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남도 여행에서 민박집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같은 한국 사람끼리 이렇게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는 귀도 잘 안 들리고 전라도 토종 사투리를 쓰니 더 못 알아들었다. 내게도 잘못이 있다. 영감이 물려준 초가 집 하나로 먹고 사는 민박인데 내가 “펜션”이냐고 물으니 못 알아들은 것이다. “내비게이션으로 찾아 가려는데 주소를 불러 달라”고 했더니 역시 못 알아들었다. 내비게이션을 “내비”라고 한데다 자동차 운전에 필요한 내비게이션과는 전혀 관계없는 80대 할머니이니 당연히 무슨 소리인지 몰랐을 것이다. 낙안읍성 근처에는 펜션이라고는 없고 대부분 민박집이니 “펜션”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더라도 외래어의 경우 상대방을 봐서 써야 한다.
작년에 케이블 TV 방송국과 휴먼다큐멘터리 작업을 보름 간 한 적이 있다. 내 일상 생활을 따라다니며 찍어서 방송에 내보내는 작업이다. 육중한 카메라를 메고 담당 PD와 여기저기 다니며 촬영을 해야 했다. 가는 것마다 “휴먼다큐 찍는 중인데요” 하며 양해를 구하려 했다. 그러나 대부분 못 알아듣고 일단 손사래부터 쳤다. 뭔지 모르니까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해준 말이 “인간 극장 찍는다고 해요”였다. 그 다음부터는 일이 술술 풀렸다.
어느 책에 보니 어떤 사람이 라디오 진행자를 맡았는데 게스트를 모시고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게스트마다 각계의 전문가라서 그때마다 그 방면의 공부를 해서 겨우 진행을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 계통의 전문가이고 본인은 이제 와서 대충 겉만 훑어서 방송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는 것이다. 자격도 없는 것 같고 너무나 힘들어서 그만 두려고 하던 중에 마침 일이 생겨 한 주 다른 사람이 그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는 것이다. 역시 전문가가 나왔는데 진행자도 그 방면의 전문가라서 대담은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 평은 자기네들끼리는 잘 아는 내용이니까 대화가 잘 된 것 같지만 시청자들은 너무 어려워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일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이다. 나 혼자 보는 글이라면 내 마음대로 쓰면 된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보고 읽는다. 그렇다면 평소 말하는 것처럼 대화체나 구어체가 좋다. 평소 안 쓰던 말을 글에서는 마구 써 놓으면 읽는 사람들이 피곤해 한다.
내가 전국의 유명 댄스 카페에 댄스 칼럼을 쓰면서 호평을 받았던 이유가 바로 글을 쉽게 쓴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댄스 강사들은 몸으로는 잘 하는데 말로는 쉽게 설명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쉽게 설명 잘 하는 사람이 명강사이다.
수필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토론하는 모임이 있다. 유명 작가일수록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툭툭 튀어 나온다. 한자 세대라도 잘 모르는 한자로 된 단어가 나올 뿐 아니라 순수 우리말이라며 굳이 안 들어가도 되는 풀이름도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래야 할까 하며 의견을 묻는다. 공부하는 우리들은 한결같이 평소 안 쓰던 단어에 대하여 성토한다.
새로운 단어가 방송에서 나온다. 그러면 순식간에 전국 방방 곡곡 모든 사람들이 그 말들을 순식간에 사용하는데 놀라운 속도다.
