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Climacteric) 라는 말은 라틴어 ‘사다리’(Klamx)에서 유래했다.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가는 시기를 비유한 것이다. 이처럼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요 증상은 성 호르몬 부족으로 생긴다. 사춘기처럼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이기에,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성별로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참고 ‘갱년기 직접 겪어 봤어?’, ‘남자의 인생은 갱년기에 뒤바뀐다’
호르몬이 보내는 신호, 여성 갱년기
나이 들어 난소가 노화하면 배란과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폐경(閉經)이다. 폐경은 말 그대로 월경(月經)이 닫힌다는 뜻이다. 요즘은 완경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폐경 시기는 대개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주로 50세 전후에 나타나지만, 무조건 이 시기에 폐경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더 이른 시기에 올 수도 있고, 아주 늦은 시기에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40대 중후반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이때부터 생리가 완전히 없어진 후 1년 정도까지를 대개 ‘갱년기’라 부른다.
폐경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기면서 인생의 3분의 1 정도를 폐경 상태로 보낸다. 폐경기가 시작되면 뼈에서 발생하는 칼슘 등이 빠져나가면서 골다공증이 생길 수도 있고,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로 인해 고혈압 및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윤보현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생기는 현상이므로, 이 호르몬을 보충하면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경은 출산의 의무를 다한 여성에게 더 중요하지 않은 호르몬이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불필요해진 호르몬이 몸에서 줄어드는 동안 몸이 그에 맞춰나가는 시간이 갱년기다. 모든 변화와 적응에는 그만큼 고통이 있고 시간이 드는 법이다. 갱년기 증상을 우리 몸이 열심히 적응 중이란 신호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새로운 친구를 사귀듯 차근차근 알아가며 오랜 시간 같이 지낼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케어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여성 갱년기 증상 및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여성 갱년기 증상별 대처법
상열감ㅣ A 씨는 두세 달 전부터 등과 얼굴에 시도 때도 없이 열이 오르고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밖에서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남들 보기도 민망하고, 어쩔 줄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다가 깨서 젖은 옷을 가족들 몰래 세탁기에 넣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잘 때가 부쩍 늘었다.
Tip A 씨처럼 손바닥과 가슴에 열이 심해 잠을 못 자거나, 가슴 위로 열이 솟구치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의 증상은 갱년기 초기에 빈번히 일어난다. 이때는 ‘생각 바꾸기’가 필요하다. 증상에 신경 쓰지 말고 정신을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종종 복식호흡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것도 좋다. 흉식호흡보다 많은 양의 산소가 혈액에 공급되어 몸이 열감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이때 속으로 ‘감사합니다’를 되뇌면 몸을 이완시켜주는 효과가 커진다.
두통ㅣB 씨는 자주 어지럽고 멍한 증상에 시달린다.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순간적으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1년 전부터는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 신세를 두 번이나 졌다. 최근에는 이명까지 생겨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Tip 버스나 지하철 같은 좁은 공간에 있거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 축적된 노폐물로 인해 몸 안을 순환하는 진액이 탁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밀가루 음식, 성질이 찬 생과일과 생채소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채소는 익혀서 먹는 걸 추천한다. 하루 세 끼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양을 소식하고, 식사 사이에 간식을 먹지 않으며 공복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할 때는 목 주변의 근육과 머리 아래에서 어깨로 연결된 승모근을 풀어주면 어지러운 증상이 가라앉는다.
불면증ㅣ최근 C 씨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젊은 시절에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금세 잠들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편하게 자본 기억이 거의 없다. 겨우 잠이 들어도 1~2시간 만에 깨는데 다시 자려고 하면 좀처럼 잠이 안 온다.
Tip 불면증은 숙면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이 폐경기에 감소하면서 발생한다. 이때는 수면시간과 상관없이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많이 힘들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10~20분 정도만 누워서 쉰다. 수면시간 외에 눕지 않는 걸 권한다. 수면 리듬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햇볕이 있을 때 밖에서 걸으면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해 수면에 도움을 준다.
남자도 갱년기로 괴롭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갱년기로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가진단표 10문항 중 1번이나 7번의 질문에 해당하거나 1번과 7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이상의 질문에서 ‘그렇다’고 답을 했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할 수 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안태영 교수는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삶의 의욕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갱년기의 원인은 성 호르몬 감소 때문이다. 고환에서 생산되는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신체 및 정신상태 등을 조절하고 남자다움과 성생활의 주도적인 역할을 돕는다. 이 호르몬은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줄어들며, 50~70대 남성의 30~50%는 정상치보다 감소한 수치를 보인다. 주로 잘못된 생활 습관 및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이 이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스테로이드나 위장약, 무좀약과 같은 약물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성 호르몬의 분비 감소는 남성에게 불편함을 초래한다. 대표적인 증상이 성욕 감퇴와 성 기능 저하다. 중장년 남성들이 이 문제로 가장 많이 걱정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는 손쓰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성욕 감퇴는 실제로 발기부전이나 성 기능 장애로 이어지고, 자신감을 떨어뜨려 일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외에 배뇨 이상이나 우울증, 발한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남성 갱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과 대처법에 관해 사례별로 자세히 알아봤다.
남성 갱년기 증상별 대처법
전립선 비대 | 김 씨는 몇 달 전부터 소변을 참기 힘든 경우가 빈번해졌다. 하루에도 15~20번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매우 불편했다. 가끔은 낮에도 소변을 참기가 힘들어 고통스러웠다. 일상과 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갱년기로 인한 전립선 비대라는 진단이 나왔다. 50세 이상의 남성의 경우 최소 연 1회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40대부터 받는 것을 추천한다.
Tip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면 전립선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성 갱년기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체온 보존을 위해 옷을 잘 챙겨 입고,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좋다. 항히스타민 성분이 있는 감기약은 조심해야 한다. 콩 단백질과 토마토 섭취도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 | 박 씨는 길을 가다 도로 공사 현장 옆 50cm 깊이의 구멍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엉덩이 부위에 통증이 심해 일어설 수가 없었다. 진단 결과 대퇴골 경부 골절로 확인됐고,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최소 기준보다 낮았고, 골다공증도 이미 진행 중이었다.
