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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도 잊게 만드는 8월 문화 소식
- ● Exhibition ◇요시고 사진전 일정 12월 5일까지 장소 그라운드시소 서촌 코발트빛 바다와 그 위를 헤엄치는 관광객, 알록달록한 파라솔.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잊고 있던 어느 여름날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휴양지의 찬란한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낸 요시고의 전시가 국내 관객을 찾았다. 요시고는 스페인 출신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다. 유명 IT 매거진 ‘와이어드’와 베네통 매거진 ‘컬러스’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는 ‘킨포크’, ‘비트라’ 등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중해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등 세계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대칭적 구도와 기하학적 기법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이 두드러지는 ‘건축’ 섹션을 시작으로 미국, 아랍에미리트 등 사막의 풍광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섹션을 거쳐 해변과 바다, 관광객의 모습을 담은 ‘풍경’ 섹션으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작품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함께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방문객이 많고 대기 시간이 길어,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다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윌리엄 웨그만 : 비잉 휴먼 일정 9월 26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개념미술의 선구자 윌리엄 웨그만의 전시가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윌리엄 웨그만은 화가의 그림을 기록하는 데 그쳤던 1970년대 미국 사진계의 보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며 사진 예술을 주류로 끌어내는 데 이바지한 예술가다. 특히 그는 자신의 반려견 ‘만 레이’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내러티브를 시각화하는 사진 작업을 발표했다. 촬영 즉시 인화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해 후보정 없이 반려견과의 교감만으로 즉석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캐주얼’, ‘키’를 비롯해 희소성 높은 대형 폴라로이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망라한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 외에 50점 이상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며, 디올,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작도 선보인다.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 윌리엄 웨그만의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현대인에게 웃음을, 반려동물 가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 (하세가와 가즈오 외 공저·라이팅하우스) 평소와 달리 기억이 흐릿할 때 떠올려보는 질문이 있다. ‘100에서 7을 빼보세요.’ ‘하세가와 척도’의 문항 중 하나로,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인지 기능 검사법이다. 이 척도를 만든 하세가와 박사는 평생 수천 명의 치매 환자를 돌본 치매 의료계 1인자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치매에 걸렸다. 그의 나이 88세의 일이다. 신뢰받던 의사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 치매 연구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듬해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표하고, NHK 방송국과 다큐멘터리를 촬영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다. 50년 넘게 치매를 연구했지만, 그는 환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치매에 걸렸다고 24시간 비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기억력은 흐릿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렇기에 주변인이 치매 환자를 삶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대신 “나는 치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남긴 2년간의 투병 기록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기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줄어들고 희망은 커진다. 치매를 절망적인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 속에서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단단한 태도 덕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기로에 선 그의 이야기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치매를 두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억을 잃어도 삶은 계속될 수 있다는 단서와 희망을 보여준다. ◇빨리 은퇴하라 (최승영 저·이은북) 은퇴를 앞둔 이들을 위한 진로탐색서. 단순히 불안한 마음을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점점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김영미 저·혜윰터) 노화로 우울감을 느끼던 저자가 환갑의 나이에 자전거 라이더가 된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적 사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전국 자전거길을 섭렵한 저자의 도전이 짜릿한 설렘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 외 공저·뮤진트리)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인생 철학을 그가 남긴 희대의 명작들로 살펴본다. 평생 민중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갔던 위고의 삶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전한다. ● Stage ◇엑스칼리버 일정 8월 17일~11월 7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권은아 출연 김준수, 이지훈, 신영숙, 민영기, 최서연, 이상준 등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2년 만에 재연을 올린다. ‘엑스칼리버’는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영웅 서사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시골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사들의 틈에 끼지도 못했던 평범한 인물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이 벅찬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양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국내 관객의 정서를 반영해 초연 당시 서사를 대폭 수정했으며, 아더의 내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 또한 초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물, 불, 연기를 비롯한 특수 효과와 샤머니즘적인 퍼포먼스, 신비로운 영상 등 다양한 시청각적 장치로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시대의 배경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더할 예정이다. ◇분장실 일정 8월 7일~9월 12일 장소 대학로 자유극장 연출 신경수 출연 배종옥, 서이숙, 정재은, 황영희 등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 시미즈 쿠니오의 대표작으로, 연극 ‘갈매기’가 공연 중인 어느 극장의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여배우가 ‘맥베스’, ‘세 자매’ 등 고전의 명장면을 연기하며 무대를 향한 열정과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낸다. 배종옥, 서이숙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진짜 ‘배우 연기’가 완성도를 더한다. ◇광화문연가 일정 ~9월 5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윤도현, 엄기준, 강필석, 차지연, 김호영, 김성규 등 이지나 연출, 고선웅 작가, 김성수 음악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2017년 처음 선보인 창작 뮤지컬로, 죽음을 눈앞에 둔 ‘명우’가 미스터리한 시간여행 안내자 ‘월하’와 함께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토대로 해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등 1980~90년대를 장악한 음악이 옛 시절의 추억을 깨운다.
