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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뜨겁게 푸를, 팝페라 테너 임형주
- 반짝이는 것은 늙지 않는다. 일을 향한 열정,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반짝이는 이 역시 늙지 않는다. 춘삼월 여린 잎 같던 목소리는 푸르다 못해 영글었고, 소년은 단단한 어른이 되었지만 반짝이는 두 눈은 24년 전과 다르지 않다. 예술과 사람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푸른 청년(靑年)으로 남을 임형주(37)의 이야기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최연소’, 하나 덧댄다면 ‘최초’를 꼽겠다. 2003년 만 17세 나이로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헌정사상 최연소 애국가 독창자가 됐다. 같은 해에 세계 남성 성악가 사상 최연소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데뷔 독창회를 가졌다. 국내 3대 공연장에서 독창회를 여는 대기록은 10년 전에 세웠다. 데뷔 15주년에는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한 독창회를 열면서 세종문화회관의 모든 무대(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에 서본 최초의 음악가가 되었다. 음악가로서 세울 수 있는 기록은 전부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두 살 소년이 상상 못한 숫자들 수집하듯 온갖 기록을 쓸어 담은 세월이 24년이다. 지금의 임형주는 데뷔 25주년을 앞둔 대한민국 대표 팝페라 테너지만, 1998년 데뷔 당시 열두 살 소년은 이 모든 기록적인 숫자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24년이 ‘꽃길만 걷는’ 시간이었을 것 같지만, 그는 스스로 ‘영광과 고난의 역사’를 거쳐왔다고 평가한다. 선배가 없는 팝페라 장르에서 활동하는 건 흙길에 아스팔트를 까는 작업과도 같았다. 지쳤던 걸까. 언제부터인가 국가 기념식이나 올림픽,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만 등장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노래하는 모습조차 보이고 싶지 않았다. 유명세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뜬소문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 미국 그래미상 심사위원, 음악평론가 임형주로 살았다. 대중과 멀어지면서 ‘세월호 추모곡 가수’, ‘애국가 소년’쯤으로 이미지가 축소됐다. 그러다 가수 임형주가 지난 5월 JTBC ‘뜨거운 씽어즈’로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췄다. 출연자도, 시청자도 예상 못 한 깜짝 등장이었다. “음정, 박자, 테크닉은 다 차치하고 진정성을 전하는 노래가 최고의 노래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출연진의 도전을 응원한 그는 시니어 합창단과 함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겸손한 자세와 청아한 목소리가 갖는 힘은 여전했다. ‘뜨거운 씽어즈’에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부르는 장면의 유튜브 동영상은 두 달 만에 134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중의 관심이 전보다 덜하리라는 예상을 뒤엎은 수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가수로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데뷔한 지 오래되다 보니 ‘왕년의 스타’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방송에도 잘 출연하지 않았으니 더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그의 데뷔 무대이자 첫 방송 출연이었던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 영상은 ‘온라인 탑골공원’(1990~2000년대에 유행한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계정을 총칭하는 신조어)에 게재됐다.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하지 않느냐며 너스레 떨지만, 대중의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됐음을 알고 있는 그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 사랑을 위한 노래 그는 노래를 고를 때도 대중을 생각한다. 스스로 청중이 되어보고, ‘팝페라 테너’라는 정체성을 되새기며, 이 시대의 대중이 무얼 가장 원하고 듣고 싶어 하는지 고민한다. 심혈을 기울여 고른 곡들로 그는 사랑을 노래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연인의 애정보다는 인류애에 가깝다. “연인의 사랑을 다루는 가수는 워낙 많잖아요. 그래서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 휴머니티를 다루었어요. 대중이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인 팝을 통해서 인간애를 노래하죠. 사실 예술은 무한하기 때문에 장르로 구분 지을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술의 본질적인 의미는 향유, 즐기는 데 있거든요. 저는 세상에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음악, 딱 두 가지 음악만 있다고 이야기해요. 예술가는 대다수가 공감하고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할 줄 알아야 하죠.” 고고하고 우아한 음악을 한다는 생각에 괜히 으스대는 클래식 전공자들을 종종 봤다. 그 역시 정통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그들만의 음악’을 하기 싫었기에 팝페라 테너로 전향했다. 정치·경제만큼이나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즘, 그는 뿌듯한 한편으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전부터 ‘문화예술의 일상화’를 주장하던 입장에서,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전하기 위함이다. 즐기기 위해선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콘텐츠가 일상에 스며들 자리는 없으니까.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예술을 향유하며 영감을 얻는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보고, 활자중독이라 할 정도로 책을 읽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쓰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좋아하는 작가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세계 유수의 작가와 작품명이 쏟아졌다. 최근 그의 마음을 동하게 한 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 지난해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도 그 책에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타인을 돌보는 마음, 그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오늘도 살아 있다.” 인간애를 노래하는 가수다운 모습이다. 숲을 만드는 일을 꿈꾸다 올해로 서른일곱의 나이지만, 데뷔한 지 24년이 지났다. 인생의 3분의 2를 올곧이 음악에 바친 셈이다. 인간 임형주의 삶은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지만 흘러간 과거가 아쉽지는 않다. ‘음악과 이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몇 시간 지나면 새로운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앨범 제작 작업은 뼈를 깎는 고통 그 자체지만, 사람은 죽어도 앨범은 세상에 남아 있을 걸 생각하면 열심히 임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점점 은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굉장히 일찍 데뷔했기 때문에 다른 음악가들보다 조금 이르게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커리어상 최정상을 누리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지금이 제 목소리의 전성기임이 느껴지거든요.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른 뒤에는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에 순응하려고 해요. 돌이켜보니 데뷔하던 때도 왠지 ‘나는 일찍 은퇴할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네요.”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끝을 떠올리자니 가수 임형주를 기다리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태도다. 현역에서 은퇴한다 해도 문화예술계에 일조하려는 계획은 확고하다. 그는 예술감독으로 행사를 직접 연출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래가 꽃이자 나무라면, 가수로서 노래 부르는 것은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를 가꾸는 일이다. 예술감독은 행사에 쓰이는 모든 음악을 심고 가꾸며 배치한다. 국가 기념식이나 올림픽 개·폐막식이라는 하나의 숲을 만드는 작업이다. 숲을 울창하게 만들어줄 묘목을 가꿀지도 모른다. 그는 최근 국내 대학에서 제안한 교수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팝페라’의 길을 걸을 후배들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또한 풍부한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행정가로도 활약하고 싶다.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을 늘어놓는 모습이 장래 희망이 너무 많아 고민인 어린아이를 닮았다. 바빠 나이 들 시간조차 없는 청년 차차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지만, 당장은 9월에 발매될 정규 앨범 8집 ‘Lost In Memory’를 제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번 앨범에는 1970~1980년대 한국 문화의 르네상스 시기 대중가요를 담을 예정이다. 독립군 애국가나 ‘봉선화’, ‘사의 찬미’ 등 1920~1960년대 노래를 수록한 정규 7집 ‘Lost In Time’과 시대적으로 연결되는 앨범이다. “지난 앨범에서 1920년대부터 1960년대의 음악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으니, 이번에는 ‘잃어버린 추억’에 대해 다뤄보려고 해요. 1970~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에는 트로트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작곡가 길옥윤, 박춘석, 이봉조와 그들의 뮤즈인 패티김, 혜은이, 정훈희나 이미자의 가요를 녹음하고 있어요. 패티김의 ‘이별’이나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정훈희의 ‘안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빠질 수 없죠.” 10월 12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보와 같은 이름의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8집에 실린 노래 외에도 가을에 어울리는 추억의 팝송이나 연주곡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고. 50인조 오케스트라 반주를 곁들일 예정이라, ‘사랑은 생명의 꽃’(패티김)처럼 음역대가 굉장히 넓은 곡을 듣다 보면 특히나 코끝이 찡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선 첫 베스트 앨범을 내려고 한다. 그의 모든 대표곡을 앨범 한 장에 담을 예정이고, 앨범 발매 기념 독창회 역시 진행하려 한다. 내년에 코로나19가 완화되면 국내나 해외 순회공연도 떠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전국 25개 도시를 돌아보고 싶어요. 숫자 맞추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TV 프로그램이나 매체 인터뷰 등 섭외 제안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해요. 순회공연을 돌다 보면 한 해가 다 지난 뒤겠지만, 내년은 인간 임형주이자 음악가 임형주로서 제 인생을 결산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의 계획을 듣고 있자니 “바빠서 나이 들 시간이 없다”던 유명 배우의 발언이 떠올랐다. 임형주는 배움을 멈추고 안주하려 할 때 사람이 비로소 ‘늙는다’고 생각한다. 고로 꿈이 있는 자는 늙지 않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잠을 설치고,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받고 싶은 상이 남았는가”라고 물으면 “당연히”라고 대답한다. 오래도록 푸르를 청년일 수밖에.
