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아동들이 거주하는 시설의 화재 감지 및 대응 방식 개선을 위해 이동약자 맞춤형 화재안전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2월 말까지 노인시설 2개소(종로구 종로종합사회복지관, 중구 구립중구노인요양센터), 아동시설 2개소(구로구 오류마을, 은평구 연두꿈터), 장애인 2개소(성북구 승가원행복마을, 서초구 새빛바울의집) 총 6개소 시설에 1300개의 화재안전 사물인터넷 감지기(센서)를 설치한다. 사물인터넷(IoT)과 지능형 감시카메라(CCTV) 융합기술이 적용된 감지기는 화재 발생 및 미대피자 위치 정보를 소방청 119다매체신고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화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골든타임 내 이동약자를 긴급 구조하는 데에 쓰일 예정이다.
시설에 구비된 기존 설비(유선 화재감지기)는 화재 발화지점 및 미대피자 위치를 파악할 수 없고, 화재 취약 지점이라 하더라도 전기 및 통신케이블이 없으면 화재를 감지하지 못하는 점이 단점으로 지목돼왔다. 서울시는 이동약자 맞춤형 화재안전서비스는 기존 유선 화재설비의 단점을 보완해 출시했다고 밝혔다. 무선통신 방식의 화재감지센서로 화재 발생 및 미대피자 위치를 건물의 몇 층, 몇 호실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동 화재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사물인터넷 센서 등 해킹에 대비한 강력한 보안대책을 적용하고, 화재감지 센서의 성능 검증을 위해 서울종합방재센터 및 시설 관할 소방서에서 119연동시험을 실시한다. 가짜 센서를 통한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등,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센서 해킹에 대비해서는 △화재안전망에 연결된 모든 기기 및 시스템 사용자에 대한 인증 강화 △단말과 단말 간의 센서데이터 암호화 △유무선복합망 및 플랫폼 비인가자 접근통제 강화 △서울사이버안전센터 연계 24시간 보안 관제 등 보안을 대폭 강화한다. 또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 완료 전에 서울종합방재센터와 이동약자시설 6개소 관할 소방서에서 실시하는 119연동시험(화재감지센서 감지성능 등) 통과 후 서비스를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본 사업이 ‘약자와의 동행’ 시책 추진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성과를 분석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2024년부터 연차적으로 서울시 소재 이동약자 844개소로 확대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시범사업을 실시한 기관을 제외하고 노인 564개소, 아동 32개소, 장애인 248개소에 순차적으로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혜경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사물인터넷 기술과 서울시의 자가 정보통신망을 위한 이동약자 맞춤형 화재안전 서비스는 노인을 비롯한 이동약자의 화재안전 사고 예방 및 골든타임 내 긴급구조에 꼭 필요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앞으로도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약자와의 동행’ 시책을 추진해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10월은 야외 활동하기 좋은 청명한 날씨와 단풍 구경 등으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기다. 실제로 10월 중순 경 단풍이 지기 시작해 내장산 기준 11월 7일경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산행 시 실족‧추락, 조난 등 등산 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등산객이 늘어남에 따라 등산 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발생한 등산 사고는 총 3만 5185건이며, 2020년에만 8454건으로 457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10월에는 1317건이 발생해 연중 등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총 743명의 인명피해가 있었으며 이 중 16명이 사망했다. 10월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국립공원을 다녀간 탐방객은 월 평균치인 231만 명보다 1.8배 많은 410만 명으로 집계됐다.
등산 사고는 발을 헛디디며 발생하는 실족 사고가 491건(37%)으로 가장 많고, 길을 잃고 헤매는 조난 사고 388건(29%), 지병 등 신체질환으로 인한 사고 254건(19%) 순으로 발생했다. 시간대별로는 등산이 어느 정도 진행된 점심시간 이후인 12시에서 15시 사이에 31.6%(416건) 발생했고, 해가 지고 어두워지는 18시 이후의 사고도 17%(230건)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행정안전부가 안내하는 가을철 등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은 다음과 같다.
산행을 나서기 전에는 등산로와 산행 소요시간, 대피소, 산악날씨 등의 산행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출발하도록 한다. 산행 정보는 생활안전지도(모바일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생활’, ‘산행안전지도(국립공원)’을 순서대로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산행은 가벼운 몸풀기로 시작하여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로를 선택하고, 산행 중이라도 몸에 무리가 오면 즉시 하산하도록 한다. 산행은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고 입산이 통제된 위험‧금지 구역은 절대 출입하지 않도록 한다. 가벼운 타박상이나 긁힘 등 사고에 대비해 반창고, 붕대 등이 들어있는 간단한 구급약을 챙기고, 유사시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도 챙기는 것이 좋다.
