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벚꽃이 만개했다. 우리 동네 가로수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조명이라도 밝혀 놓은 듯 세상이 환하다. 온 땅이 기지개를 켜듯 기운이 살아난다. 강원도 산불의 주범이었던 강풍에도 아직은 세상을 떠날 의사가 없는 듯 벚꽃들은 완강히 가지에 달라 붙어있다. 봄은 힘이 세다. 꽃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그러나 봄은 곧 퇴장한다. 꽃들도 끈질긴 생명력을 때가 되면 미련없이 버린다. 가야 할 시간이 되면 봄바람에 흩날리며 장렬히 산화할 것이다. 그 모습은 결코 추하지 않다. 이형기 시인은 를 이렇게 노래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식물도 이렇게 있어야 할 때는 모진 외풍에도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역할이 끝나면 미련 없이 물러나거늘.. . 그래서 그 모습은 비장하게 아름답거늘... . 어째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그리도 떠날 때를 모르고 미적거리다가 망신을 당하고야 마는지...
얼마 전 TV 토크쇼에서 배철수를 만났다. 젊은 시절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송골매의 배철수가 화사한 은발과 맑은 얼굴을 하고 등장했다. 여기에 뜬금없이 배철수를 소환한 것은 본받을만한 그의 삶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넘치는 환호를 받으면 몹시 불편하단다. 가진 것보다 조금 못하게 평가받을 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소박하지만, 요즘 세태에서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최근 허세의 아이콘으로 세상을 주름잡던 한 청년이 이카로스처럼 한없이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상 이치의 엄정함을 새삼 절감한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계영배’도 떠오르는 요즘이다. 술잔의 구조가 70% 이상을 따르면 아래로 새 버리게 되어 있어 욕심을 버리라고 절제를 가르치는 술잔이다. 행복은 욕심으로 얻을 수 없다. 오히려 절제 속에 행복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형기는 그것을 이렇게 노래한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그렇다. 가야 할 때 가는 것이 축복이다.
무너지고 있는 그 연예인 뿐만 아니라 떠나야 할 때를 모르고 구질구질하게 자리에 매달려 있는 ‘벼슬 높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들이다.
4월의 찬란한 신록을 만나기 위해 하동으로 간다. 악양행 버스를 타고, 화개천 옆을 지난다. 간밤에 흩날렸을 벚꽃 잎을 상상하며 아름드리 벚나무 가로수 길을 달린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은빛 섬진강과 푸른 보리밭이 봄볕에 반짝거린다. 섬진강가 산비탈에는 야생차밭이 연둣빛 생기를 뽐낸다.
걷기 코스
화개시외버스터미널▶시내버스 타고 악양면으로 이동▶매암제다원(매암차박물관)▶하덕마을 담장 갤러리▶드라마 ‘토지’ 촬영지▶박경리문학관▶최참판댁▶시내버스 타고 화개장터 또는 화개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산자락 아래 볕 좋은 동네 악양
화개시외버스터미널에 악양행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린 행복버스 안내 도우미가 연로한 승객들을 부축해 승하차를 돕는다. 기사도 승객이 승하차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한다. 안내 도우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악양(개치)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도보 1분 거리에 매암제다원이 있다. 매암제다원은 3대에 걸쳐 40년 동안 친환경 자연농법으로 차밭을 가꾸고, 악양에 전해오는 전통 제다법으로 차를 만드는 곳이다. 다원 안으로 들어서 매암차박물관 옆을 지나자, 초록빛 야생차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원에 따사로운 봄볕이 가득하다. 높을 岳(악), 볕 陽(양) 자를 쓰는 악양다운 풍광이다.
마침 매암차박물관의 장효은 학예실장과 이윤경 기획실장이 야외에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매암제다원에서 파는 차가 녹차가 아닌 홍차인 이유를 묻자 장 실장이 “많은 사람이 녹차나무와 홍차나무가 다른 나무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나무예요. 찻잎을 발효하면 홍차 잎이 돼요. 악양 사람들은 옛날부터 홍차로 만들어 먹었어요. 서양 홍차는 우리나라 찻잎보다 크고, 맛과 향이 진하죠”라고 대답한다. 이 실장도 거든다. “이곳 할머니들은 찻잎을 잭살이라 불러요. 4월에 처음 딴 찻잎을 참새 雀(작), 혀 舌(설) 자를 써서 작설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서 유래한 것 같아요. 식구들이 감기나 배앓이를 하면 잭살을 한 움큼 넣고 푹푹 우려 약차로 만들어 먹였대요.”
