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1) 직접 디자인하는 나만의 옷 ‘스트라입스(stripes.co.kr)’
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2) 쇼핑 걱정 덜어주는 코디박스 ‘유어스타일리스트(yourstylist.co.kr)’
패션으로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유어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해보자. 일대일 상담(카카오톡 이용)을 통해 기본 상·하의를 비롯해 신발, 양말, 재킷 등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코디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담이 없고, 반송이나 교환도 무료로 가능하다.
“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 하면 봉지커피나 일회용 믹스커피에 익숙한 필자는 젊었을 때는 일회용 커피가 부의 상징인양 너도 나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의 삶과 인생이 점점 익어 가면서 커피는 몸에 해롭다는 다는 것을 깨 닫게 되었는데 요사이 젊은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물마시듯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커피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맛과 향을 음미 해보기 위해 바리스타를 배워보기로 하였다.
우선 커피 기구들에 대하여 알아보고 드립포트, 드립지, 드립퍼, 그라인더, 저울 등을 준비하고 커피의 유래부터 차근차근 배워 보기로 하였는데 생소한 용어부터 시작하여 또 다른 식품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커피의 기원은 세가지 설이 있다한다.
첫째, 모하메드 기원설
모하메드가 병상에서 기도 할때 가브리엘이 검음색 음료를 가져다 주는데 이를 마시자 남자 40명을 말안장에서 떨어 뜨리고, 40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눌 힘이 생겼다는 설
둘째, 칼디(Kaldi)의 전설
기원전 6세기경 에디오피아 고원 아비시니아에서 양치기 갈디가 양떼들이 흥분하여 뛰어 노는 것을 보고, 나무의 빨간 열매가 그 원인임을 알게 되고 열매를 끌여 먹어보니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수도원으로부터 나라 각지에 소문이 퍼져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
셋째, 오마르 전설
1258년 아라비아의 사제 세이크 오마르가 문책을 당해 아라비아의 오사바산(예맨)으로 추방되어 배고품을 못 이겨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가, 우연히 한 마리의 새가 빨간 열매를 쪼아 먹는 모습을 보고 그 열매를 따 커피를 처음 마신 뒤 전파되었다는 설
커피는 원래 힘을 의미하는 단어 “KAFFA"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다한다.
이슬람과 유럽이 만나는 지역, 터키에서 “가베”라고 불렀고, 유럽에서는 카페, 커피라고 불리고 쓰여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COFFE는 영국에서 사용되고, 유럽에서는 “KAFFE"로 쓰기도 한다.
맹위를 떨치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해 준다.
그래도 아직 한낮은 무더운데 이렇게 햇볕이 쨍쨍해야 곡식도 잘 여물고 수확의 기쁨을 안겨 줄 테니 감사한 더위이다.
오늘은 정책기자단에서 한국 소비자원 견학을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에 잠시 빗방울이 흩뿌렸지만, 곧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나들이 가는 것처럼 들뜨고 즐거웠다.
한국 소비자원은 원래 용산에 있다가 2년 전 충북 혁신도시인 음성으로 이전하였다.
20여 명의 정책 기자와 담당자가 서울역에서 모여 대형버스에 올라 목적지로 가는데 여러 기자님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소풍 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필자도 덩달아 흐뭇했다.
2시간여 달려 도착한 혁신도시 음성의 소비자원 청사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소비자원의 명칭은 원래 소비자보호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이 아닌 큰 목적을 가지고 있어 보호라는 단어를 제외했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 국내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입장인 각종 문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점차 강해졌다.
정부는 소비자 보호를 주요 정책과제의 하나로 채택해 1980년 1월 소비자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 활동을 법률로 보장하기 위해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비자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담기관이 없어 소비자는 여전히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는데 이에 정부는 소비자 보호법을 개정하여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설립근거를 마련했다.
한국 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해 소비자 정책연구, 거래 및 안전조사, 시험검사, 피해 구제 등 소비자 정책 시행기관으로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늘 정책기자단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팁으로 명절을 대비한 식품안전 및 국내, 국외 여행 피해 예방 정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추석 연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이 급증하는데 여행상품에 대한 많은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신고 되고 있다 한다.
필자도 10월 중 일본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어린 손녀, 손자와 함께하기 때문에 패키지로 가긴 어려워 자유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물론 아들 며느리가 알아서 예약도 하고 계획도 짜겠지만, 설명을 들으면서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체크해 보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식품안전은 매우 중요한 일상이므로 관심이 컸다.
먼저 불량식품의 위해 정보를 수집한 후 실태조사를 하고 시험검사국에서 안전성 여부를 실험하고 위해정보를 평가한 후 정부에 건의해서 리콜 권고와 사업자 시정, 안전경보까지 여러 단계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얼마 전 큰 이슈로 떠올랐던 가짜 백수오 사건이나 혼합 음료를 어린이 키 성장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과대 광고한 업체를 적발하여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립목적은 소비자 권익 증진 시책의 효과적인 추진이고 소비자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을 가졌다.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는 소비자 전문기관으로 핵심가치는 소비자 중심 신뢰와 소통, 미래지향을 들고 있다.
