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여파로 많은 것이 멈췄다. 코로나19는 주야간보호센터, 치매안심쉼터 등 치매 환자를 위한 관련 기관에도 타격을 줬다. 대면 관리가 축소되면서 치매 어르신의 돌봄에 사각지대가 생겼다. 다행히 멈추지 않은 것도 있다. 치매 극복을 위한 노력이다. 최근 지자체와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비대면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돌봄 방식, 학습지가 개발돼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호평받고 있는 치매 학습지 세 가지를 소개한다.
필사하고 글 지으면서 ‘오늘도 공부’
‘오늘도 공부’는 치매 예방에 도움 주는 일일 학습지다. 치매를 예방하고 싶은 어르신이나 치매의 전 단계 증상으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매달 한 권씩 제공하는 학습지 안에는 하루에 10~15분 정도 투자하면 풀 수 있는 언어 및 인지활동지가 수록돼있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6개월간 진행한 ‘노인 인지-정서 효과성 검증’ 프로젝트로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인지능력이 유지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오늘도 공부는 어르신들이 매일 필사할 수 있는 글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평일에는 필사할 수 있는 ‘날마다 따라 쓰기’, 주말에는 ‘주말 백일장’으로 어르신들의 예전 기억을 되살려 언어로 구성하게끔 유도한다. 한 어르신은 주말 백일장 코너에 “학습지로 카카오톡에 글을 써서 보내는 것도 배우고 큐알코드로 노래도 배웠다. 이제는 욕심이 생겨서 손주한테 유튜브도 가르쳐달라고 한다”고 적기도 했다.
학습지를 제작한 사회적기업 ㈜꿈틀은 현재 건강보험공단 대전·충남지부와 성동구립 사근동노인복지센터에서 시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원구 ‘데일리 홈런’, 은평구 ‘노노(老老)케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 지자체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에게 학습지를 제공하고 있다. 유장효 꿈틀 이사는 “시범사업 운영 중인 지역 외에도 주야간보호센터에 관리 교사를 파견해 어르신들의 학습지 활용도를 높여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추억 속 노래 들으며 ‘쿵짝쿵짝 뮤직북’ 풀어
광진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지난 8월부터 ‘쿵짝쿵짝 뮤직북’(이하 뮤직북) 학습지를 활용하고 있다. 노래를 활용한 인지학습지인 뮤직북에는 주5일, 4주간 사용할 수 있게 20곡의 가사와 문제들이 담겨있다. 노래는 고향역, 노란샤쓰 사나이, 봄날은 간다 등 어르신에게 익숙한 곡들이다. 어르신들은 학습지의 QR 코드를 활용해 노래를 듣고, 해당 노래에 대한 문제를 푼다.
뮤직북에는 치매 어르신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풀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가 수록돼있다. 센터에서는 주 연령대가 60, 70대인 보호자가 원할 때도 학습지를 제공한다. 그 덕에 조금 어렵다는 치매 어르신부터 비교적 쉽다는 보호자 분까지,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러나 ‘재밌다’는 사용 후기만큼은 치매 유무를 막론하고 들려온다고. 광진구치매안심센터 음악치료사는 “이번 뮤직북은 이벤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으로, 기존에 센터에서 활용하던 가정 인지학습지와는 별개”라며 “내년에도 만들게 된다면 단권으로 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센터 방문이 어려워 우편으로 학습지를 전달하고 있다. 음악 청취에 필요한 인터넷 활용이 어렵거나, 활용 방식 자체를 어려워하는 홀몸 노인에게는 직접 댁으로 찾아가 학습지와 함께 음악이 수록된 라디오를 한 달 정도 대여해드리기도 한다. 음악치료사는 “뮤직북은 어르신들이 많이들 좋아하시는 음악을 매개로 인지능력을 자극하기 위해 만든 교재”라며 “교재 제작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 치매안심센터 소속 여러 음악치료사들과 많은 소통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음악을 매개로 하는 교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주 새로운 문제로 치매 관리하는 ‘치매안심 실버펜’
강북구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부터 기억키움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치매안심 실버펜’(이하 실버펜)을 제공하고 있다. 틀린 그림 찾기, 글자 기억하기, 더하기 빼기 같은 간단한 산수 문제 등 기억력이나 지남력, 집중력 등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들이 실려있다. 매주 다른 내용과 문제들로 구성된 실버펜은 주 1회 어르신 댁 우편함에 배송된다.
예방보다 치료 성격을 띠는 실버펜은 경증 치매를 앓는 어르신의 인지기능 현상 유지가 목적이다. 강북구 치매안심센터 기억키움쉼터 김준호 작업치료사는 “어르신들의 연령대나 보호자의 유무, 교육수준이 학습지 효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라며 “경증에서 중증으로 치매가 심화되고 있거나 글자를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조금 어려워하신다”고 말했다.
현재는 기억키움쉼터로 어르신들의 직접 방문이 어려워 쉼터 직원들이 전화로 어르신들의 활용 정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김 작업치료사는 “다 푼 학습지를 수거해 어르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사용한다”며 “어르신들이 처음에는 학습지 자체를 낯설어하시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재밌어하신다”고 전했다. 실버펜은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오더라도 쉼터 신규 등록자나 대면 프로그램 신청 대기자에게 제공하는 등 비대면 관리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최근 80대 운전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으로 돌진해 마을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를 다룬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해당 동영상 하단 댓글 창에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6년 8만6304건에서 2020년 11만4795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와 각 지방 지자체들은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보상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로 운전대를 놓는 고령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중 자진 반납한 이들의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운전대를 언제, 왜 놓아야 할까?
