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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삼성전자 부사장, ‘돌덩이’에 빠지다
- 책은 누군가에게 부족했던 영감을 주고, 뜻밖의 인연이 닿게끔 돕기도 한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부터 퇴직 후 지금까지 희귀 광물을 수집해온 이지섭 민자연사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책을 통해 고인 생각을 정리하고, 지구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초석을 다듬었다. 또한 직접 펴낸 책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로 독자들과 만나며 수집과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약 150평 규모의 민자연사연구소에는 다양한 빛과 보기 드문 기하학적 형태의 희귀 광물이 전시돼 있다. 이 남다른 3000여 점의 ‘돌덩이’들은 이지섭 소장이 40년 넘는 시간 동안 직접 모은 소중한 예술품이다. 멕시코, 케냐, 페루, 콩고, 모로코 등 원산지도 다양하다. 2010년 개장 이후 광물자원공사 임직원, 고려대학교 지구과학 전공학부 대학원생, 국립과학관 관계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LED 빛을 받고 있는 그의 수집품들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남다른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 소장은 삼성전자에 36년간 몸담으며 대한민국 기업의 신화를 함께 쓴 인물이다. 흑백 TV를 만들던 때부터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겪었다. “삼성전자에서 새로 개발한 전자레인지의 품질 관리를 위해 미팅을 다녔습니다. 기획과 설계, 개발만 기업이 진행하고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방식이긴 했지만,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제품이었어요. 좋은 품질 덕에 세계적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 수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고, 자연스레 저는 해외 출장이 잦았죠. 그러던 중 1981년 우연히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들렀는데, 살면서 보지 못했던 희귀 원석과 광물이 가득하더군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돌 부자’가 된 삼성맨 금속공학을 전공했기에 원석과 광물을 책으로는 자주 봐왔던 그였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돌들을 직접 보니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난하던 어릴 적 냇가에서 반짝이는 돌을 주워 모으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 길로 뉴욕 자연사박물관을 나와 인근 기념품점에서 60달러를 주고 ‘쌍둥이 눈사람’ 모양의 마노(석영과 옥수가 혼합된 보석)를 샀다. 그 후로도 5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광물 시장이나 광산 인근 지방에서 표본을 구했다. 가벼운 산책길에서도 작은 돌, 바위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원석 수집에 사용했어요. 적지 않은 비용 탓에 아내와 마찰도 있었죠. 하지만 제가 퇴근 후 집에서 원석을 보고 미소 짓는 걸 보더니 아내도 이해해주더라고요. 지금은 아내와 자녀들도 원석 수집을 돕고 있어요. 수집품 중 일부는 아내와 가족들이 사서 선물로 준 것입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더 심도 깊은 취미활동을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광물을 향한 지극한 사랑에 전국 방방곡곡의 각종 소모임이나 연구 단체를 꾸준히 찾았고, 관련 서적을 수십 권 독파했다. 광물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직접 표현해보기 위해 그림도 배웠다. 민자연사연구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모든 전시물에 대한 역사와 과학적인 유래를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기 위함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자연과학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연과학은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안내 책자에는 건축에 사용된 재료에 대한 설명이 면밀히 적혀 있습니다. 웬만한 과학 교과서보다 훌륭하더군요. 내부의 예술품들을 보기 전 외관의 요소부터 이해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광물은 그 무엇보다 인간의 역사와 생활에 밀접한 대상이거든요.” 미국 혹은 유럽처럼 대중이 지구과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접근성을 높여 사람들이 다양한 광물을 접할 수 있도록 250개의 표본을 모두 모았어요. 아름다운 원석을 보면 ‘신기한 빛깔과 결정 모양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걸까?’ 궁금해하고, 자연스레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테니까요.” ‘격물치지’ 위한 광물 이야기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으로 젊은 시절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문학가로 알려졌지만, 광물학 연구에도 상당히 힘썼다. 지질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설이나 영화로 널리 알려진 ‘폼페이 최후의 날’ 들끓던 베수비오 화산을 네 번이나 등반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소장 역시 어릴 적부터 동네의 유명한 ‘알고잽이’였다. 뭐든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보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본 다음 날이면 그것을 줍겠다며 아침 일찍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그와 괴테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호기심과 그에 따른 행동력이었다. 이 소장은 제대로 된 환경만 만들어주면 한국에도 괴테가 많이 탄생할 것이라 힘줘 말했다. “꿈은 박물관에서 자랍니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수집의 세계로 뛰어든 저처럼 말이죠. 학생들의 질문에 시달린 지구과학 선생님이나 꼬마 광물 박사의 성화에 연구소로 오는 부모님들을 보면 내심 뿌듯하기도 해요. 광물을 눈에 담으면서 설명을 듣는 것은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떤 것이 계기가 되든 간에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건 확실해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지만, 길가의 흔한 돌에도 지구의 시간과 우주의 신비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생각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책 by 이지섭 돌의 사전 (야하기 치하루 저) “긴 세월 돌과 인류는 항상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돌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몰라요. 이 책은 광물이 어떻게 생성되고 발견됐는지,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또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돌이 만들어지고 순환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어요. 특히 리엘가, 쿤자이트와 같이 연관성을 유추하기 어려운 돌 이름에 얽힌 신화와 전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너무 학술적이지 않아 광물과 원석, 보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지구 이야기 (로버트 M. 헤이즌 저) “카네기연구소 산하 지구물리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특유의 상상력과 시각으로 우리 행성이 수없이 반복해온 일들을 설명합니다. 원자 수준의 변화들이 어떻게 지구 구조의 극적인 전환들로 번역되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거죠. 사실 무수히 많은 돌은 인류 이전,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됐어요. 빅뱅 이후 원시 광물의 탄생, 태양과 지구의 형성 등 총체적인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면 오늘날 광물의 가치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겁니다.”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 (이지섭 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광물을 접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쓴 책이에요. 시중에 나온 책은 대부분 저자의 소장품 도록이 주된 내용이거나, 깊이 있는 전문 서적이었거든요.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들죠. 광물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게끔 여행에서 만난 광물들, 그에 관련한 경험담을 많이 풀어냈어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 재밌잖아요.”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광물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 관련된 다른 현상을 함께 바라보며 복합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괴테인데요. ‘이탈리아 기행’은 그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보고를 손질하여 엮은 책입니다. 괴테는 자연환경, 사회, 그리고 예술 분야에 조예가 깊었어요. 특히 식물학, 기상학, 지질학, 광물학, 색채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연결성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설정하며 세심한 관찰 기록을 남겼죠. 그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서 겉으로만 알던 지식을 직접 보았을 때의 진실한 기쁨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2022-10-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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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협회 창립 60주년, '잡지주간 2022' 행사 열린다