이곳엔 생활용품 평가실, 기능성 의류 평가실, 일반 실험실과 특수 실험실 등 여러 곳이 있었는데 보안유지가 필요하다는 특수실험실의 견학이 흥미로웠다. 흔히 볼 수 없는 특수 마네킹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의류를 실험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즘 기능성 의류가 매우 인기가 있다. 그런 만큼 가격도 엄청 비싸다.
특수 실험실에서는 상품의 땀 흡수와 배출 등 특수기능에 대한 검사를 실행하여 품질 비교 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고가의 대기업 제품보다 중소기업제품의 기능이 더 좋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지만 상품으로 인해 혹시 억울하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소비자원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안심된다.
소비생활을 하면서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소비에 대한 유용한 정보와 함께 나들이 같은 즐거운 견학을 마쳤다.
낮잠. 어린이집에 간 손자, 손녀만 청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낮잠 자는 시대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잠시라도 편히 쉴 곳, 잘 곳을 찾아 나서고 있는 세상.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보듬고 치유하고자 낮 시간 잠시라도 누울 자리를 찾고 또 내어주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낮잠이 관심의 중심에 있다.
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수면시간은 적고 스트레스는 높고 “낮잠을 팝니다.”
‘낮잠 카페’ 혹은 ‘힐링카페’가 도시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체인점화된 업체에서부터 크고 작은 사업장까지, ‘잠’, ‘피로’, ‘힐링’이 산업의 아이콘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일. 책상에 누워 잠깐 쉬면 될 것이 사업이 됐다. 낮잠 카페 등 소위 ‘힐링 사업’이 늘어난 것은 한국인의 잠 부족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고 말한다.
2014년 OECD 18개국의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7시간 49분으로 꼴찌. 1위 프랑스와 1시간 차이가 났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6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한국 노동자의 은퇴 시기는 2014년 기준 남성 72.9세, 여성 70.6세다.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자 은퇴 나이가 남성 64.6세, 여성 63.2세인 것에 비해 7~8년은 더 오래 일하는 셈.
이렇게 잠 덜자고 일은 많이 하니 자연스레 낮잠, 피로 회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에 이어 2위다. 이OECD 34개 회원국 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았다.
낮잠 이색 공간 ‘여의도 CGV 씨에스타’
현재는 여의도CGV에서만 운영하는데 이용객 추이를 살펴 점차 다른 지점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낮잠 장소로 이용되는 곳은 바로 프리미엄관. 대체로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오전 11시30분부터 1시까지 운영한다. 잠들기 좋은 어두운 조명에 아로마 향과 뉴에이지풍 음악을 방안 가득 채운다. 좌석마다 촛불형태의 수면등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안한 숙면을 위한 허브티에 담요 등을 놓아 정말 낮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특히 CGV 프리미엄관 중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기에 그 어떤 관보다 안락한 좌석에서 편안한 낮잠을 즐길 수 있다. 왼쪽 팔걸이 안쪽의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쫙 펴지면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좌석은 좌우로 남성, 여성석, 중간 좌석은 커플석으로 배치했다. 이용자 양옆으로는 티켓을 판매하지 않아 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힐링 카페처럼 안마의자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안락한 의자에서 최대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씨에스타에는 이용객을 살피는 ‘미소지기’가 상주해 잠을 깨워주는 등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여의도 유일한 낮잠 공간을 꼭 한 번 이용해 보시길.
이용 요금 1만원(음료, 담요, 안대, 실내화 등 제공)
낮잠 카페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낮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힐링 카페 두 곳을 찾아갔다. 고른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체인형 힐링 카페인 ‘미스터힐링’과 ‘퍼스트클래스’ 명동점을 찾았다. 두 곳 모두 기본은 전신 마사지기를 이용한 서비스로 개인 부스와 커플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덧신과 손 세정제를 제공하는 것과 서비스 후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같은 점이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콘셉트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 이용해야 한다.
미스터힐링 (명동 인터내셔널점)의 장점은 음료를 마시는 공간(1,2층)과 휴식 공간(지하1층)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전신 마사지기 위에서 쉬는 동안 외부 소음이 적어 쉽게 숙면할 수 있었다. 실내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로마 향과 낮은 조명, 음악, 부스마다 설치된 그림들이 휴식에 도움을 준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심신의 안정에 중점을 두어 구성한 것이 이용객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이용 요금은 30분 코스 9000원(20회/15만원)이고 50분 코스는 1만3000원(10회이용권/9만원)이다.