13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차가 처음 전래된 곳이 하동이다. 임금에게 차를 진상했던 곳도 하동이다. 악양과 화개 산비탈에 자리 잡은 대규모 야생차밭은 한없이 경이롭다. 하동 사람들의 차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할 만하다.
은은한 차 한 잔의 위로
2만여 평의 차밭이 굽어 보이는 매암제다원 마당에 매암다방이 있다. 나무꾼이 살 것 같은 아담한 오두막이다. 실내에 차밭이 보이는 벽마다 큰 창을 내어 자연을 담은 액자처럼 꾸몄다. 실내에 있기에는 아까운 계절. 찻그릇을 담은 차 쟁반을 들고 나가 차밭이 잘 보이는 감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간지러운 봄볕을 즐기며 찻잎을 우린다.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고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발효된 홍차는 녹차보다 맛이 순하고 구수하다. 찻잔이 작으므로 마주앉은 이의 잔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 서로 잔을 채워주며 따스한 차담을 나누라고 찻잔이 작은 것일까 생각해본다.
찻잔 위로 스치는 봄바람에 참새 혓바닥 같은 찻잎들이 쫑긋거린다. 연둣빛 여린 찻잎에서 천 년을 이어온 생명력을 느낀다. 다원 입구에 있는 매암차박물관은 일제강점기에 수목원 관사로 사용했던 적산가옥이다. 흰 목조 건물과 푸른 차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차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 130여 점을 전시한다. 차 문화사 강좌, 차 만들기 체험, 차 따기 체험, 하동 차문화 기행 등 문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암제다원(매암차문화박물관) 여름철 10:00~19:00, 겨울철 10:00~18:00, 월요일 휴무, 관람 무료, 매암다방(셀프) 찻값 3000원.
사계절 차꽃 피는 하덕마을
매암제다원을 나와, 시골길을 타박타박 20분쯤 걸어 하덕마을에 도착한다. 27명의 작가가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 사진, 조형물을 만들어 골목을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벽화뿐만 아니라 나무, 철, 도자기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이 담장에 전시돼 있다.
마을 입구 ‘팥이야기’ 카페에서 출발해, 발소리를 죽이고 고요한 돌담길을 스며들듯 거닌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차꽃이 흩날리는 그림 ‘차꽃’과 매화가 핀 찻잔과 보름달을 그린 ‘달 아래에서’, 장식장에 찻잔이 가득한 ‘찻잔’ 벽화가 눈길을 끈다. 기와지붕 처마에 거꾸로 매달린 차꽃 조형물은 이름도 어여쁜 ‘꽃비내림’이다. 담장 위에는 농악대를 형상화한 철 조형물이 곡예를 한다. 가만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정서는 ‘푸근함’이다. 시골 정취가 가득한 하덕마을과 정감 있는 예술작품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골목길을 만나 가슴이 설렌다. 마을 중앙에 있는 ‘차꽃오미’ 한옥 민박집에도 잠시 들른다. 위엄 있는 솟을대문과 잔디가 깔린 앞마당과 100년 된 고택의 조화가 멋스럽다.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227.
최참판댁에서 평사리 들판을 굽어보며
하덕마을을 뒤로하고, 박경리 소설 ‘토지’를 드라마화한 토지 촬영장으로 향한다. 찻길 옆 인도를 따라 걷는다. 구재봉 자락에 40만여 평에 달하는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펼쳐진다. 들판 한가운데에 깃대처럼 서 있는 부부송(夫婦松)이 옛 친구 만난 듯 반갑다. 하덕마을에서 약 15분 걸으면 오른쪽에 ‘토지’ 촬영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이곳이 평사리 상평마을 입구다. 여기서 ‘토지’ 촬영장까지 10분 정도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토지’ 촬영장에 용이네, 판술네, 두만네, 월선네, 김훈장댁, 송관수네가 살았던 초가와 읍내 장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당에는 황소와 토끼가 살고, 곳간에는 장작이 그득하다. 사립문 옆에는 샛노란 산수유와 개나리, 목련이 탐스럽게 피었다. 텃밭에는 상추가 싱싱하게 자란다. 실제 사람이 사는 마을처럼 관리한다. 일부 한옥은 민박집으로도 사용한다.
