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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는 듯한 더위, 땀을 식히며 읽어볼 만한 신간
- 찌는 듯한 한여름 더위, 잠시 땀을 식히며 읽기 좋은 신간을 소개한다. 본과 폰, 두 사람의 생활 (본, 폰 저ㆍ미래의창)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5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네티즌의 워너비로 떠오른 한 60대 부부가 있다. 바로 본(bon)과 폰(pon)이다. 일본의 평범한 부부였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으로 화제가 됐다. 백발의 머리로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 본과 활발하고 다혈질인 아내 폰. 상반된 성격 탓에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남편이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됐다는 두 사람이다. 결혼한 지 어언 37년 차,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콩달콩한 일상을 공유한다. 네티즌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감각적인 커플 패션. 똑같은 디자인이 아닌, 비슷한 무늬와 소재의 옷을 적절하게 매치해 같은 듯 다른 시밀러룩을 선보인다. 책에는 평소 부부가 자주 착용하는 커플룩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법, 쇼핑 노하우 등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아울러 그동안 두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받아왔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실었다. 커플룩에 도전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덕주 저ㆍ초록비책공방) 장수시대를 맞이해 이전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신노년 세대’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나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담았다. 아울러 은퇴 후의 시간을 ‘인생의 골든타임’으로 만드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누가 내 유품을 정리할까?(김석중 저ㆍ지택코리아) 유품 정리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는 유품의 의미와 한·일 노년의 삶. 유품 정리뿐만 아니라 고독사 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 문화생활 등에 대해 한국 베이비붐 세대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차이점을 지적한다.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프랑수아 아르마네 저ㆍ문학수첩) ‘당신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면 가져갈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 유명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196명이 내놓은 답변을 모았다.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문체처럼 다양한 도서들과 더불어 책을 선정한 이유,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까지 엿볼 수 있다. 칵테일 도감(칵테일 15번지 외 공저ㆍ한뼘책방) 도쿄 긴자의 유명 바텐더들이 엄선한 228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담았다. 마티니, 모히토 등 역사가 깊고 잘 알려진 칵테일은 물론, 레인보우, 사케티니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칵테일도 소개한다. 생생한 사진과 아이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기 쉽게 구성했다.
- 2018-08-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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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처럼 SNS에서 핫한 숙소에서 하룻밤
- 1박 2일 짧은 일정의 후쿠오카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놀이였다. SNS를 통해 ‘북앤베드’라는 호스텔을 처음 보았을 때 어릴 때 내가 꿈꾸던 다락방 같아 마음이 끌렸다. 서가로 둘러싸인 침대 공간은 책을 좋아하는 나의 로망이다. 궁금한데 한번 가볼까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북앤베드'에서의 하룻밤이 여행 목적이었다. 프로모션으로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샀다. 초저가 여행의 좋은 점은 본전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저렴한 항공권을 사면 관광을 해도 좋고 안 해도 괜찮다. 특색있는 카페에 앉아 창밖을 보기만 해도 즐겁고 맛있는 밥을 먹으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어떤 경우든 여행이 만족스럽다. 여행의 기름기를 쫙 빼고 이웃 도시 놀러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다. ‘푹신푹신한 매트리스도 없고 따뜻한 깃털 이불도 없다. 잠자기에 편한 환경은 없지만, 독서를 하다가 잠드는 행복한 ‘자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앤베드 홈페이지에 쓰여 있었다. 잠자는 서점이라니, 얼마나 멋지고 마음에 드는 콘셉트인지 보자마자 1박에 4300엔짜리 혼성 도미토리룸을 예약했다. 알고 보니 SNS에선 이미 뜨거운 곳이었다. 도쿄에서 첫선을 보인 후 교토에 문을 열었고 세 번째로 후쿠오카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층 침대는 오르내리기가 불편하다, 방음이 제대로 안 돼 소곤거리는 말소리까지 다 들린다, 너무 좁다 등의 후기를 보고 특별한 경험을 위해서 1박만 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1박 2일이다. 하룻밤이니 사다리로 2층을 오르내리거나 방음이 제대로 안 된다거나 하는 불편함은 즐겁게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책장 속에 독립된 공간이 있다. 2층 침대가 배정되어서 사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커튼으로 문을 닫으니 그야말로 다락방처럼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그 속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 수 있다. 침실에 커튼이 쳐져 있으면 그곳에 사람이 들어있는지 아닌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유심히 보면 보인다.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으면 그 안에 사람이 없을 확률이 높다. 아무렇게나 벗어진 슬리퍼가 사람이 있다는 표시다. 또 사람이 있으면 커튼을 열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커튼을 열어놓은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다. 이 호스텔엔 일본사람과 한국 사람이 반반인 것 같다. 하기야 서양사람이 이렇게 작은 숙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늦은 밤이 될 때까지 소파에서 책을 읽었다. 인테리어 잡지나 만화 에세이 같은 책들이 책장을 가득 채웠는데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로 된 책도 보였다.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와 '하루키 레시피'를 집어 들고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책으로 한껏 멋을 낸 세련된 실내에는 적당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잠자리를 둘 수 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래층에 4개 위층에 네 개 총 8개의 침대가 있다. 이건 내가 보는 쪽만 생각할 때 그렇다. 반대편에도 똑같이 있으니 모두 16개다. 그리고 2인용 침대도 있으니 20개가 넘는 침대가 있다는 건데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이 투숙하고 있는데 도서관처럼 아주 조용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사람들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지만 누군가 있음은 소리로 감지된다. 발소리에 이어 부스럭거리는 쇼핑봉투 소리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소곤대는 소리까지 정겹게 들린다. 침대로 들어가 '라오스엔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마저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어폰을 깬 채 잠이 들었는 데도 불편한 지 모를 만큼 달게 잤다. ‘북앤베드’에 있는 동안 나이 든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호하는 여행자들이 모였을 뿐이니까. 시니어도 젊은이들처럼 SNS에서 인기 있는 힙한 장소를 찾아다닐 수 있다.
