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과 함께 즐겨요… 가정의 달 5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래 환경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정주영 작가의 변화하는 기후·구름·우주, 김옥선 작가의 외래종 나무, 장한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돌(New Rock 프로젝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주제는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로 문명의 발전 이면에 발생한 인간의 욕망과 자연에 관한 태도에 주목했다. 강홍구, 김유정, 백정기, 송상희, 이샛별, 이해민선의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에서는 권혜원, 정혜정, 아니카 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선을 엿본다.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도시 문명, 환경,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반성적 감각을 회복하고 인류세 시대, 그 이후에 관한 공생, 생태적 감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서화첩(글씨와 그림을 모아 만든 책)전이다. 문인, 화가, 서예가, 섬유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60여 명의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화첩 한 권에 프로필을 채웠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소설가 김채원은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기에 그린 우는 자화상을 서화첩에 넣었고,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통해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을 썼다. 한편 작가의 방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방을 재현했다. 특별 전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를 재공개한다. 예약을 통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관람 가능하다. ●Book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김희진·앵글북스) 동년배보다 보통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른다. 그들은 젊은 사람만큼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졌다. 저명한 치매 전문의 김희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노화란 예정된 것이 아니라 소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신체를 어떻게,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나이 드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습관이 기억력과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1부는 ‘이해하기’ 파트로 뇌의 구성과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한다.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하기’ 파트인 2부에서는 일상 점검을 비롯해 식단과 운동,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과 약 복용법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총 7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록에는 많은 이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다양한 방법과 저자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슈퍼에이저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고 큰 효과를 가져오는 행동 지침들을 선별해 30일 두뇌 관리 루틴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독서노트(문재인·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나누어 담았다. 일상을 포착한 4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밥묵자(꼰대희·21세기북스) 개그맨 김대희의 부캐인 ‘꼰대희’는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다. 책은 인·의·예·지 네 파트로 나뉘어 있고, 세대 간 화합을 이끈다. ◇하이 애나, 나는 한국 할머니란다!(류관순·미다스북스) 워킹맘으로 살던 저자는 외동딸과 미국인 사위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 덕분에 초보 할머니가 됐다. 손녀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Stage ◇영웅 일정 5월 29일 ~ 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김민영 출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 등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재현하며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은 애국심과 감동을 자아낸다. 2009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은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특히 정성화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출연하며 ‘영웅’과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관객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1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봄 일정 5월 8일 ~ 6월 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연출 이기쁨 출연 왕은숙, 문희경, 오성림, 예지원, 황석정, 유보영 등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그린 뮤지컬 ‘다시, 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꿈, 갱년기, 폐경, 은퇴 등에 대해 왁자지껄한 수다를 펼친다. 31회 공연이 더블 캐스트로 운영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인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황석정은 ‘다시 팀’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예지원은 ‘봄 팀’에 각각 합류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을 통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일정 5월 11일 ~ 6월 3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조광화 출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등 뮤지컬 제작사 EMK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다. 극 중 타이틀 롤인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로 재즈 가수 블루와의 사랑을 쫓는다. 특히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심창민은 2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그는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5-03 08:18
-
- 인생이 초조한 중년에게… “우리는 아직 성장 중입니다”
- 중년이 되면 초조함에 휩싸일 때가 있다. 어영부영하다가 인생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나 싶다. 세상은 그 나이 먹도록 해놓은 게 얼마나 있냐고 다그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래서일까? 딸이 당연히 알아서 잘살고 있으리라 여기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한성희 원장의 신간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는 그 걱정에서부터 시작됐다. 한성희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한 살 아기부터 85세 노인까지 마음이 아픈 사람이면 누구든 만났다. 그 과정에서 평생에 걸쳐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정신적 문제를 지켜보고 치료해왔다. 43년간 다양한 사례를 접한 그지만 자식에게는 서툰 엄마였다. 10여 년 전, 딸이 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한다 했을 때 깨달았다. 더 이상 품 안의 어린아이가 아님을, 이제는 독립할 만큼 자랐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에겐 했지만 정작 딸에게는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그 마음을 담은 글은 2013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세상에 나왔고, 독자들의 공감을 받으며 21만 부가 판매됐다. “살면서 작가라고 불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죽기 전에 책을 한번 내보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은 있었지만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가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상상도 못 했어요. 이제 아이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고, 서로 떨어져 산 지 15년이 됐네요. 작년에 직접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 미국에 갔는데, 늘 앳돼 보였던 딸이 나름의 고민도 생긴 것 같고 지쳐 보였어요.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거죠.” 중간 지점, 또 한 번의 파도 한 원장도 서른일곱에 떠난 미국 연수 당시 이른 ‘중년의 위기’를 겪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며 초조한 와중에 일은 홍수처럼 쏟아졌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도 경력이 쌓이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자유로운 시기는 끝났다고 여기며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살았다. 딸의 얼굴에서 과거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 만약 마흔 살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엄마로서, 정신분석가로서 너무 늦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신간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는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바람 잘 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담았다. “두 돌이 지나면 말이 시작돼야 하듯, 인생 단계별 발달 과업이 있어요. 40대는 생산성을 다뤄야 할 단계입니다. 삶의 스펙트럼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회사와 가정의 일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시기거든요. 매일매일 전쟁일 거예요. 요즘 4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고 느껴요.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고요.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이미 부와 명예를 이룬 사람투성이죠. 그러다 보니 보통의 삶은 부족한 것이 돼버리고, 박탈감이 들 수 있어요. 게다가 오늘 열심히 한 그 일을 내일도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온전한 ‘나’는 없다며 우울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더불어 바쁜 일상에 지치면 뭐든 새롭지 않다. 벌써 해봤거나, 했던 것의 변주 정도다. 무엇을 먹어도 비슷한 맛이고, 누구를 만나도 비슷한 얘기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지루하다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고, 옛날에 재미있었던 순간만 기억난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습관에 갇히게 된다. 다 해봐서 새로울 게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현재를 과거의 방식대로 살려고 하니 매사 심드렁해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까닭이다. 딛고 나아가며 성장하기 마흔 이후 혼란을 겪더라도 한 원장은 “겁먹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힘든 시절은 영원하지 않으며, 지나고 보면 가장 풍성한 때였구나 알게 된단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의 기준에 맞춰오느라, 세상이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느라 억눌러온 내면의 욕구를 돌아봐야 한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었던 모습을 찾다 보면 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게 되고, 어떤 시련이 오든 무너지지 않을 힘이 생길 테다. 남들이 뜯어말려도 강하게 끌리고 포기가 안 되는 길이 있다면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이가 몇이든 무슨 상관이랴. 처음엔 의아한 선택처럼 보여도 선택이 쌓이고 쌓여 고유한 스토리가 된다. 대신 방향을 완전히 틀어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인생의 여정에서 좀 더 집중할 만한 거리를 찾는 게 먼저다. “그저 더 나아지고 싶은 건강한 본능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저는 환자 한명 한명을 심도 있게 치료하고 싶어 오십에 뒤늦은 개원을 준비했고, 지금까지 해왔던 정신분석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자 예순에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주변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았고 고민이 깊었지만, 시작도 해보지 않고 그만두기는 싫었어요. 의사로서 걸어온 길이 흔히 말하는 성공 공식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래도 자신의 느낌을 믿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스스로 완전한 어른이 됐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제야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구나 짐작해요.”
