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하지만 생식기 질환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수술 부담 등으로 말 못 할 고민으로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요도를 압박해 소변길이 좁아지면서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이동환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잔뇨감, 야간뇨, 빈뇨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감추고 미루기보다는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가듯 정기적으로 비뇨기과를 찾아 배뇨와 전립선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치하면 요로결석 등 원인… 전립선암 발생과는 상관없어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생식기관이다. 방광 아래에 위치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감싸고 있다. 배뇨와 생식기능에 관여하고 무게는 15~20g, 길이는 4㎝, 폭은 2㎝ 정도로 ‘호두’만 한 크기다.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은 크게 소변을 볼 때 느끼는 배뇨증상과 소변이 방광에 찰 때 느끼는 저장증상으로 구분한다. 배뇨증상은 소변 줄기가 약해지는 약뇨, 배뇨 시작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주저, 소변을 본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다. 저장증상은 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고 느끼는 빈뇨,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야간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운 요절박 등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 방광 속에 정체돼 있는 소변으로 인해 방광염이나 요로결석이 발생하고, 더 진행하면 신장 기능이 악화하면서 신우신염이나 급성전립선염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립선암 발생과는 상관이 없다.
간혹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가 발생해 응급실에서 소변줄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 마신 후나 감기약 복용 후 이러한 급성 요폐가 많이 생기는 만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음주를 피해야 한다.
◇약물치료 우선 적용, 증상 개선 없으면 수술 고려
전립선비대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전립선 근육의 긴장을 완화 시켜 소변 배출을 돕는 알파차단제와 호르몬 분비를 줄여 전립선비대를 막는 호르몬억제제 등으로 이뤄진다.
수술은 약물치료로도 증상 개선에 효과가 없거나 불편감이 계속되고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나 혈뇨가 지속될 경우 고려할 수 있다. 수술치료는 경요도적전립선절제술(TURP)과 전립선동맥색전술(PAE)이 대표적이다.
경요도적전립선절제술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은 뒤 내시경에 부착된 특수기구를 사용해 커진 전립선 조직을 긁어내 좁아진 요도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KTP레이저 수술과 홀뮴레이저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KTP레이저 수술은 내시경을 통해 레이저 고열로 전립선 조직을 태워 없애 요도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홀뮴레이저 수술은 전립선을 감싸는 맨 바깥의 막과 비대해진 전립선 사이를 통째로 분리해 몸 밖으로 제거한다.
◇고령·수술 부담으로 ‘전립선동맥색전술’ 新대안 부상
최근에는 전립선절제술에 대한 부담 등으로 전립선동맥색전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전립선동맥색전술은 수술에 대한 부담은 물론 전신마취나 피부절개로 인한 흉터와 출혈 등의 걱정 없이 빠른 회복으로 일상 복귀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대퇴동맥이나 손목동맥에 1.8mm 두께의 도관을 삽입해 전립선으로 가는 동맥을 찾아 색전 물질을 투입하고 혈관을 차단해 환자의 배뇨 관련 이상 증상을 치료한다. 전립선 동맥이 차단되면 자연스럽게 전립선이 수축되고 전립선 비대에 의한 증상이 호전된다. 시술 시간은 1~2시간, 입원 기간은 2~3일 내외다. 전립선동맥색전술은 미국이나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시술로 수술보다 비교적 안전하고 특히 전립선 비대가 심한 환자에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전립선동맥색전술 유럽심혈관·인터벤션영상의학회(CIRSE) 표준에 따르면 전립선동맥색전술의 임상적 성공률은 1년 75%로 보고됐고, 전립선 부피가 80㎖ 이상인 환자에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동맥과 손목동맥 중 어디로 접근하더라도 효과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대퇴동맥의 경우 시술 부위의 출혈 위험으로 시술 후 6시간 정도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반면, 손목동맥을 통한 접근은 시술받은 왼손 외에 활동에 제약이 적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신장(키)이 큰 환자나 혈관에 죽상경화가 심한 환자는 기구의 제한이나 혈관 상태 때문에 대퇴동맥으로의 시술이 어려울 수 있다. 신장과 혈관 상태 등을 고려해 대퇴동맥이나 손목동맥 중 어디로 접근할지 정해야 한다.
심동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고령이나 다른 합병증으로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나 수술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은 전립선동맥색전술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연구결과 수술에 따른 성기능 장애나 역행성 사정 등의 합병증이 없는 것은 물론 효과 면에서도 전립선전제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 지난 4일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68세 A 씨가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뇌경색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A 씨의 상태를 볼 때 범죄행위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 지난해 11월 83세 B 씨는 운전 중 신호 대기 중인 택시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B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이 사고로 승객 등 3명이 다쳤지만, 법원은 B 씨가 고령이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고령화와 함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특히 치매와 같이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전체 교통관련 범죄가 줄어든 반면, 고령범죄자는 늘어난 게 특징이다.
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동향리포트에 따르면 고령 범죄자(65세 이상) 수가 지난해 14만여 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중 △교통범죄가 4만759명으로 가장 많았고 △재산범죄 3만8557명 △폭력범죄 2만1163명 △강력범죄 2356명의 순이었다.
◇“원인에 따라 치료 가능하다”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매는 노화나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점차 상실되고 행동에 이상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있다. 이외에도 알코올과 같은 중독성 질환과 각종 감염성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치매를 진단하는 검사로는 혈액 및 소변 등 내과검사와 인지기능을 알아보는 신경심리검사, 뇌MRI와 같은 영상검사가 있다. 최근에는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치매선별검사(MMSE-DS)를 받아볼 수도 있다.
