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는 옛말이 있다.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건강한 치아로 잘 씹는 능력은 단순히 밥 먹는 즐거움을 주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니어의 씹는 능력(저작 능력)이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잘’ 씹으면 건강 오고 ‘못’ 씹으면 건강 달아난다
노년기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이때 빠질 수 없는 능력이 씹는 능력이다. 무언가를 씹는 행위는 턱 근육을 발달시키고 침 분비를 도와 소화를 원활하게 한다.
반면 잇몸 질환이나 구강 기능의 저하로 씹는 것이 불편해지면 소화불량이나 위장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영양 불균형까지 초래한다.
잘 씹는 능력은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를 원하는 노인에게도 필수 조건이다. 음식물을 씹을 때 쓰는 저작근이 얼굴 피부의 탄력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근육을 덜 사용해 얼굴 근력이 떨어지면 얼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나이 들어 보이기 십상이다. 저작근은 목·어깨·허리 등 여러 근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잘 씹지 못하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음식물을 잘 씹지 못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우울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잘 씹지 못하는 노인의 우울증 발생률이 잘 씹는 노인의 2배 가까이 높다는 것이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전혜진 교수와 군산대학교 식품생명과학부 두미애 교수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노인 3747명의 음식물을 씹는 저작 기능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72.65세의 노인들을 씹는 데 문제가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치아나 틀니, 잇몸 등 구강 문제로 음식물을 씹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스스로 답한 노인들은 41.2%에 달했다.
우울증 평가도구(PHQ-9)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씹는 데에 문제가 있는 노인군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약 1.945배 높았다. 성별과 소득수준에 따른 차이도 드러났다. 여성이 남성보다 2.206배, 저소득자가 고소득자보다 1.332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잘 씹지 못하면 먹는 즐거움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영양 상태가 악화되고,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어 근육량이 감소하는 등의 결과를 낳는 것으로 진단했다. 단백질 섭취가 노년기 우울증 발병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두미애 교수는 “씹는 문제가 있는 노인 중에서도 소득이 낮고 여성일 경우, 단백질 섭취가 적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며 “씹는 데 문제가 있으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노화와 관련한 질병을 앓을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노년기 근육량 증가와 보존에 도움이 되고, 앞선 연구에서 낮은 근육량은 우울감과 연관돼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씹는 문제는 식이 조건을 악화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서는 노년기 저작 기능 상실 여부가 인지장애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임플란트 등으로 빠진 치아를 재건하지 않은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인지장애위험이 2.74배 높았으며, 어금니가 없을 경우 인지기능 장애가 생길 위험도 커졌다.
이 외에도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약 3배 높아지며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씹는 활동이 줄면 근육을 움직이며 뇌를 자극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바른 칫솔질과 입 체조로 노년기 구강 건강 지키자
그렇다면 노년기 구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씹기 위해서는 건강한 치아가 필요하고, 치아 건강은 건강한 잇몸이 뒷받쳐준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만, 이 역시 잇몸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잇몸병을 앓는 환자 중 55~59세 연령대가 가장 많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잇몸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칫솔질을 올바르게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안이 건조하다고 느끼는 노인들이 많은데, 건조한 구강도 치주질환의 발생 원인 중 하나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탄올이 없는 치약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침 분비 입 체조’를 소개했다. 혀를 위‧아래‧좌‧우로 움직이고, 입안에서 시계 방향‧반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측에 따르면 입 체조는 구취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마스크 속 입냄새가 고충인 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시니어들은 백신보험에 가입할 때 더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백신보험’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3일 이른바 ‘백신보험’으로 보험사가 시판 중인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백신보험으로 알려진 상품들은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며, 백신 접종에 따른 모든 부작용을 보장하는 게 아닌 만큼 가입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 음식물, 곤충, 꽃가루 같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 중 하나지만 백신 접종이 쇼크의 직접 원인으로 인정되는 확률은 0.0006%다. 이는 100만 명 중 6명꼴이다.
올해 상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3월 25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이 처음 출시됐다. 지난달 16일 기준 생명보험사 6곳, 손해보험사 7곳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 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진단 시 최초 1회 또는 연 1회 100만~2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는 연간 2000원 미만 수준이다. 현재까지 체결된 계약은 20만 건 정도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에 ‘백신 보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은 근육통, 두통, 혈전같이 흔한 백신 부작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0.0006% 확률로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만 보장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시니어들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이용해 보험회사 제휴업체들이 무료로 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무료보험 가입 대신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마다 상품구조, 보장요건, 보장금액이 다르므로 가입할 때 상품 주요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보험회사이므로 제휴업체가 아닌 보험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 보험을 팔 때 ‘코로나 백신 보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광고 심의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제휴업체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도 상품의 주요 내용을 안내하도록 유도한다.