- 2021-08-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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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인센티브,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 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 2021-06-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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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기운과 함께 찾아온 6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 2021-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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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를 사로잡은 최고의 MC 임백천①
- 명곡 ‘마음에 쓰는 편지’를 부른 가수, 그리고 1990년대를 휘어잡은 최고의 MC. 임백천(63)은 지금도 매일 낮 12시부터 KBS2 라디오 해피FM ‘임백천의 백뮤직’을 통해 사람들과 만난다. 1978년 MBC ‘대학가요제’로 연예계에 입문했으니, 어느덧 43년 동안 현역 방송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 아날로그 시대에 시작해서 디지털 시대에까지 이르렀기에 ‘디지로그’를 지향한다고 밝힌 그는, 느릿하면서도 편안한 목소리로 자신이 지나온 세월과 현재의 시간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정점에 도달했던 사람이 들려주는, 자신이 관조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임백천은 1978년 연예계에 입문했을 때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재학생이었다. 생방송 중 대본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임백천을 눈여겨본 PD는 MBC ‘젊음의 행진’의 전신인 ‘젊음이 있는 곳에’의 진행을 맡겼다. ‘미래의 국민 MC’ 임백천의 시작이었다. 1980년이 되자 대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독집 앨범으로 1집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가수 경력도 갖게 되었다. 타이틀곡은 ‘나 여기 왔네’. 포크를 사랑하는 청년의 마음이 담긴 노래였다. 그러나 방송인으로 살아갈 자신감이 부족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1981년부터 건축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실패 끝에 올라선 1990년대 최고의 MC 하지만 방송인으로서의 기질은 어쩔 수 없었던 걸까? 1986년 임백천은 KBS ‘광장 마로니에’의 MC를 맡으며 방송가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방송인으로서의 감각을 잊고 지냈던 탓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고, 프로그램은 결국 6개월 만에 폐지됐다. 방황하던 그때 그를 붙든 것은 노래였다. 노래가 히트하면 다시 방송가에서 일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절치부심한 그는 마침내 1990년 2집 ‘마음에 쓰는 편지’를 발표, 대성공을 거둔다. 비록 그다음에 나온 3집은 실패했지만, 방송인으로서 그는 1990년대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다. KBS2 ‘슈퍼선데이’, ‘좋은나라 운동본부’, ‘세대공감 토요일’, ‘임백천의 라디오 7080’과 MBC ‘가요 큰잔치’, ‘특종TV연예’ 등 당대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는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명실상부 1990년대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린 MC였다. ‘임백천의 백뮤직’으로 전달하는 진심의 세계 TV와 라디오를 아우르는 방송인으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 봤던 그는 이제 예순셋의 나이를 맞이한 방송계 고참이 되었다. 그에게 과거와 요즘은 무엇이 다른지 물어봤다. “라디오는 점점 진행이 어려워져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라디오는 듣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밤하늘에 활을 쏘는 작업이죠. 맞긴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내가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면서 이야기를 하는지 청취자들은 며칠만 들어보면 아는 것 같더라고요. 그 와중에 재미도 있어야 하고 감각도 놓치지 않아야 하니까 보통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라디오는 사람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중장년층이 여전히 선호하는 게 아닐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듣고 있어, 라디오에는 지금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아날로그적 진정성의 매력이 있다. “사실 라디오는 비대면 시대에 좋은 매체예요. 그리고 최후의 매체입니다. 전쟁이나 재난에 의해 모든 게 블랙아웃이 됐을 때도 라디오는 살아남을 수 있어요. 라디오로 소통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환태평양지진대, 소위 불의 고리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는 라디오가 필수 준비물이에요.” MC는 ‘스타’가 아닌 ‘스태프’ 임백천은 장수 MC로서 자신의 원동력을 한마디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편안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치열함이 그의 내면에는 있었다. “살아남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TV든 라디오든 요즘은 더 심한데, 시즌제 개념이라 몇 달 만에 없어지거나, 좋으면 다시 시작하거나 하죠. 라디오도 6개월이나 1년마다 변화가 있거든요. 진행자나 PD나 작가를 바꾸는 등…. 피를 말리는 생존경쟁이죠. 낮 12시에 땡 하고 시작하는 프로그램만 수십 개예요. 도태되지 않으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죠.” 그는 방송을 PD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PD가 기획을 하고 그에 맞는 작가, 진행자를 골라서 완성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PD, 작가들과 합이 잘 맞아야 해요. 매일 만나고 밥을 먹고 회의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이라. PD들은 다 실력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달라요. 작가들도 마찬가지고. 그 사람들과 융화를 잘 해나가는 게 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는 대중문화계에서 스타란 영화, 연극, 코미디에 나오는 배우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스태프라고 단언한다. 그러니까 MC로서 자신은, 스타가 아닌 스태프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 직전까지 10년 정도가 제 전성기였어요. MC 순위를 조사하면 항상 1등을 했으니까요. 그때도 내가 인기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그냥 ‘나는 스태프다’ 생각하고 방송을 했어요. 그래서 PD들이 좋아했어요. 그 사람들 방송하기 좋게 편집점을 잡아주니까. 내가 스태프 마인드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죠. 그런데 요즘 유재석, 신동엽, 김성주 등 후배 MC들을 보면 스타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스태프 마인드로 방송을 마칠 거예요.(웃음)” *②편으로 내용이 이어집니다.
