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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중간점검
-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제목처럼 삶의 마무리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웰다잉, 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71)를 만나 현시대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실천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원혜영 대표는 은퇴 전 풀무원 창업주, 부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와 관련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웰다잉’이다. 실제로 마지막 의정 활동을 펼친 20대 국회의원 시절,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웰다잉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연명의료 중단은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서 관련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사실 웰다잉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수많은 의정 활동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인생 2막의 주제를 웰다잉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직접 법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삶에서 무수한 선택이 있듯이 하나의 죽음에도 여러 가지 절차와 수많은 선택이 있다. 장례식장 선정, 화장과 매장 같은 장묘법, 재산 분배, 장기 기증 등과 같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전에 잘 결정하면 남은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결국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로 이어진다. 초고령화로 인한 장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문화가 바로 웰다잉이라고 생각해, 은퇴 후 봉사활동 차원으로 열심히 웰다잉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웰다잉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 ‘웰빙’은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큰 터. 반면 ‘웰다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전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는 도심에서도 종종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이 커서, 의학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약 70%는 병원에서 죽는다. 예전에는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집에서 죽는 비율이 증가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 내에서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남기는 고통이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변인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이 된 것 같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합당한가?’ 의문이 든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복이 힘들다면 중단하는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이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계속 기름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따라서 ‘우리 사회가 현대의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사회에서 용인하고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웰다잉의 본질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망 당시 입원한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는 상급병원과 비교해 윤리위원회를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비용도 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회의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다.” 순리대로 정리하는 삶 그는 삶 속에서 웰다잉이 필요한 이유를 “일종의 순리다”라고 말하며, 첫 번째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소개했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가을에는 맺은 열매를 수확한다. 무릇 인생도 같다. 은퇴한 시니어에게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제는 삶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다잉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단추를 유언장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내 삶을 정리하며 쓰는 일종의 종합기록부다. 생전에 고마웠던 이들에 대한 마음이나 남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재산이나 장례 방식 같은 문제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기에 더 값지다.” 덧붙여 웰다잉을 준비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웰다잉을 위해서 우리는 죽음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일상에서 웰다잉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진석 추기경이 장기 기증을 하고 돌아가셨다는데 나도 해볼까?’ 또는 ‘유언장을 쓰는 게 좋다는데 어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면서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식이 먼저 꺼내는 것보다 당사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웰다잉을 공통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톨스토이는 ‘인간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준비하는 게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다. 유언장 쓰기, 장기 기증 서약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웰다잉은 잘 죽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한번 정리하고 새로운 자세로 인생을 살게 하는 중요한 중간 점검과 같다. 이는 곧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이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했다. “천만 노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웰다잉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죽는 노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품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죽음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 병원에서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싶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웰다잉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 2021-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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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 정리’로 후회의 대물림을 막다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인간은 꽤 많은 것을 두고 떠난다. 이를 ‘유품’이라 부른다. 유품을 정리하는 작업은 고인을 애도하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주인 없이 어질러진 집이 숙제처럼 느껴질 때, 고인이 생전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제 손으로 처분해야 할 때 남겨진 가족의 회한은 더욱 커진다. 사랑하는 이들이 먼 훗날에도 자신을 떠올리며 웃음 짓기를 바란다면 삶의 끝뿐 아니라 그다음 페이지도 아름다워야 한다. 장래 유품이 될 물건을 직접 정리하는 ‘생전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힘들었던 건 옷이었어요. 빈집 거실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부모님과 언니의 옷을 손에 쥐고 있자니 하염없이 눈물이 북받쳐 올랐어요. 여러 가지 추억도 떠오르고요. 그 많은 옷을 제가 가질 수도 없고, 결국 조금만 남기고 과감히 처분했어요.” 14년 전 어머니와 언니를 잃고, 4년 전 아버지를 여읜 히라쓰카 요우코(59) 씨는 2년 전 아무도 살지 않는 친정집을 홀로 정리했다. 분주히 식기와 주방용품, 옷가지를 처분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옆에서 참견하는 사람이 없어 한편으론 속이 편했지만 넘쳐나는 물건을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으로 혼자 결정하려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며 “세상을 떠난 가족이 소중히 여기던 것들이라 더 그랬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노조미(67) 씨는 어머니가 살아 있을 적 함께 정리를 시도했지만,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의 완고한 태도에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두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어머니를 떠나보낸 노조미 씨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 공간을 5년간 정리하며 외로운 작별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건강할 때 주변을 조금씩 정리해 홀가분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책 ‘부모님의 집 정리’는 일본 중장년 세대가 고령으로 접어든 혹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의 집을 정리하며 느낀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들의 진솔한 고백은 국경을 초월해 생의 마무리를 앞둔 시니어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령화 사회에 ‘생전 정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남겨진 자식이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는 과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대부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을 분류하고 버리다 원망 섞인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리를 끝낸 이들은 마침내 한 가지 공통된 깨달음을 얻는다. 