 후 정상생활로 돌아오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수술 직후에는 화장실을 하루에도 10번 가까이 가는 생활이 반복됐고, 변의가 오는 상황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았다.
“배에서 신호가 오면 무조건 화장실로 가야 했으니까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사제를 먹고 화장실 가는 횟수도 줄이고 제어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그래도 평소 같지는 않았어요. 화장실이 없는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가는 것은 꿈도 못 꿨죠. 그래서 웬만한 곳은 차를 끌고 다녔어요. 6개월 정도는 경구항암제를 복용했는데, 이 역시 몸을 무겁게 하더라고요.”
수술 후 김재규씨가 겪은 변화 중 하나는 가족과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릴 때는 허가받은 장소를 찾아 사냥을 즐기고 낚시도 자주 했지만, 지금은 ‘살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절 끊었단다. 대신 아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다양한 분야의 사업체를 이끌어온 그는 건강을 위해 일도 줄이고 보안 관련 IT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제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때는 그저 먹을 것으로만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생명으로 보여요(웃음). 수술 후에는 아내와 등산을 많이 다녔어요.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주변에 있는 산이란 산은 모두 다녔어요. 지금은 아내가 더 등산을 좋아할 정도예요. 요즘엔 관절이 좋지 않아 자주 다니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내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이전에 코엑스에서 노인 관련 박람회가 열려 다녀왔었다. 당시 눈여겨본 요양병원이 있어 충남 공주 탄천면에 있는 요양병원까지 방문 투어를 요청해 직접 다녀왔다. 공주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공주가 시(市)이기는 해도 요양병원 근처는 논밭이었다. 병원 내에서나 활동해야지 나와봐야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보였다. 환자들이니 나들이 목적보다는 치료가 목적일 것이다.
이곳은 항암 방사선 치료 중인 암 환자들의 치료 효과 극대화와 전이 및 재발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뇌경색 등으로 지체 장애가 발생해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재활 치료는 열심히만 하면 상태가 나아져 퇴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폐교를 사들여 펜션처럼 새로 꾸며 외관은 아늑해 보였다. 최신 병동 등 병상 수는 450여 개, 환자 수는 250여 명, 근무자 수도 150명 정도 된다고 했다. 암 재활 치료 등은 일대일 치료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내부 식당은 자체적으로 기른 채소, 직접 만든 된장, 고추장 등을 사용하고 메뉴도 웬만한 식당 정도는 되어 보였다.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있고 종교 예배 등 영적 지원도 한다고 했다.
인근에는 기공 운동 등을 위해 편백나무숲 등이 조성되어 있는데 아직은 나무들이 크게 자라지 않아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였다. 병실 1인실은 오피스텔처럼 공간이 비교적 넓고 화장실, 세탁기 등 여러 가지 기본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부부가 같이 기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용료는 하루에 7만 원 정도라고 했다. 3인실도 비교적 공간이 넓은 편이었다. 종합병원처럼 다닥다닥 붙은 침대가 아니라 널찍하게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괜찮은 요양병원이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려면 재활의 경우는 월 100만 원 이하로도 가능하지만, 암 환자의 경우는 월 수백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부유한 사람이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실손보험으로 입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4명 중 한 명이 암으로 죽는다는데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실손보험에 대한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일반 보험도 막상 청구하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거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면에서 볼 때 실손보험이 든든해 보인다.
요양병원도 천차만별이라서 선택이 어렵다고 한다. 괜찮은 요양병원은 입소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잘못 선택하면 돈은 돈대로 들고 인권을 무시당하는 등 고생한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면 당장 살아 계신 어머님의 10년 후 정도의 거주지로 생각해볼 만하고 필자의 경우는 20년 후 정도가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당장 연고가 없어 서울에서 멀다는 공주까지 갈 명분은 없다. 또 교통이 좋아져 서울에서 한두 시간 거리인데도 지리적으로 멀다는 느낌도 걸림돌이다.
올해 들어 4~5개월 동안 지난날 잃어버렸던 병마와의 싸움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친한 친구가 연말에 건강검진결과 암 진단을 받으며 긴 시간을 아파해야 했고, 죽마고우로 필자의 아픔을 걱정하며 위로해주던 친구마저 갑상선암수술로 생활의 리듬이 깨져버려 병마와 동반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인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50대 중반의 친구들에게 건강의 적신호를 전해 주고 있었다.
