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오찬이다. 지난 6월 이베이가 실시한 버핏 회장과 함께하는 연례 자선 오찬 참석 경매의 낙찰 금액은 346만 달러(약 40억원)였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버핏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면서 뛰어난 혜안과 겸손한 자세로 존경받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버핏 회장이 맨해튼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위해 은퇴자금 관리비법을 털어놓았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월간지 7월호에 특집으로 실은 ‘워런의 지혜(The Wisdom of Warren) 10가지’를 소개한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비상시와 투자 기회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라
예기치 않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면 현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현금의 필요성이 커진다. 은퇴를 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폭풍이 몰아쳐도 힘들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도 현금이 있어야만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현금을 끈기 있게 보유하다 보면 최상의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2. 지루함을 참고 견더라
튀지 않는 기업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기저귀,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기업은 첨단기술회사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커 보이지 않지만 세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P&G에 1986년 1000달러를 투자한 후 매년 나오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현재 시가로 3만20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튀는 기업보다 좋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 버핏 회장은 이런 기업을 선택해 큰 성과를 올렸다.
3. 시장가격 지배력이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강한 고객들은 더 비싼 값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세계 3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탄산음료에서 주스와 생수로 제품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한 브랜드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4. 우수한 경영인은 유망한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이 성공을 하려면 경영인이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인은 전략적 비전을 창조하고 기업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같은 경영인이 대표적인 예다. 위대한 경영자와 강력한 사업 모델이 어우러졌을 때 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된다.
5. 실수를 최소화하되 실수를 통해 배워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버핏 회장도 2013년 영국의 최대 식품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투자했다가 회계문제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수를 극복하는 열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던 경고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면 반복적인 실수나 더 큰 미래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 실수를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투자의 길잡이가 된다. 이 교훈을 자녀나 손주들과 공유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6.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고수하라
광범위한 주식시장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버핏 회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을 감지하지 못해 기술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에 발생한 기술주 폭락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익숙한 금융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집중해서 자신의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7. 구매력을 높여나갈 수 없는 투자는 피하라
버핏 회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2011년 세계 공급량이 1926㎥ 였다. 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62만㎢의 미국 농지와 16개 엑손모빌 공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규모의 농지에서는 매년 20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엑손모빌 공장에서는 4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금에 투자를 했을 경우 시세 차익 외에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물가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갈 수 있다.
8. 유망한 주식이라도 과도한 시세에서는 사지 말라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세에 주식을 사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산다. 실례로, 얼마 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버핏 회장은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식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면 그만큼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
9. 매입했으면 가급적 장기 보유하라
좋은 결정을 한 번 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을 자주 내리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주식거래 수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에 종목 선택을 잘해 수익을 올렸다가도 다음 결정이 잘못되면 수익이 사라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망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후 다시 매입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큰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중요한 매입 결정을 한 번 내린 후 장기 보유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결정의 횟수를 줄여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수할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0. 혁신적인 투자를 피하지 말라
투자자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혁신적인 생각과 박애주의적인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된다. 2008년 버핏 회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를 하면서 “GE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브랜드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GE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우주항공엔진 기술, 영상 의료장비 등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
오늘은 골프 유머 몇 가지로 시작해 본다.
- 100 깰 때 필요한 3無 무욕(無慾), 무력(無力), 무념(無念)
- 90 깰 때 무서워하지 말아야 할 3가지 벙커, 미들아이언, 마누라
- 80 깰 때 있어야 할 4가지 돈, 시간, 건강, 친구
- 70 깰 때 버려야 할 3가지 직장, 가정, 돈
- 골프 폼도 좋고 스코어도 좋으면 금상첨화
- 폼은 좋은데 스코어가 나쁘면 유명무실
- 폼은 안 좋은데 스코어가 좋으면 천만다행
- 폼도 안 좋고 스코어도 안 좋으면 설상가상
골프 사자성어
- 일취월장(一取越長) 잘 친 퍼터 샷이 길게 친 드라이버 샷보다 낫다
- 이구동성(二球同成) 세컨 샷을 잘 치면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
- 삼고초려(三高初慮) 골프 라운딩 때 세 명의 고수와 함께 치게 되면 초반부터 심려가 많다.