- 2022-08-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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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이 젊은 세대에게 배우려면 "솔직함과 겸손이 중요"
- 멘토링(Mentoring)이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이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멘토(Mentor)는 경륜 있는 어른, 가르침을 받는 멘티(Mentee)는 젊은 세대인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그 입장이 바뀌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역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라 언급하며, 직장에서의 이러한 관계 형성이 시니어의 역량 개발에도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젊은 멘토와 함께하는 시니어를 위한 팁들을 제공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젊은 멘토의 능력 및 자신의 역량 직시하기 먼저 멘토링에 앞서 서로의 경험과 가치가 평등하고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즉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오롯이 배움에 목적을 두고 겸허한 자세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멘토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에 대해 먼저 파악한다. 이후 멘토에게 배울 점들을 떠올려보고 그에 맞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해둔다. 가령 소셜 미디어 전략이나 틱톡(숏폼 영상 플랫폼)에 대해 알고 싶다거나, 애니메이션이 포함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 등 젊은이에겐 익숙하지만 시니어 입장에서 어려울 수 있는 기술 등도 이러한 역 멘토링을 통해 효과적으로 학습 가능하다. 경력 코치 찬드라 터너는 “요즘 친구들을 보니 직접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고 게시하기까지 3분 30초 만에 가능하더라. 이렇듯 능숙한 기술을 가진 젊은 멘토를 만나 코칭 받는다면 시니어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화는 솔직하게, 약속 시간은 정확하게 간혹 자신보다 어린 멘토에게 가르침 받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거나 어색하게 여겨 본인의 처지나 상황을 솔직하게 터놓지 못하는 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세는 멘토링 효과를 떨어뜨리기만 할 뿐이다. 자신의 능력치나 상황, 배우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를 통해 고객 컨설팅이나 업무 협상 등을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나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피드백 받고 싶다” 등 에둘러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이 멘토링을 받고자 하는 이유나 목적, 목표 등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효과적인 멘토링을 위해서는 장소나 시간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좋다. 자칫 멘토링 시간과 그 이외 시간에 대한 경계가 모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젊은 멘토의 위치 또한 애매해질 수 있다. 따라서 서로가 합의 하에 멘토링 기간, 시간, 장소 등에 대해 미리 설정하고, 정해진 약속에 한해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멘토-멘티 윈윈을 위한 겸손과 호기심 유지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세대 간 멘토링 관계는 양 당사자가 겸손하고 호기심을 가질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말한다. 편안한 주제를 갖고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대화를 해나가면 좋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대화 속에서 젊은 멘티가 시니어 멘토에게 가르침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멘티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여긴다면 이 또한 다른 차원으로의 관계 형성 및 성장이 가능하다. 자신이 젊은 멘토에게 도움을 줄 만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 등이 있다면 제안해 볼 수 있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삼가야 한다. 멘토가 시니어의 도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라도, 멘토링에 대한 보답의 의미라는 뉘앙스로 접근해야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자칫 주객전도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유념하자.
- 2022-08-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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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배 꿰어내는 이야기꾼, ‘전설의 고향’ 만든 최상식 PD
- 이야기를 좋아해 그 속에 푹 묻혀 살았다. 동네 사랑방, 길쌈하는 여인들 틈바구니 비집으며 이야기 구슬들을 집어 담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다듬고 정리해 하나씩 쓸모 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구슬은 서 말이라도 꿰어야 장신구가 되듯이, 최상식(77) PD의 손에서 잘 꿰어진 고향의 전설들은 한국의 여름을 대표하는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되었다. 최상식 PD는 1971년 서울중앙방송(현 KBS)에 PD로 입사했다. 1976년부터 1994년까지는 TV드라마 PD로서 ‘전설의 고향’(1977~1989), ‘보통사람들’(1982~1984), ‘춘향전’(1994) 등을 연출했다. 이후 KBS 드라마 제작주간으로 ‘젊은이의 양지’(1995), ‘첫사랑’(1996~1997), ‘태조왕건’(2000~2002), ‘겨울연가’(2002) 등을 기획 및 제작했다. 2002년 퇴사한 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원장, 미디어공연영상대학 학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유튜브 채널 ‘최상식 PD와 송도영 성우의 전설의 고향’을 운영하며 전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있다. ‘촌스러운’ 캐릭터의 창시자 최상식 PD의 이름 밑으로는 제목만 봐도 OST가 귀에 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이 빼곡하다. 그는 시청률 공식 집계 이래 대한민국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역대 최고 시청률인 65.8%를 기록한 KBS 2TV 주말 연속극 ‘첫사랑’의 책임 프로듀서다. 491회로 최장수 일일 연속극 기록을 보유한 ‘보통사람들’의 책임 프로듀서이며, 김희선, 배종옥, 배용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발굴해냈다. 그러나 그를 만난 사람들은 ‘전설의 고향’부터 떠올린다. “1976년부터 드라마 PD로 일했어요. 1977년 10월에 시작한 ‘전설의 고향’은 PD로서 영글기 전에 만들었던 프로그램이죠. 저 스스로는 부끄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대표작으로 ‘전설의 고향’보다는 ‘보통사람들’을 꼽곤 하는데, 워낙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최 아무개 하면 ‘전설의 고향’부터 떠오르는 모양이에요.” 지금도 ‘납량 특집 드라마’의 대명사로 여겨지지만, 당시 파급력은 더욱 대단했다. TV 있는 집이라면 안 본 집이 없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전설의 고향’이 전파를 탄 다음 날이면 온통 전설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12년 동안 프로그램을 제작한 불세출의 연출가임에도, 한국인이라면 남녀노소 좋아할 만한 ‘전설’이란 소재 덕분에 인기 있었던 것이라며 겸손을 보인다. 마산 시골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전설의 고향’ 역시 그가 유년 시절 접한 수많은 이야기들로부터 탄생했다. PD가 된 그는 연출자로서 어떤 점을 내세워야 성공할지 고심했고, 그동안 모아둔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야기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KBS에서 TV 드라마 방영을 시작한 지 10년이 막 지나던 즈음이었다. CG는커녕 촬영한 영상에 효과음을 넣는 편집 작업조차 다른 세상 이야기이던 시절, ‘전설 속 요괴와 귀신을 어떻게 구현하려고 하느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였다. 하지만 그는 제작을 밀어붙였다. 쑥을 태워 스튜디오에 연기를 자욱하게 내고, 시골 초가집을 표현하기 위해 스튜디오 바닥에 지푸라기를 잔뜩 가져다 깔았다. 