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2009년까지 취업, 대학진학 등의 이유로 인구유출 현상이 심각했었다고. 그런데 2010년부터 인구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2010년에는 순유입자 수가 437명, 2011년 2342명, 2012년 4873명, 2013년 7824명 등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4년에도 역시 제주 유입 인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일례로 서귀포시에서 주최하는 귀농 귀촌 교육의 경우 단 2시간 만에 마감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서귀포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주말반까지 만들었지만 수요에 비하면 부족한 반 편성이었다.
도대체 제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제주의 매력과 신비가 갑자기 커진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리는 벼락을 맞은 듯이 제주에 끌렸을까?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사연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제주도 안에서도 이런 현상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 두 가지를 갖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이들이 제주로 몰려들면서 제주도에 귀농 귀촌 바람이 부는 것은 제주도의 1차 산업 부흥을 의미한다. 농어촌 사회에서는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고 도시 이주자들이 몰고 오는 문화 이민의 바람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제주도에 뿌리를 못 내리면서 일어나는 갈등도 있고 은퇴자금을 앞세워서 부동산을 사는 바람에 제주도 땅 값이 들썩이는 역효과도 일으키고 있다.
#올레길 벤치에서 터져 나온 아내의 소원, “여보, 부탁이 있어.”
‘달파란’(게스트하우스 & 카페)은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에 있다. '파란달’보다 ‘달파란’이 느낌이 있지 않은가? 달파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김태환(52)씨는 전직 국어 교사다. 지금은 교사직을 명예퇴직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달파란 게스트하우스는 2012년 12월에 오픈한 곳으로,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 과 별채 카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에게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특이한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 위미리에 위치한 세천포구 바다를 봤을 때 그 느낌이 파란 달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고 설명한다. 게스트하우스 이름도 시적이고 제주 정착기 역시 운명처럼 시적으로 시작된다.
“올레길 10코스를 걸으면서 송악산 중턱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참 좋다는 느낌을 갖고 한참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여보, 내가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 줄래?
-뭔데?
-우리, 여기서 살면 안 될까? 제주에 살고 싶어
“그 순간 제 입에서 너무 쉽게 그래. 라는 대답이 나왔어요. 제가 살면서 몇 가지 잘한 일들이 있는데, 이 순간이 바로 그 잘한 일이에요.”
정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지 궁금했다. 물론 경제적인 여건도 궁금했고.
“처음엔 그저 먹고 사는 정도만 수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작했는데, 다행히 먹고 살면서 대학교 다니는 애들 등록금 댈 정도는 버는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앞으로의 꿈이요? 시간이 지나면 규모를 줄여서 제 개성에 맞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싶어요. 저만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면서 사는 게 제 꿈입니다.”
선량하게 웃는 주인 부부의 얼굴을 보면 ‘제주의 마법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제주에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심지어는 대학생 자녀들을 서울에 두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그 것. 우리는 이것을 ‘제주홀릭’이라 부른다.
“지금도 저처럼 중년 분들이 많이 여행하러 내려와요. 우리 숙소에서 머물다 가는 분들 중에 진지하게 제주살이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구요. 그분들에게 농담처럼 말해요. 올레길 자꾸 걷다 보면 저처럼 제주에 주저앉게 됩니다. 하구요.”
#가수 장필순이 추천한 그 곳의 그 남자, “대기업에 다닐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요리하는 남자’는 애월읍 하귀리에 위치한 작은 요리 주점이다. 멋진 미소의 이영태(52) 씨는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공이다. 생전 요리할 것처럼 생기지 않은 외모지만 의외로 요리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잘 어울린다.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현재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했다. 평촌에 살다가 제주에 온 것은 2011년 2월.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부장 직까지 하고 나면 그 이후엔 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숨막히는 일상생활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귀농을 꿈 꿨고 그렇게 귀농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단다.
“꼭 그렇게 깡촌으로 가야 해? 촌도 있고 도시 같은 분위기도 있는 제주는 어때?”
친구가 그냥 툭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제주에 집을 구해서 내려오게 되었다. 늦둥이 딸이 중학교 입학할 때, 서둘러 떠나왔고 시내권 중학교보다는 시골지역에 위치한 학교로 보냈다. 딸은 제주 생활에 잘 적응했고 순박한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행복한 중학 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딸은 올해 제주외고에 수석으로 입학했단다. 온 가족이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원래는 농사일을 해보려고 땅을 알아봤지만 희한하게도 지금의 가게 자리가 나왔을 때, 끌리듯이 그 날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피 속에 요리에 대한 애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시다시피 작은 가게잖아요? 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죠. 만약에 돈 벌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장사를 했다면 지금처럼 즐겁게 살지는 못했을 거예요. 딱 지금이 좋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요.” 그러면서 그는 어떤 요리를 파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했다.
“초임 직장 시절에 일본에 파견근무를 나가서 5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 먹었었던 일본요리들을 제 손으로 만들어서 판매하곤 해요. 제가 맛있게 먹은 음식들은 흉내 내려고 노력하면 비슷한 맛이 나오더라구요.”
메뉴판에 있는 ‘간장새우’도 얼마 전 강남에 갔다가 맛있게 먹은 메뉴인데 제주에 내려오자마자 바
로 만들어 봤단다. 반응이 썩 괜찮다며 씩 웃는 모습이 참 해맑게 느껴졌다. 얼마 전, 모 잡지에서 가수 장필순씨가 자신이 자주 다니는 명소들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소개했는데 그곳에 요리하는 남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물었더니 장필순씨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는 장필순씨인지 몰랐다고 한다. 여러 명이 와서 음악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시고 갔는데 얼마 뒤에 한사람이 찾아와서
-장필순씨, 안 왔어요? 하고 물었단다.
