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이제 장수 리스크 대응이 화두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장수 리스크를 산업화해 실버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 이새롬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실버마켓 성장에 따른 금융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들은 펀드 중심의 영업으로부터 예금, 보험, 퇴직연금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 생애 단계별 자산운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수익률 하락, 고령자의 재무적 니즈 다변화 등으로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고령화, 금융시장의 호황 등을 배경으로 미국 금융회사들은 은퇴 관련 펀드 상품 위주로 영업을 확대해 은퇴 금융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 은퇴 금융시장 규모는 1980년 7220억 달러에서 2000년 8조4670억 달러, 2012년 14조845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미국 실버마켓은 최근 고령자의 재무적 니즈가 다변화(의료비, 상속, 세테크 등)되면서 생애 단계별 상품 포트폴리오 제시로 전환됐다. 확정기여(DC·Defined Contribution)형 및 은퇴 서비스 간의 연계 강화가 특징이다.
또 연금지급 상품 개발을 통해 은퇴 이후에도 필요한 자산관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단계별로 보면 은퇴 준비 시작 단계에서는 보험, 뮤추얼펀드, 적금, 예금 등 상품을 통해 소득 및 지출내용에 따른 필요 노후자금 및 적정 저축률을 산정한다.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른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본격적 은퇴 준비 단계에서는 보험, IRA(만기연장 또는 신규가입), ETF 등의 상품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 내역을 리뷰한다.
또 수익률 검토 등 자산배분에 대한 리뷰를 통해 목표 은퇴자금 산정 및 달성 방안을 제시한다.
은퇴 직전 단계에는 채권, 연금상품 등의 상품이 추천된다.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한 계획과 보유자산에 대한 연금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은퇴 기간에는 채권, 연금상품, 상속설계, 신탁 등의 상품이 추천된다. 상품인출 방안 및 상속설계가 주를 이룬다.
더불어 최근 미국 보험사들은 민영 간병보험시장 침체에 대응해 즉시연금 및 간병보험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상품 출시를 확대하는 추세다. One America, State Life 등의 보험사들은 장기 간병 보험금이 지급되는 즉시연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기존 상품과는 달리 보험료 인상 부담이 없다. 또 간병 서비스가 필요 없을 경우 연금수령을 통해 생활비로 활용한다.
일본 금융사들은 개별 금융상품 중심의 영업보다는 의료비 등 다양한 재무적 니즈 충족이 용이한 신탁상품 개발을 통해 장기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지급식펀드, DC형 등으로 서비스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후견제도지원신탁은 치매, 지적장애 등으로 판단 능력이 저하된 사람이 미리 선택한 후견인을 통해 의료비, 생활비 등을 확보하는 상품이다.
특정증여신탁은 부모 사망 후 장애인 자녀의 생활비, 의료비를 보장한다.
또 일본 보험사들은 실비(간병, 암 등) 보장 보험상품 시장의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간병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Nippon 생보사는 2012년 4월부터 일부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택방문 간병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2010년부터 Best Doctors Inc.에서 선정한 일본 내 전문의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일본 정부는 보험사가 간병, 장례 등의 현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보험사들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제도개혁으로 보험사의 현물 급부가 허용됨에 따라, 향후 고객유치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 분야에서도 실버마켓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주택과 금융이 결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은 모기지론 수요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자산관리와 모기지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민간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신탁과 주택연금이 연계된 상품을 출시했다.
본격적인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실버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인생2막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자 노후준비를 하는 40~50대 계층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시니어 고객특화 수신상품 ‘내 생애 아름다운 정기 예·적금’은 출시 3개월 만에 15만좌, 2조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역대 농협 수신상품 중 최단기 기록이다. 이 상품은 만 45세 이상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자산관리, 재해사망보장, 장례지원서비스 등 생애주기서비스가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IBK기업은행도 최근 해외여행에 관심이 많은 60대 이상 노년층에 특화된‘IBK꽃보다청춘통장’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적립식과 거치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계약기간은 최소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월 단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노년층 노후복지를 위해 상품설계 요건을 완화하면서 보험사들도 앞다퉈 실버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의 실버암보험은 출시 후 한 달 만에 3만건 가까이 판매됐다. 이 상품은 10년 갱신형이기 때문에 가입 후 2~3번 갱신으로 평생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60대 이후 발병률이 높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어도 가입할 수 있다.
농협생명의 ‘NH실버암보험’은 61세부터 75세까지 가입 가능한 실버전용 암보험 상품이다. 이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에 7만9200건을 판매해 보험사 출범 이후 출시 상품 중 최단 기간 판매기록을 세웠다.
별도의 특약 없이 주계약만으로 보장되는 단순한 상품구조로 개발돼 고령층 고객들의 상품 이해도를 높였으며 최고 100세 만기까지 갱신 가능하다. 또 5년마다 가입금액의 5%를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해 갱신보험료와 건강관리 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드사들도 실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나 기초노령연금 등을 매월 받는 노인 고객의 통장과 이와 연계된 체크카드를 유치해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농협카드가 지난해 8월 출시한 ‘국민연금증 카드’는 출시 두 달여 만에 1만장 넘게 발급됐다. 국민연금증 카드는 연금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신분증 기능에 부가서비스를 더한 카드다.