오는 8일과 23일, 절기상 한로와 상강을 지나며 풀숲에 이슬이 맺히고 서리가 내리면 등산로가 생각보다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추분을 지나며 낮의 길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산에서는 생각보다 주위가 빨리 어두워져 조난 등의 사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해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 길을 잃었을 경우 헤매지 말고 왔던 길을 따라 아는 곳까지 되돌아오는 것이 안전하다.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거나 찬 바람이 불 때 덧입을 수 있는 여벌의 옷과 장갑을 챙겨 추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조상명 행정안전부 안전정책실장은 가을 단풍철을 맞아 산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집 근처의 가까운 야산을 가더라도 주변에 행선지를 알려달라”며 “요즘에는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 자칫 산에서 늑장을 부리다 늦어지면 위험하니, 평소보다 하산을 서둘러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국내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 인구가 60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시도경찰청별 전체 교통사고,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65세 이상 노인보행자 교통사고는 9893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601명, 부상자는 942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 교통사고는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2916명 중 노인 보행자 사고 사망자는 601명으로 20.6%에 달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이 노인이었던 셈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보행자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이 57명 중 18명(31.6%)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어 광주가 49명 중 15명(30.6%), 서울이 240명 중 69명(28.8%), 경남이 252명 중 63명(25%) 순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12조의 2에 의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장 등이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전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이 2900개소에 달하지만, 지역별 지정현황을 보면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국에서 노인보호구역이 가장 많이 지정된 곳은 충남으로 692개소가 설치된 데 반해, 세종은 6개소에 불과했다. 노인보행자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게 집계된 대전의 경우 124개소, 광주는 54개소, 서울은 175개소, 경남은 100개소에 불과해 노인보호구역에 대한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은희 의원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며 어르신들의 교통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거동이 불편하거나 느린 보행속도로 인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어르신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나 최근 보행 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을 조사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사고 잦은 곳에 대한 안전시설을 확충하는데 각 지자체와 유관부처가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의 안전과 돌봄이 편리해지도록 적용된 기술을 뜻하는 ‘실버테크’는 요양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IoT를 적용한 밀착형 돌봄,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요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고령층 비율은 2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만큼 이미 2000년대부터 ‘첨단 변기’, ‘욕창 침대’, ‘간병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일본은 어떤 스마트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실버테크 흐름을 알아보자.
1. 정서 채워주는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이 있는 반려로봇이다. 일본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이 탑재돼 있어 동물처럼 꼬리를 흔든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로봇 ‘하무하무’(일본어로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을 반복한다. 고차원적 기능이 아닌 단순한 반복 행동만으로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일손 덜어주는 ‘간병로봇’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도 부족한 간병 인력이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개발된 것이 간병로봇이다. 간병로봇 개발 업체는 100여 개사로, 15개 정도의 로봇이 상용화됐다.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보는 돌봄 대상을 입력해두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로 돌봄 대상을 찾는다. 만약 홀로 집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족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3. 욕창 예방하는 ‘로봇침대’
액스로보틱스(Ax Robotics)가 개발한 요양 시설용 로봇침대 ‘해크스’(Haxx)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물을 통해 욕창을 방지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욕창을 예방하려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해 돌봄 직원의 노동이 많이 투입된다. 로봇침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바꿔준다. 추후에는 배설 감지, 생체 정보 측정 등의 기술도 탑재할 계획이다.
4. 질식사 막는 ‘넥 밴드’
일본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노인들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했다. 노화로 음식 삼키는 기능이 퇴화되면 오연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넥 밴드에 설치된 센서는 음식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감지하고, AI는 삼키는 소리를 학습한다. 식사 중 삼키는 횟수와 속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5. 추락 사고 예방하는 ‘콜로반’
이디스커버리 업체 ‘프론테오’의 ‘콜로반’은 AI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의 병력과 복용하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제나 전도 위험성이 있는지 분석, 일주일 후의 낙상·추락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수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콜로반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솔루션 도입 이후 낙상 발생률이 2/3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6. 익사 방지하는 ‘센서’
노인의 익사 사고 중 90%는 집 안의 욕조에서 발생한다. 1인 가구는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씻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심장마비 확률도 높아진다. 내비게이션 업체 JVC켄우드는 화장실 비상발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천장에 부착된 적외선·초음파 센서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람을 인식, 익사 가능성이 포착되면 알람을 울린다. 알람에 반응이 없으면 18초 후 자동으로 응급실에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고령층의 안전과 돌봄이 편리해지도록 적용된 기술을 뜻하는 ‘실버테크’는 요양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IoT를 적용한 밀착형 돌봄, 빅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요양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요양·돌봄 서비스의 수요를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2035년이면 노인 인구의 47%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요양 서비스 시장은 2012년 2조 9000억 원에서 2020년 약 10조 원 규모로 연평균 16.6% 성장했다. 요양·돌봄에 대한 수요 증가는 ‘실버 산업’과 ‘테크’(Tech)의 융합 속도를 높였다.
독거노인 위한 지자체 모니터링
지방자치단체들은 독거노인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양한 실버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거노인의 위험 요소를 감지, 이를 알려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상북도는 ‘마음안심서비스’ 앱을 운영한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독거노인이 6~72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나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팀 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위험신호 문자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구미시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고독사 위험이 큰 1인 가구 90곳에 ‘스마트 플러그’를 설치했다. 가전제품에 I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해 전력 사용량과 조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일정 시간 변화가 없으면 읍면동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연락이 간다. 가평군도 스마트 생활형 돌보미 ‘욜빙’(YOLVING)을 독거노인 20가구에 설치했다. 보호자가 설치한 앱과 연결되어 있어 화상통화로 소통할 수 있고, 생활지원사와도 연계된다. 더불어 복약 관리, 치매 예방 놀이, 전자 앨범, 건강 정보 측정도 할 수 있다.
