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의사 양성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취약함이 드러난 노인의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 기저질환, 만성질환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노인병학회와 보건복지부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노인의료의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 손기영 울산대 가정의학과 교수,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이후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와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비만‧당뇨‧심장질환‧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실제 사망률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대면 진료 결여, 입원 대기, 중환자실 부족 등의 치료 부분과 요양시설 속 종사자 교육 미비, 감염관리 취약, 의료 연계 부족 등 미흡한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 이에 정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은 ‘노인 주치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 주치의는 노인병 전문의사로서 노인 만성질환과 다약제 복용 등을 관리하고, 허약 노인 건강 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노인 포괄평가’를 실시해 노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하는 일을 맡는다.
윤 회장은 한 명의 노인 주치의가 아닌 다수의 전문의사가 개별진료를 하는 ‘진료의 분절화’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총 진료비, 즉 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하고, 다약제나 부적절한 약물 복용 횟수가 증가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치료 효과나 만족도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생 지불하는 의료비의 절반은 64세 이후에 지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60대(61~70세)에 1903만 원, 70대 이상은 2422만 원을 지출하며, 전체진료비가 전년대비 11.9% 증가하는 동안 노인진료비는 14.7% 증가했다.
윤 회장은 “노인 주치의를 통해 노인의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약물 복용을 예방할 수 있다”라며 노인 주치의 양성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에서 만성복합질환 통합 관리, 다약제 복용을 관리하고 허약(노쇠)노인 건강 증진, 요양시설입소 감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순한 질병 관리만으로는 노인의 건강권을 향상할 수 없다”라며 “인체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인이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전문의‧주치의와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노인 전문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진료과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의료계에서 노인 전담 진료과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병원에서 진료과를 자체적으로 신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를 신설했다. 현재는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노인건강과 관련된 과가 없어 이에 대한 전문적 사업 추진이 현재 어렵다는 점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이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궁극적으로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이 겪는 혐오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노인의 삶과 인식에 대한 자료 및 통계를 기반으로 67세 김영수 씨의 하루 일과와 그가 마주할 혐오의 장면을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우리가 만나볼 영수 씨는 홀로 거주하고 있으며, 시내 빌딩의 오후 교대 경비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의 하루를 따라가 보자.
참조 ‘2021 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노인인력개발원),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국가인권위원회),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Pensions at a glace 2021) 이슈브리프(국민연금연구원), ‘2021 성인지 통계: 통계로 보는 서울 여성’(서울시), ‘2019년 드라마 속엔 재벌과 전문직 남성이 많았다’(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
오전 5시
새벽에 눈을 뜬 영수 씨. 시계를 보니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매일 아침 밥친구는 뉴스 아나운서다. 모 정치인이 사석에서 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을 두고 폐를 끼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정치권에서 논란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전에도 정치인들이 주목받고자 일부러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점점 발언의 수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아, 그보다 언론이나 정치인이 오히려 혐오 표현을 널리 알리는 주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석에서 나온 이야기까지 굳이 보도할 필요가 있을까. 씁쓸한 기분으로 그릇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지난해 5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통틀어 2019년보다 2021년 조사에서 혐오 표현 경험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경향이 드러났다. 또한 정치인들의 혐오 표현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46.8%를 기록했다. ‘감소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9.6%에 불과했다. 또한 혐오 표현에 대한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확대 조장하는 역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6.6%에 달했다.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2.1%에 불과했다. 1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정치인이 ‘확대·조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전 7시 30분
식사 후 나갈 채비를 마친 영수 씨. 생각이 많아져 조금 늦게 나온 탓에, 늦을까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탔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빌딩 경비직 출근을 위해서다.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을 것 같아 한시름 던다. 다행히 일찍 자리가 나서 앉았다. 아까 들은 기사가 생각나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를 켜 뉴스난을 들어가 본다. 가장 위에 떠 있는 기사를 확인하니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우려하며, 연금 지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훑으며 시선을 밑으로 내리다 ‘노인들은 정치 참여 말고 물러나라, 아예 노인들만 한데 모여서 살라’며 욕하는 댓글을 발견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댓글 창을 눌러 다른 댓글들을 확인해보니 노인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잔뜩이다. 도를 넘는 심한 표현도 있어 손이 떨린다. 신고를 할까 생각했지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모르겠고 신고해봤자 속 시원한 처리가 이뤄지지도 않을 것 같아 그만뒀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는 전국의 20~69세 근로자 35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 인권(권리)보장을 위해 노인들 스스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는 항목에는 응답자의 65%만이 동의했다. ‘노인이 되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낫다’에는 63.7%가 동의하며 노인을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혐오 표현을 가장 많이 겪은 장소는 뉴스기사와 댓글(71.0%)이었다. 또한 혐오 표현이 발생하고, 심화하는 원인으로 ‘언론의 보도 태도’라고 답하는 이는 79.2%에 달했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무대응하는 이들이 43.5%에 달했다. 특히 4050대 응답자는 청년층에 비해 ‘신고나 절차가 번거로워’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발견해도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12시