김동희 서울척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원인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다”며 “감염이나 내과질환, 종양이나 수두증을 원인으로 하는 가역적 치매의 경우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퇴행성 치매의 경우 인지기능과 행동증상 개선을 목표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
고령자가 일으킨 범죄나 사고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 및 인지 기능이 연령이나 교육 수준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됐는데도 일상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주의를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동희 과장은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으로 기억장애나 언어능력 저하, 성격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여겨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매년 10~15%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전환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고령의 가족이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있는 식사, 적극적인 사회활동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술, 담배, 스트레스 등 무절제한 생활을 줄이고 평소에 건강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수년째 퇴행성관절염으로 불편함을 겪어온 임순애(61) 씨는 일상생활이 불편해진 뒤에야 인공관절치환술 치료를 받았다. 그동안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걸 관절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했기에 꺼려왔던 수술이었다. 하지만 더 방치하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에 마음을 정한 것.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재활을 받으며 5개월 정도의 회복기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통증이 사라진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건강해진 관절이 고맙기까지 하다. 임 씨는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다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고령 환자가 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통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하지만 인공관절을 사용한 인공관절치환술을 활용하면 관절 통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노년기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인공관절치환술에 대해 대전선병원 척추관절센터 송인수 전문의의 도움말을 들어봤다.
◇방치하면 오히려 악화
인공관절치환술은 관절염이나 특정 질환 또는 외상에 의해 더 이상 관절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손상이 너무 심해 보존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을 경우 △관절이 변형돼 교정이 필요한 경우 △관절의 기능 저하로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돼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에 시행한다.
흔히 사람들은 인공관절치환술을 치료의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관절이 더 망가질 수 있고, 방치할 경우 관절 병변이 더욱 악화돼 나중에 치료를 받더라도 심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재시기에 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송인수 전문의는 “인공관절치환술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극심한 통증으로부터의 해방과 무릎 운동 범위의 증가”라며 “실제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의 약 90%가 통증이 확실히 감소했다고 느꼈고, 관절의 기능 역시 향상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술 전 건강상태 체크
수술이라고 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건강한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때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흉부 X-선 등의 검사를 시행한다. 입원 후 마취과에서 모든 검사 결과에 대해 최종 평가를 한다.
수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손상된 연골과 뼈를 제거하고 새로운 금속 보형물과 플라스틱 충전물로 교체해 다리의 기능과 정렬을 다시 설계한다. 수술 직후에는 환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회복실에서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뒤, 마취에서 깨어나게 되면 병실로 이동한다.
◇수술 후 3~6개월 적응기간
수술 후 인공관절은 자신의 관절이 아니기 때문에 걷는 데 있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이 적응기간 동안은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 후 3일 정도가 지나면 관절 운동을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보조기를 이용한 보행을 시작할 수 있다.
인공관절수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술 후 관리다. 수술을 받은 후 3개월까지는 새 관절이 탈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않는 등의 좋지 않은 자세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
송인수 전문의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운동의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수술 부위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4월 1일(수)부터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을 주 1회 온라인 연재합니다. 코로나19로 어둡고 우울한 시대에, 삶의 즐거움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유머로 버무려 함께 나누는 칼럼입니다.
소설가 김훈은 봄만 되면 춘수(春叟), 봄 늙은이 이야기를 한다. 올해에도 어느 잡지 기고에 이 말을 써먹었다. 칠순이 넘었으니 늙은이인 게 확실하지만, 늙은이로 앉아 있으면 글쓰기 쉽고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봄은 늙음과 함께 온다. 춘수라는 말에 노인의 건강과 병, 시름과 기억이 다 들어 있다. 춘한노건(春寒老健)은 봄추위와 노인네 건강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걸 “봄이 추워도 노인은 건강하다”고 새기는 사람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노 젓기 좋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억지를 부리고 새로운 해석을 하거나 말거나 헤르만 헤세의 시(‘봄의 말’)를 빌리면 봄은 이렇게 말한다. 헤세는 대체 왜 이런 걸 썼을까.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걸.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지고 삶을 겁내지 마라!
늙은이들은 다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걸.
늙은이여, 땅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이런 말 해주지 않아도 잘 낡고 잘 늙어서 갈 때 되면 알아서 잘 갈 텐데. 1절만, 아이들 이야기만 하고 마시지. 하지만 헤세가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들은 건강하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겁내면서도 앞으로 봄을 얼마나 더 맞을까 싶어 꽃 주위에 다가가게 된다.
노인의 건강은 눈이 생명이다. 눈동자가 풀리면 가는 거다. 늙었지만 기력이 정정하다는 말이 확삭(矍鑠)인데, ‘矍’ 자에 형형한 눈 두 개가 형형하게 박혀 있다. 허균(1569~1618)이 사명대사(1544~1610)의 모습을 돌이키는 글에도 그 말이 나온다. “안장에 기대 좌우를 돌아보면서 요기(妖氣)를 쓸어버리려는 의지는 또 확삭(矍鑠)한 노장(老將)과도 같기에 내가 더욱 경중(敬重)해 하면서….”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운 승병장의 모습이 약여하다.
하도 확삭하여 왜병들을 향해 눈으로 확 레이저를 쏜 장군도 있다. “공은 모습이 장대하고 씩씩했으며, 안광(眼光)이 횃불과 같아서 깜깜한 밤중에도 사물을 비출 수 있었는데, 선조대왕께서 일찍이 ‘잠자는 호랑이 상[眠虎相]’이라고 칭하신 적도 있었다.” 갈암 이현일(1627~1704,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의 아들)의 충의공 정기룡(1562~1622) 장군 묘사다. 그거 참! 확삭에 나오는 삭(鑠)은 녹이다, 태우다 이런 뜻이니 레이저에 데거나 타고 녹은 왜병들이 많았던 거 같다.
