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면 오곡밥을 지어 먹는다. 찹쌀, 팥, 수수 등 다섯 가지 곡물을 넣어 지은 밥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최근에는 꼭 보름날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생각해 다양한 여러 곡물을 혼합해 밥을 먹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다 여길지도 모른다. 특별함을 더하고 싶다면 사찰식 레시피에 착안해 ‘연잎 오곡밥’을 지어보는 것 어떨까?
레시피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사찰식 오곡밥 레시피
재료 찹쌀 4컵, 흑미 1/2컵, 수수 1/2컵, 기장 1/2컵, 검정콩 1/3컵, 팥 1/3컵, 밤 10알, 연잎(大) 1장, 연근 8족, 은행 12알, 대추 1알
*연잎은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사용해도 좋다.
*밥물: 물 825㎖, 소금 한 숟가락
*팥 삶는 물: 물 400㎖, 소금 1/4숟가락
만드는 방법
1. 기장 또는 조를 제외한 곡물을 씻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불린다.
2. 팥은 1시간 정도 불려 한 번 삶은 물은 버리고 물 400㎖와 소금 1/4 숟가락을 넣어 10분간 삶는다.
3. 기장 또는 조를 씻고 모든 재료를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불린 곡물을 물과 팥 삶은 물 모두를 합쳐 825㎖로 맞추고 소금 한 숟가락을 넣어준다.
5. 밥솥에 모든 재료를 넣고 밥물을 넣은 뒤 고루 섞는다. (밤은 한입 크기(1/2)로 잘라 넣는다)
6. 전기밥솥의 경우 ‘잡곡 취사’로 눌러 밥을 짓는다.
7. 밥을 짓는 동안 연근을 둥글게 0.5cm 두께로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은행은 팬에 볶아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얇게 포를 떠 말아 놓는다.
8. 연잎을 씻은 후 안쪽 면에 지은 오곡밥을 담고 그 위에 연근, 은행, 대추를 얹어 싼 뒤 15~20분 쪄 완성한다.
연잎을 오곡밥과 함께 찌면 수분 손실을 줄여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밥맛을 내게 된다. 연잎 특유의 은은한 향과 영양분은 덤이다. 연잎과 더불어 다른 곡물들의 효능까지 알아보고 건강한 한끼를 즐겨보자.
연잎과 곡물의 효능
연잎 항산화물질인 쿼세틴(quercetin)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비타민 C와 식이섬유소 풍부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됨
찹쌀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좋고 비타민 E 성분이 노화 예방
흑미 단백질, 비타민 B·D·E, 칼슘, 인, 철 등이 풍부해 빈혈, 심혈관 질환, 변비 예방
수수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고, 혈당조절 기능을 해 당뇨, 비만 등의 증상 완화
조와 기장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쌀에 부족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 다량 함유
팥 다른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과 트립토판 함유, 칼륨 성분이 풍부해 부기를 빼주고 혈압 상승을 억제
검은콩 안토시아닌 색소가 시력 회복과 항암에 도움을 줌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우리가 설날에 먹는 떡국은 주로 소고기 육수를 사용한다. 고명도 양지나 사태를 얹는 경우가 대부분. 색다른 떡국을 맛보고 싶다면 식감과 영양소가 풍부한 버섯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버섯은 일본식 샤부샤부로도 많이 먹는데, 이에 착안해 ‘버섯 떡국 샤부샤부’를 만들어보자. 반찬으로 마늘이 들어간 김치보다는 사찰식인 만큼 ‘고수 더덕 겉절이’를 곁들여볼 것을 권한다. 고수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등의 효과뿐만 아니라 신경계 질환 개선에도 도움이 돼 스님들이 번뇌를 잡기 위해 섭취했다고 한다. 한국식 양념 대신 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발사믹 글레이즈 소스를 더하면 마치 샐러드처럼 즐길 수도 있다. 담백한 채소 칩과 노루궁뎅이버섯을 말려 끓인 차로 마무리하면 부담 없는 깔끔한 한 끼가 완성된다.
버섯 떡국 샤부샤부 떡국용 떡(50g)은 물에 불려둔다. 물(500㎖)에 각종 버섯(노루궁뎅이 1개, 능이 30g, 표고 2개, 느타리 15g 등)과 무(1/3개)를 넣어 중불에서 자작하게 버섯국물을 우려낸다. 먼저 잘 익은 버섯과 무를 보기 좋게 그릇에 담아둔다. 준비한 버섯국물에 불린 떡국용 떡과 달걀(1개)을 풀어 넣어 한소끔 더 끓여준다. 재료가 담긴 그릇에 익힌 떡과 국물을 붓고, 원하는 고명을 얹어 완성한다. 전골냄비 등에 버섯과 야채를 넣어 끓여가며 샤부샤부처럼 즐겨도 좋다.
고수 더덕 겉절이 깨끗이 씻은 고수(50g)를 잎만 따서 준비하고, 양상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파프리카(30g), 더덕(50g)을 조각조각 썰어(1cm×1cm) 약한 불에 살짝 볶는다. 방울토마토(2~3개)와 라임, 어린잎 채소 등 가니시를 얹고 발사믹 글레이즈 소스(20㎖)를 뿌려 완성한다. 발사믹 글레이즈 소스는 발사믹식초(40㎖)와 올리고당(10㎖)을 냄비에 넣고 약불로 5분 정도 저어가며 되직하게 끓인 뒤 식혀서 만든다.
말린 애호박·가지 칩 애호박과 가지를 깨끗이 씻은 뒤 편으로 얇게 썬다. 준비한 채소를 식품 건조기를 쓰거나 볕 좋은 날에 하루 이상 말린다. 담백하고 먹기 간편해 디저트나 간식 대용으로 좋다.
노루궁뎅이버섯차 물(3ℓ)에 건조 상태의 노루궁뎅이버섯(50g)과 대추(25g)를 중불에 충분히 끓인다(오래 달일수록 좋다). 아침저녁으로 1일 2회 10일간 공복에 마시면 위장이 편안해지고, 당뇨 예방에도 효능을 볼 수 있다.