Tip 테스토스테론은 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이 호르몬이 감소하면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이때는 매일 우유나 연두부, 저지방 치즈 등과 같은 식품으로 칼슘을 1~1.5g 정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음식으로 부족하다면 칼슘 제제의 약을 먹어도 된다. 이때 비타민D를 적절히 섭취하면 칼슘이 더 잘 흡수된다. 달리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테니스 등 체중이 몸에 실리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예방할 수 있다.
성욕 감퇴 | 송 씨는 성욕이 왕성한 편이었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몸 노출이 심한 여자들을 보면 당황스럽고 몸이 경직된다. 아내와 단둘이 있을 때도 발기가 안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예전에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자신의 상태가 무척 걱정스럽다.
Tip 성욕은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복합적으로 반응할 때 일어난다. 노화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서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때는 걷기나 조깅, 줄넘기 등의 유산소 운동 혹은 스쿼트 등 하체를 단련시키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좋다. 다만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케겔 운동은 요실금 예방에는 좋지만, 발기 부전에는 효과가 없다.
흔히 ‘나잇살’이라 부르는 노인 비만의 특징은 두 가지다. 근육 감소와 호르몬의 불균형. 둘 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호르몬의 원리를 알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노인 비만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호르몬, 비만과 헷갈리기 쉬운 쿠싱증후군, 그리고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참고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국민체력 100
최근 고도비만 노인이 증가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2020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중장년층 및 노인의 고도비만 유병률은 지난 10년 사이에 1.5~3.8배까지 올랐다. 고령사회에서 노인 비만은 장수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노인이 되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각종 질환에 취약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악화하는 주범이기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비만의 특징은 근육 감소형 비만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의 영향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40대 이후부터 발생해 70대까지 10년에 8%의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는 10년마다 1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근육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호르몬이다. 을지대학교 김정환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성 호르몬의 감소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인 비만의 원인은 ‘호르몬’인 것이다.
우리 몸의 시소, 호르몬
“연예인 A 씨는 살찐 덕분에 재미난 캐릭터를 많이 만들어냈다. 살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식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A 씨는 매일 야식을 먹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잠을 자다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을 받아보니 ‘심근경색’이었다.”
위의 사례처럼 야식이 습관이 되면 돌이킬 수 없다. 야근 후 치맥은 정말 맛있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야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허기를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식욕을 감소시키는 렙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적절히 분비되면서 몸의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액상과당과 트랜스지방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 호르몬에 이상이 생겨서 살이 찔 수 있다.
호르몬은 체지방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의 가늠자가 되는 체지방을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단순히 체지방이 늘면 나쁘고 체지방이 줄면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호르몬은 우리 몸에 필요하며 서로 적절하게 균형 있게 분비돼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렙틴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성장호르몬이 감소할 경우 비만이 생기는데, 이는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르몬은 우리 몸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신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비만을 일으키는 호르몬
[1] 식욕을 늘리는 그렐린
그렐린은 일명 ‘식탐 호르몬’이라 불린다. 시상하부를 자극해 식욕을 느끼게 하고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호르몬이다.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가장 왕성하게 분비된다. 이 시간에 야식을 많이 먹는 이유도 바로 이 호르몬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간 음식은 그렐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해준다.
[2] 비만의 주범, 인슐린
인슐린은 살이 찌고 빠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자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보통 식후 3시간이 지나면 활성화되는데,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적게 분비되면 생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수하는 사람의 경우 대체로 인슐린 수치가 낮다고 한다. 고탄수화물 음식, 설탕, 청량음료, 트랜스지방 등을 많이 먹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3] 여성을 살찌우는 에스트로겐
에스트로겐은 여성 신체의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이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은 체지방에서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면 체지방이 늘어나고, 체지방이 늘면 에스트로겐도 같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때부터 복부에 살이 찌는 남성형 비만이 나타난다.
[4] 포만감을 주는 렙틴
렙틴은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지방세포가 가득 차면 이 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된다. 뇌는 렙틴의 증가를 인지하고 식욕을 억제한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은 렙틴이 많아도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다. 이른바 렙틴 저항성 때문이다. 렙틴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고도비만으로 이어진다.
[5]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호르몬
어른들도 활력을 유지하려면 성장호르몬이 필요하다. 체지방은 성장호르몬을 억제한다. 체지방과 인슐린이 많으면 성장호르몬 분비량은 줄어든다. 나이 들수록 성장호르몬 분비는 줄고 인슐린 분비가 늘면서 살이 찐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호르몬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운동은 필수다.
[6] 근육과 뼈를 키우는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체지방 감소, 정자의 활동, 뼈 질량에 관여한다. 많이 분비되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진다. 이 호르몬도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데 적게 분비되면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결혼 후 남성들이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성생활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이 소비되면서 체지방 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그렇다.
비만과 헷갈리는 쿠싱증후군
“연예인 B 씨는 젊은 시절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수술을 고민했지만 먹고살기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스테로이드 주사를 꾸준히 맞았다. 덕분에 통증도 줄고 컨디션도 좋아져 수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갱년기 이후 살이 걷잡을 수 없이 찌고, 얼굴이 보름달처럼 붓더니 73kg이었던 몸무게는 93kg까지 늘어났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생긴 쿠싱증후군 때문이었다.”
비만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인 질환도 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하게 만든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분비된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면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과식을 유발하고 혈당과 혈압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복부 비만의 주요원인이다.
쿠싱증후군은 코르티솔과 관련된 신체 기관인 부신이나 뇌하수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B 씨의 사례처럼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과다 복용했을 때 발생한다. 쿠싱증후군 환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비정상적으로 목 뒤에 지방이 축적된다. 허리 부위는 뚱뚱해지는 반면 팔다리는 오히려 가늘어지는 중심성 비만도 나타난다. 을지대학병원 오한진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팔과 다리는 가는데, 복부비만이나 목 뒷부분이 두껍게 툭 튀어나오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하며 “언뜻 비만처럼 보이지만 이 병은 방치하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싱증후군은 위험한 질환이므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쿠싱증후군에 걸렸다면, 약물 복용을 서서히 줄이다가 중단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만일 부신 종양이 원인이라면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약물 치료를 한다. 뇌하수체 종양도 없애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한다.
