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가 민박집이나 펜션을 운영하는 이가 많지만 뜻대로 순항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를 모르지 않았던 이정형(60, 희양산토담펜션 대표) 씨는 불운한 운명이 도래한 걸 깨달은 사람처럼 심오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기어이 펜션을 짓겠다고 기세를 돋우는 남편 강인구(66) 씨를 보기 좋게 꺾을 묘한 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형 씨는 실패했다. 그녀가 아는 인구 씨는 좀 과장하자면 지구인 77억여 명 가운데 가장 끔찍한 옹고집쟁이. 결국은 남편이 이겼다. 정형 씨는 실의와 불안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잉, 이게 웬일? 펜션 사업이 썩 순조롭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정형 씨가 반기를 든 건 펜션 문제에서만은 아니었다. 인구 씨가 귀농을 제안했을 때부터 열렬한 반대운동에 나섰으니까. “혼자 내려가시옵소서!” 처음엔 그리 심드렁히 답하는 걸로 기선 제압을 도모했다. 하지만 애당초 한 번 먹은 뜻을 쉬 굽힐 남편이 아니었다. 지구별에 존재하는 동종 옹고집들의 빛나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투로, 인구 씨는 불퇴전의 고집을 부려 마침내 아내를 대동하고 귀농을 실현하는 혁혁한 전과(戰果)를 거두었다. 포성이 지축을 흔드는 전쟁은 아닐망정, 나름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전략이 아니고선 승리할 수 없는 게 부부싸움이다. 인구 씨는 그간 축적한 투쟁 자산 혹은 고집의 막강 위세를 총동원해 성공, 어쩌면 가족사에 길이 남을 치적(?)을 세운 건지도 모른다.
물론 인구 씨 입장에선 누구에게나 지지받기 어려운 서푼짜리 생고집을 부린 게 아니었다. 어엿한 합리에 기반을 두고 귀농을 선창했으니까. 반평생 근무했던 주방기구회사에서 은퇴한 그는 ‘어서 오라!’ 속삭이는 시골의 유혹을 물리칠 길이 없었다. 은퇴자의 쓸쓸한 삶의 오후를 견디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편의점 삼각김밥과 저지방우유를 사들고 서울의 여기저기 공원이나 야산을 배회하다 해 저물면 털레털레 귀가하는 나날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늙은 거북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한심했으며, 마침내 영혼까지를 다한 고뇌와 모색을 하다 고향으로의 귀농을 발상했던 것이다. 외로이 홀로 계신 고향집의 노모님도 모시고, 놀려둔 농토로 일감을 만들고, 아내와 둘이 전원의 낭만도 즐기고, 이래저래 귀농보다 더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노후 대책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니, 여기엔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아내 정형 씨는 왜 귀농에 반기를 번쩍 들었나. 보나마나 생고생할 게 빤해서였다. 날마다 풀이나 뽑다가 손가락 관절염에 걸릴 테고,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어쩌다 한두 번이지 허구한 날 올려다보자면 뒷목만 뻐근할 테고, 마트나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대신 죄 지은 것 없이 시골집에 얽매이는 옥살이를 해야 할 게 아닌가. 게다가 모기나 파리 따위 해충은 또 어떻고? 최악의 경우, 집 안으로 스며든 뱀이 소파에 똬리를 틀고 앉아 TV 시청을 하는 엽기적 정경을 목도할 수도 있는 게 시골생활이다. 이래저래 정형 씨는 귀농하자는 소리를 듣는 순간 오만정이 떨어졌던가보다.
“남편에겐 어머님을 모실 수 있는 낙향이자 귀농이라는 좋은 뜻에 의한 결심이었겠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반대를 했다. 그러나 도저히 이길 수 없더라. 결국은 꾹 참고 져줬다. 이런 내가 시골생활 대비 차원에서 준비한 건 운전면허증을 따둔 거 하나였다.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답답할 때 바람이라도 쏘일 수 있을 거라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펜션 사업 반대
정형 씨 내외가 여기 문경시 가은읍 산골로 귀농한 건 2016년 초. 내려오자마자 남편은 벼농사를 시작하더란다. 벼농사에 덤벼든 속도보다 더 신속하게 착수한 건 펜션 짓기였다. “우리 펜션이나 해보더라고!” 그렇게 툭 던져놓고 산 아래 논의 일부를 터로 다져 건축에 나섰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을 초고속 질주였다. 이쯤이면 인구 씨의 특기가 고집부리기 맞나? 그게 아니라, 가령 필요하다면 뒷산도 헤딩으로 부수고 나설 슈퍼 울트라급(級) 박력의 보유자라 봐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파랗게 질린 정형 씨는 간신히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금 투쟁 전선에 나섰다.
“이번엔 사생결단을 하고 반대를 했다. 펜션은 무슨? 기어이 저지하고 말리라! 꽤나 독을 품었던 거다. 그러나 또 졌다. 원통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웃음)”
펜션을 왜 반대했지? 잘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잘될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나? 아무리 날고뛰더라도 자리 잡히기까진 고전할 게 분명해보였던 거다. 게다가 자금 사정도 변변치 않았거든. 건축비 외에 운영비도 많이 들어갈 텐데, 그러고 나면 밥은 뭐로 먹고? 근심과 불안이 아주 많았다.”
부군의 펜션 사업 착수가 충동적인 건 아니었겠지?
“나 몰래 충분히 구상해온 것 같았다. 건축의 초벌 설계까지 직접 해서 설계사무소에 맡긴 걸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펜션에 꽂혔다는 걸 알겠더라. 남편이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 건 분명하다. 무슨 일을 해서든 가족들 밥은 굶기지 않을 남자다.”
봄에 펜션 건축을 시작해 여름에 오픈했다지? 일사천리로 진도를 뺐구나.
“양가 형제들이 많이 도와줘 일이 순조로웠다. 남편이 건축을 주도하는 사이에 나는 부지 곳곳에 꽃을 부지런히 심었다. 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전에 아파트에 살면서는 꽃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귀농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라곤 개울에 나가 다슬기를 줍거나 꽃을 심는 방법밖엔 없었거든.”
드디어 펜션을 오픈한 뒤엔 어땠나? 손님이 얼마나 오던가?
“처음엔 지인들만 간간이 왔다. 그러다가 차츰 문경 지역을 여행하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말에 좀 들어오더라. 이듬해 3, 4월에도 비슷한 추세였다. 5, 6월엔 거의 찾는 이가 없어 객실이 늘 비었다. 그런데 7월 말쯤부터 2주 동안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방 여덟 개가 다 찼다. 아하, 이게 성수기라는 거구나!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사는 게 펜션이라는 얘기가 실감으로 다가오더군. 이후 손님이 꾸준히 늘어 초기의 불안감에서 성큼 벗어날 수 있었다. 상당히 빠른 성장 속도로 자리가 잡혀나간 셈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기대보다 흡족하게 안도할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매우 따분한 날들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으나 정반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걸 보며 정형 씨는 비로소 재미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처음의 격렬했던 반대 시위의 기억을 내심 멋쩍어하면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 비수기를 제외하고는 무자비한 불황에 진저리를 칠 일이 없었다는 게 아닌가. 펜션 개업 만 4년이 지난 현재, 해마다 점증한 손님의 수효로 이미 궤도에 올라섰다. 재방(再訪) 비율은 무려 90%. 한 번 찾아왔던 고객 대부분이 다시금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탄탄한 단골층을 형성했으니 귀농 성공사례라 쳐도 무방하겠다.