막상 이슈의 당사자인 고령 운전자는 왜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동의 불편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면허를 반납할 의향은 있지만 언제 반납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한다. 미국 보건복지부와 은퇴자협회(AARP)가 만든 질문 목록을 보면, 알고 있는 길을 주행할 때도 길을 잃은 적이 있는지, 정지 신호를 보고도 멈추지 못하고 주행한 적이 잦은지 등을 묻는다. 이 질문들에 그렇다는 대답을 하게 된다면 운전 여부에 대해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동시에 면허 반납이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모든 나이 들어감의 형태가 같지 않고, 어떠한 연령대가 되었다고 해서 운전을 그만둬야 할 이유도, 강제할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의 노인정신의학과장 게리 케네디 교수는 미 은퇴자협회와의 인터뷰에서 “고령 운전자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손주를 태울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고 조언했다. 선뜻 대답할 수 없거나 부정의 대답이 나온다면 그때가 바로 운전대를 놓아야 할 때라는 것. 그는 “이는 소중한 손주를 위한 일이며, 도로 위의 모든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에서 ‘100원 택시’까지, 대체 수단 제공
고령 운전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보상 제도도 공감대 형성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만 65~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하면 선불식 교통카드나 지역 상품권을 혜택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별로 반납 방법이나 인센티브가 다르므로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원스톱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만 70세 이상이며, 2019년 3월 28일 이후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어르신에게 약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한다. 2019년 3월 28일은 ‘서울특별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 시행일이다. 운전면허증을 지참해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원스톱서비스 신청에 필요한 지원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 지급 받은 교통카드는 ‘티머니’ 교통카드로, 전국 교통수단과 편의점 등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원스톱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기도 역시 경기지역화폐 10만 원과 노랑 우산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부산시는 교통비 지급과 함께 병원, 의류, 안경점 이용 시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진주시는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시내버스 5년 무료이용권을 제공한다. 대전시와 광주시는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전주시는 20만 원이 든 교통카드를 지급하며, 김천시는 30만 원 상당의 김천사랑상품권 또는 교통카드를 1회에 한해 지원한다.
어르신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 전남 화순군 등 전국 79개 군 단위 지역에서 시행 중인 공공형 택시, ‘행복택시’가 대표적 사례다. 효도택시, 100원 택시 등 명칭은 다양하나 100원의 요금을 받고 시내버스 노선이 없는 벽지 지역을 달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충남 서천군의 100원 택시는 뉴욕 타임즈에 소개돼 ‘신의 선물’, ‘대중교통 혁명’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 택시의 이용 방법은 콜택시와 유사하다.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전화로 요청하고 해당 마을에서 승차해 택시를 이용한 뒤, 내릴 때 군에서 배부한 이용권과 함께 요금인 100원을 부담하면 된다.
물론 국내 보상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장효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예시를 들었다. 그는 “인센티브가 일회성에 그치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는 자진 반납한 고령자에게 금리 인하나 지역 병원에 건강 검진을 했을 때 할인받을 수 있게 한다”며 국내 인센티브 혜택의 실효성 부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5명 중 1명은 여전히 운전대를 쥐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21.9%는 자동차 운전을 하고 있으며, 이는 2017년도에 비해 3.1%p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고령 운전자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로 인한 교통사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 고령 운전자와 그의 가족, 도로 위의 모든 이들을 위해서, 더욱 세심하되 확실한 혜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23년 전 오늘인 1988년 9월 17일. 제24회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이날은 임시공휴일이었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개막식을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들뜬 마음으로 TV를 시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올림픽 개회식이 보통 오후 3시경에 시작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었다.
당시 개회식 시간을 조정한 이유로 국가 이미지인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맞춰 아침에 개막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후 미국 내 올림픽 방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NBC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서라는 가설도 힘을 얻었다.
이처럼 서울올림픽에는 여러 가지 일화가 있다. 사실 올림픽 서울 유치는 기적에 가까웠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올림픽을 치르려면 경비가 약 8000억 원 정도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감당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이 기적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집요하게 집행한 주역은 바로 현대그룹 총수였던 정주영 회장이다. 한국과 일본이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일 때, 정주영은 한국 IOC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의 해외 파견 직원 부인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꽃바구니를 하나씩 각국 IOC위원 방에 넣어 줬다. 이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대단했다. 다음날 각국 IOC위원들은 꽃을 보내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최고급 일본 손목시계를 선물했던 일본에는 감사 인사가 없었다. 결국 비싼 선물보다 ‘정성’을 택한 한국의 정주영은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개막식 성화 점화 때는 ‘비둘기 화형식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성화가 점화되면서 평화의 상징으로 풀어놓은 비둘기들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처럼 보였다. 크고 넓적한 원 모양의 성화대는 새들이 앉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성화 점화 순서가 됐는데도 비둘기들이 날아가지 않았다. 결국 올림픽 운영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2 런던올림픽 특집판에서 바로 이 비둘기들의 ‘화형식’을 거론하며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역대 최악의 개막 행사로 꼽았다. 당시 서울올림픽 조직위는 “실제로 불에 탄 비둘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날아갔다”고 공식 해명했다.
지난 2019년 유튜브 채널 ‘사소한 리뷰’에서 성화봉송식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 ‘손에 손잡고’ 영상이 소개됐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우선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던 카메라 각도에서는 비둘기가 타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성화대에는 불이 닿지 않는 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처참하게 화형당한 참사로 회자되지만 사실 희생 당한 비둘기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다만 불구멍 가까이에 있던 비둘기 한 마리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를 교훈 삼아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비둘기를 폐회식 때 풀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주로 밤에 개회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막식 때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를 없애기로 하면서, IOC는 앞으로 모든 올림픽에서 비둘기를 행사에 활용하는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관련 이야기도 있다. 2008년 미국의 MSNBC는 베이징올림픽 특집 방송에서는 ‘역대 올림픽 최고의 마스코트’를 선정했는데, 여기서 호돌이가 3위를 차지했다. 이 방송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외관으로만 평가했으며, 호돌이는 호랑이가 웃고 있는 모습이 친근감을 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호돌이에 대해 “머리에 왜 화장실 청소 도구(뚫어뻥)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몇몇 외국인들은 호돌이가 왜 뚫어뻥을 머리에 쓰고 있는지 궁금해하기도 했다’고 관련 일화를 소개해 놓았다. 참고로 MSNBC가 뽑은 최고의 마스코트 1위는 미샤(1980 모스크바올림픽), 2위는 코비(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였다.
또 1988년 오전 11시 30분경 조정 경기에서 1등을 기록하고 올림픽 2연패에 달성한 이탈리아 조정팀의 다비드 티자노 선수는 금메달의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드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타자노 선수는 헤엄치던 도중 금메달을 그만 한강에 빠뜨리고 말았다. 한강 바닥으로 가라앉은 티자노 선수의 금메달을 찾기 위해 미사리 경기장에 4명의 잠수 대원이 투입돼 수색을 펼쳤다. 하지만 물이 탁하고 수심이 3.4m나 되는 강 속에서 금메달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수색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고, 결국 수색을 펼친 잠수 대원이 메달을 분실한 위치인 선착장 부근에서 갯벌 바닥에 묻혀있던 금메달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1988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대륙에서 개최된 2번째 하계올림픽이다. 이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서울올림픽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코리아’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세계 각국에 우리 문화를 실시간으로 알린 최초의 국제 행사였다. 이는 올림픽에 참가한 세계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화려한 서울올림픽을 위한 숨은 희생도 많았다. 명과 암이 공존했지만 서울올림픽이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만은 분명하다.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극심해진 가운데 청년들과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시니어들이 있다. 과연 그들의 소통 노하우는 뭘까?
