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계산법
한동안 모 가수를 둘러싼 부모와 형제 사이 분쟁이 전 국민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언론을 연일 장식하더니 최근에 또 다른 모 방송인과 부모, 형과 형수 사이 고소고발이 텔레비전은 물론 인터넷,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가족 면면 사생활과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도 개의치 않는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부모와 자식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부부가 소송과 맞소송을 벌이는 건 계산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가 베푼 은혜는 100인데 상대가 갚은 것은 10도 안 된다거나, 오히려 부모, 자식, 배우자 등골을 빼먹은 마이너스라고 여기는 데서 갈등이 촉발됩니다. 급기야 봉합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며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말 그대로 불구대천(不俱戴天) 원수가 되는 것은 아닐까 되물으며 마음 미장공 열한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한 부엌에서 은혜와 원수가 난다
“한 부엌에서 은혜와 원수가 나는 것이니, 나를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원수가 되며 은혜가 될 수 있는가.” 성철 스님 생전 법문을 좀 더 깊이 새겨보겠습니다. 나를 그 누구보다 제일 잘 아는 아내, 남편, 자식, 형제, 친구, 선후배가 은혜도 되고 원수도 되기 쉽습니다. 같은 부엌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큰동서와 작은동서가 둘도 없이 각별한 사이가 되는가 하면, 그 각별함이 도리어 화근으로 작용해 철천지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나한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반드시 나를 위해 이롭게 행동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반대로 생면부지 남보다 더 헐뜯고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베푼 은혜가 거꾸로 원수가 되는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 살펴볼까요.
‘가족끼리 왜 이래’ 속 불효 소송
“그저 잘 되라 잘 되라만 가르쳤지 인생에 대해 감사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해서 이 못난 애비가 뒤늦게나마 뉘우치고 자식들한테 회초리를 들까 하는데 자식들의 머리는 너무 굵었고 저는 초라하여 손에 힘이 없습니다, 판사님. 그러니 법으로 그 회초리에 힘을 좀 실어주십시오. 제 인생의 마지막 회초리입니다. 이 회초리가 우리 자식들 인생에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부디 한 번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2014년 방영된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KBS-2TV)에서 주인공 차순봉(유동근 분)이 삼남매에게 불효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의 입장을 판사에게 호소합니다. 원고와 피고가 된 부모와 자식. 합의할 때까지 조정을 계속하겠다는 판사. 마침내 세 남매 월급 가압류 해지와 소송 취하 약속에 대한 선행 조건을 내걸고 합의에 도달합니다. ‘아버지의 소원판’이란 제목으로 적은 합의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엔 암 선고를 받아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삶이라는 전제가 들어 있긴 합니다.
① 애들(삼남매)이랑 밥 같이 먹기
② 애들이랑 하루에 한 번씩 전화 통화로 안부 묻기
③ 우리 딸 짝 찾아주기
④ 우리 큰아들 내외랑 3개월 동안함께 살아보기
⑤ 우리 막내아들한테 한 달에 백만 원씩 용돈 받기
⑥ 고고장 가기
⑦ 가족 노래자랑
소송을 제기한 아버지 역을 연기한 배우 유동근은 그해 연말 KBS에서 연기 대상을 받았습니다.
“저를 뒤돌아보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 두 아들이 젊은 날의 저였습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 이제라도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게 돼서 너무나 다행입니다. 그게 너무 고맙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너무 죄송합니다. 지난날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제 아이들이 잘 되게끔 지켜봐 주십시오.”
은혜는 빨리, 원수는 아주 느리게
고마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옅어지다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뭐 그까짓 것쯤이야 하고 가벼이 생각하거나, 그만큼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처음 마음을 눙치기도 합니다. 변명할 구실을 찾느니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되돌려주어야 합니다. 물질이 여의치 않으면 말로라도 반드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원수는 최대한 천천히,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그 당시엔 분하고 화가 치밀지만 3초 심호흡, 3분 명상, 30분 산책, 이렇게 3시간, 3일 원수 갚을 일을 늦춥니다. 그러다 보면 태산만큼 억울했던 가슴 아픔도, 밤새 바늘로 찌르던 두통도 어느덧 잦아들고 큰 문제가 사소한 일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원수를 갚는다는 것은 ‘피 묻은 칼을 피로 씻어내는’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피는 맑은 물로 씻어야 깨끗해지듯 원수 갚으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사라지도록, 원수가 누구였는지 떠오르지도 않을 만큼 나를 정화해야 합니다.
