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록! 따뜻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차갑게 얼어 있던 몸을 녹여준다. 면을 힘껏 빨아올리자 국물이 얼굴을 때린다. 조금 튄 국물이 대수인가. 통통한 면발을 한입 오물거리다가 삼키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쫄깃하고 깔끔한 우동을 맛보고 싶다면 ‘카덴’을 추천한다.
‘카덴’은 JTBC 에서 얼굴을 알린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우동 가게다. 일본 유학 시절 관심을 갖게 된 우동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차리게 됐다. 서교동 본점에 이어 연희동에 2호점이 생길 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레스토랑 가이드북 ,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인 에 등록된 맛집으로 맛은 이미 보장된다고 할 수 있겠다. 가격은 6500원~1만2000원 사이로 부담스럽지 않다.
정성이 담긴 우동 한 그릇
일본 우동은 지역에 따라 육수를 내는 방법과 면의 종류가 다양하다. 가가와의 사누키 우동, 아키타의 이나니와 우동, 군마의 미즈사와 우동이 일본의 3대 우동으로 꼽힌다. ‘카덴’은 오사카 쪽으로 오면서 발달한 관서지방식 우동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사누키 우동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러우면서 떡처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면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 물, 소금으로 반죽한 뒤 4시간 정도 1차 숙성을 거친다. 이후 발로 치대면서 반죽을 하는데 이때 체중이 실린 발이 반죽 속 공기를 최소화시켜 탄성을 높여준다. 이 반죽을 다시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눠 12시간 숙성시키면 진정한 ‘카덴’의 면발로 탄생한다. 여름에는 10분, 겨울에는 13분 정도 삶아내는 과정을 통해 면발의 식감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우동은 국물의 맛 또한 중요하다. 카덴은 멸치, 고등어, 가다랑어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여기에 완도산 다시마와 말린 밴댕이 디포리를 사용해 진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우스구치(국간장)를 사용해 간을 맞춘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가키아게 우동(7000원)을 주문하면 우동과 가키아게가 따로 나온다. 정호영 셰프는 “튀김을 국물에 넣어두면 눅눅해지기 때문에 따로 내놓는다. 튀김을 어느 정도 먹다가 국물에 넣어 먹으면 튀김의 맛과 기름이 섞여 농후한 우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색다른 맛의 매력, 자루우동
자루우동(7000원)은 고이구치(진간장)와 육수를 섞어 만든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우동으로 따뜻한 국물에 담겨 나오는 우동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실파, 생강, 간 무를 입맛에 맞게 소스에 넣고 면을 살짝 담갔다 먹으면 된다. 얼음물에 헹궈낸 쫄깃한 면발에 짭짤한 소스와 건더기가 달라붙어 감칠맛을 낸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73
예약 및 문의 02-337-6360
운영시간 평일 11:30~22:00 (15:30~17:30 브레이크타임) 토요일 11:30~21:30 일요일 휴무
가을은 유독 ‘고독’의 정취가 느껴지는 계절이다. 왕왕거리던 여름을 지나, 낙엽 같은 트렌치코트를 휘감고 조용히 무드를 즐기고만 싶다. 이때 한껏 분위기를 내려면 와인 한 잔 정도는 즐겨야 하지 않겠나. 여기에 고급스러운 재료로 풍미를 살린 생면 파스타는 또 어떤가? 분위기, 와인, 맛, 이 세 가지를 만족스럽게 채워줄 맛집 ‘와인 북 카페’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와인 그리고 책이 어우러진 풍경
‘와인 북 카페(wine book cafe)’는 와인과 북(책)이 들어간 레스토랑의 이름처럼, 740여 종의 와인과 300여 권의 와인 서적을 갖추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이래로 그동안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올해
7월에는 보유 중인 우수한 와인 리스트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와인 전문 매거진 가 주최한 레스토랑 어워즈에서 ‘Two Glass’를 획득하며 ‘BEST OF AWARD OF EXCELLENCE’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국내에서는 7곳뿐이라고). ‘와인 좀 안다’고 자부하는 이라면, 꼭 한번 들러 이곳의 내공을 체감해보길 바란다.