아름답게 이별하려면 정리는 스스로의 몫이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의 자식이기 전에 부모이기도 한 이들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생전 정리를 결심한다. ◇ ‘데스클리닝’과 ‘가타미와케’ 웰다잉 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전 정리는 아직 낯선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유품 정리를 삶과 동떨어진 문제로 보고, 가족의 몫으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품 정리를 스스로 실천하고, 생활 속 문화로 발전시킨 국가도 있다. 스웨덴은 죽음에 대비해 주변을 정돈하는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이 일종의 미니멀 라이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대표 주자가 데스클리닝 전문가 마르가레타 망누손이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집을 정리하다 놀라운 광경을 발견한다. 물건 곳곳마다 어머니의 글씨로 처리 방법과 기증처가 적힌 메모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저서 ‘내일 내가 죽는다면’에서 “꼭 내게 하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이 작은 지시 사항들에 위안을 얻었다”며 “어머니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일로 생전 정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녀는 이후 데스클리닝 노하우를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장례가 끝난 후 고인의 유품을 주변에 전달하는 ‘가타미와케’(形見分け)라는 문화가 있다.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물건을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유산을 분배하는 경제적 개념이라기보다는 물건을 통해 고인을 애도하고 기억하기 위한 목적에 더 가깝다. 홍수,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 하루아침에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바다에 떠다니는 고인의 물건을 주고받으며 유래했다. 이후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종활’(終活·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면서 본인이 생전에 미리 물건을 나누는 경우도 늘었다. ‘부모님의 집 정리’ 마지막 장에서는 80대 중반의 나이에 60년 동안 거주한 집을 직접 정리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물건을 나눈 쇼코 씨의 사례를 소개한다. ◇ 무엇을 남기고 정리할 것인가 이처럼 유품 정리는 단순히 공간을 정돈하는 차원을 넘어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를 파생시킨다. 특히 생전 정리는 가족이 짊어질 부담을 덜어주고, 다 함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유품 정리 서비스 키퍼스코리아 김석중 대표는 “유품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상속인과 공유하는 추억”이라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족과 죽음에 대해 논의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를 대비해 소화기를 준비하듯 생전 정리를 하면 재산, 상속 문제 등 사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질 불씨를 막을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생전 유품 정리는 후회의 대물림을 막는 일”이라고 했다. 자식에게 각별한 기억을 남겨줄 수 있다는 것도 생전 정리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물건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 자식도 부모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고, 더욱 친밀감을 갖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자부심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의미 있는 정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김 대표가 제안하는 몇 가지 팁을 참고해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을 준비해보자. ◇ 웰엔딩을 위한 생전 정리 노하우 6가지 ① 가족 간 비밀을 최소화한다 가까운 듯 보이면서도 알고 보면 먼 사이가 바로 가족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잘 나누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묵언하는 이들이 많다. 금전이 얽힌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생전에 보유하던 상가나 주택의 임대 정보에 대해 끝끝내 알리지 않아 유족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족 간 비밀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직접 말하는 것이 어렵다면 ‘엔딩노트’에 관련 내용을 상세히 작성해둔 다음, 유사시 가족 구성원에게 노트의 존재를 알려도 된다. ② 재산과 승계 목록을 작성한다 정리는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품 정리도 마찬가지다. 종이나 컴퓨터에 집 안에 있는 각종 물건과 보유 중인 자산 현황을 적고, 이를 종류별로 묶어서 분류해본다. 그다음 각 물건과 관계된 사람을 떠올리고 승계 목록을 적는다. 가족에게 ‘올인’하기보다는 물건별 얽힌 사연이나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좋다. 가령 함께 골프를 즐긴 친구에게는 골프용품을, 음악 동호회 회원에게는 오래된 LP 박스를 선물하는 식이다. 한평생 소중히 여기던 물건이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으려면 필요한 사람이 물려받아야 한다. 나눔이 끝나고 남은 물건은 간직할 것인지, 기억 속에 남겨둘 것인지 고민하고 처분을 결정한다. [PLUS+] 내 물건 체크해보기 . 예금통장·인감·보험증서·카드 . 연금수첩 등 연금 관련 서류 . 약·보험증·진찰권·병원 연락처 . 부동산 권리증·등기부등본 . 귀금속 . 현금 . 편지 및 일기장 . 사진 . 추억의 물건 . 취미용품 . 대여 중인 물건 . 가스·수도·전기·전화 등 청구서 . 가계도·친척 연락처 등 가족 관련 물품 ③ 유산의 가치가 있는 물건은 기증한다 개인의 소장품이 때로는 국가와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더욱 의미 있게 공유하고 싶다면 각 물건과 관련된 기관에 기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그 시절에 입었던 교복이나 모아두었던 상패는 출신 학교에, 오래된 승마복은 역사박물관에 전달한다. 전달된 물건은 기관별로 50년사, 100년사 등 사사(社史)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서재에 쌓여 있는 책을 아동보육시설이나 지역 도서관 등에 기부하는 것도 의미 있다. ④ 골동품과 고물을 구분한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낡을수록 빛을 발하는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은 자신만의 작은 박물관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고장 난 물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건은 함께한 세월에 관계없이 고물에 불과하다. 즉 골동품과 고물을 구분해야 한다. 예컨대 유산의 성격을 띠는 풍금이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그랜드 피아노는 소장 가치가 있지만, 젊은 시절에 가져다놓고 쓰지 않는 가정용 피아노는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쓰임새를 다해 창고 신세를 지거나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이 있다면 과감히 버린다. ⑤ 명예롭지 못한 흑역사는 정리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에게나 알려져서는 곤란한 흑역사가 하나쯤은 있다. 생전에는 자신의 노력(?)으로 비밀을 묻어둘 수 있지만,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각되는 경우가 있다. 은밀한 취향을 기록해둔 사진이나 영상, 주고받지 못한 금단의 편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집 살림을 위해 사용했던 휴대폰이 나온 사례도 있다. 이를 발견한 가족은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다른 충격에 휩싸인다. 기왕이면 흑역사를 만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그간 쌓아온 명예가 실추될 만한 일련의 기록이 있다면 스스로 정리한다. 정리의 기준은 가족과 제자가 보았을 때 부끄러울 만한 일이다. ⑥ 디지털 정보도 꼼꼼히 관리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사회에서는 인터넷에 올린 기록물도 모두 자산이다. 특히 남겨진 이들에게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선물이 되므로,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도록 수첩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이트별로 적어둔다. USB, 외장하드 등 별도의 장치에 모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면 인터넷 세계는 너무도 방대해 ⑤와 같은 부끄러운 기록이 자신도 모르는 새 어딘가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은 휴대폰과 동기화된 경우가 많아 함께 정리를 해두어야 한다. [PLUS+] 엔딩노트 작성하기 일본 영화 ‘엔딩노트’에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다가온 죽음에 좌절하지 않고 엔딩노트를 작성하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 가기’ 등 노트에 적은 리스트를 성실히 실천해나가며 삶의 엔딩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그런 주인공의 하루하루를 조명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주체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엔딩노트는 말 그대로 행복한 엔딩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기록해두는 노트다. 정해진 규범이나 양식은 없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전에 하고픈 일을 버킷리스트 형식으로 쓰거나, 장례 절차나 유품 처리 방식,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기록해도 된다. 차마 얼굴 보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적는 방법도 있다. 유언장과 다른 개념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남겨진 이들이 떠난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된다.
