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환경 구축에 힘입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메일과 SNS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지만 시니어들은 이같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기기를 다루는 것에 능숙하지 않고 접근 기회가 낮은 시니어들은 젊은이들의 ‘스마트한 생활’과는 점점 더 멀어져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시니어들이 스마트기기 사용 실력을 겨루는 페스티벌이 눈에 띄게 빈번해졌고 시니어의 스마트기기 사용과 이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쓰는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의 비율은 2012년 1월 13%에서 지난해 11월 27%로 두 배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마트폰 뱅킹 인구 중 60세 이상의 비율도 2012년 말 2.6%에서 지난해 말 3.5%로 증가했다.
6074(60세~74세)들은 노인복지관·지자체·공공도서관의 교육장에서 스마트폰을 배운다. 교육은 KT·SKT 등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무료로 한다
인생 2막을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까페, 유튜브, 네이버 밴드 등 SNS를 활용해 노후를 새롭게 개척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SNS를 하는 시니어들은 새로운 세상을 접함으로써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시대 변화를 따라잡는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가족·친구 관계가 돈독해지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외로움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 김광호(64) 씨는 여행을 다녀왔다. SNS로 연결된 친구들에게 여행 스토리를 공유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느낌을 올리고 그 나라의 추억의 글을 올리니 차곡차곡 덧글이 달리면서 SNS상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나이가 들면 친구가 없어지게 마련인데 저는 오히려 SNS를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난 셈이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나의 존재감이 상승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찾는 여정이 돼곤 합니다.”
SNS 소통채널, 스스로가 건강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물론 아직까지는 젊은 세대에 비하면 시니어 그룹의 SNS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날로그 세대들이 디지털 세대의 빠른 변화를 뒤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시니어층이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색의 향기 문화원’도 시작은 SNS였다. 2004년 5월에 처음 만들어져 154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좋은 글을 담은 ‘향기메일’을 보낸다. 회원의 60% 이상은 50대 이상 시니어층이다. 독자적 블로그나 까페를 운영하며 회원들 간 소통의 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이처럼 사색의 향기 문화원 등 SNS블로그 회원들은 글을 쓰는 표현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 좋은 에너지가 나와 항상 건강한 편이라고 한다.
SK텔레콤은 라는 프로그램으로 50·60대 장·노년층, 실버 세대의 SNS 사용을 활성화시켜 부모·자녀 간 소통 부재를 해결하고 SNS와 함께하며 삶에 긍정적 영향을 전파하기 위해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이가 들면서 가족, 더욱이 자녀와의 대화 단절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 서운한 감정들은 SNS상 소소한 말, 사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SNS채널과 방식이 아무리 풍성해져도 이를 활용하는 주체인 스스로가 건강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생각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소통이라면 이것은 반쪽짜리 소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완전한 소통을 위해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의미가 충분히 상호 간에 이해되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SNS소통으로 시니어들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다
지역 복지관을 통해 SNS 교육을 받은 오춘석(67) 씨는 은퇴 후 SNS를 배우면서 자신이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시니어들에게는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SNS를 아는 이와 모르는 이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질 겁니다. SNS를 놓치는 것은 한쪽 세상을 놓고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70세 노인이 손자와 소통하기 위해 SNS를 배우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세대 간의 단절을 SNS를 통해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장가 못간 아들과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자주 소통하곤 합니다.”
