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친구나 연인과의 여행보다는 가족과 함께 떠나는 테마 여행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의 보편화와 맞물리는 현상으로 보인다. 여행이 일상이 된 현재, 보다 일상적인 이벤트로서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시인 류시호씨는 며느리, 사위, 손주 등 온 가족과 자주 여행을 떠난다. 이번 5월에 떠나는 여행지 그곳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
류시호 시인ㆍ수필가
얼마 전, 가족 9명을 데리고 보라카이로 여행을 떠났다. 큰아들 부부와 작은아들 부부가 직장을 다니며 고생하기에 손주들과 시원한 바다에서 여유롭게 쉬도록 우리 부부가 경비를 마련했다. 여행은 어디를 가든 즐겁다. 준비할 때부터 기분이 좋다. 우리 가족은 그동안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에서, 강원도 영월에서, 그리고 충북 수안보에서 숙박을 하면서 여러 번 가족여행을 했기에 서로가 여행 분위기를 잘 느낀다.
이번 가족여행은 해외로는 처음 가는 것이라 어린 손주 3명이 걱정스러웠다. 이동 중 간식을 먹이는 문제도 그랬고 장거리 비행 중 아프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염려가 됐다. 어린아이들 때문에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에도, 비행기에 탑승할 때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게이트 번호가 100번이 넘는 곳이라 탑승구로 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 열차를 타고 가서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탑승시간에 임박해서 겨우 게이트에 도착했다. 그동안 여러 번 해외여행을 했지만, 공항 내에서 지하철로 이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이륙할 때 큰 손주는 좋아서 웃고 작은 손주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다 보니 둘째 손주가 기내 공기가 안 좋아서인지 좁은 곳이 갑갑해서인지, 며느리 가슴에 음식물을 토하기도 했다. 막내 손주는 인천공항 비행기가 이륙할 때, 그리고 보라카이 섬과 가까운 칼리보 공항으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울어댔다. 기압 차이로 귀에 통증이 왔던 것이다. 막내 손주가 어디가 불편한 건지 표현을 잘 못해 며느리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 외 시간은 비행기 안에서도 잘 놀아 다행이었다.
작년과 재작년에 필자가 방문한 베트남과 미얀마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한국인들을 우대해줬는데 이곳은 세관 심사가 너무 까다로웠다. 보라카이 휴양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하루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 2만 명이나 된다 하니 작은 섬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 섬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10년 전 필리핀을 여행할 때도 총기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불법으로 유통되는 총기가 100만 정이나 된다는 뉴스도 있었다. 심지어 총기 규제가 허술하니 ‘필리핀에서는 택시를 타지 말라’는 경고도 있다.
칼리보 공항에 내리니 밤이었다. 그곳에는 한국인 가이드가 아닌 필리핀 가이드가 서 있었다. 필리핀 가이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한국인을 바꿔줬다. 그분이 하는 말이 오늘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 안내하느라 자신이 두 시간 거리인 보라카이에 있으니 현지 가이드와 같이 오라고 한다. 공항에서 낯선 필리핀 사람이 우리 가족들 이름이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약간 실망도 했는데 어두운 밤에 그 외국인을 따라 목적지인 보라카이로 가려니 걱정도 됐다. 그러나 가는 동안 필리핀 가이드와 대화를 한 뒤 불안감은 조금 가셨다.
얼마 후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부두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배를 타니 한국 여행객들이 많았다. 그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섬에 도착하니 보라카이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 택시 베디카부와 오토바이를 개조해 좌석을 몇 개 만든 3륜 오토바이 트라이시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을 타고 우리 가족은 호텔로 이동을 했다. 10여 년 전,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는 미군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를 개조한 작은 버스 지프니가 대중교통 역할을 했다.
우리 가족이 예약한 호텔은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한 호텔로 시설이 아주 좋았다. 다음 날 호텔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국인 모델이 촬영을 하고 있어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인기 있는 호텔이라 한국에 선전하려고 찍는다고 했다. 그만큼 괜찮은 호텔이라는 의미라서 기분이 좋았다.
보라카이는 세계 3대 화이트비치라는 소문에 세계 여러 나라의 자유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보아하니 한국인들도 많이 온 것 같았다. 숙소인 ‘파라다이스 가든’에는 넓은 부지에 야자수를 비롯한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조용한 휴식과 레저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적합해 보이는 이곳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상쾌한 물줄기를 내뿜는 인공폭포가 마련된 옥외 수영장이 인기였다. 전체적으로 안락한 분위기에 우수한 시설로 불편이 없었고 도보로 5분 거리에 화이트비치가 있어 참 편리했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은 열대식물이 있는 정원에서 가족 9명이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먹었다. 아름다운 섬 보라카이의 멋진 정원에서 식사를 하니, 대기업에서 스트레스받으며 일하는 큰아들 부부, 부부 공무원으로서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며 일하는 작은아들 부부가 기분이 좋은지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손주들도 신이 나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파트에 사는 손주들에게 늘 했던 “조심하라”는 말을 안 해서 필자도 즐거웠다.
옥외 풀장에서는 가족 모두가 물놀이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우리 부부가 손주들과 놀아주니 아들과 며느리들이 오랜만에 해방된 기분이라며 이구동성이다. 점심은 보라카이 다운타운 디몰(D-mall)에서 먹기로 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멕시코식, 일식, 그리스식, 스페인식, 이탈리아식, 스위스식, 한식 등 여러 나라 음식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필리핀 음식점에서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을 주문했다. 공장에서 만들었는지 종이에 싼 밥도 나왔다. 손주들과 며느리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후식은 자리를 옮겨 필리핀 특산물인 망고로 만든 망고쉐이크를 주문했다. 가족들 모두가 좋아했다. 길을 걷다가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토를 사 먹기도 했다. 그런데 큰손주가 망고쉐이크가 맛있다고 또 사달라고 하니, 둘째 손주도 덩달아 자기도 사달라고 해서 할머니가 지갑을 분주히 열고 닫아야 했다. 가족들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사는 맛이 났다.
다음 날, 바다에서 물놀이도 하고 밀가루 같은 모래로 손주들과 두꺼비집도 지으며 놀았다. 큰손주는 신이 나서 아예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필리핀 전통 선박으로 엔진 없이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돛으로만 이동하는 세일링 보트를 탔다. 그물망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보라카이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즐겼고, 가족 모두가 흥겨워하니 쪽빛 바다, 흰 파도, 그리고 멋진 모래사장이 있는 이곳으로 여행을 잘 온 것 같다.
