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모두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멕시코 맥주 코로나가 어쩌다 이렇게 우울한 바이러스로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 수입 맥주 보기 힘들었던 때에도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그리고 코로나... 이렇게 수입맥주의 대명사 같던 그런 맥주였는데...
한국 맥주 회사가 만드는 짙은 갈색 맥주병이 아니라 투명한 병에 노란색 빛깔의 맥주.. 지금은 동네 편의점에서도 팔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호텔 바나 전문 클럽에서나 팔던 수입맥주 코로나. 레몬을 잘라서 병 입구에 멋들어지게 꽂아 주던 그 코로나 맥주, 그 브랜드 이름이 지금은 전 세계의 공포와 원흉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사실 코로나 맥주는 멕시코의 대표적 국가 브랜드다. 라임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멕시코 사람들은 레몬 대신 라임 한 조각을 병 입구에 꽂아 쏙 집어넣고 마신다. 미국에서도 멕시코 원조를 따라 코로나에 라임을 넣어 마시는 것이 일반화됐다.
라임을 병 안으로 쏙 집어넣으면 맥주의 노란 빛깔에 연두색 라임이 보글보글 빠지며 라임의 맛이 더해져 시큼하고 알싸해진다. 미국에 있을 때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태평양 바닷가 앞 카페에서 코로나 맥주를 마시곤 했다. 바닷가에서 마시는 코로나 맥주 맛은 언제나 진리이다. 코로나 맥주 한 잔이면 '바로 여기가 파라다이스'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릴렉스 된다. 한마디로 매혹적인 맥주임이 틀림없다. .
코로나 정국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다.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것 이외에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 전시회 등의 문화생활도 참고 있다. 아니 공연이 다 취소돼서 딱히 갈 공연들도 없다.
문화생활만 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봄꽃을 보러 야외로 바람을 쐬러 가는 것도 뚝 끊었다. 지난해 벚꽃 만개했을 때 부산이나 광양, 여수, 순천, 보성 등 한국 전역을 돌아다니던 그때 사진을 구글 포토앨범에서 불러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딘가 돌아다니다 괜스레 민폐 끼치면 안 되니 말이다. 지인을 만나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을 하는 것도 서로 부담스럽다. 이 시국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자며 카톡으로 정(?)을 나누고 부대끼는 중이다.
잠깐 참고 집순이(?)로 당분간 살아야지 결심하며 실천하고 있지만 어떨 때는 갑자기 '욱'하고 그분이 올라오신다. 오늘 저녁 같은 경우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은 차츰 땅거미가 내려앉고 사람들은 지하철로 버스로 분주히 오간다.
갑자기 이 황금 같은 금요일에 어딘가 갈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사실이 갑자기 온몸으로 체감됐다. 서서히 그 분, '욱'이 올라오셨다. 아무래도 뭔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집 앞 도미노 피자에서 피자 한 판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인 수입맥주를 골랐다. 하이네켄, 호가든, 블루문과 스텔라 아르투아 4캔. 평소 즐겨 마시던 코로나에는 손도 가지 않았다. 자, 오늘은 피맥이다.
왁자지껄한 펍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피자 한 판, 깔아놓고 수입 맥주 골라 마시니 그럭저럭 집순이로 살아온 몇 주간의 스트레스가 조금 날아가는 것 같다. 근 한 달을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 맥주병을 들고 가볍게 병목을 부딪히며 지인들과 건배를 나눴던 그 시간들이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역시 사회적 동물인가? 은근 외톨이가 좋다고... 나에게 집중하겠다고 두문불출하던 내가... 타의에 의해, 사회적 환경에 의해 나가 돌아다니기가 꺼려지는 분위기가 되니 갑자기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정말 청개구리다.
멕시코의 대표 맥주 코로나 이야기를 꺼낸 김에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미칠라다(Michelada) 이야기도 좀 해야겠다. 흔히 멕시코의 맥주 칵테일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맥주에 이것저것 섞기보다는 맥주를 따라 마시는 컵 입구에 소금과 라임을 무치고 칠리 파우더까지 묻혀서 차가운 맥주를 부어 마시면 이를 다 미칠라다라고 부른다. 마치 데킬라나 보드카 마실 때 소금과 커피를 컵 입구에 묻혀 마시는 것과 같다.
멕시코 시티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바에서 미칠라다를 시켜 마셨다. 칠리 파우더에 소금, 그리고 라임까지 어떨 맛일지 상상은 했지만….OMG!! 맛은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어이쿠, 어떻게 이런 맥주를 마시지?' 멕시코 사람들은 이 맥주를 해장술로 마신단다. 정말 특이하다. 워낙 대중화된 술이라 간편하게 즐기기 위해 미칠라다용 인스턴트 컵까지 상품화됐다. 그 컵을 갖고 다니면서 찬 맥주만 부어 마시면 즉석에서 미칠라다가 된다.