- (사)한국잡지협회가 잡지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잡지 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해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잡지주간 2022'를 개최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잡지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더한다. 잡지라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부해지는가 등 그 정보력과 영향력을 국민이 체감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 행사에 앞서 잡지협회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등 추진조직을 구성, 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언론프리핑을 열었다. 백동민 집행위원장(아트인포스트 대표)을 비롯해 백종운 대회장(제44회 한국잡지협회 회장), 이창의 위원(한국문화관광미디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브리핑을 통해 백동민 집행위원장은 "잡지 사업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종(種) 수는 역으로 증가했다. 독자층이 점점 세분화 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 잡지는 늘 시대의 변화와 함께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자부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모바일 클라우드 사업 등의 사업을 통해 독자가 일종의 패키지 형태로 다양한 잡지를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잡지 주제의 전시ㆍ콘서트ㆍ콘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 열려 총 열흘 간 '잡지가 있는 삶'이라는 대주제 아래 '근현대 잡지 특별전',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 전시회',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 '매거진 콘서트',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 등 잡지산업 종사자 및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전시 프로그램인 '근현대 잡지 특별전'은 '오늘, 당신의 잡지'라는 주제로 국립중앙도서관과 공동 주최, 10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150여 종의 다양한 근현대 잡지를 비롯해 문화적 사료인 옛 잡지와 독자에게 사랑 받았던 인기 잡지 등을 선보인다. 같은 시기 '제15회 잡지 미디어 콘텐츠 공모전시'도 한국잡지정보관 내 M미술관에서 즐길 수 있다. 잡지를 주제로 독자들이 직접 기록하고 제작한 글쓰기, 만화, 그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중 우수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해당 행사는 잡지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매년 개최해왔다. 본 행사의 첫 날인 11월 1일에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각계 주요 인사와 잡지 발행인, 정부훈포상 수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7회 잡지의 날 기념식'을 갖는다. 이날은 '잡지의 날'로, 근대 종합잡지의 효시인 '소년'(少年)의 창간일을 기념해 정했다.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11월 5일 열리는 '매거진 콘서트'에서는 미래 독자층과 MZ세대를 위한 콘서트를 진행한다. 잡지를 주제로 한 대담과 작은 공연을 통해 잡지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와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11월 10일 행사 마지막 날에는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가 마련됐다. 아시아 잡지계 산학연과 함께 국내외 잡지계와 언론 및 출판계 종사자 등이 참석해 4차 산업시대 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대전환 시대에 따른 미래 잡지산업에 대해 논의한다. '잡지주간 2022'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잡지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2022-10-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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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모바일 아티스트, 모두의 미술을 꿈꾸는 정병길
- 마네의 인상주의나 피카소의 입체주의 그림을 처음 본 당대 사람들은 ‘예술이 아니다’, ‘낙서에 불과하다’라고 혹평했다. 시간이 흐른 뒤 대중은 그들을 ‘창시자’라 일컬었고, 작품들을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듯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이들은 저마다 산통을 겪는다. 그리고 여기, 모바일 아트로 미술계에 한 획을 긋겠다는 남자가 있다. 국내 최초 모바일 아티스트 정병길(69) 씨다. 어떠한 창조적 본능이나 이끌림 같았다. 정병길 씨가 그림을 그린 까닭 말이다. 학창 시절 다른 숙제는 거들떠보지 않다가도 그림이나 공작(工作) 과제는 눈을 반짝이며 해냈다. 슥슥 휙휙 그렸다 하면 사생대회 1등은 떼놓은 당상. 뛰어난 실력에 담임선생님이 미대를 권유한 적도 있었다. 물론 뜻이 없진 않았지만, 당시엔 다른 꿈이 더 앞섰다. 우장춘 박사처럼 훌륭한 육종학자가 되어 농촌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꿈으로 끝나버렸다. 아버지의 지병으로 가세가 기운 탓이었다. 원하는 전공보다는 장학금을 주는 농협대학을 택했고, 곧장 밥벌이를 시작했다. 30여 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화실까지 마련해가며 붓을 놓지 않았다. 그에게 그림이란 목표로 하는 꿈보다는 오래 지니고픈 로망이었기에 쉬이 접지 못했을 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도 여느 직장인처럼 인생 1막을 정리할 때가 다가왔다. “농협 지점장까지 하다가 2010년에 은퇴했어요.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그만두고도 2~3년 더 일할 자리를 마련해줬거든요. 앞으로 30~40년은 더 살 텐데, 당장 몇 년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되겠더라고요. 눈 한번 질끈 감고 일자리를 사양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써볼 요량이었죠.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이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그것도 무명인이 문예활동으로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여긴 게 큰 착오였죠.” 박수 받은 창직, 현실은 맨땅에 헤딩 정병길 씨는 그림뿐만 아니라 글재주도 남달랐다. 당초 그는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글을 투고해 원고료로 생활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다. 은퇴 후 1년 동안 칩거하며 쓴 글을 ‘내 아이 이웃과 함께 더 큰 세상으로’라는 책으로 내놓았다. 2년 뒤엔 두 번째 책 ‘이젠 아빠를 부탁해’를 펴냈다. 주변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 그림으로는 ‘상하이아트페어’, ‘대한민국미술대전’, ‘행주미술대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개인전도 열며 초석을 다져나갔다. 하지만 그 역시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유명 작가가 아니니 결국 홍보 문제다 싶더군요. 신문 광고도 몇 번 냈는데, 비용이 많이 들었죠. SNS를 배워 직접 홍보하는 게 낫겠더라고요. 관련 강의를 듣다 만난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이 모바일 미술 앱을 소개해줬습니다. 태블릿 PC에 떠듬떠듬 그려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당시 강사에게 매주 새로운 그림을 그려 보여줬더니, 모바일 미술을 업(業)으로 삼아보면 어떻겠냐 하더라고요. 그게 창직의 신호탄이 된 셈이죠.” ‘모바일 미술’(아트)이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에 내장된 그림 앱을 이용해 창작한 미술이나 예술을 말한다. 물감, 붓, 캔버스나 이젤 등이 필요 없고, 그 덕분에 별도로 화실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이나 SNS상에 작품을 게시하거나, 출판물에 사용하기도 하고, 캔버스나 종이 등에 출력해 유화나 수채화처럼 전시할 수도 있다. 그런 모바일 미술이 정병길 씨에겐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친김에 정보를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입소문을 탄 장르였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전무했다. “옳거니!” 창조적 본능이 되살아났고, 그렇게 개척자의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당시 모바일 미술을 가르치는 학원도, 선생님도 없었어요. 거의 독학으로 기법을 습득하고 펜업(삼성전자 그림 공유 서비스) 도움을 받았죠. 작품을 만들어 뭔가 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 분야를 알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어요. 시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고 SNS에 강좌 정보를 올렸더니 수요가 꽤 있더군요. ‘그러면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결론이 섰죠.” 그렇게 ‘모바일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탄생시켜 이를 개념화하고, 강좌와 전시를 통해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시대가 발전하며 모바일 미술용 앱과 플랫폼이 더욱 다양해졌고, 관련 툴(Tool)이나 출력 기술이 정교해지며 이 분야는 상승세를 탔다. 혹자는 찰나의 아이디어가 운때 맞았다 여길지라도, 이는 나름의 안목을 갖고 꾸준히 노력했기에 얻은 선물과 같다. 그 성과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시니어 IT 일자리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이라는 결실도 얻었다.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관심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척자의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에요. 