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까.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와 함께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금천구 G밸리,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 일대를 탐방해봤다.
김진유 교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세계적으로 지향하는 도시계획 방향은 인클루시브(Inclusive) 시티, 즉 포용 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용 도시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 신체, 지식 등과 상관없이 도시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면서 “포용 도시가 되면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사회적 약자한테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체가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교수는 그 예로 저상버스를 언급했다. 장애인을 위해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하는 비율은 0.1%라고 한다. 이용률 99.9%를 차지하는 비장애인은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저상버스를 선호한다. 김 교수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면 우리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 디자인 중 특히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일까. 김진유 교수는 “노인은 많이 걷거나 계단이 많으면 힘들어한다”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같이 대중교통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조정하거나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분들은 손에 힘이 없지 않나. 적은 힘으로도 열리는 문이나 자동문이 좋다. 또한 영어로만 된 간판은 노인분들이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 글씨의 한글 중심 간판을 추천한다. 더 좋은 것은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운 심벌형 간판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M’은 멀리서도 보이는데, 이와 같은 심벌형 간판이나 안내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유니버설 디자인은 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김진유 교수는 “아무래도 건축비나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가정을 해보자. 돈을 아껴 건물을 지었는데, 노인이나 장애인이 그곳 시설을 이용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인 비용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밸리 2·3단지
곡선형 도로
“보행로 사이에 있는 도로길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었죠. 이것을 트래픽 카밍(Traffic Calming)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조물에 의한 교통 통제라는 뜻인데, 도로를 곡선으로 만들면 아무래도 차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고가 줄어들죠. 그리고 차도와 인도를 잇는 돌을 연석이라고 하는데, 연석의 턱이 없고 보행로와 높이가 같죠. 노인분들의 보행이 편하실 겁니다.”
고원식 횡단보도
“방지턱처럼 높이를 높여서 만든 횡단보도를 고원식 횡단보도라고 합니다. 횡단보도를 높이면서 연석과 수평을 이루었죠. 보통의 횡단보도는 노인분들이 이용하려면 계단을 내려가듯 아래로 내려갔다가 건너서는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해요. 다리가 아픈 노인분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죠.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턱 없는 출입문
“출입문에 턱이 없어야 휠체어를 탄 노약자분들의 이용이 편해지죠. G밸리 내의 건물은 모두 턱이 없네요. 특히 지반을 높여 길과 출입문이 수평을 이루게 해둔 곳도 있네요.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많은 휴식 공간
“길 중간중간 의자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노인분들한테는 걷다가도 앉아 있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손잡이 의자는 앉고 일어설 때 의지할 게 필요한 노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살림
대중교통, 건물과의 연결성
“도시계획에서는 내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외부와의 연결도 매우 중요해요. 스페이스 살림은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죠. 이런 것은 노약자분들이 이용하시기에 굉장히 유용해요. 건물과 건물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옆 건물로 가려면 내려갔다 올라가는 것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 불편함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리고 여기는 길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서 방향성이 명확한 것도 장점이에요. 길이 사선이나 미로처럼 되어 있으면 노약자분들이 길을 잃기 쉽거든요.”
노약자 위한 손잡이
“건물 전체에 출입문 턱을 없애서 노약자분들의 보행이 편하도록 했네요. 더불어 출입문에 있는 손잡이 봉을 보면 매우 긴데요. 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보통의 짧은 손잡이와 달리 이렇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만든 이유는 키가 작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봉을 쉽게 잡도록 한 거예요. 같은 이유로 보행길과 계단에 핸드 레일을 낮은 위치에 설치해놓았죠. 무엇보다 노인분들은 경사가 있는 길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레일을 잡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경사도 낮은 길
“요즘은 계단 옆에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쉽게 경사로를 마련해두죠. 휠체어가 이동하려면 경사도가 완만한 것이 좋아요. 일반적으로는 경사도가 매우 가파른 곳이 많은데, 이곳은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죠.”
동반 화장실
“스페이스 살림에는 남녀 화장실 외에 동반 화장실이 따로 있네요. 장애인분이나 어르신 같은 경우 화장실에서 혼자 일을 보기가 힘들어요. 옷을 내려준다든지, 뒤처리를 해주는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동반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은 노약자분들을 많이 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벌 안내판
“유니버설 디자인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나 외국인, 눈이 어두운 사람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 지하철 모양 같은 심벌로 간판을 하거나, 화살표로 방향을 알려주면 글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유니버설 디자인은 색깔도 중요해요. 색깔로 구분해놓으면 길을 찾기가 더 쉬워집니다.”
장애인 주차장
“주차장에서 장애인 주차 구역이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네요. 차에서 내려 바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제가 계속 강조하듯이 이동 거리를 줄인 거죠. 여기도 마찬가지로 턱이 없고 문을 열어두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김진유 교수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년간 국내외 주택과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전세’, ‘주거복지, 갈 길을 묻다(공저)’, ‘미래를 바꾸는 도시계획(공저)’ 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실버문화페스티벌은 꿈꾸는 시니어들의 실버 스테이지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경연 대회, 어르신 중심 온·오프라인 문화 콘텐츠 ‘문화나눔한마당’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을 조명하고, 어르신 맞춤형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통해 노년 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도 아우를 수 있게 기획됐다.
10월 20일(목)부터 21일(금)까지는 ‘문화나눔한마당’ 영상 제작물이 실버문화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 프로그램별로 공개됐다. △에듀버스(교육) △헬씨버스(건강) △컬쳐버스(체험) △콜럼버스(공모) △투게더스(세대 공감) 5개의 테마에 따라 제작된 각 영상은 오늘날 실버 세대가 건강하고 즐겁게 노후를 보내는 데에 도움이 될 예정이다.
또한 유일한 오프라인 프로그램인 에듀버스의 ‘실버문화포럼 – 삶의 연금술, 실버를 골드로’와 ‘고미숙의 인문학 특강 – 나이 듦 수업’ 역시 실버세대의 삶에 대해 의미 있는 논제를 던졌다. 실버문화포럼에서는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와 구민정 홍익대 예술학부 교수가 함께 서른여 명의 관객이 참여한 가운데 ‘변화하는 실버대의 특징과 실버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주제로 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이금룡 교수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실버세대로 진입함에 따라 예전보다 삶이 활기차고 주체적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실버세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라며 “이러한 통념과 관념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활동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제도적 지원이 필요함을 적극 강조했다.
