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넣는 스프는 모두 맵다. 매워야 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침엔 오미자차를 마시고 땀이 많이 날 때도 설사를 할 때도 오미자차나 매실차를 마신다. 약한 신맛이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하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허열이 날 때는 약한 짠맛이 들어간 콩국이나 죽염수를 마시면 열이 내려 땀이 덜 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렇듯 맛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이나 후끈한 맛, 짠맛을 오미(5가지 맛)라 한다.
약초는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맛을 머금고 있다. 야산 뽕나무의 오디는 새콤하고 단맛이 진하지만, 재배한 뽕나무의 오디는 맹맹하다. 야산에서 자란 작은 돌배는 시큼하지만, 재배로 키운 배는 그 맛이 싱겁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퉁퉁마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은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염도를 높여 짠맛이 난다. 즉 약초의 오미는 자연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맛인데, 이것이 약효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오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호에서는 오미 중 신맛에 대해 설명하겠다. 신맛에는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이 있다. 강한 신맛은 막힌 것을 뚫어주고 약한 신맛은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한다. 강한 신맛은 끝 맛이 달지 않고 침도 은은하게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식초를 예로부터 고주(苦酒)라 불렀다. 강한 신맛은 목을 마르게 하고 물을 찾게 만든다. 염산이나 황산이 옷에 떨어지면 옷이 녹아버리듯, 음식이나 약초의 강한 신맛도 강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녹여버리고 뚫어버리는 성질을 갖는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보통 매실 엑기스나 산사나무 열매, 식초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것을 먹는다. 또 연탄가스 중독으로 심장과 정신을 연결하는 통로가 막혀 의식을 잃었을 때도 식초나 신 김칫국 등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다. 막힌 것을 뚫어 의식을 찾게 하기 위해서다. 육류나 자장면을 먹을 때 식초가 빠지지 않는 것은 신맛으로 소화를 도우려는 것이다. 몸에 멍울이 만져질 때도 식초를 먹어서 녹인다. 고깃집 메뉴를 봐도 늘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있다. 역시 고기를 소화시키는 강한 신맛의 효과 때문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팥에 강한 신맛이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의 강한 신맛, 약한 신맛은 화학적인 pH와는 다른 개념이다. 강한 신맛은 pH가 낮고, 약한 신맛은 pH가 높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팥은 시큼한 맛이 강하지 않지만 강한 신맛에 해당한다. 현미식초는 강한 신맛인데, 100배 희석해도 강한 신맛이다. 현미식초를 희석하면 강한 신맛의 작용이 약해질 뿐, 절대 약한 신맛으로 변하지 않는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침이 은은하게 나와야 한다. 청매실은 강한 신맛이지만, 오래 묵힌 황매실은 약한 신맛이다. 먹어보면 끝 맛과 입에서 침이 나오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하나의 약재가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의 작용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일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대부분이지만, 약한 신맛이 나는 것도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침이 잘 나오지 않으면 강한 신맛이고, 침이 잘 나오면 약한 신맛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그래서 붕어빵, 찹쌀떡, 호빵 등에 들어간 팥은 밀가루를 먹고 체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뼈와 이가 녹아버릴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보약을 먹을 때 식초를 먹지 말라 조언한다. 청매실, 산사나무 열매, 모과, 석류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뼈와 이가 손상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식초, 탄산음료 등을 많이 마시면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은 대부분 발효시켜 먹는다. 풋과일(매실·살구·석류 등)이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난다. 그러나 발효시키거나 오래 묵히면 강한 신맛의 부작용이 약해져 약한 신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오미자, 산수유, 유자차, 괭이밥, 흑초를 먹으면 약간 시큼한 맛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피부 구멍이 닫힌다. 전신 피부가 긴장하면서 힘이 들어가고 심하면 닭살이 돋기도 한다. 약한 신맛 때문이다. 약한 신맛은 기침, 땀, 설사, 단백뇨, 냉 등 몸의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기운이 떨어져 설사를 하거나 땀이 많이 나면 오미자차나 황매실차, 괭이밥 등을 먹어주면 좋다.