- 2018-07-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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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부스 안이 어울리는 남자, 윤종국 동년기자
- 이제야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했다. 삐걱대던 시절을 지나 생각을 바꾸고 삶을 대했더니 희망이 찾아들었다. 나이 먹고 퇴역 군인처럼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이 사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이유? 일이 더 하고 싶어서란다. 멋진 목소리의 DJ, 활기찬 시니어 기자 소리 듣는 게 좋다는 윤종국 동년기자를 만났다. 화창했던 어느 화요일 낮. 라디오 방송 대본을 들고 마주 앉았다. “어젯밤에 대본 연습을 거의 새벽 2시까지 했어요. 녹음기를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서울노인복지센터(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탑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만난 윤종국 동년기자는 살짝 긴장한 눈치였다. 매주 화요일 30분씩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라는 센터 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윤종국 동년기자. 이날은 입이 타들어 가는지 물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포FM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노인복지센터 방송국으로 스카우트(?)돼 온 지 3개월이라고 했다. 익숙할 만도 한데 무슨 일일까? “제 인생에 인터뷰 기회가 항상 있는 일도 아니고 또 권 기자님이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니 제가 잘해야죠.” 인터뷰 전에 제안을 하나 했다. 윤종국 동년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출연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함께 동년기자단에 대해 복지센터에 모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대신 라디오 방송 대본을 제대로 써드렸다. 두 번 정도 대본을 맞춰보고 진행된 생방송은 주거니 받거니 뚝딱 하고 흘러갔다. 방송을 마치자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 안도 섞인 웃음이 윤종국 동년기자 얼굴에 번진다.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 혼자 앉아 콘솔 조절하고, 얘기하고, 음악 트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윤종국 동년기자는 작년 2기로 동년기자단에 합류했다. 첫인상부터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시 마포구 지역 방송인 마포FM에서 DJ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저는 한국 시니어 블로그 협회 회원입니다. ‘내 고장 마포’라고 마포구청에서 발행하는 신문의 객원기자로 일한 지도 10년이고요. ‘우리마포복지관’ 산하 ‘우리복지신문’에서 봉사기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고요. 우리마포시니어클럽 커뮤니티 맵핑(지도제작)팀에서 매퍼(지도 만드는 사람)로서 장벽 없는 동네지도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마포구의 작은 도서관 지도를 만들고 있어요. 작다고 하니 어린이 도서관으로 생각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이 라디오 DJ는 재능봉사입니다. 힐링되고 마음부자가 되는 것 같아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정보라면 뭐든 관심 있게 보던 차에 동년기자단 모집 공고를 접하게 됐다. 47년생, 빡빡머리, 돼지띠 윤종국 동년기자는 오늘도 내일도 미래를 준비하고 성장해나가는 청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친구들은 벌써 은퇴해서 퇴직 연금으로 생활한다는데 정작 본인은 나이 의식해 뒷선으로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 저에게 기회를 준 탑 방송국과 다른 매체에 다 고마워요. 늦게나마 인정받는 게 참 좋습니다. 뭔가 인생에 큰 힘이 되고 용기도 나고 말이죠. 요즘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술로 버텼던 시간을 지워가다 “젊었을 때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 관련 직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울진에서 살다 고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 와서 교내 방송도 하고, 대학교 때는 학보사에도 몸담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좀 복잡하게 꼬이더군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국가가 제동을 걸었다. 사회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줄줄이 부정당했다. 이데올로기 전쟁이 낳은 연좌제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때 처음 느꼈습니다. 학군단(ROTC) 신청 때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송사 성우 시험, 국가공무원으로 있을 때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실 나이가 드니까 이 말 꺼내는 게 싫고 쑥스러워요. 변명처럼 느껴지고 내 자신을 모독하는 것 같고 말이죠. 얘기 안 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그냥 제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안 된 거겠죠. 가령 ‘키가 남보다 작아서 학군단 입단이 안 됐다’라든지 말이죠.(웃음)” 지금은 웃으며 옛일을 말하지만 그때는 매번 닥치는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폭음으로 이어졌다. 관계에도 서서히 금이 갔다. 젊은 시절 고무신 거꾸로 안 신고 고집 피워 결혼해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 오랜 시절 아끼던 친구들이 견디지 못하고 등을 돌려버렸다. “아주 심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이야기를 꺼냅니다. 고통 때문에 술을 엄청 마셨습니다. 좋아서, 억지로, 서러워서, 분노를 참지 못해서요. 거리, 안주, 주량 불문하고 술자리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정신없이 달려갔습니다. 혼자 저를 키우신 어머니도 돌아가시면서까지 제 걱정을 하셨다더군요. 아내는 이종사촌 동생 친구로 만나 6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안 되는데 술까지 마셔서 저 때문에 고생 많았어요.” 급기야 몸에 이상 신호가 오고 말았다. 6년 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대장 파열이었다.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응급수술을 받았다. 의사에게 각서까지 쓰고 휠체어에 몸을 실어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던 일화는 작년 ‘브라보 마이 라이프’ 9월호 동년기자 페이지에 게재됐다. 이 일이 있은 후 마음속부터 몸 끝까지 전부 다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제2 또는 제3의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각오로 머리부터 밀었습니다. 술도 완전히 끊었습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마시던 그 술을 말이죠. 끊고 한 3년 힘들었어요. 지금은 잘 극복했죠.” 가끔 딸아이가 빡빡 밀어버린 머리를 쓱 만지고 가면서 “우리 아빠 사람 됐네”, “복권 당첨 확률보다 아빠 술 끊는 게 더 어려웠잖아” 라며 아버지 자리로 돌아온 윤종국 동년기자에게 칭찬 섞인 말을 건네기도 한다. 아들과는 손주가 둘쯤 생기고 나서야 부자지간이라는 게 뭔지를 좀 알게 됐다. 특히나 고마운 것은 자신이 못다 이룬 방송인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뤘다는 점이다. 아들은 모 방송사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한번은 아들이 저한테 게스트로 방송에 좀 나오면 안 되겠냐고 물었어요. 내가 뭘 그런 걸 하냐며 안 한다고는 했지만 한편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빠의 모습으로 나타나줘서 고맙다고 아들이 표현해준 것이죠. 정말 아빠로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국가의 일원으로서 내 위치로 돌아가는 것만이 살길이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싶은 술을 6년 동안 입에도 안 댔습니다. 제사 지내고 음복은 입에만 댔고요. 제가 왜 이걸 강조하냐면 저도 제 자신이 굉장히 예뻐 죽겠으니까요.(웃음)” ‘이야기가 있는 풍경’ DJ 윤종국입니다 술을 끊으니 얼굴색도 표정도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지니 보이는 것도 많았다. 마포FM을 통해 시작한 DJ 활동도 술을 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신문에 쓴 제 글을 보고 마포FM 대표가 연락을 했더라고요. ‘나의 삶, 나의 길’ 라디오 초대 손님으로 말이죠. 그때 출연하고 나서 목소리가 좋은 거 같다며 DJ 제안을 받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중장년층을 위한 프로그램 방송이 있더라고요. 제가 왜 마다하겠습니까? 덥석 시작했습니다.” 1년 정도 마포FM 라디오 스튜디오 안을 누볐다. 화요일 녹음하고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마포구 내 집과 상점 등으로 전파를 타고 흘러나갔다. “생각 같아서는 좀 오래하고 싶었는데 젊은 세대와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니 엇박자가 나는 듯했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은 몇 안 됐어요. 적응할 만하면 스태프가 바뀌고 말이죠. 1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다른 데가 없겠나 싶었습니다. 마침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네이버 밴드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 DJ 자리가 있으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검토해보라고요.” 서울노인복지센터 탑 방송국은 윤종국 동년기자의 친구이자 동년기자 1기 출신인 장혜섭 씨가 적극 추천했다. “담당 직원이 DJ 의사를 물어보며 전화 연락을 해왔을 때 제가 건 계약조건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한 달 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방송에 지장이 되니까 나가달라’고 미련 없이 말하라고 했어요. 서운해하거나 오해하지 않겠다면서요. 아직 제가 미약한데도 존중을 많이 해줍니다. 전파 방송과 구내 방송이라는 방송 도달 거리 차가 있지만 라디오라는 성격은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좋은 점이라면 청취자들의 취향이나 피드백을 바로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루 평균 2000명은 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나쁜 소리는 안 들었으니 잘하고 있다는 거겠죠?” 라디오 DJ 활동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면 손자와는 태어나기 전부터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윤종국 동년기자. 어떤 방법을 사용했다는 뜻일까? “손자는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태명 ‘둥이’라는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어 소통했습니다. 물론 실제 대화 상대는 며느리였지만 손자인 척 며느리가 대답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동네 DIY 제작소에서 버린 자투리 나무토막으로 도미노 게임을 해주면 손자가 아주 좋아해요. 제 인생을 정리해서 말해드리자면, 젊었을 때는 말 그대로 ‘고난’이었어요. 자신을 이기기 위해서 살았어요. 답답해서 이민 생각도 해봤지만 스물일곱에 혼자되신 어머니를 두고 해서는 안 될 불효라 포기했습니다. 술에 빠져 살아보니 이러다가는 내가 가족도 잃고 남는 게 없겠다, 반성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손글씨로 스스로를 치유하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치유의 한 방법이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함께하는 라디오를 앞두고 컴퓨터로 작업해서 보내드린 대본도 굳이 손글씨로 써서 볼 정도이니 손글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쓸 때가 있고, 때로는 그냥 악에 받쳐 쓸 때도 있고 말이죠. 서술적으로 쓰다가도 누가 싫으면 최대한 아주 싫다는 걸 표현합니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일기장이 너무 많아서 아내는 좀 정리하라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그래도 딸아이는 아빠의 유물(?)을 인정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나 손글씨 이야기가 나온다. “시니어만을 위한 옛 추억을 담은 손편지가 오고 가게 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동아리도 만들고 싶어요. 정착이 되면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로 마음이 오고 가는 운동도 하고 싶고 말이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지만 시니어의 감성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아는 세상이기를 윤종국 씨는 바라기 때문이다. “글씨를 좀 삐뚤삐뚤 쓰면 어때요. 잘못 쓰면 어떠냐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지고 손주나 며느리나 딸한테 편지를 쓸 수 있는 게 얼마나 멋집니까. 50대 이상 모든 시니어 세대를 버무려서 손편지를 주고받는 세상을 한 번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편지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요. 쓴 편지는 우체통에 넣으면 좋고요. 누군가는 편지를 기다리는 맛도 있겠죠?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 감성이 제대로 살아날까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윤종국 동년기자의 도전은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이다. 브라보 3기 동년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본지 에디터가 진행합니다.
