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줘 감사하다.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게 될 것 같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나의 미래설계를 위한 브라보!!’라는 이름으로 신한은행과 함께 열고 있는 ‘50+ 신춘 문예 시니어 공모전’에 응모한 한 시니어의 메일 내용이다.
28일 이투데이피엔씨 관계자는 “분야별로 다양한 작품이 꾸준하게 접수되고 있다”며 “아직 마감이 한달 넘게 남은 상황이어서 그런지 응모작이 넘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현재 공모전 접수 상황에 대해서 말했다. 응모작이 폭발적으로 접수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투데이피엔씨 관계자에 따르면 응모에 참여하는 응모자들의 사연도 다채로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 부문에 응모한 A씨는 “글을 잘 쓰지도, 쓰는 법도 잘 모르는 데 그동안 가지고 있던 할머니와 손주에 대한 생각을 써봤다”며 “어린 시절에 기억한 시골 방죽은 실제와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떠나가신 할머니를 추모한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 의견을 응모작과 함께 보내왔다.
등기우편물로 ‘미니 자서전’ 부문에 응모한 B씨는 “비록 나이는 많지만 이번에 바리스타 자격증1급을 취득해 실버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음을 후기에 첨언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인생이모작으로 그리 화려한 변신은 아니지만 어둠의 늪을 헤쳐 나와 나름대로 노후를 보람되게 보내고 있다”고 누락한 주민번호와 함께 설명을 덧붙인 이메일을 보냈다.
결국 B씨는 내용을 수정한 응모작을 이메일로 다시 접수했다.
또 “아버지가 컴퓨터를 할 줄 모르셔서 아들인 제가 대신 보낸다”며 만 76세이신 아버지가 작성한 문서를 컴퓨터 파일로 옮겨서 대신 보낸 아들도 있었다.
이번 ‘50+ 신춘 문예 시니어 공모전’의 공모 주제는 ‘인생 이모작’, ‘앞으로 꿈꾸는 나의 모습’, ‘나를 3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들’, ‘퇴직 후 1년의 생활’, ‘마침내 무한변신’ 5가지로 진행한다.
공모 부문은 시, 단편소설, 동화, 산문, 미니자서전, 영상 등 총 6개 부문으로 진행한다. 시는 2편을 분량 제한 없이, 산문은 원고지 15매 이상으로 작성해 2편을 제출해야 한다. 또 동화와 단편소설, 미니자서전은 1편을 원고지 30매 이상으로, 동영상은 HD이상의 영상을 3분 이내로 구성해 제출하면 된다.
1971년 1월 이후에 태어난 만 50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이번 시니어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다. 단 등단 문인은 제한된다.
응모작에서 대상 300만원 1명, 최우수상 2명, 쏠드(smart old)상 1명, 우수상 각 부문 1명, 장려상 20명 등 총 30명을 선정해 1200만원에 달하는 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또 모든 수상작은 신한미래설계 온라인 플랫폼 업로드 기회와 수상자에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고정 칼럼 게재 기회를 제공한다. 당선작품은 온오프 미디어에도 게재된다.
관심 있는 시니어들은 6월 30일까지 이메일(bravo@etoday.co.kr)과 우편 두 가지 방식으로 접수할 수 있다. 응모작을 담은 컴퓨터 파일(HWP, Word)을 이메일에 첨부해 보내거나 A4용지로 출력한 뒤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응모작은 미발표 작품이어야 하며, 접수된 작품은 돌려주지 않는다.
접수처 등 브라보와 신한은행이 함께하는 시니어 공모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공모전을 같이하는 신한은행 관계자는 “6월 30일까지 마감이므로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다”며 “관심 있는 시니어들이 적극 참여하며 공모전을 통해 자신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50+ 신춘문에 시니어 공모전’ 참여를 독려했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일수록 웰다잉, 웰엔딩을 철저히 준비한다. 여생의 마무리와 졸업식을 아름답고 멋지게 맞이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들은 마음처럼 준비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잘 준비할수록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에서는 커버스토리로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인 웰엔딩에 필요한 장례 문화부터 ‘생전 정리’를 통해 남겨진 가족의 회한을 줄이는 방법,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등에 대해서 살펴봤다. 또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로부터 현 시점에서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실천 방법도 들을 수 있다.
42년 동안 푹 익힌 진심을 말하는 방송인이자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시니어 임백천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장수 MC로 유명하지만 그 비결을 ‘살아남으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편안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치열함을 내면에 담고 있었다.