- 2024-04-23 08:49
-
- “어른 됨은 성숙한 시민성”, 좋은 어른 꿈꾸는 청년 공동체 ‘유난’
- “나 혼자 먹고살기도 빡빡한 시대에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게 유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바꾼다고 생각해요.”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유난스러운 공동체를 만든 양소희(28) 씨를 만났다. 차분하고 반짝거리는 그의 눈동자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어른을 보았다. ‘유난무브먼트’는 다정하고 유능한 어른을 꿈꾸는공동체다. 유난스러운 흐름(Movement)이라는 뜻이면서 ‘유난’(YOUNAN)에는 ‘영 어덜트 네트워크’(Young Adult Network)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개인을 넘어서는 흐름 소희 씨는 폭우가 내리던 날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일병 사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 2030세대가 죽거나 다치는 뉴스를 보면서 제도나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중심을 잡아주는 ‘어른’이 없어서라는 생각을 했다. “어른,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사회 안전망이 없어서 공백이 생긴다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누굴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를 어른으로 세우자 제안하고 싶었어요. 어른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럴 마음이 있고, 기꺼이 준비됐고, 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었죠.” ‘좋은 어른’이 그에게는 큰 화두였기에 블로그 ‘소히월드’에 생각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소희 씨의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블로그 이웃이 되고, 생각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블로그 이웃은 키워드로 연결되는 관계거든요.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발전하면서 타인과의 공존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구독자 채널을 키워 개인의 파워를 키우는 게 요즘 대세라지만, 소희 씨는 개인을 넘어서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모여보자는 공지를 올리자마자 이틀 만에 40여 명이 모였다. 유난무브먼트의 시작이다. 좋은 어른, 도착점 아닌 지향점 소희 씨는 ‘각자도생이 요즘 청년의 시대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청년들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책임이라는 게 거창하고 대단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손 닿는 곳까지 챙기는 것도 책임”이라고 생각하기에, 각자도생하지 않고 책임지는 마음을 복구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메일로 발송하는 정기 뉴스레터인 ‘유난레터’를 발행하면서 구독 신청란에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기준’을 물었다. 응답을 모아보니 1위가 타인, 2위가 책임, 3위가 자신, 4위가 사랑이었다. 1위가 타인이라는 점이 의외라고 느꼈다고. “유난무브먼트가 좋은 어른들의 커뮤니티가 아니라 좋은 어른을 ‘지향하는’ 공동체인 이유는 좋은 어른이 도착점이 아니라 계속 유지되는 상태라고 생각해서예요. 어른 됨은 결국 성숙한 시민성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다정함과 유능함을 추구하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정의했어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죠. 여기에 ‘기꺼이 괴로워할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의 기준으로 덧붙이고 싶어요. 타협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에 어떤 괴로움이 닥칠지 알면서도 괴로움을 회피하지 않는 게 어른다운 태도 같습니다.” 다정함이 주변을 돌보고 챙길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라고 한다면, 유능함은 변화나 효능감을 만들어내는 책임이다. 소희 씨는 다정한 마음과 유능한 책임을 가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사회에 흐름을 만드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비영리 법인으로서 활동을 위한 펀딩 모금을 진행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중에는 멤버십을 시작할 예정이다. ‘어른다움을 개발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멤버십이다. 올해 말에는 스웨덴의 시민정치 축제 ‘알메달렌’처럼 ‘어른이 많아진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상상하고 ‘나의 어른 됨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어른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소희 씨는 유난무브먼트가 어른 됨을 훈련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물리적으로 나이는 먹지만, 그에 맞는 성숙함을 가지려면 충분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못난 어른이 99명 있다 해도 단 1명의 좋은 어른이 있다면 최악으로 무너지지 않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믿어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이렇게나 다양한 개인으로 존재하지만 연결돼 있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유난무브먼트가 이들을 잇는 공동체가 되어 나를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은 사회를 같이 그릴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 2024-04-15 08:55
-
-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 “연령통합 사회, 청년도 노인도 하나의 어른”
- 노년에 접어들면 사회의 어른으로 기능하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이만 먹었다고 다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순 없기에, 부담은 커지고 마음은 위축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른’의 책임을 노년에 한정하지 않는다. 청년·장년·노년 등 우리 사회 성인들이 세대 구분 없이 모두 하나의 어른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서로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노년의 책임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살며 사회의 짐이 되지 않는 것. 그는 이러한 노인의 모습이 고령사회 존경받는 어른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예견한다. 본지는 우리 시대 어른의 표상을 논하고, 세대 간 존경심을 엿보기 위해 ‘세대 간 존경-존중에 대한 인식조사’(2024)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30·5060세대(500명)의 약 80%, 즉 대다수가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반응했다. 이는 10년 전 본지가 진행한 동명의 조사 결과보다 10%p 이상 높아진 수치로,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된 셈이다. 평소 노년의 삶을 연구하고, 세대 간 교류를 고민해온 정순둘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덧붙였다.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어떤 ‘경각심’을 드러낸 결과로 보여요. 갈등이라는 게 표면적으로 구체적인 뭔가가 나타나서 문제되기도 하지만, 어떤 징후를 갖고도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가령 노인을 향한 혐오 표현이 계속 생겨나는데, 이제는 우리가 이런 것들을 자제하고 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경각심인 거죠.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각심 높이는 갈등, 세대와 시대 이해해야 앞서 언급한 ‘노인 혐오’처럼 나이 든 어른을 공경하고 존경하던 문화는 사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노시니어존’(노인 출입금지 구역)까지 생겨나며 자꾸만 세대를 구분 짓고 배척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 교수는 먼저 세대 갈등을 다루고 이해하려면 ‘생애주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그 세대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고려하는 과정이다. 