- 사고무친(四高無親) 드라이버, 세컨 샷, 어프로치, 퍼터 네 가지를 모두 잘 치면 사장님 손님 떨어져요~친구가 없어요~
같은 뜻의 말이라고 해도 생생하게 말할수록 설득력이 있고 기억도 오래 간다. 재미있게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의 귀에 쏙 들어온다. 재치 코드는 그래서 필요하다. 살아 있는 말은 사람의 마음 속에 쏙 들어온다. 구체적인 사례와 예증을 제시하면 더 흡인력이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나이가 들어도 여러 가지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렇게 말하면 그저 그렇다. 다 아는 이야기요, 들으나 마나 한 이야기다.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흘려들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사례와 실제 인물의 경우에 연결해서 말하면 뜻이 더 살아난다.
“러시아의 소설가인 파스테르나크는 68세에 노벨문학상을 탔다.”
“프랑스의 소설가 콜레트는 그녀의 유명한 소설 ‘지지’를 71세에 썼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는 86세에 정열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
“피카소는 87세에 걸작을 여러 점 그렸다.”
“두 살 때 시각과 청각을 잃은 헬렌 켈러는 88세에 사망할 때까지 글을 쓰고 강연을 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훨씬 생생하고 귓속에 쏙쏙 들어온다.
언젠가 받은 어느 회사의 카드에는 1세부터 100세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따라서 한 살, 한 살 재미있게 설명해 놓았다. 1세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나고, 누구나 비슷하게 생긴 나이란다. 나이 3세에 정약용은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니,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일세’라는 시를 지었단다. 그런데 보통 나이 3세는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나이다.
21세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를 설립했고, 보통 나이 21세는 사과 같은 얼굴을 갖기 위해 변장을 시작한다. 35세에 퀴리 부인은 남편과 노벨상을 받았고, 보통 나이 35세는 이제 혼자 아니라는 사실을 엄청 느끼게 된다. 36세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ET를 만들었지만, 보통 나이 36세는 절대로 ET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44세에 원효대사는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 도를 깨달았지만, 보통 나이 44세는 약수터의 약수물도 믿지 못하는 나이다. 47세에 이순신 장군은 옥포에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보통 나이 47세에는 싸울 일이 있으면 피하고 본다.
54세에 디즈니는 디즈니 왕국을 만들었지만, 보통은 꿈의 왕국을 꿈속에서나 보게 된다. 59세에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했는데, 보통 나이 59세는 성골, 진골이 아니면 아무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한단다. 68세에 갈릴레이는 천동설을 뒤집어서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보통 나이 68세에는 생각을 뒤집으면 민망해진다. 91세에 샤갈은 마지막 작품을 완성했지만, 보통 나이 91세는 나이 자체가 작품이 된다. 93세에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의 기둥을 세웠다지만, 보통은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해지는 나이가 된다.
나이에 관한 유머는 청중에 맞춰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언제 나이 드셨다는 걸 느끼십니까?”하고 묻는다. 여러 사람이 이런 저런 대답을 하고, 본인이 몇 가지를 덧붙인다.
- 종로, 신촌, 명동 거리에서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몇 번씩 지나다녀도 아는 사람 한 명을 만나지 못할 때
- 크리스마스 이브의 귀가 시간이 매년 빨라질 때
- 나도 모르는 사이 택시기사와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을 때
- 오랜만에 찾은 오락실에서 계속 두리번거리며 테트리스를 찾을 때
-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본 TV 이야기를 하던 중 “그전에는 잘 몰랐는데 ‘가요무대’도 꽤 재미있더라고”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때
-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이야기가 들리면 귀가 솔깃해질 때
- 대한민국 군인이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온 여자가 무척이나 어리게 느껴질 때
유머는 인상적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초면의 어색함과 거리감을 없애는 데 유머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또한 유머는 팽팽한 긴장을 풀어 주는 돌파구가 된다.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남겨두고 팽팽하게 긴장감이 돌고 있을 때, 한마디 유머를 던지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긴장되고 숨 막히는 분위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유머로 반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실패할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라고 한다. 15분이 넘으면 잡념이 생기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유머 한마디는 집중력을 회복시켜 준다. 그런데 유머를 섞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머 전에 “지금부터 농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농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우스운 이야기예요”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이 말을 함으로써 뒤에 오는 농담의 김이 빠지고 만다.
유머의 매력은 놀라움에 있다. 미리 예고를 해서 김을 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들으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농담 하나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듣는 사람들을 썰렁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유머를 섞더라도 이야기의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유머가 좋다. 유머라고 해서 전혀 관계 없는 ‘무슨 무슨 시리즈’를 읊는 것은 컨텍스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강미은 교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전 미국 클리블랜드 주립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박사,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저널리즘 석사.