- 2021-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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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를 위한 상속 가이드
- 상속도 교육처럼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자세가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100세가 장수의 표준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인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음의 사례와 질문을 통해서 상속에 관해 알아보자. 도움 및 참고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최근 시니어들은 상속에 관심이 많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50대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을 위한 ‘상속, 증여는 생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5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상속인 수는 9555명으로, 10년 사이 150%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도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은 그 사례 중 하나다. “평생 복지 사업 분야에서 일했던 김기부(70) 씨는 자신의 모교인 A대학교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평소 거래하던 은행 금고에 보관했다. 유언장은 전부 자필로 작성했는데, 도장은 따로 찍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100억 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때마침 이 사실을 알게 된 A대학교는 고인의 뜻대로 전 재산을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족은 이에 반대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수용했다. 김 씨의 유언은 민법상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김 씨가 직접 모든 내용을 작성했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장을 빠뜨린 건 큰 실수였다. 자필증서는 유언의 내용과 작성일, 주소와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까지 찍어야 완전한 유언이 된다. 위 경우에서 법원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식을 준수하지 못한 유언장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유언의 요식성’ 때문이다. 법은 유언에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것 등 다섯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자필증서와 공증사무실에서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다. 이것마저도 법에서 정한 구체적인 방식을 따라야만 한다.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는 “유언은 사후에 당사자에게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에 유언의 요건을 법에서 엄격하게 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김 씨가 도장을 찍은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유언의 내용대로 학교 측이 전 재산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유류분을 통해서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상속인들이 김 씨의 재산 형성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었거나, 김 씨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해서 가족 모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면 유족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일정한 부분은 법률로 상속을 보장하는데, 이를 유류분이라고 한다. 유류분의 비율은 법에서 정하고 있다. 배우자나 직계비속(자·손)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이다. 최근 법원은 유류분 조항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대해 양 변호사는 “예전에는 부양 의무에 대한 보상으로 유류분을 인정했지만, 최근에는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거나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밝혔다. 상속과 관련해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실질적인 사항을 점검해보자. Q&A로 보는 상속 Q. 아버지에게 혼외자가 있다면 상속 재산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상속 재산 파악과 상속인 확인이 우선이다. 정부가 마련한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사망한 분의 재산 내역을 한꺼번에 확인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사망신고 시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상속인이 연락 두절된 경우라면 법원에 재산 관리인 선임 청구를 하거나 법원을 통해서 연락이 끊긴 형제자매를 찾아볼 수 있다. Q. 생명보험금 수령도 단순승인으로 간주하나? 생명보험의 수익자가 ‘법정 상속인’으로 기재됐고, 법정 상속인이 생명보험금을 수령했다면 이는 상속인의 고유한 재산이기에 상속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 민법 제1026조의 법정 단순승인으로 볼 수 없다. 반면 상해보험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이는 상속 재산이 된다. Q. 스마트폰에 남긴 유언은 효력이 있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남긴 메모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는 효력이 없다. 다만 유언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했다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이 효력이 있으려면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이에 참여해 유언자의 이름과 함께 유언이 정확하다는 취지를 구술해서 녹음해야 한다. Q.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에게 재산을 줄 수 있나? 현행 민법상 ‘부담부 유증’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유언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고, 증여받는 자에게 그 가액 범위 내에서 제사를 지내달라거나 반려견을 보살펴달라고 할 수 있다. 공익단체 기부 역시 부담부 유증이나 별도의 유언 집행자를 정하는 방법으로 유언을 한다면 가능하다. 알아두면 좋은 상속 용어 ① 유증 유언자가 유언을 통해 자기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위다. ② 사인증여 증여자가 생전에 특정인과 맺는 증여 계약으로 효력은 사망할 때 발생한다. ③ 단순승인 상속인들이 채권과 채무를 포함한 고인의 재산을 전부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④ 한정승인 재산을 상속받되, 상속 재산의 한도 내에서 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의사표시다. ⑤ 상속포기 상속 재산 받기를 전면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한다.
- 2021-03-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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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웰다잉’ 준비는 ‘웰빙’의 시작
-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비움 라이프’의 마지막 글에서는 죽음을 성찰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한다. 8세기 인도의 고승 파트마삼바바는 “사람들은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죽음을 준비 한다”고 말했고, 19세기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풍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모양이다. ‘액티브’한 죽음을 위해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양준석 연구원은 인간이 죽음을 기피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세상과의 단절로 사람들에게 잊힐 것이라는 불안,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등이다. 양 연구원은 “죽음을 두려워할 수 있지만, 때로는 한계를 직면하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된다”며 “죽음을 사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도 당장 3일 뒤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을 상상해보면 허황된 다짐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며 “같은 이유로 새해에 유언장을 쓰고 한 해의 마지막에 다시 읽어보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은 ‘웰다잉’(Well-Dying)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맞이하고, 인식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웰다잉 관련 시장 규모가 해외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2020년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65세 고령 인구로 진입하면서 관련 담론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여생을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살고 싶다면, 죽음마저도 ‘액티브’하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컨대 새해를 맞아 지나온 삶을 톺아보고, 생의 마지막 서류들을 준비해보는 것이 ‘좋은 죽음’의 출발점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서명하기 웰다잉은 연명의료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시작됐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이 된 김 할머니에 대해 자녀들이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에서 거부해 소송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김 할머니의 존엄사를 허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고,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19세 성인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자신이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두는 서류다. 