국민배우 김수미(70)를 모르는 대중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이 예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지킬 수(守), 아름다울 미(美). 사람의 도리를 지키고 늙을 때까지 아름답게 살자는 결심으로 직접 지은 이름이란다(본명은 영옥). 그 이름에 반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노라 자부하는 김수미는 최근 ‘한국의 맛을 지키는[守味]’ 문화 전도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전 세계에 한국 음식을 알리고 싶다”는 그녀의 원대한 포부는 40여 년 전 어머니를 향한 짙은 그리움에서 시작됐다.
‘2018 제8회 대한민국 한류대상’ 시상식. ‘수미네 반찬’(tvN)을 통해 우리네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 중인 김수미는 한식 문화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을 인정받아 ‘특별 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방송을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수미네 반찬’은 근래 넘쳐나는 먹방, 쿡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모던한 아일랜드 주방이 아닌 툇마루와 가마솥이 돋보이는 세트장은 김수미가 어린 시절 살던 시골집을 재현한 것. 게다가 제자로 등장하는 베테랑 셰프들이 눈대중 손대중으로 요리하는 그녀의 레시피를 허둥지둥 따라하는 묘한 광경이 펼쳐진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주고, 그 근저에 깔린 ‘엄마의 마음’은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남녀노소 불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예상 못했어요. ‘아, 진정성을 갖고 하는 건 역시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몇 스푼, 몇 그램 정확한 것보다도 집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보여주려 해요. 워낙 거침없이 해대니까 카메라가 앵글을 못 잡아 당황할 때가 많지.(웃음) 처음엔 장동민 씨가 ‘선생님 레시피가 있으시냐?’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너희 할머니, 어머니는 저울질해가며 음식하셨니? 요리자격증 있어서 자식들 밥해줬니?’라고 했죠. 그냥 엄마가 딸한테 음식 가르치듯 알려주고 싶었어요. 싱거우면 소금 넣고, 짜면 물 붓고 하면 되지. 경험이 쌓이면 손맛은 다 생기게 돼 있어요.”
‘깍두기에 쪽파를 많이 넣으면 김치가 금세 물러진다’, ‘아귀찜할 때 아귀는 사나흘 꾸덕꾸덕 말린 것을 써야 한다’ 등 김수미는 자신이 툭툭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수십 년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음식의 지혜라고 말했다. 또 글로 써서 남기는 레시피보다는 어머니들의 기(氣)와 영혼을 물려주고 싶은 게 그녀의 오랜 바람이자 목표다.
엄니, 왜 그 맛이 안 날까요?
베테랑 셰프들도 인정하는 김수미의 수준급 요리 실력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정작 어머니에게 직접 요리를 배워본 적은 한 번도 없단다.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 맛에 가까워지려 하다 보니 솜씨가 좋아졌다고.
“열일곱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돌아가신 탓에 요리는 못 배웠죠. 아마 내가 마흔까지 살아계셨다면 음식 안 했을지 몰라요. 할 필요가 없었겠지. 근데 결혼하고 임신을 했는데 엄마가 해준 풀치조림이 생각나는 거야. 그거 한 입만 먹으면 입덧이 싹 가실 것 같은데, 다시는 먹을 수가 없잖아요. 그 뒤로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기억을 더듬어 음식을 해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수백 번 만들었던 엄마의 풀치조림. 그때마다 그립고 그리운 우리 엄니….”
음식을 하면 할수록 손맛도 늘고, 허기도 채울 수 있었지만, 그리움은 더욱 짙어졌다. 아무리 해도 전에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으니 헛헛할 수밖에 없다고.
“요즘처럼 추울 때 엄마는 김치콩나물밥을 해주시곤 했죠. 가난한 살림에 푸성귀도 없으니 엄마 나름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한 끼였을 거예요. 지금은 그 소박한 김치콩나물밥에 소고기까지 넣어 먹는 호사를 누리는데도 엄마가 해주시던 것만 못하네요. 가마솥에 지은 김치콩나물밥에 엄니표 양념간장 쓱쓱 비벼 먹던 그 추운 겨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수미는 줄곧 자신의 음식은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라 표현했다.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젊은이나 인스턴트로 아이들 끼니를 해결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냉동, 반조리 식품 먹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음식으로 엄마를 추억할까 싶어요. 두부 한 모를 썰더라도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그 음식에 온기가 더해지고 영혼이 담기는 거거든요. 그렇게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으면 마음이 온순해지고,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죠. 나이 먹어서도 마찬가지예요. 난 예전에 행복은 어디 다락이나 보자기에 싸서 놓은 줄로만 알았어요. 근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에 숟가락 푹 담그면서 밥 먹는 거.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그게 바로 행복이지.”
“훌륭한 음식은 영혼을 감동시킨다”고 말하는 김수미에게 ‘소울푸드(soul food)’는 무엇인지 물었다. 단박에 ‘된장찌개’라고 대답한다. 구십까지 살아도 된장찌개와 총각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 필요 없다는 그녀. 본인 입맛은 소탈하지만, 맛있는 반찬 소개하려 아낌없이 재료를 쓴 것이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기도 했다.
“방송 1회 때 고사리보리굴비조림을 했어요. 당시 재료비로 따지면 제주산 고사리라 5만 원은 넘게 줘야 사고, 보리굴비도 10만 원은 했을 거예요. 그걸 보고 한 시청자가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김수미 씨는 돈 잘 버니까 비싼 재료도 막 쓰는 거 아니냐’라고요. 생각해보니까 누가 집에서 한 끼 반찬에 15만 원씩 주고 먹겠나 싶은 거죠. 그 댓글이 참 귀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요즘엔 진미채, 감자볶음처럼 1만 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반찬으로 준비해요. 앞으로도 ‘수미네 반찬’에서는 비싼 재료 안 쓸 생각입니다.”
