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2,750m이며, 북위 42도에 위치한 ‘한반도 북방계 식물의 보고’ 백두산. 지난 6월 중순 일주일간 그곳으로 꽃 탐사를 다녀왔습니다. 5월말이 되어야 봄이 시작되고 한여름에도 여기저기에 만년설이 남아 있다는 백두산은 말 그대로였습니다. 6월 중순에도 산정은 물론 드넓은 고원 곳곳에 얼음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수시로 내리는 비는 얼음물처럼 차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이쯤에서 문제 하나 냅니다.
문) 막 눈이 녹는 6월 백두산 깊은 숲에서도 야생난초가 꽃을 피운다?
답) ➀ 맞다 ➁ 틀리다
우문(愚問)에 잠시라도 헷갈렸다면 그 또한 이유 있는 혼동일 수 있습니다. 난초가 대개는 따듯한 온대나 아열대 지역에 서식한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한란과 금자란, 탐라난 등 희귀종을 비롯해 전국 112종의 야생난초 가운데 72%인 81종이 따듯한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위 문제에 대한 답은 < ➁ 틀리다 >입니다. 야생난초에 차걸이란, 금새우난초, 섬사철란 등과 같이 제주도 등 남부 지역에 자생하는 남방계 난초가 있지만, 털복주머니란과 구름병아리난초, 손바닥난초처럼 설악산은 물론 백두산 등 고위도 · 고산 지역에 사는 북방계 난초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는 야생난초를, 야생난초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애기풍선난초를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백두산 지하삼림(地下森林)에서 딱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습니다. 백두산에 자생한다고 익히 알았고, 개화 시기를 맞춰 가면 만날 수도 있다지만 과연 대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백두산을 가본 이는 알지만, 폭우나 안개 등 악천후가 찾아오면 수시로 입산이 통제되고, 또 정해진 통로를 벗어나기 어려워 설사 눈에 보이더라도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에 담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순판(脣瓣)이라고 부르는 입술꽃잎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고 해서 애기풍선난초라고 불리는 이 야생난초는 6~15cm의 꽃줄기를 포함해 전초가 20c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작습니다. 이번에 지하삼림 안의 50m 이내 숲에서 각각 한 송이씩 모두 세 송이를 보았는데, 두 송이는 꽃색이 뚜렷한 연분홍색이었지만 한 송이는 흰색에 가까웠습니다. 각각의 애기풍선난초에는 제각각 짙은 녹색의 타원형 잎이 한 장씩 달려 있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순판 위에 3개의 등꽃받침과 2개의 곁꽃잎이 비슷한 형태의 분홍색 긴 가닥(사진)을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속명 Calypso는 그리스어로 ‘은둔’을 뜻하는데, 어두컴컴한 침엽수림에 자생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풍선난초속에는 4개 변종이 있는데, 그중 일본에 자생하는 것은 풍선난초(Calypso bulbosa var. speciosa)로 러시아와 몽골, 중국, 우리나라 백두산과 자강도 갑산에 자생하는 애기풍선난초와 구분됩니다. 일본 알프스산 해발 700m 이상 산지의 그늘지고 이끼 많은 곳에 자생하는 일본명 ‘호테이란(ホテイラン 布袋蘭)’이라는 풍선난초는 순판 아래까지 길게 튀어나온 2개의 꿀샘(거)으로 애기풍선난초와 구별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해발 2,670m 천문봉으로 오르는 백두산 북파 코스의 시작점에 있는 지하삼림. 땅 밑으로 깊게 파인 원시림이란 뜻의 이곳엔 길이 2.5km에 이르는 원시림이 펼쳐져 대낮에도 동굴에 들어간 듯 어두컴컴하다. 숲 곳곳에 소나무와 전나무 등 침엽수가 쭉쭉 뻗었고, 그 아래 무성하게 자란 이끼 방석 위에 애기풍선난초가 일면 곱디고운, 일면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생명의 탄생과 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물이다. 어떤 물은 몸에 좋고, 어떤 물은 몸을 해친다. 어떤 약초가 내 몸에 좋으냐보다 어떤 물을 마시느냐 하는 것이 건강에는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좋은 약수터, 석간수(石間水) 약수터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 약수만 먹고 병을 고쳤다는 말도 들을 수 있다. 그럼 어떤 물이 좋은 물일까? 물은 전부 H₂O일 텐데...
에모토 마사루(江本勝)는 에서 만물의 근본인 물 입자는 H₂O라는 이름으로 표준화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하나하나의 입자가 살아 있는 개성적인 존재임을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동일한 장소, 동일한 온도에 있더라도 물 입자는 각각 다른 모양, 각각 다른 운동성을 띤다. 이 세상에 똑같은 물 입자는 없다. 분석된 화학 구조식(H₂O)이 같다고 해서 같은 운동성, 같은 약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주었을 때의 물 입자 모양과 미워한다는 말을 들려주었을 때의 물 입자 모양이 다르다. 에모토 마사루는 물은 정보를 전사(轉寫, transcription)하고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바닷물은 바다에서 일어난 모든 생명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고, 빙하는 수백만 년의 지구 역사를 담고 있을 것이다.
물은 자신이 경험한 에너지, 파동, 파장을 머금었다가 체내에서 그 기운을 재현한다. 이것이 약효로 나타난다. 에모토 마사루의 말처럼 물은 에너지의 전달 매체, 운반자라고 할 수 있다.
‘물 박사’로 유명한 의 저자 김현원 교수는 물이 기억한다고 말한다. 김현원 교수는 토션장(torsion field)으로 표현되는 물질의 정보를 물에 옮기고, 그 물을 마시게 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정보를 옮기기 전이나 옮긴 후나 물의 성분은 똑같이 H₂O이지만, 효능은 달라진다.
에서는 갓 지은 밥을 3개의 병에 넣고 한 병에는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한 병에는 “멍청한 놈”이라고 말해 주며, 한 병은 아예 무시하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고맙습니다”라고 말해 준 밥은 발효되어서 좋은 향기가 났고, “멍청한 놈”이라고 말해 준 밥은 검게 썩어 버렸으며, 아예 무시한 밥에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났다. 사람이 전달하는 감정이 밥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에서는 물을 3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33가지 물은 각각의 물 입자가 시간과 공간의 기운 및 운동성을 기억하고 있다가, 사람이 마시면 그 기억을 인체 내에서 재현한다. ‘물은 기억한다’는 관점에 아주 충실하다.