윤여정
배우 윤여정은 MZ세대의 워너비로 손꼽힌다. 그들을 열광시킨 그녀의 화법은 직설적이지만 권위적이지 않다. 배우로서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상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어른으로서의 권위도, 장황한 잔소리도 없다. 짧고 명확한 전달력과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돋보인다.
백종원
요리연구자 겸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요식업계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조언한다. 다만 권위가 아닌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밀라 논나
70대 유튜버 장명숙은 유튜브 채널 ‘밀라 논나’를 통해 MZ세대와 소통한다.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심 어린 공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며, 개인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조언을 건넨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기회여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평소보다 특히 긴 연휴를 더욱 풍성하게 보낼 방법이 있다. 지상파 3사의 다양한 특집과 특선 영화를 함께 시청하며 문화를 즐기는 것이다. 이에 자녀 또는 손주와 함께 TV를 시청하며 더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재밌는 볼거리를 소개한다.
KBS
세대를 관통하는 국민가수 심수봉이 26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KBS는 ‘2021 한가위 대기획 피어나라 대한민국 심수봉’을 오는 9월 19일 일요일 오후 8시, 2TV를 통해 방송한다. 이 공연은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심수봉이 펼치는 26년 만의 단독 TV쇼다. 특히 방송에서 공개한 적 없는 심수봉의 2009년 발표곡 ‘아리랑’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어 9월 21일 화요일 오후 10시 10분에는 스페셜 편을 방송한다.
시간 여행 프로젝트 ‘옛날 TV 그땐 그랬지’는 KBS 영상 저장소에 보관돼 있던 오래된 방송 자료들을 공개하기 위해 개설된 유튜브 채널이다.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전설의 고향’, ‘사랑이 꽃피는 나무’ 등 유명 드라마부터 ‘가족 오락관’, ‘쇼 특급’ 등 추억의 토크쇼까지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추석에는 코미디언 박준형, 김지혜 부부가 시간 여행의 안내자 역할을 맡아 그때 그 시절을 소개할 예정이다. 1부 ‘식사연대기’는 9월 20일 월요일 오전 10시 35분, 2부 ‘직장생활백서’는 9월 21일 화요일 오전 10시 35분 1TV에서 만날 수 있다.
추석 연휴 사흘 간 가수 이선희를 내내 만날 수 있다. 감성 로드 다큐멘터리 ‘한 번쯤 멈출 수밖에’는 이선희가 절친과 감성 여행을 떠나 노래와 함께 길목의 풍경을 담아낸다. 총 3부작으로 9월 20일 월요일~22일 수요일까지 오전 9시 40분, 1TV에서 방송한다.
이 외에도 KBS에서는 9월 19일(일) 오후 11시 30분 1TV- ‘미스터 주: 사라진 VIP’, 9월 20일(월) 오전 10시 40분 2TV - ‘광대들: 풍문조작단’, 9월 20일(월) 오후 9시 50분 2TV - ‘인피니트’ (국내 최초상영), 9월 20일(월) 밤 12시 10분 1TV - ‘해어화’, 9월 21일(화) 오전 10시 40분 2TV- ‘엑시트’, 9월 21일(화) 오후 8시 2TV - ‘도굴’, 9월 22일(수) 오전 11시 50분 2TV - ‘공작’, 9월 22일(수) 오후 2시 20분 1TV - ‘감쪽같은 그녀’ 등 다양한 영화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MBC
MBC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를 마련했다. 추석 당일인 9월 21일 화요일 오전 8시 20분에 ‘강변가요제’를 빛낸 신화들이 모여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재현할 ‘MBC 강변가요제:레전드’를 방송한다. 이날 방송될 ‘MBC 강변가요제:레전드’에는 1979년 제1회 강변가요제 금상 수상팀인 홍삼 트리오를 비롯해 박미경, 티삼스, 이상은, 이상우, 박선주, 육각수 등 강변가요제가 배출한 대표 뮤지션 7팀과 딕펑스, 라붐, 라포엠, 손승연, 이소정, 정엽, 존 박 등 후배 뮤지션들이 출연해 세대와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음악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22일 수요일에서 23일 목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10분에는 실존 또는 가상 인물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인 ‘디지털 휴먼’ 기술과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봄여름가을겨울의 보컬 김종진, 드러머 고(故) 전태관, 고(故) 김현식이 함께 꾸미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Re:present]’를 방송한다.
특히 방송에서 '가리워진 길', '비처럼 음악처럼' 등 모든 음악 팬들의 마음을 울린 명곡들과 함께 가수 이적, 거미, 이무진 등 후배 가수들이 각각 무대에 올라 그들만의 목소리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 향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추석 특선영화로 9월 19일(일) 오후 8시 25분 ‘아이’, 9월 21일(화) 오전 11시 55분 검객, 9월 21일(화) 오후 9시 10분 ‘담보’ 등을 방영한다.
SBS
골프 예능 ‘골프 혈전, 편먹고 공치리’는 2부작 추석 특집으로 ‘동상이몽’을 통해 눈길을 끈 연예계 대표 부부 소이현-인교진 부부와 장신영-강경준 부부가 출격한다.
인소 부부는 유현주 프로, 이승기와 강장 부부는 이경규, 이승엽과 각각 팀을 이뤄 치열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실력자로 소문난 부부 중 필드 위 최후의 승자가 누구일지 기대해 볼 만하다. 해당 방송은 9월 18일 토요일 오후 6시, 9월 22일 수요일 오후 5시 50분에 시청할 수 있다.
9월 18일 토요일 오후 8시 55분에는 ‘펜트하우스 시즌 3’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펜트하우스-540일간의 이야기‘가 방송된다. 펜트하우스의 주요 배우들을 비롯해 펜트 키즈들이 총출동한 이번 스페셜 방송에서는 첫 대본 리딩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펜트하우스와 함께한 540일 동안의 다양한 이야기를 배우들의 시선으로 솔직 담백하게 풀어나간다.
특히 첫 만남부터 캐릭터에 대한 연구, 내가 뽑는 명장면 및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 제작 기간 동안 배우들의 희로애락을 소개한다. 또 배우들의 소감, 극 중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작별 의식, 그동안 펜트하우스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까지 그 여운을 시청자와 함께 나눌 예정이다.
