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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인생 찾으려면, 5년 먼저 움직여야”
-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위해 혹은 또 다른 직업을 가지려고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결국 배움의 과정을 겪지 않고서는 새로운 길을 찾기도 힘들고, 또 교육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는 아예 교육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이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교육기관은 매우 다양하다. 이 중 사이버대학은 어느새 당연한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학위 취득이 가능할 정도로 깊은 내용을 다루면서 일반대학에 비해 문턱이 낮다는 장점은 시니어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 최일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김동환(60)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학과장은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학생의 ‘결심’이라고 강조한다. 사이버대학의 연령별 분포 자료를 보면 40대와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다. 일반대학 대신 선택하는 20대와 직장을 다니며 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30대도 많지만,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사이버대학을 선택하는 중장년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최근 경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퇴직 후 학교 찾으면 늦어 “전통적으로 중장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죠.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경향이 약간 바뀌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준비되지 않은 비대면 수업에 염증을 느끼고, ‘차라리 사이버대학이 낫다’며 우리 학교로 오는 경우가 꽤 돼요. 게다가 최근에 아파트 시세 급등으로 젊은 세대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 학과를 선택하는 지원자가 늘었어요. 실제로 평균 연령이 4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 30대 후반 정도로 내려갔죠.” 이런 변화는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주었다.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부동산과 동떨어져 보이는 분야를 접목한 수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에 관한 수업도 준비 중이다. 김 교수는 “가상화폐나 가상현실에서의 자산은 결국 현실에서의 자산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늘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학과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학과다. 실제로 김 교수를 거쳐간 중장년 창업자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김 교수 역시 부동산을 통해 인생 후반전을 바꿔놓은 제2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럭키금성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이후 미국 회사에서 부동산 업무를 담당한 것이 부동산 분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24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대학원에서 부동산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다 보니 새 출발을 준비하고자 하는 시니어를 보면 남일 같지 않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예전에는 정년퇴직하고 나서 적당히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일거리 삼아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사실 그렇게 준비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업계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어요. 이제 부동산도 젊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분야가 되어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동산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 출신이라면 더더욱 힘들죠. 그래서 이제는 적어도 퇴직 5년 전부터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현직으로 나서기 전에 미리 공부도 해놓고, 자격증도 따놓고, 업계의 분위기를 익히면서 준비하지 않으면 퇴직 후 현실 속에서 좌절하기 쉽습니다.” 사이버대학도 현실세계 만남 활발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도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혼자서 취득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 어떻게 현장에서 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동산은 일종의 정보산업이기 때문에 재학생 사이의, 그리고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의 관계 형성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의 공인중개사 중 상당수는 자격증 취득보다 더 어려운 것을 현장 경험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 많은 신참에게 선선히 기회를 제공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부동산은 혼자 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아니에요. 네트워크를 가지고 서로 협조해나가야 성공할 수 있어요. 저희도 재학생과 졸업생이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만들죠. 창업하는 학생에게는 인큐베이팅 과정을 제공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인턴십 기회를 부여해요. 2001년부터 누적 졸업생 수가 3500명 정도 되다 보니 전국적으로 관계 형성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거의 매 주말마다 모임이 있었어요. ‘온라인 강의인 줄 알았는데 일반대학보다 모임 참여가 더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 모든 것은 저희가 온라인 강의를 오랜 기간 해오면서 느꼈던 교육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부동산학과의 모임은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각 지역마다 지역 모임이 존재한다. 학교에서 특강을 준비하면 각 지역별로 순회강연을 할 정도로 전국의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골프 모임만 두 곳이 운영 중이다. 물론 학년 모임이나 학과 동문회도 있고, 체육대회와 송년회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특강도 학생 간 관계를 끈끈하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주요 정보를 특강으로 제공하면, 특강 후 모임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형식이다. 김 교수는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가의 물건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를 중요시 여기게 되고 서로의 신용을 확인하는 성향을 띠게 된다”며 모임 활성화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이버대학의 터닝포인트 돼 코로나19는 많은 교육기관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사이버대학에는 기회가 됐다. 태생 자체가 언택트(Untact)에 최적화된 온라인 중심 교육기관이다 보니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늘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학생 수가 4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그 변화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 ‘학위장사’라고 손가락질받던 오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설립 이후 약 20년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일반대학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에 있다. 팬데믹 이후 많은 대학들이 서둘러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지만 쉽게 따라올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코로나19는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예전엔 2년제 대학보다 못하다는 선입견도 있었어요. 학생뿐만 아니라 강단에 서는 교수들도 비슷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사이버대학의 강의 수준과 시스템에 대해 감탄하는 평가가 많아요. 다들 해보고 나서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죠.” 실제로 동영상 강의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이론을 정리한 후 콘텐츠를 구성하고, 방송 촬영을 하고 나면 검수 과정까지 거친다. 세세한 숫자나 정보가 틀렸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완벽히 계획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교과서 한 권을 해소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일반대학과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다. “열심히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우 좋죠. 빼놓는 것 없이 모든 수업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중장년 학생에게 유리한 부분도 있어요. 동영상 강의는 반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알 수 있을 때까지 확인 가능해요. 주변 학생들 눈치 보는 일 없이 많은 질문을 할 수도 있죠. 게다가 등록금은 더 저렴한데 이런저런 명목의 장학금을 다 합치면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료 감면 혜택을 받아요. 