와인과 함께 익어가는 빈티지 인테리어
가게를 둘러보면 오래된 레코드판, 축음기, 진공관TV, 턴테이블 등 빈티지한 소품들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중앙에 매달린 양면시계는 실제 파리 전철역에 걸려 있던 시계라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처럼, 구석구석 빛바랜 물건들이 이곳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또 책장에 무심하게 꽂혀 있는 책들은 여느 레스토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묘한 편안함을 준다. 침침한 조명, 어두운 나무 테이블과 바닥 그 안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것은 투명한 와인 잔들.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과 음식,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더없이 좋은 분위기다. 음식만 즐기러 갔더라도 어쩐지 와인 한잔 따르고 싶어지는 묵직한 정취가 느껴진다. 혹시 와인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고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곳 소믈리에의 조언을 받아보자. 평소 취향이나 입맛, 곁들이는 메뉴 등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줄 것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생면 파스타 요리
이곳의 이름을 다시 정한다면 ‘와인 북 그리고 파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준급 생면 파스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재료나 소스 등도 특별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면이 아닌 생면을 사용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파스타 면은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만들고 있다. 전진하 셰프는 “생면 파스타 반죽은 밀가루와 달걀노른자로 만든다. 그 외에 물, 달걀흰자 심지어 소금도 넣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파스타는 일반 건면 파스타와 식감이 다르고, 또 다른 생면 파스타에 비해 단단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잘 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 셰프는 레드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로 이탈리아산 제철 생송로버섯이 가득한 피에몬테식 타야린 생파스타를, 화이트와인과 어울리는 메뉴로 마스카르포네 감자퓌레로 속을 채워 바질페스토에 버무린 라비올리를 추천했다. 사실 단골들은 메뉴북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계절마다 제철 재료에 따라 메뉴가 리뉴얼되기도 하고, 또 그날그날에 따라 와인과 메뉴를 제안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특별히 꽂히는 게 없는 날엔 이곳 셰프와 소믈리에의 안목을 믿고 과감히 테이블을 맡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주소 강남구 논현로 149길 5 배전빌딩 1층(학동역 7번 출구와 압구정역 4번 출구 사이, 을지병원 사거리 SK주유소 옆) 운영 시간 오후 5시 30분~새벽 1시 30분(일요일 휴무) 예약 문의 02-549-0490
걷기 좋은 골프장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카트를 타고 이동하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동료와 수다를 떨며 걸어보자.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과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골프장, 알펜시아 700 GC를 소개한다.
2016년 11월, 경기도 광주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연결되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덕분에 강원도 골프장으로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졌다. 예전엔 강원도 한번 가려면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평창까지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대관령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사계절 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건설됐다. 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잘 관리된 골프장까지 갖추었으니 레저활동을 좋아하는 방문객에겐 안성맞춤이다. 당일치기가 무리라면 알펜시아 리조트 내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에스테이트, 리조트, 콘도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이용해보자. 머무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대관령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질 것이다.
국내 최초 레플리카(Replica) 코스
아무리 골프가 좋다고 해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라운딩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땀에 젖어 딱 달라붙은 옷은 스윙을 불편하게 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는 미간을 저절로 찌푸리게 한다. 이런 날씨에도 쾌적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이 있다. 바로 대관령 해발 700m에 자리 잡은 알펜시아 700 GC.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쾌적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도 20도를 약간 웃도는 기온과 대관령의 선선한 바람은 이따금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준다.
골프 마니아라면 한 번쯤 세계 곳곳의 유명 골프장에서 샷을 날리는 꿈을 꿔봤을 것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내의 알펜시아 700 GC(72파, 6659야드)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그 꿈을 실현해주는 특별한 골프장이다. ‘골프의 성지’라 불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12번 홀, 골프 전문잡지 가 선정한 세계 1위 코스인 파인밸리의 5번 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의 11번 홀 등 이름난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을 재현해 18홀을 구성했다. 이 중에는 소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코스도 있다. 1998년 박세리가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펼치며 우승을 거머쥔 블랙울프 런의 2번 홀, 최경주가 한국인 최초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리시 턴 골프클럽의 10번 홀 등이다.
알펜시아 700 GC의 또 다른 매력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골프장 관계자는 “11번 홀에선 스키점프대를 바라보며 샷을 할 수 있다”며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홀로 꼽았다. 로열 트룬 골프클럽 7번 홀에서 영감을 얻은 11번 홀은 탁 트인 그린과 알펜시아 리조트의 자랑인 스키점프대가 어우러져 알펜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전경을 연출한다. 국내 유일의 바이애슬론 경기장과 스키점프대 등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바라보며 샷을 할 수 있는 골프장은 알펜시아 700 GC가 유일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8홀을 모두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에서 4시간 반. 큰 언덕이 없고 완만해 산책하듯 라운드하기 좋다. 4번과 14번 홀 앞의 그늘집에선 시원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구매할 수 있으니 중간중간 체력을 충전하도록 하자.
이용 정보
주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솔봉로 325
전화번호 033-339-3711
이용요금 주중 13만원 주말 16만원 (성수기 16만원)
캐디피 10만원/팀
카트피 8만원/대(5인승)
평일에 방문하는 여성 골퍼에게는 그린피를 25% 할인해준다.
셰프가 꼽은 골프장 대표 메뉴 - 맛과 자연을 담은 황태짬뽕
강원도 대관령의 특산물인 황태를 주재료로 한 황태짬뽕(1만3000원)은 알펜시아 700 GC의 대표 메뉴다. 낮엔 따뜻하고 밤에는 추운 대관령의 큰 일교차는 보들보들하고 고소한 황태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의 황태짬뽕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말려진 대관령 황태와 쫄깃한 오징어, 새우, 홍합,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담아냈다. 운동 후에 먹는 따끈한 황태짬뽕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총주방장 윤영범씨는 “황태로 우려낸 담백한 맛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황태는 알코올 해독 능력이 뛰어나 숙취 해소에 좋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좋은 음식”이라 소개했다. 황태짬뽕의 뒤를 잇는 메뉴는 뚝배기 오삼불고기(1만3000원). 자연송이가 들어가 향이 일품인 오삼불고기 한 상이면 허기진 배를 충분히 달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 공간으로 방치되었던 옥상이 요즘은 간단한 주류나 음식을 파는 ‘루프톱 바’ 또는 ‘루프톱 카페’로 변신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경치와 도시의 야경은 루프톱의 인기 비결이다. 올여름, 에어컨 바람이 지긋지긋하다면 루프톱에서 야경과 시원한 자연바람을 벗 삼아 한여름 밤을 지내보는 건 어떨까?