- 2018-07-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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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총회 열고 시니어벤처협회 '첫발'
- 사단법인 시니어벤처협회의 창립총회가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시니어벤처협회는 본격적으로 은퇴세대로 접어들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제2인생을 돕고 청년 세대와의 상생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행사는 약 10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구건서 회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코글러닷컴 이금룡 회장, 럭스나인의 김인호 대표의 강의, 세대간융합 토크쇼의 순서로 진행됐다. 시니어벤처협회의 초대회장을 맡게 된 구건서 회장은 “최근 은퇴세대의 창업과 관련한 키워드는 세대융합으로 이를 통해 기회가 부족한 젊은이와 아이디어가 부족한 은퇴세대가 힘을 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시니어벤처협회는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세대가 제2, 제3의 인생을 꿈꿀 수 있도록 돕는 단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벤처협회는 향후 은퇴세대를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창업 지원, 세대 간 매칭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2017-12-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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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유럽 귀족들의 휴양도시, 몬테네그로 페트로바츠
- 몬테네그로의 아드리아 해안 도시인 페트로바츠(Petrovac)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구석은 없다. 올리브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바닷가 마을. 신선한 공기, 푸르고 맑은 물빛, 모래와 조약돌이 어우러진 해변, 16세기에 만들어진 요새, 바다 앞쪽의 작은 섬 두 개가 전부인 해안 마을이지만 동유럽의 부유층들에게 사랑받는 휴양도시다. 영화,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도시는 긴 여행에 지친 여행객의 마음을 매우 편하게 해준다. 낚싯대와 책 한 권이 꼭 필요한 곳이다. 푸른 아드리아 해안을 정원 삼은 해안 도시들 발칸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는 한국인에게는 낯설다. 크로아티아처럼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선을 끼고, 해안으로부터 디나르알프스(Dinar Alps) 산맥이 가파르게 솟아올라 풍경의 장관을 보여주는 나라다. 풍치는 빼어나고 음식은 이탈리아 버금갈 정도로 맛있고 물가도 싼 나라인데도 크로아티아 뒷전인 것은 순전히 매스컴 영향 탓이다. 무분별하게 보여주는 영상매체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어야 수준 있는 사람이다. 몬테네그로는 우리나라 강원도 정도 크기로 유럽 내에서도 매우 작은 국가다. 좁은 땅에 로브첸(1749m), 오르엔(1894m), 두르미토르(2522m) 등의 고산이 90%나 차지하고 있어 매우 척박하다. 현지민들은 살기가 힘들겠지만 관광객에게는 최상의 여행지다. 고산을 지붕 삼고 푸른 아드리아 해안을 정원 삼은 해안 도시들은 참으로 아름답다. 영국 시인 바이런(1788~1824)은 몬테네그로를 ‘육지와 바다의 가장 아름다운 조우’라고 표현했다.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는 전쟁으로 온 도시가 폭격을 당했지만 아드리아 해안선은 완전히 다르다. 코토르 만을 따라 이어지는 293.5km 해안선은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힌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와 경계에 있는 헤르체그노비(Herceg Novi)를 시작으로 페라스트(Perast), 티바트(Tivat), 리산(Risan), 코토르(Kotor)까지 그림 같은 해안 도시가 이어진다. 부드바와 바르 중간쯤에 있는 작은 해안 마을 그러나 아름다운 곳에는 늘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해안 도시의 풍치에 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잠시. 때때로 지나친 상흔을 보여주는 곳이 번잡한 관광지다. 긴 휴식을 취하고 싶었을 때 찾았던 곳이 페트로바츠다. 페트로바츠는 수도 포드고리차의 식당 직원에게 추천받은 곳이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Hercegovina)에서 몬테네그로로 입성해 터미널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음식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메인 요리를 두 개나 시켜 먹고 나서 영어를 잘하는 스태프에게 질문을 했다. “네가 좋아하는 도시를 추천해줄래?”라고 묻자 그는 메모지에 페트로바츠라는 지명을 써주었다. 지역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코토르를 도망치듯 떠나 ‘부드바(Budva)’에 점을 찍고 버스에 올라탔으나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고 ‘바르(Bar)’까지 가버렸다. 버스의 남자 안내원이 인파에 밀려 동양인 여자가 목적지를 꼭 알려 달라 했던 지명을 잊어버린 것이다. 바르에 도착한 버스의 여자 운전자는 말 안 해준 안내원보다 더 안달이 났다. 그녀는 페트로바츠까지 되돌아갈 수 있는 버스 편을 가르쳐주기만 했지 공짜표는 주지 않았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너네 잘못이니 표 값 돌려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생각일 뿐이었다. 로마 때 별장을 지으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도시 페트로바츠는 부드바(17km)와 바르(21km) 중간 즈음에 있는 작은 해안 마을이다. 관광객들로 온통 북적대던 인근 해안 도시에 비해 조용하고 정적이다. 이 도시는 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기록서인 듀클랴(Duklja) 공국의 성직자 연대기(年代記, 연대순으로 역사적인 사상을 열거한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4세기, 로마시대 때 한 부부가 이곳의 크라스 메딘스키(Krsˇ Medinski)에 별장을 지으면서 사람이 정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기록을 증명해주는 유적들이 발굴되었다.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바닥을 욕조로 한 모자이크 조각이 세인트 일리야(Prophet Elijah) 교회 뒤에서 발견되었다. 원래의 지명은 라스트바(Lastva)였다가 20세기, 세르비아의 페타르 카라조르제비치(Petar Karađorđevic´, 1844~1921) 왕조 때부터 페트로바츠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마을 앞으로 나서면 600m 해안선을 가진 루치차 해변이 있다. 작아서 한눈에도 해안 주변은 다 보인다. 해안선 북쪽 오른쪽 끝에는 오래된 듯한 작은 요새가 있다. 반대편 해안에는 자그마한 소나무 산이 있고 바닷가 쪽으로는 가옥 몇 채가 있을 뿐, 해안 길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바다 앞쪽으로는 작은 섬 두 개가 있고 바위 섬 위에는 마치 ‘인형 집’ 같은 작은 교회가 있다. 영화 등 촬영지로 인기 우선 눈에 익은 듯한 북쪽 해안 끝 카스텔(Castel)로 다가선다. 작은 이 요새는 16세기 베네치아 통치 시절에 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선원들의 작은 등대 역할을 했다. 요새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와 싸우고 죽은 사람들을 기념하기 하기 위한 작은 오벨리스크가 기둥처럼 솟아 있다. 요새 옆의 거대한 아트갤러리(Red Commune)는 베네치아 통치 시절에 만들어진 창고 겸 검역소다. 와인 등의 제품들을 보관했고 전염병이 돌면 환자의 숙박시설, 검역장소로 사용되었다. 이 지역의 유명한 건축가인 마르코 그레고비치(Marko Gregovic)가 19세기 후반 개조해 오늘에 이른다. 이 건물에는 1만5000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이 있고 연중 많은 연극, 예술, 음악 이벤트가 펼쳐진다. 특히 이곳 풍경이 낯익은 것은 영화 (레이첼 와이즈, 애드리언 브로디, 마크 버팔로 주연)이라는 영화 때문이다. 사기꾼 형제 중 동생(애드리언 브로디 분)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도망쳐온 곳이 바로 이곳. 레이첼 와이즈와의 사랑을 이루는 엔딩 장면도 이 요새와 레드 코뮌을 뒷배경으로 보여준다. 바닷가 앞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은 카티치와 스베타 네제리아(Katicˇ and Sveta Neđelja)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앙증맞은 이 섬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 정보부가 유고슬로비아 게릴라와 연락 교신하기 위해 주둔했다. 난파선 선원의 귀환을 기원하는 성 일요일이라는 작은 교회가 남아 있다. 교회의 종을 울리면 행운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흐르고 있지만 유람선을 타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렵다. 이 도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구)유고슬라비아의 부유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현재도 외부 관광객보다는 현지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카지노가 있는 멋진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원 없이 휴양을 즐기면 좋을 곳. 아침 햇살을 맞으며 요새 근처의 바에 앉아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싶은 곳. 낚시를 즐긴다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잡힌다면 한국식으로 회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Travel Data 항공편 직항은 없다. 동유럽, 서유럽, 터키 등지에서 항공편으로 몬테네그로로 진입한다. 포드고리차 티바트 공항은 도심과 50km 거리에 있다. 육로로는 주로 크로아티아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그리스,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에서 접근할 수 있다. 현지 교통 기차보다는 버스가 편하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로 이용할 경우, 헤르체그노비를 거쳐 3시간 만에 코토르에 도착한다. 코토르에서 페트로바츠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해상 편은 굉장히 불편하다. 인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 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코소보 등 형제 국가에서의 진입에도 엄격한 여권 검사 등 국경 통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화폐 공식 화폐는 ‘유로화’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해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언어문제 몬테네그로어와 라틴 문자, 키릴 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관광지 대부분은 영어로 소통하는 데 문제없다. 