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랜만에 선유도로 출사(出寫) 갔다가 스냅 촬영을 나온 아름다운 여인들을 만났다. 결혼식을 며칠 앞둔 예비신부와 그의 친구들이다.
예비신랑은 보이지 않았고 여인들끼리 이곳저곳 옮겨가며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댄다. 알고 보니 단짝들끼리 결혼축하 이벤트로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표정과 드레스 모두 너무 예쁜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아쉬웠다.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멀리서라도 찍어볼까 생각했지만, 초상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함께 출사 여행 떠난 사람 중 하나가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촬영을 허락해 준다면 멋지게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그러자 매우 좋아했다.
호기심이 생겨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멋진 드레스, 소품, 메이크업까지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요?” 답변은 이랬다. 메이크업도 직접 했고 드레스도 비싸지 않은 것으로 대여했기 때문에 큰돈 들지 않았고 나머지 일들도 모두 셀프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각이 어찌나 건강하던지 대견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체면문화’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결혼은 가문과 가문이 하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행여 뭔가 부족하게 하면 흠 잡힐까 염려해 무리하는 집도 많다. 그러나 지혜로운 젊은이들은 형식에 얽매인 과시형 예식을 거부하고 실속 있게 100만 원대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의 도움 없이 둘만의 힘으로 최소의 경비만 쓰는 실속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전에 방송에서 국제결혼 한 어떤 여인이 불만스럽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불만의 핵심은 결혼할 때 시댁에서 1달러도 보태주지 않아 할 수 없이 친정에 얹혀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 부모의 도움이 없었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지극히 한국적 잣대로 재단한 것이다.
성인이 돼서도 부모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생각은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부모들도 ‘비록 자신은 궁핍하게 살았어도 자식들에게만은…’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속에는 일종의 보상심리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독립심 강하고 지혜로워 건강하고 알뜰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Tip: 셀프웨딩을 치를 수 있는 장소
조촐하게 30~50명 정도로 소규모 예식으로 정원 넓은 집에서 하는 하우스웨딩, 레스토랑웨딩, 갤러리웨딩, 선상웨딩, 펜션웨딩 등이 있다.
비싼 예식장 사용이 부담스럽다면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 지하 1, 2층에 마련된 멋진 태평홀을 이용해 보는 게 어떨까. 수용인원은 100명 이내고 주차도 가능하다. 홀을 빌리는 금액은 4시간 이용에 66.000원이며, 행사 진행에 필요한 프로젝터, 음향장비 등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청은 시민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시민청 결혼식’을 클릭하면 된다.
그날따라 신촌 길을 걷고 싶었다. 봄바람이 불던 첫날.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걷던 길 멀리서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다다른 곳은 신촌 홍익문고 앞 피아노. 많은 젊은이가 멈춰 서서 익숙한 선율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피아노 앞에는 갈색 모자에 목도리를 단단히 두른 노신사가 앉아 있었다. 그렇게 밤길 위의 피아니스트 장요한(張요한·62)씨를 만났다.
차 한잔 함께 하실래요?
그의 연주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가가 다짜고짜 물었다. 봄이라지만 밤은 겨울이었다. 차라도 한잔 하면서 얘기가 하고 싶었다. 무엇 때문에 젊은이들의 장소에 나와 피아노를 치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저 취미로 피아노를 칩니다. 일과를 마치고 피아노 칠 수 있는 곳을 찾아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좀 풀린 거 같아서 신촌에 나왔는데 사람들이 피아노 연주를 들어주니까 좋았습니다.”
겨울 동안 장요한씨는 신촌이 아닌 여의도 IFC몰 CGV영화관 안에 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는 20분이고 30분이고 피아노를 쳤다. 그가 피아노를 치는 날이면 영화관 측에서 관객(?)들이 앉을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주었다.
“수줍음이 많은데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연주를 좀 해서 그런 지 거리에서 피아노를 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신촌에는 오늘 정말 오랜만에 나온 겁니다.”