가평군은 올해 8월부터 ‘AI 스피커 스마트 통합 돌봄 사업’을 추진한다. AI 스피커를 설치해 우울증·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화를 유도하고, 24시간 위험 요인 감지 시스템을 가동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대구시는 네이버가 개발한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해 ‘AI 자동 안부 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AI 상담원이 1인 가구 돌봄 대상자에게 주 1~2회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복약 등 건강을 점검하고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평소와 다르다고 감지하면 담당 공무원에게 신호를 보낸다. 울산시는 독거노인 가구에 활동량 감지기와 출입문 감지기 등을 설치해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고양시와 서울시 성동구는 치매 노인에게 GPS가 탑재된 신발 ‘꼬까신’을 무상 보급했다. 실종 치매 노인의 평균 발견 소요 시간은 11.9시간인데, 꼬까신을 착용하면 1.7시간으로 단축되는 효과를 보였다. 전북 진안군은 치매 고령자에게 미스터마인드의 AI 캡슐을 탑재한 ‘빠망이’ 돌봄인형을 보급한다. 빠망이는 치매안심센터 전문인력과 일대일로 매칭되며, 인지·건강·생활안전·위험 상황 등을 전담인력이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뇌 활동 놀이로 치매 예방을 돕고, ‘돌봄e음’ 앱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서울시 관악구는 스마트 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경로당 114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원격 화상 플랫폼으로 여가 복지 프로그램 제공, IoT 헬스케어 기반 건강관리, 실내 스마트팜으로 정서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요양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버테크는 주로 요양·돌봄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동작 감지 센서를 통한 침대 낙상 방지, 수면 센서를 통한 수면 패턴 기록, 체온·호흡·맥박 자동측정 등의 IoT 기술로 이용자의 생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처방·운동·식사 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요양 시설의 관리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자동화하는 기술들도 개발됐다. 시설마다 다른 관리 시스템과 수작업으로 관리되던 돌봄 정보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것.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솔루션 ‘하이케어’는 대표적인 방문요양센터 행정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다. 또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이 이용자가 신청해야 하는 일들도 자동화되고 있다. 데모테크 스타트업 ‘스핀택’의 요양복지 청구 자동화 서비스는 출시 보름 만에 예상 수요를 넘었다.
‘LG유플러스’와 ‘넷온’은 한국노인중앙복지회 산하 20개 요양원에 올해 6월부터 지능형 CCTV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이 CCTV는 영상 속 사람 얼굴을 감지해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한다.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 LG유플러스는 이용자의 자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U+스마트레이더’를 활용해 낙상 사고 예방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요양원에서 활용하는 AI는 돌봄인형이나 로봇에 적용된다. AI 돌봄인형은 대화를 통해 고령자의 건강을 수시로 확인하고 정서를 돌본다.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가족에게 전달해 위험을 알린다. 카이스트가 개발한 치매 예방용 로봇 ‘실벗’(SILBOT)은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의 요양원 등에 공급되고 있다.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Aldebran Robotic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NAO)는 요양원,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문 읽어주기, 함께 운동하기, 함께 게임하기, 물리치료 등의 활동이 가능하며, 물건 이동, 개인 보조 등 이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돕는 일도 한다.
본인에게 맞는 요양·돌봄·용구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도 성장하고 있다. 방문요양 서비스 온라인 중개 플랫폼 ‘케어닥’은 요양보호사·간병인과 돌봄을 원하는 고객을 연결해준다. 케어닥은 2018년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의 요양병원 시설 안내와 등급을 공개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돌봄 전문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복지 용구 온라인 몰 ‘그레이몰’은 로그인 정보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자격을 인식, 자동 가격 변경 시스템을 적용한다. 또한 제품 큐레이션 기술을 적용해 맞춤형 복지 용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의 스마트 돌봄
2021년 기준 일본의 고령층 비율은 20.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만큼 이미 2000년대부터 ‘첨단 변기’, ‘욕창 침대’, ‘간병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일본은 어떤 스마트 돌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앞으로의 실버테크 흐름을 알아보자.
1. 정서 채워주는 ‘소셜로봇’
소셜로봇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고, 손가락을 반복해서 깨무는 등 아주 단순한 기능이 있는 반려로봇이다. 일본 로봇 기업 유카이공학의 ‘쿠보’(Qoobo)는 동그란 쿠션에 꼬리 달린 로봇이다. 얼굴은 없지만 반응형 기술이 탑재돼 있어 동물처럼 꼬리를 흔든다. 세계 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선보인 로봇 ‘하무하무’(일본어로 깨무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손가락을 넣으면 깨무는 행동을 반복한다. 고차원적 기능이 아닌 단순한 반복 행동만으로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 일손 덜어주는 ‘간병로봇’
고령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도 부족한 간병 인력이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개발된 것이 간병로봇이다. 간병로봇 개발 업체는 100여 개사로, 15개 정도의 로봇이 상용화됐다.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의 ‘페퍼’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보는 돌봄 대상을 입력해두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와 AI로 돌봄 대상을 찾는다. 만약 홀로 집에 있던 노인이 쓰러지면 가족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가족은 바로 구급차를 부를 수 있다.
3. 욕창 예방하는 ‘로봇침대’
액스로보틱스(Ax Robotics)가 개발한 요양 시설용 로봇침대 ‘해크스’(Haxx)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그물을 통해 욕창을 방지하고, 개인 맞춤으로 자세를 교정할 수 있다. 욕창을 예방하려면 두 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줘야 해 돌봄 직원의 노동이 많이 투입된다. 로봇침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이용자의 자세를 바꿔준다. 추후에는 배설 감지, 생체 정보 측정 등의 기술도 탑재할 계획이다.