빌딩 미화원으로 일하는 미숙 씨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어찌 보면 직장 동료인 셈이지만 출근 시간이 훨씬 이른 탓에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눴다. 통성명 후 형식적인 안부를 주고받던 그녀는 대뜸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돈 받으려고 몸도 성치 않은데
짜증스런 ‘아줌마’ 소리 들어가며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뒤를 잇는다. 작은 실수를 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신경질을 부리기에 미안하기도 전에 기분이 상했다나. “연금 받는 것만 조금 넉넉해도 아끼면서 살 텐데….” 한숨 섞인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여준다.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빈곤율 단독 1위 국가다. 그중에서도 여성 48.3%, 남성이 37.1%로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더 높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및 국민연금 수급자는 남성이 더 많다. 서울시 ‘2021 성인지 통계’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2020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2만 3000명, 국민연금 수급자는 12만 6000명이 더 많았다. 복지 급여가 넉넉지 않으니 일을 해야 하지만, 근로 현장에선 더 많이, 자주 혐오에 노출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가 남성 근로자보다 성차별에 더 많이 노출되고,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오후 3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주차와 관련해 불편함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영수 씨가 도울 수 있는 수준의 일이었지만 굳이 나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전 도와주러 나섰다가 고맙다는 인사 대신 ‘알아서 할 수 있는데 잔소리를 한다’라는 볼멘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찾거나, 여지껏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까 고민했지만 그런 생각도 금방 접었다.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해서 책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취업 알선 기관 담당 상담사가 난처해하며 말렸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때 포기했으니 지금 이 일이나마 하고 있는 거겠지. 매일 마시던 믹스 커피가 오늘따라 쓰다.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연령주의는 노동 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30~50대에서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은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노인은 실력보다 나이, 경력, 직위 등으로 권위를 세우려 한다’는 문항에 대해 각각 71.7%, 63.7%가 ‘그렇다’고 응답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 중 ‘노인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47.9%), ‘노인은 창의성이 낮다’(42.9%), ‘노인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다’(46.3%), ‘노인은 경제적 생산성이 낮다’(43.7%) 등에 응답자 열 명 중 네 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오후 10시
퇴근 후 돌아와 씻고 누운 영수 씨. 습관처럼 켜둔 TV에서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평소라면 보는 둥 마는 둥 하다 잠들었을 텐데,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아 평소보다 집중해서 스토리를 좇고 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웬만큼 비중 있는 인물은 전부 20~30대다. 또래로 보이는 인물이라곤 주조연급까지 범위를 넓혀야 한두 명 있을 뿐이다. 그나마 대사가 많은 인물은 눈치 없이 굴어서 젊은 사람들에게 눈총받는 존재로 등장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저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데. 애꿎은 화면만 노려보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서 눈을 감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지상파(KBS1, KBS2, MBC, SBS), 종합편성채널(JTBC, TV조선, 채널A, MBN), CJ계열 PP(tvN, OCN) 등 총 10개 방송사의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2부작 이상 종·방영 드라마 123편을 대상으로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모니터 대상 드라마에 등장한 447명 중 60대 이상(추정 포함) 연령대의 등장인물은 10명으로, 약 2.2%에 불과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 다양성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7년 지상파·종편·tvN·OCN 드라마 주연 등장인물 중 10~20대 38.3%, 30~40대는 55.5%로 총합만 93.8%에 이르렀다. 게다가 드라마 속 노인의 이미지는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대기업 회장, 가족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등의 단편적인 이미지나 갈등 조장에 필요한 주변 장치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스미싱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7000억 원. 매해 사라지는 은행 점포는 300여 개. 스마트폰 보급률은 95%에 이르지만 60세 이상의 모바일뱅킹 사용률은 25%에 불과하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62)은 디지털 시대의 정보 격차가 금융 소외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말이다. 대한노인회에서 정책이사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정부·국회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 등 노인 정책을 다뤘던 오영환 사무총장은 이 문장에 깊이 공감했다. 금융을 잘 모르는 시니어가 많기 때문. 시니어들이 노후 빈곤을 겪지 않으려면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고, 연간 2만여 명의 시니어를 만나고 있다.
Q 대한노인회에서 노인 정책 관련 일을 꽤 오래 하셨는데 어떻게 시니어 금융 교육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정책 이사로 있으면서 노인 빈곤, 노인 소외, 노인 복지 등에 대한 정책들을 보건복지부, 국회와 함께 협의하는 일을 했습니다. 서울시 일자리위원회위원, 웰다잉 시민운동 이사로도 활동했는데요. 노인에게 필요한 정책 중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이유 외에 금융도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은행 점포도 없어지는 추세인데, 디지털 금융을 모르면 노후가 빈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는데 나이 들면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무척 낮아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뱅킹만 보더라도 2030 세대는 약 80%가 사용하는데, 50대는 51% 수준이에요. 60대는 18.7%, 70대 이상은 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모바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리 우대도 해주고, 계좌이체 수수료도 면제되고요. 대출받을 때 금리 우대도 받습니다. 이런 돈을 연간으로 계산하면 50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금융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죠.
시니어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정보 차단도 많이 겪습니다. 요즘은 시니어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요. 예를 들어 태극기 부대가 뭔지 궁금해 눌러봤는데, 알고리즘으로 인해서 계속 태극기 부대 관련 영상이 올라오는 거예요. 하나를 보면 그것에 관련된 내용만 계속 나오니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시니어들에게 디지털 시대의 금융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17년에 금융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를 설립하게 되었죠.
Q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나요?
