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별개로 간절한 것이 바로 ‘먼 이국’으로의 여행이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발길이 묶여버린 상황. 언제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저비용 고효율로 즐길 수 있는, 이름하여 ‘한국에서 즐기는 외국 여행’ 가이드. 인생은 짧고 갈 곳은 많다. 한국에서 만나는 독일, 스위스, 사막, 지중해, 중국, 스페인 산티아고, 아프리카 등 지금 당장 가슴이 끌리는 그곳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해외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에도 사막이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 지대로서 해안 사구가 지닌 환경적,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11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려온 해안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길이 약 3.4㎞, 폭 약 200m에서 최대 1.3㎞ 규모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사구 표면은 대부분 사초로 덮여 있으나 육지 쪽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해안 가까이 해당화도 자라 사구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현재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생태계 보존 지역이니 자연을 아끼는 각별한 마음도 가져가야 한다.
위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유럽풍 숲속 정원을 거닐다
제이드 가든
숲속 정원 ‘제이드 가든’(Jade Garden).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자연의 공간 만병초원을 비롯해 어릴 적 즐겨 읽고 보던 동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지은 유럽풍 마을, 젊은이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인기가 좋은 이탈리아 웨딩가든, 그리고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원, 꽃물결원, 피크닉가든, 은행나무미로원, 키친가든, 재배온실 등을 천천히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점 등의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고 가든 가꾸기 프로그램도 상시 진행한다. 하절기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500원, 경로우대 7000원. 굴봉산역-제이드 가든 왕복 셔틀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위치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햇골길 80
독일 교포들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독일마을
1960년대 독일의 광산과 병원에서 일해온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 후 한국에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마련한 생활 터전이다. 독일에서 반백 년 가까이 살았던 교포들이 실제로 살고 있어 독일 정취와 문화를 느끼고 경험하기에 좋은 곳이다. 2001년, 남해군이 사업비 30여 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 택지를 교포들에게 분양했다. 그 후 이 주택들은 교포들의 주거지 또는 휴양지로 쓰이는 동시에 일반 관광객들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독일 전통 소시지와 맥주 맛보기, 독일마을 추억 만들기, 전통의상 입어보기, 파독 전시관 관람하기 등이 대표 체험 프로그램이다. 상주하는 독일 교포들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위치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
오감 만족 스위스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공원을 통해 스위스의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 치즈, 초콜릿, 와인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주제별 박물관을 포함해 스위스 테마관, 동물농장, 양떼목장, 사랑의 연못, 에델바이스 광장, 갤러리, 포토존 등 전시 시설과 전원 시설을 다채롭게 누릴 수 있다. 어둑해지면 인터라켄 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다. 주말 기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9000원, 경로우대 7000원.
위치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포천 숲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의 숨결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카라반펜션캠핑장
태천만 관장이 수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 30여 개국을 다니며 150여 부족에게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560여 점, 석목 조각 330점, 미술품 30점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인식, 토속 춤, 혼례 및 장례 등 제례의식과 왕족, 족장, 전쟁과 사냥 등과 관련한 유물 및 악기, 각종 생활용품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라반펜션캠핑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도심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까지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운영하며 요금은 성인 1만2000원, 경로우대 1만 원.
위치 경기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967
산토리니의 호젓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지중해마을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골목들이 알록달록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 양식을 빌렸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원래는 너른 포도밭이었는데 주변 땅이 개발하면서 탈바꿈의 시기를 거쳤다. 3층짜리 60여 동 건물에는 레스토랑, 와인바, 베이커리, 카페, 기념품 숍, 식당,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주민들의 거주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야간에는 골목 위로 은하수 조명이 매달려 마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또 마을 공원 곳곳에는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위치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5-7
사진 출처 충남 홈페이지
한국적 정취와 어우러진 작은 산티아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신안군 다도해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목포나 무안에서 배를 타고 30분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썰물 때면 드러나는 노둣길이 대기점도, 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준다.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은 하나로 이어진 이 섬들을 걷는 12㎞ 트레일이다. 길을 이어 걷는 중간에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열두 개의 예배당을 쉼터처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섬에는 마을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한 곳 있으며 섬 누리집에는 교통편과 노둣길 물때 등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위치 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어딜 가도 좋을 때다. 혼자여도 좋고 함께라도 좋다. ‘걷기의 3요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걷기의 3요소’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날씨가 좋아야 하고, 풍광이 좋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걷는 일행이 좋아야 한다. 특히, 처음 가보는 곳에 해설자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같은 풍경도 해설을 들으면 다르게 보이고, 안 보이는 것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서지역의 테라피 장소인 개화산 둘레길로 트레킹을 간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서울 근교를 걷는 ‘감성테마여행’ 밴드에 가입한 건 몇 년 전이었다. “북한산과 한강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고, 김포공항이 보이는 하늘길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겠습니다. 초록의 숲에서 ‘힐링 오침과 음악감상 테라피’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니 개인용 돗자리를 준비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도보여행가이자 ‘여행과 인간’ 호비문화연구소장 이성한 씨의 안내 글이 걷기 욕망을 충동했다.
