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당신은 잘 자고 계십니까?
세상의 나이 든 모든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나이 들어서 너무 많이 자는 사람들이 있다. 100세 가까운 원로 철학자는 반농담으로 말하길 그런 사람들은 ‘웰다잉’ 연습을 하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한 부류는 유난히 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져서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저리 뒤척이게 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만 가지 감정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것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날 잠자리에 누워 후회를 많이 하기 마련이다.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조금만 참아 볼걸’ ‘다 생각해서 말한건데 왜 이해를 못했지’ 등등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감정관리에 미숙해 노여움이 시시때때로 드러나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것들, 자녀 결혼 문제, 세금을 줄이려면 상속을 해야 할지 증여를 해야 할지, 어디서 살 것인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건강 문제, 손주 돌보기, 은퇴 전과 은퇴 후의 삶 등등 고민거리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러나 고민한다 한들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노파심, 노여움이 잠재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신체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에 따라 잠이 드는 시각, 잠에서 깨는 시각, 잠의 깊이와 잠이 지속되는 시간, 또 수면의 질과 수면 패턴도 모두 변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잠은 정신과 신체에 회복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내 감정 변화의 내용과 그 이유를 이해한다면 정서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고 모를 때보다는 잠을 더 깊고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그만큼 수면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젊을 때는 깊은 수면이 많고, 잠들기 시작해서 깊은 수면으로 이행되는 시간도 짧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서서히 깊은 잠은 줄어들고, 얕은 수면 단계를 오가며 잠이 드는 깊이가 얕아진다.
특히 감정의 변화가 많은 날에는 깊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밤중에 몇 번이고 잠이 깨는 ‘중도 각성’과 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는 ‘새벽 각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는 느낌도 없고 몸의 피로도 해소되지 않는다. 유형별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불면증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잠 걱정을 많이 하며, 우울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만성적인 불안이나 분노표출 장애도 있다.
사실 깊은 잠을 못 자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서가 안정되면 잠을 잘 자는 경우가 많다. 잠을 못 이루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만큼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거나 낮잠을 자서 발생하는 게 상당수다. 건강에 필수적인 수면시간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시니어들도 젊은이들과 같은 양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달콤한 숙면을 위해 감정을 다스려야
내가 아는 지인은 잠을 잘 자는 정도가 아니라 많이 자는 편이다. 특히 낮잠을 잘 잔다. 아무 때나 피곤해지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잠드는 것이다. 그렇게 잠들면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자곤 한다. 이러한 그의 습성은 나이 들어서 생긴 게 아니라 젊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젊었을 때도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안전벨트를 매는 즉시 잠에 빠져 들었다. 요즘도 버스를 타면 그런 일이 자주 벌어져서 잠든 사이에 내려야 할 정거장을 여럿 지나치는 바람에 곤란해진다고도 한다. 흔히 낮잠을 많이 자면 밤잠을 못 잔다고 하는데,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낮잠을 자도 밤 11시면 반드시 잠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잠은 직업적인 것과 다소 관련이 있다. 그에게 있어 잠은 글쓰기라는 정신노동이 주를 이루는 생활의 성격상 피로를 푸는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그래서 피로가 쌓이지 않게끔 시시때때로 잠이 드는 일이 필요하다.
억지로 자는 건 의사들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선 넓은 범주에서의 균형관리를 필요로 한다. 90대의 지인은 “50대 즈음부터 자신의 건강의 문제를 발견하여 잘 관리하면 80대까지 문제없이 살 수 있으리라”고 밝혔다. “행복을 갖기 위해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서, 심리적 안정이다. 정서관리만 잘해도 생활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 어쩌면 불면은 그 무엇보다도 감정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정서가 메마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닐까?”
그만큼 행복한 인생이 좋은 잠으로 시작되듯 잠은 정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숙면의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잠에서 오는 행복’을 위한 그 첫 번째는 감정관리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불면은 그 무엇보다도 감정관리가 잘 되지 않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이 발생하고 거기서부터 만들어진 문제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감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유롭게 감정을 느끼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친 두려움은 누그러뜨리고 걱정을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불안을 극복하도록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나이에 이에 대한 관리를 잘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자신도 통제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럽고 충동적으로 감정이 다가온다면 잠 못 드는 고통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니어들에게 민감한 정서는 잠을 방해한다. 감정에 얽매이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잘 읽어 ‘별 헤는 밤’을 마주하지 않아야 한다.