작성을 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방문해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등록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찾으면 된다. 비용은 무료다. 만일 기관에서 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작성된 서류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며, 작성자는 언제나 이를 열람할 수 있다. 이미 작성한 경우라도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활용 방법은 환자의 의사 능력에 따라 나뉜다. 의사 능력이 있다면 담당 의사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서 서류를 조회하고, 환자에게 서류상의 내용이 현시점에도 유효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하고 연명의료 중단 등을 결정해야 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2018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는 8만 명 남짓이었지만, 2020년 11월 기준 총 74만 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 80% 이상이 고령층이다. 아직 전체 인구 대비 등록률은 미미한 편이지만, 초고령화 사회가 성큼 다가온 만큼 앞으로 더욱 대중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 손으로 준비하는 작은 장례식 죽음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면서 장례식을 자발적으로 준비해 간소화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망자를 기리고 애도하는 자리가 유족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늘날 장례식장 문화를 보면 상을 당해도 슬퍼할 겨를이 없을 만큼 바쁘다. 식장을 알아보고, 부고(訃告) 소식을 알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다 보면 식이 끝난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1가구당 장례 평균 비용은 1300만 원 정도이며, 이 중 식장과 음식 접대비에 드는 비용이 80%에 달했다. 이와 같은 ‘보여주기식 의례’는 부모의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면 불효라고 여긴 조선시대 유교적 풍토의 영향이 크다. 이에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장례를 원하는 이들은 ‘사전장례의향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란 원하는 장례 의식과 절차를 미리 적어놓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부고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 및 조화, 음식 대접, 염습·수의·관 선택 여부, 시신 처리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가 임종 직전 생명 연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전장례의향서는 죽은 뒤 떠나는 방식을 정해놓는 서류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의 사전장례의향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장수행복노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을 처음으로 시작한 이광영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공동 대표는 “과거에는 시신이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을 하고 수의를 입혔지만, 요즘에는 영안실에서 시신을 안치하고 화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의 관이나 수의는 큰 의미가 없다”며 “장례문화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 자식들에게 내가 죽으면 장례 절차를 최대한 생략하고 산에다 뿌린 다음 내 생일에 식사나 한 끼 하라고 일러두었다”며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고장이 나면 버리듯 때가 되면 육체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감는 순간까지 유언과 같은 삶을 편안하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만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이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가족 간의 ‘상속 분쟁’을 방지함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민법 제1060조에 따르면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유언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자신이 남긴 유언장으로 가족 간 잡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써야 한다. 유언은 크게 자필증서, 녹음, 공증증서, 비밀증서 등 5가지로 나뉜다.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다. 자필증서는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종이에 작성하는 유언이다. 본인의 의지가 담겨 있더라도 타인이 대신 썼거나,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은 인정받지 못한다. 유언장에는 이름, 날짜, 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은 “어르신들이 유언장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주소를 적지 않는 것”이라며 “아파트 동과 호수까지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언의 법적 효력 여부를 두고 다툼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쓴 유언장이라도, 자신의 삶이 유언과 닮아 있지 않다면 가족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족들이 유언의 내용을 지키길 원한다면 타인의 모범이 되고, 유언의 내용에 떳떳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강 소장은 “본인이 베풀지 않고 살았는데, ‘나누며 살라’는 말을 남기면 자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생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면 설령 유언장이 없어도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본받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유언장과 일치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021-01-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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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딸에게 나의 재산 모두를 주고 싶다 상속, 가업승계 분쟁
- A(77) 씨는 2000년경 계열사 사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이후 협력업체를 세워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회사생활이나 사업은 큰 어려움 없이 잘해왔지만 가정사는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고 아내가 2000년 초 일찍 세상을 떠났다. 큰아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그곳에서 결혼해 살고 있고, 큰딸은 사업가와 결혼 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큰아들에게는 유학 자금과 함께 사업 관련 명목으로 100억 원 가까운 거금을 주었지만, 한국에 들어온 것은 어머니(A 씨 부인)가 사망했을 때, 그리고 사업이 잘 안 돼 시가 50억 원가량의 청담동 빌딩을 증여해 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을 때뿐이었다. 사업 자금을 더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A 씨가 거절한 이후에는 소식조차 없다. 큰딸도 부모가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크게 싸우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버렸다. 20년 가까이 왕래는 물론 전화 한 통 온 적 없고, 심지어 어머니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A 씨 곁에 남아 있는 가족이라고는 아직 미혼인 작은딸밖에 없다. 작은딸을 결혼시키려 A 씨와 지인들이 여러 번 남자를 소개해줬지만 소용없었다. A 씨가 보기에 요즘 들어 부쩍 기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외로움을 타는 자신을 돌보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A 씨는 자신의 전 재산과 기업을 작은딸에게 모두 물려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A 씨는 생전에 모든 재산을 작은딸 명의로 이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작은딸이 다른 형제들로부터 유류분 반환청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유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언은 그 내용이 불법이 아닌 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유언의 효력이 발생하는 사망 시까지 언제든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그 재산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유언에는 중대한 제한이 있다. 자필증서, 비밀증서, 공정증서, 구수증서, 녹음 등 민법이 정한 5가지 방식을 엄격히 준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법에 의해 보장되는 최소한의 상속 재산인 유류분도 제한으로 작용한다. 유류분제도는 개인의 유산 처분에 대한 자유와 재산의 공평한 분배라는 대립되는 요청을 법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역사적으로는 남녀차별 해소와 가족의 생활보호, 상속인 간의 불공평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유류분은, 직계비속(사망자의 자녀와 손자녀)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고, 직계존속(사망자의 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 법정상속분이란 민법에서 정해둔 상속분으로서 상속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비율을 말한다. 