촬영장 바로 위에 2016년에 개관한 박경리문학관이 있다. 박경리의 유품과 작품, 각 출판사가 발행한 소설 ‘토지’ 전질, 초상화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최참판댁 솟을대문에 이른다. 서희가 자란 별채와 최치수가 머물렀던 사랑채가 그 모습 그대로다. 최치수인 양 사랑채 마루에 올라서서 평사리 들판을 굽어본다. 아득한 섬진강에 봄 아지랑이가 아롱거린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09:00~18:00, 연중무휴.
주변 명소 & 맛집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화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화개장터다. 화개장터는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과 광양시의 경계 지점에 있다. 한국전쟁 전만 해도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 지방의 토산물들을 사고팔았던 곳이다. 원래 위치는 화개천의 화개교 아래였는데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서 상설시장이 됐다. 시골 오일장의 구수한 정취는 사라졌어도 파는 물건과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약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동 향토음식 전문점 ‘은성식당’
섬진강가에 자리한 은성식당은 하동 특산물인 재첩, 은어, 참게를 이용한 요리를 판다. 재첩국, 은어튀김, 참게탕이 인기가 많다.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을 넣고 맑게 끓인 재첩국은 하동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송송 썰어넣은 부추가 향긋함을 더한다. 집게다리에 털이 북슬북슬한 참게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푹 끓인 참게탕은 구수한 맛이 별미다. 밑반찬도 모두 맛깔나다. 창밖으로 보이는 섬진강과 차밭 풍광은 덤이다.
팥 전문 카페 ‘팥이야기’
하덕마을 입구에 있다. 도시에서나 볼 법한 이층 양옥이어서 눈에 금세 띈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고풍스럽다.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을 활용한 감각이 돋보인다. 대표 메뉴는 단팥죽과 팥빙수다. 작은 놋그릇에 담겨 나온다. 단팥죽의 당도가 적당하고, 팥의 풍미가 한껏 느껴진다. 식사 대용으로는 양이 부족하지만, 커피 한 잔 값에 맛있는 단팥죽을 맛볼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팥이야기에서 1분 정도 걸어가면 토속적인 분위기의 ‘타박네’ 카페(055-883-251)가 나온다. 팥소가 듬뿍 든 우리 밀 찐빵을 판다.
여행 정보 걷기 Tip
-위에 소개한 코스는 수도권 기준,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으로도 가능.
-하동을 구석구석 여행하고 싶다면 주민공정여행 프로그램인 ‘놀루와’를 이용하면 된다. 하동 토박이가 여행 상담, 개별 맞춤 여행을 추천·진행한다.
올봄 여행주간(4.27~5.12)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지자체와 여행 업계와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주간’이란 여름에만 유독 붐비는 여행 수요를 다른 계절로 분산하고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행주간 누리집(travelweek.visitkorea.or.kr)에서는 테마별, 지역별 여행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세대별, 취향별 맞춤 여행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열린관광지에서 다시 만난 봄’은 6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총 20명으로 식사나 입장료 등 여행경비가 제공된다. 단, 출발지까지 왕복교통비는 참가자가 부담한다. 오는 4월 30일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 일대를 여행하며 2018년 열린관광지 12곳 중 하나인 망상해수욕장에도 방문한다. ‘열린관광지’란 장애물 없는 관광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매년 여행지를 선정해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망상해수욕장의 경우 열린관광지 사업을 통해 단차 없는 통행로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를 마련했다. ‘열린관광지에서 다시 만난 봄’ 참가를 원하는 시니어는 4월 10일부터 21일까지 여행주간 누리집의 퀴즈이벤트를 통해 응모하면 된다.
이 외에 시니어가 참여할만한 프로그램으로는 ‘취향저격 마을여행단’이 있다. 국내 1호 로케이션 매니저(Location Manager, 현지촬영 감독)가 20개 마을을 엄선해 여행주간 누리집에 소개해 놓았는데 이 중 5곳을 선정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4월 29일은 60대 가족 여행자들을 위한 여행지인 강원도 고성의 왕곡 마을을 여행한다. 반드시 여행의 대표자가 60대이어야 하며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5월 7일에는 40~50대 여행자들과 제천 산야초마을에서 건강한 먹거리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예정이다. 취향저격 마을여행단에 참가하고 싶다면 4월 2일부터 15일까지 여행주간 누리집에서 사연과 함께 신청하면 된다. 당첨자에 한하여 1인당 만원의 참가비를 내면 된다.