물뿌리개로 카메라 렌즈 앞에서 물을 뿌려 비 오는 날씨를 연출했고,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뱀이나 구렁이를 직접 섭외(?)해 스튜디오에 풀기도 했다. 게다가 리얼함을 추구하는 연출자였던 그는 출연 배우에게 어떤 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미리 안내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덕분에 촬영 중 실제로 울음을 터뜨리는 배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인 촬영 현장에서 생고생을 해야 하니, 배우고 제작진이고 ‘전설의 고향’ 참여를 원치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행히 고생한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프로그램을 크게 흥행시킨 것 말고도 구미호나 저승사자를 한국 납량물의 대표 캐릭터로 정립한 까닭이다. 하얀 소복과 하얗게 센 머리, 희고 큰 꼬리 아홉 개를 가진 구미호, 검은 갓과 검은 도포, 하얀 얼굴에 까만 입술의 저승사자. 이제는 당연하다 못해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상식 PD가 고민 끝에 구현해낸 엄연한 창작물이다. “저는 어릴 적에 여우 이야기를 많이 접했어요. 농한기인 겨울에는 사람들이 큰방에 모여서 새끼를 꼬면서 옛날이야기를 하곤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한국에 여우가 굉장히 많았고, 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소만큼 중요한 가축이 없었기 때문에 여우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았죠. 하지만 1979년 처음 에피소드를 제작할 때만 해도 구미호는 ‘남자 간 빼먹는 여우 같은 여자’ 같은 욕으로나 쓰였어요. 관련한 설화를 아는 사람도 얼마 없었죠. 그래서인지 반응이 좋을 줄 전혀 몰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제작진들이 모두 어안이 벙벙했어요.” 1대 구미호를 연기한 배우 한혜숙은 길에 나서면 아이들이 ‘구미호 나타났다’며 돌을 던졌다. 방송 잘 보고 있다는 전화가 고등학교 은사로부터 걸려오기도 했다. ‘전설의 고향’ 출연 섭외와 프로그램의 인기는 반비례했지만, 구미호만큼은 예외였다. 구미호로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이름 날리는 데 성공하면서 방송가에는 ‘여우 귀신이 도와줘 스타가 된다’는 소문까지 생겼다. 미래 콘텐츠 찾아 헤매는 이야기꾼 그의 취재 과정은 학자의 연구를 방불케 한다. 서재와 작업실, 거실을 가득 채운 책들과 고서, 그림 등 고문헌을 뒤지고, 취재하다 만난 동네 주민들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듣 기도 한다. 전설을 발견하면 현장에 직접 가서 증거물이 실제로 있는지, 전설에 등장하는 지역과 그 근방을 샅샅이 뒤진다. 이제는 동네의 오랜 전설을 아는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신 탓에 지역 주민이라도 전설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네 여인 전설이 있는 서울 남산 부엉바위 약수터도 찾기 힘들었어요. 조사해보면 해방 전까지 한양, 경기 일대 최고의 약수터로 꼽혀서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남산을 아무리 오르내려도 전설에 등장하는 부엉바위 약수터는 없는 거예요. 2주일이 넘도록 찾다가 계단 난간을 넘고 가시덤불 밑으로 들어가니 거기에 약수터가 있었어요. 하도 무당들이 찾아오니까 도시 정비를 하면서 그곳을 폐쇄해버렸던 거예요. 그러니 경비원도 주변 주민들도 전혀 몰랐던 거죠.” 그를 움직이는 건 사명감이다.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전국을 헤매며 현장의 영상을 담는 고생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1박 2일에 유튜브 방송 8~9회 분량을 취재하는 답사 일정이 점차 힘에 부친다. 그러나 그는 전설이 갖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알기에 그만둘 수 없다. 한 가지 소재로 웹툰, TV 드라마, 뮤지컬, 영화까지 만드는 요즘이다. 전설이 빠지면 섭섭하다. “전설은 이야기의 보물창고예요. 한국 사람들의 상상에서 나온,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저히 떠올릴 수 없는 구조의 이야기들이죠. 게다가 전설을 뜯어보면 당시 서민들이 무엇에 분노하거나 서러워했는지, 무엇을 꿈꿨는지 알 수 있어요. 인간의 삶과 죽음, 한(恨)이나 정(情)이 한데 들어 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소스가 또 있을까요.” 그는 올해 초 국제영화제에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으면서 이를 증명해냈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측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모던코리아’ 11부 ‘짐승’ 편의 정재은 영화감독이 ‘전설의 고향-이어도’(1979)를 동반 초청작으로 직접 추천했기 때문이다. 후배들은 ‘과거 선배들의 업적이 재조명된다는 점이 의미 있다’, ‘함께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기뻐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소식을 접하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다. “처음 후배들한테 연락을 받고서는 ‘그걸 창피해서 어떻게 내느냐’면서 손사래를 쳤어요. 장비도 마땅치 않았고 편집은 거의 불가능한데다 막 컬러 영상이 도입되던 시절에 만든 영상이니 요즘 나온 작품들에 비하면 얼마나 어설프겠어요. 하지만 영화제 측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리마스터링 영상을 확인했고, 충분히 좋다며 재차 요청해서 결국 출품하게 됐죠. 그때 제주도에 태풍이 와서 비바람 부는 밖에서 힘들게 촬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유튜브로 옮겨붙은 열정 열흘에 한 번, 10분 내외의 분량. 얼마든지 재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지난해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10대가 보지 않으면 유튜브로 성공할 수 없다’, ‘이미 야사나 민담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 너무 많아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등 대부분이 만류했지만 그는 이번에도 제작을 밀어붙였다. 배우를 쓰는 대신 연필을 들었다. 직접 그린 삽화와 촬영해온 현장 영상,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메텔 역 등을 맡았던 유명 성우이자 아내 송도영의 더빙 음성을 합하면 ‘가내수공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퀄리티의 영상이 탄생한다. 유튜브 채널 운영은 순탄한 편이다. 구독자도 7만 명을 훌쩍 넘겼고, 영상의 조회수 추이도 좋다. 올린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11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있다. 야심차게 기획한 어버이날 특집 ‘고비사막을 넘은 효자’ 영상 조회수가 정작 낮다는 점이 아쉽지만 아무렴 괜찮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밑그림 작업이다. 지난해 4월부터 여태 그린 그림만 1000장이 넘는다. 이쯤 하면 실력이 늘 법도 하건만, 현장에서 연출할 때도 배우의 표정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그는 직접 그린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이 마뜩찮아 애를 먹고 있다. ‘내가 남의 속에 들어앉는 게 아니고서야’ 맡길 수도 없는 일이라, 그는 오늘도 눈초리며 입 매무새를 그렸다 지우길 반복한다. 유튜브에는 과거 ‘전설의 고향’에서 다뤘던 전설과 새로운 전설에 대한 영상이 골고루 올라간다. 전설만 12년 넘도록 소개했지만 아직도 다루고 싶은 내용이 차고 넘친다. 일본에서 살았던, 살아야 했던 한국인들의 전설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지리적·역사적으로 우리와 연관이 깊은 나라예요. 이미 잘 알려진 귀무덤이나 코무덤 말고도 가야, 백제 때부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까지 합치면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엄청날 거예요. 국내에서 다룰 전설도 많고 시간과 체력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뤄보려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 갔을 때 작은 돌다리 간판석에 백제 관직과 이름이 새겨져 있거나, 얼굴 반절이 탄 채로 절 구석에 처박혀 있는 우리나라 불상을 많이 봤어요. 그런 유물, 지명에 담긴 정서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은퇴 후 학생들 앞에 설 때도 좋았지만 무언가 부족했나 보다. 촬영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꿈을 종종 꿨다. 무언가 잘못돼서 촬영 전체가 어그러지는 꿈은 귀신 꿈보다 끔찍했다. 20년 가까이 그를 쫓아다니던 꿈은 지난해 유튜브 시작과 함께 멎었다. 천직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그가 소망하듯, 이야기꾼이 꿰어낸 보배는 길이길이 K-콘텐츠의 든든한 원형이 되어줄 것이다.