내가 살고 있을 때 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었다. 난 그 말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이를 막론하고 그런 의미의 말을 사용할만하면 정확하게 전 국민이 사용하는 거다. 그 전파 속도도 놀랍지만 발음도 의미도 정확하게 정말 잘 사용한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바로 안 나오는데 그들은 젊은이들이나 주부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주 나이가 많은 분들도 정확하게 그 발음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외래어들의 발음이 엉망인 국민들이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받침이 없는 가나로 발음 표기를 하기 때문에 절대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느 날 중학교 영어시간에 어머니들을 초청했다. 영어 선생님은 정확하게 발음을 했지만 전 학생들은 테이블을 ‘테이부루’ 라고 발음했다. 수 십 번을 영어 선생님이 발음을 해 주면서 반복을 시켰지만 허사였다.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니 발음기호가 가나로 그렇게 되어 있었다. 거기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학생들의 발음이 정확했다. good bye는 ‘구또바이’ happy birthday는 ‘핫삐바스데~’ camouflage는 ‘카무후라쥬’ macdonald가 ‘마꾸도나르도’ 등등 정말 어처구니없는 발음기호로 쓰여 있었다. 내가 가나를 다 배우고 나니 절대로 그렇게 밖에는 더 이상 어떻게 표기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웃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글의 놀라움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처음에 그들이 하는 영어에 몹시 웃음이 나왔었지만 점점 그렇게 웃을 수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렇게 밖에는 안 되는 언어를 가진 죄 밖에는 없었으니까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들 나름으로 외래어들을 자기들에게 맞게 만들어 내는 기술도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화미콘’ 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냥 그게 TV게임 전용기를 외래어로 그렇게 말하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게 아니라 패밀리 컴퓨터의 준말로 가족 전체가 즐기는 컴퓨터란 의미라는 것이었다. 그런 놀라운 제조 외래어들이 얼마나 난무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 일본인들은 어느 누구도 전연 헷갈리지 않고 발음도 정확하게 사용하처도 절대 안 틀리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쓰는 게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발음이 전 일본인들이 똑같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자신만만하게 그 발음을 고수하고 사용한다. 어느 한 사람 손가락질 안 한다. 영어 발음을 귀신같이 잘하는 사람일지라도 자기들끼리는 그 발음으로 통한다.
가끔 전철을 타면 영어로 떠들어대는 청소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물론 동양인이다. 중국인이나 다른 동양인 학생들이 여행을 온 건지 우리는 얼굴과 차림만 보고는 구별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한참을 그렇게 같이 가다가 우리말로 하는 게 들린다. 왜 여기가 한국인데 우리의 위대한 한국말을 안 쓰고 영어로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비밀스런 말인가? 하며 이해해 주려고 노력은 해 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절대 그런 일본 청년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발음상의 문제로 그럴까?
자존심을 가지고 일본인이라는 것으로 발음이 틀려도 외래어들은 틀린 발음으로 쓰거나 자기 국민들 정서에 맞게 만들어 내놓은 말을 온 국민이 마다않고 자랑스럽게 쓴다. 미국인이 가장 놀라는 것도 어떻게 그렇게 맘대로 외래어를 만들어 내는지 놀라웠다고 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 미국인도 ‘화미콘’에 대해서 어찌나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지 일본말인 줄 알아서 자기도 그렇게 말했다고 그러다가 어느 날 그게 준말이란 걸 알고 황당했었다며 그러나 아주 구또(GOOD) 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던 게 기억난다. 그들의 자존심을 이해하게 하는 구석이다.
2010년 발간된 에는 김일(金一)과 김기수가 별도의 항목으로 실려 있다.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총본산인 대한체육회의 역사서에 프로 선수가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80년대 들어 프로화가 된 야구와 축구 등의 국제 대회에 출전한 프로 선수들 이름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두 스포츠 스타가 활동한 시기는 1960년대이고 이때는 아마추어리즘이 철저하게 지켜지던 때이기도 하다. 더구나 같은 프로 종목이면서도 복싱과 달리 정통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은 프로 레슬링 선수인 김일이 포함된 것은 1960년대 한국 스포츠를 말할 때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종목이 아직은 아시아 무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기에 프로 레슬링의 김일과 프로 복싱의 김기수는 스포츠팬들에게 한국 선수도 얼마든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겼다. 또 김일이 터뜨리는 박치기와 김기수가 뻗는 주먹에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수준의 팍팍한 삶을 살고 있던 국민들은 잠시나마 위안을 얻기도 했다.
중년 이상의 스포츠팬들에게 1960년대 인기 스포츠를 꼽으라고 하면 프로 레슬링은 아마도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이어서 프로 복싱과 여자 농구, 축구 정도가 순위에 들 것이다. 그 무렵 프로 레슬링의 인기는 요즘의 야구 메이저리그나 축구 프리미어리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TV 인기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에도 빠지지 않고 한 토막 소식으로 등장했다.