운동으로 비만 탈출
비만을 예방하거나 탈출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결법 중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적정한 시기가 지나면 소진된다. 하지만 분비되는 시점에서 몸의 장기를 활성화하고 컨디션을 좋게 해준다. 운동 이후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적정한 운동은 호르몬을 자극해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포츠 복지서비스 ‘국민체력100’ 관계자는 “식이요법으로도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지만, 노인 비만의 경우에는 운동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것이 더 건강한 삶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나이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율은 떨어진다. 기초대사는 신체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기본적인 에너지다. 자세 유지, 심장과 뇌의 활동 그리고 각 장기의 활동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체는 기초대사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데 그중에 근육에서 소비되는 기초대사율이 평균 40%나 된다. 기초대사율을 증가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을 통해 줄어든 근육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증가시킬 수는 있다. 다만 운동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운동 상담사 A 씨는 “젊은이와 비교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연골이 취약한 면이 있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운동시간이나 강도와 빈도를 신경 쓰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 예방을 위한 운동
① 심폐 지구력 운동 체중에 의한 허리와 하지 부담을 고려해 고정식 자전거 타기, 걷기, 수중운동(물속에서 걷기, 아쿠아로빅) 등을 추천한다. 신체에 충격이 큰 달리기, 에어로빅 등은 삼가한다.
② 근력운동 머신 및 프리 웨이트, 밴드, 물병, 의자 등의 소도구 등을 가지고 한다. 선택은 개개인의 체력적 특성 및 선호도 등에 따라서 하면 된다. 운동을 할 때는 관절에 유의하며 진행한다.
③ 유연성 운동 주 5회 정도가 적당하며, 정적 및 동적 스트레칭을 한다. 통증이 없는 범위 내에서 몸을 움직이며, 한 동작마다 30초씩 정지하며 진행한다.
운동 시 주의사항
① 허리 및 하지 관절에 지나치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
② 운동 강도는 부담스럽지 않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
③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철저하게 한다.
④ 수분을 꾸준하게 섭취한다.
⑤ 신발은 쿠션이 좋은 것을 선택해 신는다.
오늘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 간의 관계를 되새기고 화합을 독려하는 취지에서 국가가 공인한 법정기념일이다. 부부의 날이 5월 21일인 이유는 ‘둘(2)이 결혼해 하나(1)의 부부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최근 각종 사회·경제문제들로 인한 가정 해체가 늘면서 배우자의 역할이 점점 중요시 되고 있다. 실제 고령화 사회의 주축인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 부부들이 겪는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지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는 3만8400여건으로 전체 이혼의 34.7%를 차지했다. JTBC '부부의 세계' 등 부부 갈등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 역시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서로를 이해하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부가 정신·신체적으로 편안해야 한다. 중년 부부들이 알아두면 좋은 건강 정보들을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은퇴 남성, 우울증 걸릴 확률 2배↑, 집안일 실천 등 생활패턴 유지 필요
이 시기 남성들은 평생 일하던 직장에서 은퇴해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은퇴 남성들의 경우 신체적 건강보다는 정신적 건강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남성들은 은퇴 직후 여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활동량과 함께 대인관계 형성이 줄어들면서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우울증은 정신적인 압박과 함께 불면증, 몸살, 식욕저하 등 신체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또한 인지기능의 지속적인 저하는 인지장애 및 치매를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많은 중년 남성이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데, 가족들과의 다정한 교류는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아내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등 평소 생활패턴을 직장 생활 시기와 비슷하게 맞춰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주변인들과의 유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갱년기 여성들에 다발하는 ‘골다공증’, 운동·식단 관리가 효과적
이 시기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변화해 신체적인 이상 증후를 겪게 된다. 감정적 기복은 물론 골밀도가 약해지고 척추·관절의 퇴행이 점차 가속화 된다.
이는 50대 이후부터 여성들이 남성보다 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을 더욱 많이 겪는 이유다. 특히 남녀 간 큰 차이를 보이는 질환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지난해 국내 골다공증 환자 총 107만9548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94%에 달한다. 골다공증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 부상을 입기 쉽고 약해진 척추가 뒤쪽으로 굽는 척추후만증을 유발해 키가 작아지는 등 삶의 만족도를 크게 떨어트린다. 골다공증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에 중년 이후 여성이라면 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방에서는 골다공증 완화를 위해 한약처방, 침 치료 등 건강 상태 전반을 개선하는 치료를 실시한다. 허약해진 오장육부의 기능 강화와 함께 뼈의 생성에 관여하는 조골세포 향상을 돕는 한약을 복용하고 침 치료를 통해 기혈 순환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또한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이다. 뼈에 적절한 부담을 주는 운동은 뼈의 강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이 심하지 않다면 스쿼트와 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추천하며 골다공증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걷기, 조깅 등이 권장된다. 또한 식사는 비타민D와 칼슘 함량이 높은 식단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고 음주와 금연은 골밀도를 낮추는 주범이므로 삼간다.
◇ 함께 있는 시간 늘어난 ‘오팔세대’ 건강한 부부관계 유지하고 관심으로 배려해야
은퇴 이후 오팔세대 부부들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변화된 생활이 익숙치 않은데다 집에 오래 머물며 생기는 사소한 문제가 증폭돼 쉽게 갈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 건수 증가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화목한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상호 간의 배려와 관심이 우선시 된다. 건강 관리 측면에서도 배우자의 심리·신체적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증상 완화 및 치료에 큰 장점이 된다. 이는 배우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일석이조다.