가보고 싶은 귀농귀촌 우수 지자체에서는 ‘살아보니 더 좋은 곳이자 내 마음의 고향인 고창’을 이야기한다. 조상의 얼이 담긴 성곽과 고즈넉한 멋이 흐르는 선운사 등 문화유적과 수박, 풍천장어, 복분자 등 각양각색의 먹거리가 넘친다. 고창은 대한민국 최초로 2013년 5월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생활 속 법률 상식에서는 ‘안전한 상속 솔루션, 신탁’을 소개한다. 전통적으로 유언을 통해 상속이 이뤄지는데, 유언은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같은 분쟁을 없앨 수 있는 금융회사가 재산을 관리하는 신탁이 최근 새로운 상속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6월의 단상에서는 산처럼 물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긴 사대부들이 산행 뒤에 남긴 560편에 달하는 ‘유산기’(遊山記)를 통해 조선의 산행 방법을 담았다. 산행으로 풍류를 즐기고, 됨됨이도 길렀던 조선 선비들의 모습, 특히 퇴계 이황이 산을 사랑한 방식도 만날 수 있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겸 정신의학과 의사인 김창기가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는 송어게인에서는 최고의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의 ‘So Long, Frank Lloyd Wright’ 노래를 통해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감정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달의 구독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받아보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각종 기능을 보완하는 화장품을 써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피부. 이런 시니어의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나온 것이 ‘비싸고 좋은 화장품’이 아닌 ‘맞춤형 화장품’이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트로트 가수 이금수의 우리들의 화양연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연세대 농구 감독으로 1990년대 농구 붐의 주역이었다가 사업가로 변신한 고려용접봉 부회장 최희암, 시인 안도현의 고백을 담은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 방법인 리츠를 다룬 은퇴 후 리츠 해볼까?, 숟가락만 들 힘만 있어도 그렇구나라고 하는 재미있는 性인문학, 3대 어깨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제대로 소개한 시니어 헬스+ 같이 시니어들을 위한 재밌고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라고 하지만, 이 남자의 손주 사랑은 꽤 유별나다. 여름에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준비해 손주들과 강원도 농막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겨울에는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해 아이들 앞에 깜짝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그 모든 기록은 그의 블로그에 빼곡히 담겨 있다. 조용경(70)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야기다. ‘워커홀릭’ 인생 2막을 매듭짓고, ‘손주홀릭’으로 노년을 지내고 있는 조 전 부회장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을 들여다봤다.
“축하해주세요. 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블로그 중 ‘손자바보의 육아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첫 글이다. 글 안에는 그의 첫 손주 현우의 신생아 적 사진이 담겨 있다. 첫 글부터 1년 단위로 나뉘어 있는 폴더를 눌러보면 늘어나는 숫자만큼 쑥쑥 자라난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이 봐도 대견한데, 할아버지 눈에는 오죽 사랑스러울까. 손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지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나니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저는 6·25 전쟁통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어떤 기록도 남아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백일 사진, 돌 사진 한두 장 정도가 다예요. 그게 참 안타까워서 우리 손주들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할 때까지의 기록을 남겨줘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손주는 절친한 벗이자 스승
손주들을 위한 기록을 남긴 지 어느덧 11년째. 그 사이 고사리 같은 손발로 기어 다니던 두 손주는 친구들과 노는 데 푹 빠질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닌다. 손녀 현아도 할아버지를 만나는 날이면 껌딱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즐기는 놀잇거리가 꽤 다양하다. 바둑, 알까기, 배드민턴부터 최근에는 복잡한 보드게임까지 연마하고 있다.
“거창한 교육 철학은 없지만, 몸이 힘들어도 친구처럼 놀아주려고 해요. 누가 보든 말든 홀랑 벗고 팬티 하나만 입고 같이 수영장 들어가서 놀고, 침대에서 레슬링하고, 음식도 만들어서 먹이고 그러는 거죠. 어떨 때는 우리 집사람도 한심하다는 듯 봐요.(웃음) 그래도 손주들은 잔소리하는 할아버지보다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요구하는 대신, 어른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친구가 아닌 스승과 제자처럼 지내기도 한다. 대신 여기서 스승은 손주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고사성어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를 인용하며 손주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손주와 가까이 지내는 그만의 두 번째 비결이다.
“작년에 동영상 편집을 공부하려고 학원을 알아보는데, 승우가 가르쳐주겠대요. 그러더니 영상 자르고 붙이기, 자막 쓰기, 음악 넣기 등 영상 편집하는 방법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1번부터 10번까지 적어온 거예요. 감동도 감동이지만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려면 계속 배워야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날 승우에게 ‘이제부터 승우가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하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할아버지의 특별한 자연 수업
2014년 우연한 계기로 마련한 강원도 춘천의 농가 주택은 손주들의 또 다른 놀이터다. 봄에는 상추나 고추 모종을 심으며 싱그러운 계절을 느끼고, 가을에는 밤송이를 줍기 위해 뛰어다니고, 겨울에는 내리막길에서 썰매를 탄다. 모니터 안의 게임 화면보다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놀이다. 사계절 내내 자연 속에서 손주와 뒹굴며 행복을 느끼는 건 조 전 부회장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그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는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이어져온 가족만의 작은 연례행사다.
“자연 속에서 지내는 걸 손주들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걔들 눈에는 모든 게 다 장난감이잖아요. 돌멩이도 장난감, 개구리도 장난감. 그 모습에 제가 위안을 받은 것 같아요. 덕분에 추억이 참 많아요. 낮에 너무 열심히 논 나머지 손주 녀석이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린 적도 있고, 세 녀석과 파고라에 누워 별을 보며 잠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농촌 생활이지만, 위험천만한 상황도 종종 겪었다. 뱀이 수시로 마당이나 텃밭을 기어 다녀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기본, 말벌에 이마를 쏘여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이 정도면 자연에 신물 날 법도 한데, 손주들이 즐거워하면 그만이라는 그다.