품기가 쉬울까 버리기가 쉬울까 : 후한 광무제의 도량
후한을 세운 광무제 유수가 왕망을 무찌른 뒤 왕망이 살던 궁에서 편지 한 뭉텅이를 발견했습니다. 각 군현의 관원과 지방 유지들이 왕망과 주고받은 편지에는 왕망을 칭송하고 유수를 헐뜯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바로 살생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유수는 관원과 호족들을 불러놓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불살랐습니다. 이를 ‘분소밀신’(焚燒密信)이라 부릅니다. 그 이유를 묻는 막료에게 과거의 은혜와 원한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고 불살랐다고 답했습니다. 광무제의 도량은 앞으로 적이 될 수도 있었던 이들을 감복시킬 만큼 넓었나 봅니다. ‘채근담’(菜根譚) 전집 136장에도 “은혜와 원수는 지나치게 밝혀서는 안 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두 마음을 품어 배반하게 된다”(恩仇不可太明 明則人起携貳之志)는 말로 일침을 가합니다.
은혜와 원수는 한 끗 차이
같은 책 108장에는 원수와 은혜의 본질과 대처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원망은 덕으로 인하여 나타나니
남들이 나에게 덕이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덕과 원망 모두 잊게 하느니만
못하고,
원수는 은혜로부터 생겨나니
남들이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은혜와 원수를 모두 없게
하느니만 못하다.”
(怨因德彰 故使人德我
不若德怨之兩忘
仇因恩立 故使人知恩
不若恩仇之俱泯
-‘채근담’(菜根譚) 前集 108장
은혜와 원수는 마주 댄 양 손바닥처럼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친밀하고 소중한 사람한테 은혜와 덕을 베푸는데, 내가 베푼 덕이나 은혜를 못 알아보고 몰라줄 때, 그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억울함이나 원망이 생겨서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 오히려 원수가 되고 척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불효 소송을 하는 것도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가 베푼 은혜와 덕에 값을 쳐서 돌려받으려는 셈법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원수가 되시렵니까. 아니면 줬다는 것조차 잊고 다정하게 지내시렵니까.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 “사람들에게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곳에서든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사람들과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마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난다면 회피하기 어렵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주변에 둘지, 나를 해치고 망하게 하려는 사람을 곁에 둘지 참 답은 쉬운데 실천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우리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 못 하는 게 더 큰 어리석음이지 싶습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시 한 편 함께 나누면서 마음 미장공 열한 번째 이야기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늘 셈법
삶은
가까이 보면
공정하지 않고
부당하고
억울한 일투성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빈틈없이 공정합니다.
언제 단 한 번이라도
봄이 가고 겨울이 온 적이 있던가요.
가을이 가고 여름이 온 적이
있던가요.
더하기 빼기는
짧은 순간엔 맞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밑졌으니
더 받아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하늘의 방정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당신보다 더 가지고
더 많이 누리는 게
얼마나 축복과 호사인 줄 모릅니다.
하늘 같은 가호로
보살핌을 받았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내가 저지른 큰 잘못이
아주 조그만 손해로 청구되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내가 준 상처가
당신이 준 상처보다
훨씬 크고 깊었음을
너무 뒤늦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 ‘혼자 술 마시는 여자’ 182~184쪽
불효자 방지법 : 은혜와 원수를 대하는 자세
부모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외면한 때 은혜를 저버리는 망은(忘恩) 행위에 대해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몇 년째 국회 발의에 머무른 채 논란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앞선 드라마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부양료 청구 소송(불효 소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송을 제기한 부모가 거의 패소한다는 게 현실입니다. 2020년 98세 아버지가 셋째 아들을 상대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20년 전 증여한 선산을 돌려받으려고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한 경우처럼, 불효자 방지법은 자식이 부모 재산을 받고 효도나 부양을 하지 않은 채 ‘먹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입법이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편 지난해 법무부가 사전 상속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과 가능성,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앞서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독일 민법 제530조는 ‘증여자에게 중대한 배은 행위를 저질러 비난을 받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프랑스 민법 제953조도 ‘증여를 받은 자가 학대·모욕 범죄를 저지르거나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 증여 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56세 강 씨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병상 생활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다. 강 씨는 아버지의 병간호와 병원비 부담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했다. 반면 8살 터울의 남동생은 직장 구조조정이나 수험생인 딸 핑계를 대며 자식의 도리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긴 재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 동생은 그제야 “나도 자식이니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을 요구했다.