한때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그러나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만을 잣대로 삼았다간 자칫 시대착오적인 견해를 드러낼 수 있다. “5060세대도 20~30대를 살아왔지만, 현재 2030세대가 사는 세상은 당시와 사회적 기반과 환경이 아예 달라요. 1970년대 20대와 2020년대 20대를 비교할 순 없죠. 기성세대의 청년기와 다르게 요즘 청년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신의 부모 세대만큼 풍족한 일자리 기회나 좋은 집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들은 오늘날 5060세대보다 더 불행한 노후를 보낼지도 모르죠. 그런 데서 오는 좌절감, 무력감을 기성세대가 이해했으면 해요. 역으로 현재의 5060세대는 고성장 시대 주역으로 살며 많은 것을 이뤘고 경제력도 있지만, 그들의 부모처럼 봉양을 받긴 어려운 처지잖아요. 게다가 유례없는 긴 노후를 준비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는 2030세대 또한 기성세대가 느끼는 고충을 헤아려주면 좋겠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지고, 나날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요즘. 기성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체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2030세대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세대 또한 사회 변화와 생애주기 간 속도가 어긋나는 괴리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라이프사이클은 느려지는 상황입니다. 과거 20~30대라면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겠지만, 요즘은 그 시점이 점점 뒤로 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중장년들은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왜 아직도 취직을 못 했냐’, ‘나이가 몇인데 여태 결혼을 안 하냐’며 2030세대를 재촉하고 나무라곤 하죠. 즉 현재보다 빠른 라이프사이클을 살아왔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은 느린 기성세대와, 변화에 대한 적응은 빠르지만 과거보다 느린 라이프사이클을 사는 젊은 세대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는 거예요.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데서 오는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가 결국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을 일으키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5060세대, 고령사회 새로운 롤모델이 되다 현재의 5060세대가 겪는 고충은 또 있다. 그들이 본보기로 삼고 따라갈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윗세대보다 노후가 훨씬 늘어난 데다, 그로 인해 일자리, 여가, 관계 등 다방면에서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게 조언을 구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듯, 그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앞서 말한 본지 조사에서 ‘어른의 부재가 가져올 악영향’을 묻자, 적지 않은 이들이 ‘다음 세대 어른의 부재’(25.8%, 복수 응답)를 꼽았다. 정 교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내비쳤다. “존경받는 어른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아닐까 해요. 그러한 존재가 없다면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다거나,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질 거예요. 그런 상황이 가장 염려스럽습니다. 현재 5060세대는 고령사회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고 하면 어쩐지 부담과 책임감이 밀려온다. 그런 이들에게 정 교수는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냄으로써 어른의 책임을 다할 수 있고, 그것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노년, 즉 스스로 액티브 에이징(Ative Aging)을 실천하시길 권합니다. 건강한 존재로 사회에 짐이 되지 않는 것, 그게 노년의 역할이자 책임일 수 있죠. 긴 여생을 아무런 역할 없이 살아간다는 건 당사자도 힘들지만, 사회의 짐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역할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경제력이 생기는 장점도 있지만 사회활동을 해야 여러 세대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외나 고립도 예방한다고 봐요. 기왕이면 노년에는 그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헌 활동이면 더 좋고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사회적으로도 평생 일자리와 고령 인력 활용이 이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고령사회연령통합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인 정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연령통합은 곧 연령으로 인한 장벽을 없애는 거예요. 가령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 고령자는 고용이 어렵다, 다 ‘나이’가 기준이잖아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결국 연령을 기준으로 삼던 제도들의 개혁이 필요해요. 이렇게 연령통합은 연령의 유연성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연령의 다양성 측면도 있어요. 지금은 세대가 너무 끼리끼리 뭉치잖아요. 카페나 식당을 가도 ‘여긴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는 분위기면 들어서길 민망해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세대가 분리되기보다는 함께 섞여 지냈으면 하는 거죠. 제도적으로나마 세대 교류 공간을 확충해갈 수 있다고 봐요. 요즘은 아파트 몇 세대 기준으로 경로당을 짓잖아요. 그런 공간을 노인만이 아닌 아이들도 놀러 가고 청년들도 차 한잔하러 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장소로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해요.” 나이가 주는 ‘노인’ 타이틀, 괘념치 말아야 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제33대 한국노년학회 회장과 국민통합위원회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년 10월 발족한 특별위원회는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사회’를 목표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중이다. 여기에서도 그가 그동안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렇듯 여러 역할을 통해 정 교수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65세라는 나이의 틀, 그로 인해 노인이 된다는 두려움이 사라졌으면 해요. 나이가 들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마찬가지예요. 어른은 통상 청년, 장년, 중년, 노년 모두를 아우르는 거잖아요. 나이를 기준으로 누구는 젊은이, 누구는 늙은이 나누지 말고, 그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바라봤으면 해요.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그렇게 바뀌어야겠죠. 그렇게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연령통합 사회’라고 봅니다.” 정 교수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령통합 사회를 희망하고 있다. 끝으로 오랜 세월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그가 자신의 노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물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 나이 제한이 있으니, 65세가 되면 저도 은퇴하겠죠. 제2의 인생에서 선택은 두 가지예요.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는 것, 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이쪽 일을 계속한다면 경험과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지만, 그러다 꼰대가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되면 노후의 좋은 모델은 아닌 듯해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려고요. 한편으론 저 같은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교육제도도 열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평생교육이 있지만, 이 또한 세대를 분리한 교육이잖아요. 가령 어떤 분은 50세 넘어도 반도체학과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런 접근이 필요해요. 물론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죠. 나이를 떠나 더 자유롭게 대학에서 제2의 전공도 공부하면서 제2의 인생을 꾸려보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 2024-04-09 08:39