“벌에 쏘였을 때는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줄 알았어요. 병원에 가려고 집 밖을 나서다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들어가서 손주들을 한 번씩 안아주기까지 했다니까요. 위험한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손주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더 이상 송충이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요.”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때때로 자신의 조부모를 떠올린다. 조부모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어서다.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조 전 부회장의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2~3년 주기로 전근을 다녔다. 어린 동생들은 아버지를 따라갔지만, 장손인 그는 열 살이 될 때까지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와 사랑방에서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매일 새벽이 되면 깨워서 세수를 시키시고, 호롱불을 켜놓고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알려주셨죠. ‘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計在於幼·일생의 계획은 유년 시절에 세운다)라는 옛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한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인생의 스승으로 삼는 사람이 세 분 있는데, 그중 할아버지가 첫 스승이에요.”
손주 사랑도 유전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조부모 역시 그를 애지중지 아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손자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분들이셨어요. 모든 것을 제 중심으로 맞춰주셨죠. 집 앞 산이나 강도 쉽게 못 갔어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성장 과정에서 버릇없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죠.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손주들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더라고요.”
마지막까지도 ‘손주’
건설업계에서 30년간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자식 농사도 성황리에 끝마쳤으니 이제는 느긋이 노년을 즐기며 쉴 법도 한데, 조 전 부회장은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여 년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버킷리스트 대부분이 손주들에게 해줄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손주들과 몽골 초원에 누워 밤하늘의 별 바라보기, 2년에 한 번 손주들과 해외여행 가기, 장학금 만들어주기 등 온통 손주를 위한 이벤트뿐이라 손주들이 쓴 버킷리스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도 그중 일부다.
“2008년에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밤을 새워가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30가지 정도를 꼬박 적었죠. 3년 뒤 현우가 태어나고 다시 펴봤어요. 그때 보니 손주하고 아무 관계 없는 것들만 써놨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손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로 다시 썼죠. 몽골 여행은 올해 목표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지 뭐예요.”
이야기 도중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USB 카드 3개가 눈에 들어왔다. 세 손주의 성장 과정과 함께한 추억을 사진으로 정리한 것이다. 틈날 때마다 사진기를 든 덕분에 두 손자는 2000장, 뒤늦게 태어난 손녀 현아는 700~800장 정도의 사진이 모였다. 첫머리에는 할아버지가 보내는 영상 편지도 담았다.
“올해 안에 선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나중에 이걸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도 영원히 제 곁에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녀석이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해주었으면 해요.”
조 전 부회장과 함께 사는 둘째 손자 승우 군이 인터뷰 중 할아버지를 찾아 카페로 왔다. 자다 일어나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 손주를 바라보는 조 전 부회장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인생 후반전에 주어진 새로운 삶의 에너지원, 나의 부활”을 마주할 때만 짓는 표정이었다.
손주 마음 엿보기
Q. 할아버지랑 뭐하고 놀 때 제일 좋아요?
A. 알까기 할 때요. 하지만 제가 이겨요. 오목은 할아버지가 더 잘해요. 여름에 같이 파고라에 누워서 자는 것도 재밌어요.
Q. 할아버지 왜 좋아요?
A. 너무너무 착해요. 잘 놀아주고, 원하는 거 많이 해줘요.
Q. 앞으로 할아버지랑 같이하고 싶은 건요?
A. 단둘이 미국으로 여행 가고 싶어요.
Q. 단둘이? 현우, 현아랑 셋이 가면 좋잖아요.
A. 아뇨, 할아버지랑 둘만 갈래요.(웃음)
“아주 예쁘다. 출시된다면 꼭 사고 싶다”, “이 디자인으로 상용화되면 진짜 사고 싶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엄청 팔릴 것 같다. 제발 생산해다오.”
지난달에 선보인 ‘포니 전기 콘셉트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일수록 더 열광적이다. 197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고유 자동차 모델로 출시된 포니는 1990년까지 26년 동안 생산되며, 국내 자동차 산업과 함께 성장한 추억의 모델이다. 베이비부머가 포니 자동차를 보고 생활하며 한살한살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더 애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지난달 8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을 열면서 첫 전시물로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했다.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는 포니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재해석한 전기 콘셉트카다.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외형은 1975년에 출시한 1세대 포니를 그대로 구현했다. 하지만 속은 전기차 파워트레인과 픽셀 헤드램프, 카메라 기반의 펜더 사이드미러 등을 비롯해 현대 아오오닉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했다.
앞면에서 옛날에 쓰던 HD 엠블럼을 중앙 그릴에 적용하고, 양쪽 측면에 헤드램프 2개와 측면 아래에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아이오닉5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을 그릴 패턴과 램프에 활용하면서도 외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세대를 융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요즘 차와 달리 포니 전기 콘셉트카는 보닛 옆에 사이드미러가 붙어 있다. 옛날 차 방식이다. 하지만 사이드 미러에는 거울 대신 카메라를 장착해 기능을 보완했다. 또 미리 외부에 작은 방향지시등도 추가했다.
