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태(52) 씨는 2019년 중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의 귀국이었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이는 50대 진입을 앞뒀는데, 보유하고 있는 뚜렷한 기술이 없는 게 문제였다. 이에 권영태 씨는 뭔가를 배워야겠다고 생각, 국비지원이 되는 한국폴리텍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대구에 거주하던 권영태 씨는 2020년 대구 캠퍼스를 찾았다.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기술 자격증을 더 보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관심을 끈 분야가 공조냉동. 공조냉동 신중년특화과정 교육은 대전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그는 대구에서 멀리 대전까지 찾아가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신중년특화과정은 신중년 눈높이에서 교육을 해주고, 지원도 아낌없이 해줍니다. 기숙사도 지원해줘서 학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죠. 한국폴리텍대학이 어떤 개인 학원보다 좋은 것 같아요.”
권영태 씨는 4개월 동안 공조냉동·에너지·가스 세 분야의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실기시험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관심을 조금만 더 갖고 시간 투자를 하면 자격증을 병행 취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격증이 많으면 취업할 때 이점이 된다.
“저는 문과, 경영학과를 졸업했어요. 필기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실기시험은 처음 해보는 거라 힘들더라고요. 실기시험은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니까 손에 익도록 연습을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학교에서 실습을 많이 할 수 있게 지원해준 덕에 실기시험도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영태 씨는 한국폴리텍대학 교육 수료 후 곧바로 취업에 성공해 지난해 7월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일하고 있다. 선수촌 용역회사와 계약해서 근무하게 된 것. 그는 기계팀에 소속돼 냉난방기 관리 및 공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권영태 씨는 이제 경력 1년 차로 많이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자기 사업을 하던 사람인데 신입부터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그런 생각이면 자격증 취득도 못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영태 씨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장점에 대해 “기술직이다 보니 정년이 보장된 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하면서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경영학과가 유사 관련 학과로 인정받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권영태 씨는 이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창업도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기술을 갖고 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정년이 되기 전에 퇴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새로운 방향이나 길을 찾아야 될 텐데 조금만 노력해서 정보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우리 주변에 국비지원 교육도 많거든요. 전 친구들한테 한국폴리텍대학 수업을 많이 추천합니다. 문과를 나왔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자신한테 맞는 기술을 찾으라고 말해요. 국비 교육을 잘 활용해서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면 앞으로 10년, 길게는 30년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희망을 갖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세요!”
지구온난화 시대에 공조냉동 분야가 주목받는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공조란 공기조화(Air Conditioning)의 줄임말이다. 공조냉동 업무를 쉽게 설명하면 건물의 냉난방을 관리하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공조냉동 분야 취업의 첫 단계 자격증이자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를 소개한다.
공조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박테리아·먼지·유해 가스를 제거해 실내에 있는 사람과 물체에게 가장 쾌적한 환경을 조절하거나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현장에서 공조냉동기계를 설치·운전하며, 냉매를 교환·보충하는 업무를 맡는다. 압축기, 응축기, 증발기, 펌프, 모터, 밸브 등과 같은 부속 설비를 관리, 보수, 점검하는 업무 또한 수행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며 주목받는 직업이 됐다.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쾌적한 환경에 대한 갈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기조화와 냉동기계설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유지·보수를 하는 엔지니어의 수요가 늘어났다.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직업으로 예상되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누구나 자격증 취득 가능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기술자격증을 발행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 제도는 냉동과 공기조화에 관한 공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공조냉동기계와 관련된 생산, 공정, 시설, 기구의 안전관리 등의 직무를 담당할 기능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제정됐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공조냉동기계 분야 첫 단계로,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다. 다만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기계과·냉동공조과 등 관련 과를 전공했거나, 직업전문학교나 전문기술학원 등을 통해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 취득에 좀 더 유리하다.