이렇게 미칠라다 컵을 갖고 다니면서 맥주를 부어 마시고 또 마시고... 하루 온종일 맥주를 마시며 산다고 한다. 미칠라다 한 잔을 마셨더니 땀이 흘렀다. 마치 더운 여름날 매운 냉면 먹으면 땀이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해장을 하기 위해 이 술을 마시나 보다. 멕시코와 우리는 참 비슷한 식성을 가진 나라다.
'사회적 거리 두기' 스트레스로 오늘은 맥주 이야기만으로도 한 꼭지가 완성될 판이다. 정말 갑갑하긴 한 것 같다. 사실 지인들과 편안하고 예쁜 레스토랑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 한 잔 하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이 힘든 세상을 버텨 왔는데 이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요즘의 생활에 모두들 집단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난리들이다.
집단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방법이 하나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비법이다.
집에서 대충 먹는다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밥통의 밥 한 그릇 덜어서 그렇게 막 차려먹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먹을 때가 훨씬 더 많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하루, 그 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에는 일부러 나만을 위한 요리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해물볶음, 연어샐러드, 치즈도 조금 잘라놓는다. 약소하지만 근사한 나만의 만찬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여지는 와인 한 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 편 다운받거나 내 지식욕을 충족시켜줄 다큐멘터리 한 편 보면… 금요일 저녁 남부럽지 않은 ‘나와의 데이트’가 어느덧 끝난다. 내 나이 50에 들어서 뒤늦게 알게 된 ‘나와의 데이트’가 의외로 나를 위로한다. 집단 우울증으로 힘든 브라보 멤버들에게 강추!!
봄날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강의가 있는 날이면 그곳을 찾게 되었다. 강의실로 가는 골목길에는 늘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무심코 지나가는 길에 세워놓은 배너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지나다가, 커피 생각나거든, 들려주세요, 빈 커피잔과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꽃구경 간 줄 아시고요’ 어디서 많이 본 듯 낯익었다. 김용택 시인의 ‘봄날’을 패러디한 글이었다. 봄의 설렘을 잘 나타낸 시로 내가 좋아하는 시였다. 이 시를 알고 계시는 분이 누굴까 하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혹시 이 시가 김용택 시인의 ’봄날‘의 한 구절이 아닌가요?’하고 물으니 젊은 주인이 그렇다고 말한다. ‘아니 선생님도 그 시를 알고 계시네요’ ‘그럼요 제가 봄이 오면 가장 좋아하는 시인 걸요’ 그는 반가이 맞이하며 자리를 권한다. ‘봄날’의 시는 이렇다.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주인은 동지를 얻었다는 듯 낯선 방문객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더니 맛있는 커피를 끓여 주겠단다. 때마침 스피커에서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란 프로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분 취향이 보통이 아니다. 진정한 음악의 애호가이자 커피의 애호가였다. 디자인 간판 업을 하면서도 자기만의 멋진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한 스피커가 보통 음질이 아니었다. 얼마나 주었는지 물으니 값 좀 주었다고 한다. ‘지금 중고로 팔아도 샀을 때 보다 더 값이 나가지요.’ 음악 애호가들은 그렇게 팔고 사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갖추어 놓은 CD며 LP판이 추억의 DJ 다방 못지않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기쁘다는 듯 그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믹스커피 한 잔도 고마우련만 원두커피를 주시겠단다. 커피콩 갈리는 소리와 짙은 향이 작은 가계 안 가득 퍼져 나왔다. 무슨 커피냐 물으니 ‘예가체프’라며 좋은 커피라 한다. 커피 예찬이 보통이 아니다. 콩을 갈 때의 느낌과 커피 향이 행복하게 한단다.
음악을 들으며 진한 원두커피 향을 음미하니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다. LP판을 골라 젊은 시절 즐겼던 7080 노래를 들으니 금세 추억 속에 빠져들었다. 시 한 구절이 맺어준 인연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 다음부터 강의 하러 가는 날이면 사장님께 전화를 건다. ‘사장님! 오늘 저녁은 내가 살 테니 커피는 가게 음악다방에서 하시죠’ 나는 혜택을 받은 사람처럼 좋은 커피에 최고의 음악을 들으며 힐링할 수 있어 행복하다. 사장님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기쁘다고 한다. 그래서 기꺼이 자신이 손수 갈아 만든 좋은 커피를 내어준다. 시(詩) 한 구절의 인연이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들었다.
김용택 시인은 ‘봄날’이라는 시에서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 물을 따라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라고 노래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이 바뀐 이즈음, 책을 가까이하며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정갈하고 고즈넉한 책들의 고향, 종이의 고향에서 시집을 펼쳐 보고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봄맞이 산책을 떠나도 좋겠다.