옛 포니의 3도어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각진 모습과 테일램프까지 지붕 라인이 내려오는 패스트 백 디자인, 창문 디자인, 일자로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을 그대로 구현했다. 주유구는 전기차 충전구로 대체해 위로 열린다. 안은 아이오닉5처럼 배터리 잔량을 픽셀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차 뒷면도 옛날 포니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다. 패스트백으로 트렁크가 후면 유리와 같이 열린다. 테일램프는 전면과 같이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했다.
복고가 새로움을 만나 인기를 얻는 현상을 신조어로 ‘뉴트로’라고 한다. 국내에서 뉴트로는 베이비부머와 그 이후 세대들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많은 산업군에서 뉴트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뉴트로 전기차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분야와 차이가 있다면 뉴트로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속은 전기 시스템으로 크게 바꿔, 모양은 같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단종됐거나 오래된 과거 모델이 전기차로 출시되고 있다. BMW 미니는 지난해 ‘클래식 미니 전기차’를 출시했다. 오래된 작은 미니쿠퍼 옛 모습을 그대로 한 전기차다. BMW그룹은 올해 미니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GMC는 거대 트럭차량인 허머를 전기트럭으로 바꾼 ‘허머 전기차’ 예약 판매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대당 1억3000만원임에도 예약대기자가 수천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허머 전기차는 올해말에 인도될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80년이 넘은 비틀을 2017년에 전기 콘셉트카로 부활시킨 뒤 곧 ‘비틀 전기차’로 출시한다. 또 2022년에는 54년된 마이크로버스를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 같은 해외의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에 포니 전기 콘셉트카 상용화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바람처럼 46년 전 포니가 전기차로 변신해 소비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니를 재해석해 전기차로 출시한 아이오닉5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니 전기차가 양산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나이로 주춤했던 마음이 공모전으로 활짝 열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해 ‘인생 100세 시니어 공모전’에 참가했던 시니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도 시니어들에게 자신감을 되찾아줄 시니어 공모전이 열린다.
이투데이피엔씨 관계자는 ‘나의 미래설계를 위한 브라보!!’라는 이름으로 신한은행과 함께 ‘50+ 신춘 문예 시니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상 300만원 1명, 최우수상 2명, 쏠드(smart old)상 1명, 우수상 각 부문 1명, 장려상 20명 등 총 30명의 수상자에게 1200만원에 달하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또한 모든 수상작은 신한미래설계 온라인 플랫폼 업로드 기회와 수상자에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고정 칼럼 게재 기회를 제공한다. 당선작품은 온오프 미디어에도 게재된다.
이번 시니어 공모전의 공모 주제는 ‘인생 이모작’, ‘앞으로 꿈꾸는 나의 모습’, ‘나를 30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들’, ‘퇴직 후 1년의 생활’, ‘마침내 무한변신’ 5가지로 진행한다.
공모 부문은 시, 단편소설, 동화, 산문, 미니자서전, 영상 등 총 6개 부문으로 진행한다. 시는 2편을 분량 제한 없이, 산문은 원고지 15매 이상으로 작성해 2편을 제출해야 한다. 또 동화와 단편소설, 미니자서전은 1편을 원고지 30매 이상으로, 동영상은 HD이상의 영상을 3분 이내로 구성해 제출하면 된다.
1971년 1월 이후에 태어난 만 50세 이상 시니어라면 누구나 이번 시니어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다. 단 등단 문인은 제한된다.
이번 공모전은 4월 15일부터 시작해 6월 30일까지 이메일(bravo@etoday.co.kr)과 우편 두 가지 방식으로 접수를 받는다. 응모작을 담은 컴퓨터 파일(HWP, Word)을 이메일에 첨부하거나 A4용지로 출력한 뒤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응모작은 미발표 작품이어야 하며, 접수된 작품은 돌려주지 않는다.
당선작은 7월 15일 신한미래설계 홈페이지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수상자에게 개별적으로도 수상 결과를 알릴 예정이다. 당선작은 주최사 콘텐츠에 활용될 수 있으며, 지적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는 작품은 수상이 취소된다.