4. 질식사 막는 ‘넥 밴드’
일본 스타트업 ‘프라임스’는 노인들이 음식물을 잘 삼키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넥 밴드’를 개발했다. 노화로 음식 삼키는 기능이 퇴화하면 오연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 넥 밴드에 설치된 센서는 음식물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감지하고, AI는 삼키는 소리를 학습한다. 식사 중 삼키는 횟수와 속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5. 추락 사고 예방하는 ‘콜로반’
이디스커버리 업체 ‘프론테오’의 ‘콜로반’은 AI로 노인들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의 병력과 복용하는 약 등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제나 전도 위험성이 있는지 분석, 일주일 후의 낙상·추락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 수치를 통해 휠체어 이용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콜로반을 사용한 병원에서는 솔루션 도입 이후 낙상 발생률이 2/3 정도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6. 익사 방지하는 ‘센서’
노인의 익사 사고 중 90%는 집 안의 욕조에서 발생한다. 1인 가구는 사고가 발생해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씻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심장마비 확률도 높아진다. 내비게이션 업체 JVC켄우드는 화장실 비상발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천장에 부착된 적외선·초음파 센서가 욕조에서 목욕하는 사람을 인식, 익사 가능성이 포착되면 알람을 울린다. 알람에 반응이 없으면 18초 후 자동으로 응급실에 연락하는 시스템이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을 일컬어 실버테크(Silver Tech)라 한다. 과거엔 기술이 좋아도 사용자의 접근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친화력이 강한 시니어가 늘면서 실버테크도 더욱 각광받는 추세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화두인 만큼, 치매를 비롯한 질병의 진단 및 치료·예방에 쓰이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봤다.
Step 01. 진단테크
◇ 치매 진단 간단하게, 알츠가드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 ‘하이’의 ‘알츠가드’(Alzguard)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초기 치매 환자를 선별하는 경도인지장애 자가진단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도구로 소비자의 생리학적 데이터를 측정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의 바이오마커가 특정 혈액이나 소변, DNA를 측정하듯,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IT 기기로 대상자의 디지털 정보를 수집해 질환을 선별한다. 먼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받은 뒤 7가지 영역의 인지 능력 검사를 진행하면, 목소리(보이스마커), 동공 움직임(아이트래커), 심박수 변화(HRV) 등을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알츠가드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를 88% 정확도로 선별하는데, 사례가 축적될수록 인공지능을 통한 예측도는 더욱 높아진다. 현재 순도 높은 데이터를 위해 치매안심센터나 기업을 중심으로 보급 중이며, 차후 일반 소비자를 위한 공유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 치매 분석과 건강관리, 알츠윈
알츠하이머를 이겨내겠다는 뜻을 담은 ‘알츠윈’(Alzheimer+Win)은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 세븐포인트원의 인공지능 비대면 치매 진단 솔루션이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10여 년간 3차례, 총 2000여 명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해 그 실효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 7월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알츠윈 기반 기술의 정확도는 일반 의료진에 의한 ‘MMSE’(간이 정신 상태 검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알츠윈은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치매 초기에 저하되는 언어유창성 능력 등을 평가해 치매 위험 진단 시 지역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과 연결해 선별검사와 치료를 신속하게 돕는다. 아울러 네이버와 합작해 ‘알츠윈 인지케어콜’을 개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지 건강관리까지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Step 02. 치료테크
◇ 톡으로 인지 기능 개선, 새미톡
경도인지장애로 손상된 인지 기능의 재활과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다. 중장년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지 훈련과 더불어 인지 기능 저하 여부도 진단받을 수 있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채널에서 ‘새미톡’을 검색 후 ‘채널 추가’ 버튼만 누르면 된다. 특별한 장치 없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표적치료제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해당 서비스는 유료로 30일 9900원, 1년 5만 9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기업용 B2B 상품도 있다.
◇ 인지 훈련 로봇, 보미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약물은 없는 상태로,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는 치매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을 통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한다. 센터에서 활용하는 일명 손자로봇 ‘보미’는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하고, 로봇을 손자처럼 기르는 개념을 접목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인지 기능 향상을 돕는다.
실제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들이 보미를 활용한 5개 프로그램을 4주간 하루에 60분씩 이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작업 기억력이 더욱 향상된 것이 입증됐다. 보미는 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밥을 주게끔 하고(미래 기억 훈련), 장 보러 가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보미가 원하는 옷을 맞게 입혀주는(시공간 능력 훈련) 등의 행위를 통해 인지력 향상을 돕는다.