고객들 위해 심은 배추 500포기
이와 같은 일련의 성취는 거저 굴러들어온 행운의 산물이 아니다. 비결이 무엇일까. 우선 정형 씨네 펜션이 들어앉은 자리의 경관부터가 빼어나다. 낮에는 물론 달빛 부서지는 오밤중에도 장엄한 암봉을 허옇게 드러내는 명산 희양산이 지척에 있어 상서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반딧불과 가재가 서식하는 맑은 개울이 펜션 앞을 흐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물에 들어가 놀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사방에서 넘실거리는 야산들이 주는 싱그러움과 적당한 적막감 역시 도시에 지친 나그네들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러나 이 모든 수려한 자연 경관보다 펜션의 쾌조에 더욱 기여한 건 정형 씨 부부의 노력과 수완이다. 인간사의 인과(因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그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막막했다. 그저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객실 청소를 비롯한 미화 작업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내가 꽃을 많이 심었다. 부지가 넓은 편이라 꽃밭, 꽃길 외에 텃밭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유용했다. 거기에 온갖 야채를 심기 시작한 건 손님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그저 우리 집을 찾아준 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뜻으로 고객들에게 야채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내놓고 보니 그 소소한 선의의 표시가 고객의 환심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는 걸 알겠더라. 누구나 필요한 만큼 야채를 채취해 가져가도록 했다. 아침이면 방방마다 옥수수나 감자를 쪄 돌리기도 했다. 얼마 전엔 배추 500포기를 심었다. 모두 손님들을 위한 물량이다.”
이 펜션은 작은 놀이동산 같은 구색을 갖추었다. 왜 이렇게 꾸몄지?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쯤 지나 고객층의 경향에 특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어린 자녀를 대동한 30, 40대 부부들이 주로 투숙했으니까. 그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과 시설을 보강했다. 작은 수영장을 만드는 식으로. 텃밭 체험에도 아이들은 신나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장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으로 입소문이 난 모양이다. 도시의 한정된 공간으로부터 아이들을 해방해 한때나마 자연 속에 풀어놓고 싶은 젊은 부모들. 정형 씨는 그들의 니즈에 적극 부응했으며, 그게 펜션의 안정세를 북돋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면 줄수록, 마음을 쓰면 쓸수록 돌아오는 것도 많은 게 인간관계다. 그러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영업집들이 도중에 망가지는 게 그 욕심 때문이지 않던가.
“초심을 유지하게 위해 자제한다. 돈 냄새 풍기지 않는 영업집을 지향하면서. 우리 부부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일이 고되지만 그저 즐기자. 무리할 거 없다, 그냥 먹고사는 정도에서 만족하자!’ 지금 무난하다고 앞으로도 잘될 거라 방심하지도 않는다.”
어려운 점도 많을 테지?
“좋은 접객을 위해서는 친밀감을 자아내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했는데 내겐 그게 쉽지 않았다. 서비스가 지나쳐 오히려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고민도 많이 했다. 컴맹이었던 내가 뒤늦게 블로그를 배워 펜션 이야기를 올리는 일도 만만치 않아 진땀을 뺐다.”
시골에 내려와 펜션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펜션 사업이란 게 쉽지 않다. 이곳 주변의 펜션들 대부분이 부진하거나 사실상 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권장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수월했지만 투자비도 많이 들고 부대비용도 수시로 발생해 고난에 빠질 수 있다. 오직 돈벌이를 목적으로 뛰어들 경우에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당신은 처음엔 귀농을 결사반대했다. 이젠 귀농에 호의적일까?
“내가 귀농으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의 여유다. 도시에서와 달리 느긋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으로 좀은 변했거든. 그러나 여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시골이 도시보다 좋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손발 걷어붙이고 진흙탕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게 귀농생활이다.”
이왕지사 시작한 일,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몰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 한번 가보자. 정형 씨는 그런 심정으로 진력했다.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고 진지하게 관여했다. 정형 씨 내외가 그간 쏟은 땀의 총량이 몇 톤에 달할지는 저 고매한 희양산 바위봉이 알려나. 그런데 정형 씨의 펜션이 궤도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스스로 선의를 끌어내는 힘에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호의를 기대하기 이전에 나의 선의로 먼저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능력의 진실. 이는 단지 펜션 운영에만 적용될 공리이랴. 타인을 찍어 누르고서야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미신마저 횡행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법일 수 있다. 그나저나 정형 씨는 아직도 단단히 벼르고 있단다. 남편의 고질적인 옹고집을 단 한 번이라도 와지끈 무너뜨리기 위해.
“어휴, 단 20분만 같이 있어도 혈압이 오른다. 선의도 통하지 않더라. 남편 성질이 불이거든. 늘 내가 패하고 마는 거다. 언젠가는 한 번쯤 이기고 말겠다는 결의를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하하.”
정형 씨가 주는 귀농 Tip
•무작정 내려왔다가 시행착오로 고통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미리 귀농·귀촌 교육을 받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하자.
•마을과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거처를 마련하자. 그게 차라리 원주민들과 더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방법이다.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까.
•펜션을 구상한다면 무엇보다 위치 선정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은 경관이 좋은 곳이어야 승산이 있다.
•인근의 귀촌·귀농인들과 긴밀히 사귀자. 단 한 사람하고라도 우정을 나눌 경우 시골생활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새로운 마음으로 새일을 시작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마음과 몸이 바쁘니 놓치기 쉬운 일도 있을 것입니다. 차분히 잘 처리해 나가고 다소 경쟁의 무리도 있고 방해요소가 있으니 잘 처리하라.
• 84년생 : 경쟁 중에 상을 받을만한 좋은 일로 가슴이 부듯할 것이다.
• 72년생 : 어른 대접받을 기운이라 더욱더 정진하면 좋은 일을 만나리라.
• 60년생 : 재수가 좋으니 생기는 것이 많으나 친구와 함께 함이 좋으리라.
• 48년생 :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면 몸 다침을 조심해야 한다.
◈ 소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좋은 것을 봐도 그냥 지나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니 잘 보라.
•85년생 : 귀인의 도움은 있으나 마음을 고생시키는 하루가 된다.
•73년생 : 사 술의 꾀임으로 손 재가 없으면 몸이 상하는 기운이니 조심하라.
•61년생 : 힘든 일의 열쇠는 친구가 쥐고 있으니 찾아봄이 재운을 더한다.
•49년생 : 옛날의 명예가 다시 살아나는 상이라 좋은 길이 열리리라.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귀중한 정보를 유출 안되게 조심해야 좋은 운세를 열어갈 것이다.
•86년생 : 선배나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칭찬 듣고 좋은 제의를 받는다.
•74년생 : 어려운 일을 바로 하고도 억울한 소리를 듣는 운이나 참고 넘어가라.
•62년생 : 금전 융통에 문제점이 보이니 점검하고 소득 없는 일에 마음두지 마라.
•50년생 : 투자에 소득이 있으리니 단타로 움직임이 좋으리라.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무슨 일이든지 신경 쓰지 않고 되는 일이 없는 것이나 과민을 피하라.
•87년생 : 궁한 중에 용돈이 생기니 횡재수로 보이나 과함은 삼가라.
•75년생 : 사람으로 갈등이 일어나니 마음에 두면 재수도 어려 우리라.
•63년생 : 갈대같이 흔들리는 마음을 잘 잡아야 모든 것을 이루리라.
•51년생 : 원하는 일이 사 심 없는 정당한 일이라면 이길 수도 얻을 수도 있다.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많은 금전이 움직이는 운세라 잘못 만지면 부서지는 것이니 조심하라.
•76년생 : 과한 욕심이 아니라면 금전 운도 길하고 바라든 일이 다소 풀린다.
•64년생 : 시비를 피하고 다툼을 말라 관 재수가 보이니 구설 또한 조심하라.
•52년생 :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심하니 건강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라.
•40년생 : 사소한 일에 감정을 보이면 상대에게 허점을 내주어 일이 힘들게 된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모든 일이 잘 풀리나 이룬 뒤에도 성실히 책임지는 마음을 갖자.
•77년생 : 지금 하는 일이 무리한 일이니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마음을 가져라.
•65년생 : 과욕을 피하고 중심만 잘 잡으면 의외의 소득이 따를 것이로다.