-
- 벚꽃놀이 말고 공연·전시 보자… 4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유람일지: 유(儒)를 여행하다 일정 4월 21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에서 만나는 충청 유교 문화유산’을 주제로 하는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고택’, ‘서원’, ‘구곡’(九曲)으로 나눠 소개한다. 집, 학교, 자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고 자란 선비의 삶의 궤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1부 ‘고택유람’은 충청도 명문가인 파평 윤씨 가문의 명재고택을 중심으로 한다. 윤증의 초상 초본, 문중의 교육 공간인 종학당의 디오라마(실물 축소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2부 ‘서원유람’에서는 충청도 유일의 유네스코 등재 서원인 돈암서원을 통해 배움과 실천을 지향한 선비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예학을 정립한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집, 그리고 송준길, 송시열은 서원의 대표 선비로 꼽힌다. 3부 ‘구곡유람’에서는 율곡 이이의 정신적 이상향이자 선비들이 자연에 은둔하며 학문을 수양했던 공간인 ‘구곡’을 디지털 화폭에 담아낸 수묵 미디어아트 영상을 전시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선비들이 이야기하는 시대정신, 일상의 가치, 타인을 대하는 태도, 자연을 품은 풍류 등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제길 : 빛 사이 색 일정 5월 12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평생 ‘빛’을 쫓으며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우제길(1942~) 작가의 회고전.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1부 ‘기하학적 추상의 시작’은 ‘빛’을 주제로 하기 전인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그의 과도기적 작품을 살펴본다. 2부 ‘어둠에서 찾은 빛’에서는 절단된 면의 틈 사이로 솟아나는 빛 작품들과 어두운 배경에 작가 특유의 직선이 강조된 대작들을 소개한다. 3부 ‘새로운 조형의 빛으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구도가 다양해지고 밝은 색채가 등장하며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4부 ‘색채의 빛’은 원색의 빛을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5부 ‘지지 않는 빛’에서는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Book ◇어른의 말습관(김진이·다른상상)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은 반감을 사고, 어떤 사람은 호감을 얻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말하기’의 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경인방송 아나운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진이는 책 ‘어른의 말습관’을 통해 성숙하게 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어른답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분명히 말할 줄 알고, 그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고 관계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킬 줄 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말투만 바꾼다고, 기술만 답습한다고 되지 않는다. 내 말 속에 숨어 있는 디테일과 패턴, 즉 말하는 습관을 돌아보고 바꿔야 한다. 노력만이 말습관을 기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책에서는 서투른 언어를 다듬어 말하는 법, 각각의 상황과 내가 의도하는 바에 따라 말과 태도를 장착하는 법, 사람들과 주파수를 맞춰나가며 내 세계를 확장하는 법, 부정적 말의 패턴을 소거하는 법, 감정을 차분히 다스려 담백한 말로 갈무리하는 법 등 여러 가지 말하기 방법을 소개한다. 자기 말의 주인이 되어 일, 관계, 인생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 보자. ◇멋진 인생을 위해 오십부터 해야 할 것들(김옥림·미래문화사) ‘가슴이 뛰는 한 영원한 청춘’이라는 시인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이 인생 후반기를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위험하고 매혹적인 제로 이야기(찰스 세이프·DKJS) 제로(0)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자 철학, 종교, 수학, 물리학의 근간이다. 저자는 0의 출현, 억압, 성장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시니어를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조진화·임지윤·포레스트북스) 디지털 전문 강사인 모녀가 합심해 만들었다. 스마트폰·키오스크 사용법 등 부모님이 알았으면 하는 디지털 정보 10가지를 안내한다. ●Stage ◇러브레터 일정 4월 4일 ~ 4월 2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김민정 출연 정보석, 박혁권, 하희라, 유선 연극 ‘러브레터’는 30개 언어로 공연된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밀도 높은 2인극이 특징으로, 무대에는 50년 동안 편지를 매개로 서로의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앤디와 멜리사만 존재한다. 글을 사랑하는 모범생 앤디 역은 정보석과 박혁권이 맡아 연기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멜리사 역에는 초연 당시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하희라와 함께 유선이 캐스팅됐다. 제작사 측은 “깊은 내공으로 다져진 베테랑 배우들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사랑과 이별, 그 무수한 사연들도 디지털 기기의 버튼 하나로 정리되는 요즘, 잊고 있었던 우리의 순수성을 깨워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친정엄마 일정 4월 20일 ~ 5월 26일 장소 서울 한전아트센터 연출 김재성 출연 김수미, 이효춘, 신이현, 선예, 김도현, 박장현 등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친정엄마’는 2004년 원작소설 출간 이후 연극,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진수로 통하며,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번 시즌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딸을 걱정하는 친정엄마 봉란 역에 김수미와 이효춘이 캐스팅됐다. 김수미는 초연부터 봉란 역을 연기하고 있으며, 이효춘은 뮤지컬에 첫 도전한다. 엄마와 티격태격하다 이내 사랑을 깨닫게 되는 딸 미영 역은 신이현이 지난 시즌에 이어 연기하며,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새롭게 합류했다. ◇클로저 일정 4월 23일 ~ 7월 14일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김지호 출연 이상윤, 진서연, 김다흰, 이진희, 최석진, 유현석, 안소희, 김주연 연극 ‘클로저’는 1997년 초연 이후 5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200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극은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앨리스, 댄, 안나, 래리라는 네 명의 남녀가 만나 서로의 삶에 얽혀드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 공연은 8년 만인 가운데,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가 연극에 첫 도전해 눈길을 끈다. 앨리스 역을 맡은 그는 “연극이라는 무대와 관객들과의 교감에 긴장과 더불어 설레는 마음이 있다”며 좋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4-05 08:32
-
-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중년의 성생활, 터놓고 말합시다!