법정상속분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는 균등한데,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 법정상속분은 사망한 사람의 자식이나 부모의 상속분에 50%를 가산한다. 예를 들어 사망한 사람에게 딸 2명과 아들 1명, 그리고 아내와 부모가 있으면 직계비속인 딸들과 아들(1순위 상속인)과 아내(배우자)만 상속인이 되고 그 비율은 1:1:1:1.5가 되기 때문에, 법정상속분은 딸들과 아들은 9분의 2씩, 아내는 9분의 3이 된다. 따라서 유류분은 딸들과 아들의 경우 18분의 2, 아내는 18분의 3이 된다. 이런 유류분제도에 대해, 유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할 뿐 아니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외국의 입법례에 비해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있다. 유류분제도 때문에 A 씨가 자신의 전 재산을 작은딸에게 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두더라도, 큰아들과 큰딸은 A 씨의 유언이 없었을 경우 자신의 받을 수 있는 법정상속분의 반씩을 작은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유류분제도 역시 상속인들 간의 유산 분할의 공평을 꾀하기 위한 제도라서,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할 때 상속인들 중에 이미 피상속인(사망자)으로부터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그 금액(이를 특별수익이라고 한다)만큼 반환받을 금액에서 공제한다. 따라서 생전에 특별수익액이 많은 큰아들은 특별수익액이 거의 없는 큰딸에 비해 유류분으로 받을 금액이 훨씬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신탁계약을 체결해두는 것이다. 두 번째 칼럼에서 필자가 소개한 것처럼, A 씨는 생전에 신탁회사 등에 전 재산의 명의(소유권)를 이전하고, 생전에는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임대료, 이자, 배당소득 등)을 갖되, 사후에는 A 씨가 상속인으로 지정한 작은딸만이 그 수익권을 갖도록 정해둘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신탁계약을 할 때 수익권 발생 또는 분배, 지급 방법, 신탁 재산의 처분 조건 등에 관해 자세히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에도 재산이 신탁자의 뜻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다만 신탁제도를 이용해도, 현행법상 상속세와 증여세 감면 혜택이 없고, 수익권을 받지 못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청구를 막을 수 없다는 면에서는 장점이 제한적이다. 사람들은 유산 상속, 분배와 관련한 법률과 제도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들을 하지만 가족법, 세법 같은 법률이나 제도가 아무리 잘 마련돼 있고 현실에 맞게 개정된다 해도 가족끼리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자신이 노력해서 벌지 않은 것에 대해 ‘공평’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는 이상,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진흙탕 싸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재산 때문에 자손들이 서로 원수가 되어 지내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생전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아낌없이 쓰다가 깨끗이 기부를 하고 떠나는 ‘웰다잉’을 계획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호를 끝으로 김성우 변호사의 ‘상속과 증여 톺아보기’ 연재를 마칩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 2019-12-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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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노후는 내가 결정한다! 임의후견과 유언, 그리고 신탁 이야기
- A(85세) 씨는 경기도 양평에서 2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22세 때 직업군인과 결혼했고, 배우자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자녀는 없고 배우자가 2000년에 사망한 후 홀로 생활해왔다. 노년이 외롭기는 했지만, 배우자가 남긴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를 앓아오던 A 씨에게 2009년 가벼운 뇌출혈이 발생했고 이때부터 인지장애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 왕래도 자주 없었던 형제와 조카들이 서로 A 씨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결국 A 씨의 큰 남동생 아들인 B(63세) 씨가 자신의 집으로 A 씨를 데려갔다. 문제는 그 후 A 씨의 재산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다른 가족들, 특히 A 씨의 막내 여동생 C(78세) 씨는 2015년에 대표로 성년후견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의 부동산 대부분이 B 씨와 그의 아내, 자녀들 명의로 증여가 이루어졌고, 50여억 원에 달하던 정기예금 등 금융자산도 20여억 원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가사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그 당시 A 씨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요양원 8인실에서 홀로 지냈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A 씨의 가족들이 후견개시 여부와 후견인 선정에 관해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중에 C 씨가 돌연 재판 신청을 취하한 것이다. 알고 보니 C 씨는 남은 금융자산 20여억 원을 자신 앞으로 빼돌리는 조건으로 B씨와 타협을 했다. 또 근거 자료를 남기기 위해 A 씨 명의의 증여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똑같은 내용의, 즉 유산을 물려준다는 A 씨 명의의 유언장까지 작성했다. C 씨와 B 씨의 이 같은 밀약을 알게 된 나머지 가족들은 A 씨의 증여계약서와 유언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다시 성년후견신청을 했다. 이후 2년여 동안의 공방 끝에 A 씨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된다는 재판은 확정되었지만, 증여계약서와 유언 무효 소송이 진행되던 중 A 씨가 사망했다. 재산을 두고 가족과 친척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재산을 독식하기 위해 조카 중 한 사람을 아무도 모르게 양자로 만든 경우도 있다. 상속 순서로 따지면,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배우자가 없을 경우 방계혈족(형제자매)이 순위가 된다. 만일 형제자매까지 모두 사망했다면 그 자녀, 즉 A 씨의 조카들에게 상속권이 생긴다. 법정상속분으로 보면, 조카가 15명일 경우 15분의 1씩 상속받는다. 그런데 양자가 되거나 생전증여 또는 유증 방법으로 A 씨의 재산을 독차지(유류분은 별론)할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안하게 노년을 살려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한다. A 씨와 같은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자. 첫째, 임의후견계약 체결이다.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믿을 만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두고, 그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에 대해 미리 계약을 해두는 것이다. 이 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되어 법원의 후견등기부에 등기해둔다. 시간이 흘러 실제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후견인의 업무는 시작되고, 법원에서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신변과 재산을 잘 돌보고 있는지 살핀다. 둘째, 유언장 작성이다. 사후에 재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처분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미리 결정해두는 것이다.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 시점에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사망 전까지는 미리 준비해둔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유언은 법에서 정한 형식을 따라야 한다.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녹음, 구수증서(유언자가 말로 하고 증인이 받아 적어 작성한 증서)와 같은 5가지 형태의 유언을 인정한다. 사전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거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셋째, 신탁계약 체결이다. 신탁은 신탁자(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가 수탁자(재산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사람, 보통은 신탁회사)에게 소유권을 넘기되, 넘긴 재산을 신탁자가 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처분되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재산의 명의는 넘기되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사용하도록 하는 체결이다. 재산(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을 신탁회사에 맡기면서, 신탁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임대료, 이자, 배당소득 등)은 가져가되 사후에는 신탁자가 지정한 사람이 수익자가 되도록 정해둘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자녀(수익자)가 특정 학교에 입학할 것, 결혼이나 출산을 할 것, 일정 기간 직장을 가질 것 등을 수익 분배 조건으로 해둘 수도 있다. 임의후견, 유언, 신탁의 장점은 노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는다는 데 있다. 이들 제도를 활용하면 혹여 정신적 장애를 겪게 될 때에도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법률적·경제적으로 격리되거나 보호 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 2019-08-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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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인지장애, 나는 어디에 내 재산은 어디로 ‘성년후견제도’