스카이야드(SKYARD)
서울 광진구를 지나다 보면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이 눈에 쑥 들어온다. 바로 아차산 위에 자리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구 W 호텔)이다. 나무와 식물이 공존하는 ‘스카이야드(SKYARD)’는 그 이름처럼 하늘 위의 마당 같은 느낌의 루프톱 바다. 저녁 8시부터 켜지는 조명과 잔잔한 클래식은 선베드, 그네 의자, 테라스 등 각종 휴식시설과 어울리며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과 녹색 빛으로 물든 광진교,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롯데월드타워는 루프톱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의 멋을 한층 더해준다. 피로를 풀어줄 풋스파는 덤. 루프톱 이용객은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료로 족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야드에서는 음료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한다. 얼음통에 담긴 캔맥주와 주스는 여름밤의 무더위를 날려준다. 안주로는 견과류, 치즈스낵, 쿠키가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스카이야드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비스타 워커힐 서울 4층)
버티고 (VVertigo)
여의도 고층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아름다운 야경과 라이브 밴드 음악에 취해보자. 더운 날씨와 지친 일상에 청량감을 더해줄 시원한 칵테일과 호텔 셰프가 준비한 다양한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콘래드 서울 9층)
파노라마 라운지 (Panorama Lounge&Bar)
이번엔 숭례문이다. 서울의 정문, 국보 1호인 숭례문은 16층에 위치한 파노라마 라운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최근 새롭게 준비한 프로모션 ‘썸머 바비큐 패키지’를 통해 최상층 루프톱에서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바비큐 플래터와 무제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58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호텔 16층)
더 그리핀 (The Griffin)
11층에 마련된 루프톱 테라스에선 흥인지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옆으로 보이는 서울성곽길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동대문의 멋진 파노라마 뷰를 완성한다. 근사한 야경을 배경으로 코리아컵 우승자인 바텐더가 제공하는 맛있는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279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11층)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 바
낮은 주택가에서 높이 솟은 강남의 빌딩이 도심의 밤을 환하게 비춘다. 호텔 카푸치노 루프톱만의 자랑인 20여 종의 가니쉬와 다양한 칵테일.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멋진 야경을 안주 삼아 한잔 기울이기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55 (호텔 카푸치노 17층)
한낮, 때로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집 근처로 잠깐 나가 점심 한 끼 맛나게 먹고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국 오전 내내 집안일을 마치고 아침에 가족들이 남긴 음식들을 냉장고에서 무심히 식탁에 꺼낸다. 집에서 대충 때우는 점심이 급기야는 맥빠진다. 그렇다고 배달음식은 내키지 않는다. 아줌마도 가끔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의 식사라도 여유롭고 풍성한 기분이 드는 밥상이었으면 할 때가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로 슬슬 걸어 나가 음식점 창가에 앉아 한낮의 햇살을 바라보며 주문한 음식을 조용히 혼자 먹는 상상을 해본다. 약속이 없어도 누군가가 차려주는 점심상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물론 가정식 백반과 같은 메뉴는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그런 곳을 발견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 중심가의 번쩍거리는 빌딩 거리가 아닌 한 블록쯤 들어간 뒷골목의 도로변에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실내가 넓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주방과 홀을 씩씩하게 오가는 젊은 청춘들이 이 음식점의 셰프들이었다. 요리를 공부한 가까운 친구들 넷이 의기투합해 이 음식점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파스타의 값이 고급 레스토랑의 절반 가격인 데다 맛도 꽤 좋았다(평일 점심에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 그래서 파스타나 피자가 생각날 때면 가까운 친구나 이웃들과 편한 마음으로 몇 번 가봤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점심 무렵이라서 몇몇 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달 만에 만난 그분과 회포를 풀면서 바라보는 창밖 거리는 어느덧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이 오가는 활기찬 풍경을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바라보았다.
함께 세월을 보내며 지금껏 이어져온 이웃이 있어서 이럴 때 좋다. 식전 빵과 커피 서비스도 이어진다. 일명 혼밥이 유행하는 요즘 동네 골목에서 친구나 이웃을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도 활력소가 된다. 그 자그마한 공간에서 몇 시간 편안히 즐거울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선 맛집의 첫째 조건으로 손색없이 맛있었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도 될 만큼 저렴한 가격대가 마음에 든다. 동네라서 편안했던 그 집이 가까운 데 있어서 다행이었고. 물론 그래서 조용히 혼밥도 가능할 만큼 거리낌이 없어서 또한 좋다.