상속 분쟁은 피를 나눈 가족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지독한 분쟁 중 하나다. 특히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불만’으로 가족 간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모 사망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가 제기된 건수는 2020년 기준 2095건에 달한다. 부모님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평생 헌신한 자녀와 본인의 편의를 위해 형제에게 부담을 지우고 선택적 효도를 한 또 다른 자녀. 두 사람이 상속재산을 똑같이 갖는 것이 과연 공평한 일일까?
특별한 부양일수록 달라지는 상속
피상속인(사망자)이 유언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분을 특정하지 않고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법에 따라 분배되는 비율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한다. 이때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그 상속분은 동일한 것으로 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할 때 배우자의 상속분은 5할을 가산한다.
그러나 강 씨처럼 자신이 다른 형제 자매보다 부모를 더 많이 봉양해 재산을 동등하게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기여분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증자에 일정 수준 이상 이바지했을 경우 법원이 상속분 산정에 이를 고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단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에 국한하므로 사실혼에 의한 배우자처럼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기여분의 권리자가 되지 못한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특별한 부양은 법률상 부양의무 범위 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양의무의 성격상 1차적 부양의무자인 배우자에게는 더 높은 정도의 동거 및 부양의무를 부담시키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년 자녀는 부모에 대해 2차적 부양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에게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혹은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사업에 무급으로 종사한 첫째 아들, 공동상속인 모두가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모든 부양료를 지출한 동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여분 결정 방법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대두되는데, 통상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와 동시에 청구하거나 반심판으로 청구하게 된다. 공동상속인 중에서 ‘특별한’ 기여(또는 부양)를 한 사람의 수고를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먼저 공동상속인들이 협의해 결정한다. 협의 시기는 피상속인 사망 후 최소한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까지다. 협의가 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는 기여자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기여분 청구를 하면 기여의 시기, 방법 및 정도, 부양 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범위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공동상속인들 간에 기여분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법원에서 기여분이 인정되면, 전체 상속재산에서 기여자의 몫을 제한 뒤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여 상속인은 총 상속재산에서 자기 기여분을 받는 외에도 기여분이 공제된 상속재산에서 자신의 법정상속분만큼 받게 된다.
기여분 제도는 일부 상속인의 공로를 인정해 재산분할 시 공동상속인 간에 공평성을 더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쟁이 생기면 가족관계에 금이 가기 쉬우니 사전 증여, 유언장 작성, 녹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통해 미리 재산을 정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증여와 상속을 알아보고 계약서까지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누구나 라인(LINE)을 사용한다. 시노다수세무사사무소(篠田修税理士事務所)는 라인 앱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상속’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이버의 메신저인 라인은 ‘단카이 세대’(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와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0~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시노다수세무사사무소는 일본의 고령화에 따른 증여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스마트 상속 ’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생전에 증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주 서비스는 ‘추천 증여 타입 진단’, ‘증여 계약서 작성’, ‘인쇄 서비스’다. 이번 달부터는 ‘노후 자금’, ‘상속세’,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인쇄 서비스 외에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중장년층과 중장년층의 가장 큰 고민은 노후 자금이다. ‘노후 자금’ 서비스에서는 라인이 제공하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의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하고, 증여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 계산 역시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서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연간 100만 엔 이상의 증여를 했을 경우 증여세는 얼마나 부과되는지 등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추천 증여 타입 진단’은 나에게 맞는 증여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역년(달력상 1년을 말함) 증여’, ‘교육 자금 일괄 증여’, ‘필요할 때마다 증여’ 등 응답에 맞춰 ‘스마트 상속’ 앱에서 적절한 타입을 추천해준다.
또 계약에 관해 잘 모르더라도 쉽게 증여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한 번 만들어두면 같은 사람에게 증여할 때는 다시 활용할 수 있고, 핸드폰만 있으면 증여 계약서를 공유할 수 있다.
이용료를 내면 스마트폰으로 계약서 인쇄 방법을 모르거나, 계약서를 우편으로 배달하고 싶은 사람을 대신해 사무국에서 인쇄와 우송 서비스를 대행해준다.