나이 많은 학생들이 갖는 여러 가지 부담을 사이버대학은 이미 폭넓게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선 이러한 시스템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 교수는 대중적인 ‘사이버 문화’가 사이버대학의 특성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업데이트 안 된 내용을 강의하거나 강의에 오류가 있으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와요. 서로 대면하는 일이 적다 보니 일반적인 ‘사제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서로의 의사소통이 다소 냉정한 경향을 띠게 되는 거죠. 맘만 먹으면 학교에 발 한 번 들이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으니까요. 졸업장도 집으로 보내주거든요.(웃음) 질문이나 불만에 대한 답글은 다른 학생들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답을 해줘야 해요. 또 많은 오프라인 활동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경제성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사이버대학은 강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그는 마지막으로 제2의 인생을 위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찾아보면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학과 차원에서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특강을 많이 진행해요. 현재는 온라인 위주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특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와서 참석해보시고,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는지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최근에는 산업의 사이클이 짧아져서 그대로 안주하면 업계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새 인생 설계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 2021-12-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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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과 취미를 넘어 시민교육을 지향하다
-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2021-12-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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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많아도 넘을 수 있죠” 디지털 약자 돕는 시니어들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 1년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이제는 은행 업무, 쇼핑, 병원 예약 등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의 강산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을 위해 디지털 문해 교육을 하는 김광자, 이근석 강사를 강북 모두의 학교·평생학습관에서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시니어들에게 소외 현상을 초래한다.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용법을 알지 못해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지 못하고,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할 줄 몰라 직원과 대면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시니어들은 일상에서 불편함을 넘어 불이익을 받는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는데, 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디지털 활용 능력이 우수하고, 장노년층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50+ 세대를 전문 강사로 양성하고 있다. 김광자(68), 이근석(61) 씨는 디지털 문해 교육 50+강사단으로서 각 지자체를 다니며 시니어들에게 ‘스마트폰 작동법’과 ‘키오스크 활용’에 대해 교육한다.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에 디지털 이방인이 돼버린 시니어들의 상황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자신 있는 사람도 키오스크 앞에선 식은땀 많은 직업 중 왜 하필 디지털 강사를 택했는지 묻는 말에 이 씨는 과거의 경험을 털어놨다.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키오스크 앞에 딱 섰는데, 도통 헷갈리더군요. 차분히 살펴보려 해도 뒤에 사람들이 서 있으니 마음만 급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났어요. 전자공학을 전공해 기계 조작은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아니었죠. 자신 있는 사람도 위축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디지털 소외 계층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강사단에 지원해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나이 들수록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문화, 경제 등의 영역에서 사회적 소외와 우울감·고립감의 심화를 겪을 것이라 우려한다. 디지털 문해 교육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셈이다. “에이, 그거 배워서 뭐 하시게?” 곳곳에 늘어나는 키오스크, 어딜 가든 찍어야 하는 QR코드. 사람과 직접 이야기하고 종이에 글씨를 적는 것이 익숙한 시니어들은 몇 번을 사용해도 헷갈릴 수 있다. 이런 불편한 점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김 씨는 “처음엔 다들 가족에게 물어봐요.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 자녀나 손주에게 물으면 처음 한두 번은 차근차근 알려주죠. 그렇지만 다들 바쁘기도 하고 따로 사는 분들이 많으니 만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그것만 가르쳐줄 순 없잖아요. 결국 ‘엄마가 그런 거 배워서 뭐 하시게. 그냥 오는 전화나 잘 받으셔’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죠”라며 “어르신이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조언했다. 이 씨는 “나이 들면 손이 점점 건조해져요. 스마트폰 터치도 인식이 잘 안 돼요. 저는 그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보통 자녀나 손주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요. 대놓고 ‘손이 건조해서 그래요’라고 하면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오늘 날씨가 건조해서 터치가 잘 안 먹을 수도 있으니 손가락을 호 불어서 눌러보세요’라고 돌려서 말해요. 나도 남 일 같지 않으니까” 라며 공감했다. 말동무에 건강관리까지 해드려요 이들은 문해 교육이 단순 정보 전달뿐 아니라 여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후 어르신들은 우올과 고립감을 많이 느끼세요. 수업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기도 하지만 오는 길에 햇볕도 쬐고, 수업 중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도 하면서 우울함을 해소할 수 있어요. 서로 누가 더 잘하는지 은근한 경쟁도 즐기시더군요. 저희가 어르신 건강이 어떤지도 살필 수 있죠. ‘어르신 자세를 보니 허리가 불편해 보이는데, 병원에 가보세요’ 하고요.” 덧붙여 “장점이 많아요. ‘내가 제일 못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오는 게 중요해요. 운동 삼아 온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재미를 붙이면 귀찮을 정도로 저희한테 질문도 많이 하시고, 감사하다고 직접 장문으로 문자도 보내세요. 요즘 식의 소통법을 배우는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니어들을 가로막던 디지털 장벽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상황을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공감’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세종대왕이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창제했듯 말이다.
- 2021-11-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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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그리는 시니어 ‘인생 3막’
- 백세시대를 맞아 인생 후반기를 ‘제3의 인생’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새 일거리를 찾아 인턴으로 취직하고,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건강한 취미와 새로운 친구를 한꺼번에 사귄다. 노년기를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가족, 회사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상당수의 중년이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생활비 마련이 가장 큰 이유이나 단순히 돈만을 바라고 재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건 아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에서 5060세대에게 새로운 직업 활동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다. 50대 56.8%, 60대 74.5%가 “유연성, 성취감, 재미 등 자아실현 부분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자아실현 수단으로 만화를 선택한 시니어들을 위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2019년부터 ‘웹툰 시니어멘토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활동 중인 웹툰 작가가 45세 이상 시니어 작가, 출판 만화를 그렸던 경력단절 작가가 웹툰 작가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방식 외에 화상 미팅, 메일로 작화 파일을 주고받는 온라인 멘토링도 이뤄졌다. 사업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만족도도 높고,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는 추세다. 지원 사업에 참여한 작품으로 ‘카카오웹툰리그’, ‘네이버 나도만화가’ 등의 플랫폼에서 웹툰을 연재하거나 캐릭터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멘토링을 받은 손진효(55) 작가의 경우 웹툰 공모전에 당선돼 연재를 준비하고 있다. 