몇 달 만에 찾아갔던 날도 문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셰프복을 입고 서빙하는 젊은 청춘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온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오면서 혹시 이 집이 없어졌을까봐 걱정했어요." 했더니 "하하하, 네. 잘 버티고 있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고 건강해서 기분이 좋다. 젊은 청춘들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누구라도 가끔씩 찾아와 가볍게 한낮의 식사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이 집이 쭈~욱 번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지난해 대한불교조계종단으로부터 최초로 ‘사찰 음식 명장’을 수여받은 선재 스님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요즘 가장 치열하게 식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현재에 던지는 화두처럼 들려온다. 셰프가 TV 스타가 되고,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요리를 소재로 만들어지고,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진 요즘 과연 우리가 먹는 것은 제대로 된 음식일까? ‘우리는 음식을 왜 먹는가?’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힘이 넘친다. 조계종에서 인정한 최초의 사찰음식 명장 선재 스님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에너지가 넘쳤다. 사찰음식에 담긴 조화의 힘이 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불경에는 놀랍게도 음식에 관한 가르침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음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철학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조리법, 음식 손질과 보관법, 주방 설치법, 먹는 법까지 세세하게 쓰여 있습니다. 특히 에 나오는 ‘일체 제법은 식(食)으로 말미암아 존재하고 식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경구는 부처님이 음식을 굉장히 중요한 가르침으로 다루셨음을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불경에서부터 귀하게 다루었던 식문화를 확인한 선재 스님은 문헌 연구를 거듭하였다.
그리고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며 발표한 ‘사찰음식문화연구’ 논문은 그동안 스님들에게만 전수되던 사찰음식에 관한 최초의 논문으로 기록됐다.
음식으로 다시 생명을 얻다
그러나 사찰음식 연구는 선재 스님에게 큰 시련을 안겨줬다. 연구를 하면서도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에서 아이들의 수련교육을 맡았는데 교육의 좋은 결과에 반한 기관과 학교들에서 수련교육 요청이 빗발쳤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지자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고 음식의 질도 신경 쓰지 않고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일이 거듭됐다. 그러자 기운이 없어졌고 어느 날 주저앉아버렸다. 병원에 가자 의사가 간경화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1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난데없이 시한부 인생이 된 것이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힘없이 누워 있는데 문득 제가 쓴 ‘사찰음식문화연구’ 논문이 생각났습니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논문을 꺼내와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논문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쓰고도 정작 나는 글대로 살지 못했구나, 부처님 법대로 살지 못해 아픈 거구나, 그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의 법을 그토록 연구했음에도 자신은 정작 실천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스님은 남은 시간을 부처님의 법대로 철저하게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 제철 음식, 때에 맞는 음식, 깨끗한 음식으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로 채워진 일상의 습관을 바꾼 것이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고 일상의 습관을 바꾼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에너지 넘치는 스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선재 스님의 두 번째 삶은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간에 항체가 생기는 기적과 함께 시작됐다.
꿈꾸는 삶, 사찰음식에 다 있다
선재 스님의 두 번째 삶에는 사찰음식의 전파가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스님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사찰음식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고 프랑스 파리 오이시디 주재 한국대표부에서 행사를 가졌다. 최근 세계 3대 요리의 나라 프랑스는 물론 독일, 미국, 베트남 등 전 세계에서 선재 스님을 찾고 있다. 사찰음식이 갖고 있는 현대 식문화에 관한 대안적 성격을 요리 문화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해외에 초대받아 갈 때 저는 음식만 가는 게 아니라 문화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외국에서 사찰음식에 관한 강연을 요청받으면 음식에 대한 얘기와 함께 불교가 갖고 있는 사상에 관한 강연도 함께 하죠. 예를 들면 대웅전의 꽃문살 사진 전시회와 함께 강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언젠가 사찰음식에 관한 칼럼을 써서 강연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한테 미리 공부해서 오시라고 요청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강연이 반응이 좋아서 그해 있었던 그 지역의 해외 행사들 중 가장 훌륭한 행사로 최우수 평가를 받기도 했죠.”
스님이 전파하는 불교 사상의 핵심은 땅, 물, 바람, 동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자연 존중에 있다. 사찰음식이라는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에 대한 고마움과 겸허를 알려주려는 스님의 노력은 파괴적이고 소비적인 작금의 식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육체, 정신, 영혼 모두에 영향을 미쳐요. 몸과 마음도 연결돼 있지요. 음식은 곧 생명, 먹는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과 같거든요. 내가 만든 음식에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사찰음식을 찾는 이유일 거예요.”.
변질된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이 아니다
“사찰음식 문화의 범주를 의식주에서 찾으면 안 돼요. 약에서 찾아야 해요.”
음식을 약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선재 스님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체험한 데서 나온 것이리라. 스님은 제대로 된 사찰음식은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분명 몸에는 좋은 음식이라서 사찰음식이 입에 안 맞더라도 그 사람 몸에 좋다면, 그 사람 생각을 바꿔서라도 먹도록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지금 바깥의 사찰음식을 보면 뭔가 빨리, 뭔가 맛을 내기 위해서 쓰는 것들이 보여요. 그런 건 사찰음식이 아니에요.”