구민정 교수의 ‘실버문화의 특성과 활동 사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구 교수가 50+인생학교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며 느낀 구체적 사례가 소개됐다. 그는 오늘날의 실버세대에게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겠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2일(토)에는 ‘2022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본선 경연이 공식 홈페이지와 ‘문화로 청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올해로 ‘샤이니스타를 찾아라’는 숨은 아마추어 어르신 문화예술가를 발굴하는 경연 대회로, 16개 지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각 지역의 본선 진출팀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사전 누리집 투표(10%)와 실시간 현장 문자 투표(10%), 전문 심사위원 점수(80%)를 합산해 대상인 ‘샤이니스타상’ 수상팀을 선정했다.
올해의 ‘샤이니스타상’은 부산 연제문화원의 ‘연제춤사랑’ 팀에게 돌아갔다. 연제춤사랑은 1997년 만들어진 팀으로, 현재 14여 명의 팀원이 활동 중이다. 전통적인 부채춤을 선보여 인생의 희로애락을 격동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해내며 당당히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등상인 ‘샤이니샛별상’은 경기 ‘소리울’과 경남 ‘청춘실버연극단’이 수상했다. ‘샤이니 인기상’은 사전 누리집 투표와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최고 득표율을 얻은 강원 ‘깍지윈드오케스트라’ 팀에게 돌아갔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샤이니스타를 찾아라’는 ‘방구석 응원전’,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 퀴즈쇼’ 등 줌이나 유튜브로 접속한 관객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이날 본선 경연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해 우승팀 ‘대전시니어오케스트라’와 95세 최고령 참여자가 속한 ‘두억마을지게가락’팀, 가수 박군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나 가수 박군의 축하 무대에는 유튜브 실시간 접속자수가 5000여 명을 훌쩍 넘기며 축제의 열기가 고조됐다.
이날 축사를 맡은 김태웅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총 291팀, 3800여 명의 모든 참가 팀에게 감사를 표한다”라며 “노년 세대가 당당한 문화활동 주체로서 활기찬 노후를 즐기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문화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실버문화포럼과 인문학 특강을 비롯한 실버문화페스티벌의 모든 콘텐츠들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시청 가능하다.
△영상 출처=문화로 청춘 유튜브 채널
“결혼 생활은 쪽팔림의 연속이에요. 서로가 서로한테 쪽팔려요. 쪽팔려도 가장 나를 이해하고 믿어줄 거라는 그러한 믿음 하에 쪽팔림을 그냥 겪고, 또 그걸 겪으면서 감당해나가는 겁니다.”
6월 6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MBC)에서 5년째 문자로만 소통하고 신체적·정서적 접촉이 전혀 없는 부부에게 내린 솔루션 말미에 나온 말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쪽팔림의 역사
실제로 부부의 삶이란,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혹은 부모가 자식한테, 자식이 부모한테 끊임없이 쪽팔려 하는 시트콤 같습니다. 품위와 체면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비단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비슷합니다. 불편한 진심을 끄집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려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은 굴욕감을 심하게 느낍니다. 관계도 어색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치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관리의 죽음’에서 주인공이 그랬듯이요. 내 치부와 허물을 붙잡고 죽음으로 몰고 가기보다 때로는 당당하고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쪽팔릴 준비 되셨습니까? 마음 미장공 열 번째 이야기는 쪽팔릴 줄 아는 용기를 북돋우면서 시작합니다.
안톤 체호프의 ‘관리의 죽음’
어느 아름다운 저녁, 행복에 겨워 오페라에 심취해 있던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바코프. 갑자기 재채기를 한 그는 앞자리에 앉은 상급 관리 브리잘로프 장군의 민머리와 목덜미에 침이 튀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괜찮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그는 다음 날 접견실까지 찾아가 또 사과를 합니다. 일방적이고 계속되는 사과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당사자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일 아니니 괜찮다고 지나간 것을 기어이 들쑤시고 후벼 파서 상대와 자신을 괴롭히는 어리석은 짓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왔을까요. 섣부른 판단과 고정관념, 선입견으로 일상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불행할까요.
사랑은 쪽팔림의 결정판
지난 추석 연휴에 케이블방송에서 영화 ‘접속’(1997)을 봤습니다. 아직 개인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PC통신 대화방의 상대인 줄 모르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 앉아 있던 두 주인공(한석규, 전도연 분) 사이에 한 청년이 손잡이를 잡고 섭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왜소한 체격의 그 남자는 물건을 팔 거라는 승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말이 유독 서툴고 어눌하지만 창피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 말버릇을 고쳐보려 용기를 낸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쪽팔림을 기꺼이 감수하게 하는 마법이 아닐까요.
쪽팔려서 좋은 것들
버스에 안내원이 있던 시절 “여기서 내려요!” 이 말을 못 해서 내려야 할 곳을 몇 정거장 지나쳤던 적이 있습니까? 기어드는 목소리로 부들부들 떨지라도 쪽팔림을 불사해야 하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첫 발표를 했던 순간을 떠올려봅시다. 윗사람한테 신랄한 평가를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려면 역시 쪽팔림을 이겨내야 합니다. 쪽팔림을 장벽으로 여겨서 주저앉을지, 징검다리로 생각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자문해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사랑도 일도 일단 저질러볼까요. 이럴 때 ‘아니면 말고’와 ‘싫으면 말고’ 정신이 도움이 됩니다.
쪽팔릴 줄 아는 것도 용기입니다
‘아니 젊을 때야 뭔 짓을 못 해.’ ‘내가 그 나이만 됐어도 그 정도는 껌이지.’ 이런 말로 주저하고 쭈뼛거리며 변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물어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바로 쪽팔릴 줄 아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렇다면 쪽팔리는 상황은 어떤 때일까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때는 부끄럽거나 치욕스러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려고 할 때,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그 마음먹은 바를 행동으로 옮길 때라야 비로소 쪽팔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걸림돌로 의식하지 않고 일을 도모하는 당신은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왕이면 모양 빠지지 않고 근사하게 쪽팔리는 비법은 없을까요?