최근 날씨가 급격하게 더워지며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니어는 어지럼증으로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5만5608명이다. 이 중 7월이 11만34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어지럼증은 자신이나 주위 사물이 정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모든 증상을 말한다.
여름철에 어지럼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급격히 더워진 환경에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게다가 여름철은 무더위와 수분 부족이 뇌 혈액량을 줄여 일시적으로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뜨거운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온열 질환과 탈수로 어지럼증을 느끼기 쉽다.
또 섭씨 30도 이상을 웃도는 날씨에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면 기온 차이가 심해진다. 이때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도 있다.
이뇨제나 고혈압약처럼 심혈관계에 작용하는 약이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먹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선숙 인천힘찬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먹는 소염 진통제나 감기약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어지럼증을 계속 경험하는 고령 노인이라면 평소 복용하는 약과 관련 있는지 살펴보고, 증상이 반복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령층, 낙상·골절 조심해야
어지럼증은 특히 시니어에게 위험하다. 고령층은 온도에 대한 신체 적응능력이 낮고, 심뇌혈관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서다. 무더위와 뙤약볕이 유발하는 어지럼증은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쉬면 사라진다. 하지만 노인들은 잠깐의 어지럼증으로도 균형을 잃어 넘어지며 다칠 수 있다. 이때 골절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뼈가 약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70세 이상 노인이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엉덩이관절 부위 골절을 주의해야 한다. 엉덩이관절 골절을 입으면 격심한 통증과 함께 움직이지도 못하고, 허벅지 안쪽에 출혈이 생겨 사타구니와 넓적다리가 붓는다.
김태현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대퇴골의 목 부분이 부러지면 계속 누워있어야 하기에 고령자에게 엉덩이관절 골절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다 보면 합병증이나 기존 지병 악화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척추 압박 골절도 발생할 수 있다. 간격을 유지하면서 맞물려 있어야 할 척추뼈가 골절되면 주저앉아 납작하게 바뀐다. 심호흡을 하거나 기침하는 것도 힘들고, 특히 고령이라면 움직이기 힘들어 만성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구부러진 척추가 내부 장기를 압박해 또 다른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척추 압박과 더불어 허리가 점점 굽어 척추가 변헝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증세를 동반한 어지럼증 ‘뇌졸중’도 의심해봐야
여름철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데 드물게는 뇌졸중이 원인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은 귓속 전정기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물게 척추기저동맥 협착이나 후방 순환계 뇌졸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 땀을 흘리거나 체하면 설사로 탈수가 심해지면서 뇌혈류량이 떨어져 기존에 혈관 협착이 있을 경우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다.
이시백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어지럼증으로 내원하는 환우분들을 진료하면 어지럼증 증세가 다양하다”며 “여러 증상 중에서 심각한 어지럼증 증세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귀에서 기인한 보통 어지럼증은 대체로 주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상으로 느낀다. 전정신경염은 왼쪽 귀나 오른쪽 귀 중 병이 생긴 쪽으로 몸이 쏠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지러움 증상 중에도 다음과 같은 증세가 동반될 때는 뇌졸중 징조일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 징조
1. 갑자기 사물이 둘로 보인다. (복시)
2. 발음이 꼬인다. (구음장애)
3. 한 쪽 편 힘이 빠진다. (편마비)
4. 한 쪽 편의 감각 저하.
이와 같은 증세가 나타나면 후방 순환계 이상에 의한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바로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으로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뜨거운 공기가 상공을 뒤덮는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20일 이후 한반도에 강력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폭염 가운데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또 햇살이 강한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모자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을 입는 것이 좋다. 음식은 잘 익혀 먹고, 틈틈이 충분하게 쉬어야 한다.
갱년기는 흔히 여성 문제로 치부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중년 남성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증하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년 남성의 경우 우울증을 방치하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어 더욱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예방에 대한 통합적 정보를 제공하는 ‘2021 자살예방백서’를 5일 발간했다. 이 백서는 2019년 자살현황 및 우리나라 자해·자살 시도 현황과 OECD 회원국 자살 통계를 담았다.