스님은 요즘 사찰음식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상당수의 사찰음식이 사찰음식 본연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스님이 갖고 있는 가치관의 엄격한 면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었다.
“사찰음식을 강의하던 자리였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처음 만든 음식이 야채 샤브샤브였어요. 우리 땅에 나오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데 우리 언어를 써야 맞지 샤브샤브가 뭐냐 싶어서 그 사람에게 직언한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은 기분이 안 좋았겠지만 누군가는 말을 해줘야 해요. 자연음식가라면서 야채 샤브샤브라는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써도 되는지 안타까웠어요.”
스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급식’ 개념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야채는 친환경일지 모르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장은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친환경 급식의 맹점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말아야
“음식에 따라 사람의 성정이 달라집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음식을 짜게 먹으니 마음이 급하고 충청도는 심심하게 먹으니 사람이 순하죠. 육류는 동적인 에너지를 주고 두부는 정적인 에너지를 줍니다. 차를 불가의 대표적 음식이라 하는데, 차와 선은 같은 맛이라는 말이 있죠.”
불교에서 육식과 오신채를 금하기 시작한 것은 모든 생명에 자비심을 가지는 수행자들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조계종이 사찰음식 명장 1호로 선정한 선재 스님의 음식 철학도 “사찰음식에서 육식을 하느냐의 여부보다 어떻게 먹느냐의 문제”에까지 뻗쳐 있다. “내가 무엇을 먹고 살고 있는지 살피며 바른 음식을 먹고 바른 생각으로 살아야 지혜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답니다.” 스님이 음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식의 그런 막중한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육류와 파, 마늘은 수행자가 피곤할 때는 허락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가공식품은 약이 아니라 독이에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장아찌를 만들 때 음료수를 넣어 만들어요. 그렇게 하면 상하지 않죠. 하지만 자연적이라고는 볼 수 없죠. 설탕은 빠르게 흡수되면서 열을 발산하니까요. 저는 일체 안 먹어요. 차라리 깨끗한 생선은 부처님이 허락했지만 이런 건 안 된다고 봐요.”
스님에게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스님은 뭔가를 먹으려 하지 말고 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님은 단언한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첨가제는 먹지 말아야 합니다.”
김치와 장이 수행자의 맛
자연에는 온통 먹을 게 천지에 널려 있다. 그것들은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스님이 선호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김치, 그리고 장. 그게 기본이죠. 나는 김치 속에 간장, 된장, 고추장을 넣어요. 김치에 발효음식을 넣는 거죠. 그래서 과거 스님들이 장을 다섯 말을 담갔다면 나를 만나면서 두 말을 더 담그게 됐어요(웃음).”
스님은 변질되지 않은 사찰음식을 보다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려면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음식의 재료는 또 다른 생명이에요. 그 생명을 내 몸에서 잘 흡수되게 만들려면 중간 역할이 필요하죠. 그것을 장과 발효가 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요즘은 배추에 농약을 많이 쳐서 쓴맛이 나요. 진짜 유기농은 처음도 달고 끝도 달아요. 김치를 담그고 그 쓴맛이 없어지는 때가 오는데, 이는 발효를 통해 중금속이 중화됐기 때문이죠.”
스님은 밥 중에서는 쌀밥을 최고로 친다. 그런데 식은 밥이 아니라 바로 한 밥만을 먹는다고 한다. 바로 한 밥은 3분의 1만 먹어도 에너지가 생기지만 식은 밥은 두세 공기를 먹어도 몸에 흡수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제야 ‘요리사라는 직업은 의사와 같다’는 스님의 말이 이해가 갔다.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철저하게 음식의 효능과 조화를 따지는 그의 모습에서 환자를 살피는 의사의 모습을 본다. 음력 4월은 부처님 오신 달이다. 부처님에게 한 가지 밥과 반찬을 공양하라 하면 선재 스님은 어떤 음식을 만들까?
“우선 참죽나물로 만든 밥이 좋겠어요. 그 이파리를 말려 볶아 으깨서 넣은 밥. 원래 참죽나물은 참선하는 스님들이 먹는다 하여 ‘참중나물’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단백질이 많고 열이 많은 나물이죠. 모든 야채가 냉한데 이건 뜨거워요. 이 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올리면 좋겠어요.”
사찰음식을 만드는 수행자들은 음식이 몸과 마음을 합일(合一)시켜준다는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깨달음은 음식을 통해서도 오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거기에는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명제가 있다. 선재 스님이 만들어준 오색화전과 상추떡을 먹고 나니 왠지 맑은 심성을 되찾아 착한 사람이 된 듯했다. 그리고 평소의 오만함이 무모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스님이 하시는 거 보니 사찰음식 너무 쉬워 보이는데요, 저도 집에 가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기양양한 기자를 보며 선재 스님은 어리석은 중생을 위해 또 한 번 미소를 내어주셨다. 그 사이 봄날 보리사 장독대에서 익어가는 장(醬) 내음은 홍매화 향기 못지않게 코끝을 간질였다.