-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 알음알음 퍼진 부정확한 기준과 정보 탓에 서로를 질책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쪽만의 문제,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던 섹스는 잊고 인생 2막, 3막을 위해 다시금 사랑의 도움닫기를 해보자. 섹스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완화됐지만 아직 사람들은 ‘이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하길 꺼린다. “에이,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나이 들어서 가족끼리 왜 그래? 주책이야”라며 서로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는 단순히 쾌락만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과 ‘관계’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합쳐진 삶의 소중한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성적으로 친밀할수록 두 사람 사이가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자아 존중감 회복, 삶의 의욕 증가 등 정서적 효과를 누리는 건 덤이다. 성생활을 슬기롭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섹스=거시기하다’는 인식의 오류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섹스로부터 태어났다. 2차 성징을 겪은 뒤 어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섹스를 한다. 성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인간의 근원인 셈이다. ‘거시기하다’며 민망하고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거시기’(성기)를 통한 삽입 성교만이 전부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섹스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애무, 오럴섹스, 키스, 포옹, 손잡기 등도 모두 섹스다. 건강한 섹스 경험의 부재 ‘나이 들수록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성행위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기부전이나 질 윤활액 분비 감소, 감각 둔화 등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과거의 정서와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75세 노인이라도 청년 시절 행복한 섹스를 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대와 욕구가 커지고, 25세 청년이라도 관련된 트라우마나 혐오가 있다면 몸과 마음이 섹스를 거부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현대로 오면서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쾌락이 늘어난 까닭에 점점 섹스를 경험할 기회가 줄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현재 한국은 성관계를 적게 하는 섹스리스를 넘어 아예 성관계를 하지 않는 섹스오프 상태에 봉착했다”며 “코로나 시대와 불경기를 지내면서 연애나 사랑이 필수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개인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 ‘섹스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 이제는 흔한 표현이다. 그러나 여러 원인으로 성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한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매번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젊을 땐 좋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패턴에 만족도가 떨어진 사람, 특정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져 성생활까지 타격받은 사람, 사소한 습관이나 외모 결함 때문에 몸의 대화 자체가 단절된 사람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사실 좋은 섹스는 침대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멋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고,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관계 시에도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만이 쾌감을 주는 건 아니다. 섹스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스한 온기, 떨리는 마음, 촉촉하고 매끄러운 느낌 등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원하는 횟수나 시간대, 자극받고 싶은 부위, 성적 취향 등이 있다면 솔직하게 요구해야 한다. 서로의 신체적·정신적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단계다. 유외숙 상담21 성건강연구소장은 “연애·결혼 초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오랜 시간 불만이나 욕구를 참으며 한쪽 또는 둘 다 불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모 아니면 도’라 여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계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만족을 위해 열심이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대화와 소통으로 중간중간 점검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소장은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욕구와 방식을 조율하며 서로 잘 싸워야 한다”며 “한 꺼풀, 두 꺼풀 덜어내다 보면 사람 관계의 본질은 같다”고 조언했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성을 위해 알아야 할 8가지 ●부부 사이 성생활의 질은 서로의 친밀감이 좌우한다. 문제가 있을 때는 섹스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 방법을 개선하는 등 친밀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중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섹스가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통증 감소, 심장질환 예방, 자궁질환과 전립선질환 예방,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중년 이후 성기능 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은 남녀 모두의 성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의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발기부전 예방에, 여성의 케겔운동은 실금을 줄이고 성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기부전 같은 남성 성기능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자. 중년 이후 발기부전은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성인병의 신호탄이다. 발기부전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거나 친구와 상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자.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발기부전을 해결할 수 있고, 성인병 동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성교 시 통증은 해결할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질 윤활액 분비가 감소해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윤활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후에도 성교통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충분한 애무를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여성은 삽입 성교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힘들다. 성행위 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유 있게 애무해야 여성의 성적 만족이 높아진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는 질 속이 아니라 음핵(클리토리스)이다. 애무는 길게, 삽입은 늦게, 삽입 시기 결정은 여성에게 맡기기를 권한다. ●성적 호기심이 유발되도록 창조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체위,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부부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멋진 장소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등 판타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용불용설(用不用說), 규칙적인 성생활 여부에 따라 성기능이 유지되거나 퇴화한다. 중년 이후에도 꾸준한 성생활을 통해 성기능이 향상되고, 성적 만족도 높아질 수 있다. 중년 이후 많은 부부가 젊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처 ‘2015 대한성학회 추계학술대회’, 정리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
- 2024-03-11 08:39
-
- “‘헤드윅’이 돌아온다”…3월 풍성한 문화소식
- ●Exhibition ◇갑진년맞이 용을 찾아라 일정 4월 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십이지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부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 등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각 작품에 표현된 용은 용맹하면서도 사람을 닮은 친근한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전시품은 1층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의 서화관, 3층의 조각·공예관에 분포돼 있다. 전시장 키오스크에 떠 있는 QR 코드를 촬영하면 안내 지도와 목록을 볼 수 있어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구려 강서대묘의 ‘청룡도’가 있다. 널방(시체를 안치한 무덤 속 방) 동벽에 그려진 것으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의 오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 용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용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나타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 일정 4월 13일까지 장소 전쟁기념관 캐나다 가수이자 사진작가 브라이언 아담스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다. 크게 두 개의 존으로 구성됐으며, 총 140여 점이 전시됐다. 익스포즈드 존(EXPOSED ZONE, 노출)에서는 마이클 잭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유명 인물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운디드 존(WOUNDED ZONE, 부상)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당한 영국 장병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전쟁의 상처를 조명했으며, 전쟁기념사업회의 설립 정신과 취지에도 부합한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며, 전쟁의 교훈을 깨닫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Book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김웅철·매일경제신문사)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올 하반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자는 초고령화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며, 10여 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으며,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하며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기고, AI택시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도입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짝꿍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고령자 서비스를 확대한 편의점, 메디컬 피트니스 등 시니어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김찬호·날) 사회학자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가 60세를 지나면서 펴낸 첫 노년 에세이.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한 마흔 개의 열쇳말을 제시한다. ◇비만·당뇨·콩팥병 악순환 고리를 끊다(송정숙·북아지트) 약사인 저자는 당뇨와 비만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 관한 해법을 소개한다. 생활요법과 질 좋은 영양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비즈니스북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직업적·사회적 쇠퇴기를 맞은 중년들이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Stage ◇헤드윅 일정 3월 22일 ~ 6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손지은 출연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 장은아, 이예은, 여은 등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4년 뉴욕의 작은 록 클럽에서 첫선을 보인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세기 최고의 록 뮤지컬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으며, 이번 시즌에는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헤드윅 역을 맡아 연기한다. 유연석은 7년 만에, 조정석은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 조정석은 “예전에 마흔이 넘어도 헤드윅을 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게 됐다”며 “2006년부터 네 번의 시즌을 함께했다. 할 때마다 재밌고 여전히 내 심장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어서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 일정 3월 5일 ~ 5월 19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준영 출연 최정원, 배해선, 이건명, 마이클 리, 산들, 유회승, 홍기범 등 2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녀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탄탄하고 정교한 드라마로 풀어낸다. 다이애나 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최정원이 맡았으며, 배해선이 새롭게 합류했다. 남편 댄 역은 이건명이 지난 시즌에 이어 출연하며, 마이클 리가 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딸 나탈리와 아들 게이브 역에는 실력과 에너지를 갖춘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인다. ◇그때도 오늘 일정 3월 15일 ~ 5월 26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최영준, 오의식, 박은석, 이희준, 양경원, 차용학 연극 ‘그때도 오늘’이 극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022년 초연 이후 무대에 오른다. 1920년대 부산, 1940년대 제주도, 2020년대 최전방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2인극으로, 각 지방색에 맞는 사투리를 근간으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인하가 극본을 썼다. 공연 관계자는 “독립,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되짚어보게 한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3-08 08:57
-
- 평론가가 말하는 하루키·헤밍웨이 소설 속 음식의 비밀은?