접수 주소 등 브라보와 신한은행이 함께하는 시니어 공모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5월호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1990년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다. 시니어라면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싸이 하이 부츠 신은 채 발랄한 매력을 뽐내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스타와의 설레는 로맨스를 꿈꾸게 만들었던 ‘노팅힐’은 또 어떠한가. 두 작품의 흥행으로 줄리아 로버츠의 이름 뒤에는 ‘로코 퀸’이란 수식이 붙기 시작했지만, 이후 그녀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원한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적과의 동침 (Sleeping With The Enemy, 1991)
무명배우이던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으로 1990년 스타덤에 오르고, 맥 라이언과 함께 로코 퀸으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다음 해 전혀 다른 장르로 찾아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 바로 ‘적과의 동침’이다. 영화는 미모의 여인 로라(줄리안 로버츠)가 결혼 후 돌변한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언뜻 보면 행복한 부부 사이 같지만, 마틴은 극도의 의처증을 앓고 있다. 로라의 별 뜻 없는 행동에 외도를 의심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뒤 곧바로 사랑을 속삭이며 자신만을 바라볼 것을 강요한다. 그렇게 가학적인 폭력에 시달린 로라는 탈출을 결심하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후 로라는 ‘사라’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아가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영화는 장르의 본분을 잃지 않고 다시금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반전을 예고한다. 줄리안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귀여운 여인’과는 다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각인되며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한다. 내용은 다소 공포스럽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리즈 시절 미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2.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2000)
‘귀여운 여인’, ‘적과의 동침’으로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 줄리안 로버츠는 약 10년 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자신감 넘치는 싱글맘 역할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녀가 연기한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은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실존 인물의 실화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을 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 업무를 하는 에린(줄리아 로버츠)이 우연한 계기로 마을에 유해 물질을 방출한 거대 기업의 실태를 파헤치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내용을 다룬다. 평범한 싱글맘과 거대 기업의 싸움은 시작부터 승패가 예상되는 불리한 게임이다. 그러나 에린은 정의에 대한 투지와 끈기로 기업의 부조리함을 입증하고, 사회를 바꿔낸다. 왼손잡이인 줄리안 로버츠는 에린 브로코비치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며 캐릭터를 향한 아낌없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노력의 결실은 200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자리를 공고히 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3. 원더 (Wonder, 2017)
2010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후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었던 줄리안 로버츠는 2017년 따뜻한 가족영화 ‘원더’로 호평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원더’는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그를 둘러싼 가족,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10살이 되던 해, 홈스쿨링을 하며 헬멧 속에 숨어 살던 어기가 학교로 첫 발을 내디디며 시작된다. 전체적인 서사는 어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각 챕터 별로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친구 잭(노아 주프), 비아 친구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 등 서술자가 달라지며 주변 인물을 함께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비아의 결핍과 잭이 어기와 친구가 된 계기 등 저마다의 사연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확장된다. ‘원더’는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사람 간 관계 맺음에 주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상처 입은 어기를 향해 “너는 기적 같은 아이”라며 응원을 실어준 줄리안 로버츠의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미술 작품 감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곰곰 뜯어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추상화 앞에선 머리에 쥐난다. 이게 관람객의 둔감 탓이라고만 할 수 있으랴. 작가 자신도 무슨 짓을 했는지 알 바 없이 휘갈긴 작품도 ‘천지삐까리’다. 작품이 난해하니 미술관에 가봐야 재미가 없다. 미술관들의 따분한 콘셉트에도 식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여기에 꽤나 재미있는 미술관이 있다.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있는 가나아트파크다.
일영리는 산 좋고 물 좋은 전원이다. 예전부터 교외선을 타고 장흥역(현재는 폐역)에 내려 일영 일대의 산수와 찻집을 즐기는 데이트족들이 넘실거리던 곳이다. 유흥주점과 러브호텔로 불야성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 ‘장흥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되면서 슬쩍 변신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알록달록 치장한 업소들이 난립해 어지럽지만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 문화 공간 다수가 이 골짜기에 들어서면서 좀 색깔 있는 동네로 부상했다. 처음 문화예술의 공기를 주입한 건 토탈미술관이었다. 토탈미술관을 서울 평창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가 인수하고 개조해 2006년에 문을 연 게 가나아트파크다.
가나아트파크는 ‘쉬운 미술관’을 표방한다. 설립자는 가나아트센터의 리더 이호재 씨. 화랑계의 ‘큰손’이자 진취적인 기획자다. 그는 문턱과 눈높이를 낮추고 재미를 부여해 누구나 쉽게 찾아와 미술 체험을 할 수 있는 미술관을 궁리하다 가나아트파크를 열었다. 그의 지향과 방책은 선명했다. 어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은 거다. 아이들에게 미술과 미술관도 사이버 게임처럼 아주 신날 수 있다는 걸 경험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울러 아이들의 삶에 좁쌀만큼의 작은 크기로라도 미술이라는 소우주가 달라붙을 수 있길 바랐을 테고. 그게 결국은 미술 인구의 확대와 저변의 풍토를 다지는 지름길이라 보았을 테고.