크로아티아 흐바르(Hvar)는 유명 여행전문잡지에 ‘세계에서 아름다운 섬’으로 자주 손꼽힐 이유가 충분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자주 찾았던 곳이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과 일반인의 여행 시각이 뭐가 다를까? 그저 살아생전 찾아가봐야 할 섬이 흐바르다.
이 섬의 아름다움은 그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해 낼 수 없다.
진한 라벤더 향기 머금은 스타리 그라드의 골목길
스플리트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거리. 여객선은 200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흐바르 스타리 그라드(Stari Grad) 섬으로 다가선다.
한눈에도 볼 수 있는 작은 섬이 눈 앞으로 스르르 다가선다. 선착장에 멈춘 거대한 배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내린다.
하선한 관광객과 다시 배를 타고 이 섬을 나가려는 인파로 복잡한 선착장 주변에 라벤더 향기를 가득 담은 난전 두어 개가 펼쳐져 있다. 라벤더의 강한 향기가 코 끝을 ‘훅’ 자극한다. 즉석에서 갈아주는 주스 파는 곳으로 다가간다. 햇살 좋은 섬에서 자란 과일 주스는 맛이 참 좋다. 피자 한쪽을 사서 미처 먹지 못한 ‘아점’도 먹는다. 그러는 사이 북적대던 사람들은 섬 어디론가 흩어져 갔다. 돌아갈 배편을 미리 구입하고 천천히 섬 안으로 발을 옮긴다.
해안 길(riva)을 피해 일부러 민가가 있는 계단으로 올라선다. 해묵은 느낌이 가득한 골목길엔 치즈 빛 담 벽과 반질반질한 돌이 이어진다. 골목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좁은 골목길에서 앙증맞은 숍, 여행사, 호스텔 등의 간판들을 만난다.
강한 향내를 풍기며 유혹하는 라벤더 가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게는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금발 생머리의 날씬한 판매원을 닮은 듯 예쁘고 현혹적이다. 라벤더 오일, 건제품들은 예뻐서 꼭 사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흐바르에 라벤더 가게가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섬은 ‘라벤더 섬’으로 불릴 만큼 라벤더 재배가 성행한다. 5월이면 온 섬은 라벤더 꽃과 향이 코끝을 간지를 것이다.
수녀가 만드는 알로에 레이스와 하니발 루치치 동상
골목길에서 11세기 베네딕트회 수도원(Benedictine Monastery)을 만난다. 그저 유럽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수도원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지만 이 수도원은 ‘알로에 레이스(Aloe Lacemaking Skill)’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알로에 화분 하나가 놓여 있고 건물에는 레이스 그림을 새긴 팻말이 있다. 유럽 마을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스 공예지만 흐바르는 색다르다.
크로아티아에는 3가지 서로 다른 레이스 공예 전통이 전해지고 있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파그(Pag) 마을에서 전하는 ‘니들포인트 레이스 공예(Needle Point Lacemaking Skill)’, 크로아티아 북부의 레포글라바(Lepoglava)에 전하는 ‘보빈 레이스 공예(Bobbin Lacemaking Skill)’, 그리고 달마티아(Dalamatia) 연안의 흐바르 섬에서 전승되는 ‘알로에 레이스 공예(Aloe Lacemaking Skill)’다.
‘알로에 레이스’는 흐바르에 거주하는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수녀들만 만든다. 생 알로에 잎의 심에서 나오는 얇은 흰색 실을 이용해 보드지 뒤에서 망이나 다른 패턴을 짠다. 이렇게 완성된 레이스 작품은 흐바르 지방을 상징한다.
이 수도원 앞에는 르네상스기의 위대한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Hanibal Lucic)의 동상이 있다. 15~16세기 크로아티아의 대표적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1485~1553)는 ‘로비냐’ 라는 서사시를 썼다.