- 2022-07-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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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에 딱 맞는 한달살기 프로그램 찾는다면?
- 지역을 온전히 느끼며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는 여행, 한달살기가 인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 숙박업체는 장기 임대 상품을 선보인다. 한달살기를 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이번 기사를 참고해 계획을 세우고, 당장 떠나보자. 중장년 10명 중 8명은 ‘장기간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한달살기는 중장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중 하나지만, 막상 떠나려니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들이 많다. 자유롭게 떠나도 되지만,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이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프로그램으로 첫 한달살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활동비를 받으며 한 달을 보낼 수도 있고, ‘작가로 한달살기’처럼 테마가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호텔에서 한달살기도 하나의 방법이 됐다. 조금 더 알찬 한달살기를 위해 입문이 되어줄 프로그램,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한달살기 꿀팁이 가득한 도서까지 참고가 될 내용을 소개한다. ◆한달살기가 처음이라면 많은 중장년이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곳은 제주다. 하지만 제주 외에도 한달살기에 적합한 다양한 도시들이 있다. 어느 도시가 좋을지 모르겠다면, 한달살기를 지원해주는 각 지자체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자.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을 지원하다 보니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기회와 혜택을 생각하면 도전해볼 만하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담은 명소나 특산품 혹은 농장 체험 등의 다양한 여행을 제안하는데, 만약 프로그램 신청이 어렵다면 지자체의 추천을 참고해 자유 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3박 4일이나 일주일부터 시작해도 된다.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예산 범위와 신청 조건, 신청 시기가 다르므로 미리 알아두면 좋다. 예산 지원은 사전 지급이 아닌 사후 정산이라는 점 참고하자. ◆마을과 깊게 교류하는 한달살기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머무르는 지역에 깊이 녹아들고 싶다면 ‘마을 호텔’ 형태의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자. 한 건물에 라운지, 숙박, 헬스, 식사 등의 서비스가 모여 있는 호텔과 달리, 마을호텔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 기능을 한다. 마을 입구의 카페가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마을의 맛집이 다이닝 역할을, 곳곳의 공방 등이 체험 서비스 역할을 한다. 그러니 마을 전체가 곧 즐길 거리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관광형 한달살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한달살기를 찐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마을호텔은 어떨까. ㆍ공주 마을스테이 ‘제민천’ 공주 제민천은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마을호텔을 구성하고 있다. 한옥스테이 ‘봉황재’에서 시작하는 마을호텔의 프런트는 ‘가가상점’이 담당하고, 커뮤니티이자 로비 역할은 ‘반죽동247’ 카페가 하고 있다. 봉황재 외에도 ‘공주하숙마을’ 등의 고즈넉한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위치하며, 제민천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숨어 있다. ㆍ강원도 정선 ‘마을호텔 18번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마을호텔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고한읍의 낙후된 폐광촌에 고한18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숙소에 머무르면 마을식당, 카페, 사진관, 이발관 등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은 로비 역할을 한다. 마을을 둘러보다 쉬어가도 좋고, 어르신에게 볼거리를 물어봐도 좋다. ㆍ군산 ‘후즈데어’ 군산 영화동에서는 ‘영화장’이라는 오래된 목욕탕과 여관이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 한 ‘후즈데어’에서 마을호텔이 시작된다. 프런트 역할은 영화타운에 있는 미국 음식점 ‘럭키마케트’가 담당한다.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LP바 ‘해무’, 청주바 ‘수복’ 등이 모여 있는 영화타운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군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ㆍ서울 ‘서촌유희’ ‘서촌유희’는 오래된 한옥과 옛길의 흔적이 골목 곳곳에 녹아 있는 동네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을 연결하고, 걷기 좋은 골목과 장소를 제안한다. 서촌유희의 한옥 숙소는 휴식을 취하며 나를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책으로 미리 챙기는 한달살기 ‘꿀팁’〉 1_여행 말고 한달살기 저자 김은덕, 백종민 출판 어떤책 한달살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꿀팁이 가득하다. 특히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다면 상황별·계절별 추천 도시들을 보고 나에게 맞는 나라를 찾아보자. 2_60대 부부의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 소도시 한 달 살기 저자 김영화 출판 바른북스 한 도시에 머무르며 주변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유로운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책. 대중교통을 이용해 유럽을 둘러볼 방법을 소개한다. 3_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저자 배지영 출판 시공사 일하며 한달살기, 은퇴 후 한달살기, 반려동물과 한달살기 등 나의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우기 좋은 책.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했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떠나고 싶어진다. ◆호텔에서 한달살기 ‘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라는 의미의 ‘호캉스’가 유행하더니 ‘한달살이’ 상품도 등장했다. 깔끔한 공간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로 중장년에게 인기가 많다. 즐길거리가 많은 도심에서 일상을 만들어가는 한달살기를 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머물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롯데호텔이 내놓은 ‘한 번쯤 꿈꾸는 호텔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시그니엘 서울 한달살기는 1000만 원이 넘는다. 신라스테이,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롯데시티호텔 등은 100만~200만 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호텔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니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주제가 있는 한달살기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 19세 이상 60세 이하인 작가들의 한달살기를 지원하는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한달살기’, 제주 시골집에서 보내는 어른의 방학 콘셉트의 ‘제주맥주 한달살기’, 다른 지역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살아보는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하는 ‘강원도관광재단 워케이션’, ‘제주 세화리 질그랭이 워케이션’ 등이 있다. 〈쉼이 되는 공간, 숙소 찾는 플랫폼〉 한달살기에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공간이자 생활을 하는 숙소다. 장기 숙박 상품을 모아둔 플랫폼에서 살고 싶은 숙소를 찾아보자. ㆍ미스터멘션 ‘쉼’을 제안하는 장기 숙박 플랫폼. 한달살기, 보름살기, 일주일살기에 맞춰 전국의 숙소를 볼 수 있다. 추천 숙소, 호텔, 프라이빗한 곳,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테마가 다양하다. 개인이 숙소를 예약했다가 일어날 수 있는 ‘이중 계약’, ‘당일 입실 거부’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100만 원까지 숙소 비용을 보장하는 안전거래제도가 있다. ㆍ호텔에삶 한달살기를 할 수 있는 호텔만 모았다. 저렴한 3성급부터 5성급 프리미엄까지 서울, 수도권, 경상, 제주에 있는 호텔 숙박 정보가 있다. 호텔을 예약하기 전 미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매월 할인 프로모션도 있으니 원하는 도시의 호텔 가격을 비교해보고 합리적인 호텔 라이프를 즐겨보자. ㆍ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서비스다. 전문 숙박업체가 아니라 개인이 제공하는 빈집을 빌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공간 상태도 천차만별이고 숙박업체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신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장기 숙박이라면 할인 제안도 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되어 있어 잘 둘러보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숙소 선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슈퍼호스트’가 제공하는 숙소 위주로 보고, 해당 숙소의 후기와 별점을 참고하는 게 좋다.