1960~197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 레슬링의 최고 스타는 ‘박치기왕’ 김일이었다. 김일이 장충체육관에서 자이언트 바바(馬場), 안토니오 이노키(猪木) 등 일본 선수들과 치른 경기는 말 그대로 ‘한일전’이었다. 총과 칼만 들지 않았지 처절한 싸움이 링 위에서 펼쳐졌다.
일본 선수가 게다(일본 나막신)로 김일의 이마를 때리면 김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는 곧바로 박치기로 일본 선수를 링에 뉘어 버렸다. 그리고 링 위에 나뒹굴고 있는 게다를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임택근·이광재 등 당대 최고 인기 아나운서들은 목청을 높여 “박치기, 박치기, 박치기~”를 외쳐 댔다. 루 테즈 등 산만 한 덩치의 외국 선수들도 박치기 소리가 3번 이상 울려 퍼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정도 소리를 치면 어지간한 선수는 링 바닥에 벌렁 나가자빠졌다. 경기 중반까지 김일이 일방적으로 몰리거나 악랄한 반칙으로 피를 흘리는 등 체육관 안의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는 예외적으로 대여섯 차례의 박치기가 상대 선수의 이마를 강타했다.
그 무렵 장충체육관에서 프로 레슬링 한일전이 벌어지면 경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나운서도 긴장하고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개 아나운서의 중계 시작을 알리는 방송 코멘트는 아나운서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장충체육관입니다. 지금부터 김일 선수의…” 아무개 아나운서는 태국 등 외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 중계가 많았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태국의 수도 방콕입니다. 지금부터 제 5회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농구 한국 대 태국의 경기를 중계 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이래야 제대로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김일은 1929년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에서 태어났다. 1948년부터 1957년까지는 씨름 선수로 활동했다. 당시로서는 큰 키인 180㎝의 당당한 체격으로 씨름판을 휘어잡다가 역도산(力道山)을 찾아서 1956년 일본으로 밀항했다. 불법 체류자로 잡혀 1년 동안 형무소 생활을 하다가 1957년 도쿄에 있는 역도산체육관 문하생 1기로 입문했다. 역도산으로부터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사나이’라는 뜻의 오키 긴타로(大木金太郞)라는 이름을 받았다. 긴타로는 전설 속의 주인공으로, 소문난 장사를 뜻하는 말이다.
1963년 세계프로레슬링협회(WWA) 태그챔피언, 1964년 북아메리카 태그 챔피언, 1965년 극동 헤비급 챔피언, 1966년 도쿄 올 아시아 태그 챔피언, 1967년 제 23대 WWA 헤비급챔피언, 1972년 도쿄 인터내셔널 세계 헤비급 태그 챔피언에 오르며 20여 차례 챔피언 방어전을 치렀다. 장영철, 천규덕 등과 함께 한국 프로 레슬링 1세대로 활약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김일은 말년을 힘들게 지냈다. 1987년 아내를 백혈병으로 떠나보냈고, 자신은 박치기 등 경기 후유증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군대에 보낸 막내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큰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이왕표 등 후배들의 경기나 프로 레슬링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지난날 링에서 포효하던 ‘박치기왕’은 더 이상 보기 어려웠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여러 사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 머무르면서 후배 양성과 프로 레슬링 재건 사업에 힘을 쏟았던 김일은 1995년 4월 도쿄돔에서 일본 무대 은퇴식을 가졌다. 국내 은퇴식은 2000년 3월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레슬링 쇼’ 파문으로 41년 동안 서로 등을 돌리고 지내 왔던 장영철과 뒤늦게 화해해 팬들을 흐뭇하게 하기도 했다. 또 생전에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는 스승 역도산의 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2005년 11월 그는 대장을 잘라 내는 큰 수술을 받아 한때 생명이 위태롭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로 회복돼 사회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혹독한 훈련과 치열한 경기의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후배들을 격려하며 프로 레슬링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했던 김일은 오랜 투병 끝에 2006년 10월 26일 낮 12시 17분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그의 영전에 놓인 국민훈장 석류장(1994년)과 체육훈장 맹호장(2000년)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온 국민에게 선사한 기쁨의 가치에는 한참이나 모자랐다.