많은 시니어가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고 있고, 금융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착취 문제도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죠. 노후 빈곤을 예방하려면 생애 주기에 맞춰 은퇴 준비도 해야 합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들이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기예방교육, 디지털금융교육, 은퇴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활 팁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요즘은 기차표를 사는 것도, 호텔 예약도, 쇼핑도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요. 실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식들에게도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배우고 나니 너무 편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동네에서도 이런 교육을 쉽게 배우실 수 있도록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경로당, 노인대학 등 여러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시니어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정책을 목적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시니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금융사기를 당하는 시니어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시니어들이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으로 잃은 금액이 7000억 원 정도 됩니다. 역대 최고 금액이에요. 예상외로 50대가 굉장히 많습니다. 피해 건수로는 70~80대가 많은데, 피해 금액은 오히려 50대가 훨씬 많아요.
고전적인 수법은 전화로 “당신의 자녀, 손주를 납치했다”고 하는 건데요. ‘나는 안 속는다’고 하지만 막상 당하면 머리가 하얘진다고 해요. 요즘은 또 보이스피싱 하는 사람들이 피싱 전화를 걸면서 동시에 실제로 자녀를 만나고 있어요. 휴대폰을 빌려달라거나 해서 자녀에게 확인하려고 거는 전화를 가로챕니다. 납치되었다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으니까 속는 경우가 많죠. 또 문자를 이용한 스미싱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아빠 휴대폰 고장 났어요. 돈 좀 보내주세요”라는 문자, 해외 구매한 상품이 세관에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문자 등이 있어요. 젊은 분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를 받는데, 시니어들에게는 그런 경로가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850만 명 정도 됩니다. 50세 이상 시니어까지 포함하면 2000만 명이에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6년 초고령사회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1년 앞당겨졌어요.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니 노인 착취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요양원 원장에게 통장을 맡겼다가 치매가 와서 그 사실을 잊어버리자 원장이 그 돈을 써버린 사례도 있고요. 간병인이나 지인이 그러기도 합니다. 부모의 연금을 자식이 가져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고요. 치매기가 있는 노인에게 케이블TV 하나 두라며 대충 사인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법적으로는 ‘후견인 제도’라는 걸 운영하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누군가 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고 할 때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데다 그 과정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법원에 신청하면 판사가 판결을 통해 후견인을 지정해줘야 하고 변호사도 있어야 하는데, 70세 넘어 이 과정을 할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대안으로 주민센터 공무원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가 후견인이 되는 ‘공공 후견인 제도’가 있어요. 노인 착취 문제는 주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그전에 이런 방법들을 알아둬야 합니다.
2025년이면 인구의 20%가 노인입니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니 그 피해도 늘어나겠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재산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거든요.
Q 금융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금융 관련 교육은 크게 디지털금융교육과 금융사기예방교육이 있습니다. 금융사기예방교육은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강사가 앞에 나가 PPT를 띄우고 교육을 했는데 지루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극단과 함께 금융사기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었더니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다음 더 재미있게 해보려고 트로트 뮤지컬을 만들었어요. 트로트가 나오니 함께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연극과 뮤지컬을 합해서 약 2년 동안 100회 가까이 공연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은 공연을 못 했어요. 아쉽지만 이번에는 국악으로 흥부놀부 이야기를 통해 금융사기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디지털금융교육은 먼저 스마트폰 이용과 같은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잘 따라오시면 금융 교육으로 넘어가는데요. 시니어들은 교육을 할 때 직접 해봐야 해서 1:1 대면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할 수가 없게 되었죠. 고민을 하다 행사로 기획했던 ‘시니어 골든벨’을 비대면으로 시도해봤습니다. 먼저 지원자들에게 골든벨 교재를 보내드리는데요. 예상 문제집인 셈인데 거기에 생활에 꼭 필요한 금융 꿀팁을 담았습니다. 금융사기, 투자, 보험, 주택연금 등 금융 상식도 넣고, 유튜브로도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시니어 골든벨’은 화상 채팅으로 진행하고요. 250명이 정원인데, 참여율은 70~80% 정도 됩니다. 혼자서 화상 프로그램 접속을 못 하시거나, PC가 없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런데 유튜브 완주율은 100%입니다. 골든벨 대회도 좋지만, 저희 목표는 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금융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거든요.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금융 교육도 하지만 은퇴 교육도 하신다고요. 은퇴 교육이라니 조금 생소합니다.
은퇴 교육도 결국은 금융 교육이에요. 생애 주기별 금융 교육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에게는 세 가지 수명이 있습니다. 평균수명, 건강수명, 경제수명인데요.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4세입니다. 건강수명은 평균 74세, 경제수명은 평균 70세예요. 평균 10년을 노인성 질환을 앓고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다는 뜻이죠. 은퇴 교육은 경제수명을 늘려서 시니어들이 노후를 조금 더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은퇴 교육은 40대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젊다고 생각해서 교육을 많이 안 받아요. 그래서 일단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6개월 앞둔 분들에게 하고 있어요. 교육청, 사학연금, 공무원 연금공단 등과 연계해서 교사, 교직원,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하면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수입과 지출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수입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병원비 지출은 많아지죠. 재무적으로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 비재무적으로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준비해야 하죠.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그래요. 50세에 은퇴하고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죠.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니어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삶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분들을 위한 금융 교육과 은퇴 교육도 중요합니다.