‘종이의 고향’으로 떠나는 소박한 여행
파주출판도시는 책들의 고향이자 건축의 도시, 영화의 도시, 생태의 도시다. 출판인들이 모여 도시 건립을 위한 ‘위대한 계약’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이 흘렀다. 이곳에는 출판사, 인쇄소, 영화사를 포함해 500여 개의 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부터 책방, 박물관, 북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근거리에는 야트막한 심학산이 있고, 거리 곳곳에 아담한 벤치가 있어서 잠시 멈춰 쉬기에 좋다. 겨울에 갈대가 우거졌던 샛강 변은 지금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얕은 강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재두루미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오다가 문발IC로 진입하면 오른쪽에 ‘출판도시의 심장부’라 불리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있다. 이곳은 건축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물로 2004년 제14회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받았다. 박물관, 강연장, 숙박 시설이 있는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인문학 강연, 작가와의 만남, 예술작품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2014년 이곳 1층에 개관한 ‘지혜의숲’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서재이자 독서공간이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모두 개인과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것으로, 15만여 권의 책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카페도 있어 커피를 한잔 마시며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안쪽에는 ‘북소리’라는 할인서점이 있고, 2층에는 헌책방 ‘보물섬’이, 3층에는 출판산업체험센터가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책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하루를 지내면 어떨까.
바로 옆 ‘지혜의숲3’ 1층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기증한 책들이 다양한 형태의 서가에 들어차 있고, 좌석들은 편안한 형태로 꾸몄다. 2층부터 5층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이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 객실은 TV가 없는 대신 책들이 비치돼 있다. 79개의 객실 중 박경리, 박완서, 김훈 등 작가들의 전집이나 소장품으로 꾸민 ‘작가의 방’과 출판사 책으로 구성한 ‘출판사의 방’도 있다. 객실 크기는 9평 정도로 TV없는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건물 왼편의 응칠교 근처에는 전북 정읍에서 ‘김동수 씨 작은댁’의 사랑채를 옮겨 세운 ‘서호정사’가 있다.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쓴 안내문을 보면, 1971년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된 ‘정읍 김동수 가옥’은 김동수의 육대 조상 김명관이 1784년경에 지었다. 김명관의 둘째 아들 김상하가 1834년에 김동수 씨 작은댁을 십여 년에 걸려 지었으니, 현재 186년의 역사를 지닌 고가다. 출판도시에 하나뿐인 이 건물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는 출판도시의 뜻이 담겨있다. 5월이면 한옥 담장을 따라 흰 꽃 등나무에 향긋한 꽃이 주렁주렁 피어날 것이다. 국어학자이자 시인인 일석 이희승 선생이 아끼던 50년 수령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지혜의숲 뒤편에 놓여있는 야외 벤치에 앉아 갈대 샛강을 구경하거나, 건너편 책방거리까지 갈 수 있도록 꾸며놓은 ‘김소월 시의 다리’를 산책하노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얼굴을 간질인다. 진달래꽃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야간조명 덕분에 밤에는 더 낭만적이다. 출판도시에서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 만들기’까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열화당책박물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등을 해설사와 함께 투어할 수 있는 특별한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건물 정면 맞은편에 있는 피노키오뮤지엄과 카페 헤세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책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자.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산에 가자" 오랜만에 전화한 동갑내기 친구가 대뜸 산에 가자고 한다. 정년까지 일하겠다는 당찬 그녀. 코로나19로 장기간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떠올랐지만 서로 바쁘기 전에는 자주 산행을 하던 친구라 단칼에 거절이 어렵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되지 않을까. 조심조심 다녀오자고 마음을 굳힌다.
그녀와 나는 걸을 때 보폭이 비슷하다. 빠르거나 더디지 않으니 산길에서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편이다. 오랜만에 산에서 먹는 밥맛은 또 얼마나 좋을까? 쳐져있던 마음이 한껏 부풀어 들뜬 맘으로 집을 나선다.
불광역 2 번 출구에서 장미공원 방향으로 걷다보면 북한산 족두리봉으로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그녀와 내가 좋아하는 코스다. 시작부터 가파른 만큼 재미도 있다. 맘이 통했는지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족두리봉으로 향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진분홍 꽃들이 길 양 쪽에 마주 서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 길에 진달래가 이렇게 많았나? 새삼 놀랍다. 겨울이 멈칫대는 사이 몰래 온 봄이 족두리봉과 연결된 좁은 오솔길 사이에서 노닐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 누런 흙먼지가 날린다. 중턱쯤 오르다 마스크를 벗었다. 때마침 능선을 타고 넘어오던 바람이 맑은 공기를 훅 몰아준다. 누구랄 것 없이 크게 숨을 들이킨다. "와아! 너무 좋다~" 산 중턱에서 마시는 공기는 집에서 마실 때와 확실히 다르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공기가 맑아서인지 혹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난 곳이라고 생각해선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족두리봉 너른 바위를 등지고 앉아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마을을 내려다본다. 바짝 말라 건조한 하늘 아래 봉긋봉긋 솟은 아파트와 빌딩, 사이사이 납작납작 엎드린 다가구 주택들. 탁한 느낌인데 신기하게 하늘은 푸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이 다가갈수록.
산에서 먹는 밥은 유난히 맛있다. 후다닥 챙긴 밥과 조금씩 덜어내 온 반찬이 꿀맛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마주하니 마음도 여유롭다. 사는 게 뭐라고 그리 아옹다옹 하냐고 즐겁게 살자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꾹꾹 눌러 담은 밥그릇이 텅 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 손질해온 딸기를 입에 넣던 그녀가 불쑥 말했다. 지난 연말 세상을 떠난 남편이 시간이 갈수록 그립다고. "그렇구나… 그렇겠지…." 친구로서 해줄 수 있는 게 그저 끄덕끄덕 고갯짓이라 슬프다.