- 2022-07-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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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혐오 기획] 세대 갈등을 딛고 소통으로 나아가는 법
- “그럴 수 있다”며 보듬는 대신 “이것도 못 하냐”며 조롱한다. 참고 넘기는 대신 악착같이 달려들어 비난한다. 이때 당장 치미는 모멸감을 가라앉히기란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쟁터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사회에서 갈등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왜 진상 손님 중에 노인이 많은가?”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소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성찰할 시간을 준 뒤 “청년, 중년, 노년 중 가장 예의 있는 세대는 노년층”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예의’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예의에 한한다. 이 명예교수는 “각 세대별로 예의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노년층이 유교 사상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웃어른에게 허리를 숙이는 인사가, 손주 세대에서는 가벼운 목례가 자연스러운 상황을 예시로 든다. 이들이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방식이 달라졌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이근후 명예교수는 “방식은 세월이 지나고 사회가 바뀜에 따라 같이 변화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는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니 노인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 젊은 사람을 대할 때 가르치려 하기보다 경청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방식은 내려놓고 가치의 원천, 본질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명예교수 역시 손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세대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다 글을 적는다. 덕분에 젊은 사람들도 노인의 말을 기꺼이 읽는다. 그가 바로 배우려는 자세만 가져도 훨씬 수월하다는 주장의 산증인이다. 아직 노인이 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라면? 언젠가는 나 역시 노인이 될 것임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태도를 장착하고 ‘나는 저런 노인처럼 늙어야지’ 같은 목표를 세워보자. 결국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다. 허상의 ‘세대’를 경계하라 목적 다분한 세대 담론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신간 ‘그런 세대는 없다’를 발간한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세대 담론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일 이어지는 보도만 보면 우리나라의 모든 청년은 무조건적인 희생자로, 오도 가도 못 하는 곤경에 빠진 것만 같다. 하지만 저소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도 있다. 곤경을 겪는 청년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기득권 청년 역시 존재한다. 중장년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화이트칼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화이트칼라 직업군은 20~40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를 비롯한 각종 통계를 보더라도 50대나 60대 이상 노동자는 생산직·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판매직에 주로 몰려 있다.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당연한 사실을 부정한다. 한 세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성격을 가질 수 없고, 세대는 단일한 거대 주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세대 담론은 ‘기득권인 중장년층에게 희생당하는 청년’이라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세대 간 불평등을 도드라지게 한다. 진정으로 주시해야 할 문제를 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세대가 아닌 계층 간 불평등만 공고히 할 뿐이다. 신진욱 교수는 “우리는 각 세대의 고통의 경중을 저울질하면서 청년들이 더 아픈지, 노인들이 더 아픈지 따지는 세대와 세대 비교하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세대를 특별한 동질적 집단으로 형상화하는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아주 정치적이며 상업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수준 떨어져 대화 못 하겠다”고?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의 개념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의 저자 김성우 응용언어학자와 엄기호 사회학자는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는 리터러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해온 능력주의는 왜곡된 모습의 리터러시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에서 “너는 리터러시가 부족해 나와 대화할 수준이 안 된다”라며 상대를 비난하고, “너는 글도 못 읽는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일이 흔해졌다. 김성우 작가는 ‘나는 당신보다 리터러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므로, 당신을 무시하는 건 공정한 일이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상호성’을 중시하는 리터러시다. ‘네가 말을 못 한다, 네가 글을 못 쓴다’가 아니라,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가 될 때 비로소 상호적이고 서로를 성찰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게 만든다. 김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태도가 노인 혐오를 풀어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리터러시는 칼 휘두르는 권력이나 과시를 위한 바벨탑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과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때 극단적인 갈등, 혐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소통이 강조되지만 사실 경청과 협상보다 자기 의견 표현에 방점을 찍는 요즘이다. 하지만 올바른 리터러시의 미덕은 ‘상대의 이견이나 반론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에 있다. 김 작가는 “엄기호 선생이 강조하는 ‘리터러시란 응답할 줄 아는 역량이다’라는 정의에 주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좋은 리터러시를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작가는 장편소설이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비롯해 긴 호흡의 글이나 콘텐츠를 접하며 인물과 시대, 그들의 관계,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읽어내려 노력할 것을 권한다. 공공도서관, 동네 서점 같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자주 찾아도 좋다. ‘좋은 대화’를 쉽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조바심 또한 버려야 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기 전에도 소통은 쉽지 않았고, 애당초 쉬운 소통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좋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진다. 속도와 감정을 고려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면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나 기타 플랫폼의 댓글로 소통할 때는 즉각적으로 답하기보다 상대의 글을 면밀히 읽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며 답글을 써야 한다. 삶 속에서 좋은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일과 감정을 적절히 제어하는 일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상대와의 대화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만, 새로운 유대를 싹틔워야 할 때다. [TIP]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고 소중한 리터러시 리터러시가 가장 필요한 영역은 매일 겪는 일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말글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 김성우 작가가 추려낸 몇 가지 ‘일상의 실천’은 다음과 같다. 헤드라인만 보고 반응하지 않는 법 적지 않은 기사가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헤드라인만 보고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헤드라인만 보고 판단할 경우 해당 이슈를 오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기사를 모두 읽고 전체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친하거나 유명한 사람이 공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기사를 정독하고 다각적으로 생각해보고 관련 기사를 검색해 이슈의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 올바른 리터러시를 실천하는 시민의 자세다. 우아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법 인터넷에서 산 제품을 반품하기 위해 상담원과 대화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제품의 하자가 발견된 경우 욱하는 마음에 감정적이고 비하하는 어휘를 사용해 항의하기 쉽다. 그러나 제품의 문제를 설명하고, 그 결과 자신의 계획에 어떤 차질이 생겼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황에 이르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해보자. 중요한 건 감정 표출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고, 이를 위해서는 차분한 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재개그의 유혹 참아내는 법 많은 사람들이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재개그’의 남발은 도리어 화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자신에게 재미있는 말장난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직급이 높고 나아가 많을 수록 더욱 유념해야 한다. 상사나 연장자의 유머는 ‘웃어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쾌하고 적절하게 말하는 능력만큼이나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아는 것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유머를 할까 말까’ 고민된다면 침묵을 택할 것을 권한다.