기능사 위의 단계인 산업기사, 기사, 기술사는 응시 자격이 있다. 전문대학 이상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공조냉동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경력이 없다면 무조건 기능사 자격증부터 취득해야 한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은 필기시험, 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주어진다. 둘 다 1년에 4번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아야 한다.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인기를 입증하듯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필기시험은 2021년 기준 7913명이 응시했으며, 4047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51.1%다. 실기시험은 57.7%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 이전 연도 통계도 비슷했으며, 평균 합격률은 50%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필기시험 과목은 공조냉동, 자동제어 및 안전관리다. 냉동기계, 공기조화, 보일러설비 설치, 유지·보수공사 안전관리, 자재관리, 냉동설비 설치, 공조배관 설치 등에서 문제가 출제된다. 객관식 4지 선택형 60문항이 출제되고 시험 시간은 1시간이다. 기출문제를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다.
실기시험은 2022년까지 작업형(동관 작업+동영상)으로 시행됐으나, 2023년부터는 작업형의 동영상 시험이 폐지되고 필답형이 도입되어 복합형(동관 작업+필답형)으로 시행된다. 동관 작업은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도면과 같이 작품을 제작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시험 시간은 약 2시간이다.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실기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실기시험을 치를 때 유의할 점은 동관 작업 시험을 위해 준비물을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시한 준비물은 유성 사인펜, 직각자, 계산기, 몽키스패너 등 종류도 다양하고 총 18종에 이른다. 그러나 준비물을 지참하지 않았다 해도 감점이 되진 않는다. 작업에 꼭 필요한 물건들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구 위주로 준비물을 지참할 것을 조언했다.
중장년 취업에 왜 좋을까
공조냉동기계기능사는 정년이 없는 기술직으로 중장년을 위한 취업 교육이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폴리텍대학 대전캠퍼스에서는 공조냉동 직종 신중년특화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전액 국비지원 교육과정이다.
신중년특화과정에서는 △공조냉동설비 △배관설비 △용접설비 △CAD △설비 자동제어 등을 교육한다. 교육생들이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 실무를 이끌어갈 기술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백승문 한국폴리텍대학 녹색산업설비학과장은 공조냉동 분야가 유망 직종인 이유에 대해 “요즘은 모든 건물에 냉난방 시설이 잘돼 있고, 큰 건물에는 기계실이 따로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공조냉동 분야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계설비법이 바뀌어서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승문 학과장은 “보통 나이가 들면 취업이 어려운데 공조냉동 분야는 50대 중반에 은퇴한 후에도 취업이 가능하다. 60대까지도 괜찮다”고 말했다. 백 학과장은 “산업설비 계열은 워낙 수요가 많고 70대까지도 일할 수 있어서 제2의 직업으로 좋다”고 덧붙였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다양한 방향으로 취업할 수 있다. 에너지와 가스 자격증을 함께 따면 취업이 더욱 쉬워진다.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자격증 취득 후 주로 공조냉동설비 관련 업체, 냉난방 및 냉동장치 제조업체, 냉동고압가스업체, 식품냉동업체 등으로 취업한다. 건설업체, 감리전문업체, 엔지니어링업체, 정밀기계제조업체, 제약회사 등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의 기술인력,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한 냉동기 제조시설의 안전관리책임자, 건설기술관리법에 의한 감리전문회사의 감리원 등으로도 고용될 수 있다.
전문가는 공조냉동기계기능사의 평균 연봉은 3000만 원 정도라고 짚었다. 경력을 쌓아 기사 이상 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4000만 원대 이상도 벌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기계설비유지관리 선임이 되거나 창업하면 더욱 많은 수익이 보장된다.
창업은 퇴직 후 중장년이 재취업 다음으로 많이 고려하는 생계 수단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1년 발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생기업 창업자 중 72%가 중장년(40대, 50대, 60대 이상)이다. 그러나 희망만 품고 창업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 퇴직금을 비롯해 노후자금을 창업에 투자한다면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라고 묻는 이들에게 창업 전 두드려야 할 ‘돌다리’를 소개한다.
‘소수 창업가의 특징’을 저술한 경영학자 히스리치와 브러시는 창업을 ‘재정적·심리적·사회적 위험을 감수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금전적인 보상과 개인적 만족, 독립심을 누리기 위한 창조의 과정’이라 정의 내렸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시간과 노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중장년의 취업 및 진로 방향 설정을 돕고 있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에게 예비창업자로서 검토해야 할 요소와 세워야 할 전략에 관해 물었다.