햇살이 따가운 평일 오전에 4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회원 25명이 모였다. 출발 지점인 개화산 미타사를 시작으로, 공원 조망점, 해맞이 전망대, 약사사, 치현산 꿩고개,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쳐 돌아오는 11km를 5시간에 걸쳐 걸었다. 미타사는 큰 절의 말사 같은 곳으로 암자처럼 규모가 작았다.
강서 둘레길이라고도 불리는 개화산 둘레길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의 경사가 심하지 않다. 초급자나 시니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마스크를 쓰다 보니 초반부터 땀이 쏟아졌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걸었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하늘은 파랗고, 산은 초록이고, 망초꽃은 하얗다.
개화산은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산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행주산성과 마주 보고 있다. 높이는 약 128m이며 신라시대 주룡거사(駐龍居士)가 득도를 하기 위해 머무른 곳이란다. 그런 이유로 한때 주룡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그가 열반한 자리에서 꽃이 피어나 개화산(開花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바라보면 산 모양이 꽃의 형상처럼 보인다.
특히 이곳은 주변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군사 요새로 활용됐다. 산 정상 두 곳에 있는 봉수대는 서쪽과 남쪽에서 봉화를 받았고, 임진왜란 당시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불화(火) 자를 넣어 개화산(開火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풍수지리상으로는 ‘화리생연(火裏生蓮)’, 즉 불꽃 속에서 연꽃이 피는 형국이다. 말하자면, 개화산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꽃이 피어나는’ 산세라 할 수 있겠다.
한강, 방화대교, 북한산 등 멀리까지 보이는 해맞이 전망대를 지나 약사사, 치현산 꿩고개 둘레길을 거쳐 메타세쿼이아 숲에 들어서자 키 큰 나무들이 세 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초록 잎이 무성한 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려 심호흡을 했다. 산책로 끝까지 걷고 난 뒤에는 인적이 드문 숲속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이날 걷기의 하이라이트는 식사 후 1시간가량 숲에서 낮잠을 자는 것이었다. 평소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데 숲의 기운 때문이었는지, 편안함 때문이었는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일행은 ‘숲속의 잠자는 공주’가 아니라, ‘숲속의 잠자는 시니어’가 되었다. 얼마 후 해설자가 틀어주는 음악소리에 부스럭거리며 일어났다. 피곤이 가셨는지 개운했다. 숲에서 잠이 든 것은 처음이었고, 깊은 잠을 잔 것도 신기했다. 사소한 피로와 가벼운 감기는 숲에 머물러 있으면 치료가 된다고 하던데 산림욕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해설사는 ‘걷기 예찬’의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의 책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꺼내 몇 구절을 읽어줬다.
"걷기는 세상의 쾌락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잠깐 쉬었다 갈 수도 있고, 내면의 평정도 찾을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함께 끊임없이 살을 맞대며 아무런 제한도 장애도 없이 장소의 탐험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은 감각을 통한 전진이요, 관능으로의 초대이다. 행복한 감각들은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순간, 그곳에 있음을 수없이 확인시켜준다."
서울 근처에는 걷고 싶은 길이 많다. 개화산 둘레길도 그중 하나다. 원점 회귀 직전의 하늘길 전망대에서는 김포공항 활주로에 줄지어 있는 비행기들과 그 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논, 멀리 녹음이 우거진 계양산까지 보였다.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무겁게 마음을 누르고 있던 것들이 바람과 함께 흩어지는 듯했다. 상쾌했다. 디톡스란 생리학적 용어로 신체에서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을 없애는 방법이다. 풍광이 좋고, 일행이 좋고, 날씨까지 좋을 때의 걷기는 마음의 불순물들을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불꽃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꽃중년들이 함께 걸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그 꽃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일이다.
올해에는 벚꽃놀이도 없었고 봄꽃의 흐드러짐도 만나지 못하였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지나는 가장 젊은 날의 봄이 아쉽다. 연두색 새잎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5월을 느끼기 좋은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창덕궁 후원을 떠올렸다. 가을에는 몇 번이나 갔으나 봄은 처음이다.
창덕궁은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 때 만들어졌다. 형제의 피를 묻히고 왕위에 오른 태종은 경복궁으로 돌아가는 것을 꺼렸다. 1405년 새롭게 창건된 창덕궁은 이궁(離宮)이었으나 조선의 역사 속에서 종종 법궁(法宮)의 역할을 하였고 현재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 평가받고 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면 회화나무 여덟 그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백 년 된 노구에 연두색 새잎이 돋고 있다. 궁궐 안의 가장 오래된 돌다리인 금천교를 건너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정전인 인정전이 나온다. 그 뒤로 편전이었던 선정전, 왕의 침전이었다가 편전으로 사용한 희정당과 대조전이 있다.