‘퍼스트클래스’ 는 공항을 연상하게 하는 인테리어 때문일까? 여행가방 하나쯤 들고 티켓 부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피로를 푸는 방 또한 항공기 1등석처럼 꾸며 놓아 재미를 더했다. 퍼스트클래스는 음료 카페와 마사지 부스가 같은 층에 있다. 대신 마사지를 하면서 눈 안마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조도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 퍼스트클래스 마사지 코스는 총 6개로 활력, 쾌적, 수면, 목과 어깨, 허리와 엉덩이, 공기 마사지로 구성돼 이 중 원하는 두 종류를 고르면 된다. 객실마다 개별 이어폰과 스마트폰이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이용 요금은 7000원에서 1만 3000원가지 다양하며 소셜커머스에서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공간 휴'
‘공간 휴’를 말하기에 앞서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싶다. 서울혁신파크가 있는 곳은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옛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자리다. 오래전부터 아름드리 벚꽃나무로 유명했던 곳.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공원 중심에 있는 미래청 건물 안에 바로 ‘공간 휴’가 있다. 창문 카페와 서고 사이, 천장 낮은 곳으로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 쉬는 곳이 바로 ‘공간 휴’다. 공원에서 책도 보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좀 자고 싶으면 누구든지 누워 잘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베개와 이불도 준비돼 있다. 전기보일러가 설치돼 겨울에는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명이 있어 뒹굴면서 만화책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엄연히 잠을 자고 쉬기 위한 곳. 10분이고 1시간이고 잘 수 있다.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기에 이용료가 없는 대신 자기가 쓴 물건만 잘 정리하면 된다. 멋지고 화려한 것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쉼’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 공간이다.
정동 전망대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면서 오랜 역사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를 돌아보게 되고 수많은 세월 동안 스처 간 사람들의 숨결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1동 13층에 있는 정동 전망대이다. 덕수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리 인왕산과 백악산이 펼쳐 보인다. 가까이 서울 신청사가 우람하게 서 있고 빌딩 숲 속에 옛 고궁인 덕수궁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주변에 많은 문화재와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정동 전망대에서는 커피를 비롯한 각종 음료를 주변 반값에 즐길 수 있다. 서울 시청역에서 나와 덕수궁 쪽 출구로 나오면 대한문이 보이고 덕수궁 돌담길이 이어진다. 덕수궁을 한 바퀴 돌며 옛 왕궁을 둘러 볼 수도 있고 빌딩 숲 속의 허파와 같은 정원에서 힐링 할 수도 있다.
역사 유물이 늘어서 있고
덕수궁 주변으로 1897년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에 의해 최초의 서양식 개신교회인 정동제일교회가 있다. 정동제일교회는 일제하에 항일운동의 거점으로 독립선언문과 태극기 등이 등사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있고. 1926년 서양인에 의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설계된 성공회 대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처를 걸어보면서 이 역사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감회가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보면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는데 그곳은 대한제국시 근대적 사법기관인 평리원이 세워졌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재판소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재판을 받거나 고문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가볍게 발걸음을 뗄 수가 없게 된다.
황제가 살던 왕궁
그리고 정동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덕수궁에는 역사의 수례 바퀴를 돌려 대한제국의 그 시대로 돌아갈 듯 착각에 빠진다. 그 굴곡의 역사가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이다.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덕수궁 함녕전은 고종황제가 침전으로 사용했고 1919년 승하한 건물이기도 하다. 왼쪽 옆으로 정관헌이 보이는데 고종이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연회를 열었던 곳이다. 덕수궁내 근대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 그 앞으로 덕수궁 석어당은 덕수궁 내 유일한 2층 건축물로 선조가 승하할 때까지 16년 동안 거처했던 곳이다. 바로 앞쪽에 웅장한 건물이 덕수궁 중화전으로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사신의 접대 등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중요한 으뜸 전각이기도 하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중명전이 있는데 왕실도서관으로 쓰이기도 했고 한때 고종의 집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종이 헤이그 특사를 접견한 장소이기도 하며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고종이 일제에 의해 주권을 빼앗기고 덕혜옹주를 낳아 유치원으로 사용하던 장소도 여기에 있다. 최근 덕혜옹주가 영화로 만들어져 관심을 받고 있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곳,
정동 전망대는 이 역사의 숨결이 잠들고 있는 현장을 차 한 잔 하면서 바라볼 수 있다. 필자는 시내를 나오는 길이면 그래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 빌딩 숲 속에 황제가 집무를 보던 집무실이 있고 그 당시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간 덕수궁을 바라보며 필자 또한 한 시대의 작은 징검다리가 되어 역사를 이어주고 있다. 커피 향기를 맡으며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시대의 주인이 되어 있는가?
글 한만수 소설가
어린 시절을 보낸 충북 영동은 워낙 산골이라서 전국적으로 소문난 난시청 지역이다. 1시간 거리에 있는 대전이며 김천만 가도 몇 개의 라디오 프로가 나오지만 영동은 FM 주파수 하나만 간신히 잡힌다.
그 시절 라든지 라는 심야 방송이 유행했었다. 별도 새도 잠든 한밤중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듣는 프로그램은 내게 신세계였다. DJ의 감미로운 목소리도 좋았지만 시청자들이 보내는 엽서의 내용이 가슴의 심장 박동 수를 빠르게 했다. 쿵작쿵작하는 트로트 선율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상하이 트위스트’ 라든지 ‘울리불리 트위스트’, 톰 존스의 ‘킵 온 러닝’ 같은 신나는 노래는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청량음료였다.
그 밖에도 비틀스, 롤링스톤스, 사이먼 앤 가펑클 등의 목소리는 14세 중학생의 가슴 깊은 곳에 흐르는 감성의 강물에 뜨겁게 소용돌이쳐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커스단이 들어왔다. 가수가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내며 ‘하운드 독(Hound dog)’을 불렀다.