확삭, 재미있는 말이다. 모처럼 알게 된 이 말을 한번 써먹으려고 요즘 재미있는 글로 독자들을 이리 끌고 저리 몰고 다니는 칼럼니스트에게 “늘 확삭하시오, 할아부지” 하고 써 보냈다. 그랬더니 재깍 “하루가 다른디요? 확삭이 아니라 팍삭이야요” 하는 답이 왔다.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이런 걸로 글 한 편이 되겠네” 그러고는 “내가 쓸 팅게 손대지 마셔”, 이렇게 으름장을 놓은 게 2주 전이다.
그 뒤 머릿속에서 글 제목을 이리 공글리고 저리 떠다밀고 해봤지만 ‘확삭 팍삭’만 떠오르지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일곱 자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무슨 글이든 칠언(七言)이 돼야 그럴듯해 보이는데. ‘확삭 팍삭 동방삭’ 이래볼까? 동방삭(東方朔)은 무려 삼천갑자를 살았다니 당연히 확삭한 사람이었을 테지,
그러다가 더 시간 끌기 거시기해서 일단 글을 쓰던 중 그 칼럼니스트가 새벽 4시 조금 넘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걸 알게 됐다. 반갑고 궁금해서 “안 잔 겨? 깬 겨?” 하고 물었다가 오줌이 마려워 3시쯤 깼다는 대답에 ‘소변삭’을 떠올리게 됐다. 오줌을 조금씩 자주 누는 증상이 소변삭(小便數)이다. 수삭(溲數), 소변빈삭(小便頻數)도 같은 말인데, 두 자나 네 자는 필요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확삭 팍삭 소변삭’이 됐다.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글 쓰는 게 늦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 붙이느라 제주도 말로 정말 ‘폭삭 속았다’. 노인들은 대개 소변삭을 한다. 자다가 몇 차례 깨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확삭하다가 팍삭해져서 소변삭으로 자다 깨다 결국 가는 거 아닐까. 헤세가 뭐라거나 말거나 내가 아는 노인들 모두 확삭하면 좋겠다. ‘아기 궁둥이 같은’(소설가 박완서의 표현) 눈엽(嫩葉, 嫩=어릴 눈)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으며.
임철순 약력
서울 보성고, 고려대 독문과,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졸.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역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등 수상. 저서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등. 대한민국서예대전 5회 입선.
인간은 건강한 장수를 꿈꾼다. 그러나 질병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뇌졸중은 대한민국에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네 번째 사망 원인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후유증과 장애를 일으킨다.
뇌졸중은 뇌혈관성 원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국소적 또는 전반적 뇌기능 장애가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질환을 말한다. 크게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져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3~4배 정도 많다.
뇌졸중 재발률 줄이기
환자를 상담할 때 반드시 두 가지는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첫째는 재발, 둘째는 재활이다. 뇌졸중은 한 번 발생하면 두 번도 일어날 수 있다. 여덟 번이나 뇌졸중을 겪은 사람도 있다. 뇌경색 재발 요인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이다. 이들 기저질환이 있으면 재발은 물론 5년 내 사망률도 높아진다. 이외에 고지혈증, 담배, 술, 비만, 급한 성격, 화내는 성격 등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뇌출혈 재발을 방지하려면 반드시 고혈압을 예방해야 한다. 뇌혈관 꽈리와 혈관 기형 관리도 필요하다.
재활은 왜 필요할까? 재활치료가 장애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쥐를 인위적으로 뇌경색 상태에 빠트린 후 한 그룹은 좁고 장난감도 없는 우리에 가두고 또 다른 그룹은 장난감이 많은 넓은 방에 가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좋은 환경 속에 있던 쥐들의 기능 회복이 더 좋았다.
재활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를 방치하면 부동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관절이 굳고 근력 회복이 느리고 다리혈전 위험성이 높아진다. 만약 폐로 혈전이 이동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확률이 커진다. 폐렴, 소변감염 등 세균감염 및 욕창 위험성도 올라간다.
원숭이 실험도 있다. 원숭이의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각신경을 절단한 뒤 대조군 원숭이는 정상 팔을 사용하도록 놔뒀고, 실험군 원숭이는 정상 팔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자 실험군 원숭이의 팔과 손 기능이 대조군과 비교해 월등하게 향상됐다. 뇌졸중 환자에게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정상 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벙어리장갑을 씌워놓으면 환자가 마비된 팔과 손을 더 많이 사용해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환자 의지와 가족 지지가 중요
재활의 원칙은 가능하면 빨리, 마비된 팔과 다리를, 목표 아래 반복·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생체 징후가 48시간 안정된 상태가 되면 지체 없이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그러려면 환자의 흥미와 열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과제지향적 훈련을 반복·집중적으로 시행하면 마비된 팔과 다리의 기능 회복이 빨라진다. 마비가 심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할 때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가능한 범위까지는 스스로 하고 힘든 범위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는다. 이런 재활의 원칙은 언어, 인지, 삼킴 등의 장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활치료를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죽은 뇌조직이 다시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살아 있는 주변 뇌조직이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한다. 즉 뇌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어깨를 담당하는 뇌조직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식이다.