Q. 최근 중장년 창업의 가장 흔한 업종 형태는 무엇입니까?
중소벤처기업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자발적 창업이 25.7%라는 겁니다. 불가피하게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사람이 적지 않아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죠. 실패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창업 전 어떤 준비를 먼저 해야 할까요?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선 ‘목적지’를 정해야겠죠. 흔히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바라는 최종 목적지를 정하고, 안정적으로 도착하고자 항로를 선택하죠. 이때 항로대로 가기 위해 세우는 계획을 ‘생애 설계’라 할 수 있습니다.
Q. 생애 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우선 인생 그래프를 한번 그려보길 추천합니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사건을 작성하고, 그 시기가 언제인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인생에서 마이너스였는지 플러스였는지 점수로 표시하고 그래프를 그려보는 거예요. 그러면 나이별 과업이 한눈에 보여요. 앞으로 실천해야 할 일을 작성하는 게 마지막입니다.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계획하는 방식이죠.
Q. 자신의 흥미와 강점을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의외로 본인의 흥미와 강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크넷에서 직업 선호도 검사나 창업 적성검사를 통해 창업 적성을 알아볼 수 있어요. K스타트업 홈페이지에서도 창업 역량 자가진단 키트를 제공합니다. 창업사업 통합정보관리시스템으로 접속해 역량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진단해보세요.
Q. 아이템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요?
수익성과 안정성, 성장성 3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업종 시장 수요가 충분한지, 투자 대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죠.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투자 대비 월 3~4% 수익이 생길 경우 수익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총 투자 비용을 2~3년 사이에 회수할 수 있다면 좋겠죠. 안정성과 성장성을 확보하려면 ‘반짝 아이템’은 피하고, 철저한 트렌드 분석을 통해 사회적·도덕적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선정하시길 바랍니다.
Q. 중장년 예비창업자가 주로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산업연구원의 ‘시니어 기술창업 발전과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년의 창업 애로사항 첫 번째는 창업 자금 확보(42.3%), 2위는 판로 확보와 안정적 수익(25.2%), 3위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15.3%)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정부의 지원정책을 활용해 자금지원만이 아닌 교육, 멘토링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보세요.
Q. 쉬운 창업은 없겠습니다만,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춰야 불황기에도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을까요?
규모가 크든 작든 전반에 걸쳐 세밀한 부분까지 창업자가 기획하고 운영해야 해요. 직원 관리, 자금 관리, 고객 관리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인원을 고용해 이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는 창업자가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창업 후 사업을 유지하려면 본인이 하는 일의 가치를 홍보하고 소득 창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싫든 좋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사업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해요.
Q. 계묘년을 맞아 새 마음 새 뜻으로 창업을 꿈꾸는 중장년에게 응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중장년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젊은 세대보다 자본이 확보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과하게 확신을 갖고 시대적 흐름을 등한시하는 등 유연성이 떨어지는 결정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과신이 고집 형태로 표출된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겠죠. 취미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되, 적당한 자신감으로 꿈꾸던 목표에 도달하시기 바랍니다.
무인 매장 창업
최근 편의점, 카페, 문구점, 반찬가게 등 다양한 분야의 무인(無人) 매장이 늘고 있다. 노동력, 수익성 등을 프랜차이즈 창업과 비교해 살펴보길 권한다.
1인 지식 창업
중장년의 경험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분야다. 개인의 꿈, 비전, 가치관, 전문성, 재능 등을 브랜드화 하는 ‘퍼스널 브랜딩’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 창업
독거노인용 반려로봇 개발 및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등 고령화시대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청년과의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가능하다.