가수가 무대에 섰을 때 막 밀크캐러멜 포장을 뜯고 한 개를 입에 넣었다. 가능한 한 아껴 먹으려고 밀크캐러멜을 천천히 빨았다. 노래가 끝났을 때는 언제 먹었는지 열두 개의 캐러멜을 모두 먹어 버렸다. 그는 다른 가수들처럼 마이크 앞에서 얌전히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요란한 밴드 음악에 몸을 맡기고 ‘개다리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는 완전히 충격이었다.
소풍을 가면 기껏해야 남진의 ‘님과 함께’를 함창하면서 손뼉이나 치고 있던 그 시절. 도시학생들처럼 나팔바지를 입고 야외전축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맞춰 개다리춤과 트위스트를 추었다. 친구들 앞에서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되긴 했지만 성격은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글쓰기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는 아무도 모르는 광기를 품고 있었다. 나만 광기를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시절은 요즘과 달라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부모님에게 상속받을 유산도 없었지만, 세상은 어차피 혼자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던 시대라서 모두들 미래에 대한 광기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처음 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이다. 백일장에서 ‘운동장’이란 제목으로 산문을 써서 당선된 날 밤이다. 우등상도 아니고 모범상도 아닌 그저 글 잘 써서 받은 상은 집에서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혼자 밤중에 상장을 쓰다듬으면서 이다음에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은 은행원이 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은행배지를 양복 재킷 깃에 찬란하게 달고, 잘 마시며 잘 먹다가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는 졸병 시절부터 우연찮은 기회로 선임들의 펜팔편지, 혹은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기 시작했다.
글은 쓰면 쓸수록 는다. 편지를 잘 쓴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 나갔다. 동기들이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할 때 나는 연애편지를 대필했다. 일요일에도 동기들은 화장실 뒤에 숨어 과자를 나누어 먹을 때 나는 나무 그늘 밑에서 선임이 사다 준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편지를 썼고, 동기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얼차려를 받을 때 나는 내무반 페치카 옆에서 편지를 썼다.
어느 날 문득 중학교 2학년 때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부터 시간이 있을 때마다 소설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설이라 할 것도 없다. 연재 형태로 써서 내무반에 돌렸는데 세월이 고래심줄처럼 질길 때여서 나름 인기는 있었다.
전역을 하고 복직을 했지만 작가의 꿈은 버려지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사표를 내고 절간에 들어가거나, 어떤 소설가처럼 영등포역 근처 닭장 방을 한 칸 얻어서 글을 쓰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결정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나이 36세 때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습작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원치 않은 부서로 발령이 났다.
그날 혼자 술을 마시면서 고민을 했다. 새로운 임지로 가면 똑같은 날이 계속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을 하고, 때가 되면 보너스를 타고, 또 한 해가 가고, 결국 나이가 들면 퇴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주 싫었다.
고생이 되더라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남은 생을 살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식 형제가 눈에 걸렸다. 전업주부로 사는 아내의 얼굴도 지워지지 않았다.
이튿날 나는 임지로 전출 인사를 하러 가는 대신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기까지는 갈등이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왔다. 막상 사표를 내니까 오히려 초연해졌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지점장은 형식적인 반려와 함께 사표를 받아들였다. 서운함보다는 내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뼈가 저리도록 느꼈다.
세월은 결코 움켜잡을 수가 없고, 흘러간 세월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만약 그때 상사들이 사직서를 반려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은퇴자로 아파트 경비를 서고 있거나,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오르거나, 선글라스 쓴 얼굴에 강아지를 끌고 공원 산책을 하며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골 고등학교 출신의 사직서는 대학을 졸업한 지점장의 눈에는 퇴직금 청구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점이 내게 축포를 터트려 준 셈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경제적 곤란이다. 그다음으로 새털처럼 많은 시간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서른여섯 살이 되도록 타인의 시간에서 살아왔던 탓에 내가 직접 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마음은 어서 빨리 글을 써야 경제적인 문제가 풀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매일 집에 있으니까 아침부터 술을 마셔도 되고, 새벽까지 마시고 늦잠을 자도 되는 생활이 이어졌다.
나는 결국 1년 만에 서울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에는 자식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지 못해 부모들이 안달을 하던 시절이다. 책 한 권 없는 내가 글을 쓰겠다고 고향에 내려가니 모두들 수상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 어린 시절의 영혼을 나누어 가졌던 초등학교 동창들도 모임을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가입 권유를 한 것은 무려 4년 쯤 뒤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생존해 계시던 아버님의 절망과, 형제들의 보이지 않는 무시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서 고생을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형제들의 눈에는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것은 그저 핑계일 뿐일 것이다. 무슨 횡령이나, 사고를 쳐서 잘린 것이라고 자기네들끼리 단정을 지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가족들에게 그 시절에는 왜 나를 그렇게 대했냐고 묻지를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까 나라도 가족들과 같은 시선으로 못마땅해하고 동네 사람들 보기에 창피했을 것 같았다.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원고가 완성돼서 출판사에 우송하면 대답이 없다.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해 보면 “원고는 좋지만 우리 출판사와 색깔이 다르다”라는 무성의한 대답을 수없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식으로 문학수업도 들어 보지 못한 내가, 간신히 소설 쓰는 것을 배워서 출판사에 제출했으니 채택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때는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무렵 ‘천리안’ 이라는 PC통신이 생겼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목마름이 강하다. 태블릿 PC도 일찌감치 구입을 했다. 스마트폰의 웹 활용법이라든지, 내 또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액정 태블릿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도 성격 탓이다.