- 충남 아산 출신의 A(81세) 씨는 11세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홀로 상경했다. 사업가인 모 독지가 눈에 띄어 그 밑에서 일하게 되었고, 고생 끝에 독립해 제조업과 부동산 중개업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지금은 큰아들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탄탄한 중견기업과 강남 소재 빌딩 3채, 아파트 등을 가지고 있다. 부인이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아들 둘, 딸 셋, 10여 명의 손자녀, 증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A 씨는 사소한 것들을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단지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겠지 했는데 그로부터 1년 뒤 알츠하이머병 확진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물론 가족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A 씨 가족의 분란은 약 6개월 전 둘째 딸이 간호를 핑계로 A 씨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둘째 딸이 재산을 제멋대로 처분하자 나머지 형제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빌딩 3채를 포함한 전 재산을 둘째 딸에게 주겠다는 A 씨의 유언장이 작성되자, 나머지 가족은 법정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A 씨는 현재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세 패로 나뉘어 자신이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법률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산을 먼저 받은 사람은 돌려놓고 유언장도 무효로 해야 한다며 싸우고 있다. 자녀들은, 그의 건강이 어떤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떤 치료가 필요하고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는지 관심이 없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척하지만, 상속이 이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 신경이 쏠려 있을 뿐이다.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먼 훗날의 일이거나 남의 집만의 이야기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필자가 서울가정법원에서 3여 년간 담당했던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약 1500여 건에 이른다. 몇백만 원의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인 경우부터 몇조 원의 재산을 가진 대기업 총수 사례까지 다양했다. 싸우는 양상도 A 씨 가족과 거의 비슷했다. 의사, 법조인, 교수, 대기업 임원이라 해도 갈등하는 모습이 똑같은 걸 보면, 돈에 대한 욕심은 배움, 지위 고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된 성년후견(成年後見)제도는 질병,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자신의 사무를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다른 사람(후견인)이 돕는 제도다.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치매나 뇌출혈 등 뇌병변이 가장 많고, 조현병 같은 정신병이나 발달장애도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무는 재산에 관한 것도 있지만, 거주지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사람을 만나고 전화 수신이나 우편 수령 등과 같은 신변에 관한 것도 있다. 정신적 문제의 정도에 따라, 혼자서는 사무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중한 경우에 개시되는 ‘성년후견’과 몇몇 사무에 한해 도움을 줘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정후견’으로 나뉘고, 특정 사무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는 ‘특정후견’도 있다. 후견을 받아야 할 사람(피후견인)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후견인을 누구로 할지,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에 대해 계약을 통해 미리 정해둘 수도 있는데 이를 ‘임의후견’이라고 한다. 가족들 중 피후견인과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고 피후견인을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족이 추천하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A 씨의 경우처럼 서로 후견인이 되겠다고 싸우는 경우는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가가 선임되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재산을 관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재산이 자녀들에게 독이 아닌 복이 되게 하고 A 씨 가족과 같은 진흙탕 싸움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 등 정신적인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면 보험을 들듯 임의후견 계약을 미리 체결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자녀들이 다투지 않도록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두고, 사망한 후 자신이 정해둔 조건에 따라 재산이 사용되고 처분되도록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해놓을 수도 있다. 존엄하고 아름다운 삶의 정리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훗날 자녀들의 분쟁을 방지하려면 현재의 정신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첨부해두는 것이 좋다)을 미리 작성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평생을 바친 가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언제 승계할지, 과다한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야 할지, 후계자 교육이나 기업 구성원 사이의 갈등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 2019-07-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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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물려줄 것인가?
-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당연히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 규모도 매우 커졌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과거 부자의 상징이었던 백만장자는 지금의 관점에서는 부자 축에도 들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개인들의 재산 규모가 확대될수록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상속과 증여의 문제다. 과연 자녀에게 어떻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좋을까? 일률적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고민할 법한 사례들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재산의 대물림과 관련해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와 그에 대한 해법을 나름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사례1. 상속이 좋을지, 증여가 좋을지 김갑동(가명) 씨는 상속을 해주는 것보다는 미리 증여를 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이익이라는 말도 들었고, 아들이 원하기도 해서 아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도 꽤 오래 생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한 이후 아들이 자신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미리 증여를 해준 후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시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할 때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할 것을 약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그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이미 증여한 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여줄까? 이러한 증여는 법률상 ‘부담부증여’에 해당될 수 있다. 증여를 하되 증여받는 사람, 즉 수증자에게 일정한 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부담부증여를 받은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는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민법 제561조). 문제는 그러한 부담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의 여부다. 증여는 원래 부담 없이 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부담이 있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 즉 부모가 부담의 존재(재산을 증여하는 대신 부양하기로 했다는 사실)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 부모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증여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보니 부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른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증여를 하는 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증여한 재산을 다시 반환한다는 취지의 계약서인 것이다. 이런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자식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담부증여임을 주장, 입증하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즉 증여 재산을 다시 반환받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고 꺼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긴 하지만,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증여하기 전에 꼭 효도계약서를 작성해둘 것을 권한다. 