- 2021-05-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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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 리버 “갈등 깊은 사회에 필요한 작품”
- 하루아침에 아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요즘이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담론이 계속되는 오늘날, 성소수자 문제에 뿌리까지 접근하는 연극 ‘빈센트 리버’가 막을 올린다. 드라마, 연극 등 다방면에서 관록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서이숙은 아들을 잃고 절망하는 ‘아니타’ 역을 맡아 작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의 일을 작품으로 말하고,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을 선택할 때 두 가지를 우선순위로 삼아요. 창작극과 국내에서 초연되는 번역극은 웬만해선 무조건 하자는 주의죠. 창작극은 뿌리부터 만들어내는 거니까 사실 완성도 면에서 몇 백 년 동안 이어져온 번역극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극 선배로서 의무감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번역극은 창작의 여지가 있는 초연작을 선호해요. 누군가 한 번 했던 작품은 재미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국내 초연작인 ‘빈센트 리버’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어요. Q. 작품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저는 작품에서 이야기를 제일 먼저 봐요.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어떤 메시지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 ‘빈센트 리버’는 호모포비아 이야기예요.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죠.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변희수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을 접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더 이상 기피하지 말고, 한 번쯤 툭 던져놓고 말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Q. ‘아니타’는 어떤 인물인가? 아니타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몰라요. 죽고 나서야 알게 되죠. 그래서 아이를 잃은 충격만큼 ‘왜 내가 이 아이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요. 아들과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우리 사회 부모들도 그래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갈등이 생기고 골이 깊어지죠. 자식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면, 그걸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려운 점은 없나? 이 작품뿐만 아니라 연극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는 연기할 때 저 혼자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이 감정을 객관화시켜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배우가 감정에 과하게 빠져버리면 극한의 감정 그 자체만 남아 있지, 이야기는 전달이 안 되거든요. 그러려면 감정을 잘 나눠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강약 조절이랄까요? 그래서 작품을 많이 보고 정교하게 분석하려고 하죠. Q. 작품을 준비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작품 연습하면서 저희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젊은 친구들 중에도 성소수자가 굉장히 많대요. ‘동성이 다가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열어놓고 있다’는 대답을 꽤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단순히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이 통한다면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사랑이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Q.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느꼈으면 하는 바는?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구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의미 있다고 봐요. 거리감에 따라 느끼는 차이가 크거든요.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누군가 맞고 있는데 100m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도와줄 용기가 선뜻 나지 않지만, 눈앞에서 목격하면 자기도 모르게 나서게 되는 게 사람 심리잖아요. 그런 것처럼 성소수자 문제도 의식해서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면 개인화된 사회라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빈센트 리버’가 그 관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극 '빈센트 리버' 일정 4월 27일~7월 11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출 신유청 출연 서이숙, 전국향, 우미화, 이주승, 강승호 등
- 2021-05-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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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로 떠나는 고전문학 여행
- 고전의 매력은 같은 작품을 연극, 뮤지컬 등 여러 방식으로 접하며 다양한 갈래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상상하며 읽어나가던 고전 소설의 주인공들을 생동감 넘치는 화면으로 만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화로 재탄생한 세기의 고전 명작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제인 에어 (Jane Eyre, 2011) 고전문학을 이야기할 때 문학계의 거장 샬롯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를 빼놓을 수 없다. 무성 영화 시절부터 현재까지 19세기에 쓰인 소설 중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품으로, 무려 20여 번이 넘게 재해석되었다. 조안 폰테인, 샬롯 갱스부르 등 당대 유명 여배우들이 ‘제인 에어’를 거쳐 갔으며, 그중에서도 2011년 개봉한 캐리 후쿠나 감독의 작품이 비평가들 사이 원작을 가장 잘 각색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내용은 언뜻 보면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비슷하다. 19세기 귀족 사회에서 고아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란 제인 에어가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부임하고,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다만 제인 에어는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가 아닌 시대를 앞서가는 신여성의 모습에 가깝다. 