저녁에는 가족 모두가 방에 모여 맥주와 위스키,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손주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특히 손주들이 이 방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며 즐거워하니 아들과 며느리들도 만족스러운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국내 여행을 자주 함께하며 가족 간 사랑을 나눴던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부모와 형제는 수족 같고 처자식은 의복과 같다고 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사랑을 받아야 삶의 활력이 생긴다. 사랑은 살아가는 이유가 될 만큼 아름다운 감정이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어깨 위에 올려놓은 자식과 손주를 절대로 짐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녀들은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공부와 취업, 그리고 결혼 때문에 떨어져 살거나 부모 중 한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그제야 부모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각자 자기 둥지에서 살다가 인간관계, 심리적인 문제 등이 생겼을 때, 가족을 찾는다. 가족이 가장 편하고 세상 어느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는 늘 따뜻한 마음으로 자녀들을 안아주고, 아버지는 투명한 빛으로 자녀들의 길을 밝혀주기에 부모가 오래 곁에 있다면 최고의 복이다.
이 세상에서 가정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집이 대궐같이 으리으리하고 돈이 많아도 가족 간에 사랑이 없으면 행복한 가정이라 할 수 없다. 가정의 행복을 맛본 사람은 인생의 햇볕을 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빛으로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보라카이로 떠난 가족여행은 행복했고, 무사히 귀국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덕분에 가족들의 아름다운 미소는 오랫동안 우리 가정의 풍경이 되고 에너지가 됐다.
주말에 큰손주가 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보라카이 또 가요. 그리고 망고쉐이크 사주세요” 한다. 그 말에 필자와 아내는 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 계획을 짜본다.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 재충전의 기회도 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보자.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는 시간 속에 어쩌면 꽃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웃음꽃이 만발할 것이다.
>>류시호 시인ㆍ수필가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한 후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해 현재 중부매일신문의 오피니언 ‘아침뜨락’에 2008년부터 고정필진으로 있다. 이외 대구일보와 현대문학신문의 필진으로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16년 문학 창작금 수혜(受惠)를 받았다. 서울특별시장의 ‘서울사랑 이야기 공모전’ 수상 외 6건을 수상했고, 저서로 과 등 4권이 있다.
화란춘성(花爛春盛)이라고 했던가요. 꽃이 만발(滿發)하고 봄이 무르익는 4월, 따듯한 남쪽 나라 제주도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발 닿고 닿는 곳마다 연분홍 벚꽃잎이 휘날리고, 노란색 유채꽃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합니다. 아니 ‘춘사월(春四月)’ 제주도에선 벚나무와 유채가 아니라도, 풀이든 나무이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모두가 꽃을 피우는 듯 섬 전체가 꽃으로 흐드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데 그런 제주의 봄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하는 야생화가 따로 있습니다. 뭍에서는 만날 수 없는 꽃, 제주의 특산 야생화라 일컬을 수 있는 꽃, 하지만 너무 귀하지는 않아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꽃, 바로 뚜껑별꽃입니다.
해안이나 높지 않은 오름의 양지바른 풀밭에 자생한다고 하는데, 처음엔 뜬금없이 ‘저지곶자왈’ 주차장 길섶에서 뜻밖의 조우를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보라색 꽃 색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앙증맞은 생김새에 다시 또 기함했습니다.
개별꽃이니 쇠별꽃, 큰개별꽃 등 다른 ‘별꽃’들과 마찬가지로 뚜껑별꽃도 키가 10~30cm 정도로 작습니다. 하지만 뚜껑별꽃은 꽃 색이나 생김새가 유별난데, 석죽과에 속하는 다른 별꽃들과 달리 앵초과로 족보를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지런히 돌아 나는 다섯 장의 꽃잎은 지름이 1c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작지만, 독특한 보라색 꽃 색만은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꽃잎 중앙의 수술과 암술 둘레에는 흰색과 자주색, 진보라색의 띠가 2, 3중으로 둘러쳐지면서 노란색 꽃밥과 어우러져 멋진 색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5개의 수술대엔 붉은색 잔털이 수북하게 나 있어, 보면 볼수록 신비감이 들 정도입니다.
동그란 열매가 영글면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가운데가 갈라지면서 뚜껑이 떨어져 나가듯 벌어지고 별 모양의 꽃받침이 도드라지게 드러납니다. 꽃 피는 모습이 아니라, 바로 열매 맺은 뒤의 이런 모습에서 뚜껑별꽃이란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특한 꽃 색을 따서 보라별꽃으로, 또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만큼이나 총총하게 핀다고 해서 별봄맞이꽃으로도 불립니다. 뚜껑별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려면 게으름을 피운다 싶을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가가야 합니다.
학명 중 속명인 ‘Anagallis’는 ‘해가 뜨면 다시 핀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날이 저물면 꽃잎을 닫고 해가 중천에 올라올 즈음에야 다시 활짝 열리는 뚜껑별꽃의 속성이 그대로 담긴 용어라 생각됩니다.
Where is it?
뚜껑별꽃은 전 세계적으로 24개 종이 온대와 열대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추자도, 그리고 전남의 일부 섬에만 1개 종이 자생한다. 아직은 대륙성 기후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남방식물, 남부 도서지방이 분포의 북방한계선인 아열대 식물인 셈이다. 제주도에서는 남쪽 바닷가의 현무암 틈새나 올레길 길섶 등지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4월 서귀포의 명승지인 외돌개에 가면 현무암 바위틈 곳곳에서 풍성하게 꽃 핀 것을 만날 수 있다. 석양 무렵 외돌개에서 맞는 일몰(사진)도 일품이다.
전국에 걸쳐 수많은 관람시설이 있다.
주로 실내 시설인 전시관, 박물관, 생태관, 환경관, 수족관 등이 있고 야외시설로는 식물원, 수목원, 생태원, 동물원 등이 있다. 이런 관람시설은 사립, 공립, 국립시설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 공립시설이 가장 많다. 요즘에는 특별한 주제를 특화한 사립시설도 많이 생긴다. 국립시설은 공립이나 사립시설에 비해 현저히 시설개소가 적다. 시설은 몇 개 안되지만 대부분의 국립시설은 공립이나 사립시설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크다. 규모만큼이나 사업비가 많이 들어간다. 국립시설은 말 그대로 국가에서 사업비를 부담할뿐더러 대부분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해서 관리 운영비도 국가에서 부담한다.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국민세금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시설은 사립과 달리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시설이 아니다. 공익성 관점에서 봤을 때 그 가치가 충분하다면 세금을 써서 건립할 당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육적이라든가, 보존이라는가, 혹은 미래를 위한 국가적 투자의 당위성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건립이유가 된다.