숙면을 위한 첫 번째 조건, 감정을 잘 다스려 달콤한 빗장을 함께 열어 보자.
지피지기, 즉 적을 알면 백전백승. 하지만 손주는 적이 아니다. 쌍둥이에게도 세대 차가 있다는 유머처럼 아무리 인생의 대선배이지만 손주를 접하는 방법에 자식인 부모와 차이가 있고, 또 그 아이인 손주와도 세대와 문화의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모든 걸 뛰어넘어 손주랑 멋있게 그리고 알차게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태문 동경통신원 gounsege@gmail.com
1.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착각
손주가 잘 안 따른다며 고민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많다. 당연히 귀여운 손주를 보고 싶어서 어루고 달래지만 손주가 좀처럼 익숙해하지 않고 길들지 않는다면 무조건 사랑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왜 그런지 환경, 조건, 그리고 자신에게 문제는 없는지 등 먼저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2. 며느리의 고민
할머니가 세 살짜리 손주를 때리는 걸 보고 정말 기가 찼다. 때린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더 꺼리고 싫어질 텐데…
손녀에게 ‘손’하며 내미는 손을 잡고 웃는 할아버지 얼굴을 봤는데, 강아지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다루다니…
이런 속사정의 며느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매를 들더라도 그것은 부모의 몫이고, 자칫하다가는 학대로 비칠 수도 있으니 절대로 삼가야 한다. 또한 손주는 절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애완동물도, 장난감도 아닌 엄연한 인격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3. 둘만의 원칙을 정하기
놀이를 통해 배우는 건 운동 및 인지, 판단 능력만이 아니라 협력과 문제 해결 과정의 사회성이다. 용돈을 주면서 돈의 가치와 쓰임새, 그리고 활용에 대해 함께 가르쳐 준다면 더 큰 효과가 있듯이 자칫 고집불통, 독불장군으로 자라지 않도록 적절한 원칙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다.
놀이터에서 놀 경우에도 시간을 정하고, 간식을 주더라도 양을 정하는 식으로 무한 애정과 무한 만족은 구분해야 하겠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뭐든지 정도껏 원칙 아래에서 행해져야 그 효과도 클 것이다.
4. 좋은 놀이법 공유하기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있듯이 손주의 시선에 맞춘 돌보기는 결국 손주가 받아들이기 쉽다는 걸 뜻한다. 앞서 소개했듯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렸을 때 즐겼던 놀이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요즘 유행하는 놀이법도 배워서 서툴지만 함께 즐겼을 때 그 기쁨은 더 클 것이다
또한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적극 물어보고, 같은 세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떤지 그 사정도 들어본다면 정보의 폭도 넓어지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 밖에서 뛰어놀지 않고 방에 처박혀 공부만 하다 체력이 약해진 요즘 어린이 등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런 것들도 결국 평소의 습관, 그리고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관건인데, 부모와 놀이법에 대해 상의하고 공유한다면 자신에게도 신선한 자극과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5. 새 육아법을 받아들이자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 세대간 흔히 문제가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되기 쉬운 게 바로 ‘육아에 대한 생각’, 즉 육아법의 차이다. 예를 들면, 툭하면 안기려는 버릇이 생기니 좋지 않다, 오냐오냐하면 버릇이 나빠진다 등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간섭하게 되면 손주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나빠질 수 있다.
새로운 육아법은 받아들이되 선배로서 조언하는 것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선에서 참고할 만한 경험과 지혜, 그리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아낌없이 전하고 함께 나눈다면 세대의 벽도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손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평소의 모습 그대로 손주와의 관계를 차곡차곡 쌓고, 함께 나누며 지내는 시간은 알찬 삶의 활력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6. 기억은 규칙 속에서 추억으로
일회성은 피하자. 뷔페 같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은 오히려 질리기 쉽고 식상하기 마련이다. 원하는 대로 뭐든지 들어주는 게 결국 손주를 유아독존(唯我獨尊)의 괴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일회성보다는 반복, 그리고 규칙적으로 행하자.