그 당시도 나는 보기 드물게 16비트 중고 컴퓨터와 ‘도트프린터’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내려갈 때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산 것으로 워드 기능은 있는데 통신을 할 수가 없었다. 통신을 하려면 단말기가 있어야한다. 담뱃값이 없어서 100원짜리 환희를 피우고 있는 내게 통신을 할 수 있는 단말기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집으로 왔다. 한국통신에서 ‘하이텔’ 이라는 통신을 개설하면서 농민후계자들에게 단말기를 한 대씩 대여해준다는 것이다.
천리안이며 하이텔 통신은 문학의 아웃사이더였던 내게 밀크캐러멜 같은 것이었다. 내 시야는 PC통신으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넓어졌다.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작품을 평하고, 가끔은 회원들을 영동 산골로 불러 내려서 밤을 새우며 문학을 토론하고, 소설을 이야기하고 시를 논했다.
유니텔이라는 통신회사가 생겨나면서 통신업계는 3파전이 됐다. 더불어서 대학생과 전문가들 전용이던 통신 세대는 고등학생부터 일반 직장인들까지 넓어졌다. 통신이 보편화 되면서 유료소설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통신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리던 작가들은 급속하게 유료소설 사이트로 편입이 됐다.
나는 유료사이트에 글을 쓰면서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연재가 끝나면 종이책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통신으로 보는 문장과 종이책으로 보는 문장은 여러 부분으로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통신 세대들의 가독률쪽에서 보면 종이책의 문장은 무겁다. 나는 그 점을 재미와 신선한 스토리로 보완 하며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컴퓨터가 ‘286’으로 진화를 하면서 윈도라는 것이 생겼다. 윈도는 과거 텍스트 위주의 통신에 새로운 바람을 집어넣었다. 초등학생들까지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유료소설 사이트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PC통신에 연재를 하던 작가들은 모두 자기만의 숲에 고요히 잠겨들었지만 나는 본격적으로 종이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거의 10년간 하루 12시간 이상, 많을 때는 14시간 동안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키보드를 두들겼다. 통신에 연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필력이 있었기에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면 못 썼지.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아서 글을 못 쓴 적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무렵 서서히 회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빵을 살 생각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다이아몬드로 연탄집게를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라면 적어도 펄 벅의 같은 소설을 써야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어깨를 짓누르는 날들이 하루가 다르게 크기를 더해갔다.
나는 2002년 5년 정도 기한을 잡고 현대사 반세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계획과 다르게 12년 6개월 만에 원고지 2만5000매 분량의 15권짜리 이 완간됐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2015년 1월에 ‘작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많은 분들이 참석을 해서 성황을 이루었다. 하나같이 “이제 그만 쓰고 쉬어라, 쉬는 것이 어려우면 몇 년 쉬고 다시 시작하라”는 등 그동안의 여정을 치하했다.
나는 그 다음 날 새벽 6시 20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을 쓰면서 창작노트에 메모해 두었던 장편소설 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 내게 소설을 쓰는 시간은 밀크캐러멜의 맛을 아무도 모르게 음미하는 시간들이다. 내 사직서를 선뜻 받아 준 상사분들에게 땡규!를 보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오찬이다. 지난 6월 이베이가 실시한 버핏 회장과 함께하는 연례 자선 오찬 참석 경매의 낙찰 금액은 346만 달러(약 40억원)였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버핏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면서 뛰어난 혜안과 겸손한 자세로 존경받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버핏 회장이 맨해튼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위해 은퇴자금 관리비법을 털어놓았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월간지 7월호에 특집으로 실은 ‘워런의 지혜(The Wisdom of Warren) 10가지’를 소개한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비상시와 투자 기회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라
예기치 않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면 현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현금의 필요성이 커진다. 은퇴를 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폭풍이 몰아쳐도 힘들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도 현금이 있어야만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현금을 끈기 있게 보유하다 보면 최상의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2. 지루함을 참고 견더라
튀지 않는 기업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기저귀,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기업은 첨단기술회사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커 보이지 않지만 세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P&G에 1986년 1000달러를 투자한 후 매년 나오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현재 시가로 3만20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튀는 기업보다 좋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 버핏 회장은 이런 기업을 선택해 큰 성과를 올렸다.
3. 시장가격 지배력이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강한 고객들은 더 비싼 값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세계 3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탄산음료에서 주스와 생수로 제품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한 브랜드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4. 우수한 경영인은 유망한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이 성공을 하려면 경영인이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인은 전략적 비전을 창조하고 기업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같은 경영인이 대표적인 예다. 위대한 경영자와 강력한 사업 모델이 어우러졌을 때 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된다.