세 사람 중 한사람이 암 환자라는 말을 실감하며 현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까마득한 옛일이라 생각했는데 10년 전 건강검진결과 유방암과 갑상선암의 진단과 함께 몸 전체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난 암센터에 입원을 했다.
생존과의 싸움, 그리고 나와의 전쟁에서 싸우고 있었던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며 나는 모든 삶을 포기한 채 인생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항암하면 언제부터 머리가 빠지나요?” “수술하면 많이 아프나요?”하며 난 마지막이 될 거란 생각으로 아줌마파마를 하고 딸내미와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 놓았다.
병실에 들어 간 순간 ‘암과의 사투 끝이 이 모습이란 말인가?’ 힘들어 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며 ‘몇 달 뒤 나의 모습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세브란스병원의 뒷동산을 배회하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한 가닥의 희망을 주십사하고 절실히 기도했던 순간이 기억된다.
전신 곳곳의 이상발견으로 ‘너무 고생만 해서 나를 미리 데려 가시려나?’하며 스스로 위로를 하기도 했던 순간, 검사결과마다 승전보가 전해졌다. 걱정이 반으로 줄어든 순간 수술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항암치료를 할 수 있음을 감사할 즈음 간호사가 본관으로 이사를 가란다. ‘여기서 나의 끝을 봐야하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본관으로 이사하라며 모든 간호사님들이 축하의 박수를 살짝 쳐 주셨다.
이제는 암수술 날이 다가오고 항암치료를 받아도 모두 이겨낼 수 있으리란 각오아래 난 거뜬히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하고 나와 보니 친정엄마보다도 더 다정다감하셨던 연세가 많으신 큰형님께서 위로를 해 주셨다. “빨리 나으라고.”
대학병원에 한 달여를 입원해 있어도 점점 기분의 상쾌해짐은 무거웠던 나의 마음을 멀리 날려 보냈기 때문일까? ‘훗훗 가발은 어떤 걸로 맞출까? 단발머리? 커트머리?’ ‘수술과 항암이여 나에게로 오라. 너와 함께 가리라.’ 그 시간이후로 암이란 친구를 사귀기로 다짐하고 이제 어찌하면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항암의 울렁거림은 나를 얼큰하면서도 맛난 음식을 찾게 만들었고 수술의 아픔은 성숙이란 성을 나에게 쌓아 주었다.
항암이 끝나고 상처가 아물고 나니 별천지를 다녀 온양 난 힘이 솟았다.
힘들다고 누워 있고 싶지가 않았다. 새로운 생명을 주신 그분께 열심히 성실하게 살겠노라고 약속을 하며 그 동안 한이 맺혔던 공부에 정진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요양보호사자격증,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미술심리치료사, 웃음을 전파하기 위해 실버웃음치료사와 행복웃음전도사 등의 여러 자격증을 섭렵한 다음 컴퓨터 자격증을 넘어 이젠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도전하여 정복하노라니 암이란 친구는 옆에서 나를 대견하다고 토닥토닥 다독여 준다.
건강정보를 공유하고자 암과의 사랑교실에 갔다가 좀 더 배우고자하는 맘을 떠나 내가 할 수 있다면 하고 봉사를 하고자 시작한 것이 5년이 지나가고 있다.
봉사를 하면서 점점 내가 힐링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바쁜 시간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힐링 받고 싶다.
10여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르신들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하시는 요즘 어르신말씀이 나의 생에 이슬이 되어 암과의 사투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어느 곳에서든 진정한 빛을 발하면서 스마트하게 그리고 멋지게 100세시대로 진입하고 있었다.
300g 남짓의 근육 덩어리가 하루에 10만 번 쉬지 않고 뛴다. 그렇게 퍼내는 양은 8000ℓ가량. 기계라고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고성능이다. 우리 몸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는 심장 이야기다. 이런 심장에도 피가 통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게다가 정작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기도 힘들다. 바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이라는 병이다. 노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전기현(全基賢·36) 과장의 도움을 받아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도 힘차게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해요.” 전기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면서 심장을 엔진에 비유했다.
“심장이라는 엔진이 열심히 작동하는 것은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 순환시키기 위해서죠. 생명과 직결되는 이 일을 원활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엔진의 연료가 필요하겠죠. 이 연료를 공급해주는 것이 바로 심장 관상동맥이에요. 의사들이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생김새 때문이죠. 심장을 감싸고 있는 관상동맥은 마치 왕관을 장식하고 있는 술과 같은 모양새라서 그렇게 불러요.”