집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함께 만들어 보는 걸 일주일에 한 번씩 해 보든가, 동네 산책을 매번 다른 길로 다녀 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살 때 재료가 뭔지 성분과 열량 표시에는 뭐가 씌어 있는지 읽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횟수를 거듭할수록 커뮤니케이션도 깊어지고,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아 나이가 들어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존재를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7. 손주보다 자식에게 사랑을
손주가 귀여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손주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자신이 아니라 부모임을 잊지 말고, 먼저 손주를 흐뭇하게 쳐다보기 이전에 자식에게 사랑을 쏟고 있는지, 혹은 손주 앞에서 자식을 혼내지는 않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식사와 대화, 놀이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자식에 대한 사랑이 결국은 손주에게 이어지고 더 커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자식과의 신뢰 관계, 그 태도를 보고 손주가 크며, 또한 손주를 가장 아끼고 사랑할 자격이 있는 건 바로 자식임을 인정한다면 손주를 대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로서 존경 받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손주의 듬직한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라도 듬뿍 사랑을 쏟는 게 어쩌면 자식과 손주에게는 지나친 관심이고 간섭일 수도 있다.
8.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을 알자
앞서 말했듯이 귀여운 손주의 재롱과 투정, 그리고 어리광에 그저 오냐오냐 응해주거나 혹은 넘치고 남을 만큼 모든 걸 주는 건 과잉보호일 수 있다. 부모가 보더라도 좀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분에 넘친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도를 넘어선 간섭이 된다.
일단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역할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 오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온 대선배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든든한 매력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연 날리기, 비눗방울 만들기 등 놀이 방법을 가르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놀이를 통해 인사법과 식사 예절 등을 가르쳐도 좋을 것이다.
특별히 손주를 가르친다고 의식하지 말고 평소 말투 그대로 이야기하며 함께한다면, 손주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배워 나갈 것이다.
“이 아이는 물을 많이 먹어요.” “저 아이는 추위에도 잘 자라죠.” 애정 어린 말투로 야생화들을 ‘아이’라고 부르는 백경숙(白慶淑·63) 백경야생화갤러리 대표. 그녀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갑작스러운 병마로 교단을 떠나야 했지만, 야생화 아이들과 싱그러운 ‘인생 2교시’를 맞이하고 있다는 그녀의 정원을 찾았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교사 시절, 시험 감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선 백 대표는 이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화장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방광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통증과 빈뇨(頻尿)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병원을 찾은 그녀는 ‘발작성 방광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명하다는 비뇨기과를 수소문해 가보고, 좋은 치료법이라면 뭐든 해보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별수 없이 퇴직을 결심한 그녀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눈물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몸이 아프고 집에 있으면 정말 울음밖에 안 나와요.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주시나 하늘이 원망스러웠죠. 병에 좋다는 건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는데 그래도 안 낫더라고요. 암 같은 병도 아니라니까 이런저런 치료를 해가며 집에서 지냈죠.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게 참 더디고 힘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백 대표는 “꽃구경 가자”는 동생의 권유로 양재동 꽃시장 구경에 나섰다. 그때, 순백의 청초한 자태를 뽐내는 꽃 한 송이가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발도리’라는 야생화였다. 말발도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당장 꽃을 사려 했지만 꽃가게 주인은 “그 꽃은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못내 아쉬워하는 백 대표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꺼냈다.
“가게 주인이 꽃을 파는 대신 야생화 강사를 한 분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야생화를 배운다는 건 생소했죠. 시민녹화교실이나 분재 수업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야생화를 배운 건 그때부터였어요. 점점 집에 화분이 늘어났고, 제 삶도 활기를 더하게 됐죠.”
몸 상태가 몹시 안 좋았을 때는 패드를 하고 다닐 정도로 잦은 고통이 찾아와 그녀를 괴롭혔다. 야생화와 함께할수록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해졌고 백 대표의 일상에도 한층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갑갑하고 지루한 하루하루 속에서 고통으로 눈물짓던 그녀가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머금게 된 것. 그러나 그런 중에도 고민은 생겨났다.
“꽃에 집중하다 보니 화장실도 차츰 덜 가게 됐고, 화분에 물을 주고 다듬는 등의 활동이 소근육 운동이 돼 몸도 건강해졌어요. 온갖 치료법을 동원해도 낫지 않던, 그야말로 난치병이었는데 말이죠. 모두 야생화 덕분이에요. 그런 야생화가 많아져서 좋았지만,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엔 공간의 한계가 있었어요. 그렇다고 그 고마운 아이들을 처분할 수도 없었죠. 야생화를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했어요. 그건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죠.”
이사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즈음 화분 수는 200여 개에 이르렀다. 백 대표는 동생과 함께 전원주택이 있는 지역을 둘러봤고, 고심 끝에 현재 백경야생화갤러리가 있는 서원마을(서울시 강동구 암사동)에 정착했다.