근사하게 쪽팔리는 방법
•내가 실수한 것은 화끈하게 인정합니다.
•약속에 늦었을 때는 반드시 사과합니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묻습니다.
•사랑과 감사 표현도, 친구랑 만남도 내가 먼저 제안합니다.
•조언이나 의견을 먼저 구합니다.
•‘그 나이에 왜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고, 질문하고, 고백하고, 고맙다 하고, 제안한다고 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야말로 훨씬 쪽팔리고, 면이 안 서는 짓입니다. 나이를 빌미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말리거나 막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뭘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존심 살리고 자존감도 높이는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은 죽어도 못 하겠다면 하다못해 인터넷 검색을 해서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게이션대로 운전해도 헤매고 있을 때 아직도 주유소에서나 주변 사람한테 묻지 않습니까? 예에 통달한 공자도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고 합니다. 풍습과 관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요. 그러니 묻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서로 체면을 살려주는 일입니다.
‘근자감’에 희망을 준 사람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인 말이 ‘근자감’입니다. 지난 50년 가까이 수학계 난제로 남아 있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대수기하학의 한 갈래인 호지(Hodge) 이론을 통해 증명해 수학계 노벨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동안은 과대망상이다, 허세다, 만용이다 하며 비웃음을 사거나 조롱감이 되었던 신조어가 바로 근자감입니다. 그런데 근거 있는 자신감도 줄이면 근자감이 될 텐데 왜 줄여서 부르지 않는지, 허 교수 얘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성적이나 입상 경력 같은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은 여러 가지 불운한 일이 겹쳐서 힘든 과정을 만나고 그 근거를 잃게 될 경우 쉽게 부서질 수 있습니다. 반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닌 사람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힘든 과정에 놓일 때도 유연하게 자신의 목표를 변경합니다. 근자감은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근자감이야말로 쪽팔림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바탕이자 에너지가 아닐까요. 이것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없더라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자신감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간절해집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얼굴이 예뻐서, 내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방황을 해도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부모 마음도 근자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쪽팔림을 당당하게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틈과 흠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빛
부서진 조각을 모은다 해도 온전히 합칠 순 없다
(중략)
완벽한 것은 없다
어디에든 틈은 있기 마련
빛은 그곳으로 들어오리니
우리에게 ‘I’m your man’이란 노래로 알려진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입니다. 그가 1992년 발표한 ‘송가’(Anthem)의 이 노랫말은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불교 명상 지도자로 유명한 잭 콘필드(Jack Kornfield)의 책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담은 허술하게 쌓은 것 같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는 법이 없습니다. 커다란 현무암 사이에 생긴 틈이 바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돌 사이 빈틈이 담장을 살리고 금이 간 틈새로 빛이 들어오듯, 사람 사이의 틈과 거리가 관계를 숨 쉬게 하고 살리게 하는 묘책이 아닐까 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 있는 구슬 하나를 꿰어 넣는다고 합니다. 그 구슬을 ‘영혼의 구슬’(Soul Bead)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혜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최고급 카펫을 짤 때 아주 작은 흠 하나를 굳이 짜서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 부르는 이 행위는 ‘영혼의 구슬’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란 완벽할 수 없으며 불완전한 존재라 믿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빈틈이나 흠결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지 맙시다.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완벽한 잣대를 내려놓은 채 ‘근자감’을 등에 업고 ‘쪽팔릴 줄 아는 용기’로 무장한다면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와 당신이 지닌 틈과 흠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올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니스에 머물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 중에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모나코와 칸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로 한 시간 이내면 모두 가능한 거리여서 누구나 당연히 여행 코스에 넣지 않을 수 없다. 꼭 니스가 아니어도 근교의 생폴드방스나 에즈빌리지에서도 연결되는 교통편이 있으니까 알뜰한 여행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니스 일주일 살기가 끝나간다.
◇모나코(Monaco)
모나코에 대해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엇이 문제인가. 생각부터 그레이스켈리의 모나코에 간다는 기분이다. 모나코행 버스 타는 곳에 기다리는 줄이 의외로 길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30분쯤 달린 버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마치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가까운 수도권 도시 어드메쯤 온 듯하다. 니스 역에서 기차를 타도 30분 남짓 가까우니 잠깐 교외 나들이 나온 듯하다. 그러나 관광 국가답게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움과 넘치는 볼거리가 금방 압도한다.
여긴 미국의 영화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다. 모나코는 국경선 길이 4.4㎞, 면적 1.95㎢., 로마 바티칸시티(0.44㎢)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소국이다. 1297년 1월 8일에 독립한 나라로 프랑스 남동부 끝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몬테카를로가 가깝다고 했지만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몬테카를로...”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저쪽으로~”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킨다. 이들의 당연한 손짓이 이 작은 나라의 주 수입원이 국제 중계무역과 카지노 산업이라더니 이렇게 체감시킨다. 몬테카를로로 가는 길에 있는 열대 정원 Jardin Exotique에는 주민인듯한 사람들이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 중인 모습이다. 몇 걸음쯤 더 걸어가니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카지노 몬테카를로(Casino De Monte-Carlo)가 보인다. 그 옆의 노천카페엔 모나코를 즐기는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게 뭐라고 무수한 저들은 이곳에 모여드는 걸까.
도박을 하는 건축물이라고 하기엔 고풍스럽고 우아하다. 파리의 오페라 극장을 설계했던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덕분에 고급 사교장 느낌이다. 카지노 앞에는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고급 자동차 전시장처럼 번쩍거리는 차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다. 이곳 카지노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국가의 재정이 되고 중요한 관광산업으로 관리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이 오가는 곳이다 보니 럭셔리하고 화려함이 더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모나코 국왕에 의해 모나코 국민들의 도박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또한 병역과 세금이 없는 나라다. 그래서 세금을 피해 이주해온 부자들 덕분에 유난한 사치스러움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시내 전체가 관광지화되어있어서 지나가는 누구나 여행자 같아 보인다. 휴양도시인 모나코의 풍족한 삶을 보여주듯 카지노 주변엔 일반 가게처럼 쇼핑센터나 명품샵이 즐비하다. 유명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내 옆을 계속 지나간다. 어쩐지 도박장 귀빈들의 거리로 특화된 양 요란하다.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풍경이다.