족두리봉을 끼고돌아 향로봉으로 향했다. 진분홍 진달래와 노란 개나리가 나무 사이사이마다 만개했다. 사진을 찍어 확인해보니 수분이 모자라 꽃잎이 바짝 말랐다. '멀리선 아름답게만 보이더니 너도 애쓰는 중이었구나' 하긴, 사람도 그렇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한 걸음 가까이 들어가 보면 걱정과 근심이 있다. 사람이나 꽃이나 서로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때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달콤한 행복을 떠올리다
습기라곤 없는 진달래꽃을 따서 입에 넣고 씹어본다. 텁텁한 꽃 향이 입안에 퍼진다. 기분이 좋다. 나란히 걷는 친구의 입에도 넣어준다. 몇 해 전, 혼자 배낭을 메고 산에 올랐다가 소나기를 만난 날은 아카시아 꽃을 따먹었다. 비를 피하느라 바위 아래 멈췄다 내려오는 길에 따먹었던 젖은 아카시아 꽃잎은 얼마나 달콤했던지. 그 후로 산에서 꽃을 보면 입안에 넣고 씹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처럼 먹어도 되는 진달래, 아카시아가 대부분이지만.
그녀의 수다가 줄었다. 진분홍 꽃잎을 오물오물 씹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문득 오늘 같은 날은 아카시아 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씹을수록 달콤한 그 꽃. 아카시아 꽃을 씹으며 행복하던 그 느낌이 그립다. 그녀와 함께 오물오물 달콤한 행복을 씹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다음엔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지. 아카시아 꽃 필 무렵 산에 가자고 해야겠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4월 1일(수)부터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을 주 1회 온라인 연재합니다. 코로나19로 어둡고 우울한 시대에, 삶의 즐거움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유머로 버무려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청명, 한식도 지나 천지는 꽃이 한창인데, 나가서 놀 수 없으니 참 환장 된장하겠지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아예 유채꽃밭을 갈아엎고, 벚꽃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길을 막는 판이니 집에서 꽃 같은 마누라나 쳐다보고 살아야지 별수 있겠수? 아무래도 꽃 같지 않으면? 눈 딱 감고 꽃이라고 불러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고 하잖우?
며칠 전, 3대 9년 만에 마나님과 같이 양재천을 2시간 산보했다는 사람이 카톡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는데 “벌써 벚꽃이 지기 시작하더라”고 썼더군요. 그러면서 시 두 편을 인용했어요(그분이 쓴 대로 옮김).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서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 먼 산이 다가서다.” 또 하나는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설어마라/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가노라 휘젓는 봄을 새와 무삼하리오”라는 시였어요. 그러면서 두 시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앞의 시는 조지훈의 ‘낙화’, 다음 것은 송순(1493~1583)의 시조인데, 시상이 비슷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꽃이 죽을 둥 살 둥 온 힘을 다해 피고 있는 판에 벌써 진다고 하는 데 심통이 나서 나도 모르게 교정본능이 발동했지요. 이런 카톡 대화가 오갔습니다.
-역시 겡상도. 별이 하나 둘 서러진다고라고라고라고라?
-서러진다가 아니고 뭐당가?
-서러진다→스러진다. 강물아 헐러헐러 어디로 가니? ㅋㅋㅋ
-내가 봐도 한심하네.
-오날도오 걷는다이마는, 남들은 이렇게 방랑을 노래할 때 겡상도 여러분은 오날도오 긋는다이마는, 요렇게 여기저기 외상을 달아놓고 댕깁네다.
-이 좋은 시들이 고노무 갱상도 땜시로 완존 묻쳐버렸네. 근데 솔직히 말해 서러지고나 스러지고나 그게 그거 아닌감요?
-글면 서러운 게 스러운 거와 같남유? 그리움과 거리움이 같구유? 바리케이더 암만 쳐봐야 헛일이고, 고속버스 트미널 가봐야 버스 타기 어려울기구마는.
경남 남해가 고향인 그분은 끝까지 으와 어가 잘 구분되지 않는 거 같았습니다. “최소한 나한티는 그게 거게지라” 하며 마무리를 했거든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요. 내가 아는 다른 사람, 이 사람은 경남 진주가 고향인데 남해 사람보다 더 심합니다. 말이 그렇게 나오니 그렇게 쓰는 거겠지만, 며칠 전에도 외래어를 현지 발음 기준으로 표기하려면 ‘그기’ 발음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철저히 연구 분석한 바는 없으나 ‘으’를 ‘어’로 잘못 쓰기보다 ‘어’를 ‘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그러나 우야든동(남해 사람은 우야동동이라고 합디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 좋아합니다. 재미있어요, “사랑합니다”를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면? “난 때려쥐기도 그런 말 몬한다.” 이런 농담 얼마나 재미있나요? 경상도 사투리의 대표적 예화는 “뱅갑이 아배요…”로 시작되는 경북 영양 사투리인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암호 해독하는 것만큼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직 모르는 분은 찾아보시길.