Step 03. 예방테크
◇ 손쉬운 인지 훈련, 슈퍼브레인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로완’의 ‘슈퍼브레인’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각계 전문가들에 의해 개발된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인지 중재 치료에 기반 하여 경도인지장애환자, 경도·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행위평가 신청 후 비급여 처방 및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슈퍼브레인은 미국, 유럽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Finger 프로그램)을 한국 어르신 눈높이에 맞게 기획했다. 재미있고 친숙한 생활 속 콘텐츠를 한눈에 확인하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AI 치매 중재 시스템을 통해 인지능력 변화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시간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한다. 최성혜 인하대학교 교수팀이 임상에서 인지 학습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운동, 영양, 동기 등 5개 영역에서 다중 중재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재가형(인터넷 기반)과 기관형으로 구분해 50여 개 병·의원,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을 통해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치매 예방 관리를 위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 및 솔루션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 VR 기술로 우울증 개선, 센텐츠
가상현실과 의료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가 35주 과정으로 구성됐다. 기존 가상현실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회상요법을 접목해 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VR 회상요법’이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구축해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하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우울증 및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2018년 MIT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고립감을 해소하고,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밝혔다. 센텐츠 사용자들은 머리에 VR 기기를 착용하고 고향, 계절, 풍경 등 50여 가지 스토리를 가상 경험함으로써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다. 현재 가정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에 포함하거나, 데이케이센터 등에 그룹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버테크 아이템
1) 스마트 기저귀
어르신이 사용하는 기저귀에 센서를 부착해 기저귀의 오염 정도를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센서등과 스마트폰 알림을 통해 기저귀를 언제 갈아야 하는지 알려줘 욕창이나 요로감염, 발진 등 2차 질병을 예방한다.
2) 꿈의 자전거
자전거 사이클을 이용해 가상현실을 주행하며 기억력 증진 및 근력 향상과 치매 지연에 도움을 주는 기기다. 실내에서 사용해 안전하고, 주행 방향이나 속도 등의 조정이 가능하며, 훈련 데이터를 관리해 환자의 재활 능력을 수치화할 수 있다.
3) 톡톡스틱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지팡이다. 넘어지거나 낙상할 경우 지팡이가 이를 감지해 내장된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통해 SOS 전송 및 음성 도움 기능을 제공한다. 또 사전 등록한 보호자에게 위치 전송이 가능해 실종 사고 등에도 대처할 수 있다.
4) 스마트 벨트
노인의 보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김광일 분당서울대 노인병내과 교수가 노인의 보행 속도 저하에 따른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활용했다. 보행 속도 외 사용자의 허리둘레, 과식 및 활동 습관 등도 확인 가능하다.
불교에서 회향(廻向)이란 자신이 닦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려 함께 성불(成佛)하길 바라는 행위다. 비단 불자만 이러한 양식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타심으로 말미암아 행하는 모든 일에 이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유(希有) 스님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사의 삶 또한 수행자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게 승려복을 입은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이 되어 회향을 실천한 지도 어언 10년에 다다랐다.
한때 탑골공원은 그야말로 노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있지만 과거에 비할 순 없다. 당시 노인들이 이곳에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무료 급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시는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수많은 노인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사랑방을 잃고 말았다. 그 해결책으로 서울시는 인근에 옛 통계청 건물을 개조해 2001년 지금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설립했다. 도심 한복판에 군집해 있던 노인들이 탑골공원을 떠나 그 안에서 여가를 즐기길 바랐던 것이다. 그렇게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노인들의 성지 역할을 해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역사의 절반가량은 희유 스님도 함께했다. 사실상 인연은 그전부터였지만 말이다.
“2013년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장을 맡았어요. ‘아니, 스님이 왜?’라며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참 묘한 인연으로 시작됐죠. 과거 수행자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사회복지학 공부를 하며 그것을 채워보고자 했어요. 당시 학교에서 연우회라는 봉사단체 모임에 들었는데, 그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곳이 바로 서울노인복지센터였습니다. 무료 급식소인 만발공양간에서 자원봉사를 했거든요.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오시더라고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했는데도 너무나 보람찼던 기억이 나요. 우리 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는데,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인연이 쌓이며 지금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전화위복의 디딤돌로
그동안 센터를 운영해오며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심각했다. 특히 감염병 취약 계층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관이다 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또 어르신 수준과 편의에 맞춘 대면 서비스가 많았던 터라 거의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했다. 이는 기관 차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센터를 찾던 어르신 개개인에 대한 염려도 놓을 수 없었던 희유 스님이다.
“지난 2~3년이 센터 어르신들에겐 아주 긴 시간이었을 거예요. 이곳에서 일과를 보내거나 일상의 활력을 채우곤 하셨는데, 하루아침에 발이 묶여버렸으니까요. 특히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이곳에 다녀가시는 것만으로도 건강관리가 되거든요.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이 집에서도 센터와의 연을 이어가고 우울하지 않게 보내실까 고민했죠. 결국 그동안 마련해오던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확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그 출발은 ‘탑골 TV’(유튜브 채널)의 부활이었다. 이전부터 간간이 콘텐츠를 올렸지만 반응은 심심했다. 먼저 해당 채널을 매개로 사회복지사들이 직접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낸 각종 복지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영상물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어르신들은 변화된 시스템에 잘 따라와 주었고, 채널도 점차 활기를 띠었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의 제약은 있었다. 자료 공유가 어렵다거나, 구성원 간 상호작용이나 소속감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러닝 시스템 ‘도시락’도 고안했다. ‘도전하는 시니어의 즐거운 배움의 맛’이라는 뜻을 담았다. 아울러 융합형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콘 스페이스(Be@con Space)를 마련해 질 좋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온라인 플랫폼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해 소통을 이어가는 사이, 코로나 빗장도 서서히 풀려갔다. 그간 센터도 더욱 스마트한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복지i’와 ‘나.비’다.