미술계는 기득권의 장벽이 높고 굳건하니까요. 그런데 과거 예술 분야 개척자들을 보면, 대부분 목숨 걸어가며 단초를 마련하잖아요. 저는 아직 모바일 미술 때문에 목숨까지 건 적은 없지만, 돈은 참 많이 까먹었습니다.(웃음) 노후에 도움 되려고 한 일인데 오히려 리스크가 될까봐 걱정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 말이 와닿더라고요. ‘안전한 길은 위험하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안전하긴 해도 뭔가 즐거움이 없잖아요. 그거야말로 노후 리스크죠. 그래서 기왕 시작한 거 최대한 부딪혀보려 합니다.” ‘NFT, 줌’ 신기술과 만나는 모바일 아트 현재로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투자하며 판로를 개척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가 아니다. 장차 모바일 아티스트가 촉망받는 직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대 과제인 셈이다. 현재 작품을 판매하거나 저작권료로 얻는 소득은 높지 않다. 그보다는 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술과 직업을 알리는 강의를 통한 수입이 주가 된다. 여타 예술처럼 경매에서 작품의 우수성을 평가받아 높은 금액이 책정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구조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은 생소한 분야인 데다, 작품의 고유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가령 일반적인 경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단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지만, 모바일 미술은 완성된 그림 파일을 종이나 다른 소재에 계속해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바일 미술의 가치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판화 역시 여러 장 찍어낼 수 있잖아요. 대신 한정된 수량을 제작하고, 찍는 순서대로 숫자 표기와 서명을 남기죠. 가령 판화 아래 1/10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10개 찍은 작품 중 첫 번째 에디션이라는 뜻이에요. 그렇게 판화의 개념으로 가치를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또 실크스크린 판화는 판면의 구멍에 잉크를 넣어 찍는데, 이 기법으로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죠. 같은 방법으로 모바일 미술은 완성된 작품이라도 툴을 이용해 색이나 요소를 수정하고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쉽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그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개념을 접목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근래 디지털 수집품 거래가 활발해지며, 이러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도구로 NFT가 사용되고 있다. 미술 시장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추세다. 모바일 미술 작품의 경우 파일 형태로 저장돼 NFT로의 변환이 용이하다. 정병길 씨 역시 이러한 장점을 살려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신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 집중한 아이템은 바로 ‘줌’(Zoom,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이다. 주로 방과후교실이나 사회교육원 등에서 모바일 미술을 가르쳤는데, 코로나19로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줌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첩하게 태세 전환을 하고 기술을 익힌 그는 이제 줌에 관해서도 반전문가가 됐다. 최근 2년 사이 ‘줌을 알려줌’, ‘줌 활용을 알려줌’이라는 줌 활용서를 두 권이나 펴냈으니 말이다. 물론 줌 역시 모바일 미술과의 접점을 꾀하고 있는 그다. “제 목적은 모바일 미술의 매력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건데, 그동안 시공간의 제약이 많았거든요. 특히 섬이나 농어촌에 사시는 어르신처럼, 문화 수혜 격차를 겪는 지역민에게 줌으로 모바일 미술을 전파하려고 해요. 또 그런 분들도 모바일을 통해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줌 전시회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꼭 전에 없던 무언가를 해야만 창의적인 건 아니에요.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접목하느냐에 따라 창작과 창직이 가능하다고 봐요. 자신의 재능이나 관심 있는 분야를 신기술과 잘 연결 지으면 누구든 저처럼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정병길 씨는 2020년 설립한 모바일아티스트협동조합을 통해 체계적으로 자신의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고, 장차 자격증 발급 절차 등도 논의해볼 방침이다. 그런 그가 모바일 아티스트로서 갖는 최종 목표는 분명했다. 바로 ‘모바일 아티스트가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을 이루는 것. 어쩌면 자칫 거대한 포부처럼 들리겠지만, 그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요즘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해 가수들의 한류 열풍이 대단하잖아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동네마다 곳곳에 노래방이 즐비한 나라도 없을 거예요. 그렇게 일상에 스며든 예술이 결국 거대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봐요. 노래방에서 노래하듯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미술을 접한다면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우리 동네 가수처럼, 우리 모두 저마다 작은 예술가가 되는 거죠.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가슴속 예술 감수성을 깨우고 자유롭게 표현해야 삶이 풍요로워져요. 많은 중장년이 모바일 아트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중에도 그의 손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20초 남짓한 짤막한 순간에도 무언가를 스케치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간을 무위(無爲)로 흘려보낸 기자가 이유를 묻자 그 또한 목표라 답한다. 어딜 가든 획 하나라도 긋고 오는 게 목표라고. 그 말을 들으니 수많은 획이 켜켜이 모여 언젠가 미술계에 큰 획을 긋게 될 정병길 씨의 모습이 더 선명히 그려졌다. 문제는 시간. 하지만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조급함이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기에 아직 인생은 늦지 않았으니까. “모지스 할머니로 잘 알려진 미국의 국민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5세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러곤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놓은 작품만 1600점이 넘는다고 해요.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에 그렸다고 하고요. 그분의 삶은 제게도 큰 영감과 희망을 줍니다. 제가 힘을 얻었던 모지스 할머니의 말을 독자분들께 공유하고 싶네요. 여러분,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2022-09-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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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려하다! 자연의 품에 제대로 안겼으니… 강화도 해든뮤지움
- 강화도 바다가 보인다. 썰물에 쓸린 오후의 싯누런 바다가 개펄 너머에서 굼실거린다. 쏟아지는 가랑비가 따가운 양 잔등을 실룩이며 수평선엔 오선지에 매달린 음표처럼 즐거운, 점점이 흩어진 작은 섬들. 섬에 왔으니 해안도로를 달려 해변 풍경부터 눈길에 쓸어 담지 않을 수 없다. 정작 목적지는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해든뮤지움이지만 한동안 해변에서 해찰한다. 바다도 보고, 미술관도 보고. 흥취가 겹일 테니 애초 그러려 했다. 다시 말하자면 해든뮤지움은 바다를 덤으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미술관이다. 해든뮤지움은 야트막한 야산 자락에 있다. 숲 가장자리에 있다. 그래 나무들이 내뿜는 초록이 사위에서 범람한다. 푸르기는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너른 야외 정원 역시 초록을 흩뿌리고 있으니. 미술관 건물은 외견상 주역이 아니다. 절반 이상 지하로 스며든 건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상의 풍경은 다소 휑한 맛을 풍긴다. 그래서 좀 고즈넉하나, 사실은 군더더기 없이 시원해 첫눈에 수려하다. 이와 같은 풍광은 그저 그렇게 저절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면밀한 구상과 지향을 오롯이 구현한 결과물이니까. 설계 콘셉트 자체가 모든 구조물이 주변의 자연경관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래부터 있었던 자연스러운 지형을 뭉개거나 변형하는 걸 최대한 자제했다. 해든뮤지움을 보며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나오시마 섬에 지은 지중미술관을 연상하는 이들이 있다. 지하에 미술관 건물을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지상으로 불쑥 솟은 건축을 할 경우 주변 풍경을 망칠 수밖에 없다. 과격한 인위로는 자연을 제압하는 결례를 범하기 마련이다. 해든뮤지움은 차라리 겸손하게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군사용 벙커도 아닌 것이, 은밀한 마약 제조 공장도 아닌 것이 마냥 땅속에 폭 파묻힌다면 어떻게 흥미를 주겠는가? 이 미술관은 지형을 기술적으로 활용해 통유리창을 벽면 일부에 설치함으로써 숨통을 틔웠다. 유리창을 통해 빛을 끌어들여 전시장에 공급한다. 투명한 유리벽으로 외부의 숲 경관을 끌어들인다. 모르긴 몰라도 난이도 높은 건축 기법이 적용되었을 테다. 개관한 해인 2013년, 이 미술관은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건축 베스트 7’에 뽑혔다. 설계자는 건축가 배대용. 자연환경을 고려해달라는 설립자의 주문을 고스란히 반영한 설계로 예술품에 맞먹을 미술관을 귀결한 그의 변은 이렇다. “미술관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자연 파괴 없이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건물 설계에 중점을 두었다.” 