서천에 국립생태원이 있다. 당초 갯벌을 매립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하다가 갯벌매립을 포기하고 대안사업으로 국립생태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서천까지 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이라는 시설의 위상을 잘 아는 관람객들이 큰 기대를 하고 이곳을 찾아간다. 서울에서 최소 두 시간 반이 걸린다. 일단 주차장에 도착하면 매표를 하고 코끼리 열차를 타야할지 그냥 걸어가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코끼리 열차를 타도 매표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방문자센터까지만 갈 수 있고 그 다음부터 주 전시시설인 에코리움 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봄가을 날씨가 좋은 때는 매표소에서 에코리움까지 산책하듯이 걷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습지를 채운 억새와 갈대를 보는 멋이 있다. 그러나 한여름에 매표소에서 에코리움 입구까지 걷는 것은 힘들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도 없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피할 곳도 없다. 겨울에는 더 심각하다. 허허벌판에 몰아치는 바람을 마주하고 걸어야한다. 몸이 좀 불편한 사람은 이곳을 방문하기 곤란하다.
그런데 에코리움 내부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5대 기후관을 주제로 다섯개 동으로 이루어진 전시시설은 각 기후대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식물과 동물, 어류등을 전시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열대관에서부터 과연 이곳이 국립시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열대관을 들어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계단으로 내려가서 멋진 식물 사이로 걸으며 열대 밀림을 느끼는 것이다. 폭포도 있고 어류도 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계단을 오르면 구름다리를 건너며 밀림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문제는 보행이 불편한 사람은 이곳 열대림을 재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짧은 우회길로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하게 되어있다. 국립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현상공모로 설계 업체를 선정했고 국내에서 내놓으라하는 건축사사무소에서 당선되어 설계를 진행했다. 설계도 문제지만 선정에 참여한 심사위원들도 이런 중대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세금을 할인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세금을 사용한 시설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비단 국립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는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그러나 언젠가 약자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시간문제가 아닌가. 고령자가 된다는 것은 곧 약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을의 유명한 먹거리를 찾아 보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이름 자체에 가을이 들어가 있는 추어탕(鰍魚湯), 서해안의 대하(大蝦), 낙지… 그런데 왜 모두 물에서 자라는 것일까? 가을은 땅에서도 열매가 많이 맺히는 결실, 수확의 계절인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기가 건조해진다[燥]는 말이고, 말이 살찐다는 것은 겨울을 대비해서 몸이 불어난다[濕]는 말이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잎과 줄기가 마르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을 만들어 내고[燥], 모든 진액은 열매와 뿌리 속으로 갈무리되어서 열매와 뿌리가 부푼다[濕].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고, 곰은 많이 먹어서 체중을 20~30% 늘려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사람도 피부는 건조해지고[燥], 속은 살이 쪄서 겨울을 대비한다[濕].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가을을 마를 조(燥)와 거둘 수(收, 濕)로 대표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겉으로는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병은 악화되고, 습기가 많아서 생긴 피부병은 호전된다. 건성 아토피나 건선, 안구건조증 등은 악화되고, 습성 아토피, 어루러기 등은 호전된다. 속에서는 살이 찌면서 습기가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우울증이 심해지고, 디스크, 관절염도 심해진다. 에서도 가을 습기에 상하면 겨울에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을은 폐가 주관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폐와 관련된 코, 호흡기, 피부 질환이 많이 나타난다. 감기, 비염, 천식, 피부병, 상기증, 어깨와 등이 뭉치고 아픈 증상 등을 주의해야 한다. 폐가 원래 안 좋은 사람은 가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을에 적합한 음식으로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과 가을 과일, 견과류를 들 수 있다.
물고기, 낙지, 대하 등 물에 사는 생물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물을 순환시켜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물고기를 먹으면 예외 없이 부종을 소변으로 빼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산후에 붓기를 빼려고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중에서 진흙, 갯벌에 사는 물고기, 낙지, 대하는 습을 소변으로 잘 내보낸다. 물이 정체된 것과 습이 정체된 것은 좀 다른데, 물이 정체되면 위장이 출렁거리고, 습이 정체되면 소화가 안 되고 붇고 머리가 무겁다. 물이 정체되면 안개, 습이 생기기 쉽다. 물이 정체된 진흙, 갯벌에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습을 제거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래서 진흙, 갯벌의 생물을 먹으면 습을 순환시켜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 주고, 몸속의 습은 소변으로 빼내 준다. 그러므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속이 습해지는 가을에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이 좋다. 이들은 가을철 음식으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산후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으로도 우수하다. 산후 유즙 분비는 위장 기능이 좋아야 하고 피가 충분해야 하며 붇기가 없어야 하는데, 갯벌, 진흙의 수생 생물들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鰍魚)와 초피(제피)를 이용한다. 미꾸라지는 몸속 습기를 소변으로 빼 주면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초피는 기침을 멎게 한다. 이 둘은 속도 덥혀 준다. 그러므로 추어탕은 가을이라는 조건에도 맞고 감기 예방과 치료도 해 주는 좋은 음식이다.
가을 전어가 유명한 것도 가을철 건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는 물고기라서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고, 통통해서 살이 찐 상태이기 때문에 내 몸이 겨울을 대비하도록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한다.
가을철에 낙지가 유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낙지는 갯벌에 살면서 소화를 돕고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며, 기혈을 보충하고 피부를 좋게 한다. 낙지는 또한 근육의 힘이 좋기 때문에, 뱀장어, 가물치처럼 남자의 힘을 돋우어 준다. 연안 진흙바닥에 사는 대하나 수입 민물 대하는 모두 아랫배의 양기를 돋우어서 겨울을 대비하게 한다.