재활치료에 의한 기능 회복은 뇌졸중 발생 후 2년에 걸쳐 일어난다. 대부분은 3~6개월 내에 회복이 된다. 회복할 수 있는 기능의 80% 정도는 6개월 안에 이뤄진다. 그러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회복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활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또한 통계에서 벗어나는 회복도 있는 만큼 재활 노력은 포기하면 안 된다. 2년 후에는 기능 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건강할 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의 의지와 가족의 지지다. 건강한 장수를 위해 뇌졸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뇌졸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받고, 포괄적 시스템을 통해 재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통풍은 체내 혈액 내 요산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요산염 결정체를 형성하고 관절이나 연골 등에 과도하게 쌓여서 발병한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관절에 훨씬 더 침착이 잘 된다. 특히, 통풍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에 따르면 2014년 30만 8725명에서 2018년 43만 953명으로, 최근 4년 동안 40%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기준, 남성 환자는 39만 7440명, 여성 환자는 3만 3513명으로, 통풍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10배 이상 발병률이 높은 대표적인 남성 질환이다.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통풍의 주요한 원인인 요산이 관절에 침착하는 것”이라며 “특히 겨울철에는 신체 부위 중 가장 체온이 낮은 발가락은 반복적인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풍 환자의 경우 특히 겨울철 발 관리에 신경 써야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속 요산은 그 농도가 높으면 핏속에서 녹지 않아 덩어리를 형성한다. 비교적 체온이 낮은 부위인 발가락이나 손가락 귀 등에 침착되면서 염증성 관절염인 통풍이 발생한다. 겨울철엔 체온이 더 낮아지기에 요산의 침착이 잘 된다. 심한 경우, 요산 결정체가 너무 커져 피부 밖으로 만져질 정도가 되는데, 이를 ‘토푸스’라고 한다. 통풍은 만성화되면 발가락, 발목, 무릎, 손가락 등에 통풍 관절염이 발생될 수 있기에 유념해서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과음, 퓨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오랜 시간 섭취하면 통풍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통풍은 식습관이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즉,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치며 남은 산물이다. 소변을 통해 배출돼야 할 요산이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쌓여서 통증과 염증을 일으킨다.
남성에게 잘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촉진시켜 요산의 배설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호르몬은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해 요산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폐경기 이후엔 여성도 방심할 수 없다. 통풍은 증상이 더 악화되면 통풍성 관절염이나 통풍결절 등을 유발하고, 다른 전신성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해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경희대학교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는 “혈액 내 요산 수치는 연령이나, 성별, 환경, 유전적 배경, 인종적인 차이를 보인다”며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좋고, 흡연은 통풍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연관 질환이 있으면 담배를 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음주와 과식은 통풍에 안 좋은 요인으로 식생활에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통풍이 중장년층에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엔 20~30대 젊은 층에도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1935년에 태어난 박종규 씨는 무슨 일을 하든 올인했다. 중도에 포기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도(正道)와 성실(誠實)을 깊게 뿌리 내린 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두 번의 암 선고 앞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까짓것 죽어주지” 하며 담담하게 쳐내는 의연한 어른을 만났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알짜’이자 숨겨진 강자로 불리는 기업들을 강소기업이라고 부른다. KSS해운은 해운업계에서 강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고문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 KSS해운을 창업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만 하고 있는 그는 KSS해운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투명경영을 꼽는다. 자신이 세운 기준을 평생 추구했고, 그 결과로서의 기쁨을 오롯이 누리는 중인 그는 제주도에서 칩거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KSS해운은 해운 운송 전문업체로서 가스, 석유, 화학제품의 운송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현재 초대형가스선(VLGC) 선단으로는 국내 최고, 세계 9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2018년 매출 2025억 원에 영업이익 실적이 471억 원에 이르는 견실한 강소기업인 KSS해운은 올해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박종규 고문이 맨손으로 세운 회사다.
난생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만연했던 선원들의 밀수를 근절하며 회사를 정직하게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근저에는 독립군 출신이며 민족자본 형성을 위해 유한양행을 세워 윤리경영의 대명사가 된 유일한 박사가 있었다.
“꿈도 없이 막연하게 월급쟁이 생활을 10년 했거든. 그때도 유한양행의 유일한 씨를 존경해서 내가 만약 사업을 하게 된다면 유일한 씨처럼 해야겠다는 게 꿈이었어. 어떻게 하다 보니 사업을 하고 성공도 했는데, 그저 유일한 씨처럼 한 것뿐이야.(웃음)”
KSS해운, 스스로 떠나다
밀수를 근절하자 사고가 안 생겼고 화물 하역과 인도가 차질 없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였다. 그렇게 KSS해운의 성장이 지속되던 25년 차, 박 고문은 수장 자리에서 내려와 회사의 고문이 되었다.
그렇다면 KSS해운은 그의 자식들이 맡게 되었을까? 아니다. 정도경영, 윤리경영이라는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일. 회사는 그의 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후배 전문 경영인이 맡았다.
“아들들은 각자 자기의 길을 갔죠. 지금 서울에 한 명, 미국에 두 명 있는데 미국에 간 두 명은 과학자예요. 서울에 있는 아들은 사업가고. 다들 나한테 원조 받은 일도 없고, 원조 줄 아버지도 아니고…. 다만 독립심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 ‘각자 자기 살길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서로 신세지지 말자. 나도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에서 이렇게 됐으니까’라는 생각이었죠. 유산 많이 남겨야 소용없어요. 독립적인 정신을 갖게 하는 게 정말로 중요한 유산이야.”
제2의 인생, 바른경제동인회
그러나 박 고문이 KSS해운의 대표 자리를 물러날 즈음은 또 다른 제2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던 때였다. 1993년에 바른경제동인회를 창설했다.
“1990년대 초는 노동조합운동이 아주 격화되어 혼란한 시대였죠. 불법파업도 많았고. 그때 ‘회사를 노사 공동의 파트너십으로 생각하자, 사용자와 피고용인의 구분을 떠나서 함께 가자’는 생각에 바른경제동인회를 만들었죠.”
바른경제동인회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성이었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CEO의 의지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참여하는 사람 찾기가 어려웠어요. 현실은 돈을 갖다 줘야 일이 됐으니까. 그래도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했지만, 사회 전체가 워낙 불투명하니까 힘들었죠.”
