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무더위[濕熱]가 극심한 계절이다. 노약자는 너무 더워서 사망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의 특징은 진기를 보충하며, 땀이 많이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고, 속이 허약한 것을 따뜻하게 하며, 콩팥[腎臟]이 약한 것을 보충해 주며,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주는 것이다.
생맥산은 여름을 대표하는 처방이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마시면 좋다.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진 것을 보충해 주고 무더위를 이기게 한다. 생맥산을 만들기 힘들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셔도 좋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좋은데, 더위를 먹어서 비질비질 땀이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한다. 기가 허약하고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맞다. 여름철 콩국수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덩굴 식물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기 때문에 무더위를 소변으로 몰아낸다. 수박, 참외, 포도, 다래 등 열대의 무더운 환경에 적응한 과일들도 무더위를 잘 풀어준다. 야자, 망고, 바나나 등 물론 반대로 무더위를 조장하는 과일도 있다. 자연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가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인체의 겉은 덥지만, 속은 차가워진다. 그래서 배탈, 설사가 여름에 가장 많다. 보신탕, 삼계탕, 뱀장어는 여름철 차가워진 속을 덥혀 주고 피부의 열은 식혀 주는 음식이다.
구선(臞仙)의 에 이르기를, “여름은 사람이 정액[精]과 정신[神]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이때에는 심(心)은 왕성해지고 신(腎)은 쇠약해져서 신의 정액[腎精]이 녹아 물이 된다. 이것은 가을에야 응집되고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굳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욱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을에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우환을 겪지 않는다. 뱃속이 늘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고 혈기가 왕성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속을 덥혀주는 부추를 넣어서 먹고,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다.
보신탕은 개고기에 부추, 생강, 토란대, 마늘을 넣어 만든다. 개고기, 부추, 마늘을 삶으면 아랫배 단전을 덥혀서 강화한다. 토란대는 무더위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식혀 준다. 생강은 맛을 조화시키고, 방아(배초향)잎은 냄새를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다. 보신탕의 효능을 종합해 보면 여름에 차가워진 속을 덥힌다.
삼계탕은 누런 암탉에 인삼 또는 황기, 마늘, 찹쌀을 넣어 만든다. 누런 암탉은 잦은 소변, 설사, 냉, 하혈을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황기나 인삼, 찹쌀은 기운을 보충하면서 피부를 수렴해서 땀이 덜 나게 한다. 삶은 마늘은 속을 덥혀준다.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구멍을 열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무더위를 잘 식히는 특징이 있다. 인체 내에서는 땀구멍을 열어 무더위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연잎은 잎이 크면서 물에 살기 때문에, 땀과 소변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연잎은 여름 더위, 열사병을 이기는 데 중요한 식품이다.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는 데도 좋다. 호박잎밥도 잎이 크기 때문에 더위를 식혀준다. 동남아에서 바나나잎밥(론똥), 파초잎밥, 야자잎밥(크투팟), 대나무로 찐 딤섬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더위를 식혀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름철에 좋은 음식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적합한 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약간 시큼한 과일이나 음료수, 오미자차나 묽은 매실차를 자주 마시면 땀과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약한 짠맛이 여름에 필요하다.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복용해서 진액이 땀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그리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우뭇가사리를 많이 먹는 것과 콩국수에 소금을 넣는 것도 이런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신탕,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좋은 것도 이 짠맛이 있기 때문이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셋째, 단맛이 필요한데, 이때는 초콜릿 같은 맛이 아니라 뒤끝이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단맛이 필요하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단 것을 많이 먹는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이 단 것을 엄청 많이 먹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박, 야자 등 여름 과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해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다양한 피서법을 즐기겠지만, 대부분 더위에 지친 몸에 영양을 공급하면서 몸을 추스를 수 있는 보양식을 찾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궁중에 왕은 어떤 보양식을 즐겨 먹었을까? 한나라의 지존(至尊)인 왕은 일반 백성들과는 차별화된 음식을 먹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먹을거리 재료가 풍부한 요즘, 비록 왕의 신분은 아니더라도 왕이 먹던 음식 정도야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궁중보양식’을 찾게 된다.
조선시대 대표 궁중보양식으로는 ‘타락죽’이고,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임자수탕’이 아닐까 한다.
논점이 빗나가는 이야기지만 필자가 궁중보양식 관련 자료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한 학자(學者)의 잘못된 기록이 우리 식문화에 엄청난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양학’ ‘조리학’ ‘식품가공학’ 등은 있어도 ‘식생활문화’에 대한 전문적 학문은 정리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자나 교수들이 식생활문화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언론 등에 발표하면서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큰 폐해(弊害)를 낳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식생활문화를 공부해 온 필자는 두려움이 앞선다.