이호재 씨의 이와 같은 궁리와 실천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머리 잘 돌아가는 미술 사업가들이 많지만 아무도 ‘어린이 중심의 미술관’을 착상하지 못했던 시절에 기염처럼 토해낸 발상이었으니까. 요즘이야 어린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은 사립미술관이 꽤 있지만 예전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 미술관으로서 가나아트파크가 지닌 위상이 우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나? 연간 관람객 수가 10만 명 이상이라 하니 순항이다.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한다더라. 이건 사립미술관의 숙명에 가깝다. 무료입장 제도를 운용하는 국공립미술관의 관람객 유인력을 당할 재간이 없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사실 비싸지도 않지만) 사립미술관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무려나, 가나아트파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뜀박질로 흥겹다. 그러라고 놀이터처럼 꾸며놓은 공간과 시설이 많다. 아이들은 다들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이곳에 온다. 그러기에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많다. 젊거나 늙숙한 부부와 연인들도 전시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너른 정원에서 짧은 피크닉을 즐긴다. 자유로이 마음 보따리를 풀어놓고 쉬기 좋은 미술관이다. 즉 남녀노소가 어울려 체면 차릴 것 없이 일락(逸樂)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을 가로질러 본관 건물로 들어간다. 지상 2층과 지하 1층으로 지은 이 건물엔 각각 층고가 다른 6개의 전시실이 있다. ‘카페 오월’과 아트숍도 있다. 1층 전시실 옆댕이엔 아이들의 놀이장인 ‘볼풀 아일랜드’가 있다. 그림 관람을 하는 어른들과 잠시 헤어진 아이들은 이곳에서 맘껏 논다. 아이와 어른을 동시에 배려했다. 이런 기발하고도 친절한 미술관을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실도 따로 구획해 ‘교과서 속 그림여행’이라는 이름의 상설전을 펼친다. 피카소,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교과서에 나오는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인기를 끄는 백남준 전시실
2층 5전시실에선 기획전이 펼쳐진다. 젊은 서양화가 허보리의 ‘Love My Hero’전이다.(4월 30일까지) 허보리는 만화가 허영만의 딸이란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탱크 한 대가 눈에 쑥 들어온다. 허보리의 설치 작품이다. 그녀는 은퇴한 가장들의 양복과 넥타이를 잔뜩 수집해 오브제로 삼았다. 천을 잘라 감거나 둘둘 뭉쳐 캐터필러를 비롯한 동체와 포신을 만들었다. 이 괴상한 헝겊 탱크로 어떤 메타포를 전하는가? 쉽다. 삶이라는 전장에서 먹이를 물어오기 위해 탱크처럼 진격하는 생활의 전사(戰士)를 오마주했다. 포신은 맥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탱크처럼 밀어붙여도 어찌할 수 없이 돌아오는 생의 피로와 패배를, 무기력과 발기부전을 보여준다. 정육 쇼케이스 안에 총알과 수류탄 따위를 만들어 고깃덩어리처럼 진열한 작품 ‘무장가장’(武裝家長)도 노골적이긴 마찬가지다. 인생의 희로애락 중에서 작가는 ‘애’(哀)를 끄잡아냈다. 삶이 기쁘고 아름답다고? 잉? 그럴 리가! 허보리는 그리 따진다. 혹은 가혹한 삶을 위무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실도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공간이란다. 새와 나무, 꽃을 그린 크레파스화들에서 드러나는 백남준은 어린애다. 세 살짜리 천진이 끼적인 낙서처럼 알량하나 생기롭다. 백남준의 나이 67세에 이 유치한 그림들이 나왔다. 도통하면 애로 돌아간다. 달통하면 쉬워진다. 그에겐 닫힌 게 없어 막힐 것도 없었다. 관조의 눈으로 세사를 넓게 읽었다. 자전거를 탄 모니터들로 이루어진 작품을 보라. 골치 아플 거 없이 쉽고 재미있다. 거기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겠나. 백남준은 남들이 안 하거나 못 하는 걸 찾아 해치우는 재주를 창작의 견인차로 삼았을 뿐이다. 백남준이 괴로워한 유일한 문제는 어쩌면 경제였다. 당신은 왜 TV 모니터로 작품을 일삼는가, 이런 질문에 돌아온 답이 이랬다. “돈이 있어야 예술도 되거든. 집에서 보내주는 돈도 끊겼고, 뭘 해야 돈이 되나 궁리를 하다 하다 TV에 착안한 거라고.”
본동 외에도 가나아트파크엔 다수의 건축물이 있다. 동쪽 끝자락에 있는 아틀리에 두 개는 모텔을 사들여 개조한 건물로 많은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한다.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내부 설계를 맡았던 장 미셸 빌모트가 개조 설계를 했다. 도드라지기로는 미술관 중심부에 나란히 선 박스형 건물 세 채. 각기 통째로 파랑과 노랑, 빨강을 입어 매우 강렬하다. 이 미술관은 피카소 작품 1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반가워라, 피카소! 파란색 건물에선 피카소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피카소의 일상을 담은 사진도 여러 점 내걸려 흥미롭다. 담배를 물고 싱긋 웃고 있으나 뭔가 길들지 않은 포악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표정의 피카소. 살기등등한 송골매의 눈으로 작업을 하는 피카소. 그는 도발적인 화풍으로 타성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피카소의 작품은 이제 고전이 됐지만, 치열했던 자유의지는 시대를 관통하는 패션으로 남아 세상의 모든 ‘우물 안 개구리’들을 일깨운다.
노랑 건물엔 섬유작가 토시코 맥아담이 아이들을 위해 만든 그물놀이터 ‘에어 포켓’(Air Pocket)이 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초대형 뜨개질 작품이다. 이 기이한 구조물엔 구멍이 숭숭 뚫려 아이들이 기어 들어가 놀도록 했다. 거미줄에 매달려 곡예를 하는 거미처럼. 미지의 차원으로 넘어간 듯, 아이들은 신비감으로 도취될 수밖에 없겠다.