박 고문이 바라본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지하자금이었다. 세무 신고를 하는 음식점이 30%도 안 되던 때였다. 나머지는 다 탈세였던 셈이다. 그러니 지하자금도, 뇌물도 엄청나게 돌았다. 그런 현실을 보다가 그는 마침내 세상을 바꿀 해법을 찾았다.
지하자금 줄인 ‘신의 한 수’
“지하자금을 정리해야겠다, 그래야 투명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런데 지하자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바로 신용카드를 많이 쓰도록 활성화하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도록 해서 신용사회를 만들자는 바른경제동인회의 아이디어는 지하자금의 양성화, 경제의 투명화와 함께 내수시장의 양적 증가와 자금 유동성 활성화를 이끌 방법이기도 했다. 때마침 IMF 체제를 돌파해야 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바른경제동인회의 솔루션이 채택되어 1999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지하자금의 축적은 줄어들고 전자화된 세금 징수와 보다 투명화된 재정 운영이 가능해진 국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박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이었던 셈이다.
2004년이 되자 그에게 또다시 큰일이 맡겨졌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이다. 박 고문을 그 자리에 올린 사람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1년 후배인 고건 전 총리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 정지가 되자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고, 그전까지 한사코 거절하던 그를 결국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그는 위원장 일을 하며 정부와 많이 싸웠다고 회고한다. 정치 논리로 새로운 안을 만들어서 규제를 하려는 걸 막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는 2006년까지 위원장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시기에 그가 싸워야 했던 대상은 또 있었다. 2006년 그는 서울을 떠나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담담하게 이유를 밝혔다.
“죽으러 간 거지. 위암에 걸렸거든.”
죽기 위해 제주도로 가다
박 고문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을 때 의학 책을 보게 됐다. 책에는 “위암 4기는 수술을 하든 안 하든 사망률이 90%에 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놀라진 않았어. 나이 71세에 암에 걸린 거니 죽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젊은 사람도 많이 죽는데 70년 이상 살았으면 많이 산 거다’ 싶었지. 그런데 죽을 때 서울에서 죽고 싶진 않더라고. 왜냐하면 사는 데는 아파트, 밖을 나가면 아스팔트잖아요. 사람이 흙을 밟지도 못하고 시멘트 안에서 아스팔트를 걸으며 살았는데, 마지막에라도 자연 속에서 죽고 싶었지.”
그는 병원에서 권한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죽을 장소를 찾아간 셈이었다. 그리고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한라산을 왔다 갔다 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암이 자연스럽게 나았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람에게 자연치유 능력이란 게 있는 거지. 항암 치료를 받았으면 아마 죽었을 거야. 거절한 바람에 살았어. 역설적이지.”
자서전을 반드시 써야 했다
그러나 박 고문의 시련은 위암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7년이 되자 또 다른 암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방광암이었다.
“괴로웠죠. 소변이 안 나오니까. 이건 항암 치료를 안 하면 죽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따랐는데… 그런데 못하겠어. 치료받다가 죽을 거 같았지. 여섯 번 하고 안 하겠다고 하니까,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로 바꿔주더라고.”
그의 몸에는 아무래도 방사능 치료가 맞았나보다. 그는 다시 한 번 기적처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때 그의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가 쓰였다.
“자서전을 하나 내보라고 해서 쓸까 말까 하다가 방광암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못 살 거 같았지. 그러니까 좀 섭섭하더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죽으면 안 되겠다, 책 한 권 남겨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항암주사를 맞으며 썼죠. 쉬었다가 조금 쓰고… 힘들었지. 제목을 뭐로 할까 했는데, 적당한 게 없어서 직원들에게 책을 보내 ‘자네들이 읽고 정해 달라’고 했어요. 그때 제일 많이 추천한 게 이 제목이었죠.”
직원들이 제목을 지어준 책. 어떻게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자기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금 사장은 내 의견이 들어간 사람이 아냐. 되려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웃음) 내가 그만둘 때 지금 사장이 대리급이었으니까 특별히 만난 일도 없어요. 그런데 경영을 너무 잘해. 투표해서 뽑힌 사람이 더 잘한다는 증거죠.”
그가 행복한 이유
창립자이지만 박 고문은 회사 경영에 일체 간섭을 안 한다. 당연히 보고도 안 받는다.
“‘이익 배당만 잘해다오’ 그러지.(웃음) 대신 투명한 회사야. 그러니까 맡길 수 있어.”
인터뷰 말미로 갈수록 박 고문 목소리에는 웃음이 많이 더해졌다.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복기하면서 즐거워진 것일까. 그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 암에 두 번이나 걸리면서도 겁을 안 냈고, 되려 ‘까짓것 죽어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 무조건적인 긍정성은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왔고 그를 통해 이뤄낸 성과들을 확인했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그의 정도경영, 투명경영이 사회적 의미와 더불어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회사를 세웠는데 직원들이 주인처럼 하니까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거지. 부의 창조만이 아니라 사회에 부가가치를 남긴 것 같아 그게 가장 행복해.(웃음)”
우리의 삶에는 없었으면 하는데 꼭 함께하는, 피할 수 없는 동반자가 있다.
바로 각종 질병, 정신적인 외상, 스트레스, 사고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질환들이다. 그런데 이 중에는 질병도 아니고 질병의 징후도 아닌 일종의 하소연에 가까운 같은 증상이 있다. 바로 피곤(fatigue)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심지어 이 원고를 쓰고 있는 필자, 또 이 책과 글이 제대로 완성되도록 노력하는 구성원들 모두가 종종 피곤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15년 전 필자는 한국인의 피곤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의사를 찾는 환자의 15% 정도가 ‘피곤’이 주요 증상이었다. 미국 등 다른 여러 나라의 통계를 봐도 의사를 찾는 환자 5명 중 1명 이상은 ‘피곤함’을 호소했다.