SBS는 추석 특선 영화로 ‘미나리’를 안방극장에 선사한다. 영화 미나리는 낯선 땅 미국 아칸소에서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이민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낯선 이국땅에서 서로를 보듬는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9월 20일 월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한다.
한편 TV로는 SBS에서 최초 방송되는 영화 ‘미나리’는 9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 조연상 수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배우 윤여정은 이 영화로 총 37개의 상을 받았다.
60대 중년의 신동원 씨는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명절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10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롱을 부리며 장난치던 조카들이 20~30대가 되면서 어른들과의 대화를 피하는 분위기다. 젊은이들이 하도 ‘꼰대’라고 흉본다기에 그렇게 안 보이려고 나름 노력하며 다가가는데도 조카들 반응은 제법 서운하다. 나이 든 사람끼리 앉아 뻔한 대화를 나누기보다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며 진솔하게 소통하고 싶은데, 가족인데도 참 어렵기만 하다.
사실 다른 세대와 소통한다는 건 매우 힘든 주제다. 2021년 3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세대갈등 인식에 관한 질문에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85%였다. 모든 연령대에서 최소 78% 이상의 응답자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세대갈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 연령대에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세대갈등 극복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44%,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46%로, 10명 중 9명이 현재도 심각한 세대갈등이 앞으로도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세대가 다르면 상대를 경쟁과 갈등의 대상으로 여긴다. 최근 언론에서는 세대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며 호들갑이다. 그런데 세대갈등은 어느 시대나 있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시대는 계속 발전하고 변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것 같아도 각 연령대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세상이 다르고 생각도 달라진다. 이를 독일의 미술사학자 핀터(W. Pinter)는 ‘동시대의 비동시대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문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상이나 취향이 옳고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영국의 유명 소설가 조지 오웰은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대갈등은 이런 착각에서 시작된다.
소통하려면 ‘워딩’부터 달라야
유난히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워 답답해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다른 세대를 탓하기보다 시니어들이 무엇을 피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화법으로 살펴본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과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나 때는 말이야’는 유행어나 다름없다.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다음이 어떻게 될지 뻔해서다. 보통 ‘나 때는 말이야’ 하고 시작되면 상대를 위한 조언보다는 권위와 경험을 내세운 일방적 훈계에 그치기 쉽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 현재나 미래 사회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싶다면 자신의 경험을 문제해결의 한 방법으로 제시하며 부드럽게 얘기하는 게 좋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답정너’ 태도도 안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질문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이는 질문의 형태를 취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지식을 뽐내는 화법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때는 편견 없이 상대의 대답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요) 상대가 궁금해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자기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대화법은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 상대가 묻지 않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듣는 이의 반응을 고려하며 잘 소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말을 짧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으로 자신보다 어리고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권위주의적으로 말하는 대화법은 듣는 이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명령형 말이나 강압적인 말투, 일방적인 주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권위적인 어투’는 취업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직장인 비호감 말투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대와 동일한 인격체로서 대화를 나눌 때 원활한 소통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로 성적, 연애, 연봉, 결혼과 같은 사적인 주제는 가족 사이에서도 조심해야 할 민감한 주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 친인척끼리 이런 얘기도 못 하나 싶은 시니어도 있겠지만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무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소통 단절로 이어진다.
한국가정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가족소통 전문가로 활동했던 김대현 소장(현 중년행복연구소 소장)은 등산을 예로 들며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등산을 마치고 내려가는 하산객을 보고 묻는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하산객은 웃으며 거의 다 왔다고 답한다. 이후 한참을 올라도 정상이 보이지 않자 등산객은 거짓말한 하산객이 미워진다. 사실 하산객이 기억하는 등산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왜곡됐다. 하산객의 시간과 등산객의 시간은 서로 다르다. 세대 간 소통이 바로 이와 같다. 한창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과 그 시기를 마치고 여유를 찾은 중년이 느끼는 세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에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불통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강조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쓴소리는 얼마든지 밖에서 듣고 있다. 부모와 집안 어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휴식처가 되어주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기분 좋게 세대 간 소통법
다른 세대와 기분 좋게 소통하려면 우선 다른 세대를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예의가 없어”, “산업화 세대는 고리타분해”와 같이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세대를 일반화하면 편견이 생긴다. 같은 세대여도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다. 일반화의 오류는 세대갈등을 조장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누군가와 소통할 때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타인을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 같아도 이를 놓치고 마음대로 상대를 평가하며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의 생각과 취향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선한 호기심으로 무례하지 않게 질문한다. 미국의 한 수필가는 “우주가 인류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류 발전의 큰 원동력이자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에너지가 바로 사랑과 질문의 결합이라는 뜻이다. 이경랑 SP&S컨설팅 대표는 사랑이 결합된 호기심을 ‘선한 호기심’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호기심은 무례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애정을 바탕으로 한 선한 호기심은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선한 호기심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전제로 한다.말하기 전에 이 질문이 상대에게 불쾌함이나 당혹감을 줄 수 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또 공감하며 경청한다. ‘공감적 경청’은 나의 사고체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준거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적 경청의 자세는 나와 다른 세대와 대화를 나눌 때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서로 생각이 달라 불통이 쉽게 일어나서다.
마지막으로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간결한 말만큼 전달력이 좋은 화법은 없다. 말이 길면 오히려 핵심을 잃기 쉽다. 짧고 굵게 내 생각을 전하는 게 좋다.
이렇게 다른 세대와 대화할 때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경험한 세상과 생각·행동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Z세대의 손주,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고군분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조카, 돈 아깝다며 외식을 한사코 거절하는 베이비붐 세대 어머니. 특정 세대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각 세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따라서 다른 세대와의 무심한 소통은 오해를 야기하고 불통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대화법은 세대를 뛰어넘어 대화 예절에 속한다. 최근 ‘웰에이징’(Well-aging)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살기보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의미다. 웰에이징의 방법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흔히 얘기하지만 신체의 웰에이징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마음과 태도의 웰에이징이다. 나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웰에이징의 시작이다. ‘말’은 사람의 ‘성품’을 드러내는 만큼 상대를 배려하며 품격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시니어의 모습은 진정한 웰에이징을 증명한다.
청년세대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대방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다. 그들은 나이와 지위를 가지고 상대를 아랫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누구나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하고 상대와 눈높이를 맞춰 소통한다면 연령대와 관계없이 즐겁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듯, 청년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겸허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 추석 동년배끼리 뻔하고 지루한 대화를 나누기 싫다면, 다양한 세대와 공감하며 그들의 눈높이로 소통을 시도해보자.