이외에도 부부관계를 돈독히 하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성생활을 꼽을 수 있다. 성관계는 신체의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심혈관 운동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원활히 돕는다. 여성의 경우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을 높일 수 있으며,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촉진돼 뼈와 근육 발달에 긍정적이다.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도 권장된다. 특히 아침에 하는 스트레칭은 밤 사이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운동효과도 있어 군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다.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는 ‘고양이 스트레칭’이 있다. 우선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숨을 마시면서 머리를 들고 허리는 바닥으로 내린다. 숨을 내쉴 때는 등을 들어 둥글게 말아준다. 이 동작을 천천히 10회 반복한다. 스트레칭은 정확한 자세 유지가 중요한 만큼 서로 자세를 확인해준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한창 원장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배우자야 말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건강 문제들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기념일을 맞아 그 날만 챙겨 주는 것보다는 평소 서로 건강을 챙기는 습관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노원자생한방병원 송주현 병원장
은퇴, 자녀의 독립 등으로 그동안 짊어졌던 의무로부터 놓여난 시니어의 부부생활은 제2의 신혼과 다름없다. 반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부족했던 대화도 충분히 나누고 서로 취미도 공유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혼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는 성생활 역시 빠지지 않는다. 실제 진료를 하다 보면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을 꺼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칫 성생활로 인해 허리통증이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성생활, 부부 건강과 사랑 위해 ‘필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808만 명이었던 국내 척추질환자 수는 지난해 92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50대 이상 연령층 비율은 65%에 달한다. 허리통증이 있음에도 증상이 경미해 병원 진료를 받지 않은 이들까지 감안하면 국민 질환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다면 허리 건강을 위해 성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성생활은 부부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적절한 성생활은 척추 건강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성생활은 신체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심혈관 운동을 촉진해 혈액순환 등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게는 75%까지 감소한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적지 않은 중년 여성이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성관계는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해 칼슘 흡수율을 높이고 피부 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뼈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관계 중 나오는 엔도르핀은 허리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여기에 운동 효과는 덤이다. 캐나다 퀘벡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로 소모되는 평균 열량은 남성이 101kcal, 여성은 69kcal다. 이는 느린 속도로 조깅을 한 상태와 비슷하다.
부부관계 끄떡없는 허리 관리법
중장년이 건강한 성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첫째, 허리통증이 일상에 불편을 주지 않을 만큼 치료돼야 할 것. 둘째, 전문병원에서 척추질환 치료를 받아둘 것. 셋째, 허리 건강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할 것. 척추가 회복되기 전 성관계를 하면 전신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관계 시 허리를 앞으로 쑥 빼는 등 척추가 휘거나 회전하는 자세는 척추뿐만 아니라 주변 근육과 인대를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고 기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년 이후 발생하는 척추질환은 꾸준한 치료가 필수다. 한방에서는 침습적 수술 없이 척추와 주변 관절, 근육, 인대 등을 강화하는 근본 치료를 시행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뼈와 근육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하고 침과 약침으로 통증을 없앤다. 여기에 척추 주변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한약으로 회복을 촉진한다. 이와 같은 한방통합치료는 수술이 불필요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어 수술 후의 회복에 부담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알맞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허리통증이 있다면 핫팩이나 온열찜질기 등을 이용해 허리 건강을 챙겨주면 좋다. 온찜질은 체온을 올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단, 찜질을 너무 오래할 경우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20분 정도만 해준다. 온찜질로 인대와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통증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허리가 튼튼해야 부부 사랑도 튼튼하다. 배우자와의 안정된 성관계에서 오는 친밀감과 유대감만큼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게 또 있을까? 건강한 척추 관리를 통해 부부간의 사랑을 다시금 오래도록 지켜나가길 바란다.
글 배정원(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대한성학회 회장, 유튜브 배정원TV )
“몇 살까지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교육생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요”,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요”라는 대답이 나오고, 좌중에는 와르르 웃음이 쏟아지곤 한다. 교육생들이 이렇게 답을 하면 나는 또 묻는다.
“80세가 된 어머님께서는 아직도 아버지와 섹스를 하고 계시겠죠?”
그러면 교육생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무슨 말이냐는 듯 손사래를 친다.
“아휴… 무슨요.”
“에이, 이제 안 하시죠.”
섹스는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지만, 60세가 되신 부모님이나 80세가 넘으신 조부모님은 안 하신다는 것이다. 이미 중년에 접어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놀랍게도 내 주변엔 80세가 되었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행복한 어르신이 꽤 많다.
2015년, UN은 인간의 발달단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다. 만19세는 여전히 청소년이지만, 놀랍게도 65세까지는 청년이고, 75세까지는 장년, 85세까지는 중년, 그 이후가 노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100세 이상은 많이 사신 분이란다. 나라에서 나이가 들었다고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시기가 65세 기준이라 보통 그 나이가 넘으면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몸도 마음도 청년처럼 젊기만 하다.
또 매력남녀를 보면 씩씩하게 열정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말하는 70대도 많다.
‘만약 다시 사랑에 빠진다면, 그래서 멋진 섹스를 할 수 있다면, 내가 여전히 남자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정말로 행복할 것 같아’, ‘누군가를 보며 다시 설레는 마음이 생겨 사랑에 빠진다면, 내가 여전히 매력 있는 여자란 걸 느끼게 된다면 얼마나 멋지겠어?’라며.
성욕은 나이와 반비례할까?
사랑하고 싶고, 섹스하고 싶은 성욕은 정말 나이와 반비례하는 것일까?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인데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분비된다. 물론 남성에 비해 훨씬 소량이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성욕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증거는 없다. 남성은 30세가 지나면서 남성호르몬이 1년에 2~3%씩 떨어진다. 이 호르몬 분비 저하는 나이 때문인 경우가 제일 많지만, 자극이 없는 지루한 생활이 이어지거나, 운동도 하지 않고 소파에 붙어서(?) TV만 본다든지, 단백질을 너무 적게 섭취한다든지, 규칙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을 때 더욱 저하된다. 그러므로 성욕을 부추기는 호르몬이 꼭 나이와 반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도 피돌기가 잘되는 사람은 발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성 역시 폐경을 겪으면서 호르몬 수치가 조금씩 떨어진다, 하지만 난소를 적출하지 않는 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폐경이 되면 일시적으로 성욕이 급격히 줄기도 한다. 그래도 규칙적으로 사랑을 나눴을 때 이조차 서서히 회복되어 폐경 후에 오히려 더 자유롭고 멋진 성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분도 많다.