손 작가는 “단순히 학원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고 멘토와 대면하여 멘토링을 받으니 디지털작업, 웹툰 연출력, 웹툰PD 크리틱 등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멘토링 사업 덕분에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90%까지 높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70~80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카툰캠퍼스가 여러 노인 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하는 ‘시니어 만화창작학교’다. 시니어 만화창작학교에서는 2014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화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물이나 인물 그리는 법, 소묘 등 그림 그리기 기술 수업 외에도 스토리 전개 수업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만화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다. 전체 과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작업을 위해 그림 그리기 수업에서 어르신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소재를 많이 활용한다. 만화 자서전 프로그램의 강사 현상규 작가는 “어릴 적 사용했던 소품 그리기, 운동회 장면 그리기 등의 주제를 던지고 그림 그리는 걸 도와드리면서 왜 이 소품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는 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적게는 두세 달, 길게는 여섯 달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세상에서 하나 뿐인 만화 자서전이 탄생한다. 5쪽 분량의 동화책에 가까운 자서전에서 10쪽 가량의 만화 자서전까지 가지각색이다. 참여한 어르신들의 만족도도 높다. 현 작가는 “자서전 작성을 위해 본인도 잊고 있었던 과거의 자랑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된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수업 외적으로도 그림 그리기에 집중해 손녀에게 줄 동화책을 완성시킨 어르신도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끼리 공감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자신의 삶이 담긴 자서전 줄거리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다. 카툰캠퍼스 측은 “내년에는 방역 지침과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 진행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21-11-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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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 손자손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 지난 7월,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7월 11일 오전 7시 40분에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7월 20일 오전 6시 12분에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달과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개발해 그 뒤를 쫓고 있다. 앞다투어 우주로 떠나는 나이 든 ‘회장님’들은 로망으로 존재하던 우주여행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 달에 발을 딛는 우주인을 보며 상상만 했던 우주여행, 국내에서도 정말 가능한 걸까? 시니어가 우주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제각기 다양하다. 정달호 전 이집트 대사는 “기후 변화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지구에 한계가 온 것 같다. 인류의 미래가 우주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주가 어떤지 직접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승국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영화처럼 몸이 둥둥 뜨는 무중력 상태에서 파란 지구를 내려다볼 걸 상상하면 짜릿하고 흥분된다”며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아 꿈만 꾸고 있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첫 번째로 신청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한국인이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례는 없지만, 비슷한 사건은 있었다. 2008년 4월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다녀온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의 이야기다. 2006년 진행된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는 당시 큰 이슈였다.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우주에서 태우고 싶습니다.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손자 손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당시 예순일곱의 나이로 최고령 도전자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사회에 울림을 주었다. 이외에도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 카레이서 황진우 등의 명사가 도전해 더욱 화제를 모았지만, 우주행 티켓을 거머쥔 주인공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의 이소연 박사였다. 이 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9박 10일간 머무르고 무사히 귀환했다. 이 씨는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 직업 우주인으로, 그녀의 여정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민간 우주여행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은 ‘1호 우주인 탄생’이라는 경사를 지켜보며 머지않은 미래에 누구나 우주를 여행할 수 있기를 꿈꿨다. 실제로 이소연 씨의 귀환 직후 인터뷰는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17.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국민적 관심을 인식한 듯 국내 한 관광사는 유사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았다. 2008년 판매된 ‘우주에서 살아남기-우주항공 체험과 러시아 일주 6일’이 그것이다. 관광객들은 직접 우주로 떠나는 대신, 러시아 여행 중에 모스크바의 가가린 우주훈련센터를 방문했다. 로켓보다 열기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실제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우주여행 티켓을 팔며 분위기가 달아오른 모양새지만 우리나라에선 13년 전의 유사 우주 관광상품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기술로는 짧게 보면 1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어릴 적 상상하던 ‘달나라로 떠나는 수학여행’은 정말로 요원하기만 한 걸까.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력을 갖춘 어떠한 기업이 나타나 우주여행만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한 10년 안으로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주여행 산업 진출을 꿈꾸는 국내 기업이 있냐고 묻자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의 방산·항공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며, 아직 우주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단계라서 우주여행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논의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휴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스마트건설연구본부 본부장은 “기술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돈”이라고 콕 집어 지적했다. 우주여행에 필요한 발사체를 제작하고, 우주정거장처럼 궤도를 도는 우주호텔을 건설하는 일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우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비용도 수백억 원 수준이다 보니 일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로켓 대신 열기구를 도입할 경우 시니어에게도 희망이 있다. 열기구를 이용하면 우주복을 입지 않고, 우주에서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나 체력 단련을 거치지 않아도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푸른 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스타트업 ‘스페이스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는 특수 제작될 열기구 ‘스페이스십넵튠’(Spaceship Neptune)을 이용한 관광상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열기구의 강점은 로켓보다 천천히 상승해 탑승자가 버텨야 하는 중력가속도로 인한 압력이 비교적 낮다는 데 있다. 즉 탑승자의 신체 조건이 완화된다. 현재 우주행 티켓을 판매 중인 블루오리진·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용 로켓에 탑승하려면 2~3G를 버텨야 한다. 2~3G는 급회전을 하거나 추락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안형준 연구위원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건강한 분이라면 탑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니어들이 ‘열기구 우주여행’을 노려볼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엔 국내에서도 우주여행을 성공해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 허환일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수요가 있다면, 외국 기업이 제작한 발사체를 타고 국내 기업이 우주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가능할 수 있다”며 “아주 빠르면 10년 후에도 일반인의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니 우주여행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체크리스트를 챙겨 준비해보자. 꿈꾸는 자에게 불가능이란 없고,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올 테니까.