끝이 아닌 마지막 인사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미안하다 사랑해서’,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 ‘너를 보면 살고 싶다’. 제목만 봐도 글쓴이의 심정을 알 것 같은 이 책들의 저자는 바로 김수미. 국문학도를 꿈꿨지만 대학 진학을 못한 아쉬움을 독서와 글쓰기로 달래며 살았다. 에세이와 소설, 레시피북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그동안 내놓은 책만 10여 권. 그리고 최근 마지막 에세이 ‘안녕히 계세요’를 집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지막’이라니. 그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칠십이 넘었는데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내가 워낙 준비성이 철저하거든. 준비할 수 있을 때 준비하자, 주변 분들에게 여유 있게 인사 남기고 가자는 마음으로 ‘안녕히 계세요’를 쓰기 시작했죠. 마지막 에세이라고 했지만, 책 내고 한 5년, 10년 더 살면 어때요. 그럼 더 좋은 거지. 걱정 마세요 여러분, 저 당장 안 죽어요!(웃음)”
이번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살면서 겪은 충격적인 사건들까지 모두 담아낼 계획이란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난 뒤의 삶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이 가사가 참 좋아요. 내가 위대한 사람 같으면 괜찮은데, 나는 너무 하찮기 때문에 꼭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시골에서 올라와 이만큼 고생했는데, 그 흔적조차 안 남기면 내 한이 풀릴 것 같지 않아. 그래서 자꾸 뭐든 흔적을 남기려 해요. 앞으로는 그 흔적 중 하나가 ‘수미네 반찬’이 되지 않을까요? 이 프로그램은 애당초 계약 조건을 ‘선생님(김수미)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렇게 해서 사인했어요. 내가 죽기 전까지 ‘수미네 반찬’은 계속할 거예요.”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새해 소망으로 ‘몸 건강’을 바라는 이가 많을 것이다. 특히 당뇨 환자의 경우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식단이다. 당뇨에 도움이 되는 재료로 새해의 희망을 북돋는 한 상을 차려보자. 마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위장 보호와 자양강장 효과가 탁월하다. 대개 생으로 먹거나 주스로 갈아 마시는데, 은행을 넣어 수프로 조리해 먹으면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다.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돼지감자와 우엉도 부드럽게 볶아 겨자소스와 허브를 곁들이면 독특한 풍미의 샐러드로 즐길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연근과 칼슘, 칼륨이 다량 함유된 톳으로 만든 찜 요리를 더해 부족한 영양까지 골고루 채운다. 여기에 샐러드에 쓰고 남은 돼지감자나 우엉을 잘 말려 차로 마시면 더욱 건강한 한 끼가 완성된다.
삼색은행마 수프 냄비에 버터(1큰술)를 두르고 밀가루(1큰술)를 넣어 약한 불에 볶아 화이트 루(white roux)를 만든다. 잘게 자른 마(250g)를 볶아 70%가량 익히고 생크림(2컵)을 넣어 10분간 끓인 뒤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걸쭉하게 크림 농도를 맞추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달궈진 팬에 은행(5알)을 달달 볶아 껍질을 제거하고 잘게 다져 수프에 넣어준다. 새해 떠오르는 해처럼 메추리알(1개) 노른자를 올려 플레이팅한다.
근채류 겨자샐러드 미니당근(2개), 우엉(30g), 생강(10g), 돼지감자(30g), 샬롯(1개), 인삼(30g) 등 근채류의 껍질을 제거하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볶아 캐러멜라이징이 될 때까지 중불에서 천천히 조리한다. 잘 익은 근채류에 겨자(25g)와 식초(10㎖)로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다. 엔다이브(1개)를 접시에 깔고 준비한 근채류를 먹기 좋게 담아낸다. 허브 소렐(1g)과 애플민트(1g)를 적당량 올려 완성한다.
연근톳찜 깨끗이 씻은 연근(100g)을 잘게 잘라 믹서에 갈아준다. 물에 불린 톳(50g)과 갈아놓은 연근을 떡처럼 뭉쳐 소금(한 꼬집)으로 간을 하고 찜기에 10분간 쪄낸다. 엔다이브를 한 장씩 펼쳐 접시 위에 깔아주고 그 위에 연근톳찜을 담아 마무리한다.
돼지감자차 돼지감자를 깨끗이 씻어 편으로 잘라 자연 건조한다. 바짝 말린 돼지감자를 약한 불에 볶은 뒤, 차로 우려 마시면 더욱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12월이면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물론 기독교의 기념일이지만, 사찰식으로도 즐거운 분위기를 더할 수 있다. 낭만적인 저녁식사를 염두에 뒀다면, 스테이크가 떠오를 것이다. 연말 모임, 회식 등으로 육류 섭취가 잦아지는 게 부담스럽다면 고기 대신 두부 스테이크를 즐겨보자. 팬에 노릇하게 구운 두부에 단호박으로 만든 퓌레를 소스로 곁들이면 담백함이 배가된다. 여기에 김장을 한 뒤 남겨둔 시래기가 있다면 된장으로 맛을 낸 사찰식 샐러드가 잘 어울린다. 시래기 위에 색감이 다양한 식재료를 얹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장식할 수도 있다. 디저트로 즐기기 좋은 오미자청에 절인 무화과는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도와 속을 편안하게 마무리해준다.
두부 스테이크 단호박 퓌레 단호박 한 통을 2등분하고 숟가락으로 속을 파준다. 생크림(150㎖)에 파낸 호박 속을 넣고 완전히 익을 때까지 끓인 후 촘촘한 채에 걸러 고운 퓌레 상태로 만든다. 두부(1/2모)에 소금을 뿌려 수분을 뺀다. 준비한 두부와 아스파라거스 두 대를 반으로 잘라 가열한 팬에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준비한 단호박 퓌레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아스파라거스, 두부 스테이크 순으로 얹는다. 각종 허브와 가니시를 더해 플레이팅한다.
