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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피서, 홈캉스 인테리어로
- 여행 마니아인 윤나겸 세무사, 서동원 대표 부부.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요즘, 여행지의 추억을 떠올리며 리조트풍 아파트를 가성비와 가심비를 맞춰 홈스타일링으로 멋스럽게 변신시켰다. 홈 드레싱의 전체적인 테마는 ‘홈캉스’. 리조트와 휴양지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홈스타일링 정유현디자인 시공 홈플릭스 사진 차경, 김도균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하와이 리조트풍으로 꾸민 거실. 각자의 일로 바쁜 이들 부부가 함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누리려고 만든 공간이다. 라탄 소재의 데이배드와 소품을 배치해 바캉스 무드를 더했고, 여름 잎사귀를 표현한 패브릭 커튼과 파파야 등 열대식물을 비치해 분위기를 고조했다. 특히 중앙에 설치된, 천장에서 내려오는 밧줄을 잡고 있는 원숭이 조명이 눈길을 끈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이들 부부는 데이배드에 앉아 독서를 즐기는 등 휴식을 취한다. 그림 역시 홈스타일링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데, 거실 전면에 팝 아트적 컬러감이 돋보이는 ‘제이미 리’ 작가의 작품을 놓아 휴양지의 강렬한 색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으로 인해 집이 입체적이고 넓어 보인다. 거실 가구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톤의 패브릭 소파와 암체어, 카펫을 골랐고, 덴마크 최대 홈퍼니싱 브랜드 일바(ILVA)의 제품을 선택했다. 안방은 유럽 부티크 호텔 콘셉트로 조명과 벽지는 그대로 두고 커튼과 침구로 새 단장을 했다. 무게감 있는 블루와 레드 컬러를 골랐고 침구와 스프레드(커튼)는 정유현 디자이너가 맡았다. 침대는 퀸 사이즈의 일바(ILVA) 하바나 베드 2개를 두어 수면의 질을 높였다. 방 하나는 언제라도 쉽고 간편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3개의 모듈형 편백나무 구들은 쉽게 분리하고 이동도 가능하다. 탁월한 찜질 효과를 자랑한다. 부부는 산책을 끝낸 후 욕조에서 힐링을 한 후 찜질을 한다. 일상의 루틴으로 건강한 라이프를 즐기는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최소화하고 가구, 조명, 패브릭, 식물, 작품 등으로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을 지닌 홈스타일링. 부부의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럭셔리 리조트가 탄생했다. 안방 욕실의 편백나무 욕조는 부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대형 크기(2m 이상)를 자랑한다. 반신욕과 독서를 즐길 수 있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상의 루틴으로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욕실에서 마치 향이 가득한 스파에 온 듯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서 대표는 “넓은 욕조에 앉아 책을 읽거나 와인 한잔 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 2020-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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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蓮, 한여름 밤의 꿈처럼 덧없다
- 연밭에 들어서기만 해도 연못의 수온이 후끈하게 다가오는 여름이다. 더위가 시작되면 넓은 연밭 가득 피어나기 시작하는 연꽃들은 제각각의 색상으로 품위를 내뿜기 시작한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 미모를 발화한다. 대부분의 연못은 여러 군데로 구획되어 있다. 열대 수련이 모여서 피어나는 데가 있고 잔잔한 모습으로 노랑어리연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못도 있다. 그밖에 여러 가지 희귀 연들이 물 위를 덮고 있다. 진흙 속에서도 청결함이 돋보이는 백련과 홍련이 탐스럽다. 부처님의 진리가 스민 연꽃이 힘든 세파 속에서도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다. 차츰 연꽃이 지고 나면 이어서 볼 수 있는 희귀한 꽃이 있다. 밤에만 꽃을 피우는 것으로 유명한 빅토리아연꽃. 우리가 흔히 보던 연과는 다르다. 연꽃 중에서 가장 큰 잎으로 쟁반처럼 물 위에 떠 있다. 잎의 지름은 1~2m가량. 어린아이가 앉아도 될 만큼 탄탄하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반질거린다. 뒷면은 붉은색이다. 가시 같은 털이 붙어 있고 톱니바퀴 모양을 하고 있어 큰가시연꽃으로도 불린다. 꽃의 크기도 지름이 20~40cm나 되고 4개의 꽃받침에 꽃잎 수는 150장 정도 된다. 빅토리아연꽃은 남미 아마존 강 유역에서 자라는 열대성 수련과 식물이다. 7~9월경에 피는 꽃으로 영국의 식물학자가 처음 발견했다.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기 위해 학명을 ‘Victoria regia’로 명명했다고 한다. 빅토리아연꽃은 3일간 밤에만 핀다. 좀처럼 보기 힘든 도도한 꽃이다. 첫날은 절반만 피고 이틀째에 활짝 피어나 아름다운 향기를 낸다. 그리고 3일째에는 연밥과 꽃술만 남기고 안타까이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시구처럼 연꽃은 아름다움의 절정일 때 떠난다. 여름철 저녁이 되면 빅토리아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연못가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마치 출산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숨죽이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예민해져 있는 빅토리아연꽃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불빛도 줄이고 말소리도 낮춘다. 빅토리아연꽃은 순백색과 붉은 계열이 있다. 붉은 연은 처음에는 흰색이었다가 점점 붉은색으로 짙어진다. 차츰 벌어지다가 오므라들며 왕관 모양으로 변한다. 귀족처럼 우아하게 피어난 빅토리아연꽃은 달빛을 받아 고고하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면 물속으로 잠기며 장렬하게 사라진다. 단 이틀간의 고고한 자태로 화려한 대관식을 하고 절정의 순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세상의 부귀영화도 이토록 덧없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떠나는 빅토리아연꽃의 신비한 생애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쳐가는 즈음이다.