취향저격 마을로 선정된 곳 중 충북 제천 산야초마을, 경기 양평 소나기마을, 강원 삼척 나릿골감성마을, 경북 경주 교촌마을은 40~50대를 위한 여행지로, 강원 고성 왕곡마을, 인천 동구 배다리 마을, 충북 청주 수암골벽화마을, 전북 진안 원연장꽃잔디 마을을 60대를 위한 여행지로 선정해 선정 이유와 여행 정보를 소개해 놓았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클래식) 2019 교향악축제
일정 4월 2~21일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 17개 국내 교향악단,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이번 공연의 부제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으로 우리 클래식 음악을 세계에 알릴 젊은 협연자들이 교향악단과 동행한다. 또한 국내에서 초연되는 블로흐의 교향곡 ‘C#단조’도 감상할 수 있다.
(연극) 패왕별희
일정 4월 5~1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출연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과 대만 배우이자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싱궈(吳興國)가 중국의 대표 경극 희곡 ‘패왕별희’를 창극화했다. 동명의 영화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패왕별희’는 초나라의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판소리와 다양한 음악의 결합으로 재탄생한 ‘패왕별희’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 이사오 사사키 벚꽃 낭만
일정 4월 6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이사오 사사키, 마사츠구 시노자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가 내한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브리 영화 OST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츠구 시노자키와 함께 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전시) 그림책NOW
일정 4월 12일~7월 7일 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
그림책 작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의 다양한 표현과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안데르센상 수상자 이고르 올레니코프의 원화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개되며, 98개국 1844개 작품이 응모한 2019 나미콩쿠르의 수상작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축제) 태안 세계튤립축제
일정 4월 13일~5월 12일 장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코리아플라워파크
태안 세계튤립축제에서는 튤립뿐만 아니라 수선화, 히아신스, 겹벚꽃 등 다양한 봄꽃을 만나볼 수 있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3만5000평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LED 빛이 반짝이는
야간 축제장은 낮과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축제) 고양국제꽃박람회 2019
일정 4월 26일~5월 12일 장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5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 축제이자 국내 유일의 화훼 전문 박람회다. 실내정원과 야외 테마정원, 문화 공연 프로그램, 화훼 직판장 등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원당화훼단지’와 이원 개최된다. 박람회장에서 화훼 단지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농가 견학,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송광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무소유길을 오른다. 1km 남짓한 숲길이라 오르내리기 쉽다. 불일암에선 법정 스님의 수목장 묘를 놓치지 말자. 하산 뒤엔 조계산의 양대 거찰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비교 답사한다. 풍경도 풍토도 서로 완연히 다르다.
얼씨구! 매화꽃 핀다. 조계산 기슭 곳곳에 매화가 지천이다. 이미 피었거나 피고 있거나 피어날 채비를 하거나, 여기저기 오나가나 보나마나 천지간에 매화다. 그렇다는 건 하고많은 초목 중에 유독 매화가 꽂히듯 쏘옥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딴엔 매화에 취미가 있으니 이게 호사다.
예로부터 매화는 애호가들을 몰고 다녔다. 아직 봄 일러 눈발 날릴 때부터 매화는 홀로 고고히 피어 춘색몰이를 선동한다. 동면에서 겨우 깨어난 산야로 성급히 짓쳐드는 매화의 기세에, 은은해서 더 멀리 가는 향에, 희고 차가운 꽃잎의 미색에 사람들은 들떠 입방아를 찧었다. 어떤 고인은 매화를 아내 삼아 청산에 은거했다. 조선의 명인 강희안은 매화에게 정1품 벼슬을 내렸다. 퇴계는 한술 더 뜨셨구나. 이렇게. “아아.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벌 나비들, 매화를 가만 두고 보진 못하리라. 꿀을 얻기 위해 온몸을 들이밀 것이다. 그게 꽃이 바라던 바이며, 그게 기대했던 열락이며,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 농밀한 체취를 풍긴다. 활활 타오르는 뭔가 황홀한 게 꽃과 나비 사이에 있을 게다. 그러나 다 지나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꽃 피어 열흘 붉긴 어렵고 지기는 쉽다. 사람의 일도 이와 다를 게 있던가. 청춘남녀의 사랑도,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는 해로(偕老)도, 만개처럼 은성했던 삶도 종국엔 감쪽같이 시든다.