경사로를 따라 지하 1층에 있는 미술관 입구로 내려간다. 출입문 앞에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HOPE’가 있다. ‘H’, ‘O’, ‘P’, ‘E’ 4개의 알파벳을 사각형 격자 모양으로 구성한 설치 작품이다. 딱히 뜯어볼 것도 없이 밋밋해 보인다. 단순한 알파벳 조형이다. 그나마 특징이 있다면 ‘O’자를 살짝 기울여 따분함을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점일 뿐이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이와 유사한 작품 ‘LOVE’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앤디 워홀과 함께 미국 팝아트의 거장으로 부상했다. 남들이 안 하거나 못 하는 걸 하라! 평범한 걸 비틀어 비범해 보이게 하라! 이건 팝아트의 본령이다. 인디애나는 누구나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으로,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영예가 온전하지는 못했다. 상업주의 작가라는 꼬리표가 세상 떠날 때까지 붙어 다녔으니까. 거울로 산야를 끌어들여 6개로 이루어진 전시장 전관에서는 ‘메타·화양연화전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창겸, 이이남, 장 샤오타오 등 6인의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기획전이다. 이 시대 한국의 미디어 아트가 매우 전위적인 행진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시회이기도. 미술관 중정엔 베르나르 브네의 ‘두 개의 불확실한 선’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9년 전 개관한 이래 해든뮤지움은 일반 관람객은 물론 미술 전문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기획전을 다수 펼쳤다. 개관전인 ‘현대미술의 거장’전은 설립자 박춘순 관장의 컬렉션을 내건 전시회였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망라돼 호응을 끌어냈다. 2018년에 치른 ‘샤갈’전 역시 대형 전시회였다. 몽환적인 색채와 비현실적 공간 구성으로 샤갈의 진품 다수를 전시해 커다란 반향을 야기했다. 이제 미술관을 나와 정원을 거닌다. 탁 트인 정원이라 저만치의 숲도, 저 위의 하늘도, 구름도, 새소리도 사뭇 가깝게 다가온다. 이 충만한 자연은 모든 진리의 압축 파일이다. 상처투성이 마음을, 초라한 생각을 어루만져주는 자비의 손길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치유의 정원? 이름이 붙어 있다. ‘미러가든’이다. 이는 해든뮤지움의 시그니처 구조물이다. 미감을 살려 배치한 초대형 거울 여러 점이 단박에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어 맨다. 여느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이색이다. ‘거울 셀카’의 촬영 명소다. 맑은 거울 앞으로 다가가자 누군가 거울 속에서 멈칫거린다. 바로 나 자신이다. 별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별것 아닌 몰골로 거울 속에 있다. 나의 이미지를 객관화하고, 심지어 속내까지 투명하게 까발리는 거울의 불심검문에 켕길 수밖에 없다. 인간의 성찰 능력은 거울이 만들어지면서 한결 발육했을지도 모른다. 해든뮤지움은 거울 벽이 끌어들이는 자연 풍경을 보라고, 자연의 일부인 나를 보라고 거울을 조성했지만, 사람들은 대개 반짝이는 거울 앞에서 사진 찍기를 즐긴다. 행복은 그런 여흥의 언저리에 감도는 법이다. 거울 벽 앞에는 브론즈 조각 한 점이 놓여 있다. 머리와 두 팔이 잘려나간 상반신을 조형한 데다, 비스듬히 기운 품새라 처연해 보이지만 웅장한 맛을 풍긴다. 빨아들이듯 눈길을 당기는 작품이다. 폴란드 조각가 이고르 미토라이의 ‘이카루스의 토르소’다.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으나 밀랍이 녹아내려 지상으로 추락한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해서 ‘이카루스의 날개’는 흔히 광활한 자유를 갈구하지만 결국은 좌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빗댄 은유로 쓰인다. 미토라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작업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삶의 드라마를 친숙한 형상으로 빚으려는 시도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카루스의 토르소’는 비루한 삶에 휘둘리면서도 날아보고 싶은 열망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재미있는 건, 등짝에 조형해 붙인 메두사의 머리 위에 이카루스의 날개가 자그맣게 달려 있다는 점. 메두사로부터 이렇게 페가수스가 태어난다. 페가수스는 이제 곧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를 것 같고. 숨은 그림처럼 실린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다. 해든뮤지움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 2022-09-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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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실버테크 입고 도약하는 스마트 돌봄
- 고령층의 안전과 돌봄이 편리해지도록 적용된 기술을 뜻하는 ‘실버테크’는 요양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IoT를 적용한 밀착형 돌봄,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요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고령층 비율은 2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만큼 이미 2000년대부터 ‘첨단 변기’, ‘욕창 침대’, ‘간병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일본은 어떤 스마트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실버테크 흐름을 알아보자. 1. 정서 채워주는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이 있는 반려로봇이다. 일본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이 탑재돼 있어 동물처럼 꼬리를 흔든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로봇 ‘하무하무’(일본어로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을 반복한다. 고차원적 기능이 아닌 단순한 반복 행동만으로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일손 덜어주는 ‘간병로봇’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도 부족한 간병 인력이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개발된 것이 간병로봇이다. 간병로봇 개발 업체는 100여 개사로, 15개 정도의 로봇이 상용화됐다.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보는 돌봄 대상을 입력해두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로 돌봄 대상을 찾는다. 만약 홀로 집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족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3. 욕창 예방하는 ‘로봇침대’ 액스로보틱스(Ax Robotics)가 개발한 요양 시설용 로봇침대 ‘해크스’(Haxx)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물을 통해 욕창을 방지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욕창을 예방하려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해 돌봄 직원의 노동이 많이 투입된다. 로봇침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바꿔준다. 추후에는 배설 감지, 생체 정보 측정 등의 기술도 탑재할 계획이다. 4. 질식사 막는 ‘넥 밴드’ 일본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노인들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했다. 노화로 음식 삼키는 기능이 퇴화되면 오연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넥 밴드에 설치된 센서는 음식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감지하고, AI는 삼키는 소리를 학습한다. 식사 중 삼키는 횟수와 속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5. 추락 사고 예방하는 ‘콜로반’ 이디스커버리 업체 ‘프론테오’의 ‘콜로반’은 AI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의 병력과 복용하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제나 전도 위험성이 있는지 분석, 일주일 후의 낙상·추락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수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콜로반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솔루션 도입 이후 낙상 발생률이 2/3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6. 익사 방지하는 ‘센서’ 노인의 익사 사고 중 90%는 집 안의 욕조에서 발생한다. 1인 가구는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씻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심장마비 확률도 높아진다. 내비게이션 업체 JVC켄우드는 화장실 비상발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천장에 부착된 적외선·초음파 센서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람을 인식, 익사 가능성이 포착되면 알람을 울린다. 알람에 반응이 없으면 18초 후 자동으로 응급실에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 2022-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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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테크 입고 도약하는 스마트 돌봄·요양 서비스