- 2020-07-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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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운맛'에 대한 그리움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고즈넉한 한담이다. 아마도 늦은 오후 무렵이었을 것이다. 절대 군주 영조대왕(1694~1776, 재위 1724~1776)과 신하 김양택(1712∼1777)의 대화다. 느닷없이 고추장이 등장하니 길게 인용한다. 당시 영조는 일흔다섯의 노인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음력 7월이니, 늦더위가 한창인 8월 말경일 것이다. 노인들이 입맛이 없을 계절이다. 내국(內局)의 도제조(都提調) 김양택도 쉰일곱 살이었다. 당시로는 노인이다. 두 사람이 ‘입맛’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국에서 입시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송이(松茸)·생복(生鰒)·아치(兒雉)·고초장(苦椒醬) 이 네 가지 맛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이로써 보면 입맛이 영구히 늙은 것은 아니다.” 하니, 도제조 김양택이 말하기를, “그러시면 생복을 복정(卜定)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만두라. ‘공자는 꿩고기를 세 번 냄새만 맡고 일어났다’고 하였으니, 때로는 혹 향당편(鄕黨篇)에 성인의 기상을 묘사하였음을 상상하였다. 적복(摘鰒)하기는 공이 많이 들므로 영상(領相)이 어사(御史)로 있을 때에 한 마리 큰 복어(鰒魚)로써 나에게 민폐가 된다는 뜻을 보였다. 방금 충재(蟲災)가 민간에 몹시 지독한데, 정당한 공물(貢物) 외에 때가 아닌 물건을 어찌 반드시 구하여 구복(口腹)을 위하겠는가? 마땅히 바칠 것 외에는 내가 받지 아니하겠다.” 하였다. 김양택은 우의정을 거친 고참 신하다. 사적으로, 두 사람은 먼 사돈지간이다. 김양택의 고모가 숙종의 왕비였다. ‘내국’의 이야기이니, 궁궐 깊은 곳의, 얼마쯤은 사적인 이야기다. 영조가 말한다. 송이버섯, 날전복, 어린 꿩, 고추장이 있으면 밥을 잘 먹으니, 내 입맛이 아주 늙은 것은 아니라고. 송이, 전복, 꿩은 지금도 고급 식재료다. 고추장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고추장은 장류의 하나이고 특별히 고급이라고 말할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고추장이다. 고추장은 매운 장이다. 적어도 영조는 고추장을 각별하게 여겼다. 고추는 임진왜란 무렵, 남방에서 건너왔다고 전해진다. 정설이다. 고추 전래 후, 170년쯤의 세월이 흘렀을 때다. 고추는 상당히 널리 퍼졌다. 한민족은 매운맛을 즐겼다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다. 매운맛에 한번 빠지면 좀체 헤어나기 힘들다. 한민족은 매운 고추를 즐겨 먹는, 매운맛을 즐기는 민족이라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매운맛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표현은 맞다. 고추의 매운맛을 즐긴다는 표현은 틀렸다. 매운맛을 고추로만 즐기는 건 아니다.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는 매운맛을 즐기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초’(椒)는 원래 산초를 의미하지만 매운맛이라는 뜻도 있다. ‘호초’(胡椒), ‘산초’(山椒), ‘고초’(苦椒)는 모두 매운맛이다. 오늘날의 후추, 산초, 고추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도 매운맛은 있었다. 외국에서 수입(?)한 후추와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산초로 매운맛을 냈다. 산초는 한반도 남부지역 야산에서 널리 자라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민간에서는 산초를 쓰고 수입산인 후추는 궁궐 사람들과 사대부들이 주로 사용했다. 후추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인 이는 성종대왕이다. 조선시대 내내 후추 수입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통치자는 늘 ‘만약’을 대비해 국내 생산을 염두에 둔다. 성종은 “만약 외국(규슈 왜인)과의 교역이 끊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려했다. 후추는 음식과 더불어 약 제조에도 사용했다.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고,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하며 음식에 매운맛을 더한다. 더불어 서증(暑症), 더위 먹은 병도 다스리니 후추는 필수적이었다. 성종은 왜인들과 교류가 끊어질 경우 필수품인 후추를 구할 수 없으니 후추 씨앗을 구해 직접 재배하고 싶어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추 씨앗을 구해 한반도에서 기르는 일은 불가능했다. 성종의 ‘후추 씨앗 사랑’은 놀랍고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이듬해인 성종 13년(1482) 4월 17일의 ‘조선왕조실록’에도 후추는 등장한다. 예조의 보고다. “본조(本曹)에서 일본국(日本國) 사신을 연회하던 날 후추[胡椒]의 씨를 구해 보낼 것을 말하였더니, 대답하기를 ‘본국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남만(南蠻)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유구국(琉球國)에서 항상 남만에 청(請)하고 본국에서 또 유구국에 청하여, 종자를 얻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당시는 다른 나라였던 유구국(오키나와)에서 구한다. 오키나와도 생산지는 아니다. 남만에서 생산된다. 남만은 오늘날의 태국,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다. 성종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이 비록 생산되지 않는다고 말하나, 후추는 일본에서 왔으니, 일본이 유구국에 청하여 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집착이다. 후추는 남만, 유구, 일본 규슈나 혼슈 서남단, 대마도 등을 거쳐서 한반도에 들어온다. 말을 전해서 원생산지인 남만에 이르면 후추 씨앗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듬해인 성종 14년(1483)에는 신하가, “대마도주(對馬島主)가 말하기를, ‘남만에 사신을 보내어 후추씨[胡椒種]를 구하고자 하는데, 남만은 땅이 멀어 3년이 걸린다. 그 내왕에 드는 식량을 죄다 미곡(米穀)만 실을 수 없으니, 동전 2만 꿰미를 내려 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청구함이 몹시 번거로운데, 장차 어떻게 대답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종의 후추 씨앗 구하기에 대한 숱한 자료가 기록돼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도 손을 뻗는다. 성종 14년 9월의 기록에는 “관반(館伴)으로 하여금 중국 사신에게 후추씨를 구하게 하라”는 기록도 있다. ‘관반’은 ‘관반사’(館伴使)로 외국 사신을 접대하는 벼슬아치다. 중국 사신을 자주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니, 이들이 후추 종자를 구해보라는 뜻이다. ‘성종의 후추 종자 구하기’는 성종 16년(1485) 11월 무렵에 끝이 난다. 왜인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후추 종자 구하는 일을 미룬다. 남만의 뱃길이 머니 곡식 대신 돈을 달라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대장경을 달라’는 요구도 내건다. 성종 16년의 기사에는 일본 측 사신인 앙지(仰之)의 확실한 대답이 나와 있다. 앙지가 대답하기를, “후추의 종자는 남만에서 생산이 되는데, 유구국은 남만에서 무역을 해오고 본국은 유구국에서 무역을 해옵니다. 그래서 본국에서는 후추의 종자를 무역하려고 윤 2, 3월에 이미 사자(使者)를 남만에 보내었으니, 내년 3, 4월 사이에는 돌아올 것입니다. 다만 남만 사람들이 전매(轉賣)할 적에 반드시 그 종자를 삶아버리므로 아마도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였다. 남만-오키나와-일본-한반도를 거쳐 힘들게 씨앗을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씨앗은 한 번 삶은 것이다. 싹이 날 리가 없다. 설혹 구했다 해도 후추는 우리 땅에서 자라지 않는다. 열대성 식물이기 때문이다. 성종이 힘들게 후추 종자를 구했어도 후추를 생산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성종의 후추 종자는, 매운맛에 대한 그리움이다.