201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해 80세 이상(67.4명)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자살사망자 수는 50대가 28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자가 70.5%로 여자 29.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7년 기준 10만 명 당 23.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OECD 평균인 11.2명보다 2.1배 높았다.
남자들의 자살률이 여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50대 중년 남성의 우울증을 꼽는다. 중년 남성 우울증은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0대 남성 우울증 환자는 2008년 이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연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남성 환자 중 50~60대 환자가 전체에서 34%를 차지했다.
중년 남성 우울증, 원인은?
남성 갱년기는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떨어지면서 주로 50~65세쯤 여러 징후를 보이며 나타난다. 이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함께 감소하면서 우울증이 유발된다.
이러한 신체적 요인과 더불어 환경 요인도 중년 남성의 우울감을 심화시킨다. 중년 남성은 은퇴를 전후로, 노후 대책 우려와 가족 부양 부담이 겹치는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 이것이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50대 남성은 걱정거리를 묻는 질문에 노후생활과 자녀교육, 일자리 등을 많이 꼽았다. 자신의 일자리 유지와 노후생활을 장담하지 못하는 가운데 높은 주거비, 자녀교육과 부모부양 등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이 취업난으로 갈수록 독립이 늦어지는 20대와 30대를 부양하는 부모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방과 치료 방안은?
1. 직업을 가져라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직업이 있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은 주부 또는 실직자보다 우울할 확률이 48%~6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직업 활동 같은 ‘활동적인 노화(active ageing)’ 과정을 거치면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2. 사람들과 교류하라
전문가들은 직업이 없더라도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혼자 있는 것은 우울증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정기적인 활동이 없을 경우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우울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친목활동, 가족모임 등을 자주 가지면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3. 신체를 움직이는 취미활동을 하라
어떤 종류건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을 동반한 취미를 가질 경우, 떨어지는 체력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꾀할 수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하면 더 좋다. 그동안 똑같이 유지하고 반복하던 일상과 생활습관에 변화를 줘, 건강한 생활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중년의 우울증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도 필요하다. 50세 이상 시니어들이 기존의 직업 활동을 지속하거나 새로운 사회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남성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에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혼자 견디려고 하기보다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람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부모님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면서 은퇴 후 의료비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임 씨 부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보험 상품들에 가입했다.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갱신 폭이 커서 보험료 부담을 걱정하던 임 씨 부부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다는 말을 듣고 실손의료보험의 활용법에 대한 상담을 요청해왔다.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시기부터 확인하자
지금까지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제도의 개정 시기에 따라 크게 3세대로 나눈다. 2021년 7월 21일에 출시 예정인 실손의료보험은 4세대에 해당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한 실손의료보험을 말한다. 1999년부터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의 본격적 판매는 2003년 손해보험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손해보험사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부담한 입원의료비를 100% 보장한다. 2008년부터 생명보험사도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은 회사마다 보장 내역이 상이하고 보장 만기도 달랐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자사 상품의 장점을 강조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고,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실감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대했다. 이에 실손의료보험제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실손의료보험 표준화 정책을 발표했다. 각 보험사는 2009년 10월부터 통일된 실손의료보험 약관을 적용하면서 2세대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했다. 2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보험료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고 입원의료비에 자기부담금을 10%로 설정했다. 2013년에는 보험료의 갱신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보장 기간을 100세로 하며, ‘재가입 주기’를 15년으로 한 새로운 표준화 실손의료보험이 나왔다. 재가입 주기가 15년이란 의미는 보험 가입 후 15년이 지나면 당시의 의료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실손의료보험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말이다. 가입 후 15년간은 현재의 상품 혜택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2021년 7월부터 판매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재가입 주기는 5년이다. 그만큼 실손의료보험의 상품 변경 주기가 짧아진다는 의미다. 신(新)실손의료보험 혹은 ‘착한 실손’이라고 불리는 3세대 실손의료보험 시대는 2017년 4월 새로운 표준약관 적용을 통해 시작되었다.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가입 후 2년 동안 보험금 청구 이력이 없으면 보험료의 10%를 할인해주고, 보험금 지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3개의 담보(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영상진단(MRI, MRA), 주사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특약 선택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할 수 있다. 가입 시기에 따른 실손의료보험의 주요 특징 변화를 요약하면 위의 표와 같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특징
