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황정순이 17일 폐렴 악화로 인해 89세 일기로 별세했다. 1940년 데뷔해 74년 연기인생을 마감한 것이다. 1940년 15세 나이로 동양 극장에서 데뷔한 황정순은 1943년 영화 ‘그대와 나’로 영화배우로 대중과 만났고 200여편의 영화와 국민적 사랑을 받은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등 수많은 드라마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기자가 본 마지막 황정순의 모습은 지난 2005년 여든이라는 나이에 뮤지컬 ‘팔도강산’에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듣고 만났을 때다. 조근조근 말씀하시는 모습이 대배우가 아닌 친근한 할머니 그대로였다. 건강을 걱정하는 기자에게 연기자가 연기를 하다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대배우임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기자가 초등학교 시절 즐겨봤던 드라마 ‘꽃피는 팔도강산’(1974년 방송)에 대해 이야기할때에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드라마를 아직까지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연신 건네던 모습을 잊을수 없다.
‘연기자로서 황정순’을 만난 것은 1989년 드라마 ‘사랑의 기쁨’을 통한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수많은 작품속의 황정순의 모습은 생생하다. 그리고 기자에게 황정순이 해준 말중 가슴에 새기는 말이 있다. “드라마를 녹화하다 남편의 임종을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이기에 아픔 가슴을 안고 드라마 촬영을 마쳤지요.” 그 말을 듣고 과연 기자는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나 하는 반성에 몸둘 바를 몰랐던 것이 떠오른다.
‘동양극장’ 연극배우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황정순은 연극, 악극, 그리고 영화, 드라마 이제는 뮤지컬에 까지 도전하게된 연기 70여년의 역정은 우리의 대중문화의 산 역사 그자체다. 죽는 순간까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던 황정순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설 극장가는 영화계 대목이다. 명절을 맞아 오순도순 모인 가족들에게 영화관은 즐거운 연휴를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영화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는 설 연휴를 겨냥한 영화를 따로 제작할 정도다. 2014년 설 영화계에는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고르는 재미가 있는 관객의 눈은 즐겁다.
지난 연말 극장가를 점령한 양대산맥 ‘변호인’(1023만), ‘용의자’(408만)의 열풍이 아직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에도 한국영화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22일 개봉한 영화 ‘피끓는 청춘’이다. ‘피끓는 청춘’은 1982년 충청도의 한 농고를 배경으로 추억과 공감의 이야기를 담은 농촌 로맨스이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종석과 ‘늑대소년’의 히로인 박보영이 만나 벌써부터 화제다. 충청도를 접수한 의리의 여자 일진, 소녀 떼를 사로잡은 전설의 카사노바, 청순가련 종결자 서울 전학생,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홍성공고 싸움짱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포진돼 추억을 선사한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관람할 수 있는 설 연휴 맞춤 영화도 대기 중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스무살 꽃처녀(심은경)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매(나문희)가 난생 처음 누리게 된 빛나는 전성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물이다.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B1A4 진영, 김현숙, 김슬기 등 신구배우들이 적절히 조화된 멀티캐스팅에서 엿볼 수 있듯 설 가족 단위 관객의 구미를 강하게 당긴다. 구수한 사투리와 찰진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 심은경은 단연 눈에 띈다. 그녀는 2인 1역을 맡은 선배 연기자 나문희와의 연령차가 무색할 만큼 걸음걸이부터 말투, 표정 하나하나까지 연구하며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역시 22일 개봉한 ‘남자가 사랑할 때’는 황정민이란 연기파 배우를 앞세워 설 연휴 블루오션을 노린다. 황정민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나이 마흔, 친구가 운영하는 소규모 금융업체에서 일하면서 형 집에 얹혀사는 대책 없는 남자 태일 역으로 분해 한 여자에게 꽂힌 후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서툰 사랑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정민의 매력이 물씬 묻어난 ‘신세계’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색다른 황정민을 만들었다.
설 연휴 빅3로 꼽힌 세 영화의 뒤에는 복병 ‘조선미녀삼총사’가 있다. 29일 개봉하는 ‘조선미녀삼총사’는 조선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인 미녀 삼총사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랜만에 극장가에 등장한 코믹 액션물이란 점과 MBC 드라마 ‘기황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하지원의 새 영화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원이 카리스마 리더 진옥, 강예원이 조선 유일의 유부녀 검객 홍단, 가인이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막내 가비 역으로 출연한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설 연휴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지난 16일 개봉과 동시에 1000만 영화 ‘변호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설 연휴에는 29일 개봉을 앞둔 ‘넛잡: 땅콩 도둑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넛잡: 땅콩 도둑들’은 사고뭉치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땅콩털이 대작전을 담은 3D 애니메이션이다. 450억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국내 3D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이다. 또 할리우드 10대 메이저 스튜디오 오픈로드가 북미 배급을, 와인스타인이 북미를 제외한 전세계 배급을 맡았다.
‘꽃보다 누나’가 진한 여운과 의미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그리고 이승기의 여행기를 담은 tvN 예능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지난 17일 종영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첫 방송한 ‘꽃누나’는 에필로그를 제외한 본편 평균 시청률 9.0%(닐슨 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 10.6%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동유럽 크로아티아로 떠난 이들의 여행기는 8부작으로 시청자와 만나며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안겼다. 특히, 그간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희애와 이미연, 윤여정, 김자옥이 전면에 등장해 방송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꽃누나’는 ‘꽃보다 할배’의 여배우 버전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실패를 거듭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방향을 제시한 큰 의미를 담보한다. 그동안 KBS ‘1박2일’ ‘해피투게더’, MBC ‘나는 가수다’ 등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즌제를 하면서 성격, 포맷, 출연진 등에 대한 독창성과 신선감을 가미하지 않은 채 시즌제를 해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꽃누나’는 출연진부터 기획 의도,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전작 ‘꽃보다 할배’와 차별화를 이뤄 성공을 거뒀다.
또한 예능의 사각지대인 중견 여배우들을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워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진 스펙트럼을 확장한 것도 ‘꽃누나’가 거둔 성과 중 하나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판도는 유재석, 강호동 등으로 대변되는 남성 스타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하지만 ‘꽃누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중견 여자 연기자를 내세워 성공을 거둠으로써 중견 여자 연예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가능성을 높였다. 이 밖에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등 출연 연기자들 역시 이미지의 외연을 확장하고 대중성을 확보한 것도 ‘꽃누나’가 남긴 것 중 하나다.
나영석 PD는 2월 초 ‘꽃보다 할배’로 시청자와 다시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