-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가 달라고 보채던 떡, ‘디즈니 동화’의 오리 스크루지 영감이 끓인 단추 수프… 어릴 적 읽던 책에 나온 음식에 괜히 군침 삼킨 적이 있는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우리는 그 요리를 탐내는 것으로 모자라, 참지 못하고 한밤중에 라면 물이라도 올리게 된다. 열혈 문학 독자인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신간 ‘맛있는 소설’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깊이 있게 먹음직스러운 문학 속 음식들을 차려냈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주요 지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살피면 세상의 외피와 내면을 고루 들여다볼 수 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15년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식재료, 조리 도구, 요리, 식문화를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풀어내 좌표에 올려놓는 작업을 해왔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 ‘패밀리 밀’, ‘식탁의 기쁨’ 등 음식 관련서를 번역했으며, 비평의 성격을 띠는 ‘냉면의 품격’, ‘한식의 품격’, 생존을 위한 조리 지침을 담은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등을 펴냈다. 세 종류의 맛있는 인생 이용재 평론가의 인생 궤도는 ‘먹고’, ‘읽고’, ‘쓰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던 터라 할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거나 직접 요리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히 음식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스물여덟 무렵 건축학도였던 그는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적적함을 달래려 요리를 독학했다고 한다. “빵을 반죽하고,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곁들여 마시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를 짜서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을 직접 소화해보는 거죠. 문득 취미 생활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5년 정도 꾸준히 올렸어요. 그러던 중 대학원을 졸업하고 애틀랜타의 건축회사에서 일했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충동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해볼까?’ 하며 이력서와 몇 편의 글, 미국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번역 기획안 등을 만들어 출판사와 잡지사에 보냈어요. 글쓰기의 뿌리는 그때부터였네요.” 맛을 둘러싼 가치와 철학 평론이나 비평은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해 명료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러나 음식 평론 자체만으로는 전문가의 자격을 심사받지 않는 분야인 탓에 비교적 고된 길을 걸어왔다. 7~8년 전, 그가 음식 전문지 ‘올리브’에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던 때였다. 당시 한국은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개념이 막 주목받던 시기였다. 오랜 타국 생활로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한 데다, 건축 공부를 통해 균형 있는 관점까지 몸에 배 있으니 평론에 좀 더 객관적일 수 있었다. ‘먹고 겪은 대로 쓴다!’며 너무도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고, 독자들은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데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알지도 못하면서 혹평한다’고 손가락질했단다.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로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에요. 재료의 특성과 조화, 조리의 원리, 사회적인 맥락 등을 통틀어 보거든요. 경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사람들을 싼 임금으로 고용해서 혹사하는 노동 현실, 유행처럼 번진 단기 요리 교육 과정, 부족한 실무 경험 등 여러 원인으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의 완성도가 낮은 상태였어요. 감사하게도 제 글을 읽은 뒤 현실을 깨닫고 제대로 공부했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일종의 순기능이죠. 아무쪼록 개인의 의견과 괴리가 있을지라도, 요리라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과정이 와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상상력에 불을 댕길 작품 속 음식들 수년의 경험과 철학을 꾹꾹 눌러 담은 저서는 어느덧 여덟 권이 됐다. 신간 ‘맛있는 소설’은 2019년 여름께, 한 방송국으로부터 교양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고 기획했다. 소설 내 음식을 탐구하는 주제를 제안했는데, 소통이 매끄럽지 못했고 대우도 나빠서 결국 출연 결정을 철회했다. 방송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출판의 가능성을 두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마침 지난 저서 ‘외식의 품격’을 함께 만든 편집자와 다시 뭉치게 됐다. 장난감 대신 세계문학 전집을 죽어라 읽던 어린 그로부터 시작된 산물일 테다.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던 명작 ‘작은 아씨들’과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식재료의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비프스튜와 콘비프샌드위치, ‘노르웨이의 숲’의 김에 싸서 간장에 찍은 오이, ‘댄스 댄스 댄스’의 유키가 마시는 피나콜라다 등을 한 울타리에 모았다. 비교적 최근 출간된 ‘채식주의자’,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사회적 현실도 내포했다. “2022년 내내 원고를 썼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버거웠어요. 항상 글로써 스스로를 증명하고 누군가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던 터라, 냈던 책들과는 다른 시도를 했거든요. 특히 하루키 부분은 심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크게 소문난 식당은 반드시 찾아가 맛보고 리뷰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흐름이 끊길까 봐 잠도 푹 자지 못했죠.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소설이라는 식재료로 구성한 모든 메뉴가 충실한 뷔페 같더라고요. 책 만들기와 글쓰기는 제게 언제나 병증과도 같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독자들은 마음껏 맛보고 즐기셨으면 해요. ‘이 작가가 허투루 책을 내는 사람은 아니네,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더 좋고요!”