시노다수세무사사무소는 “가족끼리의 상속 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가족 구성원들의 상속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출퇴근길의 틈새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상속과 증여에 관한 지식을 얻고, 서비스를 이용해 증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러 서비스를 연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가온이 ‘패밀리오피스 센터’를 열고 상속, 증여, 신탁, 가업 승계, 후견 및 가족 간 분쟁(예방) 등에서 포괄적인 전문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가온 ‘패밀리오피스 센터’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후견 및 금융·부동산 자산관리전문가, 공익법인 전문가 등이 한 팀이 되어 가족 구성원의 내밀한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과 최적의 절세 방안을 제시한다.
센터장에는 올해 1월까지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 신탁을 상품화한 배정식 본부장이 내정됐다.
고령화로 인한 개인의 노후생활과 상속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탁형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령화 문제, 상속, 기업 승계 등을 해결하는 데 주력해온 만큼, 패밀리오피스 센터에서도 가족의 자산 관리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남규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가온이 그간 축적해 온 조세 및 승계, 상속 분쟁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신탁과 후견 등 장기적이고 개인적인 자산관리 영역에 다양하게 결합할 것”이라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치밀하고 탄탄한 상속과 승계 방법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온 고문인 소순무 한국후견협회회장은 “신탁은 나와 가족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쳐 소중한 재산을 이어갈 수 있는 자산관리 플랫폼”이라며 “법무법인 가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노후자산관리, 상속의 문제를 넘어 후견 등 가정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새로운 길라잡이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89세 김부자(가명) 씨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최근 앓고 있던 대장암이 악화돼 부쩍 기력이 약해진 김 씨는 자신을 끝까지 봉양해준 첫째에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둘째 김미남 씨는 오래전 사이가 틀어져 사실상 가족의 연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부자 씨는 생을 마감하기 전 “나 김부자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상가와 삼성역 소재 아파트를 포함해 재산 목록에 기재된 모든 재산을 첫째 김효녀에게 물려준다. 2022. 4. 12. 삼성역에서 김○○ 씀”라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김 씨가 생을 마친 후,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둘째 김미남 씨가 유언장은 무효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유언은 피상속인의 단독 행위인데다 사망 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명확하지 않으면 이처럼 분쟁이 생길 위험이 있다.
민법상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필증서다. 피상속인이 자신의 손글씨로 유언의 내용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필증서의 방식은 생각 외로 까다롭다.
우리 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의하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와 “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타자로 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언장은 자필로 작성했으나 금융재산목록과 부동산목록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민법에서는 이 사례도 무효로 판단한다. 유언장 전체를 자필로 작성해야 유언 내용이 인정된다. 즉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지거나 내용을 모두 손으로 직접 작성하지 않으면 유언은 무효다. 날인 시 서명은 위조의 위험이 있어 손도장(지장)으로만 한정한다.
주소는 유언자 생활의 근거지이면 되고, 반드시 주민등록법에 의해 등록된 곳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김부자 씨는 번지까지 작성한 것이 아니라 ‘삼성역에서’라고만 기재했기 때문에 유언장에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아파트라면 동, 호수까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본인이 작성한 것이 분명하도록 모두 자필로 기재했고, 인감도장까지 찍었지만 무효가 된 것이다. 결국 첫째 김효녀와 둘째 김미남 씨는 아버지의 뜻과 무관하게 법정상속 비율에 따라 1/2씩 상속받게 된다.
회사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한 임 씨(여, 60세, 미혼)는 퇴직 후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노후 대비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산해본 결과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과 금융 재산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임 씨는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자산 관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걱정되었다. 임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성년후견제도와 후견인의 역할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었고,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 반면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의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여 후견 범위를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요양 등 신상 관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후견제도를 통해 후견을 받는 사람을 피후견인, 후견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을 법원이 정하는 법정후견과 후견인의 권한을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놓은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후견은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눈다.