왕과 왕비의 침실이기도 했고 왕자와 공주의 교육 장소로 쓰였던 대조전은 조선 멸망을 지켜본 비운의 전각이다. 한국을 일본에 넘기는 합병조약이 이곳에서 체결되었고 ‘창덕궁 전하’라 불리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이곳 대조전에서 승하하였다.
전각들은 대부분 촘촘하게 붙어있어 수월하게 둘러볼 수 있다. 사대부 양식의 건물인 낙선재만 주 전각들과 약간 떨어져 있다. 이에 반해 후원은 꽤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양옆에 긴 담벼락이 늘어선 길을 따라 후원으로 들어간다. 비밀의 정원답게 들어가는 입구가 길다. 이때부터 초록 샤워기를 틀고 그 아래에 선 듯 느껴진다. 대여섯 살 정도 된 딸 둘과 고궁 나들이에 나선 한 가족이 앞서 걷다가 감탄사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구부러진 길 끝부터는 더 깊은 초록의 터널이다.
싱그러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달린다. 뽕나무, 은행나무, 쪽동백나무, 함박꽃나무, 느티나무.... 나뭇잎을, 그러쥐어 꾹 짜면 연두와 녹색이 절묘하게 섞인 5월의 색이 주르르 흘러내릴 듯하다.
숲 터널 끝에 자리한 부용지가 은밀하다. 사각의 연못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영화당이 남쪽과 북쪽에는 각각 부용정과 주합루가 서 있다. 정조가 즉위한 해인 1776년에 만든 주합루는 계단식 구조물 위에 2층 누각 형태를 띠고 있는데 1층은 도서관인 규장각이, 2층은 학자들의 배움터이자 토론장으로 애용되었다.
부용지를 나와 숙종 때 만들어진 애련지와 조선 시대 양반가옥을 본떠 만든 연경당을 둘러보고 다시 시작되는 초록 샤워 길을 지나 왕의 휴식공간이었던 존덕정에 이르러 발길을 멈춘다. 쉼조차 싱그러운 봄이다. 너른 숲길에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인공적으로 물길을 낸 옥류천이 나타난다. 이곳 또한 휴식처이다.
5월의 창덕궁은 어느 곳 하나 싱그럽지 않은 곳이 없다. 전각과 후원의 생기 가득한 풀과 나무 사이를 걸으며 코밑까지 온 봄을 느낀다. 숨바꼭질 동무를 찾아 기쁘듯 숨어있다 얼굴을 내미는 연못과 정자에서 휴식의 기쁨을 누린다. 가는 봄날의 아쉬움이 달래 진다.
관람 안내 : 창덕궁의 전각은 휴관 일(매주 월요일)을 제외하면 상시 관람이 가능하지만 후원은 궁궐 전각 관람료(대인 3000원)와는 별도의 후원 관람료(대인 5000원)를 내고 들어간다. 후원 관람은 90분 정도 소요되며 해설사와 함께 회차 별 1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예약은 6일 전 오전 10시부터 입장 전날까지 받는다. 예약인원 50명, 당일 발권 50명이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해설사 없이 회차별로 입장하여 자유 관람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김용택 시인은 ‘봄날’이라는 시에서 “나 찾다가 / 텃밭에 /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 예쁜 여자랑 손잡고 / 섬진강 봄 물을 따라 /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라고 노래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이 바뀐 이즈음, 책을 가까이하며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정갈하고 고즈넉한 책들의 고향, 종이의 고향에서 시집을 펼쳐 보고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봄맞이 산책을 떠나도 좋겠다.
‘종이의 고향’으로 떠나는 소박한 여행
파주출판도시는 책들의 고향이자 건축의 도시, 영화의 도시, 생태의 도시다. 출판인들이 모여 도시 건립을 위한 ‘위대한 계약’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이 흘렀다. 이곳에는 출판사, 인쇄소, 영화사를 포함해 500여 개의 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부터 책방, 박물관, 북카페, 갤러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근거리에는 야트막한 심학산이 있고, 거리 곳곳에 아담한 벤치가 있어서 잠시 멈춰 쉬기에 좋다. 겨울에 갈대가 우거졌던 샛강 변은 지금 서서히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다. 운이 좋으면 얕은 강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재두루미도 만날 수 있다.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오다가 문발IC로 진입하면 오른쪽에 ‘출판도시의 심장부’라 불리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있다. 이곳은 건축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가 돋보이는 건물로 2004년 제14회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받았다. 박물관, 강연장, 숙박 시설이 있는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인문학 강연, 작가와의 만남, 예술작품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2014년 이곳 1층에 개관한 ‘지혜의숲’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의 서재이자 독서공간이다. 여기에 있는 책들은 모두 개인과 출판사에서 기증받은 것으로, 15만여 권의 책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내부에는 카페도 있어 커피를 한잔 마시며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안쪽에는 ‘북소리’라는 할인서점이 있고, 2층에는 헌책방 ‘보물섬’이, 3층에는 출판산업체험센터가 있다.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책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하루를 지내면 어떨까.