신한카드는 최근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와 제휴한 ‘대한노인회 전자회원증 카드’를 출시했다. 노인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노인 전용’ 카드 출시는 최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가운데 골라 발급받을 수 있으며 단체 회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기능과 무료로 사용 가능한 교통카드 기능 및 병의원 할인 혜택이 주요 서비스다. 신한카드는 65살 이상 고객은 별도 상담원 조직이 담당하는 ‘골드케어 상담그룹’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카드는 만 65살 이상 고객에게 자동응답시스템 대신 전문교육을 받은 상담원을 우선 연결해주는 ‘실버 케어 전문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으며 노후 준비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 정년 후 40여년간 사용할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후 지출 비중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의료비는 실버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늦은 나이에 가입할 수 있고 보장 기간도 수명에 육박한 보험이 실버세대에게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화재 ‘행복한 노후’는 만 50~70세까지 가입이 가능하고,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납입주기는 월납, 3개월납, 6개월납, 연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납입기간은 최소 5년부터 최대 25년까지 5년 단위로 정할 수 있다.
60세 남자 기준으로 상해 1급 가입자는 △상해사망 및 후유장해 4000만원 △질병사망 2000만원 △질병사망 추모지원비 10년간 매년 100만원 △암 진단비 1000만원 △뇌출혈 진단비 1000만원 △급성심근경색증 1000만원 등을 보장한다.
현대해상은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암 진단 때마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속받는암보험’이 실버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은 기존의 상품과 달리 횟수 제한 없이 진단 시마다 최대 2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 직전 발생한 암 진단확정일로부터 2년 경과 이후 보장된다.
또 상해·질병으로 인해 80% 이상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만기 시까지 보장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만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보험료는 40세 남자 기준으로 갱신형, 15년 만기 가입 시 월 5만원 수준이다.
동부화재는 신체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 및 행동장애까지 보장하고 고객이 환급금 수령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내생애든든종합보험’을 출시했다.
100세까지 보장되며, 적립환급금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 50세부터 100세까지 10년 단위로 선택하도록 했다.
기존 종합보장형 상품에서 판매 중인 사망, 후유장해, 의료비, 수술비 등을 모두 보장하고 최근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신규담보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정신 및 행동장애입원비’는 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증, 섭식장애, 틱장애 등의 정신질환 영역으로 보장을 확대해 최대 20만원까지 지급한다. 부가 서비스를 통해 멘털케어도 제공한다.
LIG손해보험은 태어나 바로 가입하면 상품변경이나 중도 전환 없이 각종 상해와 질병관련 보장을 110세까지 이어갈 수 있는 ‘LIG백년사랑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성인 3대 중증질환으로 불리는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대한 탄탄한 보장이 특징적이다.
뇌졸중과 급성심근경색증만을 보장하던 대부분의 기존 상품과는 달리 출혈 또는 경색증으로 명시되지 않은 뇌혈관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해서도 입체적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40세, 20년 납입 기준으로 플랜 설계에 따라 월 약 4만원에서 10만원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6월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치매보장을 특화한 ‘(무)The즐거운 시니어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치매보장을 특화해 건강할 때 예방부터, 질병 발병 시 진단·치료, 발병 후 요양까지 토털케어가 가능토록 했다. 또 장기요양급여금을 추가 보장해 치매 등으로 인한 간병비용이나 서비스 등도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씨 가족의 비극을 계기로 사각지대에서 곪아있던 '노인 치매'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이투데이는 [유병장수 시대의 그늘, 치매] 시리즈를 통해 치매환자 실태와 가족의 애환 점검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한류스타도 비켜가지 못한 50만의 비극
② 폭식에서 실종까지…치매의 모든 것
③ 구둣솔로 양치질을 해도 치매 아니다?
④ 80대 치매부모와 60대 간병자녀…고령화 가족의 눈물
⑤ 정부 대응 기다리느니…치매 공포, 이렇게 대처하자!
치매환자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이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정부는 지난해 치매 환자를 58만 명으로 추정했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노인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치매 환자는 15만 명밖에 안 된다. 4명 중 3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가족이 간병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치매 특별등급을 도입해 5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혜택에서 제외된 치매 환자가 38만 명 가량 존재한다.
정부가 치매를 국가가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질병으로 파악하고 대책에 고심하고 있지만 실상 국가의 혜택을 받는 환자들은 소수다. 앞으로의 정부 대책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개인들이 치매에 대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치매에서는 발발 이후 치료와 요양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법을 숙지하고 치매 조기 진단을 통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치매 예방습관에는 꾸준한 운동, 금연, 금주, 활발한 사회 활동, 적극적으로 머리를 쓰는 행동,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 등이 있다. 사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방법이고 지나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부모나 배우자가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순히 노화의 현상으로만 생각하다가 조기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치매는 특히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초기 치매 혹은 치매 전 단계에서 치료하게 될 경우 치매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병세를 호전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치료 효과가 현저히 줄어든다. 일상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고 인지할 경우 바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각 지역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검진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치매환자 가족들은 치매 환자가 실수했을 때 야단치거나 화내지 말고 기분전환을 시켜줘야 한다. 기억이나 지능에 장애가 있지만 감정은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생활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해 야간 이상행동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치매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대책도 고심해봐야 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치매 보험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치매 관련 보험은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시중에 다양한 상품이 있다. 다만 치매 보험은 가입자 본인이 치매에 걸리면 보험금을 수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구 대리인 제도'를 반드시 숙지해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