시래기 된장 샐러드 잘 말린 시래기(50g)를 물에 30분 정도 불려둔다. 불린 시래기에 설탕(5g)을 넣고 40분간 끓인다(시래기:설탕, 10:1 비율). 시래기는 충분히 물에 불린 뒤 끓여야 독소가 빠지고 조직이 부드러워진다. 잘 익은 시래기를 찬물에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아보카도(1/2개), 라임(1/2개), 샬롯(2개), 당근(1/3개), 방울토마토(1개)를 2등분해 토치로 앞면을 그을린다. 넉넉한 접시에 시래기와 그을린 재료들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듯 예쁘게 담아낸다.
오미자청에 절인 무화과 잘 익은 무화과(3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오미자청(50g)에 2시간가량 절인다. 절인 무화과에 바질, 타임, 로즈메리 등 각종 허브를 첨가하면 향도 돋워주고 색감도 어우러져 꾸밈새가 좋아진다.
마치 1980년대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 ‘돌아이’의 주인공 황석아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전영록은 어리숙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뜨거운 청년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불티’,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와 같은 명곡들을 부른 주인이자 ‘바람아 멈추어다오’,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등 히트곡 작사 작곡자, 그리고 영화비디오테이프, 만화책, LP판, 심지어 피규어까지 수집하는 소문난 마니아다. 다양한 재능과 취미를 갖고 있는 전영록을 만나 그때 그 시절 7080 추억들을 꺼내 감성과 낭만의 시간으로 꽉꽉 채웠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범을 보여줬던 이로 전영록을 지나칠 수는 없다. 당대 최고의 가수이자 흥행 배우로서, 그리고 작사 작곡까지 하는 아티스트로서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최고의 자리에 서 있었던 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심각한 암 환자였고 사경까지 헤맸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아니 그게… 용종이 좀 큰 상태였는데 방송에서 이홍렬이 한 말을, 그걸 편집해서 사람을 암 환자로 만들더라고. 환장하는 줄 알았어요. 난 오래 살 거예요. 아니, 오래 살 거 같아.(웃음)”
일단 그가 암 환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정말 다행이었지만 이번에는 코미디언 이홍렬 씨와 그가 친구라는 게 또 놀라웠다. 그가 동안의 대명사라 믿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홍렬 씨와는 65세 동갑내기이며 중학교 동창이라 했다. 그는 여전히 젊다. 그러나 그 젊음이 외모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은 블랙핑크가 좋다
“예전에 보람이에게 ‘난 티아라보다 포미닛이 좋다. 현아가 있어서’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웃음) 큰아들은 요즘 아이린을 좋아해요. 둘째는 쯔위를 좋아하고. 저는 블랙핑크가 좋아요. 걸크러시잖아요. 제가 이러고 살아요. 음반사에서 레드벨벳 포스터 구해놨다고 하면 얼른 가져와서 아들 방에 붙여주고.(웃음)”
전영록의 딸 전보람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였다. 티아라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포미닛은 티아라의 라이벌 그룹이었으니, 그는 딸 앞에서 딸의 라이벌 그룹이 더 좋다고 칭송(?)한 셈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그가 말하는 아이린, 쯔위, 블랙핑크와 레드벨벳이 누구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요즘 잘나가는 걸그룹과 아이돌 이름이다. 전영록의 취향 안테나는 그렇게 여전히 현재를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골프 좀 치러 다니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난 아들들 케어해주는 게 더 좋아요.”
삶의 보람, 두 아들과 눈 맞추기
그 말처럼 두 아들 전유빈, 전효빈 군은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아들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이 왜 부모와 얘기를 안 할까 고민해봤어요. 결론은 부모의 태도예요. 아이들이 대화를 좀 해보려 해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네가 뭘 알아, 어서 밥 먹고 공부나 해’라고 말하기 일쑤죠.”
그는 자식들을 존중한다. 어떤 때는 거의 친구처럼 대할 때도 있다고 한다.
“‘아빠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응원이야. 물질적인 지원은 없어’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그의 이러한 태도가 그를 젊게 만드는 걸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일상에도 여전한 젊음이 있었다.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마니아 전영록은 요즘도 행복한 마니아로 살아가고 있었다.
“음반을 한 20억 원 어치 정도 샀어요. 피규어 레진은 지금도 모으고 있고. 피규어는 한 3억 원 어치 샀을 거예요. 영화, 만화, 게임 관련 자료들도 모으고 있고…. 물론 아내가 싫어하죠.(웃음)”
음반, 피규어를 사는 데 수십 억을 썼다면 집 안은 거의 박물관 수준이 아닐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해결책이 생겼다.
“평창 알펜시아에 세계에서 가장 큰 피규어 박물관이 들어선대요. 친한 동생이 2층은 스튜디오로 쓰고 1층은 박물관으로 만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거 다 가져가라고 했죠.(웃음) 이런 제 취미 때문에 그동안 마음고생한 집사람이 그 얘길 듣고 너무 좋아하더군요.”
영화계와 만화계의 만남을 주선하다
물론 전영록의 ‘특별한 취미’가 아무 의미 없이 아내에게 스트레스만 준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영화계가 만화를 소재로 영화로 만들기 시작한 게 바로 자신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장호 감독에게 만화책을 갖다 준 건 ‘돌아이’ 시리즈 3편이 나올 무렵이었다. 처음 이 감독의 반응은 ‘야, 장난하냐?’였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형님, 보시고 별로면 버리시고, 이 만화로 영화를 만들어볼 의향이 있으면 이현세라는 만화가에게 연락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때 그가 건네준 만화책이 바로 이현세 원작의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다. 이 만화는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으로 만들어져 대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이 1980년대 중후반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돌아이’를 제작한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은 전영록의 이러한 감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전영록에게 메가폰을 잡아보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제가 액션 신을 찍으려면 카메라가 여러 대 필요하니 다섯 대만 준비해 달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이 사장님이 ‘미친놈, 돌아이 짓 또 하네’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못했어요. 정말 하고 싶었는데.”
내가 스티브 잡스를 싫어하는 이유
전영록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는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독특한 얼리어답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의 ‘스’ 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폴더폰을 쓰고 있는데 한 달 전에 고장이 나서 스마트폰 기능이 있는 폴더폰으로 겨우 교체했다. 당연히 카카오톡도 모른다.