선재 스님이 가르쳐준 사찰음식
취나물전병, 진달래전병
새알 빚어 꼭꼭 눌러 기름 둘러 지져낸 희고 둥근 반죽 위에 진달래를 꽃피우게 해서 둘둘 말아 김밥처럼 썰면 진달래전병이 되고, 취나물 잎을 얹어 둘둘 말면 취나물전병이 만들어진다.
오색화전
찹쌀가루에 단호박, 비트즙, 쑥즙, 백년초 가루를 각각 섞어 다섯 가지 색을 낸 반죽을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운 뒤 진달래꽃, 제비꽃, 냉이꽃, 민들레꽃 등을 전에 얹으면 오색화전이 만들어진다.
상추전, 취나물전
상추전은 감자를 갈아서 부쳐내고 취나물전은 갈아놓은 호박과 함께 부친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곳곳마다 피어난 꽃구경에 눈이 호강하는 달이다. 이맘때쯤이면 주꾸미도 제철을 맞는다. 한껏 물오른 주꾸미를 더욱 특별하게 선보이는 곳이 있다. 올망졸망 기지개를 켠 꽃송이만큼이나 앙증맞게 짧은 다리를 활짝 편 주꾸미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은 이곳, ‘우미대가왕쭈꾸미’를 찾아갔다.
이 조합이 가능해? 한식과 양식이 한곳에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에 위치한 ‘서오릉(西五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사적 198호로 지정된 명소다. 다섯 능을 돌아보며 걷기에 부담 없어 봄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한 바퀴 산책을 마치고 나면 서오릉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벌고개 인근 식당가를 찾게 된다. 식당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서 쓱 훑어보면 ‘우미대가왕쭈꾸미’ 건물이 눈에 띈다. 개나리처럼 노란 외벽에 갈색 지붕, 파란 창문이 인상적이다. 외관상으로는 카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주꾸미집이라고 하니 조금 의아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주꾸미 집으로 알고 들어서면 또 한 번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이곳의 메뉴 구성이다. 주꾸미와 피자, 불고기와 파스타, 김치말이국수와 꽃 샐러드 등 색다른 조합이 가능하다.
국가대표 셰프가 만드는 요리 앙상블
한식과 양식의 독특한 만남은 총괄 셰프인 조우현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민국요리 대표팀 ‘수라’의 팀장이자 감독을 맡았던 그는 2009 아시아컬리너리컵 대상, 2014 룩셈부르크요리월드컵 은상·동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세계요리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조 대표는 “아무리 톱 셰프일지라도 고객이 만족하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면 최고라 할 수 없다”는 철칙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자 했다.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탄생한 것이 지금의 메뉴들이다. “주꾸미 집에서 파는 피자가 맛이 좋겠어?”라고 시큰둥하다가도 막상 먹어보면 여느 피자 전문점 못지않은 맛에 감탄하게 된다. 오히려 그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피자 반죽만 해도, 취나물을 갈아 넣어 숙성한 도우를 사용한다. 일반 밀가루 도우보다 영양분은 물론, 더 쫄깃하고 담백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시사철 만끽하는 봄기운 한 상
이곳 메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재료가 있다. 바로 ‘식용 꽃’이다. 팬지, 카네이션, 패랭이, 국화, 장미 등 알록달록 꽃들이 피자와 샐러드 등에 올라간다. 크게 맛을 좌우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시각적으로도 예쁘고 기분도 산뜻해지는 요소가 된다. 단골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성은 불주꾸미와 꽃 피자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다.
외식을 하면서 이 세 메뉴를 한 상에서 만나볼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생소한 조합이지만 예상외로 궁합이 잘 맞는다. 매콤하고 쫄깃한 주꾸미볶음을 먹고 얼얼해진 입안을 폭신하고 고소한 피자가 달래준다. 반대로 치즈가 들어간 피자를 먹다가 느끼하다 싶을 때 칼칼한 주꾸미를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특별한 경험의 연속인 이곳에서는 물 한 잔도 평범하지 않다. 생수나 보리차 등 일반 식당에서 내오는 식수가 아닌, 로즈메리 허브차를 제공한다. 찻주전자를 고체 연료 위에 올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차가 따끈하게 유지된다. 티타임을 더 즐기고 싶다면 야외 정원 카페를 이용해보자. 투명한 벽면으로 된 카페에서는 아름다운 봄 풍경이 그대로 한눈에 담긴다.