불우한 환경을 탓하는 대신 자신의 힘으로 직업을 구해 자아실현을 하며, 사랑하는 남자에게 달려가 마음을 고백한다. 영화는 이 같은 제인 에어의 주체적인 삶을 한 폭의 유화처럼 서정적이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몽환적인 영상미와 빅토리아 시대를 나타내는 소품, 의상 등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2.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2012)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안나 카레니나’도 지금껏 여러 차례 영화화되며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1935년 그레타 가르보, 1948년 비비안 리, 1997년 소피 마르소 등의 버전이 대표적이다. 줄거리는 원작과 같다. 중년의 정치가 남편과 결혼한 안나 카레니나가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눈이 맞아 금단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21세기에 재탄생한 안나 카레니나도 원작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만, 보다 과감한 연출로 차별화를 더했다. 오프닝 장면부터 한 편의 공연이 시작되는 것처럼 빨간 커튼을 들어 올린 뒤 그 안에서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뒤에도 세트장을 활용해 장면을 부드럽게 전환한다. 그 덕에 보는 이들은 연극의 관객이 된 듯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집중하게 된다. 작품의 줄거리만 놓고 보면 그저 그런 치정극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극히 보수적이었던 당대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전통과 규범 대신 사랑과 욕망을 택한 안나 카레니나의 삶이 그 자체로 놀랍게 다가온다. 조 라이트 감독의 말 그대로 ‘극적인’ 연출과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혹적인 연기가 몰입도를 더한다. 3. 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2005)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읽은 이들은 다아시가 고전문학 사상 손꼽힐 정도로 매력적인 주인공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1995년과 2005년, 작품이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후부터는 어떤 다아시가 더욱 매력적인 지에 대해 팽팽한 설전이 벌어진다. BBC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콜린 퍼스와 영화에서 다아시를 맡은 매튜 맥퍼딘 모두 활자로 묘사된 다아시의 오만함을 완벽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은 18세기 영국 사교 파티에서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첫눈에 반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로 다가서지 못하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내용이다. 재해석된 작품들은 모두 원작을 기반으로 하되 드라마는 인물들의 감정을 긴 호흡으로, 영화는 압축적이지만 강렬하게 그려낸다. 예컨대 영화에서는 남녀 간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감정을 무도회 장면으로 간결하게 담아내면서도, 성적인 긴장감은 증폭시킨다. 콜린 퍼스와 매튜 맥퍼딘 중 어떤 이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누구든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줄 것임은 분명하다. 콜린 퍼스 버전의 ‘오만과 편견’은 왓차에서 감상할 수 있다.
- 2021-05-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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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가족 함께 즐길 만한 5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 만화, 음악 등 대중문화의 순간을 재탄생시킨 맥스 달튼의 개인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영화를 소재로 해 보는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일러스트를 작업했으며,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등 SF영화를 정교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맥스 달튼의 영화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터, 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 220여 점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포스터 및 미공개 연작 8점, 초안 드로잉 등을 최초로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표지와 동화책 일러스트 등도 전시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방면으로 조명한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관람객을 매료하는 그의 작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유영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운명과 상담소, 두 공간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작가 17명의 작품으로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내면을 깨닫는 여정을 마련한다. 1전시실 ‘운명’에서는 베토벤이 악상을 떠올린 숲속을 재현해 운명이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등 운명적 의미를 나타내는 신비로운 상징물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2전시실 ‘상담소’는 사주포차, 본능미용실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이색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사주, 타로, 연금술 등 운명론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미신이라 여겨지던 우주관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깊은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 살풀이 굿판, 전자음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보다 입체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 Book ◇그러라 그래 (양희은 저·김영사) 데뷔 51년 차에도 한 그루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세월만큼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지나온 삶과 노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마치 오랜 친구의 사연을 낭독하듯 따스하고 정감 있게 담았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이라도 정성껏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들어 있다. 