- 2020-07-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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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나라의 아열대식물이 한 곳에
- 제주감귤박물관에 아열대식물원이 있다. 아열대식물은 열대식물과 온대식물의 중간기후에 잘 자라는 식물군이다. 아열대식물원은 제주감귤박물관 부지 내에 별도의 유리온실로 시설되어 있다. 키 큰 나무인 교목류가 82종, 키 작은 나무인 관목류가 83종 그리고 초화류가 89종으로 총 254개의 종에 7,272주가 전시돼 있다. 감귤박물관의 입장료 1,500원만 내면 감귤박물원, 전통농가전시실, 아열대식물원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만 65세 이상은 무료다. 선인장류, 야자류, 다육식물류(알로에베라 등)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제주도 내 학생들의 학습의 장은 물론 국내외 여행객들의 여행코스로 이용된다. 다양한 야자류 종류가 눈에 가장 잘 띈다. 주병야자는 야자과 식물로 브라질과 볼리비아에 분포한 마스카르네 제도가 원산지다. 10m 이상 자란다. 술병 모양과 비슷해서 주병야자라고 이름지어졌다. 곤봉야자도 야자과 식물로 줄기가 곤봉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외 카나리야자, 피닉스야자, 워싱톤야자, 아메리카야자, 여우코리야자 등도 볼 수 있다. 덕구리란은 백합과 식물로 멕시코 동남부가 원산지이다. 멕시코 서부 건조지역이나 관목지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비대한 줄기에 물을 저장하는 초대형 다육식물이다. 자생지에서는 크게 자라지만 화분에 재배할 경우에는 성장이 느리고 어느 정도까지만 자라게 된다. 벤자민고무나무는 뽕나무뭇과로 인도가 원산지이다. 높이가 20m 이상까지 자라며 가지는 가늘고 길며 늘어진다. 재배온도는 15~35도에서 잘 자라며 번식은 꺾꽂이로 한다. 실내에서 주로 키운다. 킹벤자민도 뽕나무과로 인도서부와 말레이시아가 원산지다. 박쥐난은 고란초과로 원산지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이다. 나무나 바위에서 기생하여 사는 착생식물이다. 공중에 있는 습기를 먹고 살기 때문에 많은 물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잎 끝에 달린 포자로 번식을 한다. 꽃기린은 대극과로 원산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다. 1년 내내 피는 때도 있다. 꽃의 색깔도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하얀색 등으로 다양하고 추운 겨울철에도 꽃을 볼 수 있다. 극락조화는 극락조화과로 원산지는 남아프리카다. 뉴기니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서식하는 새인 극락조가 있는데 새를 닮아서 “극락조화”라고 불리게 되었다. 꽃이 상당히 크며 신비롭게 생겼다. 꽃이 아름답고 잎의 모양도 보기가 좋다. 미국, 유럽 등 화훼 선진국에서는 꽃꽂이를 만드는 주재료로 흔히 쓰인다. 꽃말이 “영구불변”이다. 호주 바오밤나무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원산지이며 높이가 9m 정도까지 자라는 낙엽교목이다. 성목의 줄기의 지름이 2.7m 정도로 크게 자란다. 나무껍질은 갈색이 도는 녹색으로 연하다. 꽃이 10cm 정도로 흰색볼 형태이다. 점토질의 토양을 좋아한다. 원종바나나는 원산지가 인도와 히말라야이며 대형 다년초로서 크기는 2~6m다. 줄기 위에서 1개의 꽃이 나와 밑으로 자라며 품종에 따라 1개의 과방에 20~30kg의 열매가 달린다. 바나나 열매는 종류에 따라 생식용과 요리용으로 이용된다. 커피나무는 원산지가 아프리카이며 높이는 6~8m 정도이다. 가지는 옆으로 퍼지고 잎은 마주 보고 긴 타원 모양이며 두껍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광택이 있다.