◇ 대한뉴스
1960년대 김일의 프로 레슬링 경기를 서울에 있는 장충체육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이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김일의 호쾌한 박치기 장면을 기억하고 있을까. 텔레비전 수상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 김일의 프로 레슬링 경기와 김기수의 프로 복싱, 박신자의 여자 농구 경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였다.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반드시 영사하던 대한뉴스는 오늘날의 TV 종합 뉴스 편성과 같아서 정치 경제 사회 뉴스에 스포츠 소식이 붙어 있었다. 월남전 소식과 새마을운동 소식은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였다. 정부 시책 홍보 수단이기도 했지만 정보 소통을 신문과 라디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대한뉴스는 매우 중요한 매스미디어 가운데 하나였다. 대한뉴스는 1953년부터 1994년까지 매주 제작됐다. 1945년 해방 이후 조선시보로 시작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한전진보, 1953년 대한늬우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외래어 표기법 개정에 따라 대한뉴우스를 거쳐 대한뉴스로 바뀌었다.
>>>글 신명철 스포티비뉴스 편집위원,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smc6404@naver.com
1)“내가 물어볼 테니 알아맞혀 봐. ‘뚝에치’가 뭐어게? ‘깐에짝’은?”
2)한 신입 사원에게 부장이 “우리 어머니 수연에 와 달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망신을 당한 그는 무식을 만회하려고 에티켓 사전을 뒤진 끝에 ‘망구’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가 “자당 어른께서 망구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자 부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뭐? 우리 어머니가 할망구라구?”
3)“안여돼 같으면서 에바 그만 떨고 김천 가자. 그런데 문상도 버카충 되니?”
1)은 1960년대의 수수께끼다. 답은 ‘말뚝에 까치’, ‘뒷간에 볼기짝’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이런 문답이나 언어의 희롱은 재미있는 놀이이자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수께끼나 스무고개라는 말은 거의 사어가 됐다.
‘수연’과 ‘망구’를 아시나요
2)는 소설가 이창동(문화부장관 역임)의 콩트 의 내용이다. 수연(壽宴)은 생일잔치, 망구(望九)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 그러니까 81세다. 같은 세대인데도 한자어를 몰라서 빚어진 불통 사례다.
3)은 요즘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문장이다. 어른들을 위해 ‘번역’하면 “안경 쓴 돼지같이 생겼으면서 보기 흉한 애교 그만 떨고 김밥천국이나 가자. 그런데 문화상품권도 버스카드 충전 되니?”라는 뜻이다. 에바는 오버(Over)의 변형이다.
세 가지 사례는 우리의 어문생활이 통시적으로 얼마나 급변해왔으며 공시적으로는 단절과 괴리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준다. 1945년 광복 이후 70년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어문생활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었다. 능곡지변(陵谷之變) 고안심곡(高岸深谷) 천선지전(天旋地轉)의 이 달라짐은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 금석지감(今昔之感)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긍정적이지 못한 게 많은 것이 문제다. 언어의 민주화는 언어의 자유화를 넘어 언어의 천박화를 촉진했다.