기침에 오미자와 배를 쓰는 것은 약한 신맛으로 기침이 나오는 것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춘곤증에 괭이밥, 돌나물 등 새콤한 봄나물을 먹는 것은 기운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여름에 더위를 먹어 땀을 너무 많이 흘릴 때는 약간 시큼한 과일(오미자, 복숭아, 포도, 묽은 매실)을 먹고 땀과 기운을 수렴한다.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도 약간 시큼한 맛인데 정액이 새나가지 않도록 수렴한다. 전통 식초는 대부분 강한 신맛이지만, 발사믹식초나 흑초, 홍초는 끝 맛이 단 약한 신맛이다. 그래서 이런 식초가 장수에 좋다고 한다. 같은 식초라도 오래 묵히면 끝 맛이 달달해진다. ‘동의보감’에는 “약에 넣을 때는 2~3년 묵은 쌀 식초가 좋은데, 이는 곡기가 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허실 개념이 중요하다. 약한 신맛은 허약한 사람, 허약한 질병에 맞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몸 여기저기가 잘 뭉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더 뭉치게 하기 때문이다. 기침에 좋다는 오미자도 감기 초기에는 좋지 않다. 기침으로 나가야 할 나쁜 것들마저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잘 뭉치는 사람은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한약을 먹을 때 밀가루 음식을 주의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밀가루 음식을 주의해야 할까? 밀가루 음식은 정말 안 좋은 것일까? 밀가루는 ‘찰지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말할 때 글루텐을 자주 언급한다. 그런데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고, 반죽해서 면이나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보리를 이용해 보리빵을 만들고, 밀가루를 이용해 빵·국수·만두·라면을 만들며, 쌀을 이용해 떡을 만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찰지다는 데 있다. 찰지지 않으면 면·떡·빵을 만들 수 없다.
찰진 성질은 피부와 위장을 두텁게 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기름진 것을 먹으면 피부가 촘촘하고 두꺼워져 양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은 속에 열이 생기게 한다”라고 씌어 있다. 이때 기름진 음식은 고기뿐만 아니라 찰진 식재료까지도 포함한다.
이스트 속성 발효, ‘더부룩’의 원인
찰진 음식은 인체의 내부 껍질인 위장 점막을 두텁게 해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한다. 또 피부와 땀구멍을 틀어막아 땀을 덜 나게 하고 인체 내부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면·떡·빵은 추운 지역이나 겨울철에 적합한 음식이다.
찰진 음식이 피부를 두껍게 하고 몸에 열을 발생시키면 풍선이 부풀듯 덩치도 커진다. 위도가 높은 곳에서 사는 유럽인들은 찰진 음식인 빵을 많이 먹는데 피부가 두텁고 단단하다. 중국의 북부 지역 사람들과 겨울이 몹시 추운 몽골 사람들 역시 밀가루로 만든 면·빵·만두를 많이 먹는다. 밀보다 찰기가 떨어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일본 사람들은 이들에 비해 피부가 얇다. 푸석푸석한 안남미(安南米)를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 사람들은 피부가 더 얇다.
찹쌀·찰기장·밀·보리·메밀 등은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그 지역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식은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법, 그야말로 신토불이다. “메밀묵 사려, 찹쌀떡!” 하는 소리가 겨울철에만 들리는 것은 찰진 음식이 겨울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살펴봐도 떡은 주로 가을과 겨울에 먹는다. 가을 송편, 동지팥죽에 들어간 새알, 설날의 떡국, 두텁떡 등. 그리고 만두와 붕어빵까지 모두 추운 날 자주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밀가루가 위장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을 잘못 먹으면 쉽게 체한다. 특히 이스트로 속성 발효시킨 빵이나 기계식 반죽을 한 면을 먹으면 위가 더부룩하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탄산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탄산음료가 소화를 도와 체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배탈이 났을 때 면·떡·빵을 피하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동의보감’에는 “살찐 사람에게 중풍이 많다. 살이 찌면 피부가 치밀해져 기혈이 막힐 때가 많아서 갑자기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찰진 음식이 피부를 너무 틀어막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중풍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면·떡·빵의 재료가 되는 찰진 곡식들에는 모두 중풍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적당한 신맛은 소화에 도움