5. 실수를 최소화하되 실수를 통해 배워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버핏 회장도 2013년 영국의 최대 식품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투자했다가 회계문제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수를 극복하는 열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던 경고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면 반복적인 실수나 더 큰 미래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 실수를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투자의 길잡이가 된다. 이 교훈을 자녀나 손주들과 공유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6.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고수하라
광범위한 주식시장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버핏 회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을 감지하지 못해 기술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에 발생한 기술주 폭락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익숙한 금융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집중해서 자신의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7. 구매력을 높여나갈 수 없는 투자는 피하라
버핏 회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2011년 세계 공급량이 1926㎥ 였다. 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62만㎢의 미국 농지와 16개 엑손모빌 공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규모의 농지에서는 매년 20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엑손모빌 공장에서는 4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금에 투자를 했을 경우 시세 차익 외에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물가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갈 수 있다.
8. 유망한 주식이라도 과도한 시세에서는 사지 말라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세에 주식을 사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산다. 실례로, 얼마 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버핏 회장은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식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면 그만큼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
9. 매입했으면 가급적 장기 보유하라
좋은 결정을 한 번 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을 자주 내리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주식거래 수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에 종목 선택을 잘해 수익을 올렸다가도 다음 결정이 잘못되면 수익이 사라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망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후 다시 매입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큰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중요한 매입 결정을 한 번 내린 후 장기 보유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결정의 횟수를 줄여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수할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0. 혁신적인 투자를 피하지 말라
투자자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혁신적인 생각과 박애주의적인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된다. 2008년 버핏 회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를 하면서 “GE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브랜드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GE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우주항공엔진 기술, 영상 의료장비 등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
한번 맛을 보면 익숙해지는 것일까? 때로는 아깝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자식들이 주는 선물이니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덥석 따라나섰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보니 신세계가 따로 없다.
사람이 간사한지라 좋은 맛을 보니 더 나은 것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알뜰한 사람이라 불필요할 곳에는 쓸데없이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필자의 젊은 시절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 젊은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지간하면 고생은커녕 명품을 찾았고, 영화관도 명품 관을 선호했다. 이제는 어느덧 필자의 시대가 서서히 기울어가고 자식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만큼, 필자도 적당히 부모 의견을 접고 자식들을 따르기로 했다.
엊그제, 이번에는 소위 말하는 부의 상징, 강남으로 온 가족이 함께했다. 작은 사위가 모처럼 휴가를 맞이해 함께 한자리였다. 다섯 명의 외출 비용은 만만치가 않았다. 강남의 한복판에서 코스요리로 식사를 하는 값은 상당했다. 그러나 비싼 만큼 화려한 부의 가치는 고급스러웠다. 역시 강남은 여기저기 부가 흘러넘쳤다. 특별히 저녁식사는 작은 딸이 쏘기로 했다.
큰딸의 몫은 식사를 하고 난 후, 영화관으로 예매를 하는 것이었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영화였다. 반대편 자그마한 단독 건물 안에 고급스러운 영화관이 있었다. 강남은 모든 것들이 달랐고, 명동에 있는 영화관보다 값도 더 비쌌다. 물론 시설 면에서나 분위기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입구 카페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눈꽃빙수를 먹었다. 서둘러 건물 지하 5층으로 내려가니, 잘 가꿔진 레스토랑과 조용하고 엄숙한 영화관이 관객을 맞이했다.
미리 대기한 안내원의 상냥한 안내에 따라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실내에는 당황스럽게도 템퍼로 된 고급스러운 침대가 두 개씩 나란히 펼쳐져 있다. 정갈하게 멋지게 꾸며져 아늑하게 다가왔다. 필자는 신기함에 신발을 벗고 덜렁 누워보았다. 몸이 쑤욱 들어간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에 부자가 따로 없고, 마치 귀족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푹신하게 받쳐주는 침대에 몸을 그대로 누워, 눈으로만 영화를 보니 시원한 천국이 곁에 있었다. 물론 음료와 고급 과자도 함께 준비되어있다. 궁금증에 살짝 일어나 주위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그 커다란 영화관에는 달랑 15군데, 30명의 젊은 남녀가 쌍쌍이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전 좌석이 꽉 차서 누워 있었다. 대부분은 돈을 잘 쓰는 젊은이들 같았다.
도대체가 이곳이 영화관이라는 사실에 필자는 또 한번 놀람을 금치 못 했다. 안락한 소파도 부족해, 침대로 그것도 템퍼로 준비되어있었다. 사람들 부의 세계는 어디까지인지, 상영시간이 겨우 2시간밖에 안 된다는 것이 필자에게는 아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에는 영화가 조금 지루해서 잠이 왔지만, 억지로 라도 잠을 자지 않고 값을 치룬만큼 편안함을 만끽했다.
잘 나가는 딸들을 둔 덕분에 필자 부부는 가끔씩 사치스러운 호강을 했다. 한국에 부의 세계는 하나하나 미국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맛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빈과 부의 차이, 강남과 강북의 세상은 어쩌면 엄청난 정도의 척도를 걷고 있었지만, 한 번쯤은 마음을 바꾸면, 누구나 그 맛을 체험해볼 수도 있기에 부의 세계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빈과 부의 차이, 비록 물질이 아닌 그 마음의 차이는 어쩌면 자신이 창출해내는 것이기도 했다. 비록 현실은 어렵더라도 가끔씩은 마음을 바꾸어 우아하게 부의 세상에, 젊은이들이 찾는곳에, 잠시 시간을 내어 과감하게 발을 내디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부자면 이 더위에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고, 평화로울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러분들도 알고 계셨는지요? 영화도 VIP 영화관에서 보면 마음만은 부자가 따로 없다는 것을. 한 번쯤은 푹신한 의자에 누워 대형 스크린을 즐겨 보니 상류사회의 재미도 그럴듯한 것 같았다.