하루 중 새벽의 기온이 가장 낮기 때문에 물은 새벽에 가장 무거워진다. 정화수는 이런 무거운 힘을 기억해서, 머리, 얼굴, 눈, 입에 뜬 열을 아래로 눌러 내려 보낸다. 그래서 입 냄새를 없애고, 얼굴색을 좋게 하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데 가장 좋다.
정월에 처음 내린 빗물은 솟아오르는 봄기운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위장 기운이 약해서 소화가 안 되고 입맛 없는 춘곤증을 치료한다.
가을은 만물이 가라앉는 계절이다. 식물은 지상부가 시들면서 진액이 땅속 뿌리로 돌아가고, 동물은 땅속, 집 안으로 들어가 동면을 준비한다. 가을 이슬 역시 가라앉는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안정시키고 피부의 충을 제거한다. 피부의 충은 습열(濕熱)로 인해 생기는데, 가을 이슬의 서늘하고 건조한 기운이 습열을 제거해서 충을 죽이기 때문에 피부병에 좋다.
국화수는 국화가 자라는 수원지에 흘러나온 물인데, 장수 마을의 수원지에는 국화가 많다. 국화 담근 물로 차를 달이면 수명을 늘려 준다.
유황은 양기를 보충하고, 피부의 충을 죽여서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온천수는 냉증 질환과 피부 질환에 매우 좋다. 하지만 온천수의 도움으로 양기를 보충할 때 사람의 기운도 같이 소모되므로, 꼭 잘 먹으면서 온천을 즐겨야 한다.
물에 황토를 섞었다가 황토가 가라앉은 윗물을 지장(地漿)이라고 한다. 만물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이 흙은 태양[火]과 빗물[水]에 수천, 수만 년 씻기면서 치우친 성질이 사라지고 무독해지며 담백해진다. 특히 땅을 3자 정도 파서 나오는 황토는 해독하는 힘이 매우 강력하다. 이러한 황토의 기운을 머금은 지장은 처방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중독과 답답한 것을 풀어주고, 온갖 독을 푼다.
폭포는 대표적인 급류수이다. 폭포수는 강하게 아래로 하강하는 기운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폭포에서 발생하는 음이온은 천식, 불안, 불면, 비염 등 열이 상승하는 것을 억눌러서 가라앉히고 안정시켜 주는 것이다. 아래로는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그렇다면 내 몸에 좋은 물은 어떤 물일까? 요즘 몸에 좋다는 물은 공해 물질, 오염 물질을 화학적으로 거른 물, 알칼리환원수 등을 기초로 한다. 한의학적으로 내 몸에 좋은 물이라고 한다면, 내 몸에 부족한 에너지, 운동성, 기억을 머금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액의 운동성이 떨어져 손발이 차다면 온천이나 열탕에 몸을 담가야 할 것이다. 급성 복통일 경우 토하거나 설사하지 못하는 위급한 상태라면 급히 생숙탕을 만들어 마셔야 한다. 대·소변이 시원치 않은 분이라면 상류의 물보다는 하류의 물, 많이 흘러내려 온 물을 마셔야 한다. 아니면 멈춰 있지 않고 계속 흐르는 물을 골라서 마셔야 한다.
간, 위장 등 몸에 독이 많아 해독이 필요한 분이라면 지장(地漿)을 마시는 것이 좋다. 피부병이 있다면 온천 해수욕을 하거나 집에서 고농도 죽염수를 만들어 목욕하는 것이 좋다. 피부와 모발을 좋게 하자면 옥잔에 담아 둔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봄에 춘곤증을 겪는다면 춘우수(春雨水)를 마셔야 한다. 산에 가서 봄기운을 받은 약수터 물을 마시거나, 봄철에 나오는 고로쇠약수, 자작나무약수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늘 머리와 눈이 맑지 않다면 이른 새벽 약수터에서 뜬 정화수를 마시는 것이 좋다.
이때 시간은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물을 뜨는 시간을 의미한다. 자연과 어우러져 흐르는 물이 자연에서 분리되는 시간을 말한다. 정화수는 아침에 떠서 점심에 먹어도 정화수다. 봄에 채취한 고로쇠약수를 냉장 보관했다가 여름에 마셔도 춘우수의 효과가 나타난다. 물론 바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반대로 겨울에 뜬 물을 봄에 먹는다고 해서 춘우수가 될 수는 없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경희대한방병원 이재동 척추관절센터장은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 찐 형태에 따라 상체비만, 하체비만, 전신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자.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 핵심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번호에는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비만은 체내에 비정상적으로 체지방이 늘어나 대사 장애가 유발된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마다 비만의 유형이 다르게 나타난다. 즉 전체적으로 살이 찐 전신 비만과 등이나 어깨나 팔뚝 쪽으로 살이 많은 상체 비만, 복부나 다리 허벅지 쪽으로 살이 찐 하체 비만으로 비만의 형태를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이 중 특히 전신 비만이나 상체 비만은 관절염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전신 비만
가장 흔한 전신 비만의 경우는 심폐기능이 약하여 산소호흡과 혈액순환을 통해 에너지를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대사기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노폐물이 전신에 쌓이게 되며 흔히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고 호소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붓는 느낌이 있으며 얼굴이 푸석푸석하며 일어나기 힘들고 오히려 일어나서 움직이면 몸이 가벼워지고 평소엔 항상 눕고 싶어 한다. 또한 감기에 잘 걸리며, 조그만 오르막을 올라도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한다. 성격이 느긋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아 자칫 방심하면 살이 찌기 쉽다. 하지만 살이 찌기 쉬운 만큼 전신 순환 대사를 촉진하고 식습관,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빠지는 것도 쉬우므로 포기하지 말자.