아토피는 피부가 호흡을 못하고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그런데 찰진 음식을 먹으면 피부가 더 두꺼워져 증상이 악화된다. 아토피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감기나 열병을 앓을 때 밀가루 음식을 금하는 것도 피부를 틀어막아 체온을 더 올리기 때문이다. 술 먹고 나서 국수를 피하라는 이유도 똑같다. 술독을 땀이나 소변으로 빼야 하는데 국수가 피부를 틀어막아버리니 술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면·떡·빵은 피하기 힘든 음식이다. 부작용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소화력이 좋은 아이들은 자장면을 좋아하고 소화도 잘 시키지만,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은 자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체하는 것을 막아주려면 흩어줘야 한다. 흩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강한 신맛과 매운맛이다. 중국집에 가면 테이블 위에 식초와 고춧가루가 놓여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초고추장이나 냉면에 넣는 식초와 겨자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강한 신맛은 뭉친 것을 녹여버린다. 그래서 체했을 때 매실 엑기스를 먹으면 위장이 편안해진다. 소화가 안 되는 음식, 즉 육류나 면을 먹을 때 식초로 드레싱해서 먹고 식초를 이용한 소스를 곁들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식초에 절인 단무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팥도 강한 신맛이 있어 밀가루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떡처럼 뭉친 음식도 잘 풀어준다. 그래서 붕어빵, 찐빵, 송편, 다이야키, 팥칼국수, 동지팥죽, 찹쌀떡 등에 궁합이 잘 맞는 팥이 들어가 있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열이 나고 땀이 난다. 매운맛은 흩는 힘이 좋다. 중국집의 단무지는 생무다. 생무는 맵다. 같이 나오는 양파도 맵다. 밀가루로 만든 라면도 체하기 쉬운 음식이라 라면 스프가 모두 매운맛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어릴 때부터 늘 궁금했다. 정월 대보름에는 왜 단단한 부럼을 먹는 것일까? 동지에는 왜 팥죽을 먹을까? “메밀묵 사려~ 찹쌀떡!”은 왜 겨울에만 들리고 여름에는 안 들리는 걸까?
겨울은 만물이 얼어붙는 시기다. 식물의 지상부는 시들고, 곰은 동면에 들어간다. 한의학에서는 겨울 3개월을 폐장(閉藏)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피부를 닫고[閉], 속으로는 열과 에너지를 저장[藏]하는 시기라는 의미다. 사람 역시 웅크리고, 살찌며, 피부는 두터워지고, 따뜻한 집 안으로 숨는다. 겉으로는 찬 공기와 많이 접하기 때문에 수족 냉증이 잘 생기고, 찬 바람에 감기, 폐렴, 중이염, 비염이 많이 생기며 피부가 많이 건조해진다. 속으로는 열이 몰리면서 중풍, 심장마비,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겨울철에 적합한 음식은 찰진 음식, 따뜻한 음식, 견과류
첫째로 추운 북쪽에서 자라는 곡식(찹쌀, 찰기장, 밀, 메밀 등)은 찰기가 있다. 이런 찰기를 이용해서 면, 빵, 묵, 떡을 만들어 먹는다. 이러한 찰기는 뭉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면, 빵, 묵, 떡을 먹고 속이 뭉쳐 체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피부를 뭉치고 두텁게 해서 추위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메밀묵 사려~ 찹쌀떡!”이라는 외침은 겨울철에만 들리는 것이다. 동지 팥죽에 새알이 들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메밀의 원산지는 바이칼 호, 히말라야, 동북아 등 아주 추운 지역이다. 메밀을 원료로 해서 만드는 메밀국수(소바), 냉면, 막국수는 원래 추운 지역의 겨울 음식이다. 이 음식들이 피부를 틀어막아 추위를 견디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면도 함흥냉면, 평양냉면 등 북쪽 겨울 음식이 유명하다. 일본의 소바도 북알프스, 중앙알프스,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한 나가노 현의 추운 고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겨울철에 피부가 두꺼워진 상태에서 옷을 두껍게 입고 뜨거운 음식만 계속 먹다 보면, 내부에 열이 몰려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겨울철에 중풍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이유다. 메밀은 성질이 차가워서 겨울철에 뜨거워진 속의 열을 식혀준다. 겨울철에 가끔 메밀국수와 냉면, 막국수를 먹어주면, 밖으로는 피부를 틀어막아 추위를 이기게 해주면서, 속으로는 열을 식혀주고 기름진 음식으로 탁해진 피를 맑게 해준다. 메밀이야말로 겨울철에 꼭 필요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설날에 떡국을 먹듯 일본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떡국처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계절과 관련된 식문화가 비슷한 데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뭉친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한다. 체할 때는 떡 한 조각, 빵 한 조각에도 체한다. 이런 음식을 먹을 때 체하는 것을 막으려면 팥이나 매운 식재료(생마늘, 생파, 생무, 고추, 차조기 등)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붕어빵, 동지팥죽, 찐빵, 타이야끼에 모두 팥이 들어가는 것도 밀가루의 독이 뭉쳐 체하게 하는 것을 풀기 위해서다. 팥은 강한 신맛이 있어 뭉친 것을 잘 풀어주고 녹인다. 팥의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전염병을 예방해준다는 속설이 있어 동짓날 팥죽을 먹기도 한다.