온라인 창업
노후 자금을 과하게 투자해 실패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는 소자본 또는 무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창업 지원 기관 및 프로그램
창업진흥원 창업에듀, 예비창업패키지, 혁신창업스쿨 진행
중장년기술창업센터 멘토링 및 사업화 연계 지원
신사업창업사관학교 꿈이룸, 드림스퀘어 운영
[전문가 20人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전직, 재취업, 취업, 창업 등을 준비하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중장년이 많다. 이럴 때는 국가지원 정책과 지원 분야를 꼼꼼히 알아보는 것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부터 제도를 잘 활용하면 좋다. 관련 기관과 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평균 은퇴 나이는 49세, 희망 은퇴 나이는 71세. 실제 일하는 기간과 일하고자 하는 기간 사이의 격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하다못해 취미로 하더라도 10년 이상 하면 직업이 될 수 있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부도 여러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2019년 전직지원 의무화 법안인 재취업지원서비스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기업, 중소기업 등에 전직지원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재취업, 창업, 창직의 다양한 길이 열리고 있다. 창업진흥원, 전국 37곳의 중장년기술창업센터, 각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에서도 창업에 관한 여러 가지 지원사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2023년 4월부터 ‘노인 일자리 실태조사’가 국가승인통계로 공표된다. 앞으로 정부 차원의 중장년과 노인 일자리 정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장년의 일자리 시장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다양한 경로가 생긴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무엇을 하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역량 강화와 발굴이 필수다. 또한 직접 현장에서 부딪혀보기 위해서는 준비도 필요하다. 목표에 따라 어떤 기관을 이용하면 좋을지 둘러보자.
역량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면
학점은행제 국가평생교육원이 주관하는 제도. 효율성이 좋아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중장년에게 적합하다. 새로운 전공 분야를 공부하고 싶거나,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위 취득이 필요하거나, 자격증 취득을 하고 싶다면 학점은행제를 이용해보자.
서울시 기술교육원 만 15세 이상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실습 위주의 기술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재학 중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응시하면 기능검정료를 지원한다. 1~2월 상반기와 7~8월 하반기에 과정별 수시 모집을 한다.
한국폴리텍대학 평생직업능력개발 대학이면서 공공 직업교육훈련 기관이다. 전국에 35개 캠퍼스가 있다. 신중년특화과정, 여성재취업과정, 전문기술과정 등 비학위 과정과 학위 과정이 있다. 이외에도 실업자과정, 재직자과정 등도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인생 2막을 꾸리고자 하는 50세 이상 세대에게 ‘배움학교’로 통용되는 곳이다. 교육부터 일자리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종합지원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 강의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취업 준비를 하려면
노사발전재단 노사발전재단은 중장년내일센터(전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통해 40세 이상 중장년 맞춤형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애경력 설계, 전직 스쿨, 재도약 프로그램 등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와 1:1 컨설팅을 운영한다. 금융센터 업종 특화 전직지원 서비스와 기업 구인 매칭 서비스도 하고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및 미취업 여성에게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업교육훈련, 직업상담, 취·창업 연계, 취업 후 사후관리, 경력단절 예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자인재은행 고용노동부가 만 50세 이상 을 위해 42개의 비영리법인 혹은 공익단체를 지정해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사업. 구인•구직 등록, 직업지도, 취업 알선, 재취업 상담, 직무능력 향상교육 등을 제공한다.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60세 이상 고령자 구인을 희망하거나 경로당 노인 인력 활용을 위한 공동 작업장을 희망하는 기업과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를 연결한다. 총 68개 직종의 일자리를 알선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는 지금까지 3만여 명의 훈련생을 배출했다. 취업과 사회활동 지원, 재취업, 실전 인턴십 등을 통해 60세 이상의 취업을 전문적으로 돕는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 한국시니어클럽협회는 각 지역별로 시니어클럽이 있으며,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에서 노인이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 10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만 45세 이상 재직자 대상 재취업 상담 서비스다. 특수 형태 근로자나 프리랜서인 중장년도 참여할 수 있다. 직업훈련포털 홈페이지에서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하면 된다.
창업을 원한다면
창업에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무료 온라인 창업교육 포털. 예비창업, 창업초기, 창업성장, 재도전 등 단계별로 구성돼 있다. 로그인하지 않아도 수강할 수 있다.
혁신창업스쿨 창업진흥원에서 혁신적인 기술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주고, 실무 등의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모두 무료다.
중장년기술창업센터 40대 이상 (예비)창업자를 위한 창업 보육공간이다. 중장년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한 창업교육, 네크워킹 공간을 제공해 생태계 활성화 지원, 멘토링 및 사업화 연계 지원 등의 보육지원을 제공한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예비창업자들이 창업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교육 공간 ‘꿈이룸’을 운영하며, 비점포형 창업 체험 공간으로 ‘드림스퀘어’를 운영한다.