미술관의 너른 정원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조각 작품이 흔전만전하다. 류인, 문신, 강대철, 최종태, 앙투안 부르델, 조지 시걸, 세자르 발다치니 등의 작품들이 경연을 펼친다. 조각보다 보기에 좋은 풍경은 풀밭에 앉아 소풍의 한때를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정원을 희희낙락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다. 이 미술관은 풀밭 위의 도시락 식사도, 야유회도, 낮잠 때리기도 허용한다. 분노도 많고 긴장도 많아 남몰래 아픈 그대여, 여기서 쉬어가라! 미술관은 그리 권하고 싶은가 보다. 이렇게 확 열린 미술관, 본 적 있나?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짐 싸는 법이다. 가방 안에 여행 중 사용할 옷가지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오밀조밀 담아내는 일에도 여행 전문가들은 노하우가 있다. 가령 와이셔츠는 두 개를 겹치고 옷깃을 세운 채 개어서 넣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팁을 알려주는 한 브랜드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21만 회로 인기를 끌었다. 그 브랜드는 다름 아닌 루이비통이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이 여행 가방 싸는 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루이비통은 여행용 트렁크로 출발한 브랜드다. 루이비통은 지금도 정체성을 여행에서 찾는다. 창업자 루이 비통은 스위스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재혼하자 그는 새 삶을 찾아 나섰다. 14세에 길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2년간 도보 여행을 했다. 이 여정을 루이비통은 브랜드 최초의 여행으로 꼽는다.
짐 싸주던 파리 청년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패커’로 일했다. 패커는 여행 짐을 대신 싸주고 여행 가방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풍성한 드레스와 깃털, 리본으로 장식한 화려한 모자를 쓰곤 했는데, 여행할 때 이 모자와 드레스를 구김 없이 갖고 다닐 수 있게 포장해주는 전문 일꾼이었다. 그는 솜씨 좋은 패커로 유명세를 얻어, 나폴레옹 3세 황후의 전담 패커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은 고급 문화였기에 그는 귀족들을 대상으로 일했다. 이 분야 전문가였던 무슈 파레샬의 공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1854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차렸다.
당시 프랑스는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며 여행 문화가 널리 퍼졌다. 그때만 해도 여행용 트렁크는 포플러나무로 만든 위쪽이 둥근 상자였다. 그래서 몹시 무겁고, 여러 개를 쌓기 어려우며, 마차가 코너를 돌면 넘어지곤 했다. 이에 창업자 루이 비통은 새로운 여행 가방을 개발했다. 사각 형태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고, 방수 처리된 천 소재를 써서 가벼웠다. 운반과 적재의 편의성을 높인 그의 가방은 프랑스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평평하고 네모난 트렁크는 현대 여행 가방의 시초가 되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모조품도 성행했다. 모조품을 막고자 아들 조르주 비통이 가방에 무늬를 넣었다. 체크 모양의 다미에 패턴, 창업자 루이 비통의 이름 철자 L과 V를 딴 로고와 장미 문양으로 만든 모노그램 패턴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난방지용 자물쇠 역시 당시 함께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루이비통 가방에 장착되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핸드백 영역으로도 제품군이 넓어졌다. 샤넬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주문을 받아 만든 알마 백,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몸에 맞는 작은 사이즈를 주문해 만든 스피디 백 등 소형 핸드백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루이비통의 인기 핸드백이다.
셀렙을 위한 트렁크의 무한 변신
브랜드 창립 후 6년이 지나자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 북서부 지역의 아니에르에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각계각층 유명 인사를 위한 맞춤형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다. 1879년 탐험가 피에르 브라자의 아프리카 탐사를 위해 만든 여행용 트렁크는 펼쳐놓으면 침대가 되었다. 1923년에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위해 트렁크를 만들었는데, 수십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어 여행지에서 펼쳐놓으면 서재가 되었다. 1926년에 인도 왕족을 위해 만든 트렁크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비롯한 티 세트를 담아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더욱더 유명세를 얻어 다양한 셀렙들의 의뢰를 받으며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고, 이는 오늘날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되었다.
아니에르 공방에는 지금도 장인들이 상주하며 세계의 명사들을 위한 맞춤형 트렁크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월드컵 트로피 보관 트렁크,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명화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운송하는 트렁크도 제작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해 스케이트 트렁크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프로농구협회와 NBA 우승 트로피 보관 트렁크를 제작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니에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트렁크는 매년 6월 NBA 우승팀에 전달되어 트로피 보관, 전시, 운반 과정에 사용된다.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승리는 루이비통 안에서 여행한다’는 전통을 다시 한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루이비통의 여행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집은 거주의 목적도 있지만,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를 갖는다. 흔히 투자를 위한 부동산을 수익형 부동산이라 부른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과 저성장,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 빌딩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신영리서치센터, KB경영연구소, 부동산114
한국의 자산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80%는 거주 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비중이 증가했다.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13.6%는 오피스 빌딩을 보유 중인데, 30억 원 미만 자산가들(3.4%)과 비교해서 비중이 훨씬 높았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여유자금이 많을수록 자산 포트폴리오로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주 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2020년 전국 부동산 유형별 거래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상가와 사무실 포함) 매매 거래량은 약 8만1000건으로 2019년과 비교해 8.1% 증가했다. 특히 상가와 사무실은 5.8% 증가에 그쳤지만, 상업·업무용 빌딩은 13.8%나 늘었다.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전국 총 거래량의 23.3%를 차지했다.