바로 옆 ‘지혜의숲3’ 1층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기증한 책들이 다양한 형태의 서가에 들어차 있고, 좌석들은 편안한 형태로 꾸몄다. 2층부터 5층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이다. ‘종이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곳 객실은 TV가 없는 대신 책들이 비치돼 있다. 79개의 객실 중 박경리, 박완서, 김훈 등 작가들의 전집이나 소장품으로 꾸민 ‘작가의 방’과 출판사 책으로 구성한 ‘출판사의 방’도 있다. 객실 크기는 9평 정도로 TV없는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건물 왼편의 응칠교 근처에는 전북 정읍에서 ‘김동수 씨 작은댁’의 사랑채를 옮겨 세운 ‘서호정사’가 있다. 열화당 이기웅 대표가 쓴 안내문을 보면, 1971년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된 ‘정읍 김동수 가옥’은 김동수의 육대 조상 김명관이 1784년경에 지었다. 김명관의 둘째 아들 김상하가 1834년에 김동수 씨 작은댁을 십여 년에 걸려 지었으니, 현재 186년의 역사를 지닌 고가다. 출판도시에 하나뿐인 이 건물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는 출판도시의 뜻이 담겨있다. 5월이면 한옥 담장을 따라 흰 꽃 등나무에 향긋한 꽃이 주렁주렁 피어날 것이다. 국어학자이자 시인인 일석 이희승 선생이 아끼던 50년 수령의 나무를 옮겨 심었다.
지혜의숲 뒤편에 놓여있는 야외 벤치에 앉아 갈대 샛강을 구경하거나, 건너편 책방거리까지 갈 수 있도록 꾸며놓은 ‘김소월 시의 다리’를 산책하노라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얼굴을 간질인다. 진달래꽃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야간조명 덕분에 밤에는 더 낭만적이다. 출판도시에서는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 만들기’까지, 책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열화당책박물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등을 해설사와 함께 투어할 수 있는 특별한 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건물 정면 맞은편에 있는 피노키오뮤지엄과 카페 헤세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가롭고 여유 있게 책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자.
주소: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숲길 1호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준비할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아서 숲에 들려면 삼림보호법에 의해 철저하게 예약제다. 누구나 마음대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트레킹 가능 인원은 숲해설가를 동반한 하루 8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숲은 조용했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설가의 설명이 소리의 전부다. 물론 새소리와 계곡을 흐르는 자연의 소리는 당연히 배경음이다. 숲해설사가 자기를 앞지르지 말고 탐방로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멧돼지가 나오기도 한단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다섯 구간이 있다. 12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십이령바지게 길이란 이름도 있다. 울진과 봉화로 꼬불꼬불 열두 고개의 먼 길을 오가던 바지게꾼들이 오가며 장사를 하던 길이다. 소금과 미역, 간고등어, 그리고 피륙과 곡물을 등에 진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고 김주영의 소설 '객주'도 이런 이야기들이 바탕이 된 곳이다. 발걸음마다 스토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숲에 드니 기분이 상쾌하다. 울진 금강송 숲길은 다른 곳보다 피톤치드가 5배라고 하는데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가다가 멈춰서 듣는 숲 이야기와 소나무에 얽힌 내력을 배우며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된다. 소나무의 성장이나 수난을, 꽃과 나무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금강송은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숲해설사의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들으며 숲에 드는 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시킨다. 손에 들고 있던 장대로 멀리 가리키며 못난이 소나무라고, 미남송이라고 알려준다. 암벽에 뿌리내리고 긴 시간 굳건히 자라온 잘난 나무다. 대체로 평이하고 짧은 코스인데도 마지막 오르막은 만만찮다.
미인송이 보인다. 깊은 산속에 독야청청 굳세게 그 자리를 지키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 잘 생긴 소나무. 우람하고 지조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미인송을 안아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귀하신 몸을 영접하고 땀을 식히니 하늘에서 쨍하고 늦가을 볕이 비춘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소나무 숲이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 자연이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다가가 만나보는 귀한 가치를 느껴본다.
내려오며 비로소 막바지 가을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꽃 내려올 때 보았네 하듯이 숲엔 단풍이 절정이다. 걷느라 수고했다 쓰다듬듯 그 길을 걷는 머리 위에서 자연은 최상의 색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탐방 코스:산림수련관 집결→500년 송→못난이송→미인송→제2탐방로→산림수련관(5.3km/3시간 소요)
▶장소/시간: 울진군 금강송면 대광천길 83/오전 10시
▶운영 예정일: 2019. 4.20 ~11.30(매주 화요일 휴무)
수년째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니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말이다.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전국 각 지역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축제에서 가는 세월을 즐겨보면 어떨까? 더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핫(?)한 여름을 책임질 전국 방방곡곡의 축제를 찾아봤다.