-장필순씨가 여길 왜 와요? 하자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지난번에 같이 왔잖아요. 했다는 거다.
그때부터 장필순씨는 후배들과 자주 이곳을 찾았고 4,5개월 전부터는 이효리씨 부부도 데리고 왔단다. 아마도 행복한 주인장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술이 잘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닐까?
‘달파란’의 주인장 김태환씨, ‘요리하는 남자’의 주인장 이영태씨 모두 공통점은 예전 직장보다 지금 제주에서 하는 일이 훨씬 만족스럽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충고 또한 같다. 여행지에서 봤던 제주는 잊으라고. 바다를 감상하고 잔디를 다듬고 하는 로망은 일상생활이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삶이 된다고. 조선시대 윤선도의 는 실제 어부들의 삶과 비교하면 얼마나 황당한가? 실제 어부의 삶은 관념 속 어부의 삶과는 다르다. 한없이 한가롭고 유유자적할 수는 없다. 제주의 삶도 그렇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은 800km에 이르는 기나긴 순례길이다. 프랑스 생 장 피에드 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한 달여 가량이 소요되는 종교인의 고된 순례길. 하지만 현재는 피레네 산맥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여행객들의 발자국으로 채워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은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제주 올레길을 직접 일구며 국내에 ‘걷기 여행’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제주 올레길에서 촉발된 ‘걷기 여행’ 열풍은 지리산 둘레길, 전라북도 순례길 등으로 이어지며 속도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다시금 느림, 걷기의 미학을 되새겨 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도 ‘뚜벅이’라는 걷기 동호회가 있다. 지난해 12월 정식으로 출범했지만 어느새 가장 ‘핫’한 사내 동호회로 주목받고 있다.
정해진 인원은 없다. 한 달에 한 번 동호회 운영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공지를 띄우고 그때 그때 신청자를 받는다. 걷기 동호회인 만큼 특별한 장비를 갖추거나 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다. 때문에 여행 공지를 띄울때마다 평균 20여명의 참가자가 몰리곤 한다. 간편함이 ‘뚜벅이’ 인기의 비결인 셈이다.
‘뚜벅이’는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강화도 옛사랑길, 계족산 황톳길, 문경새재, 청계산 둘레길 등 지역의 좋은 길을 찾아 걸었다. 직원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지만 예산 제약이 있어 신청자가 몰릴 경우 직원 위주로 참가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부담없이 걷는 도보 여행인 만큼 참가자의 연령과 직급도 다채롭다. 함께 길을 걸으며 다른 부서, 다른 직급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뚜벅이’의 큰 장점. 증권 예탁, 증권 보호예수, 금융상품 결제 등 숫자와 씨름해야 하는 예탁원 업무의 특성상 걸으며 혼자만의 사색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다른 부서의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걸으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어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다이어트에도 좋으니 금상첨화죠.”
쉬면서 가면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잠시 삶의 속도를 느리게 하기. 예탁원 ‘뚜벅이’가 직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다.
해마다 겨울이면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많다. 온화한 기후와 그림 같은 풍광, 풍부한 먹을거리, 거기에 호텔·리조트·펜션 등 충실한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활짝 연 제주도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휴양·레저 천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도 미지의 땅이다. 수려한 풍광을 갖추고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 너무나 많다. 최근에는 TV 등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유명 관광지로 거듭난 곳도 있다. ‘미국엔 할리우드, 한국엔 제주우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드라마 인기로 인한 최대 수혜 지역은 서귀포 안덕면의 안덕계곡이다. 드라마 ‘추노(2010)’에 이어 ‘구가의서(2013)’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제주도의 숨은 명소 중 한 곳이다. 봄·가을 폭포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겨울철에도 눈 쌓인 계곡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 이런 곳이 있었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색의 길’ 등 트레킹 코스와 연계돼 있어 도보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드라마 ‘올인(2003)’을 통해 재조명된 관광지도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섭지코지다. 1970년대부터 제주도 신혼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였던 섭지코지는 드라마 ‘올인’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제주도하면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섭지코지는 찾는 사람이 많아 낮 시간보다 이른 아침에 이용하면 한적한 산책로를 경험할 수 있다. 푸르른 봄날에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차가운 겨울 바다의 강렬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안성맞춤이다. 광치기 해변, 성산일출봉, 우도 등 동부권 여행지와 함께 여행 코스를 계획해도 좋다.
제주도 서남쪽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겨울철 바다와 해안가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여름에 해수욕장을 찾는다면 겨울에는 용머리해안과 같이 바다가 만들어 주는 절경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단 풍랑 주의보가 발생할 경우 입장이 제한될 수 있어 인근 송악산과 산방산, 모슬포 등과 연계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지난해 오픈한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아시아 최대 프리미엄 해양 테마파크다. 흥미로운 공연과 희귀한 해양 동물까지 모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물고기를 만져볼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특히 비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철에도 따뜻하게 둘러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이어서 겨울 여행지로 인기다.
최근 뜨는 제주도 여행지하면 단연 올레길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한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의해 개발됐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15㎞)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까지 총길이 422㎞에 이르는 21코스가 완성됐다. 각 코스는 15㎞ 이내로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으로 연결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있다.
특히 21코스는 해녀박물관에서 시작해 별방진, 토끼섬, 하도해수욕장, 지미봉을 거쳐 종달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10.7㎞ 구간으로 3~4시간이 걸린다. 이 일대는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큰왕애오름 등 제주 특유의 화산체가 집중돼 있다.
이 외에도 겨울철 제주도 산행을 계획한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를 걷는 것도 좋다. 만약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사려니숲길에서 끝없는 숲길을 경험하는 것도 제주도 겨울철의 백미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제주도가 신년을 맞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