- 2022-07-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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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노인 혐오’ 당신의 생각은?
- 사람들은 ‘노인 혐오’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0대부터 80대까지, 20년 넘게 이어온 노인복지 학습 모임 ‘어르신사랑연구모임’(어사연, cafe.daum.net/gerontology) 회원들이 들려준 ‘노인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김종현(63세) ‘혐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싫어하고 미워함’이더라. 겉모습 때문에 싫어할 수는 있더라도, 왜 미워하는가? 어쩌면 노인 혐오는 인간적 미움보다는 정치·사회적 이슈와 대 립에 대한 상징적 표현일 테다. 당사자인 노인이 억울하다면 이를 사회적으로공론화해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 김OO(48세) 노인 혐오로 대표되는 하나가 ‘태극기부대’가 아닐까 싶다. 노년층이 보수, 극우 세력으로 대표되고, 정치적으로 생각이 나뉘면서 청년층의 반감을 불러왔다.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단기간에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며 노인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흘러왔다. 그러면서 노인을 타자화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 아닐까. 유정일(80세) 저마다 열심히 자기 삶을 일궈온 이들인데, 왜 그런 노인을 세상은 혐오하는가? 다름은 인정해도 그 다름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 역시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인 혐오라는 단어에서 과거 고려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건데, 억울한 면이 있다. 이상숙(79세) ‘노인 혐오’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아, 내가 혐오의 대상이 됐구나! 나를 잘 아는 사람이 혐오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데 나를 모르는 이가 표면적으로 보고 그런 것이니 상처받지는 않겠지만, 전라도 사투리로 기분이 영 거시기하다. 그래도 혐오와 멀어지기 위해 깔끔한 옷을 입고,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박은지(55세) ‘노인 혐오’와 관련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등 극단적인 단어들이 쓰이더라. 나이 들고 병든 것도 서러운 노인인데, 이런 말을 사회적으로 부각하는 상황이 반갑지 않다. 그보다는 故 송해 선생님이나 윤여정, 나문희 배우처럼 멋지게 나이 드는 노년의 상징 같은 분들을 노출함으로써 긍정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환기했으면 한다. 박OO(59세) ‘태극기집회’ 등으로 인해 다른 세대가 노인을 볼썽사나워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혐오의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혐오’는 사회적인 단어다. 여성·동성 혐오 등 ‘혐오’라는 말이 붙으면 감정적인 것을 넘어 취약·소수 집단에 대한 공격적 의미가 더해진다. 미디어 역시 노인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한 사람의 문제를 집단의 문제로 과장해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 2022-07-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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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혐오 기획] 어른다운 행동, 솔선수범이 답이다
-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하는 것을 좋아한 개구쟁이가 어느새 환갑이 넘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거울을 보면 머리숱은 적지만 하얗게 셌으며 눈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도 핀 얼굴이 푸석푸석한,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백 세 인생을 누리려면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차분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숨 돌릴 새 없이 겪고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채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헌신과 고충, 그리고 불만과 불안을 이해한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창고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날씨를 가늠해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농사짓는 기술과 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그 시대에 통용되었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지혜는 후손에게 존중받았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과 유교의 효 사상을 결합하여 장유유서, 즉 연장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당연시되었다. 대가족제는 이러한 어른 존중 사상이 강화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이 심화되자 공동체 정신이나 가족주의는 쇠퇴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연장자 우선이나 노인 우대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더구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은 정보기기 작동이 서툴고 정보에 어두워 속이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되는 사회구조에서 자식 양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연금충’이라 하고, 할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며 ‘할매미’라고 비유하는 현실에 노인은 먹먹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또한 노인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허구적인 사실에 근거해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거나, 노년층을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태극기부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로 사회에서 벗어나 혐로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 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이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의 증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노인을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짐작된다. 한편 한국에서 노인이 조롱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보다 급속하게 시대 변화를 겪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 저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대가 변해서 젊은이가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 혹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조부모의 지혜와 경험은 듣기 어렵고 들을 수도 없다. 더구나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로 인해 소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노인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층의 대화는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 부족 그리고 소외와 무시 등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로 시작되는 케네디의 명언처럼 노인이 먼저 나서서 이웃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오면 아파트에 사는 노인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음 맞는 노인과 함께 아파트에 쌓인 눈을 청소하고 경로당에 모여서 차라도 한잔하며 한담을 나누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고, 노인에 대한 주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벼슬도 아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든지, 나이를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등 부정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은 꼰대 혹은 꼴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배려심을 보여주고, 경로우대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등 지킬 것은 지키고 가릴 것은 가려서 행동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이라고 하대하거나 하찮은 일로 싸가지 없다며 갑질하거나 억지 부리는 것은 치기 어리고 못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노인은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만큼 누구보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다. 자존심과 품격은 본인이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노인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어른답게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 2022-07-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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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혐오 기획] ‘노중년존’·‘틀딱’…노인 혐오 감추지 않는 시대
-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MZ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데 당당하다. 그들은 훈수를 두는 어른을 ‘꼰대’라고 지칭하면서 자신의 세대와 분리했다. 나이 든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노인에 대한 반감으로 커졌다. 그러면서 고령자의 출입을 막는 장소들이 생겨났고, 온라인에서는 노인 혐오 표현이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노인 혐오를 감추지 않는 세태를 좀 더 들여다봤다. “나이 먹고 늙은 것도 서러운데, 얼마나 대단한 곳이라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노중년존’ 식당 인근의 고령자 주민은 울분을 토했다. 이른바 ‘노OO존’은 출입할 수 있는 연령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년 이상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중년존’ 또한 등장했다. ‘속사정 vs 차별’, 노중년존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 2019년 문 앞에 이 같은 안내문을 내건 서울 신림의 한 실내포차는 ‘노중년존’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폐점된 상태다. 실제로 49세 이상 손님은 그 식당에 들어가지 못했고, 욕을 하는 고령자가 많았다고 한다. 출입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60대 주민은 “손님을 차별하는 식당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꼬집었다. 해당 식당의 노중년존 결정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60대 여성 혼자 식당을 운영했는데, 중장년층 남성들이 술주정을 부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박 씨는 “나는 남편과 같이 운영하는데도 술 마신 어르신들이 많이 치근덕거린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된다”라면서 공감했다. 