예비창업패키지 창업진흥원이 7개월 동안 예비창업자의 사업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실제 창업 전 사업하려는 아이템을 제작해 주위 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다. 2020년부터 중장년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Q-net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데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꼭 봐야 할 홈페이지다. 자격증과 국가기술자격, 국가전문자격 등 정부 산하기관에서 시행하는 자격증의 자세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중장년워크넷 고용노동부에서 50대 이상 중장년 구직자를 위해 운영하는 맞춤형 일자리 사이트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생애경력 설계 서비스, 전직지원 서비스, 신중년경력형 일자리사업 등을 운영한다. 채용 정보와 취업 뉴스 등 동향을 파악하기도 좋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국민의 기대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한편, 혼자 사는 1인 가구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돌봄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됐으며, 관련 유망 직업들도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병원동행매니저’이다. 병원에 혼자 가기 어려워하는 사람을 도와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직업이다.
병원동행매니저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병원 동행을 필요로 하는 경우, 병원에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 보호자처럼 동행하는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동행매니저는 신청자가 원하는 장소로 직접 찾아와 병원에서의 접수·수납, 입·퇴원, 약국 이동까지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직업의 전망이 매우 밝다.
현재 서울시에서도 ‘1인 가구 병원동행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병원동행매니저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50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중위소득 85% 이하 저소득층은 무료 지원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까지는 중위소득 100% 이하까지 무료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병원동행매니저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병원동행매니저 되는 방법
병원동행매니저가 하는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병원동행을 원하는 신청자는 주로 60대 이상의 어르신으로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이 사람 대 사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발부터 교육까지 까다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부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센터장 희유 스님)에서는 지난해부터 ‘병원동행매니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1년에는 1회가 진행돼 15명이 수료했고, 올해는 3회가 진행돼 42명이 수료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는 병원동행 서비스의 이해, 기초 의료지식, 서비스 마인드와 스트레스 관리 등 실무지식을 교육한다. 또한 교육 이후 상담을 통해 취업 의사가 있는 수료생에게는 취업 연계 서비스를 진행한다. 현재 수료생 중 18명은 병원동행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저희 센터에서는 실제 직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병원동행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의 담당자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말미에는 현장실습 참여를 통해 선임병원동행매니저와 실제 업무를 경험해 보며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은 만 50세 이상 서울시 시민이면 들을 수 있다. 단 자격 요건이 있다.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자격증 중 하나를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한다.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필수 자격 요건이다. 다시 말하면 자격증 중 하나를 보유해야 병원동행매니저가 될 수 있다. 업무 자체가 사회 복지성 성격이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병원동행매니저가 되고 싶은 이들은 어떤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을까.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시니어에게 추천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수강생 중 자격증만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되어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고,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다른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오신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추천 이유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 병원동행매니저는 분명 유망 직업이다. 그 가운데 특히 중장년층에게 추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병원동행매니저의 장단점과 연결된다. 먼저 병원동행매니저의 장점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근무가 힘들고 여가 시간을 즐기고 싶은 시니어에게 맞춤형 직업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분들에게 병원동행매니저를 추천드린다”면서 “하루 3시간만 근무하는 재가요양보호사 분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일할 수 있어 추가적인 경제적 보탬(소득보존)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따른 단점도 존재한다. 수익이 고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병원동행매니저의 시급은 1만 원대에서 많을 경우 2만 원이다. 근무 시간에 따라 추가 수당이 붙기는 한다.
그러나 일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100만 원 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벌기 위해서는 하루에 2명 이상의 환자를 만나고 매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진료 시간이 긴 투석 환자를 담당하는 것도 수입을 늘리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생계 유지를 위해 직업을 찾는 중장년층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현직에 있는 관계자들은 돈 벌이 보다는 사회생활, 봉사의 성격으로 병원동행매니저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더욱이 업무 특성상 섬김의 태도와 감정 노동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직무 특성상 편찮은 분에게 도움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강점이 있으시거나 희망하시는 분이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근로 조건의 특성상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유연하게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시거나 본업 외에 추가 소득을 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 전했다.