시니어 빅3의 인플루언서 소통 노하우!
세대갈등의 중심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간의 갈등이 극심해진 현대사회에서 청년들과 원활히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시니어들이 있다. 그들의 비결은 뭘까.
윤여정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태도’
70대 윤여정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워너비다. MZ세대를 열광시킨 윤여정의 화법은 직설적이지만 권위적이지 않다. 70대 배우로 높은 위치에 올랐지만 상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또 젊은 세대에게 완성된 어른으로 보이길 원하지도 않아 솔직하고 자유롭다. “젊은 사람이 왜 재미없게 살아? 인생 길지 않아. 그냥 즐겨!” 70년 넘은 인생에서 얻은 자유분방한 태도를 유쾌하게 건넨다. 그의 이야기에는 어른으로서의 권위도, 장황한 잔소리도 없다. 그저 자유롭고 솔직한 자신의 생각, 짧고 명확한 전달력,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존재할 뿐이다.
밀라논나(장명숙) ‘닮고 싶은 멘토의 대화법’
70대 유튜버 장명숙은 ‘밀라논나’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MZ세대와 소통한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인 그는 패션에 대한 팁 또는 진로, 취업, 결혼 같은 젊은이들의 고민에 조언을 던지며, 2030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인기 비결은 조곤조곤하게 전하는 ‘인생 상담’이다. 이 상담은 세 가지 측면에서 그동안 기성세대가 하던 조언과 차이가 있다. 첫째, 그는 70대의 나이에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고민에도 진심 어린 공감을 전한다. 둘째, 그는 청년 시청자들에게 조언을 전할 때는 물론, 손주뻘의 연예인과 대화를 나눌 때도 언제나 존댓말을 사용한다. 셋째, 그는 사회의 기준보다 개인의 주체성을 존중한다. 예컨대 직장 상사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에게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직장을 나오라”고 말하며 “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어려운 직장이 있냐”, “나약하게 굴지 마라”처럼 개인의 주체성보다 한국 사회 기준으로 조언하던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백종원 ‘상대를 움직이는 소통법’
요리연구자이자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요식업계 최고의 위치에서 업계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조언한다. 자칫하면 ‘꼰대’라고 불릴 수 있는데 그는 MZ세대의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소통 비법은 세 가지다. 첫째, 자신의 비책부터 말하기보다 상대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관찰한다. 둘째, 관찰로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원포인트로 내린다.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핵심을 짚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셋째, 권위가 아닌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 진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절대 특권의식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없다. 예컨대 잘못된 고집을 꺾지 않는 상대와 소통할 때도 권위보다는 요리 대결로 자신의 솔루션을 몸소 입증한다.
다양한 SNS를 통해 소통하고 이를 활용하여 덕질을 하는 중년들이 점차 늘고 있다.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SNS를 통한 소통이 중요해진 가운데, SNS 사용 시 주의해야 할 나쁜 습관을 돌아보고 좋은 매너를 살펴본다.
비대면 시대, 남자를 부탁해
“문자 메시지나 카톡 대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있는데 여자들과 소통할 때 특히 그렇지요. 수다 떠는 느낌 같아 거부감이 듭니다.”
“저는 칭찬을 해올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보내온 것을 읽기만 해요. 상대로선 머쓱하고 뻘쭘하고 때론 서운할 거란 생각도 들지만.”
“저는 묻는 것에 대해서만 답을 해요. 나머진 내용을 확인만 하지요. 가령 ‘2시까지 오세요’란 문자를 받았을 때 회신을 안 하는 거죠. 그러곤 2시까지 가지요. ‘알았다’고 간단하게라도 답하면 손가락이 부러지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습관이 그렇게 굳어져버렸어요. 상대는 무시당했다거나 불쾌할 수 있겠다는 걸 최근에 느꼈어요.”
바야흐로 비대면 소통의 시대다. 코로나19와 맞물려 좀 더 가속화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중년의 SNS 대화 풍경도 다양하다. 주고받는 내용은 차치하고, 전달하는 방식과 대화 스타일이 달라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얼굴 보고 얘기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을 비대면이라는 한계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SNS상이 아니라도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이 불리하다. 중년층 이상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도드라진다. 팩트 위주의 전달 훈련을 주로 받아온 세대로서 감성적 언어 구사에 익숙하지 않고 감정 표현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주변 이성 간의 대화를 비롯해 아내, 딸, 며느리 등 가족관계에서 소소한 안부나 잡담을 나눌 때 중년 남성들은 당황한다.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버겁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남발, 자제를 부탁해
“이모티콘을 중복해서 날리거나, 한 텍스트 내에 이런저런 이모티콘을 섞어서 쓰는 사람, 문장마다 ‘ㅋㅋ, ㅎㅎ’를 붙이는 사람을 보면 경박하게 느껴져요. 특히 저는 ‘ㅋㅋ’는 자제하는 편이죠. 연장자나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에겐 사용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전혀 안 쓰면 무뚝뚝하거나 다소 무례한 인상을 주기도 해요. 업무 전달을 받을 때 상사의 센스 있는 이모티콘 하나가 아랫사람의 긴장을 풀어주죠. 하지만 분위기에 맞게 쓰지 못할 바엔 아예 안 쓰는 게 나아요. 부모상을 당한 지인이 받은 카톡 위로의 말끝에 ‘ㅠㅠ’가 붙어 있어서 진정성이 의심됐다고 하더라고요.”
SNS상의 대화에서는 면대면에서 드러나는 얼굴이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뉘앙스와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는 애매하지만, 단체 대화방에서는 그마저 무시되기 쉽다.
“단체 대화방에 내가 뭘 올리는 순간 나가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종교나 정치 등 예민한 사안도 아닌데, 내가 뭘 잘못했나 당혹스럽죠. 다른 사람이 글을 올릴 때는 바로 나가지 말고 타이밍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탈퇴할 때는 간단히 인사를 하고 사유를 밝혔으면 해요. 그게 예의가 아닐까요? 아, 그리고 사전 언질도 없이 별 관심도 없는 단톡방에 초대받는 것도 불쾌하고 황당하더라고요.”
이것만 말아줘, 소통을 부탁해
비대면 시대일수록 만남이 더욱 소중하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 이상과 같은 지적과 의견을 중심으로 대화의 만족감과 의사 전달 극대화를 위한 효율적인 SNS 소통법을 정리해보자.