“얼마 전에 지인을 통해 전유성 선배 어머니 부고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런데 오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페북에 올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페북이 뭐냐고.”
그는 아날로그가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장 난 폴더폰을 또다시 폴더폰으로 바꿨다. 그러니까 그는 새로운 것이라고 무조건 받아들이고 애정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세월 빚어진 자신만의 공고한 세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요즘 세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제가 스티븐 호킹 박사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스티브 잡스를 싫어하셨어요. 저도 스티브 잡스를 싫어해요. 호킹 박사는 스마트폰에 매달리면 인성이 없어질 것이라 했거든요. 그 말대로 요즘 세대는 인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애들이 잘못 배우고 있는 거예요.”
그는 최근의 미디어 문화와 예능 프로그램들에 대해 걱정이 많다. 요즘 사회가 점점 험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미디어에서는 절대 나쁜 말, 나쁜 행동을 하면 안 돼요. 그런데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한 건데 그걸 방관한 게 문제였죠. 아이들이 예능인들의 거친 행동과 말투를 보고 자라면서 인성이 사라졌다고 봐요. 힙합만 봐도, 랩은 거의 욕이고 남을 헐뜯는 내용이잖아요? 그걸 왜 놔두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가수가 맛있게 불러주면 그걸로 만족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으니 전영록은 ‘뮤직 셰프’라고 답했다. 그가 요즘 꾸준하게 밀고 있는 명칭이다.
“뮤직 셰프란 음악에 MSG를 쳐서라도 맛있게 들려준다는 의미예요. 아구찜이나 갈비찜에 설탕 풀어넣어 보세요. 정말 맛있어져요.”
음악인 전영록은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가수이자 작사 작곡가다. 그래서 그가 ‘요즘 애들은 다 베껴서 창작이 없다, 공부를 안 한다’고 한탄할 때 그 말에는 자연스럽게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쓴 것은 40곡이고 드린 분은 여섯, 일곱 명 정도 돼요. 인순이 씨에게는 초창기에 줬던 게 있고 정수라, 김희애, 양수경, 이은하, 민해경… 얼마 전에는 남진 선배에게 ‘잘살고 싶소’를 드렸죠.”
그는 25년 동안 곡을 안 썼다. 이유는 간단했다. ‘싫어서’.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진 선배를 필두로 선후배 가수들에게 자신이 만든 노래를 주고 있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기고 싶은 거죠. 저작권료는 사후 70년까지 나오니까. 쓸 만큼, 먹을 만큼, 입을 만큼은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계속 만들고 있어요. 이 나이에 서점 가서 사전 보면서 작업하니까 재밌어요. 예전에도 가만히 있질 못했던 편이죠. 맛있는 거 나오네? 괜찮겠네? 그럼 썼으니까요.”
그는 선후배 가수에게 노래를 줄 때 작사 작곡비도 안 받고 그냥 줬다고 한다. 히트곡을 엄청나게 보유한 사람인데 아무것도 안 받았다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아쉽지 않다고 했다. 그저 가수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맛있게 잘 부르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이다. 과연 뮤직 셰프다운 대답이었다.
연예인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연예인 생활 46년 동안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낸 원동력이 무엇인지 묻자 ‘사람과 잘 안 만나고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그는 음악을 체질적으로 업으로 삼았다. 문득 그의 집안이 연예인 가족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의 아버지는 2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 황해, 어머니는 ‘봄날은 간다’를 부른 가수 백설희다. 심지어 딸 둘도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갑자기 가족이 연예인인 집안 분위기는 어떨까.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나쁘죠. 안 바빠도 바쁜 척, 아닌 척해야 하니까. 방송 촬영은 아침부터 나와서 김밥 먹으며 리허설을 계속해야 하니 그것도 힘든 일이고.”
그는 부모님에게 ‘유전자만 물려받았다’고 했다. 꽤 엄격한 부모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 다 벽이었어요 벽. 당장 당신들이 인정을 안 하는데 뭘. ‘아버지, 연기 지도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내가 너에게 지도를 해주면 넌 황해가 된다. 전영록은 없어’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자식들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안 해요. 그러면 전영록이 되는 거니까요. 알아서 해야지.”
죽을 때까지 노래 만들고 싶다
최근 오랜만에 그의 싱글 앨범이 나왔다. 작사 작곡가 전영록의 부활과 함께 가수 전영록 또한 출격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전유성 선배가 어머니 빈소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갔어요. 그런데 조덕배와 이문세가 먼저 왔다 갔더라고요. 얘기를 들어보니 덕배도 요즘 곡을 쓰기 시작했답니다. 덕배의 음악세계를 좋아하는데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그는 음악 활동과 함께 연기도 다시 시작했다.
“이천희가 주연인 영화를 찍었는데, 거기 카메오로 나와 달라고 해서 오프닝과 엔딩에 등장해요. 그리고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에 방송 PD 역할로 나갑니다. 좋잖아요.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거니까. ‘나 암 환자 아니다’라는 거고.(웃음)”
12월 미국 공연을 준비 중인 그는 여전히 공연의 엔딩곡을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로 끝낼 거라 한다. 팬들과 함께 부르기에 좋기 때문이다.
“팬들은 저와 과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인터뷰 중 그의 30주년을 회상하면서, 그때 그에게 헌정하기 위해 모인 가수들이 기라성 같은 이들이었음을 얘기했다. 그러자 “이제 그들은 다 원로가 됐고, 나는 고스트가 됐다”고 말했다. 함께 한바탕 파안대소했다. 스스로를 ‘고스트’라고 칭하는 이 유쾌한 남자의 미래 계획은 ‘죽을 때까지 지인들에게 곡을 주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노래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고스트’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나 이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의 아이콘은 그 말이 안 되는 일을 말이 되게 만들 것 같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거하게 차린 생일상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생일에 빠지지 않는 미역국은 특별한 날 먹지만, 음식 자체의 특별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흔히 사용하는 소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된장과 옹심이를 더해 색다른 미역국을 즐겨보자. 그럴싸한 상차림을 원한다면, 꾸밈새 있는 메뉴가 필요할 것이다. 주로 무침으로 먹던 가지를 편으로 길게 썰어 돌돌 말아주면 쉽고 간단하면서 보기에도 좋다. 메인 접시에 롤링한 가지와 연근 구이, 흑임자 소스로 버무린 양배추, 구운 버섯 등을 조화롭게 플레이팅해보자. 미역국과 더불어 각 요리의 색감이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주재료인 미역, 가지, 연근, 양배추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위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사용하고 남은 가지 꼭지로 차를 우려 마시면 부담 없이 속 편한 한 끼를 마무리할 수 있다.