한글문화연대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2013년 12월에 실시한 말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 사회의 말 사용 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92.6%(매우 문제가 많다 33.9%+문제가 있는 편 58.7%)로 압도적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7.4%(전혀 문제가 없다 1.1%+별 문제가 없는 편 6.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70년간의 변화와 과제를 정리한다. 일제 잔재와 외래어 남용, 경음화 추세의 가속, 단축어 신조어의 유행, 욕설과 공격성 심화, 유행어 은어의 변천, 남과 북의 언어 괴리, 이 여섯 가지를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청산 안된 일제 잔재와 끝없는 외래어 남용
어문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우리의 어문생활은 국어 건설기(1894년 갑오개혁~1970년 국어순화정책), 국어 순화기(1970~1980년대 중반), 국어 관리기(1980년대 중반 이후)로 분류할 수 있다. 국어 건설기의 특징은 1)일제 강점기에 조선어를 제대로 세우려는 투쟁 2)새 나라 건설과 이에 따른 한국어 정비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술 출판 과학기술 같은 모든 분야에서 일본말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그런 말을 많이 알아야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치부되곤 한다. 일제가 남겨 놓은 일본식 땅이름의 유래를 잘 모르는 채 버스 안내판이나 도로 표지판, 행정관서나 시설물에 그 이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의 영향이 커진 데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영어가 득세하면서 이제는 영어를 많이 써야 유식해 보이게 됐다. 한자와 한문 사용은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로마자와 영어가 차지했다. 한글전용과 한자교육 문제의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쏘주’ ‘쐬주’ ‘도꾜’...경음화 추세의 가속
1960년대의 영화나 방송을 보면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만큼 발음이 연하고 순하고 말이 느려서 요즘 감각으로는 촌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말이 빠르고 급하다. 특히 경음이 많아졌다. 소주→쏘주, 쐬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주가 달다 해서 쏘주가 달다는 뜻의 ‘쏘달’이라는 상품이 나왔을 정도다. 숙맥은 콩인지 보리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인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쑥맥이라고 발음한다.
우리는 일어를 표기할 때 ㅊ ㅋ ㅌ ㅍ 등 격음 위주로 하고 있다. 東京의 표기는 경음인 도꾜가 아니라 도쿄다. 하지만 이를 납득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잘 발달된 우리나라의 욕은 가속되는 경음화 경향을 잘 알게 해 준다.
‘해품달’ ‘쏠까말’ ‘슈키라’... 단축어 신조어의 유행
요즘 젊은 세대는 긴 말을 참지 못한다. 긴 것은 석 자 이내로 줄이고 석 자인 것도 두 글자로 줄여 버린다. ‘인터넷강의’는 ‘인강’, ‘해를 품은 달’은 ‘해품달’,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넝굴당’, ‘별에서 온 그대’는 ‘별 그대’다. 일본인들이 축소 지향의 민족이라면 우리는 단축 지향의 국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인터넷에 떠 있는 ‘어른들이 모르는 신조어’라는 자료(출전 불명)에 의하면 어른들이 가장 못 알아듣는 말은 쏠까말, 정줄놓, 흠좀무, 이뭐병 순이다. 차례로 풀이하면 솔직히 까놓고 말한다, 정신줄을 놓았다, 흠,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이런 뜻이다. 그런 식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일 수 있다.
최근 인터넷 검색어에서 상위에 올랐던 ‘슈키라’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슈퍼 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인데, 이렇게 풀어서 알려 줘도 슈퍼 주니어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유행어와 소통은 역시 어려운 문제다.
아이들은 ‘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신기하다 멋지다 내가 졌다, 이런 뜻의 감탄사 대용어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두루 쓰이는 단어다. 어느 지공거사(65세 이상인 지하철 공짜 이용자)에게 뜻을 물었더니 ‘소금에 절여 둔 음식 너무 오래 잘못 보관하면 풍기는 냄새와 맛?’ 이렇게 답이 왔다.
욕설과 공격성 심화... 도 넘은 인터넷 막말
오늘날 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공격성 폭력성이다. 1) 익명성에 숨어 자행하는 인터넷 언어폭력의 증대 2) 거의 모든 문장에서 뜻도 모르고 추임새처럼 뱉어대는 욕설 3) 막말과 비속어로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방송 언어의 악순환 4) 정치권이든 일반인이든 정치적 견해차에 따라 마구 쏟아내는 극단적 공격 언어, 이런 것들이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욕 없이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몇 년 전 버스 안에서 대화를 하면서 한마디도 욕을 하지 않은 중학생들을 본 할머니가 그 학생들을 표창하라고 학교에 알린 일이 있을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10월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언어생활에 대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자.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에 대해 89.4%가 ‘언어폭력으로 사회문제다’라는 데 동의했다. 중복 답변을 허용한 이 문항에서 사회문제라는 생각은 ‘또래 간의 친근감 표현(57.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40.4%)’이라는 답변보다 훨씬 비율이 높았다.