비만의 유형에 따라 생활 요법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심폐기능이 약해 전신 대사기능이 떨어져 나타나는 전신 비만의 경우 다른 체질에 비해 소화 흡수율이 높아 몸에 축적되는 경향이 강하여 음식 양을 조금만 늘려도 바로 살이 찌므로 식사량 조절이 필수다. 하지만 무턱대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고단백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신 비만의 체질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쉬면 피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더 무거워지므로 많이 움직여 순환을 돕게 되면 몸이 가벼워지며 기의 소통이 원활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우나, 찜질방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좋고, 냉온탕이나 조깅,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적당하며 긴 시간 지나친 수면이나 낮잠은 대사력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차로는 심폐기능의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 맥문동, 오미자 상엽, 폐의 열을 내려주는 율무나 녹차를 평소 즐겨 마실 것을 권장한다.
상체 비만
상체 비만은 하부에 속하는 간, 신장 등의 음기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상부에는 양(陽)에 속하는 화(火)가 있고 하부에는 음(陰)에 속하는 수(水)가 있어 수(水)는 위로 올라가고 화(火)는 하강하여 인체의 생명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하는데 만약 하부에 속하는 간신(肝腎)의 수(水)가 부족할 경우 허화(虛火)가 뜨게 된다. 상체 비만의 경우 하초의 음기가 부족하여 기가 자꾸 상승하기 때문에 기를 따라 형이 움직여 하체는 가늘고 어깨, 팔뚝, 옆구리와 같은 상체에는 살이 찌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가슴과 흉곽 부위가 발달하여 어깨가 넓고 크며 엉덩이가 작아서 역삼각형의 체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걸을 때 상체가 흔들리면서 가벼워 보이기도 하며 무릎과 허리가 약해져 시큰거리며 우두둑 소리가 나고 관절염이나 하지의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성격이 급하고 직선적이며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지구력이 남보다 떨어지고 낮보다는 밤에 활동이 많은 야행성 체질이 많다. 또한 음허화동(陰虛火動, 간신의 음허로 인하여 화가 위로 상승함)으로 인해화기(火氣)가 상부로 오르니 상열감으로 관골 부위가 붉어지기도 하며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잘 빠지며 입이 자주 마르고 머리가 무겁고 손발에서 열이 나기도 한다. 상체는 하체에 비해 움직임이 적어 군살이 붙기 쉽고 살이 찐 뒤엔 빠지기도 어렵다. 또 기혈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뒷목에서 어깨까지 결림과 같은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평소에도 올바른 자세를 취해 어깨 쪽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살이 잘 빠지기 힘든 부위이므로 신경 써서 팔운동을 병행해주는 것이 좋다.
기가 자꾸 상승하기 때문에 하체는 가늘고 상체는 비만해지는 상체 비만의 경우 성격이 급하여 빨리 먹는 경우가 많고 열이 많아 먹은 다음 바로 소화되기 때문에 과식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약간 모자라게 먹었다는 느낌이 들도록 평소 먹는 양의 80% 정도만 먹으며 열을 내리고 진액을 보하기 위해 평소 마른 반찬이나 매운 음식보다는 국물이 있는 탕 종류나 해물 등 찬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보리차, 구기자차, 두충차를 즐겨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땀을 빼면 음기를 손상시키므로 사우나 찜질방은 금하며 평소 명상이나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아래로 순환시켜주는 게 좋다. 천천히 오랜 시간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하체 단련을 위해 천천히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상체 비만의 경우에 낮잠보다 밤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하체 비만
마지막으로 복부 및 하체 비만은 소화를 담당하는 비위의 기능이 약해 몸이 냉하고 양기가 부족해서 기운이 상승하지 못하고 적체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날씬해 보이지만 복부 및 허벅지등 일명 ‘숨은 살’이 두꺼운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남들에게 “뺄 살이 어디 있느냐”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러한 체형의 사람들은 평소 추위를 잘 타는 냉한 체질이고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를 느끼고 활동량도 적은 편이다.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은 매핵기(梅核氣)와 같은 신경성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손발이 차고 쉽게 어지러우며 배에서 꾸륵꾸륵 물소리가 잘 나고 차멀미를 잘 하며 빙수나 아이스크림, 돼지고기 같은 찬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 뒤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체 비만의 경우 음식을 소화-흡수-수송시키는 비위의 기능이 약하므로 소화 장애가 많아 잘 체하고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소화불량성 위염, 위하수, 위산과다증, 상습복통 등 급·만성 위장병의 80%가 모두 이 체질에서 발생된다. 이 상태에서 과식을 하거나 고량진미를 섭취하면 비위의 기능은 더욱 저하되고 기의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유형은 무엇보다 천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며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고, 식사시간 외에 간식은 줄이도록 한다. 이러한 체형의 사람들은 비위를 보강하고 양기를 북돋워줘야 하는데 매운 음식은 몸에 열을 내고 지방 분해에 도움이 되지만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엔 주의해야 한다.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 원기(元氣)를 보충할 수 있는 인삼차, 비장과 위를 따뜻하게 하는 생강차, 경맥(經脈)을 잘 소통하게 하고 양기(陽氣)를 도와주는 계피차 등이 좋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기력이 떨어져 대사력이 저하되므로 조금 빠르게 걷거나 요가나, 단전호흡,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이 좋다.
이와 같이 비만의 유형에는 일상에서의 생활습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작은 습관부터 조금씩 개선하려는 노력과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춰나가기 위한 올바른 식이요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호에서는 세 가지 비만 체형에 맞는 한방적 식이요법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
현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기획진료부원장, 척추관절센터장 임상한의학연구소장. 전 대한침구학회 회장, 대한한의학회 편집위원장, KBS 한방의료자문위원.
백외섭 동년기자 bravopress@etoday.co.kr
손녀, 손자 쌍둥이와 외손자가 있다. 그중 태어난 지 10일 된 손녀에게 신종플루 증상이 나타났다. 노약자와 영유아는 별다른 대책 없이 공포에 떨고 있던 때였다. 병원마다 “치료가 어렵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한 병원에서 천사 같은 의사가 지극정성으로 치료하여 이를 극복하였다. 세 손주는 건강하게 자랐고 그때부터 행복 시작이었다.