“기존의 실물 회원카드를 통한 관리 체계는 효율성도 떨어졌고, 어르신들의 복합적인 욕구를 반영하기에 제한적이었어요. 깜빡하고 카드를 두고 오시는 일도 왕왕 있었죠. 그런데 보니까 어르신의 70%가량이 스마트폰을 쓰시더라고요. 아, 그러면 모바일에 회원증을 심어드리면 되겠다 싶은 거예요. 그렇게 디지털화된 회원관리 시스템 ‘복지i’가 탄생했습니다. 또 센터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마이페이지 ‘나.비’(나로부터의 비상)도 구축했어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공지사항을 알리거나, 개인별 프로그램 및 건강관리도 가능해졌죠. 아울러 센터에서는 건강, 문화, 스마트 등 각 영역에서의 활동 정도를 ‘나비지수’라 하고, 그것을 ‘봉봉’이라는 단위로 시각화해 다양한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하게 찾는 보람형 일자리
아직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가본 적 없는 이라면, 꼭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입구에 있는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센서부터, 실내 스마트 텃밭, LED 공기살균기, 카페 키오스크 등 발이 닿는 곳곳에 스마트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교육장을 비롯해 TOP 독립영화관, 물리치료실, 탑골미술관, 요리연구소, 커피전문랩실 등 다양한 시설들로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또 본관, 별관, 분관 등 규모도 작지 않은데, 이곳에는 희유 스님이 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취업지원센터)와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도 있다. 두 곳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만, 스마트한 대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며 전화위복을 맞았다. 특히 취업지원센터의 경우 과거 취업훈련센터부터 거듭 변모하며 중장년 일자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취업훈련센터 시절에는 생계형 일자리 위주로 알선했어요. 요즘엔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보람형 일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죠. 취업지원센터도 이러한 흐름과 욕구를 반영한 민간 일자리 발굴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있는 기존 직무 중에서 시니어가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을 발굴해 기업에 제안하고, 교육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식이죠. 가령 비대면 상황에서는 배달업계가 한창 떴는데,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물류센터 파킹·패킹 업무 등의 일자리를 창출했어요. 또 택시기사의 경우도 어르신들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근무 환경이 빡빡한 게 흠이었거든요.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 어르신들의 일상에 무리가 없는 주 4일, 주간 근무 가능 조건을 제안해 채용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최근 많은 부분이 엔데믹(대면)으로 전환됐는데, 이미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해진 시니어들의 능력치도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교육을 더 선호하거나, 디지털 환경을 편리하게 여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모두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기보다는,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고민하는 중이다.
“스마트 교실이라고 해서 일반 오프라인 강의실에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융합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강사가 문제를 내면 각자 스마트 기기로 답을 하는 등 취업 교육 현장에서도 디지털 환경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보려 합니다.”
스스로 일궈가는 선배시민의 자긍심
지난해 설립 20주년을 맞아 펴낸 자료집에는 ‘선배시민이 참여하고 배우고 나누는 광장 서울노인복지센터’라는 비전이 담겨 있다. 그동안 센터에서는 권익증진 사업을 통해 사회와 정책 변화 속에서 노인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는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왔다.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나 ‘선배시민 거버넌스’ 등이 그 예다. 희유 스님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인이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었을 때 후배시민에게 존경받는 선배시민이 될 수 있으리라 조언했다.
“예전에 센터로 향하는 안국역 출구를 공사한 적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건너편 운현궁 방향엔 횡단보도가 없었는데, 출구가 막히니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오시면서 사고가 자주 났어요. 예방 차원에서 안전 교육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죠. 결국 어르신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시라 제안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직접 경찰서도 찾아가고 의회에서 모니터링도 하면서 일종의 캠페인도 진행했죠. 덕분에 운현궁 쪽으로도 횡단보도가 놓이게 됐습니다. 그 성과를 다들 뿌듯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어요. 그렇게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알아가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의 권익에 대해서도 생각이 확장돼요. 이로써 자신의 경륜을 후배시민에게 베푸는 선배시민으로 발돋움하는 거죠.”
희유 스님은 자신 또한 선배시민으로서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길 희망하고 있었다. 기관장 은퇴는 만 65세인데, 올해 환갑을 맞아 이제 센터를 떠날 날도 5년 남짓 남았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삶은 은퇴가 없으니, 승려 신분으로 더욱 회향에 정진하리라는 계획은 분명할 테다. 센터에서 남은 5년을 희유 스님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올해로 기관장 10년 차인데, 과연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을까 반성을 많이 하죠. 그런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은퇴할 때 ‘그래, 이만하면 잘했지!’ 싶으면 성공일 것 같아요.(웃음) 센터를 책임지는 동안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풀고(보시섭), 따뜻한 얼굴과 말로 살피며(애어섭), 선행으로 이롭게 하여(이행섭), 센터를 찾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희로애락과 함께하려 해요(동사섭).”
회향도, 사섭법도 모두 실천하려면 타인이라는 마중물이 필요할 테다. 홀로 애쓴다고 이뤄지는 마음가짐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이에 희유 스님은 더 많은 어르신이 센터를 찾고, 주변에 있는 복지관을 애용하길 강력히 권했다.
“저는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실제로 해외에서 우리 센터에 견학도 많이 오는데, 일본에서도 감탄하고 가더라고요. 일본을 포함한 다른 나라 노인 시설을 보면 대개 케어와 돌봄 위주인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나라 복지관들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여가 생활을 장려하는 곳이 드뭅니다. 그러니 ‘역세권’, ‘숲세권’ 이런 것만 따질 게 아니라, 유익한 노후를 위해 이제는 ‘복세권’이 더 중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복지관을 곁에 두고 사세요. 한국 노인복지관, 그야말로 ‘짱’입니다.”