우리가 태어나 세상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또는 아프거나 뿌듯해하며 기쁘고 성내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상을 모르는 사람들의 놀이터에 온 느낌이다. 그런 곳을 대충 챙겨 입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느슨하게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맛을 즐긴다.
모나코 사람들을 먹여 살려주는 카지노였기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Grace Kelly뿐이다. 모나코의 유일무일한 브랜드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와 결혼하여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다. 전설의 허리우드 여신에서 모나코의 왕비가 된 것이다. 모나코의 상징이기도 했던 그녀의 나라에 와 있다.
구시가지 언덕에 위치한 그녀가 살았던 화려한 모나코 궁전을 바라보며 살짝 가슴이 뛰기도 했다. 어릴 적 TV 명화극장에서 자주 보았던 그녀의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해안가의 거리에도 바닷가 미풍에도 그녀의 삶이 녹아있을 것만 같았다. 절벽의 절경에 잘 앉혀져 있는 이쁜 집들, 에흐귤르 항구에 가득하게 정박해 있는 고급 요트, 궁전과 대성당이 있는 구시가지를 지나 해양박물관도 볼거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나코 빌리지의 골목까지 걸어볼 수 있다면 아쉬울 게 없다. 해안가로 나와 눈앞에 펼쳐지는 도박꾼들의 화려한 요트로 가득 찬 항구를 멍하니 구경하다 보면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지고 지중해 저편으로 서서히 노을이 찾아온다. 어릴 적 알았던 영화배우의 나라에서 확인하듯 내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잠깐 머물다 온 ‘그레이스 켈리의 나라’ 모나코였다.
◇칸(Cannes)
일주일 동안 머물며 여유롭게 지내던 니스를 떠나는 시간이 오후 네 시다. 느슨하게 반나절 시간을 칸에서 보내고 출발하기로 했다. Nice Ville에서 Ter기차를 타고 열 정거장쯤 지나면 Cannes 기차역에 30분 만에 도착한다. 호기심과 신기함과 설렘으로 보내기 딱 좋은 30분이다. 기차 2층 칸에서 보이는 외곽의 풍경이 마치 서울을 벗어난 지하철 1호선 같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칸느역에 오가는 사람들. 긴장감이라곤 일 그램도 안 느껴지는 모습들. 여행 중엔 이런 모습을 부러워할 틈 없이 바로 전염되듯 나 역시 빠르게 긴장감 풀고 무장해제~.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휴양도시 CANNES. 남국의 화려한 꽃과 달콤 새콤 향의 과일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사람들은 어디든 마음대로 걷거나 주저앉거나 세상 편함 그 자체다.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이란 건물이 앞에 있다. 매년 5월이면 영화 축제가 열리는 곳, 세계 3대 영화제라 불리는 칸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 중의 하나인 Cannes 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겐 이미 익숙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는 길엔 공사가 한창이다.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곳을 그렇게 쓰윽 한번 보며 지나간다. 올해는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도 탔다. 영화 배경 속을 걷듯 칸의 햇살 속을 걷는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 또한 즐겁다. 종려나무들이 즐비한 해안가에서 느긋하게 놀아보라. 해피바이러스는 이런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해안가로 나가보면 햇살 쏟아지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고급 휴양 요트들이 줄지어 있다. 지중해에서 가장 럭셔리하다더니 요트의 화려함이 아찔하다. 쏟아지는 태양, 짙푸른 바다가 마냥 눈부시다. 어딜 보아도 여유가 뚝뚝 떨어지는 풍경이다. 도무지 다른 세상이다. 이 도시는 사실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고 가던 유럽 사람들이 별장들을 세우고 요트들로 항구를 오고 가며 휴양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역시 호텔과 카지노가 많아서 프라이빗한 휴가를 즐기거나 돈 많은 도박꾼들을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길거리 노천카페는 이미 테이블 세팅을 마쳤다. 칸느 역 주변으로 앙티브 거리(Rue d’Antibes)는 내가 보아도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있다.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도시 칸. 도시 전체에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내맡기고 카푸치노 한 잔 마신다. 지중해를 향해 앉아 그 햇살 한 번 원 없이 받아본다. 환한 태양 아래서 마음껏 누리던 사람들이 기억될 칸(Cannes)이다.
13년 전 일을 시작하면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적어도 우리 조합만이라도 장례 현장에서 폭리와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해보자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데, 그럼에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어느 행사에서 ‘수고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경우 현장 팀장에게 확인하고 주의 조치를 하는데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장례 현장은 너무 복잡해 각 영역에서 오가는 돈이 눈에 쉽게 띄지 않으니,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왜 장례 현장에서 바가지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하나로 본다. 상조회사와 상조팀장(프리랜서 장례지도사)의 불평등한 하도급 관계 때문이다. 상조회사 소속이라 하지만 정규직도 아니고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70만~80만 원의 수당을 주는 곳도 있지만 이마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조회사는 행사가 발생하면 순번에 따라 소속 장례지도사에게 ‘콜’을 한다. 상조팀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행사에서 최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패키지 상품에 포함돼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는 수의, 관, 유골함 등을 ‘업셀링’하고, 장례식장이나 봉안당, 생화제단을 소개하면서 알선수수료(리베이트)를 챙긴다. 상주가 수고비를 챙겨준다면 더욱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3일장을 치르는 동안 알뜰하게 받아낸 돈을 상조회사와 나눠 갖는다. 그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장례지도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장례지도사는 전문자격증 학원, 대학의 관련 학과, 상조회사의 인력 양성 등으로 해마다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온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 보니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인건비가 하락한다. 상조회사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게 골라 쓸 수 있고 수완 좋은 장례지도사를 선호하게 된다. 상조회사가 갑일 수밖에 없다.
장례지도사의 수명(?) 또한 그리 길지 않다. 오십 넘어 현장을 뛰는 경우는 드물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젊은 인력이 쏟아져 나와서 그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이 먹기 전에 최대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업계에 입문하자마자 듣는 소리가 누가 한 달에 1000만 원을 벌었다느니, 누가 외제차로 바꿨다느니 하는 것이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상조회사는 왜 직접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일까. 당연히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직접 고용을 하면 4대 보험이나 세금 등으로 비용이 나가고 노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각 지역별로 상조팀장을 두면 현장관리도 용이하다. 상조회사는 사실 전국 장례 서비스 시스템과 장례지도사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플랫폼에 가깝다.