“동생 도움이 컸어요. 아파트에서 살다가 전원주택으로 옮기기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동생이 ‘언니 우리 함께 살며 의지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죠. 그 말에 힘입어 식구들을 설득해 두 가족이 편안하게 지내면서도 야생화 갤러리를 꾸밀 수 있는 ‘모던한 전원주택’을 콘셉트로 설계했어요. 함께 살다 보니 어려움을 나눌 수 있게 됐고,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가 생겼죠. 무엇보다 야생화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요.”
‘서로가 원하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서원마을에 온 지도 어언 7년. 화분은 점점 늘어나 이제 600여 개에 달한다. 보살펴야 할 꽃이 많아지면서 백 대표의 손길은 더 분주해졌다. 야외 정원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피부도 건강한 빛으로 그을려져 갔다. 백 대표는 이 마을에 오고 자신의 건강이 95% 정도는 회복됐다고 자부한다. 몸에 활력이 생길수록 야생화를 향한 그녀의 애정은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어느 날 갤러리를 찾아온 분이 ‘원예치료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죠. 처음 그 단어를 듣고는 ‘아, 꽃도 아플 수 있으니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식물을 이용해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거더라고요. 괜찮겠다는 생각에 찾아봤더니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커리큘럼이 있었어요. 그 길로 등록하고 논문 쓰고 실습도 다니며 원예치료사 자격을 취득했죠.”
전문가가 되고 나니 강사 자격으로 야생화갤러리, 유치원, 주간노인복지요양원 등에서 야생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교사생활을 했던 덕분에 수강생을 가르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이들이기에 수업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다.
“꽃을 배우러 오는 수강생 얼굴을 보면 찡그리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그게 꽃이 주는 즐거움이기도 하죠. 더군다나 자기가 필요해서 배우러 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적극적이라 힘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지난 2년간은 외손주를 돌보기 위해 미국을 오가느라 야생화 교실이 뜸했지만, 여전히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백 대표다. 특히 자신과 같은 중년 여성들의 방문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여자들은 정말 갈 데가 없어요. 그런 분들이 야생화갤러리에 와서 꽃도 보고 수다 떨고 하는데 저는 그냥 오라고 안 해요. 기왕 오는 거 옷도 아름답게 입고 예쁜 앞치마도 하나 가져오고 기분 좋게 찾아오라 이야기하죠. 여기 오면 바람도 선들선들 불고 우리끼리 소통하면서 꽃과 함께 예쁘게 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공간에서 그런 즐거움을 나누며 지내고 싶어요.”
온라인 이유식 구매에 조부모들의 바람이 거세다.
손자녀 육아를 책임지는 시니어 육아족의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맞벌이 하는 자녀들을 대신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
오픈마켓 옥션(www.auction.co.kr)은 11일 지난 8일까지 5060세대의 이유식 상품 구매가 작년 같은 시기보다 35% 늘었다고 밝혔다.
5060세대의 완성된 이유식 구매는 30% 증가했다. 이유식 전용 반찬과 국ㆍ식재료 등 구매도 25% 올랐다.
조부모 육아족의 수입 병 이유식 구매도 25% 증가해 수입 제품 구매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층의 초유와 유산균 제품 구매도 135% 신장했다.
나이가 들수록 손주들을 돌보기가 쉽지 않다. 체력 소모도 뿐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060 육아족은 편리하게 안전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옥션은 분석했다.
시니어 육아족은 이유식 상품의 경우 친환경, 유기농, 수제 등 안전성으르 강조한 제품이나 저염식 국물용 애간장, 친환경 유리병에 담긴 이유식, 산 처리를 하지 않은 김 등 안전한 먹거리를 선호한다.
시니어 육아족이 직접 온라인 쇼핑에 나서면서 이유식이나 육아용품 전체 구매자 가운데 50∼60대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육아용품 구매자 가운데 50∼60대 비중은 지난해 4%에서 올해는 6%로 늘었고, 이유식의 경우 50∼60대 고객 비중이 5%에서 7%로 확대됐다.
이은영 옥션 유아동팀장은 "손쉬운 육아를 위해 온라인에서 안전한 식재료와 완성품을 구매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수입제품의 경우 엄마들의 입소문으로 검증된 제품이 대부분이라 장년층도 믿고 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