가지새싹말이 가지(1개)는 길이대로 얇게 썬 뒤, 5분간 찜통에 쪄둔다. 냄비에 당근즙(당근 1개와 물 1/2컵을 넣고 갈아준다), 물(1/2컵), 매실청(3큰술), 간장(1큰술), 소금(1작은술)을 저어가며 끓인다. 한소끔 끓고 나면 불을 약하게 줄인 뒤 녹말물(1:1)과 당근즙(1컵)을 넣어 당근 소스를 완성한다. 쪄낸 가지를 펼쳐 각종 새싹(25g)과 당근 소스를 넣고 롤 형태로 돌돌 말아준다. 앞서 준비한 흑임자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옹심이 된장 미역국 미역(20g)을 먹기 좋게 자른 후 물에 불린다. 감자(1개)를 삶아 껍질을 제거하고 따뜻할 때 으깨준다. 으깬 감자와 찹쌀가루(2큰술)를 반죽해 옹심이를 빚어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헹구어놓는다. 냄비에 들기름(1큰술)을 두르고 미역과 표고버섯(5개)을 볶다가 70% 정도 익었을 즈음 물(1.2ℓ)을 붓는다. 된장(1큰술), 국간장(3큰술)을 넣어 간을 하고 준비한 옹심이를 넣어 완성한다.
연근 양배추 흑임자 무침 연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식초물에 담가 끈적임을 제거한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연근을 팬에 노릇하게 구워 준비한다. 검은깨(2큰술), 통깨(1큰술)를 분쇄한 뒤 마요네즈(3큰술), 레몬즙(1작은술), 유자청(1큰술)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양배추를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 소스에 버무린다. 완성한 양배추 무침과 연근 구이를 함께 내놓는다.
가지 꼭지차 말리지 않은 가지 꼭지를 바로 졸이듯 끓이면 연한 풀잎색의 차가 완성된다. 물 1ℓ에 가지 꼭지 8개를 넣어 팔팔 끓여준 뒤, 약한 불에 10분 정도 더 우려내 마신다.
레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50년째 장사를 이어온 노포와 1970년대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연 식당. 전자는 전통이라 말하고, 후자가 ‘레트로’라 하겠다. 이러한 레트로 콘셉트의 가게들은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데이트 즐기기 좋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 익선동 한옥섬을 한눈에 ‘낙원장’
옹기종기 기와지붕 아래 레트로풍 맛집과 아틀리에가 즐비한 익선동 거리. 부티크호텔 ‘낙원장’에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 150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1980년대 지어졌던 ‘그린필드’라는 낡은 여관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매입,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클래식한 건물 외관과 달리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레트로 플레이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객실은 일반뷰와 한옥뷰, 프리미엄 한옥뷰 총 3단계로 나뉜다. 그중 LP플레이어가 있는 한옥뷰 룸을 선택하면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선동 풍경과 함께 LP음악까지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5 숙박비 평일(일~목) 7만~9만 원, 주말(금~토) 9만~11만 원
◇ 아날로그 선율에 빠지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PLASTIC)’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음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 왼편으로는 턴테이블이 놓인 긴 탁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 선정한 200장의 LP명반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는 클래식, 재즈&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LP음반 9000여 장과 다양한 음향장비를 전시, 판매한다. 2층은 1만6000장에 달하는 CD와 더불어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이용시간 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현대카드 미소지자도 입장 가능)
◇ 한국·태국의 퓨전 레트로 맛집 ‘동남아’
태국요리전문점 ‘동남아’의 입구. 세월이 켜켜이 쌓여 낡은 검푸른색 철문을 활짝 열면 레드벨벳 커튼과 이국적인 샹들리에가 맞이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 오묘한 식당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태국 연회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로, 동남아 여행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표현했단다. 메인 홀 외에 공간을 다양하게 나누었는데, 룸마다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대중탕 욕조(?)를 연상케 하는 앞마당의 테이블은 겨울철 식사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기 메뉴인 꽃게와 커리로 맛을 낸 ‘뿌빳 퐁 커리’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등 현지 셰프가 요리한 다양한 오리지널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3-6 이용시간 매일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주말 제외)
◇ 도도한 모던걸의 화려한 외출 ‘경성의복’
익선동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개화기풍의 원피스와 정장을 입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궁 일대에서 한복 체험을 하듯, 이곳에서는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레트로 감성을 한껏 즐기는 것이 트렌드. ‘경성의복’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복고 의상과 셀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구비돼 있다. 고풍스러운 원피스와 장신구로 치장하고 모던걸이 되어 거리를 누벼보는 것 어떨까?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2층 이용시간 매일 10:00~20:00
가격 의상대여(의상·장신구·모자·기타소품) 3시간 3만 원/6시간 4만 원/하루 4만5000원/1박2일 5만 원
◇ 딸과 데이트하는 날엔 ‘경양식 1920’
1980년대 전후, 가족외식 하면 떠오르는 경양식집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경양식 1920’. 레트로 거리로 유명해진 인선동 골목에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함께 올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추억의 메뉴들을 불러왔다. 24시간 숙성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실제 방문한 고객들을 살펴봐도 젊은 연인부터 엄마와 딸,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사이드 메뉴로는 1980년대 경양식집에서 맛보던 수프와 멕시칸 사라다(샐러드)를 선보인다. 특별한 날에는 하우스 와인 한 잔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이용시간 평일 12:00~22:00, 주말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주말 제외)
◇ 뒹굴뒹굴 잠시 쉬어가는 ‘만홧가게’