건강을 위해 도시락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할 것이다. 도시락은 편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만큼 맛과 영양은 부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식사가 아닌 내 건강상태까지 고려한 맞춤 도시락이라면 어떨까? 물론 가장 중요한 ‘맛’을 빼놓을 수는 없다. 프리미엄 도시락 전문점 ‘바빈더박스’에서 찾은 맛과 건강, 그리고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지 제작에 참여한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하며 맛본 도시락 후기까지 담아봤다.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5060세대의 고민 1위는 ‘건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운동이나 음식을 통해 건강을 챙기려는 이는 많지만, 꾸준히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음식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번거로운 일이라 관리에 소홀해져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다. 바빈더박스의 장대근 대표는 이러한 식단 관리의 불편함은 줄이고 맛과 건강을 더할 방법으로 ‘도시락’을 제안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맛과 영양까지 담아내기 위해 ‘건강한 조리법’과 ‘엄선된 식재료’를 원칙으로 삼았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한 후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미슐랭 셰프들에게 요리를 사사한 장 대표는 음식이 우리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길로 운동학을 배우며 헬스 트레이너와 크로스핏(고강도 복합운동) 자격증을 따는 등 음식과 운동 두 분야를 고루 섭렵했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는 개인의 입맛과 건강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상담이 가능하다. 도시락은 원하는 기간, 시간, 횟수 등을 정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어 꾸준한 식단 관리에 유용하다. 장 대표는 “중·장년의 경우 커다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일상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적인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필수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으면서도 자극적인 맛은 줄인 도시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처럼 여기는 도시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수비드(sous-vide, 저온 진공조리) 공법으로 재료의 식감과 영양을 살렸다. 인스턴트 도시락에는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튀김 메뉴가 주로 쓰이지만, 바빈더박스 도시락에는 튀긴 음식은 찾아볼 수 없다. 재료의 수분과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하면 손은 더 많이 가지만 시간이 지나 도시락을 먹어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지 않고, 유기농 채소 등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 ‘도시락이라는 작은 공간에 자연을 가득 담아 정성을 선물하겠다’는 게 그들의 모토(motto)다.
새해를 맞아 건강 식단 관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김홍관 시니어 인턴기자가 나섰다. 직접 자신의 상태를 토대로 상담을 받고 그에 맞춘 도시락을 주문했다. 조리해서 바로 먹지 않는 도시락의 특성상 포장 후 5시간 뒤에 맛보았다.
◇ “비타민과 영양은 올리고, 염분과 당분은 낮추고” (61세 남성 시니어, 기자 본인)
이번 탐방은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수제 도시락 전문점에서 이루어졌다. 자신의 체형, 건강상태, 입맛 등을 고려한 맞춤형 도시락 주문이 가능해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의 식단을 요청했다. 상담 결과 단백질과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굴해산물볶음 도시락을 추천받았다. 신선한 생굴과 더불어 주꾸미, 홍합, 야채 등이 어우러진 메뉴다. 시중에 파는 도시락은 물기가 별로 없는 반면, 본 도시락은 재료 본연의 수분을 함유하는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식감이 부드러웠고 맛도 좋았다. 반찬은 오징어젓갈, 매실절임, 배추김치, 소고기장조림 등이었다. 간이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해 먹기 편했다. 밥은 곤드레나물밥이었는데, 볶음밥처럼 수분이 없고 꼬들꼬들했다. 도시락에 담기 전 팬에 볶아내기 때문인데 상담 시 요청하면 부드러운 밥으로 받아볼 수 있다. 도시락 용기가 환경호르몬이 발생되지 않는 무해한 재질이라 시간이 지나 온기가 없는 음식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도 된다고 한다. 도시락 용기와 포장 디자인은 우리나라 전통 문양인 문창살을 형상화해 고급스러워 보였다. 기본 메뉴에 국물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 역시 컨설팅 과정에서 된장국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주문 메뉴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자가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1만2000원.
◇ “굶지 않고 맛있게 즐기는 다이어트 도시락” (60세 여성 시니어, 다이어트 중)
저칼로리, 저지방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도시락을 주문했다. 컨설턴트는 바빈더박스의 메뉴 중 여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헬스메뉴’를 제안했다. ‘헬스메뉴’는 기름기가 없고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닭가슴살이 담긴 샐러드다.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 미니 양배추, 그린 빈, 방울토마토, 케일, 아마란스 등 신선한 채소와 말린 과일이 들어 있다. 닭가슴살과 채소는 40~60도에서 저온 수비드 공법으로 조리해 수분기가 많았다. 촉촉한 닭가슴살과 신선한 채소 본연의 맛과 향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샐러드드레싱은 과카몰리와 오리엔탈소스가 제공된다. 과카몰리소스는 아보카도로 만들어 걸쭉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오리엔탈소스는 간장을 베이스로 해 가볍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주문한 도시락 가격은 8000원.
△ 도시락 문의 www.babindbox.co.kr
분당점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103-9 (031-704-8180)
홍대점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86 (02-336-8180)
요즘 TV를 틀면 예외 없이 먹는 방송이 나온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제작되는 연예 프로그램의 거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먹방’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다. 왜 이리도 갑자기 방송사들이 ‘먹방’에 사활을 걸게 되었으며, 또한 시청자들은 왜 먹는 방송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먹방’이 늘면서 숱한 ‘먹방’ 스타가 배출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음식점 주방장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셰프’라는 근사한 이름을 달고 등장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연복, 최현석, 오세득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가 되어 TV프로 섭외 1순위가 됐다.
이는 전문적 교육을 받은 셰프들만의 일이 아니다. 대중음식점을 운영하는 백종원 씨는 ‘집밥’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웬만한 연예인은 저리 가라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심지어 요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배우, 가수들까지 가세해 잘생긴 얼굴에 요리까지 잘하는 ‘반칙(?)’을 일삼고 있다.