연재순서 ① 축제? 먹고 즐기자! ② 개운하게 한잔 촤악! 마시자 ③ 시원하게 솨악! 물놀이
사진 제공 각 지자체
시원하게 솨악! 물놀이
언제부턴가 여름이 되면 대한민국 전역은 온통 물의 도시로 변하는 것만 같다. 태국 물 축제인 송크란을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 서울은 물론 다양한 지역에서 펼쳐져 더위를 잠시라도 잊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한강몽땅축제’는 영등포구 한강공원과 수상 일대에서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한 달간 펼쳐진다. 물에 첨벙 뛰어들고 시원한 파도를 만끽하는 축제가 다양한 이벤트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보령 머드축제
머드(진흙)팩으로 유명한 보령시. 1996년 머드 화장품을 개발한 보령시는 2년 뒤 보령머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상품화에 성공한 보령머드 화장품과 대천해수욕장 및 주변 지역 관광명소를 홍보하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신나는 축제 마당이 됐다.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貝殼粉) 백사장을 자랑하는 대천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해수욕은 물론 머드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청정 갯벌에서 진흙을 채취해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가공 과정을 거친 뒤 생산된 머드분말을 이용해 머드 마사지(해변 셀프 마사지, 첨단 머드 마사지)를 할 수 있다. 머드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맨발로 체험을 해야 하니 잃어버려도 되는 신발을 신고 갈 것. 모자와 선크림도 꼭 준비한다.
기간 7월 19~28일 장소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 및 시민탑 광장
정남진 장흥 물축제
물로 시작해 물로 마친다는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올해 12회째. ‘젊음이 물씬, 장흥에 흠뻑’이라는 주제로 시원하게 한바탕 물놀이가 펼쳐질 예정이다. 시내에서 벌이는 거리 퍼레이드 ‘살수대첩’과 ‘지상 최대의 물싸움’, ‘황금 물고기를 잡아라’, ‘장흥 워터락 풀파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새로 도입한 ‘장흥 워터 그라운드’와 다양한 육상, 수상 이벤트도 열린다. 편백톱밥, 파라솔, 선베드 등은 해변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는다. 올해는 장흥 물축제를 대표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아쿠아 미니게임존, 휴게공간, 포토존 등을 마련했다. 장흥만의 민속문화인 고쌈줄당기기도 수중에서 펼쳐진다.
기간 7월 26일~8월 1일 장소 전남 장흥군 탐진강 및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
평창 더위사냥축제
2018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인 평창. 올림픽만큼이나 이 고장을 알리는 축제가 있다. 바로 ‘더위사냥축제’. 작년 제1회 대한민국 빅 데이터 축제 대상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관광객 유치는 물론 축제 참여자들의 선호도 조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관광객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땀띠귀신사냥 워터워’와 ‘광천선굴탐험’, ‘에어바운스 물놀이’ 등이 있다. 특히 광천선굴은 평창 더위사냥축제가 열리는 10일 동안만 개방된다. 동굴 입구까지 트랙터 마차를 타고 가 문화해설사에게 동굴 형성 과정과 전설 등을 들을 수 있다. 6600 여 m²의 해바라기 밭과 포토존, 우산의 거리, 코스모스 물안개 터널 등 조경 요소도 갖춰져 있어 걷는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시니어에게 추천할 만하다.
기간 7월 26일~8월 4일 장소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 일원
5월 가정의 달이다. 수도권 안에 가족들과 가볼 만한 가까운 곳이 있다. 문화와 예술, 역사 등을 두루 느껴볼 수 있는 파주,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북녘과 인접해있어 생태탐험과 최북단의 DMZ를 통해 평화안보여행도 할 수 있다.
파주 출판단지
출판단지에서 유명한 은 출판 복합 문화공간이다. 책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벽면을 가득 메운 책꽂이는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쾌적하고 넓은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모습들이 편안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면 책의 기원이나 출판의 역사를 알기 쉽게 볼 수 있도록 전시해놨다. 책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그 옆으로 문 열고 나가면 헌책방 '보물섬'에서 저렴하게 중고책을 마음껏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책과 함께 하루쯤 묵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이 있다. 와이파이가 없다. TV도 없다. 오직 책 속에 푹 파묻힐 수 있는 방이다 사색과 휴식의 시간을 위한 북스테이다.
-파주 출판단지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지혜의 숲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벽초지(碧草池) 수목원
봄꽃들이 이미 다 지고 있는데 이곳은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 아직은 늦게 피어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연못, 그리고 꽃길과 조형물들 사이를 걸으며 군데군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젠가 무릎이 아픈 어르신을 모시고 왔더니 수목원 관리소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주어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166-1
마장 호수 출렁 다리
근래들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짚라인이나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등을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여행 중에 빠질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다. 마장 호수공원은 20만㎡ 넓이의 테마파크다. 이곳의 길이 220m의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둘레길 총 4.5km 중 3.3km 구간의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로 365
헤이리 마을과 프로방스
예술인 380여 명이 모여 만든 마을이 헤이리 마을이다. 총면적이 15만 평.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 공연장 등을 천천히 구경하고 즐기려면 한나절도 모자란다. 3층 이상의 건물은 짓지 못하게 되어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친화적 마을에 예술인들이 직접 작업하며 살고 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 마을 길 건너편에 파스텔풍의 알록달록한 마을이 보인다. 남프랑스 전원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프로방스 마을이다. 허브 정원, 이쁜 카페와 공예품들, 그리고 리빙 웨어, 플리마켓 등의 눈요기 거리가 도처에 있고 맛집들이 기다린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84
헤이리 근처에 파주 영어마을도 있다. 아이들이 있으면 들러서 뮤지컬 관람이나 베이킹 체험 등을 해볼 만하다. 지금은 체인지업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파주 영어마을:경기 파주시 탄현면 얼음실로 40
맛집&빵집>
교황님이 방한했을 때 간식빵으로 유명해진 교황빵 외에도 맛난 빵집이 몇 군데 있다.