‘피곤’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성별, 학력, 직업, 인종에 따라 “기운이 없어요, 고단해요, 힘이 쭉 빠져요, 모든 게 귀찮아요,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어요, 되게 우울하네요, 계속 자고 싶어요,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지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아요” 등등 그 표현 방법과 신체 언어가 매우 다양하다.
의사 입장에서, 피곤은 진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신체적, 정신적, 약품에 의한 피로로 나누어 살핀다. 그러나 잠시 숙면을 하고, 운동 조금 하고, 잘 먹고, 잘 쉬면 사라지는 피곤은 의학적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잠시 머물렀다가 지나가는, 일상의 고달픔에서 비롯되는 피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는 의학적 의미의 ‘피곤’에서 제외된다.
잘못된 생활 방식이 원인이 되는 피곤
피로 원인은 의외로 일상생활의 습관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다. 첫째 술, 담배, 습관성 마약을 하는 경우. 둘째 과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 셋째 운동을 거의 안 하는 경우. 넷째 수면이 부족한 경우. 다섯째 불량식품을 섭취할 경우. 여섯째 항히스타민제, 기침약 등을 자주 복용할 경우. 일곱째 의학적 증거가 없는 각종 건강식품, 건강비법(목욕법) 등을 맹신할 경우이다.
전반적 피곤이 되는 질병
나이 들어서 오는 피로의 원인 중에는 신체의 혈액순환이 안 되는 단순한 원인부터 난치병, 불치병, 암, 유전병 등 다양한 질환들이 있다. 그 종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급성간기능상실, 빈혈, 불안, 암, 만성피로증후군, 만성전염병 및 염증, 만성신장질환, 뇌진탕,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증, 당뇨, 폐기종, 섬유근육통, 슬픔, 심장병,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염증성장질환, 다발성경화증, 비만, 만성통증, 수면무호흡증, 스트레스, 뇌 외상 등.
필자가 질병의 종류를 기술한 것은 피곤을 증상으로 하는 각종 질병이 산재해 있고, 우리 몸 전체 기관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의 24개 질환들에서 이어지는 피로 증세를 제외하고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14가지 피로 증세를 소개한다. 피곤한 원인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누어 살펴보지만 이 둘은 ‘바늘과 실’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정신적인 원인이 신체적 질병을 만들고, 신체적인 원인이 정신적 질병을 만든다.
신체적 피곤으로 이어지는 질병
① 불면증 : 불면증은 그 원인이 다양해서 피곤함을 심하게 느끼면 신체적 질병을 초래한다. 반대로 신체적 질병이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일단 수면 환경(조명, 온도, 이불, 베개, TV, 전화 등)을 숙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진료를 받는다.
② 수면무호흡증 : 일시적으로 수면 중 호흡을 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환자 자신은 모른다. 주로 비만자, 흡연과 음주를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서 증세가 나타난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유전적 불치병인 피크위크증후군(Pickwickian syndrome)도 여기에 해당한다.
③ 불충분한 영양공급 : 식사를 안 하거나,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적인 식사를 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저혈당일 경우 피곤하고, 식은땀도 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과하게 다이어트를 할 경우 나타나는 상황이다.
④ 빈혈 : 빈혈의 원인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철분 부족으로 오는 빈혈이다. 특히 젊은 여성일 경우 생리, 다이어트, 골고루 먹지 않는 식습관 등이 이 질환을 일으킨다. 시니어는 노화로 젊을 때처럼 많이 먹지 못하는데 소식다채(양은 적게 채소는 많이)라는 잘못된 건강상식을 장수의 비결인 양 잘못 알고 있어 빈혈을 일으키키도 한다.
⑤ 다리 움직임증 : 주로 밤에 잠을 잘 때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이거나,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거나, 심한 통증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다리를 떠는 질환이다.
⑥ 갑상선기능저하증 : 갑상선은 신체의 목 앞쪽에 있는 방패 모양의 호르몬 생성기관이다.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이 부위의 기능이 저하되면(항진증도 포함) 피곤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진단은 피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다.
⑦ 카페인 중독 :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은 4잔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물론 개인 차이는 있다. 카페인은 정신을 깨우고 에너지 공급도 한다. 그러나 과하게 마시면 몸이 떨리고,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고, 불안함을 야기하고,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카페인 양을 줄일 때는 서서히 줄여야 금단증상을 이겨낼 수 있다.
⑧ 숨어 있는 방광염 : 나이 든 여성들 중 상당수가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을 포함한 불편함 등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별것 아닌 상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숨어 있는 방광염 환자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증세가 악화하면 수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방광염은 소변검사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고 항생제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⑨ 당뇨병 : 당뇨병의 첫 증상은 ‘피로’다. 목이 심하게 마르고, 소변 양도 많아지고, 식사 양도 늘고, 체중이 감소하는 듯하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크다,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이 되고 치료법도 다양하다. 첨언하면, 당뇨병뿐 아니라, 저혈당증도 ‘피곤’이 주 증상이다.
⑩ 다발성 경화증 : 신경을 감싸고 있는 보호 껍질이 자가면역 문제로 공격당해, 뇌와 신체가 연결되지 않고 신경이 파손되는 질환이다. 다리가 저리고 쇠약해져 걷기 힘들고, 목을 구부릴 때 전기에 쏘인 듯한 느낌이 든다. 떨림증, 시력과 대소변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⑪ 심장병 : 심장이 비대해지면서 펌프질이 제대로 안 되는 심울혈증, 부정맥, 관상동맥 질환 등도 ‘피곤’이 첫 증상이거나 동반한다. 최근에는 쉽게 진단, 치료된다.