거대한 근육 덩어리인 심장 역시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이 바로 혈액이다.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 역시 혈액을 통해 내보낸다. 그런데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병 환자 규모 파악조차 안 돼
“관상동맥을 통해 혈액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심장은 조금씩 죽어갑니다.”
전 과장의 설명이 잘 이해되질 않는다. 심장은 뛰거나 혹은 멈추거나 하는 기관이라 오해하기 쉽다. 그는 여러 가닥의 혈관이 심장을 감싸고 있는데, 특정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면 그 혈관과 맞닿아 있는 근육 부분만 괴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마치 커다란 배의 아래 부분이 여러 구획으로 나눠져 있어, 한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해도 전체가 침수되는 일이 많지 않은 구조와 비슷하다.
“심장 근육의 일부 세포가 죽는다고 해서 심장 전체가 죽지는 않아요. 그래서 정작 본인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심장 기능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실제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심각하지 않은 경우 모르는 채 지나가거나,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하더라도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해 심장 근육의 일부가 움직이지 않기도 하는데 이를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또 심근경색 중 갑자기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을 급성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중년 남성의 돌연사 중 80% 정도는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다.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심장 노화의 대표적 질환으로 꼽았다. 이 질환은 결국 관상동맥의 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인데, 이는 혈관의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혈관 벽은 우리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피부 조직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어요. 어릴 땐 부드럽고 탄력 있지만, 나이들수록 이 혈관은 점점 딱딱해지죠. 그러다 혈관 안쪽에 동맥경화반이 생기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여기에 혈전까지 쌓이면 혈관은 완전히 막히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심장 관상동맥에서 벌어지면 심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 과정은 일반적인 동맥경화와 마찬가지인데 결국 예방법도 비슷해요.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혹시나 나에게 관상동맥질환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좀 더 전문적인 검사를 해봐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하는 심전도 검사로는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될 때는 이미 중증으로 확대된 경우가 많다.
관상동맥질환을 정확히 검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에는 운동부하검사가 있다. 시속 6km 정도로 빨리 달리면서 심전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밖에 관상동맥 CT검사나 혈관에 조영제를 투입해 방사선 사진을 찍는 관상동맥 조영술이 있다.
운동할 때 가슴 아프면 의심해봐야
물론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가슴통증이다. 전 과장은 심장 관상동맥질환이 생기면 운동할 때 가끔 심한 통증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를 협심증으로 부르기도 한다.
“높은 곳을 오르거나 뛸 때 가슴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아픈 부위가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이 아니어도 방심하면 안 돼요. 이 병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면 일종의 방사통이 나타기도 하는데 왼쪽 어깨에서 왼쪽 팔로 혹은 목으로 타고 내려가는 증상이 일어나기도 해요. 이 역시 관절이 아닌 심장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의 통증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안정이 된 것일 뿐 병이 완화된 것은 아니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이 병으로 인한 합병증도 심각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협심증과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심부전이나 부정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나같이 심각하지 않은 질환이 없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신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숨이 차거나 호흡곤란이 오기도 하고, 쉽게 피로해지면서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발이 붓는 등 부종이 오는 것. 심할 경우 전신 부종이 일어나기도 한다.
혈관 관리는 장수를 위한 적금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다양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이 막히면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를 하는데 하나는 혈관 내에 금속 그물망을 넣고 풍선으로 부풀려 막힌 곳을 뚫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다. 다른 하나는 체내의 다른 혈관을 가져다 문제가 생긴 부위에 혈액순환이 되도록 이식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다. 각 치료 방법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스텐트 삽입술의 경우 전신마취도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하죠.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고 불러요. 한두 시간이면 수술이 끝나고 다음 날 퇴원도 가능합니다. 다만 혈관 내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보니 오래되면 막히는 경우가 생겨요. 우회술은 가슴의 내유동맥이나 다리, 팔에 있는 혈관을 가져다 이식하는 수술인데, 회복에 1~2주 정도가 걸릴 정도로 큰 수술입니다. 심장외과 전문의들은 내유동맥이 ‘관상동맥 우회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수술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데다 이식에 사용해도 인체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심장내과, 심장외과 전문의가 혈관이 막힌 위치나 환자의 건강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함께 결정합니다.”
간혹 고령의 환자도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심장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 중 국내 최고령 기록은 세종병원에서 수술한, 당시 91세의 남성 환자로 스텐트 시술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수술을 진행했다.