서울 신림에는 49세 이상 출입을 제한하는 호프집이 또 하나 있다. 현재도 운영 중인 곳으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밝고 활기차지만, 소음 공해 등의 단점이 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한 대학교 인근 술집은 ‘노교수존’을 선언했다. 진상 손님이 모두 중년의 교수였기 때문에 사장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노중년존’ 표현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숙박업소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는 40대 이상 이용객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연령의 상한선은 35~39세다. 서울의 한 캠핑장은 ‘40대 이상 커플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는데, ‘중년 차별’로 논란이 일자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노중년존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50대 남성 이 씨는 “사장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벌이를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마음대로 장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60대 남성 한 씨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매장 안에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싫어한다더라. 요즘 어디를 가면 눈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연령 제한 출입은 벌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했다. 결국 노중년존의 사장들은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다. 온라인 노인 혐오 표현 심각 사실 노인 혐오의 근원지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틀딱’, ‘할매미’, ‘연금충’ 등 온라인상의 노인 혐오 표현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2021년 한국노년학회는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 학술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0·20대의 젊은 층을 비롯해 전 연령은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노인과 관련된 사건·사고 보도를 접하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물론, 미디어를 통해 노인 혐오 표현을 알게 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젊은 층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재밌어서’, ‘사람들이 쓰니까’ 등의 단순한 이유로 노인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인 노인 혐오 표현은 무엇일까? 학회는 총 2만 747건의 댓글을 수집해 분석했는데, 가장 많이 언급된 노인 혐오 표현은 ‘노인네’(6894건)로 집계됐다. 이어 ‘틀딱’, ‘꼰대’, ‘늙은이’, ‘할배’, ‘개돼지’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틀딱’, ‘꼰대’ 등은 주로 노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노인 혐오 표현이 활발히 사용되는 편은 아니었다. ‘틀딱’이라는 혐오 표현이 상위에 위치하긴 하지만, ‘노인네’ 빈도수의 7.57%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노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형용사 위주로 살펴본 결과, ‘힘든’이 481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무식한’, ‘나쁜’, ‘무서운’, ‘힘없는’, ‘아픈’ 순으로 사용이 두드러졌다. 대체로 분노와 연민에 해당하는 감정으로,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 혐오 표현 알아보기 꼰대 :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말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도 ‘젊은이들의 복종을 기대하며, 비판은 빠르고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보복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틀딱 :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일부 노인들의 특징에서 유래했다. ‘틀딱’에 벌레를 의미하는 한자 ‘충’을 붙인 ‘틀딱충’도 많이 사용된다. 자신의 나이를 빌미 삼아 젊은 사람들을 훈계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어기는 노년층을 비하하는 말이다. ‘꼰대’와 비슷한 말로 통한다. 할매미 :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일부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말이다. 연금충 : 나라에서 주는 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노슬아치 : 노인+벼슬아치를 합친 말이다. 예전에는 많이 사용했지만,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노인 혐오, 낙인 야기 지난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차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로 매우 높았다. 특히 청년층 80%는 노인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갖고 있다. 이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나와 있다. 청년층의 노인 혐오 증가 이유는 고령사회와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고,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양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노인 혐오 표현을 숨기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회적 낙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노인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조성하고 차별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노인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는 데 있다. 노인 혐오 표현에 잠재된 큰 문제는 노인을 ‘우리’라는 집단에 유입되지 못하게 제한함으로써, 그들을 더욱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정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며, 노인 혐오 표현 사용과 차별적 태도를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 2022-07-0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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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은퇴협 선정 한국 스트리밍 드라마 10選
-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영화 ‘기생충’,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을 일컬으며 세계 시장 속 한국 문화의 인기와 성공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어른들을 위한 TV’(TV for Grownups) 코너에 아래의 한국 작품 10선을 소개했다. 해당 작품들은 넥플리스 또는 애플TV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청 가능하다. [1] 오징어 게임(Squid Game)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이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한국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 했을 법한 구슬치기, 설탕뽑기, 줄다리기 등을 게임의 소재로 삼아 해외에서도 패러디를 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2] 응답하라 1988(Reply 1988) 1988년 서울 쌍문동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친구와 가족들의 일화를 그린 가슴 따뜻한 코미디 물로, 한국 중장년들의 추억을 회상케 한다. 미국 드라마 ‘원더 이어스’, ‘골드버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호한다면 추천한다. [3] 스카이 캐슬(Sky Castle) 공개 당시 한국 케이블 TV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으로, 한국 상류층의 교육열과 물질주의 세계를 묘사한다. 자녀를 최고의 명문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당한 전략을 이용하는 등 물불 가리지 않는 부모들의 행태를 풍자한다. [4] 파친코(Pachinko)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꼽힌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가족 서사를 그린다.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출연해 기대를 모았다. 고국을 떠나 생존과 번영을 꿈꾸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을 비춘다. [5]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중장년에게 추천하는 드라마다.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2세 사업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북한의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로맨스를 다룬다. [6] 킹덤(Kingdom)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로, 시즌 3까지 이어오며 양질의 한국산 좀비물로 손꼽히고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불가사의한 역병과 싸워야하는 세자 이창(주지훈 분)과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려는 잠재적 음모 등을 다룬 정치 좀비 스릴러다. [7] 사이코지만 괜찮아(It’s Okay to Not Be Okay)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처럼 어두운 주제를 다룬 기발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볼 만하다.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 문강태(김수현 분)와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가진 인기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 등 각자의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이 정서적 치유를 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8] 빈센조(Vincenzo) 드라마 ‘베터 콜 사울’과 같은 법률 장르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조직에서 배신당한 뒤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송중기 분)가 또 한국의 베테랑 변호사(전여빈 분)와 함께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다. [9] 슬기로운 의사생활(Hospital Playlist) ‘그레이 아나토미’나 ‘댓 씽 유 두’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이라면 재미있게 볼 만한 의학, 밴드 소재 결합 드라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가슴 뭉클한 감동 스토리와 더불어 1999년 의대 입학 동기인 주인공들이 직접 연주하는 밴드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다. [10] 푸른 바다의 전설(The Legend of the Blue Sea) 한국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전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수백 년에 걸쳐 평행하게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멸종직전인 지구상 마지막 인어 심청(전지현 분)과 멘사 출신 천재 사기꾼 허준재(이민호 분)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다.