살아 있는 천사를 만나다
2009년 10월 쌍둥이 손녀와 손자가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조리 중 손녀가 고열과 설사, 식음 전폐로 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 토요일 오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조리원에서 동네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오쯤 모 대학병원으로 갔으나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아이는 힘이 없어 축 늘어져 있고, 몸은 불덩이 같았다. 대책 없이 내쫓김을 당하고 보니 자신의 무력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아이가 출생한 ‘제일병원’으로 전화를 하였다. “신종플루 감염 위험이 크다. 빨리 데려오라.”는 천사의 음성을 들었다. 그때처럼 사람의 목소리에 감격해 본 적이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보통 때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왜 이렇게 차는 밀리는지 숨이 막혔다. 아내와 며느리는 눈도 뜨지 못한 아기를 안고 초주검 상태다. “내 생명이라도 바치겠소. 손녀를 살려주오” 무언가를 갈구하였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이 너무 길고 힘들었다. 이때보다 애탔던 기억은 없다.
토요일 오후 제일병원 응급실! 채혈하느라고 주사기를 찌를 때마다 아이는 아파서 자지러졌다. 당직근무 중인 여의사는 아기의 궁둥이에 코를 대고 대변의 냄새를 맡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3일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경험상 세균 감염으로 보이니 치료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천사의 모습을 보았다.
병원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의사에 대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지극정성을 다하는 담당 의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정성어린 치료로 열도 차차 내리기 시작하였다.
며칠 후 나온 검사결과도 다행이 신종플루가 아니라고 하였다. “세균에 감염되었으나 경과가 좋다”고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세균 감염이 자주 발생하여 사회문제가 되던 때였다.
이 일을 계기로 다섯 달 후에 외손자가 태어났을 때는 산후조리원 대신 필자의 집에서 6주간 딸의 산후조리를 하게 하였다.
한 주일 치료결과 체온도 정상으로 되고 젖도 잘 먹으면서 무사히 퇴원하였다. 퇴원 후 한동안은 손녀의 건강을 항상 걱정하였다. 다행히 별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자랐다.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손녀를 구해준 의사선생님에게 다시 감사드린다.
세 손주 보살피기
쌍둥이가 어렸을 때는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가까이 사는 아들 집으로 갔다. 잠에서 덜 깨 칭얼거리는 아이들 달래려고 목마가 되어 무동 태워주고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고 씨름상대 되어 주면서 한바탕 즐겁게 논다.
아이들의 기분이 어느 정도 좋아지면 얼굴 씻기고, 밥을 먹여서 옷 입히고 등교 준비하는 과정은 한마디로 조그만 전쟁터다. 아침 이때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제일 어려운 어린이 보살핌이라고 본다.
쌍둥이는 길거리 간판의 글씨를 익히면서 질문하기 바쁘고, 지나가는 자동차를 재미있게 구경한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그네, 미끄럼 타고, 술래잡기 놀이까지 하고 기분 좋은 상태로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외손자는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있다. 가끔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애교 떠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아이들 돕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쌍둥이는 올해 어엿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독후감을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손녀는 그림을 선물하고 손자는 미니 야구를 하자고 한다. 외손자는 솜씨를 자랑하여 종이접기 작품을 선물로 내민다.
손주, 가슴으로 안아라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표정 하나에도 민감하다. 손으로만 만지는지 가슴으로 안아주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외가에서 산후조리를 하였던 외손자는 외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자는 걸 지금도 제일 좋아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서 배우면 친해진다. 터닝메카드 놀이를 잘 모른다고 밀어내지 말고 하나씩 배우는 자세로 무릎을 맞대보라! 틀림없이 친구가 된다.
칭찬하라! 장래 귀중한 자산이 손주이다. 수만금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큰 보물이 된다. 사랑을 먼저 주면 행복은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 씩씩하고 명랑한 아이들! 생각만 해도 입이 귀에 붙는다.
어느 날 친한 친구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돈 00원만 좀 빌려줘라. 딱 1년만 쓰고 은행이자로 이자도 줄게‘.
액수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돈이었음에도 전후 사정 훅 빼고 그렇게 간결한 문자 한 통만 달랑 보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바로 송금해 주었다. 왜인지, 어디에 필요한지 묻지도 않고…. 그 깐깐한 성격상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구차하게 사정할 친구도 아니었고 그만큼 필자를 믿는 것이란 걸 알기에 오히려 은행이자 운운한 것에 피식 웃음만 나왔다. ‘친구 사이에 돈 거래하면 안 된다’는 세상 격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친구가 돈을 못 갚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설사 돈을 못 받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우정의 반대급부’라고 생각했다. 그냥 친구니까, 친구가 어려운 일이 생긴 거니까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약속한 1년이 지나고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필자가 먼저 돈 얘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 때문에 서로 점점 연락할 수가 없어졌다는 거였다. 친구는 괜스레 미안해서 연락을 못 하게 되었을 거고, 필자는 필자대로 친구에게 돈 때문에 전화한다고 생각할까 싶어서 편하게 연락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필자가 돈은 괜찮으니 서로 연락하며 지내자고 오히려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결국 친구는 연락을 끊고 말았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간혹 다른 친구들과는 연락을 주고받지만 필자하고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서로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기에 직장을 옮기는 등 비슷한 속도로, 비슷한 모양새로 나누며 살고 있어서 진로 등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만나서 술도 한 잔씩 하면서 흉금을 터놓던 사이였다. 더구나 이 친구는 마음이 태평양이고 꾸밈없이 활달한 편이어서 필자뿐 아니라 여러 친구가 모두 좋아했다. 그런 소중한 친구를 결국 돈 때문에 잃고 만 것이다.