•53년생 : 들어오는 것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손재수가 보이니 지출에 신경 써라.
•41년생 : 횡재수가 아니면 술밥간에 좋은 자리가 마련되리라.
◈ 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힘들든 시기를 벗어나는 운이라 당당한 마음으로 받을 준비를 하자.
•78년생 : 새로운 일이 기다리니 접해봄이 앞으로 이득이 크리라.
•66년생 : 경쟁이 치열하든 건이 내게로 돌아서고 재운도 다가오니 받아들이자.
•54년생 : 침체 막힘을 푸는 것도 시간이 해결하니 오늘은 조용히 보냄이 좋다.
•42년생 : 떠오르는 공상을 없애야 바른 길이 보일 것이니 헛것을 보지 마라.
◈ 양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길 잃은 철새가 어두운 밤에 날개를 접는 형상이라 앞뒤를 조심하라.
•79년생 : 전후좌우를 잘 살피지 않으면 오는 재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67년생 : 귀인의 도움은 있어 일은 열리나 정신을 놓으면 손재수가 발동한다.
•55년생 : 결정키 어려운 일이 생기나 엉뚱한 구설 수만 피하면 자연히 결정된다.
•43년생 : 부부간에 갈등을 풀어야 모든 일이 열릴 것이니 집안 단속을 잘 하라.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무슨 일이든지 어려움을 겪고 당한 만큼 얻는 것도 큰 것이로다.
•80년생 : 마음 졸이든 일이 해결되고 애정 운도 풀리고 금전 운도 길해진다.
•68년생 : 관 재만 잘 다스리면 경쟁에서이기고 금전 운도 크게 열리리라.
•56년생 : 지금까지 손에 닿지 않는 것은 취할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44년생 : 약간의 재운은 있으리니 밖에서 찾을 이득을 안으로 찾아봄이 좋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항상 상대방을 진정으로 대하고 대접하면 꼬인 일이 잘 풀리리라.
•81년생 : 애정은 두터워지나 친구간에 갈등이 남아 마음을 괴롭힌다.
•69년생 : 문서 잡는 일은 다음이 좋고 계약 건은 오후에 결정되리니 기다 리라.
•57년생 : 등용의 문이 보이니 새로운 자리가 나오나 갈등이 생기리라.
•45년생 : 오래된 상처가 문제가 되듯 미결된 일을 그대로 두면 큰일이 생긴다.
◈ 개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재수의 깃발이 펄럭이나 잘 잡아야 내 것이 되는 것이리라.
•82년생 :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금전 운 또한 따라온다.
•70년생 : 설득력을 강하게 작용시킬 운세라 말로 많은 이익을 쌓으리라.
•58년생 : 무리 없는 일이라면 과감한 행동을 보일 때니 밀어붙임이 좋으리라.
•46년생 : 어려운 문서 일은 잘되나 서명이나 도장은 조심해야 손해를 안 본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전쟁 중에도 휴식이 있는 것이라 머리도 쉬어야 굴릴 것이 아닌가.
•83년생 : 옴츠려진 가슴을 활짝 열어보는 운이라 나의 날이라 생각하라.
•71년생 : 횡재수가 아니면 좋은 의복이 생기는 운이라 나가봄이 좋을 것이다.
•59년생 : 금전 운이 좋아지니 모든 일이 풀려져 나가나 몸 상함을 조심하라.
•47년생 : 동방에서 귀인이 손짓하니 얻을 것이 있으면 동쪽으로 향하라.
버려진 물건을 재사용(reuse)하고 재활용(recycle)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 불리며 다양한 소품은 물론 예술작품으로까지 승화하고 있다. 환경과 더불어 일상까지 아름답게 가꿔줄 업사이클 아이디어를 담아봤다.
사진 및 자료 제공 알에이치코리아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 리빙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UP!
와인 코르크마개 욕실 매트
코르크는 폭신하고 작은 구멍이 많아 물을 잘 흡수하면서도 곰팡이가 피지 않아 막 씻은 발을 올려놓기에 좋은 재료다. 그렇다고 매트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와인을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와인 바나 레스토랑 주인에게 코르크마개를 모아 달라고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준비물] 와인 코르크마개 500여 개, 대형 섀도 박스 또는 나무 박스 뚜껑,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
[만드는 방법] 섀도 박스의 앞 유리를 뺀 뒤 박스 안쪽에 코르크 소재의 선반 라이너를 깐다. 와인 코르크마개를 세워놓았을 때 코르크마개 높이가 섀도 박스 높이와 같아지도록 높이를 확인해가며 여러 겹을 더한다. 섀도 박스에 코르크마개를 최대한 많이 채워 빈틈이 없도록 하되, 너무 많이 밀어 넣지 않는다.
럭셔리 금박 접시 장식
해외 편집숍이나 소매점 등에서 금을 테마로 한 도자기 접시를 진열해놓은 걸 본 적 있을 것이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좋지만, 실제 비싼 그릇에 도금까지 되어 있다면 가격이 상당하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업사이클 아이디어가 있다. 저렴하고 얇은 접시를 활용할 수 있다.
[준비물] 사용하지 않는 접시 여러 개, 페인트용 마스킹 테이프, 스프레이 페인트(금색)
[만드는 방법] 접시를 꺼내놓고 금색 페인트를 칠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줄무늬나 지그재그 등 색다른 모양을 시도하면 좋다.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접시를 놓고 금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다.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스킹 테이프를 뗀다.
CD케이스 모자이크 액자
CD는 몇 년 전만 해도 많이 사용했지만, 점차 사용량이 줄고 있다. CD를 보관하는 CD케이스 역시 마찬가지. 버리기 아까워 모아둔 CD케이스가 있다면 허전한 벽면을 채워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공간을 새롭게 꾸며볼 수 있다.
[준비물] 대형 그림, CD케이스 여러 개, 가위, 양면 벨크로 테이프
[만드는 방법] 마음에 드는 대형 그림을 준비한다. 커다랗게 확대한 사진이나 빈티지풍의 낡은 지도, 액자에 넣지 못한 영화 포스터 등도 괜찮다. CD 케이스 안쪽에 인쇄된 재킷 커버를 꺼내 준비한 그림에 대고 커버 크기대로 오려낸 뒤 각각의 케이스에 집어넣는다. 양면 벨크로 테이프로 그림을 넣은 케이스를 하나씩 벽에 붙인다. 꼭 그림 전체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군데군데 빼서 걸어도 독특하고 추상적인 작품이 된다.
블링블링 병뚜껑 테이블
유리병이나 소스병 등에서 나온 뚜껑을 모아 이색적인 질감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한 종류만으로 통일감을 살려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뚜껑으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도전해도 좋다.
[준비물] 철제 격자 테이블, 깨끗한 병뚜껑(테이블 상판을 채울 만큼), 리퀴드 네일 접착제
[만드는 방법] 병뚜껑을 철제 격자 테이블 윗면에 쭉 깔아 원하는 모양으로 맞춘다. 뚜껑 하나하나에 리퀴드 네일 접착제를 발라 테이블에 붙인 뒤 잘 말린다.
❚ 활용 만점 생활 소품으로 UP!
캐시미어 스웨터를 활용한 다용도 커버
비싸게 산 고급 캐시미어 스웨터에 구멍이 났을 경우 버리기엔 너무나 아깝다.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상태라면 생활소품에 입힐 수 있는 다양한 커버로 탈바꿈시켜보자.
[준비물] 터틀넥 캐시미어 스웨터, 가위, 안전핀, 글루 건과 글루 스틱, 직물용 풀, 안대
[만드는 방법] 소맷부리는 잘라서 테이크아웃 커피잔 등에 끼우는 슬리브로 쓴다. 터틀넥 스웨터 윗부분은 3분의 1만 잘라 뜨거운 물주머니를 감싸는 보온 커버로 사용한다. 스웨터 자투리로는 안대 커버를 만든다. 안대 모양대로 옷감을 자른 뒤 끈을 달아 사용하면 포근하고 따뜻한 촉감을 더할 수 있다.