-파주시 파주읍 우계로 51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평화누리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어서 밤중에 별궤적 찍으러 몇 번 왔었다.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는 고요한 밤의 분위기도 좋았던 곳이다. 한낮에는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피크닉 나온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드넓은 공간 덕분에 아이들이 연 날리며 놀기도 좋고 해마다 파주 장단콩 축제나 인삼 축제가 열린다.
통일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철조망에 가득하고 달리지 못하는 녹슨 철마도 있다. 망원경을 통해 DMZ의 때 묻지 않은 생태자연경관을 보면서 분단국가의 역사를 체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618-13
이외에도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감악산 출렁다리, 보광사, 파주 이이 유적, 장단콩 마을, 적성 한우마을 등 가볼 곳이 많다. 수도권이라면 언제라도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파주다. 자가용 이용이 아닐 경우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합정역 앞의 2200번 버스와 경의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광화문이나 서울역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서울에서 가깝기 때문에 드라이브 삼아 떠나볼 만하다.
교통 및 작은 정보
▲합정역 2번 출구에서 좌석버스 2200번 / 파주 시내버스 900번
▲파주시에서 지원하는 파주 시티투어버스가 있다. 합정역 아침 9시 30분부터 출발. 요일별 당일코스가 다양하다.(17000~38000원). 주말엔 1박 2일 코스도 있다. 파주시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 탑승해서 관광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즐거운 도움을 준다.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숲해설가 활동에서 가장 자랑이었던 곳. 4년을 공들여 가꾼 곳이었는데, 비는 한순간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2011년 7월 28일. 최악의 집중호우로 손꼽히는 그날 하루 내린 비의 양은 301mm. 그 자리엔 그도 있었다. 사고가 좀 더 일찍 일어났다면 다른 18명의 희생자에 포함될 수도 있었다. 비폭탄은 그렇게 우면산 비탈과 그의 마음에 커다란 생채기를 냈다. 당시 우면산 자연생태공원 관리를 맡고 있던 서두문(徐斗文·74) 씨 이야기다.
“너무 무섭고 암담했죠. 4년간 애써 가꿔온 생태공원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까요. 게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황장애까지 왔어요. 한동안은 숲해설도 싫어져 멀리 했을 정도예요.”
비폭탄에 날아간 4년
서 씨가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07년. 기간직 근로자 신분이었지만 공원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숲생태 해설 프로그램을 구성해 14명의 숲해설가들과 함께 자연체험교실을 진행하고, 공원 조경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공원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꺼비 서식지가 있어 봄이면 뭍으로 떼 지어 기어나오는 모습이 장관이었고, 반딧불이 서식지를 조성하려고 먹이가 되는 다슬기도 뿌리며 정성을 들였는데, 산사태로 모든 것이 허사가 됐어요.”
그는 이후 접하게 된 호스피스 자원봉사 교육과 봉사활동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공황장애가 치유됐다고 털어놨다. 죽음 앞에 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죽음의 위기 때문에 얻게 된 무거운 병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우면산 자연생태공원은 사고를 딛고 복구가 됐고, 두꺼비 서식처는 지난해 말 자연환경대상에서 서초구청에게 최우수상을 안겼다.
담배 품질관리에 평생 바쳐
서 씨는 원래 숲해설이나 생태공원과는 대극(對極)에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건강을 해친다며 외면받는 담배를 만드는 일이 그의 직업이었다.