이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가산을 탕진하고 길거리에 나 앉은 것도 아니고, 빌려준 돈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다. 그 친구가 일부러 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 그 놈의 원수 같은 ‘돈’이, 그리고 그런 게 해결 안 되는 상황이 친구가 필자에게 약속을 못 지키게 한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받을 생각도 없고,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조차 가물가물하고, 가슴속에 남아 있는 서운함이나 원망은 더더욱 없다. 다만, 친구가 상황이 확 펴져 필자를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어 다시 그 호탕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또 술도 한잔하면서 필자의 속내를 다 보이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지난 얘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걱정되는 게 있다. 이제는 빌려줄 돈도 없으나 다시 또 어떤 친구가 돈 빌려 달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려운 일이 생긴 친구에게 눈 꼭 감고 빌려주지 않으면 친구 사이가 잘 유지될 수 없으니 도와줘야 할까? 이 친구에 돈 빌려준 경험에 의거해 두 눈 꼭 감고 거절해야 하나? 어떻게 결정하든 친구 둘의 마음과 상관없이 두 친구 사이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런 난처한 고민에 빠지지 않게 친구들에게 어려운 상황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여름은 무더위[濕熱]가 극심한 계절이다. 노약자는 너무 더워서 사망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의 특징은 진기를 보충하며, 땀이 많이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고, 속이 허약한 것을 따뜻하게 하며, 콩팥[腎臟]이 약한 것을 보충해 주며,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주는 것이다.
생맥산은 여름을 대표하는 처방이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마시면 좋다.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진 것을 보충해 주고 무더위를 이기게 한다. 생맥산을 만들기 힘들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셔도 좋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좋은데, 더위를 먹어서 비질비질 땀이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한다. 기가 허약하고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맞다. 여름철 콩국수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덩굴 식물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기 때문에 무더위를 소변으로 몰아낸다. 수박, 참외, 포도, 다래 등 열대의 무더운 환경에 적응한 과일들도 무더위를 잘 풀어준다. 야자, 망고, 바나나 등 물론 반대로 무더위를 조장하는 과일도 있다. 자연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가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인체의 겉은 덥지만, 속은 차가워진다. 그래서 배탈, 설사가 여름에 가장 많다. 보신탕, 삼계탕, 뱀장어는 여름철 차가워진 속을 덥혀 주고 피부의 열은 식혀 주는 음식이다.
구선(臞仙)의 에 이르기를, “여름은 사람이 정액[精]과 정신[神]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이때에는 심(心)은 왕성해지고 신(腎)은 쇠약해져서 신의 정액[腎精]이 녹아 물이 된다. 이것은 가을에야 응집되고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굳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욱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을에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우환을 겪지 않는다. 뱃속이 늘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고 혈기가 왕성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속을 덥혀주는 부추를 넣어서 먹고,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다.
보신탕은 개고기에 부추, 생강, 토란대, 마늘을 넣어 만든다. 개고기, 부추, 마늘을 삶으면 아랫배 단전을 덥혀서 강화한다. 토란대는 무더위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식혀 준다. 생강은 맛을 조화시키고, 방아(배초향)잎은 냄새를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다. 보신탕의 효능을 종합해 보면 여름에 차가워진 속을 덥힌다.
삼계탕은 누런 암탉에 인삼 또는 황기, 마늘, 찹쌀을 넣어 만든다. 누런 암탉은 잦은 소변, 설사, 냉, 하혈을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황기나 인삼, 찹쌀은 기운을 보충하면서 피부를 수렴해서 땀이 덜 나게 한다. 삶은 마늘은 속을 덥혀준다.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구멍을 열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무더위를 잘 식히는 특징이 있다. 인체 내에서는 땀구멍을 열어 무더위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연잎은 잎이 크면서 물에 살기 때문에, 땀과 소변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연잎은 여름 더위, 열사병을 이기는 데 중요한 식품이다.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는 데도 좋다. 호박잎밥도 잎이 크기 때문에 더위를 식혀준다. 동남아에서 바나나잎밥(론똥), 파초잎밥, 야자잎밥(크투팟), 대나무로 찐 딤섬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더위를 식혀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름철에 좋은 음식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적합한 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약간 시큼한 과일이나 음료수, 오미자차나 묽은 매실차를 자주 마시면 땀과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약한 짠맛이 여름에 필요하다.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복용해서 진액이 땀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그리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우뭇가사리를 많이 먹는 것과 콩국수에 소금을 넣는 것도 이런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신탕,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좋은 것도 이 짠맛이 있기 때문이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셋째, 단맛이 필요한데, 이때는 초콜릿 같은 맛이 아니라 뒤끝이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단맛이 필요하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단 것을 많이 먹는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이 단 것을 엄청 많이 먹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박, 야자 등 여름 과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한 가지 낯선 현상이 있다. 바로 아토피란 질병인데, 심하면 온몸을 뒤덮으면서 정상적인 생활마저 어렵게 하는 이 질병을 40대 이상의 세대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언제인가부터 이 질병이 떡하니 풍토병처럼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자들은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 衛生假說)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은 ‘미생물 공생체 결핍 이론’ 또는 ‘잃어버린 친구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어렸을 때, 흙바닥에서 놀면서 각종 감염성 세균과 기생충 같은 기생체들에게 노출되면서 자란 아이들은 면역계가 이들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신체조직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을 만들어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기 때문에 정체성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릴 적부터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난 요즘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에 면역계도 특별히 외부 물질과 싸울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피아구분을 잘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남아돌면서 오히려 민감해진 면역계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은 외부 감염에 대해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인체에 유리한 것 같은데, 왜 면역력이 과도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을 가져오는지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중에 T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T세포가 외부 이물질에 대해 직접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공격하는 작용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T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물질도 같이 분비하는데,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이 훨씬 증가하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 되는 것이다. 이 자가면역질환 중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라는 것이 있다. 만성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분류하는데 구강에서 항문까지의 위장관 전체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복통, 체중 감소, 설사를 끊임없이 일으키며, 한 번 발생하면 평생 동안 지속되면서 장관 협착, 천공(장관에 구멍이 생기는 것) 등의 합병증도 일으킨다. 그동안 이 질환은 서구에서만 흔한 것이라고 알아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싱어송 라이터이자 방송인인 윤종신이 이 병으로 인해 장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의 치료법은 염증이 일단 발생하면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약물 부작용도 심하다.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감염증에 대해 취약해지면서 나중에는 결국 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다.