된장 용기로 만든 티슈박스
시중에서 판매하는 된장, 고추장, 쌈장 플라스틱 용기로 티슈박스를 만들 수 있다. 큰 것은 집에서 쓰는 대용량 티슈박스로, 작은 것은 여행용이나 휴대용 티슈박스로 활용한다.
[준비물] 플라스틱 된장 용기,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폼 브러시, 반짝이, 폴리우레탄 스프레이
[만드는 방법] 표백제로 된장 용기를 깨끗이 씻고 탈취까지 한 뒤 완전히 말린다. 뚜껑 윗부분에 휴지를 뽑을 구멍을 낸다. 각 면에 오공본드를 넉넉히 바르고 전체적으로 반짝이를 뿌린다(반짝이 대신 예쁜 접착시트를 붙여도 좋다). 하룻밤 잘 말린 뒤 폴리우레탄 스프레이를 몇 겹 뿌려 반짝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다 마르면 용기 안에 티슈를 넣는다.
책으로 만든 빈티지 종이 장식 꽃병
안 보는 책은 필요한 곳에 기증하거나 폐지로 재활용해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리사이클을 시도해보면 좋다. 종이 장식 꽃병도 그중 한 예다.
[준비물] 하드커버 책, 황색 서류철, 가위, 연필, 아트나이프, 오공본드
[만드는 방법] 황색 서류철을 접힌 부분 없이 평평한 쪽이 생기도록 반으로 자른다. 그 한쪽을 펼친 책 위에 두고, 책 크기에 맞춰 서류철의 위·아랫부분을 잘라낸다. 서류철에 연필로 꽃병 윤곽을 그린 뒤 가위로 오린다. 오린 모양을 반으로 자르고 그것을 본으로 해 책 안쪽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잘라낸다. 전부 오리면 하드커버를 뗀다. 처음과 마지막 페이지가 서로 만나게 접어 입체적인 꽃병 모양이 되게 하고, 위치를 잘 맞춰 오공본드로 붙인다.
❚ 손주와 함께하는 장난감으로 UP!
아이용 크레용 립스틱
아이들은 어른이 바르는 립스틱에 호기심을 갖곤 한다. 립스틱 케이스를 활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레용으로 업그레이드해보자. 자투리 크레용을 모아 두면 한 번에 녹여 사용할 수 있다.
[준비물] 오래된 크레용, 빈 립스틱 케이스, 파이렉스 용기, 이중 냄비
[만드는 방법] 오래된 크레용을 파이렉스 용기에 담아 물이 끓는 냄비 위에 올려 중탕으로 녹인다. 빈 립스틱 케이스를 깨끗이 닦은 뒤 녹인 크레용을 붓고 식힌다. 완전히 굳으면 크레용 립스틱을 돌려 나오게 한 뒤 사용한다.
커피잔 슬리브로 만든 왕관
일회용 커피잔만큼이나 마구 사용되고 버려지는 슬리브. 한번 쓰고 버리기 아까운 슬리브를 모아 아이들을 위한 왕관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준비물] 종이 소재의 슬리브, 오공본드, 가위, 장식품(반짝이, 비즈, 스티커, 페인트 등)
[만드는 방법] 가위로 슬리브 윗부분을 왕관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자른 뒤 장식품을 붙이면 장식용 슬리브 왕관이 완성된다. 놀이용으로 머리에 쓸 수 있는 왕관을 만들려면 슬리브 여러 개를 세로로 자른 뒤 머리에 맞춰 오공본드로 연결하면 된다. 아이와 함께 상상력을 더해 멋지고 예쁘게 왕관을 꾸며보자.
휴지심 인형과 우유갑 장난감
흔히 쓰는 생필품에서 나오는 휴지심과 우유갑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돈도 아끼고 만드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준비물] 휴지심, 우유갑, 병뚜껑 등 기타 재활용품, 가위, 풀, 색종이 및 다양한 꾸미기 소품
[만드는 방법] 휴지심에 색종이를 감싼 뒤 원하는 재료로 눈, 코, 입 등을 꾸며 인형을 만든다. 우유갑에 그림을 그려 건물처럼 만들거나 병뚜껑을 바퀴로 달아 자동차도 만든다. 건물과 자동차로 배경을 꾸미고 휴지심에 손을 끼워 인형극 놀이를 해도 좋다.
나이 들면 단풍놀이 꼭 간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시간이 없어 먼 곳으로는 가지 못하고 낙엽이 떨어지기 전, 부랴부랴 서울 근처 유명 단풍숲을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지난해에도 주말에 예약을 하지 못해 실패했던 ‘화담숲’. 역시나 올해도 주말엔 예약이 꽉 차 있어 주중에 시간을 내기로 하고 예약을 마쳤다.
화담숲에는 평일에도 단풍놀이하러 온 사람이 넘쳤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쓰고 다니면서도 단풍놀이하러 가는 국민들, '참 대단하다.'
하여간 지난해 예약 실패 후, 올해 벼르고 별러서 가본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운영한다. 이 재단이 지구의 기후환경 개선을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일들 중 ‘화담숲’ 조성 운영도 들어가 있다. 기업 오너의 취미였던 분재와 수석들이 숲 곳곳에 조성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품격 있는 취미를 즐기다가 대중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오픈한 대기업 오너는 참 괜찮은 인생을 살았던 듯싶어 부러워진다.
단풍은 하늘에서 봐야 제맛이란 생각에 모노레일을 타기로 했다. 높은 곳에서 단풍을 내려다보니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아름다운 자연의 색에 마음이 푹 안기며 평화로워진다. 다음번 방문에는 모노레일을 타지 말고 천천히 트레일 코스를 따라 산책해보리라 다짐해본다.
낙엽이 떨어지고 곧 겨울이 몰아닥칠 기세다. 올해도 마지막까지 별 탈 없이 즐겁게 지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 언제나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데, 화담숲에서 책을 읽다 한 구절, 마음에 훅 들어오는 구절이 있어 갈무리한다. “인간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어른이 된다.”
단풍 들 때가 더 유난히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화담숲을 마음껏 감상했다. 가을이 후딱 지나가기 전에 함께 눈요기라도 하기 위해 사진을 올려본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06년 4월 조성 승인을 받아 정식 개원은 2013년에 했다. 17개의 테마원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 식물 4000여 종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LG상록재단 측은 관람시설이기 이전에 멸종위기 동식물을 복원해 자연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한 현장 연구시설이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히 멋진 풍경을 위해서 다양한 나무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생물자원 보호 차원에서 국내 최다 종을 수집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화담숲이 다른 수목원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정원이라는 데 있다. 다양한 형태로 줄기가 굽이굽이 뻗어나간 소나무와 단풍나무의 조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담숲만의 가을 풍경이다. 또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단풍나무를 보유한 숲으로도 유명하다. 화담숲의 가을이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것은 이 때문이다.