먹거리 도시 안쪽이나 바닷가 쪽에 레스토랑, 바, 카페가 있다.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바닷가 근처라서 해산물이 많다. 또 몬테네그로산 프로슈토 햄도 유명하다. 숙박정보 카지노가 있는 호텔 외에 가정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꽤 있다. 카지노 호텔은 30만원선이고 게스트하우스나 아파트는 5~6만원선에 이용 가능하다. 저렴한 호스텔은 없다. 날씨정보와 옷차림 몬테네그로는 해양성 기후로 여름이 길다. 9월은 물론 10월 낮에도 바닷가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습기가 없고 건조해서 여행하기 좋으나 낮에는 햇살이 따갑다. 10월의 평균온도는 20도 정도이니 가을 옷을 준비하면 된다. 겨울에는 9도 정도로 온도가 급강하한다. 치안정보 몬테네그로는 관광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치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대부분 안전한 편이나 관광지에서는 바가지 상술을 겪을 수 있으니 유의하길 바란다. 페트로바츠 관광 사이트 www.petrovac.org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한국인들은 매스컴 등의 영향으로 크로아티아 여행을 선호하지만 바로 인접해 있는 몬테네그로의 풍경은 크로아티아 버금간다. 크로아티아 여행과 함께 몬테네그로 여행 계획도 세워보자. 그리고 페트로바츠에만 머물지 말고 시간 배정을 잘해서 몬테네그로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해보자. 크로아티아부터 시작해 아드리아 해안선을 따라 울치니(Ulcinj)를 벗어나 알바니아, 그리스까지 여행을 한다면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렌트(www.montenegro-car-rent.com)를 하거나 유람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 2017-09-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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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만화 역사의 흔적을 만나다 국내외 만화박물관
- 만화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예술이지만, 만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나 대우는 지금과 달랐다. 대표적 사례로 1972년에 있었던 정병섭 군 사망사건이 있다. 만화 주인공의 부활을 따라 하다 12세 소년이 숨진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사회가 발칵 뒤집혀 517개 만화대본 업소가 쑥대밭이 됐고 2만 권이 넘는 만화책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렇게 격동기 속 낮았던 만화에 대한 인식으로 당시 주옥같던 작품들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예전 작품을 즐기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몇몇 박물관들은 우리가 추억으로 다시 돌아가기에 충분할 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만화의 모든 것 한국만화박물관 국내에 만화 관련 시설 중 가장 손꼽히는 곳이다. 1998년 설립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산하기관으로서 경기도 부천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만화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실제로 취재가 이뤄진 날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은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근대 만화와 광복 이후의 만화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만화 사료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데 추억의 만화방을 재현한 ‘땡이네 만화가게’와 4D 영화관 등이 인기가 많다. 전시품 중 현존하는 최고(最古) 만화 단행본 , 최장 연재 시사만화 , 당대 베스트셀러였던 , 등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 전시도 이어지고 있다. 반드시 들러야 할 시설 중 하나는 건물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만화도서관이다. 26만 권의 국내외 만화 도서와 자료가 소장된 국내 최대 규모의 열람 공간으로 누구나 만화책을 읽고 즐길 수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박물관운영팀 백수진 팀장은 “중장년 세대에게 한국만화박물관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며, 자녀 세대 혹은 손주 세대와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한국만화박물관은 만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로, 과거의 추억과 현재, 미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주소 경기도 부천시 길주로 1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및 그 전날 관람료 5000원 (생후 36개월 미만, 65세 이상 무료) 희귀 자료를 한곳에서 청강만화역사박물관 청강만화역사박물관은 2002년 12월 10일 개관한 박물관으로 출판물과 육필 원고 등 국내외 희귀만화 자료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국내 만화 관련 학과 중 최고로 손꼽히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는 학교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박물관 설립을 위해 7년간 관련 자료 수집이 이뤄졌고, 만화의 역사를 개별 작가와 작품 중심으로 전시한 것도 특징이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만화 애니메이션 전문도서관인 만화영상도서관도 개관했다. 청강만화역사박물관의 한혜원 학예사는 “중장년 세대가 처음 접했던 시기의 만화는 단순 오락을 넘어 자신만의 문화를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창구였기에 어떤 세대보다도 만화에 대해 강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청강만화역사박물관은 중장년 세대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우리 만화의 잊힌 고리를 발굴하고 전시함으로써 과거의 만화에서 오늘날의 웹툰까지 살아 숨 쉬는 만화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주소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청강로 162 청강문화산업대학교 3층 관람시간 09:00~17:00 휴관일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관람료 무료 ‘춘천’하면 이 곳! 춘천애니메이션박물관 tvN의 에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춘천하면 애니메이션박물관이죠”라고 강조해서 유명세를 탄 장소. 춘천에 자리 잡고 있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은 만화 중에서도 움직이는 만화, 즉 애니메이션만을 중심으로 꾸며진 시설이다. 만화가 동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놓았고, 홍길동으로 대표되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토이로봇관은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박사로 854 관람시간 10: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정기 휴관)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토이로봇관은 별도 관람권 필요) 100주년 맞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일본의 애니메이션, 즉 아니메((アニメ)가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다. 역사가 깊은 만큼 그들의 만화 역사와 만화 관련 자료는 우리보다 훨씬 방대하고 관련 시설도 다양하다. 만화 관련 시설 또한 만화를 미술이나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만화 시설을 갤러리 혹은 미술관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도 이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 도심에선 만화를 즐기고 있는 시니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서점보다 규모가 큰 만화 대여소나 중고만화서점도 눈에 많이 띈다. 일본의 만화박물관은 만화가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화하는 일본 만화산업의 특성상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모호해 일부러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정부 차원의 만화 시설도 있지만 지브리 미술관이나 토에이 애니메이션 갤러리 같은 특정 만화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박물관도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내 주요 만화박물관 지브리 미술관 www.ghibli-museum.jp, 교토 국제만화박물관 www.kyotomm.jp, 스기나미 애니메이션 박물관 sam.or.jp, 도쿄 애니메이션 센터 www.animecenter.jp, 토에이 애니메이션 갤러리 www.toei-anim.co.jp, 기타큐슈시 만화 뮤지엄 www.ktqmm.jp
- 2017-09-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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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 소도시 보스니아 트레비네는 치유의 보고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트레비네는 조용한 강변 마을이다. 레오타르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트레비슈니차 강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소도시. 오스만 시대의 아치형 다리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마을을 잇는다. 고요한 소읍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강물 속으로 마을 풍치가 풍덩 빠져 반영되어 흔들거리면 긴 여행자의 묵은 시름이 사르르 치유된다. 모스타르에서 트레비네까지 첩첩산중 길고 긴 여행 한여름, 크로아티아는 지긋지긋했다.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로 도망쳤고 이내 트레비네(Trebinje)로 떠난다. 필자가 예약한 숙소는 개울 옆, 아름다운 전원 카페 분위기가 나는 그런 곳이다. 새로 신축한 듯 모텔은 깔끔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촉수 낮은 불빛의 어둠침침한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숙소 사람들일까?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다. 맑은 개울물을 담아낸 작은 연못 속에는 송어가 살아 움직인다. 모텔 직원은 자기네 음식이 최고라고 했지만 모험은 하기 싫어 야채샐러드와 바다 생물인 오징어 요리를 시킨다. 