- 2024-02-23 09:30
-
- 중년의 글쓰기, 내 삶을 풍부하게 기록하는 수단
- 올해에는 글을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바로 글감이다. 무엇에 관해 쓸지가 문제다. 사실 글쓰기는 ‘어떻게’보다 ‘무엇’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내게 묻는다. “글을 ‘어떻게’ 해야 잘 쓰나요?” 질문의 순서가 잘못됐다. “‘무엇’에 관해 글을 쓸까요?” 이 물음이 먼저여야 한다. 무엇에 관해 쓸지 고민하는 이에게 나는 자신 있게 권한다. “자신에 관해 쓰세요. 자신에 관해 쓸거리는 세 가지가 있어요. 자신의 생각, 자신의 느낌, 자신의 경험이죠. 이 중 가장 쓰기 쉬운 게 자신의 경험입니다.” 누구나 쓰기 쉬운 ‘경험’ 생각과 느낌을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험을 쓰는 건 어렵지 않다.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이만큼 있다. 내 경험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다. 경험은 또한 차등이 없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돈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가방끈이 길든 짧든 경험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렵고 힘든 사람이 경험은 더 풍부하다. 또 그렇게 아프고 슬픈 경험, 굽이굽이 험난한 경험이 탄탄대로를 걸은 경험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가르쳐주는 것도 많다. 레프 톨스토이는 ‘어떻게 살 것인가’란 책에서 세 가지 방법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명상과 모방과 경험이 그것이다. 그리고 톨스토이는 이 세 가지 가운데 경험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글을 쓰는 데는 명상이나 모방이 더 어렵다. 있는 그대로를 서술하는 경험이 더 쉽다. 인생은 경험의 모음이다. 산다는 건 경험하는 것이다. 경험이 모여 삶을 이룬다. 첫사랑, 첫 출근, 첫 등교 등과 같은 첫 경험을 비롯해 숱한 만남과 선택의 경험 등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걸 글로 써보자. 경험을 쓰는 일곱 가지 방법 첫째,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린 시절, 학창 시절 경험을 회상해보라. 떠오르는 기억이 없으면 그 시절 유행했던 노래도 들어보고, 빛바랜 사진첩과 일기장도 들춰보자. 당시 기사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둘째,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가장 기뻤던 순간, 슬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살면서 가장 후회스런 일은 무엇인가요?’, ‘그 당시로 돌아가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반대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고마웠던 사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이유는요?’,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던 사건이 있다면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등등. 셋째, 탐문한다. 자신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수집해보는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그분들에게 여쭤보고, 형제자매, 과거 직장 동료,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나 그 시절 아련한 추억에 잠겨도 보자. 스스로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혹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내용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의 경험만 글감이 되는 건 아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도 내 글을 풍성하게 만드는 좋은 재료가 된다. 무엇보다 이런 기억 여행은 그 자체로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경험을 한다. 과거 기억만 쓰면 소재의 한계에 부닥친다. 밑천이 금세 드러날 수밖에 없다. 살고 있는 현재를 써야 한다. 현재를 쓰기 위해선 시도하고 도전해야 한다. 나는 매일 한 일을 기록한다. 기록이 없는 날은 허전하다. 기록이 빼곡한 날은 왠지 뿌듯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혼자서 흐뭇하다. 마치 고기 잡는 어부가 만선을 이룬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록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 경험하면서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경험이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많다. 현업을 떠난 사람은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라 그 나이까지 해온 경험이 있어 보다 원숙하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직장에 다닐 때까지는 경험이 제약된다. 맡겨진 일, 시키는 일에 한정된다. 나를 위한 경험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경험이다. 내 말을 하고 내 글을 쓰는 경험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남의 생각을 읽는 경험이다. 나이 들어 하는 경험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어차피 덤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에서의 시도는 하는 만큼 남는 장사다. 다섯째, 미래도 괜찮다.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일, 바라고 소망하는 일도 훌륭한 글감이 된다. 10년 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꿈과 목표를 이뤘을 때의 상황을 그려보자. 미래는 상상의 결과물이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니까 말이다. 여섯째, 하지 못한 경험도 글의 재료가 된다. 나는 할 수는 있었으나 하지 않은 일이 있다. 정치인의 일이다. 아마 했으면 잘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하고 싶었으나 못 한 일이 있다. 언론인이 되는 것이다. 아마 했으면 잘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런 내용을 글로 쓰면 된다. 이처럼 한 일만 경험이 아니다. 하지 못한 일, 하고 싶었던 일, 안 한 일 모두 경험이다. 미련의 경험, 희망의 경험이다. 일곱째, 독서다. 경험에는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이 있다. 내 몸으로 한 경험이 직접경험이요, 다른 사람의 경험은 간접경험이다. 간접경험은 책에 널려 있다. 이런 간접경험을 글에서는 사례라고 한다. 사례가 풍부할수록 글은 더 풍부해진다. 책을 읽고 사례를 찾아보자. 경험을 쓰는 방법 이렇게 쓸거리가 마련되면 ‘무엇’이라는 걸림돌은 사라진다. 다음은 ‘어떻게’ 쓸 것인지, 그 문제에 봉착한다. 먼저, 솔직하게 써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첫 관문은 솔직함이다.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경험을 말하는 용기로 그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오감을 모두 동원하고 육하원칙을 다 집어넣어 써라. 이야기 순서와 비중도 중요하다. 과거, 현재, 미래를 평면적으로 나열하기보다는 과거에서 미래로 비약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지금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어제와 오늘, 내일을 넘나들면 좋다. 시간뿐 아니라 좋은 일과 궂은일, 도와준 사람과 해코지한 사람, 친구와 천적이 번갈아 등장해야 한다. 또 어떤 이야기는 비중 있게 다루고, 어떤 이야기는 살짝 맛만 보여주는 식으로 무게를 달리해야 글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 경험을 얘기한 후에는 그걸 겪으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써야 한다. 독자들은 글을 재미있게 읽고도, 그것에서 얻는 게 없으면 실망한다. 다행히 모든 경험에는 시사점이 있다. 자신이 겪은 일에 관해 충분히 숙고해서 숙성시키면 깨달음과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그 경험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같은 경험도 각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다음으로, 경험의 배경과 맥락을 추가한다. 그 경험이 어떤 배경에서 왜 일어났는지, 무엇이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했는지, 경험이 일어난 사회적·경제적 맥락과 상황은 무엇이었는지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 학교에 진학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면 당시 사회의 경제적 조건은 어떠했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끝으로, 경험을 일반화해줘야 한다. 자신의 경험만 쓰고 말면 독자들이 “왜 당신 얘기를 내게 하는 거야?”라고 물을 수 있다. 그때 일반화를 통해 “이건 나만의 얘기가 아니고,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사한 경험을 한 유명한 사람의 일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경험이 자신만의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의 것으로 보편화된다. 경험이 주는 혜택 경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선사한다. 그 하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는 쉰 살 전까지 말하는 게 가장 두려웠다. 어떻게든 말하는 자리를 피했다. 말 안 해서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쉰 살 넘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말을 해보니 내가 말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다. 아니, 말하는 게 즐거운 사람이었다. 만약 쉰 살 넘어서도 직장에 계속 다녔으면 말없이 살았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내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강의나 방송 일을 경험하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 경험은 나조차 몰랐던 나를 아는 기회가 된다. 경험은 또한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나의 마지막 직장은 출판사였다. 거기서 불과 일 년 좀 넘게 일했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출판업계를 알게 됐고, 내 책을 쓰게 됐다. 당시 나는 새로운 우주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우주가 있을까. 정유소, 편의점, 마트, 음식점 등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 하나하나가 그 안에 우주를 품고 있을 것이다. 그 세계에 들어가 경험해보면 밖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가 모르던 신천지가 펼쳐진다. 경험은 치유의 메시지도 준다. 지난 기억을 곱씹어보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서럽고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기억 모두 의미가 있다. 그런 기억을 더듬다 보면 아픈 상처가 아물고 치유된다. 경험은 다음 세대에게 본보기도 된다. 이 땅에 와서 살았으면 뭐라도 남기고 가야 할 것 아닌가. 경험이 개인에 머물면 기억에 불과하지만 이걸 글로 쓰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고, 누군가의 멘토가 될 수 있으며, 다음 세대에까지 전승된다.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그것도 이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이다. 나만의 경험을 기록하자. 기자같이 오늘의 나를 쓰고, 사관처럼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가자.