일본은 ‘70세 현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노동자’라면 70세여도 취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단순히 연금을 받기 전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개념을 넘어 자아실현 기회를 확보하는 개념을 법에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고용 안정은 물음표다.
기존 고령자 고용 정책은 ‘고용과 연금의 연결’을 목적으로 했다.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5세로 늦추면서, ‘고령자 등의 고용 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고연법) 개정을 통해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먼저 정년 나이를 60세 미만으로 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정년 이후에도 65세까지 계속해서 고용하도록 하면서, 노사협의로 계속고용 대상자를 정하던 것을 희망자 모두에게 적용하도록 넓혔다. 그 결과 2021년 6월 1일 기준, 고용 확보 조치를 하는 기업은 99.9%에 달한다. 고용과 연금 사이의 공백을 줄였다는 점에서 기존 고령자 고용 정책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연금 공백 넘어 자아실현으로
아베 전 총리는 2019년 ‘미래투자회의’에서 “인생 100년 시대를 맞아, 건강하고 의욕 있는 고령자분들이 경험이나 지혜를 사회에서 발휘해주실 수 있도록 70세까지의 취업 기회 확보를 향한 법 개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후 2021년 4월, 고연법은 ‘일할 의욕이 있는 고령자가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또 한 번 개정됐다. “고령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노력 의무”를 명시한 것.
기존과 달라진 점은 65세까지의 계속고용제도 대상을 70세까지로 확장하고, ‘고연령자 취업 확보 조치’를 더한 것이다. 계속고용제도의 경우 기존에는 자사에서만 재고용을 했다면, 이번에는 자회사나 관계사에서도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취업 확보 조치는 고령자가 창업하도록 해 위탁업무 계약을 맺거나, 사회공헌사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취업 지원’을 말한다.
개정법에 담긴 내용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업주가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게 인정되면 근로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 있고, 후생노동청의 행정지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은 단순히 경제적 공백을 채우는 것을 넘어 고령자의 자아실현 기회를 보장하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고령 근로자는 안전한가?
고용 안정 측면에서 이번 개정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야마가와 가즈요시(山川和義) 히로시마대학 인간사회과학연구과 교수는 “계속고용을 관계사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면, 근로자가 원하지 않는 노동 조건을 설정하거나 재고용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가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재고용되거나, 기존 사업장은 고용했지만 다른 사업장에서는 재고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기존의 계속고용제도에서 재고용 이후 ‘이전과 달리 노동 조건이 열악해졌다’는 분쟁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 임금의 25% 수준인 임금을 제시하거나, 사무직 직원을 청소와 같은 단순노무에 배정하거나, 왕복 5시간 거리의 근무지로 발령 내거나, 1년마다 갱신 조건으로 재고용 하고 1년 뒤 고용 연장을 거절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 근로자의 건강 문제 등 합당한 해고 사유가 없다면 대체로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다만,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재고용 의무가 없다.
새롭게 쟁점이 되는 개정 내용은 취업 확보 조치다. 이는 ‘고용이 아닌 조치’를 취함으로써 고령자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사가 고령자와 위탁업무 계약을 맺는 경우, 자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게 돼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야마가와 교수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였던 이들이 창업 지원을 통해 위탁계약을 하게 된다면, 계약 조건을 협상할 때 동등한 위치에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노동안전위생법의 규제도 미치지 않고 사고 발생 예방을 강제할 규칙도 없어 고령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은 1.6%에 불과하다.
한편 사업주에게 취업 지원을 하라고 강제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실버인재센터와 같은 기관이 아닌 개별 사업주에게 사회공헌사업 등의 취업 지원까지 할 의무를 지우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강제하면 오히려 고령자의 정년 이후 노동계약이나 위탁업무 계약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마가와 교수는 “재고용되면서 비정규직이 돼 처우와 노무가 분리된 사례가 많은 만큼, 60세 정년을 바탕으로 하는 노무관리 체계가 100세 시대에 근본적으로 적합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 DIO ‘고령자 고용의 현상과 과제’ 결과 연구 보고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그중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제25조’에 따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하는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여기서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교통약자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885만 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57.1%)를 자치했고, 어린이(321만 명, 20.7%), 장애인(264만 명, 17.1%), 영유아 동반자(194만 명, 12.5%), 임산부(26만 명, 1.7%) 순이었다. 아울러 장차 고령화 속도에 따라 고령자 교통약자는 5년간 약 218만 명 급증(연평균 5.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교통약자 수는 2016년(1471만 명) 대비 약 80만 명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약 6만 명 감소한(-0.1%) 데 비하면 그 비율이 크게 상승한(+7%)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교통약자 이동편의 정책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체 교통약자 교통사고 비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고령자의 경우 감소폭이 가장 적어 더욱 관심이 필요한 유형에 속한다.
고령자의 경우 지역 내 이동에서는 대중교통 외 도보 이용(17.3%) 비율이 높았고, 지역 간 이동에서도 승용차 외에도 시외·고속버스(24.7%)와 기차(12.3%) 등 대중교통을 적지 않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형에서 지역 내 이동 시에는 버스(51.6%)와 지하철(14.2%) 등 대중교통을, 지역 간 이동 시에는 승용차(66.2%)를 애용하는 결과와는 다소 상이했다.