Q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정책 포럼을 열어 시니어 디지털 금융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하셨는데요. 고령 친화적인 정책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 은행 지점 311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점포가 없어지는 곳은 첫째 낙후된 지역, 둘째 고령화된 지역입니다. 많은 분들이 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은행은 민간 기업입니다. 점포 하나를 유지하는 데 월 2억~3억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러니 점포를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동네 은행이 문을 닫으면 시니어들은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해요. 금융 접근성에 제한이 생기죠. 그래서 대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디지털 금융 교육입니다. 점포를 없애기 전 디지털 금융 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점포 폐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도 하게 되어 있고, 점포를 닫는 대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작됐는데요. 그 하위법으로 노인과 관련된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가 시니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는 완성될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환자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료 활동에 정규 수가가 적용된다. 이에 요양병원을 포함한 중소병원의 연명의료결정제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개최해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의 올해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은 연명의료결정법 제7조에 근거해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제도 확립을 위해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중장기 종합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무의미하게 임종 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의료인 활동에 대해 임시로 운영해 온 시범사업 수가가 아니라 개선된 정규 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시범 수가가 정규 수가로 편성되면서 전반적인 수가 적용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의료기관이 직접 운영해야만 수가 적용이 가능했으나, 올해부터는 위탁 운영도 허용한다. 외부 전문가 섭외가 어려워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던 중소병원을 위해 여러 의료기관이 ‘맞춤형 공용윤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또 시범 수가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시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기관에만 적용됐으나, 정규 수가는 이 4가지 시술 중 1개 이상 수행 가능한 기관이면 적용된다. 별도의 연명의료지원팀을 구성하고, 제도 관련 교육을 수료하도록 했던 인력 기준도 해당 업무 담당자만 교육을 이수하면 되도록 완화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는 제도 시행 3년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100만 명을 돌파했다. 복지부는 올해 150만 명을 목표로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는 기관을 지속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인복지관, 보건소를 더불어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를 통한 ‘찾아가는 상담소’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호스피스 서비스의 대상 질환이 확대된다. 기존의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2종 외에 만성 호흡부전 13종의 질병코드(만성기관지염, 천식, 기관지확장증, 진폐증, 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폐질환, 기타호흡장애 등)를 추가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수행 중인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그 성과를 평가해 본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보건 정책으로 ‘치매 국가책임제’가 꼽힌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를 개별 가정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에서 해결하는 정책이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지난 5년간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치매 관련 공약을 짚어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국내 노인 인구는 708만 명으로, 그중 치매 환자는 73만 명이었다. 2020년에는 84만 명으로 치매 환자가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이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2017년 9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 환자에게 전문 요양사를 파견하는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 5년의 성과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전국 256개 시·군·구에 지역사회 치매 관리 거점 기관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과 진단, 예방 활동, 사례 관리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 시행 전까지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광역단체에서만 50개 정도의 치매지원센터(치매안심센터 옛 이름)가 운영됐다. 제도 시행 이후 치매 환자 등록에 속도가 붙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치매 환자 2명 중 1명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치매안심센터 치매 환자 등록률은 55.2%였다. 등록된 환자는 총 50만 2933명에 달했다. 2018년 치매안심센터 등록률은 42.5%, 2019년 51.9%, 2020년 53.4%, 2021년 55.2%로 증가했다.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는 지역사회 치매 관리 체계의 거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여러 사업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지난 2월 대한치매학회 빅데이터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기간은 평균 5.98년이었다.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치매 관리를 받는 비율은 △고령일 경우 △소득이 적은(소득 하위 40%) 경우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 △기저질환이 많은 경우에 뚜렷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 환자의 의료비 절감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건강보험 제도 개선을 통해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 비율을 최대 6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이에 2021년 8월 기준 약 7만 4000명의 중증 치매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며, 1인당 본인부담금은 126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평균 72만 원이 낮아졌다.
2018년 1월부터는 신경인지검사와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 고비용 치매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2020년 12월 기준 35만 명이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았다. 1인당 평균 약 17만 원이 줄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의 과제
그러한 가운데 2020년 9월에 발표된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은 치매 국가책임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4기 국가치매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치매 관리에 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제4차 정책의 비전은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행복한 치매 안심사회 실현이다. 치매 관리 전달 체계의 효율화 및 공급 인프라 확대, 치매 환자도 함께 살기 좋은 환경 조성 등의 정책 기반 강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잘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공약 당시 ‘치매’를 언급했다. 그는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부모님 간병비 부담과 간병 서비스 질적 수준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며 “국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현행 가족돌봄 휴직 최장 90일, 가족돌봄 휴가 최장 10일로 되어 있는 요양·간병 가족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계획 국가의 책임 설계 및 지원 △간병 서비스 품질 인증 등 장기 요양 서비스 선진화 △치매 등 노인 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서비스 확대’, ‘다양한 형태의 고령 친화 주거환경 조성’, ‘문화·여가 바우처 지원으로 노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공약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2025년이면 대한민국이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치매 문제가 더욱 심화될 만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실효성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 이 기사는 4월호 지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배달 라이더 등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가 약 66만 명에 달하는 시대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는 청년층이 많다고 인식되지만 연령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60대 이상의 노년층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고령화사회에 사회적으로 노년층에게 플랫폼 일자리 제공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올해 1월 1일부터 플랫폼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플랫폼 분야에도 보험을 적용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제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황으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과 관련해 자세히 짚어봤다.