노화에 따른 성욕 저하와 폐경에 따른 에스트로겐 분비 감소로 사랑을 나누기가 불편하다면, 의학적으로 호르몬 보충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남성에겐 테스토스테론, 여성에겐 에스트로겐을 경구약이나 크림, 주사 등을 통해 보충하면 성욕이 더 강하게 일어나고, 질건조나 질위축 현상을 완화해주기도 하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색다른 자극이 필요해
노년의 섹스는 아무래도 감각이 점점 둔해지고, 파트너에게 많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 색다른 자극을 만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나이 들어 하는 섹스는 여성이 남성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익숙한 애무 방식에서 벗어나 섹스토이를 함께 사용하고, 때로는 에로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전에 하지 않던 야한 농담도 상대가 불쾌해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동안 전혀 가보지 않았던 모텔을 이용해본 노년의 부부들이 꽤 만족해하는 건 그 때문이다. 또 이국적인 곳으로 낭만 여행을 떠나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여유로운 노년이 주는 선물이다. 이렇게 그간 해보지 않았던 낯선 자극을 준비하기도 하고, 편안한 익숙함을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젊은 커플이 누리지 못하는 오래된 커플의 강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노년의 섹스가 상대의 벗은 몸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면서 당장 발기가 되고, 파트너와 키스만 해도 정신이 몽롱해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젊은 시절의 사랑과는 같을 수가 없다는 점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연륜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섹스의 목표가 단지 성기 결합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천천히 지구력으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꼭 매번 사정을 하지 않아도, 지구가 멈추는 것 같은 오르가슴을 자주 느끼지 않아도 함께해온 익숙함이 더 편안하고 따뜻한 만족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노년의 섹스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오랫동안 인생의 동반자로서 지내온 신뢰가 좋은 연료가 된다.
몸과 마음의 온기를 나눈다는 것, 다정한 눈빛을 나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멋진 섹스다.
여름은 무더워 신체가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누구나 기진맥진해하고 힘들어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몸이 허약하면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도 싫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절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 고산이나 북쪽의 서늘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두 달 피서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의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신체 내부의 환경을 바꿔 열을 식혀야 한다. 여름 무더위는 한의학적으로 습열이라 하는데, 폐가 이 습열을 식혀준다. 그런데 몸이 약해지면 폐가 손상되어 습열을 제거하지 못해 비위와 콩팥 기능까지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 병증이다.
이번 호에는 무더위를 이기는 맛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무더위를 이기는 맛은 약한 신맛과 약한 짠맛, 그리고 단맛이다. 이미 우리의 음식 문화에는 이런 맛이 여름 먹거리로 녹아들어와 있다.
첫째 약한 신맛은 약간 시큼한 맛이다. 황매실차, 오미자차를 먹어보면 새콤한 맛이 느껴지면서 침이 고인다. 그리고 전신의 피부가 닭살처럼 일어난다. 새콤한 맛은 피부의 땀구멍을 닫아주는 효과가 있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폐의 기운이 부족해 피부의 땀구멍이 열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기운이 떨어지고 밥맛도 없어진다. 새콤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중국 명의인 손진인 선생이 “여름철에는 늘 오미자를 복용해 오장의 기운을 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실차는 3년쯤 묵힌 황매실차가 좋다. 갓 담근 매실차는 강하게 시큼한 맛이라 체했을 때 소화제로는 좋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장수 음식으로 꼽히는 흑초도 좋다. 현미식초를 먹어보면 강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지다가 끝 맛이 쓴데, 이런 맛은 체한 것을 풀어주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흑초나 홍초는 약간 시큼하다가 끝 맛이 달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맛이라야 여름 보양 음료라 할 수 있다. 또 당연히 오래 묵힌 것일수록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가 들어간 생맥산(生脈散)을 여름 보양 음료로 추천한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여름철에 늘 마시면 좋다고 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보신탕도 약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라 구분할 수 있다. 보신탕에 넣는 부추도 약한 신맛을 낸다.
둘째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이란 처음에는 약간 짭짜름하다가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을 말한다. 찌는 듯이 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먹어서 기운이 땀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음식점에 가면 보통 고춧가루나 식초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여름에만 특별히 놓이는 양념이 있다. 바로 소금이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주문하면 소금이 따라 나온다. 보신탕, 삼계탕을 주문해도 소금을 준다. 여름철 별미인 우무에도 소금이 들어간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운동하고 나서 땀을 많이 흘린 후 마시는 미네랄 음료도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은 흡수가 빠르고 소변을 잘 보게 해 열을 가라앉혀준다.
그런데 어떤 소금을 쓰는가가 중요하다. 정제염이나 갓 만든 천일염은 아니다. 이들 소금은 매우 짜면서 끝 맛이 쓰고 입이 말라 물이 당긴다.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 죽염, 함초 소금은 약간 짜면서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는 생수 1ℓ에 죽염 4g 정도를 녹인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좋다. 기운이 나고 땀도 덜 난다. 너무 싱겁게 먹으면 여름이 힘들고 기운이 없어진다.
셋째 단맛이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많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것을 많이 먹는다. ‘동의보감’에서도 “더위는 기를 손상시키니 진기를 보하는 것이 요체다”라고 했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은 단것을 엄청 많이 먹는다. 수박과 참외, 야자 등 여름철 과일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이때의 단맛은 정제 설탕 맛과 다르다. 정제 설탕을 먹으면 달달하다가 입이 텁텁해지면서 물이 당긴다. 초콜릿을 먹어도 달다가 입맛이 쓰면서 물이 당긴다. 이런 맛은 여름 먹거리로 적합하지 않다. 야자즙, 망고 등 천연과일은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단맛이라야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참외나 수박처럼 차가운 과일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더워서 겉으로는 땀이 나지만, 속은 반대로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워도 위장은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배변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현대인은 에어컨 때문에 여름에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면서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셔야 한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을 쓰면 효과가 있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과도한 성생활이나 음주를 주의해야 한다. 콩팥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더울 때 갑자기 찬물로 세수를 하면 눈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인체 내부로 갑자기 찬물이 들어가면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당연히 술자리도 자주 갖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술 잘 마시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본다. 그래서 ‘술상무’라는 말까지 생겨났는지 모른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술자리가 큰 부담이다. 못 마시더라도 눈치껏 마셔야지 너무 빼는 모습을 보이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술은 약일까, 독일까. 한의학에서는 의미 없는 질문이다. 자연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다. 약과 독도 별개의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독이 된다. 사물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해서 적재적소, 적합한 사람에게 쓰고자 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의학(醫學)에서 ‘의(醫)’라는 한자에 술을 의미하는 ‘유(酉)’가 보인다. 이는 술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뜻이다. 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약재는 술이다. 약방의 감초로 알려진 감초가 3467번 나오는데 술은 4384번이나 나온다. 을 술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술은 절대 나쁜 음식이 아니다. 많이 마시면 문제가 될 뿐이다.