만약 임 씨가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를 위한 후견을 미리 대비하고 싶다면 후견인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자와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하고 공증을 한 후 법원에 등기를 해야 한다. 향후 임 씨가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가 되었을 때 법원은 후견인 등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법정후견에는 후견감독인 선임이 필수가 아니지만 임의후견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야 비로소 후견 계약의 효럭이 발생한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 등을 감독하며 피후견인이 후견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이든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가능하며 복수도 가능하다. 후견인이 할 수 있는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년후견제도의 재산 관리 동반자 신탁
2013년 제도 도입 후 후견(감독)에 관한 접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말에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알아보는 우리나라 후견(감독)사건의 현황’ 자료집을 보면 2013년 1883건이던 후견(감독) 접수 건수가 2019년에는 1만 4534건으로 연평균 22.6%씩 증가해왔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과 접수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견(감독)의 유형별 비중을 보면 법정후견 중 성년후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임의후견은 가장 낮다. 2014~2019년 접수된 후견사건 총 3만 8809건 중에 성년후견은 2만 6214건, 미성년후견은 6870건, 한정후견은 3186건, 특정후견은 2435건, 임의후견은 104건이었다. 신상과 재산에 관한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재산 관리는 인간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함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유용한 사건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 신탁을 선택했다.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자(위탁자)가 수탁자(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여 수익자(신탁재산의 수혜를 받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곧 수익자인 신탁을 ‘자익신탁’이라고 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을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꾸준히 개정하여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양한 신탁(信託)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신탁 전문 은행들이 생겨나서 신탁의 개념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상속인 간의 재산분쟁을 예방하기에 적합한 신탁 상품이다. 수탁자를 유언장 보관 및 집행인으로 선정하여 유언장을 미리 써두면 수탁자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을 집행하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유언장을 금융회사에 맡겨두면 개인보다 좀 더 지속성이 보장되고 유언 집행에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고도 한다. 유언신탁이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사후까지 재산 관리를 신탁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효용을 누리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바대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신탁보다 역사가 짧지만 그 유용성 덕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2000년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후견인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계약 체결부터 변경 및 해지까지 가정법원이 관여하는 후견제도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응용하여 치매 발생 시 위탁자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계약 내용에 따라 수탁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집행하는 신탁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쓰고 싶다면 후견제도와 신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것은 3년 만의 일이었다. 처음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소개됐을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길게 길러 뒤로 묶은 머리와 유품정리 과정에서 허락을 받아 쓰고 있던 작은 캐리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여행가 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품정리사로 손꼽히는 유명인이 되었다. 유재석과 함께 TV에도 얼굴을 비췄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는 이제 그가 양복 차림이 잘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변치 않은 것도 있다. 유품정리 분야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여전히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안부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최근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은 우리에게 다소 친숙해진 듯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와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 등을 통해 이 직업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그가 이 사업을 국내에 소개했을 때 유품정리 분야는 고독사한 시체 곁의 혈흔을 지우고 사용하던 물건을 처분하는 특수청소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수청소라는 사회적 인식 여전
“‘유 퀴즈’를 통해 소개되긴 했지만, 제 입장에선 많이 아쉬웠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감성적인 부분만 부각된 편집이었거든요.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죠. 넷플릭스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특수청소의 연장선에 있는 직업으로 소개되었으니까요. 갑자기 사망한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았던 흔적을 지우는 청소로 여기는 인식은 아직 여전한 것 같아요.”
실제로 그의 회사를 포털사이트에 기업 등록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키퍼스코리아’를 장례 관련업에 포함시키고 싶었지만, 심사 과정에서 결국 폐기물업으로 등록되었단다. 그로서는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그간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회의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변화의 요인으로 ‘유품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품은 불길한 것 혹은 쓰레기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죽은 사람의 물건이니 함께 사라져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어요. 유품이 추억이 되기도 하고 재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유품정리업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어요.”
또 대중의 인식 변화로 ‘사자’(死者)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본가를 정리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유품정리 분야의 의미 있는 변화로 봤다.
“단순히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물건을 비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부모님을 추모하고 추도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품정리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요. 무엇을 남길지, 버릴지 돕는 카운슬링 기능이 강화됐으니까요.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우리 일이 된 셈이죠.”