은퇴로 인한 인간관계의 변화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은퇴와 자녀의 결혼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시니어에게 SNS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아날로그 세대’라 대변되는 시니어들은 아직은 디지털 세대의 빠른 변화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디지털 문화에 한 번 발을 들여 놓은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인터넷소통협회 박영락 부회장은 “사람마다 알맞은 소통 방식과 온오프 채널을 고민해야 합니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통해서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대다수가 그 힘은 감정에 호소해야만 발휘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눈물을 째내는 것만이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인간미가 느껴지는 공감을 사야 기억에 남는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소통 방식과 SNS 적절성은 수시로 점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들에게 서투른 SNS는 진심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면 우리 주변에는 SNS 소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소통은 고객과 끊임없는 여정인만큼 소통이라는 숲을 보면서 SNS라는 나무를 키워 나가는 활동이 소비자와 通하는 지속가능한 소통방정식입니다. 특히 은퇴 후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해 소통을 즐기는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SNS는 그동안 20~30대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들어 중장년층 SNS에 보다 적극 참여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소통의 출발점은 ‘나’가 아닌 ‘당신’
다음은 오프라인과 SNS를 결합한 소통 성공 사례의 한 가지 예다. 송파구의 한 자치회관에서 광경이다. 방이2동에 사는 한 할머니(82)가 박춘희 송파구청장(61) 앞에서 흔들대는 마이크 부여잡으며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뇌졸중이 와 반신불수가 됐어요.”
그런데도 유쾌하다.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아) 떨리는데 더 떨리네. 노인회관 화장실을 조금 더 키워주시면 안되겠어요?”
청중들이 ‘와~’ 하고 박수를 친다.
좋은 소통이 좋은 구정을 만든다고 믿는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전국 최초로 ‘트위터 반상회’를 열었다.
송파구는 SNS뿐 아니라 ‘복지’ ‘관광’ ‘다문화’ 등 주제별로 특화된 블로그와 더불어 동아리나 동호회별 네이버밴드도 운영해 높이 평가받았다. 단순한 구정 전달을 넘어 구의 대표 트위터가 팔로어 3만명을 보유한 점을 활용해 반상회를 트위터에서 여는가 하면, 트위터 민원창구를 만들어 직접적인 소통에도 나섰다. SNS오픈채널도 만들어 발빠르게 소식을 전하고 자유롭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 구청장은 SNS뿐 아니라 도시락산책, 금요데이트, 오후의 수다 등 오프라인 소통에서도 맹활약해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춰 자유롭게 소통했다.
또한 관내 26개 동을 순회하며 주민과의 찾아가는 소통에도 나섰다. 박 구청장이 직접 진행하면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주민들과 교감하고, 구 역점사업 및 동별 주요 업무 계획을 구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대강당 같은 곳에서 200~300명과 얘기하는 토크쇼도 있고, 자치회관에서 자그마하게 모이기도 한다. 진행도 마찬가지로 박 구청장이 직접 챙긴다.
주민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직원과의 소통에서도 앞서 나가는 중이다. 박 구청장은 경직되고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 문화 쇄신을 위해 2009년 하반기부터 내부 직원의 소통 공간인 솔이 토론방을 운영해 직원들의 후생복지를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나갔다. 또 공직자에게 필수적인 청렴도 평가 시스템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공무원 스스로의 청렴 수준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소통의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문화, 심리 등 책을 파고들었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경영실천 사례에서 본질적 소통방법을 터득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의 자신은 소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왔기에 주민들의 속내 깊은 곳까지 보듬으려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렇듯 진실로 소통을 하려면 그 출발점은 ‘나’가 아닌 ‘당신’에서 찾아야 한다. 나의 눈이 아닌 상대의 눈으로 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진심어린 자세가 SNS소통시대에 살아남는 생존법이 아닐까.
“취미 삼아 찍은 건데 틈 날 때 한 번 보세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6월 기자에게 취미 삼아 촬영한 야생화 사진이 담긴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건네며 한 말이다.
반신반의하며 UBS를 열어 본 기자는 5000여 장의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 회장이 우표, LP판, 그림, 꽃, 와인 등을 수집하거나 그 분야에 대한 조예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입소문을 들었지만 야생화 사진은 이미 취미 수준을 넘어 전문가 경지에 있었다.
박 회장은 다음달 12~ 25일 갤러리 나우(종로 인사동길 39번지 성지빌딩)에서 ‘꽃이 사랑이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그만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 어린이에게 풍진 백신을 보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 의미가 깊다.
전시 사진은 총 59점으로 박 회장이 강원도 곰배령에서 제주 한라산까지 전국을 돌며 찍은 수십만 컷의 꽃 사진 중 엄선한 작품들이다.