현순복(63) 씨는 지난 4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병원동행매니저 교육을 듣고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병원동행매니저로 일 한 지 8개월 정도 됐다는 그는 “일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밝게 웃었다.
현순복 씨는 유통 회사에 오래 다니다가 백화점 캐셔로 2019년 정년퇴직했다. 그는 쉼의 시간을 갖는 동시에 제2의 직업에 대해 계속해서 탐색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지원 활동사, 요양보호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해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현순복 씨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구직자에 이름을 등록해놓았다. 그러면서 병원동행매니저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원했다. 현순복 씨는 같이 수업을 들은 동기 중에 70대도 있었다면서 “몸만 건강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은 이후 현순복 씨는 비지팅엔젤스코리아 강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와 ‘1인가구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케어 전문 기업이다. 현순복 씨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교육받은 내용이 실제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물론 사람 대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현순복 씨는 “우리는 신청자 분과 현관문 앞에서 만나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또 식사 시간이 겹쳐서 식사를 해야 하는 때도 있는데, 규정상 각자의 돈으로 음식을 사서 식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어른이 밥을 사준다는데’라면서 이해를 못하시고 화를 내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환자, 그 중에서도 어르신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을 터. 현순복 씨는 고정으로 맡고 있는 환자 가족 이야기를 전했다. 투석을 하는 할머니가 계신데 남편인 할아버지가 회사 내에서도 유명한 잔소리꾼이라고. 이에 회사의 결정 하에 현순복 씨는 환자를 고정으로 담당하고 있다. 현순복 씨는 “고정으로 환자를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어르신께서 저한테 잘해주시고, 저도 잘 맞춰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며 이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전했다.
병원동행매니저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현순복 씨 역시 장점에 대해 “내 스케줄에 맞춰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점은 월급이 적은 점을 꼽았다. 그는 “저는 돈을 벌려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병원에 다니기 힘든 어르신들을 도와드린다는 의미에서 봉사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저는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다니고 여가 활동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저는 되게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순복 씨는 “병원 진료를 다 받고 어르신들을 집에 모셔다 드릴 때, 어르신들께서 고맙다고 얘기하시면 제가 더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매일 매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동행매니저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면서 동년배의 시니어에게 이 직업을 추천했다.
“우리 나이대가 되면 ‘나이도 많은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직업은 찾아보면 정말 무한대로 많은 것 같아요. 거기서 자신한테 잘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그 중에서 퇴직 이후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하면서 일의 보람을 느끼고 싶은 분이 있다면 병원동행매니저를 권장해주고 싶습니다!”
서울 양천시니어클럽은 만 60세 이상 양천구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노인일자리 정보를 소개하고, 2023년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방법을 안내하는 ‘양천구 노인일자리 설명회’를 지난 11월 29일 해누리타운에서 개최했다.
‘양천구 노인일자리 설명회’는 양천구가 주최하고, 양천구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양천시니어클럽이 주관, 양천구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11곳이 공동참여했다.
설명회에서는 양천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익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사업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르신이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다양한 생산품이 전시됐다. 취업알선 상담과 현장채용 면접, 이벤트 부스 등도 함께 이뤄졌다.
유형별 노인일자리사업 소개 부스에서는 올해 일자리에 참여 중인 어르신들이 직접 사업을 설명하고, 직접 만든 수제청, 제과류 등 생산품을 소개하는 등 노인일자리 참여자들과 함께 준비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벤트 부스에는 건강상담, 치매 예방 캠페인, 우울감 검사, 증명사진 촬영이 진행되어 많은 어르신의 발길이 이어졌다.
양천시니어클럽 방현종 관장은 “이번 양천구 노인일자리 설명회가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양천구민들이 노인일자리를 알아가는 행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일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와 긍정적인 인식들이 쌓여 지금의 어르신 일자리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더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3년도 양천구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신청은 5일부터 오는 16일까지다. 참여를 희망하는 자는 동 주민센터 또는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양천시니어클럽 외 11곳)에 문의해 제출 서류를 확인한 후 직접 방문하여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