말로 하는 욕설도 문제이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SNS상에서 댓글을 쓰면서 마구 내갈기는 구어체 욕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일상의 대화보다 더 심각한 게 인터넷 막말이다. 일정한 이슈가 생길 경우 자신의 성향과 기호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욕설을 동반한 비난을 하기 일쑤이고 ‘신상 털기’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과 명예훼손, 인권침해. 인격살인을 서슴지 않는 폭력성이 사회 전반에 광범하게 퍼져 있다.
유행어 은어, 민주화 정보화 이후 일반인 주도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유행어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정보화의 단계별로 다양하게 변해왔다. 초기에는 각종 정보를 선점하는 오피니언 리더, 특히 정치권의 언어가 언중을 지배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초대 대통령 이승만), “민생고부터 해결하자.”(점심 먹자는 뜻/1961년 5·16 군사쿠데타 ‘혁명공약’에서 따온 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전 대통령), “이 사람 믿어 주세요.”(노태우 전 대통령) 이런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정보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행어의 중심은 정치권이나 오피니언 리더에서 일반대중으로 바뀌었다. 국어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고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는 힘이 국가로부터 언중으로 넘어온 것과 비례해서 유행어의 중심도 이동하게 됐다. 산업화와 대중사회의 출현, 정보통신혁명 등 사회 구조와 개인 삶의 변화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와 유행어를 생성하게 만든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70년대 이후 ‘웃으면 복이 와요’를 비롯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양산해 냈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칙칙 카포 싸리싸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카 므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의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를 기억하시는지? 구봉서와 배삼룡이 만들어 낸 이 긴 이름은 몇 년 전 탤런트 현빈이 ‘시크릿 가든’이라는 TV드라마에서 읊어댐으로써 40년 만에 다시 유행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개그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만들고, 그 반대로 이미 유행 중인 유행어가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함으로써 더 확산되는 시대다.
남과 북의 언어 괴리... 여자 대 녀자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는 “같은 말은 공통된 민족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민족 통일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말과 글이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서로 다른 정치 체제 속에서 각자 국어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이제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게 많아졌다.
북쪽이 어려운 일제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많이 다듬은 것과 달리, 남쪽은 일어나 한자어를 그대로 쓰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백열전구 대 전등알, 소프라노 대 녀성고음, 산맥 대 산줄기, 코너 킥 대 구석차기, 이런 식으로 표현이 서로 다르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남측은 두음법칙을 지켜 한자어 소리를 자리에 따라 다르게 적지만 북측에선 항상 한 가지로 적는다. 노인 대 로인, 여자 대 녀자, 선열(先烈) 대 선렬, 이렇게 엇갈린다. 북한에서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 단어를 붙여 쓰며 의존명사와 보조용언도 대개 붙인다. ‘무엇때문에’, ‘우리들전체’, ‘울듯말듯하다’ 등을 그런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차이가 커지자 남북 학자들은 1995년 중국 옌볜(延邊)에서 처음 학술회의를 연 이후 남북 정보통신 용어 통일, 우리말 살리기, 자판배치 공동안, 우리 글자 배열순서와 부호계 공동안 등을 만들었다.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은 겨레말 큰사전 편찬 활동이다. 2005년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결성돼 추진해왔으나 당초 발간 목표 2013년은 벌써 지났다. 통일부는 1월 29일 제27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이 편찬사업에 32억여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무상 지원키로 했다.
어문생활의 성숙과 발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한국어는 사용 인구 80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13위권의 언어다. 많은 언어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앞으로도 소멸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어는 이제 생존 자체를 고민할 게 아니라 성숙과 발전을 지향해야 할 단계다.
언어의 변천은 시류에 따른 것이고 누가 강제로 유도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시민사회를 성숙시키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바람직한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 어문생활에 독버섯처럼 번진 공격성을 약화시키고 순화시켜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우리말 속에 들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그러니 남을 공격하는 막말과 욕설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리고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말조심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말에 관한 말이 이렇게 풍부한 민족이 있던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시조까지 있다.