이 세상에 같은 말은 안 계십니다.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요? 내가 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인용하는 모범 문장이 있습니다. “야, 니 남편 참 멋있더라” 하는 것과 “야, 니 남편 참 맛있더라” 하는 게 같겠습니까? 이 말만 하면 다들 꼼짝 못하고 100% 납득하더군요.
으와 어를 구분하지 못하면 어흐흐 하고 울고 싶을 때 으허허 또는 으흐흐 하고 웃게 됩니다. 으와 어가 헷갈리면 하던지와 하든지의 차이도 모르게 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던은 과거요, 든은 선택, 구분인데 말입니다. 그러니 힘들겠지만 두 가지를 잘 구분하시되 사설(社說이든 辭說이든)이라면 늘어놓고, 빨래라면 널어놓으세요. 단, 늘어놓은 거든 널어놓은 거든 나중에 정리하고 거두는 건 다 자기 몫입니다.
임철순 약력
서울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역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등 수상. 저서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등. 대한민국서예대전 5회 입선.
벚꽃은 눈부신데 즐기지도 못하고 봄이 깊어간다. 피어나는 꽃들을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적이 언제였나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봄을 빼앗기고 행동반경도 좁아졌다. 더구나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봄꽃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각종 집회와 행사의 자제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만남도 기약할 수도 없이 미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겨나는 이런 피로감을 풀어나갈 방도가 필요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들 주변엔 늘 공원이 있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선유도 공원에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만개한 목련은 조금씩 꽃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푸릇푸릇 봄을 알리는 나무들의 연둣빛 색감이 곱다. 봄이 시작된 공원엔 봄꽃이 가득하다.
한강 위의 작은 섬 선유도 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 공원이다. 선유도 정수장이었던 곳이 2000년도에 폐쇄되면서 물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개방된 것이 2002년이다. 주요 시설들은 이전 정수장의 골격을 그대로 살려둔 채 공원으로 개조를 했기 때문에 독특한 연출이 멋스럽기까지 하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환하게 봄꽃들이 맞이한다. 건강한 몸짓으로 사진 촬영 중인 청춘들의 발랄함이 즐겁다. 엄마 손을 잡고 봄나들이 나온 아가들의 순진무구한 표정, 흩날리는 꽃바람을 맞으며 가족이나 연인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봄 풍경 속에 벤치에 앉아 봄날의 정취를 누리는 어른들의 모습도 있다.
공원 둘레를 걷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봄꽃과 한강이 함께 하는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선유도 공원이다. 군데군데 널찍한 의자에 앉아 간단히 간식이나 차를 마시며 쉬는 풍경은 바라보기에도 여유롭다.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에서 이렇게 넓은 야외로 나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기 밀도 높은 실내 공간은 아무래도 바이러스 전파가 더 쉬울 수 있다. 굳이 밀폐된 공간보다는 가까운 곳의 공원을 찾아볼 일이다.
봄은 한창인데 출구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강력하게 진행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행동반경이 줄어들었다. 우리 주변에 공원이 있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오늘의 일진은 부모님이 내려주신 자신의 몸을 잘 간수하면 효자가 아니겠는가 낙마수가 옅보이니 일신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경거망동은 삼가 할 것이며 교통사고, 낙상을 주의하라.
•84년생 : 힘을 엉뚱한 곳에 쓰게되니 몸 상함을 조심하라.
•72년생 : 길 가다가 낙마수라 안전 운전해야 모면한다.
•60년생 :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라 힘들면 쉬어가야 한다.
•48년생 : 힘은 차는 것 같으나 몸이 말이 안 들으니 밀고 나가면 다친다.
◈ 소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정확한 판단만이 내가 나아갈 길이니 다시 한번 조사하라.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맑은 해안으로 살필 것이니 철두철미한 사전 분석및 자신의 처지를 잘 간파함이 길할 것이다.
•85년생 : 굉장한 대우를 받는 운이나 겸손을 잃으면 화가 따른다.
•73년생 : 적당히 넘어가든 일들도 나를 괴롭히니 아래위를 잘 돌 보라.
•61년생 :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일이 힘든다. 재수는 길하다.
•49년생 : 작은 투자는 하되 큰돈 투자는 삼가야 한다.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아는 길도 물어보고 가야한다. 엉뚱한 일로 길을 헤매는 수가 있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매사에 부주의로 인해 화가 미칠 우려가 있으니 매사를 신중히 처리함이 길할 것 이다.
•86년생 : 답답하든 가슴이 확 뚫리니 못하든 것들을 마음껏 해 보라.
•74년생 : 힘에 무리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무리하면 다친다.
•62년생 : 속상하는 일이 많으니 털어 버리고 여행이라도 하는 것이 길하다.