술만큼 강한 약은 별로 없다.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도 많지 않다. 술을 먹으면 바로 심장이 뛰고, 열이 올라 얼굴이 붉어지면서 감정도 변한다. 어떤 사람은 구토를 하고, 졸려서 잠을 자기도 하고, 용감해지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분노와 슬픔, 기쁨 등 온갖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술은 뜨겁고 향이 강하다. 약 기운을 전신에 운행시키고, 온갖 사기와 나쁜 기운을 없애주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두텁게 하고,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주고, 화나게 하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만든다.
을 보면 인체의 기본인 정기신혈(精氣神血)을 보하는 보약들은 대부분 술과 함께 복용하거나 술로 빚어서 복용한다. 대표적인 보약인 경옥고도 술과 함께 복용한다. 피부에서 머리카락, 오장육부, 뼈, 뇌수, 자궁 등 인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약 기운을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한 약재는 보통 술에 담가 먹는다.
술은 발효식품이라서 소화도 돕는다.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를 음식도 술과 함께 먹으면 1차, 2차, 3차, 4차까지도 먹게 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식사 중 반주를 하는 이유는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술만큼 혈액순환에 좋은 약이 있을까? 알코올을 조심하라는 권고는 주량 때문이다. 잠자기 전 정종을 소주 컵 한 잔 분량을 데워서 마시면 손끝과 발끝이 시리고 저린 데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의 주체인 심장질환 약재에도 대부분 술이 들어간다.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데 혈액순환 장애가 잘 일어난다. 자궁질환 약재 역시 술이 많이 쓰인다. 어혈을 푸는 데도 최고다. 교통사고, 추락, 타박상, 허리를 다쳤을 때도 도움이 된다.
물론 많이 마시면 독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 때문에 고생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주량을 능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억지로라도 마셔야 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1년, 2년, 10년을 살다 보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성인병 등 다양한 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어깨와 전신이 무거우며 몸이 붓기도 한다. 속도 편치 않아 소화가 안 되고 소변도 시원치 않게 나온다. 설사와 구토를 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주습(酒濕)이라 표현한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인 것처럼 몸에 술의 습기가 잔뜩 쌓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가면 당뇨, 황달, 시력 장애, 기침, 천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술을 C2H5OH로 획일화할 수는 없다. 맥주, 막걸리, 소주, 양주, 과일주 등은 각각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어제 담은 술과 오늘 담은 술도 사실 다른 술이다. 과일주, 약초주에는 과일과 약초의 약성이 담긴다.
산행할 때 막걸리를 마시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하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중에 밥을 안 먹고 막걸리만 먹는 사람이 있다. 밥심만큼 힘이 나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 사발은 밥 한 그릇이다. 곡주에는 곡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밤에 막걸리 두 잔을 마시면 밥 두 공기를 야식한 셈이 된다. 그래서 다음 날 몸이 붓거나 전신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탁주는 숙취가 오래간다. 특히 면 종류를 같이 먹으면 해독이 더 어렵다.
양주, 안동소주 등 증류주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기화되어 머리에서 손발 끝까지 퍼져나간다. 막힌 기를 뚫어주고 몸을 금방 덥혀준다. 곡주와 달리 머리가 아픈 것도 덜하며 소변도 잘 나온다. 물론 적당히 먹었을 때의 이야기다. 과음하면 어떤 술이든 문제를 일으킨다.
맥주는 발아시킨 맥아(麥芽)와 홉(hop)의 성질 때문에 차갑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아랫배가 차가워지면서 배가 나온다. 그래서 몸이 차가운 사람보다는 뜨거운 사람에게 좋은 술이다.
술을 마실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단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 둘째, 면 종류, 감과 함께 먹으면 술독이 잘 풀리지 않는다. 셋째, 배불리 먹은 후에는 음주를 주의하고, 취한 후에는 억지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넷째, 얼굴이 흰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피부가 흰 사람은 폐가 술독을 잘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취한 후에는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 술은 적당한 양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일곱째, 취했을 때 갈증 때문에 물 또는 차를 찾게 되는데 많이 마시면 허리, 콩팥, 다리가 약해지고 무거워진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나이가 들면 몸이 점차 약화된다. 한의학에서는 입이 얼마나 마르는지, 소변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를 통해 노화의 징후를 살핀다. 이외 노안이 오고, 새벽잠이 없어지고, 주름, 흰머리, 검버섯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들 가운데 입이 마르고 소변이 잦은 상태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변강쇠가 오줌발이 센 이유는 방광에 소변을 오래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이 마렵다면 오줌발이 셀 수가 없다. 양방에서는 소변이 잦으면 전립선이 비대해졌다고 표현한다. 전립선은 날렵해야 한다. 비대하면 기능이 떨어진다.
방광 속에는 오줌을 저장하는 물탱크가 있다. 이 물탱크의 수도꼭지를 열면 소변이 나온다. 그런데 아랫배, 단전의 힘이 약해지면 수도꼭지가 헐거워지고 방광막의 탄력이 떨어진다. 방광막의 탄력이 떨어지면 물탱크에 소변이 얼마 차지 않았는데도 소변이 새어나가거나 참기 힘들어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이때는 오줌발도 당연히 약하다. 반대로 단전의 힘이 강하면 수도꼭지가 단단하게 잠겨 있고 방광막의 탄력이 좋다. 물탱크에 오줌도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오줌발이 강하다.
나이가 들면서 입이 잘 마르는 증상은 방광과 관련이 있다. 소변으로 진액이 새어나가 버려 입까지 올라와야 할 진액이 부족해 입이 마르는 것이다. 또 입이 마르면 소화력도 떨어진다. 소화는 입에서는 침의 작용, 위에서는 위산의 작용, 십이지장에서는 담즙과 췌장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입이 자꾸 마른다는 것은 소화력도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입에 침이 많은 사람은 소화도 잘된다! 그러므로 시니어들은 방광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
오장에서는 폐와 콩팥이 소변과 관련이 있는데 폐가 특히 중요하다. 폐와 방광은 형제 같은 존재다. 인간의 몸에서는 열이 발생하는 데, 건강을 위해서는 이 열을 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병(病)의 원인 중 하나가 열[丙, 火]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폐는 공랭식으로 방광은 수냉식으로 열을 내린다. 방광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폐 기능을 강화하면 방광은 여유를 찾는다.