- 고령층의 안전과 돌봄이 편리해지도록 적용된 기술을 뜻하는 ‘실버테크’는 요양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IoT를 적용한 밀착형 돌봄,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요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요양·돌봄 서비스의 수요를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2035년이면 노인 인구의 47%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 서비스 시장은 2012년 2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약 10조 원 규모로 연평균 16.6% 성장했다. 요양·돌봄에 대한 수요 증가는 ‘실버 산업’과 ‘테크’(Tech)의 융합 속도를 높였다. 독거노인 위한 지자체 모니터링 지방자치단체들은 독거노인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양한 실버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거노인의 위험 요소를 감지, 이를 알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상북도는 ‘마음안심서비스’ 앱을 운영한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독거노인이 6~72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나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팀 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위험신호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구미시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고독사 위험이 큰 1인 가구 90곳에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했다. 가전제품에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해 전력 사용량과 조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일정 시간 변화가 없으면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연락이 간다. 가평군도 스마트 생활형 돌보미 ‘욜빙’(YOLVING)을 독거노인 20가구에 설치했다. 보호자가 설치한 앱과 연결되어 있어 화상통화로 소통할 수 있고, 생활지원사와도 연계된다. 더불어 복약 관리, 치매 예방 놀이, 전자 앨범, 건강 정보 측정도 할 수 있다. 가평군은 올해 8월부터 ‘AI 스피커 스마트 통합 돌봄 사업’을 추진한다. AI 스피커를 설치해 우울증·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화를 유도하고, 24시간 위험 요인 감지 시스템을 가동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대구시는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해 ‘AI 자동 안부 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AI 상담원이 1인 가구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복약 등 건강을 점검하고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평소와 다르다고 감지하면 담당 공무원에게 신호를 보낸다. 울산시는 독거노인 가구에 활동량 감지기와 출입문 감지기 등을 설치해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고양시와 서울시 성동구는 치매 노인에게 GPS가 탑재된 신발 ‘꼬까신’을 무상 보급했다. 실종 치매 노인의 평균 발견 소요 시간은 11.9시간인데, 꼬까신을 착용하면 1.7시간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보였다. 전북 진안군은 치매 고령자에게 미스터마인드의 AI 캡슐을 탑재한 ‘빠망이’ 돌봄인형을 보급한다. 빠망이는 치매안심센터 전문인력과 일대일로 매칭되며, 인지·건강·생활안전·위험 상황 등을 전담인력이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뇌 활동 놀이로 치매 예방을 돕고, ‘돌봄e음’ 앱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서울시 관악구는 스마트 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 114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원격 화상 플랫폼으로 여가 복지 프로그램 제공, IoT 헬스케어 기반 건강관리, 실내 스마트팜으로 정서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요양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버테크는 주로 요양·돌봄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동작 감지 센서를 통한 침대 낙상 방지, 수면 센서를 통한 수면 패턴 기록, 체온·호흡·맥박 자동측정 등의 IoT 기술로 이용자의 생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처방·운동·식사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요양 시설의 관리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자동화하는 기술들도 개발됐다. 시설마다 다른 관리 시스템과 수작업으로 관리되던 돌봄 정보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것.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솔루션 ‘하이케어’는 대표적인 방문요양센터 행정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이 이용자가 신청해야 하는 일들도 자동화되고 있다. 데모테크 스타트업 ‘스핀택’의 요양복지 청구 자동화 서비스는 출시 보름 만에 예상 수요를 넘었다. ‘LG유플러스’와 ‘넷온’은 한국노인중앙복지회 산하 20개 요양원에 올해 6월부터 지능형 CCTV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이 CCTV는 영상 속 사람 얼굴을 감지해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한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 LG유플러스는 이용자의 자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U+스마트레이더’를 활용해 낙상 사고 예방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요양원에서 활용하는 AI는 돌봄인형이나 로봇에 적용된다. AI 돌봄인형은 대화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고 정서를 돌본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가족에게 전달해 위험을 알린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치매 예방용 로봇 ‘실벗’(SILBOT)은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의 요양원 등에 공급되고 있다.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Aldebran Robot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는 요양원,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문 읽어주기, 함께 운동하기, 함께 게임하기, 물리치료 등의 활동이 가능하며, 물건 이동, 개인 보조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돕는 일도 한다. 본인에게 맞는 요양·돌봄·용구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 온라인 중개 플랫폼 ‘케어닥’은 요양보호사·간병인과 돌봄을 원하는 고객을 연결해준다. 케어닥은 2018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의 요양병원 시설 안내와 등급을 공개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돌봄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복지 용구 온라인 몰 ‘그레이몰’은 로그인 정보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자격을 인식, 자동 가격 변경 시스템을 적용한다. 또한 제품 큐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복지 용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의 스마트 돌봄 2021년 기준 일본의 고령층 비율은 2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만큼 이미 2000년대부터 ‘첨단 변기’, ‘욕창 침대’, ‘간병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일본은 어떤 스마트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실버테크 흐름을 알아보자. 1. 정서 채워주는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이 있는 반려로봇이다. 일본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이 탑재돼 있어 동물처럼 꼬리를 흔든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로봇 ‘하무하무’(일본어로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을 반복한다. 고차원적 기능이 아닌 단순한 반복 행동만으로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일손 덜어주는 ‘간병로봇’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도 부족한 간병 인력이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개발된 것이 간병로봇이다. 간병로봇 개발 업체는 100여 개사로, 15개 정도의 로봇이 상용화됐다.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보는 돌봄 대상을 입력해두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로 돌봄 대상을 찾는다. 만약 홀로 집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족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3. 욕창 예방하는 ‘로봇침대’ 액스로보틱스(Ax Robotics)가 개발한 요양 시설용 로봇침대 ‘해크스’(Haxx)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물을 통해 욕창을 방지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욕창을 예방하려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해 돌봄 직원의 노동이 많이 투입된다. 로봇침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바꿔준다. 추후에는 배설 감지, 생체 정보 측정 등의 기술도 탑재할 계획이다. 4. 질식사 막는 ‘넥 밴드’ 일본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노인들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했다. 노화로 음식 삼키는 기능이 퇴화하면 오연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넥 밴드에 설치된 센서는 음식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감지하고, AI는 삼키는 소리를 학습한다. 식사 중 삼키는 횟수와 속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5. 