홀리고 끌리어 매화 앞에서 한참을 노닥거리다 숲길로 접어든다. 송광사 옆댕이에서 시작되는 ‘무소유길’을 걸어 오른다. 무소유를 설하길 평생 거듭했던 법정 스님이 즐겨 거닌 산길이다. 길 끝엔 불일암(佛日庵)이 있을 게다. 법정 스님이 많은 날들을 보낸 암자다. 경전을 읽거나 화두를 타거나, 채마밭을 일구거나 글을 쓰거나, 스님은 불일암에 수시로 머물며 할 일을 다 했다. 산수 간에 몸을 두는 게 수행승의 일이지만, 긴히 덧정 들고 딱히 속정 깊어서였을까, 그는 불일암을 각별히 좋아했더란다.
정겨워라, 초봄 숲. 정겨운 건 정 주고 봐야 한다. 흙을 들어 올리고 빠끔히 낯을 내미는 풀들을 보라. 어린것의 첫 어금니처럼 애틋하고 장하지 않은가. 저마다 미끈한 지체를 뽐내는 저 길찬 나무들은 편백이거나 삼나무다. 길 물매는 순해 걷기에 좋다. 이 나라 어디에나 있는 유정한 숲길이다. 쉬 오를 수 있어 만만한 산길이다. 그러니 길과 사람이 죽이 맞는다.
무소유길의 백미는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이다. 본새 없이, 하릴없이 목 깁스처럼 빳빳할 뿐 단 한 번을 굽힐 줄 모르는 대나무는 어쩌면 아집의 화신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대나무에게 대 회초리 맞아도 싸다. 꺾일 줄 모르니 절개의 상징이요, 속이 텅 비었으니 무욕의 표징이지 않은가. 대나무 죽창은 혁명의 무기였으며, 대나무 피리는 청아한 선율로 사람의 시름을 재운다. 불교하고도 인연이 깊은 게 대나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한 대밭에 세운 죽림정사는 최초의 불교 사원이며, 선가의 스승들은 죽비를 높이 들어 공부에 게으른 제자의 등짝을 후려친다.
대숲을 지나 이윽고 불일암에 닿는다. 대나무와 조릿대 무성히 어울렸으니 사립부터 초록이 짙다. 초록으로 지은 대의 터널이다. 걸어드는 초입이 숫제 컴컴하다. 그리곤 이내 햇살 아래로 채마밭과 요사채가 환히 드러난다. 소박한 구색은 여염집에 가까우며, 고요하기론 물속을 닮았으며, 단아한 기품은 연꽃을 연상시킨다. 이 모든 그윽한 풍경에 법정 스님의 눈길이 스쳤을 테지. 모든 사물에 스님의 손길이 어렸을 테지. 임종 즈음, 제자가 물었다. “생사의 경계가 어떠합니까?” 두고두고 모실 한 말씀 달라는 질문이었다.
“원래부터 없다.”
돌아온 건 그 한마디. 투병엔 격통이 따랐으나 종신(終身)은 그답게 가벼웠다. 장례식 하지 말라, 관 짜지 말라, 사리 찾지 말라, 탑도 비도 세우지 말라. 제자들에게 남긴 당부가 그랬다. 걸리적거릴 게 없는 활보로 이승을 건너셨구나. 불일암 뜰, 후박나무 그늘 아래에 유골을 남기고, 큰스님 후련히 떠났다.
3월의 첫 주말, 삼총사가 계획했던 부산 여행을 떠났다. 한 친구가 아직 KTX를 못 타봤다고 해 교통편은 기차로 정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친구들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주를 돌보게 되어 평일 여행은 할 수 없어 주말을 이용해야 했다. 평일엔 KTX가 30% 할인인데 주말이라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아쉬웠다. 부산까지는 5만9800원, 왕복으로는 거의 12만 원이니 좀 비싸긴 했다. 그러나 일반 열차를 타면 대전까지 두 시간, 대구까지 네 시간, 부산까지는 여섯 시간 정도 걸리는데 두 시간 사십 분 만에 도착해 모두들 정말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임을 실감했다.
1박인 이번 여행의 숙소는 광안대교의 멋진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유명 찜질방이었다. 누군가는 나이 들수록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조금 불편해도 젊은이들이 하는 방법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찜질방 비용은 12시간 기준으로 1만5000원, 한 시간씩 더 사용할 때마다 1000원이 추가됐다. 시니어는 할인이 되어 1만2000원을 받았다.