그리고 흉식호흡이든 복식호흡이든 호흡이 깊어지면 복부의 코어(core) 근육이 단단해진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바르게 할 뿐 아니라 방광막, 괄약근에도 힘을 준다. 폐호흡이 좋아지면 소변이 잦고 참지 못하는 증상도 호전된다. 단전호흡을 할 때 혀를 입천장에 대면 침이 고이는데, 이는 몸의 진액을 잘 갈무리해서 침-소변 기능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소나무에 등을 부딪치면 척추와 폐를 자극해 호흡을 좋게 한다. 허리와 어깨를 펴고 코로 적당히 들이쉬고, 입으로 많이 내쉬는 호흡도 폐와 방광을 좋게 해준다. 요가, 단전호흡을 하면 더욱 좋다.
콩팥 또는 단전도 방광과 관련이 많다. 정력 좋은 사람은 오줌발도 강하다. 콩팥, 단전이 약해지면 소변이 약해지고 자주 보게 되므로 이럴 때는 성생활을 주의해야 하며 아랫배에 핫팩을 하거나 뜸을 떠주면 좋다. 관원이나 곡골이라는 혈자리에 직구를 뜨면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에 좋다.
에는 다음 4가지의 음식이 방광 속 물탱크의 수도꼭지를 단단하게 잠가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첫째, 약간 시큼한 음식이다. 시큼한 맛은 끝 맛이 달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이다. 오미자, 남자에게 좋은 산수유, 요강을 뒤집을 정도로 오줌발이 강해진다는 복분자, 무릎을 튼튼하게 해주는 쇠무릎 등은 시큼한 맛으로 방광 속 물탱크의 수도꼭지를 단단하게 잠가준다. 음식에 간을 할 때 흑초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유산균도 좋다. 여름철에 먹는 보신탕은 개고기와 부추가 궁합을 자랑하는데, 둘 다 약간 시큼한 맛으로 단전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을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
둘째, 후끈한 맛을 내는 음식이다. 후끈한 맛은 아랫배와 단전을 따뜻하게 해준다. 단전의 양기가 강해지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수도꼭지를 단단하게 잠글 수 있다. 부추의 씨앗은 소변이 잦거나 밤에 자기도 모르게 이불에 소변을 보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생마늘을 먹으면 맵고 속이 아리지만, 군마늘을 먹으면 아랫배의 단전이 따뜻해진다. 보신탕 역시 먹고 나면 몸이 후끈해진다. 속이 차갑고 평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좋다.
셋째, 견과류다. 호두, 연자육, 은행, 잣, 밤 등 딱딱한 견과류는 구멍을 단단하게 틀어막는 효과가 있는데 겨울에 땀구멍을 막아 추위를 이기게 해준다. 그래서 정월에 부럼을 먹는다. 방광 속 물탱크의 수도꼭지도 틀어막아줘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단 견과류를 먹을 때는 먹기 직전에 껍질을 까서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의 지질이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될 경우 산화되어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 곡식 중에서는 좁쌀이 견과류와 같은 효과가 있다.
넷째, 쫄깃쫄깃한 음식이다. 에서는 돼지 오줌보를 추천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축구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돼지 오줌보는 워낙 탄력이 좋아 축구공처럼 발로 차도 잘 터지지 않는다. 탱탱한 돼지 방광막은 허약해진 방광막을 탱탱하게 해준다. 양이나 염소의 오줌보도 좋다. 쫄깃쫄깃한 닭똥집과 닭 내장도 잦은 소변에 도움이 된다. 탄력성이 좋은 양, 염소, 돼지의 밥통(위)도 좋다. 이것들은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식품이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여름은 매우 더운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에 습도 또한 높아서 무덥다. 습열이 무성해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곰팡이도 피기 쉬우며 썩기 쉽다.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일사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한다.
여름을 잘 난다는 것은 습과 열에 잘 버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밖으로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 먹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안으로는 위장이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거나 대변이 나빠진다.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에도 쉽게 걸리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한 때이므로, 과도한 성생활과 음주는 콩팥에 치명적이다. 무더울 때 찬물로 세수하면 눈이 나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여름에는 폐와 콩팥 그중에서도 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곳이며, 실제 역할은 이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장 중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하는 폐는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혀 아래로 내려 보내는 공랭식 기관이다. 오장 중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콩팥은 내려온 열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수랭식 기관이다. 폐가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히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올라가고, 뒷골이 땅긴다. 열이 뇌로 가면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습이다. 과로하면 몸이 무겁고, 과식이나 과음을 해도 몸이 무겁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몸이 뭉치고 무거워지고, 성생활이 지나쳐도 몸이 붓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부의 습이다.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산을 오를 때도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지치는데, 이는 외부의 습이다. 장마와 한여름의 무더위도 외부의 습이다. 더위를 먹었다는 것은 이러한 습에 몸이 상한 것이다.
폐는 우리 몸에서 이러한 습을 제거해준다. 그래서 폐가 강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버티며 여름을 잘 나고 정력도 강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폐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 몸 안팎의 습을 제거하는 것이 여름을 잘 나게 하는 비결이다.
높은 산을 오르면 습기가 없는 쾌청한 공기 속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다. 폐가 알아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렇게 깊은 숨을 내쉬면 몸속 습이 잘 제거돼 몸이 가벼워진다. 몸의 열도 내리고 머리도 맑아진다. 폐는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 도가나 불가에서 명상을 할 때 높은 산에서 하는 것은 폐와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된다. 건조한 바닷가나 고산에 장수마을이 있는 것도 습과 관련이 있다.
요즘은 여름이 되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놀러가지만 옛날에는 높은 산으로 피서를 갔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8경이 있었는데, 제1의 피서지는 개마고원 자락 부전고원이었다. 평균 해발고도가 1400m 이상인 부전고원은 여름에도 온도가 서늘했다. 고산이라 습기가 적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열대야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밤에도 습열이 심해 숨이 턱턱 막혔다. 이렇게 폐가 기능을 못하면 호흡이 얕아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무거워진다. 부전고원, 대관령 같은 고원에서는 여름에도 습이 없어 호흡이 깊어지고 폐가 활성화된다.
폐가 건강하면 척추가 바로 서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나이 드신 분들은 등이 구부러지기에 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급적 등허리를 똑바로 펴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좋다.