➊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하자. 남발이나 부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역효과나 불쾌감을 낳지만 적절한 사용은 대화의 윤활유가 된다. 여러 가지를 섞지 말고 한 종류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센스 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 끝맺음을 이모티콘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
➋ 맞춤법을 체크하고 내용을 다시 읽어본 후 보낸다. 지성과 품격이 드러날 것이다.
➌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나가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괜한 오해를 사거나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➍ 종교나 정치 등 예민한 주제는 피하자. 대부분 설전으로 번진다.
➎ 되도록 자기 자랑은 삼가자. 누구에게도 별 도움 안 된다.
➏ ‘소중한 인연,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오늘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등 입에 발린 문구를 유치한 그림에 새겨 보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격이 낮고 무성의해 보인다. 단 한 줄의 안부라도 자신이 직접 써서 보내자.
➐ 가까운 사이라 해도 긴 동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은 가급적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안 보면 부담이 된다. 그것에 대한 감상을 물을까봐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➑ 펌글은 되도록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할 것이며, 글쓴이나 출처가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 나중에 망신스러울 수 있다.
➒ 내 흥에 겨워, 혹은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밤 열두시 넘어 새벽 한시, 두시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제발 삼가자. 새벽 네다섯시에 보내는 것 역시 실례이자 무례한 행동이다.
➓ 보내기 전에 수신자를 체크하자. 아내에게 보낼 급여명세서를 지인 여성에게 잘못 보내는 바람에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노출한 경우도 있었다.
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 류춘수 건축가의 과거 그때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그랬어, 그랬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마당입니다.
세상에는 ‘운이 좋았다’고 할 만한 일과 ‘운명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류춘수의 일생은 후자에 속한다. 언뜻 보면 그는 기가 막히게 운이 좋은 사람 같지만 그의 인생과 건축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운명적 문고리가 설계되어 있다.
2002년 서울월드컵경기장과 88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을 비롯해 리츠칼튼호텔, 한계령휴게소, 박경리문학관과 사저, 동숭동 샘터사 등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일상에 맞닿아 있다. 한양대 건축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국내파 건축가로서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이란 등지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우고, 영국,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강연한 그는 젊은 건축인이 뽑은 대한민국의 가장 바람직한 건축가에 두 차례나 선정되는 등 정상을 지키고 있다.
건축가의 꿈과 불교의 운명적 만남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그는 1962년 대구고등학교 2학년 때 경북학생사생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안동에서 막 전학 온 ‘촌놈’이 대구, 경북의 미대 지망생들을 휘저은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남고등학교 출신 이두호가 2등을 했으니. 이두호가 누군가? ‘임꺽정’을 비롯해 김주영의 장편소설 ‘객주’ 전권을 만화화하고, 머털도사를 탄생시킨 한국 만화계의 국보급 작가가 아닌가. 더 재밌는 것은 당시 그가 하숙하던 주인집 아주머니의 친정에서 어린이 잡지를 발간하고 있었는데 그때 고교 2학년생 이두호가 거기서 그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까 ‘이두호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는 학생이 있었다니, 그것도 우리 집 하숙생 중에!’ 하면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셨죠. 하하.”
그림을 잘 그릴 뿐 아니라 기하, 수학 등에도 소질이 있었던 그는 진로 적성검사를 할 때마다 뚜렷하게 건축과로 나왔다. 그의 꿈은 확고했지만 봉화 면서기였던 선친은 1남 2녀의 외동아들이 건축가가 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건축가에 대한 변변한 인식조차 없던 시절, 상대 나와 은행원이 되는 것을 최고로 여기던 때였으니. 아버지를 설득해 정작 허락은 받았지만 대학 입시에서 연거푸 두 차례나 낙방하고 만다.
“초라한 삼수생의 몰골로 고향 봉화 문수산 첩첩산중의 작은 암자인 축서사로 들어갔지요. 마음 다잡고 공부하겠다고 2년간 절에 있었던 게 건축가로서 의미 있는 첫 단추를 꿰는 인연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예민한 성정의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옮겨가는 변곡점에서 불교는 제 인생과 제 건축 밑그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졸업 작품부터 동기들과는 차별적이었다. 한국 불교의 중흥과 중생제도의 구심점을 세운다는 포부 아래, ‘대한불교조계종 대본산 계획안’을 설계했던 것이다. 불교와의 첫 인연의 고리를 꿴 순간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생활은 막막했다. “제 월급이 1만 원이었어요. 은행원은 3만 원을 받던 시절이었죠. 쪼들리며 살던 때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불교 미술 공모전을 하길래 졸업 작품을 응모해 1등을 했습니다. 상금이 5만 원이었으니 무려 제 한 달 급여의 다섯 배였죠. 덕수궁에서 전시도 했고요. 그런데 며칠 후 조계종 총무부장이 연락을 해왔어요. 부산 대각사의 10층짜리 불교회관 설계를 맡아달라고. ‘스님 돌았소?’란 말이 툭 튀어나올 뻔했죠. 그때까지 집 한 채도 설계해본 적 없는 초짜한테 할 제안인가요, 어디? 근데 스님 말씀이, 무조건 불자가 설계를 맡아줘야 한다는 거예요. 불교와의 인연이 또 들먹여진 거죠. 더 놀란 건 그때 부산까지 동행해준 스님이 축서사에서 동고동락했던 분이었어요. 스님도 ‘절에 있었던 그 춘수 학생이 설계를 맞게 된 거냐?’며 깜짝 놀라셨죠. 그때가 경부고속도로 개통 일주일째 된 때였어요. 멋들어진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30만 원을 선금으로 받고 총비용 60만 원에 달하는 설계를 계약서도 없이 구두로 맡게 되었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었지요. 부처님의 가피라고 여겨집니다.”
당시 그가 살던 서울 휘경동 집값이 90만 원이었다. 그때 받은 60만 원으로 부친 생전에 진 본인의 학자금 빚을 갚고, 동생 대학 등록금까지 댔으니, 홀어머니를 모신 장남으로서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투시도를 그리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화여대 조감도를 그리는 데 합류하여 직장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월 5000원을 받는 ‘꿀 알바생’이었던 것. 졸업 후 3년 만에 집을 샀을 정도로 일이 넘치게 들어온 그때가 일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었던 때였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동료들은 설계 사무실보다 봉급이 서너 배 많은 현대건설, 주택공사 등으로 이직을 했죠. 제게도 스카우트 제안이 쇄도했지만 배를 곯아도 건축 설계를 한다는 결심이 흔들린 적이 없었어요. 만약 그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류춘수는 없었겠죠.”