- 2020-03-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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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새순이 피어나는 곳
- 멀리 가지 않아도 소소한 풍경을 즐기며 심신을 가다듬어 주는 곳, 세상의 소음을 잊고 평온한 마음으로 한 나절 보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마곡 서울식물원의 겨울 서울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수목원이나 식물원이 100개 가까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도심 근교나 수도권을 벗어난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에 개장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이나 버스로도 쉽게 가볼 수 있다. 오래전 온통 논밭이었던 때와는 달리 요즘 거길 가면 공항 가는 길 일대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한다. 마곡 지구로 형성된 그 지역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치솟은 빌딩들이 이미 가득하다. 그곳엔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어느덧 마곡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는 '서울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과 겨울 추위가 외출을 망설이게 할 때 언제라도 떠나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 역에 내리면 지름이 약 100m에 달하는 원형 온실의 멋진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다. 관람객들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순환하면서 입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된 건축물의 부드러운 표정이 압도한다. 미래도시를 연상케 하는 식물원의 디자인이 얼핏 생명체의 구조를 느끼게 한다.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듯 걷다 식물원은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입구의 열린숲의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온실 외부로는 한국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주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들길을 산책하듯, 아이들의 놀이동산처럼, 사람과 잘 어울리는 자연이 거기 있다. 온실로 들어가면 열대식물원과 지중해식물원이 세계 12개 도시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초의 보타닉 공원이다. 원형 건물의 벽과 천장을 그물 모양의 철제 프레임과 유리로 마감해 하루 종일 햇빛이 가득 들어온다. 시야가 환해서 어느새 마음도 밝아진다. 열대 식물원은 적도 근처 월평균 기온 18°C 이상인 지역으로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자카르타, 보고타의 식물을 볼 수 있다. 밖은 한겨울인데 벗은 외투를 팔에 걸치고 산책하듯 걷는 관람객들이 흔하다. 이 겨울에 지구 반대편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식물들을 이곳에서 여행하듯 걸으며 즐긴다. 후끈한 열대관에서 지중해관으로 넘어가면 기온이 확 다르다. 이어지는 지중해 식물원은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등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가득하다. 정글처럼 숲을 이루거나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로마의 올리브나 싸이프러스, 아마존을 방불케 하는 숲, 낯선 이국의 식물들이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중해관 스카이워크 입구 쪽에 우뚝 서 있는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바오밥 나무가 인상적이다. 바오밥 나무를 지나 스카이워크로 올라가 내려다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숲 위를 걷듯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온실의 푸르름이 평화롭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이국적인 식물들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를 누려보는 시간이다. 이곳에서 옆문으로 나가면 식물문화센터가 이어진다. 로비 한가운데 시선을 잡아끄는 녹색 샹들리에. 정찬부 작가의 작품 ‘피어나다’가 생동감 있게 밝고 힘을 느끼게 하는 초록 색감이 싱그럽다. 이밖에도 식물전문도서관, 씨앗도서관, 편의 시설이 있어서 궁금한 것을 더 살펴보거나 편안하게 쉴 수도 있다. 초록의 식물 속에서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몰두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이쁘다.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 마곡 문화관 식물원 밖 뒤편 쪽으로 '어린이정원학교'와 '마곡 문화관'이 보인다. 마곡문화관은 예전에 가뭄이나 대홍수에도 안정적인 논농사를 위한 물관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립되었고 등록문화재 363호로 한국 근대 산업 문화유산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물로 보존가치가 크다. 한때 용도 폐지되었던 것을 복원하여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은 상설전시실, 지하엔 배수펌프관이 있다. 1928년 지어진 일제강점기의 펌프장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가 되고 있다. 근대문화적 건축물의 분위기 때문에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낮보다 아름다운 식물원 호숫가의 밤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호수의 야경은 더없이 좋은 산책로다. 식물원을 감싸던 노을이 지고 가로등이 켜지면 고요함과 한적함 속에서 고품격의 산책을 제공한다. 신비로운 조명이 호수에 반영되고 영화처럼 그 길을 걷는 맛을 즐겨볼 일이다. 이른바 마곡의 핫플로드다. 멀리 가지 않아도 “훌쩍 떠나고 싶어”고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일상에서 멀찍이 벗어나면 과연 자유로운 영혼이 이입되고 막연하게 그려오던 신기루에 다가갔을까. 더러는 여행 폐인처럼 무수한 날들을 멀리 떠나 있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때로 감흥 없을 때가 있다. 과연 그런 날들이 어떤 시간을 제공했을지 생각해 본다. 머나먼 곳을 찾아가는 일은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일상에서 내 안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편안함과 관대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값비싼 티켓으로 외국의 이름난 성지나 낯선 곳을 누비고 돌아오면 그 거리만큼 영혼이 치환되었을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하루쯤 가뿐히 식물원을 다녀오면 알 수 있다. 날마다 새순이 피어나는 곳, 온실의 채광 아래서 산소 뿜뿜하는 식물들의 생명력과 함께 숨 쉬는 시간은 더없이 충만한 시간이었음을. 멀리 가지 않아도. -주소 :서울 강서구 마곡 동로 161 서울식물원 △여행정보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 (도보 10분) ▷ 주제원 (7번 진입구) -9호선 마곡나루역 3, 4번 출구 연결 ▷ 열린 숲 (1번 진입구) *버스 -겸재정선미술관 정류소 하차(도보 2분) 672, 지선 6631, 6642, 6712 -마곡나루역 정류소 하차 (열린숲 도보 5분) 672, 6642, 6645, 6648, * 운영 시간 평시(3~10월) : 오전 9:30 ~ 오후 6시 동절기(11~2월) : 오전 9:30 ~오후 5시 (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은 연중무휴. 주제원은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입장- 6세미만 65세이상, 1~3급 장애인(보호자1인 포함), 4급~6급 장애인 본인, 국가유공자, 참전용사증소지자,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 소지자 - 공원구간(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무료 - 주제원 유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제로페이 결제 시 30% 할인. -평소에도 특별전시나 이벤트를 자주 하므로 언제 가더라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식물원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양천 향교가 있다. 향교로 올라가는 길에 홍원사(弘願寺)라는 절이 있고, 거기서 한 발짝 더 걸으면 오래된 국숫집이 보인다. 이름조차 '옛날국수' 집이다. 오래 전의 향수 어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날이 흐려서 만들어 놓은 국수가 처마 밑 구석에 한 줄로 모여져 있다. 햇빛 쨍한 날이면 주렁주렁 널어놓은 국수를 볼 수 있다.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양천 향교(陽川鄕校)'가 보인다. 조선 태종 11년에 만들어져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향교다. 이름은 양천향교지만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해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주변과 함께 옛 시절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능소화가 향교 담벼락을 뒤덮는 초여름 무렵 다시 찾아가 볼 만하다. 양천 향교에서 이어진 골목을 통해 걸어가면 '궁산 근린공원'이 강서지역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그곳의 궁산 기슭에 ‘궁산 땅굴’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 대륙 침략의 기지로 쓰인 김포비행장과 한강 하구 일대를 감시하던 일본 군부대의 본부와 탄약고 등으로 사용된 곳. 이렇게 아픈 역사가 곳곳에 있다.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이다. 그 옆으로 우리 산천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가 겸제 정선의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겸제정선미술관’이 궁산을 배경으로 앉혀졌다. 화가의 작품과 예술적 업적을 볼 수 있으며 기획전시와 체험문화공간도 있다. 한국화의 대표적인 화가의 작품 속에 들어가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또 미술관 주변에 '허준박물관'도 있어서 들러 볼만 하다. 박물관 둘레의 산책로를 걸으며 옛 시간의 향기를 즐겨볼 수 있다. 서울 식물원을 비롯 주변의 볼거리도 놓칠 수 없는 서울 서남지역이다.