갓 대학을 졸업한 장례지도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병원이나 전문 장례식장에 취업하는 것이다. 초임은 연봉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다. 근무 연수가 많아지면 급여는 올라간다. 대형병원 장례식장일 경우는 일반 회사원처럼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할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쉰다. 자체 행사가 발생하면 진행하기도 하고, 수시로 변사, 사고사, 자살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둘째, 상조회사에 취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앞서 설명했듯이 장례식장보다는 급여가 훨씬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콜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고, 전화기를 베개 옆에 두고 잠을 자야 한다. 3일장을 치르는 동안 계속 긴장해야 하고, 장지가 멀어 왕복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는 경우도 많다.
셋째, 프리랜서로 뛰는 경우다. 경험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 쌓이면 독립하기도 하는데, 직접 행사를 뛰거나 다른 장례지도사에게 일을 주면서 수수료를 챙긴다. 이 경우 영업이 관건이라 인맥이 많을수록 유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홍보와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외에 기업 전문 상조회사도 있고, 상조회사가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때 헐값에 떠넘기는 의전업체도 있다. 현장을 뛰지 않고 입관 보조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장례지도사는 힘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럼에도 대우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왜곡된 노동시장에서 을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이들을 장례 현장에서 돈이나 뜯으며 살아가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는가.
장례지도사들은 장례가 끝난 후 상주와 유족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들이 귀한 일을 하는 소중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돈벌이에만 눈먼 상조 시장의 비인간적인 노동 착취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 장례지도사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고, 상주와 유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례가 너무 힘들고 무거운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시대도 변하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진 베테랑.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직업들을 꼽아봤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을 만나보자.
활동사진 변사 1910년대에는 영화를 ‘활동사진’이라고 불렀다. 1903년쯤부터 대중에게 공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상설관도 생겼다. 상설관에는 변사가 있었다. 외국 영화인 데다 무성영화였기 때문에 변사가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장면을 해설하는 역할을 맡았다. 처음에는 간단한 설명을 담당했지만, 구수한 입담으로 감정을 담아 해설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변사의 입담에 따라 활동사진의 재미가 결정될 만큼 큰 역할을 했지만,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버스 안내양 버스 안내양은 1920년대 후반 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여차장이라 불리며 양장 차림의 유니폼을 입고 매표를 했던 것에서 시작한다. 48명의 버스 안내양은 광복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남차장이 등장한다. 하지만 서비스가 친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1961년 버스 안내양 제도가 다시 도입되며 서울 시내 600여 대의 시내버스 차장은 여자로 바뀌었다. 초반과는 달리 지방에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여성들이 주로 안내양을 했다. 버스에 사람들을 밀어 넣고 출입구 손잡이에 의지해 매달려 가곤 했다고. 1984년부터 버스에서 하차 지점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고 정차하고 싶은 역이 가까워지면 벨을 누르는 정차 벨이 도입되면서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도 사라졌다.
전차 운전사 서울에 전차가 등장하면서 전차 운전사라는 직업이 생겼다. 전차가 호황을 누린 1930년대에는 전차의 하루 이용 승객이 48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 자동차와 버스가 늘어나면서 속도가 느린 전차가 교통체증의 원인이 됐다. 결국 1968년에 전차를 철거하면서 전차 운전사, 전차 수리공 등 관련 직업이 사라졌다.
전화 교환원 1970년대에는 수동식 전화기를 주로 썼다.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면 교환원에게 연결됐다. 전화번호를 말하면 교환원이 상대 가입자의 회선에 플러그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전화기를 두려고 가입신청을 해도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1960년 전화 가입자는 9만여 명이었다고. 이제는 집마다 전화기를 두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하나씩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다. 통신망이 깔리고 자동으로 전화를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전화 교환원은 사라졌다.
영화 간판 제작원 영화가 개봉하면 멋진 포스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라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1970~80년대에는 영화 간판을 직접 그리는 화가들이 있었다. 극장 간판에 상영하는 영화의 포스터를 직접 그리는 것이다. 이후 1990년대 프린트 기술이 발달하면서 손 그림 대신 플렉스 간판으로 대체됐고, 이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됐다.
활자주조공, 문선공, 식자공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프린터에서 인쇄된 종이가 나오지만, 과거에는 잉크를 묻힐 활자와 판이 필요했다. 특히 신문사에서 기자들이 원고지에 작성한 취재 원고를 보며 활자를 찾는 문선공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선은 원고에만 둔 채 활자를 뽑아내는 손놀림으로 인쇄 마감을 맞추는 사람이었기 때문. 직업훈련소에서는 활자조판수 훈련을 따로 하기도 했다. 이후 컴퓨터가 개발되면서 활자를 주조하는 활자주조공, 활자를 골라내는 문선공, 원고를 보며 판을 짜는 식자공 등의 역할을 대체하게 됐다.
정사원 지금은 기계에 돈을 넣으면 ‘촤라라락’ 소리를 내며 몇 장인지 세어주지만, 과거에는 사람이 일일이 세어야 했다. 1950년대 은행에는 돈을 세는 사람 ‘정사원’이 있었다. 지폐를 종류별로 나누고, 유통할 수 없는 손상된 지폐도 골라냈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수천 명의 정사원이 있었지만 지폐 계수기로 대체됐다. 숙련된 정사원의 경우 1시간에 6000장의 지폐를 셀 수 있었다고.