둘째로 체온 보존을 위해 염소고기, 양고기, 보신탕 등 따뜻한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 중국 북부와 몽골 사람들은 추위에 버티기 위해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부추도 속을 따뜻하게 해서 추위를 이기게 해주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겨울에 많이 먹는 만두에는 항상 부추가 들어간다. 부추만두는 콘셉트가 참 좋다. 만두피로 피부를 두텁게 해서 추위를 막아주고, 부추로 속을 데워 추위를 이기게 하는 음식이다.
으슬으슬 추울 때는 생강차나 고추, 마늘 등 매운 음식이 도움이 되지만, 장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에는 겨울에 생강, 마늘, 파를 많이 먹으면 봄에 간과 눈이 나빠지고 흰머리가 나며 수명이 짧아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면해야 할 겨울에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땀구멍을 열게 하고 정액, 피를 땀으로 내보내면 봄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보약 먹을 때 파, 마늘, 무를 먹지 말라는 말은 같은 의미다.
셋째로 견과류의 딱딱한 껍질은 내부의 엑기스는 꽁꽁 응집시켜놓고 외부의 세균, 바이러스 등 이물질은 완전히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정월 대보름에 견과류를 먹는 것은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① 딱딱한 견과류는 정액, 진액을 갈무리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 ② 피를 맑게 해 겨울철에 자주 발병하는 중풍, 심장마비,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 피가 맑아지면 부스럼 등 피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③ 이빨은 뼈의 일종인데, 뼈 중에서 유일하게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뼈에 자극을 주면 뼈가 더 단단해지고, 뼈가 단단해지면 기력과 면역력이 높아지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기공법에서는 이빨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 고치법(叩齒法)을 자주 실천한다. 딱딱한 부럼을 직접 이빨로 깨서 먹는 것은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겨울에는 연자육, 밤, 호두, 은행, 잣, 아몬드, 피스타치오를 먹어주면 좋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내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히 먹어야 한다. 하루에 한 주먹 정도의 분량이면 적당하다.
겨울철은 꽁꽁 얼어붙는 계절이므로, 갈무리를 잘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좋지 않으며, 멀리 나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 태양의 운행에 맞춰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새벽에 찬 공기를 맞으며 운동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고 늦게 자고 무리하게 일하곤 한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면 봄에 춘곤증이 심해진다. 겨울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봄에 ‘spring’처럼 튀어 오르지 못한다.
겨울에 너무 따뜻하게만 지내는 것도 여름철 냉방병만큼 좋지 않다.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면역력,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인데, 겨울에 춥다고 더운 방에서만 생활하면 면역력, 적응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밖에 나가 찬 바람을 맞으면 금방 감기에 걸린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우리는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다. “찍는다”는 말의 의미는 붕어빵 구워내듯 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같은 크기의 벽돌을 만들어낼 때도 찍어낸다 한다. 현실의 물체, 즉 피사체를 그대로 담아낸다고 하여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는지 모른다. 복사하듯 한다 하여 서양에서 출발한 사진이 한자어를 사용하는 동양에 들어오면서 사물을 그대로 베낀다고 여겨 寫眞이라고 이름 붙여지지 않았을까? 사진은 찍는 것으로 각인되었다.
과연 사진은 찍는 것일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화가가 붓과 물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사진 역시 붓 대신에 카메라를 손에 들고 물감 대신에 빛을 활용하여 그리는 그림이 아닐까? 우리가 사진이라고 번역한 영어는 “Photograph”로 빛의 의미인 “Photo’와 그린다는 의미의 “Graph”의 합성어다. 빛그림이 사진인 셈이다. 판박이처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의 한 분야다. “Picture”라 하여 사진을 그림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광의의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을 카메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정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2016년 7월 25일 서울시청 다목적 홀에서 열린 “The Senior 2016”(사단법인 은퇴연금협회, 머니투데이 방송 주최)에 초대받아 전시한 나의 사진전시회 주제를 “카메라로 그린 수채화 10선”으로 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진에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보기에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라 부르고 나를 포토스토리텔러라고 자칭한다. 대체로 우리는 카메라와 빛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사진을 찍고 있다. 카메라 사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제조사에서 손쉬운 촬영법을 장착하고 있다. 셔터만 누르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침팬지도 사진을 찍는다. 특히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이 장착되고 그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진을 찍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진의 대중화를 열었다. 필름을 사용할 때에는 필름 값이 만만치 않아 쉽사리 셔터를 누르지 못하였다. 디지털화한 오늘날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찍었다 삭제하면 되기에 예전보다 사진이 양산되고 있다. 한 장 한 장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누른다.