- 2020-01-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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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걷고 실비로 먹는 ‘Road & Food’
- 트레킹과 맛집 순례가 대세다, 방송과 각종 매체들이 국내는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 등 해외 코스까지 샅샅이 소개하고 있다. 과장되고 억지스런 스토리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섰으니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겠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소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길과 맛 소개는 소홀하다. 시청률이나 구매력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동년기자들을 통해 편하게 걸으면서 그 지역의 특별한 맛도 즐길 수 있는 ‘Road & Food’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탐라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2002년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7년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0년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유네스코 3관왕인 셈이다. 문화유산이 아닌 자연유산이니 ‘자연’에 방점이 찍힌 지역이라는 얘기다. 그만한 가치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었나? 동년기자들은 솔직히 제대로 몰랐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 죗값(?)을 치를 겸 제주도를 상세히 돌아보고자 4박 5일간의 일정을 촘촘하게 짰다. 다소 무리해서 차도 빌리기로 했다. 렌트 비용은 생각보다 쌌다! 공항 바로 옆 ‘렌터카’ 업체에서 렌트하자마자 제주 출신 동년기자가 바로 근처에 제주 오일장이 있으니 가보잔다. 제주시 민속 오일장은 규모도 크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터라며 열을 올린다. 끌려가다시피 오일장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가성비 좋은 제주 맛집 오일장이 서는 곳 바로 옆에 별도의 시장이 있다. 그 이름은 할망장터. 제주시가 할머니들을 위해 내준 장터로, 자리 사용료는 받지 않고 전기 사용료 명목으로 하루 1000원만 받는단다. 65세 이상 할망 200여 명이 산과 들,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와 과일 등을 판다.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꽤 기특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망장터 앞, 할망빙떡집에서 전병을 말고 있는 할망이 있다. 메밀빈대떡을 부쳐 그 속에 익힌 무채만을 넣어 만든 게 빙떡이란다. 메밀전병과 비슷하다. 제주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리고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들어 먹는다. 간은 약간 싱겁다. 그래서 자꾸 손이 가게 되고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장터에서 가장 인기 높다는 ‘춘향이네 식당’으로 향했다. 직원이 카메라를 보더니 한사코 파전을 먹어보란다. 아침부터 웬 파전?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이 국밥과 파전을 먹고 있다. 속는 셈치고 시켰다. 독특한 파전 맛, 괜찮다. 국밥 세 그릇 1만8000원, 파전 1만 원, 세 명이 배부르게 먹고 2만8000원을 냈다. 요즘 말로 가성비 괜찮은 식당이네! 제주 시내의 물회 식당 소개는 생략한다. 방송을 많이 타서 손님이 줄을 서 있는데,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차별화된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곶자왈 휴양림에서 힐링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일컫는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우거져 있는 곳을 지칭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지역에 걸쳐 분포한다. 이른바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다. 그중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에 있는 교래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제주의 걷는 길 대부분이 그렇듯 천천히 걷기 좋은 자연휴양림이다. 시니어를 위한 1시간짜리 산책 코스로, 제주 방문 첫날 몸 풀 장소로 제격이다. 휴양림에서 힐링을 한 후 현지에서 합류한 지인이 예정에 없던 제안을 했다. 1년 가까이 운영해오다 10월 27일 끝나게 될 ‘빛의 벙커:클림트’를 관람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시큰둥해했으나 ‘키스’ 작품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주제로 한 전시란 말에 구미가 당겼다. 차를 타고 찾아간 ‘빛의 벙커’는 뜻하지 않은 첫날의 큰 행운이었다. 1시간 반가량 환상적인 음악과 미술이 조화를 이룬 빛의 향연을 즐겼다. 더 매혹적인 볼거리는 관람하는 젊은이들. 바닥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앉아 힐링하는 모습이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을 배운 세대들이라서? 제주에서의 첫날을 보내며 어쨌든 ‘낡은 세대들’로서는 꿈도 못 꾸던 자유분방한 모습의 젊은 영혼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덕분에 함께 힐링한 셈이 됐다. 저녁식사를 한 흑돼지구이식당 역시 소개를 생략한다. 이번 취재기간에 먹은 제주의 흑돼지 맛은 다 우수했다. 따라서 어느 식당을 특정하기보다는 코스에 맞춰 부근에 있는 흑돼지 식당을 찾기를 권한다. 주머니 사정은 좀 고려해야 할 듯. 둘째 날 취재에도 행운이 따라주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다. (12월호에 이어짐)