- 2021-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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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중소ㆍ귀향 희망 중년, 주거비 지원해 50+성공사례로
- “지방에는 청년이 많지 않고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반면 퇴직을 앞둔 중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지방 소재 7년차 중소기업에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전문가에게 주거비를 별도로 지원했다. 신사업 성장세에 따라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았다.” 9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연 '50+ 기술전문가, 중소기업에서 살아가기' 온라인 포럼에서 공태영 기술자숲 대표가 ‘50+기술 전문가와 중소중견기업 매칭 사례’ 주제 발표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공 대표는 “예상과 달리, 고 경력 전문가들은 유연근무형태나 비교적 낮은 임금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50+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 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을 추가로 소개했다. 기술자숲은 제조산업 전문가 매칭 플랫폼 기업으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하는 ‘50+기술전문가 매칭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 73명 중 68%가 유연근무형태를 선호했으며, 55%는 희망급여로 300만 원 이하를 선택했다. 또 기술자숲이 진행한 ‘2021 하드웨어 Start Up! 고 경력 전문가와 함께 Scale Up!’(SUSU) 사업에 참여한 기업 94%가 ‘조건에 적합하다면 50대 전문가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고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전문가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 대표는 중소기업과 50+전문가 매칭에서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50+성공사례 부재와 사회적 긍정 문화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중장년층 전문가로 인한 성공 사례가 많아지거나 금전적 지원이 늘어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영 대표는 인턴과 유사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 경험을 쌓은 뒤 장기적인 일자리 연계를 유도하고, 추가로 신규 일자리 창출까지 이끌어내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과 전문가가 각개 전투를 하는 대신 서로 이런 매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주체들이 협력 모델을 구축해 문화를 확산하고 선도해야 한다”며 “이 자리가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50+기술 전문가와 스타트업의 협업’ 발표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기업 ‘N15’ 배중구 팀장이 맡았다. N15는 서울시와 용산전자상가와 협력으로 ‘메이커스페이스’를 탄생시킨 기업이다. 배 팀장은 “제조업에서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아이디어의 빠른 사업화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이 명확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현실화가 되지 않고 있어 이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N15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산업은 젊은 패기로만 승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전문적이고 축적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측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제조 파트너와 소통이 어렵고, 제조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N15 측에서 떠올린 해답은 제조PM(프로젝트 관리)과 시니어 기술자, 제조공장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공장의 니즈와 스타트업의 니즈를 조율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20대 스타트업 기획자는 50대 기술자의 지혜와 경험을 원하고, 퇴직을 앞뒀거나 이미 퇴직한 50대 전문가는 구직을 원한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20대 기획자와 50대 기술자 사이에는 세대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배 팀장은 “30대 실무자로서 스타트업의 MZ세대와 50+기술 전문가인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한 끝에 세 가지 솔루션을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직급 체계를 개선해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제조워크숍을 통해 직접 만나 소통하는 등 소통 채널을 다각화하며 제조 팀에도 기업과 동일한 명함을 제공해 ‘원 팀’(one team)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는 “기술의 빠른 변화, 인구 감소, 평생 학습 등으로 조직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의 50+기술전문가가 가진 노하우, MZ세대의 창의력과 열정이 합쳐져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 김원진 기술전문가가 ‘50+기술전문가의 내가 경험한 재취업’을 주제로 포럼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IT 기반 마케팅 기업 ‘원트리즈뮤직’에서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된 IT 사업의 제안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퇴직 전까지 전자부품 제조기업에서 전산실을 운영했으며, 정부 및 공공기관 정보화 관련 사업기획, 시스템운영 및 보안관리 총괄을 맡았다. 개인정보보호 인증심사 등도 수행했으나 퇴직을 앞두니 실무에서 물러나 자문위원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김 전문가는 “나 역시 퇴직 후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며 “경력과 직위에 따라 다르지만 퇴직 직전에 맡는 업무는 관리직 성격이 강하므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복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재난관리사 자격증 취득, 정보통신중급기술자 인증을 발급하는 등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일반 기업과 IT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판단해 정부, 공공기관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컨설팅 지도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기술과 트렌드가 빨리 변해 회사의 기존 직업과 협력하기 어려웠다. 자료가 부족해서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맡아야 했을 때는 스트레스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원만히 해돼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전문가는 퇴직 후 구직을 원하는 50+기술전문가에게 퇴직 후 자신의 적응력이 얼마나 되는지 서울50+ 인턴십에 참여해 판단하기를 권했다. 그는 “개인의 능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에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나 역시 50+기술전문가이기 때문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내가 맡을 수 있는 분야의 사업이 있다면 참여하겠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2021-09-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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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죽 좋은 김성환 “나는 원래 웃겼다”