인터넷으로 부산 즐기기를 검색해 꼼꼼하게 메모해온 대로 우리는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길 건너 돼지국밥집을 찾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지만, 친구들이 일단 부산에 도착하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고 해 따르기로 했다. 유명한 식당이라서 그런지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부산역 앞은 큰 공사를 하는 듯 펜스가 쳐져 있었고 좀 어수선해 보였다. 그래도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만큼 활기가 느껴졌다. 부산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 다녀볼까 했지만 말도 다 통하는 국내 여행이니 가고 싶은 곳을 직접 찾아다니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먼저 버스를 이용해 15분간 열린다는 영도다리로 향했다. 그 옛날 피난민들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헤어지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 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도로는 물길 따라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바로 자갈치시장이 보였다. 서울 올라갈 때 사가지고 갈 것들 구경도 하고 물어물어 국제시장 거리로 접어들었다. 마침 주말이라서 여행을 온 듯한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왔던 꽃분이네 상점도 찾아보고 깡통시장 거리도 돌아보았다. 걷다 보니 용두산공원이 있어 전망대에 올라 화사한 봄꽃을 배경으로 한가롭게 커피도 마셨다.
그다음으로는 해안도로가 아름답다는 영도구의 흰여울마을을 찾았다. 버스에서 내려 까마득히 아래로 난 길을 내려가니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닷가 간이음식점에서는 해녀가 직접 잡아온 해산물을 팔았다. 돗자리에 앉아 바다를 한가득 눈에 담고 내가 좋아하는 해삼을 실컷 맛보았다. 날씨도 선선하고 좋았다. 긴 시간 동안 해삼을 먹으며 "음, 여행은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우리는 까르르 웃었다. 저녁 식사는 자갈치시장에서 유명하다는 꼼장어구이 집에서 하기로 했다.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꼼장어 구이가 내 입맛엔 별로였는데 부산여행 중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 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숙소인 찜질방을 찾았다. 듣던 대로 바깥 풍경이 매우 근사했다. 온천도 하고 하루 쉬기엔 아주 좋은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계획대로 근처에 있는 생대구탕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이 또한 부산 여행의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기상청 예보대로 아침부터 비바람이 세게 불었다. 해운대 바닷가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강풍이 불어 산책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택시기사님 말을 듣고 시내 백화점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먹으며 놀았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오후 5시라 우리는 다시 자갈치시장을 찾아 커다란 대합과 각종 해산물, 유명 상표 어묵을 샀다. 그리고 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밀면 집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밀면 집을 찾아 맛본 밀면은 새콤달콤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 동안 가보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섭렵하며 여행을 완성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 삼총사는 앞으로 해외보다 우리나라 곳곳을 둘러보자고 약속했다.
봄비[雨]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 무렵. 음력으로 3월 중순, 양력으로는 4월 20일 즈음 백화(百花)가 만발(滿發)하며 봄은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이 시기 특히 제주도에는 고사리가 지천으로 돋아나 숱한 이들이 들판을 누비고 다닙니다. 바로 그즈음 한라산 기슭 중산간 지역에, 누구나 한 번 보면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에 빠져들기 마련인 야생화가 피어납니다. 이름하여 남바람꽃. 2월 중순 제주도와 여수, 울산, 변산 등지에서 피기 시작한 변산바람꽃을 필두로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들바람꽃, 태백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세바람꽃, 나도바람꽃, 회리바람꽃, 숲바람꽃 등 남한에 자생하는 10여 종의 ‘바람꽃’ 가운데서 가장 예쁘다는 평을 받는 그 남바람꽃이 바람꽃 향연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려는 듯 연분홍 꽃잎을 펼치는 것이지요.
‘남쪽 지방에서 자라는 바람꽃 종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남바람꽃. 4~5월 20~30cm까지 자라는 꽃줄기 하나에 꽃 1~3개가 달리는데, 여타 바람꽃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꽃잎은 없고 1cm 정도의 꽃받침잎 5~7개가 퇴화한 꽃잎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꽃받침잎이 진한 연분홍빛을 띠기 일쑤여서 야생화 애호가들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는 것이지요. 그것도 앞면은 흰색이지만 뒷면이 핑크빛으로 물들기에, 젊은이건 나이 지긋한 노인이건 체면 따위는 던져버리고 땅바닥에 털썩 엎드려 남바람꽃의 환상적인 뒤태 매력에 빠져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바람꽃으로 거의 통일되었지만, 아직도 일부 도감에는 남방바람꽃으로 올라 있는 등 이름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연유인즉슨 1942년 전남 구례에서 처음 발견돼 남바람꽃이란 이름을 얻었으나 이후 잊혔다가, 60여 년 만인 2006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 해발 550m 숲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일부 언론에 미기록종 ‘한라바람꽃’으로 보도되고 이듬해 ‘제주미기록종: 남방바람꽃’이란 논문으로 정식 보고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후 경남 함안과 전북 순창, 그리고 1942년 식물학자 박만규(1906~1977) 선생이 ‘조선의 남바람꽃’을 처음 발견했다는 구례군 등 세 곳에서 자생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처음의 남바람꽃으로 원위치했습니다.