- 2019-11-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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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녘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자란!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1925년 간행된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시이지요. 봄가을 없이 돋는 달이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나무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전에는 그토록 많은 꽃이 산과 들에서 피고 지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야생 난초의 존재는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난초는 으레 ‘잘 빠진’ 화분에 담겨 집 안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감상하는 원예종이라고 생각해온 탓이지요. 그런데 서울, 경기, 강원 등 겨울이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서도 봄이 되면 감자난초, 은대난초, 나도제비란 등이 돋아나 희거나 노랗거나 붉은 꽃을 저마다 피워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1차로 크게 놀랐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1순위 야생화로 꼽는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복주머니란, 보춘화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친숙한 이름의 난초들과 으름난초, 흑난초, 무엽란처럼 다소 생소한 이름의 난초 등 무려 90여 종의 야생 난초가 이 땅에서 저절로 자란다는 걸 알고는 두 번째로 놀랐습니다. 자주색, 즉 ‘짙은 남색을 띠는 붉은 색’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 자(紫)와 난초 난(蘭)의 의미가 더해진 자란(紫蘭). 군더더기 없이 단출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의 야생 난초는 이에 더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하고 진한 홍자색 꽃 색으로 인해 열대 지역이나, 고온의 온실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난초일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자란이 우리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야생 난초라는 걸 알고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나아가 한 야생화 애호가가 썼듯 “발에 밟힌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자생”하는 걸 보는 순간 더 큰 기쁨과 놀라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2018년 5월 5일 차마 건너기를 주저했던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珍島)의 남쪽 바닷가에 도착해 갯바위를 밟았습니다. 그새 무성해진 산기슭을 살피니 군데군데 불쑥불쑥 돋아난 홍자색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초록의 숲에 홍자색 꽃이 피니 눈에 확 뜨입니다. 자란이란 단순명료한 이름의 연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생 난의 화려한 개화 현장을 확인한 것만도 감격스러운데, 조금 뒤 더 놀라운 장면을 만났습니다. 수백 촉의 자란이 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이는 해안 평지에 한데 뭉쳐서 홍자색 꽃잎을 일제히 벌리고 선 장관을 본 것이지요. ‘어린이날 교통 체증’을 무릅쓰고 서울에서부터 500km 가까이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Where is it? 전라남도 무안, 신안, 진도, 해남, 완도, 고흥, 그리고 제주도가 자생지다. 남쪽 바닷가와 제주에서 자란다는 것은 자란이 열대식물까지는 아니지만 추위에 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남쪽에서 자라다 보니, 다른 야생 난초들에 비해 키도 크고 꽃도 큰 편이다. 50cm 안팎의 꽃대를 포함해 키가 60cm 정도까지 자란다. 길이 20~30cm, 너비 2~5cm의 길쭉한 타원형 잎이 5~6장이나 나와 줄기를 감싸며 위로 뻗는다. 5~6월 잎 사이에서 나와 50cm까지 자라는 꽃대 끝에 3cm 크기의 홍자색 꽃이 6~7개까지 달린다. 남서해안 10여 곳 미만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자생하지만, 개체 수는 지천이어서 진도나 해남 등 자생지 야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 2019-04-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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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 건강해야 오래 산다
- 한의학과 양의학은 대장과 소장을 뇌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다. 꾸불꾸불한 모양이 뇌의 구조와 비슷하며, 뇌가 우리 몸의 주인공이듯 대장과 소장도 우리 몸에서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부교감신경이 억제되기 쉬운데, 부교감신경은 대소장과 연관이 많다. 인체 내의 가장 큰 부교감신경총인 태양신경총도 복부에 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장에서 70~80%가 분비된다. 나머지는 대뇌 등에서 생성된다. 한의학에서 대장은 폐와 간, 소장은 심장, 비장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장의 건강은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대병과 난치병, 노화가 장내 불균형으로부터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생명체인 인체 속에는 수많은 균이 살고 있다. 나라는 존재와 이들이 함께 몸을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장 속에서 사는 균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예전에는 뱃속의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구충제를 먹었지만 요즘은 유익균 수를 늘리기 위해 각종 영양제를 먹는다. 한의학은 일찍부터 충(蟲)을 내 몸의 일부로 봐왔다. ‘동의보감’에서는 위장과 오장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가 충(蟲)의 작용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한의학의 목표는 이러한 충(蟲)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데 두고 있다. 지나치면 죽이고 허약하면 살려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음식과 오미를 강조한다. 장은 위장, 십이지장, 소장, 맹장, 대장, 직장 등을 포함한다. 각 장기에 따라 좀 더 뜨겁거나 차갑거나 건조하거나 습한 차이가 있겠지만, 장은 열대우림처럼 적절한 습도와 열기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장에 유익한 유산균과 비피더스균 등이 잘 자란다. 이들 세균이 활발하면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만약 습도와 열기 조절에 문제가 생겨 유해균이 많아지면 복통, 설사, 변비, 장누수증후군이 생겨 알레르기, 염증, 자가면역질환, 정신병, 노화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야식과 과식, 폭식을 피해야 한다. 식사시간과 식사량을 지키지 못하면 위의 습도와 열기의 균형이 깨진다. 유해균이 늘어나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어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 몸속의 균은 수만 년에 걸쳐 음식에 서서히 적응해왔는데, 최근 50여 년간 정제식품과 농약으로 키운 먹거리에 자주 노출되었다. 이렇듯 장내 환경이 어지러워지면서 유익균은 점점 줄어들고 유해균이 늘어났다. 