박 회장은 꽃사진을 찍게 된 계기를 “어릴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해 스스로의 기억을 보관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고 설명한다.
앞서 그는 지난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머무를 때 여행을 통해 촬영한 사진들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꽃들’이라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서부지역에서 촬영한 야생화를 중심으로 첫 번째 전시회를 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박 회장이 유진룡 문화부 장관(당시 을지대 부총장)을 만나면서 취미생활이 전시회으로 격상됐다. 유 장관은 “사단법인 봄, 독일 카리타스재단과 함께 북한 어린이들에게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할 비용을 조달하는 데 사진을 좀 써도 좋겠냐”고 제의했고, 박 회장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전시회로 발전된 것.
박 회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북한 어린이들이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자란다. 마을 어귀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정자나무이기도 하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무 모양이 둥글고 수형이 웅장하고 아름답게 보이며, 굵은 가지가 줄기의 밑부분에서부터 갈라지고 약 30m까지 자란다. 오래된 나무의 수피(樹皮)는 진한 회색으로 비늘처럼 떨어지며 피목(皮目)이 옆으로 길게 만들어진다. 어린 가지에는 털이 나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고 잎 끝은 뾰족하지만 잎 밑은 둥글거나 심장처럼 약간 들어가 있으며 잎맥을 경계로 양쪽이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가을에 황금색, 붉은색, 주황색, 구리빛으로 단풍이 든다. 단풍나무보다 더 곱다.
느티나무는 장수하는 나무다. 은행나무, 회화나무, 향나무, 팽나무, 왕버들, 비자나무, 이팝나무, 가시나무, 녹나무, 후박나무 등과 같이 느티나무의 수하는 개체가 많다. 오래 사는 나무는 대체로 몸집이 크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고 그것을 담아 두자니 넉넉한 몸통을 가져야 한다. 주변의 다른 나무와 경쟁해 이기려면 우선 큰 나무로 되어 넓은 생활공간을 점유할 필요가 있다.
느티나무는 집으로 말하면 대궐 같은 공간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깨끗하고 품격이 있다. 스스로 화려한 곳을 찾지 않으나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를 영광스럽게 해준다. 나무 아래는 민주주의 광장으로 되어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열매를 맺게 해 주고 때로는 야외 교육장으로도 활용된다. 휴식공간, 정신수련장으로도 쓰인다. 특히 나무 그늘에서는 정치, 집안일, 시집살이, 사랑이야기, 호랑이 잡은 이야기, 신선의 이야기, 담배 농사 이야기 등 대화의 꽃이 핀다.
서울 창덕궁과 창경궁 경내에는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그 밖에도 서울시내에는 곳곳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남산 노거목 중 느티나무가 최고령으로 200년생으로 추정되는 것도 있다. 남산 주위에 많은 느티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 수 있는 나무는 바로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다. 나무가 오백년 이상 되면 과학적으로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느티나무가 가장 오래 살 사는 나무임을 알 수 있다. 느티나무는 당산목(堂山木·성황당목)으로 된 것이 많다. 느티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그중 봄에 잎이 피는 모습을 보고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그럴 듯하다.
정자나무로는 느티나무 외에 회나무, 팽나무, 피나무, 느릅나무, 능수버들, 음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거목이어야 정자나무가 될 수 있다.
느티나무는 동양산 나무이기 때문에 무언가 우리에게 호감이 더 간다. 높은 재를 넘어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가 산마루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정자 밑에서 땀을 씻어내는 정자나무로서 그 길을 넘어본 사람이라면 그 나무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래서 마을마다 전설 하나씩을 간직한 채 언제나 넉넉한 풍채를 자랑하며 동네 어귀를 지키는 든든한 느티나무가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나 보다.
서울시는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를 비롯해 바위글씨인 '삼청동문' '백호정' '월암동' 을 각각 시 기념물과 문화재자료로 지정해 보존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는 성균관 내 행단을 상징하는 네 그루 중 앞뜰에 있는 두 그루다. 신삼문(神三門)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송자대전' 등 자료에 비춰 중종조에 성균관사였던 윤탁(尹倬)이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정 결과 400~500년 수령으로 확인됐다.