장요한씨가 최근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건 작년 3월 인사동에 설치된 ‘달려라 피아노’를 알고부터다. ‘달려라 피아노’는 연주되지 않거나 거실, 공공시설에 방치된 중고 피아노를 기증받아 화가들이 새롭게 디자인한 뒤, 지역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2008년 영국 버밍엄에서 시작해 한국에는 신촌 홍익문고 앞, 인사동, 선유도 공원, 어린이 대공원, 동대문 DDP 등 서울과 지방 여러 곳에 번지고 있다.
장요한씨는 인사동과 신촌, 여의도를 오가며 매일 연주를 했다. 피아노 칠 때는 모르지만 연주가 끝나고 나면 몸이 아주 힘들었다.
“쉬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퇴근만 하면 자꾸 발걸음이 피아노 있는 쪽으로 향하더라고요. 가끔은 왜 내가 아프면서까지 피아노를 치고 고생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박수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원동력이자 중독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고 난 뒤 쉬어야 하는데 박수를 받으면 연주를 끊을 수 없다. 몸이 좀 힘들어도 그가 연주하는 이유다.
피아노는 배운 적이 없다? 천재 아니십니까?
그는 단 한 번도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풍금을 접한 것이 피아노를 치는 계기가 됐다.
“1974년 어느 날, 커피숍에서 누군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봤는데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원래는 기타를 배우려고 했다가 때려치우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음악과 함께한 세월이다. 중·고등학교 악대부원으로 활동할 때는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악대부 유니폼을 입고 안동 시내 시가행진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취미활동도, 특별활동도 늘 음악을 선택했습니다.”
학교 음악선생님이 음대에 가라더군요.”
고등학교 때는 고향인 안동에서 대구로 유학을 가 큰누님 집에서 살았다. 등교하기 전 피아노를 30분정도 치고 갔다. 전공자도 아닌 고등학생이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 아니었나 싶다. 작곡가 출신이던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을 대신해 수업 시간에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는 장요한씨. 그런 그에게 음악선생님은 음대에 갈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장요한씨는 음악은 그냥 취미로 여긴다며 음악선생님의 추천을 거절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대를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그때 당시에 음악선생님이 대구시립 교향악단 지휘자였거든요. 음대에 가라고 했는데 저는 1년 더 공부해서 치과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피아노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피아노를 쳤다. 손님이 없는 레스토랑이나 피아노가 있던 대구교대 안에 들어가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후회가 남아 있는 듯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에 상당히 소질은 있었어요. 부모님이 제 재능을 알아보고 잘 키워줬으면 어땠을까요? 지방이 아니라 서울에 살면서 음악을 더 접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과거의 이루지 못한 꿈이 미련으로 남아 장요한씨를 길 위의 피아니스트로 만든 게 아닐까.
“그래도 대학 다닐 때 학교 그룹사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조용한 음악이 좋지만 저도 나름 20대 때는 록 음악이 좋았습니다.”
그는 경북대 의대 그룹사운드 ‘메디컬 사운드’ 2기 출신이다. 본과에 올라가기 전까지 활동하다 후배들에게 물려주는데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의 그룹사운드다.
낮에는 치과의사 장요한의 삶을 삽니다
장요한씨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1기로 졸업한 뒤 35년을 치과의사로 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피아노를 치는 삶에 심취한 듯 보이지만 하얀 가운을 입는 순간 영락없는 의사 선생님으로 돌변한다.
“피아노만 치고 치과 진료에 관심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최대한 정직한 진료로 꼼꼼하게 환자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병원에는 과잉 진료를 피하는 방법도 적어두었습니다. 은퇴하는 날까지 양심적인 치과의사로 일하고 싶습니다.”
장요한씨는 마음을 비우고 일반 환자만 치료하고 있다. 임플란트 시술도 안 한다. 엑스레이 찍기, 스케일링도 장요한씨 스스로 한다.
“속은 편합니다. 수익이 별로 없는 게 문제지만, 돈에 대해 신경을 별로 안 써도 됩니다. 내 월급 누가 주는 거도 아니고 진료가 끝나면 저는 피아노 치러 나갑니다.”
치과의사를 하는 35년 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그만큼 치과의사로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한다.