멀지 않은 곳에 르네상스의 시인 페타르 헤크토로비치(Petar Hektorovi?, 1487~1572)의 요새와 트브르달리(Tvrdalj) 성의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나고 죽었다. 그는 어부의 노래를 수집했고, 기행담 등을 친구와 서신으로 대화를 즐겼다. 그가 기록한 해상 및 동물원 용어들은 크로아티아어 표준 언어에 통합되었다. 요새와 성은 직접 설계했는데 현재는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스타리 그라드 랜드마크 스테판 광장엔 그리스 흔적이
골목을 비껴나면 흐바르 타운의 중심지인 넓은 스테판 광장이 얼굴을 내민다. ‘U’자 모양의 항구가 있는 이 광장에는 성 스테판(St. Stephen's) 대성당이 있고 1612년에 지어진 유럽 최초의 시민극장 등 유적지가 몰려 있다. 한눈에 봐도 스타리 그라드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건물들에선 어김없이 레스토랑, 와인바 등이 성업 중이다. 이 광장은 흐바르에 그리스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으로 아드리아 해안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스타리 그라드에 처음 사람이 정착한 때는 그리스 시대다. 그리스가 아드리아해까지 영역을 확장한 시기는 고대 시칠리아 시라쿠사(Siracusa)의 독재자 디오니시우스(Dionysius) 1세(재위 BC 405~BC 367)때부터다. 그는 384년, 일리리아인의 도움으로 비스(Vis) 섬을 정복해 첫 번째 식민지를 세웠다. 10년 뒤, 디오니시우스와 동맹을 맺은 에게해의 파로스 섬 거주민들이 섬을 정복해 식민 도시를 건설했다. 현재 남은 요새, 고대 석담, 건물 골조, 돌로 만든 작은 대피소 등이 그리스 시대의 흔적들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토지 구획 체계인 ‘코라(chora)’는 24세기 동안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BC 4세기 중반, 시라쿠사 제국이 몰락했고 BC 5~BC 6세기 경 일리리아인의 독립 공국이 되었다. 일리리아인들은 요새를 재사용하고, 여기에 새로운 요새를 구축하면서 번성했다. 데메트리우스(Demetrius)가 왕이 되어 통치하면서 권력을 확장했다. 하지만 로마인들에 의해 식민지화한다. 그때 파리아(Pharia, Faria)라는 새 이름이 붙여졌고, 아우구스투스(Augustus)와 티베리우스(Tiberius) 통치 기간에는 자치도시(municipium)의 지위를 획득했다. 몇몇 로마식 무덤이 만들어지고, 물탱크가 축조되기도 했다. 파리아는 그리스 시대보다는 좀 더 작은 경계로 다시 요새화했다. 이후 12세기에는 기독교 주교의 관할권 아래 있었고, 13세기 중반부터는 베네치아인들에게 정복 당해 1797년까지 정치적인 통제를 당했다. 베네치아 왕국 시대(14~16세기) 때 교통, 군사상 요지로서 번영했다. 15세기부터 교역 중심지 항구로서의 부흥기를 맞이했는데, 당시의 지역명은 캄포 산 스테파니(Campo San Stephani)였다.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19세기 말, 포도나무 뿌리를 썩게 만드는 필록세라(phylloxera) 병이 돌면서 이 섬의 경제는 흔들거렸다. 많은 농부들이 농지를 포기했고 20세기에는 이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도를 경작하던 남부 마을들은 부분적으로 사라지고, 토지와 도로 대장 체계도 관리 부족으로 명맥만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에는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렸다. 집단농장과 농업의 기계화가 그 원인. 그래도 지금은 다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조금씩 떠난 농부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흐바르 요새는 천국의 자리
흐바르 스타리 그라드의 백미는 흐바르 요새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스페인 요새, 베네치아 요새(Spanjola Fortica, Spanol Fortress)라고 불린다. 스테판 광장에서 북쪽의 산 언덕으로 오르면 된다. 오르는 길목의 모습은 타운과 엇비슷한 골목이다. 돌길을 따라 이어진 주변 화단에는 알로에와 사보텐 선인장이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10여분 걸음 끝에 만나는 요새는 중세 때, 오스만 투르크 족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요새 안 박물관에는 부서진 유적들이 있지만 딱히 볼만한 것은 없다. 대신 앞이 환하게 트인 성벽에서 바라보는 발밑 풍경에 넋이 빠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치를 누군들 반하지 않겠는가? 흐바르 타운과 쪽빛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조망하면서 위치를 가늠해 본다. 흐바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브라치(Bra?)섬과, 비스(Vis)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스와, 코르출라(Kor?ula) 해협을 사이에 두고 코르출라와, 네레트바(Neretva) 해협을 사이에 두고 펠제샤츠(Pelje?ac)섬과 마주 보고 있다. 풍광만으로 흐바르 사랑이 가슴 속 깊숙히 채워지는 곳. 더 이상 말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오를 때 무겁던 발걸음은 몇십 배 가벼워져 하산한다. 다시 선착장을 기점으로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물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쪽빛 바다에는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울려퍼진다. 생선 굽는 냄새에 코끝을 킁킁대며 굴 전문 식당, 와인숍을 한가하게 기웃거리다가 만난 프란체스코(Franciscan) 수도원. 15세기에 코르출라 출신의 유명 석공 가문이 건설했다고 한다. 바다를 정원 삼은 작은 수도원에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포인트를 주고 있다. 수도원 내부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는데, 특히 마테오 이그놀리의 ‘최후의 만찬’ 등이 눈여겨 볼 그림들이다. 겨우 하루였지만 흐바르의 눈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과 코끝을 파고드는 라벤더 향기는 아직도 가슴 속에 선연하게 박혀 있다.