혹시 특별한 예방법이 있을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일반적인 건강관리법뿐이었다. 결국 이미 잘 알려진 건강관리법이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금연과 비만·혈압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짜지 않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열량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삼가야 합니다. 자주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탄수화물 섭취도 줄여야 해요. 혈압약 같은, 평소 드시는 약들은 꼭 챙겨 먹어야 합니다. 이 노력들을 저는 일종의 적금으로 표현하는데, 장수라는 ‘만기’를 위해서는 평소의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언젠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는 시력이 안 좋아서 눈에 대해서는 민감한데 눈 속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눈꺼풀의 경련에 많이 당황했었다.
떨리는 부분을 지압하듯 눌렀더니 멈추는 듯 했지만, 곧 비로 다시 파르르 움직이니 기분이 아주 나빴다. 그러다가 잠시 잊고 있으니 떨리는 증상은 사라져 버렸다.
또 아주 가끔씩 발이 뒤틀리듯 뻣뻣해지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바닥에 발을 평평하게 디디고 힘을 주고 서 있으면 증상이 사라졌는데 이런 게 바로 쥐가 나는 것이라 한다.
금방 없어지는 증상이어서 곧 잊어버리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제는 남편의 오래된 친구 병문안을 다녀왔다.
다섯 명의 멤버인 이 모임은 항상 부부동반으로 만나오는 아주 좋은 친구들이다.
우리 모임에서 유머러스하고 리더쉽이 있어 항상 즐겁게 해주시던 해준 아빠가 몇 달 전부터 전화연락이 안 되었다.
장기간 외국여행에 간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에야 연락되었다.
그동안 병원에 입원했다는데 췌장암이었다고 한다.
평소 건강 잘 지키기로 소문 난 분의 너무나 뜻밖의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몇 달 전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를 25번 받아야 하는데 이제 20번을 받았고 5차례가 남았다고 했다.
그동안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다가 이제 좀 괜찮아져서 연락했다고 하는데 보통 췌장암이면 생명이 위태롭다고 알고 있었기에 병원에 찾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건장하던 몸이 매우 말랐기는 했지만 20번의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끝냈기 때문인지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치료 중 한 때는 절망에 빠져 포기하려고도 했던 순간이 있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이런 경우 생명을 잃는 사람이 많은데 당신은 이렇게 잘 견뎠으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힘을 얻었으며 이제는 본인이 느끼기에도 회복되는 것 같다며 평상시 하던 대로 유머러스하게 우리에게 농담까지 건넸다.
휴게실에서 한 시간가량 있다가 환자가 쉬어야 할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일어섰다.
이렇게 와줘서 매우 고마우니 치료가 끝나는 날에는 크게 한턱을 내겠다고 하여 모두들 꼭 그러시라며 웃어주었다.
밖으로 나온 시간이 저녁이어서 일행은 같이 식사하고 커피숍에 갔다.
문병을 한 후라 건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말하다 보니 나이가 있어선지 다들 필자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
필자는 눈꺼풀이 미세하게 경련했다는 것과 발바닥 뻣뻣해지는 증상을 말했는데 한 부인은 뻣뻣해지는 증상이 손가락, 손, 다리, 발 등 온몸이 그렇다고 한다.
특별한 대처 방법을 몰랐는데 먼저 겪었다는 분이 처방을 알려주었다.
눈꺼풀이 떨리거나 몸에 쥐가 나는 건 우리 몸에 마그네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패턴 등으로 마그네슘 결핍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유해산소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마그네슘 결핍이 성인병의 원인과 근육 경련, 손발 저림 등의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니 마그네슘이 함유되어있는 음식을 먹어 보충하면 되지만 어떻게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마그네슘을 함유한 영양제를 복용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부인도 눈 떨림 현상과 자주 다리에 쥐가 났는데 마그네슘 영양제와 쥐가 나는 증세에 좋은 약을 먹었더니 감쪽같이 증상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다들 메모지를 꺼내 약 이름을 받아 적으며 병은 자랑해야 여러 사람의 좋은 처방을 알 수 있는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서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처방을 알게 되어서 다행스럽다.
많은 분이 겪는 현상이고 이렇게 손쉽게 나을 수 있는 증상이니 인터넷으로 찾아보거나 약사에게 문의해 ‘프XXX' 라는 약 이름 정도 알아두면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