1920년대 태어난 90대 할머니와 2020년을 사는 20대 손녀.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다다서재)는 치매 할머니의 삶의 마지막 과정을 기록한 동시에, 한 세기를 용감하게 살아낸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린다. 할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 시대 여성의 역사를 더듬고 자신의 삶을 다듬어간 저자 윤이재(27)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취업준비생이 되어 집에 갔을 때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상태셨어요. 그 전까지는 가족, 조부모에게 특별히 관심 있지는 않았죠. 할머니가 몇 년생인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할머니와 종일 있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들었는데 전처럼 흘려듣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내 할머니가 아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시대를 거쳐 현재를 사는 한 명의 사람, 국민, 여성으로 보이더군요. 저는 할머니가 살던 시대를 교과서에서 배웠고, 그 내용을 달달 암기해 수능을 봤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할머니의 입으로 들으니 새삼 충격적이었죠. 역사 속 위인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살아낸 범인(凡人)이 바로 내 할머니구나. 근데 그런 이야기가 할머니의 기억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스스로에게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1920년도에 태어난 할머니와 1990년도에 태어난 제가 겪은 일을 엮은 책이죠.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제 이야기이기도 해요. 할머니가 살던 세상과 제가 사는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 전에는 소위 ‘세대차이’라는 어른들의 생각 차이를 터부시하고 넘어갔었어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쓰면서, 가족과 더 많이 대화하면서 그 시대를, 할머니와 부모님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특히 할머니, 엄마라는 역할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 보게 됐죠. 동시에 그 분들이 살아온 사회 구조와 편견, 차별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비로소 알게 됐어요. 그것이 다른 형태로 대물림 되고 반복된다는 사실도요.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을 고민할지 성찰할 기회이기도 했죠. 책을 쓰던 중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완성하는 게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다 쓰고 나니 20대 중반에 꼭 해야 할 일을 해낸 느낌이에요. 이런 시절이 주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할머니와 함께한 2년 동안 틈틈이 글감을 마련해온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 글을 남기기 시작했나요?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영상을 많이 촬영했어요. 혹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그리울까봐, 움직이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볼까 싶어서... 그러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소스를 모았죠. 동시에 하나의 주제가 될 만한 것들은 글로 남기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영상보다 글로 남기는 게 빠르겠다 싶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모아놓은 글감에 영상으로 찍어둔 할머니와의 대화로 살을 붙여 글을 작성했어요.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가 다다서재에서 출간 제안을 해와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Q. 할머니께서는 글을 못 배우신 것이 한이셨죠. 손주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면 굉장히 뿌듯해하실 것 같은데요. 할머니께서 책이 나온 걸 아셨다면 뭐라 말씀하셨을까요?
사실 저도 궁금하기는 해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할머니는 가끔 제 생각과 다른 말씀을 많이 하셔서 감히 예상해 보기도 어렵네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제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은 이정도 인 것 같습니다. “나? 내 얘기를 글로 썼다고? 그런 걸 누가 궁금해 한다고 글로 쓰냐? 그때는 다 그랬다!” “우리 애기가 책을 썼어? 대견하다 대견해!”
Q. 제목에서도 그러하듯, 할머니를 ‘슈퍼우먼’이라 비유했습니다. 내 가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본 할머니는 어떤 분인가요?
참 ‘사람’다운 분이셨어요. 할머니는 글도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명하게 알고 행동하셨다고 해요. 할머니는 도덕성, 이타심, 배려심, 인간으로서의 도리 같은 것들을 평생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셨어요. 지금 우리는 할머니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지식수준은 더 높을지언정 정작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치는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어리고 철없을 때는 많이 배우지 않아서, 부유하지 않아서,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조부모님이 조금은 부끄럽고 원망스럽기도 했는데요. 돌아보니 사실은 더 중요한 것들을 제게 남겨주신 것 같아요. 할머니에게는 언어가 없었지만 언어보다 더 강력하고 의미 있는 행동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존경스럽습니다.
Q. 슈퍼우먼이었던 할머니께서 무기력해지신 모습을 보고 ‘마음의 은퇴보다 몸의 은퇴가 먼저 찾아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곁에서 보는 심정은 어땠나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마음의 은퇴를 하고 싶어도 하실 수 없는 세상에서 사신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여러모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Q. 책에서 할머니를 위한 취미를 찾던 중 ‘소소한 현재의 습관과 취미가 훗날 노인이 된 나를 살아가게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바뀐 일상이 있다면요?
취미 자체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취미도 할머니의 농사처럼 나이 듦에 따라 할 수 없을 수도 있고요. 앞으로 세상에 또 얼마나 재미있는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건강한 신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건강한 20대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즐기고 있어요. 동시에 새로운 취미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후보로는 주짓수, 드럼, 베이스기타 배우기가 있어요. 하고 싶은 취미와 그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기에 하나씩 해볼 예정입니다.
Q. 할머니가 건강하실 때 이야기를 많이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와 다시 시간을 보낸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먼저 “학교가자 할머니!”일 것 같아요. 할머니가 기억을 잊어가면서도 습관처럼 말씀하시던 게 글을 배우지 못해 원통하다였거든요. 그 한을 꼭 풀어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는 ‘글도 모르는 시골 노인네’가 아닌 할머니 스스로 인생에 자긍심을 가지도록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고요. 세 번째 할머니의 욕망을 찾아드리겠어요. 할머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할머니의 취향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의 어머니로서의 욕망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욕심 부리고 성취할 수 있게 도와드렸음 해요. 마지막으로는 할머니의 죄책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미안해 하셨는데 함께하며 저는 얻은 게 정말 많거든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제 욕심인데, 할머니가 직접 말한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박막례 할머니처럼 유튜브를 할 수도 있고요. 책이 될 수도 있고요.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고요. 할머니의 고유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더 섬세하게 꺼내고 다듬어젊은 사람들의 시선에 맞춘 의미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이제 할 수는 없지만요.
Q. ‘효녀’라는 말이 칭찬이지만, 때론 그것이 의무감으로 다가와 부담을 느끼기도 했죠. 다른 가족도 있었는데, 유독 자신이 할머니께 마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상황이었죠.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아주 우연히도 함께 살았던 손녀딸이 직업이 없었던 것이죠. 제가 특별히 착하거나 할머니와의 애정도가 다른 형제보다 더 커서라고 보긴 어려워요. 다른 형제들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했을 거예요. 제 또래들은 조부모님과 사는 친구들이 거의 없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그런지 거부감은 없었어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항상 할머니와 살았고, 집에 늘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런 할머니가 조금 아프셨던 거죠. 다만 조금 용감하긴 했어요. 처음에는 치매 노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떻게 사람이 늙고 죽어 가는지 몰랐기에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밥만 차려드리면 되는 줄 알았어요.
Q. 그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노인의 삶을 가까이 하며 힘든 점도 있지만, 어떤 인생의 깨달음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땠나요?
감히 인생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기에는 부끄럽고요.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는 했어요. 알고는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우리에게는 모두 끝이 있다”라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삶의 활력이 가장 충만한 시기에 끝을 생각하면서 지금 제게 주어진 일상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어요. 지금의 삶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어떤 결정을 할 때 효율이나 성공 가능성 보다는 ‘후회를 덜 할 것 같은’ 것을 기준으로 선택해요.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고요. 조금 진부하지만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Q. 할머니를 지켜드리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요. 자신을 지키고 돌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했나요?
그 당시에는 엄마도 저도 방법을 찾지 못했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어요. 그래도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는데, 길게 계셔도 4-5시간이거든요. 그 외 시간은 가족의 손길이 필요했죠. 다행이었던 것은 할머니가 자식이 많고 가까이 산다는 거죠. 고모들도 종종 오셔서 돌봄을 나누셨어요.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가족은 특이한 케이스였어요. 동시에 대가족이 아닌 지금의 가족형태에서 돌봄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방식이 될 지 상상이 안 돼서 두려워요. 치매는 정말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가정에서 개인들이 오로지 감당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니까요. 만약 경제활동을 하는 구성원밖에 없으면 요양시설에 가거나, 누군가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전담하는 상황이겠죠.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더 섬세하게 고민하고 보완해야겠다 싶어요.
Q. 할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달라지고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요?
조금 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너무나 생생하게 지켜봤어요. 근육이 사라지고 쪼글해진 살이 뼈에 간신히 붙어 있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고, 걷지 못하고, 말을 못하고, 누워만 있는 말 그대로 육체적인 노화의 과정이요. 그 과정을 지켜보고 할머니의 장례식까지 치르면서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워 외면하고 살았던 부모님의 죽음과 저의 죽음을 상상했어요. 그 상상이 너무나 뻔하고 진부하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죽음’을 말하는 것을 얼마나 터부시 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다양성이 얼마나 허용되지 않는지 새삼 느꼈어요. 죽음을 고민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과정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을 때 단언컨대 저는 “No”거든요. 그런 부분에서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 명쾌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고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아쉽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는 못하셨습니다. 인터뷰로나마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할머니 정말 고맙고 사랑해.”