O₂, 산소, 원자 번호 8, 화학 산소족에 속하는 비금속 원소, 공기의 주성분이면서 맛과 빛깔과 냄새가 없는 물질. 호흡과 동식물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체라는 사전적 의미의 산소. 강원도 홍천에 산소길이 있다. O₂길. 마스크 때문에 마음껏 숨 쉴 수 없어 미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수타사 산소길이 떠올랐다.‘그래 이번에는 산소길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홍천의 수타사 산소길은 1~4코스로 총 4개 코스가 있다. 수타사 산소길을 걷는다고 하면 대부분 1코스를 말하는데, 수타사 주차장에 주차하면서부터 걷기가 시작된다. 인근에 오토캠핑장까지 있어 주말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공작산 생태숲 산소길 코스는 3.8km로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수타사-공작산 생태숲-귀소(출렁다리)-용담- 공작산 생태숲 교육관’이다. 걷기에 따라 1~2시간 정도 걸리지만, 수타사 경내를 천천히 돌아보고 숲길을 걷다가 쉬다가 느긋하게 숲멍도 한다면 3시간도 금방이다. 참 여유롭게 돌아보는 산소길 트레킹이다.
눈을 들어보니 해발 887m의 공작산이 날개를 펼친 듯 에워쌌다. 깊은 골짜기 위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은 모습이 공작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공작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다. 그 산 아래 수타사 가는 길이 반기듯 쭉 뻗어 있다. 산소길 초입에 천년 고찰 수타사의 품격을 거친다는 것, 시작부터 차분히 숨 고르기를 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우적산 일월사(日月寺)였다가 공작산으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로, 다시 새 한자인 수타사(壽陀寺)로 바뀌었다. 수타사 옆의 용담에 매년 승려들이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잦아 목숨 ‘수’(壽)로 바꾸었다고 한다. 예스러움이 물씬 전해지는 절의 분위기가 꾸밈없이 단아하다. 옛 모습을 품고 있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에서도 위엄을 보여준다. 한나절 푹 퍼질러 앉아 목탁 소리 들으며 쉬면 좋을 깊은 산속 절이다.
수타사를 나오면 바로 공작산 생태숲이다. 생태숲 자리는 예전 수타사에서 경작하던 논이었는데, 이제는 동식물의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다양한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생태연못 탐방로로 온통 연잎으로 뒤덮인 연밭이다. 그 사이로 놓인 부드러운 곡선의 데크 위를 걷는 이들의 풍경이 그림 같다.
산소길은 대부분 흙길이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깊은 숲속이다. 오래된 홍우당 부도가 숲길 옆으로 자연스럽게 나란하다. 부도는 부처나 승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탑이다. 그 길을 지나면 정말 빽빽한 숲속이다. 폭도 좁아서 나란히 걷기보다는 홀로 걷기 좋으니 숲을 자연스럽게 즐기면 된다. 막상 숲에 들어서면 마치 밀림에 온 듯 오래된 숲속 풍경에 놀란다. 얼기설기 나무줄기가 양쪽으로 서로 얽혀 고개를 숙여 지나가야 하고, 빼곡한 나무 사이로 하늘이 빼꼼히 보이는 것 또한 깊은 산중에 파묻혔음이 느껴진다. 걷기 좋은 완만한 오솔길이 계속 이어진다. 어느 순간 새와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짙은 풀 냄새가 나를 둘러싸고, 비로소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 초록이 가장 초록다운 숲이다. 싱그러움이 가슴속 가득 찬다. 역시 산소길이다.
수타사의 산소길은 인근 마을 사람들이 오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홍천 읍내로 장 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 길을 걷다가 쉬어 가라고 쉼터가 있지만 힘들 것 없으니 그냥 계속 천천히 걷게 된다. 신봉마을을 반환점 삼아 돌며 시골 마을의 평온함도 얻는다. 수타사 계곡이 흐르는 출렁다리 소 구간에서 물소리 들으며 멍하니 쉬면 된다. ‘’은 소나 말 등의 가축에게 먹이를 주는 여물통인 구유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계곡이 마치 구유처럼 생겼다 해서 소라 불린다.
나무가 바람에 사사삭 흔들리는 나즈막한 소리,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숲 내음, 흙 내음, 초록의 색감만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한참을 걸었어도 가뿐하다. 후텁지근하고 끈적이던 더위도 잊었다. 숲이 깊어 햇빛도 저만치에 있다. 산소길에선 다만 마음껏 숨 쉬고 청량한 산속의 운치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초록을 실컷 눈에 담았다. 천천히 한숨 돌리며 용담에 다다르니 계곡 쪽으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줄을 이어놓았다. 바위와 물의 깊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부터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은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메워져 평범한 소(沼)의 모습이다.
운동화를 툭툭 털며 산소길을 내려가다 옆길로 고개를 돌려보니 산림치유쉼터의 숲속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그야말로 신선놀음 중이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숲속에 쉼터와 명상 공간이 마련되어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모습이다. 어딜 보아도 산소 뿜뿜. 보는 사람 마음도 시원하다.
홍천의 자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홍천을 다녀보면 무궁화 꽃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마을길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무궁화공원, 무궁화테마파크, 무궁화수목원, 체험관 등 온통 무궁화 꽃 도시다. 이는 홍천군이 우리나라 무궁화 메카로 선정되어 무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조성됐기 때문이다. 무궁화 명소인 홍천의 무궁화수목원을 찾았을 때는 꽃이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무궁화수목원은 국내 최초로 무궁화를 테마로 조성한 공립수목원으로,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사랑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각 테마별로 남궁억 광장, 무궁화 조형물, 품종원, 미로원과 16개의 주재원을 비롯한 숲속 산책로, 숲속 도서관 등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특히 무궁화가 한창 피어나는 8월에는 ‘나라꽃 무궁화 홍천 축제’가 열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수목원 입구에 길게 이어지는 280m 산책로 끄트머리에 위치한 무궁화(Rose of Sharon)의 집이 연출하는 풍경이 시선을 끈다. Rose of Sharon. 서양 사람들은 무궁화를 이렇게 부른다. 샤론의 장미는 성스럽고 선택받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나라꽃이 우리 민족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설명이다.
무궁화의 집을 둘러싼 푸른 들판엔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다. 무궁화와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난 들판의 풍경은 홍천의 핫플레이스 예약이다. 현재 야간 경관 조명으로 은하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연출되어, 데이트 커플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다.
홍총떡과 올챙이국수
홍천의 맛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서민 음식 홍천메밀총떡(홍총떡)은 시장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홍천의 메밀로 만든 반죽을 얇게 부쳐서 준비한 소를 넣고 드르르 만 홍총떡은 홍천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구수하고 개운한 김치나 무채 양념의 순한맛과 매운맛, 강원도 제철 나물이나 시래기를 넣은 나물맛으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홍천중앙시장에 가면 총대를 닮아 총떡이라는 홍총떡과 메밀전, 올챙이국수 등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또 한 군데, 전직 청와대 셰프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명태회막국수와 낙지만두도 먹어볼 만하다.