샐러드를 안주 삼아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동안에도 메인 요리는 나오지 않는다. 질 좋은 지역 와인 한 잔을 더 시켜 홀짝홀짝 마실 즈음에야 요리가 상차림된다. 작은 삶은 오징어와 삶은 감자, 삶은 근대가 올려져 있다. ‘음식을 참 맛있게 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급이다. 어디를 가든 음식 잘하는 곳엔 손님이 많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다가 한 아주머니랑 스치듯 대화를 나눈다. 스위스에서 살다가 이제는 고향으로 내려왔단다. 그러면서 내일 올드타운을 가면 자기 남편이 안내해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낯선 누군가에게 여행 안내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처럼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녀는 가족이 있는 테이블로 날 끌어당긴다. 그녀가 이끈 테이블에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안경을 쓴, 무척 깐깐해 보이는 남편 말고도 여러 명이 함께 앉아 있다. 남편은 내일 집으로 찾아오라면서 아주 꼼꼼하게 이름, 주소, 전화번호, 약도를 그려준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왠지 진심이 느껴진다. 트레비슈니차 강과 아르슬라나기치 다리의 조화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다음 날, 죽을 만큼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침 한 방울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목구멍이 아프고 온몸은 천근이다. 일단 메인 타운에 가서 약국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전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말도 해줘야 할 것 같다. 타운까지는 5km. 택시를 부르면 간단할 일을 또 걷고 있다. 땡볕이 강렬해 발걸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카메라를 꺼내든다. 나무가 거의 없어 흰 빛을 띠는 카르스트 지형의 레오타르 고산과 트레비슈니차 강이 휘도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트레비네의 대표 명소인 ‘아르슬라나기치’ 다리(길이 80m 높이 6m)는 무심한 시민들 때문에 위치를 놓치고 만다. 한참을 더 걸어서 메인 타운에 거의 다다랐을 때에야 먼발치의 다리를 보게 된다. 아치형의 다리와 트레비슈니차 강이 한데 어우러진 풍치가 멋지다. 트레비슈니차 강에 이 다리가 만들어진 것은 15세기(1574년) 오스만제국 시대다. 오스만제국 시절 트레비네는 두브로니크와 이스탄불을 잇는 중요한 무역로였다. 다리 이름은 당시 다리 통행료 징수권을 갖고 있었던 ‘아르슬란 아가(Arslan-aga)’라는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당시 지도자인 메흐메드 파샤 소콜로비치(Mehmed-pasa Sokolovic, 1506~1579) 명에 의해 유명한 건축가인 미마르 시난(Mimar Sinan, 1489~1588)이 건설을 맡았다. 그는 보스니아의 비셰그라드(Visegrad)의 다리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 말고도 대단한 작품이 아주 많은 건축가다. 원래는 훨씬 더 북쪽에 있었는데 트레비슈니차 강에 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1972년 현 위치로 옮겨왔다. 이 다리는 오스만제국 치하에서 건축된 다리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주 잠깐은 아픔도 잊는다. 보스니아의 오래된 도시에서 만난 ‘드라간’ 부부 도심 구경 대신 전날 밤 식당에서 약속한 집을 찾아 나선다. 긴가민가하면서 한 집을 기웃거리다가 전날 만난 남편 드라간을 만난다.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머니 외에 아들도 있다. 키가 2m나 되는 아들은 화가란다. 그는 트레비네 근처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이 있고 가을에는 스위스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말한다. 작품을 팔아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 쓸 정도라면 나름 유명한 화가일 것이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인아주머니는 소시지와 동유럽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고급 산양 치즈까지 내어준다. 이 집에는 송로버섯을 찾는 강아지도 있다. 이내 부부와 함께 시내로 나섰고 ‘드라간’은 자신이 태어난 이 도시에 대해 많이 알려주려 애쓰고 있다. 트레비네는 보스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스릅스카(Srpska) 공화국에 속해 있다. ‘태양과 플라타너스 나무들의 도시’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1355년까지 세르비아 왕국에 속해 있다가 이후 보스니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다. 15세기 후반에 오스만제국의 지배(1463~1878)를 받기 시작했고, 19세기 후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영향권(1878~1918년) 아래로 들어갔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도시 방어를 위한 요새가 건축되고 광장, 공원, 학교, 공장 등이 들어서는 등 규모가 확대되었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지배를 받았던 1945~1990년에는 수력발전소와 댐, 인공호수, 터널 등이 건설되면서 급격히 발전했지만 보스니아 내전은 이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트레비네 메인 타운에는 오래된 유적지가 없고 묘지만 많다. 드라간 부부와 함께 1908년에 설립된 세르비아 정교회를 찾는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보스니아이지만 그들은 그리스 정교회다. 트레비네는 10세기부터 가톨릭 교구가 생겼고 ‘가톨릭 100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던 도시다. 또 중심 광장인 ‘자유광장(Trg Slobode)’으로 가는 길목에도 19세기 말에 세워진 자그마한 성모 탄생 교회가 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자유공원 앞의 카페는 유명한 배우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라고 드라간은 말한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공원 한쪽에 마련된 청과물 시장에서 복숭아를 사면서 요반 두치치(Jovan Ducic, 1871~1943) 동상을 발견한다. 요반 두치치는 세르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트레비네 도서관에는 두치치가 기증한 장서 수천 권이 전시되어 있다. 또 이 도시 언덕 위에는 2000년, 그를 기리기 위해 코소보의 그라차니차 수도원을 본떠 완공한 헤르체고바카 그라차니차 수도원이 있다. 드라간 부부와 함께 ‘체바피(Cevapi 혹은 체바치치(Cevapcici))’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어릴 적 추억을 듣는다. 약 덕분에 목은 좀 나아졌고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는 현지인에게 감동받아 한국식으로 몰래 밥값을 낸다. 그들은 한국식 ‘밥값 계산’에 감동했는지 기어코 차로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까지 안내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면서 고향 떠나 스위스에서 살다가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드라간. 그는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나이 든 그가 여행객과 대화를 할 정도의 영어구사를 하는 것도, 외국인을 안내해주겠다는 마인드도 스위스에서 얻은 지식일 것이다. 그는 내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그리고 트레비네에 오면 ‘내 집’에서 언제든 ‘공짜’로 묵으라는 말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집에 다시 가서 정담을 실컷 나누고 싶다.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여행을 하지만 가는 곳마다 스토리는 달라진다. 매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들. 묘한 인연의 발자취를 트레비네에 남겼다. 인터넷을 못해 지속적인 연락은 못하지만, 내 가슴속에 영원한 추억을 남긴 드라간. 동양인이 그곳으로 여행을 온다면, 나와의 만남을 떠올리면서 분명히 반길 것이다. >>Travel Data 가는 방법 한국에서 직항은 없지만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수도인 사라예보 국제공항이 있다. 현지 교통 사라예보를 기점으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버스가 운행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택시밖에 없었다. 필자처럼 모스타르에서 접근하거나 몬테네그로의 포드고리차에서 이용하는 편이 낫다. 음식과 숙박 올드타운에 체바피를 잘하는 집이 있다. 또 모텔 스튜데낙(Motel Studenac)은 음식과 숙박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먹은 생선스프는 최고였다. 또 트레비네는 질 좋은 와인 산지다. 브라나츠 와인은 발칸의 희귀 품종으로 타닌과 산도가 높아 명성이 높다. 포드루미부코예 1982(Podrumi Vukoje 1982) 와이너리가 유명하다. 시내에서는 택시를 타야 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트레비네는 작은 도시다. 매일 산책하고 근교의 산을 다닌다 해도 한 달 머물기는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 기점을 두고 크로아티아나 몬테네그로를 연결하면 된다. 렌터카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017-08-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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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서 만난 사람] 꿈의 은퇴촌, 캘리포니아 라구나우즈 빌리지를 가다