- 베테랑 연기자이자 30년 넘는 경력의 라디오 진행자, 예능 MC로 종횡무진하는 탤런트 김성환(72)을 실제로 보면 칠순을 넘긴 나이를 쉬이 믿기 힘들다.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젊음이 분명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건강과 젊음에 대해 겸손하게 부모님께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얼굴에 뭔가 바르는 걸 싫어해서 로션도 잘 쓰지 않고 운동도 걷기 위주로 한다니,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타고난 선물이 부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부모님께 받은 ‘선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성공한 방송인이자 가수,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김성환에게 지금의 삶을 만든 해법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요즘 탤런트 김성환을 바쁘게 만드는 일에는 노인의료나눔재단이 있다. 처음에는 홍보대사를 하다가 2018년부터 노인의료나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노인의료나눔재단은 1년에 3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니어들의 무릎 수술비를 지원하는 공익 재단이다. 주로 저소득층 시니어, 연고자가 없거나 홀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그 지원 대상이다. 어르신들과의 계속된 접점, 이사장까지 되다 “탤런트를 하면서 교양 프로그램, 노래 등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해서 어르신들과 인연이 많았죠. 저도 고향이 시골이라 농사 등 어르신들의 생활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MBC ‘고향이 좋다’에서 20년 넘게 MC를 하기도 했어요. 하다 보니 어르신들과 접촉이 많았고, 많이 알게 되고, 어르신들이 저를 좋아하시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 위하는 일이 뭘까 관심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한노인회 홍보대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인연 덕분에 노인의료나눔재단 홍보대사도 하게 되었죠.” 그는 요즘도 대한노인회 홍보대사 일을 겸하고 있기에, 보건소나 경로당에 가면 그의 사진이 있는 포스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김성환은 시니어들이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연예인일 것이다. “노인의료나눔재단 홍보대사 일을 하다 보니 열 분의 이사님이 만장일치로 저를 이사장으로 추대해주셨죠. 저보다 먼저 이사장을 맡았던 분들이 다들 쟁쟁하신 분들인데, 영광일 뿐입니다.” 30여 년간의 라디오 DJ 생활 김성환은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동시에 스스로도 현재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연기와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53세에 경기대학교에 진학한 일 또한 그렇다. “10년 동안 다녔어요. 탤런트 김영철과 함께 들어갔죠. 열심히 해서 예술학 박사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큰 일이 대학교 다닌 일과 라디오 방송을 30년 동안 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처음 맡은 라디오는 KBS의 ‘세월 60년 노래 60년’이었다. 5년 동안 KBS 라디오에 몸을 담았던 그는 교통방송(현 TBS)이 개국하자 이적하여 작년 11월까지 무려 26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했다. ‘9595쇼’, ‘서울 부르스’, ‘비바 트롯’ 등을 맡았던 그는 TBS 라디오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다. 그는 이러한 장수 방송인의 비결에 대해 단순히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열심히를 넘어 죽기 살기로 해야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렇게만 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뭐든지 죽기 살기로 해야 해요. 거친 표현이지만 모든 것을 죽기 살기로. 라디오를 30년 이상 한 것도, ‘고향이 좋다’를 20년 넘게 한 것도, 경인방송 ‘성인가요 베스트 30’을 7년 한 것도 그랬어요. 뭐를 하나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열심히,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죽기 살기로 해야 됩니다. 그리고 대인관계도 열심히 해야지 대충 하면 안 돼요. 그 사람이 10을 줄 때 나는 20, 30을 준다는 다짐과 여유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 사람도 나를 믿고 함께할 수 있거든요.” 그는 방송을 10년 하려면 삼위일체가 아니라 오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운이 좋아서 프로그램이 사랑을 받아야 하고, 부지런해야 해요. 10년, 20년, 30년이란 세월 동안 방송을 한다는 건 정말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야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김성환은 제주도도 한 번 못 가보고 살았다. 제주도에 가서 쉬면 방송이 펑크 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과거에는 부산조차 못 갔다. 이제는 KTX가 있어 가능해졌지만. 교통방송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17년 동안 맡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모든 걸 다 바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 넘은 그의 노래 인생은 자신의 모든 걸 방송에 바친 김성환에게 또 다른 선물도 주었다. 바로 가수로서의 성공이다. 유튜브에서 김성환의 이름을 치면 그가 가수로 공연한 방송 클립들이 나오는데 그 조회수에 놀라게 된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동영상이 대표곡 ‘묻지마세요’를 포함한 그의 히트곡 메들리인데 1030만 회에 달하니,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한 명이 그의 공연을 봤다는 얘기가 된다. “1997년에 ‘거시기 인생’이라는 노래를 드라마에서 부르면서 히트를 쳤죠. 어르신들이 좋아하셔서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르게 됐어요. 물론 본격적인 가수라기보다는 탤런트 중 노래 좀 부른다는 쪽이었는데, 2014년에 발표한 ‘묻지마세요’가 아주 행운이었죠. 이 노래는 원래 진성 씨 노래였는데 팬이 생긴 인기 좋은 노래가 됐어요.” 그가 ‘묻지마세요’ 이후 밀고 있는 노래는 ‘보고픈 친구야’다. ‘묻지마세요’의 작곡가 이충재가 그에게 직접 가사를 써보라고 해서 가사도 자신이 직접 썼다. 나이를 먹으면 친구밖에 없다, 친구 하나를 제대로 사귀면 평생 최고라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노래다. “제 노래가 아무나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노래예요. 가수가 한 곡 히트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세 곡이 히트한 걸 보면 가수로서도 성공했다고 봐야겠죠?(웃음)” ‘미운 놈이 되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을 지키다 막힘없이 술술 풀리는 이야기에 김성환이 변죽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는 게 떠올랐다. 그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소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애로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얼굴과 행동과 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방송국에서 역할을 줄 수 없었어요. 재미있는 역할을 주려고 하면 얼굴이 잘생겼고, 얼굴이 잘생겨서 주인공을 주려고 하면 사투리가 막 튀어나와서 주인공 같지 않으니까. 군대에 있을 때 사투리를 고치고 공부해서 제대 후에는 다양한 역할을 맡았어요.” 좌절할 수도 있었던 젊은 날 고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기회로 만든 점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 그간 방송인이라는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삶의 행적을 보면 멘탈 관리도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스스로 자랑스럽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누구와도 싸워본 적 없다’는 사실에서 찾았다. “아버지께서는 ‘미운 놈이 되면 안 된다’라고 자주 말씀해주시곤 했어요. 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실까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가슴에 와 닿더군요. 저는 성격도 그렇지만 ‘미운 사람이 되지 말자’가 인생 모토예요. 괜히 미운 사람으로 보이겠냐 싶은 거죠. 다른 사람에게 왜 미운 사람으로 보일까요? 말 한마디에 미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천 냥 빚은 못 갚아도 미운 사람이 되면 안 되잖아요.”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새긴 그의 인생 모토는 ‘말 한마디 때문에 다투지 말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를 흉봐서도 안 되고 헐뜯어서도 안 되고 탓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그의 깨달음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나를 닮으라는 얘기는 안 하지만, 절대 미운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자식과 부모 간에도 하기에 따라 밉거나 존경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자기 손으로 탈락시킨 냉정한 아버지 그러고 보니 김성환의 둘째 아들(김도성)은 연기자라는 점에서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 입학한 재원인 아들이 우리나라로 돌아와 연기자가 되겠다고 하자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말려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니까요. 