결국 이 자가면역질환들은 인류가 자연 그대로를 멀리하면서 생겨난 부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 속에서 답을 찾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크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선택된 것이 바로 돼지 편충이다. 돼지 편충은 돼지 장내에만 특정적으로 기생하는 기생충인데, 돼지의 맹장이나 대장에서 피를 빨아 먹으면서 3년 정도 머물다가 죽는다. 이 돼지 편충의 알을 한 번에 2500알 정도씩 2주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편충 알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위장에서 부화해 껍질을 깨고 나온 성충이 대장이나 맹장에 머문다. 약간 피를 빨기도 하지만, 결국 전혀 낯선 숙주의 환경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대장 내에서 파괴되어 배설 된다.
그 2주 동안 돼지 편충은 계속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계를 긴장시키면서 면역계와 싸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새로운 침입자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리고 침입자를 몰아낼 때까지 다른 곳에 전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이 과정에서 크론병의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아직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실험적인 방법이지만, 24주 동안 투여한 결과 80%의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있었고, 73%가 완치판정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돼지 편충은 사람 장속에서는 별로 힘을 못 쓰면서 별다른 부작용이나 합병증도 없어서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편충의 알이 부화되고 자라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조달하기 어려운 관계로 2주에 한 번 먹는 비용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치료법으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가 아니랄 수 없다.
2016년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희소식이 크론병 환자들에게 찾아 들었다. 그 중 하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애기뿔 소똥구리’라는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이 크론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코프리신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코프리신이 장질환으로 손상된 대장 점막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대장 상피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정상세포를 증가시키면서 장점막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검증을 거쳐 미국의 유명 학술저널에도 게재되었다.
물론 임상실험을 거쳐 신약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지난한 것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답을 찾았다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들은 비교적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의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도 특정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대장 안에서 면역세포가 염증을 줄여주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여되는 항생제 등이 오히려 장내에서 사람과 공생하고 있는 좋은 균들을 죽이면서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체와 잘 조화되는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이런 위험도 줄여주어 다시 장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과 동화되는 방법을 점점 잃어가고, 그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가면역질환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그 잃어버린 자연들이 다시 인간에게 손짓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같은 밀가루를 쓰는 중국집이라도 요리사에 따라 자장면 맛이 달라진다. 식재료가 똑같더라도 조리 방식이 다르면 음식의 맛이 달라지며, 그 효능 또한 달라진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함량, 비타민 함유량 등 식재료의 성분이 그대로 약효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55 정도로 낮아서 당뇨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찐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더 높아지며, 군고구마는 혈당지수가 80 이상으로 높아져서 당뇨 환자에게 좋지 않다. 따라서 생고구마만 혈당지수가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의원에 가면 같은 약재를 가지고 어떤 때는 탕약으로 처방하고, 어떤 때는 환약, 어떤 때는 경옥고 같은 고약, 어떤 때는 가루로 된 산제로 처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재료가 같으면 성분이 같기 때문에, 환약이나 산제나 탕약이나 같은 효능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것은 분석주의, 환원주의의 큰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성분이 같다고 해서 약효가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축구팀 선수라도 포지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역량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형태가 다르면 효능도 달라진다.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다. 따라서 몸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하고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찹쌀, 현미, 통일벼, 간척지 쌀, 안남미 등 먹는 쌀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쌀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쌀을 가공해서 만든 떡, 미숫가루, 숭늉, 죽의 효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평소에 우리는 밥솥에 쌀과 물을 붓고 열을 가해서 밥을 짓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밥은 일반적인 영양 공급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추워지면 추위를 막기 위해 쌀을 더 차지게 만들어 먹는다. 차진 음식은 땀구멍, 피부를 단단하게 틀어 막아주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추운 지역에서는 면, 만두, 빵이 발달했다. 우리나라에서 쌀을 찧어서 차지게 만든 것이 떡이다. 즉 쌀에 뭉치게 하는 힘(vector)을 추가한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송편, 동지에 새알이 들어간 팥죽, 설날에 떡국, 두텁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겨울철에 “메밀묵 사려! 찹쌀떡!”이라고 외치는 것도 춥기 때문에 피부를 두껍게 하는 차진 먹거리를 파는 것이다.
아토피 등 피부병 환자는 떡을 주의해야 한다. 피부를 틀어막아서 피부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토피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주의해야 하는 것도 피부를 틀어막아 피부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떡 중에서도 찹쌀떡은 더 차지므로 피부병 환자의 가려움을 더 잘 유발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여름철이나 열대지역에서는 떡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피부를 닫아 버리면 체열을 식힐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가루약을 산제(散劑)라고 하는데, 한자의 뜻 그대로 흩어지는 효과가 강하다. 따라서 체했을 때, 소변이 잘 안 나갈 때, 열이 뭉쳤을 때, 찬 기운이 뭉쳤을 때는 탕약, 환약보다는 가루약의 형태로 한약을 복용한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뭉친 열을 흩어 놓기 위해서 곡류를 가루 낸 미숫가루-콩, 보리, 율무, 현미 등을 먹는 것이다. 모두들 미숫가루를 먹고 시원해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화가 매우 안 될 때는 혹시 체할까 봐 쌀가루로 미음을 만들어 먹는데, 같은 이유이다. 노화는 몸의 정혈이 말라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혈을 보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미숫가루는 이처럼 흩어 놓는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은 몸 상태나 계절에 따라 일시적으로만 먹는 것이 좋다.
숭늉은 소화제다. 옛날에는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 디저트로 숭늉을 마셨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건조하고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고소한 향기의 효능을 방향화습(芳香化濕)이라고 한다. 즉 향기로 비위의 습을 말려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는 말이다. 누룽지의 약한 쓴맛도 소화가 잘 되도록 돕고 식후에 졸리는 것을 예방하며 기운 나게 한다. 회를 먹고 난 뒤 그 고기의 머리와 뼈를 끓여 먹으면 그 회가 소화되듯이, 쌀밥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쌀밥을 살짝 태운 누룽지가 그 밥을 소화시킨다. 선조들의 생활 지혜가 녹아 있는 먹거리이다.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은 식후에 숭늉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밥은 입에서 식도를 거쳐 위(胃)에 들어와서 분해된 다음, 십이지장, 소장, 대장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거나 혹은 큰병을 앓고 난 다음에는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위장에서 밥을 소화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먹는 것이 죽이다. 죽은 이미 소화가 된 밥이다. 죽이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도 위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금방 십이지장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죽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체하지 않는다. 죽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곡기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죽을 먹으면 속이 금방 비어 허기가 질 수 있다.