도토리가 다람쥐의 겨울나기를 돕듯이, 가을 과일은 사람,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돕는다. 단맛은 에너지를 만들고, 떫고 시큼한 맛은 진액, 정액을 수렴해서 겨울을 버틸 준비를 하게 한다. 여름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은 단맛이지만, 가을 과일인 감, 사과, 배, 귤, 오미자는 모두 시큼하다. 이 시큼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피부가 찬바람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피부의 땀구멍이 닫히면 인체 내부는 부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부풀면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쉽게 된다. 하지만 약간 서늘한 성질이 있는 편이므로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단단한 과일인 견과류는 피부에서 속까지 진액, 정액을 단단하게 응축해 주기 때문에 겨울 대비용으로 좋다. 연자육, 밤, 도토리, 땅콩, 호두, 좁쌀 등을 하루 한 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는 단단하고 둥글게 응집되어 있다. 사람이 견과류를 먹으면 마찬가지로 뼈와 피부가 단단해져서 찬 기운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며, 기침에도 좋다. 기운이 약한 것, 뼈가 약한 것, 설사가 잦은 것에도 좋으며, 눈과 뇌, 척추에도 좋다.
환절기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에 따뜻하다가 추워지면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폐가 쉽게 약해져 기침, 콧물을 흘리게 된다. 변화의 급격함에는 모두가 약하다. 열대에 사는 사람이 한대에 가거나, 시차가 많이 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온도차가 급격하거나,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겪거나 하는 것은 모두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절기 감기를 예방한다는 것은 급격한 변화를 완만하게 하거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외부 환경을 조정하거나 내 몸의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잠을 잘 때 긴 팔을 입고, 창문을 꼭 닫고, 방의 온도를 약간 높이거나, 따뜻하게 먹는 것이다.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은 생강차, 계피차 등으로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가을, 겨울에 쉽게 땀이 나고 배 아픈 사람에게는 계피차가 특히 좋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고, 약간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심호흡을 자주 해 주는 것 역시 적응력을 높여 준다. 갑자기 추운 곳에 나갈 때는 조금씩 흡입량을 늘려 찬 공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얼굴이 흰 사람은 황기, 인삼 등이 좋고, 얼굴이 검은 사람은 산수유 차가 좋다.
가을철에는 태양의 운행에 맞춰 겨울보다는 일찍 일어나고 여름보다는 일찍 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름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지 말고, 가을 성격에 맞게 마음을 안정하고 정신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성생활도 지나치게 하면 수렴을 방해하므로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쉽게 생길 수 있으므로 체액을 증강해 건조함에 대비하고, 옷을 껴입고 기운을 보충해 서늘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여름은 무더위[濕熱]가 극심한 계절이다. 노약자는 너무 더워서 사망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의 특징은 진기를 보충하며, 땀이 많이 새나가는 것을 막아 주고, 속이 허약한 것을 따뜻하게 하며, 콩팥[腎臟]이 약한 것을 보충해 주며,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주는 것이다.
생맥산은 여름을 대표하는 처방이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마시면 좋다.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진 것을 보충해 주고 무더위를 이기게 한다. 생맥산을 만들기 힘들면 오미자차를 자주 마셔도 좋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기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좋은데, 더위를 먹어서 비질비질 땀이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한다. 기가 허약하고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맞다. 여름철 콩국수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덩굴 식물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기 때문에 무더위를 소변으로 몰아낸다. 수박, 참외, 포도, 다래 등 열대의 무더운 환경에 적응한 과일들도 무더위를 잘 풀어준다. 야자, 망고, 바나나 등 물론 반대로 무더위를 조장하는 과일도 있다. 자연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 가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인체의 겉은 덥지만, 속은 차가워진다. 그래서 배탈, 설사가 여름에 가장 많다. 보신탕, 삼계탕, 뱀장어는 여름철 차가워진 속을 덥혀 주고 피부의 열은 식혀 주는 음식이다.
구선(臞仙)의 에 이르기를, “여름은 사람이 정액[精]과 정신[神]을 빼앗기는 계절이다. 이때에는 심(心)은 왕성해지고 신(腎)은 쇠약해져서 신의 정액[腎精]이 녹아 물이 된다. 이것은 가을에야 응집되고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굳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욱 보호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을에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우환을 겪지 않는다. 뱃속이 늘 따뜻한 사람은 자연히 모든 질병이 생기지 않고 혈기가 왕성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을 때는 속을 덥혀주는 부추를 넣어서 먹고,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다.
보신탕은 개고기에 부추, 생강, 토란대, 마늘을 넣어 만든다. 개고기, 부추, 마늘을 삶으면 아랫배 단전을 덥혀서 강화한다. 토란대는 무더위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식혀 준다. 생강은 맛을 조화시키고, 방아(배초향)잎은 냄새를 제거하고 소화를 돕는다. 보신탕의 효능을 종합해 보면 여름에 차가워진 속을 덥힌다.
삼계탕은 누런 암탉에 인삼 또는 황기, 마늘, 찹쌀을 넣어 만든다. 누런 암탉은 잦은 소변, 설사, 냉, 하혈을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황기나 인삼, 찹쌀은 기운을 보충하면서 피부를 수렴해서 땀이 덜 나게 한다. 삶은 마늘은 속을 덥혀준다.
잎이 큰 열대 식물들은 구멍을 열어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무더위를 잘 식히는 특징이 있다. 인체 내에서는 땀구멍을 열어 무더위를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연잎은 잎이 크면서 물에 살기 때문에, 땀과 소변으로 열을 식히는 효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연잎은 여름 더위, 열사병을 이기는 데 중요한 식품이다.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는 데도 좋다. 호박잎밥도 잎이 크기 때문에 더위를 식혀준다. 동남아에서 바나나잎밥(론똥), 파초잎밥, 야자잎밥(크투팟), 대나무로 찐 딤섬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더위를 식혀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름철에 좋은 음식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적합한 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약간 시큼한 과일이나 음료수, 오미자차나 묽은 매실차를 자주 마시면 땀과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약한 짠맛이 여름에 필요하다.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복용해서 진액이 땀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그리고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에 우뭇가사리를 많이 먹는 것과 콩국수에 소금을 넣는 것도 이런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신탕, 삼계탕이 여름 보양식으로 좋은 것도 이 짠맛이 있기 때문이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셋째, 단맛이 필요한데, 이때는 초콜릿 같은 맛이 아니라 뒤끝이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단맛이 필요하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단 것을 많이 먹는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이 단 것을 엄청 많이 먹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박, 야자 등 여름 과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세계적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세계에서 콩을 가장 많이 먹는다. 장수에 좋다는 ‘슈퍼푸드(Super Food)’라는 용어를 세상에 퍼뜨린 미국의 영양학 박사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이 선정한 14가지 음식에도 콩이 들어간다.