그리고 효도계약서의 내용은 가급적 구체적일수록 좋다. 사례2. 위대한 상속, 아름다운 증여 김을동(가명) 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에게 잘해주고 대를 이을 손자도 있어서 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유언장을 작성하면 자신이 사망한 후 아들과 딸들 사이에 분란이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딸보다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특히 가업을 물려주고 싶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유류분제도라는 것이 있어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에서 피상속인(부모)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상속인(자녀)을 위해 법률상 반드시 남겨둬야 할 일정 부분을 말한다. ‘상속 재산 중 남겨둬야 하는 부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상속인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상속으로부터 배제된 배우자나 자녀들은 생전 증여나 유언이 없었다면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었을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2조). 법정상속분 전체를 반환받지 못하고 2분의 1만 반환받도록 한 이유는, 피상속인의 이익과 상속인의 이익이라는 상반되는 두 개의 이익을 균형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즉 피상속인에게는 유언의 자유가 있고, 자기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유류분제도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내지는 이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서로 2분의 1씩 양보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유류분제도가 있기 때문에 만약 사례2와 같이 김을동 씨가 아들에게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을 작성했을 경우 딸들은 아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딸들의 권리의식이 투철해진 요즘 이러한 유언장을 작성할 경우 김을동 씨의 우려대로 사후에 자식들 간에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아무리 아들에게 전 재산을 주고 싶어도 그렇게 해서는 분쟁을 피할 수 없으므로, 딸들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은 딸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아들에게 주는 것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사례3. 성년후견인과 유언대용신탁 김병동(가명) 씨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는데 정신지체자이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 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모두 탕진해버리거나 사기를 당해 나중에 생계유지도 못할 것이 걱정이다. 김병동 씨의 경우처럼 자식에게 장애가 있거나 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온전히 재산을 보존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 걱정하는 이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생전에 증여를 해도 걱정이고 사후에 상속을 해줘도 걱정이다. 자녀가 정신지체자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자녀를 위한 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은 자녀의 신상보호와 재산관리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성년후견인은 일반적으로 재산관리의 전문가도 아니고 관리를 맡은 재산을 횡령할 위험도 있다. 우리보다 성년후견제도를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경우에도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해 문제가 된 사건들이 있다. 이런 위험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제도가 바로 유언대용신탁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이 사망한 후에도 재산이 자신의 뜻대로 처분되고 활용되기를 희망하는 재산승계 수단이다. ‘사후설계’에 관한 피상속인의 욕구를 해소시켜주기 위한 대안으로 2012년에 도입되었다(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유언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피상속인)가 생전에 신탁계약으로 자신의 재산을 신탁에 맡기는 것으로서 위탁자의 생전에 이미 신탁이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자 사후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이 아니라 계약이기 때문에 엄격한 유언의 방식을 갖출 필요도 없고 유언법정주의(법에 정해진 사항에 대해서만 유언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에 비해 매우 편리하고 융통성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의 전형적인 예를 들면, 위탁자 갑이 수탁자 을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원본(처음에 신탁에 맡겼던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신탁수입을 갑의 생존 중에는 갑에게 지급하고 갑이 사망하면 신탁원본 및 신탁수입을 병(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수탁자는 반드시 금융기관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일반 개인도 수탁자가 될 수 있지만, 자녀를 위해 안심하고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하는 것이 좋다. 정신지체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죽더라도 자녀에게 건물을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함으로써 자녀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자녀가 사망하면 그 자녀의 상속인에게 이전시키든지 아니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자녀를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설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피상속인이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치자. 그 건물을 신탁하면서 자신이 사망할 당시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 건물을 바로 자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녀가 성년자가 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만을 지급하고, 자녀가 성년자가 되면 비로소 건물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처럼 기존 제도로는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재산승계 수단이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이 탕진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계될 수 있다.
- 2018-09-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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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다잉 연극단'의 무대 위 웰다잉 수업
-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커뮤니티 ‘웰다잉 연극단’. 단원 모두 웰다잉 강사 자격을 갖춘 이들로 2009년 3월 창단해 올해로 10년째 자원봉사 형태로 활동 중이다.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행복한 죽음’, ‘소풍가는 날’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일으키며 더욱 쉽게 죽음의 의미와 준비 방법에 대해 전파하고 있다. 최근 공연작인 ‘아름다운 여행’(장두이 작·연출)은 존엄사 유언장과 사전장례의향서, 버킷리스트를 준비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암 투병 중에도 항암치료를 견디며 무대에 선 최명환 단장은 “100회 공연을 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이미 초과 달성했다”며 “웰다잉 연극단 10년사를 잘 엮어 책으로 남기는 것이 새로운 버킷리스트다”라고 말했다. 김희숙 부단장은 “단원 모두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둔 상태”라며 “웰다잉 전문가들이지만, 죽음을 주제로 연극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웰다잉 연극단 총무를 맡은 홍재응 씨는 “연극을 통해 관객은 자기 마음속 이야기와 마주한다. 특히 언젠가 떠나리라 인정하면서도 멀리만 느꼈던 죽음의 문제와 직면하며 실천을 미루거나 망설였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통해 연극의 효과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여행’에서 저승사자 역의 방성희 씨는 “웰빙과 웰다잉은 하나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나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갖고,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 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연극의 주인공인 노인 역의 유한권 씨는 “죽어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득하게 됐다. 그러면서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을 위한 과정임을 깨달았다”며 관객뿐 아니라 연극 단원으로서 느낀 소회를 들려줬다. 단원들은 입을 모아 “우리는 웰다잉을 위해 웰빙하는 사람들”이라 말한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웰다잉을 실천하길 바란다는 그들의 웰빙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웰다잉 연극단은 올해 2월 4일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인복지관, 평생교육원 등 10곳을 선정하여 무료로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했다.
- 2018-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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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마지막 계획 유언, 남긴 대로 이뤄질까?