과거에는 한낮이나 심야시간대에 그것도 상업 방송이 아닌 채널에서 아줌마 요리사가 나와 재미보다는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건조하게 방송되던 요리 프로그램의 이러한 진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갑자기 우리 사회가 먹는 문제에 골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은 우리가 먹고살 만해지니 웰빙이라든가 고급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먹방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의 견해는 다른 것 같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먹방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이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였단다.
그러니까 먹방의 범람은 희망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가 퇴조하는 데 따른 증상의 하나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는 점차 가라앉고 있으며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먹방 프로그램을 보며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기분은 이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주변에서 심정적으로 공유했던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해마다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하고 가족 단위의 외식을 즐기던 문화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패밀리 레스토랑이 자취를 감추고 가족 단위 패키지여행도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먹방의 범람은 역설적으로 해외여행 못 가고, 좋은 음식 먹을 형편이 못 되는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해방구로 작용하는 셈이다. 오늘도 에릭이 조심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삼시세끼’를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형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슬며시 일본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유행하는지 넘겨다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남편이 요리가 유행인 틈을 타 용감하게 우리 집 요리를 거들게 된 것은 흐뭇한 일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알고 나면 그 음식은 다르게 다가온다. 맛도 다르게 느껴지고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음식인문학 여행’은 우리 땅, 우리 음식에 깃든 다양한 인문학적 의미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첫 번째로 강원도 음식을 만나러 간다.
황광해 맛 칼럼니스트
막국수, 감자, 옥수수, 시래기는 먹고 싶어서 먹었던 음식이 아니다. 빈한했던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었던 음식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빈한한 음식은 다이어트 음식이 되었고 강릉, 속초 등 바닷가의 신선한 해물들은 최고급 미식 재료가 되었다. 강릉, 속초를 거치며 가난한 음식, 풍성한 해물을 만난다. 강릉의 반가 음식도 만난다.
◇ 1박 2일 일정
1. 첫날 오전 9시, 강원도로 출발
20명 기준으로 ‘인문학 여행단’이 구성됩니다. 음식평론가 황광해씨로부터 여행길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원을 20명 정도로 한정하는 이유는 조촐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시길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2. 첫날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인제군 용대리 백담사 입구, ‘백담갓시래기국밥’
용대리는 황태, 두부, 버섯이 유명합니다. 용대리 ‘백담갓시래기국밥’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두부, 버섯이 준비됩니다. 메인 음식은 ‘갓시래기국밥’입니다. 주인이 직접 음식을 마련하고 서빙합니다.
3. 첫날 오후 2시~3시 30분,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돌아봅니다. 인솔 팀과 함께 다니셔도 되고, 자유롭게 다니셔도 좋습니다. 마른 건어물이나 젓갈 등 쇼핑도 가능합니다.
4. 첫날 오후 4시 30분~6시, 교산 허균의 호가 된 ‘교산’과 주문진항, 사천진항
‘도문대작’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식객으로 평가받고 있는 허균. 그의 호 ‘교산’은 외갓집인 강릉 ‘교산’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버지 초당 허엽은 삼척부사 시절 ‘초당두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교산’과 ‘도문대작’ 그리고 초당두부와 방풍나물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인근의 주문진항, 아름다운 사천진항을 돌아봅니다.
5. 첫날 오후 6시 30분~9시, 강릉 교동 ‘기사문’의 저녁식사
동해안 해산물을 자유롭게 사용해 수준급의 해물요리를 내놓는 ‘기사문’에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회, 튀김, 조림 요리, 한국식 초밥, 볶음 등등 동해안 해산물을 이용한 풍성한 해물 요리를 만납니다. 와인, 증류 소주, 강릉 ‘버드나무 블루어리’의 수제맥주 등 주류도 제공됩니다. 메뉴는 11월 동해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6. 첫날 저녁, 프리미엄 펜션에서 1박
바다와 산이 보이는 럭셔리한 펜션에서 강원도의 밤을 맞습니다. 1인 1실이 원칙이나 부부, 친구 등 원할 경우 2인 1실로 마련합니다. 숙소 관련 참고. www.pinehill.kr
7. 둘째 날 오전 8시 30분~10시, ‘기사문’의 아침 해장국
아침 해장은 ‘기사문’의 셰프가 마련한 ‘생선누룽지탕’입니다. 시원한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출발.
8. 둘째 날 오전 10시 30분~12시, 강릉 ‘선교장’ 방문
‘열화당’ 등 의미가 있는 한옥, 정자 등이 많습니다. 반가의 전통이 살아 있는 ‘선교장’에서 산책을 합니다. 역시 인솔 팀과 동행도 가능하고 자유로운 산책도 가능합니다.
9. 둘째 날 12시 30분~오후 2시, ‘서지초가뜰’의 점심식사
창녕 조씨 가문의 음식입니다. 반가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못밥, 질상 등의 이름을 가진 독특한 음식입니다. 깊은 산골의 반가 음식을 만납니다.
10. 둘째 날 오후 2시, 서울로 출발
서울 도착 오후 6시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간단한 간식이 마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