우리에게 맞는 ‘한국식’ 추모 도입
그는 11년 전 키퍼스코리아를 창업하고 유품정리라는 생소한 분야를 국내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라는 저서 발간을 꼽았다. 본지와의 첫 번째 만남의 계기이기도 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학교로 들어가 장례학과에서 강의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변화는 유품정리라는 서비스 시스템을 되돌아보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 이외에 법적인 소유권과 관련된 상속, 고인을 기리는 장례와 관련된 것까지 개념을 확장시키고 체계화한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사업은 영감을 받은 NHK 다큐멘터리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의 주인공이자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회사 키퍼스 대표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 사장을 통해 2010년 시작됐다. 일본의 유품정리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다 보니 당연히 한국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 특유의 가타미와케(かたみわけ) 문화를 배경으로 한 일본식 유품정리는 물건의 가치나 본질보다는 고인과 관련된 ‘추억’을 정리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것을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한국식 매뉴얼을 만드는 데 10년 걸렸어요. 그 기간 한국에서 노력했던 과정을 일본 키퍼스에서도 오롯이 지켜봤기 때문에, 한국식 유품정리로 변화하고 자리 잡는 것을 응원하고 있죠. 또 일본의 경우 유품정리 업체가 유품의 운송, 폐기처리, 재활용 등 모든 분야에 대한 권한을 허가받고 직접 처리하는 반면,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연결하고 컨트롤타워 역할만 한다는 것도 차이 나는 부분입니다.”
고인에 대한 추모 방식도 일본과는 다소 다르다. 일본의 경우 유품을 모아 한꺼번에 합동 공양을 드리지만, 김 대표는 집에서 먼저 공양을 드리는 것으로 바꿨다. 한국 정서에 맞게 축문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유품을 만지는 허락을 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또 유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모든 물건에 대한 기록을 만들어 다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그간 우리에게 안 맞는 것처럼 느껴졌던 옷을 벗어버리고, 우리 몸에 맞는 것을 찾게 되었어요.”
유품정리, 장례지도학과 만나다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 회사의 몸집을 키우거나 새로운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그는 학교로 들어갔다. 기존의 ‘장례지도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유품정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10년 전 전국의 장례 관련 학과 교수를 대상으로 요시다 다이치 대표의 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순회강연을 계기로 각 대학 교수들과 인연을 이어나갔는데,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학교도 나름의 고민을 갖고 있었죠. 장례지도사를 선택해 입학한 학생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장례지도사 업무 영역의 한계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거든요. 지금의 업무 범위는 ‘장례식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더 나은 새로운 사업적 시도나 변신을 꾀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어요.”
그는 대학의 커리큘럼 자체가 전통 장례에 매몰되어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적어도 상속법이나 유품의 행정처리를 위한 관련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고, 사회적인 서비스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가 학교에서 일본의 장례나 죽음 준비에 대한 ‘엔딩 산업’을 한국에 맞게 학문적으로 적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품정리 사회적 관심 중요
그렇다면 앞으로 유품정리 분야는 어떻게 바뀔까. 김 대표는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사망자 수와 그로 인한 유품의 증가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매년 30만 명 정도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망하기 시작하면 그 숫자는 50만을 훌쩍 뛰어넘을 겁니다. 이 세대는 갖고 있는 물건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한국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절약이 몸에 밴 세대죠. 이분들이 갖고 있는 물건, 그 물건의 역사적 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라질 겁니다.”
베이비붐 세대 할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8·15 광복, 한국전쟁 등 우리의 역사와 연관된 수많은 사료가 가보로 전해 내려왔지만,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자녀 세대에 이르러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에 대한 역사적 자료의 보고인데, 아직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단카이(団塊) 세대의 유품정리를 고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죠. 역사적 증언과 증거물 확보를 위한 생전정리도 이뤄지고 있고요. 우리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두는 생전정리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래된 물건의 인기가 올라가고 찾는 이가 많아지고 있어,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의 경제적 가치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생전정리가 노년층의 또 다른 자금 확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적으로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전정리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흔히 생전정리라고 하면 죽기 전에 갖고 있는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후에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정해놓고 그 우선순위에 맞춰 물건을 정리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겁니다.”