- 2024-02-22 09:08
-
- ‘AG 최고령 국가대표’ 임현, 은퇴 계획은 없다
- 1950년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사회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했다. 꿈은 아득히 먼 단어였다. 안온한 가정 속, 소소한 재미를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에서 찾았다. 매일 52장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은근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임현(73) 씨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선생님, 예쁘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단식을 앞두고 임현 씨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브리지라는 이색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여서다. 최연소로 승선한 김사랑(11) 양과는 62세 차. 일생일대의 선물은 꽤나 요란했다.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에서 고령의 도전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도 예쁘게 하고 오라고 하기에 의식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장 어린 선수와 둘이 카메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국제 대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아시안게임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폐막 후 2개월여. 임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내내 최연장자로 화제였지만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다 긴 휴가를 앞두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만났다. “사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브리지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 이야기 한번 들어주겠어요?” 공부하는 엄마, 노는 엄마 한국에서 브리지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지적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130여 개 국가에서 400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중국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 영국 작가 서머싯 몸 등이 대표적인 애호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파트너를 이뤄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임현 씨도 해외 적응을 위해 브리지에 입문한 케이스다. “남편이 외국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어요. 브리지를 알고 있으면 해외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길래 국제부인회에서 배웠어요. 그게 1982년이에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 정확한 연도나 기록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엄마의 취미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두 딸의 응원이다. “미국에 1984년 건너갔어요. 거기서 맞는 첫 생일에 브리지 매거진 1년 구독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딸들이 중학생 정도 됐을 거예요. 둘이 자꾸 속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생일에 맞춰서 첫 번째 매거진이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해요.(웃음) 그때부터 브리지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임현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전히 재미였다. ‘선수’가 된 계기는 영국 대사 부인이 건넨 한마디였다. “브리지는 두 사람이 짝(페어)을 맞춰 다른 두 사람과 겨루는 게임이에요. 그렇게 잘하지 않았을 때인데 영국 대사 부인이 파트너를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선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신문에 우승 소식도 실렸어요.” 누구보다 좋아한 건 아이들이었다. 그 후로 브리지를 하고 온 날이면 “몇 등 했어요?”, “잘했어요?” 하며 종알댔다. 임현 씨는 그 관심이 즐거워 더 브리지를 파고들었다. 브리지 매거진과 관련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틈만 나면 브리지를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선 집안일을 더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 모습을 두 딸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 어쩐지 죄스러웠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임현 씨의 브리지 사랑은 깊어갔다. “요즘엔 이런 말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절엔 대학 졸업장이 거의 결혼 자격증 같았어요.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사회 분위기가 그랬어요.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브리지 책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요. 브리지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맞나?’ 하고요. 그렇게 해왔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두 딸의 결혼 그리고 남편의 은퇴. ‘제 할 일’ 다한 임현 씨는 브리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 2014 제14회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40페어 넘게 출전한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시니어 카테고리에 출전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남성부, 여성부, 혼합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참여한 경선에서 임현 씨는 이변을 썼다. 경선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종료될 정도로 그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되고서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휴, 내가 선발될 줄 몰랐지요. ‘연령에 따른 기타 카테고리가 없으니 여성부로 한번 해보자’ 한 것뿐이에요. 경선은 2주 정도 치렀어요. 많이 해서 승률 높은 팀을 선발하자는 거였죠. 굉장히 피곤했어요. 대회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성적은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다’ 할 정도로요.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우리 점수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거든요.” 임현 씨는 태극기가 수놓이고 TEAM KOREA (팀 코리아)가 적힌 선수단 물품을 꺼내 보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최고령 국가대표에게선 한동안 소녀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을 삐끗해 의료진을 찾았다가 선수들만 오는 곳이라고 제지받은 ‘웃픈’ 사연부터 교통경찰이 콜택시를 불러주고 요금도 슬쩍 내준 깜짝 에피소드까지, 임현 씨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웃게 한 건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막연히 ‘조금 큰 국제 대회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회 치르는 동안 정말 감격한 게 많아요. 처음엔 브리지 선수단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엔 아주 전우가 됐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선수촌 안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들 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선수들 다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그 생동감!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어지는 것 같았어요. 대회도 대회지만 그 경험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정말 좋았어요.” 두뇌 게임 하기 딱 좋은 나이 현실로 돌아온 임현 씨는 대한브리지협회에서 오프라인으로 주 1회가량 브리지를 즐기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브리지 애호가를 더 자주 만난다. 여전히 저녁거리보다 브리지 관련 생각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고령에도 두뇌 게임을 하고 여전히 선수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 스스로도 오랜 세월 천착해온 주제. 임현 씨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브리지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두뇌 게임도 여럿 해봤는데 브리지를 단연 추천해요. 브리지는 암기력, 순발력,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유추 능력 등 요구되는 능력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브리지를 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암기력과 순발력이 노화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능력이 있어요. 평균 점수로 보면 뒤처지지 않는 거죠.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좋은 스포츠예요.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요. 브리지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도전 정신도요. 브리지에는 130억 개의 경우의 수가 있어요. 룰이 있지만 언제나 룰이 정답은 아니에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죠.” 오랜 시간 브리지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는 임현 씨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가 든든한 지원군인 딸과 함께 ‘방학’을 즐기려 한다. 브리지 금단현상이 걱정되지만 잠시 머리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학 뒤엔 다시 브리지와 함께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최고령 선수가 아닌 성적 우수 선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맞은편 파트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열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좋았다는 것을요. 언젠가 아이들 짐을 정리하는데 신문 스크립트부터 상장까지 다 모아뒀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이제 브리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지금도 브리지 매거진을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104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분처럼 팔팔하게 브리지를 하고 싶어요. 손자가 열아홉 살인데, 함께 페어도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요!”
- 2024-01-25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