방송은 정말 힘들다고 충고했지만 결국 네가 알아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예술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와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그는 본인이 연기자였기에 연기에서만큼은 냉정한 아버지였다. 그가 심사를 보게 된 KBS 탤런트 공채에 아들이 지원했었다고 한다. 20명을 뽑는데 3만 명이 지원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었다. 그는 아들의 연기자 심사를 보고 1차에서 탈락시켜버렸다. “아들이 아버지 맞냐고 묻더군요.(웃음) 그래서 어떻게 탤런트를 뽑는지, 어떻게 탤런트가 되는지 네가 알아야 한다면서 심사 과정을 알려줬어요. 정말 힘들거든요. 대사 외우기, 노래, 운동, 특기, 악기 사용, 성실함 등등. 저도 50년 했지만 정말 힘든 게 이 길이에요.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길이죠.” 싫어하는 말은 ‘졸혼’, 그리고 부부관계의 해법 아들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부부로 황혼을 지내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부부관계가 원만한 비결로 서로에 대한 배려를 들었다. “뭐든지 일방적인 게 없어요. 내가 아무리 잘했어도 상대가 잘했다고 생각해주지 않으면 잘 안 된 거죠. 반면 ‘저 사람이 열심히 살면서 밖으로 많이 돌고 집안일을 안 도와주는 거 같아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다’ 싶으면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라는 게 서로 잘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어요. 섭섭할 수 있고, 권태기 때문에 싫어질 수도 있어요. 요즘은 헤어지는 게 다반사 아닙니까.” 그는 너무나 싫어하는 단어가 졸혼이라고도 했다. “백일섭 형님에게도 이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수많은 사람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살겠다 해놓고 조금 싫다고 헤어지면 되겠느냐’ 했더니 ‘누가 헤어지냐? 누가 이혼한다냐? 조금 떨어져 있겠다는 거다’ 하시더군요. 남진 형님은 ‘그것도 괜찮다’ 하시는데 나는 끝까지 그건 안 된다고 했어요. 아이가 없거나 주변인이 없으면 그럴 수 있죠. 지금 사는 게 나 혼자만이면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남들 눈이 있으면 못 하는 일이 있죠. 하물며 내 자식들이 보고 있는데, 자식들이 괜찮다 해도 부모로선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구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것은 또한 김성환이 계속 지켜온 사람에 대한 예의, 타인을 위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답을 갖고 있는 그는 자신만의 길을 올곧이 걸어왔고 앞으로도 꿋꿋이 걸어갈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 2021-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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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을 통한 퇴직연금 가입자 문화 재발견”
- 신한은행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공동으로 개최한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350편의 지원작이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힘든 코로나 시국에 시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용기와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은 재능과 창의력 넘치는 작품이 다수 발견되어 액티브 시니어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번 공모전을 함께한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을 만나 공모전 뒷얘기와 신한은행이 바라보는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 가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신한은행은 자사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본지와 시니어 비즈니스 사업 제휴를 추진하게 되었다. ‘50+신춘문예 시니어 공모전’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의 첫 제휴 협업이다. 본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 부행장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까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예상했던 작품 수를 훨씬 넘은 약 350편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그 안에서 시니어의 삶을 담은 우수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공모전의 명칭이 ‘나의 미래 설계를 위한 브라보’인 것처럼 신한은행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협업이 시니어 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최근 MZ세대가 소비와 문화의 주류로 언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매력을 갖추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세대는 은퇴 후 시니어 세대입니다. MZ세대 중심의 문화 콘텐츠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시니어들에게 두 번째 인생을 즐기며 의미 있게 노는 법을 알려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니어, 쏠드족에 주목하다 ‘놀 줄 아는 시니어’라는 이 부행장의 말처럼, 최근 신한은행은 시니어 정체성을 ‘쏠드족’으로 정의하여 분석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도 특별상 부문에 ‘쏠드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 등이 놀라운 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순식간에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시니어 고객들의 삶에 맞는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세대 정체성이 필요했습니다. 신한은행은 뉴 노멀을 주도할 베이비부머의 새 정체성으로 ‘쏠드’를 제시했습니다. 쏠드란 ‘Smart+Old’의 줄임말로 스마트한 시니어를 말합니다. 따라서 ‘쏠드족’은 조용히 사라지는 은퇴를 거부하며,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소비 시장을 주도합니다. 과거 시니어들이 사회 변화에 적응이 더딘 ‘Slow Old’였다면, 지금 우리 시니어 고객들은 변화된 사회에 잘 적응하고 오히려 주도하는 ‘Smart Old’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모전에 참여한 작품들 수준에 놀라 이 부행장이 바라보는 이번 공모전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니어인 쏠드족을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가 추구하는 은행의 역할에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며 함께 만들도록 돕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이번 공모전에 도전한 이들이야말로 자칫 우울하고 무거울 수 있는 언택트 시대에 행복한 노년을 위해 취미 생활을 하며 의욕 있게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분석했다.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은 그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되새길 신선한 기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거듭 지원자들의 높은 참여도와 내공을 탄탄히 쌓은 수작이 많은 작품 수준에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지원자들이 퇴직 후 변화된 제2의 삶과 생의 반환점에서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숨을 고른 후 삶의 여정을 다양하게 이어가게 되었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대상을 수상하신 김영식 님의 작품을 보니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50세에 다시 시작한 제2의 삶에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하신 김귀순 님의 ‘부록’이라는 시도 인생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관조하는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은퇴’라는 단어는 개인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초고령 사회가 다가오면서 은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번 공모전을 통해 남은 생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을 되찾고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은퇴 후에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이야기가 은퇴 후 삶으로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이 부행장이 준비하고 있는 은퇴 이후가 궁금해졌다. 