생태계 조성 위한 플랫폼 구축 희망
그렇다면 키퍼스코리아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는 ‘장례·유품정리·상속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장례를 치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을 예정입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모든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죠. 일반적인 플랫폼과 다른 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희의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에요. 고객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도록 담합이나 바가지요금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장례·유품정리·상속 생태계가 조성돼 양성화되고 산업적으로 고도화되기를 그는 희망하고 있다.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고 소수에 의해 음지에서 진행되는 구조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장례·유품정리·상속 분야의 산업화가 국가적으로 큰 기여를 할 거라고 믿어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상속과 증여가 활성화되면 세수 확보에도 유리하죠. 환경 측면에서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고요. 또 유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이나 가족관계 악화를 방지하고, 고독사 예방도 가능하죠. 새로운 생태계로 변화한다면 소모적인 부분을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고,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가운데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이혼인 셈이다. 이혼 연령도 높아졌다. 남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1990년 36.8세에서 지난해 48.7세로 올라갔고, 여성도 32.7세에서 45.3세로 높아졌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데에 전문가들은 기대 수명이 80대가 넘는 장수 시대가 한몫했다고 말한다. 현재 50~60대에겐 ‘늙어서 이혼해 뭐하나’보다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있다’라는 논리가 더 통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황혼이혼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역시 황혼이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혼자 살아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 또는 이혼을 치부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불행한 결혼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짐과 동시에 이혼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이혼을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됐다.
젊은 세대의 결혼율 감소, 고령화와 맞물려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황혼 이혼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이혼 상담을 의뢰하는 황혼부부가 훨씬 많아진 추세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온 만큼 서로 합의에 따른 협의이혼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이혼 여부 자체나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상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재판상 이혼은 조정 이혼 절차와 이혼소송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유책 배우자 위자료 청구, 제소 기간 잘 따져야
재판상 이혼은 부부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이혼을 반대할 때에도 법률상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면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 배우자에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유책 배우자 여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다만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유책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지나치게 오래전이라면 이혼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어 이혼사유별 제소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외도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할 때에는 외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또는 외도가 있던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용서를 한 부정행위를 근거로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 ‘기여도’ 중요해
사실 황혼이혼을 다루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보다는 부부의 공동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이 가장 큰 쟁점 된다. 한 변호사는 “위자료의 경우 아무리 명백한 유책 사유가 있어도 액수가 크지 않다”라며 “황혼의 재산분할은 길었던 혼인 기간만큼 함께 축적해온 재산도 많아 액수도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유책 사유보다는 혼인 기간 동안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증가시키는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데, 기여도는 외부 경제활동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즉, 전업주부라고 해도 가사 노동과 육아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므로 50%에 가까운 재산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혼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혼인 기간 가운데 공동으로 쌓은 재산에 한한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또는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특유재산의 경우는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하는 데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있으면 기여도만큼의 분할 요구를 할 수는 있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다만 일반 자산 외에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니 주의해야 한다.
아직 수령하기 전인 배우자의 퇴직금이나 연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분할연금은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수급연령이 됐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나눠 받도록 한 연금제도다. 분할연금을 수령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산 명의가 공동명의가 아닌 일방 배우자로만 되어 있다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처분이나 은닉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 변호사는 “부부관계가 틀어진 후에 배우자에게 공동명의를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이혼의 조짐이 보인다면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의 가압류 또는 가처분 신청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0세 이상 재혼 인구는 9938명으로 2010년(6349명)보다 56.5% 늘었다. 가족 상담 전문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커플의 수치까지 계산한다면 통계 수치보다 서너 배는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황혼의 사랑이 이토록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길어진 평균수명과 황혼 재혼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혼자 외로이 보낼 여생이 길어지고, 노년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자유로워지면서 황혼 재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늘어나는 중·노년층 고객 수요에 맞추어 60세 시니어 회원들을 따로 관리하는 추세다. 업계 종사자들은 “황혼재혼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 가족관계, 경제력 등 현실적인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인생 경험이 많은 시니어일수록 금전 문제나 자녀 반대와 같은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더욱 명확한 배우자 선택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황혼 재혼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데, 자식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로맨스를 응원하면서도 재혼을 반대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재산분배 때문이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별도 비율을 나누지 않는 한,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각각 1씩이다. 만약 1억 원의 재산을 가진 아버지가 재혼할 경우 새어머니가 6천만 원을, 자녀가 4천만 원을 상속받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식의 반대에 못 이겨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재혼 부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못해, 오랜 시간을 부부로 지내며 배우자의 곁을 지키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따라서 사후 지금의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남기기 위해선 반드시 법률혼을 이루어야 한다.
황혼 재혼 부부들이 결혼 전에 상속 문제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혼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민법에 규정된 ‘부부 재산의 약정’ 조항에 따르면,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결혼 후의 재산관리 방법을 미리 정해 등기할 수 있다. 재혼 전에 자녀들에게 법정상속분 이상으로 증여하고 ‘증여받았으므로 앞으로 재산 문제로 다투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 받는 등의 방법이다.