그런 그녀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녀도 순간마다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섰으나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 있던 이십대,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까지,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담담히 돌아본다. “무릎이 ‘나 여기 있다’ 하고 위치를 가르쳐주고” 늘 서서 부르던 노래를 앉아서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일부였던 노래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것을 예감한다. 몸은 자꾸 느려지고, 노년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말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또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엄마가 떠나시면 어쩌나’ 마음 졸이다가도 마음과 달리 틱틱 쏘아대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후회 없는 헤어짐을 준비한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몇 십 년을 살아도 어렵고 지난한 것이 인생이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실패와 어려움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마음의 자리가 넓어졌다”고도 덧붙인다. 인생의 시행착오를 ‘탓’이 아닌 ‘덕’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여유와 넉넉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파도가 밀려와도 “그러라 그래” 하고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백년 허리 1 : 진단편 (정선근 저·언탱글링) 스테디셀러 ‘백년 허리’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대거 보충했으며, 허리 통증은 진화의 축복이라는 요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을유문화사) 건축가인 저자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각종 공간의 변화를 진단한다. 단순 공간 이야기뿐 아니라 주거 문제부터 국토 균형 발전까지 사회를 위한 거시적인 조망이 담겨 있다. 세계사의 탄생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소와당)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한국어판으로, 복잡다단한 세계사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200여 명의 석학이 저술에 참여해 주제별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 Stage ◇나빌레라 일정 5월 14일~5월 30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조형균, 최인형, 강상준, 강인수 등 최근 tvN 드라마로 방영되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나빌레라’가 창작가무극으로 관객을 찾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품은 70대 ‘덕출’과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는 20대 발레 유망주 ‘채록’이 발레를 매개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점점 희미해지는 덕출의 기억과 위태로운 채록의 삶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발레단의 상황과 연결해 가슴 찡하게 풀어낸다. 창작가무극으로 만나는 ‘나빌레라’는 웹툰 한 컷의 감동과 드라마의 세밀한 감정선을 공연만의 매력인 현장성으로 살려낸다. 특히 독보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지나 연출가의 합류로 초연보다 안무 비중이 늘어났으며, 힙합,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일정 4월 28일~5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박성훈, 권명현, KoN, 이혜란, 정은영, 서유진 등 1905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 중매결혼을 중시하는 아버지 ‘테비예’와 주체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다섯 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전통 앞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갈등하지만, 마침내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결혼을 허락받은 딸의 기쁨과 그런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극대화된다. ◇포미니츠 일정 5월 23일까지 장소 정동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 2006년 개봉한 실화 바탕의 독일 영화를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살인수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제니’와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크뤼거’가 피아노를 매개로 만나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제목처럼 제니의 처절한 삶과 아픔을 담은 4분간의 피아노 연주가 강한 여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 2021-05-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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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자‧윤석화,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맞는 '찐친'
- 박정자와 윤석화, 두 사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극배우다. 두 여배우가 하나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 뭉쳤다. 박정자가 주연을 맡고 윤석화가 연출을 맡는 ‘해롤드와 모드’가 그것이다. 선후배 사이이자 연극계를 대표하는 고참으로서 팬데믹 코로나에 도전하듯 무대에 올리는 연극이 인생의 의미를 숙고하며 풀어내는 ‘해롤드와 모드’라서 더 의미심장하다. 삶의 지혜를 말하는 ‘모드’ 역을 맡은 배우와 그 모드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연출이라는 교차적 입장에 서서 서로 배려하며 내어주는 두 사람.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삶과 연극을 들여다봤다. 삶을 연극과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연극 속 인물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 1962년에 연극 ‘페드라’로 데뷔해 팔순인 2021년에도 여전한 현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박정자의 얘기다. 5월 1일부터 무대에 올라가는 ‘해롤드와 모드’에서 맡은 모드는 그녀와 나이가 같은 팔순이다. 그녀가 모드 역을 맡은 건 이번이 일곱 번째. 드디어 현실의 인물이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나이를 따라잡은 것이다. 그녀는 이번이 자신에게 마지막 모드 역이 될 거라고 이미 밝혔다. “이제 좀 내려놓고 싶어서, 가벼워지고 싶어서요. 뱀은 때가 되면 허물을 벗기도 하고 애벌레도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것처럼 그런 기분이에요. 이 허물을 내가 옳게 벗을 수 있을까, 그런 염려가 있긴 하죠.” 