“제 나이는 이제 은퇴할 나이잖아요. 하루에 받을 만큼만 예약한 환자들을 봐줍니다. 환자를 볼 수 있을 만큼만 봐서 에너지가 축적이 된 건지. 그래서 아마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장요한씨는 피아노라도 안 쳤으면 서울서 살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힐링 되는 연주 선물하고파
“저는 레퍼토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냥 놔두면 2~3시간 칠 수도 있어요.”
장요한씨는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비롯해 영화 OST , , , 등 피아노로 치기 편하고 인기 좋은 음악들을 고른다.
“힐링이 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제가 치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보면 따뜻한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 연주가 편하고 좋다며 다가와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어요.”
장요한 씨는 좋은 연주를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단다.
“어떤 팝송이 치고 싶다고 생각하면 원곡을 계속 열심히 듣습니다. 듣다 보면 내가 따라 할 수 있고 딱 듣기 좋은 부분들이 들립니다.”
영어 어휘력을 늘리듯이 그렇게 차근차근 손에 건반의 느낌을 익힌다고 했다. 피아노를 치다 잘 넘어가지 않고 자꾸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잘 풀릴 때까지 연습한다.
“반복해서 하나하나 치다 보면 되더라고요.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던 악보도 치다 보니 됐습니다.”
장요한씨는 은퇴 후 의료 시설이 취약한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서울에는 사람들도 많고 또 치료해 줄 의사도 많다고 느낀다.
“치아 미백도 하고 다른 여러 가지 하면서 돈을 번다는데 저는 그런 거하고 멀어요. 고향으로 가고 싶은데 가족들이 서울이 더 좋다고 해서 고민입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 속에서 피아노 치는 게 그리울 거 같아 걱정이다. “내일은 뭐 하실 건가?”라는 질문에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니 여의도에 가서 피아노를 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장요한씨. 1년 넘게 그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피아노 연주를 위해 그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자제한다. 봄이 되면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피아노를 칠 생각이라는 장요한씨. 오늘 혹시 시간이 된다면 여의도 IFC몰로 가보기를 권한다. 산뜻한 표정의 치과의사, 아니 밤의 피아니스트 장요한씨를 만날 수 있다.
97000원에 1박 2일로 전라북도를 돌아 볼 수 있다면?
전라북도는 지난 달 22일부터 버스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는 순환관광버스를 주말과 휴일에 운행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해 전주에서 숙박하는 1박 2일 프로그램인 체류형 코스와 도내 14개 시ㆍ군, 8개 권역을 순환하는 당일 코스를 11월 16일까지 운영한다.
체류형 코스는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다. 서울은 광화문 앞, 부산은 서면역 12번 출구 KT앞에서 각각 오전 7시에 전주로 향한다. 서울과 부산을 각각 출발한 순환버스의 첫 날 일정은 같다. 전주 종이 박물관~한옥마을 판소리 체험~전주 수목원을 둘러 본 후 한옥마을 근처에 위치한 화이트 호텔(2성급) 하루를 묵는다.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한 순환버스의 2일차 코스는 다르다. 서울행 순환버스는 고창읍성~변산반도~새만금 방조제를 둘러보고 서울로 향한다. 반면 부산행 순환버스는 김제 금산사~국립공원 내장산 생태 탐방~순창 고추장마을 탐방 후 부산으로 출발한다.
당일치기 코스는 일자별로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번 주 토요일(12일)은 김제ㆍ정읍, 일요일(13일)은 군산 선유도를 둘러보는 코스가 준비 돼 있다. 이 밖에도 △무주 태권도 성지 △남원ㆍ지리산 △고창ㆍ부안 △익산ㆍ완주 △임실ㆍ순창 △진안ㆍ장수 등의 코스가 있으며, 계절에 따라 특색 있는 지역을 둘러보는 일정도 잡혀있다. 자세한 일정은 전라북도 순환관광홈페이지(www.jbtour.or.kr)를 통해 참고하면 된다.
서울과 부산 출발의 ‘체류형’ 운행 노선은 9만7천원, ‘당일코스’는 1만원이다. 예약이나 자세한 문의는 전라북도 순환관광홈페이지나 전라북도 문화관광 홈페이지(www.gojb.net) 또는 남북여행(1588-1466)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