포털사이트나 전통음식 관련 사전 등을 통해 임자수탕을 검색해 보면 거의 모든 자료에서 임자수탕의 주재료를 ‘흰깨’ 또는 ‘참깨’라 언급한다. 많은 이들이 신뢰하는 한 전통음식 관련 사전에서도 ‘흰 참깨[白麻子, 荏子]와 닭이 가진 성질을 이용하여 복(伏)을 물리치고자 한 것이 임자수탕인데’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임자는 흰 참깨가 아니라 들깨다. 그러므로 임자수탕은 흰 참깨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들깨가 들어가야 맞는 것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도애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에는 ‘하월시식으로 밀로 국수를 만들어 호박과 닭고기를 조합하여 백마자탕에 말아 먹는다’라고 되어 있지 ‘흰 참깨’라는 말은 없다.
또한 『한국학사전』에 ‘백마자탕’은 ‘어저귀’국으로 나와 있는데, ‘어저귀’란 아욱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다.
헌데 모 유명 궁중음식연구가는 ‘백마자는 깨를 이르는 것이니’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또 다른 전통음식연구가는 한 신문에 ‘임자수탕은 참깨를 뜻하는 ‘임자’가 들어가 ‘깻국탕’이라고도 불리는데‘라는 잘못된 내용을 기고한 바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들은 모두 식문화계에 권위와 지명도가 높은 분들의 입을 통해 나가다 보니 우리 식문화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 이분들이 쓴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는 몰라도 임자수탕 및 백마자탕의 재료를 ‘흰 참깨’ 등으로 잘못 알고 조리법을 기록하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한 신문기사를 보면 ‘들깨를 임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이란 명칭이 붙었고 흰 깨를 사용하면 백마자탕이라 부르기도 한다’라고 했다. 이 역시 백마자탕을 ‘어저귀’가 아닌 ‘흰깨’로 잘못 보도한 것이다.
임자수탕이나 백마자탕 모두 우리가 알아야 할 전통음식이고, 우리 몸을 보해주는 귀한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왜곡된 식문화 자료들을 바로잡아 후학들만큼은 올바로 알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국 한약 물동량의 70%가 유통되는 서울약령시. 시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쌉쌀한 한약 내음이 솔솔 풍긴다. 한약재상을 비롯해 한의원·한약방·한약국 등 한의약 관련 업소 100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품질 좋은 한약재를 시중가보다 30%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방의료서비스와 건강상담까지, 그야말로 ‘한방에 한방(韓方)’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몸보신 좀 해야겠다’고 생각한 新중년이라면 약령시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약령시,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하나. 시세를 미리 알아본다
한약재 관련 인터넷 쇼핑몰이나 동대문구전통시장 통합홈페이지(http://ddmmk.kr) 등을 통해 구입하고자 하는 품목의 시세를 미리 알아보고 가자.
둘.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알맞은 약재를 구입한다
치료를 목적으로 약재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한의원에서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그에 맞는 약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보약재를 구입하려면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해 주는 한약국이나 한약방을 이용하자.
셋. 시장 게이트(입구) 번호를 알아두자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 약 8만여 평에 달하는 약령시. 경동시장사거리에서 제기사거리를 거쳐 종암동 방면으로 이어지는 곳곳마다 게이트 번호가 1-1번에서 11번까지 표시돼 있다. 단골가게로 점찍어 둔 곳이 있다면 근처 게이트 번호를 알아두자.
넷. 탕제원이나 제분소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직접 구입한 약재들을 달여주는 탕제원, 약재를 가루로 내거나 환약으로 만들어주는 제분소를 이용하자. 약재도 먹기 좋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 1석2조.
# 요즘 잘나가는 약재는?
탈모 예방에 효과, ‘어성초+자소엽+녹차’ 발모차 3종 세트
TV프로그램을 통해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은 일명 ‘발모차’의 재료인 ‘어성초, 자소엽, 녹차’가 약령시장의 대세다.
여름보양식 단골약재, 황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삼 못지않은 효능을 자랑하는 황기는 더위에 지쳐 피로할 때 먹으면 땀을 조절하고 기운을 돋게 해 여름철 인기 약재 중 하나다.
중년남성 정력강화에 좋은 삼지구엽초, 갱년기 여성은 백수오
천연 정력강화제로 불리는 삼지구엽초는 정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치매예방에도 좋아 구매자 대부분이 중년남성이다. 백수오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흰머리·새치 예방에 좋아 중년여성이 많이 찾는다.
# 新중년이 찾는 보약은?
황제의 보약 ‘공진단(拱辰丹)’
불로장생의 명약으로도 알려진 공진단. 혈액순환개선·정력강화·자양강장·치매예방·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어 중년 이후 저하된 체력증진을 위해 찾는 고객이 많다. 그 효능이 다양한 만큼 가격(최고가 상품의 경우, 한 세트에 500만원 선)이 만만치 않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에 좋은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중년남성에 흔히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육미지황탕. 숙지황· 산약·산수유·백복령·목단피·택사 등이 주 약재로 사용돼 남성의 양기를 돕는 강장제로도 쓰인다.
대표 여성한방 보약 ‘사물탕(四物湯)’
당귀·숙지황·백작약·천궁이 기본 약재로 사용되는 사물탕. 여기에 인삼·백출·백복령·감초를 넣으면 팔진탕(八珍湯)이라고도 한다. 기와 혈을 보해줘 갱년기 여성에 특히 좋은 보약이다.
# 육미지황탕, 사물탕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