오피스 빌딩은 아파텔로 변신 중
상업용 부동산의 대표주자 격인 오피스 빌딩은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분당) 오피스 빌딩의 연간 누적 거래 금액은 13조 원에 달했다. 종전 최대 거래 규모인 2019년의 12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연면적을 기준으로 1만 평 이상의 대형 오피스 거래 건수가 2020년에 21건으로 최근 5년간의 거래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오피스 빌딩을 매입 후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른바 ‘컨버전(Conversion) 트렌드’로 불리며 작년 상반기 강남 권역에서 주로 발생했고, 하반기에는 도심 권역과 여의도 권역 및 서울 기타 권역으로 확대됐다. 신영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지난 몇 년 사이 공유 오피스가 주목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이후 노후한 오피스 빌딩을 상대적으로 수익이 괜찮은 오피스텔이나 임대주택 같은 상품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른바 ‘아파텔’이라 불리는 중대형 오피스텔은 매매 가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5㎡ 이상의 중대형 오피스텔은 작년 9월부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40㎡ 이하는 같은 기간에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의 경우 85㎡ 이상은 0.54% 올랐지만, 40㎡ 이하는 0.09%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좋거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서 꾸준한 수요가 생긴 덕분에 전월 대비 0.09% 상승했다.
아파텔의 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1년 2월 오피스텔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의 소득 수익률이 오피스나 중대형 상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오피스텔의 소득 수익률이 4.7%대에 머물며 다른 상업용 부동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중대형 면적에 대한 수요와 더불어 오피스텔을 통해 임대 수익을 버는 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이다. 오피스텔은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아파트보다 분양가도 상대적으로 낮다. 또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1순위 청약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12일 이후 취득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다른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되므로 다주택자면 세금 부담이 클 수도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조정지역 내 주거용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매도 시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므로 꼼꼼히 따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얇은 옷차림으로 몸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봄바람처럼 살랑대는 음악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과거에는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타이밍 맞춰 녹음해야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 하나만으로 그 시절 추억의 무대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흥겨운 리듬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나이를 잊은 듯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춤과 노래,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음악 영화도 흥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화 ‘더티 댄싱’의 베이비처럼 춤바람에 흠뻑 빠져볼 독자를 위해 춤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리스 (Grease, 1978)
한때 할리우드 배우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가 당대 최고의 이상형으로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뮤지컬 영화 ‘그리스’는 시니어의 추억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영화는 1950년대 말, 여름방학 동안 해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대니(존 트라볼타)와 샌디(올리비아 뉴튼 존)가 방학이 끝난 후 고등학교에서 재회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여름날의 설렘도 잠시, 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학교 서클의 리더인 대니가 친구들 앞에서 허풍을 떨기 위해 반가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나쁜 남자’로 변신한 것. 달라진 대니의 태도에 상처받은 샌디는 톰과 친하게 지내고, 대니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 뒤에도 다소 예상 가능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그때마다 장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뮤지컬 넘버가 지루할 틈을 없앤다. 특히 ‘유아 디 원 댓 아이 원트’ 등 시니어에게 익숙한 로큰롤 멜로디는 롤러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195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엿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2. 브링 잇 온 (Bring It On, 2000)
추억여행도 좋지만, 젊음의 열기와 10대의 상큼 발랄한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땐 ‘브링 잇 온’도 괜찮은 선택이다. 영화 ‘브링 잇 온’은 미국 고등학교 치어리더를 소재로 한 고전 하이틴 영화다.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몇 주 앞두고, 5년 연속 우승한 최강 응원팀 ‘토로스’의 안무가 도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응원팀 ‘클로버스’와 경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르 특성상 설정과 대사 등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회 우승을 향한 주인공들의 열정과 몸을 아끼지 않는 연습, 묘기에 가까운 고난도의 치어리딩을 보고 있으면 그저 시시한 하이틴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전해 받은 듯 불끈 기운이 솟는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노래 ‘미키’에 맞춰 파워풀한 군무를 선보이는 치어리딩 장면이 영화의 명장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헤이 미키’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스텝 업 (Step Up, 2006)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스텝 업’이 바로 그 원조 격이다. 2000년대 초반 불어 닥친 비보이 열풍도 이 영화의 영향이 크다. ‘스텝 업’은 반항심 가득하지만 스트리트 댄스 하나는 끝내주게 잘 추는 타일러(채닝 테이텀)가 사고를 치고 근처 예술학교에서 사회봉사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고의 춤꾼들이 모인 곳에서 타일러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노라(제나 드완)를 만나고, 다리 부상을 당한 그녀의 파트너를 대신해 함께 춤 연습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연습 과정에서 장르와 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지만 거듭되는 연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춤으로 하나가 된다. 파워풀한 비보잉과 우아한 발레가 한데 어우러진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색다른 무대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여기에 청춘남녀의 짜릿한 로맨스까지 더해져 두근거림은 배가 된다. 스텝 업과 비슷한 짜임새를 갖춘 영화 ‘더티 댄싱’과 비교하며 봐도 좋다. 더티 댄싱은 열일곱 소녀가 댄스 강사를 만나 춤의 신세계에 눈을 뜨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