TRAVEL TIP!
항공편 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일단 유럽의 주요 도시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크로아티아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의 국제선을 이용해 자그레브 공항으로 갈 수 있다. 근교 도시에서는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슬로베니아에서 열차로 이동했다.
배편 스플리트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페리는 스플리트 항구, 타운 버스 터미널 맞은편에서 일반 페리가 매일 3회 출발한다. 쾌속선은 1시간 5분 정도 소요되지만 보편적으로 2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단 시기에 따라서 페리 스케줄이 다를 수 있다. 정확한 스케줄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날씨에 따라 출발이 결정되므로 여유있게 여행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여행시기 라벤더가 피어나는 5월과 6월 가장 아름답고 한가롭다. 여름 피서철에는 사람이 많아져서 배편, 숙박 이용하기가 불편해진다.
와인 크로아티아의 2대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남쪽은 적포도주, 스타리 그라드와 젤사 사이 중앙 평원은 백포도주 산지다.
먹거리 해물 스파게티와 신선한 새우요리, 그릴에 구운 생선구이 등 바닷가라서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바닷가 옆이나 스테판 광장 쪽에 식당이 많으며 아시안 음식점도 있다. 또 골목 속에 박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나 선술집(konoer)들도 많다.
특산물 흐바르는 라벤더의 섬이다. 난전은 물론 골목에 가게들이 있다.
화폐 쿠나(HRK) 전압 220V, 50Hz(공통)
크로아티아 추천 여행 코스 수도 자그레브를 시작해서 플리트비체-시베니크-자다르-트로기르-스플리트-흐바르-두브로브니크 순으로 여행을 즐기면 된다.
여행 유의점 크로아티아는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란다. 현지에서도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일부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짐 값은 당연히 받고 택시기사의 바가지 상흔도 아주 흔하다. 국내 여행사 상품이 여러 군데 나와 있으니 패키지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2030세대의 워너비 인물을 탐구하면 5060의 현실과 미래가 보인다. 그래서 2030세대 321명에게 물어봤다. 6월 9일부터 20일까지 SNS와 설문지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다. 2030세대가 원하는 정재계 인물을 통해 5060의 미래를 알아보자.
[워너비(Wanna Be) 경제인]
“삼성이라는 두 글자면 이 사람에 대한 평가는 끝이다” - 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나라 전체가 술렁거린다. 대한민국의 작은 거인이 쓰러졌다. 그러나 그의 존재감 이미 대한민국을 넘어섰다. 2030세대가 뽑은 ‘귀감이 되는 워너비(Wanna Be) 경제인’ 1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321명 중 57명의 표를 받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45표)에 근소하게 앞서 1위에 당당히 올랐다.
2030세대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을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회장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경영 철학과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 문화는 국내 대기업에 본보기가 됐다고 봤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끌어 올렸다는 응답도 많았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45표로 2위에 오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기술고문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자수성가의 표본’,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본보기’라고 표현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미국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각각 21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18표)이 이들의 뒤를 이었다.
◇ 이래서 귀감이 됩니다. 2030의 말말말
의외로 이건희 회장의 사회적 기여에 비해 국민들의 저평가가 많은 것 같다.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그랬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 한다. (박용호ㆍ37)
삼성의 성장을 이끈 그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이 마음에 든다. 세월호 사고 때도 크레인을 지원하는 등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양지석ㆍ25)
한국에서 삼성의 위상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뜻의 신조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노고는 인정한다. (박수정ㆍ24)
인내심이 강하며 입체적 사고 능력이 뛰어나다. (남자ㆍ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