서양은 밀 위주의 문화이고, 동양은 쌀 위주의 문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적용되는 음식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콩 문화이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콩 음식이 발달했다. 콩을 발효시킨 메주, 간장, 된장, 청국장 등과 콩을 가공한 두부, 순두부, 콩비지 등이 많이 만들어졌다. 콩은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통해 단백질을 합성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콩들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유행하고 있다. 쥐눈이콩, 녹두, 완두, 렌틸콩, 병아리콩, 여우콩, 동부콩, 팥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이 콩은 어디에 좋고, 저 콩은 어떤 병에 좋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음식의 효능을 찾을 때는 큰 부류의 공통점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녹두, 완두의 차이보다는 녹두, 사과의 차이가 더 크다. 즉 콩류는 공통점이 훨씬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나서, 콩 각각의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콩과 식물은 대표적인 덩굴 식물로 뿌리가 깊고 덩굴이 질기며 생명력이 강하다. 칡, 아까시나무, 족제비싸리, 감초, 황기, 콩, 팥 등이 있다. 칡 ‘갈(葛)’은 막을 ‘알(遏)’에서 나왔는데, 도로를 뒤덮어 길을 막아 버릴 정도로 잘 자라며 질기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엽 미국에 도입된 칡은 현재 미국 남부를 점령하고 북부로 진격 중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생태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1분에 1마일씩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 아까시나무는 제초제를 쳐도 안 죽어 아까시나무만 죽이는 제초제가 따로 있을 정도다. 족제비싸리는 대한제국 무렵 민둥산이 많아 홍수가 나자, 이를 막는다고 북미에서 수입했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질기다. 회초리, 빗자루로 쓰던 싸리나무 역시 콩과 식물이다.
이렇게 빨리 자라고 질길 수 있는 것은 수액을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힘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칡은 수십 미터 떨어진 말단까지 수액을 공급해 준다. 덩굴식물인 콩과는 체액을 순환시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해독하는 힘이 강하다. 그리고 콩과는 모두 서늘하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콩가루를 많이 쓰며, 술독을 푸는 데 칡뿌리, 녹두전 등 콩류가 꼭 들어간다. 황달, 부종, 배가 더부룩한 경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길 수 있는 심혈관질환, 뱃살에도 콩류가 좋다. 공해독, 약독을 풀어주는 데도 콩류가 좋기 때문에, 양약을 장기 복용할 때 콩류를 약간씩 먹어 주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콩류 전체를 살펴보면 콩깍지가 길면 길수록 체액을 순환시켜 몸 밖으로 빼내는 효능이 강한데, 녹두, 팥 등이 그렇다. 심혈관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장의 찌꺼기, 군살, 독소 등을 제거하는 힘이 강하다. 콩깍지가 짧을수록, 즉 1개의 콩깍지에 들어 있는 콩이 적으면 적을수록 기운을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한데,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그렇다. 생식기를 튼튼하게 한다는 것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심한 경우에는 단백질이 많은 콩류는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날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많기 때문에, 그냥 먹을 경우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콩을 쪄서 가루내면 트립신 저해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 그리고 콩에는 질소와 황이 있어 배에 가스가 차게 하고 방귀를 잦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녹두는 콩 중에서 해독력이 가장 강하고 차가운데, 해독하는 힘은 녹색 껍질에 있다. 두통, 편도선염, 가슴 답답,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의 해소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잠자면 머리를 시원하게 해서 열 많은 사람의 두통에 좋다. 그런데 원기가 쇠약해진 노인이나, 기운이 약한 사람, 속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약 먹을 때 녹두, 녹두 나물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한약마저 해독해 버리기 때문이다.
붉은 팥은 뚫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각기, 부종, 창만에 좋으며, 산모의 젖 분비도 촉진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할 수 있는데, 팥은 이런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가장 잘 풀어준다.
따라서 팥빵, 찐빵, 붕어빵, 팥칼국수, 타이야끼 등 밀가루 음식에 팥이 자주 들어간다. 동지팥죽, 찹쌀떡에 팥이 들어간 것도 새알, 찹쌀떡을 먹고 잘 체하는 부작용을 팥이 없애주기 때문이다. 뚫는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피부가 검어지고 마르며 야위게 된다”고 주의시키고 있다. 1개의 팥 깍지에 4~1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백편두는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부르는데, 남미 열대가 원산이며, 여름철에 기운이 떨어져 구토, 설사하고 땀이 쉽게 나며 몸이 무겁고 부을 때, 더위 먹었을 때, 아주 좋은 여름철 곡식이다. 소화력이 약할 때는 그냥 볶거나 생강즙 치료에 볶아서 쓰면 소화력도 높여 준다. 또한 콩의 일종이기에 해독하는 힘도 있는데, 여름철 식중독과 비상독, 복어독 등을 풀어준다.
그리스가 원산지인 렌틸콩은 자생지, 모양, 생태환경, 효능이 백편두와 거의 유사하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쥐눈이콩(서목태)은 검고 작으며 속이 파란 것이 특징이다. 반짝반짝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쥐눈이콩은 상당히 강력한 해독제이다. 당뇨를 치료하고, 피를 맑게 하며, 중풍 치료와 예방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에 좋다. 쥐눈이콩은 콩깍지에 1~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중동이 원산지이며 지중해,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주로 생산되는 병아리콩은 땅콩처럼 고소한 맛, 밤처럼 구수한 맛이 특징으로 콩 비린내가 없고 포만감이 높다. 콩깍지에 2~3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콩 역시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갱년기증상 완화에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2016년이다. 좋은 것들을 보고, 맛보고, 즐기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한 영화 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 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험심을 끌어 모아 생에서 가장 설레는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여행자들은 누구나 가봤고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숙박시설들을 원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www.airbnb.co.kr)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주거지 중 남는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숙박 예약 사이트이다. 여유 공간을 빌려 쓴다는 개념이지만 단순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시간을 서로 함께하면서 새로운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즉 집주인과 함께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집과 같은 느낌과 함께 새로운 추억도 덤으로 얻어 간다.
에어비앤비가 2016년 꼭 가봐야 할 특별한 공간과 사용자들의 후기를 소개한다. 세계 곳곳의 기발한 숙소에서부터 상상하지 못했던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에어비앤비의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특별한 공간’은 발리의 대나무로 지어진 별장, 멕시코 무헤레스섬의 조개 하우스, 아이슬란드 간헐천 옆의 산장,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의 모던하우스다.
멕시코 무헤레스섬 황홀한 조개 하우스
“이 황홀한 건축물에서 정말 즐거운 경험을 했다.