Q. 끝으로, 치매 가족을 둔 분들, 또는 자신처럼 치매 조부모를 둔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할머니를 돌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위로가 “언젠가 복 받을 거야”라는 말이었는데요. 그 말만큼 공허하고 듣기 싫은 말이 없더라고요. 물론 말의 선한 의도는 알지만 사실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는 눈앞에 환자가 있고, 무언가 기대를 하면서 돌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눈앞에 환자에게 충실한 거였거든요. 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지켜드리는 것뿐이었어요. 각자의 사정과 환경이 있는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있을까 싶은데요. 그저 정말 수고가 많고 고생이 많으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가족도 그랬지만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계시는 것일 테니까요.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기억을 잊어가는 가족을 보는지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가족으로서 이해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아이가 잘못했을 때 매를 들지 않는 훈육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왔다. 잠깐 당황했다. 오늘의 시니어 세대는 체벌을 당하면서 성장 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벌은 신체적 고통이 있는 체벌이 가장 간편하고 확실하다고 믿어왔다. 부모의 기분에 따라 체벌의 종류나 강도가 들쭉날쭉하기보다는 “거짓말하면 손바닥 몇 대를 맞는다”라고 정해놓은 집이 민주화된 좋은 집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훈육 체벌은 당연했다.
“내 새끼 내가 때리는데 무슨 참견이야!” 하는 부모의 ‘자녀징계권이’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었고 법률적으로도 보호받고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1958년 민법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된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왔다. 그만큼 부모라는 지위는 아이에게는 거의 절대적 존재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매에 저항할 수 없는 성장기에 아이들이 매를 맞게 되면 아픔의 공포가 트라우마로 남는다. 매 맞는 아이는 기가 죽어 어깨가 축 처져 있다. 혹시 대답을 잘못하면 손찌검이 날아올까봐 발표력이 저하되고 눈치를 보게 되고 말을 더듬는다.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면 육체적인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매 맞으며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면 또 매를 들게 된다. 즉 매의 대물림이 지속된다.
문제는 아동학대가 주로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전체 피해 건수 중 75.6%(2만2700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행위가 발생한 장소 역시 피해 아동의 거주지가 79.5%(2만3883건)로 가장 많았다.
과거 대가족 시대는 부모의 매를 감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었고 동네 어른들도 감시하고 참견도 했다. 현대의 핵가족 시대는 부모로부터 매 맞는 아이를 보호해줄 아무런 방패막이가 없다. 통계에서도 아동학대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3만45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 2만2367건으로 첫 2만 건을 기록한 지 2년 만에 3만 건을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가정 내 체벌에 익숙해져 있던 세대의 부모가 체벌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러 단체들과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력으로 부모의 ‘자녀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부터 자녀 체벌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아동학대 예방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이 확실하지만 매를 들지 않는 자녀 훈육 방법에 대한 부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체벌 없이도 아이들이 자기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훈육 방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구체적 사례집이 빨리 발간되었으면 한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에 들렀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의 변화는 놀라웠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 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집 앞 화단을 단장한다. 마을은 나날이 예뻐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기대된다.
탄광촌 고한읍의 흥망성쇠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뒤 강원도 정선 고한역에 정차했다. 고한역은 고한읍내의 꽤 높은 언덕에 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고한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가 해발 700m'라 쓰여 있다.
고한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다. 1950년대에는 화전민이 모여 살던 산촌이었다. 1960년대 고한읍과 사북읍에 탄광 개발이 시작되자 탄광촌이 되었다.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왔다. 지역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1980년대 이후 석유와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석탄 산업은 쇠락했다. 결국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강원도의 탄광이 대부분 폐광됐다.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한읍에 내국인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설립했다. 하이원리조트도 건설했다. 경제 부활을 꿈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한읍에 빈집이 점점 늘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고한18리가 가장 열악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고한시장에서 광고기획사 하늘기획을 운영하던 김진용 씨는 낙후된 고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10월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고한18리 골목의 빈집을 고쳐 사무실을 옮겼다. 얼마 뒤 맞은편 폐가에 공유 오피스 공간인 이음플랫폼이 입주했다. 두 빈집이 번듯하게 바뀌자 주민들도 희망을 품었다.
유영자 신임 이장과 김진용 씨가 주축이 되어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공감대를 쌓아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담장을 헐고, 골목 안 쓰레기와 폐전선을 치우고, 화단을 가꾸어 집 앞을 단장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간 재생사업에 참여해 관의 인적·경제적 지원을 받아냈다. 칙칙한 건물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했다. 집주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 집에는 원색을 칠하고, 1층만 칠하길 원하는 집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지역 예술가는 담벼락에 소녀, 고양이, 꽃 등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부녀회에서는 리스, 편지꽂이, 화분대, 벽걸이 등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을 장식했다.
마을호텔 18번가 탄생 스토리
골목은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전문가들과 많이 고민한 끝에 ‘마을호텔’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호텔은 한 빌딩 안에 객실, 레스토랑, 카페, 리셉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마을 호텔은 골목 상점이 그것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골목 안에 음식점, 카페, 사진관, 세탁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있는 고한18리의 장점을 살릴 방법이었다.
올해 4월 주민과 골목 상점 11곳이 합심해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조합명은 가장 잘하고 좋아한다는 뜻을 지닌 ‘18’과 거리를 뜻하는 ‘번가’를 합쳐 만들었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한우식당을 개조해 5월에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를 개장했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호텔 로비, 골목 입구 마을회관은 호텔 세미나룸, 카페 수작은 호텔 라운지, 국일반점·구공탄구이·누리한우촌은 호텔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 상점 주인은 모두 호텔리어인 셈이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 총무 김진용 씨는 “18번가는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골목 상점을 활용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을 이장님이 호텔 지배인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의 관리자는 유영자 이장이다. 명함에 ‘지배인 유영자’라 씌어 있다. 유 이장은 협동조합 일로 바쁜 중에도 호텔 설립 과정과 소개를 열심히 한다. “호텔 안을 장식한 조화 작품들은 주민들이 공예 작가에게 배워서 만든 LED 야생화예요. 함백산에서 매년 야생화 축제를 해요. 그 행사와 연계해 야생화를 테마로 잡았죠. 이 호텔이 제법 알려져 주말에는 빈 객실이 없어요. 이익은 주민들이 함께 나눠요.
”
마을호텔 18번가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절충해놓은 분위기다. 한실과 양실 더블룸(2인실) 각각 1개, 트윈룸(3인실) 1개로 구성돼 있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조식으로 제공한다. 숙박료는 9만~15만 원이다. 숙박 손님에게는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의 협력업체 10% 할인 쿠폰을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려 50%를 할인해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LED 야생화 만들기와 다육아트 등 고한읍의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바로 옆 카페 수작에 들렀다. 골목은 한산한데 손님이 많다.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흑임자라떼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에서 만든 소소한 공예품을 구경한다. 흑임자와 커피의 조화는 그럴싸하다. 커피 향보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강한 편이다. 차를 마신 뒤 본격적으로 골목 산책에 나섰다.
사계절 꽃 피는 고한 18번가
우선 마을호텔 18번가 앞 꽃마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을 깨알처럼 장식해놓은 벽화, 조형물, 화분을 감상한다. 골목에서 꽃이 가장 많은 곳은 권 씨 할머니 집이다. 담벼락에 꽃이 가득하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장사를 그만뒀어요. 이렇게 꽃을 가꾸니까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보람도 있어요. 매일 한두 시간씩 꽃을 돌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해요”
소녀 같은 권 씨 할머니다.