Where is it?
“분포: 일본/전남 구례군과 전북 순창군, 제주도”.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종)에 나오는 남바람꽃에 대한 간략한 정보다. “최근에 자생지가 알려졌으며,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의 설명처럼 자생지는 몇 군데에 불과하다. 그중 64년 만에 남바람꽃의 존재를 다시 알린 제주도의 자생지는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공동목장 인근 숲. 문제는 이 중산간 공동목장이 팔리거나 개발되면 제주도 내 단 한 곳뿐인 자생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자생지 보전 대책이 요구된다. 전북 순창군의 자생지는 회문산자연휴양림 안에 있으며 울타리를 치고 관리하고 있다. 몇 해 전 야생화 동호인들이 찾아낸 구례군 내 자생지는 박만규 선생이 60여 년 전 구례군에서 처음 발견했다는 장소와는 다른 지역으로 추정됐다. 이는 더 많은 자생지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밖에 국생종에 언급되지 않은 제4의 자생지가 경남에 있다. 함안군 대산면 낙동강변 숲속에 있는데, 현재 인근 주민이 군의 위임을 받아 울타리를 치고 보호하고 있다.
화려한 액세서리, 깔끔한 외투, 잘 정돈된 소매와 옷깃. 센스 있는 옷차림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향기로운 사람에겐 눈길이 머문다. 길을 걷다 우연히 코끝을 스친 향기는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패션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향수다.
보이지 않는 패션, 향수
어떤 향기를 맡고 자연스레 내가 만났던 사람,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한다. 이후 사람들은 향기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불렀다. 또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는 실험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더 자극적이고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기는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함인 셈이다. 당신은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국내 향수 브랜드 ‘톰빌리’의 퍼퓸 디렉터 박재석(29) 씨는 먼저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 각각의 향이 지닌 매력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활발한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활용해 활발함을 더 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좀 더 무거운 계열의 향으로 활발한 이미지를 중화시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향수공방 ‘센토리움’을 운영 중인 오원택(33) 씨는 겨울에는 긴 소매, 여름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듯 향수도 하나의 패션으로 계절에 맞춰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봄과 여름에는 가볍고, 경쾌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시트러스, 그린, 플로럴, 프루티 계열의 향수를 쓰고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애니멀, 우디, 바닐라, 구루망(쿠키 같은 디저트류) 계열의 향수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어야 하며, 향수로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연출하려면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보고 경험해봐야 한다.
①시트러스(Citrus) 레몬, 자몽, 라임 등 감귤류의 향으로 상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②아로마틱 (Aromatic) 라벤더, 바질 등 허브류의 향으로 진중한 느낌을 준다.
③플로럴(Floral) 장미, 재스민 등의 꽃향기는 우아한 느낌을 준다.