집주인 라켈은 매우 친절했고 이곳에 머물고 난 후 멕시코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마리
‘카리브해의 낙원’ 칸쿤(Cancun)에서 조금 떨어진 무헤레스섬(Isla Mujeres)에 자리 잡고 있다. 1994년 건축가인 집주인 에두아르도(Eduardo)는 해변의 반짝이는 조개껍질로부터 영감을 받아 조개 형상의 집을 짓게 되었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주택지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칸쿤보다 깨끗하고 조용한 해변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원한다면 숙소에 딸린 개인용 수영장을 이용해도 좋다. 에두아르도와 그의 아내 라켈(Raquel)이 옆집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해변으로는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미화 35달러로 하루 동안 빌릴 수 있다.
발리 우붓 대나무 별장
“내가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중 가장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서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보냈는데 별장이 너무 편안해서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숙소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정말 사진에서 보는 만큼 멋진 집이었다.”
- 네이선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자신이 머물렀던 에어비앤비 숙소 중 최고라고 극찬한 곳. 발리 중부 내륙에 자리한 ‘예술가 마을’ 우붓과 가까운 열대림 속에 지어진 별장 건물이다. 4층 높이의 별장은 건물 구조부터 가구까지 모두 대나무로만 지어졌으며 발리에서 가장 긴 아융(Ayung)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숙소 곳곳에 에어컨과 제습기를 두어 촉촉한 열대기후에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고 실내 와이파이와 TV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원한다면 현지의 발리인 요리사를 초청해 특별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아이슬란드 라가바튼 대자연 속의 산장
“정말 사랑스러운 산장이다.
북적이는 인파를 떠나 뜨거운 욕조에 몸을 녹이며 오랫동안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드리
뾰족한 피라미드 모양이 재미있는 이 산장은 아이슬란드 남쪽에 자리한 라가바튼(Laugarvatn) 강가 작은 마을에 있다. 수 세기 전 용암이 굳어 형성된 넓은 용암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흔히 볼 수 없었던 나무와 이끼, 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최대 6명까지 수용 가능한 산장의 뒷마당에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까지 있어 가족 여행에도 좋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에는 간헐천이 있고, 도보 2분 거리에는 골프 코스와 승마장이 있어 숙박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아름다운 사막 한가운데의 모던하우스
“멋진 집이다. 마치 다른 행성에서 머무는 듯했다.
집주인 린다(Linda)도 친절했고, 우리가 기대했던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었다”
-제이미
이곳은 최근 LA타임스가 선정한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의 가장 멋진 집”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아름다운 집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머무르기 딱 좋은 곳이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창 앞에 펼쳐지는 사막풍경을 가슴에 담아 봐도 좋다. 매일 아침 산지 과일로 짜낸 신선한 주스가 숙소로 배달된다.
에어비앤비에 대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Airbnb)는 전 세계에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과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연결해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장터다. 아파트를 하룻밤, 성을 일주일, 별장을 한 달 빌리고 싶을 때 에어비앤비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자들이 특별한 여행 경험을 각자 예산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장터가 되고 있다. 현재 190개 국가 3만4000개 이상 도시의 여행자 숙소 정보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회원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회원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자신의 남는 공간을 가장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사용자 커뮤니티가 되고 있다. 문의 press-kr@airbnb.com
충청도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데다 바다와 산 계곡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다. 그중에서 금강자연휴양림은 금강 젖줄에 자리 잡아 탁 트인 풍경과 아기자기한 골짜기가 어우러져 다양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 귀여운 손자손녀들과 금강자연휴양림에서 싱그러운 숲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 빠져 다시 당진-대전고속도로 상주 방면으로 길을 틀었다.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공주시 반포면. 충남의 긴 젖줄인 금강이 흐르고 군데군데 울창한 자연습지도 눈에 띈다. 예전에는 황새나 왜가리, 가마우지,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사시사철 이들의 날갯짓을 볼 수 있었지만 4대강 공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아쉽게도 이들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금강에 가로놓인 빨간 아치 모양의 불티교를 건너면 충남산림환경연구소 간판을 단 금강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부터 눈에 들어온다. 충청도 사람들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해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는 이곳을 생소하게 여기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원목 펜션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산림박물관, 동물원을 비롯해 수백 가지 희귀한 식물을 전시하고 있는 열대 온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계곡 수영장과 야영 캠프장 등 자연을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당일치기 여행보다 주말을 이용해 숙박하는 것이 금강자연휴양림을 구경하기에 여러모로 좋다.
◇ 100명이 먹어도 남는다는 잭후르츠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62ha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수목원이 나온다. 휴양림과 별도로 주소를 가지고 있을 만큼 광활한 넓이의 수목원은 17개의 전시수목원과 7개의 전문수목원으로 꾸며져 있다. 활엽수, 침엽수, 약용수, 야생화 등과 함께 가을에 찾으면 붉은색으로 갈아입은 울창한 단풍나무 숲이 관람객들을 맞는다니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월 중순께 이곳을 다시 찾아도 좋을 듯하다.
수목원 한가운데에는 충남산림환경연구소가 자랑하는 첫 번째 보물인 열대온실이 나온다. 마치 유리로 만든 궁전인 듯 둥근 돔의 모양을 띠고 있는 열대 온실에는 전 세계에서 자생하는 5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부처님이 득도하셨다는 인도 보리수나무와 성경에 등장하는 올리브나무, 인류 최초로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인 이집트의 파피루스 등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문화식물원은 인류사에 깊은 의미가 담긴 스토리텔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 제격이다.
바로 옆 열대화원에는 하와이언 훌라댄서처럼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지닌 적도지방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전통의상의 재료이자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 꽃다발인 플루메리아 등 열대지방 특유의 컬러풀함이 무척이나 이색적이다. 열대과수원에도 관람객들을 놀라게 하는 특이한 나무가 있다. 과일 한 개의 무게가 자그마치 50kg에 달하는 잭프루트는 100여 명이 둘러앉아야만 열매 하나를 간신히 해치울 수 있다. 열대지역에서 식량 대용으로 쓰이는 빵나무는 고구마 맛이 나며, 체리모야,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등 열대 과수들의 달콤한 향기가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열대온실 바로 위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산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백제 양식을 따라 지붕의 귀솟음과 기둥의 배흘림을 반영한 산림박물관은 6개의 테마별 전시실을 비롯해 시청각실로 이루어져 있다. 산림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올 때쯤이면 당신도 이미 나무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체험을 할 수 있는 엘리트 체험코스를 갖추고 있으니 산림박물관에 들어올 때는 필기도구를 꼭 준비하자.