추락 사고 예방하는 ‘콜로반’ 이디스커버리 업체 ‘프론테오’의 ‘콜로반’은 AI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의 병력과 복용하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제나 전도 위험성이 있는지 분석, 일주일 후의 낙상·추락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수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콜로반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솔루션 도입 이후 낙상 발생률이 2/3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6. 익사 방지하는 ‘센서’ 노인의 익사 사고 중 90%는 집 안의 욕조에서 발생한다. 1인 가구는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씻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심장마비 확률도 높아진다. 내비게이션 업체 JVC켄우드는 화장실 비상발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천장에 부착된 적외선·초음파 센서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람을 인식, 익사 가능성이 포착되면 알람을 울린다. 알람에 반응이 없으면 18초 후 자동으로 응급실에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 2022-09-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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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 즐기기 좋은 날씨” 9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 결정적 순간 일정 10월 2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세기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결정적 순간’에 수록된 오리지널 프린트, 1952년 프랑스어 및 영어 초판본, 출판 당시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카르티에 브레송이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해 작가의 생전 인터뷰,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하는 컬렉션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앙리 마티스가 직접 쓰고 그려준 제목과 커버로 장식됐다. 책에는 카르티에 브레송이 1932년부터 1952년까지 미국, 인도, 중국,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촬영한 경이로운 삶의 순간들이 담겼다. 마하트마 간디 장례식,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독일 데사우 나치 강제수용소 등 역사적 순간과 현장도 생생하게 녹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진에 담백한 시선을 담은 카르티에 브레송의 글이 포인트다.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가 ‘사진작가들의 바이블’이라고 일컬을 만큼, ‘결정적 순간’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의 사진작가들에게 큰 파급력을 불러온 책이다. 이번 전시는 책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찬사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카르티에 브레송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명인 명창의 부채-바람에 바람을 싣다 일정 9월 25일까지 장소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전통예술에서 부채는 판소리뿐 아니라 한량춤, 부채산조, 부채춤 등의 전통춤과 줄타기, 탈춤, 굿 등 연희에서도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소품이다. 국립국악원은 전통예술 명인·명창 58명의 부채 80여 점을 수집해 기획전을 열었다. 명인·명창의 부채를 통해 그들의 삶과 열정 또한 엿볼 수 있다. 남해안별신굿보존회의 100년 넘은 부채, 신영희 명창이 소리 인생 70년간 사용한 부채 중 닳아 사용할 수 없는 부채 24점을 모아 만든 8폭 병풍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전시명의 붓글씨는 한글 서예가로도 유명한 소리꾼 장사익이 직접 썼다. ●Book ◇여성 50대를 위한 100세 시대 인간관계(오노데라 아쓰코·문학사상) “중년 여성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기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것은 남성보다 훨씬 더 복잡하며, 부모나 남편, 자녀 등 가족과의 관계가 그 선택을 좌우한다.” 책 ‘여성 50대를 위한 100세 시대 인간관계’는 50대를 중심으로 중년이라 일컬어지는 그 전후의 40대, 60대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여성 심리학자인 저자는 중년 여성의 인간관계와 앞으로의 삶의 방식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책의 부제는 ‘인간관계는 왜 이 나이가 되어서도 힘들기만 할까?’이다. 50대가 되면 인간관계로 고민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골치 아픈 일이 많다. 중년 여성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틈바구니에서 다양한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부모와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 직장 내 인간관계, 친구 관계 등에서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저자는 인간관계 문제를 겪고 있는 중년 여성들에게 명쾌한 해결법을 제시한다. 더불어 인생 후반부를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얘기한다. 저자 오노데라 아쓰코는 현재 메지로대학 인간학부 심리카운슬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발달심리학, 인격심리학이다. 저서로는 ‘비기너 심리학’, ‘아동발달과 아버지의 역할’ 등이 있다.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정인호·센시오)-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금리, 환율보다 사람들의 행동 심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부자는 어떤 심리를 가졌는지, 어떻게 사람들의 심리를 읽고 행동으로 옮기는지 소개한다.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폴 김, 김인종·마름모) 25년간 정신질환자 가족을 돌보고 있는 폴 김과 저널리스트 김인종이 함께 썼다. 책은 정신질환을 의학적·사회적인 관점과 영적·심리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들여다본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이에게 도움을 준다. ◇고양이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강은영·좋은생각)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 명에 달하는 ‘모리’ 강은영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무 시간이 줄어 ‘1일 1고양이’ 그리기를 시작했고,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 과정을 그림과 글에 고스란히 담아 행복 에너지를 전한다. ●Stage ◇아트(ART) 일정 9월 17일 ~ 12월 11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성종완 출연 이순재, 노주현, 백일섭, 박은석, 조풍래, 최재웅, 최영준, 김도빈, 박영수, 박정복 등 블랙 코미디 연극 ‘아트’는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이다. 세 남자의 오랜 우정이 그림 한 점을 계기로 드러난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깨지고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지를 일상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현재까지 15개 언어로 번역돼 35개국에서 공연했고, 몰리에르 어워드,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 토니 어워드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니어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원로배우 이순재, 노주현, 백일섭이 새롭게 캐스팅됐으며, 최정상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은다. 이순재, 박은석, 조풍래는 지적이며 고전을 좋아하는 항공 엔지니어 ‘마크’ 역을 연기한다. 예술에 관심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은 노주현, 최재웅, 최영준, 김도빈이 맡는다. 우유부단한 사고방식의 문구 영업사원 ‘이반’ 역에는 백일섭, 박영수, 박정복이 캐스팅됐다. ◇삼총사 일정 9월 16일 ~ 11월 6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유병은 출연 신성우, 이건명, 김형균, 김준현, 김신의, 김현수, 김법래, 장대웅, 정욱진, 최민우, 렌, 라키, 경윤, 민규 등 뮤지컬 ‘삼총사’가 2018년 10주년 공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온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삼총사’는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과 삼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루이 13세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 초연부터 출연한 배우 신성우와 함께 이건명, 김형균은 삼총사의 리더 아토스 역을 연기한다. 김준현, 김신의, 김현수는 로맨티스트 아라미스로 무대에 오르고, 김법래와 장대웅은 화끈한 바다 사나이 포르토스 역을 연기한다. 정욱진, 최민우, 렌, 라키, 경윤, 민규 등은 돈키호테 같은 성격의 쾌남 달타냥 역을 맡았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일정 8월 30일 ~ 11월 6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김동연 출연 임창정, 정성화, 양준모, 신영숙, 박혜나, 김다현, 김산호, 하은섬, 박준면, 임기홍 등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코믹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국내 초연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이혼으로 양육권을 잃은 다니엘이 백발의 가정부 할머니 다웃파이어로 변장해 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로 취직하는 내용을 담았다. 故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다웃파이어 역에는 임창정, 정성화,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특히 이 작품으로 10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하는 임창정은 “다섯 아이의 아빠로서 가족의 정과 사랑을 듬뿍 담은 다웃파이어를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2-09-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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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볼 일 있을 손쉬운 천체 관측 가이드