가능하면 우리 선조들이 먹었던 음식을 우리 땅에서 재배해 제철에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유익균을 살릴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침이 잘 나오도록 꼭꼭 씹어야 한다. 침은 유해 성분을 억제하고 장내 환경을 좋게 만들어준다. 저녁식사와 아침식사의 시간 간격은 넓어야 좋다. 그래야 장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저녁은 일찍 먹고 아침은 조금 늦게 가볍게 먹으면 대뇌도 건강해진다. 미국 최고 전문의인 스티븐 건드리 박사는 ‘플랜트 패러독스’라는 저서를 통해 장내 환경을 좋게 하는 음식과 나쁘게 하는 음식을 구분했다. 상추, 민들레, 치커리, 우엉, 돼지감자 등의 국화과 식물과 무, 순무, 배추, 양배추, 콜라비, 갓 등의 십자화과 식물을 추천하면서 콩과, 박과, 가짓과 식물은 피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콩과 식물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많다. 생콩은 몸에 해롭지만 발효시키거나 싹을 틔우거나 압력을 가해 찌면 독성이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된장, 청국장, 콩나물을 만들어 먹어왔다. 박과는 오이, 참외, 호박 등의 과일과 채소를 말하는데 찬 성질이 있기 때문에 숙성시켜 먹는 게 좋다. 가짓과 식물로는 가지, 토마토, 피망, 파프리카, 감자 등이 있는데, 대체로 근래에 유입된 것들이므로 많이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여름철과 가을철은 과일이 많이 나는 시기이므로 과일을 섭취해도 되지만, 이외 계절에는 과일을 먹지 않고 살아와 우리 몸의 유전자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서 겨울과 봄에는 과일을 피하라 말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속에 들어가 좋은 영향을 주는 살아 있는 균을 말한다. 비피더스균,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이 균을 복용하면 장내 유익균이 많아진다. 음식에는 김치나 된장, 치즈, 요구르트 등에 함유돼 있다. 장내 유익균의 생장을 돕는 먹이는 프리바이오틱스다. 덜 익은 바나나와 망고, 무, 순무, 토란, 우엉, 돼지감자 등에 많다. 또 갓 지은 밥보다는 약간 식힌 밥이 장내 유익균에 더 좋다. 장내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황련 등 쓴맛이 나는 한약으로 과도한 습기와 열을 제거하기도 하고, 건강(乾薑, 말린 생강) 등으로 찬 기운을 제거한다. 장은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침치료와 도수치료, 단전호흡 등으로 장운동을 할 수 있다. 아랫배에 핫팩을 매일 30분씩 해주거나 뜸을 떠줘도 장내 환경에 도움이 된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 2019-01-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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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면 얼어 죽는 열대 식물들
- 전철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목에 먹자골목이 있다. 크고 작은 업소들이 길 양옆에 포진해 있다. 경쟁이 심해져서인지 몇 달 못 가 문 닫는 업소들이 많다. 그러고는 새 업소가 간판 달고 인테리어 다시 해서 문을 연다. 그때 축하 화분들이 많이 들어온다. 부피가 큰 것으로는 고무나무, 관음죽 등 열대 관엽식물들이 많다. 그런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밖에 둔 열대 식물들이 그대로 얼어 죽은 채 방치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소 영업도 부진한데 입구의 얼어 죽은 열대 식물들이 더 처량하게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요즘 사람들이 무지해서 생기는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콘크리트 아파트에서만 살던 사람들이 식물을 길러봤을 리 없다. 열대 식물들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 죽는다. 기온이 내려가면 실내에 들여놓아야 한다. 실내에 들여놓으면 공간을 차지한다며 밖에 두는 사람이 많다. 실내에 들여놓는 것도 식물에게는 환경이 바뀌는 것이므로 스트레스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더우면 웃자란다. 웃자란 식물은 그만큼 허약해서 어느 정도 자라면 감당을 못하고 시들어버린다. 사무실에서는 심지어 마시다 남은 커피나 녹차를 화분에 붓는 사람도 있다. 화장실까지 가서 버리기가 귀찮은 것이다. 커피가 식물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믹스 커피는 설탕 같은 첨가물이 들어가 좋을 리 없다. 원두커피 찌꺼기도 일부러 화분에 주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식물에게는 깨끗한 물이 가장 좋다. 애견은 날씨가 추워지면 옷까지 사다 입힌다. 그러나 개에게는 안 좋단다. 애견에게는 그렇게 극성스러우면서 식물에게는 관심이 없다. 열대 식물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얼어 죽는 나무가 많을수록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적 낭비다. 식물을 기르는 것은 정서적으로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정성을 다해 식물을 키우다 보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애정도 생긴다. 그런데 요즘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실내에서 식물 기르기가 마땅치 않다. 햇볕 잘 드는 남향집이면 좀 낫지만, 북향집은 햇볕이 부족해 실내 식물들이 햇볕 드는 쪽으로 기를 쓰며 가지를 뻗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젊은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장기간 파견 근무를 할 때 식물이 주는 위로를 새삼 느꼈다. 주변은 온통 황토빛 사막이었다. 식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있다 해도 잎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 누런 먼지를 뒤집어쓴 것들이었다. 그래서 국내에 휴가차 들어오면 잔디 씨를 사서 가져갔다. 방 안에 작은 용기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린 필드를 만들었다. 용기에 탈지면을 깔고 물을 붓고 잔디 씨를 뿌려놓으면 일주일 후 파란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종의 수경 재배였다. 초록색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 알았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아파트를 팔아 치우고 넓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단독주택을 샀다. 마당에 온갖 과일나무를 심고 각종 꽃들을 키웠다. 그래서 당시 열풍이던 아파트 폭등의 호기를 잡지 못해 재테크에 실패했지만 후회는 없다. 그 시절이 가장 행복하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다시 기회가 되면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서 넓은 마당에 온갖 식물들을 기르며 살고 싶다.