겨울이 오면 골목에서 꽃들이 사라진다. 골목이 썰렁해질까봐, 주민들은 한 잎 한 잎 공들여 만든 LED 야생화 화분을 화단에 설치한다. 낮에도 환히 빛나는 야생화 덕분에 이 마을을 지날 때 춥지 않을 것 같다.
18번가 골목을 빠져나오면 고한시장이 코앞이다. 시장 입구와 천장을 갱도처럼 꾸며놨다. 출입구에는 ‘갱도1’, ‘갱도2’라고 써놓았다. 시장 안 기둥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이 서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시장 내 ‘피고지고 다시 피고’ 카페에서 장미, 마리골드 꽃물과 꽃가루로 만든 꽃빵(머핀)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숯빵(파운드케이크)을 판다. 3개 세트가 5000원이다.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라 호감이 간다. 촉촉하고 달달해 커피에 곁들이기 딱 좋다.
주변 명소&맛집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모르며 ‘심심초’라며 피우던 우리 선조들 시대에는 곰방대의 길이가 신분을 말해줬다. 방 안에서도 피우고 심지어는 *간난아이가 있는 단칸방에서도 피웠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담배의 해악을 잘 몰라 용감했던 시절이다.
이제는 담배의 해악이 대부분 밝혀졌다. 흡연자가 없어질 만도 한데 아직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남녀 각각의 흡연율은 16.2%와 5.2%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다. 성인들 수치로만 보면 20%를 훌쩍 넘는다. 성인 남자 5명이 있으면 이 중 한 명은 흡연을 한다는 얘기다. 여성 흡연자도 1.1%나 된다. 무엇보다 임신을 해야 할 귀한 몸으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안타까움이 더하다.
흡연은 흡연자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흡연자 옆에 있으면 알게 모르게 간접흡연의 위험도 있고 담배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치료에 공동자산인 의료보험료가 지불된다.
정부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담배 포장지에 경고성 그림을 넣고 담뱃값을 대폭 올렸다. 또 건물을 통째로 비흡연 건물로 지정해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했다. 공원은 물론이고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 공중이 모이는 곳은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법을 강화했다.
흡연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연을 유도하는 유인정책도 다양하다. 보건소에서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돕는 여러 가지 지원도 있다. 예를 들어 암보험에 가입할 때 금연자는 평균 7% 정도 비용을 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연자가 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 왜! 담배를 끊지 못하는가! 담배에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제조회사에서는 담배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설탕, 코코아 같은 첨가물을 사용하고 촉촉한 습기를 머금게 하기 위해 글리세린도 첨가한다. 이런 것들이 담배 맛(향끽미라고 함)을 좋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강한 중독성을 불러와 쉽게 끊지 못하게 한다.
담배는 처음 유혹에 빠질 때 조심해야 한다. 어른들이 피우는 걸 보고 호기심으로 흉내를 내다가 점차 중독되어간다. 젊은 시절에는 담배나 술을 과하게 먹어도 신체가 건강해 잘 이겨낸다. 그래서 위험성을 잘 모르고 지낸다. 담배 연기 속에는 4000여 가지의 화학적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중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가 대표적이다, 이런 나쁜 물질이 혈관을 막히게 하고,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각종 암의 원인이 된다. 또한 심장마비, 당뇨, 발기부전, 피부노화, 실명 등의 발병 위험도 높인다. 담배를 피운다면 반드시 실손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는 게 굳어진 정설이다.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흡연 예방은 사춘기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 멋있어 보여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흡연이나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 등 담배에 손을 대기 전에 담배의 해악이 머릿속 깊이 각인되도록 금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담배의 해악을 알 수 있는 정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담배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점도 알려줘야 한다. 또 담배를 끊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게 해줘야 한다. 이러한 교육이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흡연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 Exhibition
◇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
일정 10월 24일까지 장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광고나 홍보를 위해 사용된 미술 포스터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전시기간이 지나고 나면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지만, 포스터가 지닌 예술·기록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했다. 전시작은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입수해 소장하거나 기증받은 것으로, 총 1000여 점의 포스터 중 미술사적 의의가 큰 작품 60여 장을 선별했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시대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진 포스터의 발전 과정과 이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정 12월 19일까지 장소 스페이스 씨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자 한민족 정서 깊은 곳에 자리하는 존재, 호랑이의 상징성을 유물과 회화, 설치 작품 등으로 살펴본다. 액운을 물리친다고 알려진 호랑이 발톱 노리개부터 조선시대 무관의 의복을 장식한 호랑이 문양 흉배 등 특유의 용맹성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전시한다. 더불어 도상의 전통적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잃어버린 호랑이를 찾아서’ 등 현대적 관점이 담긴 동시대 작가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호랑이 기운을 얻어 힘을 내길 바란다는 관장의 소망이 담겼다.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일정 10월 8일~2021년 2월 7일 장소 롯데뮤지엄
‘그라피티의 제왕’이라 불린 흑인 낙서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 기획전으로 바스키아가 남긴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대표작 150여 점과 팝아트계의 거장 앤디 워홀과 협업한 작품도 선보인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미국 뉴욕 화단에 작품을 공개하며 이름을 알렸고, 2년 뒤 첫 개인전을 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미술뿐 아니라 음악, 패션 등 여러 영역에서 해석되고 있다.
◇1978, 우리 가족의 라디오
일정 11월 15일까지 장소 서울생활사박물관
1978년 서울에 사는 가상 캐릭터 영희의 집을 재현해 당시 유행하던 라디오 문화를 되짚어본다. 택시 운전사인 영희 아버지의 카 라디오부터 오빠의 휴대용 라디오, 영희의 카세트 라디오까지 다양한 추억의 라디오와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을 조명한다. 영희의 방에서는 197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했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라디오인 금성 A-501과 1960년대 라디오 편성표 등 라디오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 Movie
◇돌멩이
개봉 9월 3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정식 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등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청년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미생’의 김 대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대명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실제로 김대명은 8세 지능을 가진 어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빌런’으로 종종 등장했던 배우 김의성은 석구의 보호자인 노신부 역을 맡아 인자한 매력을 선보인다. 2017년 한 배우 오디션에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로 합격한 신예 배우 전채은의 활약 또한 주목된다.
◇테슬라
개봉 10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출연 에단 호크, 이브 휴슨 등
교류 전류 전송 장치를 비롯해 라디오, 무선 원격 조종 기술, 리모컨 등 유용한 발명품을 만들어 오늘날 천재 과학자로 평가받는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조명한다. 테슬라의 라이벌이자 상사였던 토머스 에디슨과 결별한 뒤 자본가 J.P. 모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커런트 워’가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오로지 테슬라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에서 네 차례나 상을 거머쥔 마이클 알메레이다가 맡아 과학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감각적 비주얼을 연출했다.
◇언힌지드
개봉 10월 예정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데릭 보트 출연 러셀 크로우, 카렌 피스토리우스, 가브리엘 베이트먼, 지미 심슨 등
도로 위에서 크게 울린 경적 때문에 분노가 폭발한 한 남자가 복수를 하기 위해 운전자를 뒤쫓는 내용으로, 현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 ‘레미제라블’, ‘노아’ 등에서 활약한 배우 러셀 크로우가 필모그래피 사상 최악의 악역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러셀 크로우의 살기 가득한 눈빛 연기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이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북미 개봉 당시 셧다운 이후 극장가에 처음 선보인 영화로, 북미 및 해외 7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코로나19를 날려버릴 최고의 스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Book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북하우스)
김재환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촬영하며 3년간 느낀 점을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문해학교에 다니며 한글 공부를 하고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는 등 배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칠곡 할머니들의 노년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칠곡 할머니들이 직접 쓴 순수하고 담백한 시도 함께 실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최윤 외 공저·생각정거장)
올해 한국문학을 빛낸 단편소설을 엄선한 작품집이다. 총 여섯 작품이 수록됐으며 대상작은 최윤의 ‘소유의 문법’.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수상작 외 최윤의 자선작 ‘손수건’과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 장은진의 자선작 ‘가벼운 점심’도 함께 수록됐다.