과거 만화잡지 ‘챔프(CHAMP)’를 비롯해 ‘우주소년 아톰’,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에 방문한다면 런치스페셜(라면·즉석밥·계란·김치/단무지+만화 1시간, 6000원)로 이용해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영업시간 11:00~23:00 가격 1인 기준 10분당 500원, 좌석(주말 및 공휴일) 2000원
동년기자가 직접 다녀온 레트로 핫 플레이스
◇ 최원국 동년기자/ 돌고 도는 레트로 액티비티 ‘자이언트 롤러장’
부천의 레트로 명소 ‘자이언트 롤러장’.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 인파가 붐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부천의 ‘자이언트 롤러장’이 유명했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복고풍에 맞춰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0년 전 롤러를 타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이 찾는 듯하다. 롤러장의 경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DJ가 있어 음악에 맞춰 롤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곳곳에 간식을 판매하는 매점을 이용하면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니어라면 친구 또는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위치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376 지하 1층 1일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영업시간 평일 12:00~22:00(무제한 이용), 주말 10:00~22:00(3시간 이용)
◇ 윤영애 동년기자/ 시간이 머무는 곳, 우유 카페 ‘희다’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하얀 3층집, 카페 희다. 낮은 계단을 테라스 삼아 나무 소반에 왕골방석이 놓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젠가 분명 와본 듯 너무나 친숙한 느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냄새도 나는 듯하다. 높다란 1인용 앤티크 의자, 사각밥상 테이블, 양은 개다리소반, 자개문양 화장대와 거울, 낡은 찬장과 괘종시계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낡은 물건들에게 속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 있다가 여기로 왔니?’ 메뉴를 보니 우유가 주다. 기본 우유에 커피, 홍차, 말차, 페퍼민트, 미숫가루까지 6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옥춘당 때때사탕과 큼직한 레몬 마들렌도 있다.
프런트의 젊은이에게 주문을 하고 대표님이 누구시냐 물으니 본인이란다. 긴 생머리가 멋진 나두리 대표 역시 작년 7월 오픈 이래 가장 연로한 리포터가 왔다며 빙긋 웃는다. 주고객은 복고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고, 우연히 동반한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시 와서 단골이 된단다. 대부분의 물건은 나 대표 할머니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는 고객의 평이 가장 맘에 든단다.
느슨한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 콘셉트였다는 나 대표의 의도는 조용한 음악과 소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갓 씌운 백열등, 도자기, 왕골바구니, 낡은 찬장 속 오래된 커피 잔과 유리컵까지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정겹다.
‘희다’는 기쁘다[喜]와 많다[多], 즉 기쁨이 넘치는 곳 혹은 우유의 하얀 빛깔을 뜻한다. 오래됨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 카페 한편에 ‘검다’라는 글자가 쓰인 화분을 가리키니, 개업 후 “희다인지, 검다인지 카페는 잘돼가냐?” 했다던 아버님의 조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창밖 현관 옆에는 ‘웃다’라는 이름의 화분도 있다. 잠시 후 혼자 들어온 고객은 동네 주민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다 들렀는데 편안하고 조용하다면서 레트로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흡족해한다.
바람 불고 서늘한 가을의 어느 날, 논현동 도심 한복판에서 어릴 적 시골집을 본 듯하다. 500㎖의 대용량 미숫가루우유는 인심만큼 넉넉하다. 남겨온 때때사탕을 구순 노모에게 드리니 어디서 이런 사탕을 사왔냐며 좋아라 하신다. 시간이 멈춘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다녀온 것처럼 왠지 마음이 따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층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내 재산을 후대에 잘 이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이번에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놓은 세계 부호들이 준비하는 인생 마무리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세상 돈 많기로 소문난 부자들 미담 대부분 역시 돈. 똑똑하게 굴려놓은 재산을 내 자손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가 쓸 수 있도록 물려주는 부자 이야기를 한 번 들여다보자.
죽기 얼마 전 유언장 다시 쓴 리처드 커즌스 회장
작년 12월 31일. 호주 시드니 근교에서 관광용 수상 비행기가 추락해 조종사 포함 6명이 전원 사망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세계 최대 식음료 출장 서비스 업체 영국 컴퍼스 그룹의 리처드 커즌스(58) 회장 일가족이었다. 두 아들은 물론 커즌스의 약혼녀, 약혼녀의 딸까지 한날한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기업 회생 전문가였던 커즌스. 그는 생전 기울어가는 회사들을 살리고 고용 안정을 이끌어내던 탁월한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사고 후 잊히는가 싶었던 커즌스 회장의 이야기가 8월 말 해외토픽을 타고 날아들었다. 그가 남긴 유산 4100만 파운드(약 600억 원)가 영국에 근거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기부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초 커즌스는 두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죽기 1년 전 혹시 두 아들과 자신이 모두 죽게 될 경우 재산 대부분을 옥스팜에 기부하겠다는 ‘공동비극조항’을 유언장에 삽입했던 것. 사고만 없었더라면 훗날 두 아들이 받을 유산이었다. 그렇다면 왜 커즌스는 옥스팜을 굳이 지목했을까?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옥스팜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기구다. 그러나 2011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구호 현장에서 벌어진 옥스팜 활동가의 성 매수 파문으로 도덕적 치명타는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로써 7000여 명의 정기후원자가 집단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고인의 유언 덕에 기적적으로 구호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유언에 따른 커즌스 회장의 기부 소식과 함께 옥스팜 이름이 거론되면서 스캔들 때문에 잠시 잊었던 구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아니었을까.