④프루티(Fruity) 시트러스와는 다른 달콤하고 싱그러운 과일 향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
⑤우디(Woody) 나무 향으로 향긋 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향수, 제대로 맡는 법
향수의 향을 맡는 과정을 ‘시향(試香)’이라고 한다. 시향을 할 때는 향수와 시향지 사이에 7~15cm 간격을 두고 향수를 분사해야 한다. 시향지에 너무 가까이 대고 분사할 경우 본연의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향수는 분사 후 시간 경과에 따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3단계로 나뉘는데 톱 노트는 15분~2시간, 미들노트는 3~5시간, 베이스노트는 10~15시간 향이 지속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를 뿌린 직후의 향, 즉 톱 노트만 맡는다. 향을 단계별로 제대로 느끼려면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맡아야 한다. 반나절 정도라면 베이스 노트의 향까지 경험할 수 있다. 만약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15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시향할 것을 권한다. 또 한 번에 3개 이하의 향수만 시향하는 게 좋다. 너무 많은 종류의 향수를 연달아 시향하면 후각이 무뎌져 나중에는 향을 제대로 못 맡게 된다. 이럴 때는 ‘커피’를 활용해보자. 커피 원두 향이 피로한 후각을 진정시켜준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착향(着香)’을 해봐야 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피부 온도와 습도 차이에 따라 같은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도 꼭 착향을 해본 뒤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향수, 제대로 입는 법
이렇게 고른 당신만의 향수, 어떻게 뿌리는 것이 좋을까? 향수는 기본적으로 맥박이 뛰는, 온기가 있는 부위에 뿌린다. 손목 안쪽, 목 뒤, 왼쪽 가슴 부근이 대표적이다. 손목에 향수를 뿌린 후엔 가볍게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간혹 양 손목에 뿌려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향수의 노트가 뭉개져 본연의 향을 잃어버린다. 팔꿈치 안쪽은 옷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향을 은은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짧은 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발향이 강한 편이다. 이외 외투 안쪽, 넥타이 뒷면, 바지, 치마 등 옷에 뿌려도 된다. 다만 실크와 가죽옷에 뿌리면 옷이 상하거나 향이 변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향의 지속력을 높이고 싶다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된다. 무(無)향 로션을 바르고 그 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특별하다는 의미다. 당신만의 향기로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면 집을 나서기 전, 가볍게 향수를 걸쳐보자.
봄이면 물가를 노랗게 물들이는 수선화는 꽤 자애로운 꽃입니다. 개화 시기가 짧아 서두르지 않으면 절경을 놓치기 쉬운 다른 꽃들과 달리 봄철 내내 느긋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1월에는 제주 한림공원에서 내내 축제가 펼쳐졌고, 이달 29일부터는 신안군에서 수선화 축제가 열립니다. 또 다음 달 5일부터는 태안군에서도 축제가 있지요. 봄나들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수선화를 찾아 다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Tip
수선화는 봄에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는 가장 대표적인 꽃 중 하나로 화피의 색과 형태가 다양하여 그림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꽃이랍니다. 일반적으로 노란꽃의 표현은 약간 까다로운 편인데, 두 가지 톤의 밝은 옐로 색, 네이플스 옐로, 그린골드, 올리브그린, 밝은 그린 정도의 색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옐로 톤의 음영의 표현에 브라운 톤이 아닌 밝은 그린이나 올리브그린 또는 그린골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올리브그린 컬러를 살짝 칠한 위에 옐로 컬러로 펴 바르거나 블렌딩 펜으로 컬러를 믹스해도 효과가 좋습니다. 흰꽃의 표현은 하이라이트를 남기고 그레이톤을 이용하여 음영을 표현한 뒤 주변의 컬러를 살짝 가미해도 좋습니다. 꽃싸개잎을 표현할 때 먼저 선을 제외한 굴곡과 볼륨을 만들기 위한 음영을 넣은 후에 약간 더 어두운 톤으로 라인을 그립니다. 그다음 그 부분에 한번 더 채색하여 자연스럽게 합니다.
이해련 작가 blog.naver.com/lhr1016 인스타그램 @haeryun_lee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실내환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과 신구대학교식물원 보태니컬아트 전문가 과정의 겸임교수이며 한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KSBA)와 보태니컬아트 아카데미 ‘련’의 대표다. 영국 보태니컬 아트 작가협회(Society of Botanical Artist)의 Annual Exhibition 2017에 참가하는 등 국내외 각종 전시에서 활동 중이다.
오늘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찬바람이 불면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꽃피는 봄을 시샘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꽃샘추위’는 겨울철 우리나라 기후를 좌우하는 시베리아 기단이 약화하다가 일시적으로 강화되면서 발생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기온이 낮아지면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특히 시니어 등 취약 계층은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춥고 건조해진 날씨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때 물을 많이 마셔 호흡기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실내에선 가습기 등을 사용하여 40~50%의 습도와 21~23℃의 온도로 유지한다. 또 코와 입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세균, 바이러스 등의 주요 감염 경로이기 때문에 구강 청결을 유지하고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필요하다.
호흡기 건강에 좋은 ‘배도라지청’ 만들기
재료
배 2개, 도라지 300g, 꿀 1컵
만드는 법
1. 도라지는 껍질을 까서 물에 담근다.
2. 배는 껍질을 까고 씨를 제거한다.
3. 믹서기에 배, 도라지를 넣고 갈아준다.
4. 냄비에 간 배, 도라지와 꿀을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5. 약한 불로 줄인 뒤 1시간 정도 더 끓여준다.
6. 물기가 없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면 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