지금은 전쟁터에서 자동기관총을 쏘아대듯이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카메라 장치의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댄다. 오래전에 “존 시스템”이라는 노출 농도 10단계를 창안한 미국 근대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Ansel Adams 1902~1984)가 이렇게 경고했는지 모른다.
“멋진 사진을 얻게 되리라는 기대 아래 수많은 네거티브를 만들어내며 자동기관총을 쏘아대듯이 사진을 찍어댄다면 심각한 결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작품을 위해서는 찍는다(Take)는 생각을 하지 말고 항상 만든다(Make)는 생각을 해라.”
사진작가들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에 이런 대목이 자주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한 장 건졌어!” “대충 여러 장을 찍다 보니 운 좋게 작품 한 장이 찍혔지 뭐야!”라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림을 그리듯 신중하지 못하게 촬영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찍은 셈이다. 안셀 아담스의 이야기는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라 할 수 있다. 寫眞을 “빛그림”으로 이해하고 그림을 그리듯 접근한다면 사진은 달라질 것이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구도, 배경, 주제와 부제의 배치, 조리개의 선택, 없애야 할 부분 등을 생각한다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지 싶다.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피는 못 속인다고 세월이 갈수록 자신을 닮아가고 성장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웃고 울기도 한다. 어쩌면 나쁜 것은 그리도 부모를 똑 닮아 가는 걸까? 필자도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지나온 날을 보는 것 같아 반성과 함께 성숙함이 녹 익어간다.
필자에게는 두 딸이 있다. 예전 같으면 딸 딸이 엄마라 시부모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며느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져 딸이 둘이면 금메달이란다. 오히려 아들 아들이면 똥 메달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아들이 둘에 더구나 큰아들 같은 남편을 키우는 엄마는 등골이 휘어질 텐데, 현실은 그렇다 하니 차라리 돈 메달이라도 목에 걸어 위안을 주고 싶다.
이른 새벽 4시쯤이나 되었나 보다. 화장실로 향하는 길에 환한 불빛이 방문 밑으로 새어 들어온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누군가 하고 궁금했지만 일단은 볼일부터 보기로 했다. 두려움에 방문을 살짝 열고 거실 쪽을 바라다본다. 큰딸아이가 식탁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다. 필자를 닮아 개성 강한 큰딸이 조심스러워 살그머니 문을 닫았다. 영 다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쩌다 보니 잠깐 눈을 붙였다. 다시 눈을 떠보니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큰아이가 궁금해 다시 방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아이가 없다. 궁금한 참에 일단은 살금살금 식탁으로 향한다. 잠도 안 자고 새벽까지 무슨 짓을 한 건지 몰라 필자는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두 통의 편지였다. 한 장은 ‘사랑하는 엄마에게’ 그리고 나머지는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쓰인 예쁜 편지지였다.
순간 손이 떨려왔다. 어떤 내용인지 빨리 보고 싶지만 당장은 참기로 했다. 걸렸다 하면 난리가 나기에 태연하게 물 한 컵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큰딸이라는 대견스러움에 가슴이 촉촉이 젖어왔다. 작은 딸은 겉모습이 공주처럼 곱고 예쁘지만, 아빠를 많이 닮아 조금은 냉정하고 담담한 성격이다. 본인에게 불필요하고 소소한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호랑이띠의 호탕한 대범함을 소유했다. 결국 2살 연하 남을 만나, 언니보다 먼저 결혼해서 가정을 이끌어갔다.
반면에 큰딸아이는 겉보기에 키는 작아도 여자 대장감으로 리더십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쳤으나, 엄마를 닮아 아기자기하고 속마음이 여리며 눈물이 많았다. 지금도 예쁜 인형들을 좋아하고 소박하지만 화려함을 몸에 달고 산다. 어쩌면 그렇게 커갈수록 부모를 닮아가며 단점들은 모두 배워가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참지 못하는 성격과 남편의 멍청한 순수함은 꼭 빼어서 골고루 갖고 있었다.