내 재산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작년 7월 미국 CNBC의 에미 마틴 기자가 CNBC 인터넷 판에 쓴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기로 한 7명의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통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녀의 68%가 상속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부모는 40%만이 자식에게 유산 상속 용의가 있다고 했던 것.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투자 왕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선언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들은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말을 했다. 게이츠는 “부모가 남긴 돈을 자식들이 온전하게 지킬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인생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버핏 또한 1986년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충분한 돈을 남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의 유산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는 2011년 영국 ‘데일리메일’을 통해 “재산 810억 달러 중 자녀 3명에게 각각 소량의 돈을 상속할 것”이라고 했다. 버핏 또한 3명의 자녀에게 각각 20억 달러만 남겨줄 계획이라고.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의 개인 재산은 올해 기준 840억 달러다. 게이츠 부부는 2000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질병과 가난, 굶주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후 버핏도 막대한 재산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죽은 부인의 이름을 딴 ‘수잔톰슨버핏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기부액만도 34억 달러다.
유산을 자식에게 남기지 않겠다는 또 다른 이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크다. 2015년 첫딸 맥스가 태어났을 때, 그와 아내 프리실라 저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딸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기를 원하기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말이다. 딸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모든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이 젊은 부호 부부의 생각이었다.
영국의 인기 셰프 고든 램지 또한 순순히 남매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4남매는 각자 일을 해서 교통비와 전화사용료를 낸다고. 단, 남매들이 각자 자립할 때 아파트 보증금의 25%는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자녀들이 밥 먹는 일도 흔하지 않은 일이고 여행할 때 일등석에 태우는 일도 결코 없다고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캐츠’의 유명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 또한 2008년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가 벌어들인 돈을 극장에 투자하고 음악가를 돕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영국 가수 스팅 또한 상속 대신 기부를 선택한 인물로 꼽힌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회장의 은퇴 계획
중국 IT업계 거물이자 세계적인 유통 사이트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馬雲·54) 회장이 내년 9월 10일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윈의 쉰다섯 살 생일이자 친구 17명과 함께 중국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연매출 41조 원, 지난해만 3300명이 훨씬 넘는 일자리를 창출해낸 마윈은 종종 은퇴에 관한 얘기를 해왔다. 구체적인 날짜와 시기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와 맞물려 그가 꺼낸 카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자선사업이다. 최근 알리바바가 공식 웨이보에 공개한 마윈의 새 명함에는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그 자리에 ‘교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나이’라는 문구와 함께 ‘알리바바 탈빈곤펀드 주석’, ‘마윈 공익펀드 창업자’, ‘농촌교사대변인’ 등 자선사업 관련 약력이 눈에 띈다. 마윈은 이미 2014년도부터 마윈재단을 설립해 농촌의 교육 환경 개선과 자선사업에 불을 지피고 있다. 평소 롤모델을 빌 게이츠라고 말해왔던 마윈이기에 자선사업과 관련한 은퇴 계획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포브스’가 집계한 마윈의 재산은 43조 원에 달한다.
한국 부자들은 어떻습니까?
상속이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 혹은 은퇴 후 재단을 설립해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과 승계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사회 환원에 대한 고민이 전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한다. 상속과 관련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견은 지난해 1.5%에서 8.7%로 7.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사회 환원 의향이 17.4%에 달했다. 자식이 아닌 사회를 위한 기부에 자산가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부금액은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23위다. 자산가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에서도 기부왕이 나왔으면 한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는 토란과 느타리버섯으로 만든 ‘토란탕수’는 서양식 미트볼처럼 즐기면서도 칼로리 걱정을 덜 수 있다. 두부를 넣어 고기로 맛을 낸 일반 미트볼보다 더욱 부드럽고 담백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는 요리다.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토란탕수와 함께 ‘표고버섯 토마토 스파게티’로 적절히 탄수화물을 보충해 영양 균형을 맞춘다. 일반적인 볼로네즈(다진 고기와 토마토로 맛을 냄) 소스의 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씹는 맛을 더해준다. 양식에서 로메인 상추를 이용하는 시저샐러드에 착안해 속이 달고 맛있는 알배추로 사찰식 샐러드를 만든다. 혈액순환과 자양강장에 좋은 오미자차를 마시면 기운을 북돋을 뿐만 아니라, 와인 잔에 따라 내놓으면 다른 메뉴와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양식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토란탕수 토란 6개를 껍질째 찜통에서 20분 정도 찐 다음, 껍질을 벗기고 뜨거울 때 으깨준다. 두부(1/4모)는 끓는 물에 데쳐서 물기를 제거해 으깬다. 당근(1/4개)과 느타리버섯(3개)을 다져 준비한 토란 두부를 넣고 들기름과 간수 뺀 소금을 약간 넣고 간을 해 섞는다. 잘 섞인 재료들을 전분을 묻혀 미트볼 형태로 동그랗게 빚은 뒤 기름에 튀겨낸다. 간장(2큰술), 유자청(2큰술, 설탕대용), 배즙(2큰술), 식초(4큰술), 케첩(2큰술)을 넣어 만든 소스와 튀겨낸 재료를 버무려 완성한다.
표고버섯 토마토 스파게티 끓는 물에 스파게티면(400g, 4인분 기준)을 넣고 8분간 삶는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양파(50g)를 볶다가 방울토마토와 으깬 토마토(800g)을 넣어 10분간 끓이다 모둠버섯(느타리버섯 3개, 새송이버섯 1개, 표고버섯 2개)을 넣는다. 준비된 소스와 면을 볶은 뒤 접시에 담아낸다. 바질(2줄기)과 파슬리(1줄기)를 잘게 다져 송송 뿌려 완성한다.
알배추(사찰식) 시저샐러드 마요네즈(350㎖)와 디종 머스터드(150㎖), 다진 케이퍼(1작은술)와 다진 파슬리(1작은술)를 골고루 섞은 뒤 레몬즙(1작은술), 곱게 간 파르메산치즈를 넣어 시저드레싱을 만든다. 알배추를 반으로 갈라 속이 보이도록 접시에 올린 뒤, 드레싱을 뿌려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샐러드에 방울토마토나 치즈, 파프리카 등을 더한다.
오미자차 오미자를 깨끗하게 세척한 뒤 생수에 넣어 12시간 정도 우린다. 너무 오래 우리면 쓴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