플랫폼 노동자 고용보험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로서, 특수고용직(이하 특고)으로 분류된다. 특고직이란 근로자처럼 일하면서도 계약 형식은 사업주와 개인간의 도급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화물차 운전기사, 캐디, 통신업체 설치기사, 학습지 방문 강사 등이 포함된다.
특고직 중 하나인 레미콘 기사를 예로 들어보자. 레미콘 기사는 대부분 자기 차량을 갖고 건설현장 등에 레미콘을 실어다 주고 돈을 받는다. 이들은 일반 근로자처럼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낸다.
고용노동부는 ‘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고용보험으로 보호’한다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시행하면서 특고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방문 강사, 방문판매원 등 12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56만 여 명이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앞서 말했듯이 올해 1월 1일부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의 중개·알선을 통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라이더 등 퀵서비스 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플랫폼 업체와 1개월 이상의 노무 제공 계약을 체결해 월 보수액이 80만원 이상인 퀵서비스, 대리운전 기사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1개월 미만의 노무 제공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월 보수액과 관계없이 모든 노무 제공 건에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고용보험료는 보수액에 실업급여 보험료율 1.4%를 곱해 산정하며, 플랫폼 종사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중요한 점은 피보험자격 신고, 보험료 원천공세 납부다. 만약 사업주가 플랫폼을 이용해 노무를 제공한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피보험자격 취득 및 상실에 관해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원천공제 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사업주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피보험자격 신고, 보험료 원천공제 납부를 해야 한다.
일정 조건을 갖춘 플랫폼 종사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통해 실직을 했을 때 구직급여를 받는 게 가능해지고, 출산전후급여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올해부터 특고 현황을 집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관계 통계분류가 개정된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분류기준 개정과 국내 노동시장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취업자의 노동관계를 측정하는 ‘한국종사상지위분류’를 개정했다. 한국종사상지위분류가 개정되는 것은 13년 만이다.
통계청은 이번 개정에서 최근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해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영역에 있는 ‘의존계약자’ 항목을 신설했다. 의존계약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지만 고용 계약이 아닌 상업적 특성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로 특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각지대 해소 아직
이처럼 ‘노동법 밖 노동자’로 불린 특고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다른 특고직에 비해 늦어진 이유는 특수성 때문이다.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는 고객 요구(콜)를 확인하고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의 노무 제공 구조는 기존의 사업주와 종사자 간의 고용보험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주는 기사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기사 입장에서도 실제 사업주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업주와 기사 간에 노무 제공을 중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랫폼사업자는 사업주와 기사의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다. 이에 플랫폼사업자가 고용보험을 관리하도록 정부의 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플랫폼사들은 지역 배달대행 지사와 라이더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급했을 뿐 사실 배달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라이더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곳은 지역 배달대행 지사들이다.
갑자기 라이더 고용과 관련해 부담을 떠안게 된 플랫폼사들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보험료 정산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도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라이더 이탈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다. 배달라이더 중 신용불량자, 기초생활수급자, 그리고 N잡러가 많은 만큼 소득 신고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대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은 환영하지만 고용보험은 보험료 부담만 가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이 이탈하게 되면 공급 부족으로 배달료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노동권 보장이다. 지난달 23일 민주노총과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법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집을 통해 “(플랫폼종사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한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 보장 법제화”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이 존재하지 않아 어떠한 내용으로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인지 당사자들이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위원회와 대화를 요구했다.
이들이 이날 밝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권리보장 요구안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하는 법 개정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 및 제도 수립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의무 및 사용자 책임 부여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고용보험 조기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적용제외 철폐 개정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산재보험 전면 적용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직종별 맞춤형 건강검진제도 제도화 및 적용대상 확대 등이다.
정부는 1~3월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플랫폼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허물 좋은 정책이라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세금을 걷기 위한 정책이라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의 진정한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치매 치료제는 ‘대박’이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다. 국제알츠하이머병기구는 세계 치매 환자 수가 2030년 7600만 명을 넘고, 2050년에는 1억 3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회사들은 이 시장을 보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 이 회사들 중 99%는 뇌기능의 회복이 아니라, 발병한 치매를 멈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것만으로도 치매로 인한 고통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 7일은 치매 치료제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미국에서 발표된 한 줄의 뉴스는 전 세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제약회사 바이오젠(Biogen)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사용 승인했다는 소식이었다. FDA는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한 가닥 희망과 같은 소식이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물질을 찾아라
제약회사들이 치매 치료제에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치매의 발병이나 증상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 뇌 속 물질인 불용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엉킨 플라크를 말끔하게 청소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사실 지금의 의학 수준으로는 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때문에 치매가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치매의 증상을 이 물질이 악화시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치매의 악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산물인지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높은 확률로 치매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바이오 업계가 이 물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도, 치매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의학계의 의견과는 반대로,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유익할 수 있으며, 누명을 쓴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난해 관심을 모았던 아두카누맙 역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능을 보였다. 기존에 출시됐던 치매 치료제들의 경우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해주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두카누맙은 ‘게임 체인저’라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은 신약 승인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됐다. FDA 자문위원회는 이 약의 승인 결정에 앞서 투표를 통해 약물 승인에 반대 의견을 표했으며, 자문위 소속 의사 세 명은 지난 3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을 통해 승인 반대 의견을 거듭 표명하기도 했다. 이 세 명은 자문위원회를 사임했다. 이렇게 아두카누맙 승인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면서, FDA는 미 보건복지부 감찰국에 자신들의 승인 과정에 대한 자진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게임 체인저 아두카누맙 “기대 이하”
그렇다면 반 년 정도 지난 지금 효능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안타깝게도 의학계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최근의 평가는 이 약에 가장 친숙한 미국 신경과학회(AAN)의 발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이 기관은 아두카누맙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두카누맙이 환자의 기억력 감퇴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 부작용의 상당수는 뇌가 붓는 뇌부종이었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발생률이 40%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매년 두 차례 정도 MRI로 뇌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할 것을 권장했다. 이 기관에선 아두카누맙의 비싼 가격도 문제 삼았다. 바이오젠은 이 치료제의 가격을 연간 5만 6000달러로 책정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해 12월 가격을 2만 8000달러로 내렸다. 반값 세일인 셈이다. 그러나 MRI 비용 등을 종합하면 이 약 복용을 위한 치료비는 연간 7만 5000달러까지 올라간다. 우리 돈으로 1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다.