실손의료보험제도 변천의 주요 원인은 지급보험금의 지속적 상승에 따른 위험손해율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다. 우리나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3800만 명이다. 금융위원회 자료(2020. 12. 10)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의 3.4%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56.8%를 수령했으며, 65.7%의 가입자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적이 없다. 지급보험금의 연 평균 상승률은 무려 17.7%다. 이런 추세면 1인당 실손의료보험료의 부담이 더욱 가중됨은 물론 실손의료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은 보험료 상승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실손의료보험제도를 개정하기로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과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위험손해율이란 납입한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이해하면 된다. 1세대 실손의료보험의 2019년 위험손해율이 144%라는 것은 1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전체가 납입한 보험료보다 지급된 보험금이 1.44배 많다는 것이다. 각 세대별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해당 세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에 반영된다. 만약 기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료 증가가 부담되어 3세대 혹은 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전환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위험손해율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한다. 보험료의 할인·할증은 5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상품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적정한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이용을 위해 자기부담금 수준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인상하고 통원 공제금도 종전에 비해 높였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은 7월 이전에 결정해야
임 씨 부부는 2007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당시에는 실손의료보험을 단독가입(실손의료보험 단독가입은 2013년부터 가능)할 수 없어서 상해 및 질병 관련 특약을 부가하여 가입했고, 적립금도 별도로 설정했다. 지금 부부가 납입하는 실손의료보험료는 각각 10만 원이 넘는다. 현재의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임 씨 부부는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新)실손(착한 실손)으로만 전환 가능하다. 오는 7월 새로운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되면 기존의 3세대 실손의료보험은 신규 가입이나 전환이 중지된다. 따라서 임 씨 부부처럼 2017년 4월 이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가입자(1세대와 2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을 전환하려면, 3세대 실손의료보험과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비교한 후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출시 전인 2021년 7월 이전에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전환은 현재 실손의료보험을 가입 중인 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회사별로 가입 가능 연령이 상이하므로 전환 조건과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전환을 고려할 때는 보험료 부담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 상태와 의료 이용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실손의료보험의 변천사를 보면 보험료 인상 폭을 줄이는 대신 보장 혜택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4세대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본인의 건강관리 정도와 비급여 이용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가입 주기도 전환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향후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재가입 주기가 없거나 재가입 주기가 긴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보험료가 부담스럽지 않고 향후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존 실손의료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노후 관리에서 상속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니어 금융 상품이 등장했다. 은행은 나이가 들어 아플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 보험업계는 건강 보험 만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00세 상한을 잇달아 깨고 있다. 액티브시니어를 비롯해 시니어들이 금융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시니어 금융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14일 내놓은 '하나 Living Trust'는 자산운용기능에 노후 관리와 상속 기능까지 추가했다. 통장으로 자산을 굴리다 병을 얻으면 노후 관리도 받고, 사후에는 상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 상품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질 때를 대비해 자녀 중 한 명을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되면 계좌주가 아니라도 맡겨놓은 돈을 찾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치매로 인한 착오송금을 예방하기 위해 한 달 인출 한도액도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을 상속하고 증여할 수 있는 신탁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위대한유산 신탁'은 매달 소액씩 금에 투자해 시니어에게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 시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증여나 상속을 할 때는 금 실물과 현금 지급 중 선택할 수 있다.
지역 기반 상호금융인 ‘신협’은 시니어 세대 특화 금융상품인 ‘어부바효(孝)예탁금’을 내놓았다. ‘어부바효(孝)예탁금’ 상품은 섬세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니어들을 위해 대형병원 진료 예약 대행, 치매 검사, 간호사 병원 동행, 간병 서비스 제휴 같은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2회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해 알려주는 전화, 문자 안부 서비스도 포함된다.
다만 기초연금수급자 또는 기초연금수급자의 자녀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인 자녀의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보험사들은 가입연령을 확대한 상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일 유병자는 물론 고령자도 두 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가입할 수 있는 ‘두개만묻는NH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갱신형, 무배당 상품이다. 암, 뇌질환, 심장질환 보험금을 105세까지 보장하는 특약을 결합할 수 있다. 건강보험에서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00세 기준을 깬 상품이다.