- 미국은 세계에서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족문화 때문일 것이다.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시니어들의 의식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실버타운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규모 은퇴 단지만 3000여 곳, 이 중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해안도시에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한인들에게는 꿈의 은퇴촌으로 불린다. 365일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입맛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클럽활동,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년 친구들, 무엇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서로를 ‘아름다운 동행자’라 부르는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한인들을 만나봤다. 미스터&미세스 손 “입구를 잘못 들어왔네요. 거기서 기다려요. 미스터 손한테 나가보라고 할게요~” 은퇴촌이라고 만만히 봤다간 낭패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총면적은 2100ac(약 250만 평). 라구나우즈 시(市)의 90%를 차지한다. 여의도 전체보다도 크다. 알려준 9번 출입구를 못 찾아 8번 출입구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9’에서 ‘8’이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냐 했지만 결국 길을 잃었고 기어이 80세의 주인장을 마중 나오게 만들고 말았다. 나무 그늘 밑에 자동차를 대놓고 5분 정도 기다리자 언덕 위에서 골프카트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흐트러진 흰머리를 단정히 하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노신사. 미스터 손이었다. GPS를 손에 들고도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여기가 원래 넓어서 찾기가 좀 힘들어요. 하하하.” 손기용(80), 손종숙(75) 부부. 빌리지에서 이들은 미스터&미세스 손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와 정반대 쪽에 있는 오하이오에서 40년 넘게 소아과 의사, 병리과 의사로 각각 일하다 은퇴를 했고 6년 전 캘리포니아로 이주,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주민이 됐다. “오래 살았던 오하이오가 익숙하긴 했지만 겨울이 추웠어요. 따뜻한 플로리다로 갈까, 아들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집이 덜컥 팔려버린 거예요. 어디로든 떠나야 했죠. 일단 아들 집과 가까운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에서 월세로 살면서 천천히 결정해보자 했는데, 두 달 만에 집을 샀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찾던 파라다이스였어요!”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2300ft2(약 65평)의 크기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예쁜 단층집이다. 2011년 당시 80만 달러에 구입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손씨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외에도 콘도와 아파트가 있는데 한인들이 선호하는 어바인이나 플러턴에 비해 주택 가격은 다소 낮은 편이라고.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는 부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름엔 더워도 습도가 낮아 상쾌했고 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운전하기가 좋았다. 10분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라구나 해변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가 있었다. 인근 플러턴과 어바인에는 한국 식당과 상점이 넘쳐나니 한국 음식이 그리울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유 넘치는 빌리지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골프, 수영은 물론이고 젊은 시절부터 취미였던 사교댄스도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죠. 빌리지에는 200개가 넘는 클럽(동호회)이 있어요. 원하면 어떤 클럽이든 가입할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어요. 여기서는 심심할 일이 없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서로 얼굴도 못 보는걸요. 젊은 시절보다 더 바쁘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독서와 골프를 즐기고 아내는 하이킹과 합창을 좋아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부부는 각자 활동하는 클럽이 다르지만 이것만큼은 꼭 같이하자고 정해놓은 세 가지가 있다. 손을 잡고 거니는 저녁 산책, 같은 침대 쓰기, 그리고 벌써 20년을 함께해온 볼륨댄스가 그것이다. 빌리지 안에서 손씨 부부는 춤꾼으로 유명하다. 경력 20년의 수준급 솜씨다. 특히 아내 손종숙씨는 전국 경연에도 참가할 만큼 프로급 댄서다. 어느 해 연말파티에서 백인들도 울고 갈 정도로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이웃에 사는 한인 부부들이 배움을 자청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스 손의 댄스교실은 현재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늦은 춤바람으로 열공 중이다. 부부는 라구나우즈에 들어오기를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 여긴다. 아내에 비해 조금은 소극적인 성격인 손기용씨는 이곳에서 동년 친구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사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평생 쓰고 싶어도 못 썼던 모국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저녁은 주로 아내가, 아침은 내가 준비합니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둘이 있어서 좋고 친구가 많아서 즐겁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즐거움이지요. 아내와 나는 이곳이 마지막 종착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지요. 스트레스가 건강에 제일 안 좋다는데 여긴 그럴 일이 없어요. 이곳에 살고 있는 최고령 한인은 90이 넘은 분이에요. 10년은 문제없겠지요? 하하하.” 라우나우즈의 이장님, 한인회 김일홍 회장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한인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회원은 30명 정도였다. 타향살이 이민자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님 동생이 되었고 주말이면 다 같이 한집에 모여 바비큐를 먹고 친목을 다졌다. 이후 7명의 한인 회장이 배출되었고 그동안 빌리지의 한인은 700여 가구 1200여 명으로 늘었다. 옛날처럼 오손도손한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한인의 위상은 커졌다. 현재 8대 한인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일홍(79)씨는 초기 한인회가 한인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커뮤니티 내 타 인종과의 화합과 클럽활동을 통한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년간 이곳에 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이대로 가면 빌리지의 한인 비율이 전체의 10%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만큼 커뮤니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매년 빌리지 내에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식과 만찬을 열고 있는데 참으로 뿌듯합니다. 4년 전 만든 한국어 클래스도 아주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에는 아리랑 코리안 문화축제를 열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대규모 연회장인 클럽하우스가 10여 개 있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크고 작은 미팅룸은 예약만 하면 10~20달러(1만~2만원) 선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한인들이 주축이 된 클럽도 20여 개나 된다. 김일홍 회장은 클럽활동을 단순한 여가생활에서 더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보자는 거죠. 그 예로 글사랑모임 클럽에서는 2014년부터 라는 수필집을 발간하고 있어요. 회원들의 필력뿐 아니라 편집이나 사진 실력이 매년 발전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일홍 회장은 라구나우즈에서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한인회 관련 일은 물론이고 동호회 활동, 관리사무소나 빌리지 내 시설 사용 등 민원 업무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서 만난 손기용씨는 김 회장을 알뜰살뜰한 마을 이장님 같다고 했다. 빌리지 안에서 운전하며 가다가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짬을 내어 아프거나 홀로된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살펴야 맘이 편하다. 때로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가이드가 되어 투어 서비스도 한다. 미국 전역에서 톱 10에 속하는 명성에, 한인이 많이 살다 보니 은퇴자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입주 문의는 늘 이어진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주택 종류에 따라 3만6000달러(약 3600만원)에서 4만2000달러(약 4200만원)가량의 연수입이 있어야 한다. 일정 금액의 자산도 증명되어야 한다. 월 관리비는 650달러로 골프장, 수영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 빌리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시설관리, 조경, 가스, 수도, 케이블TV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김 회장은 빌리지 입주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미리미리 은퇴 계획을 세운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재력이 은퇴생활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100세 시대에 은퇴하고 20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인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경향이 있죠. 지나친 헌신으로 은퇴 후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솔직히 우리 나이가 되면 자식보다 배우자, 친구가 더 소중합니다.” 김 회장은 건강과 재력 외에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난감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해요. 라구나우즈가 최고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바빠요(웃음).”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많은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박성원 작가, 성악가의 꿈을 라구나우즈에서 이루고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소피아 최 회장, 춤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을 모아 7년째 고전무용 춤방을 열고 있는 김영옥씨,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리 좋더냐’ 훈남 이수일로 변신한 연극반 채한경씨,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에서 이제는 라구나우즈 미술선생님이 된 이상락씨, 그리고 여전히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미스터&미세스 손까지….