◇척추·관절 되살리는 자생력 스트레칭 (이진호 저·비타북스)
자생한방병원이 집필한 척추·관절 종합 건강서다. 척추·관절에 통증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리고 뻐근한 목, 묵직한 허리 등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부위별 스트레칭 55가지와 질환별 스트레칭 45가지를 담았다. 스트레칭 전후 지압하면 효과를 높여주는 혈자리도 소개한다.
◇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저·창비)
코로나19로 ‘혼술’,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한 도서. 한주 전문가 백웅재가 양조장의 메카 홍천, 충주, 문경 등 전국 각지의 특색 있는 양조장 20여 곳을 소개한다. 한주 관련 산업에 종사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주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길 (박노해 저 ·느린걸음)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 이은 박노해 시인의 세 번째 사진 에세이. 20여 년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으며 직접 담은 37점의 흑백 사진을 실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등 길 위의 다양한 풍경을 소개하며 ‘나만의 길’을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 Stage
◇오만과 편견
일정 9월 19일~11월 29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박소영 출연 김지현, 정운선, 홍우진 등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연애소설을 2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18세기 영국,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와 ‘다아시’가 조용한 시골 마을로 와 베넷 부부의 다섯 딸을 만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방식의 각색본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연극 ‘오만과 편견’은 단 두 명의 배우가 21개 캐릭터를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퇴장과 무대의 이동 없이 의상과 소품만으로 캐릭터를 전환하는 것도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감성에 극적인 매력이 더해져 고전 특유의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로맨틱한 서사를 한층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머더발라드
일정 8월 11일~10월 2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김은영 출연 김재범, 김소향, 이건명 등
욕망을 향해 가는 세 남녀의 비틀린 사랑을 대담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뮤지컬판 ‘부부의 세계’다. 결혼 후, 무료한 일상에 지친 ‘세라’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편 ‘마이클’, 한때 불같이 사랑했던 옛 연인 ‘탐’과의 엇갈린 관계를 그려낸다.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록 음악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시너지를 이뤄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송스루 뮤지컬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들
일정 9월 15일~11월 22일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민새롬 출연 이석준, 이주승, 정수영 등
프랑스 유명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자 최신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이혼한 부모와 그 사이에 놓인 아들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가족 간 발생하는 불편한 상황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집안의 가장, 직장의 리더, 사회의 어른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는 중장년 세대.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장작 삼아 불태우고 희생하며 소진하는 삶을 살았다. 문득 ‘나의 행복’을 저만치 두고 왔음을 깨닫지만, 체력도 의욕도 사라진 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꺼져버린 불씨, 과연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소진증후군, 연소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증후군’(이하 ‘번아웃’). 소위 ‘하얗게 불태웠다’라는 말처럼, 무언가에 과도하게 몰두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최근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많이 언급됐지만, 중장년 역시 못지않게 겪는 증상이다. 젊은이의 경우 꿈과 야망을 향한 의욕이 강하고,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번아웃을 겪더라도 쉽게 회복되지만, 시니어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증상이 계속되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동반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극단적 시도까지 하게 된다.
‘관계 번아웃’도 함께 다스려야
# 50대 커리어우먼 A 씨. 회사, 집 어디서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녀. 주변 사람까지 살뜰히 챙기며 여러 모임의 리더까지 맡고 있다. 어느덧 갱년기가 찾아왔지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친구 중에서도 진정 자신을 위로해줄 한 사람이 없음을 문득 깨닫는다.
맞벌이 여성도 번아웃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중년의 경우 갱년기와 맞물린다면 더욱 심각한 증상을 호소한다. 몸도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한데 회사는 회사대로, 집은 집대로 일만 가득하고 자신만의 쉼터가 없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계속 누적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쉴 공간을 찾기 힘들다면, ‘수다’가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고충을 들어줄 이가 없다면? 일로 인한 번아웃과 더불어 관계 번아웃까지 함께 겪을 수 있다. 사회활동을 왕성히 하는 중장년인데도 의외로 관계 번아웃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산발적인 만남보다는 나름 ‘인맥구조도’ 등을 만들어 관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령 ‘보험하면 이 친구지!’라는 식으로, 특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을 비상연락망으로 꾸려두는 것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 만날 수 있는 단 한 명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번아웃에 걸린 사람은 “왜 나만 희생해야 해?”, “왜 나만 미친 듯이 일하지?” 하며 ‘나만’이라는 생각에 빠진다. 그럴 때 주변 사람의 어려움과 고충을 들어주며 “너도 그렇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이 어우러지면 심리적으로 한결 안정된다.
“내가 아니어도 괜찮아”라고 여기기
# 50대 사업가 B 씨. 연 매출 1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과거의 사업 실패를 만회하고자 불철주야 일에 매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언덕을 넘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했다. 오르막은 잘 가는데, 내리막 앞에 서면 벼랑 끝에 선 듯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중장년은 조직의 상사이거나 사업체의 수장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고 상당한 시간을 일에 바쳐야 하기 때문에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자신이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라면 번아웃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B 씨의 경우는 가업 승계를 원하는 아들이 있음에도 쉽게 일을 맡기지 못했다. 그러다 번아웃이 찾아왔고, 그 후유증으로 내리막을 걷지 못하는 강박 증세까지 생긴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일을 나누었고, 차차 증세가 호전됐다.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능력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능력치가 10이라면, 7~8 정도만 계획하고 2~3의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자주 야근을 하거나, 집에까지 일을 가져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에서 자신의 업무가 과중하다면 업무 분배 시스템을 제안하고, 사업을 꾸리고 있다면 50대쯤부터는 예비 경영인을 두고 일을 조금씩 줄이는 게 좋다. 늘어난 노후로 일을 놓을 수 없는 요즘 중장년. 박차를 가하기보다 잠시 쉬어감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임을 잊지 말자.
주부도 예외는 아니다
# 60대 주부 C 씨. 아들이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녀와 남편의 뒤치다꺼리, 집안일은 쉴 틈 없이 계속됐다. 어느 날 여자친구가 생긴 아들이 자신을 귀찮아하고 등한시하는 모습에 외로움을 느끼는 그녀다.
번아웃은 직장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가사와 육아에 매진하던 주부들도 번아웃을 느끼며,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엄마가 손을 놓아야 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드물다. 대학, 취업, 결혼, 나중엔 손주 문제까지, 엄마가 할 일은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그런 자녀 뒷바라지로 남편 역시 직장을 놓지 못하니, 내조도 계속된다. 이미 다 소진한 상태인데, 가정에서 요구되는 엄마의 역할을 해내느라 끝내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다 자녀가 반항을 한다거나 이성을 만나는 등 자신에게 소원해지면 우울 증세까지 더해져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주부들의 경우 ‘주말’이나 ‘휴가’ 등의 개념이 모호해 온전한 쉼을 갖기 힘들다. 인위적으로라도 휴가를 정해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를 만들어 나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과 날을 마련하면 좋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시간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즐기고 자신의 행복을 우선으로 다채로운 일상을 꾸려보자.
‘[Tip] 오감을 확장해 불씨를 살려라
번아웃은 어떤 일에 과하게 몰두할 때 생기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이나 행동이 협소해진다. 한 가지 일에 너무 깊게 파고들었다면, 심신을 잠시 흔들어 깨울 필요가 있다. 스트레칭을 하더라도 사무실보다는 바깥으로 나가 시야를 확장한다. 잠시 쉰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청각을 열어주는 것도 좋다. 특히 미각 확장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나 알코올 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이는 결국 건강 문제 등 악순환을 초래한다. 평소 자연식, 건강식 등을 즐기며 미각을 확장해두면 번아웃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