이 상품은 3개월 이내 입원이나 수술,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없고, 5년 이내 암·간경화·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을 진단받거나 입원·수술한 기록이 없다면 가입할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월에 '종신 만기'로 계약할 수 있는 '오렌지 큐브 종합건강상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80세나 100세로 제한된 기존 상품과 달리 만기가 제한이 없어 가입자가 150세까지 살 경우 만기가 150세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주계약은 상해보험이지만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골절깁스, 입원특약, 수술보장특약 같은 시니어에게 필요한 다양한 특약을 결합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생명이 지난 9일 기존 ‘GI(일반 질병, General Illness)플러스종신보험’보다 보장을 넓히고 가입연령을 확대한 ‘건강종신보험 대장금’을 출시했다. 기존 상품보다 가입 연령이 6년 이상 늘어 기본형인 1종은 만 15세부터 51세까지, 기본형보다 보험료가 적은 대신 해지 환급금도 적은 2종은 만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주보험에만 가입해도 시니어가 많이 앓는 질병인 일명 ‘3대 GI’인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보장한다. 중증 만성 간 질환, 중증 만성 폐 질환, 광상동맥우회술 등 18대 질병·수술과 장기요양상태(LTC) 1·2등급 등 주요 보장 22개를 종신까지 보장한다.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3월 내놓은 '헬스케어 암보험'도 있다. '헬스케어 암보험'은 암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처럼 나이 들면 걸리기 쉬운 질병에 대해서 진단과 수술, 입원을 보장하는 특약까지 가입할 수 있다. 또 가입 시 원할 경우 종신까지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의 'KB건강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와 'KB암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는 질병 진단비를 110세까지 보장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계가 시니어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이 시니어 세대에 대한 연구를 더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시니어 대상 서비스와 특화 상품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노후에 수입과 지출의 차액이 매달 5만 엔(약 50만 원)만 나도 65세부터 100세까지 30년 동안 2천만 엔(약 2억 원)이 부족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2019년 6월 일본 금융청이 발표한 보고서가 일본의 시니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돈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 할 수 없고,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 시대’를 누리게 된 시니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제 장수가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받은 월평균 노령연금은 53만6000원에 불과했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시니어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으로는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노화로 인해 만성질환을 평균 1.9개나 앓고 있는 시니어는 매달 적지 않은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건강보험 주요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이다. 월평균 노령연금에서 진료비를 제하면 남은 금액은 12만6464원. 아무리 소비가 적은 시니어라고 해도 12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 생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는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일하는 노인 10명 중 7명이 '생계비 마련을 위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아파트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어르신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 고령 질병이자 치료비 부담이 무거운 암을 앓은 시니어들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항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유병자’는 201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도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 국내 암환자의 일반인 대비 5년 뒤 생존 비율은 70.3%에 달한다.
그러나 암 생존율이 증가함과 동시에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니어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총액이 늘어나는 탓이다. 한화생명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질환 전체의 평균 치료비는 2877만 원이다. 가장 치료비가 많이 드는 간암은 환자 한 사람당 치료비가 6623만 원이나 필요하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시니어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대수명은 83.3세에 달한다. 59세에 은퇴한 시니어가 평균적으로 24년이 넘는 시기를 적자로 인생을 살며 마감하는 셈이다. 은퇴한 시니어의 노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1993년 6월 고려대학교를 출발한 자동차 한 대가 남산1호터널을 지나 한남대교, 올림픽대로, 여의도 63빌딩에 도착했다. 특별할 게 없어보였던 이 차는 운전자 도움없이 작동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를 컴퓨터가 작동시켰다. 그리고 이 차는 1995년 8월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시험주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자율주행이라는 말이 매우 낯설던 1990년대에 한국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해냈다. 그가 바로 한민홍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첨단차 대표다. 정년 퇴임 후에는 2000년 7월에 교내 벤처로 설립한 첨단차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만79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독일 법원 ‘오토파일럿’ 용어는 허위 광고 판결
자동차 자율주행에 대해 30년 넘게 연구한 전문가로써 바라보는 자율주행의 미래는 어떨까? 한 대표는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직 멀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내며 2명이 사망했다”며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 금방이라도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완전 자율주행은 허위”라고 설명했다.