큰딸은 잠깐 다니러 온 부모 집을 떠나면서도, 밤새 써 내려간 편지에 관한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다시 부모와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대화를 단절시킨 것 같았다. 필자도 무어라 말을 건넬 수가 없어 눈치만 보았다. 이상하다는 생각과 편지를 건네주지 않은 것이 영 답답했지만 묻지도 않았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집에 돌아와 화장대 앞에 앉았다. 가지런히 두 개의 예쁜 봉투가 나란히 놓여 필자의 마음을 파고 들어왔다. 그것은 필자가 자식들에게 늘 하던 방식 그대로 였다.
필자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큰딸은 깊은 마음을 담고 있었다. 장녀라는 책임감으로 써 내려간 부모를 향한 마음은 그 어느 것보다 귀한 것이었다. 필자가 애써서 혼신의 힘을 다해 키워놓은 대가는 충분히 넘쳐흘렀다. 더구나 정성 어린 선물도 함께 있었다. 빳빳하게 은행에서 갓 구워낸 몇 장의 지폐가 각각 따로 들어있었다. 필자는 마음에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자 서랍 밑 깊숙이 보관해 두었다. 딸의 마음 선물은 하늘만큼 땅만큼 진하게 눈물로 고여 왔다. 애써 자식 키운 보람이 있었다.
엊그제 큰딸은 또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집안을 난리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홀랑 자취를 감췄다. 마지못해, 텅빈 큰아이 방을 치우려 들어가 보니 침대 위에 금빛을 띠우는 예쁜 봉투 하나가 미소를 짓고 있다. 유혹에 걸려들어 내친김에 얼른 열어본다. 백화점 상품권 몇 장이 필자를 기다리며 엄마를 향한 큰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봉투를 두 손에 들고 눈을 감고 소파에 앉았다. 깊어가는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에 필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처럼 남편과 백화점으로 나갔다. 몇 십만 원하는 고가의 옷을 사려니 사치스러움에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필자부부는 수영을 좋아하니 마침 세일하는 수영복을 샀다. 꼭 필요한 소소한 물품들을 이것저것 구입했다. 남편은 꼭대기 식당코너로 가서 특별히 근사하고 맛난 것을 먹자고 했다. 큰 딸자식의 따뜻한 마음으로 필자 부부는 또 호강을 했다. 자식의 부모사랑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결국, 가족이란 살면서 부딪치고 또 상처받지만,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 회복되며 사랑해 가는 것이었다.
집 떠난 큰딸은 며칠 후면 또 돌아온다. 시집 안 간 처녀 의사의 히스테리는 수준급이다. 필자를 닮아 유별난 성격은 가끔씩 집안을 뒤집어엎는다. 그러나 아직은 함께 데리고 살면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 모습은 영락없는 필자의 붕어빵 모습이었고, 나쁜 것은 부모를 꼭 닮아가며 가슴에 못을 박았다. 다만 부모가 그 감당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고 넉넉한 충전을 필요로 할 뿐이다.
오늘도 제일 영양가 있는 음식과 글쓰기로 필자는 마음에 양식을 쌓으며 부모는 딸자식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려본다.
세계적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세계에서 콩을 가장 많이 먹는다. 장수에 좋다는 ‘슈퍼푸드(Super Food)’라는 용어를 세상에 퍼뜨린 미국의 영양학 박사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이 선정한 14가지 음식에도 콩이 들어간다.
서양은 밀 위주의 문화이고, 동양은 쌀 위주의 문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적용되는 음식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콩 문화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콩 음식이 발달했다. 콩을 발효시킨 메주, 간장, 된장, 청국장 등과 콩을 가공한 두부, 순두부, 콩비지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콩은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콩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유행하고 있다. 쥐눈이콩, 녹두, 완두, 렌틸콩, 병아리콩, 여우콩, 동부콩, 팥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 콩은 어디에 좋고, 저 콩은 어떤 병에 좋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음식의 효능을 찾을 때는 큰 부류의 공통점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녹두, 완두의 차이보다는 녹두, 사과의 차이가 더 크다. 즉 콩류는 공통점이 훨씬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나서, 콩 각각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콩과 식물은 대표적인 덩굴 식물로 뿌리가 깊고 덩굴이 질기며 생명력이 강하다. 칡,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감초, 황기, 콩, 팥 등이 있다. 칡 ‘갈(葛)’은 막을 ‘알(遏)’에서 나왔는데, 도로를 뒤덮어 길을 막아 버릴 정도로 잘 자라며 질기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엽 미국에 도입된 칡은 현재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북부로 진격 중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1분에 1마일씩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 아까시나무는 제초제를 쳐도 안 죽어 아까시나무만 죽이는 제초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족제비싸리는 대한제국 무렵 민둥산이 많아 홍수가 나자, 이를 막는다고 북미에서 수입했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질기다. 회초리, 빗자루로 쓰던 싸리나무 역시 콩과 식물이다.