•50년생 : 집안 단속을 잘하고 하려든 일이 있으면 다음에 하라.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올라오는 기운을 잠재우지 못하면 화를 불러일으킨다. 운세가 불길하니 매사에 자중할 것이며 결정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면 후일로 미룸이 길 할 것이다. 흉함이 있을때는 자중함이 길하다.
•87년생 : 오늘 하루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푹 쉬는 것이 좋다.
•75년생 : 밖에 나가면 술밥간에 좋은 일이 있으나 지나치면 불길하다.
•63년생 : 위태한 마음이 건강을 손상시키니 산에라도 오름이 좋다.
•51년생 : 재수는 평평하나 신경 쓸 일이 많이 생긴다.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아름다운 꽃이 향기를 잃은 격이니 좋다고 한 일이 나를 괴롭힌다. 의외의 일로 인해 일신이 곤고해지니 돕고자 한일도 득이 없고 원망만 있을 수이니 자중하여 행하는 것이 길할 것이다.
•76년생 : 이성 문제는 갈등이 풀리나 해야할 일이 늦어진다.
•64년생 : 몸도 마음도 지쳐 있으니 신경을 써도 힘이 든다.
•52년생 : 파도 소리가 요란하니 일거리는 오가는데 주머니가 빈다.
•40년생 : 도처에 재운이 흔들리니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많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이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결과를 기다림에 있어 은연자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급한 마음으로 망동하다 흉함을 입을 것이니 사태를 관망하라.
•77년생 : 침체 속에서도 하든 일을 계속해야 뒷날의 걱정이 없어진다.
•65년생 : 쉬는 날에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좋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53년생 : 재능을 인정해줄 사람을 찾아봄이 내일을 위해 좋은 일이 된다.
•41년생 : 작은 물도 새면 큰물이 되니 잘 찾아내야 앞으로의 누수를 차단한다.
◈ 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가정이 화목하니 하루를 집안에서 즐겁게 지낸다. 가화만사성이라 집안이 편해야 모든일들이 잘 되는 것이다. 그동안 소홀한 일이 있었다면 가족간에 정을 돈독히 해 해결함이 길할 것이다.
•78년생 : 계획에 구멍이 없는가를 다시 한 번 점검 해봄이 길하다.
•66년생 : 투자할 항목을 잘 골라두면 내일의 일들이 가볍게 풀린다.
•54년생 : 가정에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잘 살피면 좋은 하루가 된다.
•42년생 : 자손들이 좋은 선물을 가져오니 내 것 나가도 기분이 좋다.
◈ 양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급할수록 돌아가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모든 일이 제대로 된다.급하게 먹은 떡은 채하기 일수이니 차근히 살피어 행하는 것이 길할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79년생 : 불편하던 마음은 가라앉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구나.
•67년생 : 금일은 아무 것도 생각 말고 조용히 쉬어감이 길하다. .
•55년생 : 쉬는 날에도 어제 일이 잘되었는지 돌아보는 것이 좋다.
•43년생 : 지친 몸을 더욱 괴롭히면 앞일에 지장이 많다.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고기가 봄물에 노는 격이라 기다리던 일을 서서히 준비해 볼 때이다. 노력했던 자에게는 길함이 가득해 복을 받을 것이나 게으른 이에게는 한낮 뜬 구름과도 같은 괘이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라.
•80년생 : 갈등 느끼든 일이 가슴을 열어 보이니 풀려 가는구나.
•68년생 : 추진하든 일도 쉬어감이 길하다.
•56년생 : 안 되든 일이 오후에야 풀리니 마음 조리지 마라.
•44년생 : 출 행을 삼가라 나가면 몸 상하는 일이 있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갑갑한 마음에 하던 일을 늦추니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어려움에 국면에 손놓고 하늘을 쳐다 볼 수 없지 않겠는가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지혜가 필요 할 것이니 처음과 같이 하라.
•81년생 : 계속 밀고 나감이 좋다. 그만두면 손해를 본다.
•69년생 : 오려든 손님이나 소식이 시간이 많이 지나야 온다.
•57년생 : 그림 속의 떡이라 보는데 만족해야 재수에 이상이 없다.
•45년생 : 늦게 출타하니 어둠이 걱정이라 사고를 조심하라.
◈ 개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밖은 웃고 안은 근심이니 꾀하는 일은 안에서부터 점검하라. 겉은 화려하여 남에게 부러움을 받을 것이나 안으로는 곤고함이 이를 때 없도다. 문제점을 파악하여 빠른 시일내로 해결함이 길하다.
•82년생 : 바라는 바가 크면 이루어지는 일도 크다. 원대한 계획을 세우라.
•70년생 : 눈앞의 어려움에 탈기하지 마라. 곧 좋은 해답이 나온다.
•58년생 : 건강을 위하여 조용히 뒤돌아보며 휴식을 취함이 길하다.
•46년생 : 괴로움과 즐거움이 엇갈리는 운이니 조용히 보냄이 길하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오늘의 일진은 주인을 잃은 부인의 마음이니 보증 문서 등에 조심하라. 인간구설에 손재가 발동할 우가 있다. 모두가 내맘과도 같지 않으며 사람이 거짓말 하는가. 운이 따라 주지 않으니 타인의 보증은 주의하라.