- 남이 찍었다는 별 사진 보다 보면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나도 맨눈으로 밤하늘 수놓은 별들을 보고 싶다’, 혹은 ‘나도 별 사진 찍고 싶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 무작정 별 보러 떠나기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정보가 부족하다. 마음만 앞설 당신을 위해, ‘별 볼 일 생길 가이드’를 준비했다. 별 헤는 언덕, 강원도 별마로천문대 천문대의 이름인 별마로는 별+마루(정상)+한자 ‘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지름 80cm 주 망원경과 여러 대의 보조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봉래산 정상 해발 799.8m에 자리하고 있으며, 천문대 주변 활공장의 탁 트인 풍경은 덤이다. 천체투영실에서는 8.3m 규모 돔 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의 굴절 망원경과 반사 망원경 등을 이용해 낮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달과 행성, 별, 성단, 성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천문대 관람 프로그램은 하루에 5회 운영된다. 사전예약제로 운영 중이며, 하절기(4~9월)와 동절기(10~3월)의 관람 시간이 다르다. 하절기 기준 1, 2회에는 태양 관측을, 3~5회에는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에서 별자리 찾는 법, 별자리에 얽힌 로마 신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별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것이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서울 시민의 망원경, 서울시립천문대 서울 시민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장소다. 천체투영실, 천체관측실, 천체망원경실습교육장, 천체과학교육실을 갖추고 있다. 천체관측실에 구비된 직경 8m의 돔 안에서 600mm 대형 망원경으로 성운, 성단, 은하, 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천체투영실에서는 편안히 누워 직경 18m 돔 스크린에 펼쳐지는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주중에는 태양을, 주말에는 계절별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도심 속 별빛산책’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운영한다. 관측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한 계절별 다양한 대체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니 서울시립천문대 홈페이지를 참고하도록 하자. 주소 서울시 광진구 구천면로 2 섬진강 위 흐르는 은하수, 곡성섬진강천문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국내 순수 기술로 제작한 600mm 리치크레티앙 반사 망원경과 정밀도를 자랑하는 중형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전시 개선사업을 거쳐 VR 자이로스코프, 우주엘리베이터, 4D & VR 융합상영관 등의 최신 체험 장비까지 갖췄다. 매달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조금씩 달라진다. 곡성섬진강천문대 홈페이지의 ‘천문대관람’-‘운영프로그램’ 게시판에서 프로그램 일정 및 휴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관람을 원할 경우 관람 예정 시간보다 일찍 방문해 발권하기를 추천한다. 13시 30분부터 당일에 한해 운영하는 모든 시간대 프로그램을 발권할 수 있다. 매일 14시부터 22시까지 운영하며, 마지막 입장 시간은 21시다. 휴관일은 1월 1일과 설날, 추석, 법정 공휴일 다음 날, 매주 월요일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4
- 2022-08-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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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로 세계여행” 8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일정 8월 28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한-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내 최초의 아스테카 특별전이다. 아스테카는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힌다. 전시에서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비롯해 독일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문화재 208점을 만날 수 있다. 총 5부로 구성됐으며, 1521년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 전까지 아스테카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1부와 2부에서는 아스테카의 문화와 종교 등 그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신화를 설명하고,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 및 정치, 경제 체제를 소개한다. 3~5부에서는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모습과 그 가운데 핵심적인 건축물인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에 대해 알 수 있다. 특히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13~16세기 아스테카인은 인간이 지하세계에서 나온 거인의 뼈로 창조됐다고 믿었다. 높이 176㎝, 무게 128㎏의 소조상은 기괴한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신공양과 활발한 정복전쟁에서 비롯된 잔혹한 이미지, 스페인 정복자를 신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와 달리 아스테카 문명의 예술과 지식은 매우 발달했다”라면서 “멕시코에서 이뤄진 최신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정복자가 왜곡하고 과장하기 이전 아스테카의 본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나의 하루 이야기-헝가리에서 온 사진 일정 9월 12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헝가리 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이번 전시에서는 세 아이의 사진을 통해 1936년과 2021년 헝가리 어린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약 70km 떨어진 작은 마을 볼독(Boldog)에 사는 두 소녀의 사진은 지난 80여 년 동안 헝가리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보여준다. 또 헝가리 남서쪽에 위치한 퇴코파니(To¨ro¨kkoppa´ny)에 살고 있는 피테르 코바치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오던 전통 놀이 ‘파프리카’(Paprika) 게임을 친구들과 즐겨 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피테르와 친구들이 파프리카 게임을 현대화해 즐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Book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이우석·꿈의지도) 저자 이우석 소장은 스포츠서울에서 20여 년 여행기자로 활동하면서 주로 밥과 여행에 관한 글을 썼다. 퇴사 후 그는 ‘놀고먹기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리고 미식과 여행에 관련된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오늘 한 끼 어떠셨나요?’는 문화일보에 연재 중인 ‘이우석의 푸드로지’를 엮은 것이다. 이우석 소장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식재료와 음식을 네 가지 주제 ‘따뜻한 밥 한 끼’(국밥·솥밥·꽃게·덮밥·볶음밥·달걀·순대·불고기·닭곰탕·배추), ‘제철에 먹는 별미’(도다리쑥국·봄나물·조개·보리·막국수·민물고기·새우·추어탕·버섯·굴·냉면·대구), ‘한잔 술 부르는 일품요리’(곱창·양고기·복어·소고기·갈비·전·오징어·족발·육회), ‘정식 부럽지 않은 분식’(떡볶이·오뎅·만두·라면·국수·돈가스·햄버거)으로 나눠 소개했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음식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순대는 몽골 기병의 행동식이며, 대구 떼를 쫓다가 뉴펀들랜드를 발견한 사실, 공깃밥이 1960년대 분식장려운동에서 탄생한 배경, 어묵이 아니라 ‘오뎅’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 등을 알려준다. 이우석 소장은 음식과 함께 맛집 230곳도 소개했다. 이 소장이 20여 년간 직접 맛보고 검증한 곳이다. 일 년에 360일은 맛집 순례를 하는 저자가 적어도 몇 번씩은 방문한 집들이다. ◇셜록 홈즈 다시 읽기(안병억·열대림)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인 저자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12가지 핵심어로 명탐정 홈즈를 새롭게 바라본다. 컨설팅 탐정, 과학수사, 천재성, 네트워크, 전쟁 등을 주제로 홈즈와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가치관, 그리고 동시대의 사회상을 들여다본다. ◇사우디 집사(배영준·델피노) 저자 배영준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근무한 적 있는 그는 당시의 경험을 녹여 소설을 썼다. 소설은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를 졸업하고 사우디 왕가의 집사가 된 한국인 피터의 모험기를 그린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닐 올리버·윌북) 저자 닐 올리버는 BBC 다큐멘터리 진행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해온 고고학자다. 