FDA는 아두카누맙 시판 이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 4상을 진행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업계에선 길면 7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4상을 바이오젠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의 개발 단계에서 일본의 제약회사 에자이와 손을 잡은 것도 개발비 부족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자금난이 예상되는데, 약효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충당할 정도로 많은 판매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항체 치료제로 아두카누맙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갖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한 레카네맙(Lecanemab)과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 역시 지난해 FDA의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다. 하지만 모두 순탄한 길을 걷고 있지는 못하다.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과 유사한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의 승인 신청을 보류했다. 미국 건강보험 적용 기준 변화가 표면적인 이유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업이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메디프론, 메디포럼, 메디포스트, 다당앤바이오, 엠테라파마, 젬백스&카엘, 아리바이오, 뉴라클사이언스, 일동제약 등이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모두 각자의 신약 후보 물질을 검증하기 위해 임상을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인 상태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경향 특징 중 하나는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한 연구도 상당수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이 연이어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천연물질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완벽한 조건과 효능을 가진 물질을 찾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아스피린의 살리실산 성분은 버드나무 추출물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수많은 천연물질 중에서 후보를 추려 추출물을 분석해 약품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치매 치료의 핵심은 ‘뇌세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거의 모든 바이오 기업의 치매 치료제는 병의 진행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매의 진행으로 손상된 뇌세포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뇌세포를 살려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지금의 치매 치료제는 엔진에서 엔진오일이 새는 것을 막아 더 이상 고장 나지 않게 하는 정도라면, 뇌세포의 회복은 엔진을 새로 만들어내는 수준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의식(자아)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라고.
아두카누맙을 비롯한 많은 현존하는 치매 치료제들이 초기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아직 뇌세포가 나빠지기 전에 병의 발전을 막는 것은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중증 환자의 경우 이미 상당히 뇌세포가 파괴되어 있고 살릴 방법도 없기 때문에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재 의약계에서 개발 진행 중인 치매 치료제들의 완성이 상당수 임박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 개발 진전 상태는 이미 비등점에 가까워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고, “곧 물이 끓어 2년 정도만 기다리면 가시적인 성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매의 조기 발견 기술도 기존의 PET-CT나 인지 기능 검사뿐만 아니라 혈액검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려볼 만하다. 이 기술이 치매 치료제와 만나 치매의 조기 발견과 완전한 조기 치료가 이뤄진다면 치매 정복이란 단어를 감히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이 기사는 4월호 지면에 게재 된 기사입니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방안은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뜻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에 대한 첫 번째 국가적 대책이다. 이로 인해 영케어러 청년으로부터 돌봄을 받는 노인도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영케어러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의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이다.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에서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돌봄자를 영케어러로 지칭한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국가는 34세까지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3월부터 전국적 현황조사를 실시해 가족 돌봄 청년의 규모와 실태를 파악한다.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가족 돌봄 청년들은 기존 제도에 연계해 즉각 지원하고 간담회를 통해 신규로 필요하다고 확인된 지원 내용은 시범사업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지원 내용은 돌봄, 생계, 의료, 학습지원으로 나뉜다. 돌봄지원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긴급돌봄 등이 해당된다. 생계지원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포함되며, 의료지원에는 의료급여, 건강보험 수급자 및 차상위자 본인부담경감, 재난적 의료비가 제공된다. 학습지원으로는 교육급여,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지원, 대학생 튜터링 사업, 학교밖 청소년 검정고시 지원 및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는 각종 복지 서비스 신청의 어려움, 간병‧치료 등에 대한 정보 부재, 집안일 미숙, 상담자의 부재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립감‧우울감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돌봄 과정에서 겪는 생계비‧의료비‧돌봄비용 마련의 어려움은 소득 창출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생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우고 있다. 이는 학업과 진로 탐색의 기회가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결국 청년 개인의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간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복지 정책에는 여러 한계점이 있었다. 가족 돌봄들이 기존 복지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았고, 그들에 대한 공적인 조사와 지원 체계 역시 없었다. 또한 가족 돌봄 청년은 그간 복지 지원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정책적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 및 전달체계 부족 등 공적인 지원을 받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복지부는 가족 돌봉 청년 당사자들,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를 각각 거쳐 지원 대책을 설계했다. 돌봄 대상자가 아닌 ‘돌봄 제공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이 그간의 지원과는 다른 점이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돌봄 제공자에 대한 지원으로, 특히 어린 나이에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접근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며 “가족에 대한 돌봄으로 인해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퇴 후 패션 회사 인턴으로 재취업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턴’. 이는 비단 해외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 ‘시니어 인턴십’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실제로 시니어 인턴십을 거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시니어의 이야기도 담아봤다.