박정자, 80세의 모드가 되다 ‘해롤드와 모드’는 규범을 거부하며 자살 시도를 벌이는 게 유일한 취미인 부잣집 아들 해롤드가 장례식장에서 만난 자유분방하고 귀여운 80세 할머니 모드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깨닫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른 검증된 작품이고 박정자 개인으로서도 큰 애착을 느끼는 만큼, 그녀가 생각하는 이 작품이 말하고 싶어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결국은 소통을 말하고자 하는 거죠. 부모와 친구, 사회, 국가, 세계… 이미 우리는 소통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소통이란 게 좋은 의미여야 하지만 지금은…. 그래서 인물과 작품을 통한 선한 소통으로 사람들이 조금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거죠.” 그녀가 보는 모드는 무공해 그 자체인 인물이다. 소유하지 않지만 모험적이라 매일 새로운 걸 해보자는 마인드다. 그렇다고 현자인 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생을 먼저 산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이 연극을 보고 모드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러면 사회가 더 아름다워질 거예요.”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다 박정자는 모드가 ‘나이를 먹어도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좋다’고도 했다. 그런 모드의 모습은 그녀 자신의 삶의 철학과도 일치하는 듯 보였다. “차를 버린 지 3년 됐어요.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정 가기 어려운 덴 카카오택시를 타고 가고. 거기에 굉장한 기쁨이 있어요. 바로 내가 소유했던 걸 내려놓는 것이죠.” 그녀는 그러한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정화’라고 표현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가정에 대한, 사회에 대한 정화다. “자동차는 내가 늘 혼자 타고 다니는데 공해 문제, 기름 문제 때문에 나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 나 애국자야.’ 그런 생각도 해요.(웃음) 쓰레기 분리수거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죠. 작은 것부터 출발하면 삶이 정화될 수 있어요.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정화이기도 하지만 그 영향을 주변에 줄 수도 있죠.” 관객을 만나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 주변 생활을 자신의 법칙으로 정화하고 있는 박정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저 ‘연극배우 박정자’로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간결함으로 이어졌다. 간결함은 어느 정도는 의도적인 잊어버림과도 같다. “너무 오래 갖고 있으면 병이 돼요. 연연해하면 발목 잡히는 거니까. 늘 아침이면 해가 떠오르는데, 마음도 새로워야 되겠죠. 그래서 되도록 그런 걸 없애려고 해요.” 새로운 해와 새로운 마음으로 가다듬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암중모색 중인 상태다. 그래서 그녀는 당장은 행복하지 않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관객을 만나면 행복해질 거예요. 작년에는 그래도 ‘노래처럼 말해줘’라는 배우의 모노드라마를 했어요. 작년 2월 코로나가 막 터질 때였죠. 나는 그 작품으로 숙제를 다 했다고 생각하거든. 좋았어요. 많은 관객들이 울기도 하고, ‘저 배우처럼 나이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해요. 내가 참 좋은 일을 했구나 싶죠. ‘해롤드와 모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이번 ‘해롤드와 모드’가 특별한 것은 연출을 후배이자 그녀만큼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 윤석화가 맡았다는 점이다. “(윤석화에게) 내가 팔십에 연극을 하게 되면 그때는 네가 연출하라고 말했었죠. 그 약속을 지키게 됐어요. 사실 우리는 계속 티격태격해요. 티격태격 정도가 아니지.(웃음)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만족이 있을 수 없어요. 서로 부딪칠 때는 심하게 부닥치기도 하죠. 그런데 그건 우리가 바라는 목표가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정이란 참아주는 거죠. 참고 기다리고…. 그건 상대를 위해서라기보단 나 자신을 위해서일 거예요.” 윤석화, 극 속에 담긴 시적 메타포를 찾다 그렇다면 이제 연출을 맡은 윤석화의 말을 직접 들어볼 차례다. “선생님과 저하고 굉장히 친하기 때문에, 친한 사람과의 작업은 힘들 수 있죠. 함께 산전수전 다 겪었고요. 내 연출작에 처음 출연하시는 것도 아니고. 친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라면 제가 연출로서 배우로서 애매한 것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도 선생님께 빛나는 정점이 되기 위해 감사하며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웃음)” 박정자가 모드 역을 이번으로 끝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두 사람이 함께하는 ‘해롤드와 모드’ 무대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연출가로서 윤석화가 이번 ‘해롤드와 모드’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녀는 이 작품의 스토리 자체가 완벽하다는 점을 전제로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해롤드와 모드’가 스토리텔링이 강했다면, 저는 그 행간에 시적 메타포를 좀 더 그려 넣고 싶어요. 무대를 미니멀하게 만든 것도 그런 정서, 즉 누구나 보면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걸 은연중에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거죠.”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연출의 고통 박정자에게 이번 모드가 일곱 번째 모드인 것처럼, 공교롭게도 윤석화에게도 이번 ‘해롤드와 모드’는 일곱 번째 연출 작품이란 의미가 있다. “어떤 면으론 연기보다 연출이 낫지 않나?(웃음) 제가 원하는 모험심이란 게 창의력과 연관되어 있어요. 그래서 스태프들에게 ‘내가 또 이상한 거 주문하지?’ 하고 자주 물어요. 그러나 예술은 새롭기 때문에 이상한 거죠. 우리에게 답습이란 교육이에요. 그런데 교육도 어떤 면에선 교육을 뛰어넘어 창의로 가야 하죠. 답습은 기본 과정이고 창의와 창조는 그것을 뛰어넘는 건데, 그걸 위해선 모험도 필요하고 새로운 발상이 필요해요. 그런 게 저에게 좀 맞지 않나 싶어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CEO로서, 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녀에게 답습을 넘어서야 한다는 방법론은 체질화된 요소일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러나 연출가로서의 어려움은 그녀를 스쳐 지나가기만 하지 않았다. “연출은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지는 일이죠. 배우도 외로운 작업이지만 뭔가 표현해냄으로써 자기만족, 관객의 박수라는 보상이 있어요. 그러나 연출은 그런 게 없죠. 배를 몰고 가는 선장이 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면 나머지는 기계가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그렇고 다 자기 생각이 다르고 성격도 달라요. 그걸 합심해서 최선을 이루게 해야 배가 제대로 가잖아요. 큰 배를 지휘하는 선장도 외로울 텐데(웃음) 망망대해에서 사람과 계속 부딪치며 조율해야 하니까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낮추지 않으면 포용할 수 없어 늘 밝고 활기찬 그녀 특유의 에너지가 넘쳤다. 