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꿈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막힌 골프코스와 수영장, 럭셔리한 클럽하우스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아름다운 이유다.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라구나우즈 시 안에 있는 은퇴 마을이다. 현재 1만2736세대, 3만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빌리지 안에는 5개의 수영장과 36홀의 골프코스, 테니스코트, 도서관, 극장, 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조합(HOA – Home Owner’s Association)에 가입해야 하는데 크게 협동조합(Co-Op)과 상호조합(Mutual)으로 나눠져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조합이 소유주로서 입주자는 집이 아닌 조합회원권(Stock Certificate)을 구입하면 된다. 상호조합의 경우는 콘도 내부 수리와 관리를 소유주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상호조합과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구입한 집을 임대해줄 때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1년 동안 6개월 이상 임대를 줄 수 없다. 상호조합은 임대에 대한 제약이 없다. 따라서 투자를 위한 임대 목적으로 은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상호조합 콘도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반드시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집값은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 -------------------------------- 라구나우즈 빌리지 웹 사이트 lagunawoodsvillage.com 한인회 웹사이트 lagunawoodskac.com
- 2017-07-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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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도 더운데, 뭘 하지?” 오늘 ‘북캉스’ 떠나볼까요?!
- 지독하게 더웠던 2016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도 그 끔찍한 시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무더위를 피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더위의 고통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것도 책과 함께 지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들이, 알고 보면 근처 한 시간 거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북캉스’로 하루 보낼 곳을 기웃거려볼까. *북캉스: 책을 뜻하는 영어 단어 ‘북’에 ‘바캉스’를 결합시켜 만든 신조어 책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TV, 영화 등 화려한 영상 문화와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조류에 밀려 문화의 중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책이었다. 우리들에게 지금 책은 영상과 말의 과잉으로 넘쳐나는 일상을 힐링하는 촉매로서 그 역할을 되찾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의 도서관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 속에서 일상을 힐링하는 책의 공공기능적 역할을 간파한 기업들은 너도나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이제 젊은 시절처럼 산으로 바다로 가지 않아도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났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대신 도서관이나 동주민센터, 백화점 북카페, 서점 등에서 책을 읽으며 더위를 식히는 이른바 ‘북캉스’ 문화가 시니어들에게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위치한 책 향기 그윽한 서점과 강연과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복합공간의 도서관은 무더위를 식히는 도심 속 정자마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 순화동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한길사 ‘순화동천’ 책 좀 읽었다는 시니어들에게 인문학 중심 도서들을 주로 펴낸 한길사라는 출판사가 만들어내는 무게감은 각별하다. 그 한길사가 오랜 준비 끝에 지난 4월 말에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의 문을 열었다. 한길사가 창업 초기 자리했던 서울 중구 순화동에 만들어진 순화동천은 3만여 권의 책이 즐비한 550평 규모의 공간이며 책 박물관, 갤러리, 강의실, 회의실, 서점으로 구성됐다. 한길사는 오래전부터 독자가 중심이 된 ‘책 놀이터’를 마련하고자 했으며 순화동의 ‘순화’와 노장사상에 나오는 이상향인 ‘동천’을 더해 ‘순화동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문·예술적 삶을 지향하는 이들의 ‘평화를 순례하는 유토피아’가 되겠다는 의미다. 책 박물관은 근·현대출판문화사에 빛나는 아름다운 고서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또한 작은 음악회를 열 수 있어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강의실과 회의실로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공간은 각각 ‘퍼스트아트’, ‘한나 아렌트 방’, ‘윌리엄 모리스 방’, ‘플라톤 방’으로 불린다. 전시회나 출판기념회, 8~15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 50~7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강연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는다. 아트갤러리와 한길책방은 60m에 이르는 긴 복도로 이뤄져 있다. 복도의 한쪽 벽은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이 걸린 아트갤러리로, 다른 쪽 벽은 한길사가 지난 40년 동안 펴낸 고품격 인문·예술도서가 들어찬 한길책방이다. 복도 중간에는 ‘카페뮤지엄’이 있어 커피와 함께 잠시 쉬며 책과 미술 작품을 즐길 수 있다. ◇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시원한 자유, 신세계 ‘별마당 도서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코엑스 안에 초대형 도서관이 있다? 사실이다. 신세계가 지난 5월 말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다. 회원카드도 따로 없다. 오래 머물러도 된다. 음료를 가지고 와도 괜찮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책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유다. 별마당 도서관은 총면적 2800㎡에 2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 내부에는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개를 중심으로 소파형·계단형 등 총 200석의 의자와 책상을 배치했다. 또 은은한 간접조명을 설치해 개인 서재 분위기를 냈고, 곳곳에 콘센트와 USB 단자를 구비해 노트북과 휴대전화 충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5만여 권의 장서와 600여 권의 잡지가 준비되어 있는데, 잡지 코너만 보면 국내 최대 규모다. 고객들의 도서 기증도 받고 있기에 집에 보관해둔 책을 기증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별마당 도서관은 대출은 불가능하며 열람만 가능하다. 또한 도난방지 장치가 없다. 도서관과 쇼핑몰 사이에 출입구가 따로 없이 사방으로 열려 있는 구조이지만, 도난경보기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사람의 마음을 믿는 구조다. 별마당 도서관은 문화와 휴식을 갖춘 열린 도서관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도서관이 지역 상권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시설이라고 판단해 만들어졌다.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은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인 일본 다케오 시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다.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열린 도서관 콘셉트로 2013년에 리뉴얼한 이후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 키덜트 겨냥한 예스24 ‘홍대던전’ 인터넷 서점들의 오프라인 서점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서점들이 오프라인 거점을 주로 중고서점 중심으로 만든 것과는 달리, 예스24는 콘셉트 서점을 기획해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서브컬처(하위문화) 복합문화공간인 ‘홍대던전’을 열었다. 홍대던전은 청소년에서 키덜트까지를 주 고객으로 하는 라이트노벨(가벼운 느낌의 장르소설)·애니메이션·게임 등 ‘서브컬처’ 맞춤문화공간을 지향한다. 5월에 문을 연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과 아래위층으로 연결돼 있다. ‘홍대던전’에는 누구나 무료로 라이트노벨을 읽을 수 있는 열람공간, 피규어와 퍼즐 등 캐릭터 상품과 코스프레 전문용품을 모아둔 판매공간, 애니메이션과 게임 속 메뉴를 모티브로 한 음식을 판매하는 매점 등이 마련되어 있다. ◇ 지적 세계로의 여행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현대카드는 ‘혁신’을 기업 이미지로 삼으면서 아날로그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꾸준히 지향했다. 서울 도심의 네 곳에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세워진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아날로그의 대표적 콘텐츠인 책에 주목한 현대카드의 또 다른 실험이다. 공연과 문화공간 등을 통해 컬처 브랜딩의 선두주자로 각인된 현대카드에서 책을 통해 지적 브랜딩의 출발점을 잡은 것이다. 가회동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디자인 서적들이, 이태원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음악 관련 서적들이 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책과 함께 1950년대 이후에 나온 1만여 장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LP들이 구비되어 있어서 LP를 통한 음악의 역사를 직접 체험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신사동 ‘쿠킹 라이브러리’는 음식 관련 서적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어 있다. 재료 카드를 사면 현장에서 요리도 가능하다고 한다. 