수많은 데이터를 접할 수 있는 은퇴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그가 내린 결론에는 직업적 전문성이 수반될 터였다. “조사된 걸 보면 한 달에 100만 원을 벌면 두 사람이 최소한으로 살 수 있고, 보통의 삶을 살려면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여유 있게 살려면 500만 원, 웰빙으로 살려면 1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죠. 1000만 원은 상당히 큰돈이에요. 시니어를 대략 65세에서 85세까지라고 한다면 20년인데, 20년이면 24억 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은퇴 후에는 경제적인 면을 추구하는 삶보다 사회적인 활동을 더 중시하려고 해요.” 그는 후배와 후손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사회활동을 꿈꾸고 있었다. 시니어가 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그들이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시니어로서의 역할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객 중에 외교부에서 근무했던 사람에게 들은 얘기예요. 그분이 은퇴하는 순간부터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맘대로 사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대요. 그런데 은퇴 후 6개월 정도 그렇게 살아보니 그건 사람 사는 삶이 아니었다네요. 그래서 반대로 우리가 어릴 적 방학이 되면 실천해왔던 ‘피자판’ 생활계획표를 짜서 시간표대로 맞춰 사는 삶을 살아봤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게 스스로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는 게 무조건 좋은 삶은 아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시간표에 맞춰 살면서 취미로 시작한 자격증에 도전해 문화해설사 일도 하게 됐고 더 신나는 일을 찾았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저도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행복은 자신이 만든다는 믿음이 행복을 만든다 이 부행장은 행복한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은퇴자들을 위한 준비 사항’에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주변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자’입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인관계가 필요합니다.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친목 모임이나 취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둘째, ‘여가와 건강을 알차게 챙기자’입니다. 두 번째 인생에서 행복의 기본은 건강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 검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다운 삶을 위한 일거리를 갖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거리란 경제활동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정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행복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겁니다.” 신한은행은 2014년에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신한 미래설계’ 브랜드를 론칭하여 지금까지 7년 가까이 대한민국 은퇴 비즈니스를 선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도적 시니어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이 부행장은 새롭게 펼쳐진 언택트 시대에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시니어의 삶을 계속 응원할 것이며, 향후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이 대한민국 대표 시니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 2021-09-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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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심사를 마치며
- ※ 신한은행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공동 주최한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심사는 6개 부문으로 나뉘어 공모된 작품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공정하게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인 김주영 작가를 중심으로 윤정모 소설가, 장석주 시인, 안도현 시인, 부희령 작가, 신아연 작가 등 6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야에는 장르가 아주 많습니다. 시, 소설, 동화, 희곡, 평론, 수필, 수기 등. 그 밖에 보고문학, 기록문학 등도 있습니다. 이 다양한 장르는 각기 구성 형식이 다릅니다. 콩트는 결말을 뒤집어야 하는가 하면, 시는 압축의 정수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이처럼 글로 표현되는 모든 구조의 바탕 원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삶과 인생의 관조입니다. 이번 ‘50+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에 출품된 글들도 대체로 형식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사색의 깊이와 수사와 문장에서 갈고닦은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시 ‘부록’입니다. 이 작품은 인생 관조의 절창이었습니다. 다음 동화 ‘마음우체통’입니다. 우선 동화적 골격이 단단했고,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소중한 낡은 청바지를 실수로 버린 새엄마가 그 청바지를 기어이 되찾아주는 노력을 클라이맥스로 설정한 것이 참신했습니다. 단편소설 ‘부적 쓰는 여자’는 사랑하는 남편을 전철 방화로 잃었고, 나중에 남편을 죽게 한 방화범의 부인이 찾아와 죽은 방화범을 위한 부적을 써준다는 줄거리입니다. 남편으로부터 맘껏 사랑을 받았던 자신과, 평생 애만 먹이다 죽은 방화범 아내의 사연을 씨줄 날줄로 엮었습니다. 도입부의 팽팽한 긴장은 대단한 흡인력이 있었고 얘기를 엮어가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만,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면서부터 단편이라는 형식의 틀이 비좁게 느껴졌습니다. 새 남자를 얻었다는 것은 그렇게라도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의지임은 충분히 알 수 있었으나, 그에게 차를 사주었던 것, 아이들이 싫어해서 헤어졌다는 이야기까지 서술이 필요했다면 이건 중편 형식을 취했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편소설은 한 가지 주제, 그것조차 압축이 필수입니다. 육성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고도의 객관화를 요구하는 것이 단편소설의 특성입니다. 새로운 남자의 등장 대신 남편의 빈자리와 삶의 함수관계,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상실감을 관찰하고 보완해줄 방법을 찾았다면, 방화범의 아내, 아이를 잃어버린 그 불행한 여인의 아픔이 더 진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좀 더 덜어냈다면 최고의 수작이 되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대륙에 길을 묻다’는 미니 자서전입니다. 유럽 어느 철학자가 그랬던가요? 인생에는 난이도가 있고 성공한 사람은 난(難), 그러니까 어려움을 잘 극복한 사람이고 그 기간과 결과는 대체로 10, 20, 30년으로 본다던가요. 대륙에서 길을 물은 서술자는 한 번에 세 가지를 다 잃고 대륙으로 건너갔습니다. 타향에서 10년을 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곧장 새 일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해냅니다. 한 사람이 10년 동안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경탄에 이어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저도 중국과 단동 취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상황의 진실을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밝힌 전망도 망상이 아닌 실제적 이론에 기반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의 경제 개방 문제입니다. 