시니어 인턴십은 보건복지부 주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이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에게 기업 내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업 능력 강화와 재취업 기회를 촉진하는 사업으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시니어 인턴십으로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준다. 인턴 지원금, 채용 지원금,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이 있다. 먼저 인턴 지원금은 시니어 인턴십 참여 기업에 월 급여의 50%를 3개월 동안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자 1인당 최고 월 37만 원이 지원된다. 또한 참여 기업이 인턴 종료 후 계속고용 계약(6개월 이상)을 체결한 경우, 채용 지원금으로 3개월 동안 최고 월 37만 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총 222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 셈이다.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은 인턴십 사업으로 18개월 이상 고용한 뒤, 6개월 이상 계속고용 계약을 체결한 경우 총 90만 원의 장기 취업유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즉 시니어 인턴십은 노인과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은 실제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른 일자리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참여 기업은 구인난 해소, 인건비 절감, 고령 친화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점점 확대되는 시니어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참여 인원은 2011년 3643명으로 시작해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9년에는 7349명, 2020년에는 1만 5547명으로 배로 뛰었다. 1만 명 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참여 기업 수는 4350개로 전년도 대비 참여 기업이 1862개 증가했다.
이 중 중도 포기하지 않고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완료한 노인은 1만 4943명이며, 계속고용 노인은 1만 438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시니어 인턴십 계속고용률은 무려 96.3%에 달한다.
또한 참여자 평균 연령은 65세로 나타났다. 참여 노인 1인당 월평균 소득도 매해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월평균 소득이 81만 3079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최고치인 193만 7079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약 15만 원 증가했다.
사업 유형으로 보면 단순 노무직인 일반형 참여자가 89.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업이 38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이 61.5세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았고, 건설업이 68.5세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시니어 인턴십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 앞서 말한 대로 2022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규모는 84만 5000명이다. 이 중 취업형(시니어 인턴십, 취업알선형) 노인 일자리 사업은 전년 대비 1만 4000개 증가한 12만 7000개다.
사업을 전담할 수행기관도 확충한다. 2022년 수행기관은 서울 25개를 포함해 전국 248개로 250여 개에 이른다. 2021년도 수행기관은 213개였다. 수행기관은 노인과 기업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하며, 노인에게 취업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
시니어 인턴십 어떻게 참여할까?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십 사업 참여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참여 가능한 기업은 만 60세 이상인 자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 4대 보험 가입 사업장 중 근로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이다. 다만 성직자, 종교종사원,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등 해당 직종 종사자 및 자영업자, 파견직 및 건설 일용 근로 형태는 사업 신청에서 제외된다.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원하는 노인은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인턴십 신청을 한 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및 수행기관의 소양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갖게 된다. 이후 구인처에서 서류와 면접으로 심사를 진행하며, 이를 통과하면 채용된다.
근무 시간은 회사와 지원자가 논의해서 정할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우는 파트타임형, 풀타임형을 나눠놓았다. 파트타임형 기업에는 사회적경제, 소상공인 지원, 지역 기반형이 속하며, 노인은 주 2~3회, 월 최대 57시간 활동한다. 풀타임형에는 중소기업, 그린·디지털 회사가 속하며, 주 5일 근무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보통 시니어들은 일의 능률과 관련해 파트타임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니어 인턴십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자신의 역량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3개월의 인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 식의 꼰대 정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이와 경력이 많다고 으스대거나 일을 대충 하면 안 되고, 조직원들과 융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 번째, 궁극적으로 채용 제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참여자의 최종 목표는 결국 취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가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은퇴 후 재취업을 시니어 인턴십 제도로 성공해보자.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영화 ‘인턴’의 명대사를 기억하면서.
■시니어 인턴십,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시니어 인턴십, 저 같은 젊은 대표에게 필요해
- 홍원희 플레이시드스쿨 대표
사회적 기업 플레이시드스쿨(Playseed School)의 자문위원 이강호(65) 씨는 시니어 인턴십 과정을 거쳐 정직원이 됐다. 대표 홍원희(33) 씨와는 아빠와 딸뻘이다. 두 사람은 시니어 인턴십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은 놀이와 활동으로 성숙한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보드게임을 통해 민주주의, 통일, 사회적 경제, 세계 시민 교육 등을 하고 있다. 2017년 사단법인 회사로 시작해 2018년 11월에 예비 사회적 기업이 됐다. 20대를 NGO 활동을 하며 보낸 홍 대표는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에 자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 2019년 시니어 인턴십 참여를 신청했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의 이력을 보고 그가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이 씨는 유엔(UN)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1994년 공채 1기다. 그는 25년간 기금 모금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홍 대표는 이강호 씨가 비영리 법인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간절한 마음으로 이강호 씨 ‘모셔오기’에 성공했다.