•83년생 : 보냄은 곧 다시 얻음이니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71년생 : 새로운 마음을 가지면 새 일거리가 나선다.
•59년생 : 도장을 조심하라 아랫사람의 일로 문서로 구설 시비 수가 많다.
•47년생 : 골치 아프든 일이 풀리고 재수 대통하니 움직이면 길하다.
무엇이든 처음 도전하는 일은 경이로운 일인가 보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농사일을 도왔지만 벌써 50년 전 일이다. 그땐 시키는 일만 따라 했기에 신비로움도 없었다. 생계를 위한 노동의 일이니 고되고 힘들 뿐이었다. 도시에 살면서 모든 것을 시장에서 사 먹어야 했다. 얼마 전 은퇴하면서 주말농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도보로 30분 거리에 주말농장을 분양하는 곳이 있었다. 성내천 산책로 바로 근처였다.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경쟁 속에 분양이 끝났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 옆 일반분양하는 곳을 계약했다.
분양계약을 마치니 주인이 웃으면서 농담을 건넨다. ‘이제 선생님 땅입니다. 가져가세요.’ 서울 한복판에 내가 농사지을 땅이 생겼다니 기분이 묘했다. 비록 1년 계약의 작은 땅이지만 분명 내 소유다. 1년 먹을 채소와 야채를 해결한다니 기대가 부푼다. 주위 환경도 좋았다. 근처에 벚꽃이 줄지어 핀 성내천이 흐른다. 물속에는 잉어가 큰 입을 벌리고 먹이를 조른다. 서울 도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이야.
아내와 함께 무엇을 심을까 상의하는 일도 즐거웠다. 경험자의 조언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심을 작물을 선정하였다. 농작물도 심는 시기가 있어 아무 때나 심거나 씨뿌리는 게 아니었다. 우선 감자와 채소 씨를 뿌리기로 했다. 감자는 집 베란다에 있는 감자를 쓰기로 했다. 봄이 되니 싹이 터 있었다. 씨눈을 중심으로 두세 조각씩 잘라내니 씨감자가 되었다.
농장 옆 화원에는 수 십 가지 씨앗을 팔고 있었다. 상추도 식감과 맛이 다르다는 흑삼치마, 모듬 상추, 상추 적치마, 뚝섬 적치마 등 종류도 다양했다.
20년 농사를 지은 농사꾼의 조언에 따라 상추는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모종보다 씨뿌리는 상추가 훨씬 풍성하고 맛있다고 한다. 다른 야채로는 부추, 케일, 쑥갓, 당귀, 청경 근대, 아욱 등을 골랐다. 토마토는 큼직한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등 3포기씩 심기로 했다. 고추도 풋고추와 매운 청양고추 그리고 가지, 열무를 순차적으로 심고 밭 입구에 옥수수 몇 포기를 수위병처럼 심기로 했다.
거름을 주고 흙을 골라 만든 둔덕에 골을 내고 씨앗을 뿌렸다. 파란 새싹이 자랄 생각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하루가 멀다고 주말농장을 찾게 되었다. 손수 씨 뿌려 가꾸는 농장이라 애착이 가고 궁금해진다. 첫 아이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평소 야채를 많이 먹기에 직접 키우는 주말농장은 참 잘했다 싶다. 주말농장이 왜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혜택이 있었다.
1. 신선한 야채를 직접 생산해 먹을 수 있다
2. 씨 뿌려 가꾸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3. 식물의 생명력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4. 자연과 소통할 수 있다.
5. 이웃과 나눠 먹으며 우의를 나눌 수 있다.
6. 오가며 건강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7. 나만의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새싹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설렘이요. 커가는 식물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심은 대로 거두어들이는 자연의 겸손함. 잡초를 제거하고 가꾸며 수확하는 기쁨에 흠뻑 빠질 것이다. 수북이 올라온 야채를 뜯어, 밭 자락 원두막에 올라 삼겹살 구워 먹는 들 밥맛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포가 음산한 안개처럼 온몸을 감싸고돈다. 주말이면 즐겨하던 테니스운동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테니스장이 폐쇄되는 통에 통하지 못했다. 테니스장뿐만 아니라 사람이 모여 운동하는 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예방의 한축인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운동은 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딱히 운동할 곳이 없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운동을 못한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고 달포가 지나다 보니 몸도 근질근질하고 쌓이는 뱃살에다. 뭔가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고 맑은 공기와 햇볕을 마음껏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생각해보니 등산과 걷기가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걷기보다는 두 세 명이 함께 하면 무엇을 해도 좋다. 서로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혹 모를 사고가 발생해도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좋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친구 두 명에게 ‘서울둘레길’157km을 함께 완주 해보자고 의사타진을 했더니 쌍수를 들어 답을 한다. 매주 토요일 10시에 출발지에서 만나서 10km정도 걷는 것으로 대략적인 얼개를 짰고 이미 몇 개 코스는 실천을 했다.