- 2022-06-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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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바쁘니까 인간이 알아서 할게
- 변화무쌍한 일상은 아니다. ‘이동식 급식소’ 관리하던 시절에야 차에 사료 한가득 챙겨 몇 시간씩 순회를 돌았다. 운영을 그만둔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집 앞 식당에 빈 밥그릇 채워놓고, 피크타임 비껴갈 즈음 손님들 노는 모습을 뷰파인더에 담으면 그만이다. 미리 보정해둔 사진과 재치 있는 문구를 곁들여 SNS에 올려두고, 사진 정리를 하거나 원고 작업을 한다. 이용한 작가의 일상에 ‘대단한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변화무쌍한 고양이를 제외한다면. 장소 협조 고양이책방 ‘책보냥’ 이용한 작가는 16년 차 ‘캣대디’(고양이와 아빠의 합성어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자 명실상부한 고양이 작가다. 2009년에 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으로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시리즈와 지난해 출간한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까지 총 11권의 고양이 책을 냈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과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사라져가는 오지 마을들을 찾아서’, ‘물고기 여인숙’, ‘사라져가는 풍경들’ 등 문화기행서를 내고 있다. 세 번째 고양이 책의 성공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국내 세 번째 고양이 책이다. 사진부터 글 내용까지 전부 고양이로 가득한 ‘고양이 책’은 당시 출판 시장에 거의 전무했다. 이제는 해외 번역본까지 포함해 한 해에만 고양이 책이 몇 백 권씩 쏟아지지만, 2009년 한국에 등장한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책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여태껏 낸 고양이 책에 고양이 다이어리, 고양이 일력 등을 합하면 이 작가가 책 형태로 엮어낸 고양이 이야기만 헤아려도 셀 수 없다. 특별히 아끼는 책을 꼽기도 힘들다. 다만 첫 고양이 책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신간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더 많다. “책을 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국내에서 출판된 세 번째 고양이 책이자, 최초의 성공 사례라고나 할까요. 고양이 책만 열 권 넘게 냈지만 아직도 첫 번째 책 판매 부수를 넘어선 책이 없어요. 책보다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 시대가 됐잖아요. 지금은 워낙 고양이 책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실물 책을 낼 생각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천국에도 100% 공존은 없다, 그러나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는 출간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다. ‘고양이 식당’ 운영 경력 16년 차, 그를 거쳐간 수많은 고양이 손님들의 이야기를 꾹꾹 모아 담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하지 않는 이동식 급식소는 제외하고, 1호점 고양이 식당인 ‘구름이네 고양이 식당’, 꾸준히 사료 후원을 해오고 있는 2~3호점 단골손님들이 주인공이다. 책에는 그의 ‘반쯤’ 마당 고양이 ‘아쿠’와 ‘아톰’이 등장한다. 이 작가의 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세 살배기 두 형제는 최근 그와 함께 거처를 옮겼다. 지난한 원고 작업 중에도 세 살배기 고양이와의 첫 만남부터 함께 살게 되기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할 때는 행복했단다. 다 커버린 아이들의 어릴 적을 추억하는,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반면 쓰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다. 고양이 식당 2호점 ‘목련식당’의 할머니 이야기다. 만취한 채 ‘고양이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윽박지르는 경찰, 고양이 키우지 말라고 협박하는 마을 이장. 늘그막에 길고양이를 돌보며 삶의 낙을 얻곤 했지만 이웃 등쌀에 못 이겨 결국 할머니와 목련식당은 산속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요즘도 사료 후원 겸 사진 촬영 겸 주기적으로 2호점을 찾고 있지만, 쫓겨나듯 이사하던 당시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시골에서 고양이 밥 주며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말해요. 현실을 모르니 할 수 있는 말이죠. 시골에서 고양이는 상추보다 못한 생명 취급을 받아요. 밭을 파놓고 농작물을 건드린다고 욕하고, 집 앞마당에 철마다 쥐약을 놓죠. 고양이 식당에 찾아오던 고양이들이 어느 때부턴가 자꾸 다치고 죽는 일이 있었어요. ‘나 때문에 고양이들이 피해를 입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2~3년 정도 밥 주는 일을 멈춘 적도 있었죠.” 해마다 이웃집 마당에 놓이는 쥐약을 보고도 모른 체해야 한다. 어제까지도 고양이 식당을 찾아오던 단골손님이 차갑게 굳어 쓰러진 모습을 마주하는 일도 종종 겪어야 한다. 시골 캣대디 생활은 그런 식이다. 개보다 고양이를 고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한 데다, 시골에서 발생하는 고양이 학대는 도시와는 달리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묻혀버린다. 고양이를 모함하는 이웃들에게 맞서보기도 했지만 ‘위아래도 없는 천하의 몹쓸 놈’ 소리만 들었단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밭을 망치는 고양이가 늘어난다.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길거리를 더럽힌다. 고양이에 대한 단단한 오해를 풀 의향이 없어 보이는 이웃들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대신 그는 회유책을 택했다. 뇌물에 가까운 선물을 가져다주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고양이를 득달같이 쫓아내던 할머니네 텃밭에는 어느덧 촘촘한 그물이 쳐졌다. 언제 누가 낳은 것인지도 모르는 집 앞 도랑의 꾸물거리는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를 챙겨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락도 받아냈다. ‘고양이에 미친 놈’ 취급받은 지 6년 만에 찾아온 변화였다. 고양이 친화적이라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터키나 모로코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제 것을 나누며 공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이지만, 그는 하던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게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양이 아빠 노릇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수많은 작은 곳의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어요. 수많은 캣맘과 캣대디, 애묘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는 동네 고양이를 포획해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지정 병원에 데려다놓고, 누군가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SNS에 올려서 고양이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고, 또 누군가는 감명받은 고양이 게시물을 주변에 공유하는 거죠. 이 모든 일이 계속되다 보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고양이와의 공존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 믿음의 기저에는 그 스스로가 인식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경험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열렬한 고양이 예찬론자지만, 고양이라는 존재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그는 고양이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옥외 식당에서 식사할 때 발치를 맴돌던 길고양이를 쫓아낸 적도 있다. 고양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랬을 뿐이다. 그러나 2007년의 늦가을 어느 저녁, 아내 덕분에 발견한 고양이 일가족에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버려진 소파 위에 누운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은 강렬한 충격 그 자체였다. ‘머릿속에서 고장 난 필름처럼 무한 반복되던’ 장면을 곱씹던 그는 먹다 남은 음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일 년 후에는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집 마당에 고양이 식당을 차리기 위해. 고양이 작가로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니 새삼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 그는 털어놓았다. ‘초등학생 때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벌써 어른이 되었다’는 독자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첫 번째 책 서문에 썼듯, ‘고양이에게 신뢰받지 않고는 신뢰할 만한 고양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길고양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나누면 세상은 더 귀여워진다 운이 좋으면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재밌는 장면을 포착하지만, 대부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래도 사람처럼 턱을 쓸어내리는 듯한 재밌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에는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가 맞느냐’며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유독 반응이 좋은 사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길 위에서 총각무를 먹는 고양이 가족의 사진이 그렇다. “12년 전 한겨울 오후였어요. 어미 턱시도 고양이(등이 검고 가슴이 흰 고양이)와 새끼 두 마리가 배가 고팠는지 누군가 먹다 버린 총각무를 나눠 먹고 있더라고요. 무도 작은 데다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끼들은 어미를 밀어내고 그걸 다투듯 나눠 먹는 모습이 어찌나 짠하고 안쓰러웠는지 몰라요. 사진만 빠르게 촬영하고 차에 남은 사료를 챙겨줬죠.” 촬영할 때 느끼는 감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기 때문일까. ‘작가님 덕분에 캣맘, 캣대디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뒤숭숭한 소식도 자주 들려오지만, 16년 전보다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유해졌음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가장 많이 변화한 지역은 제주도다. 과거에는 어업 종사 인구가 많은 섬 특성상 ‘고양이가 생선을 훔쳐간다’는 이유로 인식이 좋지 못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여행차 방문한 제주도는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웬만한 카페나 식당 앞에는 고양이 밥그릇 물그릇이 있고, 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더라고요. 특히 제주도 남쪽에 있는 가파도는 섬 곳곳에 고양이 급식소를 지어두고 사료를 챙겨주고 있었어요. 일본의 고양이섬을 연상케 할 정도였는데, 작기는 해도 섬 하나가 통째로 바뀐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는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모로코의 공원에서는 보잘것없는 빵이나마 고양이와 나누는 걸인의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사람 먹는 음식을 고양이에게 준다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치는 제 것을 나눈다는 데에 있다. 어려운 시절에도 된장국에 남은 밥을 말아 길고양이들에게 내주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이용한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많이 가졌으니 우리가 가진 걸 고양이에게 조금만 나눠줘도 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귀여워질 것”이라고.
- 2022-06-22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