청담동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독서를 여행과 동일하다고 여기고 1만5000여 권에 달하는 여행 관련 서적들뿐만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는 여행을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모든 형태의 지적 활동’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 사회취약 계층과 함께하는 ‘네이버 라이브러리’ 분당구 정자동의 네이버 사옥 로비에 자리한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도서관, 서점, 북카페를 결합시켜 책이 있는 공간의 장점들을 모두 경험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디자인과 IT에 특화된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디자인 장서 1만7000여 권, IT 장서 7000여 권, 전 세계의 전문 백과사전 1300여 권, 국내외 잡지 250여 종이 준비되어 있다. IT 기업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는 특색을 살리면서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디자인과 IT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책을 고르기 쉽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도서관들과는 달리 ‘절대 정숙’ 문화가 아닌 대화하고 토론하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네이버의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사회취약 계층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사서는 시니어들이 맡고 있으며 안에 위치한 카페는 발달장애인의 일터를 만드는 회사 베어베터와 함께 운영되며 지적장애나 자폐를 가진 청년들이 커피를 만든다. ◇ 도심 속 한옥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구에서 16번째로 만들어진 도서관이자 최초로 한옥으로 만들어진 공공 도서관이다. 지붕은 전통 방식의 수제 기와를 사용했고 담 위에 얹은 기와는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의 기와 3000여 장을 가져와 사용했다. 그야말로 전통 한옥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물이다. 청운문학도서관 1층은 한옥이며 지하는 반지하식 양옥 건물이다. 1층에서는 시, 문학 창작교실, 문화예술교육, 인문학 콘서트 등이 열린다. 지하층은 시, 소설, 수필 위주의 문학 도서를 만날 수 있는 자료실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이 있다. 또한 온돌식 독서공간도 마련되어 한옥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를 충실하게 살리고 있다. 물론 여름에는 에어컨을 통해시원하게 유지된다고 하니 냉방은 합리적인 현대기술을 이용했겠다. 도서관 같은 서점 인터파크 ‘북파크’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2, 3층 총 2000㎡ 공간에 자리 잡은 ‘북파크’는 북카페나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점이다. 50여 개의 테이블과 200여 개의 의자, 앉아서 책 읽기가 가능한 계단 등이 마련돼 있다. 독서공간의 분위기도 다락방 스타일, 테라스 스타일, 응접실 스타일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또 계단 밑이나 서가 뒤 숨은 공간에서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어린이책 코너 부근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일곱 곳이나 있다. ‘보신 책은 북박스에 넣어주시면 직원이 정리한다’는 안내문구까지 있으니, 책의 구매 여부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서점이다. 북파크는 인터파크의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이 2016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카오스재단의 설립 목적인 ‘과학의 대중화와 과학지식의 공유’ 취지에 맞춰 총 10만여 권의 보유 서적 중 절반 정도가 과학 관련 책이다. 서점 안에는 35석 규모의 다윈룸과 8석 규모의 뉴턴룸 등 모임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북파크는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유명 맛집과 가깝고 공연장이 같은 건물에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여름방학이 되면 손주 손을 잡고 다녀와도 좋겠다. 이밖에도 CJ CGV와 쉐라톤워커힐 호텔도 도서관을 만들었다. 금융계에서도 KEB 하나은행 본점인 을지로 사옥에도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고 대신증권도 명동 사옥에 도서관을 열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사회공헌 차원에서 도서관을 개장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과거에는 한 노인의 죽음을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비유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식의 총량이 매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인생 경륜을 어설프게 드러내는 것은 자칫 뭘 모르면서 꼰대 노릇하는 걸로 비치기 십상인 세상이 됐다. 나이 듦에 따라 정신과 지식의 세계도 변모하기에 품위 있게 늙는 일은 중요하다. 문화지성인으로서의 비움과 채움이 필요한 시니어에게 도서관은 여전히 매력적인 공간이자 여행지다. 다시 찾아온 무더운 여름, 어디를 갈까 고민 말고 가까운 도서관에 놀러 가보자.
- 2017-07-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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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 천국의 문을 열다
- 동네 곳곳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생겨나면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 영화가 아닌 작품들은 감상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 고전 영화는 방송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래서 옛 영화와 다양한 영화 자료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찾아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쌓아가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그중 한 곳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들어가 봤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살리는 현장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높이 솟은 방송사 건물 사이에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됐던 모든 영화를 수집·복원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유일본이 해외에만 있는 고전 영화는 해외 연구자를 통해 수입한 뒤 훼손되어 상태가 좋지 않은 필름은 수리해서 고화질 영상으로 복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옛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를 자주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365일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지하 1층에 2개관으로 운영하는 영화관 ‘시네마테크KOFA’는 한국 고전 영화에서부터 국내외 독립 영화와 예술 영화까지 상영한다. 일반 상업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영화를 이곳에서만큼은 원 없이 볼 수 있다. 취재 당시 영화 를 상영했는데 영화에 관심이 많은 시니어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시니어층을 겨냥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영화를 많이 상영해서 그런지 시니어의 발길이 잦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매일 좋은 영화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상영 영화가 궁금한 독자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koreafilm.or.kr)에서 날짜와 영화를 확인해보길. 특히 3월에는 삼일절 특집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영화의 역사를 한눈에… ‘한국영화박물관’ 1층은 ‘한국영화박물관’으로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으로 운영된다. 상설전시관에는 세계 영화 탄생을 시작으로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한국영화의 역사가 연대별로 정리돼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인물의 자료와 사진, 영화에 쓰인 장비와 소품도 볼 수 있다. 나운규의 사진첩에서부터 196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의 격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4월 16일까지 한국영화의 거장 유현목 감독을 주제로 ‘유현목: 현실과 영화 사이’라는 전시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유현목 감독의 7주기를 기념하고 그의 영화 세계와 인생, 한국영화사적 의미를 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1956년 로 데뷔한 유현목 감독은 1994년 에 이르기까지 극영화 43편, 실험영화 및 기록영화 3편 등 총 46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2009년 6월 28일 영면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 감독으로 기억되는 감독이다. 당시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출구 없는 현실을 절망적으로 묘사한 것이 압권이다. 전시관에는 유현목 감독이 사용했던 서재가 재현돼 있으며 살아생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유현목 감독이 손수 쓴 영화 대본과 세트장 스케치, 트로피 등을 통해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영화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영화 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영화 대본, 영화 관련 논문, 영화 도록이 마련돼 있다. 영상물과 영화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영상물 2만6000여 점, 도서 7500여 점이 있다. 도서관도 회원가입만 하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 갈 여유가 없다면 유튜브나 네이버에서도 한국영화를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들 중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작품 400편가량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용 정보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 한국영화박물관 10:00~19:00(휴일 18:00) 영상도서관 10:00~19:00(휴일 18:00) 시네마테크KOPA 12:30~19:30 홈페이지 koreafilm.or.kr
- 2017-03-10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