제4코스 양재시민의 숲에서 출발하여 소가 잠을 자는 형상의 산이라는 우면산을 돌아서 사당역까지의 도보길 7.6km 3시간 20분 코스다. 만나기로한 양재시민의 숲 5번 출구에서 일행 3명은 단1분도 지각하는 사람이 없이 만났다. 작은 약속도 약속이다. 우리는 철칙처럼 시간 약속은 지킨다고 다짐을 한 사람들이다.
일행 세 사람은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주제가 공유되어 좋다. 지난주에 쓴 글이나 읽은 책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한다. 오늘 대화 중 한 토막은 법륜스님이 71세의 어느 할아버지에게 잘 늙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주제가 되었다. 봄꽃은 예쁘지만 떨어지면 지저분해서 비로 쓸어버리지만 잘 물든 단풍은 떨어져도 사람이 주워가서 책갈피에 꼽기도 한다. 즉 잘 늙으면 청춘보다 낫다는 말에 여유로운 ‘시간부자’ 시니어는 공감했다. 잘 늙는 방법은 욕심을 부리지 말고 과로하지 말고 잔소리를 줄이고 재산관리를 잘 하라는 말이다. 세 사람 걷기 친구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아님에도 실천이 어렵다는 생각을 함께 하며 계속 걸었다.
산행 중에 말을 하면 숨이 가빠온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과욕을 하지 않는 시니어의 산행 기본이다. 빠른 걸음으로 잽싸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이에게는 길을 비켜준다. ‘산악마라톤’하는 20대의 청년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달려간다. 나도 한때는 산악마라톤을 했지만 지금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하지 않는다. 나이에 맞게 멈출 때 멈추는 것도 용기다.
도보 중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원들을 만났다. 보이지 않는 유권자들을 찾아 산에까지 올라오다니 정성이 대단하다. 손뼉을 쳐주며 이런 초심을 잃지 말고 당선되면 끝까지 국민을 생각해달라는 내 반응에 운동원들이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무리 소리쳐도 무덤덤한 유권자들만 보다가 파이팅을 해주며 반응하는 내 모습에서 힘을 얻는 눈치다. 내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얻게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종착지인 사당역까지 왔다. 유명하다는 냉면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4월의 햇볕과 봄바람에 진달래꽃의 향기가 더해져 면역력이 강화되었을 것이라고 믿으니 졸음이 올 정도의 피곤함에도 기분은 좋다.
모든 병을 고치는 영역이 의사의 몫이라면 예방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직접적 예방법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은 우리의 일상사가 되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불안하다. 조심한다고 해도 사람을 매개체로 전파되는 병원균은 언제어디서 누구로부터 전염될지를 모른다. 오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문자가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월19일까지 2주 연장되었으니 한번 더 동참해달라는 호소문자다. 남들과 2m이상 떨어져 혼자 하는 면역력 강화 운동을 생활에서 찾아 계속해야겠다.
# 펭수, 디 오리지널 (EBS · 한국교육방송공사)
‘자이언트 펭TV’ 제작진과의 협력으로, 3개월에 걸쳐 제작한 펭수 화보 매거진. 지난 1년 간 펭수의 활동 하이라이트와 인터뷰를 비롯해 펭클럽 인증 모의고사, 팬아트 모음, 펭수의 은밀한 사생활 화보, 미발표 자작시 등이 담겨 있다.
# 서울 아파트 지도 (이재범 저 · 리더스북)
저자가 서울 25개구 전역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분석하고 엄선한 ‘돈 되는 구축 아파트’ 272곳을 소개한다. 교통부터 학군, 실거주 환경, 가격 변동, 재건축 이슈, 향후 전망 등 구축 아파트의 단지별 정보를 상세히 수록했다.
#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저 · 후마니타스)
공기업 사무직으로 38년간 일했던 60세 퇴직자가 생계를 위해 시급 노동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쓰기 시작한 노동일지. 아파트, 빌딩, 버스터미널을 전전하며 경비원, 주차관리원, 청소부, 배차원으로 살아 온 3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저 · 인플루엔셜(주))
구글 최초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혁신 전문가인 저자가 탁월한 아이디어를 설계하는 최적의 방법론을 제안한다. 저렴하고 쉽고 빠르게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8가지 프리토타입 기법과 이를 통한 활용 전략 등을 아우른다.
# 오늘, 나를 위한 꽃을 (오유미 저 · 위즈덤하우스)
유명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드라마, 전시 등에서 독보적인 꽃 장식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플로리스트 오유미의 꽃 에세이. 다채로운 꽃 사진과 서정적인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선사한다.
# 소설 보다: 봄 2020 (김혜진 외 공저 · 문학과지성사)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다. 이번 봄에는 김혜진의 ‘3구역, 1구역’, 장류진의 ‘펀펀 페스티벌’, 한정현의 ‘오늘의 일기예보’와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 팬데믹 (홍윤철 저 · 포르체)
세계보건기구 WHO는 날로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팬데믹’을 선언했다. WHO 정책자문위원이자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인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정리한 팬데믹 시대의 생존 해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