이강호 씨는 2019년 6월 플레이시드스쿨의 인턴이 됐고, 2020년 1월 정직원이 됐다. 홍원희 대표의 혜안은 적중했다. 이 씨가 오고 사업 자문을 해주면서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더불어 지난해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됐다. 홍원희 대표는 이강호 씨 덕분에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사회적 기업이 되니 두려움이 컸어요. 이제 숫자로 평가되고,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줘야 하잖아요. 그때 선생님께서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지난 3년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정확한 수치들이 보이더라고요.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강화한 거죠.”
홍 대표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이 더욱 널리 알려져서 다른 기업들도 자신처럼 도움을 받길 바랐다. 다만,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업을 악용하는 사례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인턴십 지원자분들을 보면 고스펙이거나 경력 많은 분들이 많아요. 정말 선생님 같은 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한테 제대로 된 업무를 주지 못한다는 사례 발표들이 있어요. 그것은 회사도 불편하고 선생님들한테도 잘못된 예우라고 생각해요.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본다든지, 선정 기업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시니어 인턴의 노하우는 큰 힘, 꼰대 짓은 금지!
- 이강호 플레이시드스쿨 자문위원
이강호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울 50+ 인턴십’ 사업의 일환인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을 통해 플레이시드스쿨과 인연을 맺었다. ‘사회적경제(SE) 펠로우십’은 50+ 세대와 사회적경제 기업(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 벤처)을 연결해준다.
2015년부터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진 이 씨는 인턴십을 하고자 10개 회사와 면접을 봤다. 그중에 4개 회사가 마음에 들었지만, ‘미션’과 ‘비전’을 혼동하는 모습에 고심했다. 그때 마침 플레이시드스쿨의 러브콜을 받고 최종 선택했다. 이강호 씨는 후회가 없다며 “대표와 같이 서로 존중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2019년 이강호 씨가 인턴을 시작할 당시 플레이시드스쿨은 정리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씨는 회사를 이해하는 데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는 “보드게임이 뭔지도 몰랐고, 기업이라고는 하는데 수익이 안 나니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고 털어놓았다.
플레이시드스쿨의 경영, 마케팅, 홍보의 자문위원이 된 이강호 씨가 처음으로 한 일은 ‘미션과 비전 바로 세우기’였다. 또한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며 사업군을 정리했고, 회사 소개 책자도 새로 만들었다. “유니세프에서 했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플레이시드스쿨은 ‘사회’가 붙어 있지만 기업이니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의 목표죠. 인턴십이 끝나고 정직원 의사를 물을 때 ‘모르겠다’고 했는데 대표님이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제가 조건을 걸었어요. 앞으로 3년 뒤에도 남지 않는 장사를 하면 나는 나가겠다, 그리고 회사 문 닫고 다른 일을 하라고 했죠. 다행히도 회사 사정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내년 정도면 자리를 잡을 것 같아요.”
이 씨는 시니어 인턴십의 유일한 단점으로 “놀 시간이 부족하다”고 외쳤다. 근무는 3일이지만 집에서도 계속 사업이나 아이디어 생각을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그는 사진 동호회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기 때문에 늘 바쁘다.
마지막으로 이강호 씨는 시니어들에게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것을 시도하라는 거다.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 책도 읽고, 언어도 배우고, 운동도 하다 보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로 재취업이 목표라면 시니어 인턴십은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시니어 인턴십은 모든 분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직장생활 오래한 분들, 사업한 분들 모두요. 노하우,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에 큰 힘이 되거든요. ‘명절 때 먼저 전화해라’, ‘지나가는 길에 거래처가 있다면 들러라’ 같은 것도 사소한 일이지만 하나의 노하우죠. 이때까지 건강하게 살아 있다면 젊은 사람보다 나은 점이 뭐라도 있지 않겠어요? 꼰대 짓만 안 하면 돼요! ‘라떼는 말이야’만 안 하면 우리는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죠.”
보건복지부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지자체 중심의 노후 준비 지원 체계 구축 방향을 모색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2022년 제1차 국가노후준비위원회'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여 국민들의 노후 준비 전달 체계를 지자체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710만 명)가 고령층에 진입하는 등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지난해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20년 3737만 9천 명에서 2025년 3561만 명으로 176만 9천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50년 뒤인 2070년 생산연령인구는 1736만 8천 명으로 53.5%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노후준비위원회를 열고 노후 준비 사업 및 전달 체계에 대해 논의한 것.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중앙(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 지정을 통해 재무ㆍ건강ㆍ여가ㆍ대인관계 분야 진단 및 상담, 교육, 관계 기관 연계 등 노후준비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그러나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계·통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중심의 전달 체계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노후준비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지자체가 광역 및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의 지정·운영 권한을 가지고, 지자체 차원의 노후 준비 지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전달 체계 개편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노후준비지원법 개정에 따라 향후 전달 체계 개편과 관련한 시범 사업 추진 계획을 논의하는 한편, 지자체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 노후 준비 지원 모델 개발을 위해 진행했던 정책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또한, 현재 노후준비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에서도 2022년도 노후준비서비스 사업 계획을 공유하면서, 지자체가 참여하는 노후준비 체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연계해 나갈 예정이다.
회의를 주재한 양성일 제1차관은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국민들이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를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라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후준비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