최근 독일 뮌헨 법원은 ‘오토파일럿’ 명칭 사용이 허위 광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완전 자율주행’ 같은 용어가 운전자들을 기술을 잘못 이해하게 만든다며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완전한 자율주행은 언제쯤 가능할까? 한민홍 대표는 “외부환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나와야 한다”며 “당분간은 기술 발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괜찮은 편이지만 시내주행에 한계가 있고, 완전한 자율주행으로 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민홍 대표는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자율잠수정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을 타지 않은 잠수정이 혼자서 적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연구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 연구를 진행할 수 없어, 국방부와 탱크에 응용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했다. 그리고 1991년 군용 지프차를 개조하며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 연구를 추진했다. 당시 고려대학교에서 해당 차량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율주행 2단계 수준이었으나 정부 프로젝트 탈락으로 상용화 실패
1992년에는 상용자동차로 차량을 바꿔 연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1992년 10월 고려대학교 캠퍼스 안에 500m 정도를 시험 구간으로 설정하고, 처음으로 자율주행 시험운행에 도전했다. 이 시험운행에는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지켜보며 응원했다. 이 시험운행으로 문제점을 보완한 한민홍 대표는 1993년 6월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한민홍 대표는 “진정일 교수 등 여러 교수들이 많이 응원해줬다”며 “재정 후원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고려대에 고마운 마음이 많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언급했다.
한민홍 대표가 1990년대에 선보였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한 대표는 “현재 자동차에 탑재되는 자율주행 2단계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생명보험도 들지 않고 시험운행에 나설 정도로 당시 기술과 안전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안전벨트 규정도 까다롭지 않던 시기여서 그는 시험운행 중에 안전벨트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잊혀진 기술이 됐을까? 한 대표는 “프랑스에서 관심을 보여 초기 기술을 제공했다”며 “폭스바겐에서는 업무협약(MOU)까지 제안했으나 국내 기술을 지키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술경쟁력을 높이려고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거부한 그는 정부 지원을 받아 상용화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서 탈락하면서 상용화의 꿈은 사라지고,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79세에도 재밌고, 기여할 수 있어서 좋다”
완전 자율주행에 한계가 있다면 자율주행 분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민홍 대표는 “농기계와 항만과 같이 교통법규를 받지 않는 분야가 있다”며 “여기는 사람이 타지 않거나 속도가 느려서 혹시라도 사고가 나더라도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다. 이런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현재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배송 차량이나 로봇을 이용한 자율배송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최근 65세 이상 고령자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율주행이 고령자 운전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한 대표는 운전대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졸 정도로 자율주행을 과신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나이가 들면 순간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장시간 운전이 어려워지므로 이에 대해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보조받는 수준에서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순을 코 앞에 두고 있는데 활동에 어려움은 없을까? 한 대표는 “건강이 비실비실해 악으로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재미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기여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아침에 일어날 때 할 일을 떠 올릴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복이라는 설명이다.
한민홍 대표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그냥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족이나 사회에 계속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속도 교육처럼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100세가 장수의 표준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인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음의 사례와 질문을 통해서 상속에 관해 알아보자.
도움 및 참고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최근 시니어들은 상속에 관심이 많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50대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을 위한 ‘상속, 증여는 생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5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상속인 수는 9555명으로, 10년 사이 150%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도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그 사례 중 하나다.
“평생 복지 사업 분야에서 일했던 김기부(70) 씨는 자신의 모교인 A대학교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평소 거래하던 은행 금고에 보관했다. 유언장은 전부 자필로 작성했는데, 도장은 따로 찍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100억 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때마침 이 사실을 알게 된 A대학교는 고인의 뜻대로 전 재산을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에 반대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수용했다. 김 씨의 유언은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김 씨가 직접 모든 내용을 작성했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장을 빠뜨린 건 큰 실수였다. 자필증서는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 주소와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완전한 유언이 된다. 위 경우에서 법원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식을 준수하지 못한 유언장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유언의 요식성’ 때문이다. 법은 유언에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것 등 다섯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자필증서와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다. 이것마저도 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방식을 따라야만 한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는 “유언은 사후에 당사자에게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에 유언의 요건을 법에서 엄격하게 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김 씨가 도장을 찍은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유언의 내용대로 학교 측이 전 재산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류분을 통해서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상속인들이 김 씨의 재산 형성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거나, 김 씨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해서 가족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면 유족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일정한 부분은 법률로 상속을 보장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유류분의 비율은 법에서 정하고 있다. 배우자나 직계비속(자·손)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이다.
최근 법원은 유류분 조항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양 변호사는 “예전에는 부양 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유류분을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거나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상속과 관련해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실질적인 사항을 점검해보자.
Q&A로 보는 상속
Q. 아버지에게 혼외자가 있다면 상속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상속 재산 파악과 상속인 확인이 우선이다. 정부가 마련한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사망한 분의 재산 내역을 한꺼번에 확인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 시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상속인이 연락 두절된 경우라면 법원에 재산 관리인 선임 청구를 하거나 법원을 통해서 연락이 끊긴 형제자매를 찾아볼 수 있다.