◇ 숲길 걸으며 듣는 생생한 자연학습프로그램
금강자연휴양림이 유명해진 이유는 비단 큰 규모만이 아니다. 숲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양질의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이용객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고 한다. 숲체험은 동절기를 뺀 3~11월 내내 휴무 없이 계속된다. 단 추석연휴에는 숲체험을 하지 않으니 잊지 말고 체크할 것.
숲체험은 자연학습프로그램과 숲해설로 구분된다. 자연학습프로그램은 8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위한 유아숲체험교실, 초중고생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휴양림 숲교실, 장애인 및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의 숲교실, 일반인과 숲속의집 이용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명상의 숲교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개별 탐방객을 대상으로 숲해설 프로그램이 1일 3회씩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여름이 가기 전에 숲이 선사하는 싱그러움을 만끽해보자.
◇ 숲을 연주하는 동물들의 교향곡
금강자연휴양림에는 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마을은 동물의 관람 및 생태 관찰, 특히 어린이들의 생태학습과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수류와 조류로 구분하고 있다.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는 거대한 발톱과 부리만 봐도 두려움이 생긴다. 연못을 자유롭게 노니는 오리 떼는 원앙과 백조와 함께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두 발로 걷다가도 먹이를 한 손에 들고 그루터기에 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는 일본원숭이는 꾀도 많고 호기심도 많다. 사람들이 나타나면 이내 달려와 함께 눈을 맞추며 대화라도 하자는 듯 팔을 내밀기도 한다. 울타리가 쳐진 넓은 들판에서 사는 꽃사슴은 자태가 우아하고 수줍음이 많다.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에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이내 먼 곳으로 뛰어가더니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사슴에 비해 키는 작아도 씩씩한 염소와 양떼가 관람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울타리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귀염둥이 토끼는 소리가 나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을 발견하곤 굴 안으로 숨기에 바쁘다.
수목원, 박물관, 동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체험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만다. 이제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릴 차례다. 숙박시설은 잣나무, 벚나무, 잎갈나무 등 다양한 목재로 지어져 있다. 나무를 비롯해 자연친화적인 황토, 자갈 등으로 만들어져 아늑한 분위기 속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크기는 작게는 6명부터 30명이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하게 꾸며져 여행의 용도에 맞도록 선택할 수 있다. 펜션 내부에는 기본적인 취사 및 취침 시설이 구비돼 있으니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금강자연휴양림은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니 사전 문의 후 여행일정을 잡아보자. 주말에 이용하려면 가급적 2~3주 전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9~10월 간절기를 대비해 두툼한 옷을 꼭 챙겨가도록 하자.
◇ 금강자연유양림(충남산림환경연구소)
홈페이지 www.keumkang.go.kr
문의 041-635-7400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산림박물관 길 110
숲해설 시간 1일 3회(10:30~11:30, 13:30~14:30, 15:00~16:00)
※추석 연휴엔 휴관하며, 숲속의 집 펜션과 야영장 숙박, 자연학습 및 숲해설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예약 가능
◇ 금강자연휴양림 주변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 석장리박물관
금강을 따라 발달한 선사시대 주거촌의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구석기와 신석기시대 위주로 선사문화의 이해를 돕도록 체계적인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홈페이지 www.sjn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금벽로 990(석장리동)
관람시간 09:00~18:00 문의 041-840-8924
- 국립공주박물관
화려하고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진수를 알아볼 수 있는 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실, 충남 고대문화실, 야외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2004년 개관, 효과적인 체험을 위한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 gongju.museum.go.kr
위치 충남 공주시 관광단지길 34(웅진동 360) 문의 041-850-6300
- 무령왕릉
백제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무령왕릉은 한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봐야 할 필수 체험 코스. 위치 충남 공주시 송산리 일대
>>>글 임도현 프리랜서 veritas11@empas.com 사진 김남헌 프리랜서 포토그래퍼
우리나라 7월은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지속되는 시기이다. 지루한 장마는 아직 계속되고 기온은 연일 30℃를 오르내린다. 이맘때가 되면 공원이나 집안 뜰에 심겨진 자귀나무(Albizia julibrissin)의 꽃이 한창 피어난다. 자귀나무의 무성한 잎 위로 화려한 핑크색 깃털을 펼친 새들이 앉아있는 양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에서 풍기는 연한 향기는 무더운 여름철 정취를 더욱 높여준다.
자귀나무는 꽃의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모양의 잎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깃꼴 모양의 겹잎(羽狀複葉)은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듯이 마주하는 잎끼리 포개진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붙어버린 겹잎은 아침까지 지속된다. 이런 모양은 찰떡궁합 부부가 꼭 껴안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많이 비유된다. 자귀나무의 또 다른 이름인 합환수(合歡樹),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등도 이런 모양에서 유래하였다. 식물학적으로는 잎에까지 이어진 도관을 통한 수분의 공급 여부에 따라 잎 세포의 팽압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예로부터 자귀나무는 금슬 좋은 남녀의 상징으로 수많은 시나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민간에서는 자귀나무의 껍질이나 꽃을 말려 부부의 베게 속에 넣고 사이좋은 금슬을 기원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나무이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답게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또한 남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시기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남쪽나라에서 유입되어 우리나라에 정착한 식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들에서 야생상태로 자생하는 자귀나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심지 공원을 비롯하여 개인정원이나 가로수 등으로 식재하는 대표적인 조경수이다. 콩과 자귀나무속에 속하는 자귀나무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50 종이 분포하며 대부분이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서 자란다. 성질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원산지에서는 가로수나 조림용으로 널리 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는 자귀나무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잎이 상대적으로 크며 꽃 색깔은 흐리고 수술이 많은 왕자귀나무(A. coreana)가 전남지방의 해안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명 자귀나무는 “자귀”라는 목공용 도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귀는 “까귀”라고도 하며 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다듬는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자귀나무의 단단한 가지나 줄기를 이용하여 목공구의 자루를 제작한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한다. 자귀나무의 줄기는 다른 교목과 달리 굵게 자라지 않으므로 건축재와 같은 목재로서 가치가 높지 않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가구재나 생활용구를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했던 나무이다. 실제로 자귀나무 목재의 기건 비중은 0.53으로 꽤 무거운 편에 속하고 강도가 아주 높아 자귀와 같은 도구의 자루뿐만 아니라 단단한 용구의 제작에 많이 사용했던 나무이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자귀나무에 대해 논하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떠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50년 사이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과거에 비해 무려 13.6배 증가했다고 하였다. 또한 그 비율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유교적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지 않는다. 가치관의 변화도 있겠지만 매사에 참고 인내하던 과거와는 달리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부족도 이혼율 증가의 한 요인일지 모른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가정의 행복이 곧 국가의 평안을 좌우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제도가 성립되었다. 가정의 최소 단위는 부부이며 원만한 결혼생활의 영위가 곧 행복일 것이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 아래 끝없이 시달렸던 자귀나무의 잎은 언제나 밤이 되면 마주하는 잎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는다. 우리네 부부들도 이런 자귀나무 이파리의 인내와 사랑을 닮았으면 한다. 올 여름 활짝 핀 자귀나무 꽃을 보았던 모든 가정의 부부가 금슬이 좋아져 행복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수목원은 공원이 아닙니다’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 방문자센터 입구에 써 붙여 있는 말이다. 단순한 휴식처로 제공되는 숲이 아니라 연구하고 보존해야 할 나무를 가꾸는 곳이니만큼 험하지 않게, ‘살살 다뤄달라’는 얘기다.