필자는 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한국에 와서야 영화관람에도 격식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지난겨울, 큰딸은 아직 한국이 낯선 필자에게 영화티켓 예매 문자를 보내왔다. 바깥바람도 쏘일 겸, 남편과 함께 명동에 있는 한 시네마로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전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갔다.
그 옛날의 명동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고층 빌딩들도 군데군데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달라진 것들이라면 유난스럽게 많아진 동양의 외국인들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중국인들이었다. 상점 앞에는 중국어를 해대는 안내원들의 호객행위가 즐비했다. 그들은 얼굴이 비슷하니 한국 사람인지 중국인들인지는 도통 구분할 수가 없었다.
영화관 건물 밖을 내다보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두 줄로 늘어선 대기 차량들이 꼼짝도 못하고 늘어서 있다. 대체로 고급스러운 외제차량들이었다. 유독 외제차가 아주 많았다. 시간이 남아 건물 안에 있는 백화점 안으로 들어섰다. 백화점 안에도 명품 관과 일반 점이 있었다. 명품 관은 그나마 발레파킹을 해주니 주차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듯했다.
명품관 안에는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눈이 부신다. 모두가 외국 브랜드 명품들로 기가 막힌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가 필자의 눈을 유혹한다. 가격대가 보통 몇 백만 원을 넘어 몇 천만 원 짜리도 있다. 백수생활의 필자에게는 어마어마한 가격이라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매장 안에는 거의가 젊은 남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행복한 모습으로 물건들을 고르고 있다. 한국이 어느새 눈이 부실만큼 화려한 부가 넘치는 곳으로 변해있는 것에 필자는 만감이 교차했다.
서둘러 시네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화관으로 올라와 핸드폰의 문자 내용을 보여주니 필자 부부를 정중하게 안내했다. 소위 VIPROOM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음료와 다과가 준비되어있고, 고급스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상영시간이 되어가니 안내원이 다시 안내를 했고, 따라 들어갔다.
독립된 커다란 영화관 안에는 안락한 큼직한 소파가 둘씩 짝을 지어 나란히 있었다. 번호를 찾아 안내원은 정중하게 안내를 하고 인사를 하며 나갔다. 필자와 남편은 갑자기 상류계급이 된듯한 마음으로 우아하게 의자에 앉았다. 스위치를 눌렀다. 푹신한 안락의자가 몸을 푹 감싸준다. 갑자기 황홀하게 다가오는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온통 부자가 된듯했다.
필자는 눈이 휘동 그래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이 쑥 들어가 깊이 파묻혀있으니 다른 좌석은 보이지도 않았다. 참으로 신기했다. 조금 후에 안내원은 맛난 음료와 고소한 쿠키를 가져왔다. 극진한 대우와 함께 130도 가까이로 펴지는 안락의자에, 누워진 몸속으로 묘한 기분이 타고 흘렀다. 잠시 상류사회의 느낌 같은 고급스러운 생각이 스쳐 필자도 부자가 된듯했다.
처음 맞보는 비싼 값의 자리는 아주 편하고 기분을 상승시켜 주었다. 일반 영화 가격보다 몇 배의 가격을 지불했으니 비싸다고 생각을 했으나, 결코 아깝지가 않았다. 역시 빈과 부의 차이는 충분히 있었다. 비록 딸에 의해 선물 받은 부의 가치였지만, 잠시나마 그 세상은 처음으로 맛보는 고급 세계의 느낌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부가 주는 안락은 너무나 편한 나머지 필자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잠깐이나마 평화로운 부의 세계로 빠져들어 한잠을 푹 자고 나니, 결국 영화는 맥이 끊기고 말았다. 너무나 짧게 끝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몸은 편안하고 개운하니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맛보는 또 하나의 세상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가끔씩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격식을 갖춘 영화관람으로 새로운 엔도르핀을 창출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빈과 부의 차이, 그것도 별것은 아니었다. 한 번쯤은 억지로 라도 값을 치르며, 그 맛을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값진 일이었다.
가끔씩은 시니어들도 일부 젊은이들이 즐기는 부의 세계를 누려보는 것도, 평범한 삶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동화책을 많이 읽고 자란다.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 백설 공주, 인어공주, 잠자는 숲 속의 미녀나 전래동화로는 해님 달님, 콩쥐 팥쥐, 장화홍련전, 흥부 놀부 등이 있다. 재미있는 건 서로 다른 나라임에도 동화의 내용이 비슷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나쁜 새엄마와 의붓언니에게서 구박받으면서도 씩씩하게 견디어 드디어 왕자님과 결혼까지 하게 되는 신데렐라도 우리나라의 콩쥐 팥쥐와 같은 내용이어서 흥미롭다. 나라가 달라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뜻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 ‘말레피센트’를 보게 되었다. 매우 섹시하고 예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다. 월트 디즈니에서 각색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낸 작품으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야기가 펼쳐졌다. 필자가 어린 날 읽었던 내용으로는 왕국에 공주가 태어나고 축하받는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나쁜 마녀가 아기 공주에게 16살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잠들고 깨어나지 못한다는 저주를 내리면서 다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를 받으면 깨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심술 맞은 마녀가 말레피센트였는데 영화는 필자가 알고 있던 내용과 좀 달랐다. 말레피센트는 그렇게 나쁜 마녀가 아니었다.