홍천 여행
수타사 산소길 : 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 덕치리 5-3
교통 : 수도권 기준 자동차로 약 두 시간.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홍천종합버스터미널까지 약 한 시간 반 소요
홍총떡 : 홍천중앙시장 및 홍천 각 관광단지에서 판매. 홍천 오일장 1, 6일. 장날 아니어도 홍총떡은 영업 중
서울시 중장년층의 노후준비지수는 55.67점(100점 기준)으로, 전국(54.62점) 대비 높은 수치이기는 하나 여전히 노후 준비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후 생활비 준비 여부에 대해서는 서울시 중장년층 50.73%가 ‘준비했다’고 응답했으나, 프리랜서와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의 응답률은 각각 44.71%, 42.31%에 그쳤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발표한 ‘중장년층 근로형태별 노후준비와 정책제언’에 따르면 서울시 중장년층이 인식하는 은퇴 연령은 평균 68.31세로, 전국 평균(69.29세)보다 0.98세 낮았다. 근로 형태 별로는 자영업자가 인식하는 노후시작연령이 69.14세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중장년 정책의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2022년 50+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중장년 노후준비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학계 및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현행 노후 준비 서비스는 주로 임금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이에 재단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 근로 형태별로 세분화된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근로 형태별 노후 준비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시사점 및 노후 준비 서비스 실행 방향에 대해 제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는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란 신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적극적이며 다양한 사회적 활동 참여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은퇴 이후 경제적 노후 준비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의 내렸다. 연구 결과 근로 형태에 따라 노후 준비 현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노후 준비도는 소상공인이 가장 높았고, 비재무적 노후 준비는 상용직 임금근로자가 가장 양호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재무적 노후준비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비재무적 노후준비는 다른 집단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 및 사회참여활동 관련 노후준비지수가 좋지 않았다.
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가장 적기(3억 4000만 원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대한 발표자로 나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강소랑 박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퇴직이란 개념 없이 계속 사업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재무적 노후준비지수가 높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과 자산, 재무적 노후준비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프리랜서 및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는 재무적 노후준비 취약계층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서는 응답자를 노후준비도에 따라 유형화해서 노후준비도를 진단했다. △균형준비형(재무와 비재무적 측면 모두 일정 수준 이상 준비된 유형) △비재무취약형(재무적 측면은 일정 수준 준비됐으나 비재무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형) △재무취약형(비재무적 측면은 일정 수준 이상이나 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한 유형) △준비부족형(재무 및 비재무적 측면 모두 노후준비가 미흡한 유형)으로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상용직 임금근로자의 경우 은퇴 시점 노후준비자금 추정액이 7억 6103만 9000원으로 가장 큰 액수의 자금을 마련하는 등 재무적 노후준비가 타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다만 유형별로는 ‘준비부족형’(31.8%)과 ‘균형준비형’(29.6%)이 비슷하게 나타나, 상용직 임금근로자 안에서도 직업별로 노후준비 상태의 양극화가 발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시직 및 일용직 임금근로자는 노후 필요 자금(4억 1804만 3000원) 대비 준비 자금 추정액(3억 9494만 2000원)이 낮아 재무적 노후 준비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해당 직군 내 준비부족형은 40%, 재무취약형은 28%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재무적 노후 준비도 미흡한 편으로 사회적 관계가 가장 취약했다.
프리랜서의 경우,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 다음으로 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했다. 준비부족형(36.4%)과 재무취약형(27.3%)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심각한 노후준비 부족 상태를 겪고 있었다. 비재무적 노후준비의 경우, 건강 수준은 높았으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준비는 취약했다.
재단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 형태에 따른 노후 준비 방법도 함께 제안했다. 퇴직 후에도 노후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근로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임시직/일용직 임금근로자의 경우, 노후 준비 지원기관을 활용해 일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시 역시 유연한 일자리 탐색 및 지원 기회, 체계적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비재무적 노후준비가 취약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경우, “노후준비 지원기관을 통해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자원봉사나 여가, 일‧활동과 연계된 평생교육과정 등을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범용성이 있는 프리랜서의 경우, 직업 특성상 제2의 직장을 탐색하는 구조보다는 경력 전환 및 연계 교육훈련을 통한 1인 창업‧창작을 제안했다. 또 일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그 안에서 전문성 강화,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책임이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국내외 현황과 정책 함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책임은 국내외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현황을 점검하고, ‘서울시 50+보람일자리사업’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책임은 “서울시는 보람일자리사업을 바탕으로 중장년 사회공헌일자리 정책을 통합하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국외 사례에서 보듯 단순한 사회공헌일자리 제공에서 나아가 참여자들이 스스로 지역사회 연대 및 통합을 이어갈 수 있고 지속적으로 활동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활동보상 측면에서 단순히 활동비 제공 뿐만 아니라 버스 할인이나 공공시설 할인 등 지역사회 내 혜택을 제공함으로서 서울시민이라는 소속감과 연대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50+커뮤니티 역할’을 주제로 정책연구팀의 임소현 책임이 발표를 진행했다. 연구는 중장년 1인가구의 고립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50+커뮤니티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됐다. 관련 정책과 운영 중인 지원 사업의 사례와 요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임 책임은 발표 말미 정책 제언으로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정책은 단순히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체계 구축 혹은 지원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종합적 지원과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 1인가구 커뮤니티 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고, 서로의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해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 중장년층 노후준비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실질적 정책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토대로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위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경제적 어려움‧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고독사, 가족 단위 고립사 등이 늘면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를 지원하는 ‘별빛버스’ 운영을 시작한다.
이를 기념해 화장시설 및 장례식장, 자연장지, 봉안시설을 갖춘 세종시 공설장사종합시설인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운영 사업 기념식이 14일 열렸다. 기념식에는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유계식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영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별빛버스’에 탑승해 간이 빈소에서 치러진 무연고 사망자 모의 장례식에 참관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연고 시신이란 연고자가 없는 시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시신을 뜻한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280명에서 2021년 3603명으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면 올해 8월 기준 무연고 사망자 등을 위한 공영 장례를 위한 조례를 마련한 기초자치단체는 101곳에 불과하다. 68개 기초자치단체는 예산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지역별로 지원 편차가 컸다.