- 2017-12-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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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가 말하는 더운 체질, 찬 체질
- 한의학에서는 약재와 사람에 대해 차갑다, 뜨겁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의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체질이 더운지 찬지 어림짐작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더운 체질, 찬 체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덥다는 것과 춥다는 것은 활동성의 차이다. 더워지면 빨리 움직이고, 차가워지면 천천히 움직인다. 일종의 운동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을 살펴보자. 더워지면, 봄여름이 되거나 낮이 되면 만물은 땅 위로 솟구쳐 자란다. 잎과 꽃을 틔우고 피우며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추워지면, 즉 가을겨울이 되거나 밤이 되면 만물은 땅속 또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잎과 꽃을 오므리고 움츠리며 활동을 최소화시키고 잠이 든다. 여름에는 음식물이 빨리 부패하지만 겨울에는 잘 상하지 않는다. 동물은 크게 변온동물과 항온동물로 구분한다. 변온동물은 계절과 낮밤의 변화에 그대로 순응한다. 하지만 사람은 항온동물이라 계절 변화에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여름에 덥거나 운동해서 열이 나면 인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흘린다. 겨울에 춥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인체는 추위를 극복하려고 몸을 떨거나 이를 부딪친다. 인간의 체온은 36.5℃ 근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체온은 늘 변한다. 화가 나도 올라가고 술을 마셔도 올라가며 밥을 많이 먹어도 올라간다. 반대로 굶으면 내려가고 마음이 안정되어도 내려간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에 대해 ‘뜨겁다,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은 체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올라가려는 성향인지, 내려가려는 성향인지를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즉 체질이라는 것은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도를 말하는 것이다. 더운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높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몸은 땀을 흘리거나 소변과 대변을 보거나 가래, 탈모, 눈꼽 등으로 열을 밖으로 배출하거나 찬물을 찾는다. 일종의 자가 수랭식으로 열을 식혀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는 피를 체표면으로 보내 얼굴이나 손바닥, 피부가 붉어지는데, 일종의 공랭식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것이다. 더 심하면 피부병, 염증으로 열을 내보내 몸을 식히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36.5℃의 항상성을 늘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더운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충만해 목소리도 크고, 활동량도 많으며, 식욕도 좋다. 찬 체질의 사람의 체온은 36.5℃보다 낮아지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주 오한을 느껴 옷을 껴입거나 움츠리거나 따뜻한 물을 찾는다. 또 핫팩을 껴안고 살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 이런 식으로 36.5℃의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찬 체질의 사람은 기운이 약해 목소리도 작고, 활동량도 부족하고, 식욕도 좋지 않다. 이처럼 더운 체질, 찬 체질이라는 표현은 36.5℃라는 수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려는 경향성, 즉 벡터(vector)를 말하는 것이다. 약재의 성질이 뜨겁다, 차갑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환경에서 더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차가워지려는 노력을 하는지 그 경향성을 보는 것이다. 바나나, 야자는 무더운 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산작용으로 땀을 흘려 차가워지려고 노력한다. 두리안도 열대에 살지만 자신의 몸을 뜨겁게 해서 외부 열기가 열기로 느껴지지 않도록 적응했다. 그래서 그 약성도 뜨겁다. 사막의 선인장은 고온건조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진액을 머금고 스스로 서늘해지기를 선택했다. 가평의 잣나무와 소나무는 잎을 침엽수로 만들어 열을 보존한다. 그래서 겨울에 잣을 먹고 송편에 솔잎을 넣고 쪄서 추위를 이기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약재의 노력을 몸에 재현시키는 것이 한약이다. 시베리아에 사는 근골이 단단한 사람에게 제주도의 잣을 먹이면 열 보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사는 허약한 사람에게 시베리아의 잣을 먹인다면 열과 에너지 보존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려는 생물의 선택이 한열로 나타난다. 따라서 같은 종이라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한열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더운 체질은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또 몸에 찌꺼기가 남아 피가 탁하고 성인병이 생기기 쉽다. 이런 사람은 열대의 서늘한 열매나 넓은 잎채소를 먹어 피부를 통해 열이 쉽게 발산되도록 해줘야 한다. 쌀은 안남미나 묵힌 쌀, 통곡을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생식물과 해조류 섭취를 통해 피를 맑게 해주는 것이 좋다. 여름에 더위가 심하면 미숫가루나 콩국수를 자주 먹는데, 더운 체질에게는 평소에도 적합한 음식이다. 찬 체질의 사람은 식욕이 없는 편이고 기운도 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이 좋다. 둥글둥글하고 속이 꽉 찬 씨앗류, 열매류(밤, 복분자, 오미자)가 좋다. 밥에는 좁쌀, 찹쌀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구운 마늘, 부추, 보신탕, 사골국도 좋다. 몸이 찬 체질의 사람은 너무 싱겁게 먹지 말아야 한다. 염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죽염이나 토판염을 쓰는 것이 좋다. 겨울에 추위가 심하면 면, 떡, 빵, 묵을 먹는데 찬 체질에 좋은 음식들이다. 다만 소화가 잘되도록 반찬이나 양념을 곁들여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음식의 한열은 조금씩 달라야 한다. 뜨거운 체질이라고 해서 겨울에도 차가운 음식이 좋은 것은 아니고, 찬 체질이라고 해서 여름에도 뜨거운 음식만 먹을 수는 없다. 체온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관건이다. 에서는 봄에는 서늘하게, 여름에는 차게, 가을에는 따뜻하게, 겨울에는 뜨겁게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개괄적인 조언일 뿐이다. 여름에도 가끔씩은 뜨겁게 먹어줘야 하고, 겨울이라도 차갑게 먹어줘야 할 때가 있다. 즉 여름에 수박을 자주 먹다가도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은 먹어주라는 말이다. 여름에는 겉은 뜨거워지고 속은 차가워지기 쉽기 때문에 보신탕, 삼계탕을 한 번씩 먹어 속을 데워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면, 떡, 빵, 만두, 고기를 자주 먹다가 가끔씩 냉면, 메밀국수를 먹어주면 좋다. 겨울에는 겉이 차가워지고 속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냉면, 메밀국수, 동치미 등의 음식으로 속을 식혀주면 좋다는 의미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2017-06-1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