어문단체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각급 학교 교원, 신문과 방송의 언론 종사자들이 다 노력해야 할 일이다. 특히 유행을 좇아 어법에도 맞지 않고 어원도 불분명한 조어를 무분별하고 천박하게 양산해 내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어문파괴 행위부터 없어져야 한다.
요즈음 스마트란 용어를 참 많이 사용한다. 스마트 폰을 시작으로 여러 곳에서 넓게 인용되고 있는 말이다. 우리들이 쓰고 있는 일상용어 가운데도 외래어가 넘쳐 나서 뜻도 모르고 건성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쓰다 보면 우리말 보다 뜻이 더 잘 전달되는 용어들도 없지 않다. 그런 용어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란 용어다.
스마트(smart)란 원래 형용사로 쿡쿡 쑤시는, 욱신욱신한, 쎈, 호된 과 같은 뜻이 있고 날렵한, 약사 바른, 교활한 등의 의미도 있다. 영리한 이라 던지 세련된 이란 뜻은 단어 뜻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의 명사인 스마트네스(Smartness) 쯤 가서야 '세련됨' '빈틈없음' 이란 뜻만으로 해석된다. 요즈음 유행하는 스마트의 뜻은 아마도 '세련된'을 나타내고자 함일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 노령화 인구가 늘어 갑자기 100세 시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생 이모작이라고도 한다. 건강한 노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행복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본 스마트다. 이 스마트에 에이징을 합성해 본다. 에이징(aging)이란 용어는 원래 노인을 연상시키는 노화를 뜻하지만 '나이 듦'이란 뜻도 있으니 반드시 노화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한 살짜리가 두 살이 되어도 나이 듦이란 개념으로 본다면 삶은 에이징 과정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생애 주기의 어느 단계라고 할 것 없이 모든 과정이 에이징(나이 듦)에 해당한다. 스마트 에이징 프로그램(Smart Aging Program)은 어떨까. 인생 이모작 제2인생의 스마트한 설계.
SMART란 영어 알파벳으로 5자다. 그러니 5행시는 아니지만 알파벳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따로 부여해 보았다. S(Simple) M(Movement) A(Artistic) R(Relax) T(Together).
S(Simple)은 형용사로 단순한, 간소한, 검소한, 성실하고 정직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사고의 단순함을 생각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의 복잡한 생각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단순화 시키는 노력을 하면 긍정적 생각으로 집중되어 바로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M(Movement)는 명사로 움직임 운동 활동을 의미한다. 나이 듦에 따라 기운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몸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한 건강 수칙에도 보면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그리고 멀리 걸으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A(Artistic)은 형용사로 예술적인, 멋있는 이란 의미가 있다. 멋이 있다라는 표현을 빌려 정서성을 강조해 본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신적 웰빙을 정서적 안녕상태로 규정하지 않았는가. 나이 들수록 정서적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R(Relax)란 말은 늦추다, 완화하다는 동사다. 이완이다. 긴장을 푸는 일이다. 나이 듦이 초조한 긴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환경에 따라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긴장이 오래 계속되면 항상성이 깨어진다. 그래서 긴장의 이완이 필요하다.
우리 인체는 이런 긴장과 이완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능력이 있지만 인위적이고 조작적 삶 때문에 이완의 시기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잠을 자는 이치가 인체의 자동적 긴장 이완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현상이다. 느림의 미학이다.
T(Together)는 함께 라는 의미의 부사다. 함께 한다는 것은 나눔을 내포하며 중단 없는 지속성을 내포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도록 나눔이 있다면 축복받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을 간결하게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마음이 정서적이고 느림을 즐길 줄 알고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나이 듦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스마트 에이징이란 조어를 생각해 본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하자면 지혜로운 나이 듦이라고나 할까.
불란서 속담에 “앙금 없는 포도주 같은 노인”이란 표현이 있다. 모두들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스마트 에이징에 담아 보았다. 우리 모두 내가 지니고 있는 자신의 스마트 자산 수준을 한번 점검해 보자.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나만의 인생 이모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