혼전계약으로 불리는 ‘부부재산계약’은 부부의 합의를 통한 계약 사항들을 만들고 공증사무소에서 전문가의 공증을 받으면 완료된다. 안전하고 공정한 계약을 위해서는 가급적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공증을 받는 것이 좋은데, 이때 전문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중립적인 위치여야 한다.
유언장을 통해 상속분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는 “사후 분쟁을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는 것이다”라며 “재혼 부부와 자식 간의 신중한 상의를 통해,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받을 몫을 각각 정해 유언장에 적으면 된다“고 전했다. 유언 내용과 작성일, 주소, 성명 등을 자필로 작성하고 도장을 찍은 자필증서도 유효하고, 공증사무소에서 유언 공증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혼전계약과 유언장을 공증 받았다고 해서 분쟁이 생긴 경우 계약서 내용대로 100%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 시 법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 정도로 인정된다. 법원 측은 "이혼·사망으로 인한 재산 분할이나 상속은 미리 알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 계약은 100%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삼남매의 첫째인 A 씨와 둘째인 B 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전 재산인 시가 6억 원 아파트를 막내인 C 씨에게 증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아버지 사망 후 상속인인 A 씨와 B 씨는 어떠한 상속재산도 받을 수 없게 됐다. A 씨와 B 씨가 상속을 받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시니어들이 상속 제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상속을 하는 부모에게도 법과 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써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상속을 해도, 그 행위가 법과 제도에 어긋날 때는 원하는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상속인에게는 최소한의 상속분이 보장돼 있다. 피상속인인 아버지가 생전에 C 씨에게 재산을 증여해 상속재산이 남지 않다고 해도 A 씨와 B 씨는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C 씨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 최소한의 상속재산이 ‘상속유류분’이다.
상속유류분 제도는 상속을 공평하게 하고, 전체 상속인의 생계를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로 1977년 민법에 도입됐다.
A 씨와 B 씨처럼 상속인이 원래 받을 수 있었던 상속재산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을 ‘유류분 침해’라고 한다. 유류분을 침해당한 상속인은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C 씨에게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청구인이 유류분을 침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이 기간을 넘기면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소멸되니 주의해야 한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는 “최근에는 상속유류분 관련 정보가 많아져 상속인들이 잘 알고 자문을 받지만 일부 60세 이상인 분들은 제도를 잘 모르고 10년이 지나서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액수는 정해져 있다. 유류분 산정 비율은 민법 제1112조를 따른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인 자녀, 손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 상속유류분이다. 이는 피상속인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인 부모의 상속유류분은 법정상속재산의 3분의 1이다. 부계와 모계의 조부모도 직계존속이므로 마찬가지다.
A, B, C 씨의 사례에서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은 6억 원이다. 자녀가 셋이므로 A, B, C 씨의 법정상속분은 각각 2억 원씩이다. 아버지가 전재산을 C 씨에게 물려줬으므로 A씨와 B씨는 C씨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A 씨와 B 씨는 아버지의 직계비속이므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인 1억 원을 각각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는 셈이다.
피상속인이 상속에 대한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했을 때 여러 상속인끼리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A, B, C 씨처럼 모두가 직계비속이라면 법정상속분이 사람 수만큼 나뉜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형제자매, 직계존속 등이 다양하면 유류분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때 유류분 반환청구는 유류분반환청구권자의 순위에 따라 행사할 수 있다. 법정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결정되듯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에도 순위가 있다.
1순위자가 존재하면 2, 3순위자는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1순위가 자녀, 손자 등 직계비속이다. 2순위는 직계존속, 3순위가 형제자매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1순위 대상자가 있을 때는 1순위 대상자와 같은 순서가 되고, 1순위 대상자가 없을 때는 2순위 대상자가 같은 순서가 된다. 3순위 대상자만 존재할 때는 3순위에 앞서 단독으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가족 간에 상속문제에 대해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상속분을 최소한으로라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상속은 가족 간의 문제다. 소송 전 단계에서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에 대해 구상수 회계사는 "보통 소송까지 가지만 소송 전 단계에서 상속재산분할에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합의가 잘 되지 않았을 떄 차선으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