죽은 다른 효능도 많기 때문에, 한의학에서 자주 사용된다. 노인의 장수에 좋은데, 에서는 “노인에게는 죽이 좋다. 새벽에 일어나 죽을 먹으면 가슴이 뚫리고 위장을 보양하며, 진액이 생겨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며, 보하는 힘이 적지 않다. 만생종 멥쌀을 진하게 푹 쑤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공부하는 학생들의 뇌수를 채워 총명하게 해 준다. 늦은 밤 배가 고플 때는 죽을 먹는 것이 좋다. 머리를 좋게 하고, 눈을 밝게 해 준다.
죽은 물과 밥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묘한 효과를 나타낸다. 화학에서 말하는 완충제(buffer) 효과가 있다. 변비가 있을 때는 끈적끈적한 죽이 진액을 공급해서 대변을 잘 보도록 도와준다. 설사가 있을 때는 끈적끈적한 점성을 이용해서 설사를 멎게 한다. 따라서 대변이 좋지 않을 때 죽이 좋다. 설사를 멎게 할 때는 찹쌀죽이 더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세계적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세계에서 콩을 가장 많이 먹는다. 장수에 좋다는 ‘슈퍼푸드(Super Food)’라는 용어를 세상에 퍼뜨린 미국의 영양학 박사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이 선정한 14가지 음식에도 콩이 들어간다.
서양은 밀 위주의 문화이고, 동양은 쌀 위주의 문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적용되는 음식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콩 문화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콩 음식이 발달했다. 콩을 발효시킨 메주, 간장, 된장, 청국장 등과 콩을 가공한 두부, 순두부, 콩비지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콩은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콩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유행하고 있다. 쥐눈이콩, 녹두, 완두, 렌틸콩, 병아리콩, 여우콩, 동부콩, 팥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 콩은 어디에 좋고, 저 콩은 어떤 병에 좋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음식의 효능을 찾을 때는 큰 부류의 공통점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녹두, 완두의 차이보다는 녹두, 사과의 차이가 더 크다. 즉 콩류는 공통점이 훨씬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나서, 콩 각각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콩과 식물은 대표적인 덩굴 식물로 뿌리가 깊고 덩굴이 질기며 생명력이 강하다. 칡,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감초, 황기, 콩, 팥 등이 있다. 칡 ‘갈(葛)’은 막을 ‘알(遏)’에서 나왔는데, 도로를 뒤덮어 길을 막아 버릴 정도로 잘 자라며 질기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엽 미국에 도입된 칡은 현재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북부로 진격 중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1분에 1마일씩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 아까시나무는 제초제를 쳐도 안 죽어 아까시나무만 죽이는 제초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족제비싸리는 대한제국 무렵 민둥산이 많아 홍수가 나자, 이를 막는다고 북미에서 수입했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질기다. 회초리, 빗자루로 쓰던 싸리나무 역시 콩과 식물이다.
이렇게 빨리 자라고 질길 수 있는 것은 수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칡은 수십 미터 떨어진 말단까지 수액을 공급해 준다. 덩굴식물인 콩과는 체액을 순환시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해독하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콩과는 모두 서늘하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콩가루를 많이 쓰며, 술독을 푸는 데 칡뿌리, 녹두전 등 콩류가 꼭 들어간다. 황달, 부종, 배가 더부룩한 경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길 수 있는 심혈관질환, 뱃살에도 콩류가 좋다. 공해독, 약독을 풀어주는 데도 콩류가 좋기 때문에, 양약을 장기 복용할 때 콩류를 약간씩 먹어 주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콩류 전체를 살펴보면 콩깍지가 길면 길수록 체액을 순환시켜 몸 밖으로 빼내는 효능이 강한데, 녹두, 팥 등이 그렇다. 심혈관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장의 찌꺼기, 군살, 독소 등을 제거하는 힘이 강하다. 콩깍지가 짧을수록, 즉 1개의 콩깍지에 들어 있는 콩이 적으면 적을수록 기운을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한데,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그렇다. 생식기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단백질이 많은 콩류는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날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많기 때문에, 그냥 먹을 경우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콩을 쪄서 가루내면 트립신 저해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 그리고 콩에는 질소와 황이 있어 배에 가스가 차게 하고 방귀를 잦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녹두는 콩 중에서 해독력이 가장 강하고 차가운데, 해독하는 힘은 녹색 껍질에 있다. 두통, 편도선염, 가슴 답답,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의 해소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잠자면 머리를 시원하게 해서 열 많은 사람의 두통에 좋다. 그런데 원기가 쇠약해진 노인이나, 기운이 약한 사람,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약 먹을 때 녹두, 녹두 나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한약마저 해독해 버리기 때문이다.
붉은 팥은 뚫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각기, 부종, 창만에 좋으며, 산모의 젖 분비도 촉진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할 수 있는데, 팥은 이런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가장 잘 풀어준다.
따라서 팥빵, 찐빵, 붕어빵, 팥칼국수, 타이야끼 등 밀가루 음식에 팥이 자주 들어간다. 동지팥죽, 찹쌀떡에 팥이 들어간 것도 새알, 찹쌀떡을 먹고 잘 체하는 부작용을 팥이 없애주기 때문이다. 뚫는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검어지고 마르며 야위게 된다”고 주의시키고 있다. 1개의 팥 깍지에 4~1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백편두는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부르는데, 남미 열대가 원산이며,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져 구토, 설사하고 땀이 쉽게 나며 몸이 무겁고 부을 때, 더위 먹었을 때, 아주 좋은 여름철 곡식이다. 소화력이 약할 때는 그냥 볶거나 생강즙 치료에 볶아서 쓰면 소화력도 높여 준다. 또한 콩의 일종이기에 해독하는 힘도 있는데, 여름철 식중독과 비상독, 복어독 등을 풀어준다.