또 한편으로 최근의 수목원의 역할을 생각하면 조금 다른 말로 다가오기도 한다. 과거 단순한 연구용 살림이었던 수목원이 속속들이 일반인 관람을 허용함에 따라 나무를 살펴보고 또 나무에 둘러싸여 바쁜 삶을 쉬어가려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성큼 다가온 봄에 발맞춰 수목원의 나무와 꽃들도 하나, 둘 깨어나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경기지역 수목원들은 자연과 어우러진 갖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수목원별로 특징을 살려 다채로운 볼거리를 준비했다.
수목원은 공원이 아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나무와 야생화가 즐비하고 이들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해설지원, 체험교실부터 캠핑까지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올봄엔 나에게 꼭 맞는 ‘힐링’을 찾아 수목원에 가보는 게 어떨까.
◇ 오산 물향기수목원
아기자기하게 구성돼 한가지씩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한 수목원이다. 덩굴성 식물, 즉 만경식물로 구성된 만경원은 아치문을 지나며 등나무와 담쟁이덩굴을 올려다볼 수 있고 생태적으로 습지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습지생태식물원은 나무로 만든 길을 따라가면서 습지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물방울 모양 온실에서는 망고, 바나나 등 아열대 식물을 사시사철 만날 수 있으며 물속과 물가, 물 위에서 사는 모든 수생식물을 살펴볼 수 있는 수생식물원도 있다.
나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방개 등 곤충의 각종 서식지와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곤충생태원, 닭ㆍ공작ㆍ오리 등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관상조류원 등은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초등학생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일주일 전 예약 신청자에 한해 수목원 해설프로그램을 실시하므로 미리 신청하면 다채로운 관람코스를 흥미진진한 해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 포천 국립수목원
국내 최고의 산림생물종 연구기관이지만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우선 수목원 방문객이면 누구에게나 사전예약 없이 숲해설가의 인솔에 따라 1시간 정도의 숲해설, 박물관해설, 열대온실해설을 제공하고, 짧은 안내를 원하는 방문객에게는 매시 정각마다 하루 7번씩 시설 및 전시원 등의 위치안내와 자유관람 방향 및 관람코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5분 동안 해준다.
자유로운 관람을 원하는 관람객은 자동안내해설기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수목원 곳곳에 적힌 표찰 번호를 누르면 자세한 해설이 나온다.
또 수목원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새들에 대해 배우고 관찰하는 광릉숲 산새탐험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숲을 활용한 심신 안정 및 태교 등 산림체험 프로그램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기형 산림교육 프로그램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 연계 산림체험 프로그램, 소외계층에 대해 휴원일을 포함해 무료입장하도록 하고 다양한 산림체험교육도 마련돼 있다.
천연비누 만들기, 한지공예, 천연염색 등 다양한 산림문화체험강좌도 흥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 가평 꽃무지풀무지 수목원
숲 속에 캠핑장을 마련해 현장체험학습을 한 뒤 야생화에 둘러싸여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중점적으로 보전함에 따라 야생화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야생화 주변의 나무와 새, 곤충, 개구리에 둘러싸여 자연을 만끽하는 숲해설을 기본 프로그램으로 삼고 원하는 관람객에 한해 흙도자기에 야생화를 직접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식물의 성장을 살펴보거나 나뭇조각에 나비와 잠자리, 꽃 등을 표현해 직접 목걸이를 만들 수도 있다.
또 천연재료를 이용한 나무인형 만들기, 올챙이 연못에서 올챙이 잡기 등도 가능하다.
10년간 가꾼 수목원 안에서 야생화와 함께 하는 캠핑은 이곳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캠핑족을 위한 장소로 샤워장과 화장실, 개수대가 따로 마련돼 큰 불편 없이 캠핑이 가능하다.
◇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한국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관람객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수목원이다.
특히 4월부터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 절로 탄상을 자아낸다.
수목원이 자리한 축령산에 자생하는 식물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증식, 보존하고 있는 희귀 멸종 식물을 들여와 자생식물 2천종, 외래식물 3천종 등 총 5천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야생화정원과 무궁화동산에는 우리나라 자생 야생화 1천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품종인 독일계 아이리스 800여종이 피어나는 아이리스 정원은 5월 말과 6월 초에 가장 아름답다.
암석지 사이에서 자라는 각종 고산식물 230여종을 비롯해 무궁화 200여종, 백두산의 희귀 야생화 300여종, 한국정원의 모란 40여종 등 그 어느 곳보다도 화려하고 다양한 꽃을 볼 수 있다.
◇ 안양 서울대 관악수목원
관악산 자락에 자리 잡아 경관이 빼어난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등산 일정과 함께 잡아 ‘맛보기’로 둘러보기 좋다.
원래는 평일 중 숲해설가를 동반한 단체 예약자에 한해 관람을 허용하지만, 관악산에서 안양예술공원으로 하산하는 길목인 수목원 후문이 개방되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통과할 수 없고 수목원내 희귀식물과 보호식물의 훼손을 막기 위해 주 탐방로를 제외한 구간 출입이 통제되긴 하지만 후문에서 정문까지의 주통로가 1.5㎞에 달해 야생화와 희귀한 수목을 둘러볼 수 있다.
1700여종의 식물 10만본을 살펴보고 싶다면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인솔교사나 숲해설가와 동행해 방문예정일 한 달 전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경기일보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