김수근의 ‘공간’에서 류춘수의 ‘이공’(異空)으로
20세기 한국 대표 건축가이자 건축계의 우상인 김수근의 ‘공간’에 새 둥지를 튼 것은 그에게 또 다른 변곡점이 되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를 하는 공간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한국에서 건축을 한다고 할 수 있겠냐’는 자문이 강하게 일었다. 무작정 공간을 찾아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자 김 대표 왈, “자네가 지금 일하는 곳은 내 친구 회산데 의리상 그럴 수는 없지.” 그 길로 다니던 회사에 무작정 사표를 내고 다시 찾아갔다. 이제 입사 자격이 갖춰졌다고 하자, ‘그럼 내일부터 출근해’ 이러시는 거예요. 제가 또 이랬죠. ‘사표를 냈으니 좀 쉬었다가 일주일 후부터 나오겠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야, 이놈 봐라’였지요. 하하.”
1974년 9월에 입사, 김 건축가가 55세에 간암으로 타계한 1986년까지 만 12년을 함께 일하며 88서울올림픽공원과 체조경기장 등을 맡아 설계했다. 류 건축가는 돌아가신 스승을 대신해 잠시 공간의 대표직에 있다가 ‘이공’(異空)으로 독립한다. ‘이공’은 단순히 ‘다르다’(different)는 의미가 아니라 ‘다름 그 너머의 보다 나은’이라는 의미인 ‘비욘드’(beyond) 스페이스를 뜻한다. 의미심장한 이름의 ‘이공’은 그의 나이 41세였던 1986년에 탄생해 75세인 지금까지 35년째 대한민국 대표 종합건축사 사무소로 건재하고 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저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임에 틀림없습니다. 서울시로부터 VIP석에 제 이름을 새긴 ‘건축가의 의자’를 지정받기도 했으니까요. 전례가 없는 파격 대우지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거인 골리앗을 이긴 소년 다윗’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건축업계의 전설이다. 골리앗은 현대건설을, 다윗은 류춘수를 뜻한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여파로 월드컵경기장은 애초 건설 계획이 없었다. 잠실 올림픽경기장을 고쳐서 사용하기로 하고 개조 작품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류 건축가가 당선된다. 잠실 올림픽경기장은 김수근의 작품이니 제자인 그가 월드컵경기장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의미 있는 일. 그런데 새로 짓기를 원한 정몽준 당시 축구협회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를 설득, 정부 3분의 1, 서울시 3분의 1, 축구협회 3분의 1 각출로 2000억 원 예산의 공사가 결정됐다. 시공은 당연히 현대건설 측이 맡는 조건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더니 내가 꼭 그 꼴이 됐지요. 개조안이 무산되었으니. 게다가 시공회사가 설계회사를 지정하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가 확정됐지요. ‘턴키’란 설계와 시공을 패키지로 하여, 완공 후 발주자는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면 된다’(Turn Key)는 의미의 건축업계 용어죠. 당시 현대건설은 건축계의 왕이었어요. 지금보다 100배는 센 기업이었던 무소불위의 현대건설은 ‘공간’을 설계 파트너로 지명했어요. 공간에 있을 때부터 원주체육관, 부산야구장 등 한국의 스포츠 건축물은 99% 제가 설계했어요. 말레이시아체육관 등 해외 스포츠 시설 설계 경험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제 존재는 깡그리 무시됐죠.”
턴키 방식은 설계 실력으로 하는 게 아니라 로비 실력으로 하는 거라는 말이 건축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던 때였다. 현대, 대우, 삼성, 엘지, 대림, 포스코 등 한국 6대 기업이 컨소시엄을 짰지만 현대의 들러리에 불과한 요식적 몸짓일 뿐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저를 찾아왔어요. 자기들과 함께 응모해보자고. 삼성 계열사라 하지만 공장이나 지어봤지 일반 건축은 해본 경험이 없는 곳이었죠. 맏형인 삼성이 이미 현대와 조인트를 한 상황인데 조무래기가 어디 감히 설치냐며 같잖다는 반응이 들렸어요. 같잖기는 저도 마찬가지였죠. ‘일반 건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번 기회에 공부 좀 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류 건축사님 설계를 부탁합니다’ 이러는 거예요. 전 이미 다 포기하고 머리 식히러 미국에 나가려던 차였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더라고요. 1만분의 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해보고 싶었어요. IMF 사태로 제가 경제적으로 매우 쪼들렸던 이유도 한몫했지요.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돌팔매를 하기 위해 주머니 속 돌을 만지작거리는 순간이었죠.”
요식적이나마 실시한 현상공모 기간은 세 달, 그로서는 목숨을 건 3개월이었지만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대학의 건축과 교수 등 심사위원 내정자들을 해외 유람까지 시키며 로비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그도 단 한 명의 심사위원이라도 안면을 터야 했지만 기회는 어이없이 빗나갔다. 하필 박세직 월드컵조직위원장과 신라호텔에서 조찬 모임이 잡힌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이미 수유리 아카데미 합숙에 들어가버렸으니 배는 이미 떠났다. 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박 위원장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설계자가 자기 도면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국제적 관례가 그렇다는 근거를 내세워. 실낱같은 희망으로 그 말을 하고는 한강을 건너는데 서울시에서 전화가 왔다. 수유리에서 설명회가 ‘혹시’ 있을 수도 있으니 준비하라는 전화였다. 그 ‘혹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역시’로 드러났다.