세상에는 왕국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요정 나라가 있었다. 요정 나라의 어린 요정 말레피센트는 우아한 날개를 가진 어여쁜 소녀였다. 어느 날 그곳에 인간 세상 사람인 어린 소년 스테판이 찾아온다.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친해진다. 이들은 점점 멋진 청년과 아름다운 요정으로 자라며 우정을 키웠다. 어느 날 스테판은 말레피센트에게 키스를 하고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갔다. 그 무렵 인간 세상의 왕은 요정 세계를 지배하려고 요정 나라 숲을 침략했다.
그러나 말레피센트의 지휘로 숲 속 요정들이 힘을 합쳐 대항해 왕은 참패를 당한다. 왕은 죽기 전에 요정인 말레피센트의 힘을 없애는 자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공주와의 결혼을 허락한다 했다. 이에 신하였던 스테판은 왕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요정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자르기로 하고 그녀를 찾아간다. 출세에 눈이 멀어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도 돌아보지 않는 인간의 속성이 안타깝고 슬프다. 오랜만의 만남에 즐거워하는 말레피센트에게 약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한 후 잠든 그녀의 날개를 잘랐으니 추악한 욕망을 가진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에 분통이 터졌다. 잠에서 깨어난 요정은 날개가 없어진 걸 알고 절망을 느낀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스테판이었기에 배신과 절망은 더욱 컸다.
말레피센트의 날개를 가져온 스테판은 왕위를 이어받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 예쁜 공주 오로라를 낳았다. 오로라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에 많은 사람이 초대되고 작은 요정 삼총사도 찾아와 행운을 빌어준다.
그때 날개는 없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숲의 지배자 말레피센트가 나타나 공주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16세가 되는 날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질 거라는 저주를 내린다. 이에 스테판은 공포를 느껴 세 요정에게 16세 되는 다음 날 왕궁으로 데려오라며 공주를 맡아 키워 달라고 부탁하고 깊은 숲 속으로 보낸다. 그리고는 나라에 있는 모든 물레를 창고에 모아 아무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아기는 무럭무럭 귀엽고 예쁘게 자라났다. 어느 날 숲으로 놀러 간 오로라는 말레피센트와 만난다. 말레피센트는 미워할 수 없는 아기 공주의 수호천사가 되어 돌보고 위험에서 지켜준다. 오로라를 사랑하게 된 마녀는 그가 곧 16세가 될 시기에 공주의 저주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영원히 라고 했기 때문에 풀 수가 없었다.
그 무렵 숲에 있던 공주는 길을 지나던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웃 나라 왕자였다. 그들은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 왕자가 후에 잠든 공주를 키스로 깨울 것이라는 암시를 받게 된다. 한편 말레피센트가 자신에게 그런 저주를 내렸다는 걸 알게 된 공주는 16세가 되던 날 왕국으로 간다. 왕은 16세 되는 다음날 데려오려고 했는데 하루 일찍 도착한 오로라를 감금하라 명령하고 공주는 궁을 헤매다 결국 물레 바늘에 찔려 잠이 들고 만다. 숲에서 만났던 왕자가 해법일 줄 알았는데 왕자의 키스에도 일어나지 않던 공주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며 입맞춤 한 말레피센트의 키스에 눈을 뜬다. 진정으로 공주를 사랑한 건 말레피센트였다.
스테판 왕은 병사를 동원해 말레피센트를 죽이려 하고 말레피센트는 위기에 빠진다. 그때 아버지가 잘라 온 마녀의 날개를 발견한 공주가 벽에서 떼어내자 날개는 주인을 찾아 날아가 말레피센트는 막강한 힘을 되찾게 되고 왕은 성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후 인간 세상과 요정 나라가 화합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동화 속 이야기지만 출세에 눈이 멀어 사랑과 우정을 배반한 추악한 인간의 욕망에 화가 났고, 복수심에 불탔지만 어린 공주를 사랑하게 되는 마녀의 애틋한 마음이 훈훈했던 영화이다.
말레피센트를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우아하고 매력적인 모습과 풋풋한 오로라 공주역의 엘르 패닝의 연기가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멋진 한편의 영화가 어린 날 감동으로 읽었던 동화책처럼 잔잔하게 필자 마음을 적셔주었다.
(PS-오로라 공주 어린 시절 역을 맡은 귀여운 아기가 안젤리나 졸리의 친딸이었다는데 캐스팅된 이유가 재미있다. 오디션 보던 모든 아기들이 마녀로 분장한 안젤리나 졸리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친딸인 비비안 졸리 피트만이 엄마를 알아보고 울지 않아서 뽑혔다고 한다.)