그리스가 원산지인 렌틸콩은 자생지, 모양, 생태환경, 효능이 백편두와 거의 유사하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쥐눈이콩(서목태)은 검고 작으며 속이 파란 것이 특징이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쥐눈이콩은 상당히 강력한 해독제이다. 당뇨를 치료하고, 피를 맑게 하며, 중풍 치료와 예방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에 좋다. 쥐눈이콩은 콩깍지에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중동이 원산지이며 지중해,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병아리콩은 땅콩처럼 고소한 맛, 밤처럼 구수한 맛이 특징으로 콩 비린내가 없고 포만감이 높다. 콩깍지에 2~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콩 역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갱년기증상 완화에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아니, 배우자가 둘이 필요하다니? 나이 든 부부에게 불 지를 일이 있나? 필자가 강의를 하다가 불쑥 “나이 들수록 배우자가 둘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면 대다수 청중은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라고 하면서 무릎을 친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배우자 둘 중 하나는 남편 또는 아내를 뜻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뭔가를 배우자는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가장 좋은 친구
다 아는 유머 한 토막. 나름 오순도순 살고 있는 나이 지긋한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부인이 여고 동기모임을 간다고 했다. 오랜만에 여고 친구들을 만나는 부인에게 남편이 멋진 옷도 한 벌 사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가라는 등 신경을 썼다. “그래, 다녀오든지~”하면서 시큰둥한 통상의 남편에 비하면 엄청 배려하는 편이었다. 문제는 모임에 다녀온 아내의 표정이었다. 불편한 심기를 알아챈 남편이 “식당이 마음에 안 들더냐, 몇 명 안 왔더냐,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있더냐”라고 물었더니 다 아니란다. “아니 그럼 도대체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나만 남편이 살아 있잖아~”라고 대답하더란다. 다른 친구들은 다 이혼하거나 남편이 죽어서 마음대로 나다니는데 그 부인만 아직도 남편에 매여서 종살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유머는 어디까지나 유머일 뿐이다. 영화 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요즘 TV에서 늘어나고 있는 장수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팔순, 구순의 노부부가 아이들처럼, 신혼부부처럼 아웅다웅하면서 재미있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둘이 한날한시에 먼 곳으로 가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 죽을 때까지 이마와 등을 맞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대화 상대, 밥을 함께 먹을 상대, 나들이를 함께 할 상대, 그 상대로 배우자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주장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5F’에서도 배우자는 필수 요건이다. 5F는 돈(Finance), 할 일(Field), 재미(Fun), 건강(Fitness), 친구(Friends)이다. 사실 젊어서는 학교 친구, 동아리 친구, 직장이나 사회 친구들을 주로 만나며 바쁘답시고 다닌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면 하나씩 둘씩 다 떨어져 나가고 남는 친구는 한 손도 다 못 채우기 십상이다. 그러다 마지막까지 함께 할 친구는 결국 가족, 즉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들이다. 가족을 뜻하는 영어 ‘FAMILY’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알파벳인 것도 우연의 산물은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도 배우자가 가장 좋은 친구라면 다른 것 다 제치고 성공한 인생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특히 부모와 조부모가 정겹고 애틋한 부부애를 보여준다면 자녀와 손자녀들이 보기에도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부터라도 나의 제1 배우자와 친구처럼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일거리를 찾아라
두 번째 배우자 또한 첫 번째 배우자에 못지않게 중요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기대수명이 이미 82세를 넘어서고 있고 지금의 40~50대는 적어도 90세를 넘어까지 살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의 우리 부모님들과는 달리 우리는 은퇴한 후 ‘뭔가 할 일(Field)’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오래 살면 오래 일을 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남성을 기준으로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나이는 53~54세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고는 하지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설사 60세에 은퇴한다고 하더라도 30~40년을 살아갈 계획이 필요한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20~30년 이상을 열심히 일하다가 은퇴했으니 실업자는 아니지만 뭔가 할 일이 없다면 실업자 아닌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집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는 것이다.
죽치고 앉아서 TV나 보는 게 돈 안쓰고 가장 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활기차고 의미있는 소일거리를 찾을 수는 없을까? 소일거리는 말 그대로 ‘소소한 할 일거리’로 꼭 상당한 소득을 얻거나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내가 의미를 찾으면 그게 곧 좋은 소일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추천하는 것이 ‘뭔가를 배우자’이다. 나이를 들어 배운다는 것은 학창시절에 배우는 것과 크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자발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배우는 일이라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것만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정도의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하지 않는가.
배우고, 익히고… 새출발을
취미활동도 배워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댄스와 악기 등과 같이 서로 맞대야 가능한 배움은 처음부터 친구들을 사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요즘엔 온라인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가는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주고받던 정보와 모임이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댈 경우 사람 사는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6만 곳이 넘는 노인 여가복지시설과 노인대학 등이 늘어나면서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가까운 곳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 오죽하면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좀 더 체계적인 배움을 원한다면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에 정식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학 학점인정과정에 등록한 60세 이상 학생 수가 2만3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대학에만 60세 이상 학생이 3000명을 넘고 있다. 1972년 방송통신대학 개교 이후 240만 명의 입학생 중 최고령자는 2013년 2학기 일문과 3학년에 편입한 정한택씨로 당시 92세였다. 방송통신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35만원 안팎으로 큰 부담이 없는데다 도서관 등 시설이 좋아 이를 이용하는 어르신 학생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중국어과와 일본어과를 찍고 프랑스어과에 다니고 있다. 졸업기념으로 부부가 중국과 일본 여행을 했으니 프랑스어과를 졸업하면 유럽 여행을 할 계획이란다. 학점을 따고 졸업을 하는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기념으로 해외여행까지 한다니 ‘행복한 노후를 위한 5F’를 완벽하게 갖춘 멋진 인생이 아닌가.
몇 년 전 화제가 됐던 가수 서유석의 노래 ‘너는 늙어 봤냐 나는 젊어봤다’의 가사로 끝을 맺자.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뭐라 해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 말도 배우고 중국 말도 배우고 아랍 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 볼 거야. 너~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