Q. 생명보험금 수령도 단순승인으로 간주하나?
생명보험의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으로 기재됐고, 법정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했다면 이는 상속인의 고유한 재산이기에 상속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 민법 제1026조의 법정 단순승인으로 볼 수 없다. 반면 상해보험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이는 상속 재산이 된다.
Q. 스마트폰에 남긴 유언은 효력이 있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남긴 메모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는 효력이 없다. 다만 유언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이 효력이 있으려면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이에 참여해 유언자의 이름과 함께 유언이 정확하다는 취지를 구술해서 녹음해야 한다.
Q.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에게 재산을 줄 수 있나?
현행 민법상 ‘부담부 유증’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유언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고, 증여받는 자에게 그 가액 범위 내에서 제사를 지내달라거나 반려견을 보살펴달라고 할 수 있다. 공익단체 기부 역시 부담부 유증이나 별도의 유언 집행자를 정하는 방법으로 유언을 한다면 가능하다.
알아두면 좋은 상속 용어
① 유증 유언자가 유언을 통해 자기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다.
② 사인증여 증여자가 생전에 특정인과 맺는 증여 계약으로 효력은 사망할 때 발생한다.
③ 단순승인 상속인들이 채권과 채무를 포함한 고인의 재산을 전부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④ 한정승인 재산을 상속받되, 상속 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표시다.
⑤ 상속포기 상속 재산 받기를 전면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전보다 수명은 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이 많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잔병치레도 잦고, 금방 낫던 상처가 더디게 아문다. 은퇴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노후를 위한 대비는 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도움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정나라 선임연구원
초(超)수명시대가 도래했다. 기대수명이 대폭 늘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에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다. 2020년 12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는 62.3세였지만, 2019년에는 83.3세다. 근 50년 만에 21년이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잔치를 크게 열었지만, 최근에는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의미가 퇴색됐다. 그만큼 수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늘어난 기대수명이 마냥 좋기만 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20년 12월 통계청은 ‘2017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생애주기적자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7.1% 증가한 118조2000억 원이었다. 참고로 생애주기적자란 시기를 유년, 장년, 노년으로 구분해 시기별 소비와 노동소득을 토대로 적자를 파악한 지표다.
연령계층별로 살펴보면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35조7000억 원과 94조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노동연령층(15~64세)은 112조1000억 원 정도의 흑자가 발생했다. 1인당 생애주기적자를 살펴보면 27세까지는 적자이지만, 28세부터 58세까지는 흑자다. 이후 59세부터 다시 적자가 발생하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적자폭도 커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에서 적자가 증가하는 것은 59세 이상 연령대에서 노동소득보다 보건이나 의료와 같은 공공소비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노년층은 노동소득이 노동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데,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이 많아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소득은 적고 소비는 많아서 적자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ISA로 평생소득 마련하기
노후자금은 도대체 얼마나 필요할까?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자료에 따르면, 부부의 노후기간을 10년으로 가정했을 때 노후자금으로 대략 2억7918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대략 60세에 은퇴해 70세에 사망하는 경우다. 은퇴 후의 생활을 20년으로 가정했을 때 필요한 금액은 5억3242만 원이다. 10년 증가했을 때보다 2배 정도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물가상승률과 운용수익률을 고려한 수치이지만, 실제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위의 설계 금액이 노후 대비를 위한 일종의 가늠자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 공격적인 투자도 좋지만 일단 인생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자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젊을 때와 달리 육체적 제약이 있고, 근로 여건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노후 소득을 얻는 방법으로 PISA를 제시했다. PISA는 연금(Pension), 보험(Insurance), 안전자산(Safe Asset), 투자자산(Active Asset)을 의미한다.
첫 번째로 연금은 안정적이다. 국민연금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저생활비와 필요생활비는 필수적인 비용으로 사망 전까지 필요하다. 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지출이 커진다. 이런 비용은 연금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수월하다. 길고 불확실해진 수명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는 보험이다. 의료비는 예측할 수가 없다.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고, 발병 시기도 예측할 수 없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리면 많은 지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이런 비용은 스스로 준비하기보다는 보험으로 대비하는 것이 낫다.