⑫ 음식 알레르기 :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해도 경험을 통해 피부발진, 호흡곤란, 두통, 피곤 등이 나타나는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알레르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
⑬ 약품 중독 : 주로 정신과적 질환인 우울, 불안 증세에 쓰는 약물, 피부질환,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항고혈압제 등이다.
⑭ 기타 : 암, 류머티즘 질환, 비만, 암 화학치료 요법, 방사능 치료 등이 피곤을 동반할 수 있다.
‘피곤’은 누구나 겪는다.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간단히 회복되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다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의사의 진료를 꼭 받기를 권한다. 첫째 피곤이 갑자기 올 때. 둘째 간단한 생활 방식의 변화로 피곤이 풀리지 않을 때, 셋째 피곤이 점점 심해지고, 만성이 될 때, 넷째 다른 증상이나 증세를 동반할 때, 다섯째 기절하거나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상황일 때 등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더러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피곤을 친구로 삼아라! 과민함이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의 5가지 피곤함은 반드시 원인이 있으니 의사의 진료가 필수다.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시중에 범람하는 피로해소제를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고의 건강회복제는 잘 먹고, 잘 걷고, 잘 즐기는 것임을 잊지 말자.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가벼운 증상이라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3명 중 1명은 앓고 있을 거라고 추정하는 의사들도 있다. 가벼운 어지럼증은 휘청일 때 잠깐 참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몸을 가누지 못한 장소가 계단 정상이라면? 혹은 횡단보도 위를 걷거나 손에 칼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실제로 어지럼증을 겪는 이들 중 상당수는 낙상 등의 피해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신경과 전문의인 박지현(朴智賢·50) 세란병원 진료부장은 “어지럼증은 그 원인이 다양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지럼증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질환으로 이해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어지럼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일 뿐입니다.”
박지현 부장은 어지럼증과 관련해 유의해야 할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여러 가지 병이 원인이 되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치료가 될 수 있는 병일 수도 있고,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위중한 병의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수십 가지가 넘어요. 인체가 균형을 잡도록 돕는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도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고,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발생할 수 있어요. 말초신경도 마찬가지고요. 저혈압이나 뇌졸중과 같은 내과적 질환도 어지럼증을 유발하죠.”
질환에 따라 어지러운 증상 달라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는 방법으로 의사들은 어지러움의 종류를 구분해 진단하기도 한다. 어지러운 증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질환을 구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훈이다. 현훈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드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회전성어지럼증이라고도 하는데 급성 신경기능 이상에서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이석증이 꼽힌다. 이석증은 전정기관에 붙어 있는 이석이 충격이나 노화 등의 이유로 떨어져 나와 균형감각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구토까지 하게 된다.
평형장애도 어지럼증의 종류 중 하나다. 몸의 중심을 잡기 힘들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게 되는 증상이다. 퇴행성 뇌병변이나 뇌졸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초기 대응에 따라 후유증의 정도가 판가름나는 질병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이런 증상이 있다면 바로 응급실로 가거나 119를 불러야 한다.
이밖에도 눈앞이 캄캄해지고 실신에 가까운 어지럼이 나타나는 전실신도 있다. 주로 기립성 저혈압과 관련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또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정신적 어지럼증도 있고, 당뇨 환자가 무리한 다이어트를 해 나타나는 저혈당성 어지럼, 특별한 질환 없이 나타나는 생리적 어지럼도 있다.
때문에 어지럼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동반하는 증상은 없는지 기억하는 것이라고 박 부장은 설명한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가 당황하기 때문에 어지럼이 나타날 당시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지럼증과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의 유무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발음이 어눌해진다거나 표정을 짓기 어려운 동반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높고, 청각에 문제가 생기면 메니에르병일 수 있습니다. 간혹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증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유전적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술이나 카페인 섭취도 어지럼증과 관계 있습니다. 간혹 MSG나 양파, 견과류를 많이 먹었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중장년은 기립성 저혈압 흔해
물론 노화도 문제가 된다. 박 과장은 “노화로 인해 뇌와 균형감각, 말초감각 기능이 떨어지면서 별다른 질환이 없어도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65세 이상이 되면 40~50%는 균형장애를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로 많은 분이 증상을 겪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어지럼증을 오해하는 경우예요. 중년 남성들은 전립선 질환 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어요. 또 빈혈로 오해하고 철분제만 드시다 낭패를 보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아요.”
시니어가 겪는 어지럼증 중 상당수는 기립성 저혈압일 수 있다.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심할 경우 정신을 잃기도 한다. 의식에 문제가 생길 정도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기립성 저혈압은 흔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좌식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갑자기 일어날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또 사우나를 오래하면 피부로 혈류가 몰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밤에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박 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천천히 앉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효과적인 대처법이죠. 그리고 한 자리에 오래 서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만약 서 있는데 어지럼증을 느끼면 일단 앉으세요. 그러면 뇌까지 혈액을 공급할 때 중력을 덜 받게 되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만성 어지럼증 포기 말아야
가장 골치 아픈 어지러움은 만성 어지럼증이다. 여러 질환이 겹쳐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어지러운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만성 어지럼증이라고 해요. 이 병을 앓고 계신 분들 중 상당수는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셨을 거예요. 약으로는 치료가 잘 안 되거든요. 급성 어지럼증이나 멀미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약 보나링을 처방받는 분들도 있는데 약 때문에 더 나빠지기도 해요. 장기 복용은 증세를 더 악화시킵니다.”