어떻게 저렇게 에너지가 유지될 수 있을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과정을 거치든 고난 없는, 절망 없는 삶은 없죠. 그 화두를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거죠.” 참다운 인간이 되는 방법은 스스로 낮추고 포용하는 것밖에 없다고 그녀는 믿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를 비우지 못한다. 욕심 때문이다. “낮추지 않으면 포용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보면 해롤드가 보는 모드가 그런 사람이죠.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거든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이든 800년 전이든 그 역사 속에서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 철학은 우리에게 남아 있지만, 그 사람이 누렸던 것은 다 모래알보다 못하게 사라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기 전에는 결코 미리 죽지 않는 사람 윤석화의 요즘 삶은 본인 스스로가 표현하길 ‘거꾸로 가는 시계’ 같은 생활이다.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엄마로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고, 남편 뒷바라지도 하고 여러 가지로 아직까지 무척 분주하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다운 한결같은 면을 계속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에게 쉼을 주려고 노력해요. 마음에 쉼을 주는 방법은 딱 하나더라고요. 항상 감사하고 기뻐하며 기도하는 삶. 저는 크리스천이에요. 사실 교회 다닌다고 모두가 믿음을 갖지는 않죠. 그러나 저는 믿음이 생기니 정말 편안해졌어요. 물론 주님이 주신 믿음으로 가는 길은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그런데 제 삶의 마디마디에 고난이 많았기에, 고난이 저에게 믿음을 준 거죠. 혹여나 이상한 몸부림을 쳤을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너무도 감사하게 믿음을 허락해주셔서 자신을 비우고 다시 회복할 수 있고 다시 새로운 소망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그녀가 자신을 유지하는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감사하기에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그녀는 웃으면서 “내가 죽어야 다시 살 수 있어요”라고도 말했다. “ ‘죽기 전에는 결코 미리 죽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으면 죽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으면 ‘미리 죽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없을 거 같거든요.” 한 편의 긴 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공연을 앞두고 맨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는 연출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윤석화 또한 마찬가지다. “요즘은 거의 잠을 못 자요. 제 머릿속에 그림이 있지만 공연은 배우 예술이기 때문에 구상한 게 얼마나 나와줄 것인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죠. 가끔 공연한다는 게 도박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엄청난 모험심이 필요하니. 내가 생각했던 그림만큼 나오고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지… 살 떨리죠.” 어느새 46년간 연극을 한 그녀가 생각하는 연극의 의미란 ‘좋은 질문을 찾아서 관객들에게 내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 각자가 자신의 답을 갖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해롤드와 모드’는 어떤 연극일지 물어봤다. “ ‘해롤드와 모드’는 죽음을 통해 삶을 얘기하는 작품이에요. 모드의 대사 중 아름답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들이 참 많거든요. 한 편의 긴 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보시고 극장 문을 나서면 가장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사람은 하나, 어떤 사람은 일곱 개, 어떤 사람은 여러 개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것들이 여러분 삶을 응원하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 2021-04-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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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한 할머니 윤여정, 오스카상 타고 빵 터트려
- 할머니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품으며,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썼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에서 외손주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간 외할머니를 전형적인 할머니에서 벗어나 유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다른 4명의 여우조연상 후보를 제치고 얻은 영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야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경쟁자였다. 특히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 102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두 번째다. 195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우메키 미요시가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로 63년 만이다. 윤여정은 1947년에 태어나, 한양대 재학시절인 1966년 연극배우와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 해 어머니에게 의사가 되기를 기대받았다. 하지만 이화여고 재학시절 위염으로 인해 결석이 잦아지면서 성적이 떨어지자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일흔이 넘어 처음으로 재미교포 2세가 찍는 미국 독립영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출연해 뜻하지 않은 성과를 낸 셈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재치 있는 수상소감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무대 오른쪽에 서 있던 시상자 브래드 피트를 향해 “드디어 만났군요. 우리가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라는 농담으로 관객을 웃겼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공동제작사인 플랜B 대표다. 영화 관계자이지만 촬영 현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어 자신을 낯설어할 영미권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라고 말하며 “유럽 사람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 밤만은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자라면서 TV로만 보던 오스카 시상식에 온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정신을 좀 가다듬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윤여정의 농담에 객석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에게도 예우를 표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느냐. 