“당시엔 전매청으로 불리었던 KT &G에 1970년 입사해서 2002년 6월에 신탄진 제조창 생산국장으로 퇴직했어요. 재직 중에는 담배 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부문에 주로 종사했죠. 실무자 시절엔 신탄진, 광주, 수원 등 여러 지방 공장을 거쳤습니다. 퇴직 무렵엔 외산 담배 수입 자유화에 대항해 국산 담배 시장을 지키느라 애쓰기도 했죠.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청자, 사슴 등의 담배부터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담배가 제대로 제조됐는지 외관과 담배 맛을 점검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흡연을 해야 했다. 애연가였던 그는 많을 땐 하루에 두 갑을 피웠었다고. 지금은 건강을 위해 금연한 상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담배 맛을 점검하기 위해 피워보는 것을 ‘시끽(試喫)’이라고 해요. 시끽 담당 직원들이 전용 시끽실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웠죠. 원칙상 담배의 외부 반출은 금지되어 있는데, 당시 담배는 고가의 기호품이라 더욱 엄격하게 관리됐습니다. 대신 업무를 위해 제조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허가돼 작은 기쁨이기도 했습니다.(웃음)”
지금은 담배도 흡연자도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분위기이지만 국내 담배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변치 않았다. 서 씨는 퇴직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담배의 수분이나 지름, 포장 재질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숲속 여행 기획자 꿈꿔
그러다 숲해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에 개장한 서울숲이 계기가 됐다. 퇴직 후 잠시 공인중개사와 주례 일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서울숲 지킴이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서울숲 지킴이가 되기 위해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았어요. 그렇게 서울숲 안내데스크에서 근무를 시작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이 정도 얕은 지식으로 서울숲을 찾는 아이들을 가르쳐도 되나 싶었던 거죠. 안되겠다 싶어서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진행하는 숲해설사 양성과정에 등록해 제대로 공부를 했어요. 1년간 강사님들과 전국 숲을 누볐죠. 국립수목원이나 홍릉수목원, 물향기수목원 등은 안방처럼 드나들었죠.”
전남 함평 출신으로 자연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숲해설사로서의 활동이 늘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남들 앞에 나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도 한몫했다. 회사에선 직원 교육도 하고, 한때는 주례 전문인으로 활동했을 정도다.
“숲에 대해 배울수록 신이 나요.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고 나면 숲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사람들에게 숲 해설을 할 때는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을 열고 숲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합니다.”
최근에 그는 새로운 것을 계획 중에 있다. 여행기획에 숲 해설을 더한 상품을 만드는 것. 최근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 주최한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과정’ 1기로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수없이 캠핑을 다녔던 딸이 아버지를 위해 추천해서 참여했다.
“교육 과정이 끝난 후 숲 해설 경험과 여행자 과정에서 익힌 것을 바탕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구성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다른 분들을 모시고 제가 기획하고 주도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뿌듯하고 벌써부터 설레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건강해지는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어요. 참가자들에게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노후에 도움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숲을 알리는 숲속여행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제주에서 만난 오름매니저 변현철(邊賢喆·65) 씨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지만,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격언을 따랐던 도민들 중 한 명이었다. 번듯한 대기업을 다니다 IMF의 직격탄을 맞고 “내 사업을 해보겠다”며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여행업. “보헤미안 기질이 있어 실컷 세계의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싶었다”고 변 씨는 말한다. 왕년의 여행 전문가가 오름매니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여행 시장은 지금의 대형 여행사 중심이 아니라 중소 여행사들이 각자 여행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분위기였다. 소원대로 그는 전 세계 80여 개국을 누볐다. 그의 회사는 스무 명이 넘는 직원들로 북적였고, 대한관광여행진흥협회에서 임원도 맡았다. 여행 업계에서 다들 알 만한 인물이 된 셈이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을 때 후배에게 회사를 넘기고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면서 그의 고민은 다시 시작됐다. 무엇을 할 것인가?
“맨 처음 손을 댄 것은 문화예술교육사였어요. 시민들의 문화예술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직종이었는데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죠. 강사 수에 비해 강의를 할 기회가 적었어요. 그러다 거주하던 성동구의 마을공통체 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지역사회 사업의 중요성이나 사회적 경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됐죠.”
그가 고향인 제주에 내려오게 된 건 2014년. 노모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기왕 시작한 제주생활, 고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 공모에 합격해 서울에서의 경험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름과 만나게 됐다.
“여행 사업을 할 때부터 각국의 멋진 관광지를 접하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어느 날 오름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죠. 당장 제주대학교로 달려가 오름해설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오름해설사란 기존 오름매니저의 역할에 숲해설사, 문화해설사 기능까지 더해진 과정. 6개월씩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을 거쳐야 수료할 수 있다. 그는 이 수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오름매니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올 초 오름매니저가 됐다.
뜨거웠던 올여름 그가 활동했던 곳은 함덕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제주시 조천읍의 서우봉 오름이다. “바다와 산을 둘 다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올 것 같아 골랐다”고 그는 말한다.
“관광객들에게 제주 이야기를 전할 때 가장 보람이 크다”는 그는, “좀 더 많은 오름에 오름매니저들이 배치되어 여기 오는 분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후를 내가 태어날 곳 혹은 평생 살았던 고향에서 봉사하며 보내는 것은 아마 많은 이가 꿈꾸는 여생의 모습일 것이다. 그 장소가 경탄할 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면 금상첨화이리라. 여기 전국의 시니어가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갖고 고향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다소 낯선 명칭인 ‘오름매니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오름은 형성 방식에 따라 세분화해 구분하기도 하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제주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록에서 해안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는 작은 화산체를 의미한다. 모양에 따라 넒은 평지 같기도 하고, 작은 언덕이나 산 같기도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이것들을 오름이라 부른다. 화산체라고 이야기하면 무언가 특별하고 진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368개나 존재한다. 제주도민들이 오름을 생활 터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제주에 오름만 368개
문제는 이런 오름이 제주 도처에 존재하고 관광자원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다.