그는 지구 위의 특별한 유물과 유적 36개를 엄선해 거기에 담긴 인류의 깊은 사연을 들려준다. 역사, 예술, 문화, 지리, 인류학을 아우르는 인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Stage ◇레 미제라블 일정 8월 5일 ~ 15일 장소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연출 유준기 출연 윤여성, 김명수, 정욱, 박웅, 임동진, 문영수, 최종원, 강희영 등 연극 ‘레 미제라블’은 한국 연극 역사와 함께한 배우들이 2011년부터 만들어온 공연으로 매번 전회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2020년 코로나19를 뚫고 공연이 올라 화제를 모았으며, 2년 만의 귀환이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걸작을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프랑스대혁명 전후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며,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정한 휴머니즘과 인간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윤여성, 김명수, 정욱, 박웅, 임동진 등 원로 배우와 문영수, 최종원, 강희영 등 중견 배우들이 이번에도 명품 연기를 펼친다. 더불어 400여 명의 오디션 지원자 가운데 발탁된 젊은 배우들이 화합의 무대를 펼칠 예정으로 기대를 더한다. ◇두 교황 일정 8월 30일 ~ 10월 23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김민영 출연 신구, 정동환, 서인석, 서상원, 남명렬, 정재은, 조휘 등 원로 배우 신구와 정동환이 연극 ‘두 교황’으로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우정을 다룬 연극 ‘두 교황’이 영국 초연 이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다. 신구는 서인석, 서상원과 함께 베네딕토 16세 역에 캐스팅됐다. 정동환은 남명렬과 프란치스코 역을 소화한다. 영국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이 극본을 썼다.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 베네딕토 16세와 자유로운 진보 성향의 개혁파 프란치스코의 대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 6월 연극으로 초연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엘리자벳 일정 8월 25일 ~ 11월 13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옥주현, 이지혜,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 등 뮤지컬 ‘엘리자벳’이 10주년을 맞았다. 2012년 초연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 상을 석권한 스테디셀러 대작이다.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한 서사와 음악, 무대예술, 3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에는 ‘엘리자벳’의 독보적 흥행을 이끌어낸 옥주현·신성록·김준수·이지훈·박은태·민영기 등의 배우들이 귀환한다. 또 이지혜·노민우·이해준·강태을 등의 뉴캐스트들이 합류, 역대급 무대를 예고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2-08-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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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유도원 한 자락 훔치려거든 여기로, 자하미술관
- 고즈넉한 정취로 포근한 골목길, 시간의 퇴적으로 빛바랜 집들, 저 너머가 궁금해지는 언덕…. 서울에서 이제는 쉬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딱딱한 고층 건물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희한하다. 그래 부암동은 매혹적이다. 음미할 만한 옛날 맛이 남은 동네다. 아파트촌보다 한결 따사로웠던 옛날 동네에 관한 추억이 금빛을 머금고 살아난다. 향수겠지. 이럴 때 마음은 물살처럼 번져 과거의 기슭으로 흘러간다. 자하미술관은 길의 끄트머리에 있다. 길의 이름은 무계정사길. 부암동주민센터에서 인왕산 서북부 자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자하미술관은 높고 외진 산기슭에 있다. 서울에 있는 미술관들 중 가장 고지대에 자리 잡은 미술관이다. 인근엔 석파정 서울미술관과 환기미술관이 있다. 둘 다 내로라하는 미술관이다. 저만치엔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이상적인 도시란 어떤 걸까. 내 생각엔 크고 작은 문화공간들이 우후죽순처럼 즐비한 도시다. 싱싱하고 유쾌한 콘텐츠를 장전한 문화시설이 편의점처럼 숱하다면? 아마도 풍속은 덜 야박해 매정한 도시를 견디기가 용이하리라. 삶의 비루함과 지루함을 잠깐이나마 날려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의 폭약이 생필품 목록에 오르는 세상. 나는 그런 도시가 그립다. 이 점에서도 부암동은 사람을 매혹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많으니까. 레트로 바람일까. 해묵어 누렇게 바랜 흑백사진처럼, 곰삭은 시간의 흔적이 서린 이 동네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색다른 운치를 돋운 카페들도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또는 갈피 없이 마음이 들썩일 때 커피 한잔 즐기기에 좋은. 자하미술관에 이르는 무계정사길 풍경이 이렇게 다채롭다. 서정과 시정을 누릴 만하다. 그렇다면 이건 미술관에 차려진 예술의 성찬을 예감케 하는 애피타이저? 좁은 길을 따라 차를 몰면 잠깐 사이에 자하미술관에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일 아니다. 두 발로 뚜벅뚜벅 거닐며 풍경을 즐기라. 그러라고 골목길들이 무언의 환영사를 읊조리는 게 아닌가? 삶의 과속과 과욕은, 직진을 관습으로 삼은 넓고 개방적인 큰길들이 암암리에 인간들에게 퍼뜨린 병증일지도 모른다. 넥타이처럼 좁고 골방처럼 안온한 골목길이 실핏줄처럼 길의 주류를 이루었던 시절은 이미 사라졌으나, 부암동에 듬성듬성 남아 있다. 도시개발의 캐터필러에 깔려 이마저 머잖아 시들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다면 간신히 생존한 저 골목의 일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그저 고만고만한 골목길이지만 애틋하다. 옛 친구를 만난 양 반갑다. “그래, 또 만나!” 기약 없는 석별을 하고 몇 십 년 전에 헤어진 친구가 문득 골목 모롱이에서 전설처럼 등장할 듯 괜히 설렌다. 과거에는 많은 일들이 골목길에서 벌어졌다. 일상의 인간관계가 맺어졌다. 벌게진 얼굴로 단발머리 여학생에게 수줍은 연애편지를 전해주고 냅다 달아나기 좋은 곳도 골목길이었다. 정든 주점 하나쯤 골목에 있게 마련이었다. 피로가 극에 달할 때, 숨듯이 대피할 수 있는 곳이 골목이었다. 세사의 긴장과 소음에서 놓여날 수 있는 곳이 골목길이었다. 그러니 못내 그리운 게 골목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자하미술관에 가려거든 골목을 걸어 예열할 일이다. 자글자글 들끓는 향수에 취해볼 일이다. 산경(山景)도 영락없는 예술 자하미술관으로 가는 길엔 웅숭깊은 역사 한 자락이 깔려 있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종의 아들로 서예의 달인이었던 안평대군의 무계정사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무계정사 옛터에 지금은 한옥 문화공간 무계원이 들어섰지만, 고명한 옛사람의 별장이 있었던 자리니 깃든 뜻이 예사로우랴. 안평대군은 어느 날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봤다. 당최 잊히지 않는 꿈을 붙잡아두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 안견에게 꿈속의 지상낙원을 들려주고 그림으로 그려주길 청했다. 그렇게 태어난 그림이 천하 걸작 ‘몽유도원도’다. 안평대군은 더 나아가 몽유도원의 현실적 지형을 찾아냈다. 여기 부암동 산간을. 그러곤 무계정사를 지었다. 무계란 무릉계곡이다. 즉 이곳은 안평대군의 무릉계곡이자 무릉도원이었다. 무계정사 일원이 통째 옛사람의 원림이었다. 자하미술관 역시 원림 구역이었다. 순전히 안평대군의 행장에 이끌려 부암동 길을 거닐다가 자하미술관에 이르는 이도 드물지 않을 테다. 자하미술관은 언덕길이 끝나는 고샅에 있다. 인왕산이 늘어뜨린 치마 한 자락을 부여잡은 미술관이다. 그저 살포시, 산 그림자 드리워진 미술관의 형상도 담박하다. 꾸밈과 치레를 자제해 얼룩이 없는 둘레의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다. 건물은 노출콘크리트 벽체로 골격을 삼았다. 개성을 돋우기보다 기능성을 살려 지은 집이다. 전시실은 1층과 2층에 있다. 외부의 자연광을 끌어들이기 위해 천장 한쪽엔 유리판을 설치했다. 미술관 외부에 가득한 건 초록을 내뿜는 산이다. 숲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이다. 인간사의 광기와 탐욕은 인간들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양 무심히 흐르는 구름이다. 상상력을 광폭으로 키울 경우 모든 게 미술이다. ‘본디부터 그냥 그런’ 저 자연을 모방하는 게 예술이지 않던가. 이런 자연을 예술로 관조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열어주는 게 자하미술관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부처라 했으나, 미술관에서 바라보이는 산경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영락없는 예술이다. 조물주의 붓질이 스친 자리다. 신이 구현한 설치 작품이다. 산중 고요에 폭 파묻힌 자하미술관은 작은 미술관이다. 하나 허투루 봤다간 큰코다친다. 수준 높은 기획전을 빈번히 펼치는 미술관으로 나름 이름났다. “어쩌면 그렇게 좋은 전시회들을 기획해요?” 그런 얘기 매번 들었다며, 설립자 강종권 관장이 홍소를 터뜨린다. 그는 미술관 건물을 손수 구상해 지었다. 2008년 개관 이래 독특한 기획전들을 펼쳐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랫동안 안평대군에 꽂혀 헤어나지 못했다. 6년을 내리 안평대군을 테마로 한 갖가지 전시회들을 열었다. 몰입도 이런 뜨거운 몰입이 없다. 그럼에도 양에 차지 않았던가. 2017년엔 ‘안평대군의 비밀정원’이라는 타이틀의 대형 전시회를 펼쳐 갈 데까지 가봤다. 이 전시회에 한창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 22명이 참여해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주재환과 성능경의 2인전 ‘도르래미타불’전 역시 성황리에 펼쳐졌다. 방문 당시에는 김상표의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감을 손가락으로 찍어 화폭에 난사한 액션 페인팅으로 아나키즘을 표출했다. 자하미술관에서 시선이 머무는 건 그림만이 아니다. 외려 산 풍경에 쏠린다. 북한산 비봉능선에, 북악산의 옹골찬 품새에 넋을 잃는다. 후미져 제 발로 찾아오기 쉽지 않은 미술관이지만 웬걸, 와서 보고선 흥취에 반색한다. 그림과 풍광, 둘을 잡았으니 남은 허기가 없다. 종내 마음으로 들이치는 건 안평대군의 꿈이다. 그의 몽유도원 한 자락을 훔쳐본 기분이라니.
- 2022-08-05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