지난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자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한국장례문화진흥원과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번에 운영을 시작한 별빛버스 사업은 빈곤하고 소외된 무연고 사망자의 지자체별 편차 없는 존엄한 장례의식을 지원하고, 이로 말미암아 장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을 통해 공영장례 모델과 표준안을 제공하고, 상담 서비스나 장례 예식을 지원하며 시신 운구 및 조문객 이동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기증받은 별빛버스는 조문객 탑승 좌석과 시신을 화장시설로 운구할 수 있는 저온 안치공간을 갖췄다. 예식은 공설화장시설 분향실에서 진행하되, 이용이 어려울 시 버스 내부의 간이 빈소를 장례 예식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고, 사업 수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를 순회하며 장례 지원을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기준 86개 지자체가 신청했으며, 서울, 경기, 인천 등 무연고 발생건수가 많은 곳은 제외한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기념사에서 “별빛버스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 예식과 조문객 애도의 공간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빈곤한 이웃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별빛버스를 널리 알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공동체의 관심을 유도하고, 별빛버스 운영사업이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을 확산하는 모범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어르신 문화예술 축제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이 10월 20일(목)부터 22일(토)까지 개최된다. 아마추어 예술가로 활동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문화를 매개로 나이 불문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실버문화페스티벌 최초로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된다. ‘우리가 꿈꾸는 실버 유니버스’를 주제로 꿈꾸는 시니어들의 실버 스테이지 ‘샤이니스타를 찾아라’ 경연 대회, 어르신 중심 온·오프라인 문화 콘텐츠 ‘문화나눔한마당’이 열린다.
‘2022 샤이니스타를 찾아라’는 숨은 아마추어 어르신 문화예술가를 발굴하는 경연 대회다. 전국 16개 권역에서 진행된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16개 팀의 경연 무대가 10월 2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유튜브와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을 통해 온라인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생중계에는 사전에 촬영한 본선 경연 영상과 당일 ‘버추얼 스테이지’(Virtual Stage)가 활용된다.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 문자투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줌으로 진행하는 ‘세대 공감 퀴즈쇼’, 본선 출연 팀을 비대면으로 응원하는 ‘방구석 응원전’ 등 행사를 관람할 방구석 관객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한다. 무대 이후 트로트 가수 박군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홈페이지 사전 투표 10%, 실시간 문자투표 10%, 심사위원 투표 80%를 합산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어르신의, 어르신에 의한, 어르신을 위한 ‘문화나눔한마당’
‘문화나눔한마당’은 △에듀버스(교육) △헬씨버스(건강) △컬쳐버스(체험) △콜럼버스(공모) △투게더스(세대 공감) 5개의 테마에 따라 어르신 중심의 온라인 문화 콘텐츠를 공개한다. 8월 12일부터 10월 28일까지 실버문화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에 매주 금요일 업로드되고 있다.
에듀버스의 ‘제1회 실버문화포럼’과 ‘인문학 특강-나이듦 수업’은 2022 실버문화페스티벌의 유일한 오프라인 프로그램이다. 실버문화포럼에서는 실버 세대와 실버 문화에 대한 강연과 좌담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포럼은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실버문화페스티벌에서 실버 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인문학 특강은 책 ‘나이듦 수업’의 저자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강연으로, 어른으로 늙을 용기를 알고 일과 삶을 재구성해 노인으로서 가치를 확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실버문화포럼은 10월 12일 오후 2시, 인문학 특강 ‘고미숙의 나이듦 수업’은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인사동 코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실버 세대 문화와 축제에 관심이 있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참여 가능하다. 행사들은 추후 영상으로 제작돼 10월 28일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된다.
헬씨버스에서는 △젊은 세대가 즐기는 댄스를 배우며 성장하고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조명한 ‘시니어 스우파’(스스로 챙기는 우리들의 파워) △전현나 시니어 모델의 일상을 따라가며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꿔가는 모습을 담은 일상 다큐 ‘뷰티인사이드’ 등 건강한 시니어를 위한 건강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컬쳐버스에서는 △일상 속 문화 공간을 탐방하며 쓰레기도 줍고 건강도 챙기는 어르신 크루의 현장 밀착 취재 ‘일석삼조 플로깅 프로젝트-쓰담 달리기’ △삶의 ‘단짠’ 경험을 연극으로 풀어내는 어르신 인형극단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아낸 휴먼 다큐 ‘우리들의 두 번째 블루스’ 등 활기찬 시니어를 위한 문화예술 기반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콜럼버스에서는 △메이크오버를 통한 아빠들의 숨겨왔던 매력 발굴 프로젝트 ‘숨은 아빠 찾기’ △시니어 인플루언서 ‘아저씨즈’와 함께하는 ‘릴레이 실버 댄스 챌린지’ △어르신들에게 의미 있는 헌옷을 수선해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쓰임과 가치를 부여하는 시니어 업사이클링 프로그램 ‘너와 나의 공유 옷장’ 등 도전하는 시니어를 위한 공모 및 캠페인을 진행한다.
투게더스에서는 같은 직업을 가진 주니어(젊은 세대)와 시니어(선배 세대)가 삶과 직업에 대해 대화하며 세대 공감을 이루는 토크멘터리(토크와 다큐멘터리를 합친 형식) ‘세대 간 잡(job) 수다-코-리어’를 9편으로 나눠 공개한다.
우영우 댄스 챌린지 함께한 더뉴그레이 ‘아저씨즈’는 누구?
THE NEW GREY(더뉴그레이)는 시니어 패션 콘텐츠 에이전시로, 시니어 모델 또는 인플루언서를 발견하고 관리하며 양성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를 포함한 기업과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패션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벌여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 협업을 진행했다. 주로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주요 SNS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으며, 팔로어 300만 명, 최근 6개월 동안 누적 조회수 5억 회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더뉴그레이 소속 시니어 패션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가 함께한 ‘우영우 댄스 챌린지’는 9월 21일까지 참여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