-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2위를 차지한 ‘유언 작성(웰다잉)’에 대해 유언 공증 전문 이상석 변호사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도움말 유언 공증 전문 공증인 이상석 변호사 사망 후 재산, 신분 등 법률관계를 생전에 미리 정해놓은 자기만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를 ‘유언(遺言)’이라 한다. 유언은 상대의 수락이 필요 없는 단독 행위이기 때문에 물려받는 사람(수증자)도 모르게 일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 능력’이 있는 유언자가 ‘법적 유언 사항’에 관해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과 방식에 따라야 하므로 혼자 임의적으로 작성한 유언은 무효가 되고 만다. 가령 일기나 편지처럼 써놓은 고인의 바람은 유족 간 갈등이나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을 이미 작성했다면, 자기 삶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의미에서 주기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실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언은 본인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철회나 내용 변경이 가능하다. 유언 가능한 항목 체크하기 ‘유언 사항’은 법에 낱낱이 규정돼 있어 아무 내용이나 쓴다고 다 유언이 아니다. 예컨대 ‘형제간 화목하라’ 등의 유훈(遺訓)이나, ‘사망 시 화장하지 마라’ 등의 유지(遺志)는 도의적인 의무일 뿐, 따르지 않는다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유언 사항이 아니다. ‘사망 시 내 재산을 누구에게 주겠다’는 유증(유언증여)도 유언의 전부가 아닌, 여러 유언 중 하나다. 1)유증 2)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3)상속재산 분할금지 4)상속재산 분할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5)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출연행위 6)미성년후견인의 지정 7)미성년후견감독인의 지정 8)친생부인 9)인지 10)신탁의 설정 11)저작권의 등록 12)상속의 준거지법 지정 13)장기 기증에 관한 동의 14)우편계좌 가입자의 권리의 양도 15)유족보상 받을 유족의 순위 16)산재보상 보험급여 받을 유족의 순위 17)선원 사망보상금 받을 유족의 순위 18)전사, 순직 군인의 장례의식의 일부 또는 전부의 생략 19)군 수용자 시신의 인도승낙 유언 방식 결정하기 민법은 다음 5가지 유언 방식만을 인정한다. 그밖에 민법상의 전형적인 유언 방식은 아니지만, ‘신탁법’에 의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방식도 있다. #공정증서 유언(유언 공증)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증인 2명 참여하에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의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여러 유언 방식 중 가장 공신력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 공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로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국가(법무부)가 엄격히 심사해 임명한 법률전문가다. #자필증서 유언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 간편하지만 사망 후 무효로 판명될 위험이 높다. 유언 내용 전문, 주소, 성명, 작성 연월일을 자필로 쓰고 날인까지 해야 성립된다. 또 인쇄·복사본이거나 필체가 달라도 무효이며, 유언장을 발견한 자가 찢어 없애거나, 위조·변조 시 원본 확인이 불가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녹음 유언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방식. #비밀증서 유언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구수증서 유언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할 수 없는 경우,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참여로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받은 자가 이를 필기 낭독.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 존엄사 유언장까지 작성하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임종을 앞두고 무의미한 연명치료(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혈액투석 등)를 받지 않겠다’며 건강할 때 본인이 미리 써두는 ‘존엄사 유언장’의 법정 명칭이다. 일반적인 유언장에 기재하는 유언 사항이 아니므로 연명의료 결정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에서 법적 양식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 언론인 출신 최철주 웰다잉 전문가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내용이 다르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할 때 또는 노인 증세가 나타난다고 자각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둬야 한다. 그저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작성하고, 그 뜻을 밝혀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유언 공증의 장점 1)법원의 검인절차 생략 유언공정증서는 곧바로 진정한 공문서로 인정된다. 따라서 자필 유언장처럼 상속인 전원이 몇 달 동안 법원에 불려 다니며 번거로운 검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상속세 절세에 유리 10억 원 내의 재산의 경우 생전증여보다 유언 공증으로 유증받는 게 상속세 공제 폭이 넓다. 생존 배우자가 유증받지 않더라도 형식상 ‘배우자 공제 5억 원+일괄공제 5억 원=합계 10억 원’을 공제받아 유증으로 인한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된다. 3)최대 500억 원 가업상속공제 망인이 기업인으로서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하는 경우, 미리 상속인들에게 가업이나 주식 전부를 유언 공증으로 물려주면 최대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는다. 4)유산 기부 가능 사후 재산을 사회복지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에 기증하거나 재단법인 설립 및 공익신탁을 설정하고 싶다면 유언 공증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없는 경우, 전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므로 기부를 원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둬야 한다. Q&A로 알아본 유언 작성 이모저모 Q. 치매에 걸려도 유언이 가능한가? 의사 능력이 없는 중증 치매 환자(피성년후견인)는 유언이 불가능하다. 단, 치매에 걸렸더라도 정신이 일시적으로 돌아와 의사 능력을 회복하고 있는 때라면 의사가 유언서에 ‘심심 회복의 상태’를 부기(附記)하고 서명날인한다면 유언할 수 있다(민법 제1063조). 그러나 아무리 의식이 또렷하고 필담이 가능하더라도 말로 대화할 수 없다면 유언 공증이 어렵다. Q.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는데, 자녀가 먼저 죽게 된다면? 수증자가 먼저 사망하면 유언의 효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다시 유언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유언자와 수증자가 같은 비행기를 탔다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도 유증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유증이 무효, 실효되면 유증 대상은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Q. 유언장에 전 재산을 준다고 썼는데, 기재하지 않은 유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 모르게 비밀리에 유언하면서 재산 내역을 꼼꼼히 기재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나 대리인이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해 안심상속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망자의 금융재산, 토지 소유, 자동차 소유, 국민연금, 국세, 지방세 등 총 6가지 재산조회가 가능하다.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7~20일 정도 걸린다. Q 유언을 하며 ‘효도계약서’도 작성할 수 있나? ‘조건부 유증’을 하면 된다. ‘유언자 여생 동안 수증자가 효도를 다하면 사망 시 유산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효도계약’을 이행하도록 조건부 유증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손자녀를 데리고 찾아오라’거나 ‘매월 부모 용돈으로 얼마씩 지급하면 그의 10배에 상응하는 금액을 주겠다’ 등 효도계약 조건을 어떻게 할지는 공증인과 의논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Q 보험금과 연금도 유언을 통해 물려줄 수 있나? 보험금과 연금은 유언 공증 대상이 아니다. 보험금은 보험수익자가 수령하도록 되어 있고, 상속재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수익자가 수증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미리 보험회사에 말해 보험수익자를 수증자 명의로 바꿔놓아야 한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의 연금수급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언 공증이 안 된다. Q. 유언 공증을 할 때, 추가로 녹음이나 촬영을 해두면 도움이 될까? 딱히 그럴 필요는 없다. 유언공정증서는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고 아주 강력한 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음에 의한 유언을 했더라도 그 녹음을 유언자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민법 제1091조).
- 2018-06-20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