시 문화재위원회에는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가 일부 외과수술로 변형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원형이 보존되고 있으며, 수형이 수려한 노거수로 그 역사적 유래와 변천이 확인되고 있어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의결했다.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바람도 매섭게 불어 더욱 추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목을 자라처럼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했다.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쳐다보며 걸어가는 동안 길가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투박한 플라타너스의 갈색 낙엽, 붉은 단풍나무 잎, 노란 은행나무 잎이 길가에서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잠시 고개를 들고 길가 가로수로 눈을 돌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퍼런 이파리를 무성히 달고 풍성한 수관을 자랑하던 큰 나무들이 어느새 앙상하게 줄기와 가지만 남은 나목(裸木)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초록의 잎이 어느새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들게 되면 더욱 이같은 계절의 변화가 민감해진다. 가을바람이 스산하게 불게 되면 괜스레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푸른 나뭇잎이 생기와 젊음을 상징한다면 가을철의 단풍은 노화를, 초겨울 낙엽은 죽음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나무들은 이같은 형태적 변화를 거친다. 온대기후대에 살고 있는 생물에게 겨울철은 가장 견디기 힘든 가혹한 기간이다. 사람도 가을이 되면 식욕이 증가해 적극적으로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여 겨울에 대비한다. 또 옷을 두껍게 입고 난방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데워 겨울을 난다.
우리 눈에는 무심하게만 보이는 식물도 어쩌면 사람 이상으로 적극적인 겨울준비를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를 포함한 식물들은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여름 내내 식물체에 필요한 동화양분을 만들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했던 잎에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찾아온다. 식물의 푸른 잎에는 광합성이 일어나는 세포기관인 엽록체(葉綠體)가 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할 일을 다 끝낸 엽록체의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葉綠素)가 분해되어 붉은색을 띄는 안토시안 색소, 혹은 노란색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또 다른 색소로 바뀌는 것이 단풍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엽록소가 파괴되는 기작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용을 통한 월동 준비다. 이제 쓸모가 없어진 엽록체 안의 루비스코와 같은 효소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질소의 형태로 생분해돼 식물체의 줄기나 가지의 피층 조직으로 이동돼 저장된다. 루비스코는 녹색식물에 있어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효소로서 식물 단백질의 10~30%를 차지할 정도의 중요한 단백질 덩어리다. 이렇게 귀중한 단백질 자원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고 분해해 추운 겨울을 넘길 수 있는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재활용품을 모두 회수하고 쓸모가 없어진 잎은 잎자루에 이탈층(離脫層)이 생겨 낙엽으로 떨어진다. 잎에서 이동한 질소 저장양분만으로는 월동이 불가능하므로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 놓은 광합성 산물인 전분을 세포에 다량으로 축적하고 세포 속의 수분을 탈수시켜 추위에 세포가 쉽게 얼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다. 광합성이 불가능한 추운 겨울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렇게 만반의 겨울준비를 제대로 한 식물은 봄이 되면 또 다시 싹이 트고 꽃도 핀다. 그러나 겨울 준비를 게을리 한 식물은 동해(凍害)에 의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고사하고 만다.
우리는 낙엽이 져버린 앙상한 겨울나무를 바라보고 절대 우울해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자신에게 처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야무지게 준비하는 식물의 지혜에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를 토대로 어둡고 긴 겨울을 견디며 화려한 봄을 기다리는 식물의 인내심을 배우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작금 우리의 주변 환경은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각국의 개인 부채도 심각하다는 등 차가운 겨울 만큼이나 어둡고 고통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묵묵히 추위를 이겨내며 화려한 부활의 꿈에 잠겨있는 식물에 대해 생각한다면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질 것 같다.
◆약력 = △일본 홋카이도대학 농학박사 △중앙대학교 산업과학대학 학장 △환경생태학회 회장 △2011년 녹조근정 훈장 △중앙대학교 식물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