문제는 치료가 쉽지 않은 데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는 데 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생활 반경이 제한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하기 어렵다. 또 낙상이라도 당한다면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심하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우울 증세까지 보인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대부분 주사나 약으로 한 번에 낫길 바라지만 만성 어지럼증은 끈기를 갖고 치료해야 합니다. 체조를 하는 듯한 동작으로 구성된 재활치료를 두세 달 정도 받으면 많이 호전됩니다.”
박지현 과장은 “만성 어지럼증의 원인을 유추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며, “평소에 요가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균형감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진행한 냄새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여름에 고민되는 냄새’에 대한 응답 중 상당수가 주방, 화장실 등 집안 악취와 땀 냄새 등 체취를 꼽았다. 물론 이들 냄새를 없애는 제품은 시중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하다. 그러나 몇몇 탈취제나 방향제 등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유해물질 걱정 없이 ‘천연’ 재료로 냄새 잡는 방법들을 살펴보자.
도움말 방송인 김현주(유튜브 ‘미인TV’), ㈜하기정리수납·한국정리수납교육센터 대표
천연으로 여름철 생활 냄새 줄이기
◇ 장마철 꿉꿉한 빨래 냄새
빨래를 세탁기에 넣을 때 베이킹소다 4분의 1컵을 함께 넣는다. 빨래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 또는 구연산을 한 스푼 넣는다. 섬유유연제는 습기를 머금어 빨래가 잘 마르지 않게 하지만, 식초와 구연산은 잔여 세제를 없애고 유연제 역할과 함께 꿉꿉한 냄새까지 제거해준다.
Tip 장마철 빨래 요령 여름철 세탁기 안에 빨래를 오래 보관하면 통풍이 안 돼 냄새는 물론 곰팡이까지 발생할 수 있다. 빨래는 냄새 유무에 따라 잘 분류해뒀다가 세탁한다. 건조할 때는 옷감이 길고 짧은 것을 번갈아 지그재그로 널면 통풍이 잘돼 퀴퀴한 냄새가 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 쓰레기 냄새
쓰레기통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베이킹소다를 뿌려두면 악취를 중화해 냄새가 사라진다. 쓰레기 위에도 톡톡 뿌리면 냄새를 없앨 수 있다.
Tip 쓰레기통에 밴 냄새 빼기 쓰레기통 자체에서 냄새가 날 때는 통 속에 미지근한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 가루 1큰술을 녹여 1시간 동안 담갔다 세척한다.
◇ 음식 냄새
소주와 물을 3:7 비율로 섞고 분무기에 담는다. 음식 냄새가 밴 옷이나 냄비, 공기 중에 뿌려주면 탈취 효과가 있다. 플라스틱 반찬통이나 김치통 등에 원두커피 찌꺼기 또는 베이킹소다를 넣어뒀다 헹군다. 쌀뜨물이나 설탕물(1:1 비율)을 부어 반나절 정도 담가두거나 식빵을 넣어도 냄새가 사라진다.
Tip 음식물 쓰레기 냄새 잡는 방법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처음 사용할 때 식초를 조금 뿌려두면 음식물의 부패와 냄새를 막아준다. 가능한 한 물기는 최대한 제거하고, 물티슈 뚜껑을 재활용해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끼워두면 악취를 줄일 수 있다.
◇ 하수구 냄새 주기적으로 EM발효액 한 컵을 천천히 조금씩 부어준다.
Tip 탈취 얼음 만들기 물 한 컵에 구연산과 소금을 한 스푼씩 넣고 얼음 틀에 붓는다. 틀에 레몬 조각을 넣고 그대로 얼린다. 얼린 내용물을 배수구에 놓아두면 천천히 녹으면서 냄새를 제거한다.
◇ 그밖의 냄새
패브릭(천) 소파에 밴 냄새는? 소파 전체에 베이킹소다를 골고루 뿌리고 살살 문질러준다. 한 시간 정도 그대로 뒀다가 진공청소기로 베이킹소다를 빨아들인다.
오래된 책 냄새를 없애려면? 책장 사이사이에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수일이 지난 뒤 가루를 말끔하게 털어내면 된다.
애완동물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다시백이나 한지 등에 베이킹소다를 싸서 애완동물 집 바닥에 넣어둔다. EM희석액(50~100배)을 분무기에 담아 소변을 보고 난 자리 등에 뿌려줘도 좋다.
활용만점 다시백 탈취제 만들기
다양한 탈취 재료를 넣은 다시백으로 냉장고, 화장실 등 집 안 악취를 잡자. 집게를 활용하면 옷걸이 등 곳곳에 걸어두기 좋다.
① 과일 껍질 오렌지, 레몬 등 과일 껍질을 깨끗이 씻어 바짝 말린다. 건조한 과일 껍질을 분쇄기로 갈아 사용한다.
② 원두커피 찌꺼기 눅눅한 원두커피 찌꺼기를 넓게 펼쳐 전자레인지에 넣고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돌려준다. 수분기가 충분히 마르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겨 해로울 수 있으니, 건조에 각별히 신경 쓴다.
③ 베이킹소다 베이킹소다 가루를 그대로 넣어도 되고, 방향 효과까지 보려면 아로마오일을 몇 방울 뿌린 뒤 사용한다.
솔방울 천연 방향제 만들기
① 솔방울(또는 잣방울)을 이물질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이 씻는다.
② 들통에 솔방울이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붓고 10~20분 정도 삶는다.
③ 삶은 솔방울을 헹궈주고 천연 오일(원하는 향)을 떨어뜨린 물에 적셔둔다.
④ 솔방울을 건져내 통풍이 잘되는 용기에 담아 원하는 곳에 놓아둔다.
⑤ 건조한 날에는 솔방울의 수분이 증발하며 가습기 역할까지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