한편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정책을 묻자 고령자들은 ‘버스, 지하철에 편의시설을 설치해 대중교통 이용 편리 도모’(33.7%)를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몸이 불편한 교통약자에 대한 특별 이동수단 확대 설치’(28.9%), ‘안전하여 장애물이 없도록 도로의 보행환경 개선’(21.1%) 등을 꼽았다. 고령자들은 세부 조사를 위한 심층 인터뷰에서 “버스 전광판 및 노선도의 글자크기가 좀 컸으면 좋겠다”, “안내 음성이 너무 작다”, “환승 구간이 긴 지하철에 무빙워크가 있으면 편할 것 같다. 중간에 의자라도 있었으면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윤진환 종합교통정책관은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교통 약자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할 교통행정기관에 미흡한 사항을 개선하도록 저극 권고할 것”이라 밝혔다.
‘귀농’은 익숙하지만 ‘귀어’는 생소할 수 있다. 더불어 귀어를 하면 어부가 된다고만 생각하는 도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편견과 달리 어촌 관광과 해양 레저 사업을 통해 주목받은 마을이 있다. 타고난 자연환경과 지역민의 어업이 잘 녹아든 결과다. 출신 구분 없이 마을을 향한 귀어인과 어촌 주민의 애정이 모여 탄생한 새로운 매력의 어촌, ‘궁평 어촌체험마을’을 소개한다.
현대 사회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대도시와 공업 지역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됐다. 반면 농·어촌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최근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인생 2막을 영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농뿐 아니라 어촌과 어항을 찾아가는 귀어인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귀어·귀촌을 하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 어업뿐 아니라 양식장에서 전복·미역·김을 길러 파는 양식업에 종사할 수 있다. 소금 사업, 수산물 가공업도 있다. 더 나아가 직접 어업을 하지 않고 어촌 관광, 해양 레저 사업 등의 3차 산업으로 자리 잡는 방법도 있다. 2015년 화성 궁평리로 귀어한 김문호 체험 사무장과 ‘궁평 어촌체험마을’이 바로 그 예다.
궁평 어촌체험마을은 아름다운 일몰과 갈매기, 싱싱한 먹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활동이 많아서인지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전국 어촌체험 휴양마을 운영실태 평가’에서 우수마을로, 7월에는 ‘이달의 어촌 안심 여행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의 체험 분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귀어인과 어촌 주민들의 협력 덕이다. 갯벌 체험뿐이었던 프로그램은 낚시, 페달보트, 모터보트 등으로 점점 확대됐다. 도시 사람들이 바다에 놀러 왔을 때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가길 바라며, 궁평항의 상황에 맞춰 개발했다.
궁평리를 서해안 명소로 만든 체험 프로그램
●갯벌 생태 체험
궁평 어촌체험마을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 갯벌을 3등분해 차례로 개방하고 있다. 1년 동안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한 다음, 2년 동안 쉬게 해 갯벌의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덕분에 언제나 잘 보전된 서해안의 갯벌을 만끽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왔어도 당황하지 마시라. 마을에서 장화와 호미, 장갑, 바구니 대여가 가능하다. 바지락, 동죽, 농게, 소라게, 민챙이 등을 실컷 구경하고, 진흙을 매만지며 신나게 갯벌 탐구를 마친 후 손발을 씻어낼 세면장도 마련돼 있다.
●모터보트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즐길 수 있는 궁평항 모터보트는 김문호 체험 사무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김 사무장은 모터보트 운영을 위해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도 취득했다. 안전을 위해 파도와 바람 상태를 보고, 체험 시작 전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그 후 가족, 연인들이 차례로 보트에 앉으면 모터보트가 출발한다. 물살을 가로지르며 바람을 맞다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페달보트
페달보트는 노를 젓지 않고 발로 페달을 밟으며 타는 작은 놀잇배다. 광장의 분수대 공간을 활용한 페달보트장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바닷물을 끌어올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물을 뺐다 채우기를 반복한다. 물은 30cm 정도로 얕게 받아 물놀이 사고에 대비했다. 부모들은 꺄르르 웃음소리를 내는 아이의 사진을 연신 찍기 바쁘다.
●어린이 낚시
궁평 어촌체험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갯벌 체험은 썰물 때 외에는 할 수 없어 시간을 맞춰 방문하거나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밀물 때 즐길 수 있을 체험을 개발한 것이 ‘낚시’였고, 이후 ‘어린이 낚시’로 이름을 바꿨다. 어린이 낚시라고 하나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합세해 체험에 나선다. 직접 고기를 낚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한 마리만 낚아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가족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날 것이다.
●아르고 체험
궁평항을 찾은 손님 대부분이 좋아하는 이색 체험이다. 아르고는 지상과 수상에서 모두 달릴 수 있는 수륙양용차로, 작은 탱크와 같은 생김새여서 탑승 전부터 아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렁찬 엔진 배기음과 함께 자유자재로 달리는 아르고 위에서 마을 주변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는 잊은 채 신나는 함성이 절로 나온다. 웬만한 놀이기구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아르고의 박진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달고나 만들기
겨울 바다는 놀거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겨울 궁평항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달고나 만들기 체험은 해마다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 김 사무장에 따르면 호황일 때는 하루에 1500여 명이 달고나 체험 부스를 다녀갔다. 체험 초창기에는 손님들을 위해 입이 마르도록 일일이 제조법을 알려줬는데, 새까맣게 태운 달고나를 보며 더욱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보곤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올겨울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힘입어 더 잘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