이렇게 빨리 자라고 질길 수 있는 것은 수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칡은 수십 미터 떨어진 말단까지 수액을 공급해 준다. 덩굴식물인 콩과는 체액을 순환시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해독하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콩과는 모두 서늘하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콩가루를 많이 쓰며, 술독을 푸는 데 칡뿌리, 녹두전 등 콩류가 꼭 들어간다. 황달, 부종, 배가 더부룩한 경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길 수 있는 심혈관질환, 뱃살에도 콩류가 좋다. 공해독, 약독을 풀어주는 데도 콩류가 좋기 때문에, 양약을 장기 복용할 때 콩류를 약간씩 먹어 주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콩류 전체를 살펴보면 콩깍지가 길면 길수록 체액을 순환시켜 몸 밖으로 빼내는 효능이 강한데, 녹두, 팥 등이 그렇다. 심혈관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장의 찌꺼기, 군살, 독소 등을 제거하는 힘이 강하다. 콩깍지가 짧을수록, 즉 1개의 콩깍지에 들어 있는 콩이 적으면 적을수록 기운을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한데,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그렇다. 생식기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단백질이 많은 콩류는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날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많기 때문에, 그냥 먹을 경우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콩을 쪄서 가루내면 트립신 저해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 그리고 콩에는 질소와 황이 있어 배에 가스가 차게 하고 방귀를 잦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녹두는 콩 중에서 해독력이 가장 강하고 차가운데, 해독하는 힘은 녹색 껍질에 있다. 두통, 편도선염, 가슴 답답,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의 해소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잠자면 머리를 시원하게 해서 열 많은 사람의 두통에 좋다. 그런데 원기가 쇠약해진 노인이나, 기운이 약한 사람,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약 먹을 때 녹두, 녹두 나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한약마저 해독해 버리기 때문이다.
붉은 팥은 뚫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각기, 부종, 창만에 좋으며, 산모의 젖 분비도 촉진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할 수 있는데, 팥은 이런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가장 잘 풀어준다.
따라서 팥빵, 찐빵, 붕어빵, 팥칼국수, 타이야끼 등 밀가루 음식에 팥이 자주 들어간다. 동지팥죽, 찹쌀떡에 팥이 들어간 것도 새알, 찹쌀떡을 먹고 잘 체하는 부작용을 팥이 없애주기 때문이다. 뚫는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검어지고 마르며 야위게 된다”고 주의시키고 있다. 1개의 팥 깍지에 4~1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백편두는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부르는데, 남미 열대가 원산이며,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져 구토, 설사하고 땀이 쉽게 나며 몸이 무겁고 부을 때, 더위 먹었을 때, 아주 좋은 여름철 곡식이다. 소화력이 약할 때는 그냥 볶거나 생강즙 치료에 볶아서 쓰면 소화력도 높여 준다. 또한 콩의 일종이기에 해독하는 힘도 있는데, 여름철 식중독과 비상독, 복어독 등을 풀어준다.
그리스가 원산지인 렌틸콩은 자생지, 모양, 생태환경, 효능이 백편두와 거의 유사하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쥐눈이콩(서목태)은 검고 작으며 속이 파란 것이 특징이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쥐눈이콩은 상당히 강력한 해독제이다. 당뇨를 치료하고, 피를 맑게 하며, 중풍 치료와 예방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에 좋다. 쥐눈이콩은 콩깍지에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중동이 원산지이며 지중해,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병아리콩은 땅콩처럼 고소한 맛, 밤처럼 구수한 맛이 특징으로 콩 비린내가 없고 포만감이 높다. 콩깍지에 2~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콩 역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갱년기증상 완화에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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