JDC 측은 지난해 말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함께 신중년의 사회 경험과 재능을 일자리로 잇는 ‘이음 일자리 사업’을 위한 새로운 직종을 찾고 있었다. 도내의 중장년이 제주도 발전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나섰던 것. JDC 관계자는 “그러다 오름을 보호하기 위해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음 일자리 사업을 통해 탄생한 직종은 오름매니저를 비롯해 관광지를 중심으로 콘서트를 펼치는 버스킹 공연단, 주요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사서, 푸드메신저, 일자리 지원단 등의 직종도 선발됐다. 이 과정을 통해 2월에 발대식이 이루어졌고 오름매니저 160명을 포함해 총 250명의 중장년이 새 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JDC 임석환 주임은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 오름 중 관광객의 방문이 잦은 곳을 중심으로 관리 방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직종이 바로 오름매니저”라고 설명하면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가 갖고 있는 천혜의 자원인 오름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숲해설사나 문화관광해설사처럼 오름의 역사적 배경이나 오름의 자연적 특징을 설명해줄 인력이 요원했다. 오름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는데, 여행의 재미를 더해줄 스토리 텔링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오름매니저에게 주어진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됐다. 오름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역사적, 자연적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환경보호와 해설이 주임무
오름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만 50세에서 70세의 나이에, 제주도에 거주 중인 주민이면 된다. 지원자들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 가장 많으며 선발된 인원 중 최고령자는 만 70세를 꽉 채운 주민이란다. 이렇게 올 초 선발된 1기 오름매니저들은 2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오름 내 쓰레기 수거 등 환경관리를 위한 실무적인 것부터, 진드기 감염이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오름의 역사적 배경 소개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한 오름매니저는 “아무래도 고령의 참가자가 많다 보니 오름 관리 과정에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교육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평생 제주에 살면서도 몰랐던 오름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오름매니저는 3월부터 8월까지 총 6개월간 18개 오름을 관리했다. 새별오름이나 거문오름, 송악산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 오름을 중심으로 오름매니저들이 현장을 누볐다. 단순히 현장관리만 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 대상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올여름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오름매니저들도 비상이 걸렸다. 더위가 이어져도 관광객들은 찾아오지만 중장년의 건강에 폭염은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오름매니저가 2인 1조로 근무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고려도 있다.
오름매니저의 근무 방식은 2인 1조로 배정된 오름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는 형태다. 오름매니저를 위한 유니폼과 명함도 지급되고, 겨울을 대비한 추가 유니폼도 준비 중이다. 근무시간은 매주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약 9500원을 받는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매달 약 45만 원이다. 업무강도 등을 고려하면 적은 돈은 아니라고 오름매니저들은 말한다.
1차사업 진행에 대한 정확한 결과 보고서는 아직 작성 중이지만, 오름매니저에 대한 기관과 참여자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오름매니저들이 파견된 오름의 경우 자연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자 96%가 활동에 만족
JDC는 1차사업 종료 후 6개월간 참여했던 오름매니저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다. 전체 인원 중 96%는 “활동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99.6%가 “2차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의 뜻을 밝혔다.
JDC는 9월부터 시작되는 2차사업을 위해 추가 오름매니저 선발을 진행했다. 9월 12일 마감된 추가 오름매니저 선발에는 29명을 뽑는데 127명이 지원했다. 무려 4.4대 1의 경쟁률. 1차 때는 오름매니저라는 직종이 생소해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사업 진행을 통해 중장년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원이 몰렸다. “매일 산에 오르니 건강에도 좋다”는 소문까지 났다.
추가 인원이 합류한 2차사업에는 총 189명의 오름매니저가 활동하게 되며, 관리 오름도 2개소가 늘어 총 20개 오름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인원 확대와 함께 제공 서비스 확충도 고려 중이다. 현재는 관광객이 오름매니저 해설을 듣고 싶어도 사전예약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부분의 개선도 준비 중이라고 JDC 관계자는 귀띔한다.
오름매니저 활동에 참가자들이 만족하는 데에는 일자리, 보람과 함께 제주도민의 정서 속에서 오름이 차지하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제주 토박이라 자처했던 한 오름매니저는 “제주도 사람에게 오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 속에서 늘 함께했던 터전”이라고 소개하면서 “인생에서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포함한 일상을 오름 위에서 해왔기 때문에 오름을 지키고 보살핀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오름매니저의 활동이 100%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관광지에서 오름매니저들의 대기 공간이 없어 어려움이 있고, 오름매니저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오름매니저의 활동은 제도적으로도 상징성을 갖는다. 중장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어 지자체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관광자원을 활성화하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단순한 청소나 관리 역할이었다면 보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지역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역할까지 부여함으로써 참가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오름매니저에게 보람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한 셈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14%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취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금, 오름매니저가 제시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참고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