북한이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해도 경제적 개방은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 여러 학자들도 이미 진단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남북이 정치적 통일까지 하게 되면 경제 대국을 향해 빠르게 독주할 것이다, 가능한 한 통일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라는 농담 같은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서전 서술자의 관심사는 개인 영달이 아닌 국가와 민족입니다. 그가 펼쳐둔 일들, 진행 중인 일들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에서 대상을 결정했습니다. 부문별 우수상을 받은 6개의 작품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여정의 찬란함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김영창 씨의 산문 ‘생각의 관성’은 은퇴로 인해 관성적인 일상이 멈춘 자리에서 방향을 전환, 생각의 관성을 달리하는 여유와 도전 정신이 돋보였습니다. 단편소설 부문 박상희 씨 ‘그녀의 이름은 김순자입니다’는 영화 장면과 상상이 오버랩되는 설정을 통해 노년의 사랑을 경쾌하고 따스하게 묘사한 점이 빛났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주저 없이 선택한 미니 자서전 부문 은정남 씨의 ‘마침내 무한 변신’은 퇴직 후 전방위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후반 인생의 정체성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작품입니다. 배홍숙 씨의 동화 ‘왕릉의 전설’은 역사 속 인물에 호기심과 긴장으로 다가가는 쌍둥이 남매와 비밀의 열쇠를 쥔 할머니의 반전 묘미가 독특했기에 호평을 받았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인생의 여정을 바다의 거친 풍랑에 맞서 싸우는 항해사에 비유해 심도 있게 표현한 이석재 씨의 시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는 시적 언어의 능력과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김석철 씨의 동영상 ‘인생 2막에서 날아 오른 팔색조’는 8개의 직업을 갖기까지 인생 2막을 설계하는데 마중물이 된 요소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기획과 영상 편집이 탁월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모든 응모자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아울러 이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에 읽을거리를 선사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 2021-08-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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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
- 1. 게임 명예퇴직을 하고 오십 넘어 항해사가 된 내 첫 항차의 항해는 갑작스런 출항 통보부터 심상찮았다 출항 후 이내 접어든 좁은 수로에서 세찬 조류에 밀려 세 시간 넘게 좌초의 문턱을 넘나들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와 만난 오후 한 시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검은 구름 떼가 오래 잠들었던 신전의 주술이 깨어나듯 항로의 앞 쪽에서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라 사방을 암회색 절벽처럼 막아 놓고 뒤늦게 피어오르는 또 다른 구름은 통곡의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염원의 메모지처럼 보였다 초속 30미터의 바람은 연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고 물결은 수 미터의 깊고 가파른 협곡을 이루어 낄낄거리며 온 몸으로 부딪혀 왔다 뿌리가 없는 것은 죄다 흔들거렸다 배도 사람도 뿌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옆으로 기울며 높이 솟구쳤다가 급강하하듯 떨어지는 배 안에서 거친 사내들도 두려웠던 것일까 선실에 널브러진 사내도 브릿지에서 키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사내도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흔들리며 떠밀리며 기우뚱거리는 시간 위에서 그저 방향만 잡을 수 있는 생존속력을 겨우겨우 맞추어 가는 선령 34년의 낡은 엔진이 꺼질세라 노심초사 하며 가는 길을 포세이돈의 분노를 닮은 태풍은 나흘하고도 하루 반나절을 더 따라 다녔고 우리는 그 놈을 악마라 불렀다 엿새 째 되던 날 비로소 악마는 슬그머니 우리의 목숨 줄을 풀어 주었다 우리의 항로를 따라오던 악마의 발걸음은 한낱 유희였는지 일곱 째 날의 고단한 항해에서 비로소 햇빛을 보았다 바다에서도 악마는 게임을 하는가 보다 2. 친구 북위 01도 22분, 동경 172도 56분 태평양 한복판 적도 부근 타라와섬 근처에서 전재작업 한다고 조업선과 배를 붙이다가 조업선 선장으로 있는 친구를 만났다 이거 몇 년 만이고? 묻는 뭐하다가 바다에 나왔노? 묻는 친구 놈은 폭삭 늙어 있었다 나이 오십 넘어 명퇴하고 배 타러 나왔다는 대답 앞에 하긴 우리 나이에 이 짓 아니면 할 게 별로 없지 증권사 댕기던 놈도 배 타러 오고 방송사 댕기던 놈도 배 타러 오는 요지경 세상이네 하며 껄껄 웃는다 친구의 삼십 년 뱃놈 생활은 치통과 통풍과 관절염과 허리디스크로 찾아와 불편한 몸짓 속에 눅눅하게 녹아 있었다 함께 저녁을 먹고 포도주를 머그잔에 담아 마시며 건너 온 세월의 흔적을 더듬는 녀석의 눈빛이 몽롱했다 외국 놈들 속에서 저 혼자 한국인이라고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중에 밥 챙겨 먹는 일이 제일 힘들다고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립다고 너스레를 떨다가 자식놈들은 다 키웠냐고 묻는다 큰 놈은 출가 시켰고 작은 놈은 대학 졸업 앞두고 있다는 말에 지 놈은 자식이 셋이라고 아직도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줄줄이 사탕이라고 앞으로 십 년은 더 배를 타야 허리가 펴지겠다고 하지만 고기씨가 말라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그저 침묵으로 안주를 삼을 뿐 그래도 어딘가에 희망이 있겠지 뭐 혼잣말처럼 건네는 어색한 위로 오십 고개 넘어서도 여전히 희망이라 허허 웃는 친구의 웃음소리가 칼날처럼 가슴에 박혀 드는 것은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버지로 여전히 살아 내야 할 시간들이 아득하기 때문이었을까? 전재작업을 끝내고 배를 떼고 다시 수평선 쪽으로 멀어져 가며 흔들던 친구의 손이 고향언덕 늙은 나무의 옹이가 박힌 마른가지를 닮아 있음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아올랐다 3. 모천회귀 비릿한 바람이 오래전 기억 속 저편과 이편의 경계를 훑는다 생활은 마젤란해협 동쪽 어디쯤 지친 항해의 고달픔에 대하여, 혹은 누구나 가슴 깊숙이 벼려놓고 있을 날카로운 송곳니 같은 것에 대하여 자욱한 비안개 속에서 속내를 토해내는 열대우림의 나무들 몸짓처럼 사소한 변명들을 더듬고 있다 돌아간다는 것은 언제 풀릴지 모를 고르디우스의 매듭 쉰에서 예순으로 가는 세월의 길목마다 수구초심의 갈망은 봉인된 첫사랑의 흔적처럼 불 꺼진 가로등처럼 숨죽이고 서 있고 한때 애태웠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엔 낯선 얼굴들로 가득하였다 한 오라기 추억의 실타래도 풀어내지 못하는 지상의 불빛들은 굳은 관절처럼 뻣뻣한 가슴으로 물길을 더듬어 돌아가는 자의 내밀한 기쁨을 알지 못하리 이젠 좀 더 유연해야 하리 탁한 해류의 거친 숨결도 맨몸으로 받아내고 심해의 침묵도 은빛 비늘 속에 감출 줄 알아야 하리 옆줄을 따라 몸 깊이 각인된 오래전 산천의 지형도 위엔 지금도 나무들 온몸을 불태우며 만산홍엽의 꽃을 피우고 있을까 언제나 순응하던 해류의 손을 떨치며 푸른 역린(逆鱗)을 꼿꼿이 세울 때 수천 길 해저의 뜨거운 온기를 퍼올려 혈관마다 힘찬 맥박으로 뛰놀게 하는 아름다운 결별 고단했던 한 시절을 향하여 손을 흔들게 하는 내 풍성한 영혼의 자양분이여 낯선 새 길을 열며 가는 이 길은 날마다 소스라쳐 깨는 얕은 잠 위에서 저물고 고단한 지느러미의 궤적을 따라 천산 협곡을 넘어가는 내 아버지 걸어가신 천년 유형의 붉은 길. * 전재 작업 : 어선과 운반선이 접선하여 어선의 어창에서 운반선 어창으로 어획물을 옮기는 작업. •수상소감 - 우수상 시 이석재 “늘 삶의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 있는 글 쓰고파”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이라 얼떨떨하네요. 50대 초반에 명퇴를 하고난 후 새로운 인생설계를 하고 도전하는 일에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항해사로서의 새출발, 청각장애로 인한 좌절,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과 시행착오, 현재의 직업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실패. 그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에는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낙심될 때도 있었고,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하고 싶었습니다. 글은 별다른 취미를 가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낙서를 하는 버릇에서 시작하여 여러 작가분들의 책을 읽고 습작하고 하는 노력을 10년쯤 했던 것 같습니다. 내 삶의 흔적을 언젠가는 책 한 권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이 꾸준히 글을 쓰는데 동기부여가 되었네요. 늘 삶의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있는 글을 쓰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힘을 주는 사람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 2021-08-2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