그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며 ‘힐빌리의 노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어 “다섯 명의 배우들은 다른 작품에서 모두 승자다”며 “내가 운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카데미 관객들을 빵터트린 수상소감 하이라이트는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두 아들이 자꾸 일하러 나가라고 했다”며 “덕분에 엄마가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랬더니 이런 상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윤여정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고,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외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틀에서 벗어났다. 영화에서 외손자 데이빗이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외칠 정도다. 손주를 사랑하지만 손주가 부리는 응석에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또 손주들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고약한 말도 서슴없이 던진다. 많은 매체들은 윤여정이 "독특한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고 평가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한 시니어 독자는 “세계에서 한국 할머니의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며 “시니어들은 그들에게 맞는 역할이 있다면 잘 수행할 수 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 2021-04-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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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년 멤버가 말하는 대학로 최장수 연극의 매력
- 1998년부터 대학로를 지켜온 최장수 연극 ‘라이어’가 20주년을 맞아 ‘스페셜 라이어’로 탈바꿈하는 동안, 그 곁을 지키며 함께 나이 들어간 배우가 있다. 배우 김원식이다. 앳된 얼굴로 주인공 ‘존 스미스’를 연기하던 서른한 살 청년은 이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중후한 매력을 지닌 형사 ‘포터 하우스’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 사이 15년간의 세월도 1~2년을 제외하고는 ‘라이어’와 보냈다. 한 작품으로 가득 찬 필모그래피를 보며 그의 인터뷰가 몇 개 없다는 게 의아했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스페셜 라이어’ 개막 기념 이야기를 나눴다. Q. 15년째 작품과 함께하는 소감은? 굉장히 각별하죠. 제 젊음의 한 축을 함께한 작품이니까요. 물론 가끔은 아쉬웠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연극이 더블 캐스트, 트리플 캐스트로 진행되지만 옛날엔 주로 원 캐스트로 진행되다 보니 ‘라이어’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작품들도 있거든요. 좀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여전히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Q. 작품에 처음 참여하게 된 계기는? 사실 저는 뮤지컬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던 배우예요. 그래서 그 당시 ‘라이어’와 뮤지컬 ‘매직 카펫 라이드’ 오디션을 동시에 봤어요. 그런데 둘 다 합격한 거예요. 한참 고민하다 ‘라이어’를 택했어요. 뮤지컬보다는 연극 무대에 설 때 만족도가 더 높았거든요. 노래를 좀 더 잘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요.(웃음) 첫 무대가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은 유명해진 오정세, 오대환, 정성일 배우들도 함께했죠. 그때는 알아봐 주는 사람 한 명 없이 그렇게 시작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은? 아무래도 첫 역할이었던 존 스미스가 기억에 남아요. 존 스미스는 두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이에요. 바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존 스미스 입장에서는 두 여자에게 모두 진심이에요. 그렇다 보니 죽을힘을 다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죠. 자칫하면 못된 사람으로만 비춰질 수 있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 쫓기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도 존 스미스가 얼마나 고생하느냐에 달렸죠. 참 어려운 역할인데, 공연이 끝나면 인기는 형사들이 차지해요.(웃음) Q. 중년이 되어 달라진 점은? ‘라이어’는 희곡 특성상 인물의 나이가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아요. 젊은 사람도, 나이 든 사람도 어떤 역이든 할 수 있죠. 배우가 끌고 가는 방식에 따라 달라져요. 그래서 포터 하우스도 제 나이에 따라 변했을 거예요. 서른 살의 김원식은 과감하고 겁이 없었지만, 중년의 김원식은 책임감을 느끼고 조심스러운 경향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이 고민일 때도 있어요. 배우는 철들면 안 되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분명히 깊이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Q. 반복되는 공연으로 매너리즘을 느낀 적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그게 매너리즘인 것 같아요. 이번에도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의견을 내는데, 순간 ‘저렇게 하면 꼬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워낙 오래 했으니 관객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그럴 때마다 같은 작품이라도 매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려고 해요. 사실 존 스미스 역을 2년 내내 할 때도 정신병처럼 매너리즘을 심하게 겪었어요. 공연 중 발음이 안 나오고, 혈압이 올라갈 정도였죠. 그때는 어려서 방법을 몰랐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생겨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원년 멤버로서 작품에 바라는 점은?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트렌드에 뒤처지는 부분이 있어요. 유선전화를 사용하고, 동성애가 유머 코드로 자리하고 있죠. 그래서 앞으로의 방향성이 고민될 때도 있는데, 옛날 코미디가 시류에 관계없이 사랑받듯 ‘라이어’도 ‘연극의 고전’으로 남으면 어떨까 해요. 시간이 흘러 제가 ‘라이어’를 떠나도 50년, 100년 넘게 명맥을 잇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연극 '스페셜 라이어' 일정 4월 25일까지 장소 백암아트홀 연출 이현규 출연 정겨운, 김민교, 배우희, 나르샤, 김원식, 이도국, 오대환 등
- 2021-04-09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