“제 순서가 먼저였어요. 발표 30분, 질의응답 30분, 한 시간이 주어졌죠. 어차피 두 팀밖에 없었으니 넉넉한 시간이었어요. 100% 현대건설 측으로 낙착된 일이니 들러리들은 이미 다 떨어져 나갔고 저하고 현대만 남았던 거죠. 그때 ‘류춘수가 저리도 해박하게 강의를 잘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수군거림이 들리더군요. 반면 현대 측 설계사는 엉망이었어요. 발표 준비를 했을 리가 없잖아요. 어차피 떼어놓은 당상이었으니까요. 설계자 둘 간의 실력 차가 너무 나니 안 뽑아줄 수가 없었던 거죠. 27명 심사위원 중 심사위원장, 부위원장을 제외한 25명이 저를 지지했습니다. 만장일치였다고 해야겠죠.”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던 것이니, 신문 등 매체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대서특필했다. 소감을 묻자 “골리앗, 그들은 기도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로 류 건축가는 마지막 한 방을 제대로 먹였다. 피 말리는 운명의 3개월, 그의 꿈은 월드컵경기장으로 실현되었고 현대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현대건설 측에서는 지금도 ‘류춘수’라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라고. 턴키 방식에 의해 시공은 삼성물산에게 돌아갔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설계의 인연으로 영국의 필립 에든버러 공이 2020년 5월 그를 버킹엄 궁에 초청한 일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방문 날짜를 세 개 주면서 그 가운데 가능한 날을 고르라고 했던 것. “정말 감동했어요. 박원순 시장과 비교되었기 때문이지요. 박 전 시장이 70여 명의 건축가를 초청한 일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날을 잡더라고요. 그러더니 하루 전날 취소 통보가 옵디다. 일주일 후로 연기하겠다고. 그러다가 그마저도 시간이 안 된다며 무기 연기를 하더라고요. 필립 공의 겸손하고 진정 어린 마음과는 대조적인 처사여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내 자리를 만들어준 것은 박 전 시장의 고마운 배려지요.”
박경리문학관, 한계령휴게소, 리츠칼튼호텔, 봉화 우리 집
“원주의 박경리문학관과 사저도 제가 설계해드렸는데, 작가님께 어떻게 짓길 원하시냐고 묻자, ‘지가 뭘 알아야지요.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이러시는 거예요. 모든 건축주는 자기가 더 잘 아는 줄 알지요. 그런데 천하의 박경리 선생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비범함이 느껴졌습니다. 문학을 안 했으면 건축을 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림도 잘 그리셨지요.”
한편 1979년, 33세에 설계한 한계령휴게소는 40년이 지난 최근에 프랑스 파리에 도면이 전시되어 극찬을 받았다. 한계령휴게소는 가파른 산비탈에 터를 잡아 철골과 목구조를 절묘하게 배치해 뼈대와 인테리어에 구분을 두지 않은 점이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그가 설계한 호텔 중에 가장 큰 리츠칼튼호텔에도 범상치 않은 운명적 요소가 작용했다. 대형 설계회사의 도면으로 지하 7층까지 땅을 파고 공사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후 그에게 설계 의뢰가 다시 들어온 것이다. 그때도 역시 산비탈을 살리는 오르막 콘셉트였는데 유니크한 그의 설계가 뒤늦게 인정받은 것이다. 공모전 낙선작이 2년 후 당선작으로 뒤바뀌며, 진행되던 공사를 중간에 갈아엎고 류춘수 버전으로 지금의 리츠칼튼호텔을 세운 것이다.
운명의 무늬를 그려온 드라마틱한 건축 행로에서 류 건축가 스스로가 꼽는 가장 애착 가는 건축물은 무엇일까. ‘봉화 우리 집’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그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그의 건축 정서를 또 한 번 느꼈다. 건축, 그 설계는 타인의 기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적 노력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요즘, 유튜브 ‘류춘수 space TV’를 통해 대한민국 건축 역사와 오버랩되는 류춘수의 건축사를 편안하고 진솔하게 풀어내며 참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온갖 정치·사회 뉴스와 SNS, 유튜브 등 자극적인 콘텐츠들은 시종일관 현대인을 괴롭힌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까지 피로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에게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잠시 쉬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추세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의 ‘코로나 블루’가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중노년기 불안심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불안 빈도를 물어보는 질문에서 ‘자주 또는 항상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가 2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 19.5%, 60대 이상 10.8% 순이었다. 불안심리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는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미래에 대한 불확실성(20.1%)’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우려(19.2%)’, ‘일자리 상실에 대한 염려(8.7%)’가 뒤를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사람들에게 힘과 활력을 주는 ‘힐링’을 위한 한 방법으로 ‘멍 때리는’ 행위가 인기를 얻고 있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불멍’, 물을 바라보는 ‘물멍’, 숲을 바라보는 ‘숲멍’ 등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공중파 방송까지 사로 잡았다. 공중파 EBS는 지난해 9월부터 매주 월~목요일 밤 ‘가만히 10분, 멍TV’를 방영한다. 초승달·폭포·연못 속 물고기 같은 자연, 맥반석 김·호떡 굽기 등 요리, 괘종시계·인형뽑기·턴테이블 등 일상의 흔한 소음이나 모습을 아무런 설명이나 장면 전환 없이 있는 그대로 쭉 보여준다.
여러 유튜브 채널들도 일상 소음을 담아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ASMR 영상을 우후죽순 업로드하고 있다. 머리 감기, 빗질하기, 귀 파주기, 마사지, 목욕하기, 화장품 바르기, 장난감 가지고 놀기 등 영상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 배우 이상이는 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물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직접 집 안에 거대한 어항을 설치한 후 수족관을 찾아가 반려어를 사고, 수초수조를 만드는 등 물멍의 기초 작업 과정을 자세히 보여줬다. 그는 “반려어와 수족관을 하루 2시간씩 그냥 쳐다본다”고 말했다. 물멍을 통해 마음이 정화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런 ‘멍 때리기’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멍 때리기로 심장박동수가 안정화하고 뇌에도 휴식을 취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호흡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명상 효과 같은 것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반(反)작용으로 멍 때리기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다만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한다고 직면한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 만큼, 이를 도피처로 삼지 말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과 멍 때리는 시간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SNS로 소통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그렇다면 원활한 SNS 소통을 위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01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하자. 한 종류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대화 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02 맞춤법을 확인하고 내용을 다시 읽어본 후 보낸다. 사소하지만 정확한 맞춤법은 지성과 품격을 드러낸다.
03 단체 대화방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바로 나가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괜한 오해를 사거나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04 종교나 정치 등 예민한 주제는 피하자. 대부분 설전으로 번지기 때문에 되도록 논쟁을 피할 수 있는 대화를 나누자.
05 되도록 자기 자랑은 삼가자. 저마다 입장이 다르고, 누구나 잘난 척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06 입에 발린 문구를 유치한 그림에 새겨 보내는 것은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격이 낮고 무성의해 보인다. 단 한 줄의 안부라도 자신이 직접 써서 보내자.
07 가까운 사이라 해도 긴 동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은 가급적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안 보면 부담이 된다.
08 내 흥에 겨워, 혹은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새벽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제발 삼가자. 상대에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09 보내기 전에 수신자를 체크하자. 아내에게 보낼 급여명세서를 지인 여성에게 잘못 보내는 바람에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노출한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