세 번째는 안전자산이다. 예비자금이나 여유생활비는 정기적인 지출이 아니다. 특정 시점에 필요한 비용들이다. 따라서 위험 부담이 큰 상품보다는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것이 낫다. 위험 수준이 아주 낮거나, 중간 정도의 위험이 있는 상품을 준비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산이다. 잉여자금은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된다. 말 그대로 남는 돈이라서 손해를 봐도 생활에 위협적인 요소는 아니므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장기로 운용할수록 손실 확률이 낮아져,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Pension, 연금
은퇴자 박(61) 씨는 5년 전 직장에서 퇴직했다. 중소기업에서 임원 자리에까지 올랐고 서울에서 괜찮은 동네의 아파트에서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 걱정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박 씨의 속사정은 다르다. 겉보기와 달리 가진 건 집 한 채뿐이다.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모아두었던 예금은 자식들 결혼시키면서 다 써버렸고,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10여 년 전 집을 사면서 보험과 개인연금도 다 깨버린 탓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와 관리비, 건강보험료까지 대출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Tip 현재 다른 자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 다운사이징’을 권하고 싶다. 거주하는 주택을 처분해 더 작은 집 또는 외곽 지역에 있는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거주 주택의 가격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면 전·월세를 주는 것도 임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사를 하고 남은 자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고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Insurance, 보험
은퇴자 이(65) 씨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퇴근길에 갑자기 쓰러졌다. 집안 내력인 고혈압으로 큰형, 작은형, 본인까지 3명이나 비슷한 나이에 같은 경험을 했다. 젊을 때 보험을 준비해둔 큰형과 작은형은 진단비를 두둑이 받았지만, 이 씨는 준비해둔 보험이 없었다.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했던 탓이다. 병원비 마련도 힘들었다. 결국 이 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했다. 아내와 딸도 이 씨 병간호에 매달리느라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회복기간을 거쳐 건강이 나아진 지금도, 이 씨는 가끔 “미리 보험을 들어뒀더라면 노후가 조금 달라졌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Tip 이 씨가 한 가장 큰 실수는 뇌졸중이라는 가족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이 씨의 나이가 60대라 해도, 20~30년간의 삶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질병에 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이라도 노후를 위해 보험자산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질병을 앓았기 때문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씨 같은 경우를 위해 ‘유병자보험’이라는 상품이 나와 있다. 당뇨나 고혈압,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특화된 보험상품이다. 해당 질병을 제외한 다른 위험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은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만,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가 일반 보험보다 비싼 편이다.
Safe Asset, 안전자산
정(60) 씨는 작지만 알찬 식당을 꾸려가고 있는 자영업자다. 그동안 모은 자산도 제법 되고, 내년에는 가게를 정리할 예정이라 노후에 쓸 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꼬박꼬박 부은 덕분에 몇 년 후면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 씨의 가장 큰 고민은 가게를 정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경우 소중한 노후자금을 잃을까봐 두렵다. 예금으로 묻어두자니 금리가 너무 낮다. 그동안 휴일도 없이 일해서 번 돈인 만큼, 이 자금으로 노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여유를 즐기고 싶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지키면서 적당한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을까?
Tip 정 씨는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을 잘 준비해온 편이다. 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비가 확보된 만큼, 가게를 정리한 목돈을 잘 운용하면 노후 자산을 불릴 수 있다. 다만 정 씨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면 배당주나 리츠 같은 ‘중위험·중수익’ 자산을 추천한다. 일반 주식투자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예금보다는 수익이 높은 자산이다. 배당주는 매매차익보다는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주식을 말하며, 리츠(REITs)는 상가나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료 수익과 지가상승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Active Asset, 투자자산
오(63) 씨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갑작스런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인해 어릴 때 가난에 시달렸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항상 여유자금을 준비하는 편이다. 몇 년 전 사업을 정리하면서 노후자금은 든든하게 마련해두었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준비해둔 연금, 물려받은 땅도 있어 생활 걱정은 없다. 지금 오 씨는 여윳돈을 장기로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고 있다. 자산을 불려 노후도 여유롭게 보내고, 자녀와 손주에게 상속도 하고 싶다. 이 자금을 가장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Tip 오 씨의 경우 노후생활자금 마련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잘 불리는 것이 핵심 재무 목표다. 본인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것뿐 아니라 자녀와 손주에게 일정 부분 상속도 하길 바라는 만큼, 자산의 운용기간을 30~40년 이상 장기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산을 넣어두고 수익이 나면 인출하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용을 지속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