폐는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제습기나 에어컨을 켜는 게 좋을까? 음식에 자연의 맛과 인공의 맛이 있듯이, 공기에도 자연의 공기와 인공의 공기가 있다. 자연의 맛을 먹으면 몸이 가볍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만, 인공의 맛을 먹으면 몸이 무겁고 소변 나오는 것이 시원찮다. 인공의 공기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공기는 건조해지지만 고산에서처럼 심호흡은 되지 않는다. 폐가 인공의 공기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숨을 쉴 수가 없다. 따라서 몸속의 습이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오래 맞으면 몸과 머리가 무거워지고 소화 장애가 생기고 콧물이 나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에 관련한 처방으로 냉방병을 치료한다.
보신탕과 삼계탕은 여름에 좋다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신탕은 개고기다. 한의학에서 개는 멍멍 잘 짖어서 폐가 강한 동물이다. 삼계탕은 닭과 인삼, 황기를 재료로 하는데 닭은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이고 인삼, 황기는 폐에 좋은 대표적인 약재다. 이때 인삼, 황기는 껍질째 말린 피인삼, 피황기가 폐를 더 잘 보호해준다. 대표적인 여름철 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오미자 역시 시큼한 맛으로 폐에 좋은 약재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여름철에 좋다. 더위를 먹어 땀이 뻘뻘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해준다. 기가 허약해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좋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해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뱀장어는 뱀처럼 강한 탄력성을 가진 물고기다. 이 탄력성으로 남녀의 생식기를 강하게 하고, 습을 몰아내서 몸을 가볍게 한다. 물도 중요하다. 요즘은 정수기 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습을 제거하려면 생수를 마셔야 한다. 여름에는 생수 1ℓ에 죽염 4g을 녹인 물을 마시면 기운도 나고 폐도 활성화된다. 보신탕, 삼계탕,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폐를 도와 습을 없애준다. 또 개똥쑥을 달여 마셔도 여름 감기와 여름 나기에 좋다.
갱년기와 폐경기를 거치면 난소가 점차 기능을 상실하고,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기능이 떨어져서 질 점막이 점차 얇아진다. 위축성 질염이란 폐경을 전후해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50~60세 이상의 여성에게 나타나며 비특이성 질염 또는 노인성 질염이라고도 한다. 폐경을 전후해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하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해 나타나는 염증이지만 세균과 꼭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축성 질염을 중심으로, 노화에 따른 여성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위축성 질염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사람들에게 발병하나요?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이 점점 줄어들어요. 그리고 폐경이 되고 2년 정도 지나면 질이 점점 위축돼요. 여성의 외음부는 젊었을 때는 탄탄한데 노화가 되면서 건조해지고 색깔도 창백하게 변합니다. 이것을 ‘위축’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통증이 있거나 심하게 헐거나 피가 나는 증상이 바로 ‘위축성 질염’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심하게 앓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지만, 노화가 되면 여성들에게 흔히 보이는 아주 흔한 증상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면 얼굴에 생기는 주름처럼 당연한 변화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청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여성에게 발병하는 질염은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세균성 질염은 불쾌한 냄새와 끈적한 분비물이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질 내 주된 균의 수가 줄어들고 혐기성 세균이 증식하면 발생해요. 칸디다성 질염은 곰팡이균이 증식하면서 발병하고 하얀 치즈 같은 분비물이 나오면서 외음부가 가렵거나 붓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위축성 질염은 에스트로겐 양이 감소해서 질 안의 호르몬 양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염증입니다. 오히려 비누로 너무 자주 씻어서 질 내부가 알칼리화가 되는 게 문제입니다.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질이 헐어 있고 위축되어 있어 성관계를 하기 힘들죠. 성생활을 지옥에 갔다 왔다고 표현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병원에 와서 ‘자궁이 아프다’ 혹은 ‘아래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러면 의사들은 ‘배가 아프다는 건가?’ 하고 못 알아듣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없으면 방광도 얇아지고, 소변도 자주 마렵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통증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염증은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에스트로겐 정제나 크림제를 질에 투여하는 등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용하면 증상은 호전됩니다. 그런데 크림제를 사용할 때 정상적인 분도 약이 따갑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어요. 유방암 환자들은 이른 나이에 폐경이 된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분들은 여성청결제 등으로 윤활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해요.
여성청결제가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여성청결제에는 종류가 많아요.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있고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것도 있어요. 노화가 되어 떨어진 PH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청결제도 있어요. 여성청결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이지 치료 방법은 아닙니다.
알칼리성 비누나 바디워시가 안 좋다고도 하던데요?
여성의 질 내부 환경은 약산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샤워를 많이 하면 피부 표면에 있는 지질이 녹아버려요. 특히 알칼리성 비누를 많이 쓰면 항산성이 깨져 외음부가 가렵기도 하죠. 질 내부의 약산성이 깨지고 알칼리성으로 변하면 몸에 살아야 할 세균이 죽고 다른 세균이 들어와요. 이로 인해 박테리아성 질증이 생기기도 하고요. 예상치 못한 세균이나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잦은 목욕은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여름철 자주 샤워를 해야 할 경우에는 천연비누나 약산성비누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노화가 되면서 자주 일어나는 골반장기 탈출증은 뭔가요?
노화로 여성의 골반근육이 약화되면 골반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 위치를 지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제가 한 달에 여러 명의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적지 않은 노인성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어 복부비만이 생기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장기가 느슨해져 골반근육을 통해 질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것인데, 노인 여성 중 비율이 적지 않아요. 만성기침 환자, 내과적 문제가 있는 분, 쪼그려 앉아 생활하는 게 습관이 되신 분들에게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대부분은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탈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흔히 ‘밑이 빠질 거 같다’, ‘덩어리가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다’라는 말로 증상을 표현합니다. 주로 기침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더 심해진다고 호소해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정도였다가 방광이 꺾이면 소변을 못 보거나 방광염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장이 같이 끌려 나오면 변비로 고생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요실금, 만성질염이 동반되어 노년의 삶을 더욱 우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처음부터 수술을 하지는 않고 케겔운동 같은 보전적 치료를 먼저 합니다. 장기가 질 안쪽에 있을 경우에는 질 안에 링을 껴서 안쪽의 